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비행 청소년이 되고 싶은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이렇게 상냥하면서 굳이 못돼 보이고 싶은 이유가......... 정을 떼고 싶은 사람이 있다던지요. 아니면 이미지 변신일까요? 무릎을 모으고 앉아서, 그 무릎에 기대서 고민합니다. 비행 청소년이 되면 좋은게 있을까 생각해요. 괜히 선생님들이랑 학생들의 관심만 받게 됩니다. 그것도 딱히 좋지 못한 관심이요. 공부를 빼고 생각하더라도 위험하고 다치기 쉽기만 한 행동들을 합니다. 그런 스릴을 즐기는 걸까요? 그런 거라면 놀이기구를 타는 편이 나을 것 같습니다.
“겉보기로 판단하는 건 실례입니다.”
아, 알았습니다. 겉보기로 와타누키 씨를 불량하다고 한 사람이 많아서, 어쩌다보니 그런 오해에 둘러쌓여서 그런 것처럼 행동하고 있는 걸 지도 몰라요. ...그런 거라면 너무합니다! 못된 사람들이에요. 하지만 와타누키 씨한테 물어보지 않는 이상 어느 가정이 맞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무릎에 기댔던 고개를 살짝 틀어서 와타누키 씨를 봅니다. ...깡통 소리가 났어요. 가방 속입니다. 숙제를 챙기면 넣으려고 한쪽 어깨에 걸쳐둔 가방 안에서요.
“아까는......... 이거 먹고 잊으세요.”
그러니까 와타누키 씨가 날카롭게 생기긴 했지만요, 실상은 할 필요도 없는 사과를 몇 번이나 하는 사람인데요. 사과해야하는 건 저인데도요. 그래서 고민하다가 가방에서 꺼낸 사탕 깡통을 열어서 건넸습니다. 마니또에게 받은 사탕이에요. 색깔이 알록달록한 사탕들이요. 마니또는 지가 나눠주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깡통을 골랐다 했었습니다. 그래서 늘 들고 다녔어요. .........와타누키 씨, 지금도 사탕 막대를 계속 물고 있었으니까요. 그리고 저번에 사과도 사탕으로 했었습니다. 받아줄 지도 몰라요. 그때는 빨간 머리칼 때문에 빨간 사탕을 준 거였지만, 이번에는 고를 수 있으니까요. 직접 골라먹으면 됩니다. 그렇지만 와타누키 씨의 표정이 이상한 사람 보는 표정을 하고 있을 것 같아서 깡통을 들고 있는 손만 쭉 뻗었어요. 시선은 땅바닥에 박아둡니다...........
최근 간신히 수리한 교무실의 문짝을 확 열어젖히며 불청객이 쳐들어왔다. 문고리 고장의 원인이자 입학 첫 주부터 이것저것 부수고 떠들고 뛰어다니고 산만한 것으로 악명이 자자한 남궁이다. 예의 없이 당당하게도 등장한 그 말썽꾼의 얼굴을 확인한 교사 하나가 반사적으로 무어라 한탄했지만, 곧바로 이어지는 우렁찬 인삿말에 묻혀 버린다.
"실례합니다!!!!! 오늘은 사고 친 거 아니고요, 선생님들도 이벤트 소식 들었잖아요. 여기에도 있을 것 같으니까 자리 좀 뒤지게 해 주십쇼!!!!!" "알겠으니까 제발 조용히 좀 들어와. 소리도 제발 지르지 좀 말고……." "예!!!!!!!!!!!"
여기서 거절한다면 더 시끄러워질 거라는 걸 직감했는지 의외로 허락은 순순했다. 그는 조용히 해 달라 말한 선생의 자리부터 처들어가 서랍을 드르륵 열었다가 닫았다가, 의자를 밀고 넣고 들고, 모니터를 휙 들었다가 내려놓고, 선생이 쓰던 슬리퍼까지 뒤집고, 갖은 괴상한 짓은 다 하다가…….
"찾았다!"
전혀 관계 없는 공용 프린터 뒤에서 코드를 발견했다. 책상을 습격당한 선생만 어질러진 작업환경을 앞에 두고 통한의 눈물을 흘릴 따름이었다…….
다행히 가미즈나에서의 생활은 어렵지 않은 모양이다. 게다가 무용부에서 부장을 맡아서 하고 있을 정도면 교우 관계도 원만하고 주변 사람들하고 잘 지낸다는 이야기겠지. 그것이 아니라 무슨 문제가 있다고 해서 자신이 관여할 문제도 아니었다. 이렇게 잔을 기울이고 있긴 하나 다시 이런 이야기를 할 만한 사이는 아니지 않은가. 아마 오늘의 이야기가 끝이 나면 또 만날 일은 없을 것이었다. 아, 그러고보니 공연을 보러 가게 되면 인사를 하기로 했으니 그 말은 지켜야 될지도.
이 안경이라는 게 서류를 보는데 편하게 하기 위해서 쓰는 것이지 굳이 평소에는 쓸 일이 없어 접었던 것인데 앞의 앉은 이의 눈빛이 저를 살피는 것이 꽤나 우스웠다. 많이 달라보이나? 싶은 생각이 들었달까. 하지만 그것도 이어진 자신의 말에 얼굴이 굳어졌지만.
“네. 목격자들이 꽤 있거든요. 일종의 괴담처럼요. 다들 검은 여우는 흔치 않다고 신기해 하고 더불어 귀여워하곤 하던데... 후배님은 그렇지 않은 모양이네요.”
좋아할 줄 알았다는 듯한 목소리를 내비친다. 그리고 케이는 사에의 말이 꽤나 흥미로웠다. 뭔가 가문 대대로 내려오는 이야기라도 있는 것일까. 궁금함에 일부러 꺼낸 화두였지만 말이다.
쭉 내밀고 있던 깡통에서 사탕 집어가는 소리가 들립니다. 집어갔는지 흘끗 확인한 후에 뻗었던 손을 내려요. 제가 먹을 사탕 하나도 빼놓고서 깡통을 닫습니다. 다시 가방 안에 넣으면 깡통 굴러가는 소리와 사탕 부딪히는 소리가 나요. 미안하다는 말은 못 했지만 반절 정도는 사과한 거라고, 멋대로 정합니다. 흘끗 봤던 와타누키 씨의 사탕은 커피맛이었어요. 제가 집은 건 연두색입니다. 사과맛이에요. 연두색이 좋아서 집은건데, 와타누키 씨는 갈색이 좋은 걸까요, 아니면 커피맛이 좋은 걸까요. 아무거나 집은 걸 수도 있지만요.
“...이 다 썩으라고 준 겁니다.”
했던 말을 되돌려 받았어요. 생각도 못 했습니다! 그래서 더 마음에도 없는 말이 나왔어요. 사탕을 입에 넣고서 입에서 굴립니다. 사탕을 입에 한 가득 입에 물고 말을 못 하고 싶어요.
“충치 생기면 안 고마울 걸요.”
볼 한 쪽으로 사탕을 밀어넣어두고 말했습니다. 충치 생기면 아프니까 고맙기는 커녕 원망스러울 거에요. 원망받고 싶진 않지만요... 양치 잘 하면 됩니다. .........저도 한 번 더 양치해야겠고요.
“그러니까 고맙다는 말도 사과도 그만하세요.”
해야하는 쪽은 누가 봐도 저니까요. ...제대로 못 해서 이 지경인 건 나아지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하고 있어요.
봄바람이 불어오면 벚나무 흔들리고, 그에 우리 머리 위로 꽃잎이 쏟아져 내릴까. 미유키는 제 손등에 내려 앉은 꽃잎을 바라보다, 바람을 후 불어 날려 보낸다. 그리고 그 가벼운 것이 이미 바닥에 엉켜있을 꽃잎들 위로 내려앉는 것을 본다. 떨어져 곧 썩어갈 것들이, 지독하게도 아름다운 모습을 하고있다. 당신이 그런 말을 할 적엔 미유키의 노란색 눈동자가 당신에게 향한다. 우리 존재가 그런 것을 어쩌할까. 그런 것들은 우리의 사랑을 바라고, 우리는 그런 것들을 사랑할 수 밖에 없으니. 제 처지에 대한 냉소는 없고, 미유키 역시 당신과 같이 웃을 뿐이다.
"본래 먹는다는 것 자체를 잘 즐기지 못하는데. 기회가 된다면 몇번이고 더 먹고 싶어지는 맛이네요."
계란말이의 모습이며 그 맛 또한 마음에 쏙 들었던지라. 미유키는 그리 말하며 미소 짓는다. 시간과 정성이 들어간 음식을 누군가와 마주 보며 먹는다는 것은 언제나 향유할 가치가 있는 있는 것인데. 지금의 순간이 서서히 흘러가고 있다는 것이 아쉬운 것이다.
"삼삼한 것을 좋아하지만. 그래도 택하자면 소금을 치는 편이에요. 당신은, 소금파 인 것 같은데 맞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