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타카나시 하네입니다. 봄기운이 만연해진 날씨에 지금 클로버를 찾는 중입니다. 정확히는 네잎클로버를 찾고 있어요. 클로버는 원래 세잎이지만 돌연변이로 네잎짜리 클로버가 있고 행운의 상징으로 유명합니다. 다들 하교하고 조용해진 시간대인데도 학교 뒤쪽 화단에 자리를 잡은 채 바쁜 이유예요. 쭈그려 앉아서 열심히 네잎클로버를 찾고 있습니다. 전 네잎 클로버보다 세잎 클로버를 더 좋아하지만요, 특별하게 생각되는 건 네잎 클로버니까요.
‘적어도 다섯 개는.........’
늘 갖고 다니는 수첩을 뒷면부터 펼쳐 놓았어요. 클로버를 찾으면 깨끗한 페이지 사이 사이에 끼워 놓아야 하니까요. 적어도 다섯개, 운이 좋다면 일곱개는 모으고 싶은데 가능할지 모르겠습니다. ...왜냐하면 전 요즘 운이 나쁜 것 같거든요. 학교에서 했던 이벤트 때문에 그런 생각을 합니다. 점수를 모아야 하는 이벤트에서 점수를 모을 수가 없었어요. 운이 나쁘단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폭탄만 몇 번을 보았는지, 겨우 모은 2점이라는 작은 점수도 순식간에 날려버리고, 마지막 한 번으로 얻은 점수는 5점이라 상품 교환은 생각도 못하게 되었습니다. 상품을 원한 건 아니었지만요, 이렇게까지 약올림 당하고 싶진 않잖아요!
‘.........그때 못 쓴 운 지금 쓰게 해주세요.’
어느 신님에게 닿을지 모르는 소원을 빕니다. 클로버의 신이 있으면 좋겠어요. 네잎 클로버가 있는 곳을 바로바로 찾아주시겠죠.
학생회실에 앉아있던 치아키는 모두에게 그렇게 말을 하고 아직 오지 않은 임원에게는 그렇게 메시지를 보냈다. 학생회라고 해서 매번 바쁜 것은 아니었다. 물론 이후에야 조금 바빠지기야 하겠지만 적어도 지금 당장은 아니었다. 얼마전에 커다란 이벤트도 하나 성공적으로 마친만큼 ㅡ물론 폭탄 세례를 받은 학생들이 항의를 해서 쩔쩔맨 것은 있었다.ㅡ 당장은 학생회도 휴식기였다. 치아키 역시 서류 작업을 마무리짓고 마지막으로 학교를 한바퀴 돌다가 집으로 돌아가야겠다고 생각하며 학생회실 밖으로 나섰다.
그렇게 잠시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는 와중 우연히 그는 학교 뒤에 있는 화단으로 향했다. 하루노하나 마츠리만큼 화려한 꽃은 없겠지만 소소하게 꽃이나 식물을 구경하긴 딱 좋은 느낌이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끔 꽃이 자라나면 그것을 무단으로 꺾거나 훼손하는 이들이 있었기에 가끔은 순찰을 돌 필요도 있었다. 물론 그런 일은 보통 선도부 담당이긴 했으나 가끔은 학생회장인 자신이 가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아. 이렇게 모범적인 학생회장 없다니까. 스스로 자뻑을 속으로 하면서 그는 괜히 어깨를 으쓱했다.
"어라."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인가. 화단에 쭈그러 앉아서 뭔가를 뒤적이고 있는 여학생의 모습이 보였다. 그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던 치아키는 피식 웃었고 정말로 소리없이 살금살금 다가갔다. 물론 약간의 인기척은 느껴졌을지도 모르지만 그럼에도 최대한 살금살금 다가간 그는 그녀의 뒤에서 굵은 목소리를 내면서 놀래키려고 했다.
네개, 혹은 여섯개입니다. 아직 하나 밖에 못 찾았는데 찾을 수 있을까 싶어졌어요. 해가 다 떨어지고서야 집에 가게 될 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봄기운이 만연하단 건 여름도 곧 찾아온단 뜻이고, 여름은 해가 제일 긴 계절이니까요. 눈을 바로 뜨고 찾아보기로 해요. 눈이 금방 피곤해지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조용하고, 봄 햇살이 따뜻하고, 제가 네잎클로버를 찾는 손길에 클로버들끼리 스치는 소리만 들려요. 멀찍이서 부활동을 하는 학생들 소리도 울리는 것 같고, 그리고...
’선생님, 아니, 후배 양이라고 부른다면 선배님일텐데!‘
웬 호통 소리도요. 깜짝 놀라서 뒤로 넘어졌지만요, 쭈그려 앉아있다가 넘어진 거니 단순히 주저앉은 수준입니다. 그래서 아프진 않지만 놀라기는 엄청 놀랐어요! 갑자기 심장이 떨어진 기분이었으니까요. 그리고 화단을 어지럽혔다니요, 어지럽히진 않았으니까 억울합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클로버를 하나 꺾었습니다. 훼손이에요. 혼나는 걸까요? 꽃이 아니라고 꺾어도 된다고 생각한게 잘못이었는지도 몰라요. 꽤나 난감해져서 목소리의 주인이 누구인지 확인해요. 일어날 생각도 못 했습니다.
“이, 이놈할 짓 안 했습니다.”
.........‘안녕하세요.’ 인사부터 해야했는데 이상한 말부터 튀어나가요. 학생회장 선배님이라는 걸 아니까 변명부터 해버린 거에요. 이놈할 짓 안 하기는요, 했는데도요! 꺾인 클로버 하나가 지금 수첩 사이에 있으니까요. 넘어지면서 바닥을 짚었던 손을 슬쩍 움직여서 수첩으로 향합니다. 들키면 뺏길 지도 몰라요.
주저앉아버리는 하네의 모습에 치아키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결국 키득키득 웃음소리를 내고 말았다. 너무 놀라게 했나? 하지만 크게 넘어지진 않았으니 다치진 않았을 거라고 짐작하며 치아키는 하네를 빤히 바라보다가 고개를 돌려 화단 쪽을 바라봤다. 일단 전체적으로 어지럽혀지거나 한 모습은 없었다. 특별히 꺾인 꽃도 없어보이고. 화단을 건들진 않은 것일까. 아니면 건들려고 하는데 자신이 나타난 것일까. 모든 것은 이 후배에게 물어봐야 알 수 있다고 생각하며 치아키는 잡고 일어서라는 듯 오른손을 그녀에게 내밀었다.
"글쎄. 하지만 아무리 봐도 후배 양은 쭈그러앉아서 화단을 건드리고 있었는걸. 경우에 따라서는 충분히 이놈! 할 짓이라고 생각하는데. 정확히는 나보다는 화단을 관리하는 그런 학생 쪽이겠지만 말이야. 그래도 꽃을 건들거나 한 것은 아닌 것 같으니 별 거 아니라는 듯이 넘길 확률이 커보이지만 말이야."
다시 한 번 눈으로 화단을 가볍게 훑어낸 치아키는 별로 어지럽혀진 부분은 없다고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자연히 그럼 이 후배는 쭈그러앉아서 뭘 하고 있었나? 라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 일단 물어볼 수밖에 없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치아키는 그녀를 바라보며, 정확히는 수첩으로 손을 움직이는 그녀의 모습을 바라보며 넌지시 물었다.
"그래서 말이야. 후배 양은 지금 뭘 하고 있어? 말하기 싫을지도 모르겠지만 나에게 걸렸으니 그냥 말해줬으면 좋겠는데. 어찌되었건 학생회장이니 말이야. 적어도 무슨 일을 하는지 정도는 알아야 하거든. 나도."
운이 없었다고 생각해. 그렇게 뻔뻔하게 웃어보이면서 치아키는 슬며시 수첩으로 시선을 옮겼다. 화단. 그리고 수첩. 이어 그는 어깨를 으쓱하면서 장난스럽게 이야기했다.
점수 얻기에 그리도 혈안이 되었던 것이 무색하게, 이벤트가 끝난 이후 그는 그 일들을 아주 까맣게 잊고 있었다. 오늘도 어슬렁거리며 심심풀이할 일을 찾던 중 지나가던 학생들의 대화를 듣고서야 뒤늦게 상품이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낼 수 있었다. 상품을 교환하러 가는 길에 머릿속으로 계산을 해 보았다. 그러니까 내가 몇 점이더라. 261점? 아, 아깝다. 50점 한 번만 더 나왔으면 300점인데. 가미즈나랜드에 특별한 미련까지는 없지만 딱 애매하게 못 얻으니까 무척이나 신경쓰인다! 하지만 어쩌겠나, 이미 끝난 일이니 결과를 바꿀 수도 없고. 탐나는 것도 없으니 별 수 없이 적당한 것들로 고르기로 했다.
초월자는 태연하게 가면을 쓰고 다시 유쾌한 연극을 이어나갔다. 그러나 그녀는 한순간 멸망할 미물에 불과하니 결코 이전으로 돌아갈 수는 없었다. 가면 대신 유리로 된 엉성한 탈을 쥐고서 가까스로 얼굴에 가져다 댈 뿐이다. 미야나기는 온 힘을 쥐어짜 아무렇지 않은 척 평안을 꾸며냈다. 신은 어디에나 존재한다. 아마 라틴어였던 것 같다. 그 말마따나 이 땅 위의 발 닿는 도처마다 압도적 권능의 흔적은 지긋지긋하리만치 깊숙이 남아있었다. 신이라면 아주 이골이 난다! 평생을 그 전능한 존재에게 매달려 강박적인 삶을 살았다. 내가 진짜 졸업만 하면 이 나라 당장 떠서 절대 다시는 무슨 일이 있어도 영원히 안 돌아올 거야 두고 봐라 젠장······. 그나마 신은 살벌했던 태도를 감춰 넣어두고, 이제 죽은 새를 손바닥 위에 올리는 양 조심스레 굴었으니 바짝 올라간 어깨에 힘이 빠졌다. 긴장을 풀라는 말에도 열심히 고개를 여럿 끄덕인다. ······과연 그게 참은 거라면 실성은 대체 어떻다는 건지 두렵기는 했지만. 그러는 사이에 가슴을 짓눌러 목 죄던 위압감도 안개 걷히듯 순식간에 사라진다. 그 다음 짧게 부서지는 손벽. 초월자는 다시 완연한 인간을 흉내내고 있었다.
“지, 질문······. 네, 네! 질문이요. 어, 그러니까. 그게.”
있을 리가 없다. 그저 이 신님을 무사히 모셔다드리고 얼른 사라져버리고 싶다! ‘하느님을 만나면 어떤 걸 물어볼 거야?‘ 하는 의미 없는 논쟁도 까맣게 잊어 기억나지 않는다. 왜 하필 자신에게 친히 본모습을 드러냈냐는 의문? ······알고 싶지 않은 섬뜩한 대답을 들어버릴까 봐 불안하다. 질문 대신 신에게 빌 소원에 대한 되도 않는 토론의 답변—소원 백 개 들어주세요—밖에 생각 안 나니 환장할 노릇이다. 하지만 이 이상 질문을 지체할 수도 없었다. 눈까지 뭇별처럼 반짝여대며 기대하는데 부응하지 않으면 죽을 거다! 그녀는 억지로 질문을 하나 생각한다.
“신께 미움받은 인간은 어떻게 되는 걸까요?”
간신히 떠올려낸 것 치고 매우 실용적인 질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뒷산에 검은 여우가 나타난다는 흉흉한 소문이 나돌던 참이었으니까. 어. 근데 이제 미움 산 신이 둘이 됐네. 맙소사. 미야나기는 일순 죽고 싶어진다.
손입니다. 손이 제 앞에 내밀어져 있어요. 잠시 무슨 뜻인지 이해하지 못 하고 깜빡거리며 손을 바라보다가, 뒤늦게 깨달아요. 제가 지금 넘어져있기는 하니까 아마도 잡고 일어나라고 내밀어주신 것 같습니다. 화단을 어지럽히고 있단 오해만 안 받았으면 바로 이해했을 거에요. 꺾은 꽃이라던지 클로버를 내놓으라는 줄로만 알았다고요. 하지만 이해했어도요, 방금까지 클로버를 찾겠다고 화단을 뒤적거리고 있던 손입니다. 깨끗할 리가 없어요. 넘어지면서 바닥도 짚었습니다. 그러니까 잡지 못 합니다.
“더러워요. 안 됩니다.”
흙먼지를 뒤집어쓴 아예 엉망진창인 손은 아니지만요. 그리고 겸사 다른 손은 수첩을 쥐었어요. 네잎 클로버가 떨어지지 않게 잘 쥡니다. 가방에 넣어야 해요. 가방을 계속 메고 있을 걸 그랬습니다. 자연스럽게 수첩을 가방에 넣고, 가방을 둘러멘 다음에 자리를 비키면 완벽해요. 가방 쪽으로 시선을 옮깁니다.
“......권력남용.”
별 거 아니란 듯이 넘길 확률이 클 것 같다고 얘기해주셔서 안심했는데, 아니었어요. 무얼 하고 있는 지 알려달라고 합니다. 알려주면 혼날 것 같은데, 수첩도 이미 들켰어요! 수첩까지 통째로 빼앗기면 안 됩니다. 클로버 스티커들이 이 수첩에 있는걸요! 수첩을 더 꼬옥 쥡니다. 혼자서, 스스로, 칭찬 스티커를 모으고 있단 걸 들키면 정말 학교에 다닐 수 없어요.
“...........................QR 코드 찾고 있었어요.”
이벤트가 끝난 건 압니다. 하지만 변명이 마뜩찮았어요. 수첩은, 점수 계산용이었던 걸로 합니다. ...학생회장 선배님을 바라볼 수 없어요.
"안 더러워. 땅 좀 만졌다고 더러운 손이라면 이 세상 대부분의 손이 완전 더럽게? 무엇보다 나도 방금 전까지 학생회실 청소하고 왔는걸."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듯이 치아키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물론 이렇게 말한다고 해서 이 후배가 자신의 손을 잡아서 잡고 일어날지는 알 수 없었다. 물론 안 잡는다고 한다면 치아키 역시 굳이 손을 계속 내밀거나 하진 않았을 것이다. 적어도 이 후배를 곤란하게 할 생각은 없었으니까. 그 와중에도 치아키의 시선은 하네를 향해 있었기에 그녀의 시선이 다른 곳을 향하고 있다는 것도 바로 알아챌 수 있었다. 물론 그 시선이 어디로 향하는지까진 알 수 없었지만.
"학생회장이니까 수상한 행적을 보면 물을 수밖에 없는걸. 이게 권력남용이라면 나는 학교의 질서를 지키기 위해서 마음껏 권력남용을 할게. 아무튼 QR코드? 아차. 그 이벤트 이미 끝났는데 말이야. 무엇보다 인식도 되지 않을텐데. 지금 기간엔."
수첩을 꼬옥 쥐고 있는 모습으로 보아 아마도 비밀은 저 수첩에 있는 것이 분명해보였다. 그리고 뜸을 길게 들인 것으로 보아 필시 QR코드는 핑계라는 것도 치아키는 짐작할 수 있었다. 무슨 일인진 모르겠지만 말하기 싫은 것이겠지. 혹은 말하면 안되는 것이라던가. 작게 웃는 모습을 보이면서 치아키는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 상태에서 그는 무릎을 쭈그린 후에 그녀를 바라보면서 물었다.
"그렇다면 타카나시 양. 이것만 물어볼게. 타카나시 양은 다른 이들 몰래 나쁜 짓을 하고 있었어? 나는 그런 것 같진 않아보이거든. 정말로 나쁜 짓을 했다고 한다면 지금 이 자리를 빠르게 빠져나가고 도망치려고 했을텐데 그런 모습은 보이지 않는 것 같아서 말이야. 사실 대체로 그렇거든. 담배 피는 애들을 발견하면 걔들은 바로 뒤도 안 돌아보고 도망치지. 굳이 그 자리에는 남지 않더라고. 혹은 까칠하게 대든다던가. 그런데 그런 케이스도 아니고."
이어 안심을 시키려는 듯, 치아키는 사람 좋은 미소를 지은 후에 자신의 머리카락을 손으로 정리했다. 그리고 그는 화단 쪽을 바라보면서 부드럽게 말을 이었다.
그간의 경험 상 이런 상황에 맞닥뜨린 평범한 인간이 던지게 될 질문은 대체로 한정되어 있다. 그의 정확한 정체가 무엇이고 목적이 무엇인지처럼 눈앞의 신에게 집중하거나, 인간이 닿지 못할 그들의 세계에 관해 묻거나, 호기롭게 진솔한 대화와 요구를 청하는 경우도, 그도 아니라면 차마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공연히 목숨을 구걸한하는 사례도 있다. ……언제나 느낀다만 마지막 경우는 도대체 왜 그러는 건지 모르겠다. 언제 죽인다고 하기나 했나! 달리 무섭게 을러댄 적도 없는데 말이다. 자기를 돌아볼 줄 모르니 이 마음씨 꼬인 귀신도 딴에는 억울한 지점이 있단다. 그런 의미에서 그는 상대방에 대한 평가에 속으로 한 줄을 추가했다. 단시간만에 벌떡 일어나서 척척 잘도 걷는 이 여자아이는 심력도 신체도 꽤 강인하다 할 수 있겠다─라고. 이리저리 떠도는 잡념의 끝에 들려온 대답은 예상했던 범위를 벗어난 의외로운 것이다. "'미움'이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인데?" 그는 고개를 기울이고 잠시 골몰하는 듯하더니 번쩍 고개 들었다가, 금세 명랑한 투로 답 돌려준다.
"그냥 감정적으로 아니꼽고 말 정도의 미움이라면 별일 없을걸. 정말 마땅하다 싶은 당위가 없으면 웬만해선 아무나 심하게 못 괴롭혀. 그런데 확실하게 죄 지어 잘못한 게 있는 쪽이라면…… 역시 벌 받겠지?"
어느 쪽인지 모르니 우선은 정석적인 대답이다. 그러나 가장 먼저 물어본 질문이 이쪽이라면, 상대가 어느 경우에 해당하는지 자연히 짐작이 가기 마련이라. 싱긋 웃으며 곧바로 반문한다.
"보통은 다른 걸 먼저 물어보는데 신기하네! 어디서 들은 얘기나 찔리는 일이라도 있어?"
흐음, 그리고 곧바로 낮은 소리 흘리며 턱 짚고 짐짓 심각한 척을 해준다. 본심으로는 흥밋거리 삼고 싶은 마음 꽤 있지만, 그는 이 여자애에게 불필요한 일이었을지언정 어쨌거나 도움 받았으니까 말이다. 오늘은 이 애 덕분에 재밌는 일 많았으니 도움 되는 일 해줄 생각도 있고. 나름대로 은혜 아는 신이니 예의상 대놓고 즐거워하며 기대하지는 않고 있다. 하지만 제 일 아니라고 캐묻는 태도가 얄미울 정도로 뻔뻔한 것만은 감출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