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그런 사람도 있긴 한건 알고있음." 불량스러운 모습이라서 납득한건지. 그냥 말 그대로 그런 사람도 있다고 안다. 인지는 애매합니다. 표정을 읽기 어려운 타입이어서인가?
"수리 필요해보여." 119 불러야 하나. 같은 생각을 하면서도 말을 많이 하기는 귀찮아하는 생각을 했습니다만... 일단 다쳤다.. 같은 것을 외면하기엔... 어느 정도 길들여져 인간에게 조금은 가까워진 신이라서 그런가?
"인간의 신체부분의 손상 뿐 아니라. 안정된 공간이라 생각하는 곳의 부재. 공감능력과 고차원적 인지가 발달하는 시기의 신체의 호르몬과 관계에 관한 삐걱거림." "그런 면에서 수리...를 말하긴 했지만. 그런 건 원래 안 보려 할 수록 계속 잔상이 남음." "....귀찮으니까 신체적 수리를 위해 같이 가줄순 있음." 느릿하게 덧붙입니다.
옛적으로부터 전해져 오는 기도중에는 신적 존재와의 접촉을 의미하거나 묘사 한 것이 많았다고 한다. 그것은 단순히 신과 보다 가까워지고 싶은 신자들의 마음이 반영 된 것이라고 해석되기도 하지만... 그런 그녀가 왠지 자랑이라도 시작하는 듯한 폼새로 콧대를 살짝 치켜들고서는 당신에게 설명하는 어조로 이야기를 해준다.
"당신에게는 방금, '잡령을 주변으로부터 물리는 축복'을 내렸습니다. ......당신은 신관인 것이지요? 그럼, 잡다한 영혼에게 방해받지 않는 편이 좋지 않을까 싶어서..."
즉슨 이렇다. 만물, 그 중에서도 죽음의 흔적을 당신에게 붙혀서 당분간은 영이 당신을 피해가는 모세의 기적이 펼쳐지게 된다는 것이다. 달리 말하자면 령으로부터 외면받는 외톨이가 된 것이다. ...하지만 본디 령이란 존재는 특이한 경우가 아니라면 인간에게 전부 보이는 경우는 없고, 개중에서는 알게모르게 생자친화적인 령도 있으니. 그렇게 생각하면 계륵이나 다름이 없는 쓰잘데기 그지없는 효과다.
"그리고 또, 이렇게 하면... 이 가미즈나 고교에 머무는 영들이 떠나갈테니까... 앞으로는 조금은 제가 길을 헤매이지 않게 되겠죠."
이 사신, 아무래도 그것이 본래 목적이었던 것 같다. 이 학교 건물 자체를 배제시켜서 외톨이로 만들어 버릴 생각인가?
그리고 감기 걸려요! 봄날이지만, 벚꽃잎이 팔랑거리고 하늘이 연하고 푸르지만 꽃샘추위란 말도 있는게 봄입니다. 감기에 걸리면 아픕니다. 정말 아프게 돼 버리면 안 돼요. 엉덩방아를 찧는 것과 학교에서 잠들다 감기걸린 건 다르니까요. 바르게 일어서려다가, 다시 쭈그려 앉았습니다.
“됐습니다.”
넘어진 것에 대한 이야기일 거에요. 의도가 있기도 어렵습니다. 넘어짐의 신, 엉덩방아의 신 같은 게 아니라면 못할 일ㅇ에요. 그러니 그런 말 할 필요 없다는 표현을 합니다.
“안 속아요.”
야옹이 씨인 척하는 목소리가 모르겠는 말을 합니다. 빠지다니 어디에 빠진다는 걸까요. 사람의 배는 빠질 수 있는 곳이 아닙니다. 물 같은 곳에 빠진다면, 야옹이 씨에게 물에 빠지는 건 위험합니다. 사람이더라도 수영할 줄 모르면 위험해요. 조심조심 야옹이 씨에게 손을 뻗습니다.
“같은 반을 못 알아봐요?”
제게 같은 반이냐고 물어보다니, 야옹이 씨의 집 씨도 같은 반 학생들을 잘 못 외우나 봅니다. 저도 그랬어서 조금 반가웠어요! 특징을 찾아서 별명 같은 걸 지은 다음에 이름과 매치하여 외우면 조금 쉬운 것 같아요. 야옹이 씨의 집 씨가 무슨 반인진 모르겠지만 무슨무슨 반 고양이 둥지 씨라고 외우기로 합니다.
>>646 분명 밤이라서 그런 것이겠지만 그것과는 농도가 다른 어둠에 묻힌 것 같은 주위이기에 이 신사는 어둠의 바다 위에 떠 있는 듯한 착각을 주고 있었다. 어딘가 배를 탄 것처럼 울렁이는 듯한 기분이란. 이 문장이 너무 좋아요⋯⋯. 마치 스틱스 강이나 명계의 차원이 잠깐 겹쳐진 순간의 느낌⋯⋯. 사야카 님이 살려주신 걸까요, 어디야. 나도 저 신사에 참배를 하러 가겠어요! 😉😉
>>663 토아는 (임의로 지칭)일기 선물 세트를 받았군요. 일기 쓰는 토끼 귀엽습니다 🐰 마니또에게 역으로 편지를 쓰고 선물을 주는 발상, 이 천사 토끼 어떡할거죠?!
>>687 사에는 사랑하는 이는 무척 많을 거 같은데 말이죠 🥺 (사에를 사랑하는 한명 여기 또 있사옵니다). 사에주는⋯ 전공자? 어떻게 이렇게 잘 아시는 거람! 사에라면 할 수 있을 겁니다(미야주 너가 몬데). 게임에서 착안하셨다니 역시 장인은 도구를 가리지 않앗서.
>>713 정말 최고의 복수, 킬킬 웃으며 집어넣는 상상 ⋯ (큥 군은 건들지 말자!) 그치만 상대가 확실히 잘못했어요! 😡 괴담 안 무서워하는 편인가요~ 미야가 장난 메이트(무서운 걸로 돌아다니며 애들 괴롭히기)로 탐낼 만한 인재⋯⋯. 큥주를 머리 짚게 만드는 큥군. 귀엽다.
>>743 학생회장 군의 '신사 전통 복장'⋯⋯? (이건 봐야 해.) (카메라, 조명 준비해 김 기사.) 노력한 나에게 주는 포상⋯ 치아키는 혼자 알아서 잘 큰 대견한 아들내미의 느낌이에요 😢 (미야주 니가 몬데). 실력이 그 정도밖에 안된다니 학생회장 군에게 무슨 말 버릇이야! (연속펀치날리기!)
>>793 머리 뚝뚝 끊겨(맴찢) 탈색 잘해야합니다⋯(급 현생 모먼트). 유즈루 머리 염색 해주고 싶네요~ 울집 자식이 미술 제외하고 손재주가 좋은데(특:만화부 부부장임). 가지마에 🙂 이건, 이건 대체 몰까요! 혹시 가족 과거와 연관된⋯? 슬픈데 참는건지, 담담한건지, 무슨 속인지⋯! 행 복 하 자 , 유 즈 루 (플랜카드).
어린아이처럼 '옳지-옳지-' 하고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것이 그저 좋다는듯 리오는 미소를 지으며 조금 더 가까이 머리를 기대놓았다. 똑바로 쳐다보기 힘든 악의에서 비롯된 의존증일지 모르지만 일단 이걸로 인해서 나오게 되는 행위는 기분 좋은 것들이었다. 남들에게 과시하는 것도 그렇다지만 제대로 의존할 수 있고 어리광을 받아주는 것 자체가 마음이 한결 편해졌으니까. 리오는 느리게 눈을 꿈뻑이다가 꺼지지 말라는 말에 '응-?' 하고 슬쩍 고개를 들어 올려다보았다.
" 응. 그렇네. 하지만 말야- 미야. 커트 코베인이라고 알아? 미국에 있지, 너바나라고 하는 엄-청 유명한 락밴드의 프론트맨이었는데, 그 사람이 그런 말을 했어. 천천히 사라지는 것 보단 확 타오르는게 낫다고- 멋지다고 생각했어. "
열일곱에 죽으려고 했다면 로큰롤은 자신을 구원해주었다고 했던가. 리오의 습관아닌 습관 중 하나는 노래 가사라던가 유명한 락스타의 말들을 곧잘 인용한다는 것이었다. 천천히 의미 없이 시간을 죽이며 사라지는 것보다 한 번에 확 타올라 버리는 것이 훨씬 낫다. 동감하는 말이다. 의미없이 썩어가느니 그러는 편이 훨씬 낫지. 리오는 '하지만 미야가 꺼지지 말라고 했으니까-' 하고 말하며 오랫동안 타오르겠다고 말했다.
그러는 편이 옳다. 주변 사람에게 쉽게 영향받고 쉽게 물드는 정신력이 약하고 자기파괴가 심한, 의존증이 있고 멘헤라가 있는 리오같은 사람은 함부로 따라해선 안된다. 커트 코베인은 위대한 락스타 중 한 명이고 그의 말 한 마디를 리오는 가슴 속에 품고 '멋있다-' 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사람도 결국은 자기 스스로 삶을 끝내버렸는걸.
" 응? 일기? "
살짝 졸음이 올 뻔 한 리오의 눈이 번쩍 떠지고 다시금 일기? 라고 되물으며 미야의 눈을 마주보았다. 교환일기라. 한 번도 해본적 없는 것이다. 게다가 더 마음이 동했던 것은 '친구들'과의 추억이 아닌 '친구'와의 추억이라고 이야기했다는 점이었다. 다른 누가 아닌 자신과 미야 둘 만의 추억. 더욱 더 가까이 놓아주고 지켜봐준다는 그런 무언의 약속같은 것.
" ..할래! 미야랑 교환일기, 할래! 나 매일매일 일기쓸게! 매일매일 내용도 많이, 그림도 그리구.. 그렇게 할게!! "
단 걸 좋아해, 매운 걸 좋아해? 모르겠어서 둘 다 넣어버렸어! 맛있게 먹어줘. 의도치 않게 또 간식 줘버렸다! 다음엔 어떤 걸 주지?
2. ⎛⎝(•‿•)⎠⎞⎛⎝(•‿•)⎠⎞⎛⎝(•‿•)⎠⎞⎛⎝(•‿•)⎠⎞ -> 쿄스케 선물:심플한 디자인의 디지털 탁상시계.
오늘도 수고 많았어 ⋀,,,⋀ (´・ω・)づ,,,⋀ (つ /(・ω・。) しーJ (nnノ)
3.아카사 -> 미후유 선물:지퍼백에 담긴 봉선화 씨앗 몇 알과 봉선화물들이기 키트
봉선화는 4~5월에 심어 여름에 꽃이 핀다니. 지금 씨를 뿌리면 딱이지 않을까. 봉숭아물이 첫눈 내릴 때까지 손톱에 남아있다다면 이루어진다고 하니 늦여름에 물들이면 어떨까?
4.팝콘 -> 리오 선물:예쁜 유리병 안에 든 색깔이 다양한 동그란 모양의 사탕
졸리거나 힘들 때 사탕을 꺼내 먹으면 힘이 난답니다. 색깔마다 각각 다른 맛이라서 색을 보고 어떤 맛일지 기대해보는 것도 좋아요. 보통 생각하는 그 맛이지만요 :) 늘 힘내고 좋은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5.라무네 -> 오구치 선물:압화 책갈피
강녕하셨나요, 오늘도 라무네입니다.
오늘은 짧은 농담을 하나 들고 왔습니다. 사실 저는 라무네라는 이름과 달리 말씨의 기백이 청량하지 못하니, 자기 자신을 탄산이 빠진 라무네라 칭하고 있습니다. 정적인 맛이 있구나 생각하여 주신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쁠 겁니다. 봄의 시작을 동봉한지 고작 하루가 되어 귀하의 반응이 어떤지 아직 잘 알지는 못하지만, 소식은 언젠가 입을 타고 알음알음 귀에 들어올 것이니 마음에 설렘 가득 들어찹니다. 설렘 담아낸 편지에 영원한 봄을 눌러담은 책갈피를 담아 보냅니다.
봄내음 속에서, 라무네.
(편지에 말린 벚꽃 가루를 문질렀는지 벚꽃 냄새가 은은하게 난다.)
6.돼지고기 반근 감자 양파 -> 안즈 선물:하얀색 반다나 헤어밴드. 하늘색 잔꽃 무늬가 있다.
어느 디자인이 예쁠까 색도 무늬도 고민하다가 안즈쨩 눈이 예쁘니까 봄에는 꽃이 피니까
7.샌드백 -> 하이디네 선물:직접 만든 것으로 보이는 케이스에 차곡차곡 담겨져있는 화과자들과 뚜껑 있는 캔에 담긴 잎차 4종
오늘 하루는 어떻게 보내셨나요? 혹시 출출한 하루는 아니었나요? 저번 선물과 어울릴지는 잘 모르겠으나 잎차 몇종류와 함께 제가 좋아하는 것을 담아 보냅니다. 내려먹는 방법은 사람마다 다르다고 하니 몇자 적어서 드릴게요. 오늘도 평안한 하루가 되시길
8.윌리 -> 미야 선물:파버카스텔 수채 색연필
지난 번에 선물 했던 리본, 오늘 머리에 하고 있는 거 봤어. 마음에 들어하는 것 같아서 기뻐. 이번 선물은 무쿠루마 씨 종종 그림도 그리길래 준비해봤는데 이미 가지고 있을까? 필요한 물건을 적절히 받은 거면 좋겠다.
9.물총새 -> 유우신 선물:벚꽃과 흰 토끼, 핑크 테마로 꾸며진 키링과 오렌지주스 한 병 https://i.postimg.cc/zXhWJVPj/a760e9a7394449eebd9b4541fbc6ce95-512.png
귀여운 거 좋아하는 것 같길래. 벚꽃이 한창인데 봄 다 끝나기 전까진 열심히 기분 내 보자고.
10.시미즈 -> 사야카 선물:봄을 담은 팔찌 https://postimg.cc/qzp0nR2h
거짓말 같이 봄이 왔습니다. 개나리나 목련 같은 꽃들이 여러 해를 지나며 번진 민들레가 산천에 봄이 오면서 피어납니다. 곧 벚꽃이 비처럼 내리겠지요. 유여(裕餘)한 봄빛 아래서 당신과 마주하고, 당신의 목소리를 들으며 이야기를 나눌 수 없는 것은 아쉽지만 언젠가 그대와 만나게 될 테니 그때까지 안녕,
11.오렌지 테러 -> 이나바 토아 선물:만년필
안녕 :D.. 오늘은 만년필을 준비해봤어. 학용품을 사러갔는데 이게 보이길래 혹시 좋아할까 싶어서. 비싼 물건은 아니지만 그래도 제법 쓸만한 녀석이라고 생각해. 다이어리는 잘 쓰고 있으려나? 이 만년필로 쓴 건 잘 지워지지 않을거야. 그도 그럴게 잉크로 쓰는거니까. 절대로 잊고 싶지 않은 좋은 추억이나 기억이 있다면 이 만년필로 쓰고 기록해서 기억해줬으면 좋겠다. 그리고 받지 못할 나를 위한 편지도 써줄래? :D 글이 길어졌네. 어제보다 더 행복하고 내일보다 덜 행복한 하루를 보냈길 바래 :D 【종이 봉투에 넣은 손편지. '편지칼이 있다면 예쁘게 뜯어주세요' 라고 적어두었다.】
12.원시 고대 서브웨이 -> 하네 선물:추억의 막과자들이 가득 든 작은 골판지 상자.
특별한 사람을 위한 특별한 선물. 사실 그렇게까지 특별하진 않아. 속았지? 별 거 아닌거 같다고 생각하지만, 어떤 이들에겐 그 무엇보다 값진 게 될 수 있다고 생각해. 추억이 되었든, 맛이 되었든 관점도 여러가지일거고. 너도 누군가에겐 더없이 특별한 사람이야. 너 스스로를 포함해서.
13.해피해피 스마일 -> 케이 선물:정성을 다 해 만든 것 같지만 조금은 엉성한 토끼풀 화관.
안녕, 친구! 네 오늘 하루가 최고로 멋진 날이 되길 바라며 선물 보내. 뭘 줄까 열심히 고민 해봤는데, 밖에 아름다운 봄이 왔으니까, 그걸 모아다 주면 어떨까 싶어서 열심히 만들었어. 마음에 들었으면 좋겠다!
14.메멘토 모리 -> 노아 선물:은은한 빛이 감도는 티백 한 세트
하얀 털 야수의 형상을 품은 그대여 그대가 항상 저승의 질서를 위하여 힘써주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있다네 따라서 감사의 뜻을 담아 내가 직접 정화하고 우려낸 죄깊은 영혼의 정수를 동봉한다 꽤 아끼는 차라네 그대가 걷는 길, 숨 쉬는 삶과 죽음에는 언제나 변함없는 평안함이 있길 바라며
15.오마모리 -> 린 선물:가운데 적힌 安 제외하고는 아무 장식이 없는 하얀 오마모리. 금색 실로 한자를 수놓았다.
학업에 쏟을 수 있는 열정도, 청춘을 즐길 수 있는 기세도 물론 중요하지만 안전이라 불리우는 토대가 있어야 가능한 일입니다. 요컨대, 안전제일이라는 옛말이 거짓이 아닌거지요.
이 오마모리에 특별한 힘이 깃들어 있다고 저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몸에 차고다니며 안전을 생각하는 마음을 수시로 가진다면 필히 도움이 되지 않겠습니까? 무엇이든 마음가짐의 문제라는 겁니다.
고개를 갸웃, 기울였다. 음악에 관해서는 깊게 아는 것이 없었으니 처음 듣는 이름이었다. 무쿠루마는 이내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그녀는 여전히 말을 이어나갔다. 그 사이로 간간이 "응, 멋있네." 하고 대꾸하며 적당히 추임새를 넣었다. 그러면서 무쿠루마는 생각했다. 멋있는 사람. 그렇지만 나하고는 가치관이 다른 사람이네, 하고. 거세게 타오르다가 재 가루가 되어버린 사람들을 안다. 나는 그 잿더미에서 몸을 파묻고 있었다. 얼굴에 맞닿는 감촉으로 다시 타오르기라도 할까봐. 그들은 영영 재 가루였지만. 무쿠루마는 그 길을 답습하여 걸어가기라도 할까 리오를 살폈다. 다행히 제 말을 듣기로 한 듯싶었다. 불길이 쉴 수는 있다, 그러나 재 가루로 변하면 안 되었다. 온몸으로부터 의욕이 밀물처럼 몽땅 빠져나가고 난 상태가 지속되면 그저 텅 비어버린다. 잿더미가 다시 불길로 치솟을 만큼 재기가 어렵다는 말이었다. 특히 리오 같은 아직 불안정한 아이는.
"내가 꺼지기 전까지 꺼지지 마, 같이 타오르는 거야. 잠깐 불길이 쉬더라도!"
무쿠루마는 그렇게 말하며 새끼 손가락을 마주 걸라는 듯 내민다. 약속의 증표였다. 그러는 사이 내릴 역에 도착했다. 무쿠루마는 "가자!" 하고 리오의 이펙터 가방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약속할 때와 마찬가지로 가방을 들지 않은 손을 착석해있는 그녀의 앞으로 내밀었다.
"에-. 부담 가면 일주일이나 이주에 한 번만 써도 된다구? 뭐⋯⋯. 리링 마음대로 해! 나는 스티커 같은 거 잔뜩 붙여야지~. 아, 근데 리링 그림도 그릴 거구나. 나는 명색이 만화부 부부장이지만 실력이 완전⋯⋯ 으엑이야, 히히."
전철에서 나오면 곧바로 하늘이 보였다. 암청색의 장막이 펼쳐지고 태양은 지평선 너머로 몸을 숨기던 중이었다. 봄의 저녁은 꽤 쌀쌀한 바람이 불었다.
짧게 쓰인 글에 이토록 깊은 정성이 옅보이는 것은, 못내 전해지지 않은 말들이 아롱아롱 쌓여있겠다는 뜻이겠지요. 그렇게 생각하면 나의 비밀 친구께서는 참으로 수다로우신 분입니다.
질문에 질문으로 답한다니, 뭐 이런 놈이 다 있나 싶겠으나 염치 불구하고 묻습니다. 한동안 답이 없을 편지를 쓰는 기분은 어떠하덥니까? 나도 경험한 바가 있고, 또 스스로가 못난 놈이라 마냥 기쁘지만은 않습니다. 보답받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에 맥없이 불안해지고, 또 선물을 받아 기뻐할 상대의 얼굴을 생각하면 염치없이 기뻐집니다. 이 들쭉날쭉한 감정들이야 말로 내 천명이라는 생각이 불쑥 듭니다. 나도 참 어리지요.
아무튼 내가 이리 옹졸하여, 내 친우께서도 같은 고민을 하면 어쩌나... 쓸데 없는 걱정을 하게 됩니다. 새로운 인연 앞에서 당혹스러움보다는 기대감이 앞서고, 기대감보다는 걱정이 앞섭니다. 못난 놈이지요. 질문에 대한 답이 얼추 되었을련지요? 이제는 친우께서 기약없는 답변을 기다리는만큼, 나 역시 기다리게 되었으니 동병상련同病相憐의 마음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이제 겨우 같은 시작점에 서있게 된거지요. 내일 봅시다. 그도 아니면 내일 모레에 봅시다. 그마저도 안된다면 다음주에 봅시다.
추신. 주신 사쿠라 모찌는 잘 먹었습니다. 음미하면서 먹겠다는게, 맛있는 걸 입에 넣으면 꿀떡꿀떡 넘겨버리는 습성을 버리지 못하고 그만... 따뜻한 차와 잘 먹었으니 걱정은 안하셔도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