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3 손가락욕 더블로 날리면서 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ㅜㅜ 🤗 린주의 설명을 들으니까 정말.... 정말 마크제이콥스 레인 같아졌다.....!!! 여름에 뿌리기 좋을만큼 상쾌하고 시원한 향수야! 이름이 레인이니까 비 맞은 풀냄새도 나고—!!! 😊 제가 바로 천재입니다. 그렇구나.... 가미즈나고의 모두는 아저씨의 예비 조카. (??)
리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첫 번째라고 약속했으니 그걸로 됐다는 의미였다. 사람의 속 마음은 알 수 없다지만 왜인지 모르게 하네의 속마음은 어느 정도 알 수 있다는 기분이 들었다. 햇수로만 10년이 넘어간다. 그 시간을 매일같이 함께 해왔고 예전에는 조금 더 속에 있는 이야기들을 해주곤 했었으니 리오는 아직 그 분위기를 잊지 않고 읽을 수 있었다.
" 언젠가 기회가 되면, 하레하네가 원한다면 내가 도마뱀꼬치 구해올게 "
조금은 비장한 어투였다. 게임 속의 용사가 보물을 찾으러 가는 것 처럼.
" 으응, 제일 열심히 피운 꽃. 어렵지만 좋은 것 .. 에, 내 꺼야? "
리오는 건네오는 꽃 한송이를 받고는 조금은 멍하니 꽃와 하네를 몇 번이나 번갈아 쳐다보았다. 마지막은 꽃에 시선이 꽂혀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금방이라도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 같은 표정을 한 리오는 '하네에에..'하고 말하며 눈을 빛냈다. 이런데서 울어버리면 화장이 엉망이 될 테니 기쁨의 눈물은 흘리지 않았다. 리오는 받은 꽃을 얌전히 들어 그 꽃잎에 입맞춤을 건네고 혹시라도 꽃잎이 상하기라도 할까 싶어 한 손에 얌전히 들고섰다.
" 간직할게 하레하네. 이것도 침대 머리맡에 두고 매일매일 물도 갈아주고... 그렇게 할게! 정말 소중히 간직할게 고마워!! "
가장 열심히 피웠을 것 같은 이 꽃 처럼 너도, 나도 열심히 피워내보자고. 리오는 하네를 바라보며 눈으로 말했다. 그리곤 다시 팔짱을 끼고 걸었다. 매번 열리는 축제였기에 어디서 뭘 하는지는 잘 알고있다. 타박타박 걸으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꺼냈다. 시덥지않은 이야기부터 오늘 정말 예쁘다던가 계속계속 함께 있고 싶다던가 하는 이야기들.
" 아, 하레하네! 도착했어! "
한 손으로 능숙하게 핸드폰을 꺼내선 여기저기 찰칵찰칵 하고 사진을 찍은 리오는 예정대로 인사부터 해야하지? 하고 말하며 하네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소원을 여러개 빌면 욕심이 많은 아이라고 전부 망쳐버리려나. 리오는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소원을 비는 김에, 여러가지를 빌고 싶다고. 영원히 함께 하게 해주세요- 같은 소원과 더불어서 마음을 갉아먹고 정신을 옭아매는 이 새카만 악의를 떨쳐내 주시고 이건 조금 다른 소원이지만 어린 기억 속의 그 때 처럼 하레하네가 조금 더 자기 얘기를 많이 해줘도, 좋을 것 같다는 소원 정도.
저도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이런 약속을 할 수 있는 것도 잇쨩 뿐이에요. 조금 더 용기가 많아지고, 겁이 없어지고,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되면 분명 말할 수 있을 거에요. 하나하나 이야기 해줄 거에요. 그리고 계속 숨기면서 말하지 못 해서 미안하단 사과도 꼭 제대로 전할 겁니다. 혹시라도 많이 기다리게 만들어버리면 이렇게 오래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다는 사과도요.
“그럼 꼬리는 잇쨩이 먹어요.“
원래 친한 친구랑은 제일 좋아하는 것도 나눌 수 있는 거니까요! 맞아요, 도마뱀 꼬치는 조금 다른 이야기이고 장난이에요. 잇쨩에게는 조금 장난을 쳐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장난을 칠 수 있는 것도, 조금이라도 웃어보일 수 있는 것도 몇 명 없으니까요. 잇쨩이 비장하게 말하니까 더 장난이 치고 싶었을 지도 모릅니다.
“울면 뺏을 거에요.“
울라고 준 건 아니에요! 꽃을 받고서 방긋 웃어줄 줄 알았는데, 환하게 웃기를 기대한 선물이었는데 어째선지 울먹울먹한 표정이 됩니다. 잇쨩이 꽃을 소중히 하는 걸 보면, 마음에는 든 것 같아서 다행입니다. 뺏어버린다고 이야기하면 안 울지도 몰라요. 꽃잎이 떨어질까, 시들까 한 손으로 조심히 들고 있는 모습을 보니까 조금 나중에 살 걸 그랬나 싶습니다. 돌아가는 길에 샀다면 노는 동안에 손도 편했을 거에요. 다음번에 이런 날이 또 온다면 그 때는 돌아가는 길에 몰래 사와서 깜짝 선물로 줘야겠어요. 침대 머리맡에 두고 매일매일 물도 갈아주겠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거립니다. 오늘 같이 잇쨩의 집에 가면, 잇쨩이 제일 먼저 꽃부터 화병에 꽂을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꽃, 여기.“
벚꽃나무가 가득히 들어선 숲을 지나서 제일 안쪽으로 가면 신사가 보입니다. 벚꽃나무만으로도 예쁘니까 잇쨩의 사진 찍는데에 방해되지 않게 조심해요. 그리고서 소원을 빌자고 하면 꽃을 건네었습니다. 제가 비는 소원은 예졍됐던 대로에요. 잇쨩의 소원이 이루어지면 좋겠습니다. 그것 뿐이니까 소원을 비는 시간은 길지 않아요. 물론 소원의 앞에 하루노하나히메님에게 붙이는 인삿말은 빼놓지 않았습니다! 올해도 예쁜 꽃을 피워주셔서 고맙다는 말 같은 거요. 꽃을 바치고 소원을 다 빌고나면 잇쨩을 기다립니다. 소원을 다 빈 것 같으면 이번에는 제가 팔짱을 걸어요. 소원을 비는 동안에도 팔짱을 끼고 있을 수는 없으니까요.
리오는 금새 울 것 같은 표정을 지웠다. 슬퍼서 우는 것이 아닌 기뻐서 흘리는 눈물이었을 터인데 일단 집어넣고, 참았다. 당황했는지 어린 시절의 그 때 처럼 자기 자신을 '리오'라고 3인칭으로 칭하면서 한 쪽으로 꽃을 슥 빼서 숨기려했다. 꽃이 예뻤다. 말했던 대로 매일매일 물도 갈아주고 이 꽃의 꽃말에 대해서도 배우고 어떻게 하면 오랫동안 예쁘게 잘 키울 수 있는지도 공부할 예정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소중한 사람이 특별한 날에 챙겨준 선물이니까. 리오는 여전히 헤실헤실 웃으며 따라갈 뿐이었다.
" 응. 여기에. "
건네 받은 꽃을 바치곤 리오는 뭔가 의기양양한 표정을 짓고는 선물받은 꽃을 탁 꺼내 펼쳐보였다. 마치 신에게 자랑이라도 하듯, 도얏-! 하는 표정으로 의기양양하게 신사를 바라보았다. 입 밖으로 내진 않았지만 속으로 '어때요, 예쁘죠? 하레하네가 선물로 줬어요!' 하고 말하고 있었다. 아마 겉으로 보기에도 퍽 티가 날 터였다.
" ..... "
리오는 그리곤 아무 말 없이 손을 모으고 살짝 목례했다. 참배라는 것은 할 줄 알고 있으니까. 그리곤 조용히 마음 속으로 소원을 빌었다. 그리고 그 전에, 인사를 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올해의 봄도 잘 부탁드린다던가, 예쁜 꽃을 피워주셔서 감사하던가 하는 이야기들. 할 말이 많다 보니 고개를 숙이고 있는 시간이 조금 길었을지도 모른다. 리오는 지금 있는 소중한 나의 사람들, 이를테면 하네라던가 미야, 안즈, 사에와 같은 사람들과 오래도록 함께 할 수 있게 해달라고 소원을 빌었다. 그리곤 조심스레 자신의 다른 소원도 말할까 싶다가 한 번에 너무 많은 것을 이야기하면 역으로 돌아올까 싶어 말하기를 관두었다.
" 응. 하레하네- 가자! "
먼저 팔짱을 걸어오자 리오는 또 미소를 지었다. 그러다가 음~ 하고 주변을 둘러보며 역시 신사에는 큰 벚나무가 많네- 하고 말하며 사진을 한 장 더 찍고 싶다고 말했다.
" 하레하네, 사진 하나 더 찍고 싶은데 괜찮을까-? "
하네가 순순히 응해주었다면 아까보다 더 들러붙어서 찍을 예정이었다. 방금은 팔짱을 끼고 몸을 살짝 붙인 정도였지만 이왕 여기까지 올라왔으니 꼭 끌어안고 한 장을 남겨두고 싶었다. 리오는 하네의 손을 잡고 신난듯이 조금은 빠른 걸음으로 가장 크고 예쁜 벚나무를 찾아 섰다.
안녕하세요, 타카나시 하네입니다. 아르바이트를 하는 중이에요. 오늘은 특별하게도 야외 촬영입니다. 봄이니까요, 새로 피팅하고 촬영하는 김에 꽃과 함께 사진을 찍고 싶다는 사장님의 요청이 있었어요. 그래서 어쩌다보니 하루노하나 마츠리에 또 오게 되었습니다. 제일 꽃이 많이 피어있는 곳이니까요. 마츠리를 즐기기 위해 놀러온 사람들 사이에서 촬영을 하는 건 부끄럽기도 하고, 서로에게 방해가 되니까 사람이 없는 끄트머리로 갑니다. 무엇보다 누가 알아보게 되면 절대 안 되니까요. 사람이 드문 곳으로 가도 꽃은 많아서 다행이었습니다. 무사히 아르바이트를 할 수 있어요. 그래도 카메라가 온전히 저만 바라보는 기분은 언제나 익숙해지질 않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야외 촬영을 하면 옷을 갈아입기 어려우니까요, 아우터나 레이어드하는 코디가 많습니다. 잡화류를 많이 가져오기도 해요. 신발이나 양말, 악세사리거나 모자같은 거요. 이것저것 바꾸고 포즈도 바꾸면서 촬영을 해요. 오늘은 마스크도 챙겨왔습니다. 모자도 챙겨왔고, 집업도 챙겼습니다. 촬영하기 위한 게 아니라 얼굴과 옷을 가리는 용입니다. 옷을 갈아입을 곳이 마땅치 않으니까요, 바로 이대로 집에 가야하기 때문입니다. 사장님도 피곤할테니 집으로 바로 가라고 하셨어요. 아르바이트 하는 곳보다야 마츠리가 열린 이 곳이 집이랑 훨씬 더 가까우니까요. 옷은 그대로 가지셔도 된다고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이 깨끗하게 돌려드릴 거에요. 인사를 드리고 집업부터 걸칩니다. 오늘은 집에 아무도 없는 걸 미리 확인해뒀으니까, 어서 돌아가서 침대에 들어가고 싶습니다. 물론 그전에 사진들은 SNS에 올려야 합니다. 배경에 나온 꽃들이나 풍경으로 이곳이 어디인지 알아채는 분들이 없길 바라면서요.
‘......?’
이제 마스크도 쓰고, 모자를 푹 눌러쓰려고 했어요. 그러려고 했습니다. 뭔가 위화감을 느끼기 전까지는요. 여기 있어서는 안 되는 익숙한 사람이, 아니, 익숙한 신이 시야에 있는 것 같아요. 닮은 사람일까요? 닮은 사람이어야만 합니다. 그래야만 해요!
ㅋㅋㅋㅋㅋㅋ농담이구.... 아니 날렸다니 고생 많았어🥺 우와악 오늘 입은 옷 완전 예쁘잖아~!!!!! 이걸 직접 볼 수 있다니 영광스러워서 승천...😇 답레 후다닥 써버리고 싶지만 나도...졸리네..... 나도 이제 자러 가볼게... 하네주도 이따 잘 자기...!!!(:˒[ ̄]
예상이 적중했습니다! 그런데 안 울겠다면서 뺏어가면 싫다고 말할 때, 어릴 때처럼 잇쨩이 스스로 자신의 이름을 부르면서 말합니다. 어린 아이한테서 선물을 뺏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너무한 말이었는지도 몰라요. 아니, 너무한 말이었습니다. 선물을 줘놓고 다시 뻇어버리겠다고 하면 누구나 깜짝 놀라고 당황해요. 울 것 같은 표정보단 웃는 게 보고 싶단 욕심으로 잇쨩을 괴롭힌 거에요. 슬퍼서 우는 건 절대 아니었을텐데 제가 너무했습니다. 사과를 해야하는데 이것도 타이밍을 못 잡겠어요. 소원을 빌러 와 버렸으니까요.
“소원, 이루어지면 알려주겠습니다.”
그래서 고민하다가 말했어요. 소원을 다 빌고서 팔짱을 꼈을 때 조금 어물거리다가 말해요. 잇쨩의 소원이 이루어지면 좋겠다는 소원을 빌었다는 걸 말해버리면 제 소원도 이루어지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이루어진 후에 말하기로 해요. 잇쨩의 소원이 이루어졌을 때면 부끄러움보다 기쁨이 훨씬 더 커서 바로 말해줄 수 있을 것 같아요. 잇쨩은 저보다 오래 소원을 빌었으니까요, 저한테 말한 것보다 조금 더 많은 소원을 빌었을 지도 몰라요. 그게 다 이루어지는 때면 잇쨩은 분명 많이 행복해져있을테니까요.
“네에. 괜찮습니다.”
아까처럼 나무 아래서 사진을 찍고 싶은 것 같아요. 신사 근처는 온통 벚나무 뿐이니까요, 이곳에서도 사진을 찍고 싶어지는 건 당연합니다. 잇쨩의 사진을 찍어줄 생각이었지만 이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아요. 같이 있는 사진은 찍을 때는 부끄럽지만 나중에, 나중에 보면 분명 추억일 거에요. 몇 장이든 더 찍어도 괜찮다고 생각하고서 고개를 끄덕입니다. 잇쨩이 걷는 대로 같이 발을 옮기면 이 중에서 제일 크고 예쁜 벚나무 아래에 온 것 같아요.
“.........그.”
부끄러움이 순식간에 차올랐습니다. 안아도 되는지 물어봐준 잇쨩의 마음은 상냥하고 예쁘기만 한데, 저는 부끄럽기만 해요. 안는 건 별 거 아닌데도요. 학교에서도 친한 친구들끼리 안고 있는 모습은 많이 보이고, 길거리에 애정 행각을 하는 커플들도 곧잘 안고 있고, 가족들끼리도 자주 안습니다. 그러니까 안는 건 별 거 아니에요. 그만큼 친하기만 하다면야 아무렇지도 않게 할 수 있는 거고, 저는 잇쨩이랑 많이 친합니다. 어릴 때는 곧잘 했었습니다. 할 수 있어요. 할 수 있을 거에요. 할 수 있을 겁니다. ...클로버 스티커 3장 붙이기로 하고요. 고민은 꽤 길었지만 답은 짧습니다. 얼굴이 뜨거운 것 같아서 고개를 끄덕입니다. 말을 하려고 했다가는 펑 터져버릴 지도 몰라요.
“저, 저도 안아요?”
이건 물어봐야 했습니다! 같이 안는 건 잇쨩이 안아주는 거랑은 또 다른 문제에요. 마음의 준비가 더 필요합니다...
이 모든 상황에 앞서 변명하자면─ 모양새가 스토킹이라도 한 것처럼 딱 맞아떨어지지만 절대 의도는 아니었다!가 되겠다. 그도 우연이 이렇게나 절묘하게 맞아 떨어질 줄은 몰랐다. SNS를 하다 묘하게 익숙한 사람인 듯 의심이 가는 모델을 발견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지나가던 길에 그 쇼핑몰의 옷을 입고 촬영하는 하네의 실물을 목격하고, 오늘도 똑같이 그렇게 될 줄은 누가 알았겠나. 아, 이렇게 자주 마주치게 되면 계속해서 모르는 척하고 넘어가기도 애매하다. 열심히 감추려 드는 것 같기에 일단은 다물고 있었건만! 그러는 이 양반도 무얼 하느라 여기에 있었느냐면, 날씨가 좋고 나무그늘은 무성하니 인적 드문 시원한 자리에서 한가하게 한뎃잠이라도 잘까 하던 참이었다. 그러다 촬영팀을 이끌며 다가오는 하네를 발견하고 그 자리에서 꺼진 불처럼 사라진 것이다. 숨을 자리가 마땅치 않아 신의 힘까지 써가며 몸 숨긴 것은 불가항력이었다. 한 번 그렇게 없어지고 나니 다시 등장할 타이밍을 놓치기도 했고, 일하는데 방해하기도 무엇해서 다 끝날 때까지 그대로 구경이나 하기로 했다. 보이지 않는 채이니 마음놓고 보기엔 편했다. 멀리서 봤을 때는 몰랐는데 이렇게 가까이에 있으니 구경하는 맛이 있구만. 척척 요구하는 대로 잘 하는 것도 전문가 같고…… 근사하기만 한데 왜 그렇게 죄지은 고양이마냥 몰래 다니는지 몰라.
촬영을 마치고 해산하는 분위기가 되어서야 그도 슬며시 모습을 드러낼 수 있었다. 촬영 장소로부터 조금 떨어진 위치에서 나타난 린은, 반가운 얼굴이 보이자 팔을 휘적거리며 허공에 휘휘 손 크게 흔들기 시작했다. 활짝 웃으며 벤치 위에서 양반다리 한 그가 기다리고 있었다는 양 떡하니 앉아 있었다.
"일은 다 끝났느냐?"
시작부터 단도직입적이다! 낯선 옷차림을 보고 궁금해하지도 않는 눈치니 이 태도가 시사하는 바는 뻔했다.
신이 부모님이라는 건 때로는 마냥 좋지만은 않습니다. 힘든 일이 있다거나 도망쳐 숨고 싶다거나 안심하고 싶은 구석이 필요할 때 다들 엄마라던지 아빠라던지 찾게 되고는 합니다. 저도 그렇고요. 하지만 잘못했다가는 정말 들리게 될 지도 몰라요! 무서운 걸 봐서 깜짝 놀랐다고 ‘엄마야!’ 생각했을 때 옆에 없던 엄마가 불쑥 나타나서 방글방글 웃으면서 대답해주신다고 생각해보세요. 보고 싶다는 말이 전해질까봐 함부로 못 찾는 거에요. 그래서 지금도 그렇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건...
‘도망, 거짓말, 모른 척, 못 들은 척.........’
진짜 아저씨에요! 정말로요! 일은 다 끝났느냐니 그게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아니에요, 이해는 됐는데 받아들이고 싶지 않습니다! 앞으로 가지고 못 하고 뒤로 가지도 못 하고 옴짝달싹 못하게 굳어버렸습니다. 어디서부터 들켰을까요, 처음부터? 어디까지 알고 있는 걸까요? 마스크를 쓰고 있는게 전혀 도움이 안 되는 것 같아요. 그래도 다른 사람까지 알아보게 되면 안 되니까......... 아저씨를 알아보는 사람이 있으면 어떡하죠? 옆에 있던 사람이 누구냐고 물어봤을 때 아저씨가 무슨 대답을......... 누가 쳐다보라고 팔은 왜 저렇게 휘적거리고 있는 거에요! 도깨비신이 아니라 팔척귀신이라고 해도 믿겠습니다!
“한국 대사관 가고 싶어요?”
저는 집업에 있는 후드를 쓰면 되니까요, 챙겨온 모자는 아저씨한테 씌우기로 해요. 어디서 계속 보고 있던건진 모르겠지만 한국으로 돌아가라고 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이 아저씨가 여권이 있는지도 모르겠으니까 대사관에서 여권 발급부터 해요. 신도 발급이 되는 지는 모르겠지만... 벤치에 가까워지면 바로 모자부터 푹 눌러 씌우려 하고 한 마디 해버립니다.
“스토커라고 잡아가라고 할 겁니다.”
옷을, 어떻게 할 수가 없어요. 더워서 힘들더라도 아주 긴 롱코트를 챙겨와서 입었어야 했던 것 같습니다. 이런 옷차림으로 만나고 싶은 아는 사람은, 신은 단 한 명도 없어요! 옷만 상하지 않는다면 바닥에 앉아버렸을 지도 몰라요. 옷이 걱정되니까 쭈그려 앉기만 합니다. 쭈그려 앉으면 적어도 다리는 치마에 덮혀 가려집니다. 주섬주섬 후드를 뒤집어 써요. 피어싱부터 빼야, 아니 화장도 지우고 싶고, 신발도 너무 튀는 것 같아서 벗고 싶어요! 열이 나는 기분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