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96733071> Project : Cradle # 1(START;) :: 1001

◆8nz3IZH4M2

2023-01-20 16:42:24 - 2023-05-14 01:14:15

0 ◆8nz3IZH4M2 (YPiXZsP.Sg)

2023-01-20 (불탄다..!) 16:42:24

모든 이들은 요람에서 태어나, 무덤으로 돌아간다고 하지.
자 그럼 말일세.
그대들의 뿌리를 찾기 위한 흔적은 어디서 찾겠는가?

- 세상의 끝에서, 방문자에게 -

>>1 레아 파벨(Leah Paviel)
>>2 블랑느와르(Blanc-Noir)

984 ◆Tkeoq3Vax6 (0cNTel1w3.)

2023-05-08 (모두 수고..) 00:03:32

>>983

심장을 반토막 내는 마법이라 후유증이 큰가 보군요😬;;; 근데 if루트면 어차피 구현 안 될 텐데 굳이 비밀로 하실 필요가 있습니까😅?

아 그리고 전직 검사님은 머리칼과 눈과 안경, 의상까지만 시안색인 겁니까😮 아니면 피부색도 시안색으로 치장(?)한 겁니까🤔?

985 ◆8nz3IZH4M2 (8N4K93MB6s)

2023-05-08 (모두 수고..) 08:37:17

>>984

이유 : 결국에는 얻어서 그렇습니다

머리카락, 안경테, 의상만입니다. 다만 셔츠는 하얀색, 눈동자는 회색이에요! 꽤 서글서글하고 부드러운 인상입니다!! 피부까지 시안색이면..... 욘ㄷ.... 읍읍

986 ◆Tkeoq3Vax6 (0cNTel1w3.)

2023-05-08 (모두 수고..) 11:36:21

그의 대답이 이어질수록 의문투성이였다. 용의 신인가 했는데 정작 용인 그가 모른다? 게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는 신이라니 괴상하다. (하기야 일전에 그에게 들은 대로라면 신이 되어 봤자 타자의 육신 없이는 나타나지도 못하는 존재라, 신이 아니게 되길 바라지 말라는 법은 없겠다..만) 그러면서 사도, 무녀 같은 걸 두나? 사도든 무녀든 신을 인지하거나 신의 존재를 믿는 동시에 그 신을 섬기는, 일종의 추종자 아닌가? 그런데 자기의 존재조차 모르는 이를 자기의 추종자로 간주한다고?

어떻게 생각해도 허무맹랑해 헛걸 봤나 싶으면서도, 역으로 너무 허무맹랑하다 보니 망상만으로는 못 떠올릴 존재 같다. 과연 내게 보였던 그건 뭐였을까? 그 까만 조각이 있었다면 전적으로 망상은 아니었다는 증거가 되었겠지만 사라져 버렸고.. 아니다. 수첩 표지가 달라진 것도 증거가 될까? 모르겠다. 이게 내 눈에만 까맣게 보이는 건지도. 너무 굴려서 열이 나는 것 같은 머리를 흔들고는 정령들에게 수첩의 표지를 보였다. 그러고 무슨 색 같냐고 귓속말로 묻자, 정령들은 해맑게 외쳤다.

- 깜장!

- 반짝반짝 까망∼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내가 본 게 완전히 헛건 아니었다고 믿어도 되겠지? ..라고는 해도 아직은 떨떠름하다. 하도 혼란해서 이 수첩이 원래는 갈색이었긴 한가도 긴가민가하니까. 이건 술자리에서 취했나 안 취했나 무한정 확인하려는 사람 같잖아. 하긴 지금 내 인지 능력이 만취한 사람보다 낫다는 보장이 없으니 그 꼴에 가깝긴 하겠다. 하릴없이 그에게도 수첩을 내보였다.

[이게 무슨 색으로 보이십니까?]

딴에는 진지한 질문인데, 막상 꺼내니 얼굴을 못 들겠다.. 변명하듯 그 거대한 존재 얘기를 덧붙였다.

[제 감각에 문제가 없다면, 그 거대한 존재가 이런 빛깔이었습니다. 구슬 같은 걸 여덟 개쯤 품고 있었고요. 그래서 우주 같다는 인상을 받..]

전음을 끝까지 보내려 했으나, 별안간 재채기가 나왔다. "엣취!!"

기척을 줄여야 하는데, 자꾸만 나온다. 몸이 오들오들 떨렸다. 온 뒤로 내내 정신이 나가다시피 해서 잘 몰랐는데 여기, 춥다. 코도, 귓볼도 시리다 못해 얼얼할 정도로. 발바리아와 캐놀라인의 국경쯤이니 추운 고장은 아닐 텐데, 겨울철일까? 겨울옷을 입었더라면 좋았을걸!(미치지 않고서야 누가 7월에 겨울옷을 입었겠냐만) 가까스로 숨을 고르고 급한 대로 로브를 여몄으나, 그나 정령들은 괜찮을지?

[춥진 않으십니까? 완전히 한겨울 날씬데요..]

전음을 보내고서야 아차 싶었다. 용이.. 추위를 탔던가? 스스로도 무안해 정령들에게 추우면 로브 안으로 들어오라고 속삭였다. 그런데 정령들은 도리어 고개를 갸우뚱한다.

- 추워?

- 춥나?

허탈하다. 정령들도 추위를 안 타나 보다. 인간은 불편하네. 속으로 툴툴대는데 두 정령이 이불로 파고들듯 로브 안에 들어왔다. 품에서 꼬물거리는 감각이 간지러워 웃음이 날 찰나, 로브 안의 공기가 훈훈해졌다. 바람 정령이 따스한 바람을 뿜어 주는 것 같았다.(그게 갑갑했는지 물의 정령은 로브 밖으로 고개를 빼고 푸하 숨을 내뿜었다.) 순간 기척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것도 잊고 소리 내어 인사했다.

"고맙습니다."

그래도 그가 전음으로 해 주는 이야기는 제대로 기억하고자 곱씹었다. 지금은 손을 로브 밖으로 못 빼겠어서 도저히 못 적겠지만 나중에 정리해야 할 테니. 일단 이 시대의 연월일은 페레스력(曆) 1023년 1월 5일.(역시나 한겨울이었다!) 그러니까 이 시기까지는 탄명곡이 황야로 위장된 마약 도시였던 셈이다. 우리 시대의, 너무나도 험준한 협곡이라 국경 아닌 국경으로 유명한 탄명곡을 생각하면 상상도 못할 일이다.(이 시대에선 마약 소굴이니 다른 의미로 국경 같긴 하겠다만) 그런데 천 년 전이면 분명 발바리아 건국 초기이고(전임 용 대표가 처벌받았다는 시점이니 아마 그럴 거다.) 캐놀라인도 카다로스가 쇠락할 때 그 영토를 흡수해서 세력을 키웠다고 전해지니, 두 나라 모두 한창 국력을 키우던 시기일 텐데, 어째서 이런 무법지대가 생길 만큼 부정부패가 만연했던 걸까? 이건 여기 머무른다고 다 파악하기는 어려운 문제 같다.

그러면서 숱한 마약 중독자는 물론 마약 노점도 여럿 지나치다 보니, 카놀리(Cannoli)라는 간판이 보였다. 여태까지는 보지 못했던, 깔끔한 간판이었다. 깔끔한 건 간판만이 아니었다. 문을 열자마자 확 와닿는 상쾌한 공기가, 바깥의 마약 찌든내가 얼마나 지독한지 알려 주는 듯했다. 얼었던 몸을 녹여 주는 훈훈함은 덤이었다. 그 와중에 벽의 메뉴판 바로 옆에 [가게 내 싸움 금지]라고 써 놓은, 메뉴판만큼이나 큼직한 판이 있는 건, 여기에서도 싸워 대는 이들이 많다는 방증일까. 아무튼 실내로 들어오니 은근히 긴장된다. 다른 이와 부딪히기라도 하면 곤란하니까.

최대한 구석진 데로 향하는데, 4명이 둘러앉은 원형 테이블에서 검은 머리 청년이 그를 반겼다. 순간 흠칫했다. 아직 앳된 티가 채 가시지 않은, 쾌활한 얼굴. 그의 서류철에 그려져 있던 그림 속 인물 중 하나였다. 그래서일까? 분명 지금은 산 사람인데도, 살아 움직이는 모습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그 자리에 동석한 나머지도 하나같이 그림으로 봐서 낯익으면서도, 그래서 귀신을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이들이었다. 그가 투명 마법을 써 줘서 다행이다. 안 그랬으면 지금 표정 수습이 안 되는 게 뻔히 보였을 테니까.

저도 모르게 몸서리를 쳤을 때, 그가 마주한 인물들을 하나하나 소개했다. 서류철을 봐 버린 걸 들켰을 때 이미 들은 이름들이지만, 과거 이력까지 언급되니 기묘했다. 전직 소매치기라는 청년은 그렇다 쳐도 나머지는 무던하게 살 수 있을 법한 직업인데, 그걸 포기하고 갱단에 투신하다니. 의도치 않게 봐 버린, 그들이 마법을 쓰던 모습이 떠오르자 더 묘했다. 그렇게나 마법에 능숙하면 자구책을 강구할 수도 있었을 텐데. 나로서는 두려울 만큼 강한 신념이다. 한편으로는 그림에서 보긴 했지만 20대 초반으로밖에 보이지 않는 여성이 얼핏 봐도 삼촌 뻘인 남성과 진짜로 커플이라는 게 놀랍기도 했다. 한스 선배는 여섯 살 차이로도 데이트 신청 못 하겠다고 했는데. 한스 선배가 아니라도, 우리네 시대에서는 나이 차가 많이 날 경우 의도와 상관없이 연상이 연하를 휘두르게 된다며 연애고 결혼이고 피하려는 편인데. 천 년 전에는 안 그랬던 걸까?

모르겠다. 어쨌든 내가 관여할 영역은 아니니. 그보다 그가 전음을 보내는 게 미안했다. 천 년간 못 잊은 이들과의 재회다. 얼마나 벅차고 또 (저들이 또다시 잘못될까 봐) 얼마나 불안하겠는가. 그런 상황인데도 내게 신경 써 주는 게 고마우면서도 안타까웠다. 지금 이 순간만큼은 오롯이 저들과 함께할 수 있었으면. 그래서 정령들을 로브로 가리면서 조용히 있자고 신호하고, 메모할 준비까지 마친 뒤 전음을 보냈다.

[이제까지 보고 들은 걸 정리하고 있을 테니 편히 말씀 나누십시오.]

정리할 거리야 한가득이다. 2,047년을 살았던 레아 파벨임을 드러내는 정보부터 이 시대에 떨어진 계기 및 원인으로 추정되는 요소, 직접 목격한 마약 도시의 모습, 그와는 이질적인 이 가게의 풍경.... (정체를 알 수 없는 거대한 존재는 적어도 될지 고민됐지만, 헛것을 본 건 아닌 듯하니 일단 기록해 두기로 했다.) 이걸 다 적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르겠다. 다만 애매한 점은 있다. 이제부터 벌어질 일들까지 메모해도 될까? 그에게 중요한 사건이긴 하지만, 그나 팀원들의 사적인 영역까지 노출될지도 모르는데.

[..편히 말씀 나누시라 해 놓고 여쭈려니 낯이 없습니다만, 이 자리에서 논의하시는 내용이나 앞으로의 상황을 메모해도 괜찮을지요? 사적인 부분은 가능한 한 빼 보겠습니다.]



// 정령이들이 투입되니 답레 쓰기가 은근 까다롭습니다😖.. NPC를 최소 5명은 굴리시게 될 블랑주님께 미리 애도를 표합..ㅇ>-<
쓰다가 문득 망상이 뻗친 게..;; >>958에서 팀장님 감이 엄청 좋다고 하셨던지라🙄 레아가 클로킹하고 있는 게 설마 팀장님한테 들키는 건가 했습니다😓ㅎㅎ

if루트가 아니어도 누님은 시체(...)를 얻는군요😮 혹시 블랑님이 정줄을 놓을 뻔하는 상황이 한 번은 닥쳐서입니까🤔?

아, 겉옷이랑 안경이랑 머리카락만 시안색이었군요😌ㅎㅎ (피부까지 시안색이면 아바타의 나비족 같지 않을까요😅?)

문득 궁금해진 게 블랑님이 위험을 감수하고(심장 반토막이라는 구체적인 결과까지는 예상 못 했겠지만) 레아라도 보내려고 했던 거 말입니다😶 그러지 않았다간 자신이 보스와 다를 바 없는 존재가 된다고 판단해서입니까😦?

987 ◆Tkeoq3Vax6 (2RFp8lxzcg)

2023-05-08 (모두 수고..) 13:16:18

>>986

어라 나메 잘못 달았었네요;; 그러려니 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988 ◆8nz3IZH4M2 (8N4K93MB6s)

2023-05-08 (모두 수고..) 13:22:40

>>986

1. 웃자고 시작한 일이 죽자고 커지는 장면을 보고 계십니다(.....)

2. 어렴풋이 해가 안되는 한사람이 더 있는거 같다 정도인지라 레아가 있는건 정확히 찝어내진 못할거 같습니다!!

3. 그것보다는 아무리 [스포일러]가 우주방어를 펼친다고는 하지만 분명히 한계점은 존재하는지라....

4. 네 맞아요. 자신의 안위와 목적을 위해 '힘 없는 약자'인 레아를 이용하고 자기에게 맞추려고 한 행동 그자체니까요.

989 ◆Tkeoq3Vax6 (2RFp8lxzcg)

2023-05-08 (모두 수고..) 16:00:29

>>989

1. 이제까지 내일의 블랑주님께 맡긴다고 하셨던 거 같은데 그 내일이 이제 오늘이군요(...) 뭐라 드릴 말이 없습니다😅a

2. 아 들키진 않는 거군요🙃 (잘하면 끝까지 안 들킬지도😗~)

3. 디펜스 실패(?)일까요? 근데 그 개체라는 게 대체 뭐하는 존재인지.. 지금으로선 1도 감이 안 옵니다😐

4. 블랑님이 그런 생각을 했었군요 사실 레아가 그 시대에 머물러도 블랑님이 득 보는 건 딱히 없으니(보내려면 감수해야만 하는 위험을 피할 수 있다는 점을 득이라고 우길 수 있으려나요?🙄) 자기 정체를 숨길 수 있다는 확실한 이득이 있어서 딸을 살해한 보스와는 다른 것 같습니다😓a

990 블랑 - 레아 (bVmaUYl.yk)

2023-05-08 (모두 수고..) 23:16:57

[구슬 8개라.... 내가 알고 있는 것이라면 옛날 어떤 미치광이 용족─아, 당시 기록으론 정말로 미친 자라고 했더군.─이 이 세계는 8개의 구로 나누어져 있다고 한 기록은 있었다네, 하지만 그 이상은 모르겠군.]

물론 본인이 8이란 숫자를 좋아하는 것도 사실이다. 끊어짐 없는 연속을 상징하는 것도 같았고 어떤 신비주의에선 '절대적 지성'을 상징하기도 했으며 고대의 어떤 문헌상에는 신들을 기리기 위해 8가지 제물을 준비했다고 했으니까. 게다가 생명체의 감각은 자신이 추론하기에 총 8개의 과정을 거친다고 믿었기에, 그는 8이라는 숫자에 어떠한 힘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였다. 즉 레아가 본것이 그 미친 자의 그것과는 다른 무언가 신빙성이 있는 것과도 같았다.

[또한 네가 내민 수첩의 색은 검은색이지만 이런 빛은 나도 처음보는구나, 원래는 갈색이 아니었던가. 게다가.... 마력이 아닌 다른 게 느껴진다. 마치.... 에티스의 신성력과도 같은 느낌이구나.]
"형님!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가만히 서있지 말고 앉아!!"

어느새 멍때리고 있었다는 것을 눈치 챈 벨가모트가 붙임성 좋게 블랑을 끌어서 그를 탁자 앞에 앉힌다. 원형테이블 앞에 앉자 가나슈 몇가지와 더불어 커피가 자리 잡고 있었다. 아무래도 레아에게 넘기고 싶었다는 것일까, 그는 조심스레 다들 안보는 사이를 틈타 순식간에 레아의 손에 가나슈와 더불어 각종 음식들을 레아의 눈에만 식별 가능하도록 마법을 걸은 음식 몇가지를 그들 몰래 자그마한 접시에 옮겨담아주며 미소를 지었다.

[나머지 이야기는 조금만 있다 하자꾸나. 시간도 많을것이다. 만약 돌아가게 된다면 더 확실한 증거를 잡을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확실히 이집 디저트는 언제 먹어도 맛있군요."
"하긴 그렇지. 그간 반역을 도모하던 놈들 덕에 우리도 여기서 뭐 먹을 기회가 적었던 것도 사실이니까."
"그치만 우리ㄷ"
"벨가모트, 커피 한잔만 더 갖다 주겠습니까?"
"앗, 예!"

루드베키아가 가볍게 눈치를 주며 벨가모트의 입을 막아버렸다. 보는 눈이 많았다. 실제로도 이곳은 중립구역이라고 하지만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호송팀원들은 당연히 다른 조직의 견제를 받기 십상이었다. 게다가 이번 보스 딸의 호위를 완벽히 수행해냄으로서 명실공히 조직 핵심부서로 자리매김하지 않았던가. 하지만 그것이야 말로 자신들의 목표였다. 조금만 더 핵심으로 다가 선다면 자신들의 목표를 완벽히 쟁취할 수 있을것이리라. 그들의 전쟁은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그렇게 벨가모트가 루드베키아의 커피를 내려놓자 화기애애하게 대화를 나누며 블랑은 레아의 질문에 답변을 던졌다. 하지만 그 답변은 화기애애한 분위기와는 다른, 어쩐지 조금은 긴장되고 결연한 목소리엿다.

[사적인 부분도 기록해도 된다. 가능한 한, 지금부터는 모든 것을 빠짐없이, 네가 가능한한 최대한도로 빠짐없이 기록해주려무나.]

블랑의 전음이 끊기는 순간, 문이 부숴질듯한 소리를 내며 열린다. 카페의 모든이들이 주목하지만 스틸블루 색의 머리카락과 눈동자를 가진 남자가 천천히 걸어들어오며 '갓파더(스카치 위스키를 베이스로 한 칵테일) 한잔, 인생의 맛으로.'라고 주문을 던지고는 아무렇지 않게 원탁으로 걸어 들어와 앉는다. 아까전의 화기애애한 분위기는 온데간데 없다는 듯 왠지 모르게 화난 인상의 남자가 좌중을 바라본다. 다만 그 분노의 대상이 자신들이 아니라는 것은 알고 있는 팀원들이었다. 그 분노의 대상은 확실히, 자신과 다른 누군가를 향한 분노였다.

".... 다들 쉬고 있는데 미안하군."
"아닙니다, 팀장. 무슨일이십니까."

확실히 이상했다. 블랑이 이전대로 말하자면 상시 온화하던 이였다. 하지만 그 설명과는 상반되게 굳은 표정으로 화를 애써 삭히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느낌이 쎄하였다. 어느새 마스터가 내온 칵테일을, 그 독한 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원샷으로 때려 박은 다음, 그는 조금 냉정을 찾은 듯 펜을 이용해 글을 적어내려갔다. 글을 한자씩 적을때마다 순식간에 사라지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아마 특수 잉크를 쓴 것 같았다. 그만큼 극비로 전해야 될 이야기라는 것일까. 천천히 적어내려가던 글을 보던 그들의 표정이 천천히 굳어갔다. 그리고 이내 그 굳어가던 분위기는, 고요하게, 하지만 격렬하게 타오르는 분노로 치환되어가기 시작했다.

{보스가, 자신의 딸을 죽였다. 이유는 불명, 목격자는 나뿐, 믿는 것은 자유다.}
"미친....."

겨우 원형테이블의 사람들만 들을 정도로 내뱉은 프렌치메리의 한마디, 하지만 그녀의 한마디에 반박할 이는 아무도 없었다.

//

1. 그렇게 오늘의 블랑주는 내일의 블랑주에게 또 바통을.....

2. 진짜 들킬 가능성을 0에 수렴하도록 해놨습니다만..... 언제나 다갓은......

3. 음..... 크툴루 같은거?를 끼얹나?

혀튼 오늘도 많이 늦었습니다아아아아아아 ㅠㅠㅠㅠ

최대한 많은 이야기를 진척시키려고 좀 급하게 적은 감이 없잖아 있는데 괜찮으실지 모르겠네요 ㅠㅠ

991 ◆Tkeoq3Vax6 (oPyUDfmTa.)

2023-05-09 (FIRE!) 12:43:10

현생이 더럽게 꼬여서 오늘은 답레를 못 쓸 거 같습니다ㅇ>-< NPC 굴리느라 고생하셨을 텐데😞 오늘은 한숨 돌리세요(_ _)

992 ◆8nz3IZH4M2 (wlzQcYMngE)

2023-05-09 (FIRE!) 14:42:41

아유 괜찮습니다!! 저도 오늘 현생이 미친듯이 돌아버린 상태라...... 아마 제가 답레를 건너 뛰었을 가능성도 높았는데 다행이네요 ㅋㅋㅋㅋㅋ

993 레아 — 블랑 (oPyUDfmTa.)

2023-05-09 (FIRE!) 22:35:14

세상이 8개로 나누어져 있다? 아리송한 얘기였다. 용은 언어를 쓰지 않으니 기록이 있다면 다른 종족이 남긴 거지 싶은데, 용학자가 조사했던 걸까? 제정신이 아닌 용이면 상대하기 어려웠을 텐데 용케도 인터뷰를 했구나.(제정신이 아닌 용인지를 분간할 정도면 꽤 많은 용을 조사했었나 보다.) 아무튼 그 주장대로라면 나머지 나뉜 세상으로는 어떻게 갈 수 있지? 배 타고? 아니면 마법으로? 레아는 제 머리카락을 만년필에 말았다 풀었다를 되풀이했다. 만약 그 주장이 맞다면, 그 거대한 존재가 정말로 세상을 감싼 우주일지도 모르겠다만.. 그 주장대로인지 아닌지를 확인할 방법이 있긴 할까? 아직은 감도 안 온다.

이어지는 대답도 놀랍기는 마찬가지였다. 원래는 갈색이었다고 기억하는 것도 의외였지만(잠깐 본 걸 일일이 기억할 정도면 관찰력과 기억력이 얼마나 뛰어난 걸까. 용의 지적 능력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새삼 든다.) 신성력과 비슷한 힘이 느껴진다니? 내 인지 능력에 하자는 없는 것 같아 마음이 놓이면서도 생각이 많아졌다. 그 존재가 신이긴 하다는 것 같은데, 주님의 힘과 비슷한 힘을 지녔다면 주님과는 무슨 관계일까. 신앙심이라곤 아쉬울 때만 발동시키는 나한테 나타난 까닭은 뭐고? 설마 주님과 대립하는 존재여서 엉터리 신자를 포섭하고자 했다거나? 어쨌거나 적어 놓을 가치는 있을 것 같다.

그 거대한 존재를 비롯해 쓰고자 한 내용을 수첩에 하나하나 적어 가는데, 디저트가 여럿 놓인 접시와 갓 내린 듯 김이 모락모락 나는 커피가 이쪽 테이블로 날아왔다. 저들의 미래에 촉각이 곤두섰을 텐데 계속 신경 써 주고 있구나. 과거를 후회한 만큼 저들도 필사적으로 챙길 텐데. 정작 그는 누구에게도 챙김 받기 어려운 처지다. 내게는 저들이 얼마나 소중한지나 저들과의 유대감을 온전히 이해받을 수 없고, 저들에게는 미래를 알아서 겪는 고충을 오롯이 이해받지 못할 테니까. (나와는 달리 이 시대에 발 붙일 수 있을 것만 같았으나) 고립된 처지이기는 그도 마찬가지겠다. 안쓰러워 돌아본 순간, 그가 일행들과 마주 앉은 채로 돌아가면 더 확실한 증거를 잡을 수 있으리라는 전음을 보내 왔다. 돌아가면.. 그래. 돌아갈 수 있겠지. 지금은, 그렇게 믿어야지.

세뇌하듯 속으로 되풀이하다 로브에 숨은 정령 생각이 났다. 심심하고 출출도 할 텐데, 이거 먹으래야겠다. 메모하느라 내버려 두느니 그 편이 만 배는 낫지. 커피는 두고 접시를 로브 안에 넣자 정령들이 신난 듯 꺅하며 낚아챘다.(조용히 있자고 해서인지 소리는 한껏 죽였다.) 저도 모르게 웃음을 머금었다가, 그의 팀원들에게서 나오는 얘기에 흠칫했다. 무거운 공기가 그에게는 지금부터가 싸움일 것임을 일깨우기도 했지만, 반역을 도모하던 놈들이라는 표현과 가장 어린 청년이 채 꺼내지 못한 말(아마 자신들도 반기를 들고자 한다는 얘기겠지.)도 오싹했다. 그러고 보니 그들의 주 임무는 갱단 고위직 호위나 배신자 응징이고 임무를 잘 해내서 승승장구했다고 들었다. 그렇다는 건 그들처럼 조직을 뒤집고자 하는 이들에게도 손을 썼다는 의미일 거다. 반란을 일으키는 걸 목표로 갱단에 왔는데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갱단 전복을 꾀하던 이들을 해치다니, 이 무슨 아이러니일까.

잡념을 떨치려고 메모를 계속하는데, 로브 안에서 뭔가 기어오르는 듯한 감촉이 느껴졌다. 이윽고 후드가 비좁아지는가 싶더니 뭔가 얼굴 앞으로 쑥 나왔다.

- 언니 아∼

물 정령이 포크에 초콜릿을 꽂아서 내밀었다. 가슴이 뭉클하고 코끝이 찡했다. 당연히 다 먹을 줄 알았는데. 먹성도 좋으면서 일부러 챙겨 줄 줄이야. 울어버릴까 봐 두 눈을 지그시 눌렀다가 간신히 숨을 돌리고 입을 벌렸다. 쏙 들어오는 초콜릿이 달고 부드럽고, 따스했다. 그 맛을 음미하려니 후드 아래쪽이 더 비좁아지며 뭔가가 꼬물거렸다. 이어 물 정령이 아래쪽을 보고 심통난 표정으로 꿍얼거리며 내려가더니, 바람 정령이 올라와 초콜릿을 들이밀었다.

마저 받아먹고 고맙다고 이제 나눠 먹으라고 속삭일 찰나, 사적인 부분도 상관없으니 최대한 빠짐 없이 기록해 달라는 전음이 날아들었다. 출입증에 분명, 전음 말고 음성도 녹음이 됐었지? 출입증을 테이블에 놓고 적으려던 내용을 마저 정리했다. 이러면 미처 받아 쓰지 못한 부분도 출입증에 녹음된 걸 확인해서 보충할 수 있겠지.

그때 문이 박살 날 듯 요란하게 열리더니 청회색 머리칼과 건장한 체격이 두드러지는 사내가 어쩐지 무겁게 느껴지는 걸음으로 들어왔다. 서류철의 그림에서 봤던 팀장. 그가 팀원 중에 가장 신뢰했고, 그에게 가장 깊은 회한으로 남았을 이. 그 인물이 술을 주문하고는 나머지 팀원들이 앉은 원탁에 자리 잡았다. 그림에서 보였던 잔잔한 미소와는 딴판으로 험악한 얼굴이었다. 오래지 않아 주문한 술이 나오자, 팀장은 단번에 잔을 비우더니 팀원들에게만 알리려는 듯 뭔가를 써 내려 갔다. 당연히 이 자리에서는 안 보였지만, 그나 나머지 팀원들이 끓는점을 넘어선 물처럼 부글거리는 것이며, 팀장이 보스의 딸을 무사히 호위했노라 보고하러 갔을 시기라는 그의 설명을 생각하면, 뭐라고 적었을지 짐작이 됐다. 아마.. 보스가 제 딸을 직접 죽였다는, 거짓말처럼 섬뜩한 소식이리라.

- 블랑님 화났다!

바람 정령이 눈치 보는 아이처럼 냉큼 아래쪽으로 내려갔다. 그게 짠해 정령들이 있는 자리를 토닥이다 메모했다. '카놀리에서 흑룡과 팀원들은 팀장에게서 보스가 제 딸을 살해했다는 소식을 들었다.'라고.



// 오늘의 현생 폭탄이 본의 아니게 내일로 넘어가서🤮 일단 답레 달았습니다 내일은 내일의 혐생이 닥칠 테니😞 느긋하게 가시죠..

2. 다이스 굴리시는군요 몰랐습니다😅

3. 코즈믹 호러도 하실 생각이십니까😮?

그리고, >>981에서 블랑님이 스포아자씨를 9중 결계 속 재질 불명의 쪼가리와 관련짓는 거 같던데, 그 쪼가리 재질이 혹시 스포아자씨 비늘입니까🙄?

994 ◆8nz3IZH4M2 (ICLZOG2JLI)

2023-05-10 (水) 18:55:44

세상에.... 못 다실줄 알고 이제서야 켜봤는데.... 답레는 11시~12시 쯤 올라갑니다 ㅠㅠㅠㅠㅠ

2. 다이스를 굴린다기 보다는 여러가지로 해보는거죠 헤헤헤

3. 해볼까요? :)

아, 그거!! 일단은 비슷한 무언가입니다!!

995 레아 — 수첩의 기록 (6V5X.xHfys)

2023-05-10 (水) 22:04:26

내 이름은 레아 파벨. 페레스력(曆) 2,025년 6월 10일에 크레티스 왕국 남부의 산 리노라는 농촌에서 태어났다. 레아라는 이름은 할머니께서 존경하시는 분의 이름에서 머리글자를 뺀 것이라고 들었다. 아버지의 성을 썼다면 레아 핀치였겠지만, 핀치 가 사람 중 다수가 비명(非命)에 사망했기 때문에 부모님께서 결혼하실 때 어머니의 성을 쓰기로 했다. 우리 가문은 산 리노에서 5대째 농장을 경영 중이고, 지금 본가에는 할머니 해나 파벨, 어머니 에바 파벨, 아버지 콜린 파벨, 맏오빠 이든 파벨, 새언니 델라 파벨, 조카 지미 파벨까지 6명이 살고 있다. 둘째 오빠 리암 파벨, 셋째 오빠 헨리 파벨, 언니 리사 베일리는 결혼 후 따로 살고 있고, 나도 2,043년에 크레티스 왕립 대학교에 용학(龍學) 생도로 입학하면서 따로 살게 되었다. 이후 2,047년에 왕립 연구원으로 채용되어 용학 공동 연구소 302호실의 하츠펠트 실장님 휘하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용이 산다고 알려진 지역을 탐사하기 위해 1달간 휴직했고, 그로부터 약 열흘이 지난 2,047년 7월 5일 흑룡 블랑누아르가 공간 이동 마법을 시전하면서 1,023년 1월 5일의 콘스텔라티오에 오게 되었다. 이렇게 시시콜콜한 이야기까지 적는 것은 내가 미래에서 왔다고 망상하는 광인이 아님을 입증하기 위해서다. 주님의 가호로 이 수첩이 2,047년까지 보존된다면 이 얘기가 사실이라는 게 밝혀질 테니까.

신흥 국가 발바리아와 캐놀라인의 국경 지대에 위치한, 황야처럼 위장된 마약 도시 콘스텔라티오. 그러나 2,047년에는 이곳이 너무나 험준한 나머지 대자연이 그은 국경선이라는 명성까지 얻은, 탄명곡이라는 협곡으로 알려져 있다. 1,023년에 전례 없는 대지진이 일어나 콘스텔라티오가 송두리째 지하에 묻혔기 때문이다. 그러니 2,047년에 공간 이동 마법을 썼으면 지층이 뒤집히고 뒤틀린 협곡에 도착해야 하는데, 나와 흑룡은 1,023년의 콘스텔라티오에 도착했다. 적으면서도 정신 나간 소리 같지만 사실이 그렇다. 정확한 원인은 주님이나 아실 듯하지만, 1,023년의 대지진 때문에 일부 지점의 중력과 시간이 왜곡되어 있었는데 공간 이동 마법으로 이동하려던 위치가 하필이면 그 지점이어서 이렇게 된 걸로 추정된다.

당연히 무서웠다. 아니, 지금도 미칠 것 같다. 이렇게 내 얘기를 적고 있는 것도 실은 그래서다. 뭐에든 집중하지 않으면 정말로 정신이 나갈까 봐서. 그리고 이 얘기가 2,047년까지 전해지면 내가 실종된 원인이 우리 가족에게 전해질지도 모르니까... 할머니, 어머니, 아버지, 오빠들, 언니, 조카들에게 가능하면 사랑한다, 지금도 보고 싶다는 말도 전하고 싶다. 하츠펠트 선생님, 라민 선생님, 타냐, 커트, 302호실 연구원들도 다시 볼 수 있다면 소원이 없을 것 같다.

이런 소리만 쓰다간 진짜 돌겠다. 콘스텔라티오에 처음 왔을 땐 황야인지 도시인지 분간하기 어려웠다. 크고 작은 건물들이 바위 언덕과 닮아 보였기 때문이다. 가까이서 봐도 헷갈릴 정도니 멀리서 보면 영락없이 황무지인 줄 알 것 같다. 그래도 도시는 도시인지 큰길도 있고 번화가도 있고, 국경 지대답게 각국 사람들이 혼재해 있었지만, 그 풍경은 기괴했다. 거리에 자욱한 마약 연기는 얼핏 달콤한 듯하지만 매캐하고 역했고, 제대로 영업하는 가게라곤 마약 노점뿐인 것 같았다. 사람들은 출신지나 신분과 상관없이 마약에 취해 널브러졌거나, 한창 마약을 피우고 있거나, 몸도 제대로 못 가누면서 마약 노점으로 향하거나였다. 한 줌도 안 되는 마약을 얻자고 입고 있는 비단옷을 벗어 넘기는 이도 있었다.

생전 처음 보는, 섬뜩한 광경이었지만 그보다 더 두려운 건 돌아갈 방도가 없다는 것이었다. 이 시대로 떨어진 게 흑룡의 마법 때문이니 돌아가려면 마찬가지로 그의 마법이 필요할 것 같은데, 정작 흑룡은 돌아가지 않아도 상관없을 것처럼 보였다. 이 시대는 그가 혈육보다 더 신뢰하고 아꼈던 이들이자 콘스텔라티오의 호송팀이던 이들이 보스에게 반기를 들었다가 무참히 죽어 간 때였기에, 그 과거를 바꾸고 그들과 함께하고 싶어할 줄 알았다. 하지만 그렇게 과거가 바뀌면 내가 살았던 2,047년은 어떻게 될까. 우리 가족은 무탈할까. 아니, 내가 존재할 수는 있을까.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채 부유하다 사라지고 마는 건 아닐까. 그 모든 게 두려워 과거를 바꾸려거든 나는 돌려보내 달라고 악을 썼다.

그 직후 내가 본 걸 어떻게 설명해야 전달이 될까. 내 감각과 인지 능력으로는 감지하기 어려운 현상이었다. 시작도 끝도 없는, 성서에서 무한한 혼돈이라 일컫는 것에 빠진 듯했다. 거기에는 하늘도 다 메울 것처럼 커다란, 눈동자 같은 무언가가 있었다. 그 눈동자에 비친 건 우주 그 자체가 아닌가 싶을 만큼 거대한 존재였다. '커다란 눈동자'조차 그 존재에 비하면 자그마하다 느껴졌다. 그 존재는 팔이 여섯이고 거죽에서 드문드문 별빛 같은 게 반짝이는 점 말고는 흑룡 블랑누아르와 외양이 흡사했고, 구슬처럼 매끈한 구 여덟 개를 세상없이 소중한 것인 양 품은 채로 혼돈을 찢어 파고드는 것을 몰아 내느라 분주했다. 적으면서도 그 모든 게 환각은 아니었는지 의심스럽지만, 어쨌든 그 존재는 믿고 싶어지는 메시지를 주었다. 내가 두려워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거라는. 이 수첩도 그 존재와 조우하기 전에는 표지가 갈색이었는데, 그 후에 지금 같은 색으로 바뀌었다. 2,047년까지 제 색을 유지할 가능성은 희박하니 첨언하자면, 그 존재의 거죽처럼 새까만 듯 하면서도 드문드문 반짝이는 빛깔이다.

그래도 그 소동이, 흑룡이 스스로가 잘못되는 걸 감수하면서까지 날 돌려보내는 마법을 시전하려던 것이며 함께 돌아가리라 약속해 주는 것이, 흑룡과 동거하던 물의 정령과 바람 정령이 우릴 따라왔다는 사실이 위안 아닌 위안이 되었다. 괜찮을 거라고, 돌아갈 거라고, 그 작은 친구들을 위해서라도 정신 차리고 있어야겠다고 생각할 수 있게 되었으니까.

이후 나는 흑룡을 따라 당시의 흑룡이 호송팀 팀원들과 만나기로 약속한 장소라는 카놀리(Cannoli)라는 카페로 향했다. 거리와는 전혀 딴판으로 공기부터 안에 있는 손님들까지 깔끔한 가게였다. 가면서 지체한 탓인지 도착했을 땐 팀원들이 이미 와 있었다. 내가 살던 시대에서는 이미 천 년 전에 사망한 이들이고, 이 시대에서도 오래지 않아 피살되는 이들이라, 순간 오싹했다. 흑룡은 그 참사를 막고자 하는데, 어떻게 될지.... 아무튼 조금 뒤 팀장까지 도착했는데, 분노에 찬 듯도 하고 깊은 충격을 받은 듯도 했다. 그런 채로 팀장은 흑룡과 팀원들만 확인할 수 있게끔 무언가를 적었다. 정확히 뭐라고 썼는지까지는 모르나, 흑룡이 귀띔해 준 바에 따르면 이 시기에 콘스텔라티오의 보스가 제 딸을 살해했다. 흑룡과 팀원들도 하나같이 살벌한 분위기로 바뀌었으니 분명 그 비보(悲報)를 접했으리라.



// 과거행에서 레아가 맡은 임무(?)가 기록인지라 어떤 식으로 썼을지 상상해 봤습니다🙄

덤으로 진단메이커도 투척해 봅니다😓ㅋ

자캐가_무의식적_반감을_느끼는_것은
자캐는_자신이_다쳤다는_사실을_알린다_알리지_않는다
자캐가_멘붕했을때

#오늘의_자캐해시 #shindanmaker
https://kr.shindanmaker.com/977489

996 ◆8nz3IZH4M2 (ICLZOG2JLI)

2023-05-10 (水) 22:07:58

아닛..... 아니이이잇......

세상에...... 제가 답레도 적기 전에 심심하셨나보오오.......

답레는 일단 달겠습니다만, 곧 다음 어장이라.... 다음 어장 만들게오오오.....

진단 메이커는 답레와 같이!!

997 ◆Tkeoq3Vax6 (6V5X.xHfys)

2023-05-10 (水) 22:16:29

>>996

과거를 기록 중이라는 티를 한 번은 내 보고 싶었습니다😅a >>574에서 캐조종 아닌 선에서 가능할 거 같으면 독백 써 보겠노라 말씀드리기도 했고요🙄 매번 할 자신은 당연히 없습니다😓ㅋㅋ

998 블랑 - 레아 (ICLZOG2JLI)

2023-05-10 (水) 23:56:13

분명 레아가 어디선가 보고 있을거란 생각은 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번이 두번째로 겪는 일이다. 그렇기에 감정 조절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오랫만에 만난 이들에게 그 싸움을 천천히 생각해보자고 하고 싶었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에서 냉정을 찾을수 있다는게 말이 되는 것일까. 다들 말 한마디도 없었지만 지금의 상황에서 할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봐도 바로 떠오르지 않았다. 아니 그들은 알고 있었다.

"이대로 참을껍니까."

진실은 중요하지 않았다. 아니 지금 팀장의 말이 모두가 진실이었다. 그들에게 있어서 팀장은 진리였고, 또 어버이와 같은 존재였으니까. 아마 그도 그 장면을 보고 분노를 표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분노를 거기서 표했다면, 보스가 목격자를 처리하기 위해 헬리오트에게 무슨 수를 썼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가 들어오자마자 술을 마셨다는 것은 그 뜻이었으리라. 무력하게 보스에게서 도망친 자신에 대한 환멸감을 느끼고 분노를 느꼈으리라. 그 감정을 읽은 루드베키아가 입을 열었다.

"..... 팀장님의 기분은 알고 있습니다."
"루드베키아."
"하지만 팀장님이 직접 말씀하지 않으셨습니까. 우리들은 투사가 아니라고."

그랬다, 자신들은 투사가 아니었다. 자신들이 잔을 나누고 가족이 되었을때 나누었던 맹세를 다시금 떠올린다. 죽기 직전에 몰린다면 도망치고 도망쳐서 살아남고 죽음을 각오했다면 가족들을 살리라고. 그렇게 살아남은 이들이 의지를 이어주고 이어받은 의지는 최후엔 승리를 일궈낼 것이라고, 그렇게 일궈낸 승리를 희생된 자들에게 헌정하는 것이야 말로 진정으로 값어치 있는 것이라고 말이다. 그리고 그 승리가 지금 아무도 죽지 않은채 목전에 있는 상황이었다.

"팀장은 여지껏 잘했소, 어차피 언젠간 벌어질 일이지 않았소이까."
"솔직히 우리 모두가 각오했던 일이잖아요."

서로 손을 붙잡은채 결연하게 미소를 지은 두사람이 헬리오트를 바라본다. 서로 이웃마냥 지내던 이들이었지만 한순간에 마약중독자 신세로 전락해버린 부모님으로 인해 가게가 모두 풍비박산나버리고, 잡혀갈뻔하던 프렌치메리를 말로우 윈터가 구해주면서 그들은 뒤돌아보지 않고 자신들의 은인이었던 헬리오트에게 몸을 의탁, 그렇게 호송팀의 멤버가 되어 지금까지 지내왔던 것이다. 제각기 다른 이유에서 길을 걸었지만 오늘날까지 그들의 불꽃은 사그라들지 않고 발 밑에서 더욱더 크게 타오르고 있었던 것이다.

"모두의 말이 맞습니다."
"너도 같은 의견인것이냐."
"루드베키아씨 만큼은 아니지만, 저 또한 팀장을 오래 봐왔습니다. 우리랑 잔을 나누진 않았지만 아마 그녀도, 똑같은 심정이었지 않을까요."

확실히 그랬다. 비록 1달이라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호송팀과 보스의 딸은 끈끈한 인연으로 맺어져 있었다. 보스와 다르게 딸은 지금 상황에 대해서 안좋게 보고 있었고, 비록 순수하다고는 했지만 그것이 사물의 이치를 보지 못함은 아니었으니, 그녀 또한 만에하나 자신이 뒤를 잇게 된다면 자신들을 적극적으로 등용하여 이 상황을 타개하겠다고 하였다. 그렇기에 그들의 의지를 들려 주었고, 최후에도 그녀 또한 그 의지를 가지고 도와달라는 말 없이 죽음을 택한 것이 아닐까.

<clr steelblue"..... 좋다. 약간의 말미를 주마. 허나 명심해라, 너희 스스로의 결정이다. 모두가 죽을수도 있다. 우리는 지금부터 우리가 해보지 못한 싸룸을 시작할것이니..... 준비가 되면 말하거라."</clr>

//자 이제 다음 레스에서 본격적으로 싸움이 일어날 껍니다. 아마 다음 어장 스타트는 본부로 쳐들어가는것에서 시작하겠군요!! 막간에 전음으로 지금 심정에 대해서 블랑에게 질문을 던져보시는 것도 괜찮을껍니다!!

1. 블랑 : "원래는 없었으나, 지금 사건 이후로 누군가 남을 핍박하는 것을 보면 자연스레 주먹부터 쥐게 되더군."

2. 블랑 : "..... 알릴 필요가 없지 않은가? 사서 걱정을 시키게 하는 건 내 취향이 아닐세. 그리고 내가 내 상처를 스스로 돌보지 못하는 것도 아니고 말일세."

3. 라이네스 : "내 사전에 패닉이란 단어는 없다고!! .....라곤 하지만 그래도 패닉에 빠진다면 집에 들어가 그냥 뒹굴거리고 싶어..... 블루베리 치즈빵이 되고 싶다고오오오....."

그럼 저도 한발!!

레아의 오늘 풀 해시는
자캐는_눈물을_어디_무엇에_닦는가
자캐가_방송한다면
자캐를_글로_표현해보자

#오늘의_자캐해시 #shindanmaker
https://kr.shindanmaker.com/977489

999 ◆8nz3IZH4M2 (ICLZOG2JLI)

2023-05-10 (水) 23:56:45

엌ㅋㅋㅋㅋㅋㅋㅋㅋ 이제야 봤네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레아 시트 언제 올리신거얏!!

1000 레아 — 블랑 (LPPYLmFqcg)

2023-05-11 (거의 끝나감) 11:06:53

당장이라도 폭발할 것 같은 분위기. 보스의 딸이 피살되었다는 소식에 저들이 궐기했다는 건 그에게 들어 아는 내용이었지만, 현장에서 목격하니 간추려진 내용을 들을 때와는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 누군가 사망했다는 정보가 주는 충격, 친밀했던 만큼이나 깊을 슬픔, 일면식조차 없었다 해도 제 핏줄일진대 살해해 버린 행각에 대한 분노, 그 참혹한 짓을 제지하지 못했다는 무력감, 명복을 빌고 애도하고픈 마음 따위가 저들을 짓누르는 게 실감 났기 때문이다. 이 상황에 다시 맞닥뜨린 그는 어떤 심정일까. 과거가 되풀이되지 않길 바라는 마음과 되풀이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까지 더해져 형언할 수 없이 복잡한 상태 아닐까.

그처럼 무거운 공기 때문인지, 정령들이 양쪽에서 바지 자락을 거머잡았다. 모르긴 해도 요람에서는 이런 감정에 직면할 일이 드물지 않았을까. 겁먹은 게 딱해 살살 토닥이는데, 저들 중 막내라는 벨가모트가 침묵을 깨뜨렸다. 바로 궐기하고픈 모양이었다. 반면에 서글서글하되 이지적인 인상인 루드베키아는 그 현장을 목격한 팀장을 위로하듯 말했다. 투사가 아니다. 저들의 미래를 알고 있기에 더욱 착잡한 말이었다. 그 말대로, 저들 중 누구도 죽기 위해 나서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저들은 결국 죽고 말았다. 거기에 어떤 의미가 있었을까. 이번에는 다른 결말을 맞을 수 있을까.

심란한 나머지 받아 적지 못했다가 뒤늦게 써 나가는데, 커플이 각기 덧붙인 말에 순간 어리둥절해졌다. 언젠간 벌어질 일? 모두가 각오했던 일? 보스의 딸이 살해당할 걸 예상했다는 소리일 리는 없고.. 보스와 맞서는 게 예정된 수순이라는 의미일까? 그 부분에 대한 추측을 막 부연할 찰나, 그도 나머지 팀원에게 찬동한다는 의사를 드러냈다. 보스의 딸도 아마 같은 심정이었을 거라며. 뜻밖이었다. 그와 그의 팀원들이 보스의 딸을 호위했다고 듣기는 했지만, 보스의 딸이 그들에게 동조한 줄은 몰랐으니까. 일면식도 없으면 아비라도, 딸이라도 서로의 죽음이 대수롭지 않아지는 걸까. 모르겠다. 그 속내가 어땠을지는 당사자가 아니고서야 알 수 없는 영역일 테니. 그래서 그의 말에 대해서는 따로 첨언하지 않고, 마음의 준비를 하라는 듯한 팀장의 발언만 마저 옮겨 적었다.

그러는 동안 깔린 침묵. 다른 손님이 제각기 대화를 나누고 있는데도, 아니, 그래서 오히려 더 주목이 되는 광경이었다. 레아는 만년필을 끼운 채로 수첩을 닫고 다른 테이블을 살폈다. 혹 손님 중에 보스의 수하가 있다면? 물론 그나 팀원들이 계획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수상쩍은 낌새를 알아채는 자가 있을지도 모른다. 제3자에 불과한 내가 끼어들 상황은 아니고 끼어들고 싶지도 않지만.. 출입증을 살며시 쥐었다.

[..기우일지도 모릅니다만 이 자리의 손님 중에 보스란 자의 하수인이 있지는 않을지요? 지금 계획하시는 게 새어 나가면 곤란해질 것 같아 여쭙습니다.]



// 이 상황에 심정을 묻는 건 넌씨눈 같아서 다른 질문을 했습니다😅

2. 안 알린다면 완전 범죄를 꾀해야겠군요 들키는 순간 역효과🙄..
3. 어? 여기서 대빵님이 나올 줄은 몰랐는데요😓 블랑님은 멘붕하면 어떻게 합니까😮?

1) "손으로 닦을 때도 있고 소매로 닦을 때도 있고 손수건으로 닦을 때도 있고.. 그때그때 다릅니다."
2) 이 스레 속 세계에 방송이 있을지 모르겠군요😶a 있다고 해도 방송을 직접 할 만큼 인싸는 아닌지라..
3) 1판에 쓴 레스들로 충분할 것 같아서 패스하겠습니다(...)

1001 레아 — 편지 하나 (6RyE2tafl.)

2023-05-14 (내일 월요일) 01:14:15

- 커트에게 -

안녕. 이번엔 좀 늦었지? 그 사이에 편지를 보냈는지 모르겠다. 이거 보면 당분간은 쓰지 마. 내가 지금 기숙사에 없어서 보내 줘도 못 읽어. 무슨 일인가 싶지? 사실 나도 쓰면서도 거짓말 같아. 저번에 내가 에르네스트 산을 탐사할 예정이라고 했잖아. 결론부터 말하면 성공했어. 더 놀라운 건 내가 용님에게 채용됐다는 거야, 1달 수습이지만.

어디서부터 얘기하면 좋을까? 원래는 서식지로 추정되는 데에 숨어만 있을 작정이었는데 바로 들켰어. 그땐 진짜 꼼짝도 못 하겠더라. 난 죽었다 그 생각밖에 안 들더라고. 우리 입장에서는 연구라도 용 입장에서는 주거 침입이나 스토킹일 수 있다는 것도 들키고서야 깨달았고. 그런데 용님이 이상하리만치 호의적이었어. 목욕물에 만찬까지 준비해 주시는 거 있지? 게다가 이 용의 레어는 이제까지 연구 자료에서 봤던 레어랑은 전혀 다른 게, 엄청 커다란 도서관이야. 글쎄, <카다로스 제국사>까지 있더라니까. 왜, 발바리아가 세워지기 전에 있었다는, 2대 황제이자 마지막 황제가 희대의 순정파인지 망국의 화신인지 모르겠는 나라 있잖아. 구전되는 이야기는 숱해도 사서는 워낙 옛날 책이라 왕실 서고에도 있을까 말까라는데 말야. 알고 보니 세상이 멸망할 위기에 처했을 때 남은 이들에게 지식을 전수하기 위해 온갖 종족의 책을 모으신다는 거야. 언제가 될지 모르는 미래를 대비하는 건 수천 년을 사는 용이라서일까? 난 당장 1달 뒤도 모르겠는데, 히히. 아무튼 1달간 그 도서관의 사서 겸 용님의 비서로 일하게 됐어. 그리고 아마 아주아주 나중에 용님이 날 모델로 한 호문클루스도 제작해서 미래의 생존자를 위한 안내인으로 삼을 모양이야. 레아 파벨이 둘이 되는 셈이지만, 그때쯤엔 원조 레아 파벨은 백골도 진토가 됐을 테니 상관없지, 뭐. 게다가 꽤 고소득이다? 연구소 월급의 곱절이야. 아, 월급이 문제가 아니다. 사실 나 용님 한분 더 뵀거든. 그것도 무려 용의 대표님이래. 용들 간의 분쟁을 말리고 재판하는 일을 맡으시나 봐. 특이한 건, 폴리모프하신 모습만 보면 며칠 방에만 박힌 채 안 씻은 이 같다는 거랑 재판하실 때 인간식 정장을 입는다는 거. 용들끼리의 분쟁을 인간 모습으로 변신해서 판가름하다니, 묘하지? 이런 정보까지 속속들이 접한 거 누가 알면, 엉터리 신자 레아 파벨이 어째서 주님께 그렇게까지 가호받냐고 기함할지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다 잘 풀리는 것만은 아니지만.

나 얼마나 얼 빠진 앤지 알아? 글쎄, 1달 탐사를 계획했으면서, 가방을 위장용 진흙으로만 꽉꽉 채우고 옷 한 벌 안 챙겼던 거 있지! 그 바람에 첫날부터 난리도 아니었어. 다행히 용님이 날 계속 좋게 봐 주시긴 했어. 가능성이 희박해도 포기하지 않는 끈기 때문에 채용한 거라고 격려도 해 주셨고. 근데 그 뒤에도 좌충우돌이었다? 어른들께 결혼했냐 애인 있냐 소리 듣는 거 그렇게 질색했으면서 용님한테는 반려자나 자식 없냐고 묻질 않나. 마도구도 쓰기 되게 어렵더라. 나 전음이라는 거 쓰려다가 기 빨려 죽는 줄 알았어! 공간 이동도 멀미 장난 아니야.. 아니, 사실 그런 건 익숙해지면 어떻게 될 거 같긴 한데.. 제일 문제는 내가 받는 만큼 일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거야. 보통은 이 반대를 고민하는데 배부른 소리지? 그런데 연구소에 있을 때랑 하는 일이 똑같아. 오히려 연구소에서 하던 강의 보조나 학술대회 준비 같은 잡무를 안 하니까 일이 더 적어. 게다가 연구 주제도 아예 잡아 주신다? 연구 주제가 진짜 대박인 게, 용의 언어가 왜 없나 했더니 용은 의사소통을 전음으로 한대. 그런데 전음이 원래는 마법적인 수단인가 봐. 인간이 대화할 때 음파가 공기를 타고 전해진다면, 용이 대화할 땐 사념파나 의사소통하려는 의지가 마나를 타고 전해지는 것 같달까? 그래서 전음을 쓸 만큼 마법에 능통하거나 용이 일부러 인간의 언어를 구사해 주지 않는 한 원래는 용과 대화할 방도가 없는데, 용님이 여러모로 도와주신 덕에 앞으로 전음을 포착하고 해석할 수 있을 거 같아. 어쩌면 사용까지 가능할지도? 그건 아직 먼 얘기지만. 히, 너무 딴 소릴 했다. 아무튼 용님은 정말 잘해 주셔. 며칠 만에 가족 같이 여긴다는 말씀까지 해 주실 만큼. 그런데도, 아니 그래서 막막해지기도 해. 일도 일이지만.. 내가 어떻게 처신해야 용님한테 폐가 안 될지 혼란스럽달까? 나 여태 내가 사회성 나쁘다는 생각은 별로 안 했는데, 여기에선 영 처신을 잘못하고 있는 거 같아. 반려자 자식 운운하기도 했다고 그랬잖아. 그런데 그날만 그런 게 아니라 며칠 전에도 용님께는 불편한 화제를 꺼내 버렸어. 티는 안 내시고 여전히 친절하시긴 한데.. 이게 타이밍 지나가니까 사과 드리기도 애매하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고 그러네. 이런 주제에 월급 받고 도움 받고 그래도 되나 싶어.

꿀꿀한 얘기가 너무 길어졌다. 학교 일도 궁금하지? 나 며칠 전에 라민 쌤 뵀어! 여전하시더라. 니 안부도 전해 드렸으면 좋아하셨을 텐데, 그땐 경황이 없어서 못 그랬네. 마공학관도 여전해. 전음 연구 때문에 마나 탐지기 사러 갔는데, 비싸! 세상에, 제일 싼 게 내 연구소 월급 1/3에 가깝더라. 돈 없으면 연구도 못 하게 생겼어.. 한편으론 언젠간 니가 마공학품 고안하는 거냐며 설레발쳤던 것도 생각났다? 그때 많이 힘들었을 텐데, 무신경하게 굴어서 미안해. 내가 그랬는데도 응원해 주겠다고 말해 줘서 고맙고. 너한테 고마운 게 그거만은 아니지만. 어떻게 매번 식혀 줬어? 매점 밀크티 말야. 나 이번에 사 먹기 전엔 그렇게 뜨거운 줄 몰랐어. 나라면 귀찮아서라도 못 그랬을 텐데.. 이번에 니 빈자리 진짜 절감했다. 늦게나마 감사 인사 하고 싶어. 신경 써 줘서 고마워. 당장은 말뿐이지만 다음에 만날 때 꼭! 제대로 사례할게!! 근데 매점 밀크티 마신 이유가 뭐게? 맞혀 봐. 내가 물었지만 이건 제정신인 사람은 절대 못 맞힐 거 같으니 그냥 말할게. 학생식당에 그 정신 나간 메뉴가 또 나왔었어. 응. 밥빵. 용님이랑 갔다가 진짜 기겁했지 뭐야? 욕하고 안 먹거나 말 없이 안 먹거나 암튼 태반이 안 먹는데 그 괴식을 왜 또 내놨나 모르겠어. 농담 아니고 내가 인류학이나 사회학 전공자였다면 진지하게 연구해 봤을 거야.

참, 혹시 학교 기념품점은 기억나? 거기 완전 크레덕 천지가 됐어. 크레덕 인형은 원래도 팔았지만 이젠 크레덕 쿠션에 크레덕 모양 빵이랑 달고나까지 판다니까. 거기서 인형이랑 빵이랑 달고나 잔뜩 샀다. 용님 레어에 용님 말고도 식구가 많거든. 특히 정령이 많아서 엄청 신기해. 넌 정령 본 적 있어? 난 마법이 꽝이라선지 한 번도 못 봤었는데 거긴 진짜 많아. 다들 애기 같아서 산 리노의 꼬꼬마들 생각나고. 놀 때도 조카들한테 하던 대로 책을 읽어 주거나 그래. 암튼 빵이랑 달고나는 정령들 줬고, 인형은 하나는 용님 드렸어. 나머지 인형은 우리 꼬맹이들 줄 생각이었는데, 용님 레어에서 가사 노동을 도맡아 해 주는 마법 기사들이 가져가더라. 왠지는 몰라도 번갈아 머리에 이고 다니지 뭐야? 황당하긴 했는데 여기 온 이후로 줄곧 내 편의를 봐 준 이들이라 답례한 셈 치려고. 기왕 답례하는 거 하나씩 쓰게 더 사도 되는데, 당장은 학교 가기가 좀 곤란해서 당분간은 내버려 둘 생각이야.

종이가 다 떨어져 가네. 오늘은 이만 줄일게. 건강하고. 다치지 않게 조심해.

- 레아가 -


PS. 그런데 나 크레덕이랑 많이 닮았어? 용님들도 닮았다 그러시더라. 머리칼 색 때문인가?



// >>789에서 언급한 편지 중 하나로 생각하고 작성해 봤습니다🙃
레아 입장에서 인상 깊었던 사건들을 요약하면서 1판 마무리하려던 건데 어울릴지 모르겠군요🙄 의도는 그랬나 보다 생각해 주세요😅a
끝.

Powered by lightuna v0.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