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인가? 친구가 너무 만들고 싶어서 이제는 이런 생생한 꿈까지 꾸는 건가? 사치는 이제 이 상황이 진짜로 현실인지 의심하기 시작했다.
그럴 수 밖에 없었다!
무어라 반응할 틈도 없이 갑작스레 뺨에 닿은 서늘한 감각이 이렇게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낯선데! 자신은 지금껏 상상도 할 수 없었던 행동들을 아무렇지 않게 해 내는 유즈루가 슬슬 엄청난 존재로 느껴지기 시작한다. 워, 원래 인싸라는 건 이런 것도 서슴없이 할 수 있는 거야~~?!?!?! 뚝딱, 뚝딱, 톱니바퀴 하나가 잘못 끼워진 것처럼 삐걱대는 머릿속으로 내적인 호들갑을 마구 떨다가, 소년의 손가락이 마저 볼에 닿자 히, 하고 작은 소리를 내지르며 반사적으로 몸을 움츠린다.
"귀, 귀, 귀엽지 않아요~~!"
후다닥, 몸을 뒤로 빼며 새된 목소리로 작게 소리쳤다. 두 손으로 제 볼을 감싸자 남아 있던 서늘함은 금새 자취를 감추고. 이런 행동으로 정말 행운이 옮겨지긴 했을까? 여전히 작은 의구심은 남아 있었지만, 어떻게 확인해 볼 방법도 없다. 그저 상기된 얼굴을 머플러 속에 푹 파묻고 유즈루를 따라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는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 그런.. 제가 사게 해 주세요..!"
재빠르게 코트 주머니를 뒤져 작은 동전지갑을 꺼낸다. 안 그래도 이것저것 상냥하게 대해 주는데, 이 와중에 고기만두까지 얻어먹어버리면 아마 황송해서 견딜 수 없어져 산화해버릴지도 모른다!
situplay>1596736086>983 코오군이라고 말해주는 게 기쁘네요 후후후(수상한 웃음) 무쿠루마 미야 : 오토리가와 중학교 선후배, 방과후 보충 콤비 오토리가와 보충수업반 동지. 본인보다 공부를 못하는 미야에게 역으로 가르쳐주며 점수가 소소하게 올랐었다. 미야가 졸업한 이후, 오며가며 간단한 인사는 나눴지만 어쩐지 연락이 뜸해진 듯 하다.
저도 간단하게 적어봤어여
situplay>1596736086>993 그때 떠들썩하게 논 이후 간단하게 연락도 주고받고 인스타 좋아요도 누르긴 하지만... 다른 학교였기 때문에 더 깊어지긴 어려웠을 거 같아요. 간단하게 적어봤는데 어떠실까여
사루와타리 안즈 : 오토리중 농구부의 뒷풀이 중, 가라오케에서 자연스레 합방한 타학교 댄스부. 사루 누나라고 기억하고는 있지만 이름은 잘 모른다. 발랄한 모습이 어쩐지 이름의 사루와 잘 어울린다 생각한 건가. 가미즈나 교복을 입은 스토리를 봐서 같은 고교라는 인식이 있다.
>>9 (대답 대신 토아 볼 호로록쭈왑) >>14 코오 군! 이라고 부르도록 할게요 (야호). 그보다 미야⋯ 후배 군보다 공부를 못하는 (왈칵). 유즈루가 가르쳐주는 게 귀여우니 뭐든 상관 없지만요! 연락 뜸해졌다니 8 8 나중에 일상에서 만나 반갑게 인사해 줘야겠어요 :D ~
대걸레를 가지고 돌아와서 묵묵히 교실 바닥을 밀어대는 미카 나뭇바닥이 점점 맨들맨들해진다 그새 지루해졌는지 미카는 한 손으로 스마트폰을 꺼내 인터넷 서핑을 시작한다 남은 손으론 밀대를 건성으로 밀면서 갑자기 뜬금없는 소리를 하는 타카나시 씨만 아니었다면 미카는 계속해서 딴청을 피웠을 거다
"...뭐가?"
그제서야 미카는 스마트폰에서 눈을 떼고 상대가 있을 곳을 쳐다본다 추측해보건데 제 빨간 머리를 보고 한 말 같지만 그걸 뻔히 알면서도 미카는 괜히 그 말의 의도를 되물어본다 애초에 저를 향한 말이 아닐 거라고도 생각은 했으나 빈 교실엔 둘 뿐이었고 그녀가 누군가와 통화하고 있는 것도 아닌 듯했으니
>>51 휴우 😮💨😮💨 리오랑 미야는 같이 놀면 분위기는 정반대인데 왠지 말이 통하는 그런 조합일 것 같아요. 쟤네 왜 대화가 통하는거야⋯ 어떻게 친한거야⋯? 라는 느낌 😚 >>52 라져! ( '▽' ) >>52 하야토주 어서와요, 마 우리반 반장이 이렇게 이케맨이라굿!
>>14 대박적인 요약이에요...!! 하긴, 다른 학교니까 아무래도 더 친해지긴 어려웠겠죠... 안즈라면 코리나 코리 군 정도로 기억하고 있으려나요? 귀엽고 사람 좋은 농구부 학생!!으로 기억했겠죠. 그리고 가미즈나 고교에 관련된 소식, 예를 들어 여길 입학하게 되었다던가...그런 걸 봤다면 귀엽고 사람 좋은 후배!!!로 인상이 업그레이드되었를 거고요. 일단 저는 이 정도로 정리하면 될 것 같은데, 혹시 여기서 더 추가하고 싶거나 수정하고 싶으신 점 있으세요??
조, 조, 좋은 사람~~~!!!! 또 다시 유즈루에게서 후광이 화악 뿜어져나오는 기분이 들어서, 저도 모르게 눈을 가리는 제스쳐를 하고 말았다. 천사야, 천사가 틀림 없어엇.
내려가는 길은 꿈에서 그리던 것만 같은 풍경이었다. 평범한 주제로 대화를 나누며(대화라기엔 유즈루의 일방적인 말하기에 조금 더 가까웠을 지 모르겠지만), 고기만두를 사 먹으러 가는 길이라니? 두근, 두근, 신님, 설마 저 살 날이 얼마 안 남았나요? 오늘이 지구 마지막 날이라도 되나요? 말도 안 되는 상상을 할 정도로 믿을 수 없는 꿈만 같은 경험!
어쩐지 묘하게 가슴이 벅차서 겨우 대답하는 것 밖에는 할 수 없었다. 자주는 아니지만 어릴 적 가끔 부모님이 고기만두를 사 주셨던 경험이 있다던가, 원체 눈이 나쁜 편이라 쉽지 않다던가(사실 렌즈는 무서워서 시도해 볼 엄두도 나지 않은 것이었지만). 차마 자신의 스타일 센스가 괴멸적이라는 평가를 당하고 있다고는 이야기할 수 없어 슬쩍 말을 흐리기도 하고.
그러다 마지막 계단에 이르러, 소년의 몸이 일순 출렁이는 것을 보았을 때. 반사적으로 앗, 하는 소리와 함께 손을 뻗었다가 머쓱해져서 눈을 굴리며 뻗었던 손을 꾹 말아쥐었다. 오만 생각이 머리를 스친다. 진짜로 행운이 나에게 온 건지, 그래서 나 대신 넘어질 뻔 했던 것인지? 평범한 사람이었다면 단순히 그냥 넘어질 뻔 했구나, 하고 말 것이었음에도 어찌 이리 불안한 생각만 떠올리게 되는지. 신님, 이때까지 그랬던 것처럼 차라리 제 발에 돌부리를 걸어 주세요! 오늘은 열 번쯤 넘어져도 당신 탓 안 할게요! 이 친구는 건드리면 안 돼요~~~~!!~!~! 조용히, 그러나 간절히 속으로 되뇌이며 소년을 보았다. 그러다 눈에 들어온 것.
"....아."
귀, 귀걸이가. 없어졌다는 말 대신 손으로 귀를 가리킨다. 아마 스스로 확인해 보라는 뜻이었을 것이다. 한 번 스치듯 본 것이 전부라, 원래 있었는지, 없었는지, 스스로도 확신이 없었기 때문에. 허억, 어쩌지, 진짜로 내 불운이 옮겨 갔나 봐~~!!!! 경악하며 주변 바닥을 이리저리 둘러보기 시작했다.
"고백을 거절하는 방식은?" 안즈: 먼저...고백해줘서 고마워! 날 그렇게 사랑해주는 것도, 엄청난 용기가 필요한 일일 게 분명한데 나에게 표현해준 것도. 하지만 난 그 마음에 답하지 못할 것 같아. 너를 좋은 친구로는 생각했지만 그런 식으로는 생각한 적은 없었어서... 미안! 나보다 더 좋은 사람 만났으면 좋겠다. 아니, 분명 그럴 거야! 넌 그만큼 당당하고 멋진 사람이니까.
"반려동물을 키운다면 이름은?" 안즈: 어떤 동물인지에 따라 다를 것 같은데?? 동물마다 어울리는 이름이 있으니까... 그래도 뭔가 멋진 이름이었으면 좋겠네! 질풍이라던가?
"평생의 목표를 훌륭하게 성공한다면 그 다음엔 어떻게 할 거야?" 안즈: 일단 엄청 기뻐하면서 성대하게 축하하고...또 다른 목표를 세우겠지? 그리고 다시 열심히 노력할 거야!
복수입니다! 복수하는게 분명해요! 제가 괴롭혔다고, 오해했다고, 귀엽지 않다고 했다고 삐진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고서는 제가 못되게 굴었는데도 청소를 도와주던 상냥한 와타누키 씨가 저런 짓궂은 질문을 할 리가 없어요. 이 곳에 빨간색은 와타누키 씨 뿐이니까요! 이것도 잘못에 대한 책임일까요? 긴장되어서 밀대를 쥐고 있는 손에 힘이 꾹 들어갔습니다. 와타누키 씨가 이쪽을 보고 있어요. 시선이 느껴집니다. 창문 밖으로 뛰어내리는 건 역시 무모한 행동일테니까 도망칠 수 없습니다.
“바보예요?“
마주 보기 위해서 와타누키 씨를 바라보았지만 좋은 생각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긴장이 조금이라도 풀리면 빨강색이 늘어날 것 같은 기분이 되었어요. 제 얼굴이라던지, 뺨이라던지, 귀라던지, 절대 빨강이 되지 않으면 좋겠는 곳들로요! 그런 탓에 말이 더 심하게 나갔어요. 더 어쩔 줄 모르게 되어서 바로 고개를 돌렸습니다. 열심히 닦아서 반짝반짝해진 교실 바닥을 보는 편이 좋은 생각 같습니다.
오늘의 미카는 여전하다 얼굴에 생채기와 멍을 달고 다니는 것만 빼면 말이다 거즈니 반창고니 덕지덕지 붙어있고 한쪽 콧구멍에는 피로 말라붙은 솜도 꽂혀있다 또 어디서 다른 양아치들이랑 한탕하고 온 모양이다 이기긴 했지만 상처뿐인 승리였을 뿐 이 상태로 보건실에 가니 선생이 화들짝 놀랐었지 어디서 다쳤나고 꼬치꼬치 캐묻길래 사실대로 말했었는데 친구들이랑 사이좋게 지내라는 상투적인 대답만 돌아왔다 그럼 그렇지
점심시간이 다가왔지만 미카는 급식실로 가지 않았다 대신 옥상엘 갔다 조용한 곳에서 시간 죽이기엔 도서관과 옥상만한 곳이 없다 가끔 다른 학생들이 도시락을 싸들고 올라오긴 하지만... 난간 위로 높게 쳐진 펜스 너머 운동장이 훤히 내려다보인다 미카는 난간에 기대어 팔짱을 끼고 눈을 감는다 온화한 봄바람에 얻어터진 곳이 조금씩 쓰라려온다
'아, 무쿠루마. 나 이미 먹었는데.' '응? 미안⋯. 오늘 다른 애들이 먹자고 해서.' '어라, 너 다른 애들이랑 먹는 거 아니었어?' '나 오늘 급식 먹었는데⋯⋯.'
화기애애하고 활기찬 점심시간이었을 것이다⋯⋯.
"전부 나 빼고 먹으면 어떡해-!" "조용히 해라, 무쿠루마!" "네에⋯⋯."
무쿠루마 미야, 자신 빼고. 수많은 인연의 실이 이리저리 엉키고 꼬여 이런 상황을 초래하다니⋯⋯. 뭐가 문제였을까. 친구가 너무 많은 탓? 철새처럼 이리저리 붙어먹은 탓? 원인을 찾아봐야 뭣하나. 현실은 도시락 하나 든 채 덩그러니 교실 중앙에 서 있을 뿐이었다. 시위하듯 정중앙에 서 있는데 클래스 메이트라는 친구들은 익숙한 듯 무시로 일관했다. 결국 뿌앵! 하고 가짜 눈물을 흩뿌리며 계단을 빠르게 올라가 옥상까지 다다랐다. 그 과정까지 아무도 잡지 않았다. 이익, 무쿠루마의 눈이 세모꼴이 되었다. 나도 몰라! 속으로 외치며 옥상 문을 열어젖혔는데⋯⋯ 세상에나.
역시 신은 이 무쿠루마의 편? 홀로 외롭게 점심시간을 보내지 말라며 하늘에서 사람을 내려주셨다. 붉은 머리 휘날리며 눈을 감고 있는 자태가⋯⋯ 잠깐, 반창고? 응? 상처? 무쿠루마는 그제야 제 앞에 있는 남자애를 살펴봤다. 발이 넓고 소식통이 빠르고 호기심 많은 무쿠루마는 이 남자애를 알고 있었다. 그래, 전학 온 A 반의⋯⋯.
"불량 군!"
아이코, 입 밖으로 내뱉어버렸네. 어쩔 수 없지! 무쿠루마는 방긋 웃으며 도시락 든 손 중 하나를 빼내 높게 들어 흔들었다.
"야호-! 혼자 안 먹어도 되겠어, 도시락 같이 먹자!"
그러면서 날다람쥐 마냥 재빨리 그 근처의 자리를 꿰차는 것이었다. 블레이저 주머니를 뒤적이더니 나오는 자신의 쇠젓가락과 일회용 나무젓가락까지. 이런 우연이, 신이 도왔다.
옥상 문이 거칠게 열린다 갑작스런 소음에 미카의 몸이 움찔 떨린다 문을 열고 나타난 건... 같은 2학년 여자애? 손에 도시락을 든 걸 보니 밥 먹으러 왔나보다 미카가 슬그머니 움직여 자리를 비켜주려는데... 여학생은 미카의 생각만큼 그리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었다
"누가 불량 군이야."
상대의 신원을 묻기도 전에 미카는 먼저 괴상한 별명에 태클을 건다 불량 군이라니 정말로 마음에 들지 않는 이름이다 제가 불량 행동을 하는 건 맞지만 모르는 학생에게까지 소문이 퍼졌다고?
"그리고 넌 누군데?"
누군데 친한 척이야 나오려던 뒷말을 집어삼켰다 어쩌면 다른 누군가와 헷갈린 게 아닐까 말릴 틈도 없이 근처에 폴싹 앉아버리는 여학생 뭐가 그리 신나는지 도시락 같이 먹자는 말까지... 미카는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치아키의 프로필 상태메시지라. 음. 치아키의 경우는 프로필 사진은 초록색 포장지로 포장되어있는 선물 사진으로 설정했을 것 같고 현 시점 상태 메시지는 '재밌는 이벤트 기획중. 커밍 순!' 이렇게 달아뒀을 것 같아요. 그래서 아마 치아키의 계정이 등록된 이들은 치아키가 학생회장으로 뭔가를 하려고 할 때 살짝 떡밥을 줏어먹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그러면 저도 오늘은 조금 빠르게 일상을 구해보는 것으로 해볼게요! 물론 스루하셔도 되고 패스하셔도 괜찮아요! 쉴 사람들은 쉬셔야하고 꼭 돌려야하는 것은 아니니까요! 그냥 치아키 한 번 만나보고 싶다 하는 분 정도로 오케이! 멀티를 요구하는 것은 아니니까 돌리시는 분들은 스루하셔도 무방해요!
안녕, 안녕...! 카이무주의 갱신이라구 "ㅁ")) 미카주 있다면 정말 면목 없게 되었지만 일상 멈추는 걸 부탁할 수 있을까요...? 카이무의 텍스트량을 아무래도 내가 감당할 수 없다고 판단해서 캐릭터를 바꿀까 고민하고 있어. 응응, 일방적으로 이래버려서 너무 미안한 마음이야... "ㅁ")))
아주 당연하지만 학생회장이 학교의 점검을 위해서 돌아다닐 이유는 없었다. 허나 그럼에도 학교 분위기도 보고 싶고 김에 바람도 쐬고 싶었기에 치아키는 방금 막 식사를 끝낸 자신의 도시락을 정리했다. 지금 그가 있는 곳은 학생회실. 학생회 멤버들과 모여서 점심식사를 가볍게 끝낸 후, 가볍게 걷기 운동 및, 바람 쐬기 및, 학교를 돌아보기 프로젝트로 치아키는 자신의 자리에서 일어섰다. 도시락은 어차피 또 방과 후에 학생회실로 와야하니까 굳이 가져가진 않고 자신의 자리 위에 올려둔 후에 임원들에게 먼저 실례하겠다고 이야기를 하며 치아키는 학생회실 밖으로 향했다.
'그러면 어디로 가볼까.'
보통 이런 시간에는 학교 옥상을 가면 이것저것 점검을 해야 할 것이 많았다. 이를테면 학교 난간 상태라던가 땡땡이 피우는 아이라던가 혹은 드러누워서 자는 아이라던가, 담배피는 아이라던가. 물론 맨 마지막의 담배 피는 아이의 경우는 자신 혼자만으로는 어떻게 할 수 없긴 하지만 혹시나 무슨 일이 생기면 자신의 할머니나 아버지나 누나가 어떻게든 해주지 않을까. 그런 아무래도 좋은 생각을 하며 본교 건물로 들어간 후, 잠시 2학년 복도에서 금붕어, 나카와 요시를 아주 잠깐 확인한 후에 치아키는 다시 건물을 올랐다.
잠겨있지 않은 옥상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니 따스한 봄기운이 절로 느껴졌다. 학생회실이나 교실에서는 느낄 수 없는 따스한 봄바람을 맞이하며 여기에 담요를 깔고 드러누워도 괜찮겠다 같은 생각을 하면서 걸어가는 도중, 축 늘어진 여학생의 모습이 치아키의 눈에 들어왔다. 와. 정말로 이런 이가 있었어. 그렇게 생각하며 치아키는 잠시 바라보다가 피식 웃으면서 천천히 다가간 후, 그녀의 근처에서 있는 힘껏 엄숙하고 근엄하고 진지한 목소리를 냈다.
어쩔 수 없이 제 이름을 알려주는 미카 초면에 대뜸 무례한 별명을 부르다니 당황스럽기 그지없다
"아니, 잠깐만..."
역시 말릴 틈도 없이 젓가락을 내미는 무쿠루마 미카는 차마 그녀의 말을 무시하지 못했다 영 마뜩잖은 표정으로 끝내 바닥에 앉아버린다 자기 친구들이 같이 안 먹어준다고 모르는 학생을 이렇게 붙들다니 어떤 의미에선 대단한 아이다 무쿠루마가 내미는 젓가락을 어쩌다 받아들지만 뚜껑 열린 도시락에 적극적으로 젓가락을 내밀진 않는다
정말로, 진짜, 진심으로 와타누키 씨는 바보일 지도 모릅니다! 왜 사과할 일이 아닌데 사과하는 걸까요? 늦어서 미안하다는 사과도, 지금 바보라서 미안하다는 사과도요. 괜히 제가 어디 갔다 왔냐며 혼자 다 할 뻔 했다고 말해서, 바보냐고 말해서 그럼 거니까 역시 제 탓입니다. 제가 와타누키 씨를 바보로 만들어버린 거예요... 사과의 뇌물이 사탕 하나가 아니라 한 상자여도 모자를 것 같은데, 부담스러워할 것 같아 걱정입니다. 두 개는 괜찮을까요...
“칭—칭찬 아니에요. 전 초록색이 좋습니다. 연두색이나요!”
이상할만큼 상냥한 사람입니다! 길거리 다니다가 못된 사람들한테 돈을 빼앗기고, 수상한 사람이 집 가는 길에 쫓아갈 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빨간색이 예쁘다는게 왜 칭찬인가요! 사실을 말한게 칭찬이라는 말은 들어본 적 없습니다!
“그리고 예쁜 걸 예쁘다고 하는 건 칭찬이 아닙니다. 와타누키 씨, 계속 그러면 정말 바보가 됩니다!”
분명 교실 청소를 하고 있는데 제대로 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오늘 아르바이트가 없어서 정말 다행이에요. 버스를 타고 가는 길에 내릴 곳을 지나쳐버리고, 옷도 거꾸로 입고, 사장님이 절 부르는 소리도 제대로 못 들었을 거에요.
# 이번에도 답레만 남기고 가... 인사해준 참치들 고마워 🥹 집에 가면 진단과 썰과 픽크루로 몸보신할테야—!!!
순간적으로 말문이 턱 막혀버린 치아키는 무안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도 조금은 놀라거나 움찔하는 모습을 보일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너무 태연하게 나라고 하는 것은 그의 계획 속에 존재하지 않았다. 아니. 이렇게 무덤덤하게 대답해버리면 뭐라고 답을 해야하지. 마음껏 장난칠 각오로 돌진을 했건만 이 여학생은, 정확히는 리본으로 보아 2학년으로 추정되는 이 여학생은 적어도 자리에서 일어날 생각이 없어보였다. 혹시 피곤한 것일까. 그런 생각을 하기도 하면서 치아키는 정말로 빤히 이 문제의 여학생을 가만히 바라봤다. 당연하지만 아는 이가 아니었다. 긴 숏컷 스타일에 금안 같으면서도 자주빛이 섞였으나 뭔가 메마른 눈빛을 보이는 것이 약간 힘이 없어보여서 치아키는 자연히 고개를 갸웃했다.
"아니. 아니. 아니. 여기 나라고 하면... 왜 이렇게 힘이 없을까? 이름 모를 우리 후배 양은? 이렇게 봄날도 따스하고 기운 차게 하고 좋은데 말이야. 무슨 일 잇어?"
뭔가 피곤한 것일까. 지치는 일이 있는 것일까. 혹은 최악의 경우엔 이지메? 아. 마지막은 일단 고려를 해두고 나중에 선도부원장이나 선도부원에게 당분간 그런 거 잘 체크하라고 지시를 해야겠다. 그렇게 생각하면서 치아키는 미소를 지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아니면 몸이 아파서 여기서 쉬는 중이야? 아하하. 그러면 거라면 조금 미안하긴 한데. 그러면 보건실에 갔을 것 같고. 아무튼 왜 이렇게 힘이 없을까? 우리 후배 양은? 알려줄 수 있어?"
가장 어떻게 대해야할지 알 수 없는 존재였다. 무기력한 이들을 아예 본 적이 없다거나 아예 상대를 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그런 이들을 대하기에는 조금 애매하고 어렵다고 치아키는 생각했다. 지금 이 상태는 뭘 해도 그냥 쉬고 싶어서 이렇게 있는 것 뿐일테니까. 그 와중에 학교를 오고 싶지 않다는 그런 말에 치아키는 그야말로 세상을 다 잃은 표정을 지으면서 멍한 표정을 지었다. 학생회장이 되고 아직 한 계절도 지나지 않았는데 벌써 보이콧 선언 ㅡ물론 그게 아니었지만ㅡ 이 나올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한 탓이었다. 고개를 아래로 푹 숙이고 약하게 몸을 부들부들 떨던 치아키는 고개를 홱 들고 강렬한 눈빛으로 사야카를 바라봤다.
"하라고 하면 따라준다니! 안돼! 자고로 사람이란 자신의 의지와 주관성을 가지고 살아가야 하는 법이야. 그건 누군가가 그렇게 살라고 해서 그렇게 사는 것 같잖아. 좋아! 그렇다면 이 학생회장님이 문제를 해결해보겠어! 어떻게 해야 이 학교가 다니고 싶은 좋은 학교가 될 것 같아?"
포인트는 그것이었다. 학교를 다니고 싶지 않다면 학교를 다니고 싶게 만들면 되는 것 아니겠는가. 그렇다면 자신이 바꿔줄 수 있는 것도 어느정도 있지 않을까. 아예 싹 다 바꿔버릴 수는 없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바꾸고 개혁을 할 수 있는 것은 할 수 있었다. 그 정도의 힘은 있으니 맡겨주라는 듯이 치아키는 자신의 가슴팍을 손으로 툭툭 쳤다.
"아. 물론 뭐든지 다 해줄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학생회장으로서 해줄 수 있는 것은 해줄 수 있으니 말이야. 그래. 그래. 이럴 때 말을 안하고 넘겨버리면 대 손해지. 하핫!!"
입에 발린 소리를 하고는 결국 이름을 부르지는 않았다. 아무래도 불량 군이라 계속 부를 셈인가 보다. 다만 진심으로 꺼려하는 기색이 보인다면 눈치를 살살 봐가며 와타누키 군이라 정정할 것이었다.
표정은 영 좋지는 않았지만 순순히 앉아주는 태도에 '흠!'하고 기분 좋다는 듯 웃어보인다. 그리곤 도시락을 그와 자신 사이에 놓았다. 어느새 밥과 계란말이를 우물우물 집어먹으며 그를 쳐다보았다.
"고마워, 불량 군~. 덕분에 홀로 외롭게 먹지 않아도 됐지 뭐야. 앗, 왜 안 먹어? 취향이 아니야?"
도시락을 한 번, 그를 한 번 쳐다보고는 추가로 덧붙인다.
"2학년 복도에 금붕어 두 마리 있는 거 알아? 내가 걔들을 돌봐주고 있는데 그 애들 먹이 주는 사이 친구들이 몽땅 밥을 다 먹어버린 거야, 나를 빼놓고!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물론 내가 일관된 친구들과 먹은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아, 금붕어 이름도 지어줬어, 사이 좋으라는 의미로 나카, 요시야. 어때?"
자신이 돌봐주고 있는 어여쁜 금붕어들을 생각하니 점차 텐션이 올라 점점 말이 길어졌다. 아차, 이 애도 말할 기회를 주어야 하는데.
"할 수 있다면 한 이백년은 방에서 안나올수도 있을거야." 진지한 표정으로 말하는 사야카지만, 진짜로 이백년이냐고 물어본다면 사람이라면 불가능한 햇수긴 하지만 과장. 이라고 덧붙이려 합니다.
"나는 항상 사람들이랑 부대끼면서 살아와서 여기 있는 거라서." 그냥 있었다면 아직도 그랬을지도 모른다. 라는 생각을 하긴 합니다. 공평하고 사람과 말이 안 통하는 것이긴 그렇죠? 그치만 누군가 그렇게 있기를 원해서 그런 것인데 그게 아니라고 하면 애매한데... 근데... 아 그런 거 생각해서 뭐해.. 귀찮아... 하지만 사야카는 치아키가 바꿔보겠다는 말을 하자 눈을 조금 더 뜹니다. 아마 학생회장이라는 말에 조금 놀란 것인가?
"으음.... 뭔가를 바꾸려고 해도 나하고는 상관없을 것 같지만..." 나름대로는 최선을 다해 대답해주려 합니다. 다만 뭔가를 바꾼다라고 하기엔 그럴 것을 찾지 못했어 학생회장님. 이라는 말로 은근히 정중하게 답하려 하네요.
"우울할 때 뭘 해?" 와타누기 미후유: "천천히 숫자를 세면서 기분을 가라앉힙니다. 기분에 따른 충동적인 선택은 후회를 불러일으키니까요. 그리고 좋아하는 책을 읽거나 잠시 티타임을 가지면서 할 수 있는 걸 생각해 볼 것 같아요. 좋은 답변이 되었나요? 그랬으면 좋겠어요." -사실 디저트도 조금 먹는답니다, 아앗 이건 다른 분들껜 비밀에요!
"누군가가 겁에 질린 채로 "이상한 사람이 저를 쫓아와요!"라며 도움을 요청한다면?" 와타누기 미후유: "으음, 조금 당황스러운 질문이네요. 아마도 경찰에 전화부터 하지 않을까 싶어요. 그리고 진정된 다음 얘기를 천천히 듣지 않을까 싶네요."
"전부 네가 망쳤잖아! 어떻게 할 거야!" 와타누기 미후유: "가정일 뿐이지만 슬픈 말이네요. 그 말이 타당하다면 최대한 혼자 수습할 방법을 찾을 것 같습니다."
"...아니. 아니. 아니. 아니. 아무리 그래도 200년전에 사람은 죽어! 죽거든?! 죽는다고!"
대체 얼마나 방이 좋은 거야? 이게 그 유명한 히키코모리 ㅡ물론 절대로 아니었다.ㅡ 같은 것일까. 그렇게 생각하며 치아키는 순간적으로 혼란을 느꼈다. 물론 이후에 들려오는 과장이라는 말에 치아키는 괜히 난처한 웃음소리를 냈다. 뭔가 이 후배의 페이스에 말려들어가는 것 같다고 생각하며, 자신에게 있어서는 어떤 의미로는 천적이 아닐까 그는 생각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물러서는 것은 자신의 스타일이 아니었다.
"아니. 물론 사람은 사회적 생물이니까 당연히 다른 사람들이랑 부대기면서 살 수 있는 거겠지! 하지만 그럼에도 자신의 주관이나 그런 것은 필요한거야! 그렇게 생각해!"
나름대로 자신의 생각을 강렬하게 피력하면서 치아키는 씨익 웃었다. 아마 하얀 이가 살짝 내보이지 않았을까? 한편 자신과는 상관없다는 그 말에 치아키는 가만히 팔짱을 끼고 생각에 빠졌다. 그럴 것을 찾지 못했다라는 것은 뭔가 하고 싶은 것이나 그런 것이 딱히 없다는 것일까. 알지. 알지. 원래 저 나이때는 진로에 대해서 고민하고 그러는 거야. ㅡ물론 착각이었다.ㅡ 그렇게 생각하며 치아키는 귀찮다는 그 말에 가만히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아냐. 아냐. 아냐. 귀찮다고 생각하면 정말 뭐든지 다 귀찮아진다니까. 그러니까 이럴 때는 아주 작은 목표를 정한 후에 그걸 이루면서 조금씩 귀차니즘을 이겨내보자! 평생을 귀찮게 살다가 죽을 순 없잖아. 언젠가는 학교도 졸업해야 하고 그러는데. 물론 넌 2학년이고, 난 3학년이니까 내년의 일은 모르겠지만 올해는 이것저것 도와줄 수는 있거든. 상담이라던가. 상담이라던가. 상담이라던가."
손가락을 하나하나 접어가면서 총 세 번을 말하니 정확하게 손가락이 세 개 접혔다. 이내 치아키는 손가락을 짝 펼쳤고 짝 소리를 내면서 이야기했다.
"그렇게 하나하나 작게나마 뭘 하다보면 하고 싶은 것도 생기고 그러지 않겠어? 아. 참고로 나는 이곳의 관광업 쪽에서 일하고 싶어. 이러니저러니 해도 여기에 오는 사람들 많으니 말이야. 하하!"
불량 군에 이어서 이젠 너구리 그보다 왜 자꾸 불량 군이라 부르는 거야... 미카는 튀어나오려던 불평을 쏙 집어삼키고 (대신 "먹을게..."라 말한다) 어쩔 수 없이 젓가락을 떼서 밥을 한 젓갈 푼다 그리고 반찬 없는 맨밥을 씹어 삼킨다 아까 양아치들에게 맞았던 턱이 욱신거린다 이윽고 무쿠루마는 물어보지도 않은 얘기를 술술 꺼낸다 금붕어라면 지나가다 몇 번 본 적 있다 관심있게 들여다볼 때도 있는데 이름이 나카요시였구나
"음... 그래. 멋진 이름이네."
그렇게 대답하긴 했지만 사실 성의없는 빈말 정말이지 말 많은 아이다, 맹랑하기도 하고 급한 일이 생겼다 하고 뛰어나갈까? 미카는 이런저런 궁리를 한다
>>177 디저트를 조금 먹는 것은 비밀인건가요? ㅋㅋㅋㅋㅋ 귀여운 비밀이에요!! 아무튼 여러모로 차분하게 해결하는 편이네요! 다른 질문 두 개도 뭔가 어른스러운 그런 느낌이 상당히 강한 것 같아요. 차분해. 힐링돼. 저런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서 정말 노력을 많이 했을 것 같다는 생각도 절로 들고 말이에요.
먹어줬어-! 그렇게 나쁜 요리 실력으로 보이진 않았던 것 같아 다행이었다. 자신이 만든 것은 아니었지만. 선선한 날씨에 옥상 위에서 낯선 친구와 먹는 점심은 의외로 나쁘지 않았다. 색다른 기분을 만끽하며 도시락을 싹싹 긁어먹는데, 예상치 못한 응답이 돌아왔다. 무쿠루마는 멋진 이름이라는 말에 "그치-"하고 입꼬리를 싱긋 올렸다.
"그럼 보러 갈래? 내가 아까줘서 조금밖에 못 주겠지만 먹이 주는 것도 해볼 수 있게 해줄게!"
할 수 있게 해줄게, 라 말했으나 그렇게 말하는 무쿠루마의 얼굴은 '그랬으면 좋겠어'라고 기대로 부푼 채 말하고 있었다. 실은 마음 같아서는 금붕어 비늘의 아름다움에 대해 구구절절 늘어놓고 싶었지만 초면이니 최대한 자제했다. 자제한 것이 이 정도⋯⋯. 무쿠루마는 잽싸게 도시락을 정리하고는 벌떡 일어났다.
"그래. 그래. 관광업! 여기에 관광 오는 사람들도 많잖아? 신사 보러 오는 이라던가, 키즈나히메의 신사라던가."
매일은 아니어도 한번씩 커플들이나 가족 단위로 찾아오는 사람들을 떠올리며 치아키는 어깨를 으쓱했다. 그런 곳을 가이드하면서 키즈나히메의 신사에 세전을 넣으면 할머니도 좋고 찾아와주는 사람도 많아서 좋고. 참으로 좋은게 좋은 것 아니겠는가. 뿌듯한 표정을 지으면서 치아키는 속으로 자신의 할머니인 키즈나히메에게 저 장하죠? 라는 속마음을 보내려고 했다. 물론 보내지진 않겠지만. 당연히 말로 나올 일도 없었기에 그저 갑자기 뜬금없이 뿌듯하게 웃는 모습만 비췄을 것이다.
"호텔 방에서 푸욱 쉬는 것도 좋지. 호캉스 말하는거지? 아. 하지만 그런 것은 엄청 비쌀걸? 돈이 많다면 모를까. 쭉 그렇게 사는 것은 힘들지 않아? 아무리 그래도 그렇게는 억만장자....정도면 가능하겠네. 응. 아무튼 억만장자는 아닐 거 아니야."
물론 상대의 재력은 알 수 없었지만 그래도 그런 것은 힘들지 않을까 추측을 하는 와중 그녀의 입에서 도시락 이야기가 나오자 치아키의 표정이 싹 굳어졌다. 점심시간에 도시락 먹기가 달성하는 그런거야? 아니. 그러면 보통은 뭘 먹는데? 밥 안 먹고 굶는거야? 그런 생각을 하며 치아키는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 와중에 들려오는 일주일이 어쩌고 하는 말에 더더욱.
"...후배 양. 오늘 점심 뭐 먹었어?"
경우에 따라서는 지금 자신의 주머니에 있는 사탕이라도 나눠줘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며 치아키는 일단 답을 기다리기로 했다. 만약 준다면 계피 사탕은 빼기 위해서 그는 주머니 속에 손을 집어넣어 살며시 사탕을 분류했다. 혹시나 실수로라도 계피 사탕을 집어들지 않도록.
세상에는 신이 있다는 사실을 저는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저는 지금 아무 신이나 붙잡고 도움을 요청하고 싶어졌습니다... 시간을 되돌리는 것도 좋을 것 같고, 기억을 지우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부끄러워서 칭찬이 아니라고 둘러댄 거였는데, 칭찬이 아니면 무엇이냐고 묻다니 무슨 대답을 할 수 있겠어요! 무슨 말을 하려고 노력해보지만 할 수 있는 말이 없어요. 물고기처럼 입술을 뻐끔거려도 아무 소리도 나지 않습니다. 소리낼 수 없었으니까요! 이제와서 다시 칭찬이 맞습니다—라고 말할 수 없습니다. 칭찬이 아닌 다른 뜻이 있다면...
“... 뇌물 아니면 아첨 말고 뭐가 있어요.”
저는 사과를 못 해서 사탕 주려던 치사한 사람이니까요, 뇌물이나 아첨이란 뜻도 틀리지 않았을 거에요. 하지만 와타누키 씨가 이 쪽을 안 보면 좋겠어요! 아까처럼 또 보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쭈그려 앉았습니다. 얼굴에 손등을 대보니 뜨거운 것 같습니다. 반대쪽으로 도망쳐와 있기를 잘했어요. 책상들 너머에 쭈그려 앉아있으면 분명 잘 안 보일 겁니다! 밀대만 혼자 서있는 걸로 보일 거에요, 분명히!
밥도 참 복스럽게 먹는다 미카는 더 이상 도시락에 손대지 않는다 그냥 식욕이 없었으니까 아무튼 무쿠루마 씨는 저를 놔줄 생각이 없는지 이번엔 금붕어를 보러 가자고 한다 금붕어... 뭐 그래, 싫지 않다 근데 옆에 누가 있으면 아무래도 신경쓰일 거 같다 하지만 이 깨발랄한 아이의 부탁을 거절하기도 좀 그렇다 저렇게 신이 났는데... 미카가 설렁설렁 앉은 자리에서 일어난다
"간다, 가."
미카는 젓가락을 대충 주머니에 쑤셔넣고 옥상을 나선다 역시 주변 분위기에 휩쓸리는 건 귀찮은 상황이다
이.이이.이게뭐야.다들이럿케까지.말랑쫀득아기요정님이어도갠찮은거임??,? 스디픽크루짱이다............ 애들 픽크루 다 프린팅해서 티셔츠 만들어서 입고 히힉.히힉히.ㅎ히.거리는 오딱후가 되고싶어—!!!!!!!!! (인사해준 참치들에게 사랑의 움뫄😚 다들 고마워, 좋은 밤이야~!)
매주 화요일, 목요일, 금요일은 메이드카페에서 알바중이다. 오늘이 목요일이니까 오늘은 아르바이트라는 말이었다. 리오는 길가에 전단지를 잔뜩 들고 섰다. 이렇게 메이드복을 입고 서서 전단지를 돌리는 것도 처음에는 죽을 것 같이 부끄러웠지만 이제는 제법 익숙해져서 지나가는 사람을 붙잡고 말을 붙일 수 있는 정도까지 되었다. 공적인 자리에서는 이렇게나 익숙한데 사적인 자리에서는 굳어버리기가 일쑤인 스스로가 조금 미워지는 때도 있었다. 그래도 확실하게 고교데뷔 했으니까 그리고 제법 성공적으로 했으니까 빨리 익숙해지지 않으면.
" 주인님- 기다리고 있어요오- "
아, 저 사람 아까 왔었던 손님이다. 리오는 무표정에 살짝 눈웃음을 짓고 손을 흔들었다. 빨리 아무나 잡고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컸다. 그래야 실적도 쌓인다만은 길가에 나와있는 것 보다는 안에 들어가 있는 편이 더 편하기도 했으니까. 잠깐 핸드폰을 꺼내서 밀린 라인 답장을 두 어개 보내고는 리오는 다시 전단지를 들고 호객행위에 힘썼다.
호객행위를 하는 타입에는 여러가지가 있었다. 호객행위를 하더라도 우선 자기 마음에 드는 손님을 찾을 때 까지 입을 꾹 닫고 있는 타입, 확실하게 가게로 데려올 수 있을 것 같은 손님에게만 호객행위를 하는 타입, 일단 한 명만 걸리라는 식으로 지나가는 사람 모두에게 호객행위를 하는 타입. 굳이 타입을 나누자면 리오는 마지막에 속했다. 우선 아무나 걸리라는 식으로 전단지를 나누어 주고 같이 갈 것 같다는 느낌이 안 오면 과감하게 '그럼 다음에-' 하고 포기한다.
귀여운 옷도 입을 수 있고 가게 내에서는 외에서든 사적인 만남은 안되지만 데려온 사람들은 자기만 바라봐주고 잘 대해주고 상냥하게 챙겨주는 게 퍽 맘에 들었다. 귀여운 것들이 잔뜩 있는 곳에서 일하는 것을 사양할 여자아이는 없을테다. 그리고 그것이 돈도 여유있게 벌게해준다면 더할 나위가 없다. 리오는 잠깐 쉬어야겠단 생각으로 뒷짐을 지고 슬쩍 벽에 기대어 서선 핸드폰을 꺼내 이번에 새로 사고 싶다고 이야기하던 기타를 바라보았다.
" 여기서 더 사는 것도 조금 정신병인데.. "
이미 방 한 쪽에 잔뜩 진열해두고 있는 고가의 악기들이 생각났다. 리오는 역시 이상하려나? 하는 생각에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다 혼잣말로 리오가 리오에게 '어차피 멘헤라면 정상 아니잖아 너.' 하는 말이 들려 피식 웃고는 다시 전단지를 들고 앞으로 나서서 이리저리 호객행위에 힘썼다. 기다리고 있어요 주인님- 이라던가, 우리 카페 진짜 재밌으니까 놀러오라던가 하는 이야기들. 자리를 조금 옮겨볼까 싶었지만 지금까지 일해온 결과 여기가 가장 호객이 잘 되는 스팟이었다. 리오는 조금 멍한 눈으로 호객행위를 하다가 또 적당한 사람을 찾아 가까이 다가가 전단지를 내밀었다.
아무리 그래도 우리 할머니야. 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고 뭔가 그 신사에서 살고 있다고 말하기도 참 애매하다고 생각하며 치아키는 눈에 띌 정도로 말을 돌리는 모습을 보였다. 딱히 그 부분으로는 대답을 하지 않겠다는 듯 괜히 머리를 긁적이던 치아키는 이내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면서 오른손 검지로 사야카를 손으로 척 가리켰다.
"아니. 내 쪽은 아무래도 괜찮잖아! 지금 중요한 것은 후배 양! 후배 양이야! 아무튼 그 정도는 필요하지. 호텔 비가 그렇게 싼 것도 아닌데."
비싼 곳은 정말 엄청나게 비싸지 않나 생각을 하면서 치아키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거기다가 서비스 비도 일단은 돈을 다 내야 하는 것이니 그렇게 평생 사는 것은 역시 억만장자 쯤 되어야 가능하지 않을까라고 그는 추측했다. 애초에 자신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에 깊게 생각하진 않았으나 이내 그는 순간 멈칫하면서 주머니에서 사탕을 끄집어냈다. 딸기 맛, 포도 맛, 오렌지 맛. 알록달록한 사탕이 거기에 있었고 치아키는 이내 사야카의 손에 그것을 쥐어주려고 했다.
"안돼. 점심을 먹어야 오후 수업도 잘 듣고 그렇지! 지금 식사를 하기엔 조금 늦었을 것 같으니 일단 이 사탕이라도 먹어! 배고픈 게 조금은 나을거야. 일단은 어느 정도 열량도 있고 달콤하니 말이야.'
다음에는 꼭 밥을 먹어야한다고 잔소리 아닌 잔소리를 하면서 치아키는 자신의 오른손을 제 허리에 짝 붙였다. 그리고 이어 한숨을 약하게 내쉬면서 그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기왕 이렇게 학교까지 왔는데 밥도 안 먹고 축 늘어져있으면 어떡해. 그러다가 건강 확 나빠져. 진짜."
그리하여⋯⋯ 3층, 2학년 복도에 도착했습니다! 무쿠루마는 뒤따라오는 불량 군을 힐긋 보고는 즐거운 듯 실실 웃었다. 이케맨이지만 사나운 분위기를 풍기면서도 저와 어울려주는 것에 소문과 다른 면도 있구나 하며 불량 군의 이미지를 정정했다. 복도는 모두가 급식을 먹으러 가 한적한 편이었고 바닥 위로 단화의 굽이 또각또각 울렸다. 몇번의 울림이 있고, 타닥, 하고 멈추었다. 발 끝은 수조를 향해 있었다.
점심 때의 햇살이 수조의 물 사이사이로 녹아들고 있었다. 그곳에서 느긋하게 유영하는 금붕어가 두 마리. 눈을 끔뻑이며 주홍색과 흰색 비늘 위로 볕이 들었다. 무쿠루마는 흰 부분이 많은 금붕어를 가리키며 "얘가 나카", 주홍색 부분이 많은 금붕어를 가리키며 "얘가 요시야."하고 말했다.
>>246 귀여운 동생이 있는 미후유가 더 부러워 뭐야뭐야 왜 토큰 미카주만 만져 나도 만질래(??) >>247-248 풀매수 가보자고~~! 우웃 이러면 좋아할줄 알았어? 완전 좋아 >>255 카페 앞이나 학교아닐까 그렇지만 뜬금없는 장소에 있어도 괜찮아(?) >>256 와 완전 패셔니스타
"호텔비가 그렇게 비싸?" 음... 생각해보면 사야카 자신은 신이니까 오래도록 점거해온 신사의 경관을 생각해보면 상관없는데... 아니 이건 문제가 아닌데. 일단 인간의 평생 호캉스도 힘들다면 신의 평생은 안되겠네... 아니면 한 300년정도 모아서 호텔을 사면 가능할지도 몰라. 같은 생각이 들지만 아 인간이었지. 말하면 곤란하지.
"배고픔...?" "건...강?" 미묘한 표정인데. 누가 날 걱정하지. 같은 것에 가장 가까워보입니다. 그러면서도 납득 못할 말은 아니었는지. 사탕을 건네는 치아키의 손을 바라봅니다.
"요리는 못하는데..." 식비를 제대로 편성해야 하나. 라고 중얼거린 뒤 고맙다고 말하면서 사탕 하나를 고르려 합니다. 살짝 시선을 피하느라 안 보고 고르는데.. 무슨 맛이려나? 바로 까서 먹는데요?
뭐가 그리 좋은지 자꾸 뒤돌아보며 실실 웃는 무쿠루마 씨 결국 어쩌다 보니 금붕어 수조 앞에까지 동행해버렸다 그러니까 얘가 나카... 얘가 요시... 표정은 관심없는 척, 시큰둥한 척 해도 사실 속으로는 금붕어들의 이름을 외우려고 하는 미카 먹이를 받아든 미카는 곧바로 주저 없이 수조로 먹이를 투하한다
"음... 이렇게?"
사실 물고기 밥을 줘본 적이 없어서 서투르진 않아보일까 걱정이다 그보다 얘네들이 먹이를 먹을까 걱정스런 마음이 든다 반짝이는 금붕어의 비늘에 어느새 시선을 뺏겨버린 미카 어두운 홍채에 아주 미세하게나마 빛이 들어온다 수조에서 반사된 빛일까, 혹은 생기일까
그러고 보니 여기의 호텔은 얼마 정도였더라. 그런 생각을 하면서 치아키는 나중에 집에 가면, 혹은 학생회실에서 천천히 찾아봐야겠다고 생각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비싸면 10만엔 단위가 되지 않을까 생각을 하지만 그런 초특급 호텔이 이 가미즈나에 있을진 알 수 없었다. 이 근처는 일단 평균적으로는 만엔 단위가 아닐까 정도로 생각을 정정하며 치아키는 사야카가 배고픔과 건강에 대해서 의아해하는 것처럼 말하는 모습에 살며시 고개를 갸웃했다.
"왜 그렇게 미묘한 표정을 짓는거니? 후배 양. 밥을 안 먹으면 배가 고프고 배가 고픈 것을 유지하면 건강이 나빠지는 것은 당연한 이치잖아. ...그리고 우리 학교. 급식도 있는데."
도시락을 못할 것 같으면 급식을 먹으면 되지 않을까 싶어 그는 그렇게 이야기했다. 그 와중에 요리를 해야 할 정도라고 한다면 자취를 한다는 것일까. 자연히 그의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해갔다. 이를테면 자신의 누나의 방 상태라던가. 물론 매번 어지럽혀져있는 것은 아니지만 가끔 정말로 청소를 미루거나 해서 어지럽혀진 그 방을 떠올리면서 그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후배 양. ...방 청소는 하는거지? 그렇지? 집에서도 밥은 먹는거지?"
만약 이 후배가 자취를 하고 있다고 한다면 제대로 먹거나 청소나 그 외 기타적인 일을 하는지 진심으로 걱정이 되어 치아키는 그렇게 물어봤다. 물론 안다고 해서 자신이 뭘 해줄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남의 집에 처들어가서 자신이 요리나 빨래나 청소를 해 줄 수 없는 것이 아니겠는가. 일단 상황 정도는 알아봐야겠다고 생각하며 그는 빤히 그녀를 바라봤다.
오늘은 한 달에 한 번 꼴로 있는 체육관의 휴일이다. 하야토에게는 힘겨운 반장의 일과를 끝내고 숨을 돌릴 수 있는 방법이었지만 체육관이 휴무인 것을 어떡하냐. 그런데 오늘이 휴무인 걸 어떡해. 그래서 오늘은 처음으로 가미즈나 마을을 둘러보려고 한다. 오토바이도 아직 수리 중이니깐..걸어다니자.
"또 이렇게 보면 정상적인 곳이란 말이지~"
도쿄와는 다르게 매연냄새도 안 나고 소박한 곳. 시비를 걸어오는 불량배가 넘치는 도쿄와는 달랐다. 역시 학교가 잘못된 거지, 가미즈나 마을이 이상한 건 아니었어(?). 영국에서도 런던에서 살았는데..평생을 대도시에서 살다가 이렇게 작은 마을에서 살아보는 것도 색다르네.
그런데 여기저기서 느껴지는 시선은 아직 익숙하지 않네. 하긴..백인혼혈인 녀석이 이 동네의 교복을 떡하니 입고 있으니깐 눈에 띌 수 밖에..그런데..저 길거리에서 복숭아 파는 할머니는 누구시지? 양도 저거 밖에 안 되는데.. 고작 저거 판다고 길거리에서 이렇게 장사하고 있는 거야..?
"할머니~ 이거 제가 다 살게요~"
복숭아를 좋아하진 않는 하야토지만..어떤 이유에서인지 모르겠지만 할머니가 파는 한 봉지 가량의 복숭아를 그 자리에서 다 샀다. 그렇게 복숭아 봉지를 들고 거리를 돌아다니던 중, 한 색다른 복장의 여자가 하야토에게 말을 걸었다. 그리고는 그에게 건네지는 전단지.
하야토가 가장 꺼내고 싶은 말은 "언제 봤다고 반말이야?"였다. 하지만 절제력을 발휘해서, 하야토는 친절하게 웃으며 말했다.
"하하..미안해요. 제가 커피를 별로 안 좋아해서."
사실 하야토는 커피를 좋아한다. 하지만 안 좋아한다고 했다. 뭐랄까, 소녀의 복장도 그랬고 전단지의 표지도.. 하야토에게는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일으키는 것이었다.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칭찬하는 폼이 제법 능숙했다. 잠자코 여기까지 따라와서 먹이를 주는 것도 그렇고, 금붕어를 빤히 쳐다보는 것도 그렇고⋯⋯ 의외로 이 아기 금붕어들이 마음에 든 것일까? 자신 좋아하는 아이들을 좋아하는 사람이 늘어난다면 정말 좋은 일이라 그저 신이 났다. 무쿠루마는 그가 감상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게 수 분의 시간 동안 침묵을 지켰다.
점심시간이나 방과 후의 적막 속에서 들이차는 주홍빛 햇살과 어여쁜 금붕어들이 섞여 직조된 사랑스러운 시간을 그도 느껴봤으면 했다. 무엇보다, 얼굴 상태가 영 아파 보였으니까.
"저기, 와타누키 군. 오늘 고마웠어. 밥 같이 먹어준 것, 귀찮을텐데도 나랑 어울려준 것 말이야. 와타누키 군만 괜찮다면 언제든 금붕어 보러 와도 좋아!"
그러고선 또다시 헤실거리는 웃음을 걸친다. 이번만큼은 불량 군이 아닌 와타누키 군이라 부른 것은 장난으로 고맙다고 하는 말이 아니라는 의미.
"그렇구나..." 아쉽다. 이긴 하지만 신관님이 호텔에 관한 말을 듣는다면 호캉스도 부지런해야 하는데 그걸 시도하려 하다니.... 장족의 발전이라며 눈물을 쓱 훔칠지도 모를지도? 물론 지금 알 방법은 없지만.
"배부르다 같은 감각은 이상한데." 항상 배고픈게 정상인걸. 이라는 말을 하는 사야카. 그리고 급식이 있다는 말은 처음 듣나봅니다. 아 그랬나. 라는 말을 하다니. 자기 자신이 너무 관심없이 산 거 아닌가요?
"방 청소 하니까 보여줄 순 있는데.." 방 청소라는 말을 들으면 내가 그렇게 더럽게 보이나. 같은 미묘한 감정이 들어서 그런지(자기 자신을 되돌아볼 필요성이 시급합니다) 핸드폰을 들어서 사진첩을 들이밀려 합니다. 지금 이 일상 중 이게 가장 큰 행동이었어! 만일 사진을 본다면 그냥 입주전 하우스같은 생활감없는 방이 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리오는 한 발자국 더 다가가서 전단지를 펼쳤다. 아직 고개를 제대로 들지 않고 전단지를 바라보던 리오는 간판이라고 적힌 메뉴들을 하나하나 손으로 집으며 일러주었다. 봄 한정 메뉴인 벚꽃 버블티, 특제 레몬 샤베트, 초코 치즈 퐁듀 그리고 자기가 직접 만들어 주는 거라며 얼음공주의 악의와 정성이 담긴 수제 철판 오므라이스라는 심상치 않은 이름의 오므라이스도 일러주었다. 아직 오겠다거나 말겠다거나 하는 말은 없었다. 의미를 따지자면 커피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은 오지 않겠다는 의사표명이었지만 리오는 그런걸 크게 신경쓰는 타입이 아니었다. 아무나 한 명만 걸리라는 타입의 사람에게는 잠깐 서서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 만으로도 반 쯤 성공이었으니까. 리오는 복숭아를 보곤 오- 하고 표정을 살짝 바꿨다.
" 우리 가게 모모쨩이라는 아이도 있.. 에? "
리오는 이제야 고개를 들어 얼굴을 보고는 '하프?' 하고 물 흘러가듯이 물었다. 이 마을에서 외국인을 보는 것은 정말로 흔치 않은 일이다. 그럼 그보다 더 흔치 않은 일은 무엇이었냐면 하프 즉 혼혈을 보는 일이었다. 학교에서도 자기 반의 친구들 몇 명이나 마음이 맞는 친구들, 이제는 고치고 있다지만 의존증에 멘헤라끼까지 있는 자기를 바라봐주는 소수의 친구들을 빼면 그 외의 사람들에겐 그다지 관심도 없는 데다가 커뮤증도 조금 있었던 탓에 다른 반 사람을 꿰듯이 알고 있을 리는 전무했다.
" 디저트 맛있다구요- 귀여운 여자아이들도 잔뜩 있고. 지금이라면 노래 같은 이벤트도 있을텐데? "
분명 재밌을 것이라 말하면서 리오는 미소를 지었다. 하교나고 나서 거울을 보고 출근 전에 몇 번인가 '자연스러운 미소'라는 것을 연습했다. 늘상 듣는 말은 인상이 차갑다던가 왜인지 모르게 다가가기 어렵다던가 사납거나 무서워 보인다는 이야기였다. 그래도 지금은 일하고 있는 중이니까 좀 더 귀여운 미소를 짓지 않으면 안된다는 생각에 구태여 거울까지 보면서 연습한 회심의 미소였다는 것이다. 연습을 한 회심의 미소라는 점에서 '자연스러운' 미소는 아닐테지만 뭐, 괜찮나.
자고로 배부르게 먹으면 배가 부른 법인데 그런 것이 이상하다니. 뭔가 자신과는 생각하는 것이 조금 다르지 않나 생각을 하면서 치아키는 순간적으로 고개를 갸웃했다. 하지만 그 이상의 생각을 더 하거나 하진 않았다. 뭐가 어찌되었건 자신이 할 일은 하나. 학생회장으로서 해야 할 말은 하는 것이었다. 지금 이 상황에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아무튼 급식에 대해서 확실하게 이야기를 한 후, 치아키는 사야카가 보여주는 핸드폰 사진첩을 조용히 바라봤다. 그리고 그는 그 사진을 빤히 바라보다가 사야카를 가만히 바라봤다. 그리고 아무런 말 없이 뚱한 표정으로 바라보다가 머리를 괜히 긁적이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아니. 이런 것을 보여달라고 해도. 정말로 여기서 사람이 사는 것인지도 의문일 정도인데. 생활감이 전혀 안 느껴지잖아. 설마 귀찮아서 이렇게 두는 것은 아니지? 아니. 물론 개인 방을 어떻게 정리하건 그건 개인의 자유이긴 한데."
정말 생각 이상의 귀차니즘 환자. 혹은 다른 가능성의 무언가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며 치아키는 두 손을 자신의 허리에 올린 후에 가만히 사야카를 바라봤다. 그리고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약하게 숨을 내뱉으면서 이야기했다.
"좋아. 정했어! 일단 밥을 제대로 먹는 것부터 하자! 앞으로 급식을 꼬박꼬박 먹을 것! 일단 거기서부터 시작하자. 후배 양. 그렇다보면 언젠가는 귀차니즘도 줄어들고 좀 더 이것저것 할 수 있는 의욕이 생길거야!! 그렇고 말고!"
그렇게 제안을 하며 치아키는 이내 시계를 확인했다. 지금은 점심시간. 시간이 무한정 있는 것은 절대로 아니었다. 종이 치기 전에는 돌아가봐야 하지 않겠는가.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상대의 대답 정도는 듣고 싶었는지 그는 가만히 그녀를 바라봤다.
어라, 머쓱해하는 걸까? 귀여운 면이 있네, 불량 군은! 그 말은 속으로만 삼키며 그저 방긋 미소만 지을 뿐이었다. 어쨌든 자신은 낯선 이었지만 불편한 시간은 되지 않았다는 거겠지? 무쿠루마는 그에게 눈 굴려 바라봤다. 우와, 주머니에 손 넣으니까 진짜 불량 군 같다. 사나운 기색은 없지만! 이것도 즐겁게 속으로만 생각했다. 그러나 다급한 손길로 블레이저 주머니를 뒤적이다가 핸드폰을 꺼냈다. 쁘띠 고어 틱하게 꾸며진 케이스가 나타났다. 무쿠루마는 장난스럽게 씨익 웃었다.
"아차, 라인 교환하면 보내주지~."
/ 교환했다하고 막레 하셔도 좋고, 막레 주셔도 좋아요 :D ! 이번엔 잊지 않고 라인 교환⋯⋯!
"음... 엄밀히 말하자면 배부른 감각이 좀 이상하다고 해야하나?" 하긴. 어둠은 보통 끝없다나. 채울 수 없다. 같은 단어들과 연관되는 일이 많으니. 인간 모습을 어찌저찌 구현해내곤 있지만 사람 모습의 배부른 감각은 영 어색한 모양이지만... 그걸 인간에게 말하기란 요원한 일이다.
"귀찮아서 정리 안한 것도 있긴 하지만... 정리 하고 있는걸." 먼지 한톨도 없이 싹 정리해서 그런 거라는 말을 합니다. 아. 그러니까 방 청소는 열심히 할 수 있다의 문제인 건가? 그러다가 급식이라는 말이라던가. 꾸준히 하라는 말에 작게 노력은 해보겠다... 라고 중얼거립니다. 그러다가 시계를 확인하는 치아키의 눈빛을 따라가서 같이 시계를 보면.
"....좀 있으면 종 칠 테니까 내려가야할것 같아" 아 일어나기 귀찮은데... 라고 웅얼거리면서도 비척비척 일어나서는 구겨진 옷자락을 정리하려 합니다.
하야토는 곤란했다. 상대는 쉽게 자신을 떠나보낼 것같지가 않았다. 그렇다고 먹고 살자고 하는 사람에게 "재미가 없어보이니깐 안 간다고." "호객하냐?" 등의 직설로 괜한 상처를 입힐 수도 없었다. 또 하야토는 정말로 이 카페에 갈 마음이 없었다. 메이드 카페라는 것은 오히려 하야토에게 소화불량을 일으키는 분위기였을 것임을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버블티,퐁듀,오므라이스..다 달거나 기름진 음식들. 하야토가 먹기를 꺼려하는 것들이었다. 아이스 아메리카노만 마시는 하야토에게는 느끼함..그 자체였던 것.
"그게 무슨 상관인데요."
하야토는 본질은 영국인이기에 자신이 들고 있는 복숭아와 모모라는 사람의 연관성을 바로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는 귀여운 여자아이들과 이벤트가 있다는 말에 하야토는 잠시 고민을 하다가 입을 열었다.
"저 귀여운 사람은 취향이 아니라서.."
이거는 진심이었다. 그래서 하야토는 일본 스타일의 아이돌 혹은 지하아이돌에 관심이 없었다. 오히려 '귀여움'보다는 '칼군무' '힙함'에 더 중점을 둔 케이팝에 더 관심이 있을 정도. 하여튼 하야토는 일본식의 귀여움 문화를 별로 안 좋아했다. 이런 말을 하기는 그렇지만..오그라든다고..
"아니다, 저 카페는 안 갈 건데..이거 복숭아들 그냥 가지세요. 먹으려고 산 거 아니라서."
카페에 도착해, 행복한 고민을 마치고는 테이블 바에 걸터 앉아 인내와 기다림의 시간을 견뎌내고 있는 참이었다. 라고는 해도 여유 있게 시간을 낭비하고 있을 뿐이지만. 새로운 메뉴가 출시된 덕분인지 그저 대부분의 사람들이 시간이 비는 주말의 날이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카페가 붐비는 한낮의 날이었다. 편히 앉을 자리가 충분히 있었더라면 그도 카페의 번영을 함께 축복했을 텐데.
문득 오른손에 느껴지는 진동에 깜짝 놀라 손을 놓아 버렸다. 고개를 돌려보니 이 짧은 틈에 제법 많은 거리를 이동한 진동벨이 타인의 발치에서 앵앵 울고 있었다. 요망한 것. 피식 웃으며 저 발발거리는 것도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한 번 깜짝 깜짝 놀래는 것이 꼭 그렇지만도 않은 모양이다.
“죄송합니다아“
급하게 걸어가기도 전에 한가한 생각이나 하고 있었다니. 민망함에 눈도 마주치지 못하고 작은 목소리로 웅얼거리며 몸을 숙여 주우다 그제야 상대를 슬쩍 바라보았다.
# 같은 학년이니 적당히 아는 얼굴이어도 좋고 아니어도 좋고:3 그리고 꼭 진동벨에 발 맞은 사람으로 등장하지 않아도 괜찮으니까!
영 미덥지 못한 눈빛을 보이면서 치아키는 가만히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하지만 이 이상은 사생활이니 이 이상 침범하진 않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하며 치아키는 굳이 더 그 관련으로 말을 하진 않았다. 아무튼 급식을 꾸준히 먹는 노력이라도 하겠다는 말에 치아키는 겨우 뿌듯한 표정을 지을 수 있었다. 이렇게 또 한 학생을 도울 수 있었다는 혼자만의 기쁨이자 뿌듯함이었다. 이렇게 하나하나 시작하면서 열의를 되찾아가면 이 시간이 무익하진 않으리라고 생각하며 치아키는 고개를 끄덕였다.
"일어나기 귀찮아도 수업은 잘 들어야 해! 수업은 기본 중의 기본이야! 물론 졸릴 수도 있고 피곤할 수도 있고 졸 수도 있지만 말이야."
사실은 나도 살짝 졸 때 있거든. 이렇게 중얼거리면서 치아키는 정말로 가볍게 키득거렸다. 아무튼 내려가봐야 한다는 그 말에는 동의를 하며 치아키는 쭈욱 기지개를 켠 후에 자신도 내려가보려는 듯 출구 쪽을 바라보다 사야카를 바라보면서 입을 열었다.
"그렇다면 다음에 만날 땐 얼마나 달라져있는지 보겠어! 후배 양! 사야카..라고 하면 되나? 그 한자?"
성은 뭐야? 그렇게 물어보면서 대답을 들으면 치아키는 다음에 또 보자는 말을 하며 나가려고 했을 것이다. 아니면 그녀가 먼저 나가는 것을 지켜보다가 나갈 수도 있었을 것이다.
"당연히 기억하고 있는 대로 되돌려놓았으니까." 뿌듯할 게 아니야. 옅은 표정이 뿌듯함이라는 게 느껴질 것 같아...
"수업시간엔 안 자는데.." 정말 의외인 사실이겠지만 수업시간엔 안 잡니다(?)
"키리나즈메." 사야카는 히라가나로 적혀 있을 테니. 성의 한자를 물어보는 것으로 생각한 사야카는 키리나즈메. 라고 합니다. 아테지가 있어서 처음보면 읽기 힘드니까. 그러고는 자신도 이름을 알아야겠다는 듯 보고는 읽어보지만... 음. 잘 읽었으려나? 어찌되었건 다음에 만날 때에는 아이자와 학생회장님 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일어나서는 적당히 내려가려 합니다. 벤치 좋았는데... 싶은 눈으로 한두번 뒤돌아봤지만!
와타누키 씨는 적어도 한 번 이상 불량한 학생들한테 으슥한 뒷골목에 끌려가서 험악한 분위기를 겪고 말 거에요. 상냥하고 친절한 학생들이 끌려가니까요! 안 되겠습니다. 달콤해서 맛있기만 한 사탕보다는 응급 상황에서 신변을 보호할 수 있는 호신용품을 책상에 숨겨두는 편이 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호루라기같은 것보다는 조금 위험하게, 후추 스프레이 같은 거로요! 뇌물이나 아첨은 할 필요 없다지만 전... 사과의 뇌물을 줘야겠으니까요! 미움받고 싶지도 않고, 조용하고 평범하게 졸업까지 순탄히 흘러 가고 싶으니까요.
“필요 없습니다. 와타누키 씨야말로 아첨하고 있어요.”
바로 옆 책상을 짚어서 조금 시야를 확보했습니다. 빼꼼 눈까지만 위로 올리면 청소를 하고 있는 와타누키 씨가 보여요. 호신용품도 좋지만 거울도 필요할 것 같습니다. 유성 매직으로 ‘친절한 사람’ 이라고 적은 거울이요. 누가 누구보고 친절하단건지! 눈을 가늘게 뜨고서 보다가 그만둡니다. 이러다간 와타누키 씨 혼자 청소를 끝내버리겠다 싶었거든요. 집에 가고 싶지만 와타누키 씨보다 일찍 갈 수는 없습니다. 조금 눈치를 살피다 아무렇지 않은 척, 다시 일어나서 청소를 합니다. 그래도 혼자 했을 때보다는 나은 것 같아요.
“그럼 가세요.”
처음에는 칠판 지우는 것만 부탁하려고 했으니까요! 이렇게까지 꼬여버리다니 이것도 재주입니다. 대걸레 두개 정도 뒷정리야, 교실 문 잠구기 정도야 당연히 할 수 있으니까 지금이라도 하교하게 해야 합니다.
# 슬글 막레 분위기 나는 것 같아, 막레로 받아도 되고 더 하고 싶은게 있으면 이어도 좋아~~ ☺️
솔솔 풍기는 따스한 빵과 디저트의 향기에 미후유는 주변을 둘러보는 척 하면서 가판을 쭉 둘러본다.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지는 달달하고 아기자기한 디저트에 고소한 향내가 솔솔 올라오는 베이커리까지 비록 닿을 수는 없지만 그만으로도 기분이 좋았는지 살짝 미소를 지으며 빈자리를 찾는다. 물론 오늘의 메뉴도 어김없이 아메리카노(시럽추가)에 샌드위치겠지만 요새 '먹방'이란 것이 유행하니 비슷한 원리로 직접 먹지 않아도 허기는 달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아메리카노가 나올때까지 잠시의 여흥을 즐길 생각이라 흥흥 작게 콧노래를 부르면서 흘러내리는 은발을 뒤로 넘기던 차에 위이잉 진동소리가 들려 손에들린 벨을 바라본다. 어라? 제 것이 아닌가 보네요? 변화없이 얌전하게 손바닥에 놓인 진동벨을 보다가 시선을 옮기니 아직은 낯선, 그러나 처음보는 것은 아닌 얼굴과 바로 마주한다.
이 얼굴은 누구였더라 분명 같은 학년의... ...모르겠다.
"음, 와타누키 미후유입니다 무슨일이 있으신가요?" 혹시 모르니까 이름을 먼저 밝히면서 난감함이 서려있는 료시의 얼굴을 바라본다 같은 학년의 익명군이 진동벨의 주인인건가? 그렇다면 메뉴를 받아가면 될텐데.
시간은 점심 무렵이다. 그는 도시락을 챙겨 먹는 쪽이었는데, 그 이유는 대략 둘 정도 된다. 첫째는 식성 문제다. 일식이 맛없는 건 아니라지만 매일매일 먹기에는 아직 좀 별로라. 어쩔 수 없는 문화적 문제를 제한 다른 이유는 이것이다. 도시락으로 먹어야 빨리 해치울 수 있다……. 점심시간은 가장 길게 주어지는 휴식시간이지 않나. 농땡이가 좋아서 수업도 멋대로 빠지는 신이 합법적인 쉬는 시간을 허투루 보낼 리가 없다. 빠르게 해치우면 약 1시간 여는 되는 그 시간을 헛되이 보낼 수는 없었던 그는 그리하여 종이 치기가 무섭게 누구보다 날쌔게 튀어나가 신속한 식사를 마친 참이었다. 휴대폰을 꺼내 확인한 시간은 아직 여유롭고, 때마침 한쪽에는 입가심하기 딱 좋게 음료수 자판기가 놓여 있다. 음, 현대인은 식후에 커피라고 했었지. 여유롭게 보내기에는 딱 좋은 상황이구만. 밥을 퍼마시듯 하고 속 쓰리지도 않은지 느른하고 태연한 얼굴로 그는 주머니나 뒤져 지폐와 동전을 대충 쑤셔넣었다. 차보다는 음료 종류가 가득한 자판기라 제대로 된 커피는 없다지만, 가끔은 달달한 인스턴트도 나쁘지는 않지. 조그만 기대감과 함께 그는 진열된 커피의 아래 버튼을 꾹 눌렀다. 응당 들려야 할 덜컹거리는 소리가 들리지 않은 것이 이변의 시작이었다. …5초가 지났다. 내가 제대로 안 눌렀나? 아무런 반응이 없자 반사적으로 다시금 손이 간다. 린은 그제서야 확연하게 이상을 깨달았다. 자판기는 반응이 없었다.
"뭐야."
안에서 뭐가 걸렸나? 퉁. 탕. 탕. 가볍게 두드려줬건만 여전히 반응이 없다. 린은 잠시 황당한 기분이 들었지만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몇 번쯤 더 두드리면 뱉겠지. 그런 생각으로 대수롭지 않은 얼굴로 평온하게 있었으나, 인내심은 오래지 못했다. 그렇지만 뭐, 조금 어처구니가 없어도 화가 나는 건 아니다. 이래 보여도 찬란했던 천년 고도의 역사며 고려 조선 왕조의 흥망성쇠를 모두 눈에 담으신 지긋한 신인데, 명색이 네 자릿수 나이를 먹고서 고작 이 정도 일에 열불을 낸다면 어디 쓰겠는가? ……라며 그는 스스로 자신을 위안했지만 미처 자각하지 못한 사실이 하나 있었다. 반도 땅에서 오랜 시간을 살아왔다는 것은 다시 말해 그는 한민족의 얼 그 자체이며, 그 얼은 현대 문명의 이기를 포함한다. 즉, 비량 역시도 어쩔 수 없는 K-빨리빨리와 급발진 정신을 가슴 깊이 품은 양반이라는 뜻이었다. 잠자코 기다리며 툭툭 쳐대는 동안 3분이 더 지났음에도 고철덩어리는 묵묵부답이다. 여유를 가져 보려던 마음도 점차 끝이 보였다.
"……이노무 쎗덩거리가 마 장난하나?"
기어이 답답함을 참지 못한 입에서 원어가 튀어나왔다. 쾅! 조금 전까지만 해도 툭툭 두드려대는 정도에 그쳤던 소리가 이제는 숫제 패는 소리로 변했다. 이어서는 텅, 쾅, 쿵쾅퉁텅타당쿠쿵쾅…… 아예 난타하듯 자판기의 앞 뒤 옆을 두들겨대는 손놀림이 현란하게 거셌다. 아무렴 그는 정말로 화가 나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말이다, 화는 안 났대도 해결이 빨리 안 되니까 물리적으로 해결하는 수밖에 없지 않아. 그러나 이 지경으로 난리를 쳐봐도 상황은 변하지 않는다. 이쯤되니 점점 환장을 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이 난리를 쳐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니 대체 뭐가 문제인 게야. 상식적─이게?─이고 인간적인 선에서의 시도만으로는 안 된다는 건가. 그렇다면 비인간적인 선의 노력을 해보는 수밖에.
일을 치기에 앞서 그는 잠시 주변을 둘러보았다. 음, CCTV는 없으니까 괜찮겠지. 비량은 곧 팔뚝을 걷어붙이고 자판기의 양 옆면을 꼭 붙잡고는, 그것이 멱살이라도 된다는 양 앞뒤로 마구 흔들며 기계와 드잡이질을 하기 시작했다.
"아니, 이거 점검을 언제 한 건데!"
똑똑한 학생들은 이러지 말자. 자판기에 이리 성질 부리다가 기계가 넘어져 압사당한 사람이 다윈상을 수상 받은 기록이 있다. 더군다나 이런다고 맛이 간 기계가 정상적으로 가동하라는 법도 없다. 한낯 기계 따위에 돈을 뜯겼다는 게 그렇게도 억울한가? 포기할 생각 전혀 없어 보인다. 명색이 재물신이면서 몇 푼 안 되는 돈 가지고 참 쪼잔하게도 군다…….
성격으로서는 최악이었다. 커뮤증이 있어서 사람을 대하는 것을 어려워했고 뭐라고 대답하면 좋을지 생각하느라 대화시기를 놓친다거나 임기응변에 약했다. 의존증이 있어서 잘 해주는 사람에게는 더욱 더 들러붙는 경향이 있었고 뭔가 해달라고 하면 혹시나 거리가 멀어질까 싶어서 가진 것을 다 내놓았다. 멘헤라가 있어서 좋아해주지 않으면 죽어버리겠다는 둥 자기파괴적인 말이나 행동을 일삼기도 했다. 고교데뷔를 기점으로 열심히 고쳐나가고는 있지만 하루 아침에 고쳐지기란 어려운 일이었다. 그게 무슨 상관이냐는 말에 리오는 적잖이 당황한 듯 아무 말 없이 동공을 축소시켰다.
" 그,렇지. 다들 귀여운 걸 좋아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재미.. "
리오는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깨문 입술이 살짝 하얘질 무렵에 이빨을 놓았고 입술에 살짝 자국이 남았다. 이런 성격을 그대로 둘 순 없다고 생각해서 고치기 위해 사회에 남들보다 일찍 뛰어들었다. 그랬음에도 아직도 여전히 압박감이 느껴지는 상대를 만나면 금세 고장이 나버리고 마는 것이었다. 뚝딱거리기 시작한 리오는 쥐고 있던 전단지를 구기듯이 꼭 쥐고 다시 전단지 뭉치로 가져왔다.
" 예,쁜아이들,도 있지만.. 그러네. 취미가 아니라면 어쩔 수 없,지.. "
리오는 여전히 축소된 동공을 바닥에 꽂고 있다가 천천히 고개를 들고 연습하던 그 '자연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취미가 아닌 사람을 억지로 끌고 갈 이유도 여유도 없을 뿐더러 압박감이 느껴지는 상대를 오래 마주하고 서 있는 것은 이쪽에서도 속이 거북하다. 빈말이 아니라 정말 일정 시간 이상 마주하고 서 있는 다면 심장이 빠르게 뛴다거나 속이 안 좋아진다. 리오는 복숭아를 주겠다는 말에 '으응' 하고 고개를 살짝 절레절레 저었다.
" 모모쨩은 복숭아 좋아하지만 난 별로.. 그럼 다음에 기회 된다면 찾아와. 이 시간대에는 항상 여기 있으니까. "
리오는 그럼 다음에. 라는 말과 함께 고개를 살짝 숙였다. 배운 것이 있다면 이런 때에는 오히려 아무렇지 않은 것처럼 행동하는 것이 다시 평정심을 찾는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었다. 리오는 몸을 돌려 금새 또 다른 사람에게 다가가서 '놀러오세요-' 하고 전단지를 돌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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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쯤에서 마무리일까~? 상황이 상황이라 그런지 이 쯤에서 깔끔하게 마무리해도 좋을 것 같네!
1. 어리버리 "이등병" 하야토 2. 본격적으로 닦이는 "일병" 하야토 3. 군생활 좀 했다고 착각하는 "상병" 하야토 4. 모든 것이 귀찮은 "병장" 하야토 5. 쉴드 없이 처음부터 이리저리 닦이는 "하사" 하야토 6. 군생활 좀 한 "중사" 하야토 7. 행보관님..."상사" 하야토 8. 장교지만 아직 어리버리한 소위 "소대장" 하야토 9. 참모로 끌려간 중위 "작전장교" 하야토 10. 주된 과업이 실망하기인 대위 "중대장" 하야토 11. 천사도 악마가 된다는 소령 "작전과장" 하야토 12. 대대장이 되어 권력을 누릴 줄 알았지만 사령부로 발령받아서 대령과 스타들의 커피셔틀이 된 "중령" 하야토
그게 무슨 상관이었냐는 말은 하야토에게는 매우 순수한 의문에서 나온 말이었다. 어릴 적부터 일본어를 써왔지만 그저 가정에서 어머니랑만 쓰는 것과 로컬에서 쓰는 건 다르니깐. 모모와 복숭아의 연관성을 바로 깨닫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으음- 미안해요. 그래도 굳이 나 없어도 아가씨네 카페는 장사 잘 될 거랍니다."
하지만 여기서 무언가 이상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자연스러운 말투는 고장이 난 것처럼 계속 더뎌지기 시작했고, 숨이 막히는 상황이 오면 볼 수 있는 저 동공과 표정. 본인이 누군가의 숨을 막히게 했다는 사실에 하야토 역시 머릿속이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분명 의도한 것은 아니었지만 결과가 그렇게 됐으니깐 말이야. 최대한 상처를 안 주기 위해 부드럽게 대하려고 노력했지만, 가끔은 노력은 배신을 할 때가 있다.
얼마 안 가서 소녀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자연스러움을 찾았지만 이미 상황을 수습하기에는 늦었다. 복숭아를 거절하고 자리를 뜨려는 소녀에게 "저...저기!"라고 말했지만 이미 늦었다.
>>359 오... 모닥불 메이트 (운치있다) 이런 건 어떤가요? 명계 때부터 알고지낸 모닥불 메이트이지만 사야카는 어쩐지 어디에도 있어서 가끔씩 들르는 느낌이니... 사신님은 약간 히키코모리 방 주인 느낌이고, 어둠신님은 방랑벽있는 친구 느낌...같은 건 어떤지 듣고 싶네요
>>375 맞아, 일상으로 처음 만나 관계를 쌓아가는 것도 재밌으니까 되는 대로 즐기자 😋
>>380 약 30명 중에 누군지 맞추기........ 셜록홈즈 헤업미—!!!
>>381 둘 다 섞어버리는 건 어때? 쇼핑몰은 평범하게 10-20대를 주로 겨냥하는 여성복 위주 + 유니섹스도 겸하는 인쇼야. 그러니까 야외 촬영도 있도 살내 촬영도 있고 옷이 예쁘게 보일만한 곳이라면 다 갈거야. 우연히 계정을 발견해서 긴가민가 하던 차에, 하네가 촬영하는 걸 우연히 봐버렸고... 얼마 안 지나서 계정에 그날 사진이 올라왔다! 라고 하면 괜찮지 않을까! 😊
날씨가 좋은 날은 기분 역시 들뜨기 마련이다. 더구나 푸른 하늘과 하얗고 몽실몽실한 구름, 머리카락을 간질이는 선선한 바람과 볼가를 발그레하게 뎁히는 따스한 햇볕은 무적의 조합이다. 오늘은 분명 최고의 하루가 될 거야! 사루와타리 안즈는 생각했다. 그야, 발걸음도 이리 가볍고 하늘도 청명한걸!
...쾅!
그리고 그 생각을 침범한 것은 아주, 아주 커다란 소음이었다. 순간적으로 몸을 움찔거리게 할 만큼의 소리 말이다. 안즈는 자연스레 소리가 나는 쪽으로 귀를 기울였다. 저 쪽은... 분명 음료수 자판기가 있는 곳이다. 무슨 일이지? 질문이 떠오르는 건 사람이라면 당연한 일이다. 그리고 질문에 대한 답을 찾고 싶어지는 것도, 사람이라면 당연한 일이고. 게다가 시간도 여유롭다! 아직 점심시간이 끝나려면 시간이 좀 남은 참이다. 다시 말하면, 안즈의 호기심을 막을 것은 무엇도 없다-, 이 말이다!
결국 안즈는 소리를 따라 발걸음을 옮겼다. 가까이 다가가면 갈수록 소리는 난타 공연처럼 현란하고 거세지고 있었다. 기계...예를 들어, 자판기 같은 것을 두드리는 소리 같은데? 거기까지 생각한 안즈는 멈칫했다. 어라, 이거 무슨 일인지 알 것 같기도 하고. 학교를 일 년 정도 다니다 보면 학교를 대충은 파악하게 된다. 학교 비품의 상태도 마찬가지. 그러니 빠르게 상황 파악을 하게 된 건 이상한 일이 아니다. 저런, 자판기가 또 누구를 놀려 먹고 있는 거 아냐? -와 같이 말이다. 걔가 장난은 가끔 좀 치지만 아직 은퇴할 정도는 아닌데, 소리만 들어서는 이러다 영영 은퇴하게 생겼다. 안즈는 나름대로 정이 들은 자판기를 구해줘야겠다는 (겸사겸사 놀림당한 사람도 구해주고) 생각이 들어 빠르게 발을 옮겼다. 그 끝에 목격했다. 자판기와 드잡이질하고 있는 한 남학생을!
"우와..."
음료수 자판기가 저렇게 맥없이 흔들릴 수 있는 거였나? 그런 거였어? 저...큰 쇳덩어리가?? 잠시 신기한 관경을 구경하듯 바라보던 안즈는 조금 후에야 정신을 차렸다. 아차, 이럴 때가 아니지!
"저기, 무슨 일인지는 몰라도... 아니, 알 것 같기도 하긴 한데... 그래도 그렇게 하는 건 좀 위험하지 않을까요? 그러니까, 어,"
그러고보니 당신을 뭐라 불러야 하지? 일단 목 쪽을 보아하니 1학년 소속은 맞는 것 같은데. 잠시 고민하던 안즈는 가장 무난한 호칭을 붙였다.
웃는 게 웃는 게 아닌 하야토와 달리 놈은 눈웃음을 한껏 짓는게 무엇인가. 부드럽게 호선을 그리는 눈꼬리가 녀석을 한층 더 실없는 놈처럼 보이게한다.
"아잉. 그런 눈으로 보면 이 선배는 무서워용."
잠시라고 말하고도 충분히 남을 만큼의 시간이 지났다. 그럼에도 말하는 사람이 없자 놈은 멋쩍게 표정을 갈무리 하고만다. 신도 사람의 마음을 가지고 있는지라 호응이 좋지 못하면 이토록 재빨리 꼬리를 내리곤 한다.
"애타는 마음은 이해합니다, 류세이군. 인생이 뜻대로 흘러가지 않는다고 도울 이 하나 없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대부분의 원인을 제공한 놈이 이리 말하니 더 얄밉다. 놈이 뒷짐을 지고 입꼬리를 끌어올리자, 입이 산 봉오리를 그대로 뒤집은 듯한 형상이 된다. 누군가 말했지. 저 커다란 눈은 가끔 미동이 없어 재수가 없다고. 선명하다 못해 투명한 눈동자가 완만한 곡선을 그리다, 당신의 등 뒤를 향한다.
"간절히 바라면 지나가던 신님이 도와준다거나. 이런 터무니 없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지요."
기이할 정도로 느긋하고, 그와 상반되게 빠른 속도로 움직인 놈. 손에는 어느새 토끼가 들려있으니 신출귀몰하다 이를 수 있겠다.
"한량 같은 이 놈이 제법 능력이 있지요? 기도를 했더니 토끼 신님이 날 도우셨나봅니다."
젠장, 이렇게까지 해도 안 나오겠다 작정을 했구만. 이왕 이렇게 된 거 아예 제대로 해 봐야겠다. 자판기 문을 따? 아니, 할 수는 있는데 원래대로 돌릴 자신이 없으니 그건 안 되겠고. 그렇다면 역시 남은 건 이 수밖에 없다. 두드리는 정도로 해결이 안 된다면 들어서 거꾸로 짤짤 흔들어 빼낼 요량이었다. 철판을 붙든 손에 힘이 들었다. 굳게 말아쥔 손 위로 핏줄이 선다. 자판기를 밀던 자세에서 그대로 팔이 위로 들려 올라가자, 그것을 따라 육중한 고철 덩어리의 밑면이 기우뚱 기울었다. 아래를 고정하던 발 중 하나가 막 땅 위로 떠오르려던 순간,
"으응? 어, 어어. 응. 그렇지."
뒤에서 들려 오는 목소리에 맥빠지게도 그는 손을 놓아 버렸다. 한쪽으로 기울어있던 기계가 바닥을 찍으며 쿵, 하는 요란한 소리가 났다. 저 되바라진 것…… 눈치도 없이 시끄럽군. 저지레는 제 업보건만 그는 괜한 자판기나 매섭게 쏘아보았다. 못 봤겠지? 음, 아래쪽을 보지 않았다면 손으로 들어올렸다는 것까진 모를 거다. 자판기 흔드는 정도야 힘이 세다면 인간도 할 수 있는 일일 거니까 괜찮을 테고. 짧은 판단을 마치자 애먼 물건 탓하던 표정도 싹 지워진다. 린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양 싱긋 웃는 얼굴이 되어서는 사고 치던 손을 숨겼다. 슬쩍 뒷짐을 졌다 이 말이다.
"고장난 것 같아서 민간요법 좀 쓰는 중이었지!"
그건 그렇고, 처음 보는 사람한테 반말하는 태도가 참 자연스럽다. 일본 문화를 몰라서라기엔 비량도 유교국가 출신이니 그것은 아닐 테고. 순전히 그가 예의가 없는 것뿐이다. 표정은 그린 듯이 매끄럽고 시원한 미소였다. 방금 전까지 있었던 난리는 없었던 일이었다는 것처럼.
"그런데 여기는 무슨 일이야? 자판기… 고장난 거 알고 있었던 것 같은데-."
그는 말꼬리를 길게 늘리며 딴소리를 했다. 문제의 물건을 슬쩍 살피던 시선이 말을 하면서 그제야 상대방에게로 제대로 돌아간다. 때늦게 깨달음이 머리에 팟 스쳐갔다.
"녹색이면 2학년이지? 아, 2학년이죠? 미안. 내가 존댓말을 잘 못해."
왜말로 남한테 높임말 해본 적이 있어야지. 미안하다고 하면서도 여전히 싱글거리는 낯이다. 미안한 티는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만, 그래도 또릿또릿하게 뜬 눈이 이상하게도 얄밉지 않아 보일지도 모른다.
098 긴팔, 반팔 중 선호하는 것 > 긴팔! 무조건 긴팔. 더위를 많이 타는 편도 아닐뿐더러, 피부가 감싸여져 있는 게 안정감이 들어 좋아합니다. 뭣보다 만에 하나 넘어졌을 때 덜 다치기도 하고요!🙋🏻
091 물건정리는 어떤 식으로 하는 편? > 정리에 있어서는 제법 철저합니다! 각까지 재 가면서 정리하는 정도는 아니지만, 뭐가 어디에 있는지 정도는 확실하게 알 수 있을 정도로요. 누군가 서랍장이나 사물함을 열어 보면 헉 깔끔🙊! 같은 반응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297 기쁨을 숨기는 방법 > 꺄악~! 소리라도 지르고 싶은 것을 애써 참으며, 두 눈을 질끈 감았다. 기쁘다! 그러나 차마 티를 내기에는 그것이 또 쑥스러워서, 두 손바닥 안에 얼굴을 묻고 표정을 감추려 애쓰는 것이었다. 드러난 귓바퀴가 벌게진 것도 모른 채.
>>462 뭐.. 뭐어라고 이게 공식이라고.....??!!?! 해냈다 해냈어 사치주가 해냈어~~~ 세상에마상에,,,. 셔츠에 니트스웨터 레이어드? 이건.. 아주 올바르게 된 청년.. 아니 신님이시군요....^^b.. 습. 하... 아주 맛도리다.
사치의 평상복.. 멋 부리는 데 재능이 없어 베레모를 갖고 있을지 없을지는 모르겠지만 나머지는 대충 들어맞을지도요! 그래도 한 번 씌워보고 싶긴 하네요 베레모...(메모) 제 안에서의 사치 사복은 수수한 원피스에 더플코트 정도...?🤔🤔 대강 사진같은👆🏻 느낌 아닐지... 이건 너무 패셔니스타스러운 느낌이긴 하지만요. 그러니까 이제 여기서 좀 더 수수한.. 고런 느낌으로....
당신 앞의 소녀는 아마도, 겉보기로나마 16살인 소년이 자판기를 번쩍 들려 하는, 비-현실에 가까운 광경을 보지 못한 것이 분명하다. 혹은 봤더라도 별생각 없이 넘긴 것이 분명하고. 왜냐하면 천진난만한 목소리로 다음과 같이 조잘거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와, 그나저나 힘 엄청 센가 봐요! 쟨 음료수도 들어서 그런지 무겁던데. 그 정도면 막, 진짜, 자판기 채로도 들 수 있는 거 아녜요?"
자신이 말을 하고도 웃긴다는 듯 작게 웃음을 터뜨렸다.
"아, 그렇다고 직접 막 들어보거나 해서 아는 건 아니구, 나도 쟤한테 골탕먹은 적 있어서 언제 한 번은 발로 찼었거든요. 그랬더니 뭐 흔들리지도 않고 내 발만 무쟈게 아픈 거 있죠? 와, 그게 어찌나 열받던지..."
한 번 입을 열기 시작한 안즈는 정말 끝도 없이 조잘거렸다. 당신이 딴소리하며 말을 돌리지 않았더라면 더 말을 늘어놓았을지도 모르는 노릇이다.
"흐음, 역시 내 예상이 맞았구나-..."
조그맣게 중얼거린 안즈는 당신의 말에 답하기 위해 눈을 데굴 굴리며, 조금 전의 과거를 떠올렸다. 그니까...
"별 건 아니고 평화로운 점심시간에 어디서 엄-청 (여기서 그 크기를 표현하듯 두 팔을 넓게 벌렸다.) 큰 소리가 들리길래 와봤죠! 그런 소리가 나면 무슨 일인지 궁금하잖아요? 자판기 고장 난 거야... 한두 번 일도 아니니까 또 그런 거 아냐? ...하고 생각한 거고요."
말을 마친 후 답이 되었냐 묻듯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당신을 바라보았다. 아니면, 더 궁금한 게 있냐 묻듯이.
"아, 맞긴 한데..."
안즈는 괜히 말끝을 어물거리며 볼을 긁적였다. 먼저 후배님이라 호칭하긴 했지만 그건 그냥 달리 부를 말이 생각나지 않아서일 뿐이었다. 딱히 선배니 후배니, 아니면 나이 차이니 그런 것에 연연하려 그런 것은 아니었다. 안즈는 별로 고민하지도 않고 말했다.
"그러면 그냥 반말해. 대신 나도 그럴 테니까... 그래도 괜찮지, 요?"
아직 허락받기 전이라는 걸 가까스로 떠올렸는지 뒤늦게서야 존댓말 어미가 따라붙었다. 이미 말을 놓아버리고 나서 그래봤자 의미가 있나 싶긴 하지만.
남궁 린 의 오늘 풀 해시는 자캐가_공포영화를_본다면 무서워하진 않아도 그냥저냥 재미있게 보는 편이야. 장르에 따라 감상하는 포인트가 다르긴 한데, 일부러 B급 느낌으로 만든 영화가 아니라면 스토리라인도 꽤 중시하는 타입. 그래서 '그런데 그때 악마가 나타났다...!지저스 크라이스트'식의 전개를 제일 싫어해. 되게 맥빠지거든.
자캐의_화가_난_정도를_세_단계로_표현해본다 어... 나도 얘가 화가 난 상황을 잘 몰루겟서... 지금부터 두뇌풀가동한다 얍!
1단계: 가벼운 짜증 정도? 그냥 아 거슬리네... 정도라서 일부러 발산하려는 게 아니라면 쉽게 참을 수 있어. 평소에 화가 날 일이 잘 없는 편이라 이 정도라면 오히려 이것 봐라?하고 재밌게 봐줄 수도 있는 단계.
2단계: 슬슬 좀 열이 오른다... 2단계 초반에는 헛웃음과 냉소가 많아지다가, 후반에는 표정이 싸늘해져. 안 그런 척 한량처럼 굴던 것 집어치우고 대놓고 공격적인 언행이 나와.
3단계: 🤔 이 정도로 화가 나면 높은 확률로 사고가 생겨. 재앙이 일어난다거나 누구 하나 죽도록 싸운다거나... 어지간해서는 이 정도로 화가 나기는 힘든 관계로(+청춘물이기도 하고) 아마 스레 내에서는 여기까지 오는 일은 없을 것!
자캐로_당신을_불행하게_만들_수_있는_건_나_뿐이야 "애염한 자야, 감히 망동해도 좋다. 네 흉화는 이내 장중에 있으니 그리하고도 너는 필세 불행이랄 것 모르고 살리라."
이 친구는 길흉화복의 신이기도 한 관계로... 널 불행하게 만들 수 있는 건 나지만 너 꽤 어여뻐서 그 불운 내가 붙잡고 있기로 했으니 네 마음대로 굴어도 좋아...가 되어 버렸음 오잉? 웬일로 훈훈한 소리 하는 아저씨네😲
나는_네가_생각하는_공주님이_아니야_자캐버전 ㄱ- ……뭘 어떻게 해야 살면서 이런 말을 할 일이 생기는 건지 정말 짐작도 안 되지만 그냥 심플하게 “넌 도대체 날 뭐라고 생각하냐?”라고 말하지 않을까…
사랑하던_이가_죽은_후에야_자신이_그를_사랑했구나_깨달은_자캐 아니 갑자기 왜 죽여요 ༼;´༎ຶ ༎ຶ༽ 글쎄 생각 안 해봤으니까 대충 슬픔을 예술로 승화시키면서 혼을 불 태운다고 치자()
자캐가_바라는_이상적인_죽음은 이… 이상적인 죽음?? 그런 걸 생각해봤을까…?? 하긴 음기 가득 예술충이라 잡생각 많아서 분명 햇겟지… 이상적인 건지는 모르겠지만 안나 파블로바의 죽음을 동경이라고 해야 되나 아무튼 인상 깊게 느꼈을 것 같아. 물론 무용수 파블로바 그 자체도 존경하고 있지만!
자판기 채로도 들 수 있는 것 아니냐는 말에 내색 않고 제법 자연스럽게 응수한다. 이렇게 묻는 걸 봐선 다행히도 보여주지 말아야 할 걸 들키진 않았나 보다. 대답하기가 무섭게 곧바로 조잘대는 소리가 이어졌다. 저도 한 떠들썩 한다지만 말보다도 행동으로 시끄럽게 구는 편인 그는 잠자코 여학생의 말을 경청해 주었다. 조잘대는 모습 보고 있으려니 제 꼬마 어릴 적 생각나기도 하고. ……거참. 고 맹랑한 꼬맹이, 이 애는 동갑내기인데 재잘거리니 얼마나 보기 좋아. 옛적에는 아저씨랑 살겠다며 떼도 쓰던 게 요즘은 왜 그리 쌀쌀맞은 체하는지 모르겠다. 남몰래 딴데로 흐르는 생각과는 별개로 여학생이 팔까지 벌려가며 설명이 열심이라 아하, 하며 중간중간 넣는 호응은 꽤 자연스러웠다.
"엥, 그럼 원래부터 문제 있었다는 거잖아. 근데 왜 아무도 안 고쳐?"
…라고 눈 동그랗게 뜨며 말은 하지만, 그도 이 여학생이 오지 않았더라면 적당히 드잡이질 하다 내버려두고 떠났을 거다. 그리고 곧 잊어버렸을 테고. 어쩌면 이 사태의 근원은 잠깐 짜증만 내고서 자판기의 오점을 신고하지 않았던 모두의 귀찮음 때문일지도 모른다. 으음, 참 유감스러운 시민정신이로군. 귀신은 양심 없어도 된다. 자기도 똑같은 생각이었던 주제에─정말 그 이유 때문인지 확실하지도 않건만─ 남탓하는 꼴하고는.
서로 반말하자는 제안에 린은 반색하며 손바닥을 척 들어올렸다. 하이파이브라도 하자고? 안 받아준다면 제 쪽에서 멋대로 손바닥을 맞부딪혀 오려 했을 것이다. 피해 버린대도 상관은 없지만, 여러모로 거리감이 참 부족하다.아무렇지도 않게 그러고는 문제의 자판기에 슬며시 기대며 시원스럽게도 웃는다.
사실 여캐가 많긴 합니다. (옆눈) 사실 이에 대한 뒷사정을 이야기하자면 SL이나 CL이나 그런 쪽이 많아서..그럼 성별을 굳이 강제하기보다는 그냥 편하게 설정하고 싶은대로 둬도 되지 않을까? 어쨌건 SL, CL이면 연애보다는 청춘이나 서사 쪽 같은데? 라는 생각을 해서..
"급식... 아 내일부터 먹을까..." 급식 먹으려고 노력하겠다고는 했지만 언제부터냐는 말은 안하지 않았을까. 라고 생각하지만. 나름 성실한 사야카는 급식을 쪼금 받아서 먹었습니다. 그리고는 점심시간동안 누울 수 있는 공간 no.2를 찾아가려 하는데...(놀랍게도 학교 내에서 누워서 무기력하게 있을 공간은 더 있을 듯하다)
"..." 근데 누가 있다. 타이를 볼 수 있었다면 같은 학년이라는 건 알 수 있을 것 같다. 음... 그치만 지금 다른 공간에 가면 시간낭빈데. 잘 살펴보면 둘 정도는 끼어서 아늑하게 누울 수 있지 않을까. 같은 생각을 하며 쪼그려앉은 사야카는 길고 가는 손가락으로 콕콕콕 찌르기 시작합니다.
>>526 >>527 괜찮으시겠어요? ( •﹏•) 음음 상황을 어떻게 할까요... 미카가 신사에 들리거나 할 성격은 아닌 것 같고 최근에 미카가 전학을 왔다고 하니까 가미즈나의 지리가 익숙지 않아 길을 잃었다거나...? 길을 잃었는데 정신차려 보니 케이세이 신사 경내라거나, 아니면 그냥 전통시장이나 시가지 같은 데서 길을 잃었거나 해도 괜찮을 것 같아요.
오늘의 미카는 급식을 대충 퍼먹고 운동장 어딘가에 누워있는 상태 종이 칠 때까지 눈을 붙이기로 한 모양인지 한참 선잠에 빠져있다 제 팔뚝을 베개 삼아 엉거주춤하게 누운 모습이 퍽이나 꼴사납다 하지만 미카의 단잠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방해꾼이 왔기 때문 미카는 인기척에도 깨지 않고 있다가 방해꾼이 손으로 쿡쿡 찔러대자 그제서야 몸을 뒤척이면서 깨어난다
"...뭐야..."
그리고 잠에 취한 목소리로 힘없이 웅얼거리며 손을 휘젓는다 잘 떠지지 않는 눈꺼풀을 끔뻑이면서 방해꾼을 올려다보니 같은 학년 학생이었다
"보이스피싱이 걸려 오면 어떻게 깨닫고 대처해?" 시라사키 노아: 거짓으로 사람을 꾀는 이들의 목소리에는 없는 것이 하나 있느니라. 없는 것을 감추려고 목청은 급하고 혀끝은 떨리지. 그러나 그대같은 이들은 이런 데에 의지하지 말고, 요즘은 컴퓨터라는 것에 검색해보면 그런 이들의 속임수가 다 나와있으니 그것을 숙지해두는 것이 좋겠구나.
"안녕?" 시라사키 노아: 그대. 간밤도 평안했느냐.
"자신을 살려 달라 애원하는 악인에게?" 시라사키 노아: 그대여. 여는 단 한 번도 그대를 용서하지 않은 순간이 없노라. 그러나 여의 힘으로 해줄 수 있는 것은 그대에게 닥쳐올 리 없던 섭리에 어긋난 불행을 막아주는 것뿐, 그대가 저지른 죄과의 업보가 섭리를 따라 그대에게 되돌아오는 것은 여가 어떻게 해 줄 수가 없구나. 미안하다. 평안히 눈을 감거라.
"나.옆에 누워도 돼?" 그래도 묻지도 않고 눕는 것보다는 예의있는 것이었다... 콕콕콕 찌르는 것에 오늘치 에너지 30%는 쓴것같다는 생각을 하며 대놓고 물어보는군요. 보통은 그냥 다른 곳 가는 게 정상 아닐까? 여학생이 남학생 옆에 눕는 일은 거의 없지만 사야카는 인간이 아니니까 상관없어. 마인드인가 보다.
"없음 누움" 대답 안하면 누울 거라는 뜻의 말을 하며 슬쩍 몸을 들이밀려 하는데, 들이민다면 묘하게 좁아질 것 같은데도 좁아졌다는 느낌은 잘 안드는 것 같고?
세상은 언제나 그렇다. 뒤에 무엇이 굴러떨어지건 말건, 아랑곳하지 않고 흘러간다. 저 구름도 흐르고, 해와 달은 지고 뜨며, 계절은 바뀐다. 이내 헐벗었던 나무들이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다시 조금씩 새순을 피워올리는 것이다. 어느덧 제법 따뜻해진 햇살이 무심히 쏟아지는 마당 위로, 나무에 하나둘씩 올라온 새 잎이 파랬다.
그러나 이 마당은 무심한 세상과도 또 다른 듯했다. 마치 제멋대로 흘러가는 세상을 네 좋을 대로 가라고 먼저 떠나보내고, 자신은 뒤에 남아 찬찬히 걷기도 하고 앉아 쉬기도 하며 바깥 세상이 정신없이 달려나갈 동안 이 마당 혼자만 똑 떨어져나와 느릿느릿한 옛날에 머물러 있는 것만 같았다. 딱히 미카를 위해 머무르고 있는 건 아닌 듯하지만, 적어도 미카가 여기 있다고 잔소리를 하거나 호통을 치는 이 아무도 없었다. 새 지줄대는 소리가 귓가를 흘러갈 뿐이다.
처음에 어디로 어떻게 갈 생각을 하고 발을 뻗었는지는 미카가 알고 있을 일이지만, 그 와중에 뭐가 잘못돼서 어쩌다 여기까지 들어왔는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다. 도심지와 산의 경계선에 있는 어딘가를 경유하려 했던 건 확실한데, 골목이 있겠거니 하고 발을 뻗다가 어느 샌가 금줄을 지나서 눈앞에 나타난 커다란 석조 도리이 안으로 들어와 보니 마당에 도착한 것이다. 신사인가? 하고 둘러보면 확실히 신사 특유의 그 분위기며 조형물이 있기는 한데, 신관도 무녀도 이렇다 할 행인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단 하나, 연못을 가로지른 나무 다리 저 건너편에 있는 커다란 대청마루에 유카타 차림을 하고 다소곳이 앉아 있는 하얀 머리의 소녀 하나가- 미카보다 머리 하나 이상은 더 작아보이는 소녀가 마당에 떠돌이 과객 하나가 들어온 줄도 모르고 붓을 들고 무언가 글씨를 쓰고 있는 게 보일 뿐이다.
학교를 마친 뒤 역시나 집에 들어가기 싫어 이곳저곳을 떠도는 미카 걷다 보니 산이 점점 가까워졌고 어쩌다 보니 누구를 모시는지 모를 신사까지 흘러들어왔다 미카는 눈 앞에 나타난 토리이를 보고 나서야 그 사실을 알았다 그래, 길을 잃었구나 미카는 아무런 감흥 없이 주변을 둘러보았다 여긴 그렇게 큰 도시도 아니거니와 요새는 스마트폰에 다 지도가 있으니까
하지만 스마트폰 지도를 보려고 해도 전파가 잡히질 않는지 엉뚱한 곳을 가리킬 뿐 한숨을 내쉰 미카가 어쩔 수 없이 토리이를 지난다 가미즈나에 신사가 많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여기는 버려진 신사인가 싶을 정도로 풍경이 허했다 그런 와중 보이는 조그만 소녀 신관인지 무녀인지 그런 사람일까
버려진 신사라 추측하기엔 누군가 지내고 있는 흔적도 있고 바지런한 이들이 관리를 하는가 제법 관리되어 정돈된 모양새를 하고 있는 곳이었지만, 정작 그 관리인은 보이지 않고 세월에 별따로 동떨어진 풍경이 허해 보인다. 이상한 곳에 헤매어들어온 것은 맞는 모양이다. 다행히 정말로 아무도 없는 것은 아니어서, 말 붙여 길 물어볼 이 하나는 저기 있다. 호숫가를 끼고 돌건, 나무 다리를 건너건 하여 호수를 지나 마당을 가로질러 오는데도 소녀는 눈치를 못 챘는지 붓을 천천히 움직이고 있다가, 미카가 헛기침을 하고서야 마치 오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는 듯이 붓을 걸어두고 미카에게로 고개를 돌려 바라봐온다.
"그리 보이는구나."
불청객이 말을 걸어오면 긴장하거나 생경해하는 기색이 얼굴에 드러나기 마련인데, 예삿말과는 조금 다른 어휘로 미카를 맞이하는 소녀의 얼굴에는 그러한 기색이 전혀 없이 나긋한 미소만이 그려져 있다. 그리고, 길을 잃어버렸는데, 라는 대답에 으레 돌아오기 마련인 저리로 나가시면 출구에요, 하는 말이 아니라 다른 말이 돌아왔다.
"앉거라."
하고 소녀는 천연덕스럽게 손을 뻗어, 자신이 깔고 앉은 방석 옆에 놓여있던 빈 방석을 집어서 대청마루 모서리까지 슥 밀어준다.
이전, 사야카와의 만남을 떠올리면서 치아키는 한 번 반장들에게 제대로 이야기를 하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하고 각 반의 반장들에게 방과 후에 바로 집으로 가지 말고 학생회실 회의실에 모이라고 전달했다. 물론 정 바쁜 이가 있다면 어쩔 수 없지만 바쁘지 않다면 다 참여하라고 강조를 하는 것 또한 잊지 않았다.
방과 후, 반의 반장들이 모이자 치아키는 새학기 시즌이니 아마 여러모로 바쁜 일이 많겠지만 그래도 반 아이들 중에서 적응을 잘 못하고 있거나 밥을 먹지 않는다거나, 혹은 따돌림을 받는다거나 그런 케이스가 없는지 한 번 제대로 확인을 해보라고 강조하듯 이야기했다. 그리고 만약 그런 케이스가 있다면 반장이 직접 책임지고 챙기는 방향으로 부탁한다는 말 또한 잊지 않았다. 마음 같아선 자신이 다 하고 싶긴 했으나 자신의 몸은 하나이며 현실적으로 모든 반을 자신이 다 관리할 순 없었다. 그렇기에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어디까지나 반장에게 이렇게 공지를 하고 관리를 해달라고 말하는 것 뿐이었다.
물론 누군가는 귀찮아하는 이가 있을 수도 있고 누군가는 받아들이는 이가 있을지도 모르지만 귀찮아한다고 해서 철회할 생각은 당연히 그에겐 없었다. 이 부분은 당연히 해야 할 일이었으니까.
아무튼 그렇게 전달식이 끝나자 모여있는 반장들이 하나둘 빠져나가는 모습이 보이고 있었다. 이어 치아키는 가만히 둘러보다가 하야토 쪽을 바라보면서 가볍게 질문했다.
난데없이 나타나 말을 붙임에도 주저함이 없어보이는 소녀 이런 불청객을 많이 보아온 걸까 혹은 신을 모시는 이라 무언가 다르기라도 한 건지 소녀는 미카의 말에 길을 알려주기는 커녕 방석을 냅다 밀어준다 길을 물으러 왔는데 뜬금없이 앉으라니 그 의도를 쉬이 알 수 없지만 그래도 미카는 앉으라는 말을 순순히 따른다 조심스레 방석에 앉고 그 상태서 두 다리를 뻗었다가, 아무래도 실례라고 생각했는지 다시금 자세를 고쳐 무릎꿇는다 미카는 신을 믿지 않지만 신사라는 곳은 어쩐지 몸가짐을 조심히 해야할 것 같은 느낌이라
걸터앉았다가 정좌로 고쳐앉는 미카를 보고, 영문모를 소녀는 또 영문모를 소리를 한다. 그대라니, 말 그대로 사극에서나 들어본 2인칭이다. 미카가 조심스레 꺼낸 말에도 소녀는 고개를 가로저을 뿐이다.
"없다. 숨 좀 돌리고 가거라."
무엇 하나 시원하게 답이 나오는 것이 없다. 그때, 그 뒤를 따라, 한 마디가 더 따라붙는다.
"굳이 돌아갈 길을 재촉할 까닭도 없지 않느냐? 그대가 가장 잘 알고 있을 것을."
말인즉슨 맞는 말이다. 애초에 미카가 떠돌고 있는 이유도 가야 할 곳에 가기 싫어서였던 게 아닌가. 봄의 해는 짧지만, 아직 산 위에 채 다 떨어지지 않은 햇살이 기울어져 따사롭다. 미소지어 보인 소녀는 손을 뻗는다. 손을 뻗는 곳에는 조그만 소반이 있었는데, 아직 김이 다 가시지 않은 찻주전자와 빈 찻잔, 그리고 쟁반에 담긴 작은 모나카가 몇 개인가 있었다.
오토바이의 수리는 다 끝났지만 자전거를 타고 등교한다. 아무래도 반장이 됐으니..오토바이를 타는 건 너무 튀니깐 말이야. 나의 애마야..주말에 더 예뻐해줄게.. 평일은 자전거로 참자. 그래도 자전거를 타서 좋은 점이라면 교문을 누군가의 눈치를 안 보고 통과할 수 있다. 이거 하나는 좋네.
오늘도 일과의 시작이다. 반장으로서 반이 돌아가는 하루의 계획을 다 파악해둔다. 선생님마다 수업의 스타일이 다르기에 쉬는 시간에 그에 맞게 수업준비를 해두고, 우리반의 진도는 어디까지 나갔는지 체크한다. 선생님도 사람이니깐 잊을 때가 있으니깐 말이야. 쉬는 시간마다 환기를 해주고, 먼지가 쌓인 곳이 보이면 바로 빗자루로 쓸어담는다. 그래야 청소시간이 더 줄어드니깐. 선생님이 바빠서 우리에게 전파할 내용이 늦어질 수 있으니깐 등교 직후와 점심 그리고 하교 전에 담임선생님에게 먼저 가서 전파사항을 받는다. 그 다음에 반의 상황을 유심히 관찰한다. 나는 철저히 다른 곳에서 온 이방인이나 다름이 없다. 그러니 초반부터 이곳의 분위기를 읽어서 취약한 점을 파악하고 고쳐야 된다. 그 외의 많이 일들이 있지만..일단 한다. 그리고 기가 다 빠진다.
하야토의 반장 스타일은 철저한 실무자 스타일이었다. 자신의 공부가 먼저라 쉬는 시간에 공부만 하는 공부벌레 반장도 아니었다. 아이들과 즐겁게 어울려서 노는 인싸형 반장도 아니었다. 그렇다고 무기력하게 아무것도 안 하는 허수아비 반장도 아니었다. 하야토는 철저하게 반의 시스템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서 보이지 않는 톱니바퀴 역할을 자처하는 반장이었다. 그런 톱니바퀴에게 방과후에 학생회실로 모이라는 소식이 왔다.
하야토는 학생회실에 갔다. 저 치아키 선배라는 분이 우리의 학생회장. 치아키 선배가 우리를 불러모은 이유는 반에서 적응도가 떨어지는 학우, 끼니를 거르는 학우 혹은 괴롭힘을 당하는 학우를 파악해서 챙겨주라는 것. 이 내용에서 저 치아키 선배라는 분은 단순히 스펙을 따기 위해 회장을 한 것이 아닌, 학생들을 위해 된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공지가 끝나고 학생들이 하나 둘 씩 나간다. 본인 역시 곧 나갈 채비를 하려고 했지만 선배가 나에게 질문을 건넸다.
"없어요. 하지만 아직 파악이 다 안 됐습니다. 학기 초반이니 더 유심히 관찰해보고 조치한 다음에 보고 드릴게요."
짧은 내용의 대답이다. 하지만 결과, 진행상태, 추후계획을 모두 명확하게 요약해서 대답했다. "하지만 아직 파악이 다 안 됐습니다."라는 대답은 하야토가 공지를 받기도 전에 이미 반에서 그런 아이가 있는지 관찰을 하고 있었다는 의미를 담기도 했다. 하야토는 반장이지만 사실 하야토도 이 학교에 완전히 적응하지 못했다. 그렇기에 반의 상태를 초반에 완전히 파악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특히 자신의 안 좋은 상황을 끝까지 숨기려는 학생도 있기에 더 유심한 관찰이 필요했다.
"파악이 다 안 됐다라. 그래? 그럴 수 있지. 맞아. 그렇고 말고. 하지만 나에게 굳이 보고 할 필요는 없는데. 딱히 그런 학생들을 파악해서 나에게 알리라는 것이 아니라 반장으로서 어느 정도 신경 쓰고 챙기라는 거니 말이야."
조용히 말을 듣고 있던 치아키였지만 딱 한 포인트. '보고 드릴게요'라는 말에는 그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애초에 그 사안은 자신에게 보고를 할 사안이 아니었다. 보고를 해서 알려준다면? 자신이 그 학생들을 찾아가서 하나하나 할 수는 없지 않겠는가? 그렇기에 반장을 부른 것이었고 부탁을 한 것이었다. 어쨌건 반을 이끄는 것은 반장이고 대표인 것도 반장이었다. 자리에 앉으면 어느 정도의 일을 해야하고 그에 따라 권리와 힘이 부여된다는 것이 바로 치아키의 생각이었고 동시에 신인 가족들에게 배운 가치관이기도 했다.
아무튼 보고는 하지 말라는 듯 그는 가볍게 손을 휘저었다. 이어 그는 자신이 앉아있는 책상의 서랍을 연 후에 사탕을 하나 끄집어냈다. 포도맛 사탕이었다. 그것을 입에 쏙 집어넣으면서 천천히 녹이니 포도향과 포도맛이 입 안에 사르륵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이어 치아키는 하야토를 바라보면서 미소를 지으면서 딸기맛 사탕 하나와 계피맛 사탕 하나를 꺼냈다.
"빨간 사탕이 있고 더 빨간 사탕이 하나 있어. 어떤 사탕을 먹을래? 후배 군은?"
계피맛을 고른다고 하더라도 크게 매운 느낌은 아니었다. 또한 거절한다고 해도 딱히 상관은 없는 일이었다. 아무튼 치아키는 하야토의 교복의 명찰을 가만히 바라봤다. 하야토라고 읽으면 되는 거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치아키는 그를 더욱 빤히 바라보면서 입을 열었다.
"아무튼 관찰도 좋지만 같이 생활하다보면 눈에 보이는 것도 있는 법이거든. 그런 것을 파악해도 크게 문제는 없을 거야. 아니면 다른 애들 도움을 받아가면서 같이 살피는 것도 좋을테고. 물론 이 부분은 인원을 잘 선정해야겠지만 말이야. 가끔 있거든. 얌전한 척 하는데 질 나쁜 양아치라던가 말이야. 내가 제일 싫어하는 부류 중 하나지. 그런 부류."
"아, 정정할게요. 챙기고나서의 상태를 보고한다는 것이었는데. 제가 잘 못 말했네요. 알겠어요. 보고는 안 할게요."
하야토의 성격상 그런 친구를 보면 단순히 누군가에게 알리는 것부터 하는 성격이 아니었다. 수녀와 폭군이 공존하는 하야토는 그런 학생을 보면 바로 수녀모드의 하야토가 되기에 어떻게든 손해를 봐서라도 챙겨주니깐 말이야. 모두가 조금씩 양보하면 이상적인 세상을 만들어갈 수 있다고 믿으니깐. 어쨋든 치아키의 말에 하야토는 고개를 끄덕이며 알겠다고 했다.
치아키 선배는 사탕을 고르라고 했다. 빨간 사탕과 더 빨간 사탕. 하나는 분명 딸기맛이겠지. 빨간 사탕 두 개..나머지 하나는 체리맛이겠네. 계피맛 사탕은 상상도 하지 않은 하야토였다. 그렇게 망설이지 않고 골랐다.
"덜 빨간색이요."
그리고 이어지는 선배의 조언. 관찰도 좋지만 같이 생활을 해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수첩에 적어놓기 시작한다. 그러고보니 하야토 이 녀석, 치아키가 공지를 시작했을 때부터 수첩에 손을 안 떼고 있었다. 겉표지를 보면 산 지가 얼마 안 된 수첩이지만 안은 벌써 너덜너덜해지고 있었다. 그렇게 치아키의 조언을 받아적다가 마지막 한 마디에 하야토는 내적인 당황을 했다. 얌전한 척 하는 질 나쁜 양아치...
N중의 N. 파워 N 하야토의 무한회로가 가동하기 시작했다!
치아키 선배가 벌써 내 과거를 다 알아낸 건가? 혹시 오토바이 때문에? 치아키 선배가 나를 떠보는 건가? 나 반장에서 짤릴 수도 있는 거야? 학교도 못 다니는 거 아니야? 혹시 치아키 선배는 영국에서 나를 추적하려고 심어둔 비밀 스파이? 혹시 교장선생님은 내 과거를 이미 알고 있는 거 아니야? 나 이미 입학 전부터 요주의 인물로 찍힌 건가? 다시 전학가야 될려나?
..........
"동감합니다. 조언 감사드려요."
하야토에게는 매우 거센 역류. 하지만 거센 역류에게 강하게 맞서려고 하면 되려 본인의 중심이 흔들리고 무너진다. 그렇기에 역류에는 순류로 대응한다. 그것이 흔들리지 않는 법이니깐.
그대... 어디 매체에서나 들어봤을 말이다 신을 섬기는 사람은 말투까지 고풍스러워지는 건가? 편히 앉아도 괜찮다는 말에 미카는 그저 발가락을 꼼질댈 뿐이다 따로 자세를 고쳐앉거나 하진 않고 소녀는 저를 불러세운 이유가 딱히 없다고 한다 모호한 대답, 그리고 제 의중을 정확히 꿰뚫은 듯한 뒷말 미카의 시선이 마룻바닥에 내리꽂힌다
"그렇네...요."
중얼이던 미카가 어투를 빠르게 고친다 아무리 보아도 이 소녀는 또래처럼 보이건만 그 말투며 분위기며 존댓말을 해야만 할 것 같은 느낌이라
"주신다면 감사히 받아야죠."
허나 어째선지 신사라는 장소이건만 불편함, 어색함 따위는 느껴지지 않는다 미카는 소녀가 손뻗는 것을 지켜보며 입을 다문다
빨간 맛은 딸기. 더 빨간 맛은 계피. 더 빨간 맛을 고르지 않은 것에 아쉬움을 느끼긴 했으나 그렇다고 해서 사탕을 마음대로 바꿔줄 수는 없었기에 치아키는 빨간 사탕. 즉 딸기맛 사탕을 아주 가볍게, 충분히 잡을 수 있을 정도의 강도로 하야토에게 던졌다. 아마 그가 놓치는 일은 어지간하면 없지 않았을까? 물론 그렇다고 해도 놓칠 수도 있었지만. 아무튼 입 안에 있는 포도맛 사탕을 천천히 녹이다가 꿀꺽 삼키면서 치아키는 입맛을 가볍게 다셨다. 달콤한 것이 들어가서 그런 것일까. 사탕 하나가 더 끌리는 탓이었다. 하지만 굳이 또 꺼내진 않으며 그는 등받이에 편하게 등을 기댔다.
"그래. 그래. 그러니까 인원을 선정할 땐 그런 이가 되지 않도록 조심, 또 조심해야 해. 기껏 도와달라고 했는데 양아치 학생을 뽑아버리면 보나마나 제대로 일도 안 할 거 아니야. 혹은 자신이 따돌림을 주도하면서도 모르는 척, 아예 없는 척 해버릴 수도 있겠고."
물론 하야토는 머릿속으로 정말로 깊게 이런저런 생각을 했을지도 모르나 치아키는 당연히 그 속을 모르고 그냥 가볍게 대답했다. 어디까지나 질 나쁜 학생들에게 도움을 요청해서 오히려 은폐가 되는 일을 피하라고 말하는 것이었으나 상대방이 다르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은 눈꼽만큼도 전혀 모른채 치아키는 계속해서 하야토를 바라보면서 이야기했다.
"아. 김에 하나만 더 물어볼까. 후배 군. 그러니까 이름 보니까 하야토라고 되어있는 것 같은데 성은 뭐야? 계속 후배 군. 후배 군. 부를 순 없잖아? 아무튼 우리 후배 군은 학교 생활에 대해서. 정확히는 반장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해?"
물론 이 또한 아무런 의미도 없는 질문이었다. 그냥 학생회장이 반장 잘 할 수 있을 것 같아? 정도로 묻는 가벼운 질문이었기에 그는 그저 싱글벙글 미소를 보일 뿐이었다.
하야토는 더 빨간맛이 계피맛이라는 상상도 못 한 채로 딸기맛 사탕을 받아서 입에 넣었다. 딸기를 좋아하지만 딸기맛 음식은 안 좋아하는 하야토. 그래도 하야토의 인상에 좋게 인식된 사람이 베푸는 호의이기에 거절하지 않았다. 주는 물건이야 어찌 됐든간에 마음이 중요하니깐 말이야. 그러면서 본인은 좋아하는 친구에게 비싼 선물을 해주면서 말이다.
"아..그럴 수도 있겠네요. 몰랐어요."
하야토는 태연하게 수첩에 적는 척을 했다. 그런 녀석을 어떻게 식별하는지는 굳이 안 물어봤다. 하야토는 작년에 양아치들과 실컷 굴러왔기에, 그 녀석들의 느낌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이 얘기는 최대한 빨리 끝내고 싶거든.
하야토는 자신의 명찰을 보고는 "아" 하더니, 성을 곧바로 말했다. 지금까지 인생에서 더 길게 쓰인 영어이름도 있지만 밝히진 않았다. 여기는 일본이니깐 말이야.
"류세이요. 류세이 하야토."
그리고 이어지는 질문. 반장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냐.
"음..세상에는 '알면서도 안 하는 사람'과 '알면서도 하는 사람'이 있잖아요? 반장은 후자여야 된다고 생각해요."
태연하게 하야토를 류세이 군이라고 부르면서 치아키는 가만히 그를 바라봤다. 뭔가 상당히 모범적으로 이야기를 하는데 그게 자신의 앞이라서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것인지, 진심으로 그런 이야기를 하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적어도 지금까지는 모범답안에 가깝다고 생각하며 제 물음의 답에도 가만히 귀를 기울였다. 허나 들려오는 대답에 그는 가만히 고개글 갸웃했다. 그냥 반장 할만해? 어떤 것 같아? 식으로 질문을 한 것이 이렇게 돌아올 것은 생각도 못한 탓이었다. 하지만 이건 이거대로 나쁘지 않은 답이지 않나 생각하며 그는 어깨를 으쓱했다.
"나는 어디까지나 반장 잘 할 수 있겠어? 힘들지 않아? 해보니까 어때? 그런 느낌으로 물었는데 이런 답이 나올 줄은 몰랐는걸? 하지만 이건 이거대로 괜찮아. 아무튼 알면서도 안 하는 사람과 알면서도 하는 사람이라. 그게 너의 생각이란 말이지? 그렇다면 그런 반장이 되어봐. 딱히 그 부분에 있어서 나는 답은 없다고 생각해. 추상적이면 어때? 그게 류세이 군의 생각이면 그걸로 된 거지."
추상적이지 않았냐는 그 물음에 그는 가만히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적어도 지금 무슨 의미로 저런 말을 하는 것인지는 충분히 짐작이 가능했기에 딱히 난해할 것도 없었다. 이어 치아키는 자신을 손으로 가리키면서 싱긋 웃었다.
"하지만 '알면서 하다가 무리하는 사람'이 되진 않길 바랄게. 그런 것은 아무도 바라지 않거든. 무리하다가 쓰러지면 그건 멋지거나 잘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해. 자신의 역량도 모르고 행동하는 자신을 돌아보지 못하는 사람이지."
싱긋 웃으면서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면서도 너무 진지하게 생각하진 말고 적당히 넘기라고 치아키는 대답했다. 참으로 가볍기 짝이 없는 모습이었다.
또르륵 하고 찻잔에 따라지는 녹색 액체가 맑다. 말차가 아니라 엽차인 모양이다. 아직 김이 느긋이 솟아오르는 따뜻한 잔이 잔받침에 놓여서, 모나카 담긴 쟁반과 함께 미카에게 내밀어진다. 딱히 격식도, 절차도 없는 조그만 다과회가 되었다. 미카가 모나카를 가져가길 기다려, 소녀 역시도 모나카를 하나 집어들고 한 입 베어먹고는 자기 찻잔을 들어 소리없이 마신다.
차향이라는 게 썩 기분나쁜 향은 아니지만, 역시 맛은 조금 떨떠름하다. 달달한 모나카가 있어 다행이다.
그렇네-요, 하고 존댓말로 고쳐말하는 미카의 모습을, 노아는 딱히 지적하지 않는다. 아니, 원래라면 가미즈나 고등학교 1학년이니 16살이라는 자신의 신분에 맞추어 자기 나이를 알려주며 굳이 말을 높일 필요 없다고 정정해주는 것이 맞는데, 아직 인간의 세월에 익숙하질 않아서 그 점을 지적하는 것을 까먹고 그냥 넘어간 것이다.
"그래, 느긋이 쉬다 가거라. 일어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하면, 나가는 길을 알려주마."
그러나 미카가 조금이라도 방 안으로 시선을 돌린다면 대청마루 건너편에 놓여있는 옷걸이에 가지런히 걸린 가미즈나 고교 교복과, 1학년생임을 나타내는 빨간 리본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치아키 선배는 날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하는 거지? 아무래도 내 비주얼이 양아치스러우니깐..당연할 법도 하지. 치아키 선배가 의심을 하고 있다고는 확신은 안 하지만, 그런 시선을 지금까지 많이 받아왔으니깐. 정말로 나를 의심하는 거라면 앞으로 행동으로 증명해야겠지. 지금까지는 말로만 증명했잖아.
"이해해주셔서 고마워요."
본인이 해놓은 대답을 추상적이라고 여긴 하야토의 평가에 비해서 치아키의 반응은 상당히 후했다. 이와 더불어 자신의 뜻을 이해해준 치아키에 대한 내적호감도는 더 올라갔다. 학생회장을 참 잘 뽑았다는 생각이 드네.
"알겠습니다. 무리한다고 느껴질 때 되새겨볼게요."
치아키의 말에는 일리가 있었다. 알면서도 하는 사람..하지만 자신의 역량을 모르고 그런다면 오히려 만용이 된다. 위험한 일에 과감히 뛰어드는 것만이 용기는 아니니깐 말이야. 뛰어들고 싶은 용기를 애써 외면하고, 자신의 길을 조용히 걷는 것도 용기니깐. 하야토가 본인이 손해를 볼 것을 알면서도 선행을 해온 이유. 이것은 용기가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본질적으로는 용기가 없기에 그래왔던 것이 아닐까.
녹빛 차와 밀빛 모나카가 대접된다 사실 차랑 전통 과자는 취향이 아니지만 이렇게 내어주는데 먹지 않는 것도 실례 아닐까 미카는 조용히 모나카를 하나 든다 베어물고 씹어삼키니 달달하고 텁텁한 팥맛이 느껴진다 따뜻하고 씁쓸한 차를 마셔보기도 하고
"...네."
나가는 길과 돌아가는 길 알쏭달쏭한 말이지만 이해되는 것도 같다 하지만 아직은 돌아가기 싫으니 이 신사에서 좀 더 시간을 보내도 괜찮을 듯 얌전히 대답하고 눈길을 돌려 주변을 살펴보던 도중 익숙한 의복이 눈에 들어온다 다름아닌 가미즈나고 교복 게다가 리본 색은... 1학년생임을 증명하고 있다 ...
"무녀...신가요?"
...그래도 존댓말은 고치지 않는다 갑자기 어투를 확 바꾸면 좀 그럴 수 있으니까 미카는 황급히 옷걸이에서 시선을 돌린다
"오케이. 오케이. 아무튼 2학년이니까 알아서 잘 할거라고 믿을게! 사실 제일 걱정되는 것은 1학년 애들인데 말이야."
그렇다고 1학년 아이들만 붙잡아서 다시 교육을 시킬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조금 아쉽지만 그 부분은 학생회 임원들 중 1학년 애들에게 조금 더 부탁을 하는 쪽으로 해야겠다고 생각하며 치아키는 어깨를 으쓱했다. 이어 그는 책상 서랍을 연 후에 티백을 꺼내들었다. 얼그레이 티백이었다. 나중에 끊여서 먹으려는 것인지 일단 한 개 정도를 빼둔 후에 그는 하야토를 다시 한 번 바라봤다.
"무리한다고 느껴질 때가 아니라 학생회장으로서는 무리하기 전에 한 번 되새겨봐줬으면 하지만 애초에 내 말이 정답인 것은 아니니까. 그 부분도 포함해서 알아서 잘 하리라 믿을게."
가볍게 대답하는 것은 언제나의 치아키와 크게 다를 것이 없었다. 아무튼 더 할말이 없을까. 잠시 생각을 했지만 일단 공지 관련으로 더 이야기할 것은 이것이 전부였다. 애초에 이렇게 말을 더 건 것도 어쩌다보니 그가 바로 눈에 보여서 별 생각없이 말을 걸어본 것 뿐이었다. 특별히 뭔가 더 이야기를 해야겠다..라고 느끼는 것 없이 그는 태연하게 두 어깨를 으쓱했다.
"아무튼 반장 업무로서 내가 더 말 할 것은 이 정도! 뭔가 이 이상 이 주제로 이야기를 하면 설교하고 수업시간이 되는 것 같아서 말이야. 여기까지 와서 잔소리 듣거나 필요 이상으로 지도하는 것은 좀 그렇잖아? 아하하. 아무튼 이 학생회장님에게 건의하고 싶은 없을까?"
이왕 이렇게 되었으니 한 번 물어보는 것도 좋겠다고 생각하며 치아키는 살며시 질문을 던진 후, 하야토를 다시 빤히 바라봤다. 혹시나 뭔가 말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하며.
1학년 애들이라..사실 나도 1학년 아이들과 다름이 없다. 이 학교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반장이 됐으니깐. 아니, 오히려 더 안 좋은 환경이지. 적어도 이 마을에서 지내온 아이들이 대부분일 테니깐. 서로의 네트워크 정도는 예전부터 형성되어 왔을 것이다. 동료가 있는 채로 사막 한복판에 놓인 것과 혼자 놓인 것은 차이가 많이 나는 법이지.
"네. 노력해볼게요."
그게 쉽지가 않다. 무리하기 전에 되새기는 것..참고는 해둬야지. 무리하지 않아도 될 상황인 줄 알고 행동하다가 결국 무리를 하게 되는 것이 문제지만..아니, 무리하게 될 걸 알면서도 뛰어드는 미려한 놈이 나였지.
"건의사항이라.. 없어요. 아직 더 많이 보고 어디가 부족한지 알아야 하거든요. 이 학교에서 저는 아직 이방인이나 다름 없으니깐. 나중에 건의드려도 될까요?"
분명 건의를 해야 될 사항이 있지만 모른다. 무엇을 보고 알아야 건의를 하지, 아직은 아무것도 모르기 때문이다.
아직 더 많이 보고 어디가 부족한지 알아야한다는 그 말에 치아키는 절로 긴장했다. 아까부터 말하는 것을 봤을 때. 특히 이방인이라고 하는 것을 봤을 때 전학을 온 것인지, 아니면 온 지 얼마 안 된 것인지. 여러모로 떨떠름한 표정을 치아키는 지을 수밖에 없었다. 오히려 저런 전학생이나 혹은 온지 얼마 안 된 이야말로 학교의 전체적인 모습은 잘 볼 수 있었으니까. 그러다가 마음에 안 드는 것이 너무 많다고 보이콧 선언 같은 것이라도 해버리면? 생각만 해도 끔찍했기에 치아키는 절로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아무리 그래도 그 정도는 아니겠지.
"그래도 그렇게 나쁘진 않을거야. 전학생인지 아니면 1학년 극후반기에 전학을 온건진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내가 좋게 만들 생각이거든! 한 해를 돌아봤을 때 재밌었던 학창 생활. 이것이 내가 미는 것이기도 하고."
물론 계획은 그렇게 잡긴 했으나 그것이 정말로 제대로 실현이 될지는 자신도 알 길이 없었다. 하지만 할만큼은 해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을 하면서 그는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좋아. 그럼 내 쪽에서 따로 할 이야기는 끝. 혹시나 도움이 필요하면 얼마든지 찾아와. 가끔은 놀러와도 되긴 하니까. 하하. 그럼 또 사탕을 줄게."
그 중에 계피맛이 섞여있을지도 모른다는 말은 굳이 하지 않으면서 치아키는 어깨를 으쓱해보였다.
새로운 학기, 새로운 학교, 새로운 교복에 대한 설레임은 비단 그녀가 이제 막 고등학생이 되었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새로운 장소, 가미즈나 마을 그 자체가 아직은 낮설게 느껴져서일까? 아무리 마을 탐방을 하고, 신사를 둘러보고 학교에 기웃거려도 이곳이 타지라는 기분은 좀처럼 감추기 힘들었다. 지금도 잠깐만 차를 타면 신사가 눈앞에 보일것 같은 느낌, 그래도 그나마 다행인점이 있다면 길눈은 밝은 편이었기에 입학 이후로 주변 지리는 물론이요 학교의 전경까지 금방 익힐수 있었단 것이다.
...그래도 역시 고학년의 층에 올라가는건 조심스러웠기에 지나칠 일이 있을 때마다 매번 긴장의 연속이었을까,
"......"
하지만 지금의 토아는 그런 것과는 다른 긴장감이 들었다. 어째 자신보다 더 헤매고 있는듯한 학생이 보였으니.
"무언가 문제라도 있으신지요...?"
단정할수는 없겠지만, 건너편의 학생이 내비치는 분위기는 마치 가야 할곳이 어디였는지를 잃은 것처럼 보였다.
잠시 숨을 돌리려고 전학을 왔다. 지금까지 너무 많은 일들이 있었으니깐. 남은 고교생활은 평화로운 곳에서 요양을 하고 성인이 되었을 때 다시 기운을 차리기로 했다. 하지만 세상은 내 뜻대로 돌아가지 않는다. 내가 상상하던 생활과는 다른 삶을 살게해줄 반장이라는 직책.. 나보다 시스템을 더 잘 아는 아이들을 관리하고 케어해야 되는 상황..머리가 아프다.
"재밌는 학교생활..선배면 잘 할 수 있을 거라고 믿어요. 선배가 저를 믿는 것처럼요."
적어도 학교를 망칠 분은 아니다. 이 공지에서 학교를 얼마나 사랑하는 사람임을 알 수 있으니깐. 학교가 안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게 방치할 사람은 절대 아니다.
"좋아요. 궁금한 게 있으면 언제든 찾아올게요. 저는 이만 가볼게요. 선배도 조심히 들어가셔요."
앓이 1.치요쟝 너무너무 귀여워요 사람이 좋아서 따라가 지켜주는 순수한 댕댕이지만 다른 사람 눈에는 꺄아악 스토커로 오해당하는 데다 묘하게 얀데레 속성처럼 보이기도 한다는 점이 두배로 귀여워엇
2.하야토쿤 이상한 선배들한테 고통받는 모습이 몹시 귀엽군요 하야토를 고통받게 하고 싶어
3,리오 귀여워! 메이드카페에서 일하는 거 직접 보고 싶다..
4.몽실몽실 치요 머리카락 몽실.... 토아 양갈래 몽실... 몽실몽실....
5.여기서 나가려 합니다 하네를 더 이상 못 보겠습니다 하네가 여자로 보입니다 그리고 그 여자를 사랑하게 됐습니다 이뤄질 수 없다는 걸 알기에 하네를 사랑하는 심장을 찢어내려 합니다 레주여러분들 하네를 아껴주세요 그러나 조심하십시오 저처럼 죽을 만큼 사랑하게 되면 가슴이 찢어지는 고통을 맛보게 될 겁니다 그녀와 이뤄질 수 없다는 걸 알기에 눈물만 흘리다 결국 그 웅덩이 속으로 가라앉게 될 겁니다
(*어그로 아니고 밈입니다)
6.미카 귀여워~~!
7.사야카가 ~함. ~임. 이 말투 쓰는 거 미묘하게 게임 많이 하는 현실고딩 같아서 귀여워ㅋㅋㅋㅋㅋㅋㅋㅋ
8.우효 미카군 츤데레 같아 귀여워 최고─!!!
9.하네 가족들이랑 붙어있으니까 급격하게 얼굴에 그늘지는 거 귀여워 캘리포니아 햇살과 동굴이끼 조합 같아서 재밌어... 하네는 음침캐가 아닌데도
선물 1.치아키의 자리에 홍차가 놓여있습니다. 최상품은 아니지만 그래도 그럭저럭 고급인 물건입니다.
2.모두의 자리에 에너지 드링크가 한 캔씩 놓여있습니다. "피곤하겠지만 조금만 힘내자! Unleash The Beast!" 라는 메시지도 있습니다.
그 신은 서성이고 있었다. 낫 놓고도 기역자(し)하나 모르는 사람처럼, 교내의 간략하게 그려놓은 약도 앞에서 몇 분 째씩이나 서성이고 있는 것이었다. 약도란 본디 길을 모르는 자가 원하는 답을 찾기 위해서 이용하는 것이지만... '헤매고 있다' 누가봐도 그런 분위기를 풍기고 있어서, 당신이 다가와 그렇게 물은 것도 당연한 일인 것이다. 말을 붙인 당신을 비로소 알아채고 그녀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작은 키, 귀엽게 묶은 머리, 그렇지만 똑부러진 얼굴. 그녀는 그런 당신의 모습을 눈에 담듯이 마치 졸음이 담긴듯한 시선을 설설 끌었고, 그러고 나서야 입술을 천천히 때어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귀 긴 짐승을 연상시키는 두 갈래 머리칼의 필멸자여..."
잘 못 들었다...라고 생각했다면 그렇지 않다. 오히려 말을 잘 못 걸었다라고 생각하는 편이 나을지도. 그건 분명 그녀가 당신을 부르고 있는 말이다. 혼잣말이라면 몰라도, 양갈래 머리를 하고 있는 건 적어도 이 주위에서는 오로지 당신밖에 없지 않은가. 그리고 그 후에 그녀는, 쐐기라도 박아넣듯이 당신에게 연달아 묻는 것이었다.
>>864 음악... 아무래도 어르신이라 전자음악보던 전통 음악파지... 메이드 카페 좋아한다라 단정한 쾌남 컨셉 잡아놓고 그러면 묘하게 저질주책 맞을 것 같단말이지 어쩔 수 없다 이렇게 된 이상 선관은 무리고 어찌저찌 메이드카페 앞에 지나가다 영업당해서 들어와버린 일상 어때?
그림 반응은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 난 부끄럼쟁이 샤이 참치니까 굉장히 기쁘지만 아무렇지 않은 척 하고 있을게 다들 고마워 🫣😏😏☺️
오.......................맙소사...............잠깐 자리 좀 비우고 왔더니 복슬복슬 아름다운 오구치군 그림??? 세상에.... 잘생겼어.... 귀여워.... 멋져.... 얄망스러워.... 완전 순하게 생겼는데 능글거리는 거 최고야........
>>877 사에주의 의견에 동의합니다.
>>878 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니 세상에 오구치군 옛날엔 관운장이었어??????ㄴ(ㅇ0ㅇ)ㄱ 아 근데 트렌트를 따르는 인기남이라는 것도 넘 귀엽다... 늑대신님이 예전에는 마초아저씨였다는 사실... 너무 귀하다 감사합니다 감사합ㅂ니다....
그 말을 듣고 리오는 에? 이렇게 급하게? 라는 반응이 먼저 튀어나왔지만 손까지 잡고 간곡히 부탁하는 모습에 어쩌지 어쩌지 하고 곤란한 표정을 짓다가도 오는 부탁은 거절하지 못하는 성격이기에 얼떨결에 수락해버리고 말았다. 다음에 한 번 대신 들어와주겠다고 이야기 했으나 그런 만큼 자신의 급료가 줄어드는 것이기에 그것 만큼은 사양했다. 평소의 연장근무인 셈이다. 이미 퇴근하고도 지났을 시간이지만 리오는 어쩔 수 없나- 하는 생각으로 다시 전단지를 챙겼다.
「 주인님께서 돌아가십니다-! 」
핸드벨이 딸랑딸랑 하고 울리는 소리가 들리고 선배 메이드의 선창에 리오는 고개를 들고 미소를 지었다.
" 다녀오세요 주인님-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
이 쪽도 슬슬 나가볼까. 핸드폰을 챙기고 얼굴에는 검은색 마스크를 썼다. 전단지를 챙기고 나갈 준비를 하면서 리오는 마지막으로 주변 사람의 서빙을 한 번 도와주고 거울 앞에 섰다. 메이드 복은 귀엽다. 귀여운 곳에서 귀여운 사람들과 귀여운 옷을 입고 귀여운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은 분명 좋은 일이지. 마스크를 쓰면 굳이 미소를 보여주지 않아도 돼서 편했다. 준비는 끝났으니까 나가볼까- 하고 생각하며 몸을 돌린 순간 들어온 것은 다른 선배였다.
" 그렇게 나가려고? " " 에, 무슨 문제있나요? " " 소매 내리는 편이 좋을거야- "
리오는 그 말을 듣고 다시 거울을 보았다. 소매를 걷는 편이 귀여웠다. 팔찌라던가 하는 것들로 더 귀엽게 보일 수 있었으니까. 그리고 그 다음에 눈에 들어온 것은 손목에 감겨있는 붕대였다. 왼쪽 손목에만 감겨있는 새하얀 붕대. 이것이 왜 감겨있는지는 본인만이 알고있을 터였지만 리오를 본 지 햇수로 2년이 되어가는 선배는 보지않고도 알 수 있었던 모양이다. 좀 더 자신을 아끼라는 말과 함께 머리를 톡톡 쓰다듬어준 선배가 나가자 리오는 얌전히 옷 소매를 내리고 밖으로 나섰다.
같은 거리여도 항상 느낌이 다르다. 새벽의 공기, 아침의 공기, 점심과 오후의 공기 그리고 저녁 늦은 시간의 공기는 매번 다르고 느낌마저 새롭다. 조금 추울 수도 있으려나 하는 생각과 함께 리오는 또 적당히 아무나 붙잡고 데리고 들어가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전단지를 손에 들고 지나가는 사람들을 붙잡으며 호객 행위를 시작했다. 며칠 전에도 똑같은 자리에서 호객행위 하다가 상대방의 기분을 나쁘게 했었는지 또 커뮤증이 도져 잠깐 힘들었던 시간이 있었으니 오늘은 특히나 그런 부분에 주의할 예정이었다.
" 앗, 언니- 놀다가- 우리 카페 진짜 재밌는데- "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자신을 아끼라는 말과 손목에 감겨있는 붕대. 또 그랬다고 생각하는 것이겠지. 고쳐나가고 있는 중인데도 가끔 그런 말을 들으면 창피하다고 할까 아니면 그럼에도 챙겨주니까 고맙다고 할까. 리오는 굳이 따지자면 후자였다. 자신을 신경써주는게 좋았고 바라봐주는게 좋았다. 지나가면서 한 번이라도 '왜 그래? 다쳤어? 괜찮아?' 라는 말을 들으면 괜히 기분이 좋아졌다. 남들이 더 자신을 바라보도록, 더 챙겨주도록 하는 그런 일종의 장치였던 셈이다. 그런 생각을 하던 차에 눈에 백발이 새하얀 누군가가 눈에 들어왔고 또 하프인가? 하는 흥미 본위의 생각을 가지고 앞으로 다가섰다.
일단 그녀는 당황했다. 자신이 작은 키인 것도 한몫 하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상대방이 대충 큰 키도 아니라는 것, (그도 그럴게 어림짐작해도 10cm는 넘게 차이나보였으니까.) 나른한 표정과 다르게 느껴지는 중압감은 리본의 색이 무색할 정도로 어른스러운 실루엣이었다.
그리고 그녀는 고민했다. '귀 긴 짐승을 연상시키는 두 갈래 머리칼의 필멸자.' 아마도 분석할 시간이 필요했겠지. 귀 긴 짐승, 두 갈래 머리칼, 필멸자, 어딜 봐도 자신을 지칭하는 말이었다. 물론 지금 이 상황에서 사람이라곤 앞에 인물을 제외하면 자신뿐이겠다만, 필멸자라는 말엔 딱히 이렇다할 생각이 들지 않았다. 오히려 미약하게나마 정감이 갔을지, 들어봄직 하다면 제 섬기는 신을 처음 영접했을 때 뿐이겠지만.
"...어떻게 보면 그럴지도 모르지요. 쉽사리 떠지지 못하는 발걸음, 어찌 가만 보고 지나갈 리 있겠나요."
그렇게 생각하고나니 지혜를 나누어주러 온 것이냐는 질문은 자연스럽게 필터링이 되었다. 그저 독특한 화법을 가진 인물이라거나, 아직 질풍노도의 시기를 벗어나지 못했거나, 자신처럼 신과 맞닿아있는 이거나, 혹여 신일지도 모르겠지만...
그렇게 생각은 하고 있으나, 어느쪽이든 크게 신경쓰이지 않는 일이었다.
"찾고자 하는 장소라도 있으신지요? 원하신다면 목전까지 바래다드릴 수도 있습니다만..."
대개는 대강의 위치만 알려줘도 스스로 찾으러 갈테지만... 애초에 그정도로 찾아갈 인물이었다면 약도 앞에서 서성일 일도 없었을 것이다.
오늘은 주말이다. 주말이면 하야토가 패션디자인 학원에서 거의 숙식을 하며 열의를 태우지만..오늘은 학원이 휴무란다. 그래서 침대에 털썩 누워서 등산이라도 갈까..생각을 했다. 그런데..액자에서 과거 자신이 도복을 입고 찍은 모습이 보이는 것 아닌가?
"..옛날 생각 나게...."
10분 뒤였을까? 하야토는 크로스백을 챙기고 오토바이에 올라탔다. 그대로 학교로 가서 체육관에 가는 것이 아닌가? 탈의실에서 갈아입은 옷은..태권도복이었다.
"오..아직도 딱 맞네?"
하야토의 도복은 일본의 학생들이 입는 흔한 도복과 달랐다. 공수도나 유도복이 아닌 태권도복. 공수도와 유도복은 거친 마초처럼 투박한 느낌이 나지만 태권도복은 달랐다. 좀 더 섬세하고 부드러운 느낌.
하야토는 다리도 찢고, 발목을 뒤로 잡아서 당기는 등의 스트레칭을 한다. 태권도를 그만둔 후에도 운동을 접은 건 아니기에 유연성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스트레칭을 하다가 머리카락을 거슬렸던 것인가? 뒷머리를 머리끈으로 묶은 채로 운동을 하기 시작했다.
"......"
하야토의 베이스는 흔히 북한의 태권도라고 오해를 받는 ITF 태권도. 스포츠가 아닌 전쟁에서 사람을 죽이기 위해 만들어진 실전 태권도였다. 발펜싱이라는 오해와는 다르게 주먹으로 얼굴을 타격할 수 있고, 더 거칠었다. 하지만 아름다움을 놓치기 싫었던 것일까? 하야토는 품새와 시범에도 게을리 하지를 않았다.
우선 기본적으로 옆차기와 뒷차기를 하며 감각을 되찾는다. 그 다음에는 회축과 외발턴으로 더 심화를 한다. 어느정도 감이 잡혔다면 바로 540° 발차기를 한다. 도약을 해서 공중에서 3바퀴의 회전을 해서 차는 화려한 발차기 중 하나.
"아직이야.. 더..."
하야토는 자세를 잡더니, 도움닫기 하나 없이 앞발에 체중을 실어서 스프링 같은 유연성을 이용해서 공중으로 도약한다. 그대로 매우 빠르게 다섯 바퀴를 순식간에 공중에서 회전하며 뒤돌려차기를 하고 완벽하게 착지를 하며 마무리. 키가 크고 근육질이지만 다리가 길다. 체중에 비해서 슬림하게 보이는 체형이다. 게다가 펄럭이는 도복까지. 이러한 요소들이 합쳐져서 하야토의 900° 발차기는 마치 최후의 순간을 가장 아름답게 보이려고 하는 불나방과 같았다.
음~ 모습 하니까 생각났어! 마침 한가하기도 하고 며칠 전에 써놓은 tmi가 있는데 그것 좀 가져와야지....
1. 지금은 십대 얼굴이지만 입학 전까지는 20대 중반 정도의 청년 모습이었어.
2. 외형 서술란에 쓴 모습은 ①일코 모드 ②귀 길쭉 이 뾰족 동공 뾰족 ③우락부락 뿔 나고 이빨 자란 귀(鬼) 이렇게 셋인데 사실 이것도 다 본모습은 아니고... 날 때부터 가졌던 진짜 '형상'은 따로 없다는 설정이야. 진짜 본모습은 눈에 보이지 않고 형체도 없는 무언가. 지금 쓰고 다니는 모습들은 가장 편하게 쓰는 형태일 뿐이야. 게임으로 치면 코디 정해놓고 돌리는 거라고 해야 하나?
3. 아~ 여기서부터는 진짜 tmi다! 비량의 인외 형태가 귀면문의 사나운 귀신 같은 모습이라는 설정이 있는데 이에 관한 티엠아이를 풀려고 :3 귀면와의 귀신 문양이 도깨비 얼굴이라는 해석이 폭넓게 퍼져 있지만 2000년대 이후로 그 귀면이 우리가 아는 조선~현대의 도깨비를 뜻하는 것이 아닐 거라는 해석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알고 있어🤔(난 학자가 아니니까 틀릴 수도 있음 주의!) 하지만 비량은 도깨비라 믿어지는 개념들의 총체이기 때문에 보편적인 설은 신경쓸 수밖에 없지. 그래서 인외 형태가 그런 거고... 그리고 뭣보다 그거 무시무시하면서도 간지나서 괜찮다 생각해서 채택 중이야. 멋있잖아...(?) 귀면문이 도깨비가 아니라는 설에 대한 의견은 여전히 분분하기도 하고, 어쨌거나 아직까지도 그 얼굴이 도깨비라는 해석이 가장 널리 퍼져 있다 보니 비량 본인도 너네들이 그렇게 생각한다면 나도 그렇다 치지 뭐…… 라고 생각하는 중이야. 원래 신앙이란 역사적으로 이랬다 저랬다 휙휙 변하는 거라 딱히 불만은 없고 학자들이 알아서 잘 하라는 입장. 여담인데, 한동안 오니랑 동일시되었던 일만큼은 좀 열받았었다고 함... 다른 건 그렇다 치는데 어떻게 자기한테 안 씻고 속옷 안 빨아 입는다는 날조를 갖다붙일 수 있냐면서 아저씨 극대노하심...()
아이자와 치아키의 오늘 풀 해시는 자캐가_졸음을_참는_법 -사실 어지간하면 졸음을 참진 않는데 정말로 졸음을 참아야 할 때는 주머니에 있는 계피사탕 5개 정도를 꺼낸 후에 포장지를 후르륵 까서 입에 한번에 집어넣고 와그작와그작 씹어먹는답니다. 그리고 잠시 후. 잠은 확 깨지만 멈추지 않는 눈물과 혀의 얼얼함을 얻고 말지요.
치아키:(히잉)
자캐가_악기를_전공한다면 -악기 전공이라. 그다지 생각해본 적은 없긴 한데 치아키라면 아무래도 피아노나 이런 쪽을 연주하고 싶어하지 않을까 싶어요. 딱히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고 그쪽이 뭔가 좀 더 기품이 있어보이고 뭔가 있어보일 것 같아서. 정말로 딱 그 정도의 느낌이랍니다.
자캐의_생일을_보내는_방식은 -친구들과 우선 1차적으로 축하를 받고 집에 가서 2차적으로 가족들의 축하를 받는 편이에요. 키즈나히메도 슬쩍 나타나서 자기 손자를 축하해주고 그런답니다. 참고로 치아키는 자신의 생일을 굳이 막 공표하고 다니진 않아요. 그래도 정말로 친한 친구들은 치아키의 생일을 알고 있는지라 그런 애들과 같이 모여서 생일 축하도 받고 즐겁게 놀고 그러는 타입이랍니다.
그치만... 다른 건 원래 이미지랑 겹치는 것도 있어서 그렇다 치는데 팬티는 진짜 너무했다──!!!!!! 아저씨도 냄새나는 오지상이 되긴 싫었대! :ㅇ
>>889 빼빼 말랐다고 해도 그 정도로 마르게 된 걸줄은 몰랐어... 그때랑 지금이랑 비교하면 그거잖아~~!!!! 뭐야 이 가는 팔 뼈랑 가죽만 남아서는!!! ㅇㅁㅇ 근데 사실 관공 모습으로 지금 성격처럼 굴어도 꽤 귀여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902 그렇군요. 토아는 역시 토끼..(아냐!) 그런데 보통 미시오라는 문은 당겼을 때 안 열리는 것도 은근히 있더라고요. 과연 그럴때는 어떻게 할 것인가. (나쁨) ㅋㅋㅋㅋㅋㅋ 아앗. 갑자기 현실성이! 하지만 일단은 서브컬쳐 같은 거니까 팔랑여도 되지 않을까요? (어?)
>>907 亞자 역시 버금 아니까... 이름마저 토끼 그 자체...🤭 앗, 그러고보니 무적권 미시오 문도 있었지 참! 그땐 밀어야지 별수 있나! 무녀식 프레셔 주기!🤣 팔랑... 팔랑... (팔랑귀) 일단 양갈래 파닥파닥까진 몰라도 기분에 따라서 삐침머리(김토아씨 그림에 길게 뻗은 그 머리카락)가 반응할지도?🤭🤭
공일씩이나 되어서 출교한다는 것은 일반적인 학생이라면—직장인도 마찬가지다!— 결코 반기지도 시도하지도 않을 기행이지만, 한참 햇볕이 부유하는 주말에 벚꽃 길게 드리운 길을 따라 걸으며 미야나기는 교정을 지나쳤다. 원래대로라면 댄스 스튜디오의 그룹 레슨 수강일이라 근교의 대도시로 가야 한다. 날이 하도 좋아 다들 꽃놀이라도 간 건지, 출석 가능한 수강생이 둘뿐이라나 뭐라나. 아무튼 유달리 가미즈나에 남아 할 일도 없기에 대충 웜업 슈트에 워머까지 덕지덕지 껴입고, 등에는 댄스백과 연습용 튜튜가 든 가방을 둘러 멘 채 미야나기는 집을 나서야 했다. 전담 지도자와 개인 레슨을 하기 전까지 학교에서 적당히 몸 풀 심산이었다. 무용실에 가서 공동구매한 용품들이 무사히 도착했는지 수량 체크도 해야 했고. 그러나 바로 무용실로 향하기보다는, 일단 체육관부터 들리기로 했다. 그야 매트 워크를 하기 전에 다른 운동으로 몸을 덥혀 놓으면 훌륭하지 않겠는가. 게다가 좁은 무용실보다야 널찍한 체육관이 공간을 넓게 쓰기도 좋으니까. 당연히 주말이니 사람도 없을 것이다! 피트니스 센터를 혼자 전세 낸 거나 다름 없지. 희미하게 웃는 발걸음이 조금 가벼워졌을까, 곧 유리문 앞에 도착한 그녀는 잠깐 머뭇거리며 우뚝 멈춰섰다. 가까이 다가갈수록 인기척이 느껴지는데, 이거 들리는 소음이 참 심상치 않다. 점핑 다이어트라도 하는 건지 쿵쿵 소리도 나고. —뭐야, 벌써 점령한 사람이 있어? 미야나기는 작은 목소리로 ‘실례합니다아.’ 하며 조용히 문을 살짝 밀고 들어갔다. 그러나 조심스러운 몸짓도 잠시, 이내 그녀는 그 자리에 그대로 서있다는 것조차 잊은 채 감탄스러운 표정으로 탄식할 수밖에 없었다. 저 순간적인 각도? 근력은 둘째 치고 유연성이 없으면 절대 저렇게 안 올라갈 텐데. 처음 보는 얼굴이니까 전공생은 아니야! 게다가 저건 투르 앙레르? 맙소사. 조금만 더 가다듬으면 쿼드 턴까지 가능할지도 몰라. 미야나기는 입가에 두 손을 가져다대고 찬탄했다.
”이, 이건 인재야. 무용부의 인재야!“
곧 그녀는 들고 있던 튜튜백과 가방을 바닥에 내팽겨치고 관내로 달리듯 들어갔다. 입고 있는 도복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 모양이었다······.
당신이 말하자, 의중이 파악당한 그녀는 괜스레 무안스러운 모양인지 자신의 손을 서로 마주치고는 말했다.
"이 지도를 보면 원하는 곳을 찾아 갈 수 있다고 해서, 한참을 보고 있었습니다만... 아무리 들여다 보고 있어도 도서관이라는 곳으로 이동되지 않아서..."
그것이 계속 이곳에서 서성거리고 있던 이유였던 걸까...
"......혹시, 필멸자만이 사용 가능한 도구일까요?"
여전히 의문에 휩싸인채 고개를 기울이면서 제 나름의 결론을 내놓는 그녀였지만. 물론, 지도는 그저 평범한 지도일 뿐이다. 단지 들여다보고 있는 걸로 공간을 이동한 그런 마법 스크롤같은 기능은 없다. ...아무리 신이 오가는 학교라고 하더라도, 그런 건 없을 터이다. 하지만 그녀는 진심으로 의아한듯이, 고민스러운 얼굴로 지도에게 눈길을 주어 마주보고 있었다. 당신이 길을 바래준다고 말하기 전까지는. 하지만 무엇이 의외였는지 그녀는 그 졸음기가 묻어나는 눈을 두어번 정도 눈을 깜빡이고 나서야 화답해주었다.
곧 꽃이 만발할 봄인데도, 여전히 날이 춥다. 하아- 입을 벌려 숨을 내뱉으니 아지랑이처럼 김이 피어나는게 마치 생명처럼 느껴지더라. 열의 없는 눈으로 희뿌연 입김 사라지는 것을 끝내 지켜보던 놈이 이제는 하품질이다. 아~ 어디 재밌는 일 없으려나. 고위신격이 되겠다며, 붙잡는 손 뿌리치고 이곳에 당도했건만 낭만적인 기류는 커녕 현대인의 삶으로부터 염증이나 느끼고 있는 상태다. 평생의 사랑은 무정한 아스팔트 도로에 몸 뉘인지 오래인데, 애초에 사랑을 홋카이도 밖에서 찾는 것부터가 잘못되었을지도ㅡ 비 맞은 중처럼 놈이 투덜거리고 마는 것이었다.
아무튼 마음이 방황하면 몸도 방황하기 마련이라는 말이 있다. 놈 역시 마찬가지였는데 주머니에 손을 끼워넣고 도로를 서성거리는 건 꽤나 궁상맞은 짓이다. 그러던 차에 누군가 붙잡는 건, 놈에게 퍽 반가운 처사였을 것이다.
"아, 그럴까요?"
다정한 목소리에 걸맞는 미소로, 절 붙잡은 젊은이를 보는데 아차 싶다. 귀엽게 부풀어 오른 소매, 화려한 레이스, 검은색 치마 위에 앙증맞게 올라간 앞치마. 양놈들의 시종 놀이, 뭐 그런 건가 싶다. 목구멍 앞까지 차오른 한숨을 삼킨 놈. 이런 곳에 혼자 들어가는 건 '적당히 모범적이고 장난스러운 오오구치군' 설정에 맞지 않는 행동인데. 좋지 않다.
"아~ 그러니까. 제 말은ㅡ"
와, 야바. 이리저리 시선 굴리며 당도한 끝이 도피처일리가 없다. 화려하게 꾸민 이 어린 여자는 그보다 더 화려한 말투로 절 반기건만, 이쯤되면 모르는 척 떼어내고 갈길 가겠건만... 명색에 수호신인지라 퍽 위태로워 보이는 처자를 매몰차게 거절하기가 힘들다. 코를 킁, 한 번하고 놈이 얼굴을 부비다가 결국 몸을 숙인다.
아..도복의 사이즈가 한 사이즈 더 컸으면 더 아름다웠을 텐데.. 아니다. 장비탓을 하지 말자. 그래도 태권도를 2년 간 그만두고도 아직도 900°가 되는 걸 보면 아직은 안 죽었는 걸? 매일 종합격투기만 했고, 작년에는 양아치들을 잡는다고 아름다움이 아닌 실전성에 둔 태권도 만을 써왔는데...이런 태권도를 다시 해보니깐 어릴 때로 돌아간 것같고. 잠시만.. 생각해보니깐 도복을 수선해보는 건 어떨까? 더 예쁜 디자인으로 말이야.
이제 샌드백이나 차볼까..생각했는데. 어디선가 목소리가 들린다. 이미 목소리가 들린 것부터 패닉이었다. 누군가가 봐버린 것이니깐. 당연히 주말에는 학교에 올 학생이 없다고 생각했으니깐..그래서 학교에 온 건데..
"네..네?"
무용부의 인재..? 아니, 그게 문제가 아니다. 누군가가 봤다는 거다. 정체는 처음 보는 예쁘장한 여학생이었다. 정돈이 잘 된 우아한 아가씨를 보는 듯한 인상을 주는 여학생. 하얀 피부가 먹물처럼 유독 검은 머리로 인해 더 부각됐다. 혼혈인 자신보다 더 하얗게 느껴질 정도. 그런데 그게 문제가 아니었다. 결국은 누군가가 봤다는 거지.
"아..아..그게요.."
불과 1분 전만 해도 카리스마 있고 날쎄게 날라다니던 녀석이 고장이 나버렸다. 동아리에 들었냐는 말에 잠시 대답을 못 할 정도로. 10초 간의 패닉이 지나고서야 겨우 대답을 할 수 있었다.
>>889 중요한 것은 오구치상 현재 <이케맨>이라는 것 아닐까요… 죄송하나 아까 그림 봣는데 열화판이 아니라 상향판 같습니다 ㄱ-;;
>>896 맞아 우리가 아는 그 도깨비 방망이 든 뿔난 도깨비는 한국 도깨비가 아니라 오니라는 말 들은 적 있어. 대충 인간들한테 맞춰줘서 귀신 얼굴도 해주는 것도 좋고 전까지는 20대 청년인 거 본모습도 없는 거 다 대박 진짜 넘 좋아요 비량아아아아악 ༼;´༎ຶ ༎ຶ༽ (👹: 누구세요)
>>901 젠장 키즈나히메님께 직접 축하도 받는다니 이거 질투가 치민다.. 후후 와그작 씹고 거기에 물까지 마시면 입에 폭탄 터진다구 졸음 사탕 먹는 치아키한테 물 주고 싶네 😇
아니 그나저나 골라달러는 레스 못 보고 답레 쓰러 뛰어갔는데 이렇게 알아서 구몬해주면.. 너무 좋아서 기절하죠… ㅇ)-(
>>902 토아는 토끼라는 뜻이었구나!! 큿소 이름부터 치밀하잖냐 (글썽) 요오즘 사람들은 문 열고 나갈 때도 뒷사람 있든 말든 걍 퍽 놓고 나가는데 무녀님은 당겨주기까지… 젠장.. 젠장 상냥함에 녹아버려———
리오는 속으로 작게 소리쳤다. 열 명 중에 세 명 정도가 전단지를 유심히 바라봐준다. 그 중 두 명이 가게까지 따라와주고 그 두 명 중 한 명 꼴로 재밌는 사람이다. 물론 여기서도 정말 순수하게 '재밌는' 사람인지 아니면 불손한 의도를 가진 사람인지는 50대 50의 지뢰찾기지만 리오는 뭐가 됐던 일하러 나온이상 빨리 실적을 올리는 편이 좋기도 한데다가 눈 앞의 이사람 재밌어보이기도 한다는게 리오의 흥미를 동하게 했다. 그도 그럴것이.
" 에-? "
덥썩 들어가면 모양이 빠지니까 조금 더 끈질기게 붙잡아달라는 말. 그 말에 리오는 고개를 갸웃하고는 금새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렇게 물어오는 사람들은 크게 세 가지 타입이다. 첫 번째, 용기가 부족하여 먼저 들어오기 힘들어하는 타입. 두 번째, 어느 가게를 가면 좋을지 저울질 하고 있기 때문에 캐스트가 어떻게 나오는지 보겠다는 타입. 마지막으로 세 번째는 그냥 '재밌는' 사람들이었다. 그럼 어떤 쪽일까. 리오는 한 발자국 더 다가서서 전단지를 보여주었다.
" 우리 카페 초-재밌어요- 평범하게 여자아이랑 얘기하면서 디저트 같은거 먹고, 마시는 그런 곳인데 지금이라면 이벤트 같은것도 있구요- 필수는 아니기 때문에 그냥 재밌게 놀다가도 상관없지만서두- "
이전에 있던 사람은 그런거에 관심이 없다고 조금 강하게 나왔다. 리오는 어떤가요? 하고 고개를 갸웃했다. 하얀 머리가 인상적이었다. 리오는 또 '하프?'라고 말할뻔 했지만 그랬다가 또 미움을 받을까 싶어 말을 아끼곤 또 뭐가 있을까- 하고 생각하며 무의식적으로 메이드복의 소매를 걷었다가 손목에 감아둔 붕대가 슬쩍 보이자마자 아차, 하고 다시 소매를 내렸다.
" 자자 여기 간판메뉴도 있어요. 지금은 계절 한정 메뉴로 벚꽃 버블티도 있고 이 쪽의 초코치즈 퐁듀도 추천메뉴입니다- 마지막으로 이 오므라이스는 제가 직접 만들어드리고 있어요~ 어떤가요-? "
고개를 살짝 들어 눈을 마주보았다. 아직 사람의 눈을 제대로 마주 보는 것은 조금 힘들지도 모르지만 마스크를 쓰고 있으면 얼굴의 대부분을 가리고 있는다는 생각에 무언가 안도감이 들어 조금 더 자신있게 대할 수있다. 다행히 이 주변에는 자기 말고는 호객행위를 하는 사람이 없기에 누가 채갈 걱정은 없겠다만, 다른 마음 먹지않게 최대한 빨리 데려가는 편이 좋을것이다. 리오는 우선 조금은 마구잡이로 전단지 한 장을 손에 쥐어주었다.
" 아- 맞아. 제 이름은 아리스(가명)라고 합니다, 주인님- 같이 돌아가실까요? "
여기서 일하면서 선배에게 배운 것이 있다면 초반에 확 휘어잡고 상대가 흥미를 보인다면 빠르게 파고드는 것이 좋다는 것이었다.
" 가게도 초-가까워요. 이쪽에서 저기로! 그리고 저기로! 두 번만 꺾으면 와아 - 도착입니다! "
아무래도 자신이 상황을 파악한 것에 대해서 적잖이 당황스러웠는지, 손을 마주치며 환기 겸 질문을 하는 이였다.
다만 그부분에선 좀 당혹스러웠을지, 아니면 가미즈나에서 겪었던 새로운 문화에서의 충격 비슷한 것일지, '지도를 보면 원하는 곳을 찾아갈 수 있다 하여 한참 보고 있었으나 이동되지 않았다.' 라는 말은 어딘가 엉뚱하게도 느껴졌다. 보통 이들이라면 순간이동 같은 시대착오적인 요행을 바라는구나 하는 반응을 보이겠지만...
"어떤 의미로는 그 '필멸자'만이 사용하는 편하지만 번거로운 도구일런지도 모르지요. 이런 곳엔 비서나 비령 같은 것도 없으니, 더욱이 그럴수 밖에요."
제 섬기는 신이 매일같이 그런 '요행'을 바라며 투덜거렸던 일들을 떠올렸다. 하지만 무녀이기 전에 인간인 몸으로서, 인간의 생이란 그리 호락호락하게 움직여주지 않았다. 어쩌면 그렇기에 더욱이 직접 바래다주는쪽을 선택했을지도 모르고,
...정말 만에 하나지만, 그냥 일러만주었다간 어쩐지 다시 길을 잃을 것 같이 느껴지기도 했으니...
"분부대로 하지요."
미약하게 올라간 입꼬리가 가볍게 걸리며 함께 가자는듯 손을 앞으로 뻗어보였다. 이런 모습에 익숙한 이들이어야 그녀가 지어보이는 지금 표정이 확실한 '미소'였노라 생각할만큼의 미묘한 변화일뿐, 일반적인 사람들에겐 여전히 다를게 없는 모습이겠지만.
"긴 호칭은 번거로우실 테니 그저 토끼라 불러주셔도 문제될건 없지만요."
일단 '귀 긴 짐승을 연상시키는 두 갈래 머리칼의 필멸자' 보단 '토끼같은 필멸자'가 더 짧을테니까. 일단 그녀 자신이 토끼와 닮았다는 말은 매일같이 들어오기도 했고,
반짝반짝, 참 부담스러운 시선으로 눈앞의 소년을 빤히 올려다보던 미야나기가 이내 분위기를 읽었는지 눈빛을 거두었다. 그야 이 남자아이, 나비같은 몸짓으로 거침없이 날며 무대를 제 것으로 만들던 모습은 어디 가고 기름칠을 잊은 로봇처럼 삐걱거린다. 놀란 거다. 부담스러운 거야! 아차 싶어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허둥지둥 고개를 숙였다.
“아, 전 미야나기 사에라고 합니다. 2학년 A반······. 이 학교 재학생 맞죠?“
가만. 이 학교, 그러고 보니 주말에 주민들한테도 교내 개방을 했던가? 외부인을 동아리에 입부시키는 것도 교칙상 가능할까? 순간적인 의문이 머릿속을 훑고 지나갔으나 오래 이어지지는 않았다. ‘패션 디자인부’라고 대답했다는 것 자체가 질문에 대한 답변이나 다름 없으니까. 벼락이라도 맞은 양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그녀가 슬퍼했다.
“패, 패션 디자인부요? 그건 무용은커녕 체육계도 아닌데.“
이런 인재를 어떻게 의자에 오래 앉혀놓을 수 있냔 말을까. 적어도 몸 쓰는 일이라면 이만큼 통탄스럽지는 않을 텐데! 이중으로 입부할 수는 없는 건가? 시간이 지나 조금 진정이 됐는지, 미야나기는 그제서야 소년의 모습이 지각된다. 비근히 볼 수 없는 푸른 눈동자에, 땀에 젖어도 멀건 흰 얼굴. 외국인. 아니, 혼혈인가? 이내 의아한 호기심에 휩싸인다. 이방인의 피가 섞인 외모로 동양적인 옷을 입은 모습이 제법 이질적이었다. 그렇다고 어울리지 않다는 건 아니지만.
”불쾌한 질문이 아니라면, 혹시 뭘 하고 계신 건지 여쭤도 되나요? 무술 종류인 것 같던데. 도복도 입으셨잖아요."
하야토는 부담스럽지 않았다. 창피할 뿐이었다. 혼자서 체육관에서 도복 입고 태권브이 놀이를 하다가 친구가 그걸 보고 " 너 뭐 하냐ㅋㅋ"라고 하는 상황(하야토 만의 상상)이라고 생각한 모양이다. 하지만 여학생의 반짝이는 눈빛에 오히려 진정이 됐다. 감탄하는 눈빛이었으니깐. 다행이네.
여학생은 자신을 소개했다. 하야토와 같은 학년인 2학년이었다. 복도나 실외에서 볼 법도 했는데..왜 이제서야 처음 보는 기분이지?
"네. 재학생 맞아요.. 2-C 학급, 류세이 하야토에요."
특히 하야토는 전학생이라서 이 여학생을 지나가는 길에서라도 봤다는 기억이 없었다. 여학생의 입장에서는 얘가 재학생이 맞나 의문이 들 수도 있을 법한 상황.
"네. 체육계는 아니에요..하하.."
그게.. 원래는 체육계였는데..지금은 아니에요. 지금은 그냥 취미로만 하는 정도지. 그에 비해 이 여학생은 무용부임이 확실했다. 무용부의 인재라고 하거나 무용에 연관지어서 말하는 걸 보면..충분히 유추해낼 수 있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질문.. 아, 일본인들은 태권도를 잘 모르나보네.
"태권도 하고 있었어요. 공수도 말고 태권도. 공수도는 일본, 태권도는 한국."
일본인들이 무술 하면 떠오르는 것들이 유도와 공수도지. 태권도는 아마 생소할 것이다. 이 마을만 봐도 태권도장이 없는데, 지금 내가 이 체육관에서 이러는 이유 중 하나지. 어쨋든 공수도로 오해하지 않았으면 좋겠었다.
당신의 명쾌한 해명에 그녀는 자신의 허리를 끌어안듯 팔짱을 끼고서는 오히려 골똘히 생각에 빠찐 얼굴을 지어보였다. 아무래도 그녀라는 존재는, 이 학교의 내부구조를 담은 약도에 대해서 '공간전송의 기능은 있으나 필멸자 이외의 존재는 사용할 수 없도록 만들어진 도구'로 받아들인 것 같았다. 그렇다면 이 지도는 무엇을 위해 비치되어 있는 걸까... '...혹시 이사장이 내리는 신들에게로의 시련?' 당신 앞의 그녀는 지금 아주 진지한 얼굴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중일지도. 당신이 거기서 호칭에 대해 제안하자, 그녀는 다시 한 번 고개를 기울이며 말한다.
"...그럼, '토끼를 닮은 두 갈래의 필멸자'...?"
아뿔사, 그저 귀 긴 짐승이라는 키워드만을 줄였을 뿐인데다, 이래서야 무엇이 두 갈래인지도 알 수 없게 됐다. 아닌게 아니라, 어딘지 맹해보이는 외모의 그녀이긴하다만... 단지 외모뿐만이 아니었던걸까. 이런 사람이 있으니 겉모습으로 판단하지 말라는 말이 절로 무색해진다. 그리고 당신은 그런 그녀에게 은밀한 미소를 지으며 손을 앞으로 뻗는다. 그녀는, 당신의 손을 보고 조금 머뭇거리긴 했지만.
"...음."
사이에 벽이 있는 것처럼 손을 알음알음 거리며 주저하는 기색을 보이다가도, 이내는 뻗어진 당신의 손을 맞잡았다. 방금까지도 봄의 센 바람에 노출 된 듯이 한기가 느껴지는 손이었다.
제법 우쭐해진 놈이 엄지를 보이며 화색한다. 북해도 개도 인세人世 3년이면 메이드카페도 간다, 이말씀. 귀여운 애들이랑 평범하게 하트도 그려보고, 대화도 나누고 이상한 짓 하면 회식자리에서 개진상 변태로 왕창 씹히는 그런거. 이런저런 연유(연애, 학교 생활, 아르바이트 등등)로 감정노동 몇 번 해보면 인간 세상이 어떻게 굴러가는지 알게 되어있다. 그 중 이곳은 감정노동 분야의 최선두주자라는 점에서 본받을 점이 몇 있다고, 그렇게 놈은 생각해본다.
적절히 이어지는 호객 행위, 좋고. 어영부영 끌려가는 초식남 설정, 괜찮다. 사실 이쯤되면 설정이니 뭐니 상관 없어져버린 것이 놈의 변덕인데... 붕대가 눈에 띄어버린 탓에 변덕보다는 의무감이 불쑥 박차고 나온다. 실수로 팔목을 다쳐버렸다라고 믿어버리면 그만이겠다만, 신이 믿음의 주체가 될 수 없다는게 문제라면 문제겠다. 이이다ㅡ 오늘 하루 기분 좋게 만들어 줘야 할 것 같잖아. 게다가 놈은 태어나기를 수호신으로 태어나 인간의 안위에 상당히 민감한 편이다. 대부분은 아니겠지만 몇몇 신들은 믿음을 바탕으로 강제된 성격이나 태도가 있는 편이데, 오오구치사마는 특히 그랬다. 이제는 즐거운 마음보다는 일을 하는 기분에 가까워져버렸다고 해야할까.
"예에ㅡ 갑시다. 퐁듀니 오므라이스니 좋으니 가보자고요, 애리스사마."
시선을 마주하려는 리오에겐 애석하게도 놈은 눈을 감아버린다. 의도한 건 아니고, 평소처럼 눈웃음을 짓다 생긴 우연의 일치다. 눈 마주치는 일이 어색한 리오에게 놈의 큰 눈동자는 다소 부담일지 모르니 오히려 다행일 수도 있는 일이다. 전단지를 적당히 손에 들고, 가격대는 어찌됐든 좋으니 제일 맛있어보이는 걸 먹어보실까. 일은 일이고 밥은 밥이지. 북해도 고오급 식재료만 진상되어, 그것들을 받아먹고 살아왔다는 오오구치사마는 입맛이 까다로운 편이었다. 메뉴판을 오랫동안 살펴보는 것도 그 탓이다.
"와아ㅡ 길 안내 고마웠어요. 덕분에 무사히 가게까지 도착!"
어느정도 사회생활할 줄 아는 놈인지라 박수까지 쳐주면서 반응을 해준다. 대충 안내해주는 바테이블ㅡ혼자 온 까닭이다ㅡ에 앉아 주변을 살펴보지도 않고 용건부터 말한다.
자세한 사정은 잘 몰라도—그가 전학생이라는 사실이라든가— 어쨌건 그녀는 사정상 수업을 자주 듣지 않기에 얼굴이 익숙치 않은 건 당연하다고 여겼다. 주말에 체육관을 찾은 적도 손에 꼽고. 아무튼 낯선 이름의 이국적인 종목이 의아한지 미야나기는 흥미로운 눈치였다. 아하. 그러고 보니 올림픽에서 스치듯 본 적 있는 것 같지. 당연히 척 봐도 순수 일본인은 아닌 것 같았지만, 서양이랑 한국 혼혈인 걸까? 한국과 전혀 관련 없는 사람이 전통 무예를 저렇게 심도 있게 다룰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으니까. 다만 혈통은 묻는 건 실례라 판단한 건지 묻지 않고 접어둔다. 따라서, 어쩌다 생소한 무도를 익히게 된 건지도 구태여 묻지 않았다. 궁금했지만 알려줄 마음이 있다면 본인이 먼저 말해주겠거니 싶은 생각으로. 미야나기는 불쾌하지 않을 적정선을 지키는 사람이었다. 초면의 행인에게는 더더욱. 질문할 거리는 많있지만 일단 적당히 물을 수 있을 법한 것들만 잘 골라 묻는다.
”우와······. 전공? 아니면 취미? 혼자 하는 건가요? 일본에는 가르치는 곳이 잘 없을 텐데.“
리오는 속으로 작게 쾌재를 불렀다. 이 정도면 가챠로 치면 3성 캐릭터 중에서도 성능 좋은 녀석을 뽑을 확률이다. 가게로 데려오는 것도 스무스하게 넘어갔고 이상한 사람도 아닌 것 같았다. 중간에 눈을 크게 마주봐야 했을 때는 또 뚝딱거리며 고장이 날 뻔 했지만 어렵지 않게 넘어갈 수 있었다. 가게로 걸어가는 동안에는 정말 가벼운 잡담정도가 이어졌다. 날씨가 어떻다느니, 뭐가 맛있다느니 하는 것들. 이 정도 이야기도 이어나가지 못하며 묵묵히 걷는다면 그건 그거대로 여기서 일 할 자격이 없는 것이었다.
" 아- 주인님 급해요 급해. 잠깐만요- "
오자마자 테이블부터 찾아서 리오는 곤란하다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이 가게의 문을 넘는 순간부터 아니, 가게로 들어오는 계단을 밟는 순간부터 마법은 시작되고 바깥 세계와는 또 다른 세계로 들어오는 것이다. 로마에서는 로마의 법을 따르라고 했던가. 이 세계에는 이 세계만의 법이 있는 것이다. 리오는 가게에 들어오자마자 조금 더 프로다운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약간의 커뮤증 때문에 사람을 대하는 것이 힘들고 잘해주면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주면서까지 의존하려는 의존증에 자신을 좋아해주지 않으면 자기파괴까지 일삼는 멘헤라까지 있지만 그 모든 것을 고치기 위해 고교데뷔 한 것이니까. 리오는 흠흠- 하고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역시 거리보다는 이 가게 안이 더 마음이 편하다. 익숙하게 카운터의 핸드벨을 잡은 리오는 딸랑딸랑- 하고 벨소리가 울리게 한 뒤 조금 큰 소리로 외쳤다.
" 주인님께서 돌아오셨습니다아 - ! ! "
이것이 신호였다. 가게 안의 모든 메이드들과 리오는 미소를 짓고 이 세계만의 인사를 건넸다.
" 어서오세요 주인님 -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 ! "
그 인사가 끝나고 나서야 리오는 다시 자리로 안내해주었다. 메뉴를 말하는 대로 종이에 적고는 카운터에 전달해주었고 다시 자리로 돌아와 접객에 힘썼다.
" 돌아와주셔서 감사해요 - 오늘 주인님이 돌아가시기 전에 주인님의 모에레벨을 아리스랑 같이 잔뜩 채워보자구요☆ "
가게 안에서 쓰는 이름은 리오가 아닌 아리스였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할 때의 그것. 리오는 검은색 마스크를 벗어 에이프런의 앞주머니에 고이 접어 집어넣었다. 그리고 무의식적으로 또 팔의 소매를 걷었다가 아차차, 하고 가리고 마는 것이었다.
스스로 팔짱을 끼며 생각에 잠긴 반응을 보아하니 뭔가 자신의 말을 그녀가 대강 이해한듯 싶지만, 어쩐지 모를 불안감이 엄습해왔다. 이를테면 이상한 부분에서 캥겨 엉뚱한 오해가 생긴다던지...
그런 마음이 들었지만 일단 그런 걱정은 뒤로 해두고 안전하게(?) 목적지인 도서관까지 바래다 주는 것이 자신의 임무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종일관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는 모습엔 조금 의아하긴 했지만... 단순히 자신처럼 이곳의 상황이 익숙하지 않은 걸 수도 있으니.
그것이 어떤 시점에서의 차이냐는 조금 달라지겠지만...
"......"
큰일이다. 도리어 더 난해한 호칭이 되어버린 상황에 그녀는 당혹스러워해야 할지 웃어넘겨야 할지 순간적으로 고민에 빠졌지만 고민보다 더 빨리 후자쪽으로 몸이 반응하고 있었다.
"두갈래의 필멸자라... 두갈래(헤어스타일)가 영 틀린 말은 아니겠지만요~"
엉뚱한 호칭이 되어버렸음에도 아랑곳않는 그녀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이젠 나른함이 느껴지는 분위기를 넘어 어딘가 맹해보이는 구석까지 느껴지기도 했다. 안내하기 위한 손을 머뭇거리다가 이내 맞잡은 것까지 포함해서,
그래도 좋은게 좋은 거니까, 오히려 이렇게 잡고 이끌지 않으면 그녀가 도중에 알 수 없는 이유로 멈춰서거나 하진 않을까 싶은 불필요한 걱정까지 생겨나는 토아였다. 이것도 번뇌라면 번뇌라고 해야 할지...
"마치 봄바람이 불어오는 것 같네요. 물론 봄이긴 하지만요?"
손에 휘감기는 조금은 거센 봄바람 같은 감촉, 사람의 체온이라 생각하기엔 미미한 한기마저 느껴질 정도였지만 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있었다. 어찌 되었건 손을 잡고 있다는건, 제대로 이끌고 있다는 뜻이었으니까.
그렇다고 손만 잡았다고 무작정 앞으로만 향하는 것이 아닌, 가끔 그녀쪽으로 돌아보기도 했다.
하야토가 처음부터 고교생활을 가미즈나에서 시작했다면 서로 알지는 못해도 얼굴은 알고 있었을 거다. 둘 다 눈에 띄는 외관이니깐 말이야. 하나는 양아치스러워 보이는 혼혈. 또 하나는 '아가씨'라는 단어가 적절한 정돈된 소녀. 그나저나 A 학급이면은.. 전에 내가 중재해줬던 사춘기 소년과 같은 반이 아닌가? 내가 오토바이까지 태워줬지만 막상 통성명은 못 했는데 말이야. 그 친구.. 틱틱대지만 나쁜 친구는 아니라고 느껴졌는데. 뭐랄까, 챙겨주면 무슨 오지랖이냐고 화낼 것 같지만 그래도 챙겨주고 싶은 녀석이랄까.
갑자기 얘기가 다른 데로 흘렀네. 어제 치아키 선배의 "얌전한 척 하는 질 나쁜 양아치가 싫어"에 이어서 이번에는 태권도를 어떻게 배웠냐는 포크볼. 이 학교 학생들은 입학하기 전에 야구부한테 포크볼 합숙훈련이라도 받나?
"취미에요, 취미..헤.. 운 좋게도 제가 가르치는 곳이 있는 동네에서 살았어가지고.."
절대 영국에서의 태권도 유망주였다는 얘기는 안 한다. 그 전에 원래 전공이었던 걸 취미였다고 거짓말을 하기도 했고. 영국에서 살았다는 사실도 숨겼다. 이어서 빠르게 화제를 돌리는 하야토.
“와, 전학생? 저도인데! 전학생은 아니지만 외지인이죠. 역시 류세이 군도 칸토 사람이군요? 저, 마찬가지로 칸토 출신이에요.“
가미즈나 특유의 칸사이 억양이 섞이지 않은 말씨에서 이미 느낄 수 있었지만, 타지 출신인 점을 확답 받고 나서야 미야나기는 기쁜 듯 부드러운 얼굴을 하며 나섰다. 일본인이 아닌 부모님의 영향으로 칸토 말을 구사하나 싶었으니까. 아무튼 먼 타지에서 동향의 사람을 만나면 반가운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차별이나 텃세가 있는 것은 아님에도 토박이와 외지인 사이에는 미묘한 간벽이 있지. 미야나기는 조금 더 긴장감이 누그러젔는지 한결 풀어진 모습을 했다.
“아까 살짝 본 거지만 취미 수준은 아니던데요. 태권도는 잘 모르지만 프로로 세워도 문제 없어 보이는 동세였어요. ······발레도 시켜 놓으면 틀림없이 무지 잘하겠지.“
뒷말은 혼자 웅얼거리듯 작게 말한다. 이내 미야나기는 소년이 주제를 바꾸고 싶은 것처럼 약간 얼버무리는 듯한 느낌을 받았지만, 구태여 되묻지는 않고 그 바람대로 묵인했다. 당연히 미심쩍은 부분은 있지만. 그야 체육인의 눈은 속일 수 없다. 훈련 받은 사람과 그렇지 않은 일반인 정도야 껌 씹듯이 알아본다고! 황망히 물어오는 그 질문이 화제 전환을 위함임을 알지만 그녀는 순순히 대답했다.
“무용부 부장이에요. 오늘은 시간이 비어서 잠깐 학교에서 연습이나 할까 하고 온······ 아앗, 내 가방.“
그제서야 내평겨친 튜튜와 가방이 생각났는지, 말하다 말고 한펄쩍 뛰고는 허둥지둥 출입구쪽으로 걸어가려 했다.
"그렇습니까...? 그렇다면 이상한 일이군요. 실내에는, 바람이 불지 않는 걸로 알고 있는데......"
이럴수가, 운치도 없다니. 그녀는 당신의 비유를 전혀 알아듣지 못하고 엉뚱한 소리를 중얼거리고 만다. 이 사신, 본디 상당히 맹한게 분명한데 묘한 구석에서는 또 현실적이기까지 하다. 인간에게 있어서는 한없이 이상하고 까다로운 상대가 아닐 수가 없는 것이다. 하지만 사람과는 다르게 제멋대로인 것이 또 신이라는 작자들. 그런 신을 모시는 진즉 모시고 있던 전적이 있기 때문일까, 그럼에도 당신은 꿋꿋하게 그런 그녀를 이끌고 점차 도서관을 향해 나아간다. 반면, 뒤를 돌아서 본 그녀의 얼굴은 정작 여전히 자신이 어디로 가고있는지도 모르는 듯한 얼굴이다... 그녀는 당신과 눈을 마주치면, 그녀쪽에서도 이따금 의문섞인 눈빛을 해보이고는 해서 이 손을 놓으면 어딘가로 흩어져버릴 것 같다는 당신의 불안을 조금은 부추기고 있었다.
"......토끼를 닮은 두 갈래의 필멸자여."
그리고 거기서 갑자기 또 그렇게 부르는 건가.
"본래 저는... 눈으로 보이는 것이 아닌, 영을 통해서 길을 감지하고, 찾아갈 수 있답니다."
무슨 말을 하나 싶더니 급고백이다. 달리 말하자면, 어찌하여 지도 앞에서 길을 찾아가지 못하고 헤매이고 있었는지에 대한 변명쯤 되는 것 같은데. 그 변명이란 것이 조금 괴랄하게 들리지만... 평범한 인간에게는 괴담, 혹은 그저 성장기 한 때의 발언이라고 들릴 뿐이지만, 어쨌건 그녀는 그럴 수 있었다. 왜냐하면 죽음 본인이니까.
"허나 그렇게 하기에는 이곳은... 떠도는 혼이 너무나 많이 느껴져서... 혼란스러워서...... 곤란합니다. 으음..."
하지만 그러한 것도 모르고서, 무언가에 부딪히면 어쩌려고 그러는지 보행중에도 눈을 지그시 감고서 고개를 설레설레 흔드는 것으로 그렇게 말을 이어갔다.
시적 심상에 돌아온 현실적인 대답, 하지만 그것조차 나쁘지 않다 생각했는지 표정은 바뀌지 않았다.
"왠지 그런 느낌이 들었다고 할까요?"
무드라던지, 운치라던지는 사람마다 느끼는 바가 다른법. 설령 느끼는게 같다 해도 그걸 표현하는 방식에 따라 또 여럿으로 나뉘는 법. 마치 같은 원전에서 태어났으나 전혀 다른 신들이 있는 것처럼, 세상엔 이런저런 사람들의 가짓수가 있었다. 자신이 생각하는 것도, 그녀가 생각하는 것도 그저 그정도의 차이일 뿐이다. 각자의 개성, 각자의 주장, 각자의 감정, 그런 차이가 누군가에겐 별것 아닐지 몰라도 다른 누군가에겐 마냥 신기하게만 느껴지는 법이다.
그 와중에도 갑자기 훅 치고 들어오는 독특한 호칭, 고해인듯 고해 아닌 담담한 이야기에 잠시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는지 발걸음은 조금 느려졌다.
"과연... 그렇다면 더욱이 어지러울 수 밖에 없는 일이지요."
본디 영을 통해 길을 밝히는 존재이나 이 구천엔 그런 떠도는 영들, 머무르는 영들이 워낙 많은 곳이니 시야의 혼선이 오는 것들도 어찌보면 당연한 일. 무녀로서 영안이 있는 자신도 그런 존재들을 하나하나 감지하거늘, 하물며 그 영으로 길을 찾는 이는 오죽 혼란스러울까.
"혹여 눈을 감는 것만으로도 그 혼란이 조금이나마 해소가 된다면, 그리 하셔도 좋답니다."
스스로가 어디로 향하는지도 모르는 시선이나 어딘가에 부딪히진 않을까 싶을만큼 눈을 감고 도리질을 하는 것도 그 이유가 있어서는 아닐지... 생각에 잠긴 것과는 다른 의미로 그녀가 어딘가에 쏠리지 않도록 발걸음은 한층 더 조심스러워졌다. 도중에 흩어져버린들 어찌 할수 없다지만, 재촉한다 해서 달라질 것은 없는 법. 가령 흐르는 모래를 건지겠답시고 꽉 쥐면 도리어 더 흘러내려 남는 것이 없듯, 찬찬히 길을 살펴 안내하는 것 또한 하나의 방법일지도.
곤란해하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미야나기는 싱글벙글 반갑기만 한 기색이었다. 같은 동네라니······. 도쿄가 넓기로는 얼마나 넓은데 동네 친구—였던 것— 정도로 생각하고 있으니. 내색은 안 했어도 미야나기는 고향을 꽤나 그리는 눈치였다. 아무렴 근교의 대도시가 있다 해도 수도만큼 좋지는 않을 테니까. 이내 소년의 둘러대는 듯한 겸양 표현에 그녀는 조금 웃었다.
그러면서 미야나기는 본인 손으로 직접 내던진 짐들을 쭈그려 앉아 꾸역꾸역 챙겼다. 텀블러 안 깨졌고 요가링 멀쩡하고. 토슈즈, ······다행히 밑에 깔린 웜업 부츠 덕분에 살았다. 튜튜도 일단 겉보기로는 판이 처진 것 같지는 않아 보이니까 무사하다. 이럴 수가! 콩쿠르 얼마 남지도 않았는데 지 가방을 냅다 던지는 미친 짓을······. 이마를 짚던 미야나기가 그제야 생각을 번뜩 멈추며 앗! 하고 탄식했다. 아니 참 그래 나 여기 웜업하러 온 건데 뭘 하고 있는 거지! 손등으로 식은땀을 훔치며 미야나기가 얼른 고개를 꾸벅 숙였다.
“그러고 보니 한창 연습 중에 결례를 끼쳤네요. 많이 방해됐죠? 류세이 군도 편하게 있고 싶을 텐데 훔쳐보기나 하고 함부로 말 걸고. 기분 나쁘셨다면 사과할게요.“
/아냐 나도 기절잠 자버렸다……!! 뻘하게 원래 사에는 롯폰기 출신인 걸로 하려고 했는데 (이유: 그냥 사에주가 좋아함) 가부키 배우가 롯폰기 타워맨션에서 사는 건 좀 이상한 것 같아서 스테디의 타카나와로 타협했다는 비하인드가… 🙃
>>983 안녕하세요 캡틴! 저야말로 잘 부탁드리고 좋은 오전입니다! 그러고 보니 이제 와서기는 하지만 현생 사정상 자주는 못 올 것 같은데 이 부분 괜찮을까요... >>983 안녕하세요 사에주! 가미즈나 마을 신님들과 다르게 힘 없는 한낱 인간인지라 평일에게 뚜까 당해버렸습니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