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는 아니지만, 심판하는 건 저의 스탠드입니다! 오라오라오라오라오라-' ―라고 하는 일은 절대 일어날 일이 없고. 단순히 당신의 망상에서 끝나버렸다... 제 아무리 종잡기 어려운 그녀라고 하더라도, 만약 그런 식으로 기묘하게 이야기가 전개되었다면 당신에게는 여러 범죄자 취급 받는 것 이상으로 큰일이었을지도.
"......제가 말하는 것은 그보다 좀 더 앞의 이야기입니다."
다행스럽게도 그녀는 차분하게, 혹은 느릿하게 말을 이어가지만...
"그때, 필멸자는 분명... 죽음과 영, 그리고 자신의 사후에 대해 더 알고 싶다고 말했던 것 같아서..."
...아니다. 영이라면 몰라도 죽음이나 자신이 죽은 뒤에 대해 관심을 보인 적은 없다. 그렇지만 그녀는 홀로 뭘 어떻게 얘기를 들었는지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터무니 없이 이야기를 해나가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저는, 당신에게 제가 알고 있는 명계의 지식을 조금이나마 나누어 드리려고 했습니다만, 당신은 이미 사라지고 없어서......"
허나 그렇다고는 하지만... 그녀는 내리 깐 시선으로 당신의 눈을 흘긋흘긋 살피면서 물음을 건넨다.
인형을 좋아하는 것인지, 아니면 선물용으로 사려고 하는 것인지. 사실 치아키에게 있어서 그 문제는 그렇게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어쨌건 자신이 만든 물건을 좋아해주고 사주는 사실. 그것이 그에게 있어선 제일 중요했기에 왜 사는지의 이유를 묻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 지금도, 그리고 아마 앞으로도.
아무튼 친절하다는 말에 그는 괜히 기분이 좋아 입꼬리를 잔뜩 위로 올리면서 좋아하는 티를 아주 강하게 냈다. 그래도 조금은 쑥스러운지 그는 두 손을 가볍게 휘저으면서 고개를 살며시 도리도리 저었다.
"에이. 택배도 아니고 직거래인데 이 정도는 해야죠. 상품이 일단 마음에 들어야 사는거지. 상품도 마음에 안 드는데 강제로 사라고 할 수도 없는 거고. 그러다가 김에 상품이 마음에 들어서 다음에도 이렇게 사주시면 정말 고맙고요. 꼭 인형만이 아니라 다른 것들도 한번씩 만들면 올리기도 하거든요. 이게 또 용돈벌이에는 쏠쏠해서 좋고 그래서."
말을 마친 후, 그는 열려있는 가방의 지퍼를 다시 닫았다. 물론 다시 돌려줄 가능성도 있지만 그래도 계속 열어놓고 다닐 수는 없는 노릇이었으니까. 한편 그녀의 입에서 이번 학기에 전학을 왔으니 여기 학생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그 말에 치아키는 절로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다가 키득키득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
"전학왔으면 여기 학생이죠. 당연히. 아. 그러면 혹시 몇학년? 저는 3학년인데."
전학을 왔다면 확실히 얼마 되지 않았을테니 이렇게 새로 한 명 알아가는 것도 좋겠거니 생각하며 치아키는 살며시 그녀에게 질문했다. 뒤이어 그는 오른손 엄지로 자신을 가리키면서 싱긋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
"그럼 여기 학생이고 전학생이라면 저도 정식으로 소개할게요. 가미즈나 고등학교의 학생회장. 아이자와 치아키에요. 학교 다니다가 곤란하거나 힘든 일이 있으면 얼마든지 학생회실로 찾아오세요. 바쁜 일 있거나 학생회실 출입금지 구역된 것이 아니면 바로 도와줄테니까! 아하하. 아. 꼭 학생회실이 아니라 그냥 학교 돌아다니다가 발견했을 때 도움 요청해도 괜찮고요."
물론 이렇게 말한다고 해서 찾아올 확률은 거의 희박했다. 하지만 이렇게 말이라도 해두는 것이 좋지 않겠는가. 그러면 정말로 만일의 경우에 도움을 줄 수도 있는 법이니까.
공연은 성공적이었다. 오프닝 무대의 조금을 받은 거라서 애초에 2시간짜리 단독공연도 아니었고 한 시간 정도의 셋리스트로 공연할 수 있었고 제법 많은 사람에게 얼굴을 익히게 할 수 있었다. 어리고 젊기에 할 수 있는 음악이었다. 순수하게 음악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노래한다던가 순수하게 내가 좋아하는 너와 함께 하고 싶다는 그런 의미의 음악이었다. 클래식을 알게되면 결혼해달라던가, 나에게 부족한 것은 인생 경험과 그 외에 또 무엇이더라- 하는 가사들.
체리 블라썸 펀치입니다 감사합니다. 라는 말과 함께 무대는 끝났다. 보통 같았으면 이후로는 뒷풀이나 다른 공연을 보러간다. 조금 땀에 절어서 대기실로 내려오자마자 수건으로 땀을 닦고 장비를 정리했다. 대기실에서 마른 옷으로 새로 갈아입고 마스크도 새로 갈아썼다. 이제부터 뒷풀이 갈까? 하고 말해오는 멤버들에게 리오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오늘은 친구가 왔으니까 무리라고 말했다. 그리곤 만나기로 약속이라도 했다는 듯 대기실 밖으로 도도도도 하고 달려나갔다.
" 미야! "
만나자마자 감상평을 쏟아내주자 리오는 부끄럽다는듯 '에헤헤-' 하고 웃으면서 얼굴을 붉혔다. 제대로 봐주었구나. 전부 제대로 봐주었구나. 리오는 손을 잡고 몇 번인가 흔들고 또 습관처럼 끌어안으려다가 옷도 갈아입었고 수건으로 땀도 닦았지만 어쨌든 공연하고 내려온 터라 땀이 났으니까 주춤주춤 하다가 손만 몇 번 잡는것으로 마무리 지었다.
" 제대로 봐줬구나- 응. 나, 기뻐. 무대에서 봤거든. 미야가 거기 있는걸 봐서 긴장하지 않고 웃을 수 있었어. 정말 다행이야. 만약에 말야, 미야가 오기로 했었던 자리에 없었으면 나는- "
죽어버렸을지도. 하고 말하려다가 아무튼 와줬으니까 됐지. 하고 생각하며 말을 멈췄다. 공연도 잘 마칠 수 있었고 친구의 깜짝 방문까지 있었다. 행복하다. 이렇게 생각해주는 사람이 있다는게 기쁘다. 게다가 무대에서 내려오고 나면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바라봐주고 칭찬해준다. 귀엽다던가, 예쁘다던가 하는 말들. 그런 말들을 잔뜩 들으면 기분이 좋다고 할지 살아있다는 기분이라고 할지. 리오는 벅차오르는 가슴에 잔뜩 우쭐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 살짝 덥네. 응. 나 이제부터 일정 없는데 미야는? 같이 돌아갈 수 있어? 일정 있으면 내가 같이 가서 기다릴 수 있어 "
누구랑 어디서 뭘 하던 옆에 한 자리를 차지하고 기다리겠다는 말이었다. 곤란하다고 한다면 어쩔 수 없다며 먼저 돌아가겠다만 그래도 가능하다면 같이 붙어있고 싶은 마음이었다. 같이 있을 수 있다면 같이 있는게 제일 좋지만 그것보다 더 싫은 것은 미움받는 것이니까. 이렇게까지 의지하고 있는데 미움받아 버린다면 그 때는 정말, 응.
"더 줄여서 리나는?" "근데 그렇게 불러도 대답 안할수있음." 키리나에서 기어이 한글자를 더 빼려는 인ㄱ..아니 신 같으니라고
"한번에 2시간 낭비가 십년동안 매일 1분씩 낭비하는 것보다 경제적" "에 아쉽" 물귀신같은 제안을 안 받는 건 당연한데 뭐가 아쉽이야 뭐가
"음. 그럼 나중에 오구치 만나면" "어둠 속에 파묻은 부끄러운 걸" "꺼내줄 수 있을 거야." 원래 어둠에 사로잡히는 중2병 시기가 매우 그렇다잖아. 같은 생각으로 말한 것 같지만 진심이라곤 한톨도 없는 무기력한 말입니다. 애초에 그런 걸 꺼내기도 귀찮아할걸?! 대신 주머니에서 초콜릿을 꺼냅니다. 하나 드쉴? 이라며 팔을 들어 살랑살랑 흔드네요. 후회하는 거라!
"있어. 한 천년쯤 더 아무것도 안했으면 지금쯤..." 이라던가. 라는 말을 합니다만. 안한 걸 후회하는 게 아니라 아 안했으면 좋았을텐데라는 점에서 글렀어요.
마치 키트리나 에스메랄다라도 된 것처럼, 당돌하고 오만방자하던 태도는 어디가고 리오의 도끼눈 한 방에 또다시 미야나기는 한없이 작게 쪼그라든다. 으악, 역시 후 불어달라고 한 건 그래 좀 심했지. 내가 리오라도 진짜 혐오스럽고 완전 싫을 것 같다······! 왜 그랬을까, 과거의 나! 아무리 메이드 카페라지만 정도가 있잖아! 지금의 행동은 아까 저 이상한 아저씨들과 하등 다를 게 없어. 아니, 더 더러워—!! 심지어 더러운 것도 아니고 드러워! 머릿털이 바짝 곤두선 채 안절부절 못하던 미야나기의 시선이, 리오가 다가오는 만큼 밑으로 점점 내리깔아진다.
“윽, 리오, 아니, 아리스······! 방금 그건 내가 생각해도 진짜 좀 선을, 넘었거든? 그러니까 아까 건 못 들은 걸로······.”
곤란한 얼굴로 식은땀을 빼다 말고, 기다렸던 대답은 의외로 승낙의 뜻을 담자 엑. 하고 눈을 동그랗게 뜬다. 지, 진짜로? 떠먹여주는 걸로도 모자라 호호 불어서 준다는 말이야? 사랑의 입김으로? 고장난 기계처럼 어버버하기가 무섭게 리오는 실제로 그렇게 하려 했다. 리오가 숟가락을 입가에 대고 입김을 조심스럽게 불어넣자 미야나기가 속사포처럼 빠르게 말했다.
“미, 미안해! 난 진짜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무쓸모 쓰레기 니트 주인이야! 이런 주인님이라도 받아줘서 정말 고맙, 으븝.”
냠. 맛있다. 적당하게 식은 오므라이스를 넙죽 받아먹고 우물우물 씹었다. 메이드 카페 같은 거, 서비스값이니까 맛없을 줄 알았는데 의외로 맛있군. 그러면서 착실하게 물어오는 리오의 말에 대답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응, 맛있어. 아리스 양이 먹여주니까 뜨겁지도 않고 좋아.”
리오는 정말 프로야. 기분 나쁠 텐데 내색하지도 않고 척척 한 숟갈씩 떠서(진짜로?) 호호 입김을 부는 모습이(정말로?) 다시금 존경스럽게 느껴졌다. 실제로 근대에 태어나서 메이드를 했다면 틀림없이 하우스 키퍼 자리까지 올라갔을지도······. 미야나기는 알기는 할까, 보통은 그런 음침한 요청따위 단번에 거부당한다는 걸. 둘의 다정한 모습을 지켜보던 아저씨들의 표정이 점점 분노로 일그러지는 것(”우오오오! 용서 못 해!! 절대로 용서 못 해!! 당장 저 녀석, 새끼 손가락을 잘라버리겠어~!“)을 눈치도 못 챈 채 미야나기는 행복하게 넙죽넙죽 먹었다. ······그렇게 결국 그 자리에서 오므라이스와 프라이를 전부 아작내버린 미야나기가 냅킨으로 입가를 닦았다.
“아리스 양, 진짜로 고마워. 이렇게 하는 거 쉽지 않았을 텐데. 마지막으로 음료만 마실까? 마진 최대한 제일 많이 남는 거로 때려줘도 좋아.“
"그래도 친절은 친절이고 그 친절에 대한 감사는 표현해야 마땅한 거에요. 적어도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친절한 사람이네요. 친절하고 세심한 사람이니 학생회장직을 맡았겠지만요. 당황한 와중에도 착실하게 씩 웃는 상대방의 얼굴에 어쩔수 없다는 것처럼 부드럽게 웃으면서 대답하는 자신이 있었다. 자연스럽게 몸에 베인 배려는 어디가서도 배려를 받는 사람 뿐만 아니라 하는 사람의 얼굴도 높여주는 보물이 아닐까요. 저도 배려를 하려 노력하지만 글쎄요. 한창 일탈을 하던 동생의 얼굴이 떠올라 목도리 아래로 순간 씁쓸하게 웃다가 용돈벌이로 쏠쏠하다는 말에 방금 전 모든 색상의 옷을 다 사고 아르바이트를 할까 고민하던 저가 생각나 피식 웃어버린다.
"그러면 사양하지 않고 다음에도 편한 마음으로 이용하도록 할게요. 저도 3학년인데 이렇게 만나다니 정말 우연이네요. 반갑기도."
순간 사고가 마비되어서 제가 생각해도 정말 묘하게 웃긴 문장을 만들어버렸단 생각에 다시 얼굴을 목도리에 파묻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민망해라. 하지만 이미 지난건 지난일이었고 엎질러진 물은 다시 컵에 담을 수가 없었다. 그렇다면 해야할 일은 지금 상황을 피하지 않고 적당히, 어떻게든 수습하는 것 밖에 없었다.
"3학년 C반의 와타누키 미후유입니다. 온지 얼마 되지 않아 모르는 것이 많으니 어쩌면 결례할 일이 같기도 하고 이런 일로도 볼 수 있을테니 앞으로 잘 부탁드려요 아이자와군. 앗, 금지된 구역에 들어갈일은 전혀 없을거에요 물론 저는 그렇겠지만... 흠흠, 아무튼, 인형이 정말 예쁘고 도시의 친구에게 좋은 선물이 될 수 있을것 같아요."
잘...넘겼다! 왜 기억하지 못했을까. 학생회장이라는 말에 이번만은 조금 원망하고 싶은 좋은 기억력이 자동으로 전학수속을 밟을때 멀리서 보았던 남학생을 머릿속에 그렸다. 다행히도 너무나 순간이었던 탓인지 아이자와군은 저를 기억하지 못하는 것 같고 잘 넘기면 될 것 같다는 생각에 선물이라 둘러대었다. 이번 학교에서는 아무런 사건사고 없이 좋게 지낼 수 있으면 좋겠건만. 자신있게 잘 지낼수 있을 것 같다며 답을 못하는 것에 서글퍼지는 감정을 뒤로 하고 손에 꼭 쥐고 있던 머핀이 든 봉투를 건네었다.
"이번에 이사오기도 했고 상냥한 서비스에 대한 감사의 마음으로 소정의 선물을 드리고 싶어서 가져왔습니다. 좋은 베이커리가 많아 여기저기 둘러보기 좋기도 하고, 그래서 좀 많이 간식을 사버렸거든요."
정말로 또 이용해줄지, 아니면 당사자가 앞에 있어서 듣기 좋으라고 그런 말을 하는지까진 치아키가 알 도리가 없었다. 하지만 말이라도 그렇게 해준다면 그건 판매자 입장에선 정말로 기분이 좋은 일이었기에 그는 기분 좋은 감정을 조금도 숨기지 않고 방긋 미소를 지었다. 아무튼 상대가 3학년이라는 말에 그는 잠시 생각을 하면서 그녀의 얼굴을 빤히 바라봤다. 그럼 동갑 아닌가? 물론 누군가의 나이가 1살 정도 어리거나 1살 정도 많을 수도 있겠지만 일본의 나이 제도에 그런 것이 크게 중요하던가. 그렇게 생각하며 치아키는 미후유를 바라보면서 살며시 제안했다.
"그렇다면 사실상 동갑이라는 건데 말 서로 편하게 할래요? 오. 3학년 C반? 그러면 옆반이네요. 저는 3학년 B반인데! 아무튼 와타누키 미후유라. 아름다운 겨울이라는 의미에요? 아무튼 와타누키 양이라고 부를게요! 아하하. 그래준다면 감사해요. 학생회실에서 가끔 정말로 조용히 처리해야할 일이나, 기밀적인 일을 하거나 하는 경우도 있어서 그럴 때 누가 들어오면 진짜 곤란하거든요."
물론 재작년에도, 작년에도 그런 일은 없긴 했지만 그래도 혹시 모를 일이었다. 몰래 들어오려고 하는 이는 들어오려고 할 수도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 와중에 '저는 그렇겠지만' 부분은 조금 마음에 걸렸는지 그는 잠시 음. 소리를 냈다. 마치 자신은 그럴거지만 다른 이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투의 말이 아닌가. 하지만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으며 그는 모자 밑으로 살짝 흘러나온 머리카락을 정리했다.
"선물용이에요? 그렇다면 잘 보내주세요! 포장지. 그대로 쓰셔도 될 것 같은데. 아. 뭘 이런 것을 다. 하핫. 고마워요! 설마 물건 팔러 왔다가 뭘 받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는데."
손에 쥐고 있는 봉투를 자신에게 내민 것에 그는 손을 뻗어 그 봉투를 잡았고 그 내용물을 확인했다. 제법 맛있어보이는 머핀을 바라보며 그는 저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고 다시 봉투를 닫았다. 나중에 집에 가서 천천히 먹어야겠다고 생각하며 그는 다시 미후유를 바라봤다. 뭔가 상당히 주변 사람달을 잘 챙기고 배려심도 깊고 예의도 바를 것 같은 것이 학교 내에서 금방 인기를 얻지 않을까라고 그는 추측했다. 물론 실제 그렇게 될지는 알 수 없었지만 적어도 좋은 인상을 받는 사람은 많겠다고 그는 이어 확신했다.
"그럼 이건 집에 가서 맛있게 먹을게요! 아. 그리고 같은 학교고 같은 반이라고 하니까 금액은 조금 더 깎아줄게요! 그러니까..."
그가 새로 제시한 가격은 10퍼센트 정도 할인한 가격이었다. 애초에 큰 돈을 벌려고 하는 것도 아니었고 같은 학교 아이. 그걸 넘어서서 같은 학년에 바로 옆반 아이를 만났다는 것이 너무나 반가워서 그는 그렇게 가격을 제시하며 싱글벙글 미소를 보였다.
>>126 사신님도 반가워요! 쫀새벽이에요 😊 이 시간대라면 왠지 사신님도 굉장히 텐션 높을 것 같은 느낌아닌 느낌..! >>129 >>134 아네 와타누기쨩 반가워요!! 일상 찌느라 고생 많으셨어요 😖 사에주도 안녕! 뭔가 달콤 쌉싸르한 선물을 많이 줄 것 같은 마니또랑 매치되셨어..!
" 진짜 짜증나- 아무것도 못하는 바보 주인님. 입가에 잔뜩 묻었잖아. 바보같아. 짜증나- "
리오는 식사가 마쳐지자 냅킨을 꺼내 거리낌없이 입가로 가져가서 톡톡톡 하고 닦아주었다. 보통의 사람에겐 절대 하지 않는 서비스다. 이렇게까지 할 수 있었던 이유에는 당연히 본인 스스로가 즐겁기 때문이 첫 번째이고 사에양과 친해지고 싶다는 이유가 두 번째였다. 같은 반인 친구지만 사람 대하는 걸 힘들어하기에 먼저 말을 걸 용기따위는 없었기에 이런 기회가 생긴 것이 정말 즐거웠다. 그래서 리오는 미소를 짓고 웃음을 짓고 싶었지만 나름의 프로정신으로 이렇게 차가운 표정을 유지하고 있었다.
" 아, 아니. 저기.. 내가 좋아서.. "
너무 미안해하는 모습에 리오는 순간 원래 모습으로 돌아와서 살짝 기죽은듯한 모습으로 말했다. 아무래도 상급자용(?) 코스였던 탓에 너무 과하게 몰아붙인 느낌도 있었던것 같다. 리오는 목을 한 번 가다듬고는 마지막 음료 정도를 말하자 다시 원래의 서비스용 차가운 얼굴을 장착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시계를 보았다.
" 흥. 그러네- 슬슬 라스트 오더야. "
리오는 마지막 드링크는 뭘로 해주는 게 좋을까- 하고 고민했다. 원래 같았으면 '네 주인님-' 하고 말했겠지만 지금은 얼음공주이니까. 리오는 메뉴판을 보여주지도 않고 '이걸로 마셔' 하고 주문마저 자기가 정해버렸다. 긴급 시프트로 들어온터라 시급 1.3배로 들어온 셈이니 오늘은 친해지기위해서 한 턱 내는 걸로 처리해야지- 라는 생각이었다. 아까는 사쿠라 버블티였으니까 이번엔 시원한 블루 레몬에이드로-
" 아 참.. 그리고.. 사에양. 이건 내가 사는거야. 그.. 내가 그.. 친해지고 싶어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