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다는 너그러운 마음씨에 와…하며 질색 같은 감탄을 하지만─너무 선량해서 음귀로서의 본능이 경악해 버린 것이다─ 나무라서 이쪽이 편안한 것 같다는 뜻으로 들리는 말에 다시 평온을 되찾았다. 장난에도 완급이 있어야 하는 법이라, 마냥 개구지고 못된 짓만 해서는 어딜 가나 밉보이는 말썽꾼만 되기 마련이다. 그도 그것을 알기에 요이카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린은 머리칼 안쪽에 파고든 꽃잎이나 등과 옷의 주름에 붙은 것들을 살살 털어 주고선 "됐다."라며 마지막으로는 요이카의 어깨를 툭툭 두드려 주었다.
"사고 파는 꽃도 결국은 키워내고 사들인 사람의 정성 담긴 거라니까 싫어하지는 않을 것 같지만, 그래도 나는 확실히 꽃보다는 나뭇가지에 달린 쪽이 더 멋있어서 좋네."
웬일로 물건에 담긴 마음 같은 제대로 된 이야기를 하나 싶지만 결국은 꽃가지가 더 근사하다는 결론이다. 화훼 산업 종사자들에게는 미안한 소리나 꽃은 숲에서 찾아 해결하는 쪽으로 정했다. 요이카의 말에 그가 고개를 저었다. "그건 네가 찾았으니까 네가 가지고 있어. 이왕이면 각자 하나씩 주는 게 더 좋지 않겠냐." 이곳의 나무는 더없이 무성하고, 사람은 꽃 핀 한때에만 아름답다 즐기고 말 식물의 가치 따위에는 무심하여 꺾어 낸 가지는 어디에나 있었다. 주변을 둘러보자면 무척이나 쉽게 눈에 띄었다. 그는 잠시 한쪽에 쌓인 꽃잎 더미를 뒤적이더니, 꽃송이 종종 달려 있는 가지를 주워 척 들어 보였다. 밟히고 짓무른 꽃잎과 잎 부분을 툭툭 털어 정리하니 제법 깔끔하고 모양새 좋은 공물처럼 보인다. 시선은 가야 할 방향을 멀리 살펴 보았다.
"그럼 마저 가자."
끝이 없을 것처럼 첩첩이 뻗어 있던 숲길도 어느 순간에는 끝이 보이기 마련이다. 긴 길을 이루던 마지막 째의 한 그루를 넘자, 그곳에는 성대하게 만발한 꽃의 신사가 자리해 있었다. 먼저 다녀간 객들이 그러했듯 그는 꽃을 내려둔 후 눈 감고 소원을 떠올려 본다. 그저 스치는 바람 한 번쯤 기원해 보아도 괜찮겠다는 생각에 이리 빌어 보았다. 그러나 과연 제 사사로운 바람을 저 신이 도울 수 있을지는 모를 일이다. 발원을 마친 그는 다음 사람을 위해 자리를 비켜주고선, 요이카를 찾아가 씨익 웃으며 물었다.
이제는 기색이 조금이나마 바뀔 것 같을 때마다 움찔거리기 시작한다. 어릴 때부터 남들 눈치 보는 것에 익숙해지다 못 해 통달을 한 이였으므로. 다행히 이쪽을 바라보는 그 시린 빛에 해를 끼치거나 할 것 같은 기미는 보이지 않았지만서도, 난생 처음 받아보는 기묘한 관심의 시선인지라 알게 모르게 긴장되는 것은 매한가지다. 것, 거, 거리가 가까운데요~~~~!!! 방금 처음 만난 이의 익숙치 않은 적극성에 머릿속으로 마구 비명을 질러대는 것 같기도 하고. 가까워지는 만큼 최대한 몸을 뒤로 빼서 거리를 유지하려 했으나, 이미 등은 막혀 더 이상 갈 곳이 없다는 것이 문제로다. 이, 이거... 이거 맞나? 맞나~~~~??!?! 사치 베르단디, 패닉! 이미 사색이 되어서는 소년의 물음에 말을 더듬으며 앗아, 아버지가, 아아아이슬란드, 하고 어버버거릴 뿐이다.
그리고, 그리고 갑자기 소년은 어딘가로 훽 사라졌다. 잠시 기다리라는 말과 함께.
이, 이런 급전개 익숙하지 않아요옷~~~~~~!~!!!!!!!
대체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고장난 기계마냥 얼빠진 얼굴로 소년이 나간 출입구를 바라보다가(이상하리만큼 조용하다는 것만은 묘하게 생생히 느껴졌다), 일단 자신의 머리를 내리찍었던 책을 들어 툭툭, 먼지를 턴 뒤 제자리에 다시 돌려놓았다. 그리고서는,
“........도망칠까.....”
중얼거린다. 어쩐지 묘하게 눈이 죽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런 거리감과 이런 급전개... 아아 어머니, 아버지, 저의 부족한 인싸력으로는 맨정신으로 버틸 수 있을 리가 없어요.. 퍽 진지한 얼굴로 아주 잠깐의 고민을 해 보나 싶었더니.... 벌컥! 이게 웬 일! 등 뒤에는 순식간에 다시 돌아와 버린 그의 모습이. 히이익~~~~~!!!~! 내지를 뻔 한 새된 비명을 겨우 목구멍 아래로 내리누르고. 주춤주춤 뒤를 돌았다.
“이, 이건 무슨...”
채도 높은 노란 종이에 붉은색 무늬. 글씨? 그림? 어쩌면 한자같은 것. 워낙에 갖은 부적에 손을 대 본 터라 이것이 못 해도 어떤 주술적인 도구이긴 하리라, 하는 것은 대충 짐작이 갔으나. 지금껏 일본 내에서는 본 적 없었던 형태다. 자신이 가지고 있었다고 이야기하는 걸로 보아서는 아마 한국의 부적 즈음이라도 되는 모양이다. 지니고 있으면 운이 좋아지는 것이라니, 솔직히 솔깃하기는 했지만.
했지만!
“...그, 그런데 이걸 왜... 저에게, 주시나요?”
조심스레 묻는다. 처음 만난 이에게 갑자기 운이 나쁘다고 하질 않나, 막무가내로 덤벼(??)오지를 않나, 이제는 갑자기 부적을 주겠다고 하지를 않나.. 대체 무슨 의도인 것인지 통 알 수가 없으니, 조금 경계해 볼 만도 하지 않나.
>>386 호오.. 소금.. 소금인가....(번뜩!) 하지만 린쟝이 아파할지도 모르니 이번만은 놓아주겟읍니다. 하지만 담번엔 얄짤없다(파지지)
ㅋ..ㅋㅋ .ㅋ.... 아니....빠른 제조에 이유가 있었구나.......(이마팍팍) 이런 귀한 피를 사치에게 낭비해도 되는거니 그런거니....?ㅠㅠ.. 근데 그거랑 별개로 피로 썼다고 얘기하면 기겁하기는 하겠네요..... 나중에 엇 붉은색이 좀 탁해진 것 같은데<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면.........
리오는 그렇게 말하고서는 잠시 뭔가 생각하는듯 손가락 하나를 세워 입술에 가져다댔다. 영원히 함께 잘 지낼 수 있도록 소원을 빌었으니 이 소원이 이루어졌는지 어떤지 알 수 있는건 죽고 나서가 되려나. 곧잘 죽어버리겠다고 말하는 리오는 '죽는다'라는 것에 대해 크게 거리감이 없었어서 별다른 생각은 들지 않았지만 역시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들이 자신을 남겨두고 먼저 떠나버린다고 생각하면 숨이 턱 막혀오고 눈물이 왈칵 쏟아져서 자기파괴적인 행각을 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을 정도였다. 리오는 그건 싫네- 하고 생각하며 다시 미소를 지었다.
" 응- 하레하네도 안아줬으면 좋겠어."
예쁜 벚나무 아래에서 기념사진을 찍고싶다. 그리고 이왕에 찍는 기념 사진이라면 이만큼이나 친하다고 잔뜩 과시할 수 있는 사진을 찍고싶다. 그리고 이왕에 찍는 기념 사진이라면 온 몸으로 착 달라붙어서 온기를 나누던 이 순간을 남겨두고싶다. 리오는 안될까-? 하고 고개를 갸웃하며 바라보았다. 어릴적에는 곧잘 끌어안고 했었다. 등하굣길에도 놀때도 공부할 때도 리오는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들하고는 항상 붙어있고 싶어했다. 어찌보면 굉장히 이기적인 일일지도 모른다.
" 하지만 하레하네가 싫다고 한다면.. 그건 그거대로 별 수 없을지도 모르지만- "
좋아하는 사람에게 싫어하는 행동을 강요할 수 없다는 것 쯤은 알고있다. 싫어하는 것을 계속 강요한다면 결국에는 미움받게 될 지도 모르니까. 보통의 경우라면 '안 해주면 이 자리에서 죽어버릴거야' 하고 말하면서 히죽히죽 웃는 경우도 더러 있었다. 그 악의와 집착은 대상과 상황을 가리지 않았지만 리오는 자신이 이 악의와 집착을 고쳐먹겠다고 다짐했던 것을 떠올렸고 오늘같은 축제날과 벚꽃이 잔뜩 핀 성스러운 장소에서는 이런 말을 하면 더욱 더 미움받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고는 한 번 더 물었다. 메이드카페에서 일할때처럼 애처로우면서도 귀여운 표정을 한껏 지어대면서.
케이는 남자 부원이 주문된 음식과 음료를 설명하는 것을 예의있게 들었다. 그리고 사에가 버터맥주를 노려보다가 이내 잔에 따라서 주는 것을 보고 꾹 웃음을 참았다. 그야 맥주 거품 가득으로 맥주를 따랐는 데다가 잔뜩 각오한 얼굴로 원샷을 때리는데 웃음이 나지 않을 수 없지 않은가. 케이는 눈웃음만 살짝 지으면서 이내 사에처럼 앞에 따라진 맥주를 마셨다. 그러던 중 들려오는 질문에 케이는 조금 유쾌해졌다.
"인사를 하고 갔어야 했을까요? 하하. 다음에는 그렇게 할게요. 이제는 아는 사이니까."
자신이 그렇게 눈에 띄는 스타일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사에의 태도는 자신이 왔다 갔었다는 것을 다 아는 것 같았다. 굳이 찾아가 인사정도는 할 사이는 아니였기에 그저 있었던 것이었는데, 다음에 인사하지 않으면 퍽 섭섭해하려나. 케이는 사에의 빈 잔을 가져와 잔을 기울여 따랐다. 자신의 빈 잔에도 맥주를 따랐다.
>>385 응응 재밌었다~~ 하루 마무리를 드라이브로 했는데 제법 괜찮았어. 다음에 또 기회가 있다면 또 가고싶네~ >>387 안녕 캡푸틴!! 보아하니 지짐을 당해야할 상황인 것 같은데.... 감기기운 날리기 위해 지짐이 안하면 리오가 죽어버릴거래~ >>388 바람 잔뜩 쐬고 왔다!!! 머리가 개운해졌어~!
이 녀석, 자연스럽게 이름으로 부르려고 하고 있다! 사치가 아닌 다른 학생들과도 이미 초면에 이름 부르자며 들이댄 적 있지만, 사치에게는 유독 더 자연스럽고 급속하게 밀어붙이려고 하고 있다. 필시 휘두르면 어느 정도 휘둘릴 것 같다는 간악한 판단에서 나온 행동이리라. 상대의 성격에 더불어 본인의 외국인 설정도 동시에 노린 듯했다. 그는 나름대로 현대 상식 풍부한 MZ-神이므로 사치가 말하는 나라가 어느 곳인지 대강 떠올릴 수 있었다. 아이슬란드라면 저어기 먼 북유럽 쪽에 있다고 했었나? 유감스럽게도 대략적인 위치 말고는 잘 모르겠다. 그렇지만 "아무튼 같은 학년이니까 앞으로도 잘 부탁해!"라며 쉴 새 없이 인싸 발언을 하며 사치의 정신을 빼놓고 있다.
"접어도 되니까 주머니나 지갑 같은 데 넣어두면 도움 될 거야."
본래 부적은 이렇게 날로 써줄 수 있는 게 아니다. 인간이 효력 있는 부적을 만들기 위해서는 재계하고 부정을 피하고 정순한 마음으로 정수 올리며 분향을 하는 등의 번거로운 사전작업이 필요하지만, 신 본인이 쓴 것이니 그리 정성들인 것보다도 대충 만든 이것이 효력은 더 차고도 넘치리라. 뭐어, 문제가 있다면 본래는 못해도 홍령사(紅靈砂)로 써야 할 일을 귀찮아서 몰래 손가락 깨물고 피로 썼다는 것 정도? 사치의 눈썰미가 좋다면 어쩐지 부적에 그려진 선이 양 조절 안 되는 잉크처럼 굵기가 들쭉날쭉하고, 가는 붓이 아닌 무언가로 그어서 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도 모르겠다. ……외국산 부적이라 원래 이렇게 생긴 거라고 이해해 준다면 다행인데. 신의 피라 다른 것인지, 인간으로선 알지 못할 수를 쓴 것인지 붉은 액체는 이미 깔끔하게 말라붙어 있으며 그 색 역시 주사(朱沙)처럼 새붉으니 단번에 눈치채기는 어렵겠지만. 망량의 피라 불길하면서도 동시에 상서로운 신으로서의 피이기도 하다. 벽사와 호신의 본질은 귀신 겁주는 것이니 가지고 있는다면 재액이 도망갈 터, 운 좋아진다는 말은 적어도 거짓은 아니었다. 물론 이 붉은 글씨의 원료가 무엇인지 알게 된다면, 으음. 부디 영영 모르길 바라야겠다.
마치 폭풍처럼 요란하게 들이닥치고 나간 그는 다시 돌아왔을 때 새로운 의미의 폭풍을 몰고 왔다. 사치의 의심은 합당했다. 다른 것 제쳐두더라도 다짜고짜 네 운이 나쁘다며 좋아하다가, 갑자기 운 좋아지게 하는 부적을 선물한다는 행동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그러나 당당하게 대답할 이유도 있다! 경계 섞인 물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자신 있게 고개를 끄덕거렸다.
"방금 날 도와줬으니까?"
여러가지 사감이 상당히 섞여 있긴 해도 그렇다, 은혜 갚기도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이유였다. 선생한테 쫓기던 그를 서툴게 거짓말까지 해가며 숨겨주려 했으니까. 그는 상당한 기분파이며, 기분 좋을 때는 이것저것 퍼주기도 하는 신이다. 이 여아 꽤 기특한데 흥미롭기까지 하니 이런 것 못 해줄 이유가 없었다. 린은 이제는 지독하리만치 초롱초롱한 눈으로 열심히 고개 끄덕이고는 대답을 기다렸다.
>>401 말나온김에 드라이브가는 사치 짤 이라던가 보고싶네.. 예쁜 야경을 배경으로 엄청 비싼 차를 타고 그 안에서 두 손으로 핸들 꼭 잡고 긴장 엄청 한 사치.. 으악 보고싶다!!!!!!!!!!!!!!!!! >>402 1쿨 엔딩 기념 퀴즈같은건가~~ 안된다구 그런 퀴즈내면~ 정서에 안좋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404 죽어버리겠다는 캐릭터송도 정서에 안 좋아서 탈락-!
>>402 다음에는.. 술... 로......(메모28382번) 아니 피냄새는ㅠ 나는 거냐구요ㅠㅠㅋㅋ~~~~!!! 우아악....🤦🏻♀️ 선물.. 선물인데 이제 조금 오컬틱한.... 괘괘괘괜찮습니다 운을 좋게 해 준다는데 이정도는 아 당연히 괜찮지~~!!!~!~!!
>>403 그럼 내일 외출할 때도 따수게 입고 나가시기에요 따숩게...🙄
>>405 아ㅠㅋㅋㅋㅋㅋ사치한테 비싼 차를 맡기면 10분정도 뒤에는 보닛이며 범퍼며 문짝이며 멀쩡하지 않아질지도 모르는데 괜찮나요? 괜찮나요...?! 오히려 드라이브라면 리오쪽이 더 잘 어울리지 않나 싶은... 약간 가죽자켓같은거 입고 오픈카 타서 한 팔 탁 걸치고 한 손으로 여유롭게 운전할 것 같은 느낌이에요👀👀
>>407 반파된 차 주차시켜놓고 망했어요 망했어요.. 하는 사치가 보고싶으면 쫓겨나려나..😃😃😃😃😃😃😃 앗 리오 운전인가~~ 자동차도 좋지만 뭔가 리오, 오토바이 태우고 싶다는 생각은 드네~ 이런 오토바이 타고 마스크 탁 쓰고 멍하니 바라보는 그런거... 보고싶다악😃😃😃😃😃😃😃😃😃😃😃😃😃😃😃😃😃
>>408 어려운 질문 키타앙~ 【 Dark Me Love Me 】 이거 괜찮은 것 같다! 지금 듣는 EDM곡에 나오는 가사인데 뭔가 어울리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