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신은 서성이고 있었다. 낫 놓고도 기역자(し)하나 모르는 사람처럼, 교내의 간략하게 그려놓은 약도 앞에서 몇 분 째씩이나 서성이고 있는 것이었다. 약도란 본디 길을 모르는 자가 원하는 답을 찾기 위해서 이용하는 것이지만... '헤매고 있다' 누가봐도 그런 분위기를 풍기고 있어서, 당신이 다가와 그렇게 물은 것도 당연한 일인 것이다. 말을 붙인 당신을 비로소 알아채고 그녀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작은 키, 귀엽게 묶은 머리, 그렇지만 똑부러진 얼굴. 그녀는 그런 당신의 모습을 눈에 담듯이 마치 졸음이 담긴듯한 시선을 설설 끌었고, 그러고 나서야 입술을 천천히 때어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귀 긴 짐승을 연상시키는 두 갈래 머리칼의 필멸자여..."
잘 못 들었다...라고 생각했다면 그렇지 않다. 오히려 말을 잘 못 걸었다라고 생각하는 편이 나을지도. 그건 분명 그녀가 당신을 부르고 있는 말이다. 혼잣말이라면 몰라도, 양갈래 머리를 하고 있는 건 적어도 이 주위에서는 오로지 당신밖에 없지 않은가. 그리고 그 후에 그녀는, 쐐기라도 박아넣듯이 당신에게 연달아 묻는 것이었다.
>>864 음악... 아무래도 어르신이라 전자음악보던 전통 음악파지... 메이드 카페 좋아한다라 단정한 쾌남 컨셉 잡아놓고 그러면 묘하게 저질주책 맞을 것 같단말이지 어쩔 수 없다 이렇게 된 이상 선관은 무리고 어찌저찌 메이드카페 앞에 지나가다 영업당해서 들어와버린 일상 어때?
그림 반응은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 난 부끄럼쟁이 샤이 참치니까 굉장히 기쁘지만 아무렇지 않은 척 하고 있을게 다들 고마워 🫣😏😏☺️
오.......................맙소사...............잠깐 자리 좀 비우고 왔더니 복슬복슬 아름다운 오구치군 그림??? 세상에.... 잘생겼어.... 귀여워.... 멋져.... 얄망스러워.... 완전 순하게 생겼는데 능글거리는 거 최고야........
>>877 사에주의 의견에 동의합니다.
>>878 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니 세상에 오구치군 옛날엔 관운장이었어??????ㄴ(ㅇ0ㅇ)ㄱ 아 근데 트렌트를 따르는 인기남이라는 것도 넘 귀엽다... 늑대신님이 예전에는 마초아저씨였다는 사실... 너무 귀하다 감사합니다 감사합ㅂ니다....
그 말을 듣고 리오는 에? 이렇게 급하게? 라는 반응이 먼저 튀어나왔지만 손까지 잡고 간곡히 부탁하는 모습에 어쩌지 어쩌지 하고 곤란한 표정을 짓다가도 오는 부탁은 거절하지 못하는 성격이기에 얼떨결에 수락해버리고 말았다. 다음에 한 번 대신 들어와주겠다고 이야기 했으나 그런 만큼 자신의 급료가 줄어드는 것이기에 그것 만큼은 사양했다. 평소의 연장근무인 셈이다. 이미 퇴근하고도 지났을 시간이지만 리오는 어쩔 수 없나- 하는 생각으로 다시 전단지를 챙겼다.
「 주인님께서 돌아가십니다-! 」
핸드벨이 딸랑딸랑 하고 울리는 소리가 들리고 선배 메이드의 선창에 리오는 고개를 들고 미소를 지었다.
" 다녀오세요 주인님-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
이 쪽도 슬슬 나가볼까. 핸드폰을 챙기고 얼굴에는 검은색 마스크를 썼다. 전단지를 챙기고 나갈 준비를 하면서 리오는 마지막으로 주변 사람의 서빙을 한 번 도와주고 거울 앞에 섰다. 메이드 복은 귀엽다. 귀여운 곳에서 귀여운 사람들과 귀여운 옷을 입고 귀여운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은 분명 좋은 일이지. 마스크를 쓰면 굳이 미소를 보여주지 않아도 돼서 편했다. 준비는 끝났으니까 나가볼까- 하고 생각하며 몸을 돌린 순간 들어온 것은 다른 선배였다.
" 그렇게 나가려고? " " 에, 무슨 문제있나요? " " 소매 내리는 편이 좋을거야- "
리오는 그 말을 듣고 다시 거울을 보았다. 소매를 걷는 편이 귀여웠다. 팔찌라던가 하는 것들로 더 귀엽게 보일 수 있었으니까. 그리고 그 다음에 눈에 들어온 것은 손목에 감겨있는 붕대였다. 왼쪽 손목에만 감겨있는 새하얀 붕대. 이것이 왜 감겨있는지는 본인만이 알고있을 터였지만 리오를 본 지 햇수로 2년이 되어가는 선배는 보지않고도 알 수 있었던 모양이다. 좀 더 자신을 아끼라는 말과 함께 머리를 톡톡 쓰다듬어준 선배가 나가자 리오는 얌전히 옷 소매를 내리고 밖으로 나섰다.
같은 거리여도 항상 느낌이 다르다. 새벽의 공기, 아침의 공기, 점심과 오후의 공기 그리고 저녁 늦은 시간의 공기는 매번 다르고 느낌마저 새롭다. 조금 추울 수도 있으려나 하는 생각과 함께 리오는 또 적당히 아무나 붙잡고 데리고 들어가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전단지를 손에 들고 지나가는 사람들을 붙잡으며 호객 행위를 시작했다. 며칠 전에도 똑같은 자리에서 호객행위 하다가 상대방의 기분을 나쁘게 했었는지 또 커뮤증이 도져 잠깐 힘들었던 시간이 있었으니 오늘은 특히나 그런 부분에 주의할 예정이었다.
" 앗, 언니- 놀다가- 우리 카페 진짜 재밌는데- "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자신을 아끼라는 말과 손목에 감겨있는 붕대. 또 그랬다고 생각하는 것이겠지. 고쳐나가고 있는 중인데도 가끔 그런 말을 들으면 창피하다고 할까 아니면 그럼에도 챙겨주니까 고맙다고 할까. 리오는 굳이 따지자면 후자였다. 자신을 신경써주는게 좋았고 바라봐주는게 좋았다. 지나가면서 한 번이라도 '왜 그래? 다쳤어? 괜찮아?' 라는 말을 들으면 괜히 기분이 좋아졌다. 남들이 더 자신을 바라보도록, 더 챙겨주도록 하는 그런 일종의 장치였던 셈이다. 그런 생각을 하던 차에 눈에 백발이 새하얀 누군가가 눈에 들어왔고 또 하프인가? 하는 흥미 본위의 생각을 가지고 앞으로 다가섰다.
일단 그녀는 당황했다. 자신이 작은 키인 것도 한몫 하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상대방이 대충 큰 키도 아니라는 것, (그도 그럴게 어림짐작해도 10cm는 넘게 차이나보였으니까.) 나른한 표정과 다르게 느껴지는 중압감은 리본의 색이 무색할 정도로 어른스러운 실루엣이었다.
그리고 그녀는 고민했다. '귀 긴 짐승을 연상시키는 두 갈래 머리칼의 필멸자.' 아마도 분석할 시간이 필요했겠지. 귀 긴 짐승, 두 갈래 머리칼, 필멸자, 어딜 봐도 자신을 지칭하는 말이었다. 물론 지금 이 상황에서 사람이라곤 앞에 인물을 제외하면 자신뿐이겠다만, 필멸자라는 말엔 딱히 이렇다할 생각이 들지 않았다. 오히려 미약하게나마 정감이 갔을지, 들어봄직 하다면 제 섬기는 신을 처음 영접했을 때 뿐이겠지만.
"...어떻게 보면 그럴지도 모르지요. 쉽사리 떠지지 못하는 발걸음, 어찌 가만 보고 지나갈 리 있겠나요."
그렇게 생각하고나니 지혜를 나누어주러 온 것이냐는 질문은 자연스럽게 필터링이 되었다. 그저 독특한 화법을 가진 인물이라거나, 아직 질풍노도의 시기를 벗어나지 못했거나, 자신처럼 신과 맞닿아있는 이거나, 혹여 신일지도 모르겠지만...
그렇게 생각은 하고 있으나, 어느쪽이든 크게 신경쓰이지 않는 일이었다.
"찾고자 하는 장소라도 있으신지요? 원하신다면 목전까지 바래다드릴 수도 있습니다만..."
대개는 대강의 위치만 알려줘도 스스로 찾으러 갈테지만... 애초에 그정도로 찾아갈 인물이었다면 약도 앞에서 서성일 일도 없었을 것이다.
오늘은 주말이다. 주말이면 하야토가 패션디자인 학원에서 거의 숙식을 하며 열의를 태우지만..오늘은 학원이 휴무란다. 그래서 침대에 털썩 누워서 등산이라도 갈까..생각을 했다. 그런데..액자에서 과거 자신이 도복을 입고 찍은 모습이 보이는 것 아닌가?
"..옛날 생각 나게...."
10분 뒤였을까? 하야토는 크로스백을 챙기고 오토바이에 올라탔다. 그대로 학교로 가서 체육관에 가는 것이 아닌가? 탈의실에서 갈아입은 옷은..태권도복이었다.
"오..아직도 딱 맞네?"
하야토의 도복은 일본의 학생들이 입는 흔한 도복과 달랐다. 공수도나 유도복이 아닌 태권도복. 공수도와 유도복은 거친 마초처럼 투박한 느낌이 나지만 태권도복은 달랐다. 좀 더 섬세하고 부드러운 느낌.
하야토는 다리도 찢고, 발목을 뒤로 잡아서 당기는 등의 스트레칭을 한다. 태권도를 그만둔 후에도 운동을 접은 건 아니기에 유연성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스트레칭을 하다가 머리카락을 거슬렸던 것인가? 뒷머리를 머리끈으로 묶은 채로 운동을 하기 시작했다.
"......"
하야토의 베이스는 흔히 북한의 태권도라고 오해를 받는 ITF 태권도. 스포츠가 아닌 전쟁에서 사람을 죽이기 위해 만들어진 실전 태권도였다. 발펜싱이라는 오해와는 다르게 주먹으로 얼굴을 타격할 수 있고, 더 거칠었다. 하지만 아름다움을 놓치기 싫었던 것일까? 하야토는 품새와 시범에도 게을리 하지를 않았다.
우선 기본적으로 옆차기와 뒷차기를 하며 감각을 되찾는다. 그 다음에는 회축과 외발턴으로 더 심화를 한다. 어느정도 감이 잡혔다면 바로 540° 발차기를 한다. 도약을 해서 공중에서 3바퀴의 회전을 해서 차는 화려한 발차기 중 하나.
"아직이야.. 더..."
하야토는 자세를 잡더니, 도움닫기 하나 없이 앞발에 체중을 실어서 스프링 같은 유연성을 이용해서 공중으로 도약한다. 그대로 매우 빠르게 다섯 바퀴를 순식간에 공중에서 회전하며 뒤돌려차기를 하고 완벽하게 착지를 하며 마무리. 키가 크고 근육질이지만 다리가 길다. 체중에 비해서 슬림하게 보이는 체형이다. 게다가 펄럭이는 도복까지. 이러한 요소들이 합쳐져서 하야토의 900° 발차기는 마치 최후의 순간을 가장 아름답게 보이려고 하는 불나방과 같았다.
음~ 모습 하니까 생각났어! 마침 한가하기도 하고 며칠 전에 써놓은 tmi가 있는데 그것 좀 가져와야지....
1. 지금은 십대 얼굴이지만 입학 전까지는 20대 중반 정도의 청년 모습이었어.
2. 외형 서술란에 쓴 모습은 ①일코 모드 ②귀 길쭉 이 뾰족 동공 뾰족 ③우락부락 뿔 나고 이빨 자란 귀(鬼) 이렇게 셋인데 사실 이것도 다 본모습은 아니고... 날 때부터 가졌던 진짜 '형상'은 따로 없다는 설정이야. 진짜 본모습은 눈에 보이지 않고 형체도 없는 무언가. 지금 쓰고 다니는 모습들은 가장 편하게 쓰는 형태일 뿐이야. 게임으로 치면 코디 정해놓고 돌리는 거라고 해야 하나?
3. 아~ 여기서부터는 진짜 tmi다! 비량의 인외 형태가 귀면문의 사나운 귀신 같은 모습이라는 설정이 있는데 이에 관한 티엠아이를 풀려고 :3 귀면와의 귀신 문양이 도깨비 얼굴이라는 해석이 폭넓게 퍼져 있지만 2000년대 이후로 그 귀면이 우리가 아는 조선~현대의 도깨비를 뜻하는 것이 아닐 거라는 해석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알고 있어🤔(난 학자가 아니니까 틀릴 수도 있음 주의!) 하지만 비량은 도깨비라 믿어지는 개념들의 총체이기 때문에 보편적인 설은 신경쓸 수밖에 없지. 그래서 인외 형태가 그런 거고... 그리고 뭣보다 그거 무시무시하면서도 간지나서 괜찮다 생각해서 채택 중이야. 멋있잖아...(?) 귀면문이 도깨비가 아니라는 설에 대한 의견은 여전히 분분하기도 하고, 어쨌거나 아직까지도 그 얼굴이 도깨비라는 해석이 가장 널리 퍼져 있다 보니 비량 본인도 너네들이 그렇게 생각한다면 나도 그렇다 치지 뭐…… 라고 생각하는 중이야. 원래 신앙이란 역사적으로 이랬다 저랬다 휙휙 변하는 거라 딱히 불만은 없고 학자들이 알아서 잘 하라는 입장. 여담인데, 한동안 오니랑 동일시되었던 일만큼은 좀 열받았었다고 함... 다른 건 그렇다 치는데 어떻게 자기한테 안 씻고 속옷 안 빨아 입는다는 날조를 갖다붙일 수 있냐면서 아저씨 극대노하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