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심기 불편한 듯 궁시렁댄다 싫증도 나는지 빗자루질이 영 시원찮지만 알게 모르게 꼼꼼히 쓸어대는 걸 보면 억지로 떠밀렸더라도 대충 할 생각은 없는 성싶다 ...그냥 빨리 나가고 싶은 걸수도 있고 다시 짧은 한숨을 내쉰 뒤 미카는 묵묵히 토끼장을 쓴다 이어지는 말에도 별 대꾸 않지만 빗자루질 하면서도 혹여나 토끼 다칠까 녀석들을 슬금슬금 피해주는 걸 보면 답은 불 보듯 뻔하다
저도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어요. 손을 잡아도 괜찮다는 듯이 말해도 저는 잡을 수 없습니다. 손을 닦거나 손수건이 있는게 아니라면 괜히 선배님의 손까지 더럽히는 기분이 들어요. 학생회실 청소를 하고 오셨다고 해도 실내의 공간을 청소한 거랑 화단에서 클로버를 뒤적거린 건 다르잖아요. 제 손이라고 말한 적 없다고 말해버렸지만, 그렇다고 학생회장 선배님의 손이 더럽다는 건 절대 아닙니다! 선배님을 배려했다고 생각하지 않을만한, 손을 잡지 않을 핑계를 생각하보니까 나온 말이에요...
“장래희망이 블랙 기업 오너에요?”
권력남용이라고 하기는 했지만요, 딱히 권력남용은 아닙니다. 선배님 말씀 중에 틀린 부분은 하나도 없으니까요. 화단을 심하게 훼손시킨 건 아니지만 수상쩍어 보이긴 했을테고, 아무것도 안 꺾은 것도 아니니까 할 말도 없어요 .학생회장 선배님은 무릎을 쭈그려서 시선을 낮추었습니다. 이렇게 상냥하신데 기업 오너가 되신다면 블랙 기업 오너가 아니라 대기업 오너가 되실 거에요. 학생회장 선배님이 생각하시는 만큼 나쁜 짓을 하지는 않았지만요, 그렇다고 떳떳하지도 않으니까 대답을 하지 못합니다. 가방을 메고 뛰어가면 도망칠 수 있을지 고민합니다. 오늘 무사히 도망치더라도 내일을 피할 수는 없을테니까 좋은 생각은 아닌 것 같아요. ...이실직고를 하는 편이 수첩은 지킬 수 있을 것 같아요. 네잎 클로버는 다른 곳에서 찾아도 되니까요............
“...꽃은 아니에요.”
쥐고있던 수첩을 펼쳐서 보여줍니다. 수첩의 맨 뒷장 사이에 꽂혀있던 네잎 클로버가 팔랑거려요. 꺾은지 얼마 안 되었고, 수첩 사이에 일부러 힘주어 짓눌러 놓은 것도 아니라서 그런 것 같습니다. 네잎 클로버는 빼앗기게 되는 걸까요? 그렇게 생각하면 조금 시무룩해집니다. 일부러 표정을 지우려고 하는데도 드러날 만큼이요. 입꼬리가 내려가는 것 같아요.
“운명적인 만남이라니. 그런 말을 그리 쉽게 뱉으면 안 되는 거에요. 이곳에 혼인할 이를 찾기 위해 나와 같은 이들이 온다는 것을 이나바 님께 듣지 못했나요.”
물론 케이는 딱히 그런 의도로 왔다기 보다는 그저 오랜만에 인세를 구경하러 온 것이었지만, 고위신을 노리는 이들은 인간들과 인연을 쌓아 혼인하여 고위신이 될 목적인 이들도 적지 않았다. 그렇다고 토아의 말에 대해 의미를 가지는 것은 아니었다. 운명을 말하는 것은 보통의 신과 가까운 이들이 주로 하는 말이지 않던가. 그러니까 장난이다.
“좋은 게 좋은 것이죠. 이렇게 만났으니 편한 선배라고 생각하고 궁금한 점이 있으면 편하게 물어봐요. 이번에 갓 들어온 후배님.”
이러한 인연도 인연이니. 예를 들어 선생님들의 시험 문제 출제 스타일이라던가 지금껏 공부해온 노트 정리나 족보라던가. 보통 선배들에게 원할만한 것들을 생각했다.
“아, 매점에서 아이스크림이라도 사줄까요?”
후덥지근한 여름 날씨는 아니라지만 날씨는 아이스크림을 먹기에 적당히 따뜻한 날씨이기도 했다. 아이스크림을 사준다니, 조금 어린애 취급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하긴 케이에게 토아는 정말 아주아주 어린 것이 맞지만 말이다.
능청스레 대꾸한다. 물밑을 유영하는 뱀처럼 눈 굴려 바라보니, 조심스레 빗자루질 하는 모습이 퍽 처량하다. 타고나기를 사납지 못하니 목소리에 짜증이 담겨있을지언정 악의까지 담겨있지는 못하다고 해야할까. 그쯤 생각이 미치니 힘껏 세운 가시가 무얼 향하는지보다 왜 존재하는지부터가 궁금해진다. 은밀하게 살피던 시선, 들키기 전에 시치미 뚝 떼듯 거두어진다. 질문을 듣자 그제야 당신에게 집중한다는 듯한 태도다.
"에ㅡ? 문을 잠궈요?"
놈이 눈썹을 높게 올리고는 어깨를 으쓱인다.
"제가 언제요?"
놈이 곁눈질하는 통에 문을 보니... 잠겨있던 자물쇠는 어느새 풀려있다! 귀신에게 홀리기라도 한걸까? 귀신도 신이란걸 감안하면 아주 틀린 표현은 아니다. 말했지 않나. 이곳에서 놈이 관여하는 건 토끼가 아닌 울타리라고... 놈이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는 한편 꿈틀거리는 입꼬리가 못내 짓궂다.
"설마 제가 소년을 가두고 억지로 일 시킬까요? 소년께서 천성이 친절하고 남을 위하니 절 도우신거 아니겠습니까?"
그녀의 손 이야기가 아니라고 하면 자연히 제 손이 만지기도 싫을 정도로 더럽다는 이야기가 아닌가. 치아키는 크게 당황해서 제 손의 손바닥을 바라봤다. 딱히 더러운 부분은 그의 눈에 비치지 않았기에 혹시나 자신에게 엄청난 원한이 있다거나 미움을 사고 있다거나 그런 것이 아닐까 싶어 하네를 빤히 바라봤다. 정말로 크게 당황했는지 약간 울망일지도 모르는 눈빛을 보이던 그는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낸 후에 제 손을 열심히 닦더니 손을 아래로 내리면서 손수건을 주머니에 쏙 집어넣었다. 허나 이내 블랙기업 오너라는 추가타가 날아오자 치아키는 으억! 하는 소리를 내며 제 가슴에 손을 올리고 몸을 약하게 부르르 떨었다.
"...후배 양. 혹시 말이야. 내가 너에게 뭘 잘못했니? 아까부터 뭔가 쿡쿡 찌르는 것이 굉장히 아픈데. 그리고 굳이 말하자면 난 신사를 잇는 쪽으로 가고 싶은데! 일단 우리 집이 키즈나히메님을 모시는 신사거든?! 블랙 기업 아니거든?!"
괜히 반사적으로 그렇게 이야기를 하면서 그는 하네의 눈동자를 다시 빤히 바라봤다. 허나 애써 진정하려고 하면서 그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심호흡을 하면서 감정을 가라앉히려고 하면서 이내 치아키는 평소의 미소를 지었다. 막 이래~ 그런 말을 하는 것으로 보아 크게 상처를 받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물론 살짝 당황을 한 것은 진짜였지만. 어쩌면 상처 안 받은 척하는 것일수도 있지만 그건 치아키만이 알 일이었다.
아무튼 하네가 수첩 내부를 보여주자 자연히 치아키의 눈에 네잎클로버가 들어왔다. 아직 파릇파릇한 것으로 보아 그 안에 집어넣은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이야기이며 자연히 방금 뭘 하고 있었는지 치아키는 이해할 수 있었다. 이내 치아키는 키득키득 웃으면서 네잎클로버를 손으로 가리키면서 이야기했다.
"굉장히 오랜만에 보네. 네잎클로버. 이걸 찾고 꺾고 있었구나. 그렇다면 그렇다고 하면 되지. 왜 그렇게 나쁜 짓하는 것처럼 숨기고 그랬어. 자. 자. 입꼬리 내리지 말기! 안 혼내고 벌점도 안 줄거니까. 누가 보면 내가 엄청 혼낸줄 알겠어. 아무튼 네잎클로버라. 가만헤 보니까 나도 찾아보고 싶네."
이어 치아키는 그대로 오리걸음을 걸어서 화단쪽으로 걸어간 후, 그 앞쪽에 있는 풀들을 바라봤다. 어차피 풀들은 차후에 뽑아야 하는 것들이었다. 그 중에 네잎클로버가 있다고 한다면 한번 찾아볼까 생각하며 그는 말을 이었다.
"우리 집 뒷쪽에도 이 시기가 되면 풀이 많이 자라고 그 중에 클로버들이 굉장히 많은데 말이야. 어릴 때 누나에게 네잎클로버를 선물받은 적이 있었거든. 그 이후로는 되게 오랜만에 보는 것 같네. 보자. 있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