"물로 정말로 유명한 곳. 하지만 그 이상은 안돼. 학생회도 어느 정도 기밀이라던가 그런 것들이 있어서 말이야. 학생회에 들어온다면 또 이야기는 다를지도 모르지만 지금 와서는 잡일밖에는 맡길 것이 없어서 말이야."
초기라면야 이것저것 맡길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지금 와서는 어느 정도 체제가 잡혀있으니 그래봐야 잡일 담당밖에는 맡길 수 없었다. 하지만 반장을 하면서 그런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았기에 치아키는 적극적으로 권하지는 않았다. 그러고 보니 조만간에 다른 후배에게도 마지막으로 세번째 권유를 하러 가보는 것이 좋을까.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미소를 머금었다.
"계곡이나 바다를 구경하고 기억에 담는 것이라. 가능하겠네. 물론 내 개인적으로는 물놀이를 즐기는 것도 좋을 것 같지만... 그게 아니더라도 여기저기 구경 다니면서 놀 수 있을테니까. 산...아차차. 실수. 실수. 그러넫 혹시나 해서 말하는 거지만 등산할 예정은 없어."
뭔가 말을 하려다가 그는 빠르게 자신의 입을 톡톡 치면서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그 와중에 마츠리를 하는 날마다 바쁘다는 그 말에 치아키는 빤히 그를 바라봤다. 살면서 마츠리를 한번도 체험해본 적이 없다고? 일본은 안 그래도 마츠리의 나라라 불릴 정도로 마츠리가 많은 편이지 않나? 물론 지역마다 다르기야 하겠지만. 그렇게 생각하면서 그를 빤히 바라보다가 아무렴 어때. 라는 생각으로 입을 열었다.
"그렇다면 토모시비 마츠리가 열리면 즐겨봐. 혹시 알아? 이곳은 인연의 신인 키즈나히메님이 수호한다고 전해지는 마을이니... 좋은 인연 생길지 누가 어떻게 알아? 하핫. 나도 있으면 좋겠지만...막상 생긴다고 생각하면 또 애매하네."
괜히 장난스럽게 이야기를 하면서 치아키는 주머니에서 노란색 사탕을 꺼낸 후에 표정을 살짝 찡그렸다. 신 맛이 전해지는 레몬맛 사탕이었다.
"그러니까 권하진 않아. 굳이 말하자면 권하고 싶은 학생들은 여럿 있지만 과연 몇이나 받아줄런지."
대충 머릿속으로 그리고 있는 리스트를 떠올려보지만 아마 한 명도 받아주는 사람이 없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며 치아키는 키득키득 웃었다. 물론 안 받아줘도 상관없는 일이었다. 사실상 지금부터 받는다고 해도 어지간하면 잡일 담당이 될테고 그런 일을 하고 싶어하는 이가 얼마나 될까 싶었기에. 가끔 결원이 나면 다른 중요 임원으로 넣을수도 있지만 미래는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아. 그게... 등산이라고 해야할까. 아무튼 자세한 것은 말하기 힘드니 말이야. 가보면 알거야. 가보면."
그 부분에 대해서는 굳이 말을 특히 더하지 않으며 치아키는 자신의 입에 지퍼를 잠그는 시늉을 했다. 나름대로 보안을 지키려는 듯. 혹은 그때 가보면의 재미라고 말하려는 듯. 그렇게 생각하며 치아키는 어깨를 으쓱했다. 허나 재미있는 이야기라는 말을 듣자 그는 살며시 하야토를 빤히 바라보다가 곧 두 어깨를 으쓱했다.
"그렇다면 너는 네가 믿는 신이 정말로 존재한다면... 이를테면 네 옆자리에 앉아있다고 한다면 어떨 것 같아?"
기독교 신자. 즉 그 종교의 신을 믿는다는 이야기가 아니겠는가. 당연하지만 그 신은 그 신이 거짓으로 꾸며낸 존재가 아니라면 존재할 수밖에 없었다. 신은 이 세상에 이미 존재하고 있었으니까. 물론 그것을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냐만. 이내 치아키는 어깨를 으쓱하면서 살며시 말을 덧붙였다.
"참고로 나는 키즈나히메님을 모시고 있는 신사의 아들이야. 아. 딱히 방금 그 말이 불경하다거나 그런 의미는 아니야! 그냥 호기심이 들어서. 과연 후배 군은 어떨까 싶어서. 아하핫."
정말로 딱히 뭐라고 말할 생각은 없다는 듯, 치아키는 일부러라도 정말로 무해한 느낌의... 말 그대로 사람 좋은 미소를 내보였다.
와타누키 씨가 친절한 사람이라서 정말 다행입니다. 괜찮다고 대답해주었어요. 저는 남탓까지 해버렸고 제대로 된 사과도 아니었으니까 괜찮다고 답하는 건 정말로 착한게 아니라면 어려운 일이에요. 저는 두 손을 잘 간수하기로 합니다. 타인에게 함부로 손을 대는건 허락을 구하는게 맞는 일인데, 방금만 벌써 두번이나 아무생각 없이 닿아버렸어요. 오른손으로 왼손의 검지를 잡아요. 이러면 한쪽 손은 잡혀있고, 다른 한쪽 손은 잡고 있는 중이니까 손이 멋대로 나갈 일이 없을 겁니다.
“그 말을 어떻게 믿어요? 그리고 그래봤자 다친 건 똑같으니까 손해인 건 안 변합니다.”
진게 아니라면 이겼다거나 비겼다거나 둘 중 하나입니다. 지지 않았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하지만, 비겼더라도 이겼더라도 처음부터 싸우지 않는 쪽이 좋았을 거란 생각이 들어요. 가만히 있는 사람에게 시비를 거는 쪽이 절대적으로 잘못한 거지만, 피해야하는 쪽은 시비를 걸린 쪽이라서 어렵습니다. 시비를 안 걸면 좋을텐데요, 얼마나 성격이 나쁘면 아무한테나 시비를 거는 걸까요? 다른 학교 학생이면 정말 이유없는 시비일텐데요.
“...걱정하는 친구 없어요? 아니면 좋아하는 거.”
싸우고 나서 다친 모습을 보면 크게 속상해하고 걱정할 것 같은 얼굴들을 생각하면 참아질 지도 몰라요. 아니면 좋아하는 걸 떠올리면 짜증이 누그러져서 참아질 지도 모릅니다. ...가족은 혹시 몰라서 일부러 제외했습니다. 와타누키 씨, 저번에 집 들어가기 싫어했으니까요.
>>840 토아가 환장하는건... 당근! 하루종일도 먹을수 있어! 어릴적엔 당근 싫어할 나이인데도 보통 그런 친구들에게 당근먹어! 몸에 좋아! 하면서 영업하다가 갑자기 죄책감이 들어서 속죄하고자(?) 축시참배(저주 아님)를 하며 머리에 초가 아니라 당근을 꽂고 신사를 돌았다지! 🤣
"사람이 알지 못할 모든 괴이한 것들의 이름이기도 하고, 수호신이기도 귀鬼이기도 하며 부와 재물과 복을 가져다주는 요물이지. 장황해도 그나마 줄여서 이 정도?"
어디에서나 알 법한 유명한 신화 속의 존재였거나 다른 직관적인 개념의 신이었다면 편했을 거라는 생각이 이럴 때마다 들어오게 된다. 그래도 제 나름으론 신으로서의 자존심이 있는지 귀찮고 번거롭다면서도 필요한 소개만큼은 그럭저럭 제대로 하고 있다. 부루퉁한 표정 나왔던 것이 언제였는지 상대의 표정은 순식간에 호기심 깃들다, 이제는 정답자의 뿌듯함을 빛내고 있다. 말 한 마디에 솔직하게 드러나는 반응이 꽤나 좋은 의미로 우습다 생각한다. 따지고 보면 알기 쉬운 것은 저 역시도 마찬가지인 주제에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사실 오답이야." 알기 쉬운 도깨비 양반은 그래서 참지 않고 또 한 마디 장난질 시작했다. "응, 방금은 거짓말!" 곧장 정정하긴 했지만서도.
"잘 지내는 것처럼 보이지?"
미유키의 질문에 그는 제 얼굴 가리키는 것으로 긴 말 대신했다. 아닌 게 아니라 손가락 끝이 가리킨 표정은 근심 한 점 찾아보지 못할 활짝 핀 쾌인의 얼굴이다. 당황하다가도 또다시 진지하게 고민해 주는 얼굴 바라보며 싱글싱글 웃던 그도 금세 반격을 당했다. 곧바로 생각 없다 즉답하려 했으나 듣고 나니 조금 다른 생각이 드는 듯도 하다. 그는 딴데로 눈 굴리며 물끄러미 바라보던 시선으로부터 슬그머니 몸 빼려 했다. 그러나 과연 부엉이신의 눈빛이라서 그런가, 도망가지 못하고 곧 답을 돌려주었다.
"글쎄. 마음먹고 찾아야겠다는 생각까지는 안 하지만 그런 연이 생기면 어떤 기분일지 궁금하기는 해. 호기심은 조금 드네."
멍든 곳을 꾹 누르면 엄청 아픕니다. 상처에 소독약만 발라도 따가워서 꾹 참아야 하는걸요. 물론 그렇게 와타누키 씨를 괴롭힐 생각은 없어요! 그냥, 단지 손해가 맞다고 말하고 싶었을 뿐이였습니다. 그렇게나 아픈게 어떻게 손해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다 나을 때까지 계속 신경써줘야 하는데, 정말 손해가 아니라고 말한다면 자기 몸을 안 챙긴다는 소리 밖에 안 됩니다. ...설마 와타누키 씨, 저 상처들을 방치할 생각은 아니겠죠?
“...화내는 친구는 해줄 수 있어요. 다칠 때마다 바보냐고 백번 넘게 말해줄 수 있습니다.”
걱정하는 친구가 있느냐고 물었을 때, 뜸을 들이다 돌아온 대답이 확신조차 없는 대답이어서 고민했습니다. 제가 친구를 하겠다고 하면 와타누키 씨가 덜 싸우게 될까 싶어서요. 전 와타누키 씨랑 친구를 해도 괜찮고, 다치는 걸 걱정하는 건 자연스러운 거니까 어렵지 않아요. 하지만 그건 제 입장입니다. 와타누키 씨가 저를 친구로 삼아도 되는지는 모르는 이야기입니다. 저보다는 더 좋고 멋진 친구를 만들 수 있을테니까요, 와타누키 씨만큼 상냥하고 친절한 친구가 나을테니까요. 괜히 말했다 싶어졌습니다. 아주 작아져서 아무에게도 안 보일만큼 작아져서 숨고 싶은 기분이 돼요. 애초에 누가 친구를 이렇게 만들겠어요! 바보라고 백번 넘게 말해주는 친구를 갖고 싶어하는 사람을 없을 거에요. 저도 별로 갖고 싶지 않습니다...
“좋아하는 걸 떠올리면 덜 짜증날테니까요. ...없어요?”
다들 그런 게 아닌걸까요? 아니면, 와타누키 씨는 좋아하는 것도 확신을 가지지 못하는 걸지도 모릅니다. 손만 잘 간수할게 아니었어요. 말도 조심해서 했어야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