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미안해. 차마 뱉지 못한 뒷말은 식도 너머로 쭉 삼킨다. 정말 친구한테 이런 걸 시켜도 되는 걸까. 리오가 싫어하면 어떡하지? 눈치 본 게 무색하듯 리오의 태도는 참 의연했다. 어느덧 리오 대신 다시 나타난 아리스는, ······주머니에 넣었던 마스크를 다시 턱에 걸쳐 쓴다? 이 아이, 지금 눈앞에 서 있는 건 리오는커녕 아리스도 아니다. 이건··· 얼음 공주님? 언제 그랬냐는 듯 날카로워진 눈빛에 미야나기는 입을 쩍 벌렸다. 게다가 이내 그녀에게 쏟아지는 건 이전의 다정한 말들 대신에 차가운 비수들이다. 으악, 어쩌지! 리오 진짜 짜증났나 봐, 어떡해. 역시 괜한 걸 시켰어. 휙 돌아 주방에 들어가면서도 중얼중얼, 욕지기를 뱉는 걸 보며 미야나기는 울상지었다. 그리고 째릿- 짜증스러운 눈빛에 몸을 한 번 움찔. 차갑다. 정말 얼음 공주님이네. 당당하게 오픈된 구조의 주방에서 웍을 꺼내 밥을 볶는 리오의 모습을, 믿을 수 없다는 듯 멍하게 지켜보던 미야나기는 문득 리오와 눈이 마주치고, 험상궂게 구겨지는 그녀의 얼굴을 보며 작게 히익! 하고 놀랐다. 훔쳐보던 거 들켜버렸다—! 집에 가고 싶어! 숨 죽이며 고개를 숙이고 있자 리오가 곧 오므라이스를 가져왔다. 근데 잠깐, 케찹으로 써져 있는 글씨는······ ‘죽어’? 무서워, 리오!
“미안, 리오, 아. 아니. 그게 아니라, 아리스 양. 화났구나······. 아리스 양한테 인센 돌아갈 거라 생각헤서 주문한 건데 되려 성가시게 만들서 정말 미안해.”
당황한 미야나기가 사과의 표현들을 횡설수설 읊는다. 짜증나, 귀찮아, 아 정말 짜증나네, 그리고······ 응? 리오에게 매도 당하며 연거푸 고개를 숙이다 말고 미야나기가 눈을 동그랗게 뜬다. 리오, 자세히 들어보니까 이거 비난이 아니라 걱정의 말이야. 밥이 뜨겁다는 걸 경고해주고 어떻게 먹어야 예쁘게,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건지 알려주고 있잖아. 리, 리오—! 미야나기는 고개를 번쩍 들고 감동 받은 눈빛을 발사······ 하려고 했으나.
- 우효, 아리스 쨩! 정말이지 너무 귀엽다~! - 굉장해! 어이어이! 저거, 얼음 공주의 악의와 정성이 담긴 수제 철판 오므라이스잖냐~! 오늘은 공짜로 이런 구경을 다 하고, 초 럭키 데이! - 저 여자 녀석, 감히 아리스 짱의 [매도]를 당하다니······. 용서 못 해! 다음에는 반드시 이 내가~!
뭐, 뭐야 이거! 일부러 저 아저씨들, 피해서 죽 떨어진 구석 바 테이블로 온 건데 주목 받고 있어! ······게다가 머리 벗겨진 저 아저씨, 날 견제하고 있다—!! 엄청 견제 중이야! 벌벌 떨리는 손으로 스푼을 겨우 잡고 한 숟가락 뜨려는 와중에, 이번에는 리오의 차가운 눈빛이 총알처럼 비수를 꽂는다. 으으, 이런 걸 하라고? 저 아저씨들 잔뜩 쳐다보고 있는데? 미야나기는 금세라도 울 것 같은 표정으로 손으로 하트를 만든다.
리오는 쿠키를 받았고 눈을 빛내며 자신의 스마트폰을 꺼내 이리저리 사진을 잔뜩 찍었다. 그리곤 그것이 소중한 보물이라도 되는 양 손에 꼭 쥐고 몇 번이나 고개를 끄덕이며 '응! 응!' 하고 말하는 것이었다. 이제 정말 들어가야할 시간이었다. 시계를 보고 미야를 보고 시계를 보고 무대를 보고 시계를 보고 자신이 들어가야할 대기실을 보았다. 리오는 금새 또 울상이 될 것만 같은 얼굴로 미야를 바라보다가 슬며시 손을 꼭 잡았다.
" 들어가기 싫어. 그냥 미야랑 놀러갈까.. 아. 아니야. 미야가 보러 와줬으니까 열심히 해야해. 전부 불사르고 올게 꼭 봐줘야해! 하나라도 놓치면 안된다? "
사진도 제대로 찍었겠다 이제 정말 집중할 시간이야. 리오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이따가 보자고 말하곤 도도도도 뛰어서 대기실로 들어갔다. 어둠 속으로 사라지기 직전에도 고개를 내밀고 미야를 보곤 손을 흔들어주었다. 공연이라고 해봐야 단독 콘서트도 아니고 오프닝 무대의 조금을 받았을 뿐인데도 사람이 많았고 개 중에는 정말 오프닝 무대의 조금을 받았을 뿐인 이 인디밴드를 봐주러 온 사람들도 있었다.
무대의 불이 꺼지고 본격적으로 조용해졌다. 긴장감에 심장이 아플 지경이다. 팟- 하는 소리와 함께 하나의 조명이 들어왔다. 보컬을 맡고있는 리오보다 세 살이 많은 여자는 마이크를 잡고 조명이 비추자 눈이 부신지 '아, 눈부시네요.' 하고 한 마디를 했다. 그 모습이 재밌는지 아하하- 하는 웃음소리가 새어나오자 리오는 안심했다.
『오늘은 오프닝 무대를 맡게 됐습니다. 체리 블라썸 펀치입니다!』
첫 곡부터 이벤트성이라고 사전에 회의를 나눴다. 보컬의 언니는 기타를 잡고 능숙하게 메고는 딩-딩- 하고 몇 번인가 소리를 내보고는 다시 마이크로 돌아왔다.
『첫 곡부터 이벤트로 준비했습니다. 제대로 소리지르고 덤벼보라고 너희들』
그 말을 끝으로 다시 무대의 조명이 꺼졌다. 예정대로구나. 리오는 심장이 쿵쾅거려 터질 것 같은 것을 꼭 참고 천천히 아까의 그 보컬이 서 있던 자리로 나섰다. 다시 팟- 하는 소리와 함께 불이 들어오고 마이크 스탠드 앞에는 리오가 서 있었다. 기타를 메고 마이크를 꼭 쥐고 긴장감에 상기되어 숨쉬기가 힘들어질 정도였다. 무대에 불이 전부 들어오고 리오는 습-하- 하고 심호흡 했다.
" 와. 기절,할 것 같아. 사람, 많아요. "
리오는 이리저리 눈을 돌리며 미야를 찾았다. 온다고 했었는데 어디있는 걸까. 아까 분명 문 앞까지 같이 왔었는데. 리오는 '어라?' 하고 한 마디를 뱉었고 그 소리는 마이크를 타고 스피커를 타고 크게 울려버렸다. 왜 안보이는거지? 금방이라도 울어버릴 것 같은 얼굴이 되기 바로 직전에 리오는 미야를 찾았고 저깄구나. 하는 안도감에 손을 흔들어 보였다. 관객도 무대도 완벽해.
여전히 그녀에 대한 공포가 도사리고 있는 것처럼, 혹은 자신의 천적을 만난 짐승처럼... 당신은 자세를 숙였다. 그러나 그녀는 당신의 말이 여전히 의문으로만 와닿는지 고개를 가볍게 설레설레 저었다.
"잘못...? ...아뇨, 심판하는 것은 저의 일이 아닙니다."
심판이란, ...설마 '재판'을 의미하는 걸까? 쿄스케는 학교를 졸업하기도 전에 일을 저지르고 마는 걸까? 당신을 점점 불안캐하는 어휘를 구사하는 것과는 다르게, 그녀는 평온하다 못해 초연하기 그지 없는 기색으로, 저번처럼 느릿하게 말을 이어가기 시작했다.
"...바랜 검정 머리칼의 필멸자여... 당신은 제 이야기가 듣고 하셨죠. 하지만, 어떻게 해도 당신의 걸음을 따라잡을 수가 없어서... 그래서 이번엔... 직접 주변의 혼들에게 수소문하여 당신의 흔적을 찾아왔습니다만......"
뒤이어 나온 말은 '소송'이나 '법대로 하겠습니다!' 따위가 아닌, 오히려 일반적인 상식과는 전혀 동떨어진 것이었다.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더 오싹한 내용일 수도 있겠지만서도. 사람들에게 물어봐서 당신을 찾은 것도 이상하지만, '혼'에게 물어 물어서 당신을 찾았다니... 그런 일이 가능했던 걸까? 또한 기이한 것은, 그녀는 당신이 신경쓰고 있는 구석을 전혀 눈치조차 채지 못하고 있는 모양이다. 그녀는 오히려 자신의 손끝을 서로 스치면서, 당신을 찾아와 이런 말을 꺼내는 것 자체가 매우 낯설고 조심스럽지만, 당신과 계속 마주치고 싶었다는 것 마냥 핀트가 엇나간 물음을 건네는 것이었다.
흠... 발랄한 메세지를 따라 빨간옷과 파란옷을 입은 인형을 생각해보니 확실하게 색깔이 대비되는게 눈에 확 들어오고 알록달록해서 귀여울 것 같았다. 두손으로 받침을 만들어 턱을 괴면서 진지하게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던 미후유는 조언대로 하는게 좋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조언대로 빨간색과 파란색을 고를게요:D 사실 옷 색상을 선택할 수 있을거라 생각을 못했는데 너무너무 귀여울 것 같아요. 추천 고맙습니다!]
'갑자기 없는 통계치를 알려달라고 했으니 당황할만한데도 친절하게 정성들여 추천까지 해주시네요. 고마워라.' 설령 이 친절이 마케팅이라 할지라도 상냥한 응답에 기분이 좋아진 미후유는 흥흥 콧노래를 부르면서 아래로 스크롤을 내리며 덧붙여진 제법 긴 메세지를 읽는다. 에, 가미즈나 마을? 어라. 같은 마을이네요. 생각이 잠시 멈춰 같은 문장을 두번씩 읽고 있다는 걸 알아채고서야 눈을 깜박이면서 아래의 문장도 서둘러 읽어본다.
'요약하자면 같은 마을에 살고 있으니까 직거래 형식으로 상품을 전해주시겠다는 말이군요.'
예전의 도시였다면 위험할 수도 있고 아는 사람일 수도 있으니 거절했겠지만 지금의 미후유는 기분이 좋았고 또한 새로운 환경에 왔다는 설렘으로 가득 찬 상황이었다. '게다가 이사온지 한 달도 안된 제가 아는 사람일리도 없고 말이죠.' 나가지 못할 이유가 없습니다. 결론을 마치자 마자 서둘러 [괜찮으시다면 n시에 가미즈미 고등학교 앞에서 볼까요?]라 문자를 치고 나갈 채비를 하러 옷을 짚어든다.
"아마도 마을 주민분으로 보이니 잘 부탁드리겠다는 의미로 작은 선물을 드려도 나쁘지 않을거에요."
그렇다면 머핀을 들고 나갈까요. 괜찮은 생각이 났다면 망설일 이유는 없었고, 미후유는 이것 또한 좋은 이웃으로서의 자세라 생각하며 포장을 뜯지 않은 머핀을 들고 집을 나섰다.
그녀가 자신을 시선에 두고 무언가를 생각하듯 빤히 바라보았다. 뒤이어 납득한듯 작게 중얼거리는 목소리를 듣기 전에 '제 이름과 생긴 것이 닮아서'라는 것 정도는 쉽게 눈치 챌 수 있었다. 예의 그 반응들이 나올 때마다 기분이 나쁘기는 커녕 오히려 기뻤을까, 무언가 특별한 상징이 있다면 인상을 익히기에도 쉬울테니까.
"낱자들로 미루어보건데 뒤에 따라오는 것이 성씨겠군요?"
그게 한자로 표현되면 어떨까, 흔히 말하는 DQN이라고 할지도 모르지만, 개인적인 소견으론 아무래도 좋았다. 시대가 어느 때인데. 고향의 유서깊은 신직가문이라는 이유도 있으나 옛 지역명인 이나바를 그대로 사용하는 자신도 있는 와중에 하이디네라는 성씨가 있다한들 무엇이 문제일까.
"예쁜 이름이라고 생각해요."
누군가를 알고, 이름을 알고, 친구가 되어 가까워진다는 것은 자신에겐 더할나위 없는 기쁨이었다.
어느덧 목적지인 도서관에 다다르자 그때서야 조금 아쉬운 기분이 들었을까? 그래도 나중에 또 만나면 그만이다. 어차피 같은 학교, 같은 곳에 살고 있다면 필히 마주치게 될 테니까.
더욱이 같은 학년이라면 그럴 확률은 더 올라가겠지.
"자, 하이디네양. 이쪽이 도서관이랍니다. 혹여라도 오는길, 돌아가는 길을 기억해내지 못하시거든 제가 지나갈 때마다 주저말고 불러주시어요."
" 아 진짜.. 안 그래도 귀찮아서 짜증나는데.. 야, 거기. 시끄러우니까 다 닥쳐. 짜증나니까 조용히 하란말이야. 지금 나 바쁜거 안보여? 지금 주인님한테 봉사중이잖아. 방해하지말라고, 짜증나게. "
이 쪽에도 저 쪽에도 차갑게 대하는게 기본이다. 저쪽에 매도를 쏟아내면 이 쪽엔 짜증을 쏟아내고 저 쪽에 짜증을 쏟아내면 이 쪽엔 매도를 쏟아낸다. 원래 그런 메뉴니까. 리오는 울 것 같은 표정의 사에를 보면서 그 어색하고 울 것 같은 마법의 주문을 보았다.
" 하? "
이런 메뉴를 시킨게 아니었다면 이 정도만 해도 와아- 맛있어졌어요 주인님- 했겠지만 지금의 메뉴는 매도와 악의가 잔뜩 들어간 메뉴니까 아무리 완벽하게 주문을 외웠어도 리오의 반응은 차갑게 내리꽂히는 '하?' 하나 뿐이었다. 리오는 인상을 살짝 구기곤 바에서 걸어나와 사에의 옆에 서선 머리를 긁적였다.
" ...하? "
그리곤 다시 한 번 어이없다는 듯이 말했다.
" 방금 그건 뭐야? 하? 장난해? 아- 진짜 짜증나네. "
악의만 잔뜩 담겨선 결국 저주밖에 되지 않는다. 이건 악의만 담긴게 아니라 정성이 함께 담긴 것인데다가 매도만 담긴 것이 아니라 애정이 함께 담겨있어야 하는 것이다. 리오는 조금 더 가까이 다가와서는 사에와 눈을 마주쳤다. 그리고 3초 정도 되는 시간동안 리오로 돌아와선 눈빛만으로 '괜찮아?' 하고 물었다.
" 그렇게 하면 맛있어지지 않잖아 바보야- 하아.. 짜증나게. 할 수 없네- 여기선 내가 해줄게. 자아- 맛있어져라~ 맛있어져라~ 오이시쿠나레- 모에모에 큥☆ "
조금 더 과장된 몸짓으로 하트를 왼쪽으로 한 번, 오른쪽으로 한 번 그리고 마지막으로 정면으로 내밀면서 한 번 더. 이제 충분히 맛있어졌을거라고 말한 리오는 뭣하면 먹여줄수도 있는데? 하고 말하며 서비스라도 더 해주려는 눈치였다. 암묵적인 룰이라면 이미지의 몰입을 위해서 누군가 이 메뉴를 주문하고 리오가 '얼음공주 아리스'가 되는 시간 만큼은 이 모든 사람들의 위에 리오가 가장 높은 계급으로 있게 된다. 그걸 위해 만든 서비스 메뉴니까.
" 여기- 주인님한테 서비스 가져다줘. 굼뜨게 움직이지 말고 빨리! 오므라이스랑 같이 먹으면 좋은거 있잖아! 프렌치 프라이 하나 가져와줘. 아- 짜증나게 하지말고 빨리! "
네 알겠습니다-! 하는 말소리가 들렸다. 이 시간만큼은 이렇게 하기로 약속이 되어있는 것이었고 여기서 가장 어린 리오가 이렇게 행동하는게 싸가지가 없다거나 예의가 없어보일 수 있지만 다른 선배나 직장 동료들도 '귀엽네~' 하고 봐주고 있어서 오히려 더 제대로된 서비스를 내줄 수 있었다.
" 프렌치 프라이랑 같이 먹으면 더 맛있어. 그런 것도 몰라? 아- 진짜. 짜증나. 너 진짜 짜증나. 뜨거우니까 조심해서 호- 하고 불어서 먹어야해. 갓 만든거라서 계란 안에 열기가 그대로 갇혀있거든. 그래도 그렇네- 한 입 먹고나면 찢어진 틈으로 열기가 나오니까 괜찮을거야. "
자신이 심핀하는 것이 아니리고 이야기해주고는 있지만, 벌써 말투부터가 굉장히 비범한 후배이기에 이 대화가 어떻게 이어질지 나로써는 단 하나의 예측조차 할 수 없었다. 저렇게 자신이 심판하는게 아니라 '심판하는건... 나의 스탠드다!' 라고 하면서 오라오라 러쉬를 한다던가...
...같은 게 일어날 리가 없잖아.
어찌되었든 '당신은 범죄자입니다! 형무소에 쳐박힐 기대나 하시죠! 알겠습니까!' 같은 이야기를 하지 않아서 다행이라 생각하며 굽혔던 다리를 폈다.
그런데 그보다 혼들에게 물어봤다는건... 그냥 다른 학생들에게 물아봤단 이야기겠지? 대충 이제는 이 후루토라는 학생에 대해 조금씩 감이 잡힌다. 그런 캐릭터 있지. 자기만의 세계관이 있는 그런 부류. 막 다친데도 없는데 붕대 같은거 감고 오거나 눈도 멀쩡한데 안대를 쓰고 오거나... 음. 대충 알 거 같다.
빨간색과 파란색을 고르겠다는 말에 치아키는 빨간색 옷을 입은 인형과 파란색 옷을 입은 인형을 챙겼다. 이 세상에 각각 하나씩밖에 없는 어떻게 보면 한정판 상품이 구겨지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챙긴 후, 그는 그 두 인형을 포장지로 잘 싸서 자신의 가방 속에 쏙 집어넣었다. 이어 n시에 가미즈나 고등학교에서 보자는 그 말에 치아키는 바로 그녀에게 답장을 보냈다.
[괜찮을 것 같아요. 그럼 저는 빨간색 긴팔 셔츠에 회색 긴 바지를 입고 하얀색 모자를 쓰고 갈게요. 갈색 크로스백을 한 상태에서 교문 바로 앞에 서 있을테니까 참고해주세요. :>]
상대가 누군지는 알 길이 없었으니 결국 자신을 알리기 위해서는 인상착의를 알려주는 것 뿐이었다. 이렇게 하고 교문 앞에 서 있으면 어지간하면 알아보지 않겠는가. 그렇게 생각하며 치아키는 방금 인형을 집어넣은 크로스백을 챙긴 후에 외출 준비를 시작했다. 빨간색 긴팔 셔츠와 회색 긴 바지. 그리고 가끔 외출할 때 쓰는 하얀색 모자. 그리고 갈색 크로스백. 옷을 갈아입고 준비를 마치는 것은 그렇게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가미즈나 고등학교에 약속 시간보다 10분 정도 빨리 도착한 그는 살며시 교문 앞에 서서 주변을 살펴봤다. 상대가 누군지 알 길이 없었으니 일단 자신의 존재를 알리기 위함이었다. 당연히 모자를 벗는 일도 없이 그는 교문 앞에 서서 주변을 두리번, 두리번. 그렇게 바라보는 모습이 저 소년이 대체 뭘 하고 있나라는 생각이 들기 딱 좋은 모습이었다.
아마 미후유가 도착했다면, 혹은 이미 기다리고 있었다면 그가 교문 앞에 서서 일부러 오버적인 액션을 취하면서 주변을 두리번, 두리번거리는 모습을 볼 수 있지 않았을까?
>>66 그런 공적인 관계도 괜찮지요. 미유키는 재앙에서 인간들을 지키던 신이니, 그 재앙을 막는 것(일)과 관련해서 만난 적 있다던가. 음. 그렇게 그 보답으로 언젠가 미유키가 성대한 주연을 열면서 사자를 보내 케이를 초대했다던가, 하는 게 지금 생각에 떠오르는데. 어떠신가요?
당신은 이렇게나 빠르게 그런 DQN 네이밍의 주인을 만날 수 있게 된다. 기분 탓인지는 몰라도, 목을 움츠리거나 어깨가 미묘하게 펴진 것 같으니 당신의 칭찬을 듣고 내심 한껏 우쭐대며 뻐기는 중인지도 모른다. 그렇게 신과 무녀가 학생이라는 신분으로 서로 기이한 대화를 나누다니보니 어느새 도서관에 도착해버렸다. 당초 이곳은 그렇게 찾기 어려운 곳은 아니었고, 단지 사신이 길치였을 뿐이었지만.
"그럼, 인번국의 이름을 가진 토끼의 필멸자여...... 그렇다면 이걸 받으세요."
그 앞에 당도한 그녀는 눈 앞에서 지갑을 꺼내 뒤적이더니, 그리고 이어서 그녀가 당신에게 건넨 것은 돈이다. 짤랑짤랑, 평범한 엔화. 동전과 지폐가 둘이니, 크게는 3000엔 정도일까. 그런데 통성명을 나누다가 갑자기 금전을 꺼낸 연유가 대체 무엇인고하니.
"...인세에서는 필멸자들이 노동에 대한 보답의 의미로 서로 화폐를 하사하고 나눈다고 들었습니다."
오늘은 왠지 일이 잘 풀릴것 같네요. 알겠다는 답을 끝으로 방금 전부터 부르던 콧노래를 좀더 발랄한 음으로 바꾸면서 통통 튀는 걸음걸이로 집을 나간다. 잠시 다녀오겠습니다~ 아무도 없지만 괜히 경쾌한 마음에 한번 돌아보며 속으로 인사를 하고 흰 코트를 걸치고서 길거리를 걸어간다. '후후, 몇몇 친구들은 제가 길 눈이 어둡다고 했지만 이 정도는 쉽게 갈 수 있습니다. 애초에 미카가 너무 돌아다니는 거고 제가 평균인 거라고요.' 이사가기 전에 저를 걱정하던 친구들을 떠올리면서 코트와 같은 색의 베레모까지 야무지게 쓰고 일전에 익혔던 길을 따라간다.
자신만만하게 출발한만큼 헤메지 않고 곧바로 도착한 교정은 처음 왔을때와 다르게 좀 더 한산했다. 조금 겸연쩍은 마음에 괜히 흠흠, 헛기침을 하면서 고개를 돌려 주변을 두리번거리자 눈에 확 띄는 빨간색 옷을 입은 사람이 보여 저도 모르게 확 얼굴을 펴고 선물을 가지고 돌아온 부모님을 맞이한 아이같이 반가운 표정을 지었다. 다행히도 목도리를 메서 가까이서 보지 않았다면 모를 변화였지만 손부채로 잠시 얼굴에 부채질하고 누가봐도 사람을 찾는 것처럼 이리저리 두리번거리는 사람을 향해 다가갔다.
"음, 실례합니다. 토끼인형을 주문한 사람인데요 (닉네임)이 맞으신가요?"
왠지 모르게 모자를 쓴 실루엣이 익숙해서 살짝 뒤로 물러서 물어본다. '이사온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전에 봤던 사람일리가 없죠 과한 상상일거에요. '
자기보다 연배가 있으니 조심스레 호칭을 선배님이라 바꿔보는 놈이었다. 역시 센스가 있는 신이랄까. 처세술을 할 줄 아는 신이라 그렇다. 홀로 자화자찬해본다. 놈은 사야카에 눈꺼풀에 생긴 짙은 쌍커풀 ㅡ아마도 졸려서 생긴ㅡ을 못 본 척하며 말을 마저 들었다.
"에? 그건 꽃놀이가 아니라 장례식 아닌가요?"
관짝 연상하기 딱 좋은 풍경 아니겠는가.
"그래도 라인에 친구추가 기능은 쓸 줄 알아서 다행이네요."
놈은 긍정적인 시각을 가질 줄 아는 신이다.
"오! 그건 저도 해봤, 엑ㅡ? 인간 생활 너무 모르신다~"
대충 윤곽이 잡힌다. 귀찮은 게 많은 것치고는 꼬박꼬박 답해주는 걸 보니, 어영부영 끌고간다면 따라올 타입. 아마 인간세상도 그렇게 내려온 것이겠지. 그러나 워낙 의욕이 없다보니 생활이라는 걸 칭할만한 걸 한 경험은 적다. 놈은 이런 선배님을 어찌하면 좋을까 고민해본다.
"에라, 모르겠다."
놈은 이 선배의 신관도 아니고, 괜히 참견하다 싸우고픈 마음이 없다. 결국 포기한 놈. 아니, 애초에 시도조차 안해보는게 옳다. 신이란게 각자의 특성과 내력이 모두 다른지라 같은 관점으로 접근해서는 안된다는 게 놈의 생각이다.
"그래도 꽃놀이는 한 번 해봐요. 선배님과 다르게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것들이잖아요."
놈은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을 바라보며 무거운 눈꺼풀을 내렸다. 이런 대선배님들과 달리 오구치의 근원은 옛저녁에 인간의 손에 멸종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런 인간의 믿음마저 없으면 존재할 수 없는 처지. 인간의 안위가 본인의 안위에 결부되어 있으니, 대선배와는 결이 다르다. 영원하지 못하는 것들이 몹내 아쉽다.
무쿠루마는 사진을 연신 찍어대는 그녀를 ‘아하하’ 하는 낭랑한 웃음소리와 함께 웃으며 지켜보았다. 이렇게 기뻐할 줄 알았으면 조금 더 무리해서 비싼 걸 사올 걸, 싶기도 했다. 물론 리링은 값을 따지며 좋아한 것이 아니겠지만, 말이 그랬다. 무쿠루마는 잡아오는 손 마디에 얌전히 잡혀주며 그저 눈만 동그랗게 떴다. 자신의 미적지근한 온기라도 나눠가져 안심이라도 되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다행스럽게도 리링은 몇 번의 방황과 고뇌가 있었던 듯 싶었으나 결심을 했는지 ‘꼭 봐줘야해!’라며 외쳤다. 무쿠루마는 변함없이 힘차게 ‘응!’하고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도도도 뛰어가는 리링의 뒷모습에 대고 한결같이 살랑살랑 흔들던 손은 그녀가 마주 흔들고, 이내 어둠 속으로 완전히 자취를 감추고 나서야 제자리로 툭, 하고 돌아왔다. 어쩐지 후끈해야 할 공연장의 바닥이 싸늘한 냉기를 담고 올라오는 양 차가웠다. 두명이서 한껏 소란스럽다가 급작스레 찾아온 고요 탓인지. 무쿠루마는 묘한 감상을 뒤로 하고 핸드폰을 꽉 쥔 채 공연장 앞줄로 막힘없이 성큼성큼 들어갔다.
탁, 하고 불이 꺼졌다. 암흑 속에 잠긴 눈이 어둠에 익숙해지려 본능적으로 깜빡였다. 희미한 윤곽이 점차 보일 무렵까지 갈 필요도 없이 곧장 조명이 켜졌고, 보컬로 보이는 여성이 마이크를 쥐고 사전 멘트를 내뱉기 시작했다. 줄줄이 읊던 멘트를 한 귀로 흘러넘기려다 예상치 못한 단어가 걸렸다. 무쿠루마는 상황 파악을 하려 멈칫한 얼굴로 그저 눈꺼풀만 연신 깜빡이다가 ‘에엑-?!’하고 작게 소리를 질렀다. 바, 방금, ‘체리 블라썸 펀치’라고 한 야? 응? 뭐야, 그럼, 리링은? 리링 쨩은? 리링이 체리 블라썸 펀치의 멤버라구? 그런 우연이 있을 수 있는 거야, 진짜로? 입도 제대로 다물지 못하고 굳은 채로 ‘어버버’ 거리고만 있는 순간, 조명이 꺼졌다가 불이 훅 들어왔다. 그제야 퍼뜩 정신을 차리고 핸드폰을 주섬주섬 켜 제 친우에 대한 응원 멘트가 적혀진 그것을 들어보였다. 조명 사이로 보이는 리오의 낯을 살피는데, 계속 두리번 거리며 울상만 지을 뿐 도무지 이곳으로 눈길이 오지 않았다. 내 키가 작아서 안 보이나? 무쿠루마 또한 조금 초조한 낯으로 발꿈치를 힘차게 들어 낑낑거리며 있는 힘껏 핸드폰을 들어올렸다. 불빛이라도 있으면 보이기 쉽지 않을까 싶어서였다. 그녀의 시선은 다행히도 곧 이곳을 향했고, 무쿠루마 또한 ‘화이팅!‘이라는 의미로 방긋 미소 지었다.
“우와, 심지어 이번만 노래? 오늘 무쿠루마 초 럭키-”라고 저도 모르게 속마음을 중얼거린 무쿠루마는 시작하는 음악에 작게 ’리링, 힘내.‘라고 조용히 속닥였다.
--공연은 무척이나 만족스러웠다. 무쿠루마는 귀를 먹먹하게 파고든 가사를 배경 삼아 공연하고 있는 리오를 바라보았다. 조명에 빛반사 되어 빛나는 은회색 머리칼을 흩날리는 모습은 차가워 보이는 겉모습과 달리 현재에 충실하여 있는 양껏 정열을 토해내는 것처럼 보였다. 무척 뜨겁고 열기 어린 모습에 무쿠루마 또한 감화되어 숨을 흡 들이킨 채 모조리 망막에 새겨넣을 듯 지켜봤다. 몇 분의 시간이 수 초의 시간처럼 빠르고 느리게 지나갔다. 순식간의 일은 과거의 일이 되어 영원하게 자리잡았다. 그제야 무쿠루마는 참았던 숨을 내쉬었다. 제 친우의 열기는 옮겨붙어 무쿠루마의 양 볼 위로 얹어진 채였다. 그래서 공연이 끝나자마자 대기실 근처로 달려갔다. 얼굴은 여전히 부푼 열정으로 상기된 채였다. 어서 이 감상을 말해주고 싶었다.
그녀가 무쿠루마의 시야에 있는 곳으로 나오면 곧장 총총 뛰어가 색색의 감정을 숨길 새도 없이 눈빛으로 몽땅 토해냈다.
“리링, 대단했어! 진짜, 진짜, 지인-짜로! 나, 들으면서 마음이 찌잉- 했던 거 있지. 뭐야아, 잘할 줄 알면서 왜 그렇게 긴장했던 거야?”
리오의 윽박질에 어쩐지 카페의 분위기가 화끈하게 더 달아오른 것 같은 기분이지만······. 곳곳의 ‘우횽~’이라든가, ‘아잉~!’ 같은 목소리들을 애써 무시하며 미야나기는 다시금 얼음 공주로서의 리오는 단지 일을 하는 중인 것뿐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러면서 그녀는 진심으로 감탄했다. 정말 굉장하다, 리오······! 연기를 따로 공부한 적도 훈련 받은 적도 없을 텐데 이렇게 한 캐릭터에 충실하게 몰입할 수 있다니. 게다가 1인2역—혹은 다중인격— 연기는 실제 무대에서도 고난도라 평가되어 최고의 배우 혹은 제1무용수가 그 자리를 맡곤 한다. 가령 <백조의 호수>의 오데트와 오딜이나, <지킬앤하이드>의 지킬 박사와 하이드처럼. 어쩌면 리오는 타고난 연기꾼일지도 몰라. 새삼 미야나기는 리오를 다시 보게 된다. ······또 리얼하기는 얼마나 리얼해서, 그 차가운 눈빛에 몸이 몇 번을 굳던지. 짜증스러운 말투와 함께 뚜벅뚜벅 자신의 옆으로 걸어나와 잔뜩 구긴 예쁜 얼굴을 마주치자 순간 미야나기는 시선을 휙 피했으나, 이내 다정한 눈길로 짧게 자신을 훑는 것을 느끼고 다시금 안심한다. 리오는 정말 상냥한 아이구나······. 이런 애와 1년 동안 같은 반이 될 수 있어서 진짜 기쁘다. 아무튼 미야나기는 진지하게 임하는 리오의 태도를 존중하고 자신도 좀 더 ’주인‘으로서의 역할에 몰입하기로 결심했다. 다행히 이번에는 단순히 아랫사람 노릇하는 콘셉트도 아니니, 하대로 인한 죄책감은 덜겠지.
“으응, 그럼······! 아리스 양, 나 이번에는 진짜로 열심히 할게. 자, 얼른 오므라이스 더 맛있게 만들어줘! 떠먹여주는 것도 좋아. 아니, 당장 떠먹이도록 해!”
그러면서 어색하게 얼굴 근육을 움직여 입을 ’아아-‘ 하고 벌린다. 분위기를 즐기기로 각오한 게 순 거짓만은 아닌 건지, 자신만을 위해 바릿바릿 움직이는 메이드들을 의연한 얼굴로 구경하고 좀 더 몸짓을 태연하게 하려 노력했다. 그래, 나는 대접 받는 사람. 하녀를 부리는 사람. 나는, 지금만큼은 이 여자아이들의 주인······! 대령되는 프렌치 프라이를 오만하게 바라보—려고 노력하—며 턱을 높게 든다.
“오므라이스에 프렌치 프라이······. 확실히 맛있을 것 같으니까. 근데 호— 하고 불어주는 거, 역시 아리스 양이 해주면 안 되려나? 난 고양이혀라서 뜨거운 건 잘 못 먹거든.”
얼마나 두리번거렸을까? 아마 그렇게 긴 시간은 아니었을 것이다. 아무튼 자신에게 다가와서 말을 거는 목소리가 들려 그는 목소리가 나는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이내 보이는 것은 베레모를 쓰고 있는 여성의 모습이었다. 얼핏 봐도 나이는 자신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물론 그 정도는 '10대 후반'이라는 표현에서 대충 짐작했기에 그는 딱히 당황하거나 놀라는 일 없이 미소를 지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네. 네. 토끼인형을 올린 사람이에요! 이렇게 말을 거셨다는 것은 메시지 보내서 구입하고 싶다고 하신 분 맞죠? 와. 저와 비슷한 나이일거라고 대충 예상하긴 했는데 정말로 딱 제 또래네요."
방긋 미소를 지으면서 치아키는 쓰고 있는 모자를 잠시 벗은 후에, 다시 제대로 머리에 쓰고 챙겨온 크로스백 가방의 지퍼를 연 후에, 그 안에서 포장지로 포장을 해서 가지고 온 토끼 인형 두 개를 그녀에게 내밀었다.
"여기 주문한 인형이 두 개! 혹시나 구겨질까 싶어서 포장해서 가지고 왔거든요. 요새 이런 것에 신경 쓰는 분들이 꽤 많거든요. 특히 인형 같은 경우는 구겨지면 아무래도 좀 보기 그렇잖아요? 아무튼 상품 확인해본 후에 마음에 드시면 대금 지불해주세요! 마음에 안 들면 그대로 가셔도 되고요."
택배거래가 아니라 직거래인만큼 얼마든지 상품을 확인해보라고 한 후에 그는 잠시 고개를 돌려서 가미즈나 고등학교를 바라봤다. 뒤이어 키득키득 웃으면서 그는 어깨를 으쓱했다.
"그런데 만날 장소를 여기로 정하다니. 얼마나 깜짝 놀랬는지 모르죠? 제가 이 고등학교 다니거든요. 학생회장 일 하고 있긴 한데. 아무튼 그건 중요하지 않으니 패스하고. 설마 여기서 만나게 될 거라고는 생각을 못해서. 아. 혹시 그쪽도 여기 학생?"
그래서 가미즈나 고등학교를 지정했다던가? 그런 식으로 미소를 지어 이야기를 하며 치아키는 상대를 빤히 바라봤다.
"키리나즈메 사야카" 왜 성이 5글자나 되는건지 이해할 수가 없다. 이름도 왜 3글자나 되는건지 모르겠다. 싶은 생각을 하지만. 어쩌겠나. 신관의 성을 미이 라던가 2글자로 하고 이름도 케이 같은 두글자로 해야했는데 안한 건 사야카였으므로.(쓸데없는 tmi지만 린 이라는 이름도 염두에 뒀었다고 한다)
"그치만 꽃잎 치우기 귀찮" 그래서 묻혔던거냐. 그랬던거냐!
"응. 편하려면 기능숙지 필요" 편하려면 기능은 의외로 숙지해두는 사야카였습니다. 지금의 고개 끄덕임이 가장 큰 움직임일까요? 그러다가 인간생활을 모른다는 말에는....
"그건 맞네..." 부정하지는 않습니다. 모르는 걸 부정해서 뭐합니까. 쿨하게 인정하는게 더 좋죠.
"나는 끝에 서 있으니까. 사라진다는 그 뒤를 모르니까 두려워하나." "그럼 같이 갈래?" 사실상 나랑 갈래는 나는 귀찮은거 하기 귀찮은데 넘김받을래에 가장 가까운 말일 겁니다. 그게 딱 티가 나요.
>>84 그럼 일학년 때부터 안면이 있엇으니까 학교에서도 자주 얼굴 보면서 익숙한 사이이겠네~ 그정도로 선관은 짜놓고 상황 정해볼까? 옆반이니까~ 합동 수업을 한다거나 아니면 케이가 교과서 놔두고 와서 미유키한테 교과서 빌리러 간다거나 하는 상황이 떠오르네. 아니면 다른 생각나는 상황 있으면 얘기해줘~
당장 떠먹이라는 말에 리오는 또 눈을 차갑게 만들었다. 금방이라도 얼어붙을 것만 같은 시선으로 바라보면서 이게 지금 제정신으로 하는 말인지 모르겠다는 눈으로 바라보면서 인상을 구겼다. '아무리 그래도 그건 선 넘은거 아냐?'라는 눈빛으로 바라보면서 팔짱을 끼곤 가만히 서서 아무것도 하지 않으며 바라보던 리오는 하... 하고 한숨을 내쉬며 옆자리로 다가와 앉았다.
" 아- 진짜 짜증나네. 어쩔 수 없네. 바보같은 주인님이라서 짜증나- 하.. "
떠먹여주는 것 정도는 해줄게. 하고 말한 리오는 뒤이어 들려오는 불어주는 것도 해달라는 말에 또 한번 하? 하고 인상을 찡그렸다. 실제로도 가끔 있기는 하다. 그리고 대부분은 거절당한다. 아무리 서비스라고 하더라도 기분 나쁜 것은 하지 못하니까. 더군다나 리오는 사람을 대하는 것도, 자신의 감정을 다스리는 것도 잘 하지 못해서 쉬이 상처받거나 고장날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즐겁다. 충분히 즐거운 마음으로 해줄 수 있다. 리오는 미소가 새어나오려는 것을 간신히 참으며 고개를 숙이고 후.. 하고 한숨을 내쉬곤 신경질 적으로 머리를 긁으며 고개를 들었다.
" 아- 짜증나!! 혼자서 할 줄 아는게 뭐야? 내가 하나부터 열까지 다 챙겨줘야해? 진짜 최악이야. 최저라고! 아무것도 못하는 바보 주인님이잖아! "
리오는 스푼을 들고 오므라이스를 조금 떠서 후-후- 하고 정성스럽게 불고는 사에의 입으로 가져가기 전에 '맛있어져라- 맛있어져라-☆' 하고 착실히 주문을 외우곤 그대로 골인시켰다. 맛은 어떻냐던지 너무 뜨겁진 않냐던지 하고 물어보는 것도 잊지 않았고 포크를 집어 프렌치 프라이를 집고는 또 다시 '맛있어져라- 맛있어져라-☆' 하고 주문을 외우곤 또다시 떠먹여주었다.
" 진짜 주인님 최악이네- 뜨겁진 않아? 맛있어? 어떻게 하나부터 열까지 다 해줘야해? 이런 주인님 처음이야 진짜. 아- 짜증나. 귀찮아. 그냥 혼자 먹어. "
말은 그렇게 해놓고 리오는 정성스레 케첩을 골고루 펴 바르곤 다시 한 숟가락을 떠서 정성스레 호-호- 불고는 주문을 외우고, 다시 입으로 가져다주었다.
쿵쿵쾅쾅, 거세게 딛는 발걸음에 널찍한 천장과 통로를 탄 소음이 복도를 야단스레 울린다. 사람이 지나다니고 이런저런 장애물이 포진해 있는 공간을 자칫 위험할 정도로 빠르게 내달리는 모습은 멧돼지라도 되듯 했다. 하지만 그렇게나 우악스럽고 요란하게도 뛰어다니는 주제에, 무언가와 부딪칠 찰나에는 가뿐하게 피하거나 뛰어 넘어버리니 그 재주 고라니 같다 해도 손색이 없다. …사슴은 고상한 이미지니 고라니라 해야 옳겠지. 좌우간 하루라도 조용히 지내는 날이 없는 그는, 지금 열심히 다리를 놀려가며 멀찍이 먼 뒤에서부터 들려오는 고함─"미나미야!! 거기 안 서냐─!!!!!"─으로부터 멀어지고 있었다. 와, 큰일이다! 이거 진짜 큰일인데 얼마나 큰일이냐면 진짜 큰일이야. 큰일이라 생각하면서도 만면에는 개운한 웃음이 가득해 얼굴이 반질거리고 있다. 시시각각으로 스쳐지나가는 주변 풍경을 흘끗 눈에 담으며, 그는 상황이 이렇게 된 이유를 찬찬히 돌이켜 보았다.
음, 일단 평소처럼 교복을 안 입고 뻗대다가 지나가던 선생에게 들켰고, 이리 좀 와보라는 말에 순순히 불려가는 척하다가, 늘 저를 단속하던 사람이 아닌 듯해 충동적으로 그 선생을 도발하고 튀었다. 쫓아오는 목소리가 유독 열 뻗친 듯 흥분해 있는 것이 그 증거다. 아니, 가끔은 이렇게 말 안 듣는 학생이 있어야 교사들도 유산소 운동을 해서 건강해지지 않을까? 아니면 말고. 인생이란 원래 자기 생각대로 되지 않는 법이니 받아들이라지. 속 편한 합리화의 내용대로 사무직에 불과한 선생은 곧 체력이 빠졌는지 어느 순간부터 소리치는 목소리도 발소리도 들리지 않게 되었다. 그제서야 린은 쿵쾅거리던 걸음을 늦추고 뒤를 돌아보았다. 뛰어다니느라 부딪칠 것처럼 아슬아슬하게 불쑥 튀어나온 그에게 놀란 학생이 몇 보이는 게 전부였다.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미루어 보건대, 이제 지쳐서 한동안 나타나지 않거나 그대로 돌아가 제 신상을 찾아보지 않을까. 그렇게 안심하려던 찰나, 다시 멀리서부터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거친 숨을 내쉬는 중년의 지친 목소리…… 저 아저씨 독하구만. 어지간해서는 포기하지 않을 것 같으니 다른 수단을 강구해야만 했다.
그의 시야에 괜찮은 도피처가 잡힌 것은 그때였다. 비품 창고, 잡다한 물건들이 많아 숨어들어가기엔 딱인 장소다. 린은 곧장 문을 거세게 열어젖히며 창고 안으로 들어갔다. 문도 대충 닫아버리고 완전한 여유를 좀 즐겨 보려 했는데, 웬걸. 아무도 없는 줄 알았던 공간에 선객이 있었다. 제 쪽에서 떠들썩하게 들어와 놓고서는 오히려 어리둥절한 눈으로 그가 상대방을 빤히 쳐다보더니, 곧 쾌활한 낯짝으로 이렇게 외치는 것 아닌가.
"안녕! 나 좀 잠깐만 숨겨주라. 이따 누가 나 여기로 지나갔냐고 물으면 못 봤다고만 하면 되는데."
통보하듯 가뿐하게 말하고서는 숨을 곳 찾기라도 하듯 물건을 마구 뒤적거린다. 그러다 곧 높게 쌓아놓은 상자들의 뒤편, 작은 틈으로 돌아가 찌그러지듯 몸을 구겨 넣는다. 무얼 하나 싶어 계속해서 지켜본다면 잠시 후 슬쩍 고개 빼고서 엄지손가락 척 올려 보이는 골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응? 네? 같은 또래라구요? 으아아. 열심히 고개를 끄덕이면서 입으로는 "네. 딱 시간에 맞춰서 만날수 있었네요 반갑습니다." 같은 상투적인 인삿말을 자동적으로 내뱉는다. 읏, 와타누키 미후유 어떻게 할거에요. 인생 최대, 아니 최대까지는 아니더라도 조금은 위기라고요? 처음 보는 학교 학생분들께 인형을 좋아하는 어린아이 이미지로 기억에 남을 수는 없어요! 그래도 같은 학교 사람은 아닐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작은 희망을 붙잡고 이미 딱 같은 또래라는 말에 멈춰서 사고의 흐름을 정상적으로 애써 돌려 놓는다.
편하게 모자를 벗는 치아키의 앞의 똑같이 모자를 벗을 수 없는 미후유는 머핀이 들은 봉투를 쥔 손을 꼼지락 거리면서 모자 아래로 흘끗 상대의 얼굴을 바라본다. 어디서 본 것 같네요. 그래, 또래니까 아마도 길을 건너다가 봤을 수도 있겠죠. 그럴거에요. 종휭무진 생각을 마구오가면서도 착실하게 인형에 고정된 눈은 건네지는 인형을 보고 자동적으로 한 쪽 손을 내밀어 인형을 받았다.
"그으...감사합니다. 솜씨도 좋으신데 정말 친절하시네요."
무슨 말을 해야하지 평소에는 잘만 말이 나왔는데 요상하게 지금 딱 말문이 막혔는지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사람을 앞에 두고 답답한 인삿말 정도 밖에 할 수가 없었다. 정말 한심합니다. 이럴때만 왜 이러는지. 어라 같은 학교 학생이라고 하네요 이 어색한 상황을 타파할 기회가 생겼습니다. "정말요? 저도 이번 학기에 전학왔으니 이제는 여기 학생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제가 지금 무슨 말을 한 걸까요. 이미 엎질러진 물은 어떻게 할수도 없고 이미 지금까지 버릇으로 자동적으로 미후유의 얼굴은 생긋 미소를 지으면서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인터뷰는 아니지만, 심판하는 건 저의 스탠드입니다! 오라오라오라오라오라-' ―라고 하는 일은 절대 일어날 일이 없고. 단순히 당신의 망상에서 끝나버렸다... 제 아무리 종잡기 어려운 그녀라고 하더라도, 만약 그런 식으로 기묘하게 이야기가 전개되었다면 당신에게는 여러 범죄자 취급 받는 것 이상으로 큰일이었을지도.
"......제가 말하는 것은 그보다 좀 더 앞의 이야기입니다."
다행스럽게도 그녀는 차분하게, 혹은 느릿하게 말을 이어가지만...
"그때, 필멸자는 분명... 죽음과 영, 그리고 자신의 사후에 대해 더 알고 싶다고 말했던 것 같아서..."
...아니다. 영이라면 몰라도 죽음이나 자신이 죽은 뒤에 대해 관심을 보인 적은 없다. 그렇지만 그녀는 홀로 뭘 어떻게 얘기를 들었는지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터무니 없이 이야기를 해나가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저는, 당신에게 제가 알고 있는 명계의 지식을 조금이나마 나누어 드리려고 했습니다만, 당신은 이미 사라지고 없어서......"
허나 그렇다고는 하지만... 그녀는 내리 깐 시선으로 당신의 눈을 흘긋흘긋 살피면서 물음을 건넨다.
인형을 좋아하는 것인지, 아니면 선물용으로 사려고 하는 것인지. 사실 치아키에게 있어서 그 문제는 그렇게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어쨌건 자신이 만든 물건을 좋아해주고 사주는 사실. 그것이 그에게 있어선 제일 중요했기에 왜 사는지의 이유를 묻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 지금도, 그리고 아마 앞으로도.
아무튼 친절하다는 말에 그는 괜히 기분이 좋아 입꼬리를 잔뜩 위로 올리면서 좋아하는 티를 아주 강하게 냈다. 그래도 조금은 쑥스러운지 그는 두 손을 가볍게 휘저으면서 고개를 살며시 도리도리 저었다.
"에이. 택배도 아니고 직거래인데 이 정도는 해야죠. 상품이 일단 마음에 들어야 사는거지. 상품도 마음에 안 드는데 강제로 사라고 할 수도 없는 거고. 그러다가 김에 상품이 마음에 들어서 다음에도 이렇게 사주시면 정말 고맙고요. 꼭 인형만이 아니라 다른 것들도 한번씩 만들면 올리기도 하거든요. 이게 또 용돈벌이에는 쏠쏠해서 좋고 그래서."
말을 마친 후, 그는 열려있는 가방의 지퍼를 다시 닫았다. 물론 다시 돌려줄 가능성도 있지만 그래도 계속 열어놓고 다닐 수는 없는 노릇이었으니까. 한편 그녀의 입에서 이번 학기에 전학을 왔으니 여기 학생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그 말에 치아키는 절로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다가 키득키득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
"전학왔으면 여기 학생이죠. 당연히. 아. 그러면 혹시 몇학년? 저는 3학년인데."
전학을 왔다면 확실히 얼마 되지 않았을테니 이렇게 새로 한 명 알아가는 것도 좋겠거니 생각하며 치아키는 살며시 그녀에게 질문했다. 뒤이어 그는 오른손 엄지로 자신을 가리키면서 싱긋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
"그럼 여기 학생이고 전학생이라면 저도 정식으로 소개할게요. 가미즈나 고등학교의 학생회장. 아이자와 치아키에요. 학교 다니다가 곤란하거나 힘든 일이 있으면 얼마든지 학생회실로 찾아오세요. 바쁜 일 있거나 학생회실 출입금지 구역된 것이 아니면 바로 도와줄테니까! 아하하. 아. 꼭 학생회실이 아니라 그냥 학교 돌아다니다가 발견했을 때 도움 요청해도 괜찮고요."
물론 이렇게 말한다고 해서 찾아올 확률은 거의 희박했다. 하지만 이렇게 말이라도 해두는 것이 좋지 않겠는가. 그러면 정말로 만일의 경우에 도움을 줄 수도 있는 법이니까.
공연은 성공적이었다. 오프닝 무대의 조금을 받은 거라서 애초에 2시간짜리 단독공연도 아니었고 한 시간 정도의 셋리스트로 공연할 수 있었고 제법 많은 사람에게 얼굴을 익히게 할 수 있었다. 어리고 젊기에 할 수 있는 음악이었다. 순수하게 음악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노래한다던가 순수하게 내가 좋아하는 너와 함께 하고 싶다는 그런 의미의 음악이었다. 클래식을 알게되면 결혼해달라던가, 나에게 부족한 것은 인생 경험과 그 외에 또 무엇이더라- 하는 가사들.
체리 블라썸 펀치입니다 감사합니다. 라는 말과 함께 무대는 끝났다. 보통 같았으면 이후로는 뒷풀이나 다른 공연을 보러간다. 조금 땀에 절어서 대기실로 내려오자마자 수건으로 땀을 닦고 장비를 정리했다. 대기실에서 마른 옷으로 새로 갈아입고 마스크도 새로 갈아썼다. 이제부터 뒷풀이 갈까? 하고 말해오는 멤버들에게 리오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오늘은 친구가 왔으니까 무리라고 말했다. 그리곤 만나기로 약속이라도 했다는 듯 대기실 밖으로 도도도도 하고 달려나갔다.
" 미야! "
만나자마자 감상평을 쏟아내주자 리오는 부끄럽다는듯 '에헤헤-' 하고 웃으면서 얼굴을 붉혔다. 제대로 봐주었구나. 전부 제대로 봐주었구나. 리오는 손을 잡고 몇 번인가 흔들고 또 습관처럼 끌어안으려다가 옷도 갈아입었고 수건으로 땀도 닦았지만 어쨌든 공연하고 내려온 터라 땀이 났으니까 주춤주춤 하다가 손만 몇 번 잡는것으로 마무리 지었다.
" 제대로 봐줬구나- 응. 나, 기뻐. 무대에서 봤거든. 미야가 거기 있는걸 봐서 긴장하지 않고 웃을 수 있었어. 정말 다행이야. 만약에 말야, 미야가 오기로 했었던 자리에 없었으면 나는- "
죽어버렸을지도. 하고 말하려다가 아무튼 와줬으니까 됐지. 하고 생각하며 말을 멈췄다. 공연도 잘 마칠 수 있었고 친구의 깜짝 방문까지 있었다. 행복하다. 이렇게 생각해주는 사람이 있다는게 기쁘다. 게다가 무대에서 내려오고 나면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바라봐주고 칭찬해준다. 귀엽다던가, 예쁘다던가 하는 말들. 그런 말들을 잔뜩 들으면 기분이 좋다고 할지 살아있다는 기분이라고 할지. 리오는 벅차오르는 가슴에 잔뜩 우쭐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 살짝 덥네. 응. 나 이제부터 일정 없는데 미야는? 같이 돌아갈 수 있어? 일정 있으면 내가 같이 가서 기다릴 수 있어 "
누구랑 어디서 뭘 하던 옆에 한 자리를 차지하고 기다리겠다는 말이었다. 곤란하다고 한다면 어쩔 수 없다며 먼저 돌아가겠다만 그래도 가능하다면 같이 붙어있고 싶은 마음이었다. 같이 있을 수 있다면 같이 있는게 제일 좋지만 그것보다 더 싫은 것은 미움받는 것이니까. 이렇게까지 의지하고 있는데 미움받아 버린다면 그 때는 정말, 응.
"더 줄여서 리나는?" "근데 그렇게 불러도 대답 안할수있음." 키리나에서 기어이 한글자를 더 빼려는 인ㄱ..아니 신 같으니라고
"한번에 2시간 낭비가 십년동안 매일 1분씩 낭비하는 것보다 경제적" "에 아쉽" 물귀신같은 제안을 안 받는 건 당연한데 뭐가 아쉽이야 뭐가
"음. 그럼 나중에 오구치 만나면" "어둠 속에 파묻은 부끄러운 걸" "꺼내줄 수 있을 거야." 원래 어둠에 사로잡히는 중2병 시기가 매우 그렇다잖아. 같은 생각으로 말한 것 같지만 진심이라곤 한톨도 없는 무기력한 말입니다. 애초에 그런 걸 꺼내기도 귀찮아할걸?! 대신 주머니에서 초콜릿을 꺼냅니다. 하나 드쉴? 이라며 팔을 들어 살랑살랑 흔드네요. 후회하는 거라!
"있어. 한 천년쯤 더 아무것도 안했으면 지금쯤..." 이라던가. 라는 말을 합니다만. 안한 걸 후회하는 게 아니라 아 안했으면 좋았을텐데라는 점에서 글렀어요.
마치 키트리나 에스메랄다라도 된 것처럼, 당돌하고 오만방자하던 태도는 어디가고 리오의 도끼눈 한 방에 또다시 미야나기는 한없이 작게 쪼그라든다. 으악, 역시 후 불어달라고 한 건 그래 좀 심했지. 내가 리오라도 진짜 혐오스럽고 완전 싫을 것 같다······! 왜 그랬을까, 과거의 나! 아무리 메이드 카페라지만 정도가 있잖아! 지금의 행동은 아까 저 이상한 아저씨들과 하등 다를 게 없어. 아니, 더 더러워—!! 심지어 더러운 것도 아니고 드러워! 머릿털이 바짝 곤두선 채 안절부절 못하던 미야나기의 시선이, 리오가 다가오는 만큼 밑으로 점점 내리깔아진다.
“윽, 리오, 아니, 아리스······! 방금 그건 내가 생각해도 진짜 좀 선을, 넘었거든? 그러니까 아까 건 못 들은 걸로······.”
곤란한 얼굴로 식은땀을 빼다 말고, 기다렸던 대답은 의외로 승낙의 뜻을 담자 엑. 하고 눈을 동그랗게 뜬다. 지, 진짜로? 떠먹여주는 걸로도 모자라 호호 불어서 준다는 말이야? 사랑의 입김으로? 고장난 기계처럼 어버버하기가 무섭게 리오는 실제로 그렇게 하려 했다. 리오가 숟가락을 입가에 대고 입김을 조심스럽게 불어넣자 미야나기가 속사포처럼 빠르게 말했다.
“미, 미안해! 난 진짜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무쓸모 쓰레기 니트 주인이야! 이런 주인님이라도 받아줘서 정말 고맙, 으븝.”
냠. 맛있다. 적당하게 식은 오므라이스를 넙죽 받아먹고 우물우물 씹었다. 메이드 카페 같은 거, 서비스값이니까 맛없을 줄 알았는데 의외로 맛있군. 그러면서 착실하게 물어오는 리오의 말에 대답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응, 맛있어. 아리스 양이 먹여주니까 뜨겁지도 않고 좋아.”
리오는 정말 프로야. 기분 나쁠 텐데 내색하지도 않고 척척 한 숟갈씩 떠서(진짜로?) 호호 입김을 부는 모습이(정말로?) 다시금 존경스럽게 느껴졌다. 실제로 근대에 태어나서 메이드를 했다면 틀림없이 하우스 키퍼 자리까지 올라갔을지도······. 미야나기는 알기는 할까, 보통은 그런 음침한 요청따위 단번에 거부당한다는 걸. 둘의 다정한 모습을 지켜보던 아저씨들의 표정이 점점 분노로 일그러지는 것(”우오오오! 용서 못 해!! 절대로 용서 못 해!! 당장 저 녀석, 새끼 손가락을 잘라버리겠어~!“)을 눈치도 못 챈 채 미야나기는 행복하게 넙죽넙죽 먹었다. ······그렇게 결국 그 자리에서 오므라이스와 프라이를 전부 아작내버린 미야나기가 냅킨으로 입가를 닦았다.
“아리스 양, 진짜로 고마워. 이렇게 하는 거 쉽지 않았을 텐데. 마지막으로 음료만 마실까? 마진 최대한 제일 많이 남는 거로 때려줘도 좋아.“
"그래도 친절은 친절이고 그 친절에 대한 감사는 표현해야 마땅한 거에요. 적어도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친절한 사람이네요. 친절하고 세심한 사람이니 학생회장직을 맡았겠지만요. 당황한 와중에도 착실하게 씩 웃는 상대방의 얼굴에 어쩔수 없다는 것처럼 부드럽게 웃으면서 대답하는 자신이 있었다. 자연스럽게 몸에 베인 배려는 어디가서도 배려를 받는 사람 뿐만 아니라 하는 사람의 얼굴도 높여주는 보물이 아닐까요. 저도 배려를 하려 노력하지만 글쎄요. 한창 일탈을 하던 동생의 얼굴이 떠올라 목도리 아래로 순간 씁쓸하게 웃다가 용돈벌이로 쏠쏠하다는 말에 방금 전 모든 색상의 옷을 다 사고 아르바이트를 할까 고민하던 저가 생각나 피식 웃어버린다.
"그러면 사양하지 않고 다음에도 편한 마음으로 이용하도록 할게요. 저도 3학년인데 이렇게 만나다니 정말 우연이네요. 반갑기도."
순간 사고가 마비되어서 제가 생각해도 정말 묘하게 웃긴 문장을 만들어버렸단 생각에 다시 얼굴을 목도리에 파묻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민망해라. 하지만 이미 지난건 지난일이었고 엎질러진 물은 다시 컵에 담을 수가 없었다. 그렇다면 해야할 일은 지금 상황을 피하지 않고 적당히, 어떻게든 수습하는 것 밖에 없었다.
"3학년 C반의 와타누키 미후유입니다. 온지 얼마 되지 않아 모르는 것이 많으니 어쩌면 결례할 일이 같기도 하고 이런 일로도 볼 수 있을테니 앞으로 잘 부탁드려요 아이자와군. 앗, 금지된 구역에 들어갈일은 전혀 없을거에요 물론 저는 그렇겠지만... 흠흠, 아무튼, 인형이 정말 예쁘고 도시의 친구에게 좋은 선물이 될 수 있을것 같아요."
잘...넘겼다! 왜 기억하지 못했을까. 학생회장이라는 말에 이번만은 조금 원망하고 싶은 좋은 기억력이 자동으로 전학수속을 밟을때 멀리서 보았던 남학생을 머릿속에 그렸다. 다행히도 너무나 순간이었던 탓인지 아이자와군은 저를 기억하지 못하는 것 같고 잘 넘기면 될 것 같다는 생각에 선물이라 둘러대었다. 이번 학교에서는 아무런 사건사고 없이 좋게 지낼 수 있으면 좋겠건만. 자신있게 잘 지낼수 있을 것 같다며 답을 못하는 것에 서글퍼지는 감정을 뒤로 하고 손에 꼭 쥐고 있던 머핀이 든 봉투를 건네었다.
"이번에 이사오기도 했고 상냥한 서비스에 대한 감사의 마음으로 소정의 선물을 드리고 싶어서 가져왔습니다. 좋은 베이커리가 많아 여기저기 둘러보기 좋기도 하고, 그래서 좀 많이 간식을 사버렸거든요."
정말로 또 이용해줄지, 아니면 당사자가 앞에 있어서 듣기 좋으라고 그런 말을 하는지까진 치아키가 알 도리가 없었다. 하지만 말이라도 그렇게 해준다면 그건 판매자 입장에선 정말로 기분이 좋은 일이었기에 그는 기분 좋은 감정을 조금도 숨기지 않고 방긋 미소를 지었다. 아무튼 상대가 3학년이라는 말에 그는 잠시 생각을 하면서 그녀의 얼굴을 빤히 바라봤다. 그럼 동갑 아닌가? 물론 누군가의 나이가 1살 정도 어리거나 1살 정도 많을 수도 있겠지만 일본의 나이 제도에 그런 것이 크게 중요하던가. 그렇게 생각하며 치아키는 미후유를 바라보면서 살며시 제안했다.
"그렇다면 사실상 동갑이라는 건데 말 서로 편하게 할래요? 오. 3학년 C반? 그러면 옆반이네요. 저는 3학년 B반인데! 아무튼 와타누키 미후유라. 아름다운 겨울이라는 의미에요? 아무튼 와타누키 양이라고 부를게요! 아하하. 그래준다면 감사해요. 학생회실에서 가끔 정말로 조용히 처리해야할 일이나, 기밀적인 일을 하거나 하는 경우도 있어서 그럴 때 누가 들어오면 진짜 곤란하거든요."
물론 재작년에도, 작년에도 그런 일은 없긴 했지만 그래도 혹시 모를 일이었다. 몰래 들어오려고 하는 이는 들어오려고 할 수도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 와중에 '저는 그렇겠지만' 부분은 조금 마음에 걸렸는지 그는 잠시 음. 소리를 냈다. 마치 자신은 그럴거지만 다른 이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투의 말이 아닌가. 하지만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으며 그는 모자 밑으로 살짝 흘러나온 머리카락을 정리했다.
"선물용이에요? 그렇다면 잘 보내주세요! 포장지. 그대로 쓰셔도 될 것 같은데. 아. 뭘 이런 것을 다. 하핫. 고마워요! 설마 물건 팔러 왔다가 뭘 받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는데."
손에 쥐고 있는 봉투를 자신에게 내민 것에 그는 손을 뻗어 그 봉투를 잡았고 그 내용물을 확인했다. 제법 맛있어보이는 머핀을 바라보며 그는 저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고 다시 봉투를 닫았다. 나중에 집에 가서 천천히 먹어야겠다고 생각하며 그는 다시 미후유를 바라봤다. 뭔가 상당히 주변 사람달을 잘 챙기고 배려심도 깊고 예의도 바를 것 같은 것이 학교 내에서 금방 인기를 얻지 않을까라고 그는 추측했다. 물론 실제 그렇게 될지는 알 수 없었지만 적어도 좋은 인상을 받는 사람은 많겠다고 그는 이어 확신했다.
"그럼 이건 집에 가서 맛있게 먹을게요! 아. 그리고 같은 학교고 같은 반이라고 하니까 금액은 조금 더 깎아줄게요! 그러니까..."
그가 새로 제시한 가격은 10퍼센트 정도 할인한 가격이었다. 애초에 큰 돈을 벌려고 하는 것도 아니었고 같은 학교 아이. 그걸 넘어서서 같은 학년에 바로 옆반 아이를 만났다는 것이 너무나 반가워서 그는 그렇게 가격을 제시하며 싱글벙글 미소를 보였다.
>>126 사신님도 반가워요! 쫀새벽이에요 😊 이 시간대라면 왠지 사신님도 굉장히 텐션 높을 것 같은 느낌아닌 느낌..! >>129 >>134 아네 와타누기쨩 반가워요!! 일상 찌느라 고생 많으셨어요 😖 사에주도 안녕! 뭔가 달콤 쌉싸르한 선물을 많이 줄 것 같은 마니또랑 매치되셨어..!
" 진짜 짜증나- 아무것도 못하는 바보 주인님. 입가에 잔뜩 묻었잖아. 바보같아. 짜증나- "
리오는 식사가 마쳐지자 냅킨을 꺼내 거리낌없이 입가로 가져가서 톡톡톡 하고 닦아주었다. 보통의 사람에겐 절대 하지 않는 서비스다. 이렇게까지 할 수 있었던 이유에는 당연히 본인 스스로가 즐겁기 때문이 첫 번째이고 사에양과 친해지고 싶다는 이유가 두 번째였다. 같은 반인 친구지만 사람 대하는 걸 힘들어하기에 먼저 말을 걸 용기따위는 없었기에 이런 기회가 생긴 것이 정말 즐거웠다. 그래서 리오는 미소를 짓고 웃음을 짓고 싶었지만 나름의 프로정신으로 이렇게 차가운 표정을 유지하고 있었다.
" 아, 아니. 저기.. 내가 좋아서.. "
너무 미안해하는 모습에 리오는 순간 원래 모습으로 돌아와서 살짝 기죽은듯한 모습으로 말했다. 아무래도 상급자용(?) 코스였던 탓에 너무 과하게 몰아붙인 느낌도 있었던것 같다. 리오는 목을 한 번 가다듬고는 마지막 음료 정도를 말하자 다시 원래의 서비스용 차가운 얼굴을 장착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시계를 보았다.
" 흥. 그러네- 슬슬 라스트 오더야. "
리오는 마지막 드링크는 뭘로 해주는 게 좋을까- 하고 고민했다. 원래 같았으면 '네 주인님-' 하고 말했겠지만 지금은 얼음공주이니까. 리오는 메뉴판을 보여주지도 않고 '이걸로 마셔' 하고 주문마저 자기가 정해버렸다. 긴급 시프트로 들어온터라 시급 1.3배로 들어온 셈이니 오늘은 친해지기위해서 한 턱 내는 걸로 처리해야지- 라는 생각이었다. 아까는 사쿠라 버블티였으니까 이번엔 시원한 블루 레몬에이드로-
" 아 참.. 그리고.. 사에양. 이건 내가 사는거야. 그.. 내가 그.. 친해지고 싶어서.. "
다음 수업을 준비해야지. 새벽 동안 큰 눈을 번쩍이며 인간들을 지키던 부엉이 신님도 인간의 몸으로 내려온지 어연 사 년에 가까운 시간을 보내고 나면, 그 생각하는 것 역시 인간다워지고, 제 신으로서가 아닌 학생으로서 본분을 다하려고 하는 것일까. 그렇게 다음 교시를 준비하고서, 미유키는 창문으로 넘어오는 초봄의 햇살에 창가에 다가가 선다. 창 너머 여린 잎, 꽃망울 맺힌 나무를 건너다보며, 햇살에 나른하게 졸음에 빠져들고 있을 때. 같은 반 학생이 누군가가 저를 찾는다고 일러주었을까. 그에 고개를 돌려, 바라보면 열린 뒷문 밖으로 선 영원토록 고마울 너를 본다. 우연히 같은 학교에서 다시 보게 되었던 고마운 네가 무슨 일로 절 찾는 것일까. 무슨 곤란한 일이라도 있는 것인지. 미유키는 제 알려준 반 학생에게 고맙다 인사하며 절 기다리며 서 있을 네게 다가와 앞에 선다. 그리고서 그 큰 눈을 깜빡이며 널 물끄러미 건너다보다간, 그 상냥한 목소리로 묻는다.
290 자캐는_자신이_얼마나_귀엽다고_생각하는가 예???????? 어... 일단 본인을 아저씨나 노인네... 대충 이쯤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서 객관적으로 봤을 때 귀여운 건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어🤔 근데 객관적인 판단과는 별개로 염치가 없어서 귀여운 짓 하라면 할 수 있음(으악) 그리고 귀여운 건 몰라도 본인 얼굴 잘생긴 것만은 확실하게 알고 있어. 그래서 더 뻔뻔하고...
597 자캐에게_더_어울리는_건_흰와이셔츠_vs_검은와이셔츠 음~ 다른 조합 없이 셔츠만 달랑 입는 거라면 흰색이라고 확신해!!(๑•̀ㅂ•́)و✧
490 자캐가_막춤을_추지_않으면_나갈_수_없는_방에_혼자_갇힌다면 ???? ㅋㅋㅋㅋㅋㅋ ㅋㅋ ㅋㅋㅋ아니 이게 무슨 '그냥 추고 나가지 뭐'라는 입장이십니다... 어차피 혼자기도 하고 원래도 이런 거 안 부끄러워하는 성격이라서 노상관.... 근데 오너는 부끄러움...🤦🏻♀️
슬슬 이것도 적응이 된 걸까. 입장할 때의 혼 빼던 놈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자연스럽게 고개를 쭉 뺀 채 입가를 닦는 손길을 받아들이는 놈만 남았다. ······어디선가 자꾸 이글거리며 타오르는 눈빛이 느껴지긴 하지만. 이거 경호라도 붙여야 되는 거 아니야? 나 집으로 무사히 갈 수 있는 거 맞지? 아저씨들의 질투 어린 시선을 회피하던 미야나기는, 이내 ‘원래’의 리오가 잠깐 돌아왔던 것을 느끼며 방긋 웃었다.
“······그리고 아까 카페 오기 전에 말야, 갑자기 쏘아붙여서 좀 놀랐었지. 리, 아니, 아리스 양 때문이 아니고 순전히 개인적인 일 때문에. 그깟 감정 하나 컨트롤 못하고 한심하게 굴어서 정말 미안했어. 죄송합니다.”
정중하게 고개를 숙여 사과했다. 그러는 사이에 리오는 모르는 척 다시 차가운 얼음 공주 행세하는 게 조금 귀엽게 느껴졌다. ······잠깐, 귀여워? 아까는 그렇게 무서웠는데! 어느덧 완벽하게 적응 완료한 미야나기였다. 곧 도착한 파아란 레몬 에이드를 보며 와아- 하다 말고, 귀를 내리쬐는 웬 청천벽력같은 소리에 그녀는 다시 기겁해야 했다.
“응? 헉! 아, 아니야! 오늘 이렇게 고생시켰는데 음료까지 사게 할 수는 없지. 나 카드 있어.“
얼른 허겁지겁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 카드를 보여줬다. 이거, 이거 용돈 카드! 잔뜩 써도 되는 거! 하지만 이 정도로는 리오 역시 순순히 물러나지 않을 것 같아, 미야나기는 노파심에 더 완강히 강수를 두기로 했다.
“······혹시라도 진짜로 사줄 마음이거든 접는 게 좋을걸. 여기 메뉴판에 있는 음료 전부 주문하고 계산한 뒤에, 도망가버릴 거야? 이런 거 안 사줘도 우리 친구니까 안심해, 리오.”
503 타인과_함께_걷고_있는데_그_사람이_너무_빨리_걸을_때_자캐는_느리게걸어달라고말한다_vs_빠른쪽에맞춘다 보통은 상대 맞추는 편이지만... 한량기질 있어서 걸음이 느린편일듯? "아노ㅡ 저 뒤쳐지고 있는 겁니까~? 저기요? 조금만 기다려주실 수 있으신지요?" 라고 대놓고 묻는 편이지
193 자캐가_두려워하고_있는_것은 죽음이지. 아까 일상에서 조금 서술했지만 이미 훗카이도 늑대는 멸종했거든 😅 인간의 믿음이 끊기면 진짜로 끝인거라고 보면 돼. 그래서 유독 수호신 역할에 충실하기도 하고 인간친화적이기도 하고.
437 자캐는_얼마나_자주_우는가 잘 안 울지? 사실 이놈이 우는 거 전혀 상상 못하겠어 진지해지거나 쎄해질지언정 울지는 않지 않을까?
가미즈나 고교의 전통만큼 오래 된 비품 창고. 먼지가 보얗게 쌓인 상자나 집기 따위가 정돈된 듯 아닌 듯 제법 너저분하게 쌓여 있는 가운데 서 있는 깡마른 체구의 소녀 하나. 어쩐지 자신의 분위기와 잘 어울리는 장소네~ 하고, 사치는 생각했다. 어쩐지 물건이 가득 차 있는 곳이라 그런지, 둘러싸여 있는 것이 묘하게 안정감이 되는 것 같기도 한다. 아, 어쩌면 몰래 비밀의 장소로 여겨도 좋을지도. …..그치만 조금이라도 날이 어두워지면 무서울 것 같으니 그만두기로 하자.
아무튼 각설하고, 왜 자신이 지금 여기에 있느냐? 그것은 바로 🔥비품창고 정리배 가위바위보 배틀🔥에서 쓰디쓴 패배를 겪었으므로. 사치의 불운은 예로부터 게임과 경쟁에서도 질세라 두각을 나타내고는 했다. 그리하여 웬만하면 조건내기가 걸린 게임에는 참여하지 않으려고 별의별 노력을 다 했는데, 하필 오늘 청소당번을 정하는 일이 생기리라고는.
하, 다행이야, 그래도 밤도 아니고, 그렇게 넓지도 않고… 별 것도 아닌 것으로 위안을 삼으려 노력하며 옆에 놓인 알 수 없는 작은 박스를 집어드는 것이다. 그런데 오늘따라 어쩐지 복도가 조금 소란스러운 것 같기도, 아까부터 밖에서 쿵쾅거리는 발소리가 바쁘게..
…..쾅!
“….엑?”
타앙.
그 때였다, 갑자기 누군가가 급작스레 들이닥친 것은! 오소소소, 박스 위 가득 쌓인 먼지가 진동하는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거세게 문을 열어젖히고 들어온 이는 다름 아닌 남학생. 문은 열렸던 때와 마찬가지로 급박하게 닫히며 큰 소리를 내고.
…..누, 누, 누, 누구세요~~~~~??!?!
게다가 정체를 물어볼 틈도 없이 다짜고짜 자신을 숨겨 달라며 능청스럽게도 부탁하는 것이 아닌가! 턱이라도 빠진 듯 뜨아악, 한 얼굴로 어버버거리는 사치를 뒤로 하고선 냉큼 몸을 숨기고, 곧이어서는 상큼한 얼굴로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인다.
무슨, 무슨.. 이게 무슨 일이지? 상자를 들어올린 그 모습 그대로 굳은 채, 사치의 정신은 잠시 안드로메다를 향해 날아가버리고 말았다. 그러나 이성을 되찾을 새도 없이 곧이어 묵직한 발걸음 소리가 또 하나, 문 밖에서 나기 시작하는 것이다. 철컥, 문이 열리는 소리는 아까보다도 꽤 얌전했으나…..
대신 거기에는, 이럴 수가, 엄청나게 화가 나 보이는 선생님의, 도깨비같은 얼굴이! 복도를 전력질주라도 한 건지 제법 거친 숨을 몰아쉬며 사치에게 묻는다. 너, 혹시 남학생 하나 못 봤니? 검푸른 머리를 한 미나미야라는 놈인데. 망했다, 그래, 바로 뒤쪽 박스에 숨어있는 그 사람인 것이다! 눈동자가 스르륵, 하고 박스를 향해 굴러가려던 것을 마지막 남은 이성을 동원해 필사적으로 동여잡는다. 숨겨달라 했었지. 아마 지금 이 선생님에게 걸리게 되면 일단 뼈도 못 추리게 될 것. 그렇다면 사람 하나 살리는 셈 치고 돕는 수밖에 없다! 사치 베르단디, 진정해라. 펴, 평정심을 유지하려면 어떻게 했었지? 일단 눈을 피하지 말고, 차분한 목소리로, 말 더듬지 말고……
…….. …. ..
“…..모, 모모모, 모, 못 봤는데요~~~~??!?!!”
저질렀다, 사치 베르단디!
누가 봐도 100% 수상하다! 머릿속에 스스로의 이마를 찰싹 때리는 누군가의 모습이 스쳐 지나간 것 같다.
>>183 그렇군요. 오구치는 걸음이 조금 느린 편이다. 하지만 같이 걸어가는데 저렇게 빨리 지나가버리는 상대가 나쁜 거예요! 으앗. 하지만 신이니까 그렇게 금방 죽거나 하진 않아요! 믿음이 끊어져도 신은 존재한다구요! 정말로 오래오래 살다가 언젠가 갈 때가 되면 사라지는 것이 바로 신이니 죽음을 무서워하지 않아도 괜찮아! 오구치!! 8ㅅ8 울음이라. 혹시 늑대의 하울링은 울음에 해당되지 않나요? (도주)
>>189 그렇지만 가오가 없잖냐!!!!!!!!! 훗카이도 밀밭를 호령하던 늑대의 품격. 어디간거야!!!! 허접잡신이 되고픈 마음없다!! 라는 기믹이 있지 사실 반쯤 농담이고 이미 멸종을 경험해버렸는걸 ;3 덧없는게 있다는 걸 아는거지 인생의 쓴맛을 알아버린거라고 해야할까 문명 발전 이후 현실과 타협한 편이지
물러설 생각이 없다라기 보다는 처음에 힘든 모습을 조금 봤으니까 이 정도는 해주고 싶었다. 친구니까 안심하라는 말에 리오는 또 한 번 미소지었다. 오므라이스가 끝나고 라스트 오더로 주문한 드링크가 나오고부터는 얼음공주는 끝. 이제는 리오와 아리스의 그 아슬아슬한 줄타기다. 조금 꾸물꾸물 대는 것은 리오, 능숙하게 접대하는 것은 아리스.
" 그. 그러면.. 음료수만이라도 내가 살게! 내가 사게 해줘. 어차피 결제도 내가 하니까 내가 할거야 "
리오는 그렇게라도 합의를 보려했다. 적어도 이 정도는 자신이 해 주어야 한다. 여기까지 끌고 온 것도 본인이고 이래저래 힘든 경험도 조금 시켜버렸으니 이렇게라도 해야 마음이 편하다. 리오는 그런 마음을 가지고 있었지만 입 밖에 꺼내기는 힘들었는지 우물쭈물하면서 애꿎은 손만 만지작 거렸다.
" 안될까요 주인님-? "
이중인격같은 느낌으로 아리스의 힘을 빌린다면 조금 더 과감하게 어프로치하는 것이 가능했다. 손님을 접대하고 호객행위를 하는데에는 아리스가 더 뛰어났고 본격적으로 '일을 한다'는 느낌이었으니까.
>>193 맞아 ㅋㅋㅋ 사실 상남진 기믹이 있긴 하지 정확히 집어줘서 고마우면서도 부끄러운걸 그렇지만 린도 그런 계열 아닌가? 이러다가 린이랑 오구치 만나면 무슨 일 벌어질지 약간 기대되기 시작했어 이러다 학교 창문쯤 깨뜨리고 고멘나사이ㅡ하면서 유유히 수상비타면서 라멘먹으러 갈듯 슷게ㅡ;; 칸고쿠노 카미 초 멋지잖냐~~
>>194 일단 리오와 치아키가 저희를 마구 매도해준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었어 어라? 사치의 어설픈 매도. 떠올려버렸다. 그런거로 부탁할게(??)
당장이라도 돈을 뿌리려는 것을 당신이 말리자, 그녀는 어쩔 수 없이 꺼내두었던 3000엔을 도로 넣어 둘 수 밖에 없었다. 그러고나서는 이렇게 중얼거리듯이 말한다.
"필멸자들은 금전이라면 모두 기뻐하는 줄 알았습니다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니. 인세는 역시 알기 어렵군요......"
돈과 부는 물론 무조건 좋은 것이지만, 단지 교내에서 길 안내를 해주었다고 3000엔을 받아가는 강도가 어디 있겠는가. 누가 본다면 감히 돈의 신인줄 알겠다. 당연히도 그런 순리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신은, 당신이 정중히 사양했음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마음에 걸리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고맙다는 말이면 괜찮을텐데. 허나 신이 되어서야 단지 그런 말뿐만으로는 신의 위상이 살지 않는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것이 틀림없었다. 물론 당신이 신도 아니고, 누가 뭐라고 하는 것도 아니고. 따지자면 당신은 그저 또 다른 신을 모시는 신관일 뿐이겠지만, 괜스레 신으로서의 자존감이 하늘을 뚫는 이 사신은 그런 걸 스스로 용납할 수가 없는 것이다. 그리고 그녀는 마침내, 좋은 대체 안을 하나 번뜩 떠올린 것처럼 고개를 치켜올리더니 말하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필멸자. 당신에게는 축복을 내리겠습니다."
축복이라면, 흔히 말하는 바로 그 축복일까. ...지금 여기서? 어떻게? 내린다고 하더라도, 토아는 모르겠지만 그녀는 수많은 팔백만 신 중에서도 사신이다. 과연 어떤 종류의 '축복'일지 불안이 솟아나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다. 이렇듯 피어나는 의문점은 모두 접어둔 채로, 당신에게 그러한 기적을 하사하는 것쯤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그녀는 말했다.
"받으시겠나요? 사양은 않으셔도 좋습니다......"
어쩐지 하사받는 인간이 아니라 자기쪽에서 안달이 나 이렇게 종용하고 있으니 더욱 불안스럽다.
아아, 그거구나. 그거. 여러가지 의미로 그거다. 얘도 이러나 저러나 오컬트는 관심이 있지만... 방향성이 살짝 다른 거 같다고 알아챘다. 그래. 아직 고둥학교에 막 올라온 상태다. 중학생 때 쯤 발병하는 '그 병'이 좀 늦게, 오래 간다고 생각하면 이상할 것도 없지.
하지만 이런 시즌에 단 한명도 받아주지 않고 현실을 대차게 꽂아넣어 버리는 것은 여린 감수성에 상처를 줄 수도 있다. 거기다, 나도 남말을 할 처지가 아니기도 하고. 오컬티즘이라는 걸 좋아한다는 건 아직 어른이 되지 못했다는거겠지. 똑같이 철이 덜 든 녀석들끼리, 사이좋게 지내도 괜찮을거다.
"뭐어... 내 죽음 같은건 잘 모르겠다만, 영적 존재나 사후세계 같은 것 관련으론 나도 취급은 하니까..."
그리고 솔직히 말해두자. 나는 이런 식으로 시선을 내리고 있다가 흘긋 올려다보며 부탁하는 것에 상당히 약한, 이 시대의 건전하고도 나약한 남고생일 뿐이다!
"좋아. 계속 복도에 서서 이야기하기도 뭐하고... 그럼 어디 좀 앉아서 이야기 할까? 아, 저기가 좋겠다."
공연장을 후끈하게 데운 열기가 아직도 공기 곳곳에 남아있었다. 그것은 대기실에서부터 달려오는 그녀의 구석구석 흘러들어갔는지 볼이 상기되어 있었고, 공연을 무사히 마쳤다는 뿌듯함이 저에게로도 전해져오는 듯했다. 오늘 리링 무지 열심히 했지. 사실 체리 블라썸 펀치의 멤버라는 것부터 놀랐지만, 남들과의 의사소통에서 꽤 애를 먹는 아이가 공연을 한다는 것 자체로도 놀라움의 연속이지.
"리링, 힘냈구나. 처음에 나 못 찾는 줄 알고 조금 철렁했어~."
친구라는 것에 의존성이 높은 리링이 패닉이라도 빠질까봐 식겁했다. 더군다나 '그 말'도 내뱉지 않았다. 무쿠루마는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경청하는 제스처를 간간이 내보이다가, '그 자리에 없었으면 나는'이라는 문장이 나왔을 때엔 여전히 입꼬리를 올린 채로 물끄러미 응시했다. 발언하기 직전까지 가는 위험은 있었으나 기어코 뱉지는 않았으니 장족의 발전이었다. 홀로 서기 하는 아기를 지켜보듯 약간의 간절함과 기대를 품고 지었던 미미한 미소는 어느덧 화악 환해지며 빵긋 웃었다. 그러면서 한 손은 그녀에게 잡혀준 채, 나머지 한 손으로 그녀의 은회색 머리칼을 쓰다듬어주었다.
"옳지, 옳지."
두어 번 토닥이듯 쓰다듬고 손을 떼면 리링의 권유에 잠시 오늘 일정에 대해 떠올렸다. 공연을 보고 난 후에는 쉴 예정이었는데 거기에 동행자가 생긴다 해도 나쁠 것 없었다. 오히려 가면서 공연에 대한 감상평이라거나, 그 외의 것들을 이야기 나눌 수 있었으니까. 게다가 동네가 같았으니 가는 길이 종착지까지 심심하지 않을 테다.
"나도 없어, 같이 돌아가자! 리링, 지금 안 힘들어? 공연 마친 직후잖아."
그렇게 말하고는, 작게 공연 곡을 흥얼거리며 전철 타는 곳으로 이끌었다. 개찰구를 넘고 입성하면 타이밍 좋게도 곧바로 전철이 도착했다. 사람이 꽤 많은 편이었는데, 완전히 퇴근 시간은 아니었는지 한두 자리 정도는 남아있었다. 무쿠루마는 그녀의 팔을 검지로 톡톡 두들긴 후 빈자리를 콕콕 가리켰다. 그러곤 입 모양으로 말했다.
리본 색이 붉으니 1학년. 하지만 모르는 얼굴이니 A반이나 C반이리라. 급박한 상황이라 자세히 살피진 못해도 인적사항은 대강이나마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저 이름 모를 여학생의 서툰 거짓말에 속으로 이마를 탁 친 것은 린도 마찬가지였다. 어쩐지 소심한 인상이긴 했다. 일부러 저러는 건 아닌 것 같은데. 거짓말을 심하게 못하는 건가? 어쩌면 분개한 선생 때문에 덩달아 겁을 먹어 당황한 걸지도 모른다. 목소리만 들어도 화가 뚝뚝 떨어지고 있지 않은가. 어느 쪽이든 나름대로 노력은 한 듯하니 제법 기특하다 생각은 들지만…….
망했다!
그 사실만은 변하지 않는다. 선생이 잔뜩 떨리는 목소리에 속아넘어가 주는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사실이지? 거짓말이면 너도 혼날 줄 알아." 분노 대신 이제는 의심이 묻어나는 목소리가 다가오기 시작했다. 거센 추격전으로 인해 힘 빠진 걸음이 바닥을 쓸며 이곳저곳을 향한다. 무언가를 열어 보는 소리, 꺼내어 치워내는 소리. 사람이 있을 만한 곳을 샅샅이 뒤지는 듯했다. 좁은 창고에서 뒤질 만한 곳은 많지 않았다. 이리저리 배회하던 발소리가 린이 있을 곳을 향해 다가오기 시작했다. 그는 숨죽여 새어나오는 호흡을 삼켜내었다. 시야 끝에는 상자 끄트머리를 굳게 붙잡은 남자의 손이 보이고─. 선생은 물건을 치워내 그 뒤편을 확인했다. 그러나 훤하게 뚫린 공간에는 아무것도 없다. 여학생이 보았기로 분명히 저 뒤로 들어간 게 확실할 텐데? 의심과는 달리 아무것도 나오지 않자 중년의 선생은 당황한 눈치였다. 그는 곧 자신이 헤집은 물건들을 원상복구하고, 뒷머리를 긁으며 성실하게 청소를 하고 있었을 뿐인 무고한 여학생에게 사과의 말을 건네었다. 무섭게 말해서 미안하다. 청소하고 있었니? 열심히 하렴, 같은 이야기 말이다. 그리고 다시 문을 열고 나가 사라졌다. 문에 가까운 여학생에게는 그 너머로 남자의 지친 한숨이 들려왔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지친 걸음도 완전히 떠나가고 창고가 다시 완전한 정적에 찬 순간.
"와! 진짜 쫄려서 죽는 줄 알았네. 이래서 사람들이 공포물 좋아하는 거구나?"
다시금 요란한 소리가 고요를 찢어내었다. 공간을 틀어막은 상자를 뻥 차면서 튀어나온 남학생이 구겨진 몸을 펴며 실실 웃고 있었다. 자, 이게 어떻게 된 일이냐면─ 꼼수 좀 썼다. 학생으로서 남궁 린이 이렇게 앞뒤 없이 구는 것도 다 감당할 자신이 있어서 그런 거다. 신출귀몰한 도깨비님이 잠시 사람 눈앞에 안 보이도록 사라지는 일쯤이야 쉬운 일이니까. ……고작해야 이런 장난질에 신의 힘까지 쓴다는 걸 창피해할 만도 하건만. 그런 사정을 모를 여학생으로서는 어떻게 받아들일지도 모르나, 그걸 배려해준다면 린이 아니었다. 그는 성큼성큼 여학생에게로 걸어가 씨익 웃더니 이내 손을 붙잡고 악수하듯 위아래로 마구 흔들려 했다.
미유키는 꽤 장신의 키를 가졌기에 다가와 가까이 서면 그 키가 비등비등했다. 눈높이가 맞아 눈을 마주치면 미유키의 본신을 떠올리게하는 크고 동그란 금안이 보인다. 그 모습을 보면 자신도 그냥 원래의 눈색인 금안으로 다닐 걸 하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미 늦었지만. 케이는 미유키가 용건을 묻자 눈꼬리를 접어 웃은 뒤 말했다.
"네, 이토이가와 씨. 간밤 평안하셨나요."
올빼미 신인 미유키의 일을 생각하게 하는 장난스런 안부 인사였다.
"다름 아니라, 가벼운 부탁이 있어 왔답니다. 제가 역사 교과서를 두고 왔지 뭡니까. 폐가 안 된다면 빌릴 수 있을까 해서요."
가볍게 웃은 뒤 말을 잇는다.
"그것 보다는 3학년 되고는 마주치지 않은 것 같아서 인사 겸. 겨울 방학은 잘 보내셨나요?"
"아무래도 현세의 삶과 밀접한 연관이 있기 때문이려나요? 그래도 '대개는 그렇지만 모두가 그러진 않는다.' 라는 이야기도 있으니까요."
금전은 살아가는데 있어서 중요한 요소 중 하나였다. 하물며 신사가 유지되는데에도 큰 영향을 끼치니까, 하지만 그저 중요사항 중 하나일뿐 탐욕을 부릴 정도로 필요한 것 역시 아니었다.
그럼에도 그녀는 무언가라도 보상을 하지 않으면 안된다는양 마음에 걸린다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저정도로까지 반응하는걸 보면 그래도 무언가를 받아야 하는게 예의일까? 하는 생각이 들던 찰나, 그렇다면 축복을 주겠노라 말하는 그녀가 있었다. 사양하지 않아도 좋다는 말은 어쩐지 거절은 거절한다,라는 말로 필터링되는 기분이 들었지만...
"그 또한 과분한 셈이지만, 마냥 사양 하는 것도 분명 예의는 아닐 테니까요."
축복을 주겠단 말에 따른 긍정의 답변이였다. 아무렴, 오히려 은혜를 베푸려 안달난 쪽이 신인데 고작 필멸자일 뿐인 인간이 어찌 거절하겠는가. 마음 한켠에선 과연 명부를 쥔 이가 내리는 축복이란 무엇일까, 하는 원초적인 호기심도 있었다.
신에게 받는 축복이란 편히 살게 하거나 편히 죽게 하거나 둘 중 하나일테니 아무렴 죽기보다 더 하겠냐만은, 방금 전 그녀의 말로 미루어보건데 아직은 자신의 명이 길게 남아있다 했으니 죽는건 아닐 것이다.
당신이 현실과는 이면에 있는 것들을 하나씩 입밖으로 나열할 때마다 그녀는 들릴듯 말듯한, 아주 조용한 혼잣말로 당신의 말을 중얼거리며 되풀이했다. 어떤 이유에서일까. 게다가 흐리고 가라앉은 자색빛의 눈동자 속에서는... 미약하게 빛이 가볍게 반짝이는 것도 같다. 그런 그녀는 당신이 장소 이동을 제안하자 이내는 뒤를 졸졸 따라 얌전히 벤치까지 걸어가 앉았다.
"...음, 그럼..."
먼저 운을 틔운 것은 그녀였다. 그녀는 펼쳐진 자신의 얇은 손 끝을 서로 마주치면서, 옆자리의 당신에게 시선을 보내며 묻는 것이었다.
당신은 축복을 받아들이기로 한다. 당신의 말에 긍정적으로, 그녀의 고개가 가볍게 들썩였다. 이렇게 된 이상 후회하거나 그렇지 않거나 둘 중 하나이다. 과연 무슨 축복이 될련지. 저주나 아니라면 다행이겠건만.
"―그럼 잠시."
그런데 그녀는 그렇게 말하더니, 별안간 사전 경고도 없이 당신의 불쑥 코 앞으로 다가와서는 뻗은 두 팔로 당신의 허리를 감싸 자신 쪽으로 끌어 안아 오려 하는 것이었다. ...느닷없이 포옹을 하려 드는 것이다. 그렇지만, 원채 둔한 그녀다. 행동 자체는 느릿느릿해서 아마 당신이 원한다면 손이 닿기도 전에 움직여 그녀의 팔이 허공을 젓게 만들 수도 있었을테다. 그렇지 않았다면, 그녀는 당신을 자신의 품 안에 그대로 감싸 안고 있다가 길지도 않은, 그렇지만 짧지도 않은 -실제로는 약 10초가량- 어느 정도의 시간이 흘렀을때 쯔음에서야 당신을 놓아주려 한다. 그리고나서 그녀는 얼굴색도 변하지 않고 조용히 말하는 것이다.
여러모로 뭔가 '서툴다'라는 느낌이 강한 이 중2병 신입생은, 벤치로 가자는 말에 날 앞장세우고선 뒤를 마치 병아리 쫓아오는마냥 졸졸 따라오고 있었다. 벤치에 도착해서 자리에 앉자, 이쪽도 따라 앉는다. 묘하게 귀여운 구석이 있네. 사람이 다른 사람을, 특히 외형을 평가해서는 안되는 일이긴 하지만 상당한 갭이 느껴졌다.
겉으로만 봐서는 굉장히 무뚝뚝하고, 어른스럽고, 좀 세보이는데도 눈빛이라던가, 몸짓은 전혀 딴판이었다. 약간 굼뜨기도 한게... 움직이는데 익숙하지 않다는 느낌? 이상한 비유지만, 느껴지는 바로는 그렇다.
"어디부터 시작해볼까? 일단, 영이 보인다고 했지? 그건 망자의 영혼? 아니면 살아있는 사람의 생령 같은거야? 참, 그렇게 되면 죽은 뒤에는 어떻게 되는거고? 영혼 같은게 어디로 가는게 아니라 남아있는거야? 아니면 어딘가로 떠나야 하는데 모종의 이유로 남아있다거나? 아니면..."
상대편의 느릿한 텐션에 비해, 이쪽은 입이 열리자마자 속사포마냥 질문을 마구 던져댔다. 질문이 몇 가지의 수준이 아니라는 점을 깨닫자마자 헙, 하고 다시 입을 일단 다물었다.
"아, 미안. 조금 들떠서. 굳이 이런 이야기를 하자고 찾아온 사람은 처음이었거든."
솔직히 그렇다. 그것도, 우리 학교가 정말 희한할정도로 선남선녀들만이 넘치지만... 이런 미인이 먼저 찾아와서, 괴담 내지는 오컬트의 이야기를 하자고 하다니. 이거 혹시 꿈인가? 당장 꿈이라고 해도 아, 그렇구나 하고 받아들일 정도의 가슴벅찬 일이다. 어쩌면 몰래카메라 같은건가? 그럴수도 있고. 정말이지 믿기지 않는 일이지만 당장은 믿는 모습은 보여주는 수 밖에. 그리고 조금 궁금해지기도 했다.
아니, 아무리 시급이 뛰었다지만 음식값 빼도 남는 거 있는 게 맞아? 메이드 카페, 급여는 꽤 쳐준다는 게 정말 사실—물론 리오의 말이 거짓을 가장한 배려일 경우도 고려해야 하지만—이었군. 하긴 일하는 걸 지켜본 입장에서도 일반 카페보다야 일이 참 고되어 보이기는 했다! 단순 서비스직이라기엔 직접 불 쓰는 요리도 해다 바쳐야 하는 데다 캐릭터 연기까지 해내야 한다. 그리고 이, 이상한 아저씨들까지 견뎌야 해······. 미야나기는 아무래도 메이드 카페 직원이라는 건 오히려 일종의 배우로서 받아들이는 게 맞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리오는 커서 연극 배우가 되고 싶은 거야? 아니면 아이돌이라든가.”
그나저나 나름의 강수를 뒀음에도 리오는 물러서기는커녕 전혀 양보할 생각도 없어 보인다. 게다가 뭐? 그나마 음료만 사는 걸로 이해했는데 그것도 아니고 전부 다 계산할 마음이었던 거였어? 아르바이트 한 돈을 이렇게 써버려도 되는 거야?! 저를 생각하는 마음은 고마웠으나, 친구가 땀 흘려 번 돈을 낼름 받아먹을 만큼의 철면피는 미야나기에게 없었다. 리오 역시 약간 쭈뼛대는 게 용기 내서 하는 말인 것 같긴 했지만······. 미야나기는 단호히 거절하는 게 좋겠다고 판단했다.
”억지 부리지 마, 리오. 서비스는 둘째치고 음식값은 먹은 사람이 치루는 거야. 시급 높게 받은 건 대타로 나온 거니 당연해. 그건 리오 몫이잖아.“
—근데 하마터면 넘어갈 뻔했다. 이런, 미인계라니! 주인님이라고 불러도 안 되는 건 안 돼! 차마 외면할 수 없는 눈빛으로부터 시선을 돌리며, 미야나기는 이미 카페와 한몸이 된 아저씨들을 한순간 이해할 뻔한 위기를 모면한다. 이거 까닥하다간 나도 저 아저씨들처럼 되는 거 아니야? 나도 저렇게 하루 종일 메이드 카페에서 죽치고 살게 되어버리는 거 아니야?! 단번에 상상되는 어두운 미래에 미야나기의 얼굴이 잠깐 하얗게 질린다. 그러다가는, 이내 소근거리며 털어놓는 리오의 이야기에 본인도 모르게 얼떨떨한 얼굴을 했다. 아무리 같은 반이라지만 제대로 대화해본 건 오늘이 처음인데, 타인이나 다름없는 자신에게 즐거웠다고 말하는 걸로 모자라 뭔가를 해주는 게 기쁘다고 한다. 살면서 또다시 이런 친구를 만날 수 있을까? 미야나기는 난처한 표정 대신에 그냥 환하게 웃기로 했다.
”······마지막에 나온 에이드만 리오가 사주기야?“
/ 씻으러 간다고 해놓고 기절잠 잔 뒤에 밤에 돌아온 죄인을 몹시 쳐주십시오………(석고대죄) 글에는 이름만 적었지만 실제로는 뒤에 -쨩이라고 호칭 꼬박꼬박 붙이고 있어!
그녀가 서툴러 보이는 것은 아마, 당신의 기우일뿐은 아닐 것이다. 그녀의 말이 사실이라면 이렇게 누군가를 찾아온 것도, 이야기를 하는 것도, 흔하게 있는 일은 아니었을테니. 하기사, 영이니 사후세계이니 하는 주제를 다루고 같이 나눌 범인이 어디 발에 채이겠냐만은... 하지만 그런 것을 감안하더라도, 우선 그녀는 '사람' 내지는 '다른 자'와의 커뮤니케이션 자체가 잦은 것은 아닌... 그런 느낌이었다. 그런 그녀는 당신의 물음을 한 번 다시 살피듯 시선을 저멀리 허공에 던지더니, 입을 열어 차근차근 이야기해주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내용이란...
"......제가 말하는 '영'이란 것은, 흔히 한 존재의 운명을 일컫는 것입니다. 영과 운명은 서로 묶여있는 것으로... 말하자면, 하나의 운명이 영이라는 형태로 불리며, 보이게 되는 것이에요. 즉슨, 운명이 다하면 영조차도 사라지게 됩니다. 필멸자들이 흔히 인지하고 있는 '죽음'은, 단지 한 존재의 운명이 죽음에게 인도 받아 명계로 향하는 과정인 것이죠......"
...묘하게 세세한 것이다. 이 모든 것이 그녀의 '뇌내 설정'인 걸까? 만약 그렇다고 한다면 어지간한 작가들의 입지가 흔들릴 지경이다. 그러나 그녀는 그것들을 얼굴색 하나 변치않고 막힘없이 이야기하고 있었다... 마치 그러한 것들이 실제로 존재하고 있다는 것처럼. 게다가 아직 끝나지 않은 것 같았다. 그녀는 계속해서 이야기했다.
"그리고 여기서 '명계'란, 필멸자... 당신이 살고 있는 인세의 안쪽면을 의미합니다. 죽음과 삶은, 경계를 두고 하나의 세계를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가끔은 안쪽에 있어야 할 영이 어떠한 이유로 경계에 걸려서 남아있거나, 겉면에 나타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한 경우는 가지각색으로, 저조차 모두 떠올리기 어려울 정도로 다양해요......"
그렇게 이야기 하던 와중, 그녀는 문득 다른 신경쓰이는 일이 있는지 시선을 낮게 낮추고서는 자신의 턱을 손으로 살살 문지르는 것이었다.
"......그렇다고는 해도. 요즘은 부쩍, 길 잃은 영혼들이 눈에 띄는 일이 늘어났습니다. 그 탓에 저는 조금 곤란하다고 느끼고 있는 참이었습니다만...... 과연, 어째서일까요. 으음..."
" 응.응. 찾아서 다행이야 정말로- 하마터면 오해할 뻔 했어. 내가 억지로 끌고 왔구나 하고.. 아니면 나보다 중요한 다른게 생긴 줄 알 뻔 했어. 아- 위험했네~ 그랬으면 나 죽어버렸을텐데 "
장난처럼 들리는 목소리였다. 힘들어 죽겠다던가 피곤해 죽겠다던가 할 때의 그런 일상적인 목소리 톤이었다. 그도 아니라면, 조금 맥락을 맞추자면 '에~ 헤어지기 싫어~ 보고싶어서 죽을지도 몰라~' 라고 하는 느낌. 보통의 사람들은 거기서 멈춘다. 어차피 진짜 죽을 생각도 없거니와 장난으로 하는 이야기에 불과했다. 리오는 조금 달랐다. 죽을거야- 라고 한다면 진심이다. 좋아해준 만큼 좋아해주지 않는다면 죽어버린다. 사랑해준 만큼 사랑해주지 않는다면 죽어버린다. 바라봐주지 않는다면 자기파괴적인 행위를 일삼고 바라봐주지 않아서 이렇게 됐다고 상대방을 탓한다. 이 악질적인 가시덩쿨은 속에서 자라서 점점 꿈틀거리며 자라나 숙주를 벼랑 끝에 내몰고 있다.
" 응. 좋아- "
리오는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것이 좋다는 듯 미소를 짓고 눈웃음을 지으며 눈을 감았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가장 잘 챙겨주는 친구 중 한 명이다. 그 만큼 소중한 사람이기에 미움받기는 싫다. 스스로가 자기파괴적인 행위를 일삼으면 좋아하지 않으니 고쳐나가야한다. 계속 그러면 미움받을지도 모를텐데 그건 정말 최악이니까. 리오는 같이 돌아가자는 말에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 괜찮아 괜찮아! 완전 괜찮아! 지금 완전 100% 컨디션이야! 그럼 잠깐만 기다려줘 짐좀 가져올게 "
리오는 금방 돌아온다고 말한 후 다시 도도도도 하고 대기실로 뛰어갔다. 등에는 기타를 메고 한 손에는 이펙터 보드 가방을 들고 걸어나온 리오는 나올때도 조금 급하게 뛰어나온 감이 있었다. 잠깐 사이에 없어져있으면 어떡하지 라는 말도 안되는 걱정때문에. 그 자리에 그대로 있는 미야를 보고 나서야 발걸음이 천천히 잦아들었다. 여유롭게 전철에 타고 나서 앉으라는 말에 리오는 고개를 한 차례 갸웃했다가 절레절레 저었다.
" 으응- 나는 괜찮으니까 미야가 앉아. 나는 여기 앞에 바닥에 앉으면 돼. 짐이 많아서 차라리 그게 편하기도 하구 "
지하철 바닥에 앉아있는 여자아이는 최악이려나 하는 생각이 순간 스쳐지나갔다. 주변에서 자신을 보는 시선이 어떤지는 잘 알고 있다. 저 녀석 위험하다던가, 제대로 지뢰라던가, 멘헤라니까 가까이 하면 끝 맛이 안 좋을 것이라던가 하는 이야기들. 그런 이야기들을 많이 들은 데다가 또 알고있기에 고쳐보겠다고 노력중이었다. 사실 바닥에 앉아있는 것도 별로 신경쓰지는 않지만 같이 있는 미야의 처지가 곤란해질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음- 하고 고민하는 듯한 제스처를 취한 리오는 이내 말을 바꿨다.
리오는 조금은 질색하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렇게 계속 생면부지인 사람들을 대해야 하는 직업은 절대 무리다. 인디 밴드로 활동하면서 라이브도 하고 있지만 이건 순전히 취미의 영역이라 언제든 관둘 수 있다. 다만 배우나 아이돌이라면 그걸 직업으로 삼아야 할 것인데 그렇게까지는 지금으로서는 절대 무리인 셈이다. 게다가 이렇게 이상한 악의로 가득 차 있는 사람은 대중 특히나 어린 아이들 앞에 우상으로 나서선 안 되는 법이다.
" 아, 에, 어, 억지가 아닌데.. 으.. "
더 우겼다간 미움 받을지도 몰라. 리오는 이 쯤에서 인정해야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다짜고짜 전부 자기가 계산하겠다고 한다면, 당연히 부담이 될 지도 모른다. 기껏 친해졌는데 또 다시 멀어질 수는 없으니까 리오는 타협과 양보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마지막의 에이드만 계산하는걸로 하자기에 리오는 금새 또 '응!' 하고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 응... 사에쨩하고는 친구.. 좋아.. "
성공했어 리오. 사에쨩하고도 둘도 없는 친구야. 친해지고 싶었는데 이제 친구가 됐어. 다른 사람들 앞에서도 잔뜩 붙어다니고 항상 과시할 수 있어. 사에쨩하고는 좋은 친구. 리오는 미소를 짓고 다시금 '좋아' 하고 말했다. 사에도 웃어주고 있었기에 리오도 마찬가지로 웃을 수 있었다. 아리스로 돌아가지 못하고 웃고있었다. 리오는 흠흠, 하고 목을 가다듬고는 다시 일할 시간이라는 듯 손을 가지런히 모았다.
상당히 세세하고, 특이한 개념의 사생관이다. 마치, 진짜로 그렇게 알고 있는 듯 이야기를 하는 느낌... 물론 기분 탓이겠지. 그나저나 이 여자애, 상상력이 굉장하다. 설정 노트 같은것도 펴 보지 않고 이런걸 줄줄 말하고 있다니. 이런 게 '진짜 광기' 라는건가? 음, 그리 생각하니 조금 오싹할지도. 마주쳤을 때 느낀 그 오싹함이 그런 느낌이어서였나...
"흥미로운걸. 존재의 운명이 곧 영혼이라는거고... 죽는다는 건 운명과 개체의 소멸이 아니라, 내세로 옮겨지는 것이고, 망자의 세계랑 산 사람의 세계는 경계를 두고 한 세계를 공유한다, 라..."
말 되는걸. 완전히 다른 별세계가 아니라 경계를 사이에 두고 공유되고 있기에, 이런저런 사고나 원인 등으로 영적 존재가 경계를 넘어 이곳에 나타나는 것. 그것이 심령 현상... 개연성이 있다. 물론 대부분의 사람들이 듣는다면 완전히 허구의 소리로 치부하겠지만. 물론 나도 이런 이야기는 당연히 허구라고 생각한다. 다만 역시 그거다. 저마다 생각하는 것도 다르니까, '이 사람은 세상을 이렇게 보는구나' 하는 관점에 따라 흥미로운 이야기가 만들어지기에 심령과학이 재미있다고 본다.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고.
"그래? 하기사, 요즘 들어서 심령 현상이 좀 잦아진거 같더라. 대부분 그냥 무서워서 헛것을 본거겠지만. 그나저나 곤란하다니? 퇴마라도 하고 그러는거야?"
물론 퇴마를 하는 시늉을 하는 정도겠지만. 아니면 뭐... 정말로 퇴마사인가? 영 능력자라거나? 진짜면 재미있을 거 같긴 하다. 그리고 그렇담 특종 거리는 따놓은거고. 진짜일 확률은 지극히 낮지만, 오컬트 같은건 그 낮은 확률로 생기는 일을 덕질하는거니까.
리오의 난색에 의아하게 갸웃, 고개를 한 번 기울인다. 나이에 비해 충분히 능숙해서 연기자의 요건은 너끈히 갖췄다고 생각했는데 말이다. 아니, 전혀 훈련되지 않은 고등학생이 저만큼 해내는 건 그다지 일반적이지는 않지······. 재목의 발견이 무산되자 아쉽다는 듯 눈썹을 늘어뜨렸다가는, 이내 고개를 연거푸 끄덕여대는 리오가 귀여워 조금 웃었다.
”그래, 앞으로도 쭉 잘 부탁할게. 학교 가서 모르는 척하면 나 진짜 서운하다?“
이를 테면 갑자기 얼음 공주 아리스 양 모드로 돌아가서 찬 바람 휭 날린다든지. 그럼 되게 슬프겠지? 미야나기는 ‘쭉’, 짧은 그 부사를 끊어 발음하지 않고 강조하듯 늘린다. 물론 새학기에 터놓고 지낼 수 있는 친구를 빨리 맞이한 것도 행운이지만, 그녀 역시 리오가 진심으로 마음에 들었으니까. 약간은 집착적인 반언어의 표현이다. 아, 그나저나 너무 오래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나! 이윽고 다시 아리스로 돌아간 리오가 음색을 가다듬으며 두 손을 모으고 서자, 미야나기는 잽싸게 자리를 고쳐 앉고서 테이블 위에 올려둔 카드를 집는다.
어떻게 반응할까⋯⋯. 무쿠루마는 고개를 슬며시 기울인 뒤 생각에 잠겼다. 리링, 그러니까 이치노세 리오. 같은 동네에 거주 중인 2년 지기 친구. 특징, 매우 의존적임. 여러 친구를 사귄 만큼 인간군상이 다양하고 그만큼 괴짜들도 많았으나, 이런 쪽은 처음이다. 친구에게 집착하는 정도야 흔히 볼 수 있는 정도라지만, 이 정도의 의존성과 자기파괴적 발언을 일삼는 유형은 단언컨대 없었다. 자신이 ‘모두’와 친해지는 대신 ‘모두’에게서 적정량의 거리감을 얻는 편이라 그럴 지도 모르고, 보이는 성격 자체가 바보 같이 명랑한 면들이었으니 무쿠루마가 먼저 거리를 좁혀왔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었다. 그러니까, 이렇게 대놓고 거리감을 좁혀오는 사람은 좀처럼 없었고, 있더라도 전부 선 밖으로 내쳐낸 이후라는 소리였다. 다만, 그녀와 함께한 시간이나 오늘 그녀가 보여준 ‘열정’은 무쿠루마에게 제법 중요한 포인트였어서, 그저 엄지와 검지로 그녀의 양볼을 쭈욱 당겼을 뿐이었다.
“또! 그런 말 할 때마다 볼 잔뜩 늘려버린다?”
무쿠루마는 눈꼬리를 올리며 눈을 힘껏 부라렸다. 볼을 부풀려 그다지 위협적인 모양새는 아니었고, 무쿠루마 자신도 진심으로 화낼 심산은 아니었으니 심려 섞인 장난은 그렇게 장난으로 그쳤다.
“천천히 해도 돼~.”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어느새 리링은 얹어진 짐으로 인해 상당히 무거워진 실루엣으로 나타났다. 기타와 가방을 번갈아보다가 개찰구를 통과하고 전철까지 가서는, 제 권유를 만류하는 리링을 향해 물음표가 띄워진 얼굴로 입을 열었다.
"그치만 엄청 무거워보이는 걸. 무겁지 않아? 아니면 이리 줄래? 도착할 때까지 잘 들고 있을게."
빈자리를 두고 계속 서서 이야기하는 것도 그렇고, 한 번 거절한 권유를 다시 한 번 내밀기도 그래서 무쿠루마는 조금 머뭇거리다가 에잇, 하고 자리에 착석했다. 그러고는 다리를 툭툭 치고 기타와 가방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이후 리링이 행동을 취하고 나면, 무쿠루마는 입가에 손바닥을 가져다대고 작게 속닥이기 시작했다. 거짓말 한 것은 교묘하게 말을 섞어 숨겼다.
“언제부터 했는지는 정확히 모르는데, 체리 블라썸 펀치의 멤버가 된 건 언제부터야? 계기라도 있어? 아, 결성 직후부터 알았더라면 조금 더 많은 공연을 볼 수 있을 지 모르는 일이니까, 아쉽네~.“
리오는 미소를 지었다. 환하게 미소지었지만 어딘가 조금 음침하게 배시시 미소짓는 느낌. 오늘은 뭘 해도 되는 날인가 싶었다. 추가 수당도 나쁘지않게 받은데다가 친해지고 싶었던 친구가 먼저 저렇게 말해주었다. 바라봐주고 좋아해줄 사람이 늘었다. 그 생각에 리오는 아랫배가 간질간질해지고 미소가 새 나올 수 밖에 없었다.
" 아. 네 주인님. 아리스가 계산을 도와드릴게요 "
이 쪽으로- 하면서 카운터로 안내한 리오는 말했던 대로 드링크의 값을 빼고 계산했다. 능숙하게 영수증과 카드를 잘 묶어 건네주곤 문 앞까지 마중하고 나서는 잠깐 기다리라는 말과 함께 다시 핸드벨을 집었다. 이 세계에는 이 세계의 규칙이 있다. 들어 올 때의 규칙이 있고 나갈 때의 규칙이 있다. 딸랑딸랑- 하고 힘차게 핸드벨이 울렸다.
" 미야나기 주인님께서 떠나십니다 - !! "
모든 메이드가 고개를 들고 둘, 셋. 미소를 짓는 이 타이밍에-
" 다녀오세요 주인님 - ! ! "
두 손을 가지런히 모으고 고개를 숙였다. 미소를 지으며 바라보곤 마중은 여기까지밖에 못나간다며 난색을 표한 리오는 학교에서 보자며 손을 흔들었다. 그러기를 잠깐이었다. 앞으로 살짝 달려나가 사에의 손목을 잡은 리오는 '아, 저기.' 하고 말하며 부끄러운듯 얼굴을 살짝 붉히며 말했다.
" 나. 오늘 사에쨩이 먼저 말해줘서 기뻐. 응. 학교에서 나 모른척하면 안된다? 친하게 지내기로 한 친구니까 나 절대 버리면 안돼. 나랑 계속계속 친하게 지내줘야해. 연락하면 꼭. 꼭 받아줘야해. "
애완동물의 주의사항이라던가 가전제품의 취급주의설명서를 말하듯 조금은 진중한 표정으로 말한 리오는 잡은 손에 조금 더 힘을 쥐고 부끄러운듯이 홍조를 띄웠다. 그리곤 살짝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 아니면 나 죽어버릴거니까. 응. 사에쨩이 나랑 거리를 두려고 하면, 나 죽어버릴거야. "
아. 그리고 질문을 한 이는 리스트에서 빠지는 거예요! 그렇게 한바퀴 다 돌아서 모두가 질문을 하고 답을 하면 리스트가 다시 복구되는 방식이에요. 단 1번째 질문을 한 미카주는 질문은 했지만 질문을 받은 것은 아니기에 리스트에서 바로 사라지진 않아요. 어디까지나 '답을 해야만' 리스트에서 빠진다고 생각해주세요.
잘도 아프다고 말하며 웃어보였다. 평소에 네가 하는 일은 주변의 사람들이 너를 더 봐주었으면 하는 마음에 자기파괴적인 행동을 일삼을 터였을텐데. 스스로를 상하게 하는 행동을 아무렇지 않게 했으면서 잘도 아프다고 말하고 있는 모습이 같잖아 보이기까지 했다. 그도 그럴 것이 당장 저번주에만 해도 자기파괴적인 행동을 일삼으면서 전부 너희 때문이니 너희 때문에 이렇게 된 나를 봐달라고 소리쳤으면서.
" 음- 그럼 이 가방만 부탁할게. 기타는 무거우니까 내가 들고있을게. 어차피 등에 메고 있으면 별로 무겁지도 않아. "
리오는 이펙터 가방을 부탁한다며 넘겨주었다. 차라리 저 자리에 자기가 앉고 싶은 마음이 컸지만 이렇게 짐도 많은데 미야의 허벅지에 포개어 같이 앉는다면 많이 무거울테니 깔끔하게 포기했다. 힘든 것은 자기 하나로 족한데다가 한 번 더 바라봐줄 테니까. 리오는 뒤이어 들려오는 질문에 고개를 갸웃했다.
" 으응-? 그러네. 언제부터였을까- "
리오는 고개를 갸웃갸웃 하면서 언제였지? 하고 말하다가 아! 하고 뭔가 생각난듯이 눈을 빛냈다.
" 있지 미야. 나는 중학교때 되-게 안 좋은 아이였어. 평판도, 성격도, 모조리 전부 바닥이었거든. 믿기지 않겠지만 지금하고는 정반대였다고 할까나? 응. 그랬거든. 그래서 말이야- 이건 비밀인데. 나는 열일곱살에 이 마을에서 도망치거나 아니면 그냥 이 쯤에서 전부 포기할까- 하고 생각했었어. "
전부 포기하겠다- 라는 것은 완곡히 돌려말한 표현이었다. 직접적으로 말하면 싫어할 것 같달까, 너무 이야기 주제가 무거워질까 싶어서였다. 그런 것 때문에 미움 받는 것은 싫었다. 전부 포기하겠다는 것은 앞으로 일어날 자신의 미래라던가 도전이라던가 전부 포기하겠다는 의미였다. 이치노세 리오라는 사람의 인생을 전부 포기하고 살지 말지도 모르겠다는 말.
" 응. 열일곱살에 죽으려고 생각했는데, 로큰롤이 나를 구원해주었어- "
열일곱살이 넘어가던 해에 처음 기타를 시작했다. 무대에서 마구 뛰어다니며 온 몸으로 발산하는 에너지가 너무 멋있어서 그렇게 되고싶다고 무작정 동경하여 하루에 몇 시간씩 기타를 치고 노래하는 꿈을 꾸었다. 그렇게 하루 종일 붙잡고 있었으니 실력이 느는것도 당연한 일이었고 유튜브에 매일 영상 투고하던차에 연락이 닿아서 6개월 정도 되었다고 이야기했다.
" 그렇네- 그 때는 로큰롤이 날 구원해주었고, 지금은 미야가 있네. 날 구원해주었어. 그러니까 절-대 나 버리면 안돼. 나랑 멀어지면 안된다구- "
어어... 본인이 좋아하는 걸(사물에서 사람까지 모두 포함) 건드리는 행동, 그리고 본인의 라이프스타일을 진지하게 지적하는 행위 정도..? 장난으로 하는 '야 그렇게 살지 마라~'는 웃어넘길 수 있지만 진지하게 '왜 그렇게 살아?'라고 하면 꽤 진심으로 화날걸. 그리고 '본인이 좋아하는 것'은 사람을 포함하는데 그건 인격적인 호감과 더불어 소유욕에 가깝기도 해. 그래서 호감도 나락 가는 거고.
그럼 내 차례!!!!! 첫사랑 썰 주세요!!!! 부담이라면 구체적으로 풀지는 않아도 되고, 그냥 있었다 없었다 정도로만 대답해도 오케이~
아앗... 노잼으로 만들긴 싫지만 연애적인 감정이라면 아직 없어 😏😏 그렇지만 그냥 앞으로의 일상을 생각하면 리오랑도 재밌을 것 같고(메이드 카페 직원이 학교에 있으면 아무래도...) 지역 겹치는 미유키랑도 재밌을 것 같아 솔직히 그 외에도 재밌을 것 같은 조합 엄청 많은데 일일이 쓰려자니 시간이 부족할 것 같은 걸 😅 일단 먼저 생각나는 둘 적어봤어
그럼 질문~ 앞으로 가장 일상 돌려보고 싶은 캐릭터가 있어? 딱히 없으면 돌렸던 일상중에 특히 인상 깊었던 캐릭터가 있을까?
흠 역시 케이일까? 🤔 사에라는 캐릭터는 케이가 없었으면 이 세상에 아예 없었을 거기도 하구… 일단 엔딩 때까지 달성하고 싶은 가장 큰 과제가 여우님에 대한 오해를 푸는 거야 ◐▽◐ 케이랑 친해지지 않으면 들을 수 없어 진실… 물론 이 부분에 대해서 오너가 부담을 가질 필욘 없지만! 그 다음으로는 역시 리오일려나? 이번 학기 들어서 사에가 처음으로 사귄 반 친구이자 사에주의 첫 동성 캐릭터 일상 주인공입니다 (끄덕)
그럼 다음 질문! 시트 낼 때 제일 각 잡고 잡은 설정이라든가 포인트 있어? 일상 돌릴 때 상대방이 알고 있으면 좋다! 이런 거~!
자신있는 신체부분...이라고? 어. 치아키의 자신있는 신체 부분. 글쎄요. 치아키에게 자신이 있는 신체부분. 굳이 따지자면 눈일 것 같네요. 치아키는 눈 상당히 예쁘다는 설정이에요. 초롱초롱 생기있게 반짝인다는 것은 정말로 그렇게 고운 빛으로 반짝인다라는 그런 느낌이에요. 굉장히 생기있고 맑고 총명하고 예쁜 편이랍니다!
그렇다면 이번엔 제 턴이로군요. 솔직하게 내옆신에 시트를 내기로 결심한 이유를 설명해주세요.
엇, 엇(뭔가 엄청나고 대단한 이유가 있어야 할 것 같다) 한동안 바빠서 아예 상판을 못 왔는데 작년 말부터 널널해져서 일상 어장이 나오면 내려고 벼르고 있던 미야 라는 캐릭터를 어느정도 다듬은 다음에 딱 내버렸어요! 그리고 사실 어장 중 일상 류가 맞는 것 같기도 하고요? 고교 배경만 나오면 이런 친구 저런 친구 이러쿵저러쿵 관계 잔뜩 짜야지 하는 것도 있었고 원하는 캐릭터의 방향도 있었고 (그쪽으로 흘러갈지는 모르겠지만) 잠깐 점점 질문에서 벗어나는 느낌⋯⋯ 어쨌든 요약할게요 일상 ! 좋아! 약간의 판타지? 좋아! 청춘! 좋아! 친구! 사귈래!!!!!!!! 입니다.
심플하게 갈게요! 덕/눈/호/관 이 있다 없다 :D 남은 것은 쿄스케 주, 바로 너(님)!
이른 봄임에도 겨울은 어느덧 가시고 만화방창(萬化方暢)이라는 사자성어처럼 만물이 활짝 피어나니, 하늘은 맑고 어린잎은 무성합니다. 만화방창하듯 피어나는 교내에서, 초면인 사람에게 편지를 주고받는 것은 갑작스러운 꽃샘추위처럼 참 당혹스러운 일입니다. 하지만 이것도 피어나는 어린잎 속의 꽃처럼 교내의 순리로 이루어지는 연이라고 생각하면 즐거움이 샘솟습니다. 오구치 씨는 어떻게 생각하실까요. 새로운 연에 대한 기대감이 만발하였을지 혹은 당혹스러운지 아직은 알 수 없습니다. 남은 기간 동안 알아가는 날을 고대하고 있습니다.
녹음 우거진 그늘 밑에서, 라무네.
추신. 봄의 시작을 동봉합니다. 아직 겨울의 찬 기운이 가시지 않았으니 따스한 차와 드시길 바랍니다.
3.아카사 -> 미후유 선물:가미즈나 시내 유명 제과점의 케이크 1조각과 교환할 수 있는 쿠폰 1장
한정 사려고 조사했는데. 뭘 좋아할지 생각하다가 쿠폰으로 샀어
4.윌리 -> 미야 선물:진주가 달린 빨간 리본 머리끈 두 개
분홍색 머리카락이 예쁜 무쿠루마 씨에게 어울리는 헤어밴드를 발견했어. 부디 마음에 들길.
5.샌드백 -> 하이디네 선물:바이올렛 향 디퓨저
오늘 하루는 어떻게 보내셨나요? 힘든 일이 있었다거나 특별히 분주하진 않았나요? 나아갈 때가 있다면 쉬어갈 때도 있는법, 그럴땐 잠깐의 명상도 나쁘진 않겠죠.
6.샤쿠샤쿠땅★ -> 미카 선물:페코페코 팝캔디 세트
반가워요 이캬망-쨩★ 와타누키군도 단거 좋아해? 아직 조금 모르겠지만 왠지 좋아하는 것 같아. 어쩌면 우리 취향이 비슷한걸지도? ( •̥ ˕ •̥) 부디 맛있게 먹어주세요!
7.오렌지 테러 -> 토아 선물:다이어리+연필 지우개 세트
안녕 :)... 다이어리랑 필기구야. 나한테 많이 도움이 됐던게 너한테도 도움이 됐으면 좋겠어서 첫 선물은 이걸로 골랐어. 어떻게 쓸지는 너의 자유지만 내가 어떻게 썼는지도 알려주려고해 나는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정리하는데 이 다이어리를 썼어. 나를 가장 힘들게 하는 것부터 사소하게 힘들게 하는 것까지 여기다 전부다 적었어. 그리고 하나씩 지우는거야. 가장 먼저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문제들을 지워. 왜냐면 어떻게 할 수 없는 문제들이니까 신경 쓸 필요가 없겠더라고. 그리고 다시 생각해보면 별로 쓸 데 없는 것들도 지워버려. 그건 보통 과하게 걱정하는 것들이니까. 그리고 나서 왜 이런 사소한 것들까지 날 힘들게하지? 하고 생각이 드는 것도 지워버려. 그럼 결국엔 많으면 세 개 정도가 남게 되는데 그것들부터 차근차근 해나가면 점점 더 괜찮아지더라고. 좋은 일만 있기를 바래. 멋진 한 해가 되기를!
8.레이니어 체리 -> 이노리 선물:코코로 젤리, 곤약 젤리, LANGULY 말차 맛이 하늘색 선물 상자 가득
안녕! 난 너의 마니또. 누군지 알겠어? 모르겠지, 으흐흐흐흐흐. 처음은 가볍게 간식으로! 앞으로를 기대해 줘, 잔뜩잔뜩 줘서 사물함이 터지도록 줄 테야.
9.돼지고기 반근 감자 양파 -> 안즈 선물:살구향 립밤
겨울보다는 나아도 봄은 건조하고 안즈쨩은 살구니까
10.덴스케 -> 료시 선물:두릅, 미나리 등 봄에 나는 산나물들, 그 중에서도 큼직하고 먹기 좋은 것들만 골라 하얀 종이에 싸여 곱게 포장한 것.
산에서 나는 봄나물. 사람들은 봄이 되면 이걸 찾아서 산에 가는데, 몇몇은 열중하다 미아가 되기도 해. 그래도 그만큼 맛있다는 거겠지? 그런 봄의 맛을 함께 느끼는 것도 풍류가 있어서 좋지 않을까 해서 몇가지 골라 보냈어. 그럼 맛있게 드세요~
"그렇습니다... 하지만 지금 제가 말한 것들은 먼 태곳적부터 이승과 저승에서 작용되고 있는 가장 기초적인 진리일 뿐입니다."
과연 '진짜 광기'는 다르다는 것인지. 범인이 알고있는 현실과는 동떨어진 세계를 '빨간 불엔 멈추고 파란 불엔 건넌다' 하는 식으로 매우 간단하게 이야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그런 그녀의 눈이 당신의 얼굴을 살핀다. 원채 표정 변화가 없는 그녀이기에 알아채긴 어렵지만, 생각보다 당신이 잘 이해하고 있는 모습에 놀랍다는 반응이었다. 말이 나온 김에라고, 흥미로워 하는 당신에게 몇 가지를 더 일러주기로 한 모양이다. 그녀가 마저 입을 열어 이야기를 계속했다.
"좀 더 과거의 필멸자들은 이러한 세계 원리들을 더욱 자세히 익혀서 죽음을 거스르는 금술 따위를 맺거나 했습니다만...... ...음, 작금의 필멸자들에게선 그런 기미가 보이지 않아서 다행이에요... 그렇지 않으면 제가 직접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방금은 그래도 잘 쳐주어서 과학 혹은 철학에 속한다고 해도, 이쪽은 좀 더 판타지스러운 내용이다. '죽음을 거스르는 금술'... 그런게 실존했다는 걸까? 그리고 직접 움직인다는 것은 또 어떤 의미인지. 때마침 그녀의 존재에 대해 호기심이 든 당신의 질문에, 그녀는 설레설레 고개를 젓는다.
"...아니요. 저는 사령술사나 신관이 아닙니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저 개인적으로 혼란스럽기 때문에......"
그러고보니 저번엔 영이 보인다고 그녀는 말을 했던가. 영이 보이는 것이 진짜인지 아닌지는 둘째치고... 단지 보이는 것만으로 혼란을 야기할 정도라면 기성을 부리고 있는 모양이다.
"게다가 그들을 방치해두면 이곳, 인세의 질서에 영향이 생겨요. 간단한 현상으로는. 으음, 가령... ......물건이 멋대로 움직인다든가."
하늘색 선물 상자를 봤을 때 어찌나 신이 났는지, 주변 학우가 무슨 일인가 쳐다봐도 아랑곳 않고 폴짝대더니만, 신사까지 열어보지 않을 테야, 소중한 선물 간직할 테야 조잘조잘. 그리고 신사에서 애지중지 간직한 상자 열었을 때 가득 들어찬 간식에 또 지레 놀라선 폴짝폴짝. 편지를 읽고는 세상에서 제일 멋진 사람 리스트에 체리 씨 추가.
"이-로-하!! 이거 봐요?" "뛰다가 넘어ㅈ.. 상자네요?" "간식 상자!!" "아하, 간식 상자." "응! 체리는 최고의 요정 님이에요? 부럽지? 이노리한테 요정 친구가 생겼다!" "네, 네. 멋진 친구네요." "오늘은 좋은 꿈을 꿀 수 있을 거에요?"
그야 이노리, 체리가 준 간식 속에서 통통 뛰노는 꿈을 꿀 테니까! 당당하게 외치는 기분 좋은 하루.
안즈 TMI 주세요! 우리 안즈... 명대사 하나만 쳐주세요! 명대사라고 할 만한 게 아직 없으므로 패스-!!!
음악 취향 알려주세요! 뭐라고 딱 잘라 말하기가 애매한 게, 엄청 넓은 편이에요! 딱히 장르를 타지도 않고 기준이 명확히 있는 것도 아니라서요. 가끔은 멜로디가 좋아서, 또 어떨 땐 가사가 마음에 들어서, 아니면 가수의 목소리나 곡의 분위기가 멋져서... 하지만 그나마 취향이라고 할 만한 게 없지도 않은데, 팝 펑크나 팝 록 장르를 선호하는 편이긴 해요!! 에이브릴 라빈의 노래들 같은...!
평균 샤워 시간 알려주실래요? 보통 30분? 한 그 쯤인 것 같네요! 물론 그날 날씨나 기분에 따라서 오락가락하긴 해요.
#님캐TMI주세요 #shindanmaker https://kr.shindanmaker.com/1084363 다들 안녕하세요... 좋은 밤이에요...!!
어서 오세요! 안즈주!! 그럼 차후에 명대사가 나오는 것을 기대하겠어요! 음. 그리고 그냥 말 그대로 삘이 오는 그런 음악을 좋아하는군요! 저도 비슷한 느낌이라서 뭔지 알 것 같아요!! 샤워 시간은 30분. 그럭저럭 길게 하는 편이로군요. 하지만 그만큼 신경을 많이 쓴다는 이야기!!
사실 일본 학교 생활은 잘 모르겠지만 일본의 새학기는 적어도 4월 1일보다는 뒤일테니까.. 어..(흐릿)
어어, 지금까지는 화기애애하게 얘기하고 있었는데 이런 주제가 나와 버리면 몹쓸 장난기에 불이 붙고 만다. 생겨먹은 본성부터가 하지 말라는 일에 눈에 불 켜고 달려드는 성격이기도 하고, 그 본인이 정체 모를 현상을 뜻하는 개념인 겸 온갖 귀신과 동류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슬슬 웃으며 그는 자판기를 괜히 툭툭 두드려 대었다.
"그거 알아? 귀신도 자길 부르는 걸 알아서 사람이 의식하기 시작한 순간부터 존재감이 강해진대. 나도 방금까진 몰랐는데 그 말 듣고 나니까 뭔가 신경쓰이는 것 같기도?"
사실이라면 그 무언가 들린 기계 마구 두들겨 패던 본인이 제일 먼저 원한을 살 게 뻔한데 말이다……. 혹시나 해서 확언하자면, 다른 것이라면 몰라도 귀신이나 음습한 영은 안 붙은 것 맞다. 수상할 정도로 잘 고장나는 평범한 자판기일 뿐. 그러나 슬쩍이 시동 걸던 장난기도 이어지는 말에는 한풀 꺾이고 만다.
"음- 입학하고 일주일만에 농구대 철판 찌그러지게 했고, 창문 하나 깼고, 며칠 전에 계단에서 장난치다가 난간이 살짝 휘었고, 그저께 교무실 문고리 부쉈지…?"
사건 하나 말할 때마다 손가락도 하나씩 접힌다. 으음, 자잘한 거라면 사실 더 있는데 이것도 나름대로 축소해서 말한 거다. 그러니까 이 간절한 마음 부디 알아달라는 눈치로 안즈를 바라보지만, 어림도 없지. 너무 해맑고도 당연하게 거절 당해서 더 얘기해 볼 건덕지도 없겠다. 그는 몸에 힘 쫙 빼며 상체를 기운 없이 과장스레 늘어뜨렸다.
"그으래……."
시무룩한 척하는 것도 잠시다. 금세 허리 쭉 펴고는 양 주먹 불끈 쥐었다. "응, 이건 내 잘못 아니니까 괜찮겠지! 그럼 같이 가주라!" 설득당한 지점이 미묘하게 양심 없다. 아닌 게 아니라 그는 속으로 이따위 생각이나 하고 있었다. 만약에 변호가 안 통해서 진짜로 혼난다고 해도 이제까지처럼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면 된다!라고……. 이 신, 정말이지 돼먹지 못하다. 남궁 린이 졸업하기까지 3년 간 마음고생 심할 선생들의 안녕을 빌어주자.
남궁 상… 어쩐지 어감이 미묘했다. 친하지 않은 사이에 상을 붙여주는 게 예의가 맞긴 한데, 김 상도 이 상도 아닌 남궁 상은 뭔가 어정쩡한 느낌이다. 성을 다른 걸로 정할 걸 그랬나. 무언가 곰곰히 생각하는 눈치로 턱 짚고 있던 남궁 상은 이렇게 말했다.
"남궁 상은 왠지 어감이 이상하단 말이지. 이왕 이렇게 된 거 이름으로 부르는 거 어때?"
어차피 한국은 안 친할수록 이름으로 상냥하게 불러준다! 그러니까 초면에 이름 부르자! 그 논리를 다른 문화권의 사람에게 함부로 갖다 붙이는 건 다소 무례한 행동일 수도 있으나, 그런 것을 신경썼다면 이렇게 욜로하게 지내고 있겠나. 그는 참 반들거리는 얼굴로 뻔뻔한 부탁을 하나 더 건네는 것이다.
저에게는 아버지가 있습니다. 아아, 의외일 거라고 생각은 했습니다. 이런 엄숙한 말로 한다는 것이, 아버지가 있다는 말이니까요. 마치 없는 사람처럼요. 부정해서 뭐하랴, 그래요, 제 호적에는 아버지가 없습니다. 성도 아버지의 것이 아니고, 이름에만 그 흔적이 남아있을 뿐이지요.
양보를 잘 하는 사람이었어요. 다만 조금... 그래요, 좋은 남편감이 아니었을 뿐이죠. 그래서 그는 신다이타에, 어머니는 가미즈나에 남아있는 거예요. 두 분은 완전히 갈라섰지만 저는 그래도 두 분 모두 좋아합니다.
근소하게 아버지를 더 좋아하지만, 그건 제가 어린 까닭이겠죠. 본래 닿지 못할 것은 더 동경하게 되는 법이라잖아요. 그런 법 아니겠어요?
하지만, 아버지를 정말 동경하게 된 적은 있어요.
제가 멋대로 신다이타에 갔을 때였죠. 저는 중학교 입학을 앞두고 갈팡질팡했었어요. 홀로 오토리가와로 떨어졌으니까, 당연하다면 당연한가. 소꿉친구 없는 곳에서 홀로 지낼 용기가 없었어요. 어머니의 지갑에서 신칸센 표값을 훔칠 용기는 있었다만.
신칸센 초특급을 타면 머잖아 도쿄에 도착합니다. 야마노테선으로 시부야까지, 시부야에서 이노카시라를 타고 신다이타까지. 세 시간을 꼬박 걸려 가고 나니 이미 저녁이었죠.
아버지는 저를 보자마자 아, 알겠다. 너 에이코 지갑에 손댔구나~ 하며, 특유의 통찰을 보이시더니 뒷주머니에서 꼬깃꼬깃한 만엔 두 장을 꺼내주셨죠. 어제 파칭코에서 좀 땄노라 자랑을 하시며. 그리곤 허름한 집구석에 초대했어요. 음반이 잔뜩 쌓여있고, 웬 헌책방에서 오백엔에 샀을 법한 구린 책들이 잔뜩이었습니다. 침대를 둘 공간이 없어 요를 펴고 살았고, 그날은 추워 아직 코타츠가 꺼내진 채더군요.
이불이 조금 그슬린 코타츠에 들어가더니 시답잖은 이야기를 하고, 근황을 말해주셨죠. 그리고는 저더러 냉장고에서 맥주를 꺼내오라 하더군요. 제 몫까지 두 캔 말입니다. 그때 전 생각하게 되어버린 거예요.
아, 이 남자 왜 이혼당했는지 알 거 같다...
어머니는 제대로 된 분이시니까요, 오히려 결혼하게 된 것이 기이할 정도였죠. 제가 어릴 무렵엔 제대로 말해주지 않으셨다만 말하지 않아도 알 것만 같았어요. 책임감 없지, 이혼한 여자를 아직도 이름으로 부르고, 결혼한 성도 바꾸지 않은 여전한 코리야마에다, 이혼하고 나서 3개월도 안 돼서 여친을 사귀는... ...그만 말합시다.
그래요, 변변찮은 사람이고 전혀 믿음직하지 못하지만, 한량의 기질은 물려내려오는 것인지 저는 그 먼지냄새나는 도쿄 생활에 완전히 매료돼버렸습니다. 건물 사이로 존재감을 과시하는 도쿄타워나, 도쿄의 환승음, 새로운 세계에 온 것만 같은 고양감과 바쁜 호흡의 도시가 정말 멋졌으니까요. 그 중 하나가 되고 싶었어요.
...그런 사람으로 자라고 싶냐고요? 음, 그렇다고 하면... 피는 못 속인다고 할 거죠?
아픈 걸 아는 애가 그런 말을 해? 그렇게 말하듯 게슴츠레한 눈으로 그녀를 힐끔 밉지 않게 쏘아 보고는 휴우, 어쩔 수 없이 넘어가주겠다는 양 웃으며 팔짱을 꼈다. “리링, 공연해서 피곤할 테니까 얼른 가자.”고 덧붙이는 것은 덤이었다.
“역시 리링 쪽이 앉는 게 좋았을 텐데. 아무튼 응, 내가 종착역까지 잘 보관하고 있을게~.”
가끔씩 덜컹하는 전철의 흔들림을 감내하며 리링의 가방을 받아들어 제 허벅지 위에 놓인 그것을 빤히 바라보았다. 우와, 생각해 보니 이거 체리 블라썸 펀치 멤버의 가방이잖아. 나 계탄 걸지도? 그러다보면 문득 기원이 궁금해지는 것이다. 그래서 덜컥 물었다. 별 다른 뜻 없이 가볍게 던지고 봤다는 뜻이다. 문제라면 돌아온 답이 전혀 가볍지 않았단 거고.
무쿠루마는 스스로도 어떤 표정을 지을지 가늠이 되지 않아, 최대한 평온한 표정을 지으려 애를 쓰며 잠자코 그녀를 응시했다. 이 정도의 제스처라면 자신도 모를 감정을 엿볼 틈새는 벌어지지 않겠거니 했다. 정작 저는 그녀의 입을 통해 엿보았음에도.
아무리 과거를 헤집고 헤집어도, 이렇게까지 깊게 들어오려는 아이는 없었기에 어쩌면 이치노세 리오는 어려운 상대였다. 설령 힘든 일이 있더라도 제게는 털어놓지 않았다. 오히려 잊기 위해 만나서 노는 친구. 무쿠루마 미야는 그런 포지션이었다.
내가 여기에서, ‘사람과의 관계는 적당한 거리감을 지닌 게 가장 이상적일 수 있어. 고정적인 물체가 아닌 사람을 낙원으로 삼으면 안 돼. 사람들은 신경 쓰지 마, 너에게 가장 중요한 건 너야. 그 구원도, 결국 네가 한 일이야. 나를 포함한 사람의 굳센 신뢰를 믿었다가는─’ ⋯⋯그만. 어쨌든 이런 말을 한다 한들 이 아이의 마음에 와닿을까? 필요한 말이래도 그 시기가 지금 당장일까? 무의식적으로 리오를 상처 입히지 않으려는 마음에 무쿠루마는 스스로를 향해 정교하고도 수도 없이 많은 질문을 던졌다. 대답은 전부 아니, 아니다, 아니야.
이 애한테 지금 필요한 것, 필요한 표현, 필요한 말, 필요한 감정.
“바보, 내가 리링을 왜 버려.”
무쿠루마는 무의식 저편에서 끄집어 낸 순수한 감정을 내보였다. 어쩌면 자신이 그런 표정을 짓고 있는 지도 모를 것이었다. 그 낯은 안쓰럽고 애틋한 아이를 보는 듯한 얼굴. 무쿠루마는 그렇게 안개처럼 웃었다. 그 순간 덜컹, 거리는 소리와 함께 안내음이 흘러나왔다. <“지금 역은 ■■역 입니다. 내리실 분들은─”>, 여성의 목소리가 거기까지 나왔을 때 옆자리에 있던 사람이 자리에서 일어나 하차했다. 무쿠루마는 옆자리를 툭툭, 치며 앉으라는 의미로 눈을 찡긋 휘었다.
그녀가 옆에 앉으면, 앉지 않더라도. 무쿠루마는 리오의 손등을 아기의 배를 문지르며 자장가를 불러주는 어머니처럼 조심스럽게 일정한 간격으로 토닥였다. 그러고서는 숫제 노래하듯 나지막이 말했다.
“오늘 난 리링에게서 열정을 받았어. 그 불꽃으로 같이 살아가야지. 서로 꺼지지 않게 후후, 불어주면서 말이야. 약속할게, 리링의 불길이 꺼지지 않게 최선을 다해 돕는다고.”
그렇지만 마지막 매듭은 리오, 네가 지어야 해, 네가 없으면 구할 스스로도 없어지잖아⋯⋯. 마지막 말은 구태여 덧붙이지 않고 웃음과 함께 삼켜냈다.
잠이 많은 지각쟁이 무쿠루마는 오늘 이른 아침에 알람이 채 울리기도 전에 눈을 번쩍 떴다. 아침부터 실실 걸린 웃음은 내려갈 기색이 먼지 한 톨만큼도 없이 등교시간까지 쭈욱 이어졌다.
절로 가벼워진 발걸음으로 퉁, 탕, 탕, 하고 뛰다시피 걸어가 사물함 앞에 섰다. 무쿠루마는 당장이라도 사물함 문을 열어젖힐 듯이 양손을 들어 움찔거렸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마니또 첫 날부터 주진 않았겠지, 응! 너무 기대하지 말자. 그렇지만 뭐가들어있을지너무궁금하고기대돼서잠도못자고일찍일어나고나너무설레서─
─벌컥!
“꺄아아아악⋯!”
입을 가린 채 울망울망한 눈을 하고는 비명을 질렀다. 조용히 하라는 타박에도 여전히 기분 나쁘게 실실 웃으며 “네!”하고 답했다.
예쁜 빨간 리본 머리끈, 그것도 진주가 달린! 심지어 두 개라니, 내 양갈래까지 고려해서 준 걸까? 어쩜 사려 깊은 내 마니또!
무쿠루마는 곧바로 고양이 모양 머리끈을 잡아당겨 머리를 헤집고 거울로 일직선으로 달려갔다. 그리곤, 능숙하게 휙휙, 선물 받은 빨간 리본 머리끈으로 머리를 묶었다. 양쪽에 빠알간 리본 두 개, 대롱 달린 진주!
린 TMI 주세요! 우리 린... 고백받으면 반응이 어떨까요? 어... 상대가 누구냐에 따나 다를 것 같아서 확언은 못하겠는데 본인도 어느 정도 호감이 있다거나(연애감정은 아님) 마음에 들어하는 사람이라면 안 좋아해도 어울려줄 수 있을 것 같고...? 대신 사랑으로는 안 좋아한다는 사실은 확실하게 밝힙니다 깔깔깔 그래도 내가 좋다면 날 제대로 꼬실 수 있도록 노력해 보렴 뭐 이런🤦🏻♀️
혹시 담배는 피우나요? 경험의 유무라면 yes! 그렇지만 담배보다는 음주를 사랑하는 관계로 자기가 찾아서 피우지는 않아. 누가 한 대 피울래?하면 가끔 ㅇㅇ 하는 정도? 물론 린으로서는 술담배 둘 다 입에도 안 대고 있읍니다!!! 이 아저씨는 건전한 학창생활을 위해 노력합니다!!!
정신력은 좋은 편인가요? 제법 그런 편이지? 근데 심지가 단단해서 굳건하기보다는... 신생(神生)을 도합 105퍼센트 정도로 즐기는 중이라 멘탈에 금갈 새가 없는 쪽일걸... (งᐛ)ว (งᐖ )ว
>>620 갸악 1분 간격으로 올라왔었구나 못 보고 뻗어버렸는데 분하다... 청소년기의 방황하는 심리... 뭔지 알 것 같아서 인상적이야🤔 한편으로는 아버지가 닮으면 불안한 느낌의 사람이라 걱정되면서도? 아직 밝혀지지 않은 이야기가 있을 것 같기도 해서 더 지켜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네여...
>>626 그래도 내가 좋다면 날 제대로 꼬실 수 있도록 노력해 보렴 < (휘파람) 이런 옴므파탈⋯⋯. 어울려 주는 건가요, 이런 태평양 같은 마음씨. 큥 군 담배 피우는 것도 보고 싶네요~ 곰방대 이런 예스러운 디자인의 담배 어울릴 것 같아요 :D 멘탈⋯ 확실히 여유로운 느낌이에요 😊 그런 멘탈을 금가게 한 음료수 자판기는 도당체⋯⋯.
말아쥔 손을 보고, 잠시 눈을 동그랗게 떴다가 접었다. 실실 웃으며, 사치의 손을 살짝 잡고 흔들다 놓았다. 뭐야, 잡아주려면 잡아주지 그랬어~ 하며. 딱히 도움은 안 되었겠다고 생각하지만, 그것과 별개로, 기특하잖아.
저 자그마한 머리로 또 뭔가 엄청 생각하고 있는 것 같은데, 그 점이 햄스터 같아서 재미있다. 눈도 엄청 굴리고 있는데 음흉한 느낌은 없어서 어디로 튈지 모르고, 갑자기 해씨를 볼 안에 마구 집어넣을 것만 같다. 어, 또 눈 커졌다. 뭘 가리키는 거지.
"귀?"
하며, 만지작거리면 어쩐지 한 곳, 비어버린 느낌과 말캉한 감촉이 있다. 아, 빠져버렸나...
"괜찮아. 집에 그런 거 많은걸. 나, 원래도 물건 잘 잃어버리고~ 운이 나빴지만 이건 삿쨩의 불운은 아닐 거니까 말이야. 신사에 와서 돈도 안 내고 갔다고 벌 받은 거 아니야~? 농담이양."
난~테넹~ 장난스럽게 말하면서도 어쩐지 의식하고 나니 간지러워져서, 귓바퀴를 몇번 긁적거린다. 허둥지둥 주변을 둘러보느라 정신이 없는 아가씨를 어쩌면 좋을까. 진짜 별 거 아닌데. 유즈루는 물건에 애착이 없었으니까 여기서 엎드려서 종일 찾는 건 취향이 아니었다. 성가시고, 가오없고.
"그래, 이 김에 구멍 막아버릴까~ 농구부에서도 집에서도 싫어하거든. 말하자면 행운!이네. 그러니까 정말, 신경쓰지 마. 것보다, 고기만두 까먹은 거 아니지~? 삿칭이 사주는 고기만두 유즈는 정말 먹고 싶으니까, 가자 가자~"
아가씨의 자그만 어깨를 부드럽게 시내 방향으로 돌려주었다. 본인을 삼인칭으로 말하는 소년, 최악이지~ 같은 생각을 하면서.
본래 제 모습에서 날개를 다 펴면 팔 자(尺)에 가까운데, 인간의 몸으로도 그에 가까우니. 높은 곳에서 보게 되는 것이 아이들을 대하는 것에 고개를 아래로 숙여야 한다는 것이었지만. 너와는 같은 눈높이로 마주 볼 수 있을까. 옻 빛, 밤 같은 네 눈을 바라보며, 한날 노란 달 같은 그 눈은 호기심을 담은 채 반짝이고, 이어지는 안부 인사에 미유키는 초승달 꼴로 휘며 웃는다.
"모처럼 뜬 눈으로 보내지 않아 좋은 밤이었지요."
하며 미유키 역시 "하시모토 씨는 평안하셨는지요?" 고개를 기울이며 묻다가는, 이어지는 부탁에 후후, 부드러운 웃음을 흘린다. "어렵지 않지요." 제 너에게 부탁했던 것에 비하면 이는 아무것도 아니니. 네가 곤란할 때 제가 도울 수 있는 것이 있으면 기쁜 것이었다. 그렇게 교과서를 챙기려는 것인지 돌아서려던 미유키는 네 질문에 멈춰서며 널 응시하다 어깨를 으쓱인다.
"생각해보면 서로 마주한 지 오래되긴 했군요."
하며 미유키는 아예 문에 기대어 선다. 교과서는 종 치기 전까지 건네면 되는 것이니 그전까지 너와 담소라도 나눌 생각이었다.
"저는 제 관산(關山)이라도 다녀올까 싶었지만. 알고 계시다시피 멀고 추운 곳에 있지 않습니까? 본래도 겨울에는 추워 꼼짝 움직이기 싫었는데. 제 이런 몸으로 있으니 더욱 움직이기 싫어 동면하는 곰 마냥 집에만 틀어박혀 있었지요."
그림자가 늘어진다. 해가 져가고 있다. 시스템 엔지니어 이츠키는 휴일에 암흑. 어둠을 모시는 신사에 가기로 비슷한 처지의 이들과 약속했다. 지치고 피로한 이들인 만큼 왁자지껄하지는 않았다.
하테나미치신샤(다이샤) 혹은 오소레나미치신샤(다이샤)라고도 불리는 그 신사의 토리이는 희고 반짝이는 돌로 만들어져 빛을 받으면 하얗게 빛났다. 달빛을 받아도 창백히 빛나기 때문에 밤의 산길에도 사람들이 경계선을 건널 수 있게 해주었다.
그 토리이와 길 중앙을 두 줄의 색이 다른 돌로 구분되도록 잘 꾸며놓은 참도를 넘어서면 카미사마를 모시는 신사의 배전과 테미즈야가 보인다. 배전은 비교적 최근 보수공사를 끝냈는지 깔끔하면서도 고풍스러운 외양을 지니고 있었다.
테미즈야에서 잠깐 멈칫하게 된다. 토리이처럼 흰 돌로 만들어진 테미즈야는 두 구역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한 곳에는 검은 모래가 담겨 있고, 한 곳에는 고요해 보이지만 솟아나는 온천이 있다. 간단하게 씻은 뒤 바가지에 물을 조금 담아 검은 모래 쪽에 붓는 것이 예의라고도 하니. 우리 또한 그렇게 행했다.
그 신사의 본전은 일견 길이 보이지 않는 곳에 위치한 것처럼 보인다. 분명 밤이라서 그런 것이겠지만 그것과는 농도가 다른 어둠에 묻힌 것 같은 주위이기에 이 신사는 어둠의 바다 위에 떠 있는 듯한 착각을 주고 있었다. 어딘가 배를 탄 것처럼 울렁이는 듯한 기분이란.
"그거 알아?" 에마에 어쩐지 옆에 있던 사람과 닮은 그림을 그리던 어떤 여자가(금융권에서 일한다고 들었다) 우리에게 속삭였다. 해안 절벽에 사람들이 잘 모르는 오쿠미야가 존재한다고 하더라. 오쿠미야를 함부로 침범하면 미지를 엿볼 수 있다고 하더라. 그러나 그 대가는 가볍지 않을 거라 하더라. 금융과 관련되었다는 이들의 눈에 일견 흥미가 스치는 것을 보았지만 가볍지 않다는 것에 머뭇거린다.
"겁먹은 거야?" 여자가 웃고 있는 것을 빤히 쳐다보는 메마른 시선이 어디선가 느껴진 것 같기도 하다.
"뭐.... 그런 뒤에는 가자고 했다는 거 외에는 잘 기억이 잘 나지 않습니다." "그렇습니까.... 하긴 범인이 목격자 인멸같은 걸 위해 하나둘씩 밀었다고 했으니.." "하지만 전부 살았으니 다행입니다." "어떻게 살았는지는 모르겠지만요." "우스갯소리지만. 카미카쿠시가 천운이었다는 걸지도요."
유즈루주의 독백을 읽으면서 유즈루가 아버지에게 품은 묘한 감정을 느낄 수 있었어요. 아버님. 뭔가 한량이지만 미워하기는 또 힘든 이네요. 뭔가 구수하지만 그렇다고 옹호하기는 힘든 약간 그런 느낌? 그리고 저 독백은..뭔가 상당히 섬뜩하네요. 사야카의 도움인가. 그런 것인가.
다이어리와 연필, 지우개로 구성된 필기구 세트. 물론 그 내용을 본다면 귀엽다도 있지만 제법 진지했을까,
그래도 그동안 심상수련을 하듯 머릿속으로만 떠올렸던 것들을 직접 적어내려가다보면 더 확실하게 자신의 고뇌들이 보일 것이다. 아마 이런 선물을 준 이도 그걸 염두에 두었던 건 아닐까?
"그러고보니 무엇부터 나열해야할지부터 고민이네요..."
한참동안 시선을 다이어리에 둔 채 고민하다가 문득 다른 생각이 들었는지 작은 크기의 편지봉투와 편지지를 꺼내곤 무언가 적어내려가기 시작했다.
[첫 선물부터 감격적이군요. 꽤 마음에 들었어요. 보내주신 분도 그렇게 자신의 번뇌들을 지워가시다보면 언젠가 좋은 일들이 다시 돌아올 거랍니다. 인생지사 새옹지마, 마냥 좋은 일만 생길 수는 없대도 마냥 나쁜 일만 생기는 것도 아니니까요. 약소하게나마 고향의 추억을 담은 장신구 하나를 드리고 싶네요. 선물이란 것은 본디 돌고 도는 법,]
그렇게 적어두고선 봉투 속에 키링이나 스트랩으로 바꿔달 수 있는 도토리모양 악세사리를 넣어 봉해두었을까, 누군지 알 수 없으니 어떻게 주어야 할지도 모르겠지만 대강 선물을 놓아두었던 자리에 올려두면 상대방도 알아채지 않을까 싶은 마음이었다.
“당연하지. 나중에 우리 같이 놀러 가자! 나 주말마다 (-)시에서 댄스 스튜디오 다니고 있거든. 리오도 와서 카페도 가고 밥도 먹고, 복합 쇼핑몰 구경하면 진짜 좋겠다. 그때는 전부 내가 살게.”
애석하게도 근교의 대도시로 놀러갈 상상에 잠겨있느라 리오의 의중은 안중에도 없다. 어쩐지 그늘진 듯한 그 낮은 미소를 발견했다면, 섬세한 감정 파악에 능한 미야나기가 눈치채지 못했을 리 없을 테지만······. 그녀의 속내는 눈곱만큼도 모른 채 미야나기는 옆에서 종알종알 계획에 대해 떠들어대며 리오의 안내를 따라 계산을 마쳤다. 음료 두 잔에 오므라이스 하나 값이라기엔 턱없이 모자란 금액. 틀림없이 리오가 내준 거겠지. 이건 기억해뒀다가 꼭 보답해야겠다. 영수증은 대충 접어 카드와 함께 가방의 앞 주머니에 쑤셔 넣고 문 앞에서 잠깐 리오를 기다리는데, 이것만큼은 여태 적응이 안 된다! 다른 건 전부 익숙해져도 단체로 가게가 떠나가라 외치며 인사하는 것만큼은 역시 버티기 힘들다! 게다가 안쪽에 있는 손님들도 자연스럽게 시선이 현관 쪽으로 쏠릴 터. 직원들을 바라봄과 동시에 자신까지 실컷 관망하니 꼭 아쿠아리움의 벨루가라도 된 기분이었다. 얼른 구경하라는 양 종까지 땡땡땡 울려대는데 주목되는 게 오히려 당연하지. 게다가, 아무래도 이 카페의 고인물 왕언니(?) 포지션인 듯했던 그 아저씨들도 직원과 이야기하다 말고 자신을 빤히 쳐다보는데 눈빛 속에 담긴 의미를 한 번 살피자니. ······음. 으음. 그냥 읽지 말아야겠다. 맞아 죽을 것 같으니 앞으로는 얼씬도 안 하는 게 좋겠군. 아무튼, 드디어 이 황송스러운 상황에도 끝은 다가오고 있었다. 미야나기는 눈을 반으로 접고 웃으며 마찬가지로 손을 흔드는 리오에게 작별의 인사를 건넸다. 그러면서 뒤돌아 서다 말고 문득 탁 하고 손목이 잡히자 순간 눈을 동그랗게 뜬다. 곧 알겠다는 듯, 아하! 하며 주머니에 손을 넣었지만. 라인 아이디 교환이구나! 역시 이 타이밍이라면 그거 말곤 없지. 리오도 인스타그램 하려나? 흔쾌히 QR을 보여주려 핸드폰을 꺼내드는데, 설풋 웃던 얼굴이 점점 창백해진다. 그야 리오가 하는 말은 순전히 그녀의 착각일지 몰라도 이상하게 들린다. 분명 처음에는 그렇게 말해줘서 기뻤다느니 앞으로도 친하게 지내자느니, 평범한 친구끼리 나누기 충분한 대화였는데. ······어쩐지 집착적인 부사의 반복이라든가. 지, 지금 생각하는 중에도 조금씩 강해지는 손목을 움켜쥐는 세기라든가. 그, 그리고 주, 주주주죽어버린다고—?! 리오, 장난치는 거지? 핏기가 사라진 미야나기의 입술이 경악으로 물든 채 쩌억 벌어졌다.
“리, 리오?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죽, 죽어버린다니 그런 말은 농담으로도 하면 안 돼······.”
농담이 아니었으면 정말 좋았겠지만. 비통하게도 눈치를 살폈을 때 그냥 하는 소리는 절대 아닌 것 같으니까 문제다. 맙소사, 왜 하필 나에게 이런 일이! 평화롭게 헤어지고 다음 날 학교에서 재회하는 전개인 줄 알았는데 갑자기 왜 분위기가 공포물로 반전된 거야! 차라리 미야나기는 그 자리에서 혼절해버리고 싶었다. 어떡하지. 이, 일단 앞으로 리오한테서 오는 연락들, 절대 답장하지 않으면 안 돼. 반에서도 어떤 일이 있어도 절대로 무시하면 안 돼. 특히나 리오랑 거리를 두려고 시도하는 건 절대로절대로 안 돼—!! 미야나기는 애써 하, 하! 하고 웃어보이며 떨리는 손으로 핸드폰 화면을 켜서 차분한 척 리오에게 보여줬다.
”그러고 보니까 우, 우리 말야. 여, 연락해야 되니까 라인 아이디 교환해야, 지. 저기. 내 QR은 이거고······ 리오는 그, 인스타그램이라든가, 하, 하고 있어······?“
// 아방방 전개로 가고 싶엇는데 사에 시트에 >눈치 빠름< 적혀잇어서 백스탭 후 지뢰녀에게 시달리는 클래스 메이트 노선으로 틀엇습니다... 🙃
자캐는_사랑하는_대상에게_고백하지_않고_조용히_친구로_지낼것인가_용기를_내서_고백을_할것인가 SL 지향에겐 의미 없는 질문이라 패스!!!!
자캐의_미래 파리 오페라에는 이미 한국인이 있으니까 실력만 된다면 마린스키나 볼쇼이로 보내고 싶고 그러타… (양심X) 개인적으로 엄격한 러시아 스타일의 타협 없는 정석 발레 취향이기도 하고? 그만큼 무용수한테는 잔인하지만 😔
자캐이름_이렇게_지었다 아 그건요 제가 어느 날 누워서 스위치로 껨을 햇습니다. 근데 글쎄 거기 나오는 메인 빌런이… 오우~ 진짜 까리합니다. 어쩌고위키에 검색을 햇습죠. 그놈 참 성씨 유래도 맘에 들어줍니다ㅋ 그래서 언젠가 일본인 캐를 만들 일이 생기면 써먹어 주겟다고 결심햇습니다. 이름은 머… 거기에 대충 어울리는 걸로… 한자 의미도 캐 설정에 맞고… 상판 특성상 뒤에 -주가 붙을 걸 고려해서 깔쌈한 두 글자에 발음이 끊기지 않는 이름을 붙엿습죠. 이상입니다 (감사합니다 제리짤)
>>687 SL>HGL 이라는 것은 가능성은 열어뒀다는 이야기가 아닐지.. (갸웃) 아무튼 사에는 어찌되었건 외국으로 나가는군요! 음. 음. 그리고 이름의 유례가 게임이었군요. 정확히는 성이지만! 참고로 미야나기라는 성을 지닌 빌런이 나오는 게임은 제가 하나밖에 모르지만.. 저도 인상깊어서 참 기억에 많이 남는 이에요. 룰루.
남궁 린 의 오늘 풀 해시는 싫어하는_무언가를_자캐의_입에_억지로_집어넣어보았다 오... 이건 도전?인 거지????😊 와하하 웃으면서 입에 들어간 거 뱉고 그대로 넣은 사람 입에 힘으로 쑤셔넣어줘. 더러운데 확실한 응징...() 그치만 이건 선빵 친 쪽이 잘못한 거잖아~ •̀Ⱉ•́
자캐가_무서운이야기를_듣는다면 (본인이 괴담인 편) 공포보다는 유잼썰 듣는 기분으로 듣는 편이지~ 다른 사람이랑 같이 듣는 상황이라면 딱 아슬아슬하게 긴장되는 순간에 갑자기 옆사람 뒷목을 턱 붙잡거나 워억!!!!!하고 놀래킴...
잘못한_게_없는데_혼이_났다면_자캐는 억울하다!!! 근데 그동안 저지른 게 많아서 의심 받아도 할 말은 없다!!! 근데 이건 진짜 내 잘못 아니니까 반성 안 할 거지롱 우하학(튐!)
이렇게 튀고 오해 풀릴 때까지 안 나타나지 않을까...🤔 끝까지 안 풀린다면 슬슬 오해 받으면서 도망다니는 상황을 즐길지도...🤦🏻♀️
평안한 밤을 보내는 것은 인간이니 신이니 상관없이 둘 모두에게 중요한 것이니. 미유키는 고개를 선선히 끄덕인다.
"친우가 많이 생기었나 봐요?"
미유키의 한쪽 눈썹이 치켜 올라간다. 인간 아이들을 허물없이 대하는 네 모습이 살짝은 부러울까. 그럴 만도 한 것이 아직 저는 이름을 부를 만큼 가까운 이는 인간 중에 없는 것이었으니. 이는 경배 받는 것에 익숙한 입장이라 그러할까, 인간들에게 거리를 좁히며 다가가는 것이 어색한 탓이었다. 편히 이름으로 불러도 된다는 네 말에 미유키는 생각에 잠긴 눈치로 널 바라본다. 널 부를 적에 신명이나 인간 몸의 성으로만 불러왔는데. 미유키는 어색하게 "케이군," 하며 널 불러보다니 빙그레 웃는다. 그러니까 너는 그 친해진 인간 아이들과 이런 이야기를 나눈다는 거겠지.
>>713 맞아요! 저건 선빵을 친 쪽이 잘못이지요! 어떻게 싫어하는 것을 입속에..으으. (절레절레) ㅋㅋㅋㅋㅋㅋㅋ 린은 아무래도 존재가 존재다보니 오히려 저기서 놀래키는 것을 즐기는군요! 오해 받으면서 도망다니는 것을 즐긴다니. 이게 그 유명한 캐치 미 이프 유 캔인건가요?! (아냐)
" 그래서 음악에 감사해- 미야한테 감사한만큼 음악에 감사하고 있어. 아니었으면 나 분명, 응. "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모두에게 편지를 쓸 생각이었다. 친구들에게 뿐만 아니라 열일곱에 죽으려던 사람을 구원해준 로큰롤에게, 음악에게. 항상 진심으로 감사하는 마음은 예쁠지 모르겠다만 한 꺼풀 벗겨보면 그 안에는 새카만 악의가 자라고 있다. 가시덩쿨같은 악의가 뾰족하게 자라나면서 점점 죄어온다. 하루라도 빨리 잘라내야 한다는 것 쯤은 알고있지만, 머리로는 알고있지만.
" 응. 미야는 절대 버리지 않겠다고 했으니까. 믿어. "
전철이 멈추자 한 차례 흔들린 리오는 옆 자리에 자리가 비자 누가 앉을새라 빠르게 자리를 차지하고는 다리사이에 기타를 끼워두었다. 사람이 많은 전철. 리오는 그 수 많은 시선이 각자 자신의 할 것에 박혀있음을 알면서도 미야에게 머리를 기대로 몸을 부비적거리며 과시하고 티내고 티내고있었다. 가장 친한 사람하고 같이 있는 나를 봐달라는 무언의 외침을 외쳤고 일면식도 없는 너희 전부가 날 바라봐주었으면 한다고.
" 그렇게 말하면 부끄러운데- 그래도 그렇네. 응. 내 불길이 꺼지지 않게 도와줘. 절대 나 멀리하면 안된다? "
미야는 좋은 사람이다. 아마 이런 친구를 찾고 만나고 친하게 지내는 것은 복권에 당첨되는 것보다 힘들만큼 좋은 사람이다. 바라봐주고 지지해주고 이끌어준다. 좋아해주지 않으면 죽어버리겠다고 말해도 그럴리 없을테니 안심하라고 이야기해준다. 미야와 같이 있으면 입에서 단 맛이 도는 느낌이었다. 하나부터 열까지 전부 챙겨주는 좋은 친구였고 그렇기에 리오는 모든 것을 전부 맡기고 싶어했다. 전부 다른사람에게 의존하고 바라봐주길 바라고 챙겨주기를 바라는 지독한 의존증에 멘헤라까지 겹친 사람에게는 너무나도 단 맛이었다.
" 미야한테는 뭘 해줄 수 있을까 생각하고 있었어. 과연 나 같은 사람이 해줄게 있을까- 싶어서 말이야. "
리오는 잠깐 눈을 감았다 떴다. 해줄 수 있는 것이 뭐가 있을까. 아무리 생각해봐도 자신에게 완벽한 케어를 해주는 사람에게 해줄 수 있을만한 것이 있을까.
" 나도 주변에서 날 뭐라고 하는지 정도는 알고 있으니까. 응. 그런 내가 미야한테 해줄 수 있는게 있을까- 싶어서. "
리오는 꽉 잡았던 손목에 힘을 살짝 풀곤 정말 아무것도 모른다는 순수한 눈으로 사에를 바라보았다. 그리곤 '농담?' 이라고 한 번 더 곱씹으며 고개를 갸웃했다. 정말 여기에서 무엇이 잘못되었고 어떤 것이 일반적인 상식에 맞지 않는지를 모르겠다는 듯이 그렇게 바라보았다. 이렇게 살아오던 리오에게는 이런 말이 당연한 것이었고 이런 감정을 품고 이런 식으로 감정표현을 하는 것이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었기에
" 농담, 아닌데. "
리오는 또 부끄러운듯 에헤헤, 하고 웃었다. 보통 같았다면 친해져서 기쁘다던가, 앞으로도 친하게 지내자 같은 말을 하며 지어질 귀여운 미소였겠지만 이 쪽은 상황이 많이 달랐다. 리오는 건네주는 휴대폰 화면을 보며 '응. 그렇네.' 하고 말하며 자신의 스마트폰을 꺼내 라인의 친구추가를 마치곤 인스타의 팔로우까지 마쳤다. SNS에는 의외로 정상적인 내용들만이 담겨있었다. 어쩌면 정상으로 보이고 싶은 내용들이었을지 모른다. 오늘 입은 옷의 착장이라던가, 오늘 있던 일이라던가, 기념할 만한 특별한 일이라던가. 그런 일들. 리오는 다시 눈을 들어 사에를 똑바로 그리고 조금은 멍하니 쳐다보았다. 그리곤 조금 강단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 농담 아니야 사에쨩. "
그 쯤 돼서야 리오는 떠올렸다. 중학생때 항상 듣던 말. 고교 데뷔 이후에도 종종 듣던 말. 멘헤라 고치라던가, 의존증 고치라는 말들. 정상과 비정상을 나눠야만 한다면 비정상의 범주에 속하는 언행과 행동들. 그럴 때마다 리오는 조금 억울했다. 나는 조금 아플 뿐이고 나는 너희들과 좋아하는 방식이 조금 다를 뿐이라고. 내가 좋아하는 만큼 좋아해주지 않으면 죽고싶은건 당연한게 아니냐고. 그럴 때마다 돌아오는 대답은 더욱 악의가 자라게 만들 뿐이었다.
" 사에쨩은 좋은 친구니까. 나랑 친구가 되어준다고 했으니까. 나는 기뻐! 사에쨩도 나랑 친해지고 싶었다구.. 생각해줘서.. 나 혼자만 생각하는 줄 알았거든.. 응. 나 멍청하지만 알고 있어. 주변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말이야. 자주 들리는 말들은 나두 알고 있으니까. 멍청하지만 그 정도는 알아. 그래서 더 기뻐. 사에쨩. "
또 미소를 지은 리오는 조금은 차갑게 낯빛을 바꾸고 사에의 손을 꼭 잡았다.
" 그러니까 나랑 멀어지려고 하면 안돼. 나랑 쭉 친하게 지내야해. 꼭이야. 아니면 나, 죽어버릴거야. 사에쨩이 나랑 거리를 두려고 하면 나 죽을거야. 사에쨩이 나를 미워하면 안돼. 그러면 나 죽어버릴거야. 응. 진짜 죽을거니까. 친구가 죽는 것은 싫지, 사에쨩- "
안녕하세요, 타카나시 하네입니다. 지금은 다들 종례를 마치고 부활동을 하러가거나 집으로 향하거나, 말고도 각자 해야할 일을 하기 위해 같은 반에 모여있던 학생들이 모두 흩어지는 시간입니다. 하교하는 길이에요. 저는 부활동을 하지 않으니 가방을 메고 집으로 갑니다. 다른 곳을 들를 수도 있지만, 오늘은 웬일로 큰오빠가 와 있기 때문이에요. 하굣길 마중을 나오겠다고 하기 전에 먼저 귀가해야만 합니다. 그런데 작은 일이 하나 생긴 것 같습니다.
“고양이 씨.”
벤치에 누군가 널려 있어요. 앉아 있는 것도 아니고, 누워있는 것도 아니고 널려 있습니다. 늘어져서 녹고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봄날 햇볕이 따스해서 녹고 있는 걸까요? 배에는 고양이가 한 마리가 앉아있고, 벚꽃잎도 몇 잎 같이 앉아있습니다. 고양이가 올라가 자리잡고 앉아있는데도 아무 반응이 없다는 건 어디 아픈걸지도 몰라요! 아니면 쓰러진걸까요? 제가 황급히 다가갔다가 고양이가 놀라서 뛰어밟고 다니면 안 됩니다. 일단 고양이부터 바닥에 내려놓기로 해요. 그래서 불러보았지만 제게는 관심도 없는 것 같습니다.
“고양이 씨, 그러면 츄르 못 먹어요.”
고양이는 츄르를 좋아한다는 것 같아요. 제가 츄르를 갖고 있었다면 유혹할 수 있었을까요? 일단 고양이 씨를 내려다보며 고압적인 구도를 만드는 것보다, 부탁하는 쪽인 제가 올려다보는게 나을 것 같아 자세를 낮춰 쭈그려 앉았습니다. 벤치앞에 쭈그려 앉았더니 고양이 씨와 눈높이가 비슷해진 것 같아요.
“고양이 산타클로스 씨가 없어서 못되게 구나요?”
최대한 작은 목소리로 낮추어서 말을 겁니다. 이쪽으로 오라고 제 무릎도 두번 탁탁 두들겨보았어요.
정규 수업이 끝난 방과후 시간 다들 한참 동아리 활동을 하고 있을 시기다 그러나 미카는 교정 가장자리의 으슥한 변두리, 꽃잎 수북히 내려앉은 판판한 아스팔트 바닥에 주저앉아서 흐르는 코피를 훔치고 있다 보나마나 또 쌈박질한 모양 그러니까 시비 걸어오는 놈들을 좀 패줬다고 할까 생긴 것도 비리비리한 녀석들이 뭘 믿고 덤볐는진 몰라도 결국 놈들은 매운맛을 보고 줄행랑쳤다
하지만 상처 없는 승리란 없다 코뼈가 박살나고 눈두덩이에도 멍이 들고 하여간 지금의 미카는 온 곳이 만신창이였다 다른 학생들이나 교사들이 보면 놀라 자빠질 듯
>>713 첫번째 엄청나....... 입에 넣자마자 녹아버리는 쪽이라면 어떻게 될까? 엄청 쓴 가루경단(??) 같은거라던지 🤔 무서운 이야기 들을 때 바람잡고 놀래키는 경우 왕왕 있지—! 그러다 울리고 그러는 거고 😚 도망다니는 걸 즐기다...... 정말 돗가비 다운 답변이라고 생각. ☺️
>>719 방금 일상을....... 시작해서 🥲 멀티는 자신이 없어............ 치아키 졸업하지 말고 유급해—!!! 그럼 1년 더 만날 수 있을거야—!!! (??)
"무도회에 간다면 복식은?" 아이자와 치아키:글쎄? 여기는 가미즈나고 나는 신사의 아들이니까 신사 전통 복장으로 가볼까? 의외로 이거 입어도 춤추는 거 전혀 안 불편해. 아이자와 치아키:하지만 사실 내 취향은 검은색 정장차림이라서 정장 입고 갈래. 하핫.
"평생의 목표를 훌륭하게 성공한다면 그 다음엔 어떻게 할 거야?" 아이자와 치아키:내 평생의 목표를 성공했으니까 다음은 푹 쉬어야지. 노력한 나에게 주는 포상이야. 아이자와 치아키:아. 다른 지역에 길게길게 여행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 이를테면... 신님이 많이 모이는 장소라던가. 막 이래~ 하핫.
"실력이 그 정도밖에 안 돼?" 아이자와 치아키:그렇게까지 말했으니까 너는 더 엄청난 실력을 보여주겠지? 그렇지? 응? 그럴거지? (빤히) 아이자와 치아키:이 두 눈으로 아주 똑똑하게 1분 1초도 안 피하고 볼테니까 잘 보여줘. 응? 보여줄거라고 믿을게. 아주 잘 말이야. (빤히) 아이자와 치아키:한 치의 실수도 없을 거라고 믿겠어. 그러니까 그랬겠지. 그렇고 말고. 응. (빤히)
>>755 " 이 녀석 가까이 하면 안되는 야바이한 녀석이다. " 라는 생각만 안해주신것만 해도 감지덕지입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기억 속에 남아있다가 고교데뷔 이후에 보고 '에? 그때 그 리오?' 하는 느낌인거지?? 응 좋아! 완!!전!!좋!!아!!
>>755 여러 곳 있긴 하지만 아마 천의 기운과 지의 기운이 모이는 포인트가 있는 장소를 가장 가고 싶어할 것 같네요. 가미즈나가 그런 곳이라는 것은 이미 가족에게 들었으니 다른 곳은 어떤 느낌일까. 거기도 뭔가 신이 많이 모이고 그런 게 있을까? 하는 호기심으로 말이에요. 전통복 입고 춤 추는 치아키는... 여름 시즌에 잠깐 나올지도 모르지요! 아마도?
목소리만 들었을 때는 고양이 씨가 말하는 줄 알았습니다. 이 세상에는 신이 있으니까요, 고양이 신님이 있어도 이상하지 않습니다. 아니면 장난치기 좋아하는 신님이 고양이로 모습을 감추고서 인간들을 놀래키고 다닌다거나요. 아는 신 중에 그런 신이 꽤 있습니다. 네다섯명 정도요. 그러니까 그런 신님인 줄 알았습니다. 차라리 신님이었다면 놀라지 않았을 거에요. 그럼 넘어지는 일도 없었을 겁니다.
“집이 없어요?”
아프다거나 쓰러졌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습니다. 다행이에요! 단순히 자고 있던 걸까요? 고양이 씨가 아닌 다른 존재가 바라보는 시선에 놀라버렸습니다. 그래서 작게 엉덩방아를 찧었습니다. 쭈그려 앉아있다가 넘어진 것도 넘어진 것일까요? 아프지 않아 소리 높일 일도 없었어요. 모르는 눈을 깜빡깜빡 쳐다봅니다. 자고 있던 거라면 노숙입니다. 봄이라 다행이에요. 아니면 야옹이 씨의 집이 이 배 위인지도 몰라요.
“야옹이 씨, 여기는 집이 아닙니다.”
고양이 씨의 집 씨와는 같은 학년 같습니다. 학년 별로 리본과 넥타이 색이 같으니까요. 초록색은 2학년이고, 제 리본도 초록색입니다. 하지만 같은 반인지는 모르겠어요. 와타누키 씨를 못 알아본 이후로 같은 반 학생들의 얼굴과 이름은 외우려고 힘내고 있으니까, 아마 다른 반일 것 같습니다.
>>745 하네 어릴 적이라면 아저씨는 리오 이야기를 많이 들었을 거고, 리오는 아저씨 이야기를 일절 못 들었을 거야 🤔 신님들 이야기를 함부로 하면 안 된다고는 아주 어릴 적부터 꼭꼭 알고 컸을테니까! 대신 리오는 잇쨩이라는 호칭까지 아주 자주 이야기했을 것 같다. 그리고 >>755 이것도 정답 ☺️
신은 아니고... 인간인가. 지켜보는 동안에는 푹 빠져버릴수 없는데. 라는 이상한 생각을 하며 귀찮음이 가득한 눈으로 빤히 쳐다봅니다.
"집은 있는데" "걸어가기가 귀찮아..." 진짜 글러먹은 말을 태연하게 하고는 고양이가 배 위에 얹어진 사야카는 하네가 엉덩방아를 찧는 것을 바라보고는 한문장을 툭 건넵니다.
"의도한 건 아니었어." 엉덩방아를 찧게 하려던 것이라던가.
"푹 빠지는 게 아늑하다냐." 고양이는 자고 있는데 어떻게 말하냐고요? 당연히 사야카가 말하는 겁니다. 그랗게 말하다가 하네를 보고는 같은반? 이라고 물어보네요. 같은반 학생도 못 알아보는 수준이 되어버린 건가 사야카씨. 변명을 들어는 주자면. 사야카가 카행이기 때문에 사야카 뒷번호는 잘 모른다는 점. 그나마 같은 반인 우루하나 안즈 정도는 아니 다행인건가?
"노력해봄" 줄여부르지 않도록 노력해보겠다는 거지만 날카로운 말투에도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집에 가기 싫은?" 집순이 사야카로써는 애매한데... 음....음.. 잠깐 고민을 해보며 사람의 생활양식을 떠올려봅니다. 사회적인 동물... 다친 것은 사회상에서 손해가 벌어지는... 꿀벌같은 애들이 스스로 나간다거나... 왜 자꾸 동물 쪽으로 갑니까. 비유도 적당히 해야지.
"부서져서 수리필이라 이해했음." "수리비는 있음?" 수리점에 못 갈 정도면 심각한 것이라 생각하는 듯 하다가 미카의 말에 고개를 갸웃합니다.
"와타누키군을 보고있음." 그럼 아무도 없는 여기에서 대체 누구를 보겠음? 이라는 듯한 표정으로 사야카가 대답합니다.
"그 머리 모양은 어떻게 한 거야?" 코오리야마 유즈루: 아, 좋은 질문♪ 정수리에서 새싹이 나서 못생겨보일 즈음에는 미용실로 가서 부분탈색을 하고 와여. 아무래도 보기 싫으니까 말이죠... 처음에는 탈색약을 사서 직접 했는데, 실수해서 앞머리가 뚝뚝 끊겼었져...ㅋㅋㅋㅋ사실 아직도 자신이 없어서 돈 주고 맡기기로 했슴다.
"가지 마." 코오리야마 유즈루: 🙂
"어쩔 수 없는 술버릇은?" 코오리야마 유즈루: 미친나 18살 미만은 술 마시면 안된다 안카나! ...ㅋㅋㅋㅋㅋ안 마신다니까여. 술냄새로 어머니께 바로 들킨다 아님까. 못 마심다.
넓은 창 너머로 저녁 놀이 쏟아졌다. 눈가로 내린 햇살에 한쪽 눈을 살풋 찡그리자 검은 홍채에 갈빛이 스며들어 동공이 수축되는 것이 보였다. 해가 지고 있었다. 강렬한 붉은빛을 내는 태양처럼 정열로 타올랐던 리오는 어느새 얌전히 타닥타닥 타오르는 모닥불처럼 잠잠해진 듯했다. 그 속은 모르겠지만. 무쿠루마는 옆좌석에 앉아 기대 오는 리오의 머리칼을 여전히 격려가 묻어있는 손길로 매만졌다. 하얀 손가락 사이로 은회색 머리칼 몇 가닥이 살랑이며 갈대처럼 스쳤다. 입으로는 습관적으로 옳지, 옳지, 하며 작게 중얼거렸다.
리오의 (아마도) 불안과 의존에서 비롯된 과시욕은 대강 눈치채고 있었다. 그야 본 지 2년이나 됐으니까. 처음에는 신경 쓰지 않았다. 남들도 신경 쓰지 않았고, 리오 스스로만 신경을 쓰는 게 부질없는 짓이라 느껴졌으나 별 상관없는 일이었다. 그건 지금도 무쿠루마 스스로 그렇게 착각하나 기실 2년이라는 시간과 제 본질을 간과하였으니. 본인은 모르지만 그저 모른 체 웃으며 받아주기만 했던 예전과 달리 머리를 쓰다듬는 행위나 맞받아쳐주는 말 자체가 그녀의 응석에 응해주고 있다는 표시였다. 무쿠루마는 리오가 했던 말을 곱씹으며 조용히 속으로 대꾸했다. 사람이 물건도 아닌데 버리고 말고야 할 게 있겠니, 하고. 내가 널 버리겠느냐고. 현재 누구보다 내 '청춘'에 가장 부합하는 네가.
"당-연-하-지. 나, 내 친구가 타오르고 타오르다가 꺼져서 잿더미가 되는 꼴은 못 봐-!"
무쿠루마가 작지만 낭랑하게 외쳤다. 잿더미가 되는 꼴은 못 보지, 절대. 그 꼴을 내가 다시 볼까 봐? 속으로는 싸늘하게 읊조리면서. 늘상 부드럽게 말려 올라간 입과 휘어진 눈이 일순 차게 변했다가 다시 명랑하고도 온화한 빛을 머금었다.
허어, 자기 속도 돌볼 줄 모르는 애가 자신에게 해주고 싶다고 말해오길래 조금 어이가 없었다. 불쾌한 기색은 일절 없었지만, 그냥. '너부터 돌봐!' 하고 쏘아붙여주고 싶었다. 무쿠루마는 자기도 모르는 새 "그냥 꺼지지만 마⋯⋯." 하고 숨을 내쉬듯 말했다. 내뱉은 말에 잠시 멈칫하긴 했지만 나쁜 말도 아니기에 그냥 두었다. 다만 말을 덧붙였을 뿐이다.
"음, 그러엄-. 교환 일기라도 쓸까."
일기를 쓰면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정리하는 데에 도움이 된다. 쓰고 난 후 냉정한 이성으로 자신을 돌보기에도 제격이었으니 리오에게도 좋은 영향을 끼치지 않을까, 게다가 교환 일기라 자신도 볼 테니 극단적인 말도 어느 정도는 자제하겠거니 싶었고.
거기까지 생각한 무쿠루마는 무심코 역 안내판을 힐끔 보았다. 곧 내릴 때였다. 다시금 시선을 리오에게로 옮겨 말을 이었다.
"나는 친구와 추억을 잔뜩 쌓는 걸 좋아하거든."
친구들, 이라고 말하려다가 순간적으로 친구라고 단어를 바꾸었다. 이걸 더 좋아하겠지.
/ 자꾸 리링을 목적에 이용하는 듯한 문장이 나오는데 절대 절대 아닙니다 😭 곧 밝혀집니다 네⋯⋯.
"그래? 그런 사람도 있긴 한건 알고있음." 불량스러운 모습이라서 납득한건지. 그냥 말 그대로 그런 사람도 있다고 안다. 인지는 애매합니다. 표정을 읽기 어려운 타입이어서인가?
"수리 필요해보여." 119 불러야 하나. 같은 생각을 하면서도 말을 많이 하기는 귀찮아하는 생각을 했습니다만... 일단 다쳤다.. 같은 것을 외면하기엔... 어느 정도 길들여져 인간에게 조금은 가까워진 신이라서 그런가?
"인간의 신체부분의 손상 뿐 아니라. 안정된 공간이라 생각하는 곳의 부재. 공감능력과 고차원적 인지가 발달하는 시기의 신체의 호르몬과 관계에 관한 삐걱거림." "그런 면에서 수리...를 말하긴 했지만. 그런 건 원래 안 보려 할 수록 계속 잔상이 남음." "....귀찮으니까 신체적 수리를 위해 같이 가줄순 있음." 느릿하게 덧붙입니다.
옛적으로부터 전해져 오는 기도중에는 신적 존재와의 접촉을 의미하거나 묘사 한 것이 많았다고 한다. 그것은 단순히 신과 보다 가까워지고 싶은 신자들의 마음이 반영 된 것이라고 해석되기도 하지만... 그런 그녀가 왠지 자랑이라도 시작하는 듯한 폼새로 콧대를 살짝 치켜들고서는 당신에게 설명하는 어조로 이야기를 해준다.
"당신에게는 방금, '잡령을 주변으로부터 물리는 축복'을 내렸습니다. ......당신은 신관인 것이지요? 그럼, 잡다한 영혼에게 방해받지 않는 편이 좋지 않을까 싶어서..."
즉슨 이렇다. 만물, 그 중에서도 죽음의 흔적을 당신에게 붙혀서 당분간은 영이 당신을 피해가는 모세의 기적이 펼쳐지게 된다는 것이다. 달리 말하자면 령으로부터 외면받는 외톨이가 된 것이다. ...하지만 본디 령이란 존재는 특이한 경우가 아니라면 인간에게 전부 보이는 경우는 없고, 개중에서는 알게모르게 생자친화적인 령도 있으니. 그렇게 생각하면 계륵이나 다름이 없는 쓰잘데기 그지없는 효과다.
"그리고 또, 이렇게 하면... 이 가미즈나 고교에 머무는 영들이 떠나갈테니까... 앞으로는 조금은 제가 길을 헤매이지 않게 되겠죠."
이 사신, 아무래도 그것이 본래 목적이었던 것 같다. 이 학교 건물 자체를 배제시켜서 외톨이로 만들어 버릴 생각인가?
그리고 감기 걸려요! 봄날이지만, 벚꽃잎이 팔랑거리고 하늘이 연하고 푸르지만 꽃샘추위란 말도 있는게 봄입니다. 감기에 걸리면 아픕니다. 정말 아프게 돼 버리면 안 돼요. 엉덩방아를 찧는 것과 학교에서 잠들다 감기걸린 건 다르니까요. 바르게 일어서려다가, 다시 쭈그려 앉았습니다.
“됐습니다.”
넘어진 것에 대한 이야기일 거에요. 의도가 있기도 어렵습니다. 넘어짐의 신, 엉덩방아의 신 같은 게 아니라면 못할 일ㅇ에요. 그러니 그런 말 할 필요 없다는 표현을 합니다.
“안 속아요.”
야옹이 씨인 척하는 목소리가 모르겠는 말을 합니다. 빠지다니 어디에 빠진다는 걸까요. 사람의 배는 빠질 수 있는 곳이 아닙니다. 물 같은 곳에 빠진다면, 야옹이 씨에게 물에 빠지는 건 위험합니다. 사람이더라도 수영할 줄 모르면 위험해요. 조심조심 야옹이 씨에게 손을 뻗습니다.
“같은 반을 못 알아봐요?”
제게 같은 반이냐고 물어보다니, 야옹이 씨의 집 씨도 같은 반 학생들을 잘 못 외우나 봅니다. 저도 그랬어서 조금 반가웠어요! 특징을 찾아서 별명 같은 걸 지은 다음에 이름과 매치하여 외우면 조금 쉬운 것 같아요. 야옹이 씨의 집 씨가 무슨 반인진 모르겠지만 무슨무슨 반 고양이 둥지 씨라고 외우기로 합니다.
>>646 분명 밤이라서 그런 것이겠지만 그것과는 농도가 다른 어둠에 묻힌 것 같은 주위이기에 이 신사는 어둠의 바다 위에 떠 있는 듯한 착각을 주고 있었다. 어딘가 배를 탄 것처럼 울렁이는 듯한 기분이란. 이 문장이 너무 좋아요⋯⋯. 마치 스틱스 강이나 명계의 차원이 잠깐 겹쳐진 순간의 느낌⋯⋯. 사야카 님이 살려주신 걸까요, 어디야. 나도 저 신사에 참배를 하러 가겠어요! 😉😉
>>663 토아는 (임의로 지칭)일기 선물 세트를 받았군요. 일기 쓰는 토끼 귀엽습니다 🐰 마니또에게 역으로 편지를 쓰고 선물을 주는 발상, 이 천사 토끼 어떡할거죠?!
>>687 사에는 사랑하는 이는 무척 많을 거 같은데 말이죠 🥺 (사에를 사랑하는 한명 여기 또 있사옵니다). 사에주는⋯ 전공자? 어떻게 이렇게 잘 아시는 거람! 사에라면 할 수 있을 겁니다(미야주 너가 몬데). 게임에서 착안하셨다니 역시 장인은 도구를 가리지 않앗서.
>>713 정말 최고의 복수, 킬킬 웃으며 집어넣는 상상 ⋯ (큥 군은 건들지 말자!) 그치만 상대가 확실히 잘못했어요! 😡 괴담 안 무서워하는 편인가요~ 미야가 장난 메이트(무서운 걸로 돌아다니며 애들 괴롭히기)로 탐낼 만한 인재⋯⋯. 큥주를 머리 짚게 만드는 큥군. 귀엽다.
>>743 학생회장 군의 '신사 전통 복장'⋯⋯? (이건 봐야 해.) (카메라, 조명 준비해 김 기사.) 노력한 나에게 주는 포상⋯ 치아키는 혼자 알아서 잘 큰 대견한 아들내미의 느낌이에요 😢 (미야주 니가 몬데). 실력이 그 정도밖에 안된다니 학생회장 군에게 무슨 말 버릇이야! (연속펀치날리기!)
>>793 머리 뚝뚝 끊겨(맴찢) 탈색 잘해야합니다⋯(급 현생 모먼트). 유즈루 머리 염색 해주고 싶네요~ 울집 자식이 미술 제외하고 손재주가 좋은데(특:만화부 부부장임). 가지마에 🙂 이건, 이건 대체 몰까요! 혹시 가족 과거와 연관된⋯? 슬픈데 참는건지, 담담한건지, 무슨 속인지⋯! 행 복 하 자 , 유 즈 루 (플랜카드).
어린아이처럼 '옳지-옳지-' 하고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것이 그저 좋다는듯 리오는 미소를 지으며 조금 더 가까이 머리를 기대놓았다. 똑바로 쳐다보기 힘든 악의에서 비롯된 의존증일지 모르지만 일단 이걸로 인해서 나오게 되는 행위는 기분 좋은 것들이었다. 남들에게 과시하는 것도 그렇다지만 제대로 의존할 수 있고 어리광을 받아주는 것 자체가 마음이 한결 편해졌으니까. 리오는 느리게 눈을 꿈뻑이다가 꺼지지 말라는 말에 '응-?' 하고 슬쩍 고개를 들어 올려다보았다.
" 응. 그렇네. 하지만 말야- 미야. 커트 코베인이라고 알아? 미국에 있지, 너바나라고 하는 엄-청 유명한 락밴드의 프론트맨이었는데, 그 사람이 그런 말을 했어. 천천히 사라지는 것 보단 확 타오르는게 낫다고- 멋지다고 생각했어. "
열일곱에 죽으려고 했다면 로큰롤은 자신을 구원해주었다고 했던가. 리오의 습관아닌 습관 중 하나는 노래 가사라던가 유명한 락스타의 말들을 곧잘 인용한다는 것이었다. 천천히 의미 없이 시간을 죽이며 사라지는 것보다 한 번에 확 타올라 버리는 것이 훨씬 낫다. 동감하는 말이다. 의미없이 썩어가느니 그러는 편이 훨씬 낫지. 리오는 '하지만 미야가 꺼지지 말라고 했으니까-' 하고 말하며 오랫동안 타오르겠다고 말했다.
그러는 편이 옳다. 주변 사람에게 쉽게 영향받고 쉽게 물드는 정신력이 약하고 자기파괴가 심한, 의존증이 있고 멘헤라가 있는 리오같은 사람은 함부로 따라해선 안된다. 커트 코베인은 위대한 락스타 중 한 명이고 그의 말 한 마디를 리오는 가슴 속에 품고 '멋있다-' 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사람도 결국은 자기 스스로 삶을 끝내버렸는걸.
" 응? 일기? "
살짝 졸음이 올 뻔 한 리오의 눈이 번쩍 떠지고 다시금 일기? 라고 되물으며 미야의 눈을 마주보았다. 교환일기라. 한 번도 해본적 없는 것이다. 게다가 더 마음이 동했던 것은 '친구들'과의 추억이 아닌 '친구'와의 추억이라고 이야기했다는 점이었다. 다른 누가 아닌 자신과 미야 둘 만의 추억. 더욱 더 가까이 놓아주고 지켜봐준다는 그런 무언의 약속같은 것.
" ..할래! 미야랑 교환일기, 할래! 나 매일매일 일기쓸게! 매일매일 내용도 많이, 그림도 그리구.. 그렇게 할게!! "
단 걸 좋아해, 매운 걸 좋아해? 모르겠어서 둘 다 넣어버렸어! 맛있게 먹어줘. 의도치 않게 또 간식 줘버렸다! 다음엔 어떤 걸 주지?
2. ⎛⎝(•‿•)⎠⎞⎛⎝(•‿•)⎠⎞⎛⎝(•‿•)⎠⎞⎛⎝(•‿•)⎠⎞ -> 쿄스케 선물:심플한 디자인의 디지털 탁상시계.
오늘도 수고 많았어 ⋀,,,⋀ (´・ω・)づ,,,⋀ (つ /(・ω・。) しーJ (nnノ)
3.아카사 -> 미후유 선물:지퍼백에 담긴 봉선화 씨앗 몇 알과 봉선화물들이기 키트
봉선화는 4~5월에 심어 여름에 꽃이 핀다니. 지금 씨를 뿌리면 딱이지 않을까. 봉숭아물이 첫눈 내릴 때까지 손톱에 남아있다다면 이루어진다고 하니 늦여름에 물들이면 어떨까?
4.팝콘 -> 리오 선물:예쁜 유리병 안에 든 색깔이 다양한 동그란 모양의 사탕
졸리거나 힘들 때 사탕을 꺼내 먹으면 힘이 난답니다. 색깔마다 각각 다른 맛이라서 색을 보고 어떤 맛일지 기대해보는 것도 좋아요. 보통 생각하는 그 맛이지만요 :) 늘 힘내고 좋은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5.라무네 -> 오구치 선물:압화 책갈피
강녕하셨나요, 오늘도 라무네입니다.
오늘은 짧은 농담을 하나 들고 왔습니다. 사실 저는 라무네라는 이름과 달리 말씨의 기백이 청량하지 못하니, 자기 자신을 탄산이 빠진 라무네라 칭하고 있습니다. 정적인 맛이 있구나 생각하여 주신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쁠 겁니다. 봄의 시작을 동봉한지 고작 하루가 되어 귀하의 반응이 어떤지 아직 잘 알지는 못하지만, 소식은 언젠가 입을 타고 알음알음 귀에 들어올 것이니 마음에 설렘 가득 들어찹니다. 설렘 담아낸 편지에 영원한 봄을 눌러담은 책갈피를 담아 보냅니다.
봄내음 속에서, 라무네.
(편지에 말린 벚꽃 가루를 문질렀는지 벚꽃 냄새가 은은하게 난다.)
6.돼지고기 반근 감자 양파 -> 안즈 선물:하얀색 반다나 헤어밴드. 하늘색 잔꽃 무늬가 있다.
어느 디자인이 예쁠까 색도 무늬도 고민하다가 안즈쨩 눈이 예쁘니까 봄에는 꽃이 피니까
7.샌드백 -> 하이디네 선물:직접 만든 것으로 보이는 케이스에 차곡차곡 담겨져있는 화과자들과 뚜껑 있는 캔에 담긴 잎차 4종
오늘 하루는 어떻게 보내셨나요? 혹시 출출한 하루는 아니었나요? 저번 선물과 어울릴지는 잘 모르겠으나 잎차 몇종류와 함께 제가 좋아하는 것을 담아 보냅니다. 내려먹는 방법은 사람마다 다르다고 하니 몇자 적어서 드릴게요. 오늘도 평안한 하루가 되시길
8.윌리 -> 미야 선물:파버카스텔 수채 색연필
지난 번에 선물 했던 리본, 오늘 머리에 하고 있는 거 봤어. 마음에 들어하는 것 같아서 기뻐. 이번 선물은 무쿠루마 씨 종종 그림도 그리길래 준비해봤는데 이미 가지고 있을까? 필요한 물건을 적절히 받은 거면 좋겠다.
9.물총새 -> 유우신 선물:벚꽃과 흰 토끼, 핑크 테마로 꾸며진 키링과 오렌지주스 한 병 https://i.postimg.cc/zXhWJVPj/a760e9a7394449eebd9b4541fbc6ce95-512.png
귀여운 거 좋아하는 것 같길래. 벚꽃이 한창인데 봄 다 끝나기 전까진 열심히 기분 내 보자고.
10.시미즈 -> 사야카 선물:봄을 담은 팔찌 https://postimg.cc/qzp0nR2h
거짓말 같이 봄이 왔습니다. 개나리나 목련 같은 꽃들이 여러 해를 지나며 번진 민들레가 산천에 봄이 오면서 피어납니다. 곧 벚꽃이 비처럼 내리겠지요. 유여(裕餘)한 봄빛 아래서 당신과 마주하고, 당신의 목소리를 들으며 이야기를 나눌 수 없는 것은 아쉽지만 언젠가 그대와 만나게 될 테니 그때까지 안녕,
11.오렌지 테러 -> 이나바 토아 선물:만년필
안녕 :D.. 오늘은 만년필을 준비해봤어. 학용품을 사러갔는데 이게 보이길래 혹시 좋아할까 싶어서. 비싼 물건은 아니지만 그래도 제법 쓸만한 녀석이라고 생각해. 다이어리는 잘 쓰고 있으려나? 이 만년필로 쓴 건 잘 지워지지 않을거야. 그도 그럴게 잉크로 쓰는거니까. 절대로 잊고 싶지 않은 좋은 추억이나 기억이 있다면 이 만년필로 쓰고 기록해서 기억해줬으면 좋겠다. 그리고 받지 못할 나를 위한 편지도 써줄래? :D 글이 길어졌네. 어제보다 더 행복하고 내일보다 덜 행복한 하루를 보냈길 바래 :D 【종이 봉투에 넣은 손편지. '편지칼이 있다면 예쁘게 뜯어주세요' 라고 적어두었다.】
12.원시 고대 서브웨이 -> 하네 선물:추억의 막과자들이 가득 든 작은 골판지 상자.
특별한 사람을 위한 특별한 선물. 사실 그렇게까지 특별하진 않아. 속았지? 별 거 아닌거 같다고 생각하지만, 어떤 이들에겐 그 무엇보다 값진 게 될 수 있다고 생각해. 추억이 되었든, 맛이 되었든 관점도 여러가지일거고. 너도 누군가에겐 더없이 특별한 사람이야. 너 스스로를 포함해서.
13.해피해피 스마일 -> 케이 선물:정성을 다 해 만든 것 같지만 조금은 엉성한 토끼풀 화관.
안녕, 친구! 네 오늘 하루가 최고로 멋진 날이 되길 바라며 선물 보내. 뭘 줄까 열심히 고민 해봤는데, 밖에 아름다운 봄이 왔으니까, 그걸 모아다 주면 어떨까 싶어서 열심히 만들었어. 마음에 들었으면 좋겠다!
14.메멘토 모리 -> 노아 선물:은은한 빛이 감도는 티백 한 세트
하얀 털 야수의 형상을 품은 그대여 그대가 항상 저승의 질서를 위하여 힘써주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있다네 따라서 감사의 뜻을 담아 내가 직접 정화하고 우려낸 죄깊은 영혼의 정수를 동봉한다 꽤 아끼는 차라네 그대가 걷는 길, 숨 쉬는 삶과 죽음에는 언제나 변함없는 평안함이 있길 바라며
15.오마모리 -> 린 선물:가운데 적힌 安 제외하고는 아무 장식이 없는 하얀 오마모리. 금색 실로 한자를 수놓았다.
학업에 쏟을 수 있는 열정도, 청춘을 즐길 수 있는 기세도 물론 중요하지만 안전이라 불리우는 토대가 있어야 가능한 일입니다. 요컨대, 안전제일이라는 옛말이 거짓이 아닌거지요.
이 오마모리에 특별한 힘이 깃들어 있다고 저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몸에 차고다니며 안전을 생각하는 마음을 수시로 가진다면 필히 도움이 되지 않겠습니까? 무엇이든 마음가짐의 문제라는 겁니다.
고개를 갸웃, 기울였다. 음악에 관해서는 깊게 아는 것이 없었으니 처음 듣는 이름이었다. 무쿠루마는 이내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그녀는 여전히 말을 이어나갔다. 그 사이로 간간이 "응, 멋있네." 하고 대꾸하며 적당히 추임새를 넣었다. 그러면서 무쿠루마는 생각했다. 멋있는 사람. 그렇지만 나하고는 가치관이 다른 사람이네, 하고. 거세게 타오르다가 재 가루가 되어버린 사람들을 안다. 나는 그 잿더미에서 몸을 파묻고 있었다. 얼굴에 맞닿는 감촉으로 다시 타오르기라도 할까봐. 그들은 영영 재 가루였지만. 무쿠루마는 그 길을 답습하여 걸어가기라도 할까 리오를 살폈다. 다행히 제 말을 듣기로 한 듯싶었다. 불길이 쉴 수는 있다, 그러나 재 가루로 변하면 안 되었다. 온몸으로부터 의욕이 밀물처럼 몽땅 빠져나가고 난 상태가 지속되면 그저 텅 비어버린다. 잿더미가 다시 불길로 치솟을 만큼 재기가 어렵다는 말이었다. 특히 리오 같은 아직 불안정한 아이는.
"내가 꺼지기 전까지 꺼지지 마, 같이 타오르는 거야. 잠깐 불길이 쉬더라도!"
무쿠루마는 그렇게 말하며 새끼 손가락을 마주 걸라는 듯 내민다. 약속의 증표였다. 그러는 사이 내릴 역에 도착했다. 무쿠루마는 "가자!" 하고 리오의 이펙터 가방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약속할 때와 마찬가지로 가방을 들지 않은 손을 착석해있는 그녀의 앞으로 내밀었다.
"에-. 부담 가면 일주일이나 이주에 한 번만 써도 된다구? 뭐⋯⋯. 리링 마음대로 해! 나는 스티커 같은 거 잔뜩 붙여야지~. 아, 근데 리링 그림도 그릴 거구나. 나는 명색이 만화부 부부장이지만 실력이 완전⋯⋯ 으엑이야, 히히."
전철에서 나오면 곧바로 하늘이 보였다. 암청색의 장막이 펼쳐지고 태양은 지평선 너머로 몸을 숨기던 중이었다. 봄의 저녁은 꽤 쌀쌀한 바람이 불었다.
짧게 쓰인 글에 이토록 깊은 정성이 옅보이는 것은, 못내 전해지지 않은 말들이 아롱아롱 쌓여있겠다는 뜻이겠지요. 그렇게 생각하면 나의 비밀 친구께서는 참으로 수다로우신 분입니다.
질문에 질문으로 답한다니, 뭐 이런 놈이 다 있나 싶겠으나 염치 불구하고 묻습니다. 한동안 답이 없을 편지를 쓰는 기분은 어떠하덥니까? 나도 경험한 바가 있고, 또 스스로가 못난 놈이라 마냥 기쁘지만은 않습니다. 보답받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에 맥없이 불안해지고, 또 선물을 받아 기뻐할 상대의 얼굴을 생각하면 염치없이 기뻐집니다. 이 들쭉날쭉한 감정들이야 말로 내 천명이라는 생각이 불쑥 듭니다. 나도 참 어리지요.
아무튼 내가 이리 옹졸하여, 내 친우께서도 같은 고민을 하면 어쩌나... 쓸데 없는 걱정을 하게 됩니다. 새로운 인연 앞에서 당혹스러움보다는 기대감이 앞서고, 기대감보다는 걱정이 앞섭니다. 못난 놈이지요. 질문에 대한 답이 얼추 되었을련지요? 이제는 친우께서 기약없는 답변을 기다리는만큼, 나 역시 기다리게 되었으니 동병상련同病相憐의 마음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이제 겨우 같은 시작점에 서있게 된거지요. 내일 봅시다. 그도 아니면 내일 모레에 봅시다. 그마저도 안된다면 다음주에 봅시다.
추신. 주신 사쿠라 모찌는 잘 먹었습니다. 음미하면서 먹겠다는게, 맛있는 걸 입에 넣으면 꿀떡꿀떡 넘겨버리는 습성을 버리지 못하고 그만... 따뜻한 차와 잘 먹었으니 걱정은 안하셔도 되겠습니다.
오늘도 받아버린 건가요? 네, 받아버렸어요! 세상에서 가장 맛난 건 인간들이 만드는 음식이고, 음식 중에서도 유별나게 맛난 건 배를 채우는 게 아니라 입을 달래주는 간식, 귀하고 사치스럽던 것이 어느새 대중화가 되었는지!
"답장, 답장!"
[체리 요정 님 안녕!!
간식 정말 고마워! 저번에 받은 것도 야금야금 먹고 있어! 줄어버리면 체리 요정 님이 준 거가 사라져서 아쉽지만 이노리랑 하나가 되니까 아쉽지 않다고 생각할래!
이노리는 둘 다 좋아해! 사실 체리 요정 님도 좋아!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리스트에 체리 요정 님도 있어! 요정 님 고마워-!
이노리가!!]
동글동글, 그렇지만 어딘가 삐죽하니 모난 글씨. 그래도 읽을 수 있는 정도니 어찌나 다행인지. 음- 하고 고민하다 더듬이가 쫑긋거리더니, 네 고개 이리 기우뚱 저리 기우뚱. 편지, 사물함에 넣으면 읽으려나? 요정이니까 읽을 거야! 그럼 요정들은 뭘 좋아하지? 이노리처럼 간식을 좋아하나? 큰맘 먹고 샀던 초코 베이비를 답장 옆에 두고는 별 모양 스티커를 두 개나 붙여버리고는. 거기다 포스트잇까지.
언젠가는 불꽃도 꺼지겠지만 타오르는 동안에는 모두가 바라볼 수 있도록, 주변을 전부 환하게 밝히고 한 점의 후회도 없이 타오를 수 있도록. 리오는 가자고 말하며 내민 손을 잡았다. 조금 더 앉아서 어리광부리고 싶었는데- 하는 생각이 들어서 조금 아쉬운 표정이 들었지만 그렇다고 언제까지 전철에 계속 앉아있을 수는 없으니까.
" 그거 무거우면 내가 들어도 되는데. "
등에 기타를 메고 타박타박 걷기 시작한 리오는 잠깐 이펙터 가방에 눈길을 주곤 내가 들까? 하고 한 번 더 말하며 마야를 바라보았다. 가까이 있으면 좋은 사람이다. 긍정적인 에너지가 넘쳐나서 리오의 안에서 꿈틀대는 악의를 어느정도나마 지워준다. 리오는 주변에서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에 대해서 잘 알고있다. 어느정도 안면식이 있는 사람은 딱 여섯 글자, 멘헤라지뢰녀. 안면식이 없는 사람들은 차갑고 무서운 여자아이. 그리고 리오는 마야에 대한 시선도 잘 알고있다. 긍정적이고, 밝고, 주변에 친구가 많은. 자신과 완전히 대척점에 서 있는 사람이다. 어째서 자신과 친하게 지내주는지도 모를만큼 어울리지 않는 조합일지 모르지만 이미 너무 깊게 들어와버려서 이제는 내보내 줄 수가 없게 되었다.
" 응. 매일 쓸게. 나는 매일매일 쓸거야. 미야가 하자고 해줬으니까.. 응. 나는 매일 쓸게. "
무리라던가 하는 부분이 아니다. 자기 전에 한 시간 정도만 투자하면 된다. 아니면 10분 20분이 될 수도 있다. 그 정도 시간을 매일 쌓아올리면 커다란 추억이 될 테고 그럼 더 깊이 기억되고 더 가까이 지낼 수 있다. 그것만으로도 리오에게는 충분했다. 그런 추억이 잔뜩 쌓인다면 '미야가 바라봐주지 않아서 이렇게 상처가 났어' 라고 말할 틈도 없을 것이다.
" 그래도 미야의 그림도 보고싶고.. 응. 대단하다고 생각해. 나는 그런거 못해. 남들 앞에 선다던가, 그런 중요한 자리.. 나한테는 무리야, 무리. "
짐작! 마음씨가 따뜻한 친구인 것 같아!!!🙋🏻♀️ 오마모리씨 정말 친절해... 응 맨날 고라니처럼 뛰어다니고 부수니까 안전이 위험...하긴 하지... 미신적인 효력은 믿지 않지만 부적을 지니면서 행동하기 전 다시금 생각해 조심했으면 좋겠다니 어쩜 이렇게 어른스럽고??? 상냥할까...ᵒ̴̶̷̥́ ·̫ ᵒ̴̶̷̣̥̀
전철 안에 있다가 밖에 나오니 속이 트이는 기분이라 무쿠루마는 숨을 크게 후아-! 하고 내쉬었다. 드넓은 하늘을 바라보고 있자면, 모든 상념과 걱정들이 먼지처럼 작은 것이 되기라도 하는 듯해 무심코 고개를 들게 된다. 그렇게 멍하니 걷고 있다가 불쑥 옆에서 물음이 던져졌다. 응? 하고 고개를 돌려 리오를 바라보다 이내 방긋 웃더니 가방을 높게 들어 올려 보였다. 살짝의 떨림이 있었으나 성공이었다.
"이 정도는 거뜬하다구! 그리고 오늘은 리링이 공연하느라 수고했으니까 집 앞까지 데려다줄래! 어차피 집 가깝구."
돌아가는 길이 혼자면 외로울 지도 모르니까. 오늘 꽤 깊은 이야기를 했으니 혼자가 되면 또 어둑한 상념에 잡아먹힐 지 모를 일이었다. 사람은 종종 커튼을 치고 창문을 열어 광합성을 해줘야 한다. 어둠 속에만 있다 보면 점점 무기력해지고 지하로 끌려가는 듯한 감각에 사로잡힌다.
"그렇단 말이지⋯⋯. 그럼 나도 매일 써야지!"
최대한 밝은 이야기들로 꾸며낼 심산이다. 사람이든 동물이든 빼앗기고 살아온 자들은 대개 욕심이나 소유욕이 짙어지는 방향으로 자라는 경우가 있었고, 그럴 때엔 넘칠 정도로 충분히 주며 그들의 마음 속에 신뢰를 단단히 뿌리내린 뒤 그들 스스로 여유를 되찾아 자제할 수 있는 방식을 사용하는 게 좋았다. 이게 리오에게도 해당될지는 모르겠다만, 한 번 시도해 보긴 해야지.
"흐음, 그럼 그려볼게. 리오를 닮은 회색 고양이나 연습해볼까-."
귀갓길은 사람들이 많았다가 점차 한산해졌다. 가벼운 발걸음은 느긋하다. 이런 인구의 변화는 제게 아무런 영향이 못 되었다. 그건 학교생활에서도 마찬가지라 떠밀리듯 부부장이란 직책을 맡게 되었어도 부담이라거나 무섭다거나 하지 않았다. 태생이 그랬다. 어릴 때부터 낯가림이라고는 전무했으니까. 그래서 사실 무쿠루마에게 있어선 이 주제가 그리 공감하기 쉬운 것이 아니었다. 다만 이해에 그칠 뿐. 너는 그렇구나, 하고.
"그치만 오늘 중요한 자리 섰잖아? 체리 블라썸 펀치 공연 말이야. 앞에 나서서 노래까지 불렀잖아? 미야가 볼 때에도 리링은 대단한 걸."
교환일기라는 것이 생기자 리오는 그게 무슨 대단한 의무라도 된다는 것 처럼 눈을 빛냈다. 작게 보자면 친구로서 남길 수 있는 추억이 생긴 것이고, 친한 친구끼리 할 수 있는 약속과 같은 것이 하나 생긴 것이었다. 그리고 크게 말하자면 살아갈 이유가 생긴 것이었다. 아마 이것을 고치지 못하면 평생 남에게 의존할 것이고 평생 자기를 봐주지 않으면 죽겠다고 말하면서 살 수도 있다. 그리고 그걸 고쳐나가는 과정에 있는 것이다. 일종의 재활훈련처럼, 교환일기는 그렇게 작용될 것이다.
" 원래는 그런거 못..하거든. 공연 전까지만 해도 못하겠다고했어. 나는 안하고 싶다고.. 그런데 미야가 와줬으니까. 응. 그래서 했어. 용기냈어. "
집도 가깝고 데려다 준다는 말에 리오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곤 자신이 나름대로 각오를 다질 수 있었던 이유도 설명해주었다. 기타를 잡은 것은 좋은 일이다. 앞 쪽에 크게 나설 일 없이 자신이 하는 것에 집중하고 있는다면 주변의 시야가 어두워져서 온전히 자신을 음악에 바칠 수 있다는 느낌이었다. 보컬은 느낌이 조금 달라서 모든 시선이 자신에게 꽂힌다. 아이러니하게도 관심을 받는 것을 미치도록 좋아하는 리오는 다른 의미의 관심이 꽂히면 견디지 못하는 경우도 왕왕 생기곤 했다.
" 미야, 미야- "
천천히 걸어서 어느새 집이 가까워졌다. 혼자 살고있는 리오의 작은 맨션. 꺼질듯 말듯한 가로등 몇 개가 길을 비춰주고 있고 나름 정비가 되어있는지 단지 내부는 깨끗했다. 리오는 뭔가 하고싶은 말이 있다는 듯 입구에 서서 우물쭈물하며 옷소매를 톡톡 잡아당겼다.
" 미야랑 조금 더 오래 있고싶어. 미야, 오늘은 아침귀가 하지 않..을래..? "
알고 있다. 이런 부탁을 하는 것 자체가 무리이고, 무례한 일이라는 것 정도는 잘 알고있다. 그 정도 사회생활도 못할 정도로 멍청이는 아니다. 하지만 리오는 그런 것을 알면서도 부탁했다. 오늘 하루는 온전히 자신과 쭉 함께 있어달라고 이야기했다. 이렇게 말하면 질려서 싫어하는 사람도 있고 리오도 그것은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미야는 잘 받아주니까, 좋은 친구니까, 어리광 부리게 해주니까. 그래서 조금 더 용기를 낼 수 있었다.
" 안된다고 하면 어쩔 수 없지만. 응. 안된다고 하더라도 나, 죽을거라던가- 그런 말은 하지 않을게! "
음... 어쩌다가 이 아재를 구상하게 되었는가? 계기는 별거 없고 임시스레 열렸을 때 머리에 팟하고 '아 한국 쪽 신 내고 싶다...!!'라는 생각이 스쳐서야. 이왕 한국신으로 할 거면 한중일이 공유하는 요괴나 신보다는 한국 고유의 신으로 하고 싶었고. 그래서 채택된 게 도깨비 :3 도깨비 신으로 하려면 나도 도깨비에 대해 알아야 하니 이것저것 찾아 보니까, 도깨비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도 더 모호하고 광의적인 존재더라고. 그래서 신이기도 하고 귀신이기도 하고, 신성하면서 요사스러워 종잡기 힘들다는 기본설정이 잡혔고... 그렇다 보니 왕년에 한탕 놀았던 우하하 욜로아재가 되어버렸고.... 철없는데 나이는 많고 미묘하게 꼰대끼 있을까말까한 성격을 보고 있자니 '앗...!!! 명절날 삼촌!!!'이라는 이미지가 스쳐서 페어도 구하고... 그렇게 됐네!! 하나하나 즉석으로 구상해가면서 채운 거라 초기설정이랄 건 없구~ 나름대로 신경 쓴 부분을 얘기하자면 이미지 컬러는 창백한 푸른 계열의 색, 시안~터쿼이즈를 오가는 선득하고 차가운 푸른색(청록색)이야. 도깨비불의 푸른 불꽃, 밤, 음귀라는 특성의 어둡고 음陰한 성질을 이미지화했어. 그래서 눈도 그 색이고 머리카락도 남색 가까운 느낌.
>>886 에- 하지만 초기설정은 이미 풀었다구~😗 신직가문 딸내미란건 똑같지만 신사일 할때 말곤 부끄럼 많은 친구라 그게 컴플렉스여서 깡을 갖기 위해 부던히 노력한단 느낌~
만약, 정말 만약에 명망있는 가문 설정이 아니었다면 김토아씨 아마 조무무녀 알바 하는 데코라 씨게 들어간 패션갸루캐였을지두...🤔
탄생비화라... 오마주 같은거면 되려나? 토아네 집안이 토자 돌림인건 쓰르라미에서 소노자키 가문이 이름에 귀신(鬼)을 새긴다는 거에 착안했구, 왜 굳이 토끼신 무녀로 냈냐면 이미 초창기에 밝혔지만 흑토끼의 해라서 그렇고~😗
원래 이나바님은 행불행을 주관하는 신님이었는데 생각해보니 이미 인간캐면서 토끼신도 가져가는 마당에 그런 메이저 능력까지 가져가는건 영 아닌거 같아서 플롯 꼰다는 생각을 버리고 이나바의 흰토끼 원전 그대로 가기로 했다!☺️
원전의 흰토끼도 제 형제신들이 갈궈도 군말없이 짐을 들어주는데다 상어한테 깝죽대다 뜯긴 자기 털을 돌아오게까지 해준 오오쿠니누시에게 감복해서 야카미히메랑 맺어질 수 있게 해줬다고 했으니~ 이나바님도 그렇게 묵묵히 맡은 바를 다하는 사람에게 축복을 내려준다는 설정이 되었고!🤗
맞아 나도 사실 도깨비 조사 해본적 있었어서 생각보다 모호하더라 어이어이 이름 모르는 건 죄다 도깨비라니 너무하잖냐 그 점에서 좀 캇코이ㅡ하다고 생각하지만. >>명절남 삼촌<< 점점 배 벅벅 린이 생각나고 있어 미안하다 린아... 너의 이미지.. 내가 다 망쳐놓고 있구나..... 그런... 포인트가 있었구나 이제 남색만 봐도 아! 남궁린?! 하게 되었으니 좋은 포인트라고 생각해 게다가 남청색은 뭔가 쾌남의 색이라는 이미지가 있어 오히려 능글맞은 린에 쾌남 한 숟가락을 부은 느낌이라고 해야할까 어째선지 하하핫! 하면서 웃을 것 같은 느낌이 있지
>>885 ㅋㅋㅋㅋㅋㅋㅋ사실 은발미남캐는 예전부터 흔하긴 했는데... 생각보다 은발벽안순한눈매의 곱상미인...으로 좁히면 은근히 풀이 좁더라고? 그래서 그분이 연상됐는지도 몰라 괜찮아 이제 오해 안 한다구 오구치는 아무튼 귀여우니까!!(๑•̀ㅂ•́)و✧ ??? 무 무슨소리져???? 오구치군 능글은... 나 매번 보면서 감탄한단말이야 우와 어떻게 저렇게 끼?가 넘치지 하고 :ㅇ 그리고 같은 능글 카테고리에 들어가 있어도 세세한 계열이 다르니까 오케이라구~ 아저씨를 봐 이쪽은 능글보다는 경망스러움 비율이 더 커🤦🏻♀️
>>891 앗...!!! 나 조류의 광기 하니까 생각났어 이노리는 코카투구나 응 그 현대 공룡의 광기는 고양이가 따라오기 힘들지... 이노리 컵에 입 대고 와아악!!!!! 와악!!!!!! 소리지른 적 있어?(?) 겨울신님이었어도 보송보송한 이미지랑 어울릴 것 같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아니 그... 가챠....아아....()
>>890 헤헤 진짜 별 거 없어서 😘 초기 설정은 완전 햇햇햇살명랑바보캐였어요. 그리고 금붕어 담당이라거나 만화부 부부장이란 설정이 없었답니다! (오직 일상을 하기 위한 장치를 넣겠다는 의지로 덧붙여진⋯⋯) 그 외엔⋯⋯ 같네요! (진짜 별거 없음) 앗! 초반엔 남캐도 생각하고 있었긴 했었어요, 근데 너무 음기캐라 일상 청춘에 안 맞⋯⋯아서. (고이 저 너머에 보관)
>>891 독감 이셨구나⋯⋯ 진짜 너무 고생 중이신⋯⋯(공감 백배). 고양이 신 이노리도 귀여울 텐데요, 확실히 조류가 조류만의 그런 (공감)(끄덕) 이노리의 독백같은 거에서 그런 면이 느껴져요. 앗 겨울도 잘 어울려요! 겨울이었으면 조금 차분했을라나요? 운수의 신 이노리도 엄청 귀엽지만요 😘 으아악 80연 가챠요?! (게임러로서 공감 백만배)(고통공유)
>>894 이런 설정 듣는 거 너무 맛나다구요 😭 신성, 요사, 종잡기 힘듦 = 그 키워드를 무척 잘 표현해내시는 린주 = 천재임. 푸른 불꽃 너무 잘 어울리네요⋯ 겉은 밝은데 속은 꽤나 인간의 시각으로 보자면 냉한 구석이 있는? 그런 느낌. 매력적이에요 😘
>>895 패션갸루캐? (어, 이것도 맛있다.) 사전조사 엄청나요, 정성이 물씬 들어간 느낌. (토아주가 그저 대단하다.) 매끄럽게 이어지는 설정 탄생 비화 ⋯ 이나바 님이라는 신님에 대해 알아서도 좋아요. 그래서 토아도 묵묵히 잘 해내는 성실 천사 토끼였던 걸까⋯⋯.
>>898 굉장한 선남선녀면서 우락부락 수염난 추남이기도도 함... 뿔이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한데 어떤 놈은 뿔이 5개 달리기도 하고 또 다른 놈은 외뿔임... 귀신도 도깨비고 어둠도 도깨비고 뭔지 모를 거면 아무튼 다 도깨비임... 어느 동네에서는 역병신인데 다른 동네에서는 가문의 수호신임... 이런 식이라서 나 진짜 머리 짚는 토우처럼 있었잖아 ◠‿◠
ㅋㅋㅋㅋㅋ사실 삼촌보다 먼저 떠오른 이미지는 짤에 올린 저거였어... 사실 지금도 마음만 먹으면 저거 할 수 있음() 헐 그리고 그거 맞아 중요 포인트 2!! 음기덩어리면서 쾌남스러운 얼굴!! 세미-쾌남 웃음!! 쾌남스러운 시원한 파랑!! 쾌남 목소리!!! 라는 부분도 신경쓰고 있지롱 역시 늑대신의 오너구나 예리해( •̀∀•́ )✧
>>895 무녀 알바하는 데코라갸루걸이요??? ㄴ😲ㄱ 세상에 투머치 '모에'... 오오 그 부분 오마쥬였구나 그런 부분 굉장히 명망 있고 오래된 전통 느낌이 물씬 나서 좋다고 생각해(ง •̀_•́) 지금 설정도 신비한 존재의 도움으로 요행을 바라는 것보다 묵묵히 노력하고 나아가는 사람의 앞길을 돕는다는 게 현대적인 기치에 걸맞아서 멋있구!! 암튼 토아주도 자세하게 풀어줘서 고마워 나 지금 바나나 먹는 기영이 표정으로 읽고 잇자나.....
>>901 사실 멘헤라 모먼트는 미야의 멘탈을 깨트리는 방향이 아닌 것도 영향이 있네요. 아~~근데 나랑 상관있는 일이야? < 속으로는 이런⋯⋯. 그치만 리오한테는 걱정의 방향으로 생각하는 점이 달라요! 걱정해서 갑니다! 멘헤라말에 끄떡없어서 둘이 짱친된 건가?! 그치만 이제 멘헤라모먼트 나오면 말리는 미야미야
>>896 이세계 박토아씨(?)... 나중에 What If 같은 AU 풀린다면 그때 써먹지 뭐~😏 (건성임)
>>902 아니오? 닝겐캐인대오? 갓캐 아닌대오?🤭 흑흑, 그래도 덕분에 이노리라는 갓갓캐를 볼수 있었으니 아주 좋소! 이것이 바로 이노리님의 행운? 운수대통? 아, 조사는... 원래 제가 설정덕후라서요. 헤헤... 왕년에도 외관설명의 배 이상 되는 기타란이 압권이었지.
잠깐 인사를 나누고 헤어진 다음 집으로 들어왔다. 같이 미야의 집으로 갔다올까도 생각했었지만 그렇게까지 들러붙으면 싫어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꾹 참고 먼저 집으로 들어왔다. 대여섯대의 기타가 걸려있는 거치대에 '오늘 수고했어' 하고 혼잣말을 하며 기타를 걸어두고 오늘 공연때 사용한 페달보드도 정리했다. 미야의 집은 멀지 않았다. 금방 올 수 있을 거리니 빠르게 정리를 해야한다고 생각하곤 몸을 돌려 집을 바라봤다.
여러 가구가 모여있는 맨션이었지만 그래도 방 하나하나의 사이즈는 제법 큰 편이었다. 하지만 이런저런 잡다한 것들을 하나하나 들이다보면 사이즈는 점점 좁아진다. 다행히 이런 정신머리지만 청소라던가 정리만큼은 제법 깨끗하게 해놓고 사는 편이었다. 가장 먼저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키고 간단하게 정리를 시작했다. 그리곤 목욕을 할까 하다가 너무 오래 걸릴까 하는 생각에 샤워로 생각을 바꾸고 빠르게 샤워를 마쳤다. 냉장고를 열면 간단한 반찬거리가 먼저 눈에 들어왔고 한 쪽 면을 가득 메운 분홍색 에너지드링크가 눈에 들어왔다. 이거 마시면 잠 못잘거야. 생각을 고쳐서 물을 한 모금 마시고 편의점 푸딩 두 개를 꺼내 놓았다.
" 미야! 미야미야! 네네- 들어오세요 들어오세요~ "
문을 열면 보이는 것은 살짝 젖은 은회색 머리, 금방 갈아입은 티가 나는 보송보송한 흰색 박스티를 입은 여자아이. 방금 샤워를 하고 나와 열기가 가득찬 방 안에 시원한 바람이 불어 기분 좋은 느낌. 혼자 자는데도 큰 사이즈의 침대와 벽면 한 쪽을 차지하고 누워있는 기타의 거치대와 몸을 누운 여섯 대의 기타들. 책상 위에는 가사를 쓴다던가, 일기를 쓴다던가 해서 펼쳐놓은 노트. 한 쪽 구석에는 자주 사용한 흔적이 있는 밴드와 붕대따위가 들어있는 구급상자
" 갑자기 불러서 미안해. 하지만 나 혼자있을 자신이, 없어서. 오늘은 같이 있고 싶어서. "
진심으로 미안한 느낌이었다. 고치고 있다고는 하지만 아직까지는 이따금씩 찾아오는 거센 외로움이 감당이 되질 않아서 가끔 찾아오는 고독이 감당이 되질 않아서 어쩔 수 없었다. 그렇게 찾아오는 외로움과 고독은 주변에 마구 연락을 돌리거나 자기파괴적인 행위로까지 이어지곤 했다. 그래도 오늘은 잔뜩 포근해서 괜찮을지도.
" 뭔가 마실래? 마실.. 아.. 미안. 나 마실거는 에너지드링크밖에.. 사올까? 내가 사올게. 미야, 편하게 씻고 쉬고 있으면 내가 나가서 사올게! 뭔가 마시고 싶은거라던가 먹고싶은거는 있어? "
리오는 늘 그랬다. 자신을 챙겨주는 것을 좋아했지만 동시에 자기가 가진 모든 것을 다 내어줄 만큼 남을 챙기려고 했다. 나쁘게 접근해 이용하는 사람도 있었다만, 그럼에도 리오는 누군가 자신을 챙겨주는 만큼 과하다 싶을 정도로 자신이 가진 것을 내어주려했다. 가까우면 가까울 수록, 그런 경향이 있었다. 그렇게 더 오래 좋은 이미지로 남고 싶었기에
오구치주 잘자~ 꿀잠 푹 자라구!!! 아 아니 나 분명 잠깐만 잡담 하려고 했는데 잡담에 진심 모드로 임하고 있었잖냐www 그치만 다들 초기설정썰이 너무 맛있는걸 어떡해.... o<-<
>>905 ㅋㅋㅋㅋㅋㅋㄲㅋㅋㅋㅋㅋㅋ야호 내가 이노리주를 쓰러뜨렸다!!!! ㅋㅋㅋㅋㅋㅋ진짜로 해 본 적 있냐구ㅋㅋㅋㅋ신관님 그... 체력... 무사하신지...?👀
>>906 그냥 햇살도 아니고 햇햇햇살?꺄아악 눈부셔서 쓰러짐.... 앗 그 설정들 일상을 위한 빌드업이었다니 미야주도 한 치밀 하는군...🤔 금붕어랑 만화부도 미야의 발랄깜찍함을 더 돋보이게 하는 설정들이라 아주 좋아해~ 앗 근데 음기남캐도 고려했었다고...? 인터레스팅...( ¤̴̶̷̤́ ‧̫̮ ¤̴̶̷̤̀ )
>>906 애초에 성씨가 이나바인 이유도 종종 토끼속성 가진 캐릭터들이 이나바라는 성씨나 이름을 쓴다고는 하지만 그거랑은 별개로 이나바의 흰토끼가 메인플롯이니까~ 그래서 김토아씨 고향도 옛날에 이나바(인번국)라고 불렸던 돗토리현 동쪽 지역이라는 설정이구~ 그래서 '깡촌에서 온 시골소녀' 설정 붙은 거지롱~😋 김토아씨... 묵묵하게 잘 하지... 너무 묵묵해서 문제지... 흑흑...
>>907 오래된 전통 특: 구닥다리임 물론 김토아씨 고향인 돗토리현도 맨날 유행에 늦는 지역이기도 하고... 어... 그러네?😳 생각해보니 진짜 현대스타일이잖아? 요즘 사람들에게 필요한... 실생활 맞춤형 신님, 이나바님...(?) 그러고보니 이나바님 주관하는 것도 사업번창&다산이구나? 겁내 현실적인 신님이네...
>>908 스읍... 사실 갸루무녀도 조금 아까웠을지도... 언젠간 어디선가 내가 아니어도 누군가가 써먹어주겠지 뭐~😗 설정놀이 즐겁다 헤헤...
졸업 뒤에는 대학진학까지 생각하고 있다니 아무리 유(遊)를 즐기러 인세에 내려온 것이라지만. 이 신님은 대체 인간의 몸으로 어디까지 가려고 하는 것인지. 후에 돌아가야 할 때, 발걸음이나 제대로 떨어질지 걱정스러울까. 그렇지만 미유키는 너와 달리 그러지 못하는 제 꼴을 생각하고, 그 얄미운 미소에 순간 샘이나 마음이 일그러지지만, 짐짓 웃으며 넘겨낸다. 이어지는 호명에는 눈만 깜빡인다. 본래 넌 이리 능글스러웠던 건가. 그에 말 없이 어깨만 으쓱이나, 별말이 없는 것을 보면 그리 호명하는 것이 싫지는 않은 모양이다.
"눈과 귀가 즐겁다니 흥미가 드네요. 그리고 그 때문이군요. 가부키를 보러 다니는 것은?"
저번의 필기구와 다이어리에 연계된 이번 선물은 만년필이었다. 게다가 같이 있던 종이봉투엔 '편지칼이 있다면 예쁘게 뜯어달라'라는 글귀까지 있으니, 잠시 주머니께를 살피다가 보송한 토끼털 홀더에 꽂혀있던 편지칼을 꺼내들었다.
어지간히도 올드한걸 좋아한다지만 생김새는 그보다 한술 더 뜬, 말 그대로 편지'칼'이라 할 수 있는 작은 츠바이핸더의 형태, 그 길다랗고 얊은 편지칼은 평소에도 관리를 잘 했는지 깔끔한 선을 만들어내며 틈을 내어주었다. 더욱이 그런 정성스러운 편지답게 내용 역시 알차지 않은가, 그렇다고 이전에 받은건 별로였냐면 전혀 아니지만.
물론 만년필이라면 평소에도 편지를 자주 쓰는 버릇이 있어 스페어까지 몇자루씩 가지고 있었다만 거기서 하나쯤 더 생긴다 해서 나쁠건 없지 않은가, 게다가 자신의 마니또에게도 편지를 쓰는 것이 허락되었다면 더욱이 이걸 안 쓸 수가 없었다.
이미 짧게 써붙인적은 있다만, 이번에야말로 제대로 된 편지를 쓸 때가 온걸까? 평소 가족들과 친구들을 위해 자주 지니고 다녔던 편지지를 꺼내어 선물받은 만년필로 조심스럽게 글귀를 적어나갔다.
[통칭 '오렌지 테러'님께,
만년필 선물은 잘 받았답니다. 선물받은 물건의 컬렉션이 늘어난다는 것은 언제든 즐거운 일이네요. 처음엔 마니또 편지에 회신하는 것에 대해 조심스러웠으나 그리 말씀하신다면 편지를 안보낼 수가 있겠나요.
먼젓번의 선물 역시 잘 쓰고 있답니다. 확실히 심상수련보다 효과가 더 좋더군요. 본디 사람의 감정이란 매몰되어서도, 망각되어서도 안된다고 하나 그 감정을 강하게 붙잡는 것 또한 사람이기에 매번 고난과 고뇌의 연속이라 들었습니다. 당신 또한 그런 경험이 있었기에 제게 이런 의미가 담긴 선물을 주신 것이겠지요. 한가지 확실한건 이렇게 무언가를 기록으로 남기고, 때로는 지워야 할 것을 지운다는 것은 심적 성장에 꽤 도움이 된다고 들었답니다. 분명 그렇기에 당신도 그런 어른스러운 생각을 품을 수 있는 것이겠지요.
비록 당신에 비하면 부족한점이 많은 저일지라도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어 작은 선물 하나를 같이 보내드립니다. 지폐를 최대한 얊게 말아 금줄로 봉한 막대형 부적이랍니다. 예로부터 돈은 사람의 희로애락을 좌지우지 한다고들 했죠. 그렇기에 함부로 낙서를 하지 말란 전승도 있을만큼 그 안에 갇혀있는 사념들은 어지간한 신을 능가한다고 합니다. 물론 이에 대해 어찌 생각하실런지는 모르겠으나, 그렇다고 마냥 무의미한 것은 아니랍니다. 일단은 돈이기에 그저 지니고 있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진다는 사소한 도움은 될런지도 모르겠군요.
일전에 보기엔 그냥 귀차니즘이 심한 애인 줄 알았는데 지금은 묘하게 낯설고 동떨어진 느낌이 든다 무슨 어려운 얘기인지는 몰라도 다친 걸 그냥 보고만 있을 생각은 아닌 것 같다 같이 가준다는 얘기에 미카의 시선이 멈칫한다 고맙게도, 걱정해주는 건지
"...그럼 '수리'하러 간다."
아무튼 코피로 얼룩진 손을 셔츠에 대충 닦으며 못 이기겠다는듯 말한다 그러고서 미카는 쪼그려앉았던 자세를 일으켜 설렁설렁 걸어나간다 따라오든 말든 그건 자유 만약 따라간다면 한적한 교정을 지나쳐 교내로 들어가 보건실 쪽으로 향하는 게 보이겠지 이래서야 보건실 단골이 될 수밖에
운명이란 것은 말하자면 물살과 같은 것으로, 대부분의 생자가 자기도 모르게 몸을 맡기고 살아가지만 그것은 급류가 될 수도 완류가 될 수도 있다. 그것을 저항하거나 완전히 몸을 맡긴 채 떠내려 갈 수도 있으나 다다른 종착지는 완전히 다른 것이 되어버린다. 따라서 개개인에게 점지어진 운명은, 흔히 말하길 타고나는 것이라고 이야기된다.
"하지만 그것을 거스르지 못할 것도 없습니다."
허나 어쩐지 그녀는 그러한 순리를 가볍게 흔드는 듯한 섬짓한 말을 하고 있었다.
"왜냐하면 저, 사신이거든요......"
어쩌면 당신이 은연중 느끼고 있었을지도 모르는, 혹은 피하고 싶었을지도 모르는 그런 말이다. 그런 것을 그녀는 서로 맞닿게 한 양 손을 가슴 위에 올린 태연한 자세로 말하고 있으니, 영 현실성이 없다. 어느새인가 걷혀진 눈꺼풀에서도 지도를 두고 헤매이던 처음처럼 힘 없고 가녀린 눈이 가라앉혀져 있었다. 그녀는 그 눈을 당신의 어깨 너머, 허공으로 띄우더니 말한다.
"...음, 그럼... 인번국의 토끼를 닮은 필멸자여. 이만 서로 헤어지는 것이 좋겠네요... 제가 당신의 시간을 너무 오래 가져가 버렸으니까요..."
길치인 옆반의 여자애를 도서관까지 바래다 준다는 일이 어찌 축복까지 받아버리는 거창한 일이 되었다. 그녀는 딱히 그런 것을 일일히 염려하는 눈치는 아니었지만, 당신에게 그 빚도 갚았으니 더는 붙잡아 둘 수 없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실제로 그녀가 가고 싶어하는 도서관은 바로 뒤에 있기도 했고.
"음.. 만류귀종?" "아니면 모르는 것이 많으니까?" 이상한 소리를 또 합니다. 하지만 모르는 게 많다는 말은 미카를 겨냥한 건 아닌 듯합니다. 허공을 빤히 보고 있으니까요.
"모르는 것에 묻힌 것들이 많으니까." "간다면 나쁘지 않아." 다른 일이라면 간다고 하면 그래 잘가. 라는 말과 함께 돌아서는 게 일반적인 사야카겠지만. 사회성을 조금은 획득했으니 다친 것은 결과를 확인하고 싶긴 했나 보다. 그것보다 셔츠에 묻은 피를 보는 걸 보니 아 저거 빨래하기 귀찮은데 생각한 게 뻔하다. 졸졸 따라가는데. 걸음걸이가 느릿한데도 따라오는 속도는 적절하고...
어쩐지 뒤돌아보면 아무것도 없을 것 같은 느낌이 희미하게 들었을지도 모르지만. 만일 뒤돌아보면 있긴 할 겁니다.
"와 보건실." 선생님이 쫓아내지 않으면 눕기 딱 좋은 곳이라는 걸 잘 알기에 보건실 문을 슬쩍 열고는 머리만 들이밀고 둘러보는 사야카입니다.
아니 이번에는 중도작성🤦🏻♀️ 지금 휴대폰 화면이 갑자기 말을 안 들어서??? 똥꼬쇼를 하게 되엇네여 수치스럽다.... 이상한 소리만 하다 가긴 뭐하니까 진단 올리고 도망갈게 =͟͟͞͞(꒪ᗜ꒪ ‧̣̥̇)
386 자캐는_멀리_여행을_간_적이_있는가 여행?은 아니고 유학은 왔지~ 일본이랑 중국 정도 말고 다른 나라에는 직접 가본 적 없네. 이유는 그냥 가 보고 싶다는 생각이 크게 안 들어서... 정도가 다야.
164 버스를_타고_나서야_상의를_뒤집어_입었다는_걸_안_자캐는 알게 된 순간부터 빵 터진다...어쩐지 사람들이 보더라 하고 깨달음을 얻음... 딱히 부끄러워하진 않고 사진 찍어서 '야 이거 봐라 나 옷 거꾸로 입었음 개웃기네ㅋㅋㅋㅋㅋ'하고 친한 사람들한테 다 돌려서 자랑함...
207 자캐는_떨어지는_꽃잎을_잡으면_사랑이_이루어진다는_말을_믿는가 안 믿는다! 고작 그걸로 이루어지면 사랑의 신이 왜 있겠어~ 미신 중에서도 낭설인 것을 믿는다면서 고개 절레절레 합니다
키리나즈메 씨의 말을 한 귀로 흘리며 미카는 조용히 보건실의 문을 열고 들어간다 보건 선생은 미카를 보자마자 깜짝 놀라더니 서둘러 응급처치 준비를 하기 시작한다 그리고선 또 누구랑 싸웠냐, 담임선생님한테 말씀드렸냐, 몇학년의 누구인지는 봤냐, 이것저것 질문을 속사포로 쏟아낸다 미카는 그저 대답하지 않고 침묵을 지킬 뿐 피 흐르는 콧구멍을 솜으로 쑤셔막고 부은 눈두덩이에 얼음팩을 대어놓고 까진 뺨을 알콜솜으로 적신 다음
그제서야 선생은 키리나즈메를 보며 입을 연다 퍽 살갑게 말하며, 들어오라는 듯 손사래를 친다
손을 흔들어 준 뒤, 집에 도착하면 싸늘한 공기가 집 내부를 가득 메우며 문밖으로 스멀스멀 새어 나왔다. 인기척 하나 없는 집안을 익숙하게 구석구석 돌아다니며 가방 안에 준비물을 한가득 담았다. 연노란색 잠옷, 세안 도구, 머리끈 통, 각종 간식거리 등⋯⋯. 수는 많았지만 전부 무게가 덜 나가는 것들이라 무겁진 않았다. 그렇게 집 밖으로 나가려다 멈칫하곤 포스트잇에 '친구네 집에서 하루 자고 올게.'라고 적어 냉장고에 붙였다.
가볍게 노크 두 번, 명랑한 멘트 한 번을 마치면 벌컥 열리는 문. 예상치 못하게 젖어있는 머리칼에 우와 그새 씻은 건가? 빨라! 하고 생각한다. 요! 하고 한 손을 들어 보인 무쿠루마는 허리를 숙여 매끈하게 닦인 갈색 단화의 뒤꿈치에 손가락을 넣은 뒤 빼내 가지런히 놓았다. 제 집 같았으면 바로 양발로 발을 쏙 빼서 아무렇게나 던져놓았겠지만 남의 집이니까.
내부로 들어가며 잠시 두리번거리던 무쿠루마는 한쪽 구석에 준비물을 챙겨온 가방을 살포시 놓고, 다시금 리오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곁눈으로 본 구급상자가 거슬렸다.
"괜찮아, 괜찮아. 나도 오늘 부모님이 새벽 늦게 들어오시는 날이니까 혼자 안 있어도 되고 좋아!"
손바닥을 핀 채 아니라는 듯 좌우로 흔들었다. 사실 자신은 혼자 있든 말든 외롭다고 그다지 느끼지 못했지만 그렇게 말을 했다. 사람은 원래 혼자 살아가는 법이고, 물리적으로 떨어진다 한들 혼자로 변한 것은 아니니까. 다만 타인과 자신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은 이들은 대개 그것을 받아들이기 어려워하는 경우가 있으니⋯⋯. 뭐, 내가 틀렸을 수도 있는 것이고.
"거리가 멀어진다 해도 계속해서 친구할 거니까 리링은 혼자가 아닌걸. 게다가 이제 교환 일기까지 쓸 거니까 덜 외로워지지 않겠어?"
해줄 이야기를 생각하며 적다 보면 고통에 몰입되는 일이 줄 지도 몰랐고, 구급상자를 여는 일이 줄지도 모를 일이었다. 당장이라도 편의점으로 달려갈 듯한 기세에 무쿠루마는 아! 하고는 도도도 달려가 가방을 가져와 풀기 시작했다. 그 안에는 미타라시 당고, 모찌롤, 카레빵, 야키소바빵, 하겐다즈 등이 있었다. 아차, 모찌롤이랑 하겐다즈는 냉장고에 넣어놨어야 했는데.
아마 제 나이 또래 중에 산타클로스를 믿는 경우는 적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는 믿고 있어요. 신이라는 존재도 있는데, 산타클로스가 없을까 하고요. 산타클로스도 사실은 어린 아이들을 좋아하고, 빨강색을 좋아하는 신님이 착한 아이들에게 선물하고 다니던 모습을 들켜서 전해져 내려오는 이야기로 바뀌어버린 걸지도 모릅니다. 일본에도 신이 있고, 한국에도 신이 있다면 저 멀리 바다 건너 유럽에도 신이 있을 거에요. 그러니까 산타클로스가 다 듣고, 보고 있을 거에요. 고양이 둥지 씨는 큰일났습니다.
“해달라고 한 적 없어요.”
그러다 다치면 어떡해요. 야옹이 둥지 씨가 다치든, 야옹이 씨가 다치든 둘 다 다치든 안 될 일입니다. 그리고 전 무사히 야옹이 씨에게 닿는데 성공했습니다! 고양이는 늘어난다더니 정말입니다. 잡아올린다기보다는 떠안듯이 하니 쉬워요. 야옹이 씨가 발버둥치지만 않으면 좋겠습니다.
“A반의 타카나시입니다.”
이름은 괜히 말했을까요? 명찰 읽기 귀찮다고 하기에 알려준 거였는데 친한 척 하는 것 같아서 후회됩니다. 조금 민망한 것 같아요. 얼른 집에 가는 편이 좋습니다.
“꽃잎은 스스로 터세요.”
고양이 둥지 씨의 배 위에서 자리잡고 안 내려간다던 야옹이 씨를 안고 있으니 손이 없기도 합니다. 그렇게까지 많은 꽃잎이 붙어있지도 않고, 일어나기만 한다면 팔랑팔랑 떨어질테니 괜찮을 거에요.
미야의 본심이 어떻던 간에 리오는 그 속내까지 꿰뚫어 볼 수 있는 능력이 있는건 아니었어서 해주는 말을 곧이 곧대로 믿는 수 밖에 없었다. 게다가 친구니까. 가장 친한 친구 중에 하나이니까 그대로 믿는 것이 당연한 것이다. 리오는 신발을 정리하고 준비물로 가져온 것들을 받아들었다. 냉장고에 미리 넣어두어야 할 것들은 넣어두고 나머지는 적당히 정리해두었다.
" 응.. 외로우면 일기를 쓸게. 정말- 미야미야는 너무 상냥해. 이렇게 잔뜩 어리광부려도 받아주는 사람 몇 없다구- 이렇게나 잔뜩 가져와줬구나. 뭔가 미안하네- 오늘은 집에 별로 먹을 게 없어서.. "
확실히 덜 쓸쓸할 것 같았다. 이렇게 더 가까워졌다는 약속 겸 증거도 있는데다가 미야는 절대 자신에게서 멀어질 것 같지 않았다. 항상 밝게 빛나고 명랑한 미야를 보고있자면 리오 자신도 조금은 밝아지는 느낌이 들곤 했다. 어둡고 새카매서 아무것도 안 보이는 것이 아니라, 조금은 밝아지는 느낌.
" 으.. 잠깐만. 그래도 뭔가 있나 한 번 더 확인해볼게..! "
리오는 몸을 굽혀 냉장고를 열고 음... 하고 내부를 들여다보았다. 몇 번 더 열어본다고 없던게 생기진 않는다. 계란 몇 개, 에너지드링크 가득, 편의점에서 사온 반찬거리 몇 개가 전부였다. 빈약하네. 리오는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곤 푸- 하고 한숨을 작게 내쉬었다. 뭐라도 하나 더 주고 싶었는데. 여기까지 와준 소중한 사람에게 전부 내어주고 싶었는데.
" 아, 응. 여기 침대에서 자면 돼. 둘이어도 좁지 않을거야. 넓은 침대거든.. 나 있지, 침대랑 의자에는 돈 아끼지 말라고 배웠어서 이 두개 만큼은 가능한 비싸고 좋은 걸로 샀어. "
이 맨션에서 얼마나 오래 살지는 모를 일이지만 아마 당분간은 이 곳에서 쭉 살 것 같았다. 여기저기 집주인의 향기가 짙게 묻어있었다. 언제든 창 밖을 볼 수 있도록 창가자리는 깨끗하게 치워두었고 한 쪽 벽에는 기타 여섯대와 연주에 필요한 이펙터 따위의 것들. 검은색 책상 위에는 LED가 반짝이는 컴퓨터와 조금 사이즈가 있어보이는 모니터링 스피커 그리고 음악 할 때 사용하는 헤드셋이 걸려있었다. 한 쪽 구석에는 자주 사용한 듯한 구급상자가 놓여있었고 책상 위에는 악보나 노트 따위의 것들이 펼쳐져 있었다. 작은 주방이 있지만 식탁이 따로 차려져 있는 건 아니어서 리오는 접이식 식탁을 하나 가져와 펼쳐두었다.
" 편하게 있어줘. 내 집이라고 생각하고 편하게. 응. 필요한 거 있으면 말해줬으면 해. 오늘은 미야 말대로 얘기하다가 잠들자. 알람도 맞춰놓을게! "
"수리 필요하면 눈이 가게 되어서" 돌보는 것도 어느 정도는 이해해서 그런가 보다. 메마른 눈빛은 어쩐지.. 미카를 향해있으면 같은 사람을 보는 눈빛이라고 보긴 어려울지도 모른다.
"친절한 손길은 못해줌." "여기. 조금 더 붙이는 게 좋을 듯." 깔아뭉개고 삼켜버리는 거라면 가능할지도 모르지만 그건 생각으로만 하고는 들어오라는 것은 거절하지 않고 미카의 앞에 앉아서는 가장 심각해보이는 부분을 빤히 쳐다보며 조금 더 붙이는 게 좋다고 자기 할말만 하고 맙니다.
SNS라.. 인스타랑 트위터 할 것 같은 느낌이지~? 인스타에는 OOTD나 간단한 기타 녹음 같은 것들 아니면 기타 사진? 음- 아무래도 기타 사진 같은 거 위주로 올릴 것 같네! 트위터에는 인스타에 올리는 내용들 + 온갖 아무말 대잔치~ 얼굴 사진까지 올려버리는건 무리고 오늘 입은 옷 사진이나 기타사진 같은 것들이 주류네~ 말투는 한 번도 생각 안해봤네 ㅋㅋㅋㅋ 말 나온김에 간단하게 올려볼까나-
>>977 아 확실히~ 트위터는 왠지 쿠로미 테마 복장같은 고스로리? 그런 옷 어울릴 거 같은데 그런 것도 올릴 것 같은 이미지! 미야는 트위터는 구독용으로만 깔았을 거 같은데 리오한테는 멘션도 달고 하겠네요 (리링 오늘 멧챠 카와이-! (˃̶᷄‧̫ ˂̶᷅๑ )) 인스타는 완전 밴드부 기타리스트 보컬리스트 느낌이라 멋지네요 하트 왕창 누르기⋯⋯ 😘 말투 궁금해요~! >>978 미야는⋯⋯ 대놓고 저장합니다. (귀여워! 저장할래~)
아 답레 쓰기 전에 리오는 무서운 이야기 어느 정도로 무서워하나요? 트라우마 정도가 아니라면 괴담 얘기 하고 싶어서⋯⋯ㅎㅎ.
>>979 하야토주 어솨요! 셀카 중심 하야토? 당.장.팔.로.잉. 역시 이케맨이군요. 😘 (미야 : 반장 군~ 인기 많아~ 이케맨 군~)하고 장난으로 댓글 달 거 같아요⋯⋯(주책이다 미야야)
>>981 어째서⋯⋯! 사실 그럴 것 같긴 해요. 라인은 해서 다행이에요 미카 군⋯⋯. 라인 교환 했으니 잊을만하면 [불량 군 뭐해? 오늘도 금붕어 먹이 줄래? (´ε` )] [불량 군이 먹일 몫은 안 먹였어! 꼭 줘~! ( ˆ͈̑꒳ˆ͈̑ )] 이런 거 보낼 거 같아요⋯⋯.
캣닢 모양 스티커도 어디선가 살 수 있을까요? 하지만 클로버가 더 좋으니 있어도 살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캣닢 스티커를 주었더니 야옹이 씨가 기분이 좋아져서, 얌전히 고양이 둥지 씨의 배 위에서 내려오는게 아니라면요. 야옹이 씨를 안고 있으니 작은 동물의 무게감이 느껴집니다. 묘한 기분이 들었는데 착각이었던걸까요?
“타카나시. 예요.”
고양이 둥지 씨가 이름으로 별명을 지어주었어요! 친하게 지내고 싶다는 뜻일까요? 타카라는 뜻이 매이기 때문에 단순히 말장난을 친 걸까요? 사실은 네글자가 너무 길어서 그냥 줄여부르는 걸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저는 정정합니다. 별명이 아니라면 타카나시라고 부를테니까요. 전 타카나시입니다. 다시 소개했어요. 만약 정말로 별명을 지어준 거라면, 제게 친밀감을 느낀 거라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같은 반도 아닌 다른 반에 친구가 생길 지도 모릅니다!
“칠칠 맞습니다.”
고양이 둥지 씨가 일어나면 쭈그려있던 다리를 폅니다. 쭈욱 일어났어요. 그러니 머리카락에 붙어있는 벚꽃잎이 더 잘 보입니다. 한 손으로 고양이를 얌전히 잡고 벚꽃잎을 떼어줄 자신이 없어요. 야옹이 씨의 손을 빌립니다. 야옹이 씨의 앞발로 톡톡 벚꽃잎을 털어요.
안녕하세요, 타카나시 하네입니다. 집에 돌아와서 깨끗하게 씻고,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숙제도 다 하고, 저녁도 먹고, 책상에 앉았어요. 원래라면 SNS에 들어가서 댓글과 DM에 있는 하트들을 빨갛게 색칠해줘야 하지만, 오늘은 답장을 써야 하니까 잠시 미룹니다. 마니또 선물을 받았기 때문이에요! 메시지도 받았습니다. 무척 상냥함이 느껴져서, 답장을 전해줄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또박또박 글자를 적어보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작은 골판지 상자에 가득 채워져있던 막과자들을 먹으면서요.
저희 집에서 방문의 존재는 의미 없습니다. 문을 잠구어도 소용이 없고, 닫아두어도 소용이 없어요. 어차피 열립니다. 그러니까 지금도 순식간에 언니와 오빠들이 들이닥칩니다. 강도처럼 도둑처럼 들이닥치는게 익숙하니까 아무렇지도 않아요. 하지만 오늘은 아니길 바랐습니다. 학교에서 마니또를 하고 있다는 것도, 그래서 선물을 주었고 오늘은 저도 선물을 받았다는 것도 들키고 싶지 않았어요! 심지어 지금은 입 안에 과자가 가득 물고 있었단 말이에요. 무슨 일이냐고 물어보지도 못하고 우물거리다 멈추었습니다. 그런 와중에 손은 움직였어요. 언니오빠들이 남은 과자를 못 먹게 하려고 입니다. 욕심꾸러기처럼 보일 지도 모르지만 선물로 받은 거니까, 내가 선물로 준 걸 다른 사람에게 주었다는 걸 알게 되면 상냥한 원시 고대 서브웨이 씨가 슬퍼하게 될 지도 모르니까 막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우리 막내가... 우리 막내가...... 과자를 숨겼어—!” “우리 막내가... 우리 막내가...... 다람쥐가 됐어—!” “우리 막내가... 우리 막내가...... 오늘도 귀여워—!”
피곤합니다. 지쳤습니다. 자고 싶습니다. 집에 가고 싶습니다. 분명 집이지만, 집에 가고 싶습니다. 대꾸를 하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지만 나가달라고 하지 않으면 절대 나가지 않을테니까, 몸을 일으켜 세웁니다. 그래도 오늘은 무작정 끌어안거나 쓰다듬거나 하지 않았으니까, 과자를 못 주는게 미안하니까 스티커를 주기로 해요. 방문 언저리에서 바리케이드를 치고 있는 언니오빠들을 꾹꾹 밀었습니다. 아직 입 안의 과자 때문에 말을 하지 못해요. 손등에 클로버 스티커만 하나씩 붙여주고 문을 다시 닫았습니다. 방문 밖에서 또 셋이 누가 처음 말을 하면 살짝씩만 구성을 바꾸어서 떼창을 하지만 듣지 않습니다. 편지를 써야 하니까요.
‘원시 고대 서브웨이 씨에게.
안녕하세요, 마니또 선물을 받은 타카나시 하네입니다. 선물로 주신 과자를 맛있게 먹으면서 적고 있어요. 그렇게까지 특별하지 않다고 하셨지만 특별한 선물입니다! 우연히 제 마니또가 되신 거긴 하지지만, 원시 고대 서브웨이 씨는 제 마니또이니까 특별합니다. 특별한 원시 고대 서브웨이 씨가 준 선물이니까 특별한 선물이에요. 선물도, 좋은 말씀도 감사합니다. 언젠가 이 답편지를 전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편지라고는 하지만 말솜씨가 서툴러서 카드와 같습니다. 작은 봉투에 넣고서 클로버 스티커로 봉했어요. 언젠가 코드네임의 뜻을 물어볼 수 있는 날도 오길 바랍니다.
사람들 틈바구니에 숨어 있는 것은 언제나 즐거운 일이었으니까. 틀린 말은 아니라 무쿠루마는 그저 고개만 끄덕였다. 제가 가져온 것들을 정리해주는 그녀에게, 내가 해도 되는데- 하고 고맙다는 인사까지 빼먹지 않았다. 리오의 어깨 너머로 냉장고 안을 살피니 먹거리가 영 없었다. 제대로 먹고 다니긴 하는 걸까? 그러고보니 말랐는데.
"친구니까 해주는 거라구. 리링도 내 어리광 잔뜩 받아주잖아? 근데, 오늘만 이러는 거야? 평소에도 이렇게 부실하게 먹고 다니면 쓰러져."
늘 급식이나 도시락을 같이 먹는 친구가 바뀌는 무쿠루마 입장에서는 집에서는 물론이고 학교에서도 잘 먹고 다니는 지 알기가 힘들다. 혼자 사니까 귀찮다고, 피곤하다고 거르는 일도 왕왕 있을 수 있었다. 흐음, 힘들 수록 잘 먹어야 하는데! 무쿠루마는 친구로서 뿐만 아니라 사람으로서도 정말로 걱정이 되었고, 제 친구를 쓰러진 채 만나고 싶지 않았다.
"괜찮아, 괜찮아. 나 어차피 지금 배 별로 안 고파, 리링도 얼른 와. 이야기 하자!"
텅- 비다시피한 냉장고를 뒤로하고 리오의 방으로 가 침대 위로 다이빙 했다. 폭신하게 제 몸을 받쳐오는 침대의 감촉이 안락했다. 그리고 뒹굴, 굴러 리오가 누울 자리까지 만든 뒤 엎드려서 핸드폰을 켰다. 그러다 식탁을 가져 온 그녀에 냉큼 일어나 앉았다. 배경을 장식한 온갖 악기와 기계 장치들이 보였다. 무쿠루마는 관심을 보이며 말했다.
"우와, 뭔가 악기나 기계들이 엄청 많네. 나는 이런 거 전혀 모르지만 뭔가 멋지다. 여기서 녹음하는 거야?"
/ 2년 친구니까 리오기타 채널의 존재는 알겠⋯죠? (저질러버림) 괴담 얘기하려했는데 아직 잘 타이밍이 아닌거같아 노선 틀어버렸습니다 (미안합니다 리오주 해헤) 구급상자⋯도 묻고 싶은데 뭔가 딥한 이야기를 끌어올 거 같지가 않네요 우리 애가 8ㅁ8 (흑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