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제 나이 또래 중에 산타클로스를 믿는 경우는 적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는 믿고 있어요. 신이라는 존재도 있는데, 산타클로스가 없을까 하고요. 산타클로스도 사실은 어린 아이들을 좋아하고, 빨강색을 좋아하는 신님이 착한 아이들에게 선물하고 다니던 모습을 들켜서 전해져 내려오는 이야기로 바뀌어버린 걸지도 모릅니다. 일본에도 신이 있고, 한국에도 신이 있다면 저 멀리 바다 건너 유럽에도 신이 있을 거에요. 그러니까 산타클로스가 다 듣고, 보고 있을 거에요. 고양이 둥지 씨는 큰일났습니다.
“해달라고 한 적 없어요.”
그러다 다치면 어떡해요. 야옹이 둥지 씨가 다치든, 야옹이 씨가 다치든 둘 다 다치든 안 될 일입니다. 그리고 전 무사히 야옹이 씨에게 닿는데 성공했습니다! 고양이는 늘어난다더니 정말입니다. 잡아올린다기보다는 떠안듯이 하니 쉬워요. 야옹이 씨가 발버둥치지만 않으면 좋겠습니다.
“A반의 타카나시입니다.”
이름은 괜히 말했을까요? 명찰 읽기 귀찮다고 하기에 알려준 거였는데 친한 척 하는 것 같아서 후회됩니다. 조금 민망한 것 같아요. 얼른 집에 가는 편이 좋습니다.
“꽃잎은 스스로 터세요.”
고양이 둥지 씨의 배 위에서 자리잡고 안 내려간다던 야옹이 씨를 안고 있으니 손이 없기도 합니다. 그렇게까지 많은 꽃잎이 붙어있지도 않고, 일어나기만 한다면 팔랑팔랑 떨어질테니 괜찮을 거에요.
미야의 본심이 어떻던 간에 리오는 그 속내까지 꿰뚫어 볼 수 있는 능력이 있는건 아니었어서 해주는 말을 곧이 곧대로 믿는 수 밖에 없었다. 게다가 친구니까. 가장 친한 친구 중에 하나이니까 그대로 믿는 것이 당연한 것이다. 리오는 신발을 정리하고 준비물로 가져온 것들을 받아들었다. 냉장고에 미리 넣어두어야 할 것들은 넣어두고 나머지는 적당히 정리해두었다.
" 응.. 외로우면 일기를 쓸게. 정말- 미야미야는 너무 상냥해. 이렇게 잔뜩 어리광부려도 받아주는 사람 몇 없다구- 이렇게나 잔뜩 가져와줬구나. 뭔가 미안하네- 오늘은 집에 별로 먹을 게 없어서.. "
확실히 덜 쓸쓸할 것 같았다. 이렇게 더 가까워졌다는 약속 겸 증거도 있는데다가 미야는 절대 자신에게서 멀어질 것 같지 않았다. 항상 밝게 빛나고 명랑한 미야를 보고있자면 리오 자신도 조금은 밝아지는 느낌이 들곤 했다. 어둡고 새카매서 아무것도 안 보이는 것이 아니라, 조금은 밝아지는 느낌.
" 으.. 잠깐만. 그래도 뭔가 있나 한 번 더 확인해볼게..! "
리오는 몸을 굽혀 냉장고를 열고 음... 하고 내부를 들여다보았다. 몇 번 더 열어본다고 없던게 생기진 않는다. 계란 몇 개, 에너지드링크 가득, 편의점에서 사온 반찬거리 몇 개가 전부였다. 빈약하네. 리오는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곤 푸- 하고 한숨을 작게 내쉬었다. 뭐라도 하나 더 주고 싶었는데. 여기까지 와준 소중한 사람에게 전부 내어주고 싶었는데.
" 아, 응. 여기 침대에서 자면 돼. 둘이어도 좁지 않을거야. 넓은 침대거든.. 나 있지, 침대랑 의자에는 돈 아끼지 말라고 배웠어서 이 두개 만큼은 가능한 비싸고 좋은 걸로 샀어. "
이 맨션에서 얼마나 오래 살지는 모를 일이지만 아마 당분간은 이 곳에서 쭉 살 것 같았다. 여기저기 집주인의 향기가 짙게 묻어있었다. 언제든 창 밖을 볼 수 있도록 창가자리는 깨끗하게 치워두었고 한 쪽 벽에는 기타 여섯대와 연주에 필요한 이펙터 따위의 것들. 검은색 책상 위에는 LED가 반짝이는 컴퓨터와 조금 사이즈가 있어보이는 모니터링 스피커 그리고 음악 할 때 사용하는 헤드셋이 걸려있었다. 한 쪽 구석에는 자주 사용한 듯한 구급상자가 놓여있었고 책상 위에는 악보나 노트 따위의 것들이 펼쳐져 있었다. 작은 주방이 있지만 식탁이 따로 차려져 있는 건 아니어서 리오는 접이식 식탁을 하나 가져와 펼쳐두었다.
" 편하게 있어줘. 내 집이라고 생각하고 편하게. 응. 필요한 거 있으면 말해줬으면 해. 오늘은 미야 말대로 얘기하다가 잠들자. 알람도 맞춰놓을게! "
"수리 필요하면 눈이 가게 되어서" 돌보는 것도 어느 정도는 이해해서 그런가 보다. 메마른 눈빛은 어쩐지.. 미카를 향해있으면 같은 사람을 보는 눈빛이라고 보긴 어려울지도 모른다.
"친절한 손길은 못해줌." "여기. 조금 더 붙이는 게 좋을 듯." 깔아뭉개고 삼켜버리는 거라면 가능할지도 모르지만 그건 생각으로만 하고는 들어오라는 것은 거절하지 않고 미카의 앞에 앉아서는 가장 심각해보이는 부분을 빤히 쳐다보며 조금 더 붙이는 게 좋다고 자기 할말만 하고 맙니다.
SNS라.. 인스타랑 트위터 할 것 같은 느낌이지~? 인스타에는 OOTD나 간단한 기타 녹음 같은 것들 아니면 기타 사진? 음- 아무래도 기타 사진 같은 거 위주로 올릴 것 같네! 트위터에는 인스타에 올리는 내용들 + 온갖 아무말 대잔치~ 얼굴 사진까지 올려버리는건 무리고 오늘 입은 옷 사진이나 기타사진 같은 것들이 주류네~ 말투는 한 번도 생각 안해봤네 ㅋㅋㅋㅋ 말 나온김에 간단하게 올려볼까나-
>>977 아 확실히~ 트위터는 왠지 쿠로미 테마 복장같은 고스로리? 그런 옷 어울릴 거 같은데 그런 것도 올릴 것 같은 이미지! 미야는 트위터는 구독용으로만 깔았을 거 같은데 리오한테는 멘션도 달고 하겠네요 (리링 오늘 멧챠 카와이-! (˃̶᷄‧̫ ˂̶᷅๑ )) 인스타는 완전 밴드부 기타리스트 보컬리스트 느낌이라 멋지네요 하트 왕창 누르기⋯⋯ 😘 말투 궁금해요~! >>978 미야는⋯⋯ 대놓고 저장합니다. (귀여워! 저장할래~)
아 답레 쓰기 전에 리오는 무서운 이야기 어느 정도로 무서워하나요? 트라우마 정도가 아니라면 괴담 얘기 하고 싶어서⋯⋯ㅎㅎ.
>>979 하야토주 어솨요! 셀카 중심 하야토? 당.장.팔.로.잉. 역시 이케맨이군요. 😘 (미야 : 반장 군~ 인기 많아~ 이케맨 군~)하고 장난으로 댓글 달 거 같아요⋯⋯(주책이다 미야야)
>>981 어째서⋯⋯! 사실 그럴 것 같긴 해요. 라인은 해서 다행이에요 미카 군⋯⋯. 라인 교환 했으니 잊을만하면 [불량 군 뭐해? 오늘도 금붕어 먹이 줄래? (´ε` )] [불량 군이 먹일 몫은 안 먹였어! 꼭 줘~! ( ˆ͈̑꒳ˆ͈̑ )] 이런 거 보낼 거 같아요⋯⋯.
캣닢 모양 스티커도 어디선가 살 수 있을까요? 하지만 클로버가 더 좋으니 있어도 살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캣닢 스티커를 주었더니 야옹이 씨가 기분이 좋아져서, 얌전히 고양이 둥지 씨의 배 위에서 내려오는게 아니라면요. 야옹이 씨를 안고 있으니 작은 동물의 무게감이 느껴집니다. 묘한 기분이 들었는데 착각이었던걸까요?
“타카나시. 예요.”
고양이 둥지 씨가 이름으로 별명을 지어주었어요! 친하게 지내고 싶다는 뜻일까요? 타카라는 뜻이 매이기 때문에 단순히 말장난을 친 걸까요? 사실은 네글자가 너무 길어서 그냥 줄여부르는 걸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저는 정정합니다. 별명이 아니라면 타카나시라고 부를테니까요. 전 타카나시입니다. 다시 소개했어요. 만약 정말로 별명을 지어준 거라면, 제게 친밀감을 느낀 거라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같은 반도 아닌 다른 반에 친구가 생길 지도 모릅니다!
“칠칠 맞습니다.”
고양이 둥지 씨가 일어나면 쭈그려있던 다리를 폅니다. 쭈욱 일어났어요. 그러니 머리카락에 붙어있는 벚꽃잎이 더 잘 보입니다. 한 손으로 고양이를 얌전히 잡고 벚꽃잎을 떼어줄 자신이 없어요. 야옹이 씨의 손을 빌립니다. 야옹이 씨의 앞발로 톡톡 벚꽃잎을 털어요.
안녕하세요, 타카나시 하네입니다. 집에 돌아와서 깨끗하게 씻고,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숙제도 다 하고, 저녁도 먹고, 책상에 앉았어요. 원래라면 SNS에 들어가서 댓글과 DM에 있는 하트들을 빨갛게 색칠해줘야 하지만, 오늘은 답장을 써야 하니까 잠시 미룹니다. 마니또 선물을 받았기 때문이에요! 메시지도 받았습니다. 무척 상냥함이 느껴져서, 답장을 전해줄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또박또박 글자를 적어보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작은 골판지 상자에 가득 채워져있던 막과자들을 먹으면서요.
저희 집에서 방문의 존재는 의미 없습니다. 문을 잠구어도 소용이 없고, 닫아두어도 소용이 없어요. 어차피 열립니다. 그러니까 지금도 순식간에 언니와 오빠들이 들이닥칩니다. 강도처럼 도둑처럼 들이닥치는게 익숙하니까 아무렇지도 않아요. 하지만 오늘은 아니길 바랐습니다. 학교에서 마니또를 하고 있다는 것도, 그래서 선물을 주었고 오늘은 저도 선물을 받았다는 것도 들키고 싶지 않았어요! 심지어 지금은 입 안에 과자가 가득 물고 있었단 말이에요. 무슨 일이냐고 물어보지도 못하고 우물거리다 멈추었습니다. 그런 와중에 손은 움직였어요. 언니오빠들이 남은 과자를 못 먹게 하려고 입니다. 욕심꾸러기처럼 보일 지도 모르지만 선물로 받은 거니까, 내가 선물로 준 걸 다른 사람에게 주었다는 걸 알게 되면 상냥한 원시 고대 서브웨이 씨가 슬퍼하게 될 지도 모르니까 막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우리 막내가... 우리 막내가...... 과자를 숨겼어—!” “우리 막내가... 우리 막내가...... 다람쥐가 됐어—!” “우리 막내가... 우리 막내가...... 오늘도 귀여워—!”
피곤합니다. 지쳤습니다. 자고 싶습니다. 집에 가고 싶습니다. 분명 집이지만, 집에 가고 싶습니다. 대꾸를 하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지만 나가달라고 하지 않으면 절대 나가지 않을테니까, 몸을 일으켜 세웁니다. 그래도 오늘은 무작정 끌어안거나 쓰다듬거나 하지 않았으니까, 과자를 못 주는게 미안하니까 스티커를 주기로 해요. 방문 언저리에서 바리케이드를 치고 있는 언니오빠들을 꾹꾹 밀었습니다. 아직 입 안의 과자 때문에 말을 하지 못해요. 손등에 클로버 스티커만 하나씩 붙여주고 문을 다시 닫았습니다. 방문 밖에서 또 셋이 누가 처음 말을 하면 살짝씩만 구성을 바꾸어서 떼창을 하지만 듣지 않습니다. 편지를 써야 하니까요.
‘원시 고대 서브웨이 씨에게.
안녕하세요, 마니또 선물을 받은 타카나시 하네입니다. 선물로 주신 과자를 맛있게 먹으면서 적고 있어요. 그렇게까지 특별하지 않다고 하셨지만 특별한 선물입니다! 우연히 제 마니또가 되신 거긴 하지지만, 원시 고대 서브웨이 씨는 제 마니또이니까 특별합니다. 특별한 원시 고대 서브웨이 씨가 준 선물이니까 특별한 선물이에요. 선물도, 좋은 말씀도 감사합니다. 언젠가 이 답편지를 전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편지라고는 하지만 말솜씨가 서툴러서 카드와 같습니다. 작은 봉투에 넣고서 클로버 스티커로 봉했어요. 언젠가 코드네임의 뜻을 물어볼 수 있는 날도 오길 바랍니다.
사람들 틈바구니에 숨어 있는 것은 언제나 즐거운 일이었으니까. 틀린 말은 아니라 무쿠루마는 그저 고개만 끄덕였다. 제가 가져온 것들을 정리해주는 그녀에게, 내가 해도 되는데- 하고 고맙다는 인사까지 빼먹지 않았다. 리오의 어깨 너머로 냉장고 안을 살피니 먹거리가 영 없었다. 제대로 먹고 다니긴 하는 걸까? 그러고보니 말랐는데.
"친구니까 해주는 거라구. 리링도 내 어리광 잔뜩 받아주잖아? 근데, 오늘만 이러는 거야? 평소에도 이렇게 부실하게 먹고 다니면 쓰러져."
늘 급식이나 도시락을 같이 먹는 친구가 바뀌는 무쿠루마 입장에서는 집에서는 물론이고 학교에서도 잘 먹고 다니는 지 알기가 힘들다. 혼자 사니까 귀찮다고, 피곤하다고 거르는 일도 왕왕 있을 수 있었다. 흐음, 힘들 수록 잘 먹어야 하는데! 무쿠루마는 친구로서 뿐만 아니라 사람으로서도 정말로 걱정이 되었고, 제 친구를 쓰러진 채 만나고 싶지 않았다.
"괜찮아, 괜찮아. 나 어차피 지금 배 별로 안 고파, 리링도 얼른 와. 이야기 하자!"
텅- 비다시피한 냉장고를 뒤로하고 리오의 방으로 가 침대 위로 다이빙 했다. 폭신하게 제 몸을 받쳐오는 침대의 감촉이 안락했다. 그리고 뒹굴, 굴러 리오가 누울 자리까지 만든 뒤 엎드려서 핸드폰을 켰다. 그러다 식탁을 가져 온 그녀에 냉큼 일어나 앉았다. 배경을 장식한 온갖 악기와 기계 장치들이 보였다. 무쿠루마는 관심을 보이며 말했다.
"우와, 뭔가 악기나 기계들이 엄청 많네. 나는 이런 거 전혀 모르지만 뭔가 멋지다. 여기서 녹음하는 거야?"
/ 2년 친구니까 리오기타 채널의 존재는 알겠⋯죠? (저질러버림) 괴담 얘기하려했는데 아직 잘 타이밍이 아닌거같아 노선 틀어버렸습니다 (미안합니다 리오주 해헤) 구급상자⋯도 묻고 싶은데 뭔가 딥한 이야기를 끌어올 거 같지가 않네요 우리 애가 8ㅁ8 (흑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