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움, 공포, 불안, 혼란, 초조, 공황, 엿보려 하지 않아도 피부에 와닿도록 생생한 원초의 감정들. 그를 귀鬼로서 있도록 하는 근원이자 한때는 환락을 대신하여 좇았던 강렬한 자극이다. 히죽 비어져 나오려는 웃음을 가려낸다. 얼굴께로 들어올린 한손이 입가를 덮어 지그시 짓누름에도 들뜨는 기의가 쉽게 가라앉지 않는다. 숨죽여 채 음성이 되지 못한 웃음이 참지 못할 증세와 같이 발작적으로 새다, 기어이 흘러나온 몇 번의 웃음 뒤로 대소하고 말았다. 한바탕 터뜨리고 나서야 찰나에 튄 불티 같은 소강이 찾아들었다. 그 사이 감정의 잔여물을 가라앉히고자 하며, 그는 차분히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엉뚱한 생각이라도 해 봐. 그렇게 반응해 주니까 고마운데, 계속 겁먹고 있으면 나도 곤란해서."
이대로 쭉 대치하고 있다간 한쪽은 웃고 한쪽은 무서워하느라 대화도 되지 않을 뿐더러, 그가 기분을 조절하기도 힘들어진다. 감정이 지나치게 들떴다간 또 행동을 조절하지 못하고 사고나 크게 치게 되겠지. 모르긴 몰라도 그렇게 된다면 제법 무시무시한 형을 받지 않을까. 그는 넘어진 사에에게 다가가는 대신 저 역시 바닥에 편히 자리잡고 앉아서 눈높이를 맞추었다. 꽤나 놀리라고 생각은 했다만 이 정도로 격한 반응이 돌아올 거라곤 예상하지 못했다. 무엇 때문일까? 그저 범인으로서 마땅히 가질 법한 두려움인지, 그것을 가중한 원인이 더하여 있는 탓인지 알 수가 없다. 그로서도 나름대로 곤혹스럽게 된 상황이라 앉은 채 한쪽 다리 세우고 무릎 위에 팔 올려 턱 괸 자세로 괴롭히고 싶은 마음 동하지 않고자 열중하고 있다. 웃지 말자, 나는 지금부터 최선을 다해 울적할 거다……. 발을 동동거리듯 손가락으로 제 얼굴 툭툭 쳐 대던 손짓이 떨려오는 물음을 듣고 뚝 멎었다.
"신이야. 유일신 같은 건 아니고, 일본에서 흔히 통하는 계열의 그런 쪽."
말 마친 그가 씩 웃어 보인다. 이번에는 간헐적으로 튀어나왔던 음산한 웃음 따위가 아닌, 불량 청소년으로서 종종 보였던 산뜻하고 장난스러운 미소다. 아직껏 그놈의 눈 형형하게 빛나는 와중이라 과연 본 의미대로 통할지는 모르겠다만.
>>7 오. 그런데 린이 술 깨고 괜찮은 거 맞는거죠? 저거 뒷수습 제대로 해야할텐데. (갸웃) 술김에 이야기한 것이 큰 것 같아서 뒷수습 제대로 안할 것 같은데..(갸웃22)
>>8 물론 저에게 바쁜 것을 이야기하거나 사정이 있다는 것을 말해준 분도 있긴 해서.. 그런 분들은 제외하겠지만 그것을 제외하고서라도 안보이는 분들이 몇 있긴 하니까요. 그 분들에겐 지금 이 기간이 마지막 기회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일단 기다려보면 자연히 답은 나오게 되겠죠. 역시.
또다시 한껏 습기 서린 축축한 웃음이다. 저 이름 모를 섬뜩한 존재는 불안이 심장을 움켜쥘 때마다 줄곧 기뻐서 어쩔 줄 몰라 한다. 미련하게 지레 겁은 겁대로 다 먹어놓고서 이제야 뒤늦게 상기했다. 미야나기는 차라리 모든 게 연극이었으면 하고 바랐다! 붉은 휘장을 내림과 동시에 휘발되어 사라질. 피부 속을 파고 드는 날 벼린 시선에 손바닥 안으로 차가운 땀이 고였다. 생각. 뭐라도 좋으니 생각해내야 한다지만 그저 멍했다. 달리 아무런 생각도 떠오르지 않았다. 머리는 온전히 죽어버린 상태에서 가라앉은 목소리만 얼핏 들려왔다. 묘안은커녕 늘 해왔던 잡념조차 벙어리처럼 입을 닫아버렸지만, 필사적으로 부서지는 생각을 어떻게든 이으려 애썼다. 다행히도 그건 무대 위의 광대에겐 익숙한 일이니 어렵기만 한 건 아니었다. 스스로를 세뇌하는 것은 평소에도 곧잘 하던 짓이다. 몸을 낮춰 눈높이를 나란히 두었을 때는—순간적으로 맥박이 파도처럼 요동치긴 했다—조금이나마 진정한 얼굴이었던 듯했다. “······신?” 멍청하게 한 글자 굴려 이 낯선 현상에 붙여줄 태고의 단어를 주워들었다. 이름을 돌려준 덕인지 날선 경계심도 약간 누그러지는 듯했다. 물론 부유하는 혼탁한 감정들이 죄 사그러든 건 아니다. 그녀는 신의 미소를 차마 받아내지 못하고 고개를 사선으로 내리깔았다.
“아. 아아······. 네. 네, 그쵸. 맞다. 데려다, 그래야······.“
황급히 몸을 일으키다 말고 두어 번 휘청거린 후에 두 다리로 간신히 선다. 헝클어진 옷자락에 흙먼지와 나무 거스러미가 뒤엉켜 흉한 몰골이었다. 미야나기는 그대로 얼 빠진 태엽 인형처럼 무작정 비척비척 걸었다. 그마저도 열 발자국 못 가 아차 싶었는지 허겁지겁 되돌아왔지만. 창백한 석상처럼 굳어있어도 은빛으로 식은 숨결에 미동은 일었다.
“······얼른 돌아가요.“
젖은 땀이 밤기온에 말라붙어 작게 떨었다. 더이상 만취해 보이지는 않으니 구태여 부축할 필요도 없을 테다.
공포가 한 차례 극적인 절정에 달한 이후로는 느릿할지언정 확실하게 내려앉을 하강만이 남아 기다릴 뿐이다. 그는 점차로 가라앉아 가는 기분을 느끼며 이제까지의 쾌활함을 다시금 표방한다. 이미 아무것도 모르는 유쾌한 골통 연기하기엔 조금 흠이 생겨 버렸다지만 그래도 이 편이 이야기하기엔 더 낫지 않겠나.
"이 나라 말로 뭐라더라, 세상 어디에나 신이 있다잖아. 그게 허황된 믿음이 아니라 진짜라는 거지."
강습하는 교사처럼 손가락 척 들어올리고 설명하는 투가 제법 친절하다. 상황이 짐작과는 달리 흘러갔다 해도 그가 이 상황을 즐기고 있음은 분명했다. 그야 신에 관해 모르는 인간 상대로는 얼마만에 밝히는지도 가물가물할 만큼 오랜만에 겪는 일인걸! 천 수백 평생에 비슷한 일 몇 번쯤 있었다지만 너무 옛적이라 그 인간들도 죄 죽어서 이제는 뼈도 못 추릴 거다. 말하자면 지금은 그에게도 기념비적인 상황인 셈이다. 그래서인지 그는 평소보다 조금쯤 조심스러운 투로 접근하고 있었다. 비척거리는 사에에게 슬며시 몸 기울이고는 수삽스러운 양 손을 제 두 뺨 감싸며 짐짓 발갛게 웃는 것 아닌가.
"너무 긴장하면 무안해. 웃은 건 미안한데 그건 내가 날 때부터 그렇게 생겨먹은 거라서 어쩔 수가 없거든. 생리현상이라고 해야 하나. 그래도 난 꽤 열심히 참았다?"
…그래, '비교적' 조심한 게 이 꼴이라지만. 이래서는 내가 겁박이라도 한 것 같지 않나! 이미 본의 아니게 겁박 비슷한 것을 몇 번이나 했다는 사실은 양심에 와닿지도 않는가 보다. 비량은 그런 마음을 세세하게 헤아려주기엔 섬세하지도 상냥하지도 않은 신이라. 하지만 딴에는 노력한 게 맞다. 곧이어 성냥불이 훅 꺼져 사라지듯, 신이한 광망 번뜩이던 눈빛에 불이 꺼졌다. 이번에도 차마 분간하고 포착하기 힘든 변천을 거쳐 모습이 어느새 익히 알던 소년의 것으로 돌아가 있었다. 짝, 분위기를 환기하는 박수 소리가 이윽고 뒤따랐다.
"그래서 말인데! 뭐 궁금한 거 없어? 혹시 모르니까 미리 말하자면─ 고작 이런 것 물어본다고 대가를 받아 간다거나, 일상이 망가진다거나, 아무튼 평범한 인간이 감당하기 힘든 일은 안 일어납니다! 21세기에 함부로 사람 등쳐먹고 해하는 건 우리한테도 전근대적인 행태거든."
손뼉 친 손 그대로 꼬옥 마주잡고 또 또 그 눈 반짝거리고 있다. 눈 초롱초롱하게 빛내면서 들이대는 짓거리가 아까와 똑같다. 이쯤 되니 제발 물어봐 달라는 무언의 애원인 듯싶다. 아는 것 자랑하고 싶어서 은근슬쩍 질문을 유도하는 어린아이처럼, 어째 이쪽이 더 간절하게 질척거리고 있다.
58 층간소음에_대처하는_자캐의_모습 이 아저씨도 상식은 있어서 처음에는 말로 하지만? 역시 안 듣는다면... 물리적으로 맞대응하거나 초자연적인 현상으로 보복해...◠‿◠ 후자는 그저 윗집 사람이 조용해지기만 바랐을 뿐인데 이사까지 가 버린다는 부작용이 있지만!😉
262 고데기를_뽑았는지_안_뽑았는지_기억이_안_날_때_자캐는 그러니까 집 밖에 나왔을 때 기억이 안 나는 그런 상황인 거지? 음~ 신이라서 그냥 뿅 돌아가서 직접 확인함()
325 동료를_배신하면_살_수_있고_배신하지_않으면_무조건_죽는_상황에서_자캐는_어떤_선택을_하는가 앗 이거 곤란한데~ 누가 동료인지에 따라 다르지?
별 관심 없고 친하지도 않은 사람이면 그냥 배신! 하지만 이 아저씨 자기 목숨에 대단한 미련이 있는 편도 아니라서, 중간 정도 친하다면 기분에 따라 배신할 수도 있고 배신하지 않을 수도 있고... 소중한 사람 정도 되면 확실하게 배신 안 해. 갈 때 딱히 비장미 있게 떠나지는 않을 것 같지만🤔
으아닛. 이사까지 가버리게 만드는 초자연적인 현상이라니! 하지만 층간소음을 너무 심하게 내면 차라리 그쪽 루트가 나을 수도 있어요! 물론 집값은 떨어질지도 모르지만! ㅋㅋㅋㅋㅋㅋ 아무튼 뿅 돌아가서..ㅋㅋㅋㅋ 아앗.. 신 부러워요! 신! 그 와중에 배신할 수도 있고 배신 안 할 수도 있는 린..(빤히) 역시 친해져야만 해. 도깨비 방망이 찬스 같은 것을 얻기 위해서라도! (안돼)
...고개를 돌려버렸어요. 대화할 때 상대방과 눈을 맞추어야 한다는 말은 누가 만들었는지 모르겠어요. 평범하게 대화하는 거라면 힘내서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마주쳤다고 확인하면 대화를 하는 것도 많이 버거워요! 눈 맞추는 걸 의식없이 잘 하다가도 의식하게 되는 순간 부끄럽단 생각만 들게 됩니다. 벽 같은 걸 치고 대화하고 싶어져요.
“그럼 잡으라고 왜 말했겠어요? 웃지 마세요.”
민망합니다! 출석부를 잡고서 가는게 이상하단 건 압니다. 하지만 정말로 잡을 수 있는 곳이 없어요. 옷을 잡으면 주름이 생길지도 모르고요, 직접 손이라던지 손목이라던지 잡아서 끌고가면 우악스럽기만 합니다. 분명 쿠로사와 씨는 이런 상황이 우습다고 생각하고 웃고 있을 거에요. 그러니까 바라볼 수 없습니다. 굳이 쪽팔림을 배로 느끼고 싶지 않아요.........
“맹세도 못 하는데 당연히 못 믿습니다. 거짓말쟁이에요.”
슬쩍 건네었던 출석부를 바라보아 확인합니다. 이쪽은 제가, 저쪽은 쿠로사와 씨이자 니노미야 씨가 쥐고 있어요. 그럼 발을 뗍니다. 쿠로사와 씨 쪽을 보지 않도록 주의하면서요. 교무실까지 가는 길이 한 3초 정도 걸리는 거리였으면 좋겠습니다. 교무실까지 가는 동안 아무 일이 없이 도착해서, B반 출석부를 쿠로사와 씨에게 맡기고 바로 제 반으로 돌아가는 상상을 해요.
안녕하세요, 타카나시 하네입니다. 봄기운이 만연해진 날씨에 지금 클로버를 찾는 중입니다. 정확히는 네잎클로버를 찾고 있어요. 클로버는 원래 세잎이지만 돌연변이로 네잎짜리 클로버가 있고 행운의 상징으로 유명합니다. 다들 하교하고 조용해진 시간대인데도 학교 뒤쪽 화단에 자리를 잡은 채 바쁜 이유예요. 쭈그려 앉아서 열심히 네잎클로버를 찾고 있습니다. 전 네잎 클로버보다 세잎 클로버를 더 좋아하지만요, 특별하게 생각되는 건 네잎 클로버니까요.
‘적어도 다섯 개는.........’
늘 갖고 다니는 수첩을 뒷면부터 펼쳐 놓았어요. 클로버를 찾으면 깨끗한 페이지 사이 사이에 끼워 놓아야 하니까요. 적어도 다섯개, 운이 좋다면 일곱개는 모으고 싶은데 가능할지 모르겠습니다. ...왜냐하면 전 요즘 운이 나쁜 것 같거든요. 학교에서 했던 이벤트 때문에 그런 생각을 합니다. 점수를 모아야 하는 이벤트에서 점수를 모을 수가 없었어요. 운이 나쁘단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폭탄만 몇 번을 보았는지, 겨우 모은 2점이라는 작은 점수도 순식간에 날려버리고, 마지막 한 번으로 얻은 점수는 5점이라 상품 교환은 생각도 못하게 되었습니다. 상품을 원한 건 아니었지만요, 이렇게까지 약올림 당하고 싶진 않잖아요!
‘.........그때 못 쓴 운 지금 쓰게 해주세요.’
어느 신님에게 닿을지 모르는 소원을 빕니다. 클로버의 신이 있으면 좋겠어요. 네잎 클로버가 있는 곳을 바로바로 찾아주시겠죠.
학생회실에 앉아있던 치아키는 모두에게 그렇게 말을 하고 아직 오지 않은 임원에게는 그렇게 메시지를 보냈다. 학생회라고 해서 매번 바쁜 것은 아니었다. 물론 이후에야 조금 바빠지기야 하겠지만 적어도 지금 당장은 아니었다. 얼마전에 커다란 이벤트도 하나 성공적으로 마친만큼 ㅡ물론 폭탄 세례를 받은 학생들이 항의를 해서 쩔쩔맨 것은 있었다.ㅡ 당장은 학생회도 휴식기였다. 치아키 역시 서류 작업을 마무리짓고 마지막으로 학교를 한바퀴 돌다가 집으로 돌아가야겠다고 생각하며 학생회실 밖으로 나섰다.
그렇게 잠시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는 와중 우연히 그는 학교 뒤에 있는 화단으로 향했다. 하루노하나 마츠리만큼 화려한 꽃은 없겠지만 소소하게 꽃이나 식물을 구경하긴 딱 좋은 느낌이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끔 꽃이 자라나면 그것을 무단으로 꺾거나 훼손하는 이들이 있었기에 가끔은 순찰을 돌 필요도 있었다. 물론 그런 일은 보통 선도부 담당이긴 했으나 가끔은 학생회장인 자신이 가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아. 이렇게 모범적인 학생회장 없다니까. 스스로 자뻑을 속으로 하면서 그는 괜히 어깨를 으쓱했다.
"어라."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인가. 화단에 쭈그러 앉아서 뭔가를 뒤적이고 있는 여학생의 모습이 보였다. 그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던 치아키는 피식 웃었고 정말로 소리없이 살금살금 다가갔다. 물론 약간의 인기척은 느껴졌을지도 모르지만 그럼에도 최대한 살금살금 다가간 그는 그녀의 뒤에서 굵은 목소리를 내면서 놀래키려고 했다.
네개, 혹은 여섯개입니다. 아직 하나 밖에 못 찾았는데 찾을 수 있을까 싶어졌어요. 해가 다 떨어지고서야 집에 가게 될 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봄기운이 만연하단 건 여름도 곧 찾아온단 뜻이고, 여름은 해가 제일 긴 계절이니까요. 눈을 바로 뜨고 찾아보기로 해요. 눈이 금방 피곤해지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조용하고, 봄 햇살이 따뜻하고, 제가 네잎클로버를 찾는 손길에 클로버들끼리 스치는 소리만 들려요. 멀찍이서 부활동을 하는 학생들 소리도 울리는 것 같고, 그리고...
’선생님, 아니, 후배 양이라고 부른다면 선배님일텐데!‘
웬 호통 소리도요. 깜짝 놀라서 뒤로 넘어졌지만요, 쭈그려 앉아있다가 넘어진 거니 단순히 주저앉은 수준입니다. 그래서 아프진 않지만 놀라기는 엄청 놀랐어요! 갑자기 심장이 떨어진 기분이었으니까요. 그리고 화단을 어지럽혔다니요, 어지럽히진 않았으니까 억울합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클로버를 하나 꺾었습니다. 훼손이에요. 혼나는 걸까요? 꽃이 아니라고 꺾어도 된다고 생각한게 잘못이었는지도 몰라요. 꽤나 난감해져서 목소리의 주인이 누구인지 확인해요. 일어날 생각도 못 했습니다.
“이, 이놈할 짓 안 했습니다.”
.........‘안녕하세요.’ 인사부터 해야했는데 이상한 말부터 튀어나가요. 학생회장 선배님이라는 걸 아니까 변명부터 해버린 거에요. 이놈할 짓 안 하기는요, 했는데도요! 꺾인 클로버 하나가 지금 수첩 사이에 있으니까요. 넘어지면서 바닥을 짚었던 손을 슬쩍 움직여서 수첩으로 향합니다. 들키면 뺏길 지도 몰라요.
주저앉아버리는 하네의 모습에 치아키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결국 키득키득 웃음소리를 내고 말았다. 너무 놀라게 했나? 하지만 크게 넘어지진 않았으니 다치진 않았을 거라고 짐작하며 치아키는 하네를 빤히 바라보다가 고개를 돌려 화단 쪽을 바라봤다. 일단 전체적으로 어지럽혀지거나 한 모습은 없었다. 특별히 꺾인 꽃도 없어보이고. 화단을 건들진 않은 것일까. 아니면 건들려고 하는데 자신이 나타난 것일까. 모든 것은 이 후배에게 물어봐야 알 수 있다고 생각하며 치아키는 잡고 일어서라는 듯 오른손을 그녀에게 내밀었다.
"글쎄. 하지만 아무리 봐도 후배 양은 쭈그러앉아서 화단을 건드리고 있었는걸. 경우에 따라서는 충분히 이놈! 할 짓이라고 생각하는데. 정확히는 나보다는 화단을 관리하는 그런 학생 쪽이겠지만 말이야. 그래도 꽃을 건들거나 한 것은 아닌 것 같으니 별 거 아니라는 듯이 넘길 확률이 커보이지만 말이야."
다시 한 번 눈으로 화단을 가볍게 훑어낸 치아키는 별로 어지럽혀진 부분은 없다고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자연히 그럼 이 후배는 쭈그러앉아서 뭘 하고 있었나? 라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 일단 물어볼 수밖에 없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치아키는 그녀를 바라보며, 정확히는 수첩으로 손을 움직이는 그녀의 모습을 바라보며 넌지시 물었다.
"그래서 말이야. 후배 양은 지금 뭘 하고 있어? 말하기 싫을지도 모르겠지만 나에게 걸렸으니 그냥 말해줬으면 좋겠는데. 어찌되었건 학생회장이니 말이야. 적어도 무슨 일을 하는지 정도는 알아야 하거든. 나도."
운이 없었다고 생각해. 그렇게 뻔뻔하게 웃어보이면서 치아키는 슬며시 수첩으로 시선을 옮겼다. 화단. 그리고 수첩. 이어 그는 어깨를 으쓱하면서 장난스럽게 이야기했다.
점수 얻기에 그리도 혈안이 되었던 것이 무색하게, 이벤트가 끝난 이후 그는 그 일들을 아주 까맣게 잊고 있었다. 오늘도 어슬렁거리며 심심풀이할 일을 찾던 중 지나가던 학생들의 대화를 듣고서야 뒤늦게 상품이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낼 수 있었다. 상품을 교환하러 가는 길에 머릿속으로 계산을 해 보았다. 그러니까 내가 몇 점이더라. 261점? 아, 아깝다. 50점 한 번만 더 나왔으면 300점인데. 가미즈나랜드에 특별한 미련까지는 없지만 딱 애매하게 못 얻으니까 무척이나 신경쓰인다! 하지만 어쩌겠나, 이미 끝난 일이니 결과를 바꿀 수도 없고. 탐나는 것도 없으니 별 수 없이 적당한 것들로 고르기로 했다.
초월자는 태연하게 가면을 쓰고 다시 유쾌한 연극을 이어나갔다. 그러나 그녀는 한순간 멸망할 미물에 불과하니 결코 이전으로 돌아갈 수는 없었다. 가면 대신 유리로 된 엉성한 탈을 쥐고서 가까스로 얼굴에 가져다 댈 뿐이다. 미야나기는 온 힘을 쥐어짜 아무렇지 않은 척 평안을 꾸며냈다. 신은 어디에나 존재한다. 아마 라틴어였던 것 같다. 그 말마따나 이 땅 위의 발 닿는 도처마다 압도적 권능의 흔적은 지긋지긋하리만치 깊숙이 남아있었다. 신이라면 아주 이골이 난다! 평생을 그 전능한 존재에게 매달려 강박적인 삶을 살았다. 내가 진짜 졸업만 하면 이 나라 당장 떠서 절대 다시는 무슨 일이 있어도 영원히 안 돌아올 거야 두고 봐라 젠장······. 그나마 신은 살벌했던 태도를 감춰 넣어두고, 이제 죽은 새를 손바닥 위에 올리는 양 조심스레 굴었으니 바짝 올라간 어깨에 힘이 빠졌다. 긴장을 풀라는 말에도 열심히 고개를 여럿 끄덕인다. ······과연 그게 참은 거라면 실성은 대체 어떻다는 건지 두렵기는 했지만. 그러는 사이에 가슴을 짓눌러 목 죄던 위압감도 안개 걷히듯 순식간에 사라진다. 그 다음 짧게 부서지는 손벽. 초월자는 다시 완연한 인간을 흉내내고 있었다.
“지, 질문······. 네, 네! 질문이요. 어, 그러니까. 그게.”
있을 리가 없다. 그저 이 신님을 무사히 모셔다드리고 얼른 사라져버리고 싶다! ‘하느님을 만나면 어떤 걸 물어볼 거야?‘ 하는 의미 없는 논쟁도 까맣게 잊어 기억나지 않는다. 왜 하필 자신에게 친히 본모습을 드러냈냐는 의문? ······알고 싶지 않은 섬뜩한 대답을 들어버릴까 봐 불안하다. 질문 대신 신에게 빌 소원에 대한 되도 않는 토론의 답변—소원 백 개 들어주세요—밖에 생각 안 나니 환장할 노릇이다. 하지만 이 이상 질문을 지체할 수도 없었다. 눈까지 뭇별처럼 반짝여대며 기대하는데 부응하지 않으면 죽을 거다! 그녀는 억지로 질문을 하나 생각한다.
“신께 미움받은 인간은 어떻게 되는 걸까요?”
간신히 떠올려낸 것 치고 매우 실용적인 질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뒷산에 검은 여우가 나타난다는 흉흉한 소문이 나돌던 참이었으니까. 어. 근데 이제 미움 산 신이 둘이 됐네. 맙소사. 미야나기는 일순 죽고 싶어진다.
손입니다. 손이 제 앞에 내밀어져 있어요. 잠시 무슨 뜻인지 이해하지 못 하고 깜빡거리며 손을 바라보다가, 뒤늦게 깨달아요. 제가 지금 넘어져있기는 하니까 아마도 잡고 일어나라고 내밀어주신 것 같습니다. 화단을 어지럽히고 있단 오해만 안 받았으면 바로 이해했을 거에요. 꺾은 꽃이라던지 클로버를 내놓으라는 줄로만 알았다고요. 하지만 이해했어도요, 방금까지 클로버를 찾겠다고 화단을 뒤적거리고 있던 손입니다. 깨끗할 리가 없어요. 넘어지면서 바닥도 짚었습니다. 그러니까 잡지 못 합니다.
“더러워요. 안 됩니다.”
흙먼지를 뒤집어쓴 아예 엉망진창인 손은 아니지만요. 그리고 겸사 다른 손은 수첩을 쥐었어요. 네잎 클로버가 떨어지지 않게 잘 쥡니다. 가방에 넣어야 해요. 가방을 계속 메고 있을 걸 그랬습니다. 자연스럽게 수첩을 가방에 넣고, 가방을 둘러멘 다음에 자리를 비키면 완벽해요. 가방 쪽으로 시선을 옮깁니다.
“......권력남용.”
별 거 아니란 듯이 넘길 확률이 클 것 같다고 얘기해주셔서 안심했는데, 아니었어요. 무얼 하고 있는 지 알려달라고 합니다. 알려주면 혼날 것 같은데, 수첩도 이미 들켰어요! 수첩까지 통째로 빼앗기면 안 됩니다. 클로버 스티커들이 이 수첩에 있는걸요! 수첩을 더 꼬옥 쥡니다. 혼자서, 스스로, 칭찬 스티커를 모으고 있단 걸 들키면 정말 학교에 다닐 수 없어요.
“...........................QR 코드 찾고 있었어요.”
이벤트가 끝난 건 압니다. 하지만 변명이 마뜩찮았어요. 수첩은, 점수 계산용이었던 걸로 합니다. ...학생회장 선배님을 바라볼 수 없어요.
"안 더러워. 땅 좀 만졌다고 더러운 손이라면 이 세상 대부분의 손이 완전 더럽게? 무엇보다 나도 방금 전까지 학생회실 청소하고 왔는걸."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듯이 치아키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물론 이렇게 말한다고 해서 이 후배가 자신의 손을 잡아서 잡고 일어날지는 알 수 없었다. 물론 안 잡는다고 한다면 치아키 역시 굳이 손을 계속 내밀거나 하진 않았을 것이다. 적어도 이 후배를 곤란하게 할 생각은 없었으니까. 그 와중에도 치아키의 시선은 하네를 향해 있었기에 그녀의 시선이 다른 곳을 향하고 있다는 것도 바로 알아챌 수 있었다. 물론 그 시선이 어디로 향하는지까진 알 수 없었지만.
"학생회장이니까 수상한 행적을 보면 물을 수밖에 없는걸. 이게 권력남용이라면 나는 학교의 질서를 지키기 위해서 마음껏 권력남용을 할게. 아무튼 QR코드? 아차. 그 이벤트 이미 끝났는데 말이야. 무엇보다 인식도 되지 않을텐데. 지금 기간엔."
수첩을 꼬옥 쥐고 있는 모습으로 보아 아마도 비밀은 저 수첩에 있는 것이 분명해보였다. 그리고 뜸을 길게 들인 것으로 보아 필시 QR코드는 핑계라는 것도 치아키는 짐작할 수 있었다. 무슨 일인진 모르겠지만 말하기 싫은 것이겠지. 혹은 말하면 안되는 것이라던가. 작게 웃는 모습을 보이면서 치아키는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 상태에서 그는 무릎을 쭈그린 후에 그녀를 바라보면서 물었다.
"그렇다면 타카나시 양. 이것만 물어볼게. 타카나시 양은 다른 이들 몰래 나쁜 짓을 하고 있었어? 나는 그런 것 같진 않아보이거든. 정말로 나쁜 짓을 했다고 한다면 지금 이 자리를 빠르게 빠져나가고 도망치려고 했을텐데 그런 모습은 보이지 않는 것 같아서 말이야. 사실 대체로 그렇거든. 담배 피는 애들을 발견하면 걔들은 바로 뒤도 안 돌아보고 도망치지. 굳이 그 자리에는 남지 않더라고. 혹은 까칠하게 대든다던가. 그런데 그런 케이스도 아니고."
이어 안심을 시키려는 듯, 치아키는 사람 좋은 미소를 지은 후에 자신의 머리카락을 손으로 정리했다. 그리고 그는 화단 쪽을 바라보면서 부드럽게 말을 이었다.
그간의 경험 상 이런 상황에 맞닥뜨린 평범한 인간이 던지게 될 질문은 대체로 한정되어 있다. 그의 정확한 정체가 무엇이고 목적이 무엇인지처럼 눈앞의 신에게 집중하거나, 인간이 닿지 못할 그들의 세계에 관해 묻거나, 호기롭게 진솔한 대화와 요구를 청하는 경우도, 그도 아니라면 차마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공연히 목숨을 구걸한하는 사례도 있다. ……언제나 느낀다만 마지막 경우는 도대체 왜 그러는 건지 모르겠다. 언제 죽인다고 하기나 했나! 달리 무섭게 을러댄 적도 없는데 말이다. 자기를 돌아볼 줄 모르니 이 마음씨 꼬인 귀신도 딴에는 억울한 지점이 있단다. 그런 의미에서 그는 상대방에 대한 평가에 속으로 한 줄을 추가했다. 단시간만에 벌떡 일어나서 척척 잘도 걷는 이 여자아이는 심력도 신체도 꽤 강인하다 할 수 있겠다─라고. 이리저리 떠도는 잡념의 끝에 들려온 대답은 예상했던 범위를 벗어난 의외로운 것이다. "'미움'이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인데?" 그는 고개를 기울이고 잠시 골몰하는 듯하더니 번쩍 고개 들었다가, 금세 명랑한 투로 답 돌려준다.
"그냥 감정적으로 아니꼽고 말 정도의 미움이라면 별일 없을걸. 정말 마땅하다 싶은 당위가 없으면 웬만해선 아무나 심하게 못 괴롭혀. 그런데 확실하게 죄 지어 잘못한 게 있는 쪽이라면…… 역시 벌 받겠지?"
어느 쪽인지 모르니 우선은 정석적인 대답이다. 그러나 가장 먼저 물어본 질문이 이쪽이라면, 상대가 어느 경우에 해당하는지 자연히 짐작이 가기 마련이라. 싱긋 웃으며 곧바로 반문한다.
"보통은 다른 걸 먼저 물어보는데 신기하네! 어디서 들은 얘기나 찔리는 일이라도 있어?"
흐음, 그리고 곧바로 낮은 소리 흘리며 턱 짚고 짐짓 심각한 척을 해준다. 본심으로는 흥밋거리 삼고 싶은 마음 꽤 있지만, 그는 이 여자애에게 불필요한 일이었을지언정 어쨌거나 도움 받았으니까 말이다. 오늘은 이 애 덕분에 재밌는 일 많았으니 도움 되는 일 해줄 생각도 있고. 나름대로 은혜 아는 신이니 예의상 대놓고 즐거워하며 기대하지는 않고 있다. 하지만 제 일 아니라고 캐묻는 태도가 얄미울 정도로 뻔뻔한 것만은 감출 수 없었다.
281 소중한_사람이_자장가를_불러달라고_하면_자캐는_불러줄_수_있는가 오~ 갑자기 어리광이라도 부리고 싶은 거냐고 좀 놀려먹긴 해도 순순히 불러주지!!! 요청에 따라 오리지널 리믹스 어쿠스틱 락 EDM 등등 변주도 가능합니다(?)
77 자캐는_아침형_인간_vs_저녁형_인간 원래는 저녁형이었지만(당연함 야행성임) 생활습관 바꾼 지금도 딱히 크게 힘들어하지는 않아~ 따지고 보면 예전에도 잠 안 자고 낮 새고 지낼 때 많았고... 이 아저씨 사전에 눈 뜨고 있는 동안 비실비실함이란 없다 ( •̀∀•́ )✧
404 자캐는_토마토파스타_vs_크림파스타_vs_오일파스타 셋 다 잘 먹지만 3중1택이라면 토마토!!! 느끼한 것보다는 토마토가 약간 더 좋대!
오히려 저녁에 시간이 없다니...😱 잠깐이라도 핑퐁할 시간이 있다면 나로도 괜찮을지! 🤭 나도 한동안 김토아씨 안잡았던지라 감을 잃었을수도 있으니까~ 한가지 고민이라면 케이가 3학년이란 것일진대... 🤔
린주도 안녕 반가워~ 🤗 아무래도 각자 여유있는 시간도 다르다보니 어쩔수 없겠지! 당장 나만해도 여러 변수 때문에 바쁜날이 있으면 한가한날도 있는 거니까! 🤣 자장가를 락으로까지 변주해줄 수 있지만 파스타는 토마토가 더 좋은 린이라... 좋은 고찰거리가 될수 있겠어... 🤔
린주 어서와~!~! 다음에 만나서 돌리면 되지~ 나 또한 일상을 더 열심히 구하고 그래야겠어(비장) 그나저나 린의 자장가 ㅋㅋㅋㅋㅋㅋ 뭔가 변주가 대단한데 ㅋㅋㅋㅋㅋㅋ 비실비실한 린 상상 안되기도 하고. 파스타집 가는 도깨비님 귀하다...!
>>172 오~ 좋아좋아! 으으으으음, 아 혹시 괜찮다면 선관 찔러봐도 괜찮을까? 시트 읽으면서 한 생각이 이나바 님도 비슷한 동물신이고 케이도 예------전에 자신의 신사를 번창시킬 생각도 있었어서(중간에 그만뒀지만) 그 옛날 이나바 님한테 조언을 구하러 간 적이 있어서 안면이 있다거나. 그래서 이번에 인간 세계로 휴가를 왔을 때 이나바 님 인사드리러 갔다가 토아와도 안면이 생겼다거나 하는..... 어려울 것 같으면 초면도 괜찮아!
>>174 괜찮다면 이런 선관도 재미있을 것 같아서~ ㅋㅋㅋㅋ 처음에 신사 짓고 신자 모집할 때만 해도 자영업(?)의 꿈을 안고 이나바 님이나 주변 신들에게 이런 저런 조언도 구했다가 이내 여우구슬도 도난당하고 지켜보고 있던 도둑놈도 죽고 나니 왠지 열정이 식어서 그만뒀대. 이나바 님은 근성이 없다고 생각하실지도 모르지만 ㅋㅋㅋㅋㅋㅋㅋㅋ..... 토아가 케이에 대해 시시콜콜 다 알고 있다고 해도 좋아~~~~ 검은 여우가 털이 많이 빠진다더라 라는 것이라던가 신사 짓는다고 찾아왔을 때는 꼬리가 하나였는데 지금은 아홉개가 되었다거나(네?)
>>180 ㅋㅋㅋㅋㅋㅋㅋ 이나바님 ㅋㅋㅋㅋㅋㅋㅋㅋ 케이도 아마 그 때 얼굴만 보고 이나바님한테 토아에 대한 칭찬(?)을 많이 들어서 알고 있기는 했는데 가미즈나 고등학교에서 다시 보게 될 줄은 몰랐다거나~ 그럼 상황은 가미즈나고 내에서 우연히 만나서 어? 하는 상황이 좋으려나?
시원하면서 포근했던 바람도 이젠 따스한 기운을 머금을 때가 되었을까, 그런 작은 변화에 무덤덤한 이들에겐 딱히 와닿지 않을 말일 수도 있지만 뺨을 스치는 바람 한줄기에도 여러 변화가 있음을 알아채는 이들에겐 다가올 다음 계절을 기대하는 때이기도 했다.
축제 이후의 늦봄은 아무리 매사에 예민한 소녀라 하더라도 약간의 여유로움을 안겨주었으며 그렇기에 새로운 장소에 대한 긴장감도 제법 풀리는 시기였을 터다. 조금 과장되게 말하자면, 가미즈나마저 또 하나의 고향이 된 기분일까?
이젠 익숙해지다 못해 눈을 감아도 대강의 위치를 파악할 것 같은 교내 건물들을 바라보며 본관 외곽을 빙글빙글 돌고 있었다. 이 시기의 토끼들은 어찌 지낼런지 궁금해지기도 했지만 잠깐의 사색 이후에 가도 딱히 늦지는 않을테니, 그런 잡다한 생각을 하던 와중에 반대편에서 어디선가 본적이 있던 인물이 가까워지는 것을 보았다.
새까만 머리칼과 눈동자에 대비되는 하얀 피부, 어쩌면 자신보다 더 검고 희었을 날카로운듯 하면서도 순한 인상을 언젠가 한번 마주한적이 있었다.
"이런 곳에서 뵙다니, 우연이라 해도 어찌 이런 우연이 있을까요?"
가물가물할지도 모르고, 어쩌면 상대방도 그럴지 몰랐으나 그 인상만큼은 쉽게 지워지지 않았다. 어쩌면 제 섬기는 이에게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었던 생김새이기에 더욱 뇌리에서 잊혀지지 않았을지도,
나른하게 뻗어오는 봄볕과 졸음을 몰고 오는 바람이 떠나가는 것이 못내 아쉬운 것이라, 그 봄날의 정취를 퍽 좋아했던 검은 여우, 케이는 교내 주변을 산책하던 중 의외의 인물을 만났다.
“아, 이나바 님의 아해(兒孩)가 아닌가요. 이곳에서 볼 줄이야....”
퍽 놀랄 일 없는 케이에게도 면식 있는 인간을 이곳에서 만나는 것은 꽤나 놀랄 만한 일이었는지 눈을 깜빡이다가 이내 부드럽게 웃어 보였다. 가벼운 인사를 건낸다.
그러니까, 예전에 신세를 졌었던 이나바노오키노시로 님이 돌보는 후손 중 한 명이었다. 약 2년 전 인간 세계로 놀러오는 김에 이나바 님의 신사에 인사를 하러 들렀다가 얼굴을 본 적이 있다. 잠시 인사한 것이지만 이나바 님이 얼마나 자랑을 하며 이야기를 하시던지 잊을 수가 없는 인상이기도 했다. 그야 토끼를 닮은 생김새가 딱 이나바 님이 좋아할 만했다. 물론 대체로 모든 신들이 그러하듯 자신의 권속을 사랑할 수밖에 없긴 하지만 말이다.
“2년 만이로군요. 꽤 거리가 있는 걸로 아는데 고등학교 진학을 이곳으로 온 것인가요?”
이나바 님께 인사할 때에는 굳이 거처를 정하지 않았기에 인간 세계에 나들이를 왔다 하였기에 제가 가미즈나에 있다는 것은 아마 몰랐을 터인데 이곳에서 이 아이를 만난 것은 꽤나 우연이라 신기했다. 이나바 님의 신전과도 가깝지는 않은 거리지 않던가.
이 눈치 좋은 신이 미카의 원망을 모를리가 없다. 잠시 살살 달래어 저 날카로운 가시 잠재워볼까 생각해보지 않은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구태여 문을 잠구어 억지로 붙잡은 까닭은, 솔직하지 못한 미카에 괜히 심술이 난 까닭이오, 억지가 통할 것 같은 상대인 까닭이다. 요컨대 잘 붙들어 놓아 이리저리 끌고다녀보면 저 날카로운 가시도 조금 뭉툭해지지 않을까하여 늙은 놈이 꼬장을 부리고 있다는 소리였다.
"에이ㅡ 한 번만 도와줘요. 혼자하는 청소는 심심해서 그래요."
도와달라는 것치고는 놈 혼자 척척 잘 해내는 낌새가 있다. 미카가 한 번 빗자루질 할 때 이곳 한번, 저곳 한번, 우리 구석구석 돌아다니며 청소하는 모습을 보니 굳이 미카를 가둬둘 필요도 없어보이는데...
"토끼 만질때는 싫다, 싫다하면서도 한숨 한 번 안쉬더니, 역시 청소보다는 토끼가 좋으시지요?"
"네게 너무 질투가 나." 안즈: ...그렇구나! 사실 네가 무슨 부분을 보고 그렇게 말하는지 알 것 같기도 해. 우리는 모두 타인이고 그래서 보지 못하는 부분이 있으니까. ...... 응? 아니야, 별말 아니었어. 하여간에 내가 말하고픈 건 이거야. 너도 네 나름대로 멋진 사람이라느니 나는 네 생각만큼 멋진 사람이 아니라느니 이런 말은 너에게 잘 닿지 않을 테니까, 응, 그런 건 스스로 깨달아야 납득이 되는 말이거든! 그러니까 이런 말이나 할까나... 내 멋진 점만을 봐줘서 고마워.
"배워 보고 싶은 취미는?" 안즈: 어... 악기? 건반 같은 거 말이야. 내가 노래할 때 직접 반주를 깔아보고 싶을 때도 있긴 하거든!
"어떤 초능력을 얻고 싶어?" 안즈: 순간이동!!! 학교에 편하고 빠르게 가고 싶어~!!
#shindanmaker https://kr.shindanmaker.com/770083 다들 안녕하세요!!!! 좋은 오후네요~!!
이런 곳에서 마주치리라곤 생각도 못했기에, 더욱이 1학년과 3학년이라는 아슬한 학년차가 있기에 자신도 놀라는건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물론 그와의 첫 만남이 그렇게까지 오래된 일도 아니기에 쉽게 잊힐리야 있겠냐만, 아무래도 더 의외라 여긴 것은 상대방이었는지 잠깐 눈을 깜박이다가 곧 부드러운 미소와 함께 인사를 건네는 그에게 예를 담아 꾸벅 인사를 해보이는 것은 아마도 숨길수 없는 성미였던 모양이다. 그 일련의 행동엔 여전히 절제된 모습이 남아있었지만 그럼에도 그를 만난 것은 확실한 반가움이었기에 조금은 더 온화한 분위기였고, 항상 애매하게만 느껴지던 표정 역시 조금은 누그러진듯 약하게나마 웃음을 띄고 있었다.
"역시 제가 이곳으로 이끌려온 것도 곧 이리 될 운명이었기에 그러했겠지요."
여러 존재(신), 여러 문화를 배우기 위해 그런 것들이 가장 크게 맞물려있을 가미즈나에 온 것이라지만... 아무리 그렇다 해도 설마 같은 학교의 학생으로 만날줄이야, 당연히 그럴리 없겠다만 만에 하나라도 자신이 이곳으로 오지 않았다면 이런 극적인 재회 또한 없었을 것이다. 언젠가는 어떻게든 마주쳤을지도 모를 일이지만, 인생이란건 언제나 들쭉날쭉 했으니...
"말씀대로 거리상의 문제가 있기에 걱정거리가 전혀 없다면 그것 또한 거짓이겠습니다만, 배우기 위해 온 것이니 그 어떤 불만도 없답니다. 더욱이, 주신님과 부모님의 조언과 배려 덕분에 이곳으로 오게 되어 이렇게 학교의 선배님으로써 재회하게 되었으니... 이 또한 묵묵히 길을 나아가는 제게 주어진 하나의 요행이 아닐런지요?"
다소 과장된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뭐라 해도 납득할 수밖에 없는 사실이었기에 살짝 농담을 던져보았다. 아무리 자신이 신을 섬기는 이라 해도 이곳에서만 그런 신적 존재를 다수 접한 것은 우연이라기엔 조금 작위적일 수도 있겠지만...
여전히 심기 불편한 듯 궁시렁댄다 싫증도 나는지 빗자루질이 영 시원찮지만 알게 모르게 꼼꼼히 쓸어대는 걸 보면 억지로 떠밀렸더라도 대충 할 생각은 없는 성싶다 ...그냥 빨리 나가고 싶은 걸수도 있고 다시 짧은 한숨을 내쉰 뒤 미카는 묵묵히 토끼장을 쓴다 이어지는 말에도 별 대꾸 않지만 빗자루질 하면서도 혹여나 토끼 다칠까 녀석들을 슬금슬금 피해주는 걸 보면 답은 불 보듯 뻔하다
저도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어요. 손을 잡아도 괜찮다는 듯이 말해도 저는 잡을 수 없습니다. 손을 닦거나 손수건이 있는게 아니라면 괜히 선배님의 손까지 더럽히는 기분이 들어요. 학생회실 청소를 하고 오셨다고 해도 실내의 공간을 청소한 거랑 화단에서 클로버를 뒤적거린 건 다르잖아요. 제 손이라고 말한 적 없다고 말해버렸지만, 그렇다고 학생회장 선배님의 손이 더럽다는 건 절대 아닙니다! 선배님을 배려했다고 생각하지 않을만한, 손을 잡지 않을 핑계를 생각하보니까 나온 말이에요...
“장래희망이 블랙 기업 오너에요?”
권력남용이라고 하기는 했지만요, 딱히 권력남용은 아닙니다. 선배님 말씀 중에 틀린 부분은 하나도 없으니까요. 화단을 심하게 훼손시킨 건 아니지만 수상쩍어 보이긴 했을테고, 아무것도 안 꺾은 것도 아니니까 할 말도 없어요 .학생회장 선배님은 무릎을 쭈그려서 시선을 낮추었습니다. 이렇게 상냥하신데 기업 오너가 되신다면 블랙 기업 오너가 아니라 대기업 오너가 되실 거에요. 학생회장 선배님이 생각하시는 만큼 나쁜 짓을 하지는 않았지만요, 그렇다고 떳떳하지도 않으니까 대답을 하지 못합니다. 가방을 메고 뛰어가면 도망칠 수 있을지 고민합니다. 오늘 무사히 도망치더라도 내일을 피할 수는 없을테니까 좋은 생각은 아닌 것 같아요. ...이실직고를 하는 편이 수첩은 지킬 수 있을 것 같아요. 네잎 클로버는 다른 곳에서 찾아도 되니까요............
“...꽃은 아니에요.”
쥐고있던 수첩을 펼쳐서 보여줍니다. 수첩의 맨 뒷장 사이에 꽂혀있던 네잎 클로버가 팔랑거려요. 꺾은지 얼마 안 되었고, 수첩 사이에 일부러 힘주어 짓눌러 놓은 것도 아니라서 그런 것 같습니다. 네잎 클로버는 빼앗기게 되는 걸까요? 그렇게 생각하면 조금 시무룩해집니다. 일부러 표정을 지우려고 하는데도 드러날 만큼이요. 입꼬리가 내려가는 것 같아요.
“운명적인 만남이라니. 그런 말을 그리 쉽게 뱉으면 안 되는 거에요. 이곳에 혼인할 이를 찾기 위해 나와 같은 이들이 온다는 것을 이나바 님께 듣지 못했나요.”
물론 케이는 딱히 그런 의도로 왔다기 보다는 그저 오랜만에 인세를 구경하러 온 것이었지만, 고위신을 노리는 이들은 인간들과 인연을 쌓아 혼인하여 고위신이 될 목적인 이들도 적지 않았다. 그렇다고 토아의 말에 대해 의미를 가지는 것은 아니었다. 운명을 말하는 것은 보통의 신과 가까운 이들이 주로 하는 말이지 않던가. 그러니까 장난이다.
“좋은 게 좋은 것이죠. 이렇게 만났으니 편한 선배라고 생각하고 궁금한 점이 있으면 편하게 물어봐요. 이번에 갓 들어온 후배님.”
이러한 인연도 인연이니. 예를 들어 선생님들의 시험 문제 출제 스타일이라던가 지금껏 공부해온 노트 정리나 족보라던가. 보통 선배들에게 원할만한 것들을 생각했다.
“아, 매점에서 아이스크림이라도 사줄까요?”
후덥지근한 여름 날씨는 아니라지만 날씨는 아이스크림을 먹기에 적당히 따뜻한 날씨이기도 했다. 아이스크림을 사준다니, 조금 어린애 취급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하긴 케이에게 토아는 정말 아주아주 어린 것이 맞지만 말이다.
능청스레 대꾸한다. 물밑을 유영하는 뱀처럼 눈 굴려 바라보니, 조심스레 빗자루질 하는 모습이 퍽 처량하다. 타고나기를 사납지 못하니 목소리에 짜증이 담겨있을지언정 악의까지 담겨있지는 못하다고 해야할까. 그쯤 생각이 미치니 힘껏 세운 가시가 무얼 향하는지보다 왜 존재하는지부터가 궁금해진다. 은밀하게 살피던 시선, 들키기 전에 시치미 뚝 떼듯 거두어진다. 질문을 듣자 그제야 당신에게 집중한다는 듯한 태도다.
"에ㅡ? 문을 잠궈요?"
놈이 눈썹을 높게 올리고는 어깨를 으쓱인다.
"제가 언제요?"
놈이 곁눈질하는 통에 문을 보니... 잠겨있던 자물쇠는 어느새 풀려있다! 귀신에게 홀리기라도 한걸까? 귀신도 신이란걸 감안하면 아주 틀린 표현은 아니다. 말했지 않나. 이곳에서 놈이 관여하는 건 토끼가 아닌 울타리라고... 놈이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는 한편 꿈틀거리는 입꼬리가 못내 짓궂다.
"설마 제가 소년을 가두고 억지로 일 시킬까요? 소년께서 천성이 친절하고 남을 위하니 절 도우신거 아니겠습니까?"
그녀의 손 이야기가 아니라고 하면 자연히 제 손이 만지기도 싫을 정도로 더럽다는 이야기가 아닌가. 치아키는 크게 당황해서 제 손의 손바닥을 바라봤다. 딱히 더러운 부분은 그의 눈에 비치지 않았기에 혹시나 자신에게 엄청난 원한이 있다거나 미움을 사고 있다거나 그런 것이 아닐까 싶어 하네를 빤히 바라봤다. 정말로 크게 당황했는지 약간 울망일지도 모르는 눈빛을 보이던 그는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낸 후에 제 손을 열심히 닦더니 손을 아래로 내리면서 손수건을 주머니에 쏙 집어넣었다. 허나 이내 블랙기업 오너라는 추가타가 날아오자 치아키는 으억! 하는 소리를 내며 제 가슴에 손을 올리고 몸을 약하게 부르르 떨었다.
"...후배 양. 혹시 말이야. 내가 너에게 뭘 잘못했니? 아까부터 뭔가 쿡쿡 찌르는 것이 굉장히 아픈데. 그리고 굳이 말하자면 난 신사를 잇는 쪽으로 가고 싶은데! 일단 우리 집이 키즈나히메님을 모시는 신사거든?! 블랙 기업 아니거든?!"
괜히 반사적으로 그렇게 이야기를 하면서 그는 하네의 눈동자를 다시 빤히 바라봤다. 허나 애써 진정하려고 하면서 그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심호흡을 하면서 감정을 가라앉히려고 하면서 이내 치아키는 평소의 미소를 지었다. 막 이래~ 그런 말을 하는 것으로 보아 크게 상처를 받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물론 살짝 당황을 한 것은 진짜였지만. 어쩌면 상처 안 받은 척하는 것일수도 있지만 그건 치아키만이 알 일이었다.
아무튼 하네가 수첩 내부를 보여주자 자연히 치아키의 눈에 네잎클로버가 들어왔다. 아직 파릇파릇한 것으로 보아 그 안에 집어넣은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이야기이며 자연히 방금 뭘 하고 있었는지 치아키는 이해할 수 있었다. 이내 치아키는 키득키득 웃으면서 네잎클로버를 손으로 가리키면서 이야기했다.
"굉장히 오랜만에 보네. 네잎클로버. 이걸 찾고 꺾고 있었구나. 그렇다면 그렇다고 하면 되지. 왜 그렇게 나쁜 짓하는 것처럼 숨기고 그랬어. 자. 자. 입꼬리 내리지 말기! 안 혼내고 벌점도 안 줄거니까. 누가 보면 내가 엄청 혼낸줄 알겠어. 아무튼 네잎클로버라. 가만헤 보니까 나도 찾아보고 싶네."
이어 치아키는 그대로 오리걸음을 걸어서 화단쪽으로 걸어간 후, 그 앞쪽에 있는 풀들을 바라봤다. 어차피 풀들은 차후에 뽑아야 하는 것들이었다. 그 중에 네잎클로버가 있다고 한다면 한번 찾아볼까 생각하며 그는 말을 이었다.
"우리 집 뒷쪽에도 이 시기가 되면 풀이 많이 자라고 그 중에 클로버들이 굉장히 많은데 말이야. 어릴 때 누나에게 네잎클로버를 선물받은 적이 있었거든. 그 이후로는 되게 오랜만에 보는 것 같네. 보자. 있으려나."
마찬가지로 농담을 꺼내는 그의 말에 한마디 더 얹었다. 확실히 운명이란 말을 함부로 꺼내선 안된다지만, 특히 이런 신성시 되는 곳에선 더욱 조심해야 할지도 모르겠지만, 정말 그러다가 말이 씨가 되어 이곳에서 그런 '연'이 맺어진다 한들 딱히 문제될 것도 없다 생각하는 자신이 있었으려나?
"허나 정말 그리 된다면, 그것이 곧 제가 걷게 될 길이 되겠지요? 어찌되었건 신을 섬기는 제 본분에 문제가 되진 않을테니까요."
그 또한 운명이라면 기꺼이 즐기리라. 비록 자신이 따지는 것이 많고 알게모르게 불만을 토로하는 일이 있대도 기본양상은 결국 신이 점지한, 자신에게 주어진 이미 닦여진 길을 걷는 것이 기본양상이었다.
그래도 인간인지라 정말 싫다면 저항하고 거역할 수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납득할 만한 것이기도 했고, 무엇보다 이미 자신에게 주어졌던 인생의 굴곡이 사소한 문제 따위는 무덤덤하게 넘겨버릴만큼의 인내와 이해심을 주었다.
"확실히 초면인 분보다는 조금 더 편안하게 담소를 청할수 있으니, 그 부분은 다행이라 생각한답니다~"
일찌기 알고 있던 이를 만난 것도 좋은 일일진대 그 사람이 호의적이기까지 하다면 이 이상 바랄게 무엇이 있을까, 좋은 일이 있으면 좋겠다. 언젠간 그러겠지라고 생각하고 살아온 자신이지만 그렇다고 자신의 주제에 넘치는 요행을 바라진 않았다.
물론 지금은 선배님이나 다름 없는 그에게 살갑게 대한다던가 후배로서 팁을 얻으려고 하는 것도 충분히 해봄직한 행동이지만, 이미 지금같은 우연적인 상황으로도 만족하고 있으니까, 그 이상을 바라는건 어쩐지 사치처럼 느껴졌다.
"누군가는 아직 이르다 하겠지만... 꼭 여름에만 아이스크림을 먹으란 법이 제정된 것도 아니니 권해주신다면 기꺼이 받아들여야겠죠~"
그렇다고 선뜻 내미는 선의까지 거절할 정도로 차가운 인물은 아니었다. 매점에서 아이스크림이라, 무언가 어린아이같은 느낌의 대우처럼 느껴질지 모르겠지만... 사실인걸 어쩌나? 단순하게 현재 위치로만 따져도 대선배와 이제 갓 들어온 신입생 만큼의 차이니,
말은 그렇게 해도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어나지 않을지도 모르는 일에 대응 할수 있을지 없을지는 자신 역시 알 수 없었다. 하다 못해 미래를 점지해주는 신이 제 곁에 있었다면 몰라도 제 섬기는 이는 '난 그런 쪽엔 재주가 없다.' 라고 일축했으니 좌우간 자신의 미래는 어느 누구도 알 턱이 없었다. 인연의 신을 만나 조언을 듣는다면 또 모를까, 하지만 그것조차 녹록치 않은듯 싶었다. 아무리 신에 대한 이야기로 널리 알려진 가미즈나라도 지금은 그저 마을전승에 불과한 이야기들일테니...
"어느쪽으로 부르셔도 문제는 없답니다? 그래도... 그렇네요. 확실히 이나바 가문의 사람들이 본가쪽에만 머무르진 않다보니... 그부분에 대해서 확실하게 구별하고 싶으시다면 이름이 더 나을지도 모르겠네요.
...그렇다면 저도 어찌 불러드려야 할지 고민이 좀 되려나요?"
차분하게 가라앉았던 눈매가 한층 더 얄팍한 모습으로 휘었다. 평소에도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다는 이야기를 들을 정도로 미묘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만 지금은 더욱 더 속을 알 수 없는 그런 형태였을까,
다행스럽게도 한산한 매점 안, 찬찬히 매대의 아이스크림들을 둘러보다 들려온 질문에 잠깐 눈을 깜박이다가 생각에 잠겼을까,
"그렇네요... 거두절미하고 말씀드리자면 혼자 있다고 하는게 정확하겠네요. 물론 친척분들도 근방에 계시지만, 이젠 스스로 사리분별을 해야 하는 나이니까요."
이렇게 간단히 말하기엔 제법 복잡한 일들 투성이긴 하지만, 그런것 하나하나 일일히 나열하기엔 너무나도 자질구레한 것들, 사적인 것들이었다. 제 아무리 일면식 있는 대상이라 하더라도 속사정을 허투루 꺼내는 것 또한 예의는 아니리라 여겼기에,
덧붙여서 치아키는... 아무래도 제가 웹박수로 토모시비 마츠리 바로 전 주에 찌름을 받을 예정이기 때문에... 치아키를 거기서 찌르게 되면 자신이 치아키를 찌르는 것을 저에게 공개적으로 보이는 것이기 때문에.. (흠터레스팅) 가급적 치아키는 찌르지 않는 쪽으로! 물론 보여도 상관없다면 찔러도 상관없기는 한데.(옆눈) 아무튼 그렇다는 것이에요!
일단 공평성을 위해서 캡틴은 웹박수로 찌름을 받을땐 찌르지 않을 거예요! 사실 참여수가 홀수면.. 치아키는 뺄 생각이니 짝이 안 맞는 것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답니다!
그런 오해를 할 것 같다고는 생각했지만요, 이렇게까지 당황할 거라고는 생각 안 했습니다. 제게 화를 내면 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많이 당황하신 듯한 표정으로 손바닥을 살펴보는 모습에 무슨 말을 하지 못 하다가요, 저를 빤히 바라보니 힘겹게 입을 열었어요. 네잎 클로버를 꺾었다고 학생회실에 끌려가는게 아니라, 학생회장을 괴롭혔다고 끌려갈 것 같습니다. 손수건으로 열심히 손을 닦는 모습을 보니 확신이 들어요. 정말로 학생회장 선배님의 손이 더럽다고는 한 마디도 하지 않았는데, 억울해하기에는 자업자득입니다... 학생회장 선배님한테 사과할 때는 어떻게 사과해야하는 건지 고민해요. 사탕과 함께 주는 사탕 같은 걸로 넘어갈 수 있을 것 같진 않단 생각이 들어요.
“찌른 적 없습니다. 찔리는 부분이라도 있으세요?”
어떡하면 좋을까요............ 방금 분명 ‘으억!’ 하는 소리가 들렸어요. 그리고 선배님은 가슴에 손을 올리고 몸까지 떠셨습니다. 제가 한 말들이 크게 상처가 된 게 분명해요. 마음의 상처에도 반창고 같은 걸 붙일 수 있으면 좋겠어요. 그렇다면 차라리 반창고를 한 박스라도 사다드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으니까요. 학생회장 선배님이 저에게 잘못한 일이 뭐가 있겠어요. 오히려 저번에 하루노하나 마츠리에서 마주쳤을 때는 길도 찾아주셨고, 사탕도 주셨습니다. ...그러고보니 그때 감사 인사도 안 했어요! 키즈나히메님에게 벌을 받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자신을 모시는 신사 집안의 아이를 괴롭혔다고 혼내실 지도 몰라요. 자신을 모시는 신사를 블랙 기업이라고 했다고 혼내실 지도 모를 일입니다. 굳이 키즈나히메님이 혼내시지 않아도, 지금 당장 학생회장 선배님을 볼 수조차 없지만요............ 학생회장 선배님이 절 빤히 바라보면 볼수록 양심에서부터 시작된 통증에 고개를 바로 들 수가 없어요.
“......이놈한다고 한 건 선배님인데요.”
이상합니다. 어떻게 해야할지 어쩔 줄 몰라하는 사이 선배님은 금방 다시 웃고 있었고, 네잎 클로버를 보고도 딱히 혼내시지 않습니다. 벌점도 주지 않는다고 해요. 학생회실에 끌려가는 게 아닌걸까요? 네잎 클로버를 꺾는 건 화단을 어지럽힌 게 아닌 걸까요? 심지어 선배님도 직접 네잎 클로버를 찾아보려는 것 같습니다. 집 뒷쪽에 클로버가 많다는 이야기는 조금 부럽다고 생각하다가요, 고개를 도리도리 젓습니다. 이럴 때가 아닌 것 같아요. 일단 다시 쭈그려 앉고, 수첩도 잘 정리합니다. 같이 네잎 클로버를 찾아도 되는지도 모르겠고, 인사를 하고 가야하는 건지도 모르겠어서 가만히 있었어요. 그랬더니 선배님이 네잎 클로버를 찾는 걸 구경하게 됐습니다. 근데......... 학생회장 선배님, 네잎 클로버 잘 찾아요!
“학생회는 숨기기랑 찾기만 해요?”
QR 코드 이벤트도 그렇고요, 네잎 클로버도 그렇고요. 숨기기랑 찾기를 제일 잘 하는 사람이 학생회장이 되는 걸지도 모릅니다. 전 내내 하나 밖에 못 찾았었는데, 두개나 찾은게 신기해서 쳐다봅니다.
뭐지. 이 후배. 약간 청개구리 과인가? 라고 치아키는 순간 생각했다. 손이 더러운데 그녀의 손 이야기가 아니면 자신의 손이지 않은가. 이미 집에 갔을 자신과 같은 반 학생이자 자신의 친구의 손 이야기를 하는 것은 아닐테니까. 하지만 한가지 확실한 것은 아무래도 자신은 뭐가 되었건 약간 원망의 대상이 되었거나 미움의 대상이 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이었다. 딱히 이상한 일은 아니라고 치아키는 판단했다. 그야 이미 QR코드 건으로 인해서 학생회장인 자신에게 이런저런 말들이 들려오는 것은 사실이었으니까. 설마 그런 대참사가 있을 거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분명히 골고루 숨겼다고 생각했는데.
"그야 나쁜 짓을 하면 이놈하는거지 그게 아닌데 이놈할리가 없잖아? 아니면 후배 양은 내가 지금의 후배 양의 행동을 보고 이놈! 했으면 좋겠어?"
키득키득 웃어보이면서 치아키는 일부러 '이놈'이라는 부분만 살짝 강한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마치 꾸중을 하는 것처럼. 하지만 장난이야. 그렇게 이야기를 하며 이내 어깨를 으쓱했다. 물론 꽃을 꺾거나 그랬다면 조금 말을 할 수밖에 없겠지만 풀의 일종인 클로버를 꺾는 것 정도로 뭐라고 할 생각은 없었다. 물론 풀을 아예 싹 밀어버린다면 그건 또 이야기가 다르겠지만. 적어도 네잎클로버를 찾는데 풀이 다 뽑힐 일은 없지 않겠는가. 그렇게 생각하며 치아키는 네잎클로버를 두 잎 찾아내고 살며시 꺾어서 제 손에 올렸다.
"그렇다기보단 내가 잘 찾는 거 아닐까? 나 어릴 적엔 상당히 사고뭉치였거든. 말썽도 많이 부리고. 그래서 부모님 속도 많이 썩이고 그랬어. 지금이야 철들어서 그러진 않지만 그렇다고 그때의 감각이 아예 사라진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거든. 난."
키득키득 웃어보이면서 치아키는 이내 제 손에 있는 네잎클로버 두 개를 가만히 바라봤다. 그리고 그녀를 향해 그 네잎클로버를 내밀었다.
"가질래? 난 가지고 있어봐야 쓸 곳도 없어서. 지금 네잎클로버가 필요한 것은 내가 아니라 후배 양 같거든. 키즈나히메님을 모시는 신사의 아들이라고 해서 내가 특별한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혹시 알아? 내가 줬다고 키즈나히메님이 살짝 인연 관련으로 행운을 주실지."
물론 그럴 일은 없겠지만 혹시 또 모를 일이었다. 이 모습을 만약 어딘가에서 보고 있다고 한다면 슬쩍 신의 힘을 사용할지도 모르는 이였으니까. 제 할머니가 어떻게 행동할진 모르겠지만 그것까지 자신이 다 알 수는 없고 안다고 해도 말할 수 없기에 그는 그저 그렇게만 이야기했다.
"정 다른 이유가 필요하다면 놀래킨 사과의 뜻. 사탕보다는 이게 더 낫잖아? 아닌가? 사탕이 더 낫나? 하핫."
점심시간이 이제 막 중반에 들어섰을 무렵 미카는 여전히 교내를 떠돌고 있다 하지만 이번엔 목적이 명확했는데 제가 지나왔던 길을 되돌아가며 무언가를 열심히 찾는 중이다 방금 전까지 아무 생각 없이 복도를 거니는 와중 주머니에 넣어둔 지갑이 사라졌다는 걸 알아버린 거다 미카는 곧바로 분실물 되찾기 작전에 나섰다 물론 수중에 돈이 많지야 않지만 그거라도 없으면 아무래도 곤란하니까
다시 2학년 복도에 들어선 미카는 복도를 어슬렁거리며 주변을 둘러본다 쪼그려 앉아서 바닥을 유심히 살펴보기도 하고 누가 보면 수상하다고 생각할 거 같은 모습... 좀 부끄럽기야 하지만 체면보다는 지갑이 더 중요하지
아아 젠장. 오늘따라 아무리 몸을 움직여도 잠이 솔솔 올 것만 같다. 이런 불상사를 우려해서 그간 잠은 부족하지 않게 넉넉하게 자 왔고, 워낙에 체력이 쌩쌩하니 평소에는 낮에 싸돌아다녀도 쉬이 지치지 않곤 하였지만 가끔은 이렇게 예외적인 날도 오는가 보다. 태생적으로 맞지 않는 짓을 오래 하고 있으려니 한 번쯤 이런 일 생기는 것도 이상하지만은 않았다. 그는 낮보다는 어둑하게 저문 한밤이, 화사한 한낮의 햇살과 양기 넘치는 장소보다는 침침하게 그늘진 음지가 걸맞는 신이었으니까. 제아무리 신의 반열에 든다 하여도 근본은 음귀로 비롯하였으니 오늘처럼 햇살이 좋은 날에는 절로 으슥한 데로 들어가 뻗어버리고 싶어지는 것이다. 비량은 그 본능에 충실하고자 했다. ……그런데 이놈의 학교는 왜 이렇게 잘 지어 놓은 건지! 거, 환상 없는 현실의 K-고등학교처럼 나무도 없고 삭막한 감옥처럼 만들어 놓으면 안 되냐고. 어딜 가나 화사하고 볕 잘 들어서 성장기 학생들의 정서에 아주 좋을 것만 같다! 어떻게 된 학교가 시설이 너무 좋아서 우중충한 장소가 없었다. 그는 하는 수 없이 적당한 타협점을 찾아, 뒤뜰에 우거진 나무 밑으로 가 풀밭에 아무렇게나 벌러덩 굴러 버렸다. 그나마 여기는 나무가 그늘져 아늑했다. 어라, 이러고 있으려니까 왠지 얼마 전에도 비슷한 일 있었던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생각이 잘 안 나는 걸 봐선 중요한 일은 아닌가 보지만. 그늘 아래로 불어오는 바람이 선선하고 좋다. 피곤하지만 아직은 눈 감지 않아 의식은 또렷했다. 고요한 순간의 정취를 느낄 찰나, 어느 곳으로부터 다가오는 인기척에 그는 슬쩍 고개만 들어 그 편을 내다 보았다. 그냥 무시할 수도 있었겠지만 저쪽도 마냥 평범한 인기척은 아닌 듯하니 피로한 와중에도 궁금증은 생기기 마련이라.
점심시간이 끝난 5교시, 더군다나 수학 수업. 정말 졸기 딱 좋은 조건이라는 데는 누구나 동의할 것이다. 점심을 먹고 난 뒤 창문가에서 쏟아져 내려오는 햇빛 아래 있다 보면 몸도 마음도 노곤해진다. 거기에 단조로운 목소리로 이어지는, 재미라곤 눈 씻고도 찾아볼 수 없는 수식 설명이 더해지면 수면실이 따로 없다. 안즈 역시 예외는 아니다.
수업을 따라가려 노력하긴 하는지 눈을 감지 않으려 부단히 애를 쓰고는 있다. 하지만 고개가 자꾸만 떨어지는 것이, 아무래도 잘 안되는 모양이다. 필기하려 잡았던 펜은 이제 의미불명인 흔적만을 남기고 있다.
그때다. 수업 듣기 싫은 학생들의 염원이 닿기라도 했는지 종소리가 학교를 뒤덮는다. 마치 낮잠-좀비 병에서 깨어나는 백신이라는 맞은 양, 학생들은 하나둘 고개를 들기 시작한다. 안즈도 마찬가지다. 비몽사몽인 얼굴로 칠판을 바라보다가 곧 고개를 흔든다. 그제야 정신이 났는지 눈동자가 또렷해진다. 시선은 자연스레 안즈의 책상 위로, 그러니까 교과서로 옮겨갔다.
"으악, 뭐야!! 또 졸면서 필기했잖아...!"
그래, 낙서인지 뭔지 모를 것으로 뒤덮인 교과서 말이다. 안즈는 머리를 붙잡고 그 의미불명의 글자들을 해독하고자 노려보았으나, 결국 포기하고 책을 덮었다. 이미 벌어진 일을 어떡하겠어! 가벼운 자기합리화가 따라붙는다. 안즈는 허리를 폭 숙여 책상에 볼을 댔다. 눈동자는 제 옆에 앉은 사람을 향한 채다.
"어휴, 진짜 지루했다, 지루했어..."
그렇지 않아? 무언의 질문이 들려오는 것 같다. 안즈는 상대의 동의를 구하듯 눈을 깜박거린다.
점심시간이다! 학교에 있는 시간 중, 음, 아니다. 정정한다. 학교의 정규 일과 중에서는 제일 즐거운 시간이다! 점심 도시락을 다 해치운 안즈는 즐겁게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딱히 목적지는 정하지 않았다. 부실에 가서 춤 연습을 해도 좋고, 오랜만에 도서관에 가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아니면 운동장을 산책해도 좋을 것 같고? 할 만한 일은 무척이나 많았다. 그런데도 아직 못 골랐다는 이야기는, 썩 마음에 들어차는 선택지가 없다는 말도 되겠지. 그런 이유로 안즈는 교내를 떠돌고 있다.
"저기, 혹시 뭐라도 잃어버린 거야?"
그러니 무언가를 찾듯 복도를 떠도는 당신에게 말을 건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할 일 없는 사람에게 당신은 꽤 흥미롭게 보였으니까.
위협은 보통 모두가 무방비할 때 찾아오는 것이었다. 그러니 지켜보는 내내, 제대로 잠을 자 본 적이 없었을까. 뜬 눈으로 보내던 시간이 오래되며 버릇처럼 굳어 버렸으니 미유키는 인간의 몸으로 있는 지금에도 밤에는 쉽게 잠들지 못했다. 시간 대부분을 침대 위에서 누워 보낼 뿐 잠은 거의 자지 못했으며, 잠을 이루었다 하더라도 깊은 잠은 되지 못했기에, 낮마다 사람을 무기력하게 만드는 피로감에 짓눌리고는 했다. 그래서 잠깐 눈을 감으면 그대로 졸아버릴 듯, 달콤한 잠이 유혹할 때마다 미유키는 그 나무 그늘을 찾았다. 햇빛 아래는 따뜻했으나, 쟁글거리는 백색의 빛 무더기 아래에서는 눈을 감아도 빛이 보였기에 잠을 이루기 힘들다는 것과 아무도 나를 찾지 못할 조용한 곳에 숨어 잠을 자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뒤뜰의 나무 아래는 제 고향이었던 우거진 숲의 키 큰 나무를 떠올리게도 하니, 잠을 이루기에는 너무나도 완벽한 장소였을까.
"햇빛이, 너무 쨍해서요."
그렇지만 오늘은 다르다. 자신이 누우려던 그 자리에는 먼저 온 다른 이가 누워있다. 그에 미유키는 그를 살피듯 물끄레 바라본다. 몸을 쭉 뻗고 누운 그의 키는 커 보이니. 저와 비슷하거나, 저보다 커 보였을까. 그 점 말고도, 당신에게서 느껴지는 기운에 미유키는 자신과 같은 신이라는 것을 느낀다. 그러며 물음에 답하니 졸린듯한 목소리다.
"그리고 원래, 내 자리기도 하고요."
이어 미유키는 짧게 하품을 내쉬며 말하고서, 졸음에 멍한 눈으로 당신을 바라본다. 비킬 건지, 말건지 지켜보는 듯하다.
따지자면 저쪽이 더 고충 많아 보이는 얼굴이긴 하다만 아무튼. 그는 아직 모를 이야기였으나 몸에 굳어 버린 습성으로 고생깨나 한 상대와는 달리 그는 그간 밤에도 잘 잤다. 가리는 것 없는 단순한 성정이라 그런가, 불면할 적이면 폭음의 힘을 빌린 덕도 있는 것 같고. 여하간 느긋한 태도로 그 역시 상대방을 마주 관찰한다. 생각이라 해도 거창할 것 없이 저와 비슷한 정도라면 저쪽도 키가 참 크구만, 하는 정도가 전부였지만서도.
"아…… 그랬어?"
자신보다 먼저 이 자리를 써 온 쪽이라고 하면 할 말이 없다. 그는 그대로 데굴데굴 굴러서 자리를 비켜 주었다. 정확히는 아주 멀리 가지도 않고 조금 넉넉하게 떨어진 정도로 끝이었으니 내어주었다고 하는 말이 옳겠다. 어차피 나무는 넓으니 조금 옆으로 움직인다 해도 여유는 많았다. 아예 이 자리를 떠 버리라는 소리만 아니라면야 못 들어줄 것도 없고. 이유야 무엇이든 풀밭이 제 집 안방이라도 된다는 양 아무렇지도 않게 굴러다니니 이 신이 채신머리 어찌 보일지에 관해 신경쓰지 않는 편이라는 건 분명했다.
"무슨 신이시기에 이 좋은 날에 그리 졸려 보이실까. 나는 밤에 나도는 귀신인데, 너는?"
한쪽 무릎 세우고 그 위에 다른 쪽 다리 턱 얹어 걸쳐둔다. 아, 하품 하는 모습 보자 이쪽도 덩달아 하품이 난다. 그러나 나른한 와중에도 친근한 척 들이대는 행태 어디 가는 것 아니다. 눈가에 생리적인 눈물 촉촉이 매단 채로도, 이리저리 성기게 들뜨고 얽힌 나뭇가지 올려다보며 넌지시 묻는다.
실낱 같은 가로등 불빛에 의지하며 휘청대던 걸음이 잠깐 머뭇거린다. 의미? 여태 그 짧은 단어가 지녔을 무게에 대해 생각한 적은 없다. 그저 금기를 강요당하니 요구대로 순종했을 뿐. 눈썹까지 좁혀가며 고민에 잠김에도 끝내 마땅한 함의를 찾지 못해 고개를 내저어야 했다. 염려와는 달리 그녀에게 돌려준 건 뜻밖에도 정상적인 데다 친절한 답변이다. 또한 정석적인 바람에 종교가 없는 작자들—자신을 포함해서—까지 알 만한 답이라 새삼스레 알게 된 건 없었지만. 당연히 명석한 해결을 기대하고 던진 질문도 아니었으니 이만하면 충분히 훌륭하다. 그러나 한숨 돌릴 틈도 없이 적당한 대답을 고르기 위해 미야나기는 다시 고민해야 했다.
“······어쩌면 둘 다.“
최선을 다해 심각한 체해도 한편으로 궁금해 죽겠다는 눈치였다. 안타깝게도 그녀가 해줄 수 있는 말은 얼마 없다.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하려 안간힘 쓰다 말고 곧 자신 없는 투로 목소리를 뚝 떨어뜨렸으니까. “자세한 건 저도 몰라요. 짊은 죄가 있다면 그건 아마 원죄겠죠.” 파편 같은 기억을 횡설수설 엮어 나가던 그녀는 이내 약간 혼란스러워했다. 이제 와서 두려워했던 부지의 실체조차 막연하다는 걸 깨달아버린 탓이었다. 모두가 자신은 무지한 채 남길 바랐으니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건 제 몸뚱이뿐이다. 그래서 거울만이 오로지 남겨진 골방에 그토록 오래 틀어박혀있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저어, 그, 혹시 신님은 어떤 분이신 건지······ 여쭤도 돼요?“
얼굴 위로 식은땀이 방울방울 맺혔다. 큰일이다. 질문을 하긴 했는데 자신도 아는 게 없으니 얼마 지나지도 않아 할 말이 뚝 떨어져버린 것이다! 잽싸게 다른 질문을 생각해내 바치며 장막을 까맣게 휘둘러버렸다. 물론 정체를 듣고 까무러치지 않게 젖먹던 힘을 다해야 할 테였다. 뭐 카나리아의 신, 꽃사슴 신 같은 거면 좀 괜찮겠으나 역시 그럴 리는 없다······.
어쩌면, 이라는 말은 아무러해도 본인은 잘 모른다는 의미가 내포되지 않았나? 재밌는 말거리 삼지 않겠다 생각은 했다만 결심이라기에도 무엇한 그 다짐 오래 가지는 못한다. 그는 마치 추리 게임이라도 하듯 골똘한 표정으로 그럴듯한 답안을 내놓고 있다.
"네가 모른다면 네가 직접 저지른 일은 아니거나, 그것이 죄인지도 몰랐던 때에 저지른 잘못이었거나. 전자라면 네 친지나 친인척, 혹은 선대가 저지른 일이려나?"
봉변 당한 장본인에게는 억울한 일이겠지만 혈연이나 가까운 인물들의 업에 덩달아 얽혀 연좌를 당하는 일은 꽤나 흔하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그가 속한 세상은 아직까지도 구시대적인 풍속이 조금쯤 남아 있기도 하고, 먼 과거의 원한이 지금껏 끊기지 않고 이어지는 사례도 적잖이 있다. 무엇보다도, 구시대적이라는 것은 다시 말해 원초적이라는 뜻이다. 이 방법이 죄 지은 자에게는 그 어떤 벌보다도 극적인 공포와 사무치는 교훈을 새겨주기에 신벌로서는 가장 확실한 수법이기도 했다. 다만……. 그는 은근하게 남아 있던 미소마저 지워내고 사에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눈빛이 다시금 일렁인다. 육신의 숨통을 꿰뚫고, 나아가 존재의 가장 깊은 곳을 들여다보는 듯한 시선이 삽시에 꽂히다 사라졌다. 운명이며 팔자, 천수까지 훑었건만, 이렇게 깊이 보았음에도 걸리는 것이 없으니 무시무시한 벌을 받는 중은 아닌 듯한데 말이다. 이런 방면에 특화된 신격은 아니며 벌 내린 당사자가 아니기에 그도 함부로 확언은 못 하고 의문만 가질 따름이다.
"으음, 이 나라엔 아마 없는 개념이라서 한 마디로 정의하긴 어려운데, 일단은 수호신이고 복을 부르는 귀신이야. 이래 봬도 꽤 이로운 신이다?"
아, 이 질문 기다려 왔다! 그는 엄지와 검지로 가위표 만든 손 턱에 척 가져다 대고는 한껏 뿌듯한 낯짝으로 어깨를 으쓱인다. "…귀신이라서 아까 본 것처럼 성격이 살짝 나쁘긴 하지만?" 이제 와 무해한 척 포장하기엔 늦다는 사실을 본인도 아는지 솔직한 답 금방 따라붙었지만. 그건 그렇고, 그동안은 주정이나 부린다고 신경쓰지 않았고, 술 깨고서는 다른 이야기 하느라 바빠 중요한 걸 잊고 있지 않았나! 그는 또 짐짓 활달한 소년인 양 명랑한 기색이 되었다. 그놈의 눈빛 참 시도 때도 없이 반짝거렸다 번뜩거렸다 왔다갔다 하니 도무지 종잡을 수가 없다.
"이름을 모르니까 부르기가 곤란하네! 넌 이름이 뭐야?"
이름을 물었을 때는 제 이름도 들려주는 것이 예의인 법. 물어본 직후 곧바로 저 먼저 잽싸게 말문을 연다.
“아, 후배님께 통설명을 안 했군요. 위에서는 키츠, 라고 불렸지만 지금은 하시모토 케이. 호칭은 부르고 싶은 대로 편하게 부르세요.”
케이는 정중한 태도로 말했다. 그러고 보니 이름도 정하기 전에 이나바 님을 뵙고 온 것이라 이 후배님도 따로 이야기를 듣지 못했겠거니 싶었다. 이나바 님이 키츠라던가 여우라던가 그런 식으로 불렀다면 지금의 인명이 어색할 수도 있겠거니 싶고. 아니면 그 옛날 만들었던 신명을 이나바 님은 기억하고 있으려나. 아마 아주 오래되어서 잊으셨을지도 모른다.
“이런, 낯선 타지에서 홀로 지낸다니. 혹시 도움이 필요한 일이 있다면 저한테 연락해도 괜찮아요. 옛날에 이나바 님께 이런 저런 도움을 많이 받았었는데, 이런 일로 은혜를 갚을 수 있다면 저 또한 기꺼울 것 같으니.”
그렇게 은혜를 입었음에도 그 때는 왜 그렇게 어렸었는지, 아무리 그래도 백여살 된 어린 신이었기 때문이었을까. 고등학교에 와서 많은 이들을 만났지만 역시 어리다는 느낌이 들긴 했다. 자신은 어리지 않았으나 그럼에도 학생의 겉가죽을 하고 있다보니 조금 더 그러한 환경에 동화되고 있는 것 같기도 했고.
“예를 들면 벌레가 나온다거나 전등을 갈아야 한다거나...... 음, 생각해보니 토아 후배님이 다 해결할 수 있는 문제 같아서 딱히 도움이 안 될지도 모르겠군요.”
흐음, 소리를 내며 하는 말이었다. 확실히 토아는 똘똘한 인상이라 스스로 척척척 뭐든 잘 해낼 것 같은 인상일까. 이나바 님이 그렇게 아끼는 이유가 있을지도.
“토끼와 청포도... 미스매치인가요?”
어떤 부분이?
여우라서 잘 모르는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여우와 신포도는 아는데 말이지. 그런 생각을 하면서 케이는 겉포장지에 토끼가 그려진 청포도맛 아이스크림 두 개를 꺼냈다. 딱히 토아가 싫어하지 않았다면 이에 대해 계산을 하고 하나를 주었을 것이었고, 질색하는 느낌이었다면 토아가 원하는 다른 아이스크림을 골라 계산했을 터였다.
"옛적 진명 또한 감히 이 입으로 부르기엔 황송한 것은 다르지 않으나, 현재로선 그에 걸맞게 주어진 인명이 더 좋을 수도 있겠지요. 이러나 저러나, 그 편이 혼동을 주지 않을 테니까요."
문득 생각이 난 것일까, 이름을 알려주어도 수식어를 굳이 붙여가던 어떤 신이 떠올라 약간의 미소가 어렸다. 물론 그에겐 이유 모를 미소였기에 결례를 범하는 것일 수도 있고 애당초 자신에게 주어진 미묘한 얼굴 근육으론 그 즐거움의 감정을 오롯이 담아낼 수는 없겠다만, 좌우간 대화를 즐기듯 살짝 올라간 입매가 두어번 눈을 깜박일 만큼의 시간동안 남아있었다.
제 섬기는 이는 길게 칭하는 것도 귀찮다 하여 권속으로 하여금 자신을 '이나바님', '토끼', '백토'라 축약할 것을 명했을만큼 뭐든 줄여 부르는 버릇이 있었으나 그 하나하나의 언행에서 상대를 허투루 대하는 일은 결단코 없었다. 간혹 그러다 진짜 이름을 잊어 '권속'이라는 통칭도 거론한 적이 있으나 그런 호칭에서조차 아랫것 보듯 하지 않는, 필멸자라 한들 그들을 존중하는 진중함이 서려있었으니... 좌우간 한 길 사람 속만큼이나 알기 어려운 신이 아닐 수가 없었다.
"주신님께서 그런 말씀을 직접 들으셨다면 분명 은혜란 하늘이 합당한 자에게 직접 내리는 것. 나는 그저 전달자, 대리인에 불과할지니, ...라고 하시겠지만요. 하지만, '호의에 돌아오는 호의'는 분명 두팔 벌려 환영하실 거랍니다."
이유가 어떻건, '갚아야 할 무언가'라는 틀로 자신을 옭아매지 말라는 이야기였을 것이다. 그것이 동류의 신적 존재이건, 그저 지나갈 뿐인 신자건, 성심성의껏 보좌하는 권속이건... 아마도 제 섬기는 이는 형식적이거나 딱딱하고 까칠한 것을 퍽 내켜하지 않았을테지. 그렇기에 더욱이 장난스러운 신으로 변모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전승을 알고 있는 권속에겐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부끄러운 이야기도 더러 있을만큼.
"음... 그렇네요. 한때 주신님의 공물에 훼방을 놓았던 메뚜기는 생각보다 고소했답니다. 필시 그 일생에서 좋은 것을 답습했으나 그릇이 그 공에 못미치게 성장했을 테지요."
도움이 필요하다면 언제든 돕겠노라 적극적인 그가 내세운 예시들 중 하나에 꽂혀 무덤덤하게 풀어나갔을까, 벌레에 대해 내성이 없는 이라면 분명 진저리를 치거나 당황했을테지만 행여나 그가 그런 반응을 보인대도 도리어 알수 없다는 표정으로 의문을 돌려주었을 것이다.
"싱그럽고 푸른 들판을 뛰노는 토끼에겐 걸맞을 지도 모를 상큼함이겠지만, 적어도 제가 그동안 봐온 토끼는 다소 거리감이 있었으니까요."
다만 포장지에 그려진 익살스러운 토끼의 모습을 한 무언가는 분명 제 섬기는 이와 판박이였을 것이다. 토끼이되 토끼가 아닌 무언가라는 것도, 그럼에도 여전히 토끼라는 것도...
"하지만 지금은 이정도로도 충분히 기쁘답니다. 이 호의를 거절할 리가 있을까요."
'미스매치지만 싫어하진 않는다.' 호불호로 따지자면 전자였다. 그저 표면적인 평가였을뿐, 사실 토끼캐릭터라면 무엇이든 애정을 가지는 자신의 버릇은 어떻게 할수 없나보다.
선배님이자 위대한 신님이라면 후배이자 필멸자에겐 아무렇지 않게 베풀, 단순한 호의나 선행임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기꺼이 받아들이며 감복하는 토끼를 닮은 소녀가 그의 옆에 있었다. 손에 쥐어진 아이스크림은 차갑기 그지 없을테지만 그걸 쥐고 있는 이는 그 온기가 한층 더 올라갔으니까,
‘이놈!’ 했으면 좋을 리가요! 선배님의 물음에 바로 고개를 도리도리 젓습니다. 화단을 어지럽힌다고 이놈하겠다고 했던 거에 네잎 클로버를 찾는 건 포함이 아닌가봐요. 이럴 줄 알았으면 괜히 혼자 겁 먹고서 수첩을 숨기려고 한다거나 이리저리 눈치를 보지는 않았을 거에요. 그랬다면 선배님한테 일부러 더 억세게 굴지 않을 수 있었을 겁니다.
“네. 장난꾸러기랑 사고뭉치는 다르니까요.”
사고뭉치는 아니여도 장난꾸러기는 맞는 것 같습니다. 오늘도 제게 장난을 치셨는걸요. 뒤에서 절 놀래켰습니다. 일부러 목소리를 낮게 깔고서 조용히 살금살금 다가오신 탓에 누군지도, 언제 뒤로 왔는지도 전혀 눈치 못 챘으니까요! 그래도 장난꾸러기이기 때문에 네잎 클로버를 잘 찾는다면 조금 부러울 지도 모릅니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불쑥 네잎 클로버가 제 앞에 나타나요.
“네!”
네잎클로버를 찾던 중이었으니 당연히 갖고 싶어서 대답이 빨리 나올 수 밖에 없었고요, 한참동안 혼날 거라고 생각했으니까 기대하지 않았던 호의가 반가워서 목소리가 밝아졌습니다. 아니, 더 나아가서 웃어버렸어요. 고개도 끄덕거렸고요, 크게 웃은 건 아니지만 이 모든 행동들이 순간 튀어나온게 믿을 수 없이 부끄러워요! 서둘러서 우선 입부터 꼭 가립니다. 목소리도 안 내고, 웃음도 가릴 수 있어요. 그리고 바닥과 시야 사이 어딘가를 바라보며 눈을 피합니다. 조금, 잠시만요. 그러고 나서 다시 선배님을 바라봅니다. 사탕이 더 낫냐고 하면 절대 아니라고 고개를 저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연두색 사탕이어도 클로버가 더 좋아요.
“사과랑, 감사에요. ...칭찬입니다.”
고개를 젓고서도 입을 꼭 가리고 있다가요, 가방에 넣었던 수첩을 찾아 손을 뒤적거립니다. 잘 정리했었으니까 금방 찾을 수 있어요. 페이지 사이에 끼어져있는 스티커 필름에서 한 장을 떼어내 꺼냅니다. 네잎 클로버는 아니지만 세잎 클로버도 클로버에요. 엄지손톱보다 작은 클로버 모양 스티커에요. 제가 모으는 그 스티커요. 네잎 클로버랑 물물교환이기도 하고요, 아까 한 말들에 대한 사과이기도 하고, 네잎 클로버랑 화과자 노점 찾는 길을 알려준 것에 대한 감사이기도 합니다. 선배님이 내밀고 있는 손에서 검지손가락 위에 조심히 꼭 붙이려고 해요.
인명을 부르겠다고 하며 묘한 미소를 짓는 모습을 보며 케이 또한 그저 미소로 화답할 뿐이었다. 굳이 어떤 방식으로 부를 것인지를 부러 묻지는 않는다. 뭐, 부르고 싶을 때 부를테니 굳이 따져 물을 필요도 없을 테니까. 그저 선배님이라고 불러도 괜찮다고 생각하고 있으니.
“그야 이나바 님은 하늘에 퍽 가까운 이가 아닌가요. 이미 많은 것을 가지셨으니 땅에 가까운 이 여우가 무엇을 더 드릴 수 있겠나요. 갚아야겠다 생각한 것은 아니었으나 이런 기회가 온 것을 마다하지는 않는다는 것이죠.”
자신을 낮추는 말을 쓴 것은 겸양의 표현이기도 했고 사실이기도 했다.
그리고 이어지는 메뚜기 시식 경험에 케이는 드물게 작은 웃음을 터트렸다가 말했다. 그 또한 신이 아닌 미물이었을 때에는 메뚜기도 먹곤 했으니 이상할 일이 없기도 했고.
“구운 메뚜기는 별미라고 하죠.”
나름 벌레를 먹는 일은 종종 있지 않던가. 번데기라던가 바퀴벌레 구이라던가, 밀웜을 대체식으로 활용한다거나 등등.
아이스크림을 계산하면서 들리는 말에 케이는 아이스크림 겉포장지에 그려진 토끼와 이나바 님을 비교해보며 조금 웃음을 흘렸다.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나눠가지며 케이는 포장을 벗겨 그 아이스크림을 한 입 베어문다. 차갑고 시원한 느낌이 감돌아 꽤나 좋다. 더운 여름이 오면 아이스크림을 입에 달고 사는 케이였으니 벌써부터 아이스크림 먹는 것에 시동을 걸었을지도 모르고.
케이는 근처 벤치에 자리를 권했다. 늦봄의 햇볕이 꽤나 따사로워 보였다.
“그나저나 이곳에서 친구는 많이 사귀었나요?”
나름 행복한 학창 시절을 보내고 있는지 묻는 말이었다. 타지에서 왔으니 낯선 이들이 참 많을텐데 말이다.
제 물음에 대해서 빠르게 네! 라고 대답하는 것에 치아키는 두 눈을 깜빡이며 하네를 가만히 바라봤다. 뭔가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것 같았으나 제 생각에 대해서는 굳이 입에 담지 않으면서 그는 어깨를 괜히 으쓱했다. 일단 가져간다고 했으니 그녀의 손에 클로버를 쥐어주기 위해 손의 균형과 힘을 조절했다. 혹시나 힘을 꽉 줘서 기껏 찾은 네잎클로버의 모습이 망가지거나 하면 찾은 보람이 없지 않겠는가. 물론 손바닥 위에 올려뒀으니 주먹을 쥐지 않는 이상 그럴 일은 없겠지만 잘못 움직여서 클로버를 떨어뜨리면 그 또한 스스로 보람을 없애는 행위와 다를 것이 없었다. 그 와중에 웃다가 입을 가리고 눈을 피하는 모습에 치아키는 결국 참지 못하고 웃음을 작게 터트렸다.
"보아하니 후배 양은 정말로 클로버를 좋아하는 모양이네. 정확히는 네잎클로버인가? 찾는 것은 좋은데 화단의 메인인 꽃이 다치지 않도록 조심해줄거지? 그럴 거라고 믿을게. 그런데... 응?"
자신의 손에 클로버 모양 스티커를 붙이는 모습에 치아키는 절로 고개를 갸웃했다. 클로버 스티커? 방금 전 사과랑 감사, 칭찬이라는 말을 치아키는 잠시 떠올리다가 그녀의 손에 클로버를 조심스럽게 내려놓으려고 하면서 입을 열었다.
"사과와 감사, 그리고 칭찬이라. 칭찬스티커야? 그럼 이거 열 장 모으면 나에게 따로 상품도 있고 그래? 혹은 스무장이려나?"
유치원에 다닐 때 이런 스티커나 도장을 일정 수 모으면 선물로 교환하는 것이 있었던 것을 떠올리면서 치아키는 어깨를 으쓱했다. 이어 손가락에 붙어있는 클로버 스티커를 가만히 바라보다 제 스마트폰을 꺼냈고 그 뒤에 조심스럽게 붙였다.
"그런 것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땡큐. 잘 받을게!"
제 가족이 같은 학교니까 보이면 잘 챙겨주라는 말이 있었던 이 후배는 클로버를 정말로 좋아하는구나. 그렇게 새롭게 인식을 하며 치아키는 가만히 고개를 돌리면서 바라보다 방금 전 자신이 클로버를 찾았던 바로 그 위치를 손으로 가리켰다.
"더 찾을 생각이라면 저쪽도 확인해봐. 다 확인하진 않았지만 상대적으로 클로버가 많아보였거든. 그러면 네잎클로버가 있을 가능성도 있지. 없다면 어쩔 수 없지만 말이야."
가족들은 모두 신이고, 눈 색이 같아요. 저만 눈 색이 다르고 인간입니다. 그래서 혼자 다르게 생긴 네잎클로버를 처음 보았을 때 세잎클로버 다섯장과 함께 꺾어 가족들에게 보여주었어요. 우리 가족이라면서요. 저는 그때 네잎클로버는 혼자라는 생각을 했는데, 가족들은 네잎클로버가 특별하단 생각을 했어요. 아마 그때부터 클로버를 좋아했을 겁니다. 초록색이나 연두색을 좋아하게 된 것도 클로버의 색이기 때문이에요. 손 위에 네잎클로버가 조심히 옮겨집니다.
“세잎클로버가 더 좋아요.”
꽃을 다치게 할 생각은 없어요. 믿는다고 하지 않으셔도, 조심해줄 것인지 묻지 않으셔도 그랬을 겁니다. 그러니까 고개를 끄덕였어요. 손바닥 위에 올라온 클로버를 보다가, 다시 가방에 손을 넣어요. 꺼낸 수첩 사이에서 클로버가 한 번 더 튀어나옵니다. 클로버가 세 장, 앞으로 두개 혹은 네개에요.
“777장이요.”
어디서 나온 숫자냐면, 학교에서 했던 이벤트에서 나온 숫자입니다. 상품을 받을 수 있는 점수 중에 제일 높은 점수가 777점이었어요. 저는 상품을 받을 수 있는 제일 낮은 점수조차 받지 못 했지만요. ...네, 조금 장난 친거에요. 제가 매일 하나씩 클로버 스티커를 준다고 해도 어떻게 777장이나 모을 수 있겠어요. 그렇게 해도 2년이 넘게 걸립니다.
“모을 수 있으면 모아보세요. 10장도 못 모을 겁니다.”
지금처럼 친하지도 않는 사이인데 클로버 스티커를 준 건 처음이에요. 정말로 10장 모으기도 어려울 거라고 생각해요. 비꼰다거나 무시하는게 아니라요! 정말 10장이라도 모으게 된다면 상품을 줘야하는 걸까요? 드릴 수 있는 거라고는 하나도 없어서 그때까지 좀 고민해야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휴대폰 뒷면에 붙는 클로버 스티커를 보아요. 777장을 모으면 휴대폰이 하나도 보이지 않게 될 것 같습니다.
“안 물어봤어요. 하지만 일부러 알려주셨으니 찾아보겠습니다.”
선배님이 클로버를 찾았던 자리에요. 조금 기대를 해도 되지 않을까요? 집에 갈 때까지 네 장을 더 찾을 수 있으면 정말 좋겠습니다.
과거 약간의 일면식만 있을뿐, 그 외엔 거리감이 다소 있을 자신에게 이정도로 호의를 보이는 이라면 구태여 딱딱한 호칭을 불러가며 선을 긋고 싶진 않지만 역시 신이라는 위엄은 어쩔수 없는지 '선배라는 현실적인 타이틀'을 핑계삼아 격식을 차리려는 자신이 있었다.
누군가가 보면 배를 부여잡으며 웃을지도 모르는 희극이지만 그것 또한 버릇인걸 어쩌랴, 그나마 그가 자신을 '토아 후배님'이라고 먼저 칭했으니 어설프게나마 따라하듯 그에 대응하는 호칭으로 돌려주었을 것이다. 아무렴, 거두절미하고 선배님이라고만 부르는 것보단 더 친근하지 않은가? 그 역시 자신에 대해 스스럼 없이 이름으로 불러주었거늘, 똑같이 이름을 언급하는 것이 나름의 예의라면 예의리라.
"듣는 제가 쑥쓰러울 정도의 말씀을 하시네요. ...그렇겠지요. '기회'는 분명 좋은 울림임에 이견이 없답니다."
말은 그렇게 하지만 머쓱한 표정도, 뒷목을 쓸거나 볼을 긁적이는 간단한 제스처도 없었다. 음의 높낮이도 마찬가지니, 이런식의 대화에 익숙한 이가 아닌 이상은 약간의 답답함을 품을지도 모르겠지만 당사자인 자신은 익숙해졌으니 그만이었다.
"현대에 들어서야 겨우 그런것이 대체식으로 통용되는 모양이지만... 과거엔 이런 것처럼 별미였을지도 모른다는게 웃자면 웃을만한 희극이겠군요."
그 말대로, 어째서 그것을 '대체식품'으로 부를만큼 인류가 가축이라는 부류로 나눈 동물들의 고기를 기본사양으로 삼게 된 것인지 쓸데없는 궁금증을 가지는 자신이 있었다. 역사학자나 인류학자, 생물학자에게 조언을 구해야겠지만...
그런 생각을 하며 아이스크림에 입을 대는 것도, 참 우스꽝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그것조차, 자신이 그러하듯 상대방도 거부감이 들지 않는다면 마냥 즐겁게 생각하는 소녀가 그의 옆에 있었다.
...물론 권유받은 벤치의 자리에 앉아 늦봄을 즐기던 중 들려온 물음엔 잠깐의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지만...
"무어라 말씀드려야 할지... 그저 흐르듯 이곳에 당도하여 흐르듯 살아가다보니, 친구가 없다하면 명백한 거짓이겠지만 그렇대도 '많이'라는 수식어를 붙일만큼의 수는 아니겠군요. 마냥 웃지만은 못할 일이지요."
그럼에도 역설적으로, 웃고 있었다. 이번엔 그 진심이 얼굴에 잔잔히 어려있는 것처럼 얕게나마 눈에 띄는 미소였다.
"그래? 네잎클로버를 찾는 것 같아서 그쪽을 더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하긴 세잎클로버도 '행복'을 상징한다고들 하니까. 정확히는 행운에 눈이 멀어서 더 가까운 곳에 있는 행복을 미처 보지 못한다 식으로 의미가 쓰이던가?"
언젠가 책에서 읽었던 내용을 떠올리며 그는 미소를 지으며 그렇게 이야기했다. 이어 그는 자신의 스마트폰 뒷편에 붙여놓은 '행복'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최대한 떨어지지 않게 잘 붙여볼까.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괜히 오른손으로 스티커를 더 꾹 누르면서 스마트폰에 붙였다. 그야 행복을 잃고 싶진 않았기에. 뒤이어 그는 스마트폰을 주머니 속에 쏙 집어넣었다.
한편 777장이라는 말에 치아키는 처음에는 왜 저런 숫자인가 싶다가 순간 뭔가가 떠올라서 그만 웃음을 크게 터트리면서 몸을 부르르 떨었다. 이렇게 한 방 먹을 거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는데. 이어서 치아키는 장난스럽게 고개를 내려서 하네의 눈동자를 빤히 바라보면서 말했다.
"그러면 이거 777장 모으면 후배 양에게 뭐든지 빌 수 있는 소원권 2장이 생겨? 그렇게 오기가 생기면 한 번 모으고 싶어지는데? 어떻게 해야 얻을 수 있으려나? 하핫. 물론 나야 올해가 지나면 졸업하고 그 이후에 후배 양과... 운이 좋다면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아무튼 어지간하면 길 가다가 우연히 보는 것이 고작일 것 같으니 불가능하겠지만서도. 후배 양이 준 이 스티커와 똑같은 스티커를 구해서 777장 붙인 후에 찾아가야하려나?"
당연히 진심이 섞여있지 않은 장난스러운 목소리였다. 애초에 스티커를 어떻게 777장이나 모을 수 있겠는가. 그리고 이 후배의 지금까지의 성향을 생각해보면 딱히 자신에게 이후에 스티커를 줄 것 같지도 않았다. 그냥 분위기에 맞추듯이 행동을 하며 이어 치아키는 안 물어봤지만 찾아는 보겠다는 그 말에 귀엽다는 듯이 키득키득 웃었다.
"알아. 그냥 지나가던 학생회장의 변덕이라고 생각해줘. 딱히 세상에는 물어봐야만 말할 수 있고 그런 것은 아니잖아? 내가 그냥 말하고 싶어서 말하는 거고 그걸로 된거지 뭐."
두 어깨를 으쓱하며 치아키는 쭈욱 기지개를 켜먼서 핸드폰을 다시 꺼낸 후에 시간을 확인했다. 슬슬 가보는 것이 좋을까. 그렇게 생각하며 치아키는 하네를 바라보면서 물었다.
별로 쑥쓰럽지 않은 것 같은 모습으로 쑥쓰럽다고 표현하는 것도 조금 우스웠지만, 겉으로 표현하지 않는다고 해서 그것이 거짓이라고 말할 수 없는 것은 토아가 신을 모시는 이이기 때문일까. 보통 신을 모시는 이들은 꽤나 진실만을 말하지 않던가. 그것이 무언가를 숨겨서 만들어내는 진실이라도 말이다.
아이스크림을 별미라며 메뚜기 구이와 같게 여기는 것에 케이는 쿡쿡 웃었다. 은근 별난 소녀인 것 같다는 인상이 추가되었다. 2년 전 처음 인사만 나누었을 때에는 단정하고 얌전한 소녀의 느낌이었다면 지금 모습은 좀 더 엉뚱하고 별나다, 라는 인상이려나. 토아의 말투나 외형 또한 그런 인식에 한 획을 더할 뿐이었다.
“이제 봄이 끝날 뿐이니 어느 정도 안면을 트고 공통된 관심사를 갖는 것이 고작이지 않겠나요. 아마 토아 후배님은 잘 할 것이라 생각해요. 일 년, 이 년 지나다 보면 절친한 친구도 생기고 우정을 나누게 될테지요.”
봄볕을 맞으며 아이스크림을 한 입 더 먹고는 토아를 보며 말했다.
“아, 그런 걸로 치면 저도 후배님의 친우가 되겠군요. 안면을 트고 공통된 관심사를 갖게 되었으니.”
웃음기 머금으며 말을 덧붙인다.
“살다 보니 친구라는 것이 굳이 큰 것이 필요하지 않더군요. 시간을 나누고, 필요한 물건이 있으면 함께 사러 가기도 하고, 재미난 것이 있으면 구경을 가고, 맛있는 것을 먹으러 가는 것이죠.
그런 의미에서 후배님은 가미즈나 구경은 많이 했나요? 따로 먹고 싶은 음식은?”
2년이지만 이 주변 탐방을 많이 했다며 웬만한 맛집은 알고 있다는 그런 말도 함께 하면서.
그가 자신의 다소 무덤덤한 반응에도 익숙한듯 대응해주는 것은 분명 호재일 것이다. 여우신의 신통력으로 의중을 알아채는 것인지, 아니면 신에게 전달받은 진실을 고하는 종교인의 자세인 자신의 성향 덕인지, 그것도 아니면 그냥 전해지는 감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아이스크림과 메뚜기 구이, 튀김따위의 것을 동일선상에 묶는 것은 역시 괴짜처럼 여겨질만도 했는지 쿡쿡거리는 웃음이 들려왔다. 그것에 반응하듯 휘둥그레진 시선으로 그를 바라보았지만 당혹보단 의문같은 가볍디 가벼운 수준이었을까?
하지만 본가쪽의 평상시 분위기를 생각하면 여전히 마을 어귀 어딘가에선 도망다니는 메뚜기들을 잔뜩 잡아 히히덕거리며 번갯불에 콩 구워먹듯 즉석꼬치를 해먹는 코흘리개 아이들이 여전히 존재할 것이다. 그것이 그들만의 단순한 스포츠던, 정말 소박한 시골생활을 단적으로 즐기는 유희던간에.
"음... 말씀대로, 아직은 이르겠지요. 청춘이 소녀를 두근거리게 만든다 하여 저 또한 그리한줄 알았거늘, 어쩌면 그런 마음이 과하여서 조바심마저 든 것은 아닐지..."
그런 진심어린 농담을 하나 알고 있다. '첫 학교생활: 친구 100명 사귀기!'라던가? 세계일주급의 이야기나 다를 바가 없겠지만 꿈은 크게 가지라 했다. 제 섬기는 이도 현재에 감사하며 만족하되 미래는 보다 넖게 보는 것이라 일러주었지만...
어설프게 토끼를 흉내내듯 빚어진 외관의 아이스크림은 어느덧 작달만한 귀 한쌍을 모두 내어주고서 뽀얀 얼음층을 지나 산뜻한 과일향을 뿜어내고 있었다. 겉과 동일하면서도 언뜻 다른 색상을 속에 품는 간식류는 꽤 좋아하는 기호식품군이었다.
"그리 말씀해주신다면, 더할 나위 없는 기쁨이겠지요."
이런 말을 입 밖으로 꺼내면 우습게 들리겠지만, 호기롭게 친우를 거론하는 그의 모습을 보자니 이전 그를 처음 만났을 때의 벅참이 다시금 아로새겨지는 기분이었다. 믿지 못할지도 모르겠으나, 명명백백한 사실이었다. 어른의 사정으로 학교와 집을 오갔던 과거와 다르게, 비록 상대방은 제 섬기는 이와도 깊게 안면이 트인 관련인이라지만 공은 공, 사는 사였다.
그렇기에 이에 맞닿아 바스라졌던 아이스크림만큼 쪼개어져 푸스스 흩어지는 웃음이 가느다랗게 변한 시선과 함께했다.
"말씀대로, 어쩌면 친우란 그리 거창한 것은 아닐테지요. 함께 공유하는 것, 그것을 모토로 삼는 결속, 비로소 깨닫는 타인과 자신의 유대감..."
미약하게나마 긴장감을 품고 있던 자신이 우스꽝스럽게 느껴질 정도였다. 물론, 그런 우스꽝스러운 광대의 역할도 거리낌없이 해낼수 있겠지만...
"그렇군요... 당장 생각나는 것은 없지만... 아무튼 '한식'스러운 것도 끌리더군요."
말은 생각나는게 없다 해도 본능은 솔직했다. 피는 못 속이는지, 이런 모순을 보면 가끔 신의 위용을 두른대도 자신 또한 천상 인간인게 확실할테지.
동지, 그래. 당신 역시도 자신과 비슷한 분량의 피로를 가지고, 비슷한 이유로 이 장소를 찾아왔을 것이라는 건 피곤해 보이는 당신의 모습과 하는 말로 확인 할 수 있었다. 눈가의 눈물 한 방울 살며시 닦아내며, 당신을 바라보던 미유키는 이어지는 행동에 조금 당황하면서, 얼떨하다는 반응을 보인다. 바닥을 구르는 이 신님의 여유로운 태도를 두고서 무언가 생각하는 듯 있다가 그냥 어깨를 으쓱인다. 제 본래 바라던 것과는 달랐지만 아예 자리를 뜨라고는 하지 못할 성정이기도 하니 미유키는 자신이 누울 자리를 만들어 준 것으로 만족했다. 또 제 자리라 적어 둔 것도 아니었으니, 굳이 같은 피곤한 이에게 예민하게 굴 필요가 없었다. 그렇게 미유키는 그가 내준 자리로 천천히 다가가 조용히 몸을 굽히며 누웠을까. 등을 보이며 누워보는 듯하다가는, 불편한 것인지 잔디밭에 등을 붙이고 누워 나뭇잎을 통하며 스며드는 연초록 흐린 빛을 올려다본다. 그렇깊게 숨을 들이쉬고 눈을 감다, 당신의 물음에 당신을 향하여 모로 눕고서, 그 감았던 눈꺼풀을 밀어 올리니. 무표정하게 노란색 눈동자가 빤히 당신을 응시한다.
탈리스만을 도둑맞은 바유는 끝내 물의 님프를 용서했을까? 구세프마저 미처 거기까지는 이야기를 다 쓰지 않았다. 하물며 자신이라고 어디 신의 뜻을 가늠이나 할 수 있겠는가. 적어도 그녀보다야 영겁을 사는 이 고대의 존재가 더 잘 알 테였다. 단 두 마디 흘린 모호한 말로 곧장 답까지 이끌어내는 걸 보면 세월을 결코 허투루 보낸 건 아니다! 정곡을 찔린 미야나기가 어항 속에 빠뜨린 금붕어같이 뻐끔거렸다. “······400년 전이라고 했어요.” 제 일을 흥미 위주로 캐내는 건 진즉이 뻔했지만 아랑곳 않았다. 본디 인간이라는 게 신에게 있어서는 고작 파적거리일 뿐이니 응당한 일이다. 문득 어두운 가운데 한 줌 웃음기 없는 눈동자가 짧게 그녀를 훑었다. 어색하게 다른 곳으로 눈알을 굴리며 신경쓰지 않는 척했지만, 발끝까지 매섭게 내리꽂히는 푸른 시선에 흠칫 손등에 입술을 묻고 숨죽여야 했다. 다행히 찰나 만에 다시 연기처럼 훅 흩어졌지만. 그녀는 작게 한숨쉬었다.
“나쁘지 않았어요.”
5분 전까지만 해도 겁에 질려 찍소리도 못한 주제에 잘도 고개 저으며 나불댔다. 그도 그럴 게, 미야나기가 그를 나쁘게 평가했던 건 이제 와서 전부 의미 없게 됐지 않나. 청소년의 음주? 청소년이 아니다. 허세? 일말의 허세도 없었다. 기묘한 웃음? 인간 기준으로 공포스럽다뿐이지 악한 행동은 아니다! 단순히 이롭다고만 하기엔 미심쩍은 구석은 남아있었으나 최소한 해치려 들 것 같지도 않았다. 그녀는 그럭저럭 침착해진 듯했다.
“사, 사에. 사에라고 불려요.”
기습적으로 질문 받은 탓에 무심코 뱉어 금세 후회했다. 자고로 신적인 존재에게 이름을 넘긴 인간 치고 인생이 잘 풀린 사례—희곡을 참 많이 읽었다—는 어디에도 없다. 하다못해 악마조차 신부에게 진명을 들켜서는 안 되는 법이다! 물론 통계적—희곡에서 말이다—으로 봤을 때 비인간과 엮여 잘 된 인간 자체가 영 드물기는 했다. 근데 내가 엮여버렸네. 맙소사······. 그러나 황송하게도 상대의 이름을 먼저 받아들었으니 예상 외로 과분한 대우다. 멍청해 보이기 딱 좋은 어설픈 발성으로 신의 이름을 입속에 감히 굴렸다. “아, 네애. 네, 비량 님.” 곧이어 미야나기가 약간 머뭇대며 넌지시 물었다.
“근데, 저······ 원래 이렇게······ 모습을 아무한테나 잘 보여주세요? 아니면 다른 의도가 있었나요.“
처음, 질문을 기꺼이 허락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올렸던 의문을 그제서야 던진다. 신이라는 게 전혀 모르는 사람한테도 대뜸 정체 전격 공개를 할 수 있는 거였던가. 그랬다면 예수는 이미 사진이 찍혀 인터넷에 나돌아다녀야 했다.
청춘이 소녀를 두근거리게 한다라, 그러니까 그 뜻은 새롭게 시작한 고등학교 생활 때문에 들뜨고 긴장했다는 뜻이려나? 이런저런 말들을 고풍스러운 말투로 포장하더라도 그럼에도 고등학생인 것이었다. 토아의 이런 말투는 이나바 님의 옆에서, 신사에서 오래 살았기 때문에 얻은 애늙은이 같은 말투일까.
게다가 친구라는 것에 의미를 부여하는 저 단어들도 얼마나 고풍스러운지. 오히려 케이보다 눈 앞에 있는 소녀가 더 신스러운 말투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었다. 그러한 괴리가 조금 웃기고 귀여워 보이기도 했고.
하지만 이어지는 '한식'스러운 것이라는 건 케이도 차마 생각지 못했던 것이라 몇 번 눈을 깜빡였다가 이내 미소를 지어 감췄다.
"그래요. 내가 알고 있는 한식 전문점이 하나 있으니까. 다음에 같이 가볼까요?"
어느새 작은 아이스크림은 입 안으로 다 사라졌고, 케이는 토아에게 한 손을 내밀었다. 손을 내미는 행동에 어떤 반응을 보이던 간에 토아가 영 감을 잡지 못하면 웃으면서 작게 "휴대폰, 연락처 찍어줄게요." 하고 답을 알려주었을 것이었다.
바닥에 등 대고 올려다 보는 잎들이 이제는 제법 무성하게 자라 푸릇하다. 하늘도 구름 한 점 없이 쨍쨍하게 밝으니 몸으로는 선기 느껴지건만 지금이 여름인가 하는 착각이 공연히 들어 온다. 아, 늦봄에도 이러는 판인데 여름에는 어찌 버틸까 싶다. 막상 그때가 온다면 어련히 잘 적응하겠거니 생각하기야 하는데……. 사람이나 신이나 몸 불편할 때 투정이 많아지는 것은 꼭 같다. 조금쯤 푸념 섞인 잡념이 이리저리 머릿속을 떠돌다 픽 사그라진다. 뭐 어쩌겠나. 걱정 반 흥미 반의 마음으로 그 부탁 받겠다고 즉답한 건 본인이고, 몇십 분만 지나면 그는 자신이 이런 신세타령하던 것 싹 잊어버리고 또 희희낙락하리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러니 쓸데없는 생각에 골몰하느라 기분 상하기보다는 시시껄렁한 쇄담에나 열중하기로 한다. 그는 바닥에 착 붙어 있던 머리 들어올리고 옆을 보며 싱글싱글 웃는다.
"대충 그런 셈이지?"
엄밀하게 따지면 그것과도 다소 다르다지만, 본인도 설명하기 귀찮을 때는 그렇게 퉁치는 편이다. 애당초 무어라고 분명하게 정의 내리지 못할 것들을 뭉뚱그려 모아놓은 것이 비량이니 그리 퉁치는 게 틀린 소리 아니기도 하고. 이야기는 어쩌저찌 수수께끼 알아맞히기처럼 흘러가고 있다. 하지만 그의 상대는 꽤나 친절한 출제자인 모양이라, 그는 어렵지 않게 답을 도출할 수 있었다.
"아하, 부엉이?"
이어서 그는 다시금 몸 반 바퀴 굴려서 엎드리고는 팔로 상체만 얼핏 세운다. 피곤하다 하면서도 피로보다는 무료한 것을 더욱 싫어하는 신인 탓이다. 하니 그는 이러고 있더라도 괜찮겠지만 상대방은 어떨지 모르겠다.
"학교 다니려면 피곤할 텐데 너는 여기에 왜 왔어? 아, 내가 왜 왔는지는 이번에는 말 안 해 줄 거야. 너도 맞혀 봐."
꼭 다섯장, 혹은 일곱장을 찾는 이유가 있어요. 선물하려고 찾고 있기 때문입니다. 네잎클로버를 찾아서 선물해도, 이런 풀같은 걸 선물이라고 하냐고 생각할까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대뜸 이유없는 선물을 주어도 이상하지 않은 사이입니다. 그러니까 네잎클로버를 찾고 있을 뿐이에요. 저는 세잎클로버가 더 좋습니다. 꽃도 하얀 클로버보단 붉은 클로버가 더 좋고요. 그렇다고 네잎클로버가 싫은 건 아니에요. 좋아함의 경중을 따지자면 세잎클로버가 좀 더 무겁다는 것 뿐입니다. 손바닥에 놓여있는 네잎클로버들을 보면 입꼬리가 간질거려서 힘을 주어야 합니다. 안 그러면 표정이 풀려버려요. 입술을 꼭 물어야 웃지 않을 수 있어요. 또 웃어버리기 전에 수첩에 클로버들을 차곡차곡 정리합니다.
“소원은 신한테 비세요. 그리고 저 바보 아닙니다.”
빤히 바라보는 시선에 졌습니다. 눈을 계속 피하지 않으려고 해봤는데 결국 피하고 말았어요. 그렇지만 소원권을 기대하시는 것 같은데, 저한테 소원을 빌만한 게 있을리가 없으니 어쩔 수 없습니다. 전 공부를 잘하는 것도 아니고, 성격이 좋은 것도 아니고, 다른 데에 재능이 있지도 않고, 평범하기만 합니다. 상품이라고 하면 무언가 혜택이 될만해야 하는데, 제가 무엇이든 빌 수 있는 소원권은 스티거 777장만큼의 가치가 아닌 것 같아요. 학생회라면야 학교에서 권력이 있는 거니 다릅니다. 급식을 제일 먼저 먹을 수도 있을 거에요. 쪽지 시험을 망쳐도 보충 수업을 안 듣게 해달라고 하면 그것도 가능할지도 모릅니다. 전 그런걸 해드릴 수 없어요. 1000장을 모아도요. 애초에 같은 스티커를 구해서 붙인 후에 찾아오면요, 제가 주지 않았단 걸 당연히 아니까 들어주지도 않을 겁니다.
“찾았어요.”
두개나 찾았습니다! 두개만 더 찾으면 일곱장이에요. 기분이 들뜬 티를 내지 않게 조심하는데 뭔가, 목소리도 표정도 풀린 것 같아요. 풀리지 않게 힘주고 있는데도요. 아까처럼 또 눈을 맞추려고 하면 숨어버릴 거에요. 제가 아니라 클로버를 보게, 찾아낸 네잎클로버 두개를 내밀어 보여드립니다. 그래도 학교를 둘러본다고 하시니까요, 아마 가시려는 것 같아요. 학생회장은 역시 바빠보입니다. 인사를 하는게 맞는 것 같아서 허리 숙여서 꾸벅 인사하려고 했습니다. 근데 쭈그려 앉아있는 중이라서 뭔가 이상한 것 같아요. 어색하지만 조심스럽게 손을 흔들었어요. 엄청 짧게, 순간이요.
제 아무리 신직가문이라 하더라도 특유의 성격 탓에 진중할지언정 모나지 않다 단언할 수는 없었던 자신이다. 그도 그럴 것이 제 섬기는 이의 하루가 멀다하고 찾아오는 시련, 그로 인해 빚어지는 해프닝, 사적이며 지극히 가정적인 가족들과의 생활 외에 공적인 신사의 생활은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 환경은 자신을 올곧은 아이로 성장하게는 했으나 그 외의 것들은 고향의 성향이 그러하듯 어딘가 한발 늦고 부족함이 있었으며 독단적인 돌파구를 찾아나섰기에 그 해결법 또한 완벽하다곤 할수 없었다.
그런 어딘가 모자란 부분을 알고 있기에 스스로도 온전한 성장을 이룩하고자 찾아온 가미즈나 마을이라곤 하지만, 생각만큼 쉽게 변화가 되진 않는 모양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자신의 길에 불만을 품지 않고 도리어 담대하게 나아갔던만큼 쉽게 주저앉을 생각 또한 없었단 것일까?
"아, 알고 계시는군요? 물론 의심이라던가 그런 생각은 하지 않았답니다. ...조금은 의외라 생각했을지도 모르지만..."
문득 든 생각이지만 설마 어폐가 되는 부분이 있던건 아닐지 곧바로 자신의 발언을 수습하고 있었다. 그도 그럴게 아무리 이웃나라라곤 하지만 본능이 추구할 정도로 그쪽에 호기심을 가지는 경우는 아마 평범한 일본인이라면 그 수가 적긴 하겠지.
"그저 길을 일러주신다는 것만으로도 황송할진대... 동행하겠노라 하신다면 신을 섬기는 이로써 어찌 감히 마다하겠습니까,"
나름 진지해졌다곤 하지만 저도 모르게 튀어나온 말투를 뒤늦게 눈치챈지라 아, 하는 짧은 탄성과 함께 이미 무표정이라 가릴 것도 없는 입가를 손으로 틀어막았다.
"오늘은 실언이 너무 잦은 것 같군요. 재회의 즐거움이 지나쳤던 나머지 추태를 보인 것은 아닐지 걱정이네요... 분명 주신님도 뒹굴며 꽁무니 빠지게 웃으시겠지요."
비록 상대방이 아무렇지 않다 여겨도, 예를 중시하는 자신에겐 적잖이 걱정스러운 부분이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표정은 미묘하다는 점이 유머러스한 부분일까,
"아, 연락처인가요? 그럼 사양않고..."
처음엔 손을 내미는 그의 행동이 친구라는 의미에서, 혹은 호의를 내비치는 부분에서 행하는 악수를 생각했지만 본능처럼 손을 뻗기 전에 다행히도 휴대폰의 이야기를 꺼내는 그가 있었다. 한번 정했다면 그 행동만큼은 빨랐기에 뒤적거릴 새도 없이 품에서, 그러면서도 공손하고 부드럽게 자신의 휴대폰을 건넸다.
"하기사, 이게 '평범한' 교우관계일지도 모르겠네요."
너무 책에 쓰여진 것에만 익숙해진 자신이 조금 바보같이 느껴졌다. 자신에게 놓여진 일상이란건 그렇게 딱딱한게 아닐텐데 말이다.
걸음은 꾸준히 이어졌음에도 길은 멀게만 느껴진다. 이 대화가 퍽 즐거웠던 비량이 장난을 친 탓인지, 그저 집이 멀리 있기에 갈 길이 많이 남은 것인지 분간하기엔 가로등 빛이 이상하게 어두웠다. "그 정도면 대단한 전통인걸. 실제로 누가 화를 입은 적은 있어?" 그런 와중에도 재잘대는 그의 모습은 어둑한 데서 더욱 선명하게 보이는 듯하니 기묘한 일이다.
"그걸 그렇게 평가하다니 신기하네. 신들 중에서도 내 성격 싫어하는 녀석들 많은데, 너한테 좋은 소리 듣다니 오래 살고 볼 일이라니까."
이 말은 껍데기만 요란한 공언이 아닌 진심이었다. 눈 동그랗게 뜨고는 의아하고 놀라운 표정을 짓고 있지 않은가. 조금 전까지만 해도 쉴새 없다시피 대답 빨리 하며 화제도 휙휙 꺼내오던 모습과는 딴판이다. 그도 그럴 게, 그와 비슷한 부류가 아니고서야 가학적이고 자기중심적인 기질을 좋아하거나 이해할 사람 없는 것이 당연했다. 어울린 시간이 길다면 경계를 풀기도 했지만 그것은 순전히 그가 그럭저럭 말 통하는 작자인 척하고자 구색을 맞추어 왔기 때문이다. 어쩌면 사에의 반응은 단지 그를 종의 차이로서 쉽게 납득한 까닭일 수도 있겠다만…… 초면이나 다름없는 사이에, 게다가 무서워하는 면전에 대고 몇 번이나 웃어대는 모습 보았음에도 이런 말 하는 인물은 굉장히 드문 터라.
"기특하니까 하나 말해줄까. 네 업보에 관한 조언, 필요해? 알아서 오히려 좋지 못한 이야기일 수도 있고, 과한 참견 맞으니까 안 듣고 싶다면 거절해도 돼."
고개가 기울어지며 물어 오는 목소리가 은근하다. 만면에는 그린 듯이 가지런하고 서글서글한 미소가 서려 있다. 돼먹지 못한 귀신이 남의 불행을 재미 삼아 머리 굴려대는 이 상황은 어쩌면 나쁘지만은 않을 수도 있겠다. 이 신은 자기가 즐겁거나 재미있기만 하면 이런저런 이야기나 선물 퍼다 주는 성격이기에, 어쩌면 저 좋을대로 나불대는 말 중에 쓸모있는 이야기가 들어 있을지도 모르는 것이다. 그 말 하고서는 간만에 드문 소리 들었다는 양 웃음소리 크게 흘리며 손사래를 쳤다. "그 정도로 존칭 안 해 줘도 돼! 날 그냥 아저씨라고 부르는 애도 있는데 뭘. 대충 편한대로 불러." 원래 편하게 대하란다고 곧장 편하게 대할 수 있는 사람 얼마 없다지만 그 사실을 신경쓰기엔 그의 관심은 이미 너무 먼 곳으로 떠나 있었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기다려 온 질문들이 2콤보! 그는 단 한 치의 부끄럼 없이 당당하고 환한 얼굴로 즉답했다.
"취해서 이미 할 말 못 할 말 너무 많이 해 버리기도 했고, 네가 천육백 살 맞다는 증거 보여주면 좋겠다고 하길래? 내가 좀 유치해서 말이지. 나이에 발끈한 건 거의 진심이었을걸!"
그러고서는 돌연 뭐가 우스운지 저 혼자 깔깔 소리내어 웃는다. 이 양반 아직 술이 아직 덜 깼나……. 갑자기 남의 중대한 비밀 들어버린 쪽 마음고생이 어땠는지도 모르고 혼자서만 태평해서 얄밉다. 그 와중에 본인이 유치하다는 건 용케 알고 있었나 보다. 한참을 웃다가 싱글싱글 웃음기 남은 얼굴로 부연하기도 잊지 않았다.
"아, 물론 다수의 인간에게 밝히지 말 것, 신의 힘을 공공연하게 남용하여 사회적 혼란을 야기하지 말 것… 정도의 규칙은 있지. 그래도 적은 수라면 얼마든지 알려줘도 돼. 너, 그러니까 사에 양이 비밀 보장만 해 준다면야?"
비밀 보장 운운할 때쯤 되자 또다시 예의 그 뻔뻔하게 아양 부리는 표정이 나온다. 이 도깨비, 알기 쉬워서 도리어 지긋지긋하다.
하네 TMI 주세요! 우리 하네... 술은 잘 먹나요? 이 집안 유전자는 무시하지 말라. 🤗 가족들에게 비할 만큼은 아니지만 잘 마시는 편이야. 주당입니다. 얼굴색 하나 안 변하는데, 정말 만취한 이후에도 얼굴색 하나 안 변해서 겉보기로는 알아볼 수 없다....... 하네가 취할만큼 마시면 주사 나올까봐 걱정돼서 일부러 취할 때까지 안 마시려고도 할 것 같고. 타고난 주량 + 조절 잘함 = 술 잘 먹는다. 😊
게임은 좋아하나요? 아니오. 유희의 신들에게 패스. 잘 하지도 않고 좋아하지도 않지만......... 내기같은 걸로 약 올리고 약 올리고 약 올르게 한다거나, 마음 약하게 만들어서 매달리면 응할 가능성이 높아. ☺️
특히 잘하는 과목이 있을까요? 저번에 답했던 질문이네! 유희의 신 가족력, 무시할 수 없지. 😉 문학과 체육이야. 아마 음악과 미술도 못하진 않지 않을까....... 예술과 유희는 가깝다고 생각해서. 🤔
치아키가 지금 있는 곳은 가미즈나 마을이 아니었다. 지금 그가 있는 곳은 수학여행지로 그가 선택하고 점찍어놓은 '물로 유명하여 물과 관련된 산업이 크게 발전한 마을'이었다. 통칭 '가미즈미 마을'*. 오랜 옛날 신이 이 지역에 자신의 기운을 녹인 샘을 내렸고 그 이후로 마을에 신의 기운이 녹아있는 물이 흐르게 되었다는 전승을 곱씹으며 치아키는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자신이 살고 있는 가미즈나 마을처럼 이곳에서도 신이 많다고는 들었으나 그것이 실제로 그런지는 자신도 알 길이 없었다. 자신은 신이 아니었기에 신을 본능적으로 알 수 없었으니까.
사실 그것을 떠나서 맑고 좋은 물이 흐르며 물과 관련된 산업이 크게 발전했다는 사실이 치아키로서는 정말로 마음에 들었다. 역시 여름하면 물놀이가 아니겠는가. 꼭 수영이 아니더라도 바닷가로 간 후에 모래 찜질을 할 수도 있고 비치발리볼이나 해변에서 나 잡아봐라~ 같은 놀이를 하는 것을 구경할 수 있지 않겠는가. 자신과는 조금 거리가 먼 이야기일지도 모르지만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할 수 있다고 생각하며 치아키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마지막으로 이곳저곳을 돌아보며, 특히나 숙소로 이용하기로 한 관광용 리조트 건물을 다시 한 번 확인하고 근처에 있는 워터파크나 바닷가, 그리고 하다 못해 그 성스러운 샘이 고여있다고 전해지는 북쪽 지역까지 확인을 한 후 치아키는 수첩을 꺼낸 후에 이것저것을 작성했다. 그 안에는 정말로 이런저런 내용이 복잡하게 담겨있었다. 근처에 있는 관광지, 그리고 교통 상황, 숙소 상황, 식당, 예산 그리고 기타 등등. 거기에 쓰여있는 내용을 근처 나무에 기대 조용히 다시 읽어보던 치아키는 어깨를 으쓱했다.
"일단 이 정도면 괜찮을 것 같긴 한데... 그래도 다른 임원이라도 데리고 올 걸 그랬나. 그래도 주말에 괜히 불러서 오게 하면 미안하고 말이지. 아하하. 나중에 잔소리나 들을 각오나 할까."
또 멋대로 혼자서 이렇게 조사를 나왔다고 누군가는 이야기할지도 모르고 왜 혼자서 처리하냐고 이야기를 들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가까운 거리도 아닌데 오게 하면 여러모로 미안한 것을. 거기다가 오늘 이렇게 여기에 온 것은 개인적인 볼일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기왕 여기까지 왔으니까 토모시비 마츠리를 홍보해두는 것도 좋을 것 같단 말이지. 그러니까... 일단 신에게 선택받았다고 하는 그 집안의 도움을 받으면 좋을 것 같은데. 거기가 어디였더라.'
분명히 적어뒀는데 영 기억이 안 나네. 그렇게 생각하며 치아키는 다시 수첩을 꺼내서 거기에 담겨있는 성을 확인했다. 이어 다시 한 번 그 이름을 곱씹으며 치아키는 스마트폰을 꺼냈고 어느 한 지역을 검색했다. 일단 여기로 가면 가장 확실하려나. 그렇게 생각을 하면서 그는 발을 천천히 앞으로 향했다.
'이런 이야기는 아무래도 사적인 거니까. 괜히 동참하게 하면 미안하기도 하고. 일단 슬슬 마무리 단계니까 나 혼자서 어떻게든 가능할테고. 아. 김에 여기의 명소라고도 하는 온천이나 들렸다가 하룻밤 자고 갈까.'
물이 좋기로 유명하니 온천도 좋겠지. 그렇게 생각하니 어느새 그의 발걸음이 또 상당히 가벼워졌다. 아쉽게도 이곳의 여름 마츠리에는 시기상 참여할 수 없었으나 일단 개인 사적인 용건을 해결하는 김에 또 이곳저곳을 구경하면 그건 그것대로 재밌겠지. 그렇게 생각하니 절로 자신이 훌륭한 학생회장 같다고 생각되는 덕이었다.
"오. 나 임기 다 마치고 내려갈 때 박수 엄청 받는 거 아니야? 하핫. 막 이래!"
괜히 그런 뻘소리를 하기도 하며 치아키는 마무리 작업을 위해 마을을 천천히 걸었다. 마을 내부에 약하게 번져있는 것 같은 고운 물향기를 느끼며.
/지금의 치아키는 가미즈나에 없고 다른 곳에 있다는 뭐 대충 그런 독백 이야기!
*가미즈나 마을 - 2기의 배경. 자세한 설정은 내 옆자리의 신 님 RE를 참고해주세요! *몰라도 수학여행에는 크게 상관없어요. *그냥 배경만 가지고 온거지 2기 인물들 안 나와요!
ㅋㅋㅋㅋㅋㅋ 아닛. 유전자의 힘이로군요. 하네는 술을 잘하는구나! 하지만 술 취한 모습도 한번은 보고 싶네요! 툴툴대고 솔직하지 못한 모습이 확 바뀌게 될 것인가! 아무튼 게임을 좋아하지는 않는다...그렇다면 세잎클로버가 걸린 게임이라면..(안돼) 아무튼 하네가 예술을 하는 모습을 보고 싶기도 하네요!
회장님 열일 하는구나. 🤗 수학여행 때문에 고생이 많아........ 선생님들의 월급루팡..... 월급 다 치아키 주세요. ☺️
>>572 그래도 반절은 신에게서 난 인간인데 유전자가 힘냈을 거라고 믿어. 😉 술 취한 모습............. 일단은 어른이 되라고 잔소리 좀 하고 올게. 미성년자는 안 되지. ☺️ 확 바뀌긴 할거야. 취했으니까! 다만 말실수할까봐 말을 안 하려고 하고, 행동과 표정이 풍부해진대. 😊 세잎클로버를 건다니........ 효과적인 도발이었다........ 하네의 예술................. 2학년 A반 미술시간에 처들어가면 볼 수 있으려나.....? 🤔
>>573 술게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ㅜㅜ 생각도 못 했어. 술게임하면 빨리 취하고 취해서 게임도 잘 못 빼게 되지........ 일상은 당연히 환영이야. 이번에는 어떤 상황으로 돌릴까! 아직 이번주가 안 끝났으니 계절은 봄이던가?
>>576 린주 안녕, 좋은 밤이야. 체육 잘 하는 건 본인 스스로 알아도 술 세단건........ 알려나? 주변 어른들이랑 한 번 마셔봤다고 해도 다 주당들이라 모를 거 같단 생각 ㅋㅋㅋㅋㅋㅋㅜㅜ 본인은 술 안 세다고 생각할 수도. 🤗 하네가 혹할만한 내기ver.린이라면........ 뭔갈 이기면 며칠간 안 놀리겠다고, 장난 안친다고 하기.......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ㅜㅜ
물놀이 대박~! 이라고 생각하다가 하네는 물놀이 안 한단 걸 깨닫고 얌전해지기........... ☺️
>>582 미카야................. 내가 의술의 신이든 치료의 신이들 데리고 올게....... 🥹 교내에서 두번 만났고 교외에서 한번 만났으니까 교외로 해볼까? 사실 상관없어서....... 등교길에 다른 길로 빠지는 미카를 봤다거나, 아니면 하교길에 저번에 헤어진 방향과는 다른 방향으로 가는 미카를 봤다거나......? 🤔 교내와 교외 그 사이 어딘가.... 🤗
>>579 킬킬킬킬... 너무 열심히 놀다 못해 집에 안 갈 거라고 떼도 써 주지ヾ(◍’౪`◍)ノ
>>580 술은 하네 나이에는 몰라야 맞아~👀 ㅋ ㅋㅋㅋㅋㅋ그러게 근데 주변인들이 다들 술고래네... 평범한 일반인인 줄 알았는데 사실은 나도 술고래?!라는 전개여도 재밌을 것 같아 어......? 그거.... 꽤 짜릿하고 절대 지면 안 되는 내기잖아 일상소재로...메모... 더러운 수를 써서라도 반드시 이겨주지..(이럼안됨)
뭐.....?.?????? 하네가... 물놀이를 안해..........????? 오늘 내 세상이 무너졌어 근데 렌즈 때문이라니까 납득돼 근데 슬퍼 크아아아아악 이렇게 됐으니까 워터파크 온천 바다에 있는 사람들 다 쫓아버릴래(?) 혼자 있고 싶으니까 다들 나가주세요
>>585 사실은 나도 술고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중에 어른돼서 지인들 보면서 왜 고작 저만큼 마시고 취하는지 고민하고 있을 것 같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ㅜㅜ 평범하게 무섭다...... ☺️ 더러운 수를 써서라도 이긴다니 하네야..... 내가 손가락을 간수하는데 실패했어.... 🤗
다 쫓아버리면 어떡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ㅜㅜ 평범히 발만 담구고 발장구치거나 모래놀이 하면서 놀 수 있으니까 그만두자~! 다른 친구들의 물놀이를 봐야만 하는데—! 🥺
>>592 내일 첫차 때까지............ 진짜 평범하게 현실 공포야..... 🥹....... 그리고 내일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강의 출석/출근......... 😇 사람 ㅋㅋㅋㅋㅋㅋㅋㅋㅜㅜ 신이 사람이 될 필요가 있나요—! 하네도 좀 살갑게 굴어야지...... 사자는 절벽에서 새끼를 떠미는 법. ☺️
점심시간 교정 앞마당 구석진 곳에 앉아있는 미카 코앞에 펼쳐진 운동장에서는 다들 신나게 어울려 놀고 있다 문득 미카는 괜히 제 얼굴에 열기가 오르는 걸 느낀다 이는 멍든 얼굴에 반창고니 거즈니 그걸 덕지덕지 붙여둔 것 때문만은 아닐 거다 이제 슬슬 봄도 끝물이라 더운 바람이 불어오는 탓이다 얕은 그늘 아래를 비집고 햇빛이 기어들어온다 미카는 무기력한 손짓으로 부채질을 몇 번 하다가 뺨의 반창고를 살살 어루만진다 따끔한 통증이 아릿하게 느껴진다
안녕하세요, 타카나시 하네입니다. 저는 지금 이유없이 하릴없이 학교 건물 밖으로 나와봤어요. 저는 초록을 좋아하니까요, 봄이 끝나가는 중이라 분홍보다는 녹음이 짙어진 풍경을 보기 위해서 입니다. 이맘 때는 그림자 색도 검은 것이 아니라 푸른 기분이 들어요. 나무 아래에서 햇빛을 올려다보면 특히 그렇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사람 많은 곳은 되도록 피하고 싶으니까 인기척이 드문 곳으로 향하게 돼요. 대부분 구석진 곳이고, 한창 운동장에서 뛰노는 소리가 아른거리게 돼요. 내년이면 3학년이라니 성적에 신경쓰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점심시간에 멍 때리는 정도는 괜찮다고 믿습니다.
‘...와타누키 씨? 상처는 만지면—’
만지면 안 됩니다! 괜히 만지면 덧나요. 그리고 요즈음에는 날이 더워지고 있어서 반창고나 거즈를 덕지덕지 오래 붙여두면 오히려 안 좋습니다. 습기가 차서 덧나기 쉬워져요. 안 붙일 수 없다면 자주 갈아줘야 하고요, 그때마다 소독도 잊으면 안 됩니다. 저도 여름철에는 아르바이트할 때마다 고생하니까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손이 먼저 나간 것 같아요. 와타누키 씨와 몇 번 마주쳤다고 행동이 앞서버렸습니다.
“안 돼요!”
반창고를 만지고 있는 손이 불안해서, 그 손을 잡으려고 손을 뻗어버렸어요. 앉아있는 와타누키 씨와 높이를 맞추려고 옆자리를 빌리면서까지요. 실례를 저지르려고 작정한 것도 아니고, 말로만 해도 충분했을텐데!
린 TMI 주세요! 우리 린... 씻을 때 물의 온도는 어느 정도를 선호하나요? 어... 미지근한 온도에서 살짝 시원한 쪽? 왠지 뜨신물로 씻는 건 상상이 안 되는 느낌이라서...🤔 겨울에도 그러고 사는 강인한 아저씨야◠‿◠
진상같은 사람 대처는 어떻게 할까요? 내가 진상보다 더한 진상짓을 하면 된다!!!라는 생각 으로 진상이 기죽을 정도로 광인짓을 하지 않을까? 예를들어... 예를 들어... 내가 더 쪽팔려서 차마 말을 못하겠어🤦🏻♀️🤦🏻♀️
자주 튀어나오는 말버릇이 있나요? 저번에 비슷한 질문 받았었지~ 이런저런 감탄사를 많이 쓰는 편이야! 그리고 말버릇은 아닌데 자주 튀어나오는 대화 습관은 그거지. 눈 초롱초롱하게 빛내면서 될 때까지 부담스럽게 쳐다보기... 어쩐지 효과가 좋은 편이라 이거 굉장히 자주 쓰는데 아저씨 나쁜 버릇 들어 버렸어~ ʕ-᷅ᴥ-᷄ʔ
>>608 사야카주 안녕, 좋은 밤이야. ☺️ 의외지만 그게 귀여워—! 이불에서 빨리 빠져나오자마자 방바닥에 엎어지는 건 아니겠지.... 🤔 그럼 평균적으로... 샤워할 때는 물 맞으면서 헤헤좋당. 하는 시간이 대부분 있던데 사야카도 있나요! 🤗 그림 실력 묘사보니까 왠지 크로키 잘 할 것 같다. 🧐
>>604 치아키도 청춘을 즐기게 해달라...(? >>605 그치 요새 난방비 올라서 찬물로 씻어야지(ㅋㅋ 이것이 이독제독? >>608 사야카주 어서와 아침에 빨리 일어나는거 부러워... 그럼 제대로 배운다면 화가 뺨치는 실력이 된다는 것!(? >>610 그 장면... 언젠가 볼수 있기를 바라겠어()
4.사에의 탈 일본을 응원합니다 ദി ᷇ᵕ ᷆ ) 근데! 신 때문에 고통 받는 그 지점이 매력적이라고 생각해 하지만! 마음고생하는 거 보니까 짠하고 가슴이 아파와 그러나! 비일상에 끼여 고통받는 평범한 인간이라는 설정이 너무 재밌어 however! 그것 때문에 진로에도 문제가 생겨서 안타까워 but! 그래서 오히려 덕심이 불타올라 nevertheless! 사에가 업보의 굴레를 벗어날 수 있게 되면 좋겠어 내 진짜 마음은 뭘까?
5.클로버에 꼬셔져서 웃은 하네 사랑스러워... 어라? 나 왜 죽어 있을까 이번 생은 행복했습니다....
6.오구치가 하울링 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
7.하네야 나도 클로버스티커 하나만 주라,,, 네잎클로버 10000장 모아올게 대신 내가 널 모시고 살아도 되겟니,,??,??,, ⸝⸝ʚ̴̶̷̆ˬʚ̴̶̷̆⸝⸝❤︎,,,,,, 너 부끄럼 잘타니까 내가 잘 숨어다니면서 집에서 털끝하나도 안 비추고 집안일만 해둘게,,, 우리하네는 잘먹고잘자고잘씻고잘쉬고잘놀기만 하면 되어요,,, ◜◡◝,,,.,,,,
잡아버렸습니다! 잡을 생각으로 손을 뻗었던 건 맞지만 피할 수도 있었던 거고, 제가 제대로 못 잡을 수도 있었고, 이런 저런 가능성을 기대하면 실례를 더 크게 안 저지를 수도 있었을 것 같은데 저질러버린 거에요. 잠시 사고와 행동이 멈춥니다. 으레 기계들이 그렇습니다. 오작동이 일어나면 아예 동작하지 못하도록 멈춰버려요. 저는 사람이지만 기계를 닮은게 분명합니다. 아무것도 못하고 우뚝 멈춰있다가, 와타누키 씨가 바라보는 시선에서야 겨우 손을 놓습니다.
“바보짓하면 안 된다고요.”
바보라고 해버린 건 저지만요, 바보라고 하고 싶었던 건 절대 아닙니다! 와타누키 씨가 바보가 맞다고 대답하는 건 있어선 안 될 일이에요.
“바보는 아픈 줄도 모른댔습니다. 아파서 잔뜩 붙여놨잖아요. 모래 뿌릴 것도 아니면서.”
...와타누키 씨는 바보가 아니라고 말하는게 이렇게 빙빙 돌려서 말한 건 아니었던 같습니다. 안 되겠어요, 주제를 바꾸는 편이 좋아요. 이렇게나 많은 반창고와 거즈가 붙어있을 일이 뭔지 걱정되기도 하니까, 그 주제가 나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또 저번처럼 싫은 짓을 할 지도 모르니까 말을 잘 생각해보기로 해요.
“왜 다쳤어요?”
이번에는 돌려말할 재주가 없었습니다. 싸웠냐든지, 맞았냐든지 그렇게 물어볼 수는 없었으니까요...
>>610 그래서 게임 이름이 뭐라고—!!! 당장 다운로드해. 일러스트 다 모아. 가챠 다 모아. 현질해. 🤗
>>611 선생님들이 일을.... 안 했잖아....? 일한 사람이 돈을 받는게 뭐가 나빠. 😇 마츠리는 0부터 100까지 a부터 z까지 가부터 힣까지 즐길테지만 치아키를 갈아넣는 건 반대일세.... 🥺
>>614 𝓤-𝓬𝓱𝓪𝓷.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ㅜㅜ 우야!!!!!!!!! 라고 부르는 것보다 꼬맹이아가씨선배요녀석깜찍이짹짹이하네찌 라고 부르는 것보다 더 질색하고 기겁하고 무서워하면서 피할 것 같아................................. ☺️
>>617 본신 본모습이 부정형 어둠이래도 헤헤좋당. 하는 물 맞기 시간은 있어도..... 있어도 귀여웠을텐데 없으면 없는대로 오케이입니다. 사야카 최고. 🤗
>>625 심하게 건강해서 다행이다. 돗가비신님 언제나 튼튼하고 쾌활하게 지내주셔요. 떡을 바치옵니다..... 😇 고삐풀린 망아지 정도로 묘사할까.... 😊 그리고 돗가비신님이 그러시겠다는데 2메다 였어도 끄떡없이 받아줄 수 있다고—! 🤗
앓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ㅜㅜ 이번에도 하네 언급이 있어서 정말 고맙고 주접에 감탄해...... 매번 엄청난 주접이 나오는구나. 😇 귀여워해줘서 고마워! 🥰 그렇지만 우렁각시는 안됩니다........ 하네가 돈이 많아서 돈을 매우 많이 지불한다고 해도 고민할 일을!!!
상처가 한 두개도 아닙니다. 이 상처 만지작거리다 저 상처도 덧나고, 다른 상처도 덧나면 크게 아프기만 할 거에요. 심지어 다른 곳도 아니고 얼굴에 있는 상처인데 흉터가 생긴다거나 상처가 오래 가면 힘들기도 할 겁니다. 반창고와 거즈로 채 가려지지 못한 부분에 든 멍도 보여요. 지금도 많이 아파보입니다.
“거짓말도요. 아무도 안 속습니다.”
누가 속아요! ...눈치있게 속아줘야 했던 걸까요? 이미 누가 속느냐고 말해버려서 되돌릴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넘어져서 다쳤다기에는 얼굴만 심하게 다쳤잖아요. 다른 곳도 까지고 반창고를 붙여뒀더라면 믿었을 거에요. 정말 심하게, 제일 높은 계단에서 굴렀을 지도 모른다며 속았을 거에요. 아무리 생각해도 싸웠다거나 맞았다거나 하는 것 밖에 생각 안 나요. 시선을 피하는 와타누키 씨를 보다가 저도 시선을 돌렸습니다. 시선을 받기 싫어서 피하는 걸테니까요. 제 발 끝을 바라봅니다.
“...상대방은요?”
싸운게 나을까요, 맞은게 나을까요. 폭력은 나쁜 거라고 배웠지만 계속 맞고 있는게 옳은지 모르겠습니다. 배운 것과는 다르게 싸운게 낫다는 생각이 들어요. 차라리 싸운 거라면요, 시비라던지 오해에서 비롯돼 서로 치고 박았다는 이야기가 되니까요. 일방적으로 맞는 상황은 강압적인 분위기 밖에 생각나지 않아서 별로입니다.
"그치! 특히나 수학 시간은 너무 지루한 것 같아. 국어나 영어 시간은 글 읽는 재미라도 있는데..."
사야카는 돌아보지도 않았지만 안즈는 아랑곳 않고 조잘거렸다. 저 대답이 자신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는 증명 아니겠나! 안즈에게는 사야카의 태도가 어떻든 대화가 이어진다는 것이 중요했다.
"게다가, 특히 수학쌤은 재미없는 것 같단 말야... 정말 수업만 딱 하시잖아! 다른 선생님들은 재밌는 이야기도 좀 하고 하시는데."
그러니까 내가 이렇게 졸릴 수밖에 없는 거라구! 당당하게 말한다. 실로 엄청난 자기합리화다. 하여튼 말이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더 말하려던 안즈는 무언가를 보고는 입을 꼭 다물었다.
"헉, 필기 진짜 잘했다...!"
그래, 사야카의 교과서다. 안즈는 사야카의 필기와 자신의 것을 여러 번 번갈아 보았다. 어떻게 5교시 수학 시간에 저렇게나 필기를 잘 할 수 있지? 5교시 수업은 자라고 있는 게 아니었단 말야? 아니, 원래 저게 맞는 거긴 하지만... 복잡한 얼굴을 하던 안즈는 결국 한탄과 감탄을 동시에 내뱉었다.
당신의 말에 여학생은 약간 놀란 듯 보였다.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되묻는 것을 보아하니 말이다.
"헉, 큰일이겠다! 지갑에는 중요한 게 많이 들어있잖아...!!"
무언가를 열심히 생각하는지 미간을 찌푸렸다. 잠깐, 기억을 되새겨보자. 내가 지나온 길에서 지갑을 봤나? 못 본 것 같은데? 어떤 분실물이라도 봤다면 주워서 교무실이나 분실물 센터에 가져갔을 텐데, 최근에는 그런 적도 없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지갑이라곤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왠지 모르게 미안해진 안즈는 조심스럽게 답했다.
안 만지겠다는 대답을 들었어요! 와타누키 씨의 손이 어디있는지 확인하려고 시선을 살짝 돌렸습니다. 다행히 얼굴로 올라가지 않았어요. 근데 무릎에 올려둔 손을 꼼지락거리고 있습니다. 얼굴로 손을 올리고 싶어서, 상처를 만지고 싶어서 그러는 걸까요? 손을 못 쓰게 하면 나을지도 모릅니다. 와타누키 씨 손 위에 제 손을 올려서 덮으려고 합니다. 손이 두배 정도만 크면 아예 덮어서 다 가릴 수 있었을텐데요. 잡는게 아니라 덮는 정도는 실례가 아닐 거라고 믿어요. 뿌리치기 더 쉬우니까요, 그리고 아까처럼 손에 힘을 줄 생각도 없으니까요.
“만지고 싶어도 안 됩니다. 안 만진다고 했잖아요. 거짓말쟁이 바보 할 거에요?”
티 났는 지가 의문인 듯한 와타누키 씨의 목소리에 조금, 아니에요. 많이 당황했습니다. 티나지 않을 거짓말이라고 생각한걸까요? 당황해서 와타누키 씨를 바라보았다가, 실례라고 생각해서 다시 고개를 돌립니다. 와타누키 씨는 절대로 거짓말쟁이 바보가 되고 싶어도 될 수 없을 거에요. 거짓말을 이렇게 못하는데요, 거짓말쟁이 바보를 할 수 있을 리가 없습니다. 애초에 바보는 아니고요.
“네. 속으면 바보고 속아주면 착한 거겠죠.”
다른 학교 애‘들’ 입니다. 적어도 두명 이상이요. 여러 명이서 한 명한테 시비 걸고서 싸웠다는 말이 됩니다. 너무합니다. 어쩌다가, 저번처럼 집에 안 들어가고서 있다가 시비가 걸린 건지, 무시한다거나 도망치면 안 됐냐든지 이런 저런 생각이 들지만 아마도 제일 중요한 건 이거일 거에요.
“...다른 곳은 안 다쳤어요?”
반창고를 붙일 수 있는, 눈에 보이는 상처만 상처는 아니니까요. 상처가 생길 수 있는 곳은 너무 많습니다. 정말 옷에 가려져 보이지 않는 곳에 상처가 있을 수도 있고요.
문득 부자연스러움을 느낀 그녀는 잠깐 걸음을 멈춘 채 입가를 만지작대며 다시 기억 속에 잠겼다. “······아무도. 제가 알기로는.” 태어나 첫 숨 삼킬 적부터 금기를 강요받았다지만 정작 불미스러웠던 때 한 번 없었다는 건 어색하다. 용케 눈에 띌 만한 짓을 안 해서 무탈했다며 막연히 받아들였었는데. 곧이곧대로 순응할 뿐 의심하지 않았으니 이제 와 어설피 걸리는 부스럼을 뒤돌아 살폈다. 어스레한 불빛 탓에 자꾸 길어지는 그림자를 발치에 두고 그녀는 골똘했다.
“멋대로 사람의 잣대를 들이미는 건 편협하죠.”
자신을 중점에 두고 상대적인 만물을 판단하는 것만큼 미련한 짓이 또 있을까? 차라리 인간 아님을 앎으로써 쉽사리 타협할 수 있게 된 부분도 있다. 어울리지 않게 놀라는 모습을 보니 제 사고가 남달리 유연한 편일지도 모르겠다. 덕분에 조언을 구할 호의에 가까운 기회까지 돌아왔으나, 막상 그녀는 선뜻 결단하지 못해 오래 망설여야 했다. 저 혼자만의 문제가 아닌 만큼 선택이 마냥 간단하지는 않았다. 고작 조언 듣는 데 결심까지 갈 문제인가 싶어 한심스러워도, 아주 어렸을 때 이미 의식을 스스로 숨기고 죽여야만 했으니 당연한 일이다. 고개 젓는 목소리에는 힘이 없었지만 희미하게나마 미소가 번져있었던 것 같다.
“아직은. 하지만 먼저 말씀해주신 건 감사합니다.”
감사한 마음과 별개로 호명을 편하게 하라는 요구는 곤란했다. 무턱대고 야자 까라고 해봤자 어디 그게 쉽게 되나! 오십 살 손위만 넘어가도 아저씨는커녕 할아버지라고 부르는데 이 경우에는 달리 부를 말도 없으니 난감하다. 그렇지 않아도 마침 나이 이야기를 다시 꺼내들자 등 뒤로 마른땀이 삐질삐질 맺혔다.
“그, 그게, 저 진짜로 천육백 살이실 줄은 정말 꿈에도 생각 못해서! ······죄송해요.”
새하얀 얼굴로 어쩔 줄 몰라 입술을 바르작댔다. 아니, 그렇지만 겨우 저런 어처구니 없는 이유로 정체를 밝히다니······. 너무 대책이 없어서 미야나기는 기가 막혔다. 독보적으로 비범스러운 게 아무래도 저 정도는 돼야 신 할 수 있는 건가 보다. 어쨌든 제 입으로 청소년이 아니라면 똑똑히 사과하겠다 말했으니 뱉은 말을 지켜야 할 테다. 결국 복학도 입학 유예도 아니었지만. 오히려 불경해서 무릎이라도 꿇어야 할 것 같다! “말 안 해요. 그 점은 걱정 안 하셔도 돼요.” —말했다가는 사회적 평판을 잃을 거야. 뒷말은 식도 너머로 몰래 가라앉혔다.
“······아. 이 나라 개념으로 설명하기 힘들다는 건 역시 다른 곳에서 오신 건가요?“
지금까지 던진 질문 중 가장 순수하게 호기심만 담아 물었다. 귀신은 물을 못 건넌다고 했는데. 물론 남의 동네 신이 뜬금없이 본인 동네—그것도 학교에 다니고 있다— 에서 돌아다니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일반적으로는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백이나 이백도 아닌 사백이라면 어지간한 왕조의 역사와도 견줄 수 있는 오랜 시간이다. 그만한 과거의 일이 지금껏 전해 내려온다는 것은 현재의 후손들에게도 그 영향이 미치는 탓이라 짐작했기에 세습된 연좌를 기본으로 삼긴 했다만, 달리 생각한다면 여러 가짓수가 나올 수도 있겠다.이미 보복은 당시에 이루어졌으나 그 업이 자신들에게까지 미칠까 두려워한 일가가 지레 몸을 사린 결과 금기로 굳어져 지금껏 내려오는 경우일 수도 있겠고…… 선대의 잘못을 먼 훗날에 한꺼번에 이자 쳐 받아가겠다 하여 언제까지고 막연히 불안에 떨도록 하려는 속셈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가능성은 적지만 처음부터 벌 따윈 없었던 것일 수도 있겠지. 세상에는 비량과는 달리 무척이나 너그럽고 아량 있는 신들도 더러 있으니 없을 법한 이야기도 아니다. "아, 나도 모르겠다. 내가 당사자가 아니라서 더 짐작할 만한 게 없네." 눈으로 보고 머리를 굴려 대었다지만 단편적인 정보 몇 가지만 주어진 상황에서는 불확실한 추리나 던져대고 말 수밖에 없다. 막혀버린 이상 더 흥미진진하게 들을 생각 없어졌다.
"어쩌면 그게 더 나은 선택일지도 모르지. 그래도 한 마디만 하자면 정명이 어느 곳으로 향하든 너는 네 하고 싶은 대로, 네 믿음 대로 사는 게 나을 것 같아. 개인적이고 사소한 감상이니까 새겨듣기까진 말고."
그는 대수롭지 않게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 뿐이다. 선택하지 않은 길의 끝이 반드시 지복을 향하리라는 보장은 없다. 운명과 미래란 본디 무지함으로서 바로서는 개념이니 '미움'의 실체가 어느 쪽이든, 섣불리 엿들은 운명의 피상만을 쥐고 달려버리는 것보다야 이 편이 보다 현명할 수도 있겠지. 이야기가 끝났으니 그보다는 앞선 주제를 다시 꺼내와 화제를 슬쩍 돌린다.
"그래도 내 성격이 신의 보편적인 성향까지는 아니거든.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신비롭고 위엄 있기보단 평범하고 소시민적인 신도 많아. …어쩌면 학교에 나 말고도 몇 명 더 있을지도 모른다?"
단순히 몇 명이라 치고 말 게 아니라 이미 반에 한둘씩 섞여 있을 정도로 상당히 많다! 당장 '린'이 속한 학급만 해도 그렇다. 사실에 가깝도록 말해주진 않은 것은 장난치고 싶은 마음이 그새를 못 참고 스리슬쩍 다시 고개를 든 탓이다. "뭐, 그게 당연한 거니까 신경 안 써. 술 취했는데 게다가 이 얼굴이면 당연히 헛소리로 듣고도 남지." …거기에 더해 사실은 그도 까맣게 잊고 있었던 이 발언에 대한 보복이라 치기로 하자. 사에의 물음에, 이번에도 또 기다려 왔던 질문이다! 어쩐지 설명하면서 으스대는 듯한 행동거지도 이제는 익숙하다 못해 뻔하게 느껴질 것만 같다…….
"자, 머리에 세계지도 떠올려 보자. 지금 우리가 서 있는 열도 바로 왼쪽 옆나라에서 왔어. 이 동네에 아는 친구도 있고, 개인적인 이유도 있다 보니까."
상처가 있는데 제가 못 보고 손을 올려버린 것 같아요. 그래서 계속 신경이 쓰이니까 힐끔힐끔 쳐다보는 것 같습니다. 처음에 움찔거린 건 놀라서인 줄 알았는데, 사실은 아파서였던 건가봐요. 빨리 눈치챘어야 했는데! 싸운다고 하면 제일 많이 하게 되는 건 주먹질일테니까요, 그만큼 다치기 쉬운 것도 손이였텐데요. 알았다는 답을 들었고, 와타누키 씨도 이제 손을 꼼지락거리며 움직이지 않으니까 얼른 손을 떼기로 합니다. 상처가 있으면 큰일이에요. 덧나면 안 된다고 해놓고 제가 덧나게 만들어버릴 지도 몰라요.
“그게 뭐예요. 갓난아기도 자기 아픈 곳은 압니다.”
아니면 상처들이 생긴지 얼마 안 돼서 미처 살펴볼 틈이 없었던 걸까요? 얼굴은 길거리 유리창에 비추어만 보아도 상처들이 어디있는지 바로 보이니까요. 그래도 반창고나 거즈가 붙었다는 건 적어도 보건실에는 갔다왔을 거라고 믿습니다. 소독도 안 하고 약도 안 바르고 거즈랑 반창고만 붙여서 상처만 감춘 거라면 절대 안 돼요.
“이기지도 못하는데 왜 싸워요?”
그 다른 학교 학생들이 무슨 시비를 걸었는지는 모르겠지만요, 무시할 수 있다면 무시하고 피하는 편이 낫습니다. 다칠 일도 없고 싸울 일도 없어지니까요.
남궁 린의 오늘 풀 해시는 자캐가_남긴_일기의_마지막_장은 어... 웬만해선 쉽게 안 죽을 양반이라서 마지막 장이라고 해도 별거 없을듯() 그냥 일기 쓰기 귀찮아서 중단한 걸로 끝나지 않을까? 평범하게 하루동안 기억나는 일 몇 개 3줄 내로 간단하게 쓰여 있는 게 다일걸~ '오늘 저녁은 OO로 먹었다. 개맛있었음' 뭐 이런 거🤦🏻♀️
자캐가_사투리를_쓴다면_어느지역_사투리를_쓰는가 지난번에 가미즈나도 칸사이 가까운 쪽?이라고 했었나??🤔 그래서 따지자면 일본어로도 사투리 살짝 섞여 있을 것 같긴 한데~ 일본 방언은 잘 모르니까 패스! 한국어로는 경상도 사투리를 쓰고 있어. 구체적으로는 경북 동부 지방 말투라고 보면 돼. 경주~포항 쪽에 제일 가깝긴 한데, 그동안 살면서 여기저기 다니기도 했고 요즘은 미디어가 잘 발달돼 있다 보니까 다른 지역 방언도 좀 섞여 있는 편!
자캐가_웃는_이유는 웃기기 때문에 웃는다(간단) 웃긴 일이 없어도 평소에도 늘 싱글싱글 하는 편이지만 가식은 아니야. 그냥 대체로 가만히 있어도 즐거운 편이라서 그래... 미소천사지👍🏻
아파서 그런 거 아니야, 말하려다가 그냥 입을 다문다 실은 부끄러워서 그랬단 걸 들키기 싫어서다 그야 상대가 손을 덥석 올려놓으면 당황할 수밖에 없으니 저도 모르는 새 달아오른 귀끝만이 그 증거로 남아있을 뿐 타카나시가 손을 거두어가자 그제서야 미카는 돌렸던 고개를 제곳에 둔다 부러 헛기침까지 하면서
"...그럼 괜찮다고 할게."
타카나시 씨의 지적에 괜히 말을 바꾼다
"자꾸 열 받게 하잖아."
그리고 툭 내뱉은, 싸움의 이유라는 것은 퍽 가벼우며 한편으론 유치하고 치기어린 대답이다 약간은 날 서있는 시선이 운동장 저편을 향한다
"어쩔 수 없었어."
시비 걸리고선 못 참는 성정인지라 무시하거나 피하는 선택지 따윈 안중에도 없다 하지만 이 대답은 그저 허술한 변명처럼 들릴 뿐
대충 그런 셈이라니. 귀신이거나 요괴이거나. 둘 중 하나에 속할 것이지만. 정확히 말해주지 않는 것이 조금은, 정말 조금은 불만일까. 저는 이렇게 친절하게 울음소리까지 내며 알려 주었는데. 뒤늦게 치밀어 오르는 부끄러움 속에서 당신의 싱글싱글 웃는 얼굴은 얄밉게 느껴지는 것이라. 부루퉁하게 입술을 내미니 무표정하던 미유키의 얼굴에 조금은 불만스럽다는 기운이 깃든다.
"애매모호 한 답이네요."
하며 불퉁한 어조로 말하며 미유키 또한 상체를 일으켜 앉는다. 더없이 피곤한 상태였다지만, 그 피곤은 당신의 정체에 대한 궁금증, 그런 수수께끼를 맞추고 싶다는 마음을 이기지는 못하는 것이었을까. 미유키는 당신의 물음에 앓는 소리를 낸다. 제 인간들을, 좀 더 가까이에서 지켜보고 싶다는 이유에서 내려온 것이지만. 당신은 무슨 이유로 내려왔을 것인지. 다른 신들처럼 유(遊) 때문에? 아니면? 연(戀) 때문에? 아니면? 한참을 미유키는 고민에 잠긴 얼굴로 있다가는 말한다.
"저야 지금의 인간들은 어떻게 지내는지 호기심에 가까이서 보고 싶어 내려왔지요. 그러면서 새로운 것을 즐기고 싶은 것도 있고요. 그런데 당신은, 아 음. 글쎄요. 도(道)니 기(氣) 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 것 같고. 다른 신님들처럼 결국엔 유(遊) 때문이 아닌지?"
그 능청스러운 모습을 보고 있자니, 즐거움을 찾아서 내려온 것이 아닌가 하는 결론으로 향하는 것이다.
미야나기는 낮은 한숨 섞인 목소리로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동감해요. 여태 한 번도 의심 안 했다는 게 오히려 이상할 정도야.“ 어쩜 그렇게 바보같이 철썩 믿고만 있었을까! 조금만 고민해 봐도 지적할 허술한 부분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물론 그들이 악의를 가지고 자신을 억누르기 위해 꾸며낸 말이라고는 생각하지는 않는다. 저뿐 아닌 모두가 강박적으로 규율에 얽매여 이 순간까지 살아가고 있을 테니까. 별빛은 죄 얼굴 방향으로만 쏟아졌기에 어둠 속에 표정을 묻는 건 실패했을 듯싶다.
“어쩌면 전부 의미 없었을지도 모르겠어요.”
혼잣말처럼 한 마디 내뱉고는 또다시 엷은 한숨. 당사자조차 가늠 하나 안 되니 제아무리 전능하다 해도 짐작되는 건 당연히 없을 수밖에. 가로등에 희미하게 지는 애꿎은 그림자만 밟다 말고, 문득 어렴풋하게 고개 든 그녀는 못 들을 소리라도 들은 양 얼떨떨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런 말은 처음 들어 봐요. 난 항상 스스로에 대한 의식을 죽여야만 했으니까요.“
그러나 곧바로 이어지는 기막힌 이야기에 새파랗게 경기를 일으켰다. “켁, 몇 명씩이나 돼요? 거짓말!” —이었으면 좋겠다. 갑자기 무슨 헛바람이 들어서 웬 신들이 단체로 학교나 다니고 있는 거람! 신씩이나 됐으면 등교하기 따위 말고도 할 수 있는 좀 더 멋진 일이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 그들 사이에 영문 모를 공교육 신드롬이라도 새삼 불고 있나 보다. 이해하기는 힘들지만 애써 존중하기로 했다. 시키는 대로 순순히 머릿속에 지도를 펼친 미야나기는 이내 누군가를 떠올렸는지 금방 반달처럼 웃었다. “아하. 제가 세 번째로 존경하는 분이 자란 곳인데.“ 타인의 출신지에 대해 아는 척할 지점이 있다는 건 행운이다. 그게 자칫 무례할 수 있는 스테레오 타입만 아니라면야.
”신이라지만 낯선 곳에서 지내는 건 힘들 텐데. 저도 어릴 때 타지에서 오래 살았어요. 그리고 지금, 여기도 타지.“
물살을 튕기듯 손가락으로 허공 혹은 땅 위를 가르켰다. 비록 신과 인간이라지만, 어쨌든 이방인이라는 신세는 맨 같아 어쩐지 동질감을 느꼈다. 신 된 입장으로서는 인세 자체가 외지나 다름없겠지만 말이다.
답이 돌아오지 않습니다. 많이 아파서 화가 난 걸까요? 보이지 않는 곳에 상처가 있을 수도 있다고, 다른 곳은 다치지 않았냐고 물어보기까지도 했는데 제가 너무 조심성이 없었어요. 부주의했습니다. 어떡하면 좋을지 모르겠어서 와타누키 씨를 흘끗 쳐다보았어요. .........쳐다보지 않았던 쪽이 좋았을 지도 모릅니다. 와타누키 씨의 머리카락을 붉은 색이에요. 그리고 귀 끝이 비슷한 색깔이란 걸 봐버렸어요. 아팠던 게 아니라 부끄러웠던 것 같아요. 당연합니다. 저도 누가 제 손을 덥썩 잡으면 놀라고 당황해서 부끄러울테니까요, 배려심이 너무 모자랐습니다. 저도 덜컥 민망해집니다. 얌전히 두 손을 모았어요. 아까처럼 섣부른 짓을 또 하면 안 됩니다. 그리고 말을 하지 않는 편이 나을 것 같아져서, 헛기침을 하며 대답을 하는 와타누키 씨의 대답에 고개만 끄덕거렸어요. 늦봄은 늦봄이고 여름이 다가오기는 다가오는 중 것 같습니다. 얼굴에 열이 올라서 더운 기분이 들어요.
“아까, 고의 아니에요. 실수입니다. 와타누키 씨가 상처 만져서, 만지려고 해서 그런 거잖아요.”
...그래도 사과는 해야한다고 생각해서, 사과하려고 꺼낸 말이었는데 마무리가 이상합니다. 문장이라던지 문맥도 전부 이상한 것 같아요. 머리가 더워서 일을 못하는게 분명합니다. 역시 말을 하지 않는 편이 나았던 것 같아요. 와타누키 씨의 말에 대답을 열심히 하는 편이 훨씬 낫습니다.
삐죽이 내밀어진 입술이 눈에 들어오자 그는 조금쯤 동그래진 눈으로 상대를 올려다보았다. 오늘 처음 본 사이건만 저 삐진 듯한 표정을 하고 있으니 왠지 모를 친근감이 솟아날 것만 같다. 골탕 먹일 생각은 아니었는데 모르는 사이에 무안하게 만든 모양이다. 멀뚱하게 바라보던 것도 잠시 싱글싱글한 표정 돌려놓고 저 역시 벌떡 일어나 몸을 앉혔다. 팔짱 척 끼고는 어깨 으쓱하고 있으니 여전히 장난기만 가득한 태도다.
"내가 외국에서 난 신이라 자세하게 설명하면 말이 너무 길어져서 말이지. 도깨비라고 알런가 모르겠네."
늘 생각하지만 소개할 때 척하고 알아듣는 이 없으니 이것만은 조금 고단하다. 하지만 장난스레 던진 말에도 골몰해 주는 상대를 보고 있으려니 사소한 불만 정도야 무슨 의미가 있나 싶고. 자신이었다면 5초 고민하다 모르겠다 했을 텐데 열심히 생각해주는 걸 보니 저 이도 참 상냥한 성정이라는 생각을 속으로 한다. 고심 끝에 돌아온 답변을 들은 그는 딱 손가락을 튕겼다. 경쾌한 소리가 마치 정답을 알리는 벨소리처럼 울렸다.
"정답! 누구랑 진득하게 만나는 것도 자리잡고 앉아서 수양하는 것도 나한텐 영 안 맞아서. 그냥 한가해서 놀러나 왔지."
노는 것보다 중요한 목적이 따로 있기야 하지만 곧이곧대로 말할 필요까지는 없으니 또 퉁치기로 했다. 반절은 그간 해 보지 않았던 학창생활에 혹했던 것도 사실이라. 슬그머니 미유키에게로 몸 기울이며 그는 또 짓궂은 물음 찔러 보았다.
"괜한 걱정은 아닐 수도 있어. 알아채기 힘든 교묘한 불행을 주는 방법도 얼마든지 있거든. 이미 모두들 화를 당하는 중인데도 눈치채지 못하는 경우일지도 모르지. 네가 이 일로 머리 싸매고 고민하게끔 만든 것만 해도 넓은 의미에서는 벌 아니겠어?"
평생껏 얽매여 두려워하던 과보가 사실은 무용한 것이었을지도 모른다는 허무한 마음을 그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위로하거나 진심 어린 공감을 해줄 수는 없더라도 적어도 충격을 가져다 준 명제를 뜯어고쳐 줄 수는 있었다. 물론 그것이 긍정적인 방향의 정정이 아니라 문제겠지만. 그다지 잘한 소리도 아니건만 그는 뒤늦게 엄지손가락 척 들어올리고 예의 바른 고양이마냥 씩 웃고나 있다.
"너도 꽤 복잡하게 살았나 보네. 뭐, 의식 없이 살더라도 그중에서 마음 가고 끌리는 게 있다면 부딪혀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걸. 나 원래 이런 소리 잘 안 하는데, 내 조카 비슷한 애랑 닮은 구석 있는 것 같길래 하는 말이다?"
'원래 이런 소리 안 하지만 네가 조카/딸/손녀 같아서'라는 말은 너무나도 전형적이고 고리타분한 꼰대 화법이지 않나. 어깨나 으쓱하며 가벼운 태도로 말하지만, 남의 마음 좀처럼 헤아리지 않는 그가 시큰둥한 반응 대신 이런 소리 하는 경우는 정말 드물었다. 하지만 그런 것도 잠시 새파래진 사에를 보자 또 한껏 만족스러운 미소로 얄미운 웃음소리 흘린다. "여기 지명이 가미즈나잖아. 이름부터 신 자가 들어가는데 연관이 없을 것 같아?"
"나쁘지만은 않아. 난 고향에서 할 만한 것들은 웬만큼 다 경험해 봐서 그런지 낯선 게 더 반갑기도 하네."
글쎄. 고단하다 해봤자 고작해야 도깨비라 말하면 열이면 열 모두 '그게 뭔데?'라고 대답하기에 적당히 퉁쳐서 말하게 되는 설움밖에 없다. 아, 아니지. 밥 해 먹는 게 좀 귀찮다는 것도 있겠고. 여기 음식 너무 짜다는 것도 있다. 어라, 나 꽤 고충을 겪고 있었잖아? 둔감한 그는 그간 자각하지 못했던 타향살이의 고충을 이제서야 깨달았다! 그리고 둔한 마음씨에 번쩍 좋은 생각도 하나 스치고 말았다. "아니, 타향살이 겁나게 힘든 것 같다. 아… 너무 힘들어서 팥 퍼먹고 죽는 게 낫겠네……." 타지 생활도 괜찮다며 말한지 5초도 지나지 않았건만 어째 말 바꾸기가 손바닥 뒤집기보다 쉽다. 그러다가도 금세 활짝 웃는 낯으로 뻔뻔스레 말하지를 않나. 과장된 행동거지 숨기지도 않는다.
"그래, 원래 타지 사람끼리는 힘든 일이 생기면 돕는다잖아? 그러니까 연락처 알려주라. 마침 집도 거의 다 와 가는 것 같고? 나 수호신이잖아, 연락처 주면 고마워서 너 돌아가는 밤길도 지켜줄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
아이자와 치아키의 오늘 풀 해시는 자캐가_자주뿌리는_향수는 ->굳이 지금 향수를 뿌리진 않지만 아마 차후에 뿌린다고 한다면 역시 시트러스향을 뿌리지 않을까 싶네요. 약간 그 특유의 향이 치아키에게는 잘 어울리지 않을까 싶어요.
자캐의_매력포인트 ->매력 포인트..(고민중) 일단 밝고 발랄한 점? 하지만 솔직히 돌리면서도 되게 정신없고 뭔가 무게도 없는 그런 아이다보니 솔직히 이게 매력이라기보다는 아. 저놈 언제 철드나.. 이런 생각이 절로 드는 것이 먼저가 아닐까 생각이 드네요. 절로. (옆눈)
자캐의_손은_따뜻한편_차가운편_중간 ->따뜻한 편이랍니다. 물론 그렇다고 막 뜨겁다..그런 것은 아니고 그냥 어느 정도 손에 열기가 있어요. 그래서 추울 때는 손이 많이 시리다고 하네요. 열을 순식간에 많이 뺏겨서 말이에요.
>>766 ㅋㅋㅋㅋㅋㅋㅋ 어째서 시트러스향에서 갸우뚱하는 거예요!! 이모티콘 뭐예요! ㅋㅋㅋㅋㅋㅋ 으앗! 침 흐르면 안돼요! 어서 침 닦으세요!! ㅋㅋㅋㅋㅋㅋ 사실 이런저런 고민이라고 해도 대부분 그렇게 막 심각한 고민이라거나 그런 것은 또 아니기 때문에!
>>767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닛. 린의 행동은 절대로 안한다는거예요?! 그런데 그럴 것 같긴 한데..(옆눈) 꾸물꾸물거리는 것이라. 와. 이건 진짜 괴담 그 자체일 것 같은걸요. 그보다 사야카는 언제나 쉬고 있거나 누워있거나 혹은 아무것도 안하거나..그러는군요. 흑흑. 조금은 청춘을 즐겨도 좋을텐데.
내일이 월요일이거나 평일이라면 어림도 없긴 하지만.. 오늘은 토요일이니까요! 사실 지금 프로그램을 하나 보고 있어서..바로 잘 것 같진 않은지라! 아무튼 리오주가 그렇다고 한다면 다음 기회로 하면 되겠지요! 그리고..힘내요..(토닥토닥) 아픈 것이 빠르게 가라앉길 하루라도 빌어볼게요..8ㅅ8
저런... 진통제가 안 들 정도면 진짜 아픈건데... 그래도 시간이 지나면 조금씩 괜찮아질거예요. 조금만 더 힘내서.. 잘 버텨보도록 해요! 김에 리오가 여름 시즌을 어떻게 보낼지도 한번 생각해보면 정신이 조금 다른 곳으로 흐트러져서 그나마 덜하지 않을까..하고..(안됨)
UR[타올 한 장]아이자와 치아키 "너도 들어온거야? 옆에 자리 비어있으니까 어서 들어와. 여기 물 진짜 좋다!" -온천에 타올을 한 장 몸에 두르고 앉아있는 치아키의 일러스트. 바로 근처엔 대나무 장식이 있으며 치아키는 정말로 편안한 표정으로 눈을 감고 있다.
N[수영복]아이자와 치아키
N[차이나복]아이자와 치아키
SSR[방과 후의 옥상]아이자와 치아키 "여기에 부른 이유. 알 것 같아? 아하핫. 그래! 같이 청소하자고 부른거야!" -오른쪽 눈으로 윙크를 보내면서 정말로 얄궂은 표정을 지으면서 오른손에 쥐고 있는 빗자루를 앞으로 내밀고 있는 치아키의 일러스트.
Secret[Happy birthday]아이자와 치아키 "오늘 네 생일 맞지? 생일 축하해! 와! 짝짝짝! 학생회장님의 생일축하는 흔하게 받을 수 없는 거 알지?" -환하게 눈웃음을 짓고 미소를 지으면서 정말로 화려한 생일케이크를 앞으로 내밀면서 축하해주고 있는 치아키의 일러스트.
N[검은 타이츠]아이자와 치아키
N[교복]아이자와 치아키
SUR[날 좋아해 줘]아이자와 치아키 "있잖아. 이러는 거 정말로 나답지 않은 거 아는데.. 날 좋아해줘. 네 의지로, 정말로 네 마음으로 날 좋아해줘." -조용히 노을이 지고 있는 언덕길 위, 오른쪽 눈에 눈물이 살짝 고여있는 채로 앞을 진지하게 바라보고 있는 치아키의 일러스트.
Secret[Happy birthday]아이자와 치아키
SSR[천체관측]아이자와 치아키 "저게 바로 북극성이야. 그리고 저기에 있는 것은... 키즈나히메자리라고 칭해볼까? 어때?" -하늘을 바라보며 오른손을 높게 하늘로 뻗어서 하늘 위 뭔가를 가리키면서 고개를 옆으로 돌려 싱긋 미소를 짓고 있는 치아키의 일러스트.
>>805 사실 학년이 다르고 학생회 소속도 아니니 치아키 앞에서는 오랜만인지 아닌지도 알 수 없을 것 같지만..(갸웃) 그래도 오랜만에 얼굴을 보일 수는 있는 것이지요! 그렇다면..상황상 선레 부탁해도 될까요? 아무래도 치아키 앞에 나타난 상황이면 치아키를 찾아온다거나 그런 것 같은데.. 치아키는 방과 후라면 학교 여기저기를 돌아다닐 수도 있고 학생회실에 있을 수도 있고 그래요.
가미즈나 고등학교에 전학을 와서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흘렀다. 아직 적응하지도 못한 학교에서 반장이라는 역할을 맡으면서 정신없이 학교생활을 해왔다. 반장은 단순히 반의 병풍이 아니었다. 반장의 의지에 따라 대략 30명으로 구성된 학급을 변화시킬 수 있었다.
"너네 뭐 하냐?"
반에서 알게 모르게 괴롭힘을 당하는 아이들을 몰래 추적하여 괴롭힘의 원인을 끊어내고 괴롭힘을 없앴다. 학교외부의 무력이라면 직접 나서서 다시는 안 건드리겠다는 약속도 받아왔다. 이렇게 해결하니깐 괴롭힘을 당하던 아이들이 평소 저렇게 내성적이고 기가 죽어 있던 아이들이 맞나 싶을 정도로 사람이 밝아지고 건강해보인다.
"이거 신청해."
괴롭힘 만이 문제가 아니었다. 반에서 집안이 어려워서 끼니를 거르는 학우도 식별되었다. 하야토가 매일 점심도시락을 주기도 번거러운 상황. 하야토는 가미즈나 마을의 동사무소에 가서 여러 지원금을 받을 수 있는 정보를 알아와서 그 학우에게 전달해준다. 이런 지원금도 결국 본인이 신청해서 받아야 되는 것. 그런데 몰라서 놓치는 경우가 많거든.
그 외에 신경쓰고 시스템을 만들어나가야 될 것들이 많았다. 하지만 하야토는 묵묵히 하나하나 확립해나가며 보다 더 건강하고 행복한 2-C 학급을 만드려고 했다.
"왜 이렇게 덥냐..아..이제 곧 여름이지."
여름이 곧 다가올 시기가 되어서야 하야토도 학교에 적응했고, 하야토의 학급도 전보다 더 건강한 모습을 보이게 되었다.
"오늘은 바로 하교하기에는 조금 그런데.."
이제는 많이 더워지는 시기이니깐 온열손상을 받는 친구들이 아예 없지는 않을 거야. 혹시 모르니깐 보건실에 온열손상 키트가 있는지 확인해보고 바로 쓸 수 있게 대비를..아..잠겨져 있네. "어쩔 수 없지."
하야토는 그대로 하교를 하려고 한다. 본관의 문을 통해 건물에서 나온 하야토. 그런데 오랜만에 보는 얼굴이 보였다.
"안녕하세요, 치아키 선배?"
정말 오랜만에 보는 학생회장 선배였다. 무슨 일로 아직 학교에 남아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학교에 관련된 일을 하느라고 남아 있었겠지.
'그러면 슬슬 수학여행지에 대한 것도 어느 정도 정해졌고 조만간에 공지를 띄워서 제대로 출발하는 쪽으로 해야겠네.'
주말 동안 개인적인 용건은 물론이며 수학여행지를 마지막으로 점검하기 위해서 조금 멀리 다녀왔던 치아키는 크게 기지개를 쭈욱 켜면서 학교를 걸었다. 딱히 당장 할 일은 없긴 했지만 그래도 학생회장이니 이것저것 해야 할 일은 있었으며 전체적인 학교 분위기를 보는 것 또한 그는 잊지 않았다. 학교의 분위기를 보기 위해선 책상에 앉아있는게 아니라 직접 돌아다니면서 체크를 해야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었으니까. 물론 김에 규칙을 위반하거나 문제를 일으키는 이를 잡으면 더 좋기도 하고.
싱긋 웃어보이면서 지나다니는 학생들과 인사를 하면서 걸어다니는 도중, 자신에게 먼저 와서 이야기를 하는 학생의 모습이 보였다. 아마 2-C반의 반장이었던가. 그렇게 생각하며 치아키는 마찬가지로 싱긋 웃으면서 말을 걸었다.
"아. 그래. 그래. 후배 군. 반장 일 열심히 하고 있어? 하핫. 지금은 하교하는 중이야? 와. 요즘 들어서 점점 날씨가 더워진단 말이지. 그러니까 너무 밖에 있진 말고 빠르게 시원한 곳에 가서 더위 식히기. 알고 있지?"
이어 치아키는 주머니에서 사탕을 뒤적뒤적였다. 딱히 줄 것은 없었으나 이런 것이라도 주는 것이 좋겠거니 생각하면서 그는 안에서 보라색 사탕과 빨간색 사탕 두 개를 꺼내서 손바닥 위에 올려서 보였다.
날씨는 점점 더워지고 있지만 학교에 잘 적응한 하야토는 더위에도 불구하고 이전의 경직된 모습은 어디로 갔는지, 더 여유롭고 정돈된 모습이었다. 예를 들어서 튀는 옷차림이 정돈되었거나, 다소 길었던 머리도 깔끔하게 정리했다. 가장 크게 변화된 점이라면 가리는 음식이 없어졌다는 것. 학급 아이들과 어울리기 위해서 이런저런 식사를 같이 하다가 결국 기름지거나 자극적인 음식을 기피하는 식습관도 사라지게 되었다.
"네네. 이제 곧 여름인가봐요. 어서 하복을 입고 다니고 싶네요."
하야토는 이전과 같이 치아키에게 사탕을 권유받았다. 이번에는 보라색과 빨간색..하야토는 고민도 없이 바로 보라색을 골랐다. 보라색이 포도맛이라고 유추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선배님..궁금한 게 있는데..저희 수학여행 가나요?"
최근 하야토의 최대 관심사 중 하나였다. 하야토의 성장배경상 제대로 된 수학여행을 가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전지훈련이라면 모를까..그래서 하야토는 수학여행에 대한 기대감을 잔뜩 가지고 있었다.
"조만간에 하복으로 갈아입으라고 공지가 나올걸? 사실 아직은 봄이니 말이야. 일단 이게 내 멋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학교에서 정한 방침이 있어서 천하의 학생회장도 어느 정도는 따라줘야하거든."
그 부분에 대해서는 면목이 없다는 듯 치아키는 괜히 어깨를 으쓱하며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이어 보라색을 고르는 그 모습에 치아키는 쳇- 소리를 내면서 빨간 사탕은 다시 주머니 속으로 집어넣었다. 계피맛 사탕을 어떻게든 딸기맛 사탕으로 속일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봐야겠다고 생각하나 일단은 그 사실은 입에 담지 않으면서 이내 치아키는 다시 미소를 지었다.
"아. 응. 가지. 이 학교는 3년에 한 번. 전교생이 다 수학여행을 가는 방식이야. 그만큼 예산도 한번에 크게 들어가는 편이기도 한데 올해가 딱 수학여행을 가는 주란 말이지. 사실 수학여행이라고 해도 그냥 단체로 놀러가는 것에 가깝지만 말이야. 하핫. 물론 학업의 일환이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공부하러 가는 것은 좀 그렇잖아? 이번에는 이 학생회장이 아주 좋은 곳은 알아뒀지!"
물 좋아해? 물 좋아하면 되게 좋을텐데. 그렇게 이야기를 하면서 치아키는 어깨를 으쓱했다. 물론 아직 정식으로 공지를 하지 않았기에 자세한 것은 말하지 않으면서 그는 딱 그 정도로만 이야기를 했다.
"그것도 그거지만... 역시 여름하면 방학도 있고... 방학하면 마츠리도 있고. 올해도 되게 바쁘게 돌아갈 것 같단 말이지. 후배 군은 마츠리 좋아하니?"
이러니저러니 해도 여름은 시끌벅적할 것 같다고 이야기를 하며 치아키는 싱글벙글 미소를 지었다.
외국에서 난 신을 만난 것은 처음인지라, 놀라며 조금은 들뜬 마음이 된다. 이어지는 명칭에 미유키는 고개를 젓는다. "도깨비," 하며 작게 발음해 보면 저에겐 이질적으로 느껴지는 걸까. 정말 외국의 신이라니, 그런 당신이 왜 고향을 떠나 이곳까지 오게 되었는지, 그곳과 이곳은 얼마나 비슷하고 다른지, 그 본 모습이 어떠할지 궁금해지니,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당신을 위아래로 살핀다. 이어 제 답이 맞았던것는지. 당신이 정답이라 말하면, 마주 보고 앉은 올빼미 신님의 얼굴에는 명백히 기쁨의 징조가 작은 미소로 떠오른다. 갑자기 시작된 수수께끼의 그 답 맞힌 것이 그리도 기쁜 것일까. 여기서 아니라 한다면 실망한 표정을 지을 게 분명하니. 당신 눈앞의 이 신님은 장난을 치기에는 좋은 상대일지도 모른다.
"역시나, 그럴 거 같았어요. 그래서 어떻게 관광은 잘하고 있나요? 여기 생활은 어때요? 즐겁나요?"
재잘재잘. 갑자기 질문이 많아진 신 님. 미유키는 당신의 몸 기울이는 모습에 허리를 뒤로 젖히며 물러나 경계하다, 이어지는 물음에 당황하는 얼굴이 된다. 음- 앓는 소리만 내면서, 쉽게 대답을 못 하고 입술만 벙긋거리다, 머뭇거리며 답한다.
"그 인연이 애정을 말하는지 모르겠지만. 관심이야 있죠. 하지만 누구와 가까워진다는 건, 그에게 상처를 줄 수도 있다는 것이니. 그저 선망할 뿐이에요. 그런 당신은요? 좋은 인연, 만나는 쪽으로는 전혀 관심 없나요"
당신에게 말려든것에 분한 마음에 미유키는 자신에게 한 물음을 당신에게 똑같이 찌르고서는 물끄레 바라본다.
"물로 정말로 유명한 곳. 하지만 그 이상은 안돼. 학생회도 어느 정도 기밀이라던가 그런 것들이 있어서 말이야. 학생회에 들어온다면 또 이야기는 다를지도 모르지만 지금 와서는 잡일밖에는 맡길 것이 없어서 말이야."
초기라면야 이것저것 맡길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지금 와서는 어느 정도 체제가 잡혀있으니 그래봐야 잡일 담당밖에는 맡길 수 없었다. 하지만 반장을 하면서 그런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았기에 치아키는 적극적으로 권하지는 않았다. 그러고 보니 조만간에 다른 후배에게도 마지막으로 세번째 권유를 하러 가보는 것이 좋을까.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미소를 머금었다.
"계곡이나 바다를 구경하고 기억에 담는 것이라. 가능하겠네. 물론 내 개인적으로는 물놀이를 즐기는 것도 좋을 것 같지만... 그게 아니더라도 여기저기 구경 다니면서 놀 수 있을테니까. 산...아차차. 실수. 실수. 그러넫 혹시나 해서 말하는 거지만 등산할 예정은 없어."
뭔가 말을 하려다가 그는 빠르게 자신의 입을 톡톡 치면서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그 와중에 마츠리를 하는 날마다 바쁘다는 그 말에 치아키는 빤히 그를 바라봤다. 살면서 마츠리를 한번도 체험해본 적이 없다고? 일본은 안 그래도 마츠리의 나라라 불릴 정도로 마츠리가 많은 편이지 않나? 물론 지역마다 다르기야 하겠지만. 그렇게 생각하면서 그를 빤히 바라보다가 아무렴 어때. 라는 생각으로 입을 열었다.
"그렇다면 토모시비 마츠리가 열리면 즐겨봐. 혹시 알아? 이곳은 인연의 신인 키즈나히메님이 수호한다고 전해지는 마을이니... 좋은 인연 생길지 누가 어떻게 알아? 하핫. 나도 있으면 좋겠지만...막상 생긴다고 생각하면 또 애매하네."
괜히 장난스럽게 이야기를 하면서 치아키는 주머니에서 노란색 사탕을 꺼낸 후에 표정을 살짝 찡그렸다. 신 맛이 전해지는 레몬맛 사탕이었다.
"그러니까 권하진 않아. 굳이 말하자면 권하고 싶은 학생들은 여럿 있지만 과연 몇이나 받아줄런지."
대충 머릿속으로 그리고 있는 리스트를 떠올려보지만 아마 한 명도 받아주는 사람이 없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며 치아키는 키득키득 웃었다. 물론 안 받아줘도 상관없는 일이었다. 사실상 지금부터 받는다고 해도 어지간하면 잡일 담당이 될테고 그런 일을 하고 싶어하는 이가 얼마나 될까 싶었기에. 가끔 결원이 나면 다른 중요 임원으로 넣을수도 있지만 미래는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아. 그게... 등산이라고 해야할까. 아무튼 자세한 것은 말하기 힘드니 말이야. 가보면 알거야. 가보면."
그 부분에 대해서는 굳이 말을 특히 더하지 않으며 치아키는 자신의 입에 지퍼를 잠그는 시늉을 했다. 나름대로 보안을 지키려는 듯. 혹은 그때 가보면의 재미라고 말하려는 듯. 그렇게 생각하며 치아키는 어깨를 으쓱했다. 허나 재미있는 이야기라는 말을 듣자 그는 살며시 하야토를 빤히 바라보다가 곧 두 어깨를 으쓱했다.
"그렇다면 너는 네가 믿는 신이 정말로 존재한다면... 이를테면 네 옆자리에 앉아있다고 한다면 어떨 것 같아?"
기독교 신자. 즉 그 종교의 신을 믿는다는 이야기가 아니겠는가. 당연하지만 그 신은 그 신이 거짓으로 꾸며낸 존재가 아니라면 존재할 수밖에 없었다. 신은 이 세상에 이미 존재하고 있었으니까. 물론 그것을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냐만. 이내 치아키는 어깨를 으쓱하면서 살며시 말을 덧붙였다.
"참고로 나는 키즈나히메님을 모시고 있는 신사의 아들이야. 아. 딱히 방금 그 말이 불경하다거나 그런 의미는 아니야! 그냥 호기심이 들어서. 과연 후배 군은 어떨까 싶어서. 아하핫."
정말로 딱히 뭐라고 말할 생각은 없다는 듯, 치아키는 일부러라도 정말로 무해한 느낌의... 말 그대로 사람 좋은 미소를 내보였다.
와타누키 씨가 친절한 사람이라서 정말 다행입니다. 괜찮다고 대답해주었어요. 저는 남탓까지 해버렸고 제대로 된 사과도 아니었으니까 괜찮다고 답하는 건 정말로 착한게 아니라면 어려운 일이에요. 저는 두 손을 잘 간수하기로 합니다. 타인에게 함부로 손을 대는건 허락을 구하는게 맞는 일인데, 방금만 벌써 두번이나 아무생각 없이 닿아버렸어요. 오른손으로 왼손의 검지를 잡아요. 이러면 한쪽 손은 잡혀있고, 다른 한쪽 손은 잡고 있는 중이니까 손이 멋대로 나갈 일이 없을 겁니다.
“그 말을 어떻게 믿어요? 그리고 그래봤자 다친 건 똑같으니까 손해인 건 안 변합니다.”
진게 아니라면 이겼다거나 비겼다거나 둘 중 하나입니다. 지지 않았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하지만, 비겼더라도 이겼더라도 처음부터 싸우지 않는 쪽이 좋았을 거란 생각이 들어요. 가만히 있는 사람에게 시비를 거는 쪽이 절대적으로 잘못한 거지만, 피해야하는 쪽은 시비를 걸린 쪽이라서 어렵습니다. 시비를 안 걸면 좋을텐데요, 얼마나 성격이 나쁘면 아무한테나 시비를 거는 걸까요? 다른 학교 학생이면 정말 이유없는 시비일텐데요.
“...걱정하는 친구 없어요? 아니면 좋아하는 거.”
싸우고 나서 다친 모습을 보면 크게 속상해하고 걱정할 것 같은 얼굴들을 생각하면 참아질 지도 몰라요. 아니면 좋아하는 걸 떠올리면 짜증이 누그러져서 참아질 지도 모릅니다. ...가족은 혹시 몰라서 일부러 제외했습니다. 와타누키 씨, 저번에 집 들어가기 싫어했으니까요.
>>840 토아가 환장하는건... 당근! 하루종일도 먹을수 있어! 어릴적엔 당근 싫어할 나이인데도 보통 그런 친구들에게 당근먹어! 몸에 좋아! 하면서 영업하다가 갑자기 죄책감이 들어서 속죄하고자(?) 축시참배(저주 아님)를 하며 머리에 초가 아니라 당근을 꽂고 신사를 돌았다지! 🤣
"사람이 알지 못할 모든 괴이한 것들의 이름이기도 하고, 수호신이기도 귀鬼이기도 하며 부와 재물과 복을 가져다주는 요물이지. 장황해도 그나마 줄여서 이 정도?"
어디에서나 알 법한 유명한 신화 속의 존재였거나 다른 직관적인 개념의 신이었다면 편했을 거라는 생각이 이럴 때마다 들어오게 된다. 그래도 제 나름으론 신으로서의 자존심이 있는지 귀찮고 번거롭다면서도 필요한 소개만큼은 그럭저럭 제대로 하고 있다. 부루퉁한 표정 나왔던 것이 언제였는지 상대의 표정은 순식간에 호기심 깃들다, 이제는 정답자의 뿌듯함을 빛내고 있다. 말 한 마디에 솔직하게 드러나는 반응이 꽤나 좋은 의미로 우습다 생각한다. 따지고 보면 알기 쉬운 것은 저 역시도 마찬가지인 주제에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사실 오답이야." 알기 쉬운 도깨비 양반은 그래서 참지 않고 또 한 마디 장난질 시작했다. "응, 방금은 거짓말!" 곧장 정정하긴 했지만서도.
"잘 지내는 것처럼 보이지?"
미유키의 질문에 그는 제 얼굴 가리키는 것으로 긴 말 대신했다. 아닌 게 아니라 손가락 끝이 가리킨 표정은 근심 한 점 찾아보지 못할 활짝 핀 쾌인의 얼굴이다. 당황하다가도 또다시 진지하게 고민해 주는 얼굴 바라보며 싱글싱글 웃던 그도 금세 반격을 당했다. 곧바로 생각 없다 즉답하려 했으나 듣고 나니 조금 다른 생각이 드는 듯도 하다. 그는 딴데로 눈 굴리며 물끄러미 바라보던 시선으로부터 슬그머니 몸 빼려 했다. 그러나 과연 부엉이신의 눈빛이라서 그런가, 도망가지 못하고 곧 답을 돌려주었다.
"글쎄. 마음먹고 찾아야겠다는 생각까지는 안 하지만 그런 연이 생기면 어떤 기분일지 궁금하기는 해. 호기심은 조금 드네."
멍든 곳을 꾹 누르면 엄청 아픕니다. 상처에 소독약만 발라도 따가워서 꾹 참아야 하는걸요. 물론 그렇게 와타누키 씨를 괴롭힐 생각은 없어요! 그냥, 단지 손해가 맞다고 말하고 싶었을 뿐이였습니다. 그렇게나 아픈게 어떻게 손해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다 나을 때까지 계속 신경써줘야 하는데, 정말 손해가 아니라고 말한다면 자기 몸을 안 챙긴다는 소리 밖에 안 됩니다. ...설마 와타누키 씨, 저 상처들을 방치할 생각은 아니겠죠?
“...화내는 친구는 해줄 수 있어요. 다칠 때마다 바보냐고 백번 넘게 말해줄 수 있습니다.”
걱정하는 친구가 있느냐고 물었을 때, 뜸을 들이다 돌아온 대답이 확신조차 없는 대답이어서 고민했습니다. 제가 친구를 하겠다고 하면 와타누키 씨가 덜 싸우게 될까 싶어서요. 전 와타누키 씨랑 친구를 해도 괜찮고, 다치는 걸 걱정하는 건 자연스러운 거니까 어렵지 않아요. 하지만 그건 제 입장입니다. 와타누키 씨가 저를 친구로 삼아도 되는지는 모르는 이야기입니다. 저보다는 더 좋고 멋진 친구를 만들 수 있을테니까요, 와타누키 씨만큼 상냥하고 친절한 친구가 나을테니까요. 괜히 말했다 싶어졌습니다. 아주 작아져서 아무에게도 안 보일만큼 작아져서 숨고 싶은 기분이 돼요. 애초에 누가 친구를 이렇게 만들겠어요! 바보라고 백번 넘게 말해주는 친구를 갖고 싶어하는 사람을 없을 거에요. 저도 별로 갖고 싶지 않습니다...
“좋아하는 걸 떠올리면 덜 짜증날테니까요. ...없어요?”
다들 그런 게 아닌걸까요? 아니면, 와타누키 씨는 좋아하는 것도 확신을 가지지 못하는 걸지도 모릅니다. 손만 잘 간수할게 아니었어요. 말도 조심해서 했어야 했습니다.
>>867 ㅋㅋㅋㅋㅋㅋㅋㅋ이 아저씨가 알기 쉬운 걸까 하네주가 캐해천재인 걸까...😇 정답! 절대 혼자 빠지지 않고 무고한 사람들까지 죄다 붙잡아서 함께 갈걸? 그리고 그 자리에서 복수하지 못한다면 수학여행 끝날 때까지 호시탐탐 기회 노리다 아득바득 복수 성공할 거야👍🏻
21 자캐는_먼저_사과하는_편_vs_상대가_사과하길_기다리는_편 의외?로 먼저 사과하는 편! 그렇지만 대부분 양심의 가책이나 사죄하고 싶어서라기보다 적당히 상황을 무마하기 위해 하는 사과야🤦🏻♀️ 그런 상황이 아닌 진지한 사안일 때도 상대방이 사과할 때까지 기다리면서 기싸움하는 타입이 아니라서 먼저 사과하는 쪽이기도 하고.
476 연필로_글_쓰다가_실수했는데_지우개가_없을_때_자캐는_어떻게_하는가 그냥 연필로 북북 줄 긋고 다시 쓰지?
41 사람_많은_곳에서_넘어졌을_때_자캐의_반응 그대로 자연스럽게 앞구르기해서 일어남(?) 그치만 술 취한 게 아니고서야 그냥 평범하게 넘어지기엔 몸이 너무 좋은걸.... ◠‿◠ 어쨌든 평범하게 넘어지든 앞구르기를 하든 주변 시선은 신경 안 쓰고 자기 할일 마저 해.
>>874 이건 그럴 것 같았어요! 뭔가 빠져나가기 위해서 먼저 사과하는 그런 느낌!! 와! 맞췄다!! 그리고 지우개가 없으면 그렇게 줄 북북 긋는 것은 필수지요! 그렇고 말고요! (엄지척) 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닛. 자연스럽게 앞구르기.. 영상..영상을 보여줘! 영상을 보여달란 말이야!!
>>874 상황 무마용 사과...... 싸움나기 더 쉽지 않나 싶어서 조금 걱정된다.... 🫠 북북 줄가 긋기... 연필이 아니라 붓일 때는 어떤가요~! 🤗 앞구르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ㅜㅜ 이 신님... 가미즈나고가 아니라 태릉선수촌에 보냈어야 했던 게 아닐까? 🧐
울더라도 울지 않더라도 그게 무슨 상관이라고 저는 지금 뭐하는 걸까요... 안 눌러봐서 모른다는 말을 할 뻔 했던 걸 어떻게든 다른 말로 소리냈어요. 씩씩해서 좋겠다는 말도 놀리는 것만 같아요. 다친 건 손해라는 말을 하고 싶었던게 어쩌다가 와타누키 씨를 괴롭히려고만 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이래서야는 그 시비를 걸었던 다른 학교 학생들이랑 저랑 다를게 뭘까요...
“안 괜찮으면 말도 안 꺼냈습니다.”
제가 못됐어요. ‘친구는 해줄 수 있다’ 고 말했으니까요, 저렇게 물어보는게 당연해요. 친구 사이에 꼭 갑과 을이 나뉜 것처럼 됐잖아요. 그런게 어딨어요! 거절당할 거라고 생각했으니까 부끄럽기만 했어서, 괜히 말은 더 모납니다. 친구하자는 말을 하는게 어려워서 모든 말이 쉽지가 않아요. 고민하고 꺼낸 말이었습니다. 그러니 저야말로 묻고 싶어요. 와타누키 씨는 저랑 친구해도 되는 걸까요? 진짜로요? 학교를 계속 다니면 뭐해요, 좋은 친구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는 과목 중에 없습니다. 대학에는 있을런지 모르겠는데, 대학에 다닐 때면 너무 늦어요. 몇 년 동안이나 못된 친구인게 됩니다. 그럼 분명 더 이상 친구가 아니게 될 거에요.
“제가 바보라고 했다고 놀려요? 바보의 친구는 바보랬는데, 전 바보 아닙니다. 그러니까 와타누키 씨도 바보 아니에요.”
자업자득은 이런 상황을 두고 하는 말입니다. 제가 바보라고 너무 많이 말해서, 와타누키 씨가 저렇게 말해버리는 게 분명해요. 이제 바보라는 말은 금지입니다. 절대요. 여기에 바보는 저 하나뿐입니다.
“그럼 이제 참아보면 되겠네요. 다 있잖아요.”
친구도 좋아하는 것도 있다는 말을 하려다, 제가 스스로 친구라고 칭하기는 낯부끄러워서 그만두었습니다. 친구를 이렇게 만드는 게 맞을까요...? 이런 저도 친구라고 도움이 되긴 할까 생각이 많아집니다...
그건 나름의 격려를 모방한 언어였을까? 어떤 말이든 위로든 미야나기에게는 그다지 와닿지 못 했을 것 같다. 근본적인 단초를 쥐고 있는 건 저뿐임에도 선뜻 펼쳐 확인할 용기까지는 없다. “그럴 수도 있겠지만 난, 난 그냥······ 내 자신한테 실망한 거예요.“ 감정은 드러내고 자아는 삼키며 숨죽일 수밖에 없는 삶이다. 사람들이 원하는 건 이야기꾼이지 연기자가 아니니까. 마음 가는 대로 선택해도 좋은 삶을 동경해서도, 탐내서도 안 돼 그 말에 쉽사리 승낙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답하는 대신에 괜히 엉뚱한 트집을 잡았을지도 모르겠다.
“그, 조카를 투영하실 연배는 아닌 것 같은데. 약간 양심이 없으시네요.“
아무래도 천 년이나 넘게 살아놓고 제 삼촌뻘을 자처하는 건······ 굉장히 무리였다. 게다가 무슨 신이 혈연이 다 있나! 태양신 라Ra도 나일강에서 울고 갈 듯했다. “당연히 폼으로 지은 이름인 줄 알았죠! 미리 알았다면 얼씬도 안 했어요.” 그러나 직접 대면할 때까지 쌀낱 한 톨만큼도 몰랐다는 게 그녀의 불행이었다. 와중에 있지도 않은 숙어를 창조해가며 태연하게 웃는 얼굴을 봐버려 황당해할 의지마저 잃었다.
“······그게 아니라 타지에서 고향 사람끼리 돕고 산다, 이 말이잖아요. 안 지켜주셔도 웬만한 건 제 선에서 전부 해결하니까 괜찮습니다.“
사양하기 위한 거절은 아니었는지 자신만만한 어투다. ······초자연적 현상에 있어서는 살짝 약하긴 했지만. 잠깐 주머니를 뒤적여 명함만 한 크기의 반짇고리를 찾은 미야나기는, 이내 실타래와 리본 뭉치를 헤집고 작은 수성펜 한 자루를 꺼내 들었다. 슈즈에 새틴을 바느질할 때나 쓰는 초크처럼 보였다. 남는 왼손으로 그의 팔목을 조심스레 들어 손바닥 위에 숫자를 남기려 했다. “물로 금방 지워져요. 원단에 쓰는 펜이니까.“ 남의 손을 자연스럽게 종잇장 취급하니 참 염치도 없다. 열한 자리나 되는 숫자를 적어야 해 글씨를 아주 깨알같이 써야 할 테다.
-무슨 놈의 학생회장이 이렇게 무게감도 없고 가볍냐? 면학 분위기 신경 안 쓰냐? -아. 진짜 촐랑촐랑거리는 것이 진짜 별로임 -무슨 유치한 것이 애 같음. 진짜로. -다른 학교는 되게 막 포스 넘치고 그런다는데...
"......"
학생회장 책상에 앉아 그곳에 놓여있는 노트북으로 학생회에게 보내는 메시지 일람을 읽으면서 치아키는 침묵을 지키며 마우스를 계속 클릭했다. 물론 모든 메시지가 다 이런 내용은 아니었으나 묘하게 오늘따라 이런 류의 메시지가 많았다. 하기사 딱히 특이한 일은 아니었다. 자신이 1학년때도, 그리고 2학년때도 학생회에 소속되어 있었고 그때마다 회장이 이런 메시지를 받았으니 어떻게 보면 전통이었다. 누군지 알 수 없는 익명이기에 보낼 수 있는 공격적인 메시지를 읽으며 치아키는 고개를 살며시 도리도리 저었다. 자신이 걸리지 않을 거라고 확신하고, 걸리더라도 자신들에게 뭐라고 말할 수 없으며 말을 하게 되는 순간 그것을 빌미로 또 공격을 할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하는 메시지 뒷편에 실려있는 어두운 뜻을 파악하며 치아키는 숨을 약하게 내뱉었다.
"뭐,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긴 한데..."
"너 이거 그냥 둘거야? 그냥 잡지? 이거."
바로 옆에 있던 임원 중 한명이 자신에게 말을 걸어왔다. 꽤 오랫동안 알고 지낸 친구였다. 그 메시지 자체가 마음에 들지 않는지 그녀는 찌릿 메시지를 바라봤다. 아마 시선만으로 구멍이 뚫린다고 한다면 모니터에 아주 커다란 구멍이 나다 못해 블랙홀이 생겼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일단 치아키는 옆을 돌아보며 그녀를 만류하려고 했다.
"됐어. 됐어. 아까도 말했다시피 완전 틀린 말도 아니잖아. 솔직히 내가 무게감 없는 것은 사실이기도 하고."
"그게 뭐라고 해야 할 사안이야? 여기에 글 쓴 이들은 얼마나 잘났는데? 익명으로 이런 메시지나 보내고 낄낄거릴건데. 솔직히 이거 학생회 권한 이용하면 다 찾을 수 있어."
"하지만 그렇게 하면 자유로운 의견을 보낼 수 없잖아. 우리가 누군지 다 파악하는 것을 아는 순간, 그 다음부터는 여기에 아무 것도 안 들어오고 그럴걸?"
"아니. 그건 그렇긴 한데..."
여러모로 골치가 아픈지 임원이기도 한 여성은 머리를 북북 긁으면서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지금 이 상황이 영 마음에 들지 않는지 혀를 차더니 결국 그녀는 밖으로 나섰다. 머리 아프니까 바람 좀 쐬고 오겠다고 이야기를 남긴채. 치아키는 웃으면서 손을 가볍게 저었다. 뒤이어 마우스를 이용해 들어온 메시지 중, 비방 류의 메시지를 하나둘 직접 삭제하기 시작했다. 딱히 이런 것을 일일히 신경써봐야 머리가 아플 뿐이었다. 물론 아예 신경이 안 쓰인다면 거짓말이긴 하지만...
"여러모로 이전의 회장 선배들이 대단하네. 당사자가 되니까 이거 묘하게 아프네." "그래도 다 넘기는데는 이유가 있는 법이긴 하니까. 학생회장 괜히 했나 싶네. 하핫. 물론 그래도 했을 것 같지만!"
괜히 어깨를 으쓱하며 아무도 듣지 않을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치아키는 작업을 마치고 두 손으로 깍지를 낀 채 하늘을 향해 손을 쭉 뻗다가 다시 아래로 내렸다. 고개를 도리도리. 오늘 작업은 오늘 작업대로 해야지. 비방을 언제까지나 계속 신경쓸 순 없어. 그렇게 속으로 되세기며 치아키는 잠시 눈을 감았다.
'뭐, 괜히 티를 내면... 여러모로 귀찮아질 것 같기도 하고. ...천벌 막 내려지는 일은 피하게 하고 싶기도 하고.' '이런 생각을 하는 것 자체가 엄청 오만한 것 같지만...'
이어 치아키는 두 손으로 제 뺨을 톡톡 치면서 더 이상 그 생각을 하지 않으려고 했다. 다시 한 번 밝게 웃으며, 싱긋 장난스럽게 미소를 지으며. 이내 잠시 고민하다가 그는 계피맛 사탕을 두 개 정도 꺼낸 후에 포장지를 뜯고 제 입 속에 쏙 집어넣었다.
"우와아아악! 매워!!"
두 팔을 바둥바둥. 하지만 물을 일부러 마시지 않으며 치아키는 일부러 오버액션을 취하면서 발을 동동 굴렸다. 그 행동에 무슨 의미가 있는지, 아니면 그냥 바보짓을 한 것인지. 오직 그만일 알 뿐이었으나 그의 두 눈을 아주 잠깐. 부드러운 호를 그리다가 다시 동그랗게 올라섰다.
/별 내용은 없고...그냥 뭐라도 쓰라고 하니까 그냥 가볍게 쓰는 무언가! 고로 식사를 마치면서 갱신할게요! 계시는 분들은 다들 안녕하세요!
도대체 누가 할 말을 누가 하고 있는건지 모르겠습니다. 와타누키 씨랑 저랑 해야하는 말이 전부 바뀌었어요. 뭐든 처음이 어렵지 두번째는 쉽다는 말은 어디서부터 시작된 말인지 궁금합니다. 저한테는 전혀 해당되지 않으니까요! 솔직하게 말하는 건 몇 번을 해도 어려워요. 어릴 때는 어떻게 다 말하고 다녔는지 의문일 정도로요. 말해야하는데, 마음의 준비가 좀 많이 필요합니다. 시간이 들어요. 대답을 무시하는 것처럼만 보이지 않으면 좋겠는데, 솔직하게 말하려니 많이 부끄러워서 조금 기달려달라고 말할 수도 없습니다. 결국은 몸이 웅크러들어요. 숨고 싶어져서, 무릎을 모아세우고 두 손도 꼭 모았고요, 숨을 소리없이 삼키면서 눈을 꼭 감습니다. 아무것도 안 보이니까 조금 나은 것 같아요.
“저도 좋은 친구 아닙니다. ...그래서 노력할 거에요.”
목소리가 너무 작아요! 아까까지는 잘만 말했으면서, 갑자기 이러면 이상하게 느껴질 것 같아요. 흘끗 눈을 떠서 와타누키 씨를 잠깐 보았어요. 싫은 반응은 아닐까 걱정됐으니까요. 근데 제대로 확인도 안 하고 바로 시선을 돌렸습니다. 꼭 해야하는 말이 남아있으니까요.
“친구해줘서 고마워요.”
말해버렸습니다. 말해버렸어요. 못 되돌려요. 못 되돌리니까요, 그렇게 말해버립니다.
“이제 저랑 친구하기 싫어도 못 되돌립니다. 알아서 하세요.”
귀가 조금 뜨거운 것 같은데, 더워서 머리가 고장난게 분명해요. 그러니까 못된 말할 때만 목소리가 잘 나오는 겁니다. 아니면, 바보같은 소리를 할 때요. 대화 주제를 바꾸고 싶은데 무슨 말을 해야할 지 모르겠어서 교복치마 주머니에서 수첩을 찾았어요. 수첩 사이에는 언제나 클로버스티커가 있으니까요, 하나를 떼어서 내밀었습니다.
사계절 중 하나가 지나가고 시간이 가면 갈수록 점점 날씨가 더워졌다. 사람들의 옷의 길이가 점점 짧아졌고 그에 맞춰서 교복 역시 하복으로 바뀌었다. 에어컨 바람이 여기저기서 들려오고 선풍기 바람이 여기저기 불어왔고 가미즈나의 풍경 역시 녹색으로 바뀌었다. 나무 그늘이 우거지고 한번씩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는 것 또한 느껴졌을 것이다.
자연히 마을 근처에 있는 강가에 사람이 몰렸고 그 곳에서 수영을 하는 이들 또한 있었으며 동네에 있는 커다란 수영장을 찾아가는 이들도 있었다. 학교에 있는 체육관에서도 본격적으로 수영장을 개방했고 그에 따라 물향이 조용히 번지는 것 또한 느낄 수 있었을 것이다. 어디 그 뿐일까. 마을 바로 근처에 있진 않았지만 바다에 가려고 하는 이들을 위해서 버스로 향하는 버스 노선이 조금 더 늘어난 것 또한 여름이 찾아오면서 가미즈나 마을에 찾아온 변화 중 하나였다.
키즈나히메를 모시고 있는 신사는 언제나처럼 이 시기가 되면 묘하게 분주하고 바빠졌으며 그것은 올해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가미즈나 고등학교 역시 3년에 1번 하는 수학여행이 있는 해이기도 한만큼 학생회가 상당히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고 학교 내에서도 수학여행을 기대하는 학생들이 점점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늘어났다.
매미 울음소리가 간간히 울리고 해가 점점 길어지는 시기. 즉 지금 이 순간은 여름이었다.
새로운 만남이 있을 수도 있고, 지금까지의 인연이 더욱 깊어질지도 모르는 여름 시간. 가미즈나 고등학교 학생들에게 무슨 일이 있을지는 오직 그들만이 알 일이었다.
/자. 내일부터 여름시즌이에요! 2월 27일부터 3월 26일. 한 달 동안 있을 예정이에요! 이런저런 이벤트가 있을 예정이니 이 또한 참고해주세요!
"올해 수학여행지는 '가미즈미 마을'로 결정되었습니다! 물로 유명한 곳인만큼 아는 사람은 이미 알 거라고 생각하지만 다시 한 번 설명을 할게요! 모르는 이들은 잘 들어주세요!"
가미즈미 마을. 그곳은 아주 오랜 옛날. 황폐한 땅에서 고통받는 인간을 위해서 신이 직접 자신의 힘을 녹인 샘을 내렸다는 전승이 있는 마을이었다. 그 때문일까. 그곳에 흐르는 물은 그 어떤 곳보다 맑고 깨끗할 뿐만 아니라 좋은 성분이 가득했다. 자연스럽게 정말로 좋은 물이 흐르는 마을로 알려졌으며 그에 따라 물과 관련된 산업. 온천, 스파, 수영장, 워터파크 등등이 정말로 크게 발전한 곳이었다. 관광객들이 꽤 몰리는 곳이었기에 관광객들을 수용하기 위한 숙박업도 크게 발전한 것 또한 특징이었다.
바닷가 근처에 있는 곳이었기에 해수욕도 아주 쉽게 즐길 수 있으며 마을 북쪽에 있는 등산로를 타고 오르다보면 낡은 신사가 하나 있는데 그 근처에 아주 거대한 동굴이 하나 있으며 그 안으로 들어서면 이 마을의 모든 물의 근원이라고 할 수 있는 '신성한 샘'이 있었다. 원래는 입구를 막아두긴 했으나 여름의 마츠리 기간 때 그 샘을 오랫동안 관리하고 지키고 있는 가문이 샘을 볼 수 있도록 개방하는데 수학여행 기간이 딱 그 시기였기에 정말 운이 좋게도 그 동굴 안으로 들어가 정말로 넓고 크고 깊은 샘을 보는 것이 가능했다. 허나 이미 이곳의 마츠리는 끝났기 때문에 마츠리를 즐기는 것은 불가능한 모양이었다.
아마 신들은 이곳의 물에서 정말 자신들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고위신의 기운을 느낄 수 있었을 것이고 인간들은 신의 기운은 느끼지 못하더라도 정말 맑고 고운 물을 즐길 수 있었을 것이다. 발을 담그는 것도 좋고 그 안에서 물놀이를 즐기는 것도 좋을 것이며 마을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면서 놀러다니는 것 또한 좋을 것이다. 혹은 여름이지만 온천이나 스파를 즐기고 싶다면 그 또한 자유였다. 아니면 구경삼아 성스러운 샘을 구경가는 것 또한 가능했다. 물론 신들에게 있어서는 꽤나 강한 신의 기운을 느낄 수 있었겠지만 크게 압박을 느끼거나 공포감을 느낄 정도는 아니었을 것이다.
가미즈나 학생들은 리조트 시설에 머물 예정이었고 방은 서로서로 합의하에 자유롭게 정할 수 있었다. 다만 혼자서 방을 사용하는 것은 불가능했으며 아무리 못해도 최소 2인 1방을 사용해야만 했다. 리조트 내의 식사나 리조트 시설은 모두 가미즈나 고등학교가 이미 돈을 다 지불했기에 자유롭게 놀 수 있었으나 가미즈나 마을을 돌아다니면서 놀 때는 가미즈나 고등학교의 학생증을 보여줬을 때 50% 할인을 받을 수는 있었으나 공짜는 아니었다. 즉, 어느 정도는 자유롭게 놀 수 있긴 했으나 그렇다고 막 마음대로 놀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학생들 중에선 벌써부터 두근두근 거리는 마음으로 수학여행을 가는 날은 기다리는 이들 또한 존재했다. 그곳에서 일어날 다양한 추억을 만들 것을 마음 속에 그리며.
또한 가미즈나 마을의 여름 마츠리. '토모시비 마츠리'를 기대하는 이들도 분명히 있었을 것이다. 같이 가고자 미리 약속을 잡자면... 지금 이 시기만큼 좋은 시기가 없었을테니.
/가미즈미 마을. 정확히는 2기의 배경이긴 한데 배경만 가지고 왔어요! 딱히 2기 인물들 나오진 않아요! 2기 위키를 찾아보면 저 샘을 관리하는 집안도 나오긴 하지만 몰라도 무방해요! 굳이 안 찾아봐도 된답니다! 아무튼 그냥 물과 관련된 많은 산업들이 발전한 곳이기도 하고 다른 놀거리도 많으니 그냥 자유롭게 창작해주세요! 대도시는 아니고 가미즈나보다 조금 더 큰 느낌의 그런 마을이랍니다. 그와는 별개로.. '페어 이벤트'이자 토모시비 마츠리를 이 수학여행 기간 동안 일상을 이용해서 같이 가는 것을 신청할 수 있어요. 일상을 돌리다가 같이 가자고 제안을 하고, 상대가 받아들이게 될 경우 합의하에 이 둘은 페어이벤트에서 한 쌍으로 자동적으로 묶이게 된답니다. 다시 말하지만 어디까지나 서로 협의하에 가는 것이기 때문에 같이 가자고 제안을 해도 같이 갈지는 별개에요. 상대가 다른 이와 같이 가고 싶다고 한다면 어쩔 수 없는거고 거절할 수도 있는 거니 그 점은 꼭 참고해주세요.
토모시비 마츠리는 키즈나히메 신사의 사람들이 직접 개최하는 마츠리인데 신사에서 나눠주는 등불을 마을에 흐르고 있는 강가로 간 후에 띄우고 같이 기도를 하면 같이 띄운 사람끼리의 인연이 상당히 깊어진다는 전승이 있어요. 등불이 상당히 아름답기도 하고 이 시기에 불꽃놀이도 하고 강가 근처에서 정말 많은 노점이 세워지기도 하고 그러기 때문에 덕캐, 혹은 눈호관과 같이 즐기면 정말로 좋겠죠?
이 마츠리를 일상으로 찌를 수 있는 기간은 오직 이 수학여행이 진행되는 기간 뿐이에요! 그 이후에는 따로 신청해서 같이 가자고 할 수 없으니 주의해주세요. 덧붙여서 MPC인 치아키에게도 같이 가자고 찌를 수 있어요. 찌를 사람이 있을진 모르겠지만... 뭐 일단 가능하다라는 의미로! 물론 치아키가 받아줄지는 다른 캐릭터들처럼 별개에요!
그리고... 3월 13일~3월 19일까지 있을 페어이벤트인 '토모시비 마츠리' 에 페어이벤트로서 참가할 분에 대한 신청을 받을 거예요! 웹박수로 [페어 이벤트 신청] 이라는 머릿말을 쓰고 자신의 캐릭터 이름을 넣어주면 된답니다. 이렇게 저장된 리스트는 3월 6일부터 3월 10일까지 찌르기를 받을 예정이에요. 같이 가고 싶은 이를 찌르는 느낌으로요. 이에 대한 것은 그 기간 때 따로 또 공지를 할게요! 아무튼 지금은 '페어 이벤트'에 참가하고자 하는 이에 대한 신청만 받는다고 생각해주세요! 페어이벤트에 참가하게 되고 확정되면... 반드시 파트너와의 일상을 돌려야해요. 이 점 꼭 명심하셔야 해요! 이 부분은 또 나중에 자세하게 공지를 할게요! 덧붙여서 신청을 했어도 이 수학여행 기간 동안 페어로 확정이 되는 이의 경우는... 리스트에서 빠지고 그냥 바로 페어 확정이니까 참고해주세요. 그러니까...난 꼭 이 캐릭터와 페어로 가야만 하겠다..하는 이들은 용기를 내서 살며시 일상으로 콕콕 찔러보는 것도 좋을지도 모르죠? 아마도!
>>920 어서 오세요! 리오주! 이렇게 된 이상 그냥 수학여행 기간을 노리는 것도! 그리고 사실 옆마을...이라고 할 정도로 가까운 곳은 아니고 꽤 거리가 있는 곳이지만.. 그리고 동굴은 안 들어가도 상관없죠 뭐! 그냥 들어가서 구경할 이는 구경해라. 이런 느낌이라서.. 어차피 들어가도 그냥 깊은 동굴이 있고 그 중간에 정말 커다랗고 깊은 그런 샘이 있고 거기 물을 받아서 마실 수 있는 바가지가 있고 대충 그런 느낌이에요. 거기 지키는 집안의 사람이 있고.. 물론 2기 인물 몰라도 1도 상관없어요. 언급도 안 될 거예요.
>>921 네! 신청 자체는 수학여행 기간 동안만 받을 거예요! 물론 신청 안한다고 해서 마츠리 못 즐기는 것은 아니에요! 단지 페어이벤트로서 못 즐길 뿐이지!
나쁜 사람은 착한 사람이랑 있으면 힘들어요. 그래서 제가 지금 많이 힘듭니다. 고맙다는 인사를 받으려고 한 말들이 아닌데, 감사 인사를 받아버렸어요. 평소처럼, 자주 그랬던 것처럼 필요없다거나 됐다는 말로 거절할 수도 있습니다. 감사 인사를 받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니까요. 하지만 이번에는 고개를 끄덕거렸어요. 친구하기로 했는데, 친구한테까지 그러면 안 됩니다. 많이 힘냈으니까, 힘낸 김에 조금 더 힘내는 거에요.
“...그렇게 말해도 스티커 더 안 줍니다.”
힘을 다 써버렸습니다. 괜히 볼멘소리 해버려요. 칭찬을 받은 기분이 되어서 딴청을 피우려다 이렇게 돼 버랬어요. ‘안 싫다’ 라는게 ‘좋다’ 라는 뜻이 아니란 건 압니다. 그래도 ‘싫지 않다’는 것만으로도 ‘별로는 아닌 친구’ 라는 것만 같아서 조금 들뜬 거에요. 웅크린 자세는 편한 느낌으로 풀렸지만, 이번에는 두 손으로 입을 꼭 가렸어요. 웃어버릴 것 같아서 미리 가립니다. 그리고 미리 가리길 잘 했어요. 참는다는 말에 이어서 안 다치도록 해보겠다는 말도 들었기 때문입니다. 입꼬리는 가린 손 안에서 잘 갈무리하고, 눈은 동그랗게 깜빡거리면서 눈웃음 짓지 않도록 조심해요. 표정을 잘 지워낸 것 같으면 손을 내립니다. 아무렇지도 않은 척 할 수 있어요.
“기대할 거예요. 부담 주는 거 맞습니다.”
부담 주는 건 아니지만 기대는 조금 하고 싶습니다. 순식간에 확 바뀔 거란 기대는 안 하지만 조금씩은 괜찮을 거라고 생각해요. 앞으로 어떻게 될 지 모르니까요! 오늘 점심시간에 갑자기 친구가 생길 줄은 상상도 못할, 몰랐던 일이었던 것처럼요.
# 슬슬 막레 해도 되지 않을까 싶어서 + 봄이 약 1시간 남았다—! 라는 이유로 조금 애매모호?하지만 마무리짓듯 가져왔어. ☺️ 더 이어도 상관없고 이걸 막레로 받아도 괜찮아.
언제나 일관된 자아와 본능만을 따라 살아온 그에게는 사에의 이야기가 난해한 철학적 논제라도 되는 것처럼 어렵게만 들린다. 단어 자체의 뜻은 알지만 그 '의미'조차 이해하지 못하기에 싱겁게 웃으며 고개나 갸웃하고 마는 것이다. "와, 그거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억눌린 삶이란 무엇이고, 그 안에서 자라난 번뇌를 이해하기엔 향락에 탐닉하며 보낸 세월이 평생이었다. 자신은 물론이고 주변의 그 어느 것도 돌아보지 않는 생이었으니 실상 그는 이 자라나는 인간보다 영영 무지할 삶을 사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어려운 소리인 듯하니 슬그머니 딴생각으로 도망치려던 그는 불현듯 삐죽 튀어나온 사실적시에 가차없이 얻어맞고 말았다.
"걔가 올해에 너랑 같은 나이일 거야. 많이 친한 애라서 그렇게 부르는 거지 진짜 친척관계는 아니라."
변명 같은 말 주절대면서도 삼촌 연배 아니라는 사실만은 차마 부정하지 못한다. 그야 아저씨라는 호칭도 그리 굳어져서일 뿐 본인도 스스로 늙은이라 자칭하곤 하는데 이제 와서 아니라 할 수 있을 리가……. 가미즈나의 미처 말하지 않은 숨은 비밀도, 자아와 금기의 문제도 지금으로선 어찌 귀착될 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이러한 와중에 분명한 사실은 하나다. 바로 사에의 눈앞에 있는 이 창고(蒼古)의 존재가 그 많다는 나이 아마 헛으로 먹었으리라는 것이다.
"에-이, 그게 그거지! 외국인이라서 말실수한 거야. 신도 언어공부는 자기 힘으로 해야 하거든!"
손 위에 글씨가 쓰여도 그는 간질간질한 감각 느끼며 구경만 하고 있다. 끝나고 나서는 "와!"하며 번쩍 두 주먹 들고 푼수처럼 헤실헤실 웃기나 한다. 전화번호 하나에 이렇게까지 좋아할 일인가 싶다. 그동안에도 걸음은 멈추지 않고, 길은 어느새 끝에 다다르게 되었다. 그가 앞서서 먼저 골목을 돌아가자 별안간 길목을 밝힌 등들이 일제히 밝아 온다. 그간 왜인지 모르게 침침하고 어둑한 빛 뿜던 가로등이나, 이상하리만치 고요했던 주변의 분위기가 마치 누군가의 짓궂은 장난이었다는 양. 사에가 뒤를 돌아본다면 지나온 길이 걸은 시간에 비해 기이하도록 짧다는 것을 알게 될지도 모른다. 수상한 현상의 원흉 되시는 신은 괜스레 더 살갑게 웃으면서 손 가지런히 모으고 겸연쩍은 체를 하고 있다. 그러다가 한손 살살 흔들며 뻔뻔스레 작별인사 하려 든다. 아, 이거 찔리니까 튀려는 속셈이다.
이나바 토아, 이나바 가문 현 당주의 외동딸. 앞으로 무녀의 의지를 이을, 허나 아직은 유약하기 그지없는 존재.
참 질리지도 않고 매일같이 찾아오는구나. 물론 너같은 권속은 얼마든지 있었다만, 정성만큼은 남다르다 할수 있겠군.
"불편을 끼쳐드렸다면 사죄토록 하겠습니다. 저도 모르게 발길이 이곳으로 향하기에, 그것 또한 주신님의 의지인가 하여 찾아오게 되었습니다."
착각하지 말거라. 그저 네 외로움 때문에 찾아온게지. 용무가 있다면 직접 찾아가는 내가 무슨 까닭으로 너에게 사념을 보내겠는가,
"...죄송합니다... 불초소생의 생각이 짧아 되도않는 실언을..."
죄송하다고 신사의 일이 편해지는가,
...라고, 네 어미와 아비는 그리 말할테지. 되었다. 네 양친만큼 나 또한 네게 모질게 군다면 아무리 인세라 한들 너무나도 가혹하지 않은가. 이렇게 말할 자격이 나에겐 없음을 알고 있으나, 이제껏 나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며 묵묵히 걸어온 네 의지를 높이 사는 것도 있으니.
이리 가까이 오거라. 어차피 닿은 발길, 이야기라도 나누자꾸나.
"...그리하겠습니다."
토아여, 너는 신을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무한히 살아가며 지고한 존재, 인간을 내려다보며 품고 때로는 벌을 내리는 존재, 유약한 인간이 믿음이라는 심적이며 물적인 공물을 바쳐 의지하는 절대적이며 신성시된 존재... 라고 알고 있습니다."
딱딱하기 그지없구나. 그것 말고는 아는 바가 없는겐가.
"...소녀, 아는 바가 많지 않아 방금 입에 올린 것이 전부이옵니다."
그럴지도 모르지. 어쩌면 아는 것을 두려워했을지도 모르겠고, 너 역시 어엿한 이나바에 묶인 작은 토끼, 이젠 그간 꺼내지 못한 나의 치부를 너에게도 말해줄 때가 되었구나.
"주신님께서... 그런 것이 있으십니까...?"
없다면 거짓말이겠지. 허나 나의 자식들에게 숨길 이유도 없잖은가.
확실히 신이란 존재는 인간으로 하여금 떠받들어지며 칭송받고, 그들이 바치는 공물로서 명맥을 유지하는 존재다. 이에 대해 부정하진 않으마. 나 또한 이나바 가문이라 칭하는 너희들, 권속의 신봉으로 지금까지 존재했다.
허나 그런 나라고 해도 신을 향한 믿음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있다. 한낱 필멸자인 너희들이기에, 신인 우리들은 그 개념을 이해하지 못하기에 비로소 빛나는 것,
그 믿음을 매개로 움직이는 의지다. 애초에 내가 너희들에게 축복을 가져다주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
"자신의 위치에서 노력하는 자에게... 그에 합당한 축복을..."
그렇다. 인내와 노력, 그 어떤 일이 있어도 꿋꿋하게 이겨나갈 수 있다는 의지, 그것이 나의 미덕.
나 역시 신이 만들어낸 한낱 미물에 불과했다. 권속, 너희들같은 필멸의 존재였다. 그럼에도 나는 나 자신의 오만방자함으로 어쩌면 너희들이 말하는 친우였을, 어쩌면 이 세상에 태어난 형제나 다름없을 같은 동물들을 이용하고 괴롭히며 끝에는 조롱했다. 본디 토끼라 함은 순수함, 무력감, 수동적인 의미를 담기도 하나 반대로 영리함, 비겁함, 재빠름이라는 의미를 담기도 하니 어찌보면 나 역시 그 운명에 사로잡혔을테지.
자만심이라는 죄의 끝은 그에 적합한 벌이었다. 그리고 죄를 뉘우치고 속죄해야 마땅할 이들을 찾아 한명한명씩 고개를 숙였다. 그들의 용서는 중요하지 않았다. 어쩌면 용서를 받는 것조차 사치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지난 과오에 대한 끝맺음을 꼭 해야만 했다. 속죄의 길이 끝나갈 무렵, 그때가 되어서야 난 비로소 안식을 되찾을 수 있었고, 필멸의 몸을 벗어던지고서야 비로소 신이 될수 있었다.
"...주신님도... 사람의 마음을 알고 계셨습니까..."
많은 것은 알지 못한다. 신이기도 전 애초에 난 인간조차 아니었으니, 그저 내가 아는 영역에서 받아들이며 다만 모르는 것을 이해해나갔을 뿐이다. 이러나 저러나 난 더이상 필멸의 존재가 아니었다. 무한한 시간(생명)을 얻은 대신 그 이외의 모든 것을 포기해야 했지.
허나 그 또한 나쁘지 않았다. 이것으로 부족했던 나 역시 구원받는다면 더할나위 없는 기쁨이겠지. 그리고 내가 미처 다 이루지 못한 사명을, 누구도 알아주지 않지만 그럼에도 최선을 다하는 가려진 이들에게 그들 또한 행복해질 권리가 있음을 전해주었다.
그렇게 여기까지 오게 되었고, 그렇게 너를 만나게 된게지.
"...영광, 이라 말씀드려도 좋을지 모르겠습니다."
토아여, 너무 굳어있지 말거라. 그 이전에도 그러하였지만 나는 너를 삼키기 위해 온 것이 아니다. 어쩌면 도리어 정 반대일지도 모르지.
그래, 분위기가 조금 더 가벼워지도록 대화의 주제를 바꿔보자꾸나. 오늘의 공물은 당근이 아니겠지?
"네, 당근은 아닙니다. 다만..."
다만이라, 무슨 문제라도 있는 겐가.
"당근케이크, 입니다."
저런, 글러먹었구나. 내 그리 이야기 했거늘, 슬슬 고기나 무언가 다른 것이 올라와야 하지 않겠느냐.
"그렇다면 제가 대신 눕도록 하겠습니다..."
아서라. 너는 이나바의 무녀, 품위를 지키도록 하거라. 내 아무리 고기를 좋아한다 한들 현세 들어 인신공양은 부도덕적이고 비인간적이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다.
그나저나 잠깐만 시선을 돌려도 바로 이러니, 이래서 내가 너에게서 눈을 뗄수 없는 것이다.
"빠른 대처가 제 장점이 아니겠습니까? 더욱이, 토끼는 외로움을 많이 타기에 혼자 있을 수 없는 법입니다."
그래서 매일같이 나를 찾아오고 네 강단있는 선택이었다 한들 항상 그리 움직이는 게냐, 내가 너를 걱정하는줄 알면서도 말이다.
"...네."
것 참, 신을 멕이는 것도 정도껏 하거라. 내 그동안 이 가문을 지키면서 너 같은 권속은 수도 없이 봤으나, 그 집념만큼은 남다르다 할수 있겠군.
빨리 반려를 찾게 해주고 싶어도 난 인세와 그 관계에 대해 연이 없으니 그것조차 쉽지 않구나.
쿄스케주 안녕하세요~ 저희 일상은 아무래도 늘어지고 있는 느낌이기도하고 계절도 바뀌었으니 이대로 묻어두셔도 상관 없어요 무엇보다 제 손이 너무 느리기도 했구요... 그리고, 개인적인 감상이지만 저는 쿄스케가 겉도는 캐릭터라고 생각해 본 적은 없네요 어느쪽이든 만족스러운 형태로 결정이 되셨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988 자주 오지 못하면 뭐... 스토리든 일상이든 잡담이든 겉도는 경우가 왕왕 생긴다지만... 그러기 위해 함께 해주는 참치들이 있는걸! 😋 나도 다른 참치들처럼 쿄스케주가 자주 와주면 좋겠다 생각하지만, 그래도 무리하면서까지 오려고 하는건 안되는걸! 어디까지나 여유가 생겼을때 느긋하게 즐긴단 마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