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든 선물 한 가지를 받을 수 있다면 뭘 부탁하고 싶어?" 아이자와 치아키:무엇이든?! 아이자와 치아키:그렇다면 나는 평소에는 정말로 구하기 힘든 그런 차를 받고 싶어. 막 엄청 비싸서 쉽게 살 수 없는 그런 것들 있잖아? 아이자와 치아키:기왕이면 홍차류로 말이야. 수입해서 들어온 것이 아니라 원산지의 신선함이 그대로 살아있는 것이면 더 좋을 것 같은데. 아. 하지만 맛은 별 차이 없으려나? 그렇다면 영국 왕실의 사람들이 먹는 그런 거 있잖아! 그런 거 먹고 싶어! 아. 혹시 특별한 차가 아니라 팔고 있는 차와 비슷하려나? 아이자와 치아키:아무튼 고급 차 받고 싶어어어!! 타는 차 말고 먹는 차! 티!!
"고백을 받아들이는 방식은?" 아이자와 치아키:더도 말고 덜도 말고 난 한가지만 물을거야. 아이자와 치아키:그리고 그 답에 따라서 생각하고 결정할거야. 아이자와 치아키:그게 뭐냐고? 글쎄에~ 나에게 고백할 생각이야? 그런거야? 그런거야? 응? 그런거야? (얄밉)
"위로해 줘." 아이자와 치아키:(말 없이 살며시 꼬옥 안아주기) 아이자와 치아키: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아이자와 치아키:너는 정말 열심히 했어. 그러니까 울어도 괜찮고 잠시 넘어져도 괜찮아. 아이자와 치아키:이 학생회장님이 보장해줄게.
방금 정신이 아득해질 뻔 한 상황도 겨우겨우 잘 버텨냈다고 생각했는데, 또 다시 사치의 한계를 안드로메다 정도로 뛰어넘는 아찔한 것이 오고 말았다! 이제는 눈 앞의 소년에게서 어쩐지 후광 같은 것이 뿜어져나오는 것 같기도 하다. 이것이.... 「진짜」! 이것이 인싸! 아아, 나 같은 음침한 외톨이 불행인간은 동경하게 되어 버려요옷~~~!!!
......그런 마음의 비명과는 다르게, 여전히도 사치의 몸은 말을 듣지 않고 마구 뚝딱대기만 하는 것이었다. 유, 유유, 유즈, 유, 윳, 고장이라도 난 로봇처럼 덜덜거리는 것이, 곧 푸슈ㅡ 하고 연기를 피워올리며 작동을 멈출 것만 같다. 한참 뒤에서야 작게 유즈루, 하고 중얼거리듯 소년의 이름을 불러 보는 것이다. 아무래도 친근하게 부르기에는 상당한 마음의 준비가 필요할 것 같은 모양인지. 아악, 부끄러워~~~~~!! 수치심에 홧홧해진 것 같은 얼굴을 보이기 싫어 머리카락 따위를 동원해 필사적으로 가리기 시작했다.
“.......사람이 많은 곳은 좀, 익숙하지 않아서...”
게다가 군중 한복판에서, 무의식적으로 낙법을 치는 일은 될 수 있으면 면하고 싶다. 새학기의 시작부터 그럴 수는 없다. 정말로. 어쩐지 묘하게 탁해진 눈을 하고선 응, 하고 주억거리며 말끝을 흐렸다. 게다가 유명한 절과 신사는 예전에 다 가 봤는걸. 물론 자신의 불행 개선에 조금의 도움도 되지 않았던 것은 덤이다. 이어진 소년의 말에 커진 눈으로, 조금 시선을 들었다. 그리곤 놀란 목소리로 말을 건네는 것이다.
소년은 결국 못 참고 푸흑, 하며 웃음을 터트리고 만다. 한참동안 어깨를 들썩거리며 웃던 유즈루는 후- 하고, 웃음을 갈무리하고 나서도 꽤 즐거워보였다. 저 뚝딱거리는 거 되게 재밌다. 운동 하나도 안 해본 거 같고. 얼굴 빨개진 것도 귀여워. 중학생 같네ㅋㅋㅋㅋ 아니, 동갑이지만. 저 연기나는 머리 위에 손 대면 엄청 따끈따끈할 것 같다.
더 골려주고 싶은 마음이 들지만, 그러면 "으, 으아아아악~! 괴, 괴한이에욧!" 하고 도망치다 신사의 내리막을 데굴데굴 구를 것만 같아서, 뒷목을 긁적거리며 무마했다. 이런 타입은 받아준다고 또 그대로 성큼성큼 들어서면 소리없이 멀어지니까 말이야, 곤란하지. 저 눈 갑자기 동태처럼 변했다고?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
"으음~ 소원 말이지. 뭐, 다들 보는 데에서 비는 건 부끄럽기도 하고오...ㅋㅋㅋㅋ 오늘치 신력은 삿쨩한테 다 가버린 걸까- 싶어서. 아무래도 좋아졌어. 아, 이거 같이 가기 싫다는 이야기인가- 그러면 좀 섭섭한뎅. 어차피 가는 길은 비슷할 거잖아? 같은 가미즈나니까. 같이 가자?"
사치의 머플러 끝을 슬쩍 잡아당기며, 유즈루는 토리이 쪽을 채근하고 있었다. 어지간히 남에게 보여주기 싫은 건지, 그게 아니면 정말 아무래도 좋아진 건지.
소년이 무엇 때문에 웃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도무지 알 도리가 없었지만, 괜스레 멋쩍은 기분이 되어 아직 열기가 가라앉지 않은 얼굴을 머플러 안으로 숨길 뿐이다. 방금.. 분명히 좀 이상한 애라고 생각했겠지! 그랬을 거야!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고요한 비명과 함께. 아무래도 오늘 밤을 함께 할 강렬한 흑역사는 이미 정해진 것 같기도 하다.
“..헉, 서, 설마....!”
내가 소원을 너무 많이 빌어서 이 신사 신님의 신력이 바닥나기라도 한 걸까...! 순간 경악에 가까운 빛이 안경 너머로 가볍게 스쳐 지나갔다. 아니, 그치만 그 정도로 많이는......!
........
......
..
...아니, 역시 너무 많이 빌어버린 게 맞을지도. 방금까지 눈을 감고 되뇌었던 소원 리스트들이 머릿속에 줄줄줄 스쳐 지나간다. 아무래도 너무 오래 몰입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저 혼자 다 써 버려서 미, 미안해요..~~!! 잔뜩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전하는 사과가.
거기다 소년이 머플러 끝을 잡아당기는 것 또한 전혀 예상하지 못 한 일이었기에 움찔, 하고 반사적으로 제법 큰 들썩임이 일었다. 으악, 이렇게 일일히 반응하는 것도 이상하게 보일 텐데! 그러나 항상 사치의 몸은 원하는 대로 움직여 주는 법이 없었다. 그래, 지금도 겨우 가라앉던 얼굴이 다시 홧홧해지는데. 게다가 집에? 같이? 오늘 막 만든 친구랑? 으? 아?
“그, 그, 그치만, 넘어지는 거 말고, 다른 위험에 처할 수도 있는데....!“
유, 유즈, 유즈루 군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저 같은 불행의 아이콘이랑, 같이 가는 건...! 겨우 더듬더듬 이야기를 꺼내며, 소년의 눈치를 살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