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96733071> Project : Cradle # 1(START;) :: 1001

◆8nz3IZH4M2

2023-01-20 16:42:24 - 2023-05-14 01:14:15

0 ◆8nz3IZH4M2 (YPiXZsP.Sg)

2023-01-20 (불탄다..!) 16:42:24

모든 이들은 요람에서 태어나, 무덤으로 돌아간다고 하지.
자 그럼 말일세.
그대들의 뿌리를 찾기 위한 흔적은 어디서 찾겠는가?

- 세상의 끝에서, 방문자에게 -

>>1 레아 파벨(Leah Paviel)
>>2 블랑느와르(Blanc-Noir)

933 ◆8nz3IZH4M2 (Et1bW5V2lE)

2023-04-27 (거의 끝나감) 17:13:59

>>932

1. 갱단에 들어갔어도 돈 붙이고 돌아가실때까지 1달에 란번씩 만나뵈면서 임종도 지켜드렸습니다. 물론 블랑이 당시에는 사별의 고통이 그리 크지 않은 시점이라 꽤 무덤덤하게 넘긴것도 없잖아 있고요.

2. 그래서 더 문제입니다. 그 딸 마저도 사생아인데 같은 사생아 출신 딸을 살해하고 그 이유가 자기 정체를 숨기기 위함인거죠.

3. 원래는 행복한 삶을 살았어야 할 상황이었으나, 당시 시대상에서는 그런게 불가능할 정도로 사회기능이 마비가 된 곳이 많았어요. 그렇기 때문에 원인(사회나 부모가 이들을 지키지 못함)이 결과(그래서 이들은 자신만의 정의와 살 길을 찾아서 행동함)이 되버린 셈이죠. 이러한 인과관계가 성립되었는데 이 행동이 약자를 지키기 위함이었으니 인과율에선 이를 선으로 볼수 있는 셈이죠.
간단하게 그냥 물건 사는걸로 비유하자면, 보통은 돈을 주고 물건을 받는거랑, 지금 호송팀 팀원들은 물건을 받고 돈을 주는 거라고 보시면 되요.

934 ◆8nz3IZH4M2 (Et1bW5V2lE)

2023-04-27 (거의 끝나감) 17:15:14

여담으로 5시 마감에 4시 40분 발주로 퀵을 부른 업체 덕에 발이 박살날뻔 했습니다.... 급해도 안전을 챙깁시다 흑흑...

935 ◆Tkeoq3Vax6 (wjMTpWfWA6)

2023-04-27 (거의 끝나감) 18:25:07

>>933

1. 어..😨 잠시만요 그럼 그 노부부는 유사 가족인 블랑님이 갱단에 들어간 거 압니까? 미성년자가 갱단에 들어가려는 거 알고도 가라고 보낸 거예요😰?

2. 그러니까 보스는 자기 혈통이 들키면 생체 실험에 끌려갈까 봐 철저히 숨기는 와중에 성욕을 못 이겨서(...) 혈육이 생기는 바람에 그 혈육을 살해한 거고😬, 그 혈육은 자기 친아버지를 드디어 찾았다고 기뻐하다가 살해당한 겁니까🥶? 그럼 키운 딸이 아니라 뒤늦게 존재를 인지한 딸인 겁니까🤔?

3. 사회가 개막장 → 범죄 조직에 가담, 까지는 이해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처음에 생각했던 건, 조직 가담 이후에 5명이 조직원으로서 했던 활동의 결과는 뭐로 나오냐는 것이었습니다😶 >>929에서 여쭐 때는 그 결과가 5명의 죽음일 거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그 죽음을 피하게 된다면 원인에 따라 나와야 할 결과가 막히는 셈 같아서😓 블랑님이나 레아가 그 반동을 겪는 거 아닌가 우려한 겁니다😥
제가 우려한 바를, 말씀하신 물건 사는 비유를 빌려서 풀어 보자면 이러합니다🥺 물건을 받았으면(조직 활동을 했음) 제값(죽음)을 치러야 하는데 제값을 안 치르고 가게를 나갈(과거사 개변으로 안 죽음) 경우 그들을 나가게끔 한 이(블랑님과 레아)가 변상 요구(5명의 인과를 피해가게 한 대가 치르기)를 받을 거 같고 그게 쫄린다🥶는 의미입니다(...)
물론 조직 활동의 결과가 꼭 죽음이어야 할 필요는 없고, 징역을 살든 5명의 조직 활동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이들이나 그 가족이 사적 제제를 가하든 여러 결과가 있을 수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살아서 대가를 치르는 걸로 인과율 문제가 해결이 된다면 블랑님이나 레아가 대가를 치르는 일까진 안 생길 수 있겠습니다만..😌 인과율이라는 게 절대적으로 적용되는 세계라면 인과에 따라 일어나는 일에 개입할 경우의 대가도 절대적일 거 같아서 쫄았던 겁니다🥴;;;

936 ◆Tkeoq3Vax6 (wjMTpWfWA6)

2023-04-27 (거의 끝나감) 18:26:59

>>934

근데 실컷 달고 났더니.. 스토리가 문제가 아니로군요🥶;;
많이 놀라셨을 텐데😢 오늘은 심적으로 안정될 만한 시간만 보내시길 바랍니다

937 ◆8nz3IZH4M2 (Et1bW5V2lE)

2023-04-27 (거의 끝나감) 20:07:56

>>935

1. 알고서 보낸겁니다. 당시 사회상으로 블랑이 출세하거나 잘 살꺼면 그거밖에 답이 없다는걸 알고 있었거든요. 끝이 안좋을 것이란걸 알았지만 헬리오트가 좋은 사람인걸 알았기에 헬리오트를 믿고 맡긴겁니다!

2. 정답, 딸은 뭣도 모르고 아빠가 부른다고 갔는데 죽은거죠. 그리고 보스도 딸의 존재는 어렴풋이 알고 있었지만 어디있는지 몰라서 죽었겠거니 했는데 버젓이 살아있어서 조직원들이 죽이면 소문이 퍼질테니까 자신이 직접 죽인걸로 처리했습니다.

3. 아 그런거면 너무 걱정마세요! 이미 처음부터 어느정도 김안되고 처리되는거에요!! 제가 말했잖아요! 애시당초 전부 재조정될 것들이라고!!

938 레아 — 블랑 (XW9InnNe1.)

2023-04-28 (불탄다..!) 04:20:21

수첩이 펼쳐지도록 움킨 손끝에 힘이 들어갔다. 별거 아닌 이야기라는 말은 역설적으로 별거 아니지 않다는 걸 의미한다. 정말로 사소한 이야기라면(일테면 점심에 뭘 먹었는지나 날씨가 후덥지근하다거나 하는) 별거네 아니네 하는 소릴 굳이 붙이지 않고 늘어놓을 수 있을 테니까. 그랬기에 본론이 나오기를 기다리는 동안 긴장을 억누르기가 어려웠다. 내가 듣기를 바라는 이야기가 뭘까? 서가의 책 중에서 앞으로 손대지 말아야 할 것? 서류철에 그려진 사람들이 느닷없이 나타난 원인? 아니면.. 이제라도 내가 거론하지 않았으면 하는 화제?

그러나 흑룡의 말이 이어진 순간 어리둥절해졌다. 사람 이름? 서류철에 그려져 있었고 내게도 보였던 이들의 이름이란다. 그가 사별한 이들의 이름을 굳이 밝히는 까닭이 뭘까? 선뜻 만년필을 움직일 수가 없었다. 설마 그들의 이야기가 나올 줄은 몰랐으므로. 하지만 무언가 작정하기라도 한 듯 상반신을 앞으로 향한 채 깍지를 낀 그를 보자, 이제부터 나올 이야기는 외면해선 안 되는 것임이 느껴졌다. 대나무숲이 되었다 생각하자. 혼자 담아 두기는 버거워 어디로든 흘려 버리려던 게 어쩌다 내게 향한 거라고.

그렇게 나오기 시작한 사연은 흑룡의 첫 유희였다. 인간 소년으로 변해 정처 없이 떠돌던 중 웬 노부부의 호의로 4년간 함께 지냈다는 얘기를 들을 때만 해도 무슨 전래 동화를 듣는 기분이었다. 그런데 헬리오트라는 사람과의 첫 만남을 계기로 암흑가의 갱단에 투신했다는 소리에 입이 안 다물어졌다. 갱단이라니, 주먹질에 칼질에 폭력으로 모든 걸 해결하려 드는 깡패들? 지금의 그가 자길 밀치는 정령들을 떼어 놓지도 못하고 연구소의 손상을 막고자 자기 마력을 썼던 걸 생각하면 상상이 안 간다. 설마 천 년 전에는 정말로 난폭한 성향도 지녔던 걸까? ('그 용'이 빈사 상태에 이르도록 폭행하기도 했었다니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을 듯하다.)

안 그래도 잡념이 떠나지 않는 와중에 조직원이 된 까닭이 헬리오트의 포부에 감화되어서라는 말에 잡념이 더해졌다. 용보다 훨씬 약한 존재인 인간이 자신을 돕겠다고 나선 점이 인상적이었다는 건 공감이 됐으나, 암흑가의 정화라니? 그게.. 될 일인가? 조직의 정점에 오르려면 그만큼 조직에서 두드러지는 활약, 즉 범죄 행위를 많이 해야 할 거다. 악을 없애자고 악행을 하게 되는 꼴이다. 설령 그렇게 해서 정점에 오르는 데 성공한다 해도, 두목이 이제부터 범죄는 저지르지 말자 하면 아랫사람들이 일제히 따를까? 충성심이 강한 이라면 몰라도 이익 때문에 붙어 있던 이라면(범죄로 이익을 추구해 왔을 테니) 어림도 없지 싶다. 실패할 수밖에 없어 보이는 이상이었으나, 흑룡이 헬리오트를 얼마나 신뢰했는지만은 알 것 같았다. 아니면, 다른 수는 도저히 안 보이는 상황이라 그런 터무니없는 짓을 할 수밖에 없었거나.

그런저런 잡념 속에서도 받아 적는 데는 큰 무리가 없었다. 그의 말이 마치 무거운 것을 억지로 끌어올리는 것처럼 느릿하게 이어진 덕이다. 하지만 갱단의 보스가 제 피붙이를 살해한 사건이 언급되었을 땐, 만년필이 미끄러지고 말았다. 만난 적이 없다시피 해도 그래도 자식인데 죽이다니, 그것도 직접. 암흑가의 범죄자는 그렇게 피도 눈물도 없는 걸까. 흑룡의 팀이 분개해서 보스를 척살하고자 한 것도 심정적으로 이해가 갔다. 도리나 이상을 떠나 생각해도, 혈육을 죽이는 보스라면 부하는 언제든 토사구팽하겠다 싶을 테니까.

그러나 엇나간 부분을 바로잡아 가며 쓰는 가운데 이어지는 내용은 허망한 사별의 연속이었다. 듣기에도 끔찍한 방식으로 죽어 나간 이들 중에서도 가장 기막힌 말로를 맞은 이는, 흑룡이 가장 신뢰했을 헬리오트였다. 인간이 용을 감싸다 죽다니. 인간의 공격이면 용에게 타격이 클 리 없는데. 그가 용이라는 사실을 알았다면(유희 중일 땐 정체를 숨겨야 한다니 헬리오트는 그가 용인 줄 몰랐을 것이다.) 그렇게까지는 안 했을지도 모르는데. 그 점을 통감하고 있는 걸까? 가라앉은 채 떨리는 그의 음성이 '내가 죽였다.'라는 사념으로 가득 찬 듯했다. 하지만, 아무 말도 꺼낼 수 없었다. 더는 만년필을 움직일 수도 없었다. 지진으로 일대의 지형을 뒤엎었다는 뒷이야기가 나오는데도 그저 멍하고 멍했다.

진즉에 밝히지 못한 게 잘못이라는 소릴 듣고서야 겨우 정신이 들었다. 내 것 같지 않은 몸을 억지로 움직여 보니, 흑룡은 문제의 서류철을 감싸듯 어루만지고 있었다. 6년, 용에게는 짧다면 짧은 시기인데도 그때 함께한 이들을 잊지 못하는 건, 그들과의 유대가 각별했기도 하지만 그들이 너무나도 한순간에 허망하게 스러졌기 때문 아닐까. 그 정도의 사건은 상기만 해도 힘겨울 텐데 입 밖에 내기 쉬울 리가. 그랬기에 레아는 고개를 저을 수밖에 없었다.

"...괴로운 일을 선뜻 이야기하지 못하는 건 인지상정 아니겠습니까. 그걸 잘못이라 하시는 건 온당치 않다고 생각합니다."

한편으로는 의문이었다. 사적인 사연은 내키면 얘기하고 아니면 마는 게 당연하다. 그런데 그는 왜 얘기해야만 할 일이라고 인식하고 있을까? 혹시 그는 자신의 사연이 알려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걸까? 그렇다면 어째서일까? 묻고 싶어졌으나 망설여졌다. (흑룡이 말해야 하는 것으로 여긴다 하더라도) 더 캐묻는 것은 그의 상처를 헤집는 짓 같았으므로. 그런데 도리어 그가 물었다. 더 듣고 싶은 이야기가 있냐고. 레아는 흑룡을, 여느 때처럼 눈길을 절로 끌면서도 어쩐지 무언가를 갈구하고 있는 듯한 그의 눈을 응시했다. 앞서의 반응도 그렇고 지금 이렇게 묻는 것도 그렇고, 그가 이제까지 얘기한 건 누구든 듣길 바라서다. 그렇다면 그 바람에 제대로 부응해 보겠다. 레아는 앞서 적다 만 수첩에 뒷이야기를 기억나는 대로 요약해서 정리한 뒤, 이 사연은 용의 유희 기록 중 하나라고 덧붙여 썼다. 그런 뒤 마른세수를 하고서 아직 뒤숭숭한 머릿속을 차근차근 정리했다.

"몇 가지 여쭙겠습니다. 대답하기 싫으신 부분은 말씀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첫째, 이 사연이 알려져야 한다고 생각하시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역사적 사실로 기록되길 바라시는 겁니까? 인류가 그분들을 두고두고 기억하길 바라시는 겁니까? 그렇다면 어떤 인물로 기억하길 바라십니까? 둘째, 만약 블랑님과 그분들의 계획이 성공했다면 그 뒤에는 갱단을 어떻게 하실 요량이셨습니까? 셋째, 이건 첫째 질문과 연관되는 것입니다만.. 이 사연이 알려지려면 증거가 더 필요할 것 같습니다. 지형이 바뀌긴 했으나, 말씀하신 조직의 본부가 있었다는 증거가 충분하지 않은 한 이 사연은 사실이 아니라 추측으로 여겨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현장에서 증거를 찾아보는 건 어떻겠습니까?"

무려 천 년 전 일이라 탐사해 봤자 소용없을지도 모르지만, 이대로 있어도 증거는 부족하니 밑져야 본전일 거다.



// 많이 늦었습니다..ㅇ>-< 레아와 제가 질문거리를 추리면서 캐아분리를 넘어 캐아분쟁(...)을 겪는 바람에..😅 (제가 질문을 떠올리면 레아가 이건 차마 못 묻는다고 비토하고, 레아가 떠올릴 법한 질문은 제가 뭔가 아쉬워서 비토하길 반복했습니다😓;;)

질문하는 김에 블랑님이 공간 이동을 시전할 계기를 만들어 보려고 했는데 자연스러운지 모르겠습니다🙄a

939 ◆8nz3IZH4M2 (0XkN9yQNPM)

2023-04-28 (불탄다..!) 12:26:00

저거야말로 성좌와 주인공이 싸우는(아님)

늦은시간에 고생많으셨습니다!! 레아가 진짜 많이 고민하고 또 고민한게 느껴지네요. 무게를 지울 생각은 없었는데.... 자 그럼 미리 설명드릴께요.

제가 말씀드렸죠? 시간은 중력에 따라 상대적으로 변한다고, 블랑의 과거 행적에 의해 뒤틀린 마나왜곡현상은 [스포일러]가 아주 잠깐이마나마 개입할수 있게 하고, [스포일러]의 가벼운 조작으로 인해 탄명곡의 중력은 무중력에 가깝게 변할것이고, 그렇게 한순간이지만 빛의 속도로 마나를 타고 움직인 블랑과 레아는 타이밍 좋게 생겨난 시공간의 뒤틀림을 타고 과거로 이동할껍니다.

원래는 시간역행이라는 개념 자체가 과학에서 없는거다보니 초월적인 존재([스포일러], 시공간 뒤틀림)들의 힘을 좀 빌리도록 하겠습니다!! 답레는..... 오늘의 혐생 덕에 12시에 ㅠㅠ

940 ◆Tkeoq3Vax6 (XW9InnNe1.)

2023-04-28 (불탄다..!) 15:33:42

>>939

캐는 제가 아니니까 그런 분쟁이 생기기도 하는 거겠지요😓ㅋㅋ

블랑님이 말하기 힘들어하는 모습 보일 만큼 큰 사안이고 레아 성격도 성격인지라 가볍게 듣기가 오히려 더 어려울 것 같았습니다😅a (그러고 보니 블랑님 흡연자일 줄은 몰랐는데요, 요람 안에서 연초 피워도 됩니까? 책에 담배 냄새 배면 곤란할 거 같은데 말입니다😬..)

과거행+현재로의 복귀는 스포아자씨의 힘이 작용해야 가능한 거려나요? 답레는 숙제 아니니 편하실 때 느긋하게 주세요🙂

아 그러고 보니 대빵님 임기가 200년 남았고 대빵직은 2,500살부터 가능하지 않습니까? 그럼 블랑님이나 알라투 누님은 아직 2,000살 대라 후임이 못 되니 대빵님은 다른 용 중에서 후임을 찾아야 할 거 같습니다😐a

941 블랑 - 레아 (2tXUGuBWdE)

2023-04-29 (파란날) 01:23:50

어느순간 분위기를 전부 인지한 것일까. 그들의 앞에는 어느새인가 리빙아머들이 술잔을 두고 있었고, 블랑은 그 술잔에 따라진 핏빛의 레드와인을 한모금 들이킨 다음 조용히 레아를 응시한 채 가만히 바라보았다. 어째서 이러한 결정을 내렸는가에 대해 질문을 던진 레아의 말이 합당하다 여긴 것일까. 그는 천천히, 마치 범죄를 저지른 뒤 고해성사를 하는 죄인의 심정으로 레아의 질문에 답을 해나가기 시작했다. 어쩌면 이 모든 것이 전부, 자신의 감정을 위한 것일지도 모르지만, 더이상 그들을 자신의 아집으로 침묵속에 가둬두기는 싫었다. 그들이 어떻게 죽어갔는지, 왜 죽었는지 이제는 말해야할 순간이었다.

"첫째, 알릴 필요도 없다. 단지 그저 내가 과거 고백을 한다는 느낌으로 이야기 하는 것이고, 당시 시대상과 지금의 시대는 완전히 다르니까, 지금의 잣대로 그때를 평가한다면 무법천지나 다름 없는 시대였으니까. 그저, 이건 고백하고 싶을 뿐인 이야기일세. 내 아집으로 그들을 묶어두고 있는 셈이니까. 이 이야기를 글로 써서 발표해도 좋고, 아니면 그저 내가 했던 것처럼 이름없는 책으로 기록을 남겨도 좋네. 그것은 그대의 선택이고, 그들이 선하고 악하고를 판단하는 것도 그대의 판단일세."

그렇게 말을 마치자 그의 표정이 잠깐 아련해진다. 거리를 한번 거닐면 마약에 찌든 이가 병든 닭마냥 꾸벅꾸벅 졸고 있었고, 상점가로 나가야 겨우 번화한 느낌을 찾을 수 있었으나 그 이면에는 도박과 각종 이권을 위해 싸우는 이들도 보였었다. 잠깐 수도로 상경하면 그나마 법치가 통하는 곳이 없다고는 할 수 없었으나 강대국이라고 일컬어지는 곳 모두 범죄와의 전쟁을 계속하고 있었다. 루드베키아도 그렇게 자신이 달고 있던 검사뱃지를 던져버리고 헬리오트를 만나 그 꿈에 동참하지 않았던가.
살아가는 것이 살아가는게 아닌 시대였다. 돈을 벌기위해 모든 것을 내던진 이들은 도시로 상경하고 피폐해져간다. 중앙은 그렇다 치지만 지방으로 갈수록 관리들은 부패해갔고, 범죄와 폭력이 당연해지던 시대였다. 그 모든 자정을 하기위해 그로부터 500년이란 세월이 흘렀으니 당연한 것일지도 몰랐다. 지금에야 교육수준이 올라가고 범죄 조직이 서로가 서로를 견제하며 자정작용이 일어나고 있었지만..... 당시는 정말로 미쳐버린 시대 그 자체였다.

"둘째, 헬리오트는 스스로 보스의 자리에 올라 갱단을 정화하고자 하였다. 물론 몇년에 걸쳐 근원지가 되어버린 그곳을 정화하기란 쉽지 않았겠지. 하지만 그에겐 그럴만한 능력도 있었고, 인망도 있었다. 그가 반기의 의지를 드러내기 전까지는, 조직원들은 물론, 담당 지역 주민들에게도 인망이 좋았지. 오죽하면 경비병들보다도 우리 팀이 더욱 믿음직스럽다고 했을까."

생각해보자. 지역 유지도 아니고 종교인도 아닌 그였다. 호송팀으로 본부로 직접 일하게 되기 전까지 그는 어느 한 도시를 담당하고 있는 수많은 간부중 하나였다. 물론 그곳이 조직으로서도 계륵인 곳이었던 건 사실이지만, 그 가운데에서 콘스텔라티오 소속 유흥시설을 관리하고 고리대금업을 하고 조직원들을 끌고 다니면서 세력을 공고히함은 물론, 자릿세를 걷는 조폭 지역 우두머리임에도 불구하고 거리마다 그들을 칭송하는 이들이 한 둘이 아니었다.
거리마다 양아치가 들끓었고 정상적인 경제활동이 불가능했던 곳에서 소정의 자릿세만 받고 거리를 정화시켜 콘스텔라티오가 정당한 곳임을 드러내고 썩어빠진 권력보다 가까운 주먹이 더 믿음직한 현상을 보여주었다. 그렇게 일궈낸 캐놀라인의 작은 도시는 헬리오트의 큰 힘이 되어주었고 훗날 반기를 드러냈을때 총본부와 가까운 근거지로서 시민들이 헬리오트가 이끌던 호송팀의 든든한 백업이 되어주기도 하였다. 그렇게 반역이 성공했으면 좋았겠지만, 결국 그들의 반역은 반만 성공하고 말았고 암흑가가 자정되는 것은 그로부터 수많은 세월이 흘러서였다.

"세번째를 앞서 말하기 전에 너에게 고맙다고 해두고 싶다. 사실 이를 이야기 하는 것은 천년이래 처음이었으니까. 어쩌면 나는 지쳤던것일지도 모르겠구나. 이제야 마음의 짐을 덜어낼수 있겠어."

확실히 블랑의 표정이 아까전보다 한결 나아져 보였다. 자신의 죄를 고백하고 또 짐을 덜어냄으로서 이제는 마음을 놓을 수 있다는 반증인 것이리라. 물론 레아가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마지막이다. 사실..... 그동안 가보지 않았다. 그곳은 내가 직접 지진을 일으켜 무너져 내린 곳이다. 마나 파장또한 뒤죽박죽으로 섞여서 어떻게 되었을지는 나도 모르겠구나. 허나.... 천년이 지났다. 그들의 무덤으로 가서 직접 술 한잔 따라주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레아의 말에 결심이 선 것일지도 모른다. 증거보다는 오랜 인연의 마지막 흔적을 찾기 위함인 것일까. 그들의 마지막을 추억하는 이로서 그들을 추모하기 위해서라도 가야만 했다. 그는 천천히 레아에게 손을 뻗었다. 이제 저 손을 잡으면 그곳으로 가리라. 비명마저 삼켜진 그곳으로 말이다. 하지만 그들은 아직 몰랐다.

[자 다녀오거라.....]

어둠속 존재가 나즈막히 그르렁 거리며 그들을 바라보다 눈을 감았다. 모든 안배는 끝났다. 그들의 앞에 축복이 가득하길.

//

너무 늦었네요.... 죄송합니다아아아아아

안피운지 천년 넘었어요..... 과거에는 안피면 정신적으로 버티기 힘들던 시절이라......

개입은 합니다만 블랑도 대강의 원리를 알게 되서 아마 자력으로 한거라 믿게 될껍니다!! 물론 두번 하라고 하면 못한다고 고개를 내젓겠지만요!!

아 그거요? ㄹ이 바꿀껍니다. 차피 임기 얼마 안남은 시점에서 제대로 된 사람에게 맡기는게 낫다고 억지를 부릴 예정이거든요(.....)

참고로 천년전이 어느정도로 막장이었냐면, 어린 아이들도 마약을 사서 썼어요. 그렇게 마약으로 꼬드기고 마약 유통책을 맡기는 미쳐버린 시대가 당시 시대상이었거든요, 그나마 헬리오트가 있던 도시는 마약을 최대한 근절시키는 대신 상납금을 다른 방식으로 보충─유흥업소의 차별화, 상인들과의 연대를 통한 거리 활성화 등─함으로서 마약을 팔지 않고 돈을 벌어들였죠.

942 레아 — 블랑 (WW.je1IKe6)

2023-04-29 (파란날) 10:10:03

대화가 길어지자 마법 기사들이 와인을 날라 와서는 흑룡에게 따라 주었다. (레아에게도 따라 주려는 걸 손사래로 말리고 물을 달라 청했다. 술을 마셨다간 취할 게 뻔하고 지금은 취해도 될 상황이 아닌 것 같았기에) 여러 목숨이 스러지고 만 사연을 들은 탓일까. 붉고 투명한 와인이 꼭 핏물처럼 느껴졌다. 하긴 성서에도 성제(聖祭)에 와인을 올리는 건 신도들이 피를 바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쓰여 있으니, 와인은 피와 그리 멀지 않을지도. 마실 엄두가 안 난다는 점도 핏물이나 와인이나 마찬가지고. 그래도 그 '핏물'이 흑룡의 긴장을 풀어 주는 데에는 유효했는지, 그는 와인을 한 모금 들더니 앞서 했던 얘기를 정정했다. 후대에 사료를 남기고자 했던 게 아니라 털어놓고 싶었노라고. 알리든 말든, 사연 속 인물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든 내 몫이라는 말이 착잡했지만, 동시에 조금 전까지 쓴 메모를 정리해서 발표해야겠다는 결심이 섰다. 그 인물들을 묶어 두지 않겠다는 건 혼자서만 기억하고 싶지 않다는 의미일 것 같은데, 내 수명은 앞으로 길어야 100년이니까. 용이 자신의 유희 경험에 대해 구술한 내용임을 밝히면 용학 자료로 끼워 맞출 수 있을 테고, 용학 자료로 인정받으면 내 수명보다 더 오래 보존될 가능성이 생기지 않을까? 운이 좋으면 용학자뿐만 아니라 지질학자나 역사학자가 참고 자료 삼아 줄 수도 있고. 그러면 그 인물들이 엄연히 존재했다는 사실이 조금은 더 오래 전해질지도 모른다.

물론 그게 대단한 의미가 있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그런 무상감은 두 번째 질문에 대한 답변이 시작되자 더 짙어졌다. 그 인물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타도하고자 했던 갱단은 이제 존재했는지조차 불투명한 대상으로 전락했다. 그들의 뜻이 아무리 확고하고 간절했어도 지금 이 시점에는 헛되고 헛된 것인 셈이다. 내가 남길 기록들은 어떨까? 어느 분야나 흥망성쇠가 있는 이상 용학(이나 지질학이나 역사학)이 불필요해지는 시기 역시 오지 말란 법이 없는데, 내 기록이 과연 언제까지 유의미한 것으로 여겨질 수 있을까? 기껏 해야 찻잔 속의 태풍에 그치는 거 아닌가? 목이 마르다 못해 따끔거리는 걸 의식할 찰나, 마법 기사가 물을 가져다주었다. 레아는 단숨에 물을 들이켰다. 길게 보면 모든 생명의 끝은 죽음이고, 그렇게 치면 모두가 죽기 위해 사는 셈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런 삶을 받아들일 수 있는가? 죽으면 다 부질없다는 걸 안다고 당장의 갈증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지금은 살아 있으니까. 그래서 욕구도 감정도 생각도 있으니까. 아마, 그 인물들도 그랬을 거다. 그때는 살아 있었으니까. 보다 만족하거나 덜 후회할 선택을 하고자 애썼을 거다. 결과가 허망하다고 해서 그 순간을 부정해서는 안 될 것이다. 살아 숨쉬는 순간을 부정해 버리면, 정말로 죽음 말고는 모조리 헛일이 되어 버릴 테니까. 그러니 하자. 먼 훗날에 대한 생각 따윈 집어치우고 지금 할 수 있는 걸 하자.

결심이 확고해지자 그 인물들의 계획도 마저 메모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적으로 수긍되는 견해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들은 그대로 옮겨 적는 데 집중했다. 나중에 내 의견을 별도로 남길지언정 구술 내용은 본래대로 살려야 할 것 같아서였다. 또한 누가 선하고 악한지를 평가하거나 어떤 선택이 비합리적이었다고 비판하는 건 자중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런 건 단정적으로 서술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닐 테니까. (가령 전임 용 대표는 당시 발바리아 사람들에겐 수호신이나 다름없었겠지만 다른 나라 사람들에겐 사신 같은 존재였을 거다. 흑룡도 내게는 친절하고 점잖은 고용주이지만 '그 용'에게는 철천지원수일 거고. 그 인물들도 과히 다르지 않을 듯하다. 누군가를 구하기도 했겠지만 해하기도 했을 테니 도움받은 이들에게는 은인으로, 해를 입은 이들에게는 원수로 여겨지겠지. 그러니 쉽사리 선악을 평가하기는 어려울 듯하다. 선택에 대한 비판 역시 마찬가지다. 얼핏 비합리적으로 보일지라도 당시 상황에는 그게 최선책이었을지도 모르거니와, 설령 최선책이 아니었을지라도 섣불리 비판하는 건 위험할 거다. 누구나 어느 분야에서는 무지하거나 미숙할 수 있거니와, 외부에서는 손쉽게 판단 가능한 일도 당사자로서 접하면 혼란스럽고 어려운 게 인지상정이니까. 그런 어쩔 수 없는 한계를, 결과를 다 알고 내려다보는 입장에서 비판하는 것은 지나친 처사 같다.) 그러니 가급적 들은 내용만 정리하되, 내 의견을 따로 적을 때는 내가 전제하는 점을 근거와 함께 명시해서 주관적인 견해임을 부각해야겠다.

그렇게 방향성까지 메모하던 중 그만 울컥했다. 고맙다니, 가슴이 찡하고 저렸다. 사적 영역을 침해하다 못해 아픈 데를 자극해 버렸는데, 이런 반응이 돌아올 줄이야. 천 년간 한 번도 얘기한 적 없었다는 말까지 이어지니 아연할 수밖에 없었다. 아무에게도, 특히나 그와 절친한 용 대표에게조차 털어놓지 못했던 건, 그 인물들의 죽음을 현실로 받아들이기 괴로워서였을까? 다른 이에게 전하는 순간, 믿기지 않고 믿고 싶지도 않은 상황이 현실로 굳어질까 봐? (그러면서도 현실을 완전히 부정하는 건 불가능해서 기록을 요람에 보관했던 거고?) 그런 거라면 지금 내게 털어놓은 건 어째서일까?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현실을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가 되어서? 단순히 그래서면 상대가 꼭 나일 필요는 없을 텐데. 내가 저 서류철을 봐 버려선가? 아니면 내게 그 인물들의 생전 모습이 보여서? 그러다 불현듯 그 인물들이 모두 인간이라는 데 생각이 미쳤다. 어쩌면 인간과의 일이었기에 용이나 정령왕보다는 인간에게 토로하고 싶어진 건지도 모르겠다.

어쨌거나 흑룡은 (침울한 분위기가 아주 가시지는 않았어도) 앞서에 비해 한결 평온해 보이는 얼굴로 그 인물들을 추모하러 가겠다며 손을 내밀었다. 내 추모도 의미가 있을까? 아닐 거다. 그들이 죽은 지 천 년 가까이 지난 오늘에야 그들의 존재를 인지한 인간인데 무슨 의미가 있을라고? 그들에 대해 아는 것도 이름과 생김새와 그들이 (옳으냐 그르냐 적절하냐 아니냐를 떠나) 하나의 목표하에 의기투합해서 있는 힘껏 살고자 했던 인간이었다는 것뿐. 그러니 내가 낄 자리는 아니겠지만... 흑룡이 추모하는 동안 일대 탐색 정도는 할 수 있겠지. 레아는 만년필과 수첩을 안주머니에 챙겨 넣었다.

"실례하겠습니다."

가볍게 목례하고는 그의 손을 잡았다.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뭐라도 발견되면 좋겠다.



// 주제가 묵직해 보여서 이 소리 저 소리 넣어 봤는데 지금 분위기에 어울릴지 모르겠습니다🙄 선악이나 목표 달성 가능성 같은 걸 떠나 그 5인은 자기 삶을 살고자 했던 인간이라는, 현재 레아의 잠정적 결론이 기대하신 바에 부합할지도 궁금하군요😅


>>941

술, 담배.. 인간이 괴로움을 더는 데 동원했던 수단 중 건강에 해로운 걸 골라서(?) 섭렵해 봤군요😬 독소도 바로 정화되는 용 아니었으면 건강 상했겠습니다😞..

오😮 전례 없던 대이변인데 원인 파악 바로 합니까? 대단한데요 블랑님😗~♪!

대빵직 맡을 수 있는 나이 하한선을 낮춰 버릴 작정이랍니까😦? 있는 규칙 바꾸는 거 엄청 귀찮을 텐데(으르신들도 난리 칠 거 갘고요) 귀찮은 거 최고 싫어하면서 용케도 하는군요😶a

943 ◆8nz3IZH4M2 (1XZ7URPfsk)

2023-04-29 (파란날) 16:48:51

>>942 정답입니다!! 너무 완벽한 정답이에요!! 모든 정의는 상대적 관점이고 블랑도 본인이 과거 What if때 풀었던 이야기인 "자신은 [백]속에 있다."라 하는것도 어찌보면 완벽한 주관인 셈이죠!!

농담이 아니라 저 당시에 모두 배웠습니다.... 그래서 사실 테라스는 흡연 가능 공간이에요....

과거에 헬리오트가 입단 선물로 준 시계를 챙겨갑니다. 그 시계가 바로 사태 파악의 실마리가 될꺼에요.

귀찮은건 사실이지만 그래서, 블랑을 로드직에 앉혀두고 놀려먹을 기회를 놓칠 ㄹ가 아니라서요(.....)

ㄹ : "으헤헤헤헤헤헤헤헤. 놀려먹는다!! 놀려먹어!!"

는 답레가 좀 많이 늦을껍니다 ㅠ 제가 오늘 일이 있어서 밖에 나온지라....

944 ◆Tkeoq3Vax6 (WW.je1IKe6)

2023-04-29 (파란날) 19:31:51

>>943

답레는 너무 걱정 마시고 편하실 때 주세요🙂

근데 옳고 그름 적절함 부적절함 다 배제하고 보면 보스도 자기 삶을 살고자 아등바등했던 인간으로 볼 수 있지 말입니다..🥴 너무 상대주의로 치달아도 곤란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정의라는 게 뭔지 전 모르겠습니다(아마 레아도 모를 듯요😕)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이 결국 지향 가능한 최선의 정의인가 싶어졌다가도, 이건 배제되는 소수에게는 악일 거 같아서 모르겠고😬 정의는 몰라도 불의임이 명백한 영역은 엄연히 존재하는 건가 싶다가도, 구조적인 문제로 개개인이 인지조차 못 하는 사이 저지르는 잘못도 있다 보니😑.. 정의고 불의고 일종의 스펙트럼 아닐까 싶어지고.. 어렵습니다😵;;

아니😦 실제로야 용이긴 해도 10대 청소년 모습으로 유희 중이었으면 다들 소년으로 알고 있었을 텐데 술 담배를 가르쳤단 말입니까😨? 마약까지 가르친 건 아니겠죠;;? TMI 하자면 제가 흡연 가능성 자체를 생각 못 했던지라 레아는 비흡연자입니다(...)

기능이 완전히 정지한 시계가 천 년 전처럼 멀쩡하게 작동하기 시작하는 연출이 나오려나요🙃?

블랑님 말고도 대빵직 일 잘할 만한 용이 있고 블랑님한테 대빵직 넘기면 허구한 날 전임 호출할까 봐 망설이는 중이라고 하신 거 같은데 결정한 겁니까😶?

945 블랑 - 레아 (z81tI45LSQ)

2023-04-30 (내일 월요일) 01:00:54

무언가 결심을 각오한 레아의 모습을 눈에 담아둔다. 그녀는 항상 자신이 평범하다고 하지만 그 평범함 속에 빛나는 자질이 있음을 그녀 스스로는 아직까지 자각하지 못하는 듯 싶었다. 하지만 타인, 그것도 거리감으로는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는 타인인 자신의 시선으로 보자면 그녀는 천천히, 하지만 누구보다 확고하게 변해가고 있었다. 좋은 현상이다. 용으로서 가지지 못했던 열정을 가진 그 모습을 보자면 어쩌면 자기네들 또한 인간에게 배울점이 있는 것은 아닐까.
당시 시대상은 정말로 최악을 달리고 있었다. 어느 갱단이 경비병보다 믿음직스럽단 말인가. 그마저도 정의로운 이들이 거리를 지키겠다고 상부의 방침과 어긋나가는걸 숨겨가면서 움직인단 말인가. 어린아이들이 타락에 빠지는게 일상이었고, 그들을 향해 손을 뻗어주는 이 없이 하루하루가 지나가던 일상이 떠오른다. 그러한 모습을 보던 헬리오트는 모든 것을 바꿔야한다는 일념하나로 몸을 불사질러가며 나아갔고, 그 끝에 마지막으로 의지를 이어받은 것은, 다름아닌 인간이 아닌 자신이었다.
레아가 손을 잡기 직전, 그는 자신의 왼팔에 시계를 채웠다. 천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드워프들에게 계속 수리와 보수를 맡겨 마치 새것과 같은 느낌의 시계, 헬리오트가 자신이 갱단에 입단하였을때 주었던 선물, 투박하기 그지 없는 은도금 시계였지만, 지금에 와서는 재질따윈 중요하지 않았다. 이는 그와 자신을 잇는 유대의 상징이었고, 그를 위한 성묘를 가기로 결정했다면, 당연히 챙겨야할 물건이었으니까.

"미안하구나. 잠깐 준비를 하느라."

잠깐의 여유를 틈타 옷을 갈아입은 것일까, 레아의 손을 잡는 순간에 맞춰 마법을 걸어 자신의 복장을 바꾼다. 하얀 셔츠 외에 완벽히 검은 색 일색의 복장, 마치 장례식장을 향해 가는 듯한 상복의 모습이었다. 그러고보니 반역의 그 날에도, 보스의 딸을 대신 장례식을 치룬단 의미로 그들 모두가 검정색으로 통일한 복장을 입고 있었다. 마치 그때의 기억이 떠오르는 것만 같았지만 감상에 빠지는 것은 나중에 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다시 레아의 손을 잡았고, 부드럽게 웃으면서 공간을 접었다.

─그 순간이었다.

마나의 흐름을 타고 공간의 흐름에 몸을 맡기던 그가 순간적으로 몸이 엄청 가벼워 지는 감각을 받는다. 그와중에도 레아의 손을 놓지 않았고, 그는 최대한 무슨 상황인지를 파악하기 위해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자신의 공간 접기가 실패했단 것일까? 아니다, 공간을 접다가 실수했다면 차원과 차원 사이의 틈새에 유리 되었을테고, 그렇다면 당연히 가벼운 마법을 통해서 충분히 빠져나올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감각은 마치 어디론가 빠르게 급류를 타고 빠져나가는 느낌이었다.
대체 무엇일까, 도대체 무슨 상황이길래 이러한 흐름을 탄단 말인가. 그 순간 그의 시선으로 헬리오트의 시계가 눈에 들어왔다. 정방향으로 가던 시계가 어느 순간부터 거꾸로 돌고 있었다. 그것도 천천히 가속을 더해가면서 말이다. 도대체 무슨 일인가 싶어 자세히 살펴보니 마치 시간을 되감는 것 마냥 자연스레 움직이고 있었다. 그 순간 그의 머리로 많은 결과가 떠올랐다. 진도 10의 지진으로 무너트린 탄명곡, 당연히 마나의 흐름은 뒤죽박죽이 되었을 뿐더러 한순간 이루어진 중력의 붕괴로 인해 발생한 지진은 당연히 그 지대에 불안정한 중력상태가 남아 있었을 것이다. 아주 미세한 차이가 이러한 결과를 내놓다니, 돌아가게 된다면 당장에 기록해둬도 나쁘지 않을 것이고 말이다.

'설마....!!'

그가 마지막 결론을 내리는 순간, 두 사람의 시야가 점멸하고.

다시 눈을 떴을때는 거대한 건물이 눈에 들어오고 있었다. 시계가 가리킨 시간은 다름아닌....1023년 1월 5일 6시.

"말도 안돼."

보스의 딸이 죽었을 당시의 시간대였다.

//

원래 절대적이고 완벽한 것은 없는 법이죠. 정의건 가치관이건 그 어떤것이던 간에 말이에요...... 그런 의미에서 살아가는데 인문학이 계속해서 중요시 되는 것 아닐까요? :)

호송팀 전원이 마약 근절을 외치고 있었습니다.... 헬리오트가 술 담배는 가르쳤을지언정 절대로 마약은 가르치지 않았죠!! 네버!!

아쉽게도 시계는 계속 유지 보수가 되어서 잘 굴러가고 있었고, 시계가 아주 자연스럽게 되감기는 연출이었답니다!!

그래서 아직도 고민중입니다. 귀찮음을 감수하고 저놈을 놀릴것이냐, 아니면 그냥 귀찮으니 알라투에게 넘겨줄까, 하고 말이죠.

946 레아 — 블랑 (iXRkdQsNWk)

2023-04-30 (내일 월요일) 04:44:43

흑룡은 준비한다더니 팔에 은빛 물건을 찼다. 시계를 연상시키면서도 오늘날의 시계와는 영 딴판인 무언가. 추모하러 간다면서 일부러 착용할 정도면 그만큼 의미 깊은(즉, 천 년 전의 인물들과 관련된) 물품일 텐데, 실금 하나 없이 윤이 나니 대체 뭔가 싶다. 하긴 저 서류철도 보존 상태만 보면 작성 연도가 거짓말 같네. 그처럼 물건들이 말끔한 건, 그가 당시의 흔적을 간직하는 데 심혈을 기울여 왔다는 방증이리라. 저 시계(?)의 외형을 천 년 전 유물과 비교할 수 있도록 그려 두면, 흑룡이 구술해 준 내용의 신빙성에 좀은 보탬이 되려나? (그림엔 젬병이라 대략적인 모양만 본뜨기도 쉽지는 않겠지만)

그런 생각과 함께 눈을 깜박였던가? 그가 어느새 그의 머리칼만큼이나 새까만(그래서 유일하게 하얀 셔츠와 대조적인) 정장으로 차려입었다. 그 일대를 완전히 무너뜨린 뒤로 지금까지 한 번도 가지 않았다 했던가? 그렇다면 이번에 가는 건 흑룡에게 단순한 추모보다 뒤늦은 장례식에 가까울지도. 나도 검은 옷을 갖춰 입어야 하나? 어쭙잖게 끼느니 혼자 마음 추스르도록 떨어져서 할 거 하는 게 낫나? 망설이는 사이 흑룡이 손을 잡았다. 그러자 여느 때처럼 부드러운데도 어딘지 애련한 웃음과 몸이 뜨는 듯한 느낌을 마지막으로 감각이 아득해졌다.(아주 잠깐, 손이 더욱 꼭 붙들린 듯도 했지만, 확실치는 않았다.)

다시 정신이 들었을 땐, 상상도 못 했던 풍경이 들이닥쳤다. 흑룡은 갱단의 본부가 지금의 탄명곡에 있다고 했는데, 그러니 갱단의 본부가 있던 곳에 왔다면 주변은 지층이 뒤틀리고 갈라져서 뭐가 뭔지 분간이 안 되는 협곡이어야 하는데, 여기는 굴곡조차 완만한 지형이다. 눈앞에 웬 건물까지 버젓이 있다. 이게 대체..? 눈만 멀뚱멀뚱하던 중 흑룡의 경악한 듯한 목소리에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뭔가.. 잘못됐다? 공간 이동에 실패한 걸까? 글쎄. 실패하면 공간의 틈새에 갇힌다고 했는데 여긴 어딜 봐도 틈새 같지는 않다. 그럼 착오가 생겨서 엉뚱한 데로 와 버린 걸까? 이것도 모르겠다. 그만한 문제면 그가 이리 당황할 리 없다. 도대체 뭐지?! 몸이 바들거려 손깍지를 꽉 꼈다.

"어떻게.. 된 겁니까? 탄명곡에 가시려던... 게 아니었..습니까?"



// 레아는 공간 이동 중에 블랑님처럼 세세한 걸 살필 능력은 안 될 거 같아 그 부분 묘사를 최소화하다 보니 분량도 확 줄었습니다😅a

블랑님이 평범함 속의 자질이라고 평가하는 요소가 정확히 뭐일지 궁금해졌습니다 >>945의 맥락을 보면 열정 같은데..🤔 전 열정 하면 열혈캐부터 생각나는지라 열정을 의도하신 게 맞나 긴가민가합니다😓ㅋ

전 인문학적 소양이 부족해서 인문학이 중요한지까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단언하기 어려운 문제를 레아가 접할 때마다 모 소설 등장인물의 대사가 떠오르긴 했습니다😌
"어떤 사람이 강해서 끄떡도 하지 않게 되는 날, 그 사람은 쓸모 없게 된단다. (중략) 절대의 진실을 찾아내어 이제는 망설임없이 오로지 그것만을 믿게 되는 날부터 그 사람은 구원받을 수 없는 앞뒤로 꽉 막힌 사람이 된다는 뜻이지."

마약은 안 가르쳤다니 다행이군요 그와 별개로 용도 마약에 중독되는지는 궁금해졌습니다😗 (온갖 독이 자연히 해독된다면 마약 중독도 안 될 거 같긴 합니다만😓ㅎㅎ)

천 년 전 시계라 당연히 고장 났겠거니 했는데 아니었군요😶a 시계가 거꾸로 도는 거에서 힌트를 얻는 거 그럴싸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누님한테 넘긴다 해도 규정을 바꾸는 귀찮음을 감수해야 한다는 문제가 있으니 귀찮음을 피하려면 2,500살 이상인 용 중에 적임자를 찾는 게 빠르지 않을까요😏?

947 블랑 - 레아 (z81tI45LSQ)

2023-04-30 (내일 월요일) 10:14:58

"아니 이곳은..... 탄명곡이 맞다."

그가 더듬거리는 목소리로 당황한듯이 말하였다. 말도 안되는 상황을 눈앞에서 직면한 탓인지는 몰라도 항상 침착하고 온화하던 그의 모습에선 조금의 당황함 마저 서려있었다. 이곳은 콘스텔라티오의 본부가 확실했다. 저 큰 건물만이 아닌 주변으로 퍼져있는 각종 건물들이 대략 50여채 정도, 완전히 자연지물을 이용해 위장을 한 탓에 두 제국도 위치를 특정하지 못했던 암흑가 역사상 제일 크고 강했던 범죄집단의 핵심부가 바로 그들의 눈앞으로 펼쳐져 있었다.
의외의 상황에 그 또한 생각을 정리할 틈이 필요했다는 듯 빠르게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그들이 위치가 틀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결국 자신이 예전에 저지른 지진때문에 중력의 변곡점이 발생해 무중력 상태가 발생하였고, 그 타이밍에 맞춰서 시간선을 탔다는 소리가 되지 않는가. 도대체 그 시간의 변곡점 사이에 무엇이 존재하였기에 과거로 이동했다는 뜻일까. 그가 허공에 손을 내젓자 그 의지를 받아들인 듯 아공간이 열린다.

"다행히 몇가지는 작동하는 듯 싶다. 이정도면 출입증도 작동하겠지."

그가 서둘러 그가 즐겨입는 로브를 꺼내 든 뒤 그녀에게 씌워준다. 아무리 그래도 이곳은 범죄집단의 핵심부였다. 레아에게 이곳은 전인미답의 공간이요, 어떤 위험이 도사리고 있을지 모르는 상황이었기에 최소한도로 그녀가 안전할 수 있게 작업을 해두는 것은 기본이었다. 그렇게 로브위에 카모플라쥬를 걸어주고, 그도 모자라 그녀에게 인식 방해 마법을 걸어주며 마치 신신 당부하듯이 말하였다.

"잘 듣거라, 레아. 우리는 지금 1천년전의 시대에 와있다. 아마 지금의 시간대라면 본부에서 각자의 자기시간을 가지며 헬리오트가 임무 완수 보고를 하러 갔을 시간이다. 타임 패러독스가 발생해 내가 또 있을 가능성이 있겠지만, 일단 내 기감상으로 잡히는 것이 없다. 아마 시간의 변곡점으로 인해 이 시간대의 나로 내가 대체된 느낌이고."

즉 과거로 타임 시프트(Time shift)한 두 사람 중에서 블랑이 여기에 있다는 건, 지금의 시간대에 존재하는게 바로 블랑 본인이라는 뜻일 것이다. 일단 상황 파악을 하려고 한다면, 동료들이랑 모이기로 한 시간까지 돌아가는 것이 맞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레아가 걸렸다. 이 앞은 지금부터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상황이다. 즉 그렇다 함은 레아가 위험에 빠질수도 있다는 뜻이고, 보면 안될─비밀 보다는 잔인하고 냉혹한 광경─ 장면들을 많이 보게 될 것이다.

"팀원들도 모르는 내 은신처가 있다. 그곳으로 가서 기다리겠느냐. 아니면 나를 따라오겠느냐."

물론 모든 것은 레아의 선택지였다. 하지만 그녀가 자신을 따라온다면, 자신은 그녀를 전심전력으로 보호할 것이다.

// 묘사가 짧으면 어떻고 길면 어떻습니까!! 적절합니다!! 충분히 장문이에요!!

열정과 탐구심 그 모두가 레아의 자산이고 재능인겁니다!! 노력도 노력 하는 것 자체가 사실상 재능이에요!! 제가 사실 그런쪽에 재능이 없습니다(....)

오오오오..... 레아에게 너무 잘어울리는 말인데요!! 지금까지의 행보에도 딱 맞고요!!

사실 과거로 가는게 아니라 아예 일순(한바퀴 돌아버림) 해버린다는 방법도 있었는데.... 그럼 진짜 타임패러독스가 개쩔게 일어날거 같아서요....

ㄹ : "나 퇴직하기 전엔 어케든 되겠지~~ :.゚٩(๑˘ω˘๑)۶:.。"

948 레아 — 블랑 (iXRkdQsNWk)

2023-04-30 (내일 월요일) 17:45:56

터무니없는, 그 스스로도 당혹한 듯한 답변에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여기가 탄명곡이라니? 어딜 둘러봐도 협곡 비슷한 것도 없고 보이는 거라곤 황야의 빛깔이며 움푹 솟은 솟은 바위 언덕의 형태를 빼닮은, 크고 작은 건물들뿐인데. 제대로 이동했다면 이럴 수가 없지 않은가. 찬 바람이 휘부는 날 선 소리에 움츠러들 찰나, 흑룡이 허공에서 눈에 익은, 바다 빛 로브를 꺼냈다. 그러나 그렇게 시각과 청각과 촉각이 느껴지는데도 뭔가 현실감이 없었다. 출입증도 작동할 거라는 말이 들려도, 로브가 몸에 둘러지면서 바닥에 늘어지는 감촉이 느껴져도, 그가 투명 마법을 썼는지 로브는 물론 제 몸까지 사라진 것처럼 보여도, 마냥 멍하고 불안했다.

그런 가운데 귀에 꽂히는 설명은 거짓말, 아니, 헛소리 같았다. 몸을 가눌 새도 없이 무릎이 꺾여 주저앉았다. 천 년 전이라니? 내가 제대로 들은 게 맞나? 앉은 채라 목이 뻐근하도록 올려다봐도 표정이 제대로 보이진 않았지만, 흑룡도 동요한 것 같다. 의도는커녕 예상조차 못한 눈치다. 그렇다면.. 돌아갈 수 없을지도..... 레아는 제 볼을 몇 번이고 후려쳤다. 꿈이면 제발 깨라! 그러나 볼이 달군 듯 얼얼해져도, 눈물이 그렁해져도, 그대로다. 달라지는 게 없다.

그대로 울어 버릴 것 같아 얼굴을 움키다시피 짓눌렀다. 타임 패러독스니 시간의 변곡점이니 모르겠고, 그저 후회스러웠다. 황당하다 못해 끔찍한 상황이지만, 흑룡에게는 나쁠 게 없을 듯하다. 아니, 오히려 돌아가지 않으려 할 것 같다. 그 인물들이 사망하기 전이라면, 천 년이나 후회했던 일을 뒤바꿀 기회가 생긴 셈이니까. 요람과 관련된 작업이 허사가 된 건 힘들겠지만, 그건 복구하려면 복구할 수 있을 거다. 그와 절친한 용의 대표도 만나고자 하면 만날 수 있을 테고. 그러나 나는? 아무것도 없다. 우리 가족도, 산 리노도, 학교도, 친구들도!! 따라오는 게 아니었다. 그깟 증거 좀 없으면 어떻다고? 어차피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일이었는데. 이 모든 게 내 같잖은 호의가 초래한 결과라는 게 미칠 것 같았다. 돌아갈 수만 있다면 악마에게 영혼이라도 팔고 싶었다.

거기 생각이 미친 순간, 허겁지겁 출입증을 꺼냈다. 이게 작동한다면, 어쩌면 이걸로 돌아갈 수 있지 않을까? 그러나, 집중이 안 됐다. 실패하면? 아니, 이동이 제대로 됐는데 여전히 이 시기이면? 생존 수단 하나 없이 홀로 동떨어지고 만다. 땀이 뱄는지 출입증이 미끈거린다. 한껏 부여잡아도 손이 떨렸다. 안 되겠다.. 손수건을 꺼내 출입증과 손을 닦았다. 그러고 나니 얼굴이 질척해진 게 느껴졌다. 어느새 코도 나와 연신 훌쩍일 수밖에 없었다. 정말로, 현실이구나. 마른 세수로 얼굴을 훔쳐 내고 마저 손을 닦았다. 지금으로서는 흑룡이 돌아갈 마음을 가져 주길 바라는 게 그나마 가능성 있는 길 같다. 그러자면 일단 그 인물들이 무사한지부터 확인해야겠지. 레아는 출입증과 손수건을 안주머니에 넣고 비척비척 일어섰다.

그때 흑룡이 따라올지 말지를 물었다. 머리가 아파 왔다. 따라간다면 '그 용'과의 싸움에서처럼 내가 걸림돌이 될 위험이 크다. 그렇다고 안 따라가자니, 무서웠다. 혼자 있다간 별별 생각이 다 들어서 피가 마를 것 같다. 정신을 가다듬고자 관자놀이를 누르다 가까스로 되물었다.

"제가 따라가면 블랑님께 방해가 되지 않을지요?"

그러고도 두통이 가시지 않아 이마를 짚다가 만년필과 수첩을 꺼냈다. 뭐라도 하지 않으면 제정신으로 있기 힘들 것 같았다. 뭐든 적자, 여길 영영 벗어나지 못한대도 나는 미친 인간이 아니었다고 나부터가 믿을 수 있도록.(무슨 기록을 남겨도 이 시대 지성체들에겐 미친 소리로 치부되기 십상인 건 알지만) 우리 가족의 가계는 물론 내가 살았던 세상, 함께하며 서로 아꼈던 사람들에 대해서, 그리고 천 년 뒤의 세상에서 살았던 인간으로서 이제부터 겪어 나갈 일들도 낱낱이.



// 출입증이 정상 작동한다면 그거로 돌아갈 생각부터 할 거 같아서 슬쩍 언급해 봤습니다🙄ㅋ
+ 블랑님이 안 그래도 5명을 보호해야 하는 입장인지라 레아까지 따라가면 혹이 더 늘어나는 거 아닌가 고민되지 말입니다😑
조선 시대 사관 모드(???)가 된 동기도 억지스러워 보이지는 않아야 할 텐데 어떨지 모르겠습니다😶a 납득이가 출몰해 버리면 몰입감이 유지되기 어려우니 말입니다😞
근데 >>434에서 원래 시간대로 돌아가려면 서류철도 필요하다고 하셨었는데 레아가 서류철을 챙기지 못한 거(지난 레스에서 서류철을 집어 들 만한 계기가 없었는지라..😥) 괜찮습니까?

훅 짧아진 것도 좋게 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성의 없게 보이면 어쩌나 찔렸지 말입니다😅a

하긴 꾸준히 노력하는 거 엄청 힘들죠😖 저도 못 합니다(...)

레아가 의심하거나 의문을 제기하면서 나름의 답을 찾으려는 사고를 하는 게 저 대사의 영향이긴 합니다😓ㅎㅎ 개인적으로는 레아가 평범이여서 무언가에 대한 확신을 갖는 경우가 드물다 보니 지니게 된 장점이라고 생각하고 있고요😌

과거로 가는 대신 아예 일순한다는 건 어떤 의미인지요😮? 제가 잘 이해를 못 했습니다😵

949 블랑 - 레아 (z81tI45LSQ)

2023-04-30 (내일 월요일) 23:01:09

"..... 그건 힘들 것이다. 하지만 원리는 알것 같다. 원래 시간대로 돌아갈 방법은 알 것 같다만, 지금은 못갈 듯 싶구나."

확실히 지금으로선 힘들었다. 어떤 원리인지 파악했고 당연히 이 방법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중력을 제어가능하고 동시에 공간까지 확실히 인지하고 있는 자신이어야지만 가능한 것이었으니까. 그는 서둘러 자신의 손수건을 꺼내 레아의 얼굴을 조심스레 닦아 주었고, 동시에 패닉에 빠진 것을 대강이나마 짐작하고 있다는 듯이 품안에 안고는 어르고 달래주기 시작했다. 다행히도 어느정도까지는 확실히 이 상태를 타개할 만한 방법을 찾을 수 있을거 같았고 말이다.
하지만 어째서 자신들인가. 이 탄명곡을 향해 수많은 텔레포트가 있었고 걔중에는 용들도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 자체가 처음, 그렇다면 누군가의 개입이 있다는 것일수도 있다. 그리고 그 존재가 하필이면 이 시간대로 시간대를 지정했다는 것은, 분명 자신에게 이 상황을 한번 타개해보라는 뜻과 같다고 그는 짐작했다. 어째서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순간 레아의 결심에 찬 모습이 들어온다. 마음 정리가 되었다는 것일까, 그녀의 눈에서는 왠지 모를 결의가 느껴졌다. 어쩌면 다시 돌아갈수도 없을지 모른다는 그 마음 때문일까. 가장 현실적인 반응이고 인간으로선 당연한 것이다. 오히려 패닉에서 빠르게 벗어났다는 것 자체가 너무나도 대견했지만, 한편으로는 조금은 괘씸하기도 했다. 물론 레아의 행동이 화가 났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믿지 못한다는 그 모습이 아주 조금, 밴댕이 소갈딱지 정도만큼이나 거슬린 정도였다. 이래뵈도 꽤 유능하다고는 생각했는데 믿어주지 않다니.

"에잇."

그가 로브를 뒤집어 쓴 채의 상태 그대로 레아의 머리를 거세게 쓰다듬었다. 당연히 예의가 아니라는 것도, 이 상황에 어울릴 행동도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러지 않고서야 자신을 조금 의심하는 그녀의 행동에 대해 분풀이가 되지 않았다.

"걱정말거라, 못해도 너만큼은 돌려보내주마. 내 심장을 걸고 약속하마."

그렇게 말한 직후, 그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어차피 예견된 사건─보스 딸의 사망─은 막지 못한 시점이다. 그렇다면 당장 팀원들을 만나서 앞으로 벌어질 일에 대해 대책을 세우는 것이 맞았다. 그렇게 결심하는 순간 따라나서길 희망하는 눈빛을 받아든 블랑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녀를 데리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렇기에 그 걱정을 깨트리는 것도 본인의 역할이라 생각하며 그는 씨익 웃음을 지어보였다. 그것은 어쩌면, 여지껏 레아가 보지 못한 그의 순수했던 시절의 웃음이 아닐까.

"지금부터는 전음으로 대화를 하자. 다행히 너 하나 못지킬 정도로 내가 나약하지는 않다. 그리고 최소한 여기서는 그때보다는 진심으로 싸울수 있을거 같으니....."

// 전혀 억지스럽지 않습니다!! 오히려 레아가 진짜 큰 결심을 한거 같네요!! 그리고 서류철 못 챙긴건 아쉽지만 다행이도 수첩이 남았군요. 수첩을 그 역할로 대체하겠습니다!! 이런건 실시간으로 성좌에 가까운 저희들이 결정을 해줘야지요!!!

아이고 괜찮습니다.... 그간 길게 쓰느라 고생하셨을터인디.... 너무 무리만 하지 마시라요!!

당연하면서도 당연하지 않을걸 태연이 해내는 레아!! 역시 인재다 인재!!

일순, 즉, 한바퀴 돌리는겁니다.... 이 경우에는 아예 운명이 고착화 되버리는 거라서.... 진짜 아예 바꿀수가 없습니다.

950 ◆Tkeoq3Vax6 (0w2OCPS8yE)

2023-05-01 (모두 수고..) 00:20:05

>>949

별 문제 없었다니 다행입니다🙂

스포아자씨의 개입을 빠르게 알아챘군요 블랑님이😮 평소에도 신이 존재한다는 걸 알고는 있었던 덕일까요😗?
그리고 결국 혹을 달게 된 블랑님(...) 그와 별개로 가지 않은 길은 궁금한 법이라..😑ㅋ 레아가 은신처에서 기다리겠다고 했으면 상황이 어떻게 전개되었을지요?
또 궁금한 건, 돌아갈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레아의 현실 인식이 블랑님한테는 믿어 주지 않는 걸로 비친 겁니까🤔?

위까지는 서사 내적인 질문이고, 이제 서사 외적인 질문 드리겠습니다😓ㅋ 1,001레스 차면 새 스레를 파야 할 거 같은데 말입니다 새 스레 팔 때는 뭘 정해야 할까요😅?

951 ◆8nz3IZH4M2 (BnOOyUC3t.)

2023-05-01 (모두 수고..) 08:20:44

>>950

1. 신을 믿는다기 보다는 용이 힘을 쓰거나 마법을 쓰는데, 방해할꺼면 동위의 격, 즉 다른 용이나 그보다 상위 존재가 방해를 해야하는데, 아무리 그래도 레어 한가운데에서 그걸 할만한건.....

2. 그거 아세요? 제가 레아에게 굳이 엘라임을 붙여드리려 했던 이유.... 넵, 운디네랑 실프가 등에 찰싹 붙어 쫒아왔습니다. 서로 통하는게 있으니까 걔네가 중계 해줬을꺼에요.

3. 조금은요!! 자신도 처음보는 현상이지만 돌아갈수 있는 방안이 다 떠올렸는데 너무 불안해하니까 왠지 블랑눈에는 자길 안믿는 것처럼 보였던거죠. 물론 이건 블랑이 레아 속을 전부 읽을수 없는데에서 발생한 오해입니다!!

제목이랑 처음 들어갈 문구, 시트 주소랑 1스레 주소정도면 괜찮지 않을까요?

952 ◆Tkeoq3Vax6 (0w2OCPS8yE)

2023-05-01 (모두 수고..) 09:53:36

>>951

1. 그랬군요😮 기왕 알아챈 거 자기한테 씐 것도 알아챘으면 싶은데 어떨지 모르겠습니다ㅎㅎ

2. 엌ㅋㅋㅋㅋㅋㅋㅋ 따라왔습니까? 전혀 생각 못 했습니다😓ㅋㅋ (정령이들은 안 무서워하나 모르겠군요 수명이 2~300년이라 하셨으니 못 돌아가면 집이나 친한 정령이랑 영영 이별인데 말입니다😐a) 근데 그럴 줄 알았으면 그냥 은신처로 가게 할걸 그랬군요 괜히 혹 됐..😞;;

3. 뭐 블랑님이 돌아가고 싶어 할 거라는 생각이 없으니 어떤 의미에선 안 믿는 거 맞겠습니다🙄a

아 읽다 보니 궁금한 점이 또 생긴 게.. 블랑님이 투명 마법이랑 인식 방해 마법을 레아한태 걸어 준 것 같은데요, 그러고도 레아가 멘붕해서 주저앉은 걸 알아본 겁니까🤔? 안고 어른다는 서술이 있어서요😐

자유 상극 레스 앵커도 복붙하면 좋겠습니다🙂 시트는 1스레에서 추가된(?) 설정 업데이트 해서 각자 1, 2레스에 달면 되려나요😶? (자잘한 거 넣을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픽크루를 교체하고 싶지 말입니다😅ㅋㅋ) 그나저나 문구랑 제목은 어렵군요🥴 사실 스레 만들어 본 적도 없어서(...) 이번에도 부탁드려도 괜찮을지요🙄?

953 레아 — 블랑 (0w2OCPS8yE)

2023-05-01 (모두 수고..) 17:39:03

훌쩍이면서 마른세수로 얼굴을 대강 훔치는데 흑룡이 마주 앉았다. 뒤이어 그가 우람한 체격(본체를 생각하면 지금 모습은 자그마한 거지만)이 무색하게 섬세하고 조심스러운 손길로 얼굴을 닦아 주었다. 감정이 주체가 안 되어 고개를 돌렸다. 이럴 때가 아닌데. 침착해야 하는데. 그때 시야가 확 어두워지며 단단한 온기에 싸였다. 돌아갈 방법을 알겠다는, 달래는 듯한 말에는 전율도 일었다. 그러나, 지금은 못 간단다. 그의 품이 갑갑해졌다. 안다. 그에게 이 상황은 천 년이나 후회하고 그리워했던, 혈육 이상의 존재와 재회할 수 있는 기회다. 구하고 싶고 함께하고 싶은 게 당연하다. 그래서 돌아가지 않겠다고 하면 무슨 수로 설득하나? 만난 지 이제 고작 열흘인 인간을 집에 보내기 위해 천 년이나 잊지 못한 인연을 포기해 달라고? 될 일이 아니다.

레아는 슬며시 그를 밀어내고 몸을 일으켰다. 희망이 생기자마자 부서진 기분이었다. 아니, 살아 있는데 죽은 기분이라는 게 더 어울릴지도 모르겠다. 가족도 친구도 동료도 다시는 만날 수 없고 소식을 전할 수도 없으니, 살아 있어도 내 세계에선 죽은 존재 아닌가. 미치지 말자고 기록이나마 남기기로 했지만, 그게 소용이 있긴 할까? 여기 사람들에겐 미래 사람의 이야기가 아니라 망상으로 돌아 버린 자의 헛소리일 텐데. 나중 따위 생각해 봤자 암담해질 뿐이라고 마음을 다잡아도 우울한 생각만 든다.

그런데 별안간, 거친 손길이 머리를 헤집을 기세로 문질렀다. 그 통에 로브의 후드가 처지며 시야가 가려졌다. 어리벙벙하게 있다가 그만 울음이 복받쳤다. 심장을 걸겠다니, 이건 그저 약속이 아니라 무슨 수를 써서라도 해내겠다는 맹세겠구나. 그렇다면.. 돌아갈 수 있다! 마음이 놓여서일까? 후드 자락으로 눈을 눌러도 금세 축축해졌다. 어떻게든 울음을 삭이려고 이를 악물 찰나, 불길한 예감이 스쳤다. 심장을 건다는 건, 목숨을 걸겠다는 의미일지도 모른다. 만에 하나, 흑룡이 알겠다는 방법이 목숨을 걸어야 할 만큼 위험한 것이라면? 머리가 띵했다. 그가 위험해지도록 내버려 두는 건 못할 짓이다. 하지만 그래야만 여길 벗어날 수 있다면 어째야 하나..? 아니다. 미리 걱정해 봤자 소용없다. 레아는 후드를 걷어 넘기고 훌쩍이며 숨을 골랐다.

"돌아갈 방법이라는 거, 안전한 겁니까? 저뿐만 아니라, 블랑님께도 말입니다.."

부질없는 질문이다. 그가 진실을 말하든 숨기든 내가 알아낼 방도는 없으니. 그래도, 괜찮다는 답을 듣고 싶었다. 괜찮을 거라고 믿고 싶었다. 그의 마법으로 시간을 거슬러 왔듯이, 돌아가는 것도 그의 마법이면 될 거라고. 역으로 낙관적인 상상도 해 본다. 시간을 넘나드는 게 가능하다는 소리는 픽션에서말고는 듣도 보도 못했지만, 그는 용이니까. 원하는 시대로 갈 수 있다거나 하는, 인간으로선 상상조차 못할 능력을 얻었을 수도 있지 않을까?(원래도 지니고 있던 능력이라면 천 년이나 후회할 리 없다만, 새로 생긴 능력이라면 이야기가 다를 거다.) 어쩌면 날 원래 시대로 보내 준 뒤 다시 이리로 오는 것까지 가능할지도. 어느 쪽이 맞을지는 겪기 전엔 모른다.

희망적으로 생각하려고 애쓰는 사이, 흑룡이 따라와도 좋다는 듯 끄덕이고는 앞장서기 시작했다. 뒤따라가니 그는 여느 때처럼 미소를 띠었다. 아니, 다르다. 온화하고 서글서글한 웃음이기는 마찬가지지만, 그런 가운데 어딘가 훨씬 밝은 느낌이었다. 쾌활해 보인다고 해야 할까? 확실히, 희망에 차 있구나. 안심이 되면서도 걱정스러웠다. 이번에는 그들이 무사할 수 있을까? 그 갱단이 날고 기어 봤자 용의 상대가 될 리는 없다. 더구나 그는 갱단 측이 어떻게 대처할지도 어느 정도 알고 있다. 용이 타 종족을 해치거나 타 종족의 사회에 지나치게 개입하면 징계를 받는다지만(그러고 보니 천 년 전이면 전임 용 대표가 발바리아를 세운 무렵이겠다.) 용과 인간의 격차며 그의 온후한 성품을 생각하면, 해치지 않고 제압할 수도 있을 듯하다. 그러니 문제 될 거라곤 없어 보이지만.. 이상하게 찜찜했다. 과연 내가 따라가도 괜찮을까? 흑룡은 선선히 승낙했지만, 그가 보호하고자 하는 인간은 나뿐만이 아니다. 그가 내게 신경 쓰다 그 인물들을 보호하지 못한다면? 그 회한과 원망을 무슨 수로 감당할까. 그게 아니라도 그들이 또다시 잘못되기라도 하면? 뒷일은 상상하기도 무서웠다. 차라리.. 입을 떼려다 다물었다. 마법으로 내 모습을 감춰 준 건 잘 숨어 있길 바라서일 거고, 전음을 쓰자는 것도 그 일환일 테니, 최대한 기척을 죽여야 할 것 같았다. 레아는 만년필과 수첩을 한 손에 옮기고 나머지 손으로 출입증을 꺼내 쥐었다.

[혹시 그분들에게 갱단 일을 그만두고 떠나자고 권할 수는 없겠습니까? 천 년 뒤에는 흔적도 없을 조직인데 지금 굳이 목숨을 내걸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그게 어렵다면 그분들은 이 싸움에 휘말리지 않게 멀리 피신시키고 가시는 건 어떻겠습니까? 블랑님이 용이라는 사실을 아시면 그분들도 조금은 걱정을 놓으실지도 모릅니다..]

안다. 이건 터무니없는 걸 넘어 불쾌할 참견이다. 보스 척살은 그들이 신념에 따라 살고자 시도한 일이니, 그걸 가로막는 건 살아 있다는 감각을 앗아 가는 짓일 거다. 하지만 신념은 살면서 새로이 세울 수도 있지만, 목숨은 한번 잃으면 끝장 아닌가. 더구나 그들만 끝장 나는 게 아니다. 그 점을 고려하면 그들이 위험해질 가능성을 차단한 뒤 흑룡 혼자 갱단을 상대하는 편이 차라리 상책일 것 같았다.

[주제넘은 소리 죄송합니다. 하지만 그분들과 동행하시면 그분들이 또다시 다칠 수도 있지 않습니까. 그런 사태만은 없었으면 해서, 이번에는 무사히 그분들과 함께하셨으면 해서.. 감히 여쭈었습니다.]



// 레아는 소시민이라 살고 봐야지성 태클을 한 번은 걸 거 같아서 넣어 봤습니다😅a

954 블랑 - 레아 (Vb1./66zPE)

2023-05-01 (모두 수고..) 19:50:23

[그건 힘들단다.]

가로질러서 도달한 대로변, 아무리 숨겨져있는 곳이라지만 빚을 못갚은 이들은 물론이요, 환락에 찌들어버린 이들을 바라보자면 이 사회의 온갖 오물들이 이곳으로 모여든 것만 같은 착각이 들었다. 답변을 던지는 순간에 맞춰서 시선을 돌리자 레아와 키가 엇비슷한 아이가 몽롱한 눈으로 허공을 바라보고 있었다. 옷차림이 부유한 것에 이국적인 모습을 보아하니 아마 캐놀라인 출신의 귀족 자제인 듯 싶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각 나라의 복식이 보이는 것으로 보아하니 숨겨진 루트를 통해 초대된 이들이 이곳에서 향락과 약에 찌들어가는 모습이 보였다.
아이의 눈동자를 보자 그의 이가 아득, 하고 섬뜩하게 갈려든다. 그 시절에는 몰랐지만 지금에 와서 생각하면 정말 미쳐버린 시대였다. 그리고 그의 혼자만 살겠다고 발버둥 치며 약자들을 전부 희생시키던 그의 모습을 떠올리자마자 그의 전신으로부터 살기가 새어나오기 시작했다. 항상 온화하고 남들을 배려할줄 알던 이가 화가 나면 어느정도까지 분노를 표할수 있는지 알수 있는 대목이었다. 아마 그가 입이 마르도록 칭찬했던 팀원들도, 헬리오트의 그것에 동감하여서 그리 행동을 옮긴것이지 않을까?

[남녀노소, 귀천을 떠나 이런 광경이 즐비한게 이 시대다. 이런 이들을 보고서, 어린 아이들을 보고서 우리들 모두가 헬리오트의 꿈에 동참했지. 그때의 나에겐, 아니, 우리에겐 꿈이 있었다. 헬리오트를 보스로 올리고, 이 시대를 정화하겠다는 그의 꿈을 믿은거지.]

그렇기에 그들의 목숨은 허무하게 짓밟혔다고 볼 수 있겠으나, 역으로 그렇기에 더이상 묶여버린 노예가 되지 않은 것이다. 최소한 그들의 보스는 비참하게 목숨을 다하였고, 그들의 정신을 이어받은 몇몇 이들이 반기를 들어 서로에게 칼을 겨누고 스스로 자정해나갔고 그렇게 지금의 시대로 이어진 것이다. 물론 보스가 왜 자신의 정체를 감추었는지, 또 왜 그렇게 행동하고자 한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어쩌면 이번 과거행으로 알수 있지 않을까.

[당연한 말이다. 네가 걱정하는게 당연한것이다. 하지만 당시에 우리가 들고 일어나지 않았다면, 보스를 죽이지 않았다면 과연 우리가 알고 있는 세상이 있었을지 나는 궁금하구나. 감히라고 할 것까지도 없단다. 네 의견은 어찌보면 일견 타당한 것이니까.]

사실 레아에겐 말하지 않았지만 최후에는 자신의 정체를 밝힐까도 생각하고 실제로도 밝히려 했었다. 하지만 헬리오트가 대충이나마 짐작한 듯 자신을 만류한 모습이 떠오른다. 나는 '블랑으로서의 너의 힘'이 필요한 것이지 '다른 존재로서의 너의 힘'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고 말하면서 다른 존재인 것을 직감으로마 알았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동료로서 믿어주었던 그의 모습이 떠올랐다. 아마 자신이 용인 것을 밝히더라도 헬리오트는 그것을 무시하고 스스로 결착을 내려 했을 것이다. 그런 그였기에.... 스스로의 죽음을 각오한 것이 아니었을까.

[어서 가자, 곧 약속 장소다.]

그리고 운명의 시간이 다가온다. 그리고 그들은 몰랐다.

레아 등뒤에서 몰래 숨죽인채 눈을 뜨고 있는 두쌍의 눈동자를 말이다.

-눈치 못챘지?
-아마두?
-뭘까? 뭘까?
-그러게?

//

참고로 이 엔딩이 끝나고 나면 블랑을 제외한 나머지 5인은 각각 보스와 보스 직속 간부가 되어 뒷골목 정화 작업을 시작합니다. 만약 진행 된다면 현세로 돌아왔을때 꽤 재밌는 광경을 보게 될 수도 있어요 :) 타임 패러독스는 [스포일러]가 처리했으니 걱정 말라구?

1. 그거 절대로 못알아챕니다... 개입만 했다는걸 알뿐, 에티스도 함구하는걸 블랑이 어찌....

2. 그래서 넣어드렸습니다!!

3. 아 그거요? 블랑이 본인이 건 마법인데 본인이 못알아본다면....(먼산)

4. 넵, 대신 수정하신 시트는 다음 어장에 적어주시면 됩니다!! 제가 다른건 다 채비 해둘께요!!

955 ◆Tkeoq3Vax6 (0w2OCPS8yE)

2023-05-01 (모두 수고..) 21:24:12

>>954

블랑님 빼고 5인이라, 블랑님은 요람 때문에 빠지는 겁니까🤔? 동참까지는 안 하더라도 천 년 만에 재회했으니 그 5명이 노력하는 과정을 곁에서 직접 보고 싶을 거 같은데 말입니다😶a 레아도 블랑님이 5명과 함께 지내고 싶겠거니 받아들이고 있고요😌 그래서 전 가능만 하다면 현재로의 귀환은 레아만 하는 것도 무지무지 땡깁니다🙂!! 출입증으로 어떻게 안 됩니까🙄?

참! 돌아갈 방법이 자기나 블랑님한테 안전한지에 대한 질문에는 블랑님이 뭐라고 답했을까요😐? 잇기 애매해서 답레에 반영 못 하신 거 같은데 레아는 궁금해할 거 같은 부분이라 여쭤봅니다😅a

비밀 기지겠거니 했는데 마약에 중독됐긴 해도 민간인들도 있는 도시(?)였군요😨 지진으로 완전히 붕괴시켰으면 그 민간인들까지 휘말려서 사상자가 상당수였겠는데요🥶 꽤나 대형 사곤데 대빵님이 용케도 불문에 부쳤군요ㅎㄷㄷ;;;

근데 팀장님.. 블랑님이 평범한 인간 아닌 거 눈치 채고 있었으면 몸빵은 왜 해 줬..😢 지병도 있으신 양반이ㅠㅠㅠㅠㅠㅠㅠㅠㅠ

1. 블랑님이 계속 모르는 거 아무래도 께름칙하군요 내 안에 타자가 있는데 그걸 나는 몰라..😬;;

2. 애기드라 위험해!! 하게 되는군요..😓a

3. 하긴 그거도 그러네요😅ㅋㅋ

4. 감사합니다😁!! 슬슬 준비해 봐야겠습니다 ㅎㅎ

956 ◆8nz3IZH4M2 (Vb1./66zPE)

2023-05-01 (모두 수고..) 22:53:32

>>955

헬리오트가 먼저 말할껍니다. 항상 도와줘서 고마웠다고, 지금부터는 우리의 역할이라고. 애시당초 들키면 안되는 일이지 않냐고.... 그리고 이번 과거에선 먼저 블랑이 자기가 용임을 고백할껍니다. 애시당초 유희중에 용인걸 들키면 안되는 시점부터.... 아예 커밍아웃 자체는 꽤 큰 리스크를 동반하죠.

아 그부분 추가 해드릴께요!!

네번째 문단과 마지막 대사 사이에 추가입니다!!

>>{ 그렇게 길을 지나던 와중 레아의 질문이 떠오른 것일까. 그는 잠시간 고민을 하고는 가볍게 입을 열었다.

[어디까지나 가설이다만 시간은 중력에 영향을 받는다고 하지, 탄명곡에서 벌어졌던 지진으로 인해 발생한 중력의 일그러짐과 더불어 시간의 변곡점이 공간을 접는 순간 일치화 되어 벌어진 현상같다. 대강 원리는 알았으니 좌표를 알기만 하면 되겠지. 아마 네 노트가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가설이라고는 하지만 확실한 근거가 있다. 게다가 만약 그리한다면 자신도 분명히 가능할 것이니 문제는 없을것이다. 그 누구보다 중력에 대해 확실히 인지하고 있는 존재에, 공간에 관해서라면 누구보다도 확실한 지표를 가진이가 바로 자신이 아니던가.}

아 몇일뒤에 보스 친위대 한명이 사고를 한번 거하게 쳐요. 연금술사인데 호송팀 잡겠답시고 치사율 높은 전염병을 뿌렸다가 도시 전체에 퍼져서..... (먼산) 하지만 호송팀은 블랑이 몰래 건 마법덕에 전부 안전해서 허탕이었단게 함정..... 그래서 도시 인간들이 대다수 빠져나가고 본부에는 몇몇 인원만 남은채 보스가 남아 인명피해는 지진으로 죽은 사람보다 전염병으로 죽은 사람이 더 많을 지경이었어요.

본인 왈, 그냥 몸이 먼저 나갔대요. 그래도 블랑을 마지막까지 살리고 싶었단 일념이었을테니까.....



957 레아 — 블랑 (qToX30v0NM)

2023-05-02 (FIRE!) 13:19:28

황야의 바위 언덕을 연상시키는 크고 작은 건물들을 지나자 큰길이 나타났다. 그러나 널찍하게 트여 있어야 할 길은 쓰레기처럼 널브러진 사람들로 막혀 있었다. 그나마 길가에 기대앉은 이도 파이프를 빠느라 누가 오는지 가는지도 모르는 눈치다. 그 파이프에서 풍겨 오는 연기는 매캐한 가운데 달콤한 듯하면서도 어딘지 역했다. 마치 담배 연기와 지독하게 진한 향수를 뒤섞은 것 같았다. 레아는 코와 입을 가리고 숨을 골랐다. 너저분한데도 고급스러운 티가 나는 비단옷을 입은 이도 상당하지만, 옷차림과는 상관없이 다들 낯빛이 푸르뎅뎅하고 몸은 금세라도 부러질 듯 깡말랐다. 어쩌다 이 지경들이 된 걸까.

그 와중에 한 노점은 몸을 가누기 버거운 듯 휘청이는 이들로 즐비한 채 고성이 오간다. 좀 더 유심히 보니 맨 앞의 이가 실랑이 끝에 제 옷(역시나 더럽긴 해도 비싼 옷 같았다.)을 벗어 내주었다. 그렇게 받은 건 한 줌도 못 되어 보이는 가죽 주머니 하나. 그런데 제 옷을 넘긴 이는 다급히 파이프를 꺼내더니 주머니 속 물건을 털어 넣었다. 설마.. 등골이 오싹해졌다. 마약이구나!

몸서리를 칠 찰나, 흑룡의 표정이 전에 없이 험악해진 게 보였다. 그의 시선을 따라 눈길을 돌리자, 광대뼈가 불거졌고 혈색이 나빠도 앳된 티가 남아 있는 아이가 비틀대며 걷고 있었다. 아이가 입고 있는 캐놀라인풍 의상은 (원래라면 팔에 꼭 맞아야 할) 소매가 헐렁해져 있었다. 얼마나 급격히 야위었으면..! 그런데도 노점으로 가려는 모양이다. 더는 못 보겠어서 눈을 가렸다. (어디서 봤는지 기억은 흐릿하지만) 아이들에게 공짜로 사탕을 나눠 주는 상인의 이야기도 생각났다. 인심 넉넉한 상인으로 유명했는데 알고 보니 마약을 사지 않을 수 없게끔 중독시킬 요량으로 사탕에 마약을 넣었다던가? 괴담인 줄만 알았는데, 어쩌면 이 끔찍한 현장처럼 실제로 있었던 일인지도 모르겠다.

그때 흑룡의 전음이 뇌리를 울렸다. 이런 시대였기에 바꾸고 싶었다고. 확실히, 이런 소름 끼치는 꼴을 비일비재하게 봤다면, 뭐라도 하고 싶어질 만하다. 미래에 전혀 다른 세상이 된다고 해서 지금의 참혹함이 덜어지지는 않으니까. 그렇게 납득이 되면서도 심란함은 가시질 않았다. 결국 그 인물들이 위험을 자초하는 걸 막을 방도는 없는 걸까. 마음 같아선 강제로라도 제지했으면 싶지만, 그 얘기까지는 차마 할 수가 없었다. 그들이 무사하길 누구보다 바라는 이도, 앞으로 닥칠 상황에 대처할 당사자도 흑룡이다. 그런 그가 감당하겠다는 걸 내가 뭐라고 더 왈가왈부할까? 보탬은커녕 짐이나 안 되면 다행인 주제에.

무력감이 엄습하는 가운데 섬뜩한 얘기가 이어졌다. 보스가 죽지 않으면 원래의 세상이 아니게 될 수 있다? 맙소사! 생각도 못 했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 자가 과거를 바꾸면서 현재도 변화하는 픽션을 간간이 접했는데도.(실제로는 어떨지 알 수 없으나, 부모의 만남을 막은 결과 태어나지 못하게 되어 소멸한다는 식의 이야기는 인과 관계가 맞아떨어진다.) 그렇다면 그 인물들이 살아남을 경우 미래가 바뀌면서 내가 살았던 세상이 영영 존재하지 않게 될 가능성도 0은 아니다! 주님, 주님, 제발..! 뭘 빌어야 할지도 모른 채 되풀이했다. 돌아가게 해 줄 수 있는 유일한 존재는 그인데, 그는 어떻게든 그 인물들을 구하고자 할 거다. 그런데 그들이 구해지면 돌아갈 수 없을지도 모른다. 미칠 것 같다. 정신을 놓고 싶었다. 그러고 깨면 평범한 일상이길! 하지만 이런 바람조차 똑똑히 의식될 만큼 정신은 또렷하다. 이어지는 전음도 잘만 알아듣겠다. 현실 도피 따위 불가능하다.

레아는 수첩을 펼쳤다. 부질없는 발악이지만 달리 할 수 있는 게 없으니 어쩌겠는가. 가슴이 꽉 메어 이를 사리물고 두드렸다. 그러고서야 본 상황부터 간략하게 메모할 수 있었다. '마약 중독자 천지인 거리. 입은 옷을 벗어 마약을 삼.' 그러면서 따라가려니 흑룡이 이 시대에 떨어진 원인에 대한 추론을 제시했다. 시간의 흐름은 중력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탄명곡을 형성한 대지진으로 인해 중력이 왜곡되었을 때 (원래라면 외길로만 진행되는) 시간도 일그러졌는데, 흑룡이 공간 접기를 구사한 지점이 하필이면 시간이 일그러진(중력이 왜곡된) 지점과 겹쳐서 이렇게 됐다는 모양이다. '지진으로 중력(시간)이 왜곡된 지점이 공간 접기 마법을 시전한 지점과 겹쳐서 생긴 현상으로 추정됨.' 정도로 요약해 적는데, 얼른 이해하기 어려운 얘기가 이어졌다. 좌표를 알면 된다? 내 수첩이 도움이 된다니? 의미를 안다고 뭐가 달라지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수첩에 꽂아 뒀던 출입증을 쥐었다.

[좌표라 말씀하신 건, 마법을 시전하셨던 위치인 요람과 탄명곡의 정확한 지점뿐만 아니라 그 당시의 정확한 시각까지 포함하는 것입니까? 그걸 알려면 저희가 있었던 시대의 물건이 필요하고요? 그걸로 돌아갈 수 있다면 제게는 다행입니다만, 보스가 죽지 않았을 경우의 미래가 저희의 시대와 달랐을 거라면...]

전음을 더 이을 엄두가 안 난다. 마저 이야기해도 될까? 정말 묻고 싶은 건, 원래 세상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과거가 바뀌지 않아야, 즉 그 인물들이 또다시 죽어야 하는 거 아니냐는 거다. 그 질문의 함의는 돌아가는 것과 그들의 목숨 중 택일하라면 전자를 고르겠다는 거고. 그들을 못 지켰던 게 한(恨)인 흑룡이 그런 질문을 불쾌해하지 않기는 어려울 거다. 그래서 그가 노하기라도 하면, 그나마 있는 아주아주 일말의 가능성마저 박살 나지 않을까. 거기 생각이 미치자 얼버무리지 않을 수 없었다.

[..아닙니다.]

앞서가는 그에게 처지지 않고자 걸음을 서둘렀다. 마약 연기의 괴상하던 냄새가 어느새 희미하다. 후각이 벌써 적응해 버렸나 보다. 내가 원래 세상에서 들이켰던 공기는 어땠더라? 이제는 영영 알 길이 없을 것 같다...



// 저는 과거행의 계기와 결말을 알지만 레아는 전혀 모르다 보니 조난당한 처지스러운 사고로 치우치고 있습니다😓a

>>956

들키면 안 되지 않냐고 짚다니, 팀장님은 용의 유희와 관련된 규칙을 알고 있는 겁니까😮? 아니면 블랑님이 처음에 숨겼었으니 눈치로 찍은 거려나요🤔? 그와 별개로 블랑님은 워낙 각별한 인연이었으니 유희를 끝내더라도 그 5명에게 용이 인정한 인간 타이틀 주고서 꾸준히 후원하고픈 심정이 간절할 거 같은데.. 어떠려나요😶?

본거지에 전염병을 퍼뜨려요😨? 그랬다가 보스도 걸리면 어쩌려고🥶? 사실은 보스고 뭐고 다 제거하고 자기가 권력을 쥐려던 작자가 아닌가 모르겠습니다😅

사망 원인(?)이 당사자 입장에서 언급되니 유령 인터뷰 같습니다😌ㅋ

958 ◆8nz3IZH4M2 (yGYaL0CfqM)

2023-05-02 (FIRE!) 21:03:29

>>957 어우 몰입 좋습니다!! 사실 시간 여행자들은 전부 사실 조난자 취급일수도....

눈치로 찍은겁니다. 일단 이 양반이.... 직감은 미쳐 돌아갔어요. 심지어 자기가 죽기 직전에 보스의 방에 있던 시계를 부숴버리기도 했죠. 그리고 아마 본인들이 거절할 껍니다. 마음만큼은 고맙지만 여기에는 용이 개입한 것이 아닌, 인간들 스스로가 새로운 운명을 개척한 것으로 남기고 싶다는 취지로 말이죠.

....? 진짜 제 머릿속을 읽어보신건가요....? 어떻게 아셨지???

아따.... 지금은 과거니까 살아있당께요!!

답레는 제가 오늘 일이 쬐까 있어서 11시~12시 쯤 달릴껍니다 ㅠㅠ

959 블랑 - 레아 (yGYaL0CfqM)

2023-05-02 (FIRE!) 23:52:14

[네가 걱정하는 바가 무엇인지는 알고 있다. 하지만 작금의 상황을 봐왔을때 어쩌면.... 그리고 단순한 과거여행이라고 하기엔 너무 석연찮은 점이 하나 존재한다. 과거의 내가, 이곳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무슨말인고 하니, 지금 레아, 네눈앞에 서있는 내가 과거의 존재로 인식되고 있다는 것이다. 도대체 어떻게 된 것인지는 이 부분이 도저히 나로서도 설명이 되지 않는구나.]

어디까지나 희망사항이고 확실한 것도 아니었다. 그것을 일부러 레아에게 말해서 원성을 살 필요는 없다고 생각 한 것인지 뒷말을 집어 삼킨다. 물론 구하지 않고 돌아간다는 선택지도 있다. 게다가 지금 자신은 직감했다. 자신이 과거로 오게 된 계기가 만약 다른 무언가에 기인한 것이라면, 그리고 뒤틀린 중력으로 인해 탄명곡의 시간선이 이미 뒤틀린 시점이라면, 지금 돌아갈 수 있는 힌트는 레아와 레아가 가지고 있는 수첩이 그 힌트가 되지 않을까? 지금 과거 시대에 '존재 하지 않았던 것'은 지금 레아와 레아의 소지품 뿐만이니까.

[다만 확실한 것은, 보스는 막아야한다는 것이다. 보스의 진짜 목적이 무엇인지는 나도 모르겠지만, 보스는 오직 자신의 안위를 위해 이런 미친짓을 벌인거다. 마치 의도적으로 자신을 감추기 위해, 수많은 마약을 풀어서 아무렇지도 않게 자신 하나만의 안위를 위해 이리 행동한 것이다. 그렇기에 자신의 존재를 알고 있을지도 모를 그 아이를.....]

이가 아드득 갈린다. 과거를 생각하면 생각할 수록 분노가 차오르는 것일까. 그러던 와중 대기중의 공기가 확실히 나쁘단 것을 인지한 것인지 그가 천천히 레아를 향해 손을 뻗어 손수건 하나를 눈에 띄지 않게 내민다. 은은한 빛이 서려 있지만 다른 이들의 눈에 띄지 않는 듯 주변 사람들은 무심하게 지나가고 있을 뿐이었고, 다른 한손으로는 서둘러 조직원을 상징하는 뱃지를 착용해두는 그였다.

[일단 이걸 쓰고 있거라, 공기 정화와 카모플라쥬를 걸어뒀으니 최소한 24시간 동안은 방해되지 않게 호흡이 가능할 꺼다. 그리고, 조금만 더 가면 약속장소니까 조금만 더 참거라, 밥은 내가 어떻게든 강구해보마.]

그러면서 '그래도 잘 정리해두거라, 대부분의 국가들은 이 1천년전이 흑역사나 다름없는 시대라 문헌이 많이 남아있지 않았을터이니.'라고 덧붙이는 그였다. 실제로도 그랬다. 대다수 국가들이 마약과 범죄에 찌들어 근간이 상당히 흔들릴 무렵이었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콘스텔라티오의 몰락으로 인해 마약의 공급이 끊겼고, 그틈을 탄 발바리아-캐놀라인-왕국 연맹간의 극적인 협의가 이루어져 대대적인 범죄/마약과의 전쟁이 펼쳐졌고, 그 과정에서 압류한 재산들로 군비와 국고를 충당한 각국이었다. 하지만 그 후유증은 심각하기 그지 없었고, 그렇게 몇백년이 지나서야 그 후유증이 완전히 사라진 것이었다.
그렇게 생각하니까 팀원들의 죽음이 더욱 안타까운 그였다. 만약 그들이 마지막까지 살았다면, 뜻이 맞는 이들과 중립세력을 포섭해 콘스텔라티오를 장악하고 스스로 자정작용을 행하였다면 그러한 사실들을 전부 지울 수 있음은 물론 지금보다 많이 나아진 사회를 볼수 있지 않았을까? 하지만 역사라는 것은 전부 만약이란 가정이 존재하지 않는법, 그렇기에 이번 기회를 최대한 살리고픈 블랑이었다.

[그러니까, 같이 힘내자꾸나.]

마침내 약속장소의 근방이 보인다. 아까전보다 조금 공기가 맑아진 듯한 느낌이 드는 건 절대 착각이 아닐것이다.

960 ◆Tkeoq3Vax6 (9UEY8Mqayo)

2023-05-03 (水) 14:07:52

>>959

캐아분쟁이 저로서는 감당이 안 될 정도로 심해져서 도움 요청차 남깁니다😵

과거행은 제가 먼저 하고 싶다고 밝힌 서사이기도 해서 레아를 최대한 협조적으로 움직이고자 했습니다만 지금 좀 한계에 부딪혔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과거가 바뀔 경우 원래 시대가 사라지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는 점입니다 (저나 블랑주님이 미리 합의한 사항이라 확실하지만 레아는 그걸 모르니까요😞 이건 메타적인 부분이라 블랑님이 설명해 줄 수도 없고요)

그 점 때문에 이대로면 레아는 과거가 바뀌기 전에, 그러니까 블랑님이 호송팀과 재회하기 전에 돌아가기만을 바랄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5명의 죽음을 막고 과거를 바꾸겠다는 동기가 확실한 블랑님과 달리, 레아에게 과거는 (블랑님이 겪은 일이 딱하고 안쓰러운 것과 별개로) 딴 세상이고 자기는 조난당한 처지에 불과하니 말입니다 이게 제 선에서 컨트롤이 되면 좋겠는데 안 되네요😖;;; 약속 장소에 얼른 가야 할 것 같은데 지금 시점에서는 레아가 이성을 잃고 화내거나 (과거행 기획 의도와는 달리) 당장 돌려보내 달라고 요구하게 될 것 같은지라..😥

몇 가지 대안을 생각해 봤습니다만 어느 쪽도 깔끔하진 않은 것 같아서 블랑주님의 의견을 구하고 싶습니다😶

1) 다른 대안이 없으므로 과거 개변에 대한 불안은 속으로 삭이고 따른다
이건 기획 의도를 생각하면 편리한 방법이긴 합니다만.. 레아가 블랑님을 불신한 채로 스스로를 고립시키는 거라 장기적으로는 악수일 것 같습니다😞

2) 과거 개변에 대한 불안을 폭발시켰다가 리타이어시킨다
이러고서 은신처로 옮겨 두면 적어도 레아와의 상호 작용 때문에 앞으로의 전개가 지체되지는 않을 거 같고 정령들이 중계해 줄 수도 있다고 하셔서 생각해 본 방법입니다😑 블랑님이 약속 시간에 늦을 위험은 텔레포트(공간 접기는 지금 상황에선 쓰기 어려운 것 같으니)로 어떻게 할 수 있지 않을까 하고요😓 그런데 이거도 레아의 불안을 얼버무리고 가는 건 마찬가지라.. 1)에 언급한 문제는 그대로일 듯합니다;;

3) 과거 개변에 대한 불안을 해소할 수 있는 근거를 서사 내에서 찾는다
이게 제일 좋은 방법일 거 같긴 한데 제가 못 찾겠습니다😵 (>>959의 첫 번째 대사가 이 단서를 주고 레아의 불안을 해소해 주기 위함이리라 짐작은 합니다만 그 정도로는 부족할 거 같습니다😐;;;) 블랑님이 무려 심장을 걸고 돌려보내 주겠다고는 했지만, 레아로서는 블랑님이 미래가 바뀌고 말고까지는 제어할 수 없거니와 블랑님은 과거를 바꿔야만 하는 입장이라고밖에 생각할 수 없으니 말입니다😥 5명을 구하는 게 돌아갈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임을 입증하거나, 혹은 블랑님도 원래 시대로 돌아가야 할 명백한 동기가 있음이 드러나거나 하면 도움이 될 거 같긴 한데 구체적인 방법은 씽크빅이 안 됩니다..ㅇ>-<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아이디어 주시면 적극 받겠습니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

961 ◆8nz3IZH4M2 (mUiNXCsEhM)

2023-05-03 (水) 17:20:08

>>960

아이구 고민 엄청하셨네요 저도 사실 저질러놓고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을 엄청했던 부분이고 어떻게 될지 대강 예측이 된 상황이라.....

일단 기본적으로 3)을 베이스로 삼죠, 그리고 원래 시대로 돌아갈 동기가 확실히 있음을 밝히겠습니다. 더해서 일단 [스포일러]를 잠깐 출현시키는 것으로 과거를 바꾸는게 왜 시간선 복원이 되는지도 알려주는걸로 할께요. 레스 수정으로 해드릴까요? 아니면 답레로 해드릴까요?

962 ◆Tkeoq3Vax6 (9UEY8Mqayo)

2023-05-03 (水) 18:18:38

>>961

블랑님도 돌아가야 할 동기가 있습니까😦? 레아야 가족 친지 직장 생활기반이 다 원래 시대에 있지만(...) 블랑님은 5명 살릴 수 있고 대빵님도 있고 레어도 있을 거 같고 요람 구축 작업이 천 년 딜레이되는 건 문제지만 이전의 시행착오 바로잡으면 오히려 원래 시대에서보다 빠르게 잘 구축할 수 있을 것도 같아서 굳이 안 돌아가도 될 줄 알았습니다😓;;

스포아자씨는 실체가 없는 줄 알았는데 블랑님과 레아 앞에 나타날 수 있는 겁니까😨? 꿈이나 환각이 아니라 맨정신으로 지각 가능하게요? (아니면 꿈에서 접신하게 레아 리타이어라도 시켜야 할까요😓a?

레스 수정은 너무 번거로우실 거 같기도 하고, 정줄 놓아서든 어째서든 레아가 자기 얘기를 똑바로 할 필요도 있어 보이는지라..😑 (과거 개변이 원래 시대에 미칠 영향도 문제지만, 그 문제가 해결된다 하더라도 레아가 그 자리에 있어야 할 이유는 없다는 소리도 나올 거 같습니다😞 자기가 있어 봤자 블랑님이 보호하려는 대상이 하나 늘어나는 셈이라 방해나 될 거고, 기록도 서사 내적으로는 레아가 미치지 않으려고 하는 거에 불과하니까요😥) 약속 장소로 가는 게 지체되고 레아가 부정적인 감정을 쏟아부어도 괜찮으시다면 저는 답레가 나을 것 같은데 어떠신지요😶?

963 ◆8nz3IZH4M2 (KCXLIc4m0s)

2023-05-03 (水) 19:50:24

>>962

그렇다고 해서 자신이 이곳에 있는다고 많은게 달라지지 않을뿐더러, 블랑또한 지금 시대에 구축한 것들이 있으니까요. 아무리 힘들고 괴로웠던 시간이라고 여기서 다시 시작한다는 것은 자신을 부정하는 셈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원래 시대로 돌아가는게 맞는거라고 느끼는겁니다. 아무리 자신이 이곳에서 추억을 다시 그리고 싶다 하더라도, 결국에는 그건 전부 지나갔던 시간들이니까요.

블랑의 의식을 잠시간 꺼트리고 블랑의 몸을 통해 의사를 전달할 수는 있습니다. 다만 블랑과는 달리 [스포일러]는 딱 한레스만 출현 가능하니까, 그냥 잠재적으로 궁금했던거 딱 하나만, 블랑에게 질문을 던져보시길 바랍니다.

그런거 모두 받아주는게 사장의 역할입니다. 가시죠.(단호박)

964 레아 — 블랑 (KFKqSqKrl.)

2023-05-04 (거의 끝나감) 02:06:00

속이 뜨끔했다. 내가 뭘 걱정하는지 안다? 그러면서도 그는 노여워하거나 불쾌해하는 눈치는 아니었다. 내 속내를 간파하면 제 잇속을 위해 타자가 죽길 바라냐며 치를 떨 줄 알았는데. 부끄러움과 미안함이 뒤섞인 안도감이 밀려왔으나, 그 기분은 오래 가지 않았다. 그가 덧붙인 아리송한 설명의 여파였다. 원래라면 이 시대의 흑룡이 있었어야 하는데 없고, 대신 그가 이 시대의 흑룡으로 인식되고 있다? 대체 그게 무슨 의미일까. 혼란스러웠다. 이 시대의 흑룡이 존재하지 않는 원인이 뭘까?

불현듯 그 인물들을 살리지 못한 게 그에게 천 년의 후회라는 사실이 떠올랐다. 후회라는 건 바꾸어 말하면 그때로 되돌아갈 경우 다른 결과를 이끌어 내고픈 소망일 것이다. 그러고 보니 그는 성직자들의 신성력을 근거로 기도가 간절할수록 신이 세상에 관여할 힘을 얻는다는 가설을 제기하기도 했다. 만약 그 가설대로 간절한 소망에 무려 신을 끌어들일 정도의 힘이 있다면? 어쩌면, 이 시대에 떨어지는 순간 그의 후회가, 이번에는 과거를 바꾸고야 말겠다는 소망으로 작용해 이 시대의 흑룡을 흡수해 버렸는지도. 만약 그런 거라면.. 섬뜩해졌다. 그 인물들이 또다시 잘못되면 그가 이 시대에 영영 속박될지도 모른다!

그 불길한 예감에 쐐기라도 박듯이, 보스를 막아야 한다는 전음이 이어졌다. 그에겐 이 시대의 일이 과거가 아니라 절박한 현실인 것이다. 눈앞이 아찔했다. 그들을 구하지 못하면 이 시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그들을 구하면 내가 살았던 세상이 사라질지도 모른다. 아니, 아예 내가 사라질 가능성도 0이라고는 못한다. 난 이 시대에는 속하지 않은 존재고, 이 시대가 어떻게 바뀌냐에 따라 태어나지 못할 수도 있으니까.

생각할수록 암담한 와중에 그가 희미하게 반짝이는 손수건을 내밀었다. 숨쉬기 편하도록 마법을 걸어 뒀단다. 실성한 사람처럼 웃음이 나왔다. 식사 얘기도, 분명 걱정해 주는 것이건만, 고맙기는커녕 답답했다. 영영 미아가 되게 생겼는데 공기 좀 더러운 거나 식사가 대수일까. 거기에 이 시대의 기록을 잘 남겨 두라는 소리까지 더해지니 머리가 돌 것 같았다. 아니, 벌써 돌아 버렸는지도 모르겠다. 탄명곡으로 가겠달 때 따라나서지만 않았으면 아무 문제 없었을 걸 아는데도 그가 원망스러우니까.

[적어 두면, 돌아갈 수 있습니까..?]

온갖 음습한 감정이 출입증과 수첩을 옥여쥔 손아귀에 몰렸다. 수첩이 구겨지는 게 느껴졌다.

[아니라면 무슨 소용입니까.. 이깟 기록 남겨 봤자 자기가 미래에서 왔다고 망상하는 미친 인간의 헛소리로밖에 안 보일 텐데 적어서 뭐하냔 말입니다! 제가 왜 메모를 했었는지 아십니까? 뭐라도 안 하면 그 자리에서 실성할 것 같아서였습니다! 지금도! 그분들이 잘못되면 이 시대를 영엉 못 벗어날 거 같고, 그분들이 살아남으면 제가 살았던 세상이 아예 사라질 거 같아 미치겠고! 블랑님의 지난 일을 기록하자고, 그 기록을 뒷받침할 증거를 찾아보자고 설쳤던 저를 죽여 버리고 싶습니다! 그깟 기록 있으면 어떻고 없으면 어떻다고....]

울음이 치밀었다. 누가 듣거나 말거나 울어 버리고도 싶었다. 하지만 이를 악물고 주저앉아 삭였다. 여기선 마음 놓고 할 수 있는 게 없으니까.

[블랑님은 이 시대에 머물러도, 이 시대가 바뀌면서 저희가 살았던 시대가 사라져도 상관없으시겠지요. 그분들을 살릴 기회가 생겼거니와, 원래도 이 시대를 사셨으니 친우도 있고 레어도 있고 돌아가지 않아도 천 년 뒤까지 너끈히 사실 테니까요. 하지만 전 아닙니다. 여기서 전 유령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제가 살았던 시대가 사라지면 신원 불명에 가족도 고향도 직업도 친구도 없습니다! 아니, 아예 제가 사라질지도 모릅니다! 그게 어떤 심정일지 생각은 해 보셨습니까..?]

그 순간 깨달았다. 내가 막막했던 건 난데없이 천 년 전으로 떨어져서뿐만 아니라, 함께 떨어진 그와도 희비가 엇갈렸기 때문이라는 걸. 동병상련은커녕 그의 소망이 내겐 절망이었기에 힘겨울 수밖에 없었다는 걸.

[안 하셨겠지요. 혈육보다 더 각별한 이들과 천 년만에 재회하게 생겼는데, 일개 직원의 심정 따위 알 게 뭐겠습니까? 취한 순간만큼은 원래 세계에 돌아갈지도 모른다고 저기 저 사람들처럼 마약을 하고 싶어지든! 유령이 되면 천 년 뒤에 내 가족을 바라볼 수라도 있을까 하여 차라리 죽고 싶어지든! 알 바 아니셨을 겁니다. 그렇지 않다면 지금 보내 주십시오. 저라도 보내 주겠다고 하셨잖습니까.. 제가 있어 봤자 그 보스란 자와 싸우는 데 방해나 되니 필요도 없지 않습니까. 그러니 이 시대를 바꾸시기 전에 저부터 보내 주십시오!]

965 ◆8nz3IZH4M2 (dy193ydofg)

2023-05-04 (거의 끝나감) 07:58:17

음....

레아가 저러는걸 보니까 좀 흔들리네요. 제 캐릭터 괴롭히는건 좋아하지만 제가 깔아둔 포석으로 향하는 길에서 저런 모습을 보니 이게 맞나싶기도 하고....

966 ◆Tkeoq3Vax6 (KFKqSqKrl.)

2023-05-04 (거의 끝나감) 11:27:53

>>965

음.. 한 번은 터놓아야(?) 할 거 같아서 질렀는데😓 너무 부정적이었나요? 5명 살리자는 건 제가 제안드렸던 거라 캐아분쟁이 이렇게까지 된 게 영 낯이 없습니다😞 레아가 블랑님한테 도움이 될 일도 있길 바랐는데 지금 상황에선 트롤 같군요..😖

5명 살리고 보스 레이드(...) 성공만 하면 돌아갈 수 있다는 걸 서사 내적으로 확신할 계기만 생기면 레아도 존버가 가능할 거 같긴 한데.. >>963에 말씀하신 거처럼 스포아자씨가 나타날 경우, 저는(질문 하나만 추려 보라고 하셔서) 블랑님 혼자 이동할 때 말고 레아까지 이동할 때 과거로 떨어뜨린 이유를 묻게 하고 싶습니다만, 레아는 스포아자씨를 신적 존재라고 여기기보다 블랑님의 몸을 몰래 잠식한 악령으로 간주하고 극도로 경계할 것 같은지라 어렵군요😵 은신처에 필기구랑 종이(or 양피지)가 있으면 천 년 뒤에 전해질 수 있길 빌면서 가족이나 친지한테 편지 쓰는 걸로 어떻게 버틸 수 있을 것도 같아서, 차라리 레스 수정을 해서 >>960의 2)로 가는 게 과거행 목표 달성에 덜 방해가 될까 싶기도 하고요😥 캐아분쟁 힘듭니다..ㅇ>-< (아니면 스포아자씨 혹시 꿈에는 못 나타납니까😶? 블랑님 몸 차지하고 메시지 전하는 거보다는 그편이 경계심이 덜할 거 같은지라..😅;; )

암튼 요지는 레아가 걸림돌이 안 될 수 있는(...) 방도가 있기만 하면 반영할 의사는 충만하니😐!! 아이디어 있으시면 기탄없이 말씀해 주세요(_ _)..

967 ◆8nz3IZH4M2 (U1d6Kuucg2)

2023-05-05 (불탄다..!) 00:15:25

>>966

으윽..... 아쉽게도 오늘 답레는 힘들거 같네요.... 체력이 달린다아아...

안이에오!! 저랑 이렇게 재밌게 놀아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위로가 된다고요!! 레아는 지금 잘하고 있습니다!! 블랑이가 못따라가는거 뿐이에오!!

블랑의 몸에서 시작되지만 아마 시간과 공간이 통째로 멈출껍니다. 레아를 제외한 전부가요. 그러고서 아마 거대한 검은뱀이 레아를 바라보면서 몇가지 말을 전한다음 사그라드는걸로 마무리될꺼에요. 그리고 [스포일러]가 스포일러를 하겠지만.... 조금 일찍 푸는걸로다가....

968 ◆Tkeoq3Vax6 (sDzT78C1cM)

2023-05-05 (불탄다..!) 04:18:02

>>967

고생이 많으십니다😢 (현생이 이상하게 꼬여 이 시간에 깨어 있습니다😑;;) 컨디션이 나빠지진 않으셔야 할 텐데 말입니다😞 빨간날이니 쉬실 수 있길..😐!!

아이고야 괜히 기 빨리시게 해 버린 거 같아 낯이 없는데😖 말씀이라도 그리 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블랑님이 혹 달고 가서 고생이 많ㅅ...ㅇ>-< )

연출 엄청 빡세시겠는데요😬 스포아자씨의 외형이 거대뱀인 걸까요😮? (얼마나 클지..ㄷㄷ) 레아한테 과연 무슨 말을 할지 지금은 짐작조차 못 하겠습니다😅 >>958에서 말씀하신 거처럼 블랑주님 머릿속을 읽어 볼 수 있으면 좋겠는데 아쉽군요🙃a 그와 별개로 한 가지 가능한지 여쭙고 싶은 게 있습니다😶 혹시 스포아자씨와의 조우가 환각이 아니었음을 알려 주는 물증을(비늘 한 조각이라든가요) 아자씨가 남겨 주는 게 가능할까요🙄?

969 [스포일러] - 레아 / 바라본다. (SIvh2vps8c)

2023-05-05 (불탄다..!) 15:51:13


레아의 절망이 울려퍼지는 순간, 블랑의 안타까움과 미안함의 시야가 겹쳐지는 순간 모든것이 멈춘다. 마치 누군가 시간과 공간을 멈춘것 마냥 말이다. 분명 세계는 존재한다. 하지만 그 모든것이 붕 떠있는 이질감이 느껴지는 것 마냥, 세계는 아예 멈춰있었다. 그 불확실한 감각마저 삼켜지는 순간, 누군가가 레아를 쳐다보는 기분이 들었다. 도대체 어디서 바라보는 것일까. 절망과 분노마저 삼켜지는 순간 마치 누군가 강제로 턱을 들어올리는 것 마냥 레아의 턱을 끌어올린다.

[여기란다. 나의 아이여.]

하늘이 노란색이었다. 아니, 저것은 하늘이 아니다. 하나의 거대한 눈동자였다. 세상 전체를 뒤덮고도 남을만한 눈동자, 세상의 모든 이치를 담고 있으면서도 신성함과 사이(邪異)함이 같이 깃든 그 이면적인 눈동자가 레아를 바라보고 있었다. 전신이 보이지 않았지만 그 눈동자 속에서 레아는 알 수 있었다. 그 [존재]의 모습이 말이다.
거대한 흑룡의 모습과도 같았으나, 여섯개의 팔은 천지를 전부 감싸고도 남을 정도로 거대하고, 그 길이를 가늠할수 없을 정도의 육체에는 마냥 검은색만이 아닌 별빛이 감돌아 세상을 형상화시킨 듯한 모습이었다. 8개의 구를 전신으로 끌어안고 떨어트리려고 하지 않는 모습은 마치 거대한 또아리를 틀고 알을 품는 듯한 자세는 한치의 무너짐도 없이 균형을 유지하고 있었다. 조금만이라도 더 인지를 한다면 정신이 견딜수 있을지 없을지의 의문도 들었으나, [존재]가 최대한 레아의 정신을 지켜주고 있다는 듯, 정신의 한계치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존재]를 인지시키고 있었다.

[나의 사도를 통하여 전해진 무녀(巫女)의 울음소리를 들었으매, 영락하였고 잊혀지길 바란, 신성을 잃어버리고자 한 신이나, 의지를 전하고자 함이라.]

그제서야 레아는 바라볼수 있었다. [존재]는 가만히 있고 싶어서 가만히 있는 것이 아니었다. 주변으로부터 공간이 찢어지며 무언가 새어 들어오려는 것을 스스로의 힘으로 공간을 닫고, 시간을 빼앗아 그들을 돌려보낸다. 동시에 거대한 팔들과 자신의 육신 전체를 이용해 8개의 거대한 구를 지탱하고 있음을 볼 수 있었다. 각양각색의 빛으로 빛나는 구슬의 모습에선 마치 각기 다른 느낌이 새어나오고 있었으며, [존재]는 그 구슬들을 최대한 지키고자 하고 있음을 말이다.

[사도가 인도하는 길을 따르라, 그 미래가 그리는 곳이 정말로 올바른 길일지니.
사도에게 칼을 휘두르려 하지 마려무나, 그는 너를 그 누구보다도 아끼고 있음이니.
무녀여, 네가 두려워하고 무서워하는 일은 절대로 잃어나지 않을지어다. 이는 나, 세계를 지탱하는 이가 표명하고자 하는 일이니.
눈앞의 길을 따라가라, 그대가 원하는 시간은 그대가 기록한 손안에 깃들지어니. 그것이 그대의 근간을 찾아줄지니.]


점차적으로 세계가 다시 본연의 색과 시간을 되찾아가기 시작한다. 점차적으로 흐릿해져가는 형상 저편으로 다시금 블랑의 모습이 비춰지고 흐릿하게 [존재]의 목소리가 재차 들려온다. 마치 현실과 환각이 뒤섞인듯한 감각이었지만 본래의 색을 찾아가는 모습은 시간이 다시 흘러 가고 있음을 레아에게 인지를 시키고 있었다. 그런 그녀의 감각은 절대로 지금 있던 일들이 거짓말이 아니라는 듯, 별빛으로 반짝이는 검정색 물질이 조용히 그녀의 주머니 안으로 흘러들어갔다.

[흔들리지 말고 나아가거라, 그대는, 지금 누구보다도 잘하고 있으니.]

그말을 끝으로 레아의 시간이 다시 흘러간다. 그런 그녀의 앞으로 자신의 상관이 미안함 섞인 눈동자로 아쉬움이 담긴 목소리를 담는다. 당연한 것이었다. 레아의 감정을 그가 왜 모를까, 그저 반가운 마음에 자신의 주변 사람을 돌본다는 것을 잊어버린채 그녀에게 칼을 박은것 같아 미안하다는 감정뿐이었다. 그런 순수한 감정을 담은채 그가 레아의 마음을 이해한다는 듯 숨을 내쉬며 천천히 그녀의 음습한 감정을 따뜻하게 감싸듯 입을 열었다.

[알겠다. 네가 무슨 뜻으로 말하고자 함인지. 미안하구나, 내가 너무 나만 생각한 것 같구나.]

레아의 말이 백방 맞았다. 확실히 레아는 지금 엄청난 무력감을 느끼고 있으리라. 난데없이 시간의 미아가 된 것도 모자라, 자신이 원래 세계로 돌아가고자 하여도 그 마저 불가능한 상황. 이 모든 것은 자신의 책임이었다. 난데없이 그녀를 데려온 것도.... 자신의 책임이었으니, 그는 천천히 레아에게 정신을 집중하기 시작했다. 사실 이 모든 것은 엄청난 도박이었다. 자신이 일으켰던 지진으로 인해 발생한 일그러졌었던 시간의 변곡점은 자신의 드래곤하트로 억지로 일그러트려야함이고, 그 과정에서 공간을 억지로 접는다면 최대한 안전을 기한 레아에겐 몰라도, 술자인 자신에게는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를 일이니까.

[네가 원하는대로 해주마. 허나 기억해주거라, 나 또한 원래 시간으로 돌아가고 싶음을 말이다. 아무리 약하고, 불완전하던 그때의 내가 걸어온 길이라도, 모두가 쌓여서 남아있는 그 모든 것들이 나에게는 소중한 것임을, 아무리 다시 쌓아 올리고 실패를 답습하지 않고 다시 만들어낸 길이더라도, 결국 그 상처투성이의 나날이 그 무엇보다도, 소중함을 말이다. 그렇기에 나는 네 절망에, 네 아픔에 공감할수 있음을. 그러니.....]

그가 천천히 눈을 감는다. 그리고 그가 미소를 지어보인다. 그리고 조심스레 자신의 드래곤하트를 이용해 억지로 변곡점을 일그러트리기 시작한다. 그 어떤 마법을 사용할때보다도 마나 출력을 끌어 올리려는 시도 때문일까. 그의 이마에서 천천히 식은땀이 흘러내리기 시작하였다.

[미안하구나.]

//장고끝에 악수가 되어버린 느낌이지만....!!

필력의 한계를 느끼는군요.... ㅂㄷㅂㄷ

음..... 그냥 간단하게, 이 세계관에서 제일 큽니다. 농담이 아니라 제일 커요. 그 어떤 존재보다도 큽니다. 레아주가 상상하는 그 이상의 크기입니다. 지금 눈동자만 드러낸것도 엄청 축소시킨겁니다. 저 조각도 비늘의 조각중 진짜 일부인겁니다. 비늘을 통으로 주면 음...... (먼산)

970 ◆Tkeoq3Vax6 (sDzT78C1cM)

2023-05-05 (불탄다..!) 21:01:25

>>969

낮밤이 바뀌어서 비몽사몽하다가 현생 마무리하니 이 시간입니다..😵

쓰실 때 엄청 갈리셨겠는데요😬 이 스케일감을 어떻게 받아야 그럴싸해질지..😶;; 시간도 시간이라 오늘 안에 잇기는 불가능할 것 같습니다 ㅇ>-<

그리고 여쭙고 싶은 게, 신체 접촉 강제로 해도 괜찮으십니까😓?

971 ◆8nz3IZH4M2 (U1d6Kuucg2)

2023-05-05 (불탄다..!) 21:16:33

>>970

저는 쉬는 날이라 괜찮았지만 레아주가 걱정이네요!!

어떻게 좀 괜찮았습니까!! [스포일러]의 등장씬은!!

아 얼마든지요!! 저도 많이 했는걸요....(....)

972 ◆Tkeoq3Vax6 (sDzT78C1cM)

2023-05-05 (불탄다..!) 22:35:11

>>971

많이 지치셨던 거 같은데 쉬셔서 다행입니다🙂 저도 (빨간날 중 하루가 날아가긴 했지만😢) 주말은 사수해서 괜찮습니다😌

볼 땐 재밌었는데 어떻게 받아야 저 분위기에 어울릴까 궁리하려니 빡셉니다😓ㅎㅎ 그런데 레아는 이제 초면이고 블랑님은 아예 스포아자씨의 존재조차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데 무녀이고 사도일 수 있는 겁니까🤔?

감사합니다∼ 무맥락은 아니게 해 보겠습니다🙃

973 ◆8nz3IZH4M2 (U1d6Kuucg2)

2023-05-05 (불탄다..!) 23:12:54

>>971

그냥 [스포일러]의 존재를 인지할 수 있다면 남성체는 사도,여성체는 무녀입니다. 물론 인지가능한 존재가 전 생명체 통틀어 차라리 모래사장에서 모래 한움큼 쥐었는데 그 안에 다이아몬드가 있는 확률에 수렴하는게 문제지만, 아무튼 인지하면 사도/무녀입니다

정 안되면 레아주도 하루 떼먹고 쉬심이..... 저도 하루 떼먹었으니까....!!

974 레아 — 블랑 (MT0qB4OEzA)

2023-05-06 (파란날) 20:23:29

눈물이 앞을 가려 눈가를 훔치는데, 주변이 흑백으로 돌변했다. 그도, 마약을 구하러 가던 이들도, (알아본 순간 기겁을 했지만) 어쩌다 딸려 왔는지 모를 정령들도 모조리. 더구나 아무도 움직이지 않았다. 공기조차 완전히 멎은 듯했다. 경악할 틈도 없이 그에게서 무언가가 덮쳐 오는가 싶더니, 어느새 시작도 끝도 모를, 새까만 허공이었다. 아니, 아니다. 새까맣다는 시각적 표현은 어울리지 않는, 감각과 결부해서는 형언하지 못할, 공허(空虛)의 영역 같았다. 성서에서 세계가 만들어지기 전의 상태였다고 일컫는 무한한 혼돈 같기도 했다.

난 끝내 미친 걸까? 공포감에 휩싸일 찰나, 정체불명의 힘에 끌려가는 듯한 느낌이 엄습했다. 누군가가 부르는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청각이나 머릿속을 울리는 대신 영혼에 침투하는 듯한 메시지였다.(아이라니, 누구를 부른 걸까?) 그에 따라 인식된 것은 불가사의한 무언가. 끝없이 뻗어 나간 것이 일순 노란빛 같다 느꼈으나, 빛과는 달랐다. 빛이 형체가 불명확하고 유동적인 데에 비해, 저것은 볼록하면서도 물기가 감도는 듯한 질감이 흡사 생명체의 눈동자를 연상시켰다. 그러나, 과연 생명체일까?

의문이 들기 무섭게 그 눈동자 같은 것에서 어떤 형상이 비치기 시작했다. 흑룡의 본래 모습 같다. 아니, 다르다. 상체가 인간 같던 흑룡과 달리 저 형상은 팔이 여섯이다. 색채로 느껴지는 것 역시 마냥 검디검은 게 아니라 만물이 잠든 밤의 하늘처럼 드문드문 별을 닮은 빛이 반짝인다. 그 와중에 너무나도 자그마한, 노란 눈동자. 만에 하나 저 눈동자가 지금 이 형상을 비추고 있는, 정체 모를 노란 것이라면, 이 생명체(?)는 도대체 얼마나 광대한 걸까. 그 몸통이 구 여덟 개를 품듯 똬리를 튼 모습까지 드러나자, 이 세상 밖 공간이라는 우주가 어쩌면 저런 형상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러나 그게 어쨌다는 것일까? 빠져나가고 싶었다. 왜 내게 이런 게 인식되는지. 감각이든 인지든 차단하고픈데 방도를 모르겠다. 그때 좀 전과 비슷한 메시지가 다시금 스며들었다. 사도라니? 흑룡을 가리키는 걸까? 무녀는 또 누구고? 나라기엔 난 종교 행사라곤 성제(聖祭) 말고는 구경도 못 해 봤는데. 혼란에 혼란이 더해질 차에, 불가해한 메시지가 이어졌다. 신성을 잃고자 한 신? 그렇다면, 이 메시지를 보내는 건 용의 신일까? 저 정체 모를 노란 것에 비치는 형상도 그렇고, 그를 제 사도라 칭하는 걸로 보아 용과 관계된 존재 같으니. 하지만 신성을 잃었다면 신이 아닐 거 같은데. 시도했다가 실패해서 아직 신이라는 건가? 무슨 뜻인지 통 파악이 안 됐다. 의지를 전하려 한다니 의사 표현을 하고자 한다는 것만은 알겠다만. 누구냐고, 무슨 얘길 하려는 거냐고 묻고 싶었지만 목소리가 뜻대로 나오질 않았다. 아예 신체 기관이 사라진 듯했다.

영문 모르고 절절매는 사이에도 노란 것에 비친 형상은 끊임없이 움직였다. 허공이 찢긴 틈(아무것도 없는 빈 공간인데 찢어진다니 어불성설이지만 그렇게밖에 표현할 수가 없었다.)으로 무언가 이질적인 것이 파고들면 팔과 몸통과 꼬리를 총동원해 몰아내고 틈을 메꾸기를 되풀이하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한사 구를 감싸는 모습이, 그 이질적인 것이 들어오면 자신이 품고 있는 구가 망가지고 만다고 웅변하는 듯했다. 이게 메시지를 보내는 이가 전하려는 바일까? 하지만, 왜 내가 여기 있는 거지?

불어나기만 하는 의혹에 지쳐 갈 때, 또 다른 메시지가 침투해 왔다. 내가 두려워하는 일이 일어나지 않을 거라니, 이게 내가 미쳐서 떠올린 망상이 아니라면 구원이나 마찬가지였다. 내가 원하는 시간이 내 기록에 깃든다는 것도 정확한 의미까지는 모르겠다만(단순히 미래에 내 기록이 발견되면 진짜로 과거에 떨어진 인간이 남긴 기록으로 여겨 줄 거라는 의미일 수도 있다.) 사실이라면 단순히 미치지 않기 위해서보다는 기록할 동기로 한결 낫겠다. 그러나, 지금 이게 믿고픈 내용만 범벅해 놓은 환각이 아니라는 보장이 있나? 당장 그가 누구보다 나를 아낀다는 내용부터가, 그가 이 시대에 오자마자 '진짜 가족'을 구하는 데 골몰했던 걸 생각하면 허무맹랑하지 않은가.(그들이 아니라도 그와 오랜 세월 어울려 왔을 용의 대표나 물의 왕도 있고) 그에 비하면 이제 고작 만난 지 열흘인 인간이 뭐 대수라고.

실소가 나왔다. 기왕 미친 거면, 다음 망상은 산 리노로 돌아간 내용이길. 가만, 실소? 그런 육체적인 반응이 감지가 됐던가? 의문이 스치자마자 노란 것도, 혼돈 같던 영역도 녹아 내리기 시작했다. 빗물에 차츰 씻겨 내려가는 물감처럼. 그러자 허공에 먹히기 전과 같은, 흑백의 풍경이 드러났다. 그 풍경이 산 리노가 아니라 앞으로 영영 못 벗어날 것 같은 마약 거리인 건, 내가 제정신이라는 증거일까? 안심해야 할지 낙담해야 할지 헷갈리는 가운데 침통한 표정으로 멈춰 있는 그가 보였다. 거의 동시에 별빛 같은 빛을 머금은, 자그맣고 까만 물질이 품 안의 안주머니로 들어오는가 싶더니 환청인지 아닌지 분간하기 어려운 메시지가 아련히 전해져 왔다. 그 직후 주변이 확실히 색채를 띠고 움직였다.

대체 뭐였을까. 안주머니에 손을 넣어 보니 금속 같다기도, 보석 같다기도, 가죽 같다기도, 비늘 같다기도 애매하게 매끄럽고 단단하고 유연한 조각이 만져졌다. 그의 서류철 표지와 비슷한 질감이었지만, 그 조각에서는 뭔가 미묘한 진동이 느껴졌다, 마치 살아 있는 존재라도 되는 것처럼.

생각이 너무 많아진 건지 아무 생각도 안 드는 건지 멍한 머릿속을 그의 가라앉은 전음이 메웠다. 미안하다며, 너무 자기 생각만 했다면서 레아부터 돌려보내 주겠단다. 마음이 확 놓였다. 돌아간다. 여기서 벗어날 수 있다! 돌아가면 바로 산 리노부터 가야지. 집은 그대론지, 우리 가족한테 이변은 안 생겼는지 보게.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그도 돌아가고 싶다는 전음이, 과거를 바로잡는다 해도 원래 있던 시대가 소중하다는 전음이, 어째서인지는 몰라도 작별 인사라기보다 유언처럼 느껴졌다. 설마 위험 부담이 있는 걸까. 불안감이 짙어질 찰나, '그 용'에게 습격당한 뒤 그가 했던 변명 아닌 변명이 뇌리를 스쳤다.

—[..... 어쩔수 없잖습니까. 레아가 다니는 학교고, 친하게 지내는 사람들이 있는 곳인데.]

그 순간, 생각보다 몸이 앞서 나가 그의 팔을 붙들었다. 전음을 쓸 새도 없었다.

"하지 마십시오! 블랑님이 위험해지는 마법 아닙니까! 쓰지 마십시오!"

멍청한 짓이다. 난 지금 유일한 살길을 스스로 막아 버린 건지도 모른다. 그것도 여기로 떨어질 때처럼 충동적인 감정을 못 이겨서. 그로 인해 내 얄팍했던 호의를 후회했듯이, 반나절도 못 가 지금의 결정을 후회해서 돌아 버릴지도 모른다. 그러나.. 처음 만났을 때부터 내게 호의만 보였던 이다. 습격을 당하고서도 나와 내 주변 사람부터 보호해 주려던 이다. 그런 이를 나 좋자고 잘못되게 두지는 못하겠다. 그 바람에 또다시 후회할지라도, 그건 나중 일. 지금은 지금에 충실하겠다!

"위험을 자초하지는 말아 주십시오. 부탁입니다.."



// 신이 등장하면 겁내 빡세군요..🤮 스포아자씨 더 이상의 등장은 Naver..ㅇ>-<

975 블랑 - 레아 (uvXQrt6leM)

2023-05-07 (내일 월요일) 09:52:47

[당분간은 괜찮을것이다.]

에티스에게 들키지 않게 몰래 일처리를 한 것이라고 해야할까, 버리고자 했던 신성이, 현세에 행할수 있는 위업이 아직까지 남아 있다는 것에 다행을 표해야 하는 것일까, [존재]는 왜곡된 시간과 뒤틀려버린 공간을 비집고 들어오지 못해 성난 다른 [개체]들을 바라보며 한심하다는 듯 바라보았다. 아무리 영락하고 쇠락하였어도 세계의 불멸을 약속 받은 [여덟 존재]들 중 가장 강한 존재였거늘, 최소한 [바깥에 있는 이들]은 와야 자신과 붙어볼만 할 것이다.

[그럼, 다시 지켜보도록 할까.]

──────────────────────────────────────

"윽!?"

정신을 집중하며 배열을 재 구성하려던 찰나였다. 정확히는 마나가 재구성되기 직전에 벌어진 일, 심장으로부터 밀어올려진 출력이 조금씩 사그라들고, 동시에 그 마나들이 천천히 퍼져나가며 주변으로 가벼운 바람을 일으킨다. 그렇게 힘이 풀리면서 살짝 자세가 무너진 것인지 그는 엉거주춤, 뒤로 물러 섰고 겨우겨우 숨을 고르고 나서야 그는 그녀의 모습을 바라보며 조금 당황스러운 듯, 무슨 일인지 인지하지 못한 것 마냥 살짝 눈을 끔뻑였다.

[진정하렴, 일단은 알겠다. 목소리가 새어나오고 있단다.]

레아가 무엇을 경험하였는지는 그는 알 수가 없었다. 정말로 아주 짧은 시간동안 무슨 생각을 하였는지는 짐작도 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저 그녀가 불행해지지만 않았으면 하는 바램이었다. 많은 이들에게 희망을 쥐어주겠다 하고서 주변 이 한명에게 그 절망을 떠넘기는건 어찌보면 성립될 수 없는 거래나 마찬가지였으니까. 다만 그저 지금은 레아의 결정에 존중을 해주는게 최선일 뿐이었다.

[나 또한 그저 네가 한 말에 깨달은 것이 있기 때문이었단다. 절대 다수의 미래의 행복을 위해 주변 한 사람을 희생시키는, 그런 짓은 결국 내가 혐오하던 이들과 다를바가 없음을 말이다. 허나, 내 약속하마. 우리는 반드시 돌아갈 것이다. 그러니.... 너무 걱정말거라.]

그 순간이었다. 돌아가고 싶음에도 블랑을 위해 그 마음을 접어둔 레아의 소망과, 어떤일이 있어도 같이 돌아가겠다는 블랑의 의지가 깃든 것일까, 그녀의 품 안에 있던 [존재]의 파편이 천천히 녹아 레아가 항상 가지고 있던 펜과 수첩에 스며들기 시작한다. 수첩의 겉면으로는 얇은 검은색 코팅이 되어진 별빛으로 빛나는 표지가 인상적이었고, 만년필에는 드라마틱한 변화가 있진 않았으나 펜촉 끝으로 별빛이 깃들어있는 감각을 표현하고 있었다. 아마 앞으로 있을 레아의 여정에 축복을 더해준 [존재]의 배려가 아닐까.

[자 그럼, 약속장소로 가자꾸나. 할 일이 많을 것이다.]

자세를 다시 바로 잡은 블랑이 레아의 어깨에 손을 얹는다. 처음 만났을때와 비슷한, 듬직하고 편안한 손길이었다.

//저도 막 몬가 몬가를 적기 애매한 분량이 나와버렸네요....!!

아마 또 한명이 시간 여행 끝나고 나올텐데..... 간바레!!

참고 : 어제 적다 잠듬

976 ◆Tkeoq3Vax6 (hz/BShIq66)

2023-05-07 (내일 월요일) 10:52:57

>>975

아이고 많이 피곤하셨군요😢 지금은 좀 괜찮으십니까😮?

모를 얘기들이 은근 나왔네요😐a [개체]는 뭐고 [바깥에 있는 이들]은 뭔지.. (신적 존재일 거 같아서 서사 내적으로 만나고 싶지는 않습니다만😑ㅎㅎ) 한편으로는 에티스 몰래 개입했다니 어째 선생님 몰래 땡땡이 친 학생(?) 같지 말입니다😓ㅋㅋㅋ

시간 여행 끝나고 나온다는 또 한 명이....... 어 또 신입니까😨? 에티스..? (OMG) 아 진짜 신적 존재 등장 씬은 어떻게 해야 그럴싸해 보일지 모르겠고 너무 빡세지 말입니다ㅇ>-<...

어제 여쭈려다가 한 턴 기다린 건데🙄 만약에 레아가 블랑님을 안 말렸으면 어떻게 됐을지요? 레아가 직감한 거처럼 데플 뜹니까🥶? (솔직히 저였으면 레아 같은 상황에 그냥 눈 딱 감고 돌아가는 걸 택했을 거 같아서(...) 궁금해졌습니다😶)

977 ◆8nz3IZH4M2 (etSXTOwb5o)

2023-05-07 (내일 월요일) 11:46:07

>>976

아유 괜찮습니다!!

에티스는 지금 [스포일러]가 쉬고 있는줄 알고 있습니다...... 하는일이 하는 일이다보니.... 그래서 아마 하면 등짝 스매쉬를 맞지 않을까요(?)

넵, 에티스가 나옵니다만 저런 연출은 안나올꺼에요. 이번에는 통화 수단이 있어서.

데플까진 아니고, 레아는 돌아가고 블랑은 돌아오고 역사 개변은 조금 일어나지만, 블랑의 심장이 반토막이 됩니다. 추가로 [스포일러]에게도 조금 영향이 있었을꺼고요.

978 ◆Tkeoq3Vax6 (hz/BShIq66)

2023-05-07 (내일 월요일) 12:01:53

>>977

등짝이 너무 커서 웬만한 스매시로는 타격 없을 듯합니다😏(???)

그건 다행이군요😌ㅋㅋㅋㅋㅋㅋ 통화 수단(...)은 성녀입니까?

스레 자체가 엔딩 날 뻔했군요😦a (노멀 엔딩쯤 된다기엔 꿀꿀한 감이 있는 글루미 엔딩🙄?) 데플은 아니라니 레아가 걱정이 과했다면 과했던 셈입니다만..😓ㅋ 심장 반토막이면 수명이나 그 외 용으로서의 능력도 반토막 납니까? 그럼 그릇(?)이 작아져서 스포아자씨가 빙의해 있기엔 비좁아져서 영향이 생기는 거고요? (...)

979 ◆8nz3IZH4M2 (fT2lNfDboM)

2023-05-07 (내일 월요일) 12:46:48

>>978

등짝 스매싱이 손바닥만으로 날리는게 아니란건 저희 부모님에게 배웠.....

넵, 성녀님이 여러가지 의미로 고생하실껍니다

능력이랑 수명에만 영향이 있을까요!! 그 거대한 몸뚱아리를 유지하려면..... 읍읍, [스포일러]도 블랑을 통해 보는걸 떠나서 아마 (블랑 본인은 모르지만) 직접 링크가 된 상태니....

980 레아 — 블랑 (hz/BShIq66)

2023-05-07 (내일 월요일) 16:16:38

놀란 소리와 함께 공기가 흔들리더니, 그가 뒷걸음질을 쳤다. 역시나 무리한 마법이었을까. 호흡이 고르지 않았다. 그대로 마법을 강행할까 봐 그의 팔을 더 힘껏 붙드는데 예의 부드럽고 차분한 전음이 머릿속을 울렸다. 마법을 중단한 듯해 한숨 돌렸다가 이내 뜨끔했다. 그러고 보니 전음을 못 썼다. 화들짝 그를 놓고 물러서면서 출입증을 쥐었다.

[실례했습니다.]

급한 불을 끈 여파일까. 도로 생각이 많아졌다. 앞으로 어찌 될지? 해결된 건 아무것도 없다. 용의 신인지 뭔지 모를, 그 거대한 생명체(?)가 메시지를 전하긴 했으나, 그게 내 망상이 아니었다는 보장이 있나? 물론 아무리 미쳐도 그런 걸 지어낼 만큼 상상력이 뻗칠 거 같진 않지만, 하도 터무니없는 이변이 계속되니 내 감각이나 인지 능력이 정상일지 모르겠다. 설령 망상이 아니었대도 갑갑하긴 매한가지다. 그 생명체는 스스로를 신이라 했으나(또 노란 것에 비친 외형이 그의 본체와 비슷해서 용의 신이리라 넘겨짚었으나) 성서는 물론 내가 접했던 어떤 종교 서적에서도 그런 신은 명시도, 암시도 안 됐다. 하다 못해 악마 같은, 신의 대적자 중에도 그런 존재는 못 본 것 같다. 그런데 신조차 모른다고들 하는 미래가, 과연 그 생명체의 메시지대로 될까? 혼란과 불안이 꼬리를 물고 물리며 불어나는 듯했다.

그때, 그가 직전에 위험한 마법을 쓰고자 했던 까닭을 밝혔다. 혐오하던 이라는 건 보스일까? 날 돌려보내지 않으면 제 딸을 죽인 보스와 다를 게 없어진다고 느꼈던 걸까. 어쩐지 물을 엄두는 나지 않아 가만있던 중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아니, 속이 녹작지근해진 것에 더 가까울지도 모르겠다. 울음을 참고자 두 손으로 얼굴을 눌렀다. 돌아가는 게 그에게 뒷전이 아니라는 게, 지금 이 상황이 나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게, 두렵고 조마조마한 마음을 달래 주는 것 같았다.

- 우리도!

- 응응∼

익숙한 기척에 울음이 쏙 들어갔다. 얼굴을 닦고 보니 물의 정령은 어깨에 앉은 채고 바람 정령은 코앞에서 날갯짓을 하고 있다.(아까 흑백으로 보였던 게 헛것이 아니었나 보다.) 이들까지 휘말렸구나. 자책감과 걱정이 밀려드는데, 그들은 요람에 있을 때처럼 천진난만하다. 때 되면 으레 돌아가겠거니 하는 모양이다. 사태의 심각성을 잘 모르는 것까지 어린아이 같다 느끼면서도, 묘하게 위안이 되었다. 돌아가는 걸 너무나 당연시하는 걸 보고 있자니, 정말로 그리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이들까지 동요시키지 않으려면 중심을 잡고 있어야 할 것도 같았다.

그렇게 마음을 다잡으려니, 그가 격려하듯 레아의 어깨를 손을 얹었다. 그 순간, 그 거대한 생명체에 대해 그에게 묻고 싶어졌다. 내 견문으로는 미지의 존재지만 그라면 알지도 모르니까. 내가 본 외양이 그 생명체가 맞다면 그와 닮기도 했고. 그래서 안주머니에 든 조각을 꺼내려는데, 조각이.. 없다? 주머니를 뒤집어 봐도, 길바닥을 둘러봐도 조각 비스무리한 것도 안 보인다. 그나마 흘린 줄도 몰랐던 수첩과 만년필이 눈에 띈 게 다행일까. 아니, 수첩도 이상하다. 내 수첩 표지는 갈색인데, 저 수첩은 표지가 간간이 반짝이는 검정색이다. 다른 사람 건가? 하지만 그 옆에 나동그라진 만년필은 어딜 봐도 부모님이 사 주신 그 물건이다. 쪼그려 앉아 수첩의 낱장을 넘겨 보니, 정령왕에게 들은 정령 소환과 관련된 내용과 그가 알려 준 과거사와 여기 와서 적은 몇 마디 메모가 고스란히 있다. 뭣에 홀린 것 같다. 레아는 수첩과 만년필을 챙기고 일어서면서 손아귀의 출입증에 정신을 집중했다.

[혹 저희의 주님처럼 용들도 섬기는 신이 있습니까? 외양은 블랑님의 본모습과 비슷한데 팔이 여섯이고 우주 그 자체인 것처럼 커다란 신 말입니다. 신성을 잃고 잊히길 바라는 신이랍니다.]

전하면서도 너무 두서가 없어서 난감하다. 단서가 될 만한 정보가.... 맞다!

[블랑님이 자신의 사도라고도 했습니다. 그런 신이.. 있습니까?]



// 정령이도 등장(?)시키고 레아가 스포아자씨에 대해 묻게도 했는데, 혹시 이렇게 잇는 게 곤란하면 말씀해 주세요🙂!!

그런데 직접 링크된 상태라는 건 블랑님의 상태가 스포아자씨의 상태를 좌우할 수도 있다는 말씀이십니까😶? 만약에 그런 거라면 레아가 블랑님을 안 말리고 혼자 돌아갔을 경우 서사 내 세계에 우주적인 영향이 미쳤으려나요😮?

981 블랑 - 레아 (uvXQrt6leM)

2023-05-07 (내일 월요일) 23:03:57

[너희가 말하는 신은 에티스, 를 뜻하는 것이겠지. 네가 말하는 신이 누군지는 모르겠다만, 일단 내가 아는 선에서 그런 신은 존재치 않는다. 게다가 그러한 존재가 있다면 아마 용들의 세대가 몇번이고 걸쳐지면서 존재 자체가 완전히 말소되었을 가능성도 크다.]

레아가 말한 것들을 토대로 본다면 블랑이 알 수 있는 정보는 너무나도 한계가 명확하였다. 물론 그것이 인간들의 그것보다는 더욱 넓고 광대하겠지만, 자신이라고 해서 모든 것을 알고 있는 것은 아니니까. 게다가 에티스의 관한 문건은 상고시대부터 해석 되지 않은 문건이 있을 정도로 오래된 이였다. 게다가 그정도로 영향력을 끼친 거대한 신이라면 자료가 남아있어야 하는 것이 정상, 하지만 지금까지 정보가 없다는 것은, 그리고 자신을 보고 사도라 칭할만한 존재는 당장 블랑으로선 떠올리기 힘든 게 사실이었다.

[게다가, 신이..... 스스로 신성을 잃고자 바랬고, 잊혀지길 원했다고? 생명으로 따지자면 스스로 목숨을 끊겠다는 것인데,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군,]

보통 신이라 함은, 에티스같이 상위의 존재가 아니라면 충분히 영혼의 상승을 통해 신에 가까운 존재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거기서 많은 이들이 믿기 시작한다면 나름의 신성을 갖추게 되는 방식으로 알고 있다. 즉 스스로 신성을 잃고자 하였고 잊혀지길 원하는 것은 신으로서의 자살(自殺)이나 다름 없는 행위였다. 절대로 이해할 수 없는 행위이다. 만약에, 만약에라도 그것이 진실이라면 더욱더 자료 찾기는 힘들어 질 것이다. 신이 스스로 나서서 그 자신에 관련된 모든 것들을 지우고 자취를 감추었을테니 말이다. 그 순간, 그의 머릿속으로 요람 최심부에 봉인해둔 그 문건이 스쳐 지나간 것은 절대로 우연이 아닐 것이다.

'설마.....'

아니다, 그럴리가 없다. 너무나도 우연의 일치이지 않은가. 그것이 사실이라면 도대체 무엇을 믿어야 하는가? 그는 그렇게 어지러운 머릿속을 정리하면서 어느새 자신이 씌워준 로브속에서 튀어나온 두마리의 정령들을 바라보며 헛웃음을 짓고야 말았다. 어느새 따라왔나 싶었더니 아마 자신들이 공간을 접을때 그 마나의 흐름에 맞춰서 같이 흘러들어온 것이 아닌가 싶다. 마침 잘 되었다. 어린 정령들이더라도 자신의 출입증에 담긴 드래곤 하트의 마나를 이용한다면 충분히 레아의 몸을 지키고도 남을 공격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로서 호위 걱정은 한 시름 덜은 셈..... 나중에 레아에게 정령을 이용한 싸움도 한번 가르치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천천히 걸음을 옮기며 마저 전음으로 할 수 있는 이야기를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오, 마침 도착했군.]

더이상 이야기를 이어나가기엔 소재가 부족함을 메꿔주기라도 하듯. 카놀리(Cannoli)라고 적혀있는 카페의 이름이 보였다. 콘스텔라티오 본부 근처의 이 곳에서 가장 멀쩡한 카페였던 곳이라는 걸 입증하기라도 하는 것 마냥, 바깥의 마약으로 더럽혀진 매캐한 향과 달리 카페안은 깔끔한 공기가 돌아가고 있었다. 카페 주인의 노력을 반증하기라도 하듯이 주변으로는 공기청정 마법이 걸려 있었고 [가게내 싸움 금지]라고 적혀있는 보스의 글씨체가 보였다. 낭설로는 보스가 여기 카놀리를 그렇게 마음에 들었다고 하는데, 진실은 저 너머에 있을 것이다.

"옷!! 블랑 형님이다!!"

가게에 들어섬과 동시에 라임색의 청년이 원탁 테이블에서 그들, 정확히는 블랑을 반겨주는 모습이 보였다.

"아, 벨가모트, 다들 먼저 왔나 보군요.
"왠일이래~ 항상 먼저 도착하던 살람이!!"

왠지 개구진 표정을 바라보고 있자니 이 사내가 레아와 비슷한 또래인게 신기한 느낌이었다. 하지만 그랬기에 죽었을때 그렇게 더 마음이 아팠던것 같기도 했다. 라임색 눈동자에 검은 머리카락의 사내 뿐만이 아니었다. 온 전신을 시안색으로 갈아입은 듯한 사내와 더불어 사이 좋아보이는 산호색 눈동자에 분홍색 머리카락의 레아 또래의 여인과 인디고색 머리카락에 단단해보이는 근육을 전신으로 감싼 중년 남성 한명까지. 모두가 블랑이 그리워하던 이들이었다.

[소개하마, 전(前) 콘스텔라티오 호송팀이다. 저 라임색 눈동자의 사내가 뒷골목 소매치기 출신인 벨가모트, 저 커플이 각각 이전에 꽃집을 경영했던 프렌치메리와 시계 수리공이었던 말로우 윈터, 머리부터 발끝까지 시안색의 남자는 전직 케놀라인 출신 검사인 루드베키아다.]

//아유 괜찮습니다!! 차피 [스포일러]는 제가 정보 비공개 처리를 한거라.... 몰라요 몰라!!

아마 복귀할 시점에 아마 [개체] 한마리 정도가 들어와 에르네스트 산 주변에서 깽판을 쳤을 껍니다. 그리고 제압하기 직전 [개체]가 도망가고 그 지쳐 쓰러진 [개체]를 알라투가 죽인 다음 그 시체를 회수하는 것으로 마무리 되었을 거 같네요. 어디다 쓸지는..... SECRET!! :)

982 ◆Tkeoq3Vax6 (hz/BShIq66)

2023-05-07 (내일 월요일) 23:22:30

>>981

이으시는 데 별 문제가 없었어서 다행입니다🙂 팀장님은 아직인가 보군요 주연은 제일 늦게 등장하는 법인가😏ㅋㅋ

누님이 개체 시신 회수하는 건 그 문건 가지려는 거랑 비슷하게 신이 되고 싶어서 벌이는 일의 일환이 아닐까 싶습니다😓ㅋ 근데 개체라는 게 에르네스트 산에서 깽판 치는 건 레아 혼자 귀환한 if 루트에서입니까😐? 지금 루트입니까🤔?

983 ◆8nz3IZH4M2 (fT2lNfDboM)

2023-05-07 (내일 월요일) 23:42:30

>>982

레아 혼자 귀환했을때입니다! 블랑도 후유증으로 잠깐 정신줄 놓을뻔 하는데, 그때 [스포일러]도 동시에 가볍게 충격을 받으면서 그 틈새로 비집고 들어오는거라서요!!

아마 다음 레스에 등장할껍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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