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꽤 오랜만에 신문부에서 공통적으로 나누어 준 활동을 하게 되었다. 평소에는 부원들 각자 기삿거리를 찾으러 돌아다니거나 제보를 받고는 했는데, 이번엔 신입생들도 들어왔고 해서 학교 신문에 특집 칼럼을 기고한다고 한다. 처음 가미즈나 고등학교에 들어온 신입생들의 소감 등을 모아서 신문에 싣는다나...
덕분에, 요즘은 쉬는 시간에 매번 2층으로 내려와 로비와 복도에 서성이는 신문부원들을 이따금씩 볼 수 있다. 복도를 하나씩 점령하고 각자 자리를 맡아 설문을 받는다니. 종교 권유 같기도 하고...
어찌되었든 나도 어엿한 신문부원, 그것도 2학년이므로 빠질 수 없는 것! 자, 그러면 오늘의 첫 인터뷰 상대는... 저 애로 할까? 아니면, 저 애로? 여기저기 지나가는 1학년생들을 둘러보며 타깃을 정한다. 어이쿠. 말을 붙이기도 힘든 미인들 투성이다.
정말이지 이 고등학교, 이상할 정도로 선남선녀가 너무 많다. 이러다 학교 안에서 가장 못생긴 게 내가 되는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쓸데없는 생각을 다시 집어치우고, 일단 가장 가까이 있는 학생에게 말을 걸려 한다. 붉은 색 리본을 보았을 때, 분명히 신입생이 맞겠지.
"저기, 잠깐만. 나 우리 학교 신문부원인데, 학교 신문에 쓸 인터뷰가 좀 필요하거든. 시간 있어?"
>>688 혹시 목이 아프면 그건 의심을 해봐야 그것만은 아니었으면 좋겠는데 마네키이노리..도 좋지만 자주 오셔서 맛있게 먹어주시는 것이 더 효과적입니다
>>694 나가토와의 '카나모리당 점보덮밥헌터' 선관으로 얻을 수 있는 특전은 아래와 같습니다... * 나가토와 거의 5년 동안 알고 지냈다. * 친근감이라고 해야 하나, 청춘의 유대감이랄까 썸띵 인비지블이 있다. * 나가토가 자아정체성과 관련된 고민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카나모리 식당에서 나가토에게 종종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 나가토가 취미로 드럼을 친다는 것을 알고 있다. * 나가토의 형인 히로토를 알고 있다. * (나가토를 뭐라고 부를지는 어디까지나 유즈루의 자유지만,) 나가토를 곰씨, 곰선배, 곰탱이 등으로 부를 수 있다. * 작년 코오리마츠리 당시 유즈루가 도전했던 점보 덮밥은 "팔계", 세숫대야 사이즈의 후추향 강한 제육덮밥이었다.
두 손을 모아서 쥐며 밝게 웃는 치요에게 악의라고는 하나도 없었다. 마음대로 하세요 라는 말을 남기고 빠르게 걸어가는 하야토를 따라서, 체구에 비해 이상할 정도로 빠른 걸음으로 뒤따라 걸어가며 생글생글 웃기만 했다.
상당한 신장 차이에도 불구하고 치요는 전혀 뒤처지지 않았다. 그뿐이랴,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할 정도로 발소리가 나지 않았다. 뒤따라가며 기척을 죽이는 것은 치요에게 있어 일상이자, 신으로서의 당연한 모습 중 하나였다. 스토커적 발언에 이어 이것 또한 누군가를 오싹하게 만들 수 있을 요소였지만... 이 신은 그런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다.
“오토바이?를 탈 때도 빠르지만, 그냥 걸어도 걸음이 빠르구나.”
나름대로 칭찬?을 건네는 치요의 목소리는 평온하기 그지 없었다. 제법 빠른 속도로 걷는데도 말이다. 그렇게 빠른 걸음으로 걷다보니 어느새 마트가 가까워지고 있었다. 밖에서 기다릴까, 안까지 따라들어갈까. 아아,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 오쿠리님은 집에 도착할 때까지 뒤따라다니며 지켜주는 신이니까, 당연히 마트까지 함께 따라들어갈 생각 만만인 것이었다.
ㅤ몰랐다. 이미 머릿속에서 호러 장편 영화가 기승전에서 결을 향해가고 있었다만, 얼떨떨한 낯을 하면서도 거짓말을 술술 내뱉는다. 터트린 웃음소리를 듣고는 약간 뾰루퉁한 표정을 짓는다.
ㅤ"응응, 좋아~. 헤⋯ 네코 양도 좋은데-!"
ㅤ무쿠루마 미야는 초면에 멋대로 별명을 불러버리는 녀석이었지만, 그렇지 않은 상대도 이해했다. 흔쾌히 고개를 두어 번 끄덕인다. 각자만의 선이 있는 것이니 존중해 줘야겠지. 애초에 일단 학생회장 군에게 제 이름을 소개할 수 있다는 것 자체로 만족스러웠다. 그래서 만면에 싱글벙글한 웃음을 띄우고 그에 농담에 그 호칭도 좋다는 식으로 응한다. 음, 조금 더 친해지면 학생회장 군이 아니라 아이아이 군이라던가⋯ 그렇게 불러볼까?
ㅤ"에─. 무쿠루마가 신이었으면 만화책의 신이었으면 좋겠어. 호러 단편집을 잔뜩 읽어야지. 그보다 그 말 꼭 아는 신이라도 있는 것 같아."
ㅤ물론 진심은 아니다. 히죽 웃는 낯이 그 방증. 그녀는 신의 존재의 증명을 본 적도 없으니 그저 농이었다. 절묘하게도.
ㅤ"야-호! 도전은 얼마든지야! 올해부터 학생회장 일을 맡은 학생회장 군!"
ㅤ허락이 떨어지자 두 팔을 번쩍 들고는 방방 뛰기 시작한다. 새로 사귄 친구가 학생회장, 어쩐지 든든하다. 즐거움을 숨기지도 않은 채 자신만만하게 도전하라 이른다.
안경이 삐뚤어져 있다는 소리에 익, 하는 소리를 내며 후다닥 두 손으로 안경을 매만졌다. 당황이 가득하던 녹색 눈동자가 다시 두꺼운 안경 너머로 슥 숨는다. 으, 으으, 이런 타입은 익숙하지 않은데.
소년의 말을 듣고서야 사치는 뒤늦게 깨닫고 말았다. 소년을 향한 기시감이 괜한 기분 탓이 아니라는 것을! 둘은 틀림없는 클래스메이트였던 것이다. 그것도 같은 반의. 그러고 보니 있었지, 있었어. 큰 키에 특징적인 염색을 한 앞머리를 가진 남자애가. 워낙 긴장한 탓에 쉬는 시간만 되면 교과서만 뚫어지게 쳐다보느라 얼굴이 눈에 익지 않은 모양이었다. 아. 안경 너머로 슬쩍, 소년의 눈치를 살피고.
"그, 저, 저도. 학생이에요. ...가미즈나고 1학년의."
눈이라도 마주칠까, 후다닥 기미를 살피던 시선을 아래로 내려버렸다. 그리곤 우물거리듯 한 마디를 덧붙이는 것이다.
"만화책의 신이라. 그런 신이 있을지도 몰라. 여긴 가미즈나 마을. 신과 인간이 인연을 맺는다는 전승이 있고 실제 이 마을에는 키즈나히메라는 인연을 축복하고 맺어준다는 신도 있어. 신이 인간과 인연을 맺는다고 한다면, 인간의 문화를 잘 알아야할테고 자연히 만화책의 신이 있어도 이상하지 않다고 생각해."
물론 실제로 있을지는 알 수 없었다. 허나 자신이 가족들에게 들은 바로는 정말 별별 신이 다 있다고 했으니 만화책의 신이 있어도 이상할 것이 없었다. 어쩌면 눈앞의 저 여성이 그런 부류의 신일지도 모를 일이었다. 허나 그런 것은 치아키에겐 아무래도 좋은 일이었다. 상대가 신이건 인간이건. 중요한 것은 저 2학년은 무쿠루마 미야. 그런 이름을 지닌 후배라는 사실 하나 뿐이었다.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을 대수롭지 않게 넘겨버리며 치아키는 미야의 텐션에 맞추면서 고개를 여러번 끄덕였다.
"알았어. 알았어. 그렇다면 다음에는 정말로 불시에 물을거야. 음. 맞추면 그땐 약간의 포상이라도 줄까? 나도 사탕 꽤 많은데 말이야."
이어 치아키는 방금 사탕을 집어넣은 주머니와는 반대 주머니에서 여러 색의 사탕을 꺼냈다. 물론 그 중에는 정말로 매운 계피맛 사탕도 있긴 했으나 그것은 비밀로 하면서 이내 그는 자신의 제안을 받아들이며 장난스럽게 경례하는 자세를 취하는 미야를 바라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오케이. 오케이. 그렇다면 여긴 너에게 맡길게. 하지만 이번 한 번만이야. 나도 학생회장인 이상, 늘 도와줄 수는 없으니까. 동아리가 정 마음에 들지 않으면 탈퇴하는 쪽도 생각해봐. 그런 것도 자유인 곳이 바로 이 가미즈나니까 말이야."
다음에 또 볼 수 있으면 보자고 이야기를 하면서 치아키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사탕 중 포도맛 사탕을 꺼낸 후에 가볍게 미야를 향해서 던졌다. 충분히 잡을 수 있는 속도와 각도였으니 충분히 잡을 수 있지 않았을까. 아무튼 재밌는 아이 하나를 알게 되었다고 생각하며 치아키는 뒤돌아 걸어가면서 미소를 지었다. 역시 이래서 학교를 돌아보는 것을 그만둘 수 없다는 듯이.
"그건 그렇고 그 부장에게는 조금 미안한 짓을 해버렸네. 다음에 만나면 라멘이나 하나 사줄까. 달래주는 것도 중요하니까."
그런 혼잣말을 조용히 중얼거리며.
/그렇다면 이렇게 막레를 드릴게요! 수고하셨어요! 미야..너무 귀엽다! 완전 귀여운 후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