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 신이라는 것은 꽤나 신기한 느낌이다. 생각해보자. 우리 집에서 방 정리 안한다고 어머니에게 혼나는 우리 집 누나는 우리 할머니의 자리를 이어서 언젠가 2대 인연의 신이 되겠다고 다짐하고 있는 신이다. 우리 할머니는 인연의 신이며 이 마을을 수호하고 있는 신이라고는 하지만 딱히 위엄이라던가 그런 것은 없고 순정 만화 보는 것을 그렇게나 좋아해서 가끔 서점에 가서 순정 만화를 슬쩍 사오거나 혹은 나에게 심부름을 시키기도 한다. 덕분에 요즘 순정 만화가 뭐가 있는지 다 알 정도로. 우리 아버지는 또 어떤가. 분명히 신이라고는 하는데 혼인의식이라는 것을 치룬 우리 어머니에게 꼼짝도 못하고 있다. 신화 속의 신은 정말로 위엄이 있고 무섭고 절대로 닿을 수 없는 존재인데 실상은 이렇다. 물론 모든 신이 이런 것은 아니겠지만 내 세계의 신이란 이런 존재들이다.
영원히 살긴 하지만 결국 사는 모습을 보면 인간들과 크게 다를 것 없는 존재. 인간은 도저히 흉내낼 수도 없는 막강한 힘과 능력을 지녔지만 그것을 보여주지만 않으면 인간과도 같은 존재.
그래서일까. 신을 따라야 한다니, 신의 앞에서 머리를 숙여야 한다니, 신은 위대하다니. 그런 말을 들어도 딱히 와닿는 것이 없었다. 신화 속의 이자나미 님과 이자나기 님은 물론이며 아마테라스 님 등도 모두 실상을 알고 보면 다들 인간과 크게 다를 바 없이 살아가는 존재가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할 때가 많다.
어디 그 뿐일까. 이 마을에는 분명히 여러 신들이 있을 것이다. 신은 척 보기만 해도 상대가 신이라는 것을 바로 안다는데 나는 인간인만큼 누가 신인지는 알 수 없었다. 사실 별 관심도 없지만. 누가 신이건, 누가 인간이건 그런 것은 나에게 있어서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물론 그 신이 이 마을을 해치려고 하는, 혹은 내 주변의 사람들을 해치려고 하는 악신이라면 얘기가 달라지겠지만. 그렇다고 해도 할머니가 알아서 처치해버린다고 하니까 별 상관없지 않을까.
요점은 이렇다. 결국 신이라는 이들과 인간이라는 이들의 차이는 그다지 없지 않을까라는 생각. 의외로 신들은 인간 냄새가 많이 나는, 정말로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그런 아저씨, 아줌마, 또래, 동생 같은 존재가 아닐까 하는 생각. 그렇다고 한다면 상대가 신이건, 인간이건 그게 뭐가 중요할까. 물론 '혼인 의식'이라는 것을 하려고 여기로 찾아온 신들이나 정말로 신에 심취해있어서 그 신에 푹 빠져버린 존재라면 이야기는 다를지도 모르겠지만.
혹시 모르지? 내 옆자리의 친구가 어쩌면 신일지도.
하지만 그런 것은 아무래도 좋아. 지금의 난 학생회장으로서 신들조차도 재밌어할만한 그런 한 해를 만들고 싶으니까.
그럼 일해볼까. 오늘도. 신이건 인간이건, 모두가 기억해주는 그런 학생회장으로서 조금은 기억되고 싶으니 말이야.
분명 이상한 사람이 됐을 거에요. 갑자기 자리를 물어봤으니까 왜 물어보느냐고 반문이 돌아와도 할 말이 없어요. 하지만 거기다 대고 제가 잘못한 것이 많은 것 같아서, 책상 서랍에다가 사과의 의미로 사탕 하나를 숨겨두고 싶은데 자리를 몰라서 물어봤습니다. 하고 말할 수는 없으니까요! 어떻게 말해야할 지 고민하는 사이 역시 상냥한 와타누키 씨는 자리를 알려주었어요. 저기 구석에 혼자라면, 복도 쪽 창가 맨 뒤에 홀로 있는 자리입니다. 이제 저는 무슨 맛 사탕을 살지만 고민하면 됩니다.
“와타누키 씨, 알레르기 있어요?”
빨간 포장지의 사탕이 무슨 맛일지 생각합니다. 딸기, 사과, 체리 정도일까요? 하지만 알레르기가 있으면 큰일납니다. 그러니까 알레르기가 있는 지도 물어봅니다. 이미 이상한 사람이 됐다면 이 김에 더 이상한 사람이 되어도 상관 없을 거에요. 그래서 알레르기를 물어보았는데... 역시 이건 너무 이상한 사람인 것 같아요!
“... 청소하면 먼지 납니다. 먼지 알레르기 있으면 가렵습니다. 재채기 할 거면 가세요.”
>>637 세상에. 오히려 위기를 기회로 바꿔서 옷을 홍보하다니! 과연 직공신!! 그리고 부모님의 꽁냥거림. 아. 이해해요. 바로 눈앞에서 보면 아무래도 기분이 참 애매해지죠. 그거. (납득) ㅋㅋㅋㅋㅋㅋ 아닛. 그런 이유로 주관식이 쉬운건가요?! 물론 그럴 수도 있지만요! 오히려 창의성이 좋으면 주관식이 더 쉬울 수도 있는 법이죠! 물론 맞춰야 해당되는 말이지만.(옆눈)
>>644 엗. 안돼요! 전학 못 가! 어딜 전학을 가! 절대로 못 가!! (필사적으로 막기)
>>645 어서 오세요! 안즈주!! 확실히 활발한 이미지가 아주 잘 살고 있는 가챠 카드 리스트네요! 다 뽑아버려야만 해! (지갑 봉인 해제)(안돼)
아무도 없던 것만 같았던 뒷뜰에 사실 누군가가 있었다는 상황은 미카를 깜짝 놀라게 하기 충분했다 페트병 떨어지는 소리에 몸을 움찔하고 황급히 뒤를 돌아보는 미카 거기엔 체육복 입은 조그만 남학생이 있었다 갈팡질팡하는 손과 당황한 눈빛 미카는 소년이 도대체 뭘 말하고 싶은 건가 싶어서 한숨을 내쉬었다
"뭐라는 거야."
정말 순수한 의문이 담긴 중얼거림이다 의외라고 해야 할까, 미카의 첫마디는 선생들한테 꼰지르면 큰일을 당하게 될 거라던가 훔쳐봤으니 혼을 내줘야겠다던가 그런 질 나쁜 협박 따위는 아니었다
"마음에 들던 사람에게 버림받았다고 느끼는 순간은?" (이것은 나가토와 상당히 친밀해졌을 때 들을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나가토: 초등학교 고학년 때 말이지, 도쿄에서 전학을 왔다는 녀석과 친해진 적이 있어. 그땐 나도 꽤 누군가와 친해지고 싶다고 생각하고 그렇게 행동하곤 했어. 나가토: 한 2년, 3년 정도를 어울려다녔으려나. 형제 같은 느낌이었다고. 나이터울이 있어서 좀 서먹한 형보다 그 녀석과 더 친했으니까. 나가토: 어른들이 말하는 오랜 친구라는 게 이렇게 생기는 건가 했지. 나가토: 그런데 그 녀석이 다시 도쿄로 돌아간다는 거야. 나가토: 다시 도쿄로 돌아가면서, 나한테 게임 CD를 하나 남겨주더라. 다음번에 만나면 같이 하자고··· 나가토: 중학교 3학년 겨울이었던가 도쿄에 그 녀석을 찾으러 갔어. 나가토: 연락처도 못 받았지만 어느 학교로 전학갔는가는 알고 있었는데, 고등학교로 올라가면 어느 학교인지도 못 찾게 되니까 마지막이라고 생각했지. 나가토: 그 학교로 와서 자신을 찾아달라고 그랬어서, 용돈 깨서 신칸센이라는 걸 타고 폰으로 지도 찾아가면서 어찌어찌 학교를 찾아갔고, 이름도 알고 있었으니 금방 만날 수는 있었는데··· 나가토: 나를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거야. 나가토: 난처하고 예절바르게 웃으면서, 멋적게 뒤통수를 긁적이면서. 나가토: 그런 유행 지난 게임 타이틀 같은 거 알 리가 있냐고··· 나가토: 뭐, 당연한 반응이야. 나가토: 번화한 도쿄에서 사는 삶이 정신없을 텐데, 3년이나 연락두절된 친구를 기억해달라는 게 기분나쁜 거지. 나가토: 주제넘은 기대인 거야. 나가토: 뭐, 그렇다고. 나가토: 그러니까 이젠 뭐 딱히 함부로 기대같은 거 안 하려고. 나가토: 민폐잖아.
"어쩔 수 없는 술버릇은?" 나가토:
"정말로 믿는 친구가 있어?" 나가토: 글쎄. 나가토: 그럴 만한 친구는 있긴 한데··· 나가토: 내가 그런 친구들을 그렇게 대해줄 자신이 없네. 나가토: 그런 친구들이 나를 그렇게 생각하는지도 모르겠고.
뜬금없이 자리는 왜 물어보는 건가 뒤늦은 의심이 무럭무럭 자라난다 혹시 무슨 해코지라도 하려고? 왠지 피곤한 일이 생길 것 같은 예감이지만 (그리고 그 예감은 완전히 틀렸지만) 할 테면 해보라지, 하고 생각하고 만다 그것보다 몇 분 늦은 거 가지고 왜 이리 난리야 타카나시의 숨은 의도를 알리 없는 미카는 속으로 궁시렁댄다 하지만 여기서 끝나지 않고 이번에도 난데없이 알레르기를 물어보는 여학생
"왜? 없어."
살짝 가시돋친 목소리다 재채기 할 거면 가라... 라는 말에 겁나 띠겁네, 따위의 생각을 미카는 한다 ...어쩐지 이쪽에서 새로운 오해를 하고 있는 거 같지만
아무튼 꾹꾹 눌러붙은 분필 자국을 전부 지우고 칠판 지우개에 묻은 가루도 탈탈 털어내고 나니 역시 괜히 돌아왔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 뭐 해?"
미카가 다음으로 할 일을 물어본다 말 끝에 작은 한숨이 따라붙었지만 칼을 뽑았으면 무라도 베어야지 사실 칼 따위는 내던지고 싶지만
하야토: 나에게 충성할 필요는 없어. 우리는 서로 '의지'하는 평등한 존재이지, 일방적으로 한 녀석이 충성을 바치는 존재가 아니란 말이야. 다시 생각을 고쳐보는게 어떨까? 너라는 존재는 나에게 충성을 바쳐야 될 만큼 수동적인 존재가 아니란다.
"너는 영화나 드라마에 주로 어떤 역으로 캐스팅될까?"
하야토: 아마 복수귀 역으로 캐스팅이 될 것 같아.
"마음에 들던 사람에게 실망하는 순간은?"
하야토: 누군가를 배신할 때와 그 동안의 행동이 위선이란 것이 들통났을 때.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대부분 가면을 써. 하지만 대부분은 가면무도회에서 자신의 존재를 아무도 몰라도 악행을 안 하지. 하지만 일부분은 자신의 본성을 가면으로 가리고 악행을 저지르고, 그거를 선이라고 포장해. 나는 그게 너무 싫어.
답을 기다리는 무쿠루마의 기대에 부응하듯 에리카는 엄지를 척 들어보이며 제멋대로 이름을 줄여부르기 시작한 것이다. 평소였다면 흥미가 없으니 간다던가 했겠지만, 처음으로 바깥에 나와서 만난 첫 팬. 그녀가 흥분하지 않을리 없었고 불행인지 다행인지 무쿠루마 역시 그녀에게 호응해주는 것으로 에리카를 다루고 있다고 해도 무방했다.
"뭐 기모노모델이라면 자주 하는검다. 어머니는 자꾸 쥬니히토에같은걸 입힘다만."
솔직히 만드는 쪽이 더 재밌어서 이제는 좀 질렸슴다. 에리카는 그렇게 말했다. 그녀는 마지막 포즈로 무쿠루마에게 등을 돌리고 어떻냐는 듯이 서있었다. 그러면서도 등 뒤를 힐끔힐끔 쳐다보며 답을 기대하는 모양이었다. 그러다가도 뭔가 느꼈는지 이내 다시 무쿠루마의 가까이로 가 그녀가 가르키는 손끝을 바라보았다.
"느긋한게 아님다. 장인이라면 풍류를 즐겨야 한다고 어머니가 그랬던검다."
자신을 향해 다가오며 눈을 빛내는 무쿠루마에게 어쩐지 조금 공포를 느끼기라도 한 것인지 에리카는 짧게 뒷걸음질을 치고는 당황한듯 눈을 슬쩍 감았다가 이내 다시 눈을 뜨고는 그녀의 말에 대해 생각하는 듯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