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96733071> Project : Cradle # 1(START;) :: 1001

◆8nz3IZH4M2

2023-01-20 16:42:24 - 2023-05-14 01:14:15

0 ◆8nz3IZH4M2 (YPiXZsP.Sg)

2023-01-20 (불탄다..!) 16:42:24

모든 이들은 요람에서 태어나, 무덤으로 돌아간다고 하지.
자 그럼 말일세.
그대들의 뿌리를 찾기 위한 흔적은 어디서 찾겠는가?

- 세상의 끝에서, 방문자에게 -

>>1 레아 파벨(Leah Paviel)
>>2 블랑느와르(Blanc-Noir)

441 ◆Tkeoq3Vax6 (Ne/h9E6SiY)

2023-02-24 (불탄다..!) 18:57:30

>>440
헐😦? 잠시만요😬!! 그 사건 기록에서 별 생각 없이 질문할 거리가 나오는 게 가능합니까😨?! (그런 내용 없으면 제가 2의 상황을 못 만듭니다ㅠㅠㅠㅠㅠㅠㅠㅠ)

그러다 피서지에서 일해야 한다는 전음 받으면 스트레스 3배😣

하기야 귀여운 건 진리입지요😗

답레야 부담 갖지 마시고 여건 될 때 써 주셔도 됩니다🙂!

442 ◆8nz3IZH4M2 (mguPJDhm1U)

2023-02-24 (불탄다..!) 19:42:51

>>441

소재거리야 많죠!! 블랑이랑 똑닮은 얼굴, 그리고 조직원 전원 사망, 용은 유희를 많이 다닌다고 했는대 블랑은 유희를 나간적이 있느냐, 밖에선 찾아보지 못한 책인데 왜 여기에만 있느냐 등등!!

현 로드 : ㅡㅡ 안해, 야 전음 보낸 놈, 니가 다음대 로드야 ㅡㅡ

우리는 왜 고양이라는 존재가 지금까지 살아있는가를 이유로 알아야합니다(?)

443 ◆Tkeoq3Vax6 (Ne/h9E6SiY)

2023-02-24 (불탄다..!) 20:14:42

>>442

개중에 '생각 없이' 물을 수 있는 건 없다시피 하다는 게 제가 우려하는 점입니다...

블랑이라는 이름, 지금의 블랑이랑 똑같이 생긴 몽타주, 용이 인간으로 변신해서 인간들과 섞여 지내기도 한다는 정보 정도면 그 책의 인물이 블랑님이라는 점은 레아 씨가 짐작할 겁니니다. (실제로 >>267에서 알라투 씨가 미인이고 블랑님이 알라투 씨의 외양을 알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알라투 씨가 용이라고 눈치 채기도 했고요.)

하지만 레아는 >>272에서처럼 사별의 고통을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는 인간입니다. 그 책에는 조직원이 다 사망하고 아지트는 매몰됐다는 내용이 있겠지요. 그러니 레아는 그 책을 읽더라도 자기가 읽었다는 사실을 블랑님한테 숨겼으면 숨겼지, 책 내용과 관련된 정보를 묻지는 못할 겁니다. 조직원 사망이든, 블랑님의 유희든, 밖에 없던 책이 왜 여기 있는지든, 블랑님이 떠올리기 싫은 기억을 되새기게 될 위험이 있으니까요. (>>84에서 용도 희로애락이나 고민이 있고 마음이 상할 수도 있으니 주의하겠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그게 아니라도 레아가 타자의 사적인 영역을 침범하기를 꺼리는 캐임은 여러 레스에서 드러났다고 생각하고요.)

그런데 >>437에서 알려 주신 대로라면, 블랑님이 사건 현장으로 가기로 한 건 레아 씨의 질문에 답변해 주기 위해서이지 않습니까?
레아주로서 저는, 레아가 그 책을 읽은 뒤에 블랑님에게 어떤 질문을 할 수 있을지가 도저히 떠오르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해당 스토리를 다음 일상으로 삼으려면, 둘 중 하나는 충족되어야만 한다고 생각합니다.

1) 레아가 캐붕하지 않으면서도 블랑님에게 던질 수 있는 질문거리를 찾는다.

2) 블랑님과 레아가 사건 현장으로 갈 만한 동기를 마련한다.

1)은 >>439에서도 제가 언급한 점인데요, 저로서는 떠오르는 게 없다 보니 블랑주님께 아이디어가 없는지 여쭌 겁니다ㅠㅠ..

444 ◆8nz3IZH4M2 (mguPJDhm1U)

2023-02-24 (불탄다..!) 20:30:32

>>443

음.... 그럼 이건 어떨까요? 레아랑 블랑이 같이 총류에서 만나는 걸로 하죠! 레아는 그저 우연히 집어든 책이 그거였고, 블랑이 레아가 무슨책을 집었는지 아는 순간에, 레아가 펼친 책장에 블랑의 몽타주가 실려있는걸로, 그리고 블랑이 간만에 좋았던 시절을 떠올린 것과 팀원들 성묘를 가봐야겠다고 고맙다는 심정을 전달함과 진실을 이야기 해주고 싶다면서 사건 현장으로 텔레포트를 하는 순간 타임리프를 한걸로 말이지요.

이리 하면 '레아가 직접 질문한다'는 전제를 회피함과 동시에 블랑이 진실을 자연스럽게 말할 수 있고, 동시에 블랑도 레아에게 솔직한 심정을 전달할수 있게 된 거니까 짐을 덜어낼 수 있게 되는 셈이지요!

445 ◆Tkeoq3Vax6 (Ne/h9E6SiY)

2023-02-24 (불탄다..!) 21:29:06

>>444
오~ 전 머릿속이 먹통이었는데 그럴 수도 있겠군요😮b 블랑주님이 괜찮으시면 저는 좋습니다😀! 아이디어 감사합니다😄!!

446 ◆8nz3IZH4M2 (mguPJDhm1U)

2023-02-24 (불탄다..!) 21:33:31

>>445

후후후후 어거지로 톱니비퀴를 끼워 맞추는덴 도가 텄다구요!!(자랑 아님)

447 ◆Tkeoq3Vax6 (Ne/h9E6SiY)

2023-02-24 (불탄다..!) 22:18:46

>>446
맞게 맞물린 시점에 이미 어거지가 아니지 않겠습니까?😗b
레아는 난데없이 타임슬립하면 그야말로 레패닉이겠지만.. 저는 그간 주로 받는 입장이던 레아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거 같아서(못해도 귀환 토템은 된다8ㅁ8!!) 기대됩니다😊

문제의 책 제목이나 발행연도(연도가 발바리아 기준일지 케놀라인 기준일지 같은 소소한 거 포함)도 생각해 두면 좋을 것 같습니다🙃 무슨 무슨 사건 보고서 정도의 건조한 제목일까요🙄?


>>442
다음 대빵 너😓ㅋ 현직 대빵님 최고의 무기로군요😅ㅋㅋ

448 ◆8nz3IZH4M2 (mguPJDhm1U)

2023-02-24 (불탄다..!) 22:31:54

>>447

아무것도 없는 파일입니다. 아예 제목도 없는 무언가 기묘한 서적이에요. 눈에 안띄기에 오히려 더욱더 눈에 띌껍니다. 왜 그런거 있잖아요. 분명히 자연스럽게 놓여져 있는데 그렇기에 너무나도 부자연스러운 그런거요. 전 오히려 그래서 레아가 더 흥미를 느낄거라 생각합니다.

그 스토리 끝나면 블랑이 레아에게 엄청 고마워 할껄요. 아 한가지만 더 부탁드려도 될까요? 일지 기록은 레아가 그냥 블랑에게 말하지 않고 자발적으로 하는걸로.... 그래야 감동이 배가 될수 있 읍읍....


현 로드가 휘두를수 있는 최고의 꼰대짓이자 권력입니다!! 분명 영광스러운 자리지만 어느순간부터 폭탄 돌리기가 되어있다!!

449 ◆Tkeoq3Vax6 (Ne/h9E6SiY)

2023-02-24 (불탄다..!) 23:39:17

>>448
인쇄소에서 무선본한 거 같은 책자인데 표지는 새카맣다거나 해서 총류에 있는 책 중에선 이질적이려나요🤔? (다음 일상 들어가면 자연히 알겠지만 대충 이미지라도 상상해 보려고요🙄)

거기서 레아가 할 수 있는 건 사실상 정줄 안 놓고 있는 게 고작일 거 같긴 합니다😓 (난데없이 1,000년 전의, 가 본 적은커녕 상상한 적도 없는 조직 아지트에 떨어졌는데 돌아갈 방법도 묘연하면..😖) 무엇에든 집중하지 않고는 정줄 놓고 말까 봐 경험담 기록에라도 매달릴 가능성은 충분해 보이는군요😅 기록은 문제의 책자에 해도 되려나요😮? (만년필을 소지하고 있어야겠습니다🙃)

이득은 별로 없는 명예직인데 일거리는 많으면 폭탄일 수밖에 없을 거 같습니다😑 근데 주로 어떤 일을 하려나요😮? 용들이 모일 일이 그다지 많지 않을 거 같다 보니 잘 상상이 안 되는군요😳

450 ◆8nz3IZH4M2 (mguPJDhm1U)

2023-02-24 (불탄다..!) 23:52:53

>>449

정답입니다!! 그냥 이상하게, 위화감이 드는 검정색 파일철 같은 느낌의 책입니다!!

네! 어차피 엄청나게 여백이 많은 파일철이라 그 뒤에 새로 기록해도 문제 없어요!!

용들끼리 보물 분쟁이나, 유희가서 사고친거라던가... 여러가지 꽤 머리아픈 일입니다. 명예직(과로)(웃음)

451 ◆Tkeoq3Vax6 (YUnEwWYtHw)

2023-02-25 (파란날) 00:27:09

>>450
짤처럼 끈으로 고정되어 있고 엄청 두꺼운데, 표지는 아무 글씨 없이 새까만.. 서류철 정도로 이미지 잡고 있겠습니다😗a (근데 저 정도 두께면 둔기로 쓸 수 있을 것도 같군요ㅋ 하드커버가 아니라서 무리려나요🙄?)

자기가 처한 상황이랑 접한 정보랑 그로 인한 소감을 메모하는 게 고작일 거라 사실상 일기나 마찬가지일 거 같습니다😅 쓸모가 얼마나 있을지 모르겠군요😓

Aㅏ.. 싸움 중재면 스트레스 꽤 받겠네요🤮 유희 중에 사고 친 용은 으르신 용들한테 붙들려서 대빵님한테 끌려오려나요😐? (체포는 으르신이 처분은 대빵님이..😮?)

452 블랑 - 레아 (NpY/gbcmwA)

2023-02-25 (파란날) 02:37:14

[호오? 힘들어 하더니 이젠 곧 잘 하는군?]

갑자기 들려오는 전음에 대해서 놀란 듯 그가 전음으로 답해온다. 사실 그 또한 알고 있었다. 레아가 아직 전음에 대해 힘들어 하고 또 익숙하지 않다는 점, 그래서 본인도 그에 대해선 그것을 따로 강요도 하지 않고 있었던 것도 사실이었다. 어째서인지는 몰라도 그녀가 최대한 무리는 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이 없잖아 있던 것도 맞는 이야기였다. 그렇기에 그녀의 행동이 어떻게 보면 대견하기도 하고 걱정스럽기도 하였다. 혹여나 저번처럼 많이 어지러워 하지는 않을까, 심적으로 부담이 되지는 않을까, 하고 말이다.
하지만 이내 그것은 그녀를 너무 과보호 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나아갈 수 있는 여인이었다. 자신이 과하게 보호하는 것은 어찌보면 감옥에 가두는 행위와도 같은 것이다. 가두는 것은 어찌보면 그녀가 가진 가능성을 제한하게 하는 셈이었고, 이는 그가 바라는 이상과 전혀 반대되는 행동인 셈이었다. 순간적으로 자신에게 부끄러웠지만, 이내 그녀의 풀어진 미소를 바라보며 피식- 웃음을 터트리고야 말았다. 비웃음이 아닌, 처음으로 긴장하지 않은 표정을 보고 그 또한 무거운 짐이 풀린 듯 가벼운 웃음이었다. 확실히 처음 봤을때 저런 표정이 어울릴거라 생각했는데 자신의 짐작이 전혀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그였다.

[원래 나눠먹는게 더 맛있는 법이라네. 그리고 그대가 그만큼 노력한 맛이니까.]

그러면서 그는 잠시간 유심히 그녀의 손에 쥐어진 출입증의 마나 유동을 확인하였다. 말은 그렇게 하였지만 그래도 자신이 실수할 경우를 대비하는 것은 중요했다. 물론 그의 걱정과는 다르게 출입증은 제 역할을 충실히 해내고 있었고, 그에 만족한 것인지 그는 남아 있는 찻잔의 내용물을 비워내고는 자신의 결과물에 만족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서도 이내 이어지는 생각에 그가 장난스레 웃는다. 뭐라고 해야할까? 가족같은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그녀를 보면 왠지 모르게 장난기가 자꾸 동하게 된다고 느끼며 그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물론 전음을 담아서 말이다.

"익숙해지면 이런 것도 가능하지. 레아양은 바보."
[익숙해지면 이런 것도 가능하지. 레아양은 바보.]

순식간에 전음과 육성으로 바보라고 놀리면서 장난스레 웃어보인다. 아마 그녀라면 바로 깨달을 것이다. 말로만 바보라고 했지, 그녀는 자신이 생각 한 것 이상으로 생각의 지평선이 넓고 많은 것을 볼 수 있는 여인이었으니까. 육성과 전음, 두가지의 파형을 생각해내면 그 과정에서 마나의 유동성을 생각해낼 수 있을 것이고, 그 파형과 전해지는 과정이 꽤나 유사하다는 것을 말이다. 의지를 전달하는 매개체가 마나임을 떠올린다면 그 두 과정의 유사함이 연구에서 주목할만한 주제가 될 수 있다는 것도 말이다. 더불어서 그녀에게 정신력의 수양도 하나의 방법임을 알려주는 것이었다. 마법을 배우기엔 늦었으나, 정신력을 늘림으로서 마나를 스스로 움직이고 어떻게 다루는지에 대해 알려주는 것이리라. 이리 한다면 그 과정에서 그녀 본인도 스스로 무엇을 더 연구해낼 수 있을지 발견하게 될테니까. 자신은 그저, 어디로 나아가고 어느 방향을 잡아야 하는지만 알려줄 뿐이었다.

//

>>451

거기에 두꺼운 표지가 양쪽으로 끼워져 있다 생각하시면 됩니다. 네, 그용도로 쓰실수 있어요!! 소재가 뭐냐고요?

블랑 비늘입니다(.....), 네 유일하게 남아있는 문헌이라 블랑이 최대한 안전하게 보관하려고 본인 비늘로 커버를....

엄청 쓸모가 넘칩니다. 특히 블랑에게 있어서 그것은 어떻게 보면 가장 진실에 근접한 내용이 된 것이고, 또 이제 자신이 바꾼게 꿈이 아닌 현실임을 자각할 수 있는 내용이니까요. 그리고..... 아닙니다!

넵, 맞습니다! 심지어 그 과정에서 대충대충 하고 넘어가려고 하면 으르신들께서 '로오오오오드!! 아니되오!!' 이러니까 골이 울릴 지경이라고.....

453 ◆Tkeoq3Vax6 (YUnEwWYtHw)

2023-02-25 (파란날) 08:56:49

>>452
마지막 문단 보니 블랑님이 뭔가 빅피쳐 던진 거 같은데 레아주가 파악을 못 하고 있습니다..ㅇ<-<
육성이랑 전음이 마나를 진동시키는 양상이 비슷하다라..🤔 저 정보로 무슨 연구를 유도한 거일까요😓? (고래가 초음파를 쓴다는 걸 알아도 인간의 조음 기관으로 초음파를 내지는 못하는 것과 다르게) 전음은 인간이 따로 마법을 안 써도 육성으로 흉내 낼 수 있는 영역이라는 걸까요? (마법 말고 인간 육성으로 전음을 흉내 내다 보면 선율이 생겨서 무슨 노래처럼 되려나? 상상해 보긴 했습니다😅)
또 한편으로는 >>173에서 언급했던 언령을 레아가 익히도록 유도하는 거 같기도 한데..😳 제가 제대로 이해한 건지 모르겠습니다😅
레아가 대학 안에선 자격지심 가질 만큼 평범한 편이긴 해도 연구 관련 힌트는 똑띠 잘 받아먹길 바라는데 캐릭터 구현 쉽지 않군요😥


헐 왜 검정색인가 했더니;; 하드 커버 대신 드래곤 커버(?)였습니까..😐 자료를 다 없애면서도 마지막 자료는 차마 못 없애는 수준이 아니라 그렇게까지 보호했다니 심경이 말도 못하게 복잡하긴 했나 봅니다😢

목격자의 기록인 셈이군요 그런 의미를 부여한 보람이 있게끔 제가 연출을 잘해 봐야겠습니다😅

으르신들이 그러는 건 아무래도 전임 대빵님이 발바리아를 세우고 깽판친(...) 여파 같군요😑 뒤처리 독박 쓰는 현직 대빵님 딱합니다🥺 그나저나 용은 완전 마이웨이 각자도생에 대빵을 뽑아도 방임에 가까울 줄 알았는데 꽤나 사회적(?)이군요😗

454 ◆8nz3IZH4M2 (1BTU57H1uM)

2023-02-25 (파란날) 09:39:40

>>453

와 일어나자마자 소름, 제가 생각한거 그대로인데. 전부 정답입니다.

애증의 자료이니까요. 이 과정에러 본인은 성숙했으나, 결국 많은 걸 잃었으니까요.

드래곤들이 자유적 성향이 많긴 하지만 관리가 안되면 아마 지옥도가 펼쳐지지 않을까요....?

455 ◆Tkeoq3Vax6 (YUnEwWYtHw)

2023-02-25 (파란날) 12:20:15

>>454
다행입니다 혹시 앞서 언급했던 거랑 전혀 다른 새로운 내용이 있는데 못 알아본 건가 걱정했거든요ㅎㅎ 다 반영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답레 쓸 때 참고하겠습니다! 답레는 아마 늦은 오후~저녁쯤에 올릴 수 있을 거 같습니다

용이 관조자라 해도 세속적(?)인 거에 초탈하진 않은 존재라 관리가 필요한가 봅니다ㅋ 보물로 분쟁도 하고 각종 구전에서도 욕심 많다고 묘사되는 것도 그래서이려나요?ㅎㅎ

456 ◆8nz3IZH4M2 (1BTU57H1uM)

2023-02-25 (파란날) 13:17:26

>>455

가끔식 레아주가 제 머리를 열고 기억을 보고 가는건 아닌지 조금 의심을.... 읍읍읍 혀튼 답레는 천천히 써주세요!! 당장 급한것도 아니고, 토요일 저녘은 제가 바쁜상황이라 . .)

현 로드가 그래서 블랑을 좋아하는 것도 그때문입니다. 생긴게 좀 이상하더라도 얜 그래도 성격 좋고 사고는 안치잖아요(제일 중요)

457 레아 — 블랑 (YUnEwWYtHw)

2023-02-25 (파란날) 20:10:30

전음이 제대로 갔는지 흑룡의 대답이 돌아왔다. 곧잘 한다라, 듣고 보니 그렇다. 처음엔 진짜 영혼이 빨려 나가는 듯 힘겨웠고, 그가 손을 써 준 뒤에도 무슨 원시적인 종교 의식처럼 전해지라고 중얼거려 가며 보냈는데, 이번엔 속으로만 빌었는데도 전해졌다. 나름 익숙해지고 있는 걸까? 아니면 의욕이 넘치니 없던 재주도 나오는 걸까? 돌이켜 볼 찰나, 의문이 들었다. 지금 이렇게 속으로 생각한 것도 전달되는 건 흑룡이 출입증에 넣어 준 마력 덕인데, 그렇다면 마력이 강한 이는 사념을 전음처럼 보내는 게 가능하다는 걸까? 어쩌면 소위 대마법사들은 나처럼 평범한 지성체와는 달리 진즉부터 용과 대화를 해 왔을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치면 이 연구는 뒷북인 셈이지만, 레아는 출입증을 거머쥐고 심호흡을 했다. 마법에 능통한 극소수에게만 알음알음으로 전해지는 지식은 생명력이 약할 거다. 반박하거나 보완할 기회가 적으니 진보하기 어렵고, 아는 이들이 사라지면 바로 단절될 테니까. 하지만 그런 지식을 누구나 동일한 방법으로 입증하거나 반박하거나 학습할 수 있도록 퍼트린다면, 크고 작은 부침을 겪더라도 장기적으로는 발전하겠지. 그렇게 발전하는 지식이 누적되다 보면 언젠가 위대한 성취를 이루는 거인도 나올 거고. (장기적인 방향에 생각이 미치니 흑룡이 대비한다는, 지성체가 극소수뿐일 시대도 얼핏 떠올랐으나 이내 지워 버렸다. 그건 솔직히 상상도 안 되고 모르겠다.) 그러니까 힘내서 해 보자.

[손써 주신 덕에 많이 수월해졌습니다. 연구하려면 많이 써야 할 것 같기도 하고요.]

기세 좋게 대답했다가 픽 웃는 소리에 낯이 뜨뜻해졌다. 유쾌하다는 듯한 웃음을 머금은 흑룡의 눈에 재밌어하는 빛이 역력했다. 참 볼 때마다 (신장 차이 때문에 거짓말 좀 보태면 목이 뻐근한 것 같은데도) 새롭게 시선이 가는 눈이라 새삼 느끼면서도, 거꾸로 봐도 신난 티가 물씬 날 얼굴이 뻘쭘해 얼른 가렸다. 올라간 입꼬리가 내려오지는 않았지만. 너무 들떴나? 근데 좋은 걸 어떡해. 그러다 예상 못한 치하에 레아는 머리칼을 꼬면서 밖으로 눈을 돌렸다. 얼굴은 여전히 홧홧했다.

[노력은 저기, 밖의 기사님들..이 한 것 같습니다.]

지성체인지 아닌지 헷갈리니 어떤 호칭으로 부르는 게 좋을지 모르겠네. 그런 난감함(?)과는 별개로 진심이었다. 만드는 거야 결과물이 나오니 보람 있고 그 과정에서 재미를 찾을 수도 있지만, 치우는 건 귀찮을 뿐이니까. 그런 의미에서 요리할 때 가장 노력하는 이는 바로 치우는 쪽 아닐까? (만든 이가 치우기도 하는 경우가 많고, 그렇지 않다 해도 기껏 대접받고서 치우는 이의 공만 추켰다간 결례일 테니 어디 가서 할 소린 못 되지만) 그러나 그 못지않게 의외인 것은, 나눠 먹으면 더 맛있다는 전음이었다. 용에게서 나오리라곤 진짜 상상도 못한 내용이다. 정령들이랑 살면서 많이 나눠 먹어 본 걸까? 아니면 나처럼 형제나 누이와? 그러고 보니 그는 자기 전에도 타자가 근처에 있는 걸 더 선호하는 눈치였다. 어쩌면 피붙이와 잘 방을 공유했던 시기가 있었을지도?

[많이 나눠 보신 것처럼 말씀하십니다. 형제나 누이가 있으신 겁니까?]

전하고 보니 뭔가 이상했다. 내 기억이 그새 잘못되지 않았다면 그는 분명 인간식 요리를 누구한테 만들어 준 건 오늘이 처음이랬다. 피붙이가 있었다면 과연 그랬을까? 아니지. 오히려 용이 꼭 요리를 먹는다는 보장은 없으니, 형제자매가 있어도 요리를 해 준 적은 없을 수도 있지. 애써 구실을 찾으면서도 내심 께름칙했다. 불편한 질문은 아니어야 할 텐데.

그러던 중, 귀와 머리를 동시에 울리는 소리(?)에 화들짝 물러앉았다. 의자가 바닥에 끌리는 소음까지 일순 더해지니 머리도 감각도 와글거렸다. 뭐야, 대체?! 얼떨한 정신을 가다듬고서야 그가 음성 언어와 전음을 동시에 구사했다는 걸 깨달았다. 그리고 뒤늦게 그 내용도 파악되었다.

[초보자가 서툰 건 당연하지 않습니까....]

민망한 나머지 짐짓 뻔뻔하게 대꾸했다가 멈칫했다. 방금 것도 출입증에 기록이 됐을까? 그러면 똑같은 내용이니까 둘을 비교해 볼 수 있겠다. 음성도 마나를 진동시킨다니 전음과 어떤 점이 비슷하고 어떤 점이 다른지 보이겠지? (동시에 전해지면서 서로 섞여 버렸으면 어려울지도 모르지만) 제대로 들은 건지 긴가민가하지만 일단 당장 느껴진 건.. 음성은 귀를 거쳐 머릿속에서 해석이 되는 반면에 전음은 머릿속에 바로 꽂히는 듯했다. 말하자면 음성 언어에서는 귀라는 보조 장치가 메시지 전달을 도와준달까? 그렇다 보니 음성 언어는 성량, 억양, 발음 등에 치중하는 경향이 있을 거다. 그에 비해 전음은 머릿속에 바로 안 꽂히면 뭐 되는 게 없는 만큼 보낼 때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간절함이 강하게 작용할 것 같다. 전음이 마력에 힘입어 이루어지는 것도 그와 무관하지 않을 듯하고. 이 추측이 맞다면 음성과 전음은 마나를 진동시키는 양상은 비슷하되 진동의 강도가 다르지 않을까? 너무 나간 상상일지도 모르지만, 직접 비교해 보면 확실해지겠지.

연구 방법을 궁리하다 보니, 마나 탐지기부터 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출입증에 기록되는 마나의 진동 양상이, 마나 탐지기로 확인되는 마나의 진동 양상과 비슷한지 확인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출입증에 기록되는 자료로는 연구가 불가능하다. 출입증으로만 얻어 낼 수 있는 결과를 제시해 버리면 그 내용이 정확한지 아닌지를 다른 이가 반증할 수 없으니까. 반증 불가능한 내용은 지식이라고 할 수 없다. 그러니 만약 출입증으로 확인되는 정보가 마나 탐지기로 확인되는 것과 다르다면 (상상만 해도 끔찍하지만) 마나 탐지기만으로 연구를 진행해야 할 거고, 천만다행으로 비슷하다면 연구는 출입증으로 진행하되 결과물에 그 사실을 명시하면서 마나 탐지기로도 비슷한 결과를 구현할 수 있음을 입증해야 할 거다. 연구 과정을 정직하게 밝히는 것 역시 학자의 기본 도리니까. 마공학품 상점이 학교에 있긴 한데.. 출입증 써서 가도 되나? 아까도 생도 행세 중인 용에게 들킬까 못 갔던 터라 아무래도 망설여졌다.

[출입증으로 학교에 가도 되겠습니까? 그 용에게 들키지 않는다면, 마나 탐지기를 사 올 생각입니다만.]

그에게 학교를 안내하기로 해 놓고 제대로 못한 게 마음에 걸렸지만, 동행하겠냐고 물을 엄두는 나지 않았다. 그가 자긴 했어도 밤샘한 것에 비하면 짧은 수면이었으니까.

458 ◆Tkeoq3Vax6 (YUnEwWYtHw)

2023-02-25 (파란날) 20:15:11

>>456
늦은 오후~저녁쯤에 올린다고 했는데 시간 보니 실패 같습니다..(._.)a 근데 황금같은 토요일 저녁에 바쁘시다니🥺 스트레스 유발하는 용무는 아니어야 할 텐데요😥

>>285에서 대빵님이 블랑님을 신뢰할 만한 이라고 평했던 게 그래서였군요🙂! 이 용은 사고를 안 칠 거라는 신뢰😀!!

459 ◆8nz3IZH4M2 (1BTU57H1uM)

2023-02-25 (파란날) 21:04:01

>>458

앜ㅋㅋㅋㅋ 심각하게 바쁜건 아닌데 레스 쓸 시간은 안나는게 함정이라서욬ㅋㅋㅋㅋ 괜찮아요!! 걱정하지 말고 울지 마세요!!

솔직히 블랑정도면 인간들 기준으로도 유별날 뿐, 성격은 좋은편이잖아욬ㅋㅋㅋㅋㅋ

460 ◆Tkeoq3Vax6 (YUnEwWYtHw)

2023-02-25 (파란날) 22:03:04

>>459
아~ 주말인데도 현생에 기 빨리시나 했는데 그건 아닌가 보군요 다행입니다😊

음? 블랑님이 유별났던가요🙄? 그런 느낌은 아니었습니다만..😐a

그나저나 피붙이 질문에 과연 어떤 답이 돌아올지 궁금하군요ㅋ 블랑주님은 뭔가 감추시는 느낌이었는데🙂ㅋ
짱짱한 법사들은 이미 전음을 쓰고 있을 거라든가, 음성과 전음의 차이에 대해 추측한 게 설정이랑 아귀가 맞을지도 궁금하고요c🙃

461 ◆8nz3IZH4M2 (u9QMHybbf2)

2023-02-26 (내일 월요일) 10:44:12

>>460

새벽에 들어와 어케든 답레를 쓰려 했는데..... 결국 실패해버렸..... ㅠㅠㅠ

일단 답레를 스포할겸 말씀드리자면

1. 쓰고 있습니다! 효율이 나빠서 그렇게 자주는 쓰지 않지만요!!
2. 정답입니다. 진짜 핵심을 캐치하는게 너무 빠르셔서.... 진짜 제 머릿속을 와리가리 하시는건 아니시죠?!

462 블랑 - 레아 (dICsdis8qI)

2023-02-26 (내일 월요일) 10:58:05

[아아, 대견해서 그렇다네. 기분 나빠할 필요는 없지.]
"하지만 언제든지 피곤하다면 육성으로 해도 좋다네. 무리할 필요는 없고 말이야."

확실히 그녀가 이렇게 열심히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박수 쳐줄 만한 행위였다. 결과적으로는 그녀의 앞날에 있어서 크나큰 도움이 될 일이었으니 절대로 부정적으로 볼만한 이유도 없었다. 단지, 익숙하지 않은 일을 계속 하면서 힘들어 할까봐 걱정이 되는 것, 그정도 뿐이었다. 괜히 무리해서 힘을 빼는 것 보다는 지속적으로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니까, 거기에 이런식으로 계속 노력한다면 언젠가는 자신이 예상한대로, 용이 아닌 다른 존재들도 언령을 확실히 익힐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의 연구에도 도움이 되어줄테니까 말이다.
마나에 자신의 의지를 담는 첫 발자국에 내딛었다는 것을 알까? 설령 마나에 자신의 의지를 담는 것이 실패하더라도 상관이 없다. 사실 언령의 경지에 들지 못하더라도 결국에 높아진 정신력은 그녀에게 있어 수많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조금은 주눅 들은 자신감에 조금의 도움을 줄 수 있을지도 모르리라. 그는 그렇게 생각하며 이어지는 말들에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아련한 표정을 지은채, 가만히 허공을 바라보았다.

[형제, 누이들이라..... 아쉽게도 나에게는 그렇게 부를 혈육은 존재치 않아. 하지만.... 긍지를 나누었던 이들이 존재하지. 지금은 없는.....]

전음으로 전해지는 그의 목소리에는 어쩐지 힘이 빠진 듯, 아련히 들려왔다. 마치 머나먼 옛날을 그리는 듯한 목소리, 하지만 더이상은 닿을 수 없는 곳을 바라는 모습은 장명종이 시간이 흘러 놓쳐버린 것과는 다른, 눈앞에서 잃어버린 듯한 아련함이었다. 어쩌면 레아를 바라보면서 느끼는 감정도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그 순간, 블랑은 떠올리고 있었다. 가볍게 주먹을 움켜쥐면 그들과 나누었던 주먹 다짐이 떠올랐고 끝에서는 결국 웃음을 터트리고야 말았단, 퉁퉁 부은 얼굴로 이야기를 나누면서 자그마한 빵 하나를 크기도 맞지않게 나눠먹고는 주먹을 맞닿았던 그 때, 빛이 비추는 언덕을 넘어 작열하는 태양 아래 언젠간 이렇게 떳떳하게 살길 바라면서 보스의 악행에 분노하고 의지로 나아가길 원하던 그 시절, 어쩌면 정말 젊은 나이의 혈기와 상처받은 마음을 치료할 수 있었던 그 시절의 자신을 떠올리면서..... 이내 그 기억은 씁쓰름하게 바뀌어가고, 그 쓴 입맛을 레아가 만든 초콜릿의 향기가 중화 시켜감을 느끼며 표정을 다시 바꾸어낸다.

"직접 간다라....."

이번에는 전음이 아닌 육성이었다. 연구 때문도 있지만, 레아가 그만큼 무리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에 그는 전음과 육성을 섞어가면서, 레아에게도 굳이 전음을 고집하지 말고 조금 길게 바라보자는 자그마한 실마리를 남기는 셈이다. 항상 자연스럽게 살아가는 이들과는 다르게, 그녀는 이제서야 입문의 경지에 다다른 것, 하지만 이 또한 레아 본인이 대단함을 알아야 할 것이다. 보통 기감이 발달한 인간, 즉 마도의 길을 걷는 이들도 전음이 상당히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하기에 전음을 잘 사용하지 않으니까. 즉 레아가 정신력 만큼은 이제 그들과 많이 떨어지지 않음을 뜻하고 있었다.
그와 동시에 유희 중인 그녀를 떠올리는 그였다. 어차피 유희중에는 용으로서 그녀에게 다가서는 것은 절대로 하지 않을 것이요, 게다가 저쪽에서 레아에게 접근하려고 하더라도 레아가 이미 그녀의 외향을 알고 있기에 더이상의 무리될 점은 없었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정 안되면 자신이 그녀의 좌표를 어느정도 읽을 수 있다고 까지 생각이 들었고, 이내 그것은 그 나름대로의 대책이 다 세워졌다는 안도감을 들게 하였다.

"상관 없겠지. 아마 그녀도 유희중이니 그대를 함부로 하지는 못할 것이야. 다만 그래도 조심은 하게. 만약 위험함을 느끼면 출입증에 정신만 집중시키면 될 것이야."

//

>>460

피붙이에 대해 이야기 한다고? 쉽게 알려줄것 같습니까 후하하하하하!! ☆⌒(≧▽​° )


(도주)

463 ◆Tkeoq3Vax6 (Azyd2EtGRU)

2023-02-26 (내일 월요일) 11:09:04

>>461
무리할수록 지치기 쉽지 않겠습니까 푹 주무셨으면 된 겁니다🙂

블랑주님 머릿속을 읽을 수 있었다면 지금처럼 질문을 많이 드리는 일은 없지 않았을까요😅a?

464 ◆Tkeoq3Vax6 (Azyd2EtGRU)

2023-02-26 (내일 월요일) 11:20:44

>>462
어 답레 나왔군요 아침부터 달리신 거 아닙니까😮 혹시 뱀 얘기 나오려나 했는데 아니네요ㅎㅎ

저녁까지는 잇도록 해 보겠습니다🙂

465 ◆8nz3IZH4M2 (u9QMHybbf2)

2023-02-26 (내일 월요일) 12:51:26

>>463

듣고보니 그것도 맞는말이네요(설득)

체력관리는 열심히 하는 편입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뱀은 정말 영리하죠, 오래 살기도 하고요! 그래서 영물로도 추앙 받죠!! 물론 이는 신화에서도 꽤 그리 드러나는 편이고요!!

천천히 다녀오세유!!

466 레아 — 블랑 (Azyd2EtGRU)

2023-02-26 (내일 월요일) 19:15:01

전음과 음성이 또다시 한꺼번에 전해져 왔다. 이번에도 얼떨떨했지만 그나마 처음보다 수습은 빨리 됐다. 대견하다는 표현이 어쩐지 첫걸음마를 뗀 손주에게 감격한 어르신 같은 한편, 피곤해할까 봐 염려해 주는 말은 묘하게 라민 선생님을 연상시켰다. 물론 흑룡은 직장 상사니 이해관계가 전혀 얽히지 않은 라민 선생님처럼 성과보다 내 만족을 우선시해 줄 리는 없고 그래서도 안 되지만, 그래도 든든했다. 다른 걱정 없이 연구만 해도 될 것 같은 기분이랄까? 더구나 감정적인 부분을 배제해도 옳은 얘기였다. 이 주제는 단기간에 끝낼 수 있는 게 아니니까. 오히려 자료가 누적될수록 가치가 커지는 연구이니, 도중에 지치지 않고 꾸준히 해 나갈 수 있도록 완급 조절을 잘해야 할 거다.

[힘들어지면 말로 하겠습니다.]

아직은 괜찮나? 가늠이 안 된다. 걸음마에 막 재미 붙인 아기가 이럴까? 쉽지 않네. 픽 하고 한숨 섞인 웃음이 나왔다. 전음에 익숙해지려는 노력은 해야 하는데 무리하다 지쳐선 안 된다. 그 균형을 어떻게 잡아야 할까? 아마 전음뿐만 아니라 앞으로 해야 할 모든 일에서의 숙제일 거다.

그때 흑룡이 어딘가 먼 곳을 내다보는 듯 눈길을 돌렸다. 전음이 이어질수록 그 얼굴에 번지는 쓸쓸한 빛은, 지금은 없다는 이들로 인한 것 같았다. 사별했나 보구나. 무려 긍지를 나누었다고 일컬을 정도면 그저 친밀하기만 한 사이가 아니라, 신뢰하는 보람이 있고 경의도 품을 수 있는, 혈육 이상의 끈끈한 사이였을 텐데. 안 그래도 불과 며칠 만에 티가 날 만큼 정을 잘 붙이는 이가, 그런 존재와 사별하면서 마음이 어떠했을까. 측은한 마음과 괜한 걸 물었다는 가책이 뒤엉켜 전음이고 말이고 나오질 않았다. 행여 기척이 신경 쓰일까 숨죽이고 있는 게 고작이었다.

그러다 그의 목소리(전음이 아니었다.)를 듣고서야 퍼뜩 정신이 들었다. 어쩐지 꼴사나운 표정일 것 같은 나와 달리, 흑룡은 평온하고 여유로워 보이는 얼굴로 돌아와 있었다. 다행..인가? 학교에 가도 괜찮을 거라는 말을 들으면서도 어쩐지 안심이 안 됐다. 또 고양이 걱정하는 쥐 꼴이네. 이 버릇 고쳐야 할 텐데. 한숨이 튀어나오려는 걸 애써 삼켰다. 진짜로 마음 가라앉혔든 그런 척하는 거든 당사자가 저렇게 덤덤한데 내가 꿀꿀해진 티를 내면 안 되지. 일단 다녀오자. 그도 방해받지 않고 있을 시간이 필요할 것 같고.

그래서 출입증을 쥐고 자리에서 일어선 순간 머리가 멍해졌다. 출입증으로 이동할 수 있는 건 알겠는데, 정확히 어떻게 해야 이동이 되지?? 출입증을 다시 봐도 금빛으로 새겨진 신비스러운 문양만 보일 뿐 감이 안 온다. 환장하겠네. 지금은 그를 번거롭게 하기 싫은데. 난감함에 눈을 꾹 감았다. 인상이 잔뜩 찌푸려진 게 느껴졌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레아는 한숨을 푹 쉬고는 기어들어 가는 소리를 끄집어냈다, 그와 눈이 마주쳤다간 민망해 죽을 것 같아 시선은 출입증에 못박은 채로.

"....저, 공간 이동은 어떻게 해야 됩니까?"



// 학교 가서 마나 탐지기 구매하는 거까지 넣고 싶었습니다만.. 공간 이동 방법을 레아가 모를 거 같다 보니 뻘하지만 여기서 끊었습니다...ㅇ>-<

467 ◆Tkeoq3Vax6 (Azyd2EtGRU)

2023-02-26 (내일 월요일) 19:24:59

>>465

블랑님이 이종족의 언령 구사 가능성을 연구 중이라니 궁금해져서 질문 남깁니다. >>202에서 언령에 대해 설명해 주신 내용 보고서 저는 언령이 원초적인 기술, 마법은 언령을 정교화한 기술이라고 생각했는데요, 그러면 마법사가 있다는 사실이 이종족도 언령을 구사할 수 있음을 간접적으로 입증해 주지 않나 싶습니다. 제가 잘못 이해한 건가요😮?

그리고! 일반적인 뱀에 대해 여쭸던 게 아니지 말입니다!! >>332에서 언급하셨던 블랑님이랑 같이 태어났다는 [스포일러] 얘기가 레아의 질문으로 나오려나 기대했던 겁니다! 아실 거 같은데..^"^++

블랑주님 머릿속을 읽을 수 있었다면 이런 걸 궁금해할 일도 없었을 텐데 애석하군요😑a

468 ◆8nz3IZH4M2 (u9QMHybbf2)

2023-02-26 (내일 월요일) 21:20:23


>>467

먼 옛날, 모든 존재들은 언령을 어느정도 구사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시일이 지나면서 이제 마법이 보편화가 되어지고 용들을 제외한, 다른 종족들은 언령 구사능력이 떨어졌어요. 블랑이 연구하고자 하는 건, 훈련과 노력을 통해 과연 언령을 제대로 구사할 수 있게 되는가?와 더불어, 마나능력이 떨어지더라도 언령을 구사할수 있는가? 이 두가지가 아마 주제가 되지 않을까 싶네요!!

(시선 회피) 아무튼 뱀은 어디에나 숨어있지요!! 블랑 집에 숨어 있을수도 있고요!!(?)

덤으로 곡 하나 남겨 둡니다. 이게 아마 원래 스토리 대로 된다면 블랑 유희 시절의 엔딩 곡이 되지 않았을까 싶네요!!

469 ◆8nz3IZH4M2 (dICsdis8qI)

2023-02-26 (내일 월요일) 23:09:42

추가로 지금 이제 답레 적는 중인데!! 혹시 학교로 강제 이동 시켜도 될까요?

470 ◆Tkeoq3Vax6 (Azyd2EtGRU)

2023-02-26 (내일 월요일) 23:28:44

>>468-469
아😮 제가 헷갈렸던 건 용 외의 종족이 마법을 익히고 있는 세상이라면, 마법보다 단순한 언령은 당연히 익힐 수 있다는 결론에 이를 거 같아서입니다🤔 마법도 재능 못지않게 후천적인 노력으로 익히는 능력일 테니까요🙄 마법이 보편화되고 다수가 언령을 취급 안 하면서 묻혀 버렸지만 실은 언령만의 고유한 기능이 있다거나, 말씀대로 마나를 다루는 능력이 꽝이라 마법은 못 쓰는 지성체가 대안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기술로 치면 연구하기 좋은 주제일 것 같습니다🙃

이동 괜찮습니다😀! 그렇잖아도 레스 하나 할애하기는 좀 애매하다 생각하던 참이었습니다😅a

471 블랑 - 레아 (dICsdis8qI)

2023-02-26 (내일 월요일) 23:39:52

"음?"

생각해보니 공간 이동은 실습을 시키지 않았단 사실을 떠올린 것인지 블랑의 눈가로 당혹스러움이 스쳐 지나가간다. 사실 항상 자연스럽게 행하는 것이었고, 돌아올때 시키면 되었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 날은 사실 꼬이고 꼬여서 어디서부터 매듭을 풀어야 하는지 모르는 상태였던 것이라 블랑 본인이 탓할 문제는 아니었으나, 자신의 부주의함이 일을 키웠다는 사실을 떠올리면서 그가 결국 수습해야할 문제들이었다. 물론 본인은 이런 뒤치다거리나 해결사 역할을 싫어하지는 않았으니 다행일까?
오히려 잘되었다는 마음도 든다. 어쩌면 조금은, 그녀─알라투─의 삿된 행동을 예비할 수도 있었으니까. 일단 자신은 돌아온다고 거짓말 하고 일부러 마법진에서 기다리거나, 그녀 뒤에 몰래 투명화로 따라가는 방법도 가능할테니까 같이 움직이는 방향으로 최대한 가닥을 잡아주는 것이 오히려 나으리라. 거기에 만약 공간 이동중 문제가 생긴다면 자신이 막아줄 수도 있을테니까.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행동하는 것은 빨라졌다. 그의 손이 분주해지고 그녀에게 상냥한 미소를 머금은 뒤 입을 열었다.

"어쩔수 없지. 이번엔 도와주겠네. 자 감각을 최대한 열게나."

한번의 감각이 필요하다. 물론 마도구를 이용하는 것이긴 하지만 어떤 감각인지, 또 어떻게 해야하는지를 알아야하니까, 그저 그것만을 가르쳐 주고 몇번 같이 간다면 그것으로 충분히 그녀는 익혀낼 것이다. 그녀 본인은 모르겠지만, 지금 그녀가 나아가는 길은 그녀 본인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빠르고 정교할 정도로 나아가고 있었다. 길 자체는 본인에게 익숙치 않기에 벌어지는 미숙함을 떼놓고 본다면, 그녀는 충분히 좋은 학생이고, 훌륭한 연구자였다. 그것이 바로 지금 블랑이 바라보는 레아의 모습이었다.
그가 천천히 손을 뻗어 레아의 어깨에 올린다. 그리고 조심히 거리를 좁힌 다음 가만히 눈을 감는다. 사실 공간이동이라는 개념은 마나에 몸을 실어낸다는 개념과 같았다. 어떻게 보면 작은 입자로 나누어진 것을 최대한 마나에 실어 담아낸다음 그것을 타고 원하는 위치까지 가는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 그녀의 출입증에 새겨둔 것은 다름아닌 자신의 장기, 공간을 접는 방법. 즉 그녀 또한 익숙해진다면 이 출입증을 이용해 공간을 접어 멀리까지 갈수 있다는 뜻이다.

"집중하고 출입증에 정신을 두게. 그리고 그 공간에 있다고 생각을 해보게나."

자신이 잡아주는 것은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같이 나아가고 상황에 맞춰 교정을 해주는 것 뿐이다. 그렇기에 두려워할 것 없이, 천천히 그녀가 가능하다고 믿고만 있으면 되는 것이다. 물론 그 좌표에 나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그녀의 역할이었지만. 그리고 그는 천천히 집중을 할 그녀를 향해 가벼이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두려워하지 말게나. 아까의 전음도 잘 해내지 않았는가. 그거랑 똑같다네. 그대를, 그리고 그대를 믿는 나를 믿게나."

//자!! 이제 공간이동 준비는 끝났습니다!! 레아의 힘을 보여주세요!!

>>470 레아가 언령을 성공하는 그날, 아마 블랑도 엄청 좋아하지 않을까 싶네요!! 어떻게 보면 결과가 너무나 만족스러운 것 그 이상일테니까요!!

472 레아 — 블랑 (5kYq4K8mU2)

2023-02-27 (모두 수고..) 03:29:07

민망하다. 배우기 전엔 모르는 게 당연하고 모르는 건 물으면 된다고 하츠펠트 선생님(생도 시절의 지도 교수님이자 현재는 연구소의 직속상관이다.)께 누누이 들어 왔지만, 직전의 상황이 상황인지라 참 낯이 없다. 흑룡은 이제까지 그래 줬듯이 나무라거나 하지 않고 성심껏 알려 주리라 생각하지만, 그래서 더 민망했다. 그 자신부터 추슬러야 할 시점에 내 뒤치다꺼리를 떠넘기는 꼴 같아서. 그런 탓에 찰나라면 찰나인 침묵도 어쩐지 길게 느껴져서, 결국 레아는 양을 세기 시작했다. 하나, 둘..

그때 일어나는 기척에 이어 선선한 음성이 울렸다. 역시나 개의치 않고 챙겨 주려는 모양이다. 새삼 머쓱한데 어리둥절한 말이 울렸다. 감각을 최대한 열라고? 출입증을 보던 눈을 깜박였다. 은빛 광택이 감도는 금속에 황금빛으로 세공된 문양은 눈을 감았다 떠도 그대로였다. 혹시나 해서 청각을 곤두세워 봐도 별 소리는 안 나고, 쥐고 있는 손에도 체온으로 미지근하면서 금속다운 단단함 말고는 별다른 게 안 느껴졌다. 감각을 연다는 게 뭘 어떻게 하는 거지? 좀 더 유심히 봐야 하나? 눈에 힘을 주고 출입증을 주시하다 양 어깨를 짚는 감촉에 움찔했다. 올려다 보니 흑룡이 눈을 감고 있었다. 결국 이렇게까지 손이 가 버리네. 마법을 쓸 줄 알았다면 좋았을걸.

의기소침해질 찰나, 그의 설명이 이어졌다. 출입증에 집중하고 목적지를 생각하라고.... 레아는 흑룡이 연구소의 그 지점에 마법을 쓰던 순간을 떠올렸다. 드문드문 심긴 나무를 맴돌던, 갖가지 색의 반딧불이 같던 빛 알갱이. 적황색 빛으로 땅에 그려지던, 출입증의 문양과 형태는 똑같되 더 큼직하던 문양. 하늘에 닿을 듯 문양에서 솟아오르던, 노을을 닮은 빛의 기둥. 그때 출입증의 문양도 적황색 빛을 내뿜었었다. 그 신비스러운 광경이 선해질수록 마음이 차분해졌다. 자길 믿으라는 흑룡의 격려도 힘이 되었다. 그렇게 조치해 줬는데, 당연히 너끈히 가겠지. 가자!

그러고 눈을 감자마자 몸이 붕 뜨는 듯한, 아니, 허공에서 당기는 듯한 느낌에 휩싸였다. 그 직후 눈을 뜨자, 주위가 바뀌어 있었다. 까만 건물 뒤편의 으슥한 자리, 그 언저리에 듬성듬성한 나무들, 눈앞의 산줄기. 흑룡이 마법을 썼던 그 위치다. 그러나 놀랄 새도 없이 레아는 그만 중심을 잃고 엉덩방아를 찧었다.

"아코..!"

맥이 풀렸는지 풀렸는지 늘어진 다리며 땅을 짚은 팔이 와들와들 떨렸다. 속도 꽤 메슥거린다. 눈을 감고 침을 삼켰다. 그가 이동시켜 줬을 땐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이거도 익숙해지려면 까마득하겠다.

숨 좀 돌려야지. 낑낑 물러앉아 나무에 기댔다. 그러고 있으려니, 흑룡이 마주 선 채 어깨를 짚었던 게 뒤늦게 생각났다. 잠시만, 그럼 그도 온 거야? 맙소사! 레아는 퍼뜩 두리번거렸다. 얼굴이 불에 달군 듯 홧홧했다. 이 꼴을 그도 봤으리라 생각하니 쪽팔리다 못해 암담했다.



// 레아의 힘이 아니라 블랑님의 세팅빨 아닐까요..(._.)a
>>91에서 데칼코마니를 언급하신 거에 착안해서 (데칼코마니에서 종이 위에 있던 건 위쪽으로 당겨지는 느낌이겠다 상상하고) 이어 봤습니다만, 설정에 부합하는 연출일지는 모르겠습니다😓

언령은 레아가 과연 해낼 수 있으려나요😅? >>178에서 주님 찾을 정도로 질색했는데ㅋㅋ 뭐 정작 질색의 원흉인 전음은 의욕적으로 익히고 있지만요🙂ㅋ 그러고 보니 타임슬립 했을 때 상황이 너무 절박해서 딱 한 번 쓰는 줄도 모르고 썼다가 제대로 익히는 데에는 한세월 헤매는 것도 가능하겠다 싶긴 합니다c🙃

473 ◆8nz3IZH4M2 (WU2Pk6UZnU)

2023-02-27 (모두 수고..) 12:14:06

ㅋㅋㅋㅋㅋㅋㅋ 레아는 역시 레아가였엌ㅋㅋㅋㅋ 아코라닠ㅋㅋㅋㅋ 귀여워욬ㅋㅋㅋㅋㅋㅋ

답레는 빨리 가져올께요....!! 느긋하게 기다려주세요!!

474 블랑 - 레아 (ujDM2bnKaU)

2023-02-27 (모두 수고..) 14:38:52

본인의 걱정과는 다르게 레아는 출입증의 도움만으로도 순식간에 자신의 힘을 사용하는데 성공하였다. 그녀가 따라 움직이는 감각에 따라 자신도 그녀가 흔들리지 않게만 최대한 잡아주는 방식으로만 공간을 접어 내달린다. 혹여나 자신의 위치 설정이 실수가 들어갈 수도 있었지만 다행이도 그런 일은 없었던것인지 주변의 공터와 더불어 보호하듯 쳐진 나무가 보인다. 이제 여기서부터는 조심히 움직이면 되겠지. 저번에 같이 있던 교수도, 또 그외의 아군이 있을지도 모르니 레아의 신변에 대핸 걱정할 필요는 없어보였다.
잠깐 주변을 둘러보니 어느새인가 나무에 기대 있는 모습을 발견한뒤 안도의 한숨을 쉰다. 그러고보니 처음으로 자력으로 공간을 접은 셈인데, 마나야 자신의 것을 사용했다고 생각하더라도, 보통 처음 한 공간 관련 기술은 대다수가 후유증이 심한 편이었다. 실제로도 속이 역하고 또 한번에 감각기관에 감각이 돌아오는 느낌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 다시 생각해보니 자신이 따라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드는 그였다. 한가지 레아에게 다행이라면, 그가 그녀의 가벼운 비명소리만 들었고 그 외의 추태는 주변점검을 하느라 보지 못했다는 점 정도일까?

"들게나."

그가 천천히 내민 것은 공간을 접어서 레어에서 가져온 수통이었다. 미리 리빙아머들에게 물을 채워두라고 한게 정답이었던것 같다. 안 그랬으면 그녀에게 이렇게 물을 주지 못했을테니. 공간이동의 후유증때문인지 메슥거리는 속 때문에 얼굴에 열이 올라올 정도였으니 아마 상당히 심각한 것이리라. 그런 그의 두 시선에는 걱정과 안도감이 깃들어 있었다. 자신이 도와주었다고는 하지만 일단은 처음으로 자력을 써서 공간을 접었을테고 큰 사건이 없었으니까.

"잠깐 쉬었다가 이동하는 걸로 할까."

다행히 그들이 이동한건 조금 늦은 오후였다. 지금이라면 저녘 전까지는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언제부터였을까, 레어라고 생각하지 않고 집이라고 생각 하게 된 것은, 돌아갈 보금자리가 있다는 그 때부터이지 않을까? 몇일 지나지 않았지만 레아가 없는 그 광경이 떠오르지 않는 블랑이었다. 그의 은은한 미소가 어리고 천천히 마나를 움직여 주변의 공기가 선선한 바람을 일으키도록 그 흐름을 레아의 주변으로 맴돌게 하는 그였다.

//
표현 느낌 좋네요!! 게다가 후유증까지 완벽합니다!! 'ㅅ'b

못할 껀 뭐에요!! 이미 전음도 하고 있구만!! 이 기세면 충분히 언젠간 가능할꺼에요!!

475 ◆Tkeoq3Vax6 (5kYq4K8mU2)

2023-02-27 (모두 수고..) 15:52:36

>>473-474
어어..😮 의성어는 어떻게 써도 어색한 감이 있어서 어째야 덜 어색하려나 궁리하다 넣은 건데 의외의 호응이군요😳 귀엽다고 말씀하신 건 처음인 거 같습니다🙃

다행이네요 근데 블랑님도 쇼핑에 동행하는 겁니까? 대빵님 방문 예정이었던 거 같은데..😦 바람 맞나요🥺?!

전음도 공간접기(?)도 출입증빨이니까요ㅎㅎㅎ 언령은 템빨로 익혀지는 거 같지는 않아서 말입니다😅

476 ◆8nz3IZH4M2 (WU2Pk6UZnU)

2023-02-27 (모두 수고..) 16:51:08

>>475

레아가는 원래부터 귀여웠지만 귀여움이 배가 된거죠!!

아 걱정마세요!! 돌아오면 전말을 알게 될껍니다!!

출입증빨이라고는 하지만 그걸 사용할줄 모르는 사람이 써봤자, 그리고 정신력이 후달리는 사람이 써봤자 멘탈만 나가요....!! 레아가 대단한겁니다!!

477 ◆Tkeoq3Vax6 (j8eUE2AWAs)

2023-02-27 (모두 수고..) 17:31:53

>>476

아가 소리 듣기엔 나이가 많지만😅a 귀엽다고 말씀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대빵님 바람 맞는 건 아니라는 말씀이시군요 알겠습니다🙂

처음부터 마법 능력이 있는 친구였다면 더 좋았겠습니다만 그래도 다행이군요😊

참 블랑님이 물통 주는 거 마법으로 건네 준 건가요😮? 아니면 레아 근처에 앉아서 건네 준 건가요🤔? 블랑님이 워낙 장신이다 보니 선 채로 주는 거면 앉은 레아한테 안 닿을 것 같아서요

478 ◆8nz3IZH4M2 (WU2Pk6UZnU)

2023-02-27 (모두 수고..) 18:39:35

>>477

꽤 여러모로 굉장한 장면을 보게 될껍니다!!

아 키 차이.....(먼산) 그럼 가까이 서서 마법으로 건넨걸로 하겠습니다!!

479 레아 — 블랑 (5kYq4K8mU2)

2023-02-27 (모두 수고..) 23:26:50

정신이 없어서 동태 눈이라도 됐던 걸까. 몇 번 두리번거리고서야 바로 앞에 그가 선 게(정확히는 그의 다리가) 보였다. 뒤이어 웬 물통이 공중에 뜬 채 손만 내밀면 잡힐 데까지 내려왔다. 그러니까.. 다 본 거네. 암담했다. 이 자리에서 사라질 수 있으면 신이고 악마고 환영하고 싶어질 지경이었다. 그러나 그런 방법이 있을 리가. 말도 안 나와서 고개만 꾸벅해 보인 뒤 물통으로 얼굴을 가리고 쪼그렸다. 이마에 서늘한 감촉이 닿고 시야에서 그도 가려지자(내게만 안 보일 뿐이라도) 좀 진정되는 것도 같았으나, 웅크린 팔다리는 분명 내 몸인데도 남의 몸처럼 어색했다.

그런 상태를 알아챘는지 흑룡이 쉬었다 가자고 제안해 주었다. 속이 복잡했다. 신경 써 주는 게 새삼 고마우면서도 번번이 창피한 일이 생기는 게 민망했고, 결국 그에게 번거로움을 끼쳐 버린 게 열없기도 했다. 그러나 이대로는 어디 가기는커녕 서지도 못 하겠는지라 두 말 없이 고개를 재차 끄덕였다.

그러고 얼마나 지났을까? 깜박 졸았는지도 모르겠다. 정신이 들었을 땐 주위 공기가 선선해진 뒤였다. 부끄러움으로 잔뜩 올랐던 열기가 어느새 꽤 식어 있었다. 벌써 저녁이야? 화들짝 고개를 들어 보니, 다행히 하늘은 아직 파랬다. 안도감에 가슴을 쓸다 멈칫하고 손을 보았다. 기운이 좀 돌아온 것 같다. 마저 기운을 차리려고 물통의 물을 들이켰다. 찬물이 넘어가자 갑갑하던 속이 씻기는 듯했다. 더 늦기 전에 움직여야지. 마공학품 상점이 마공학과 근처에 있던가?

마공학과를 떠올리자 끝내 학교를 떠난 친구 생각부터 났다. 언젠가 니가 고안한 마공학품 쓰게 되는 거냐며 종종 설레발쳤는데, 알고 보니 내가 그렇게 까불거릴 때도 그 친구는 학업을 계속해도 될지 고민했던 모양이다. 그 사실을 알게 된 건 걔가 학교를 떠나기 바로 직전. 그 순간에도 그 친구는 도리어 나를 응원해 줬었다. 나도 이 학교와 안 어울리기는 마찬가지인지도 모른다는 회의감을 알아차리기라도 한 것처럼. 눈시울이 뜨거워져 잠시 숨을 골랐다. 나 인복 하나는 확실하네. 그렇게나 마음을 쏟아 준 친구나 라민 선생님처럼 좋은 이를 숱하게 만났으니.

그리고 지금도.. 레아는 물통을 두 손으로 움켰다. 저분은 인간이 아니라서 인복이라기는 뭣한데. 습관처럼 머리카락을 꼬려니 얼추 다 말랐다. 바로 머리카락을 그러모아 올려 묶었다. 인복이든 용복이든 잘 만났으면 복이지, 뭐. 이런 걸 따질 정도면 기운은 웬만큼 돌아왔나 보다. 시험 삼아 다리에 힘을 줘 봤다. 아까보다 수월하다. 그래서 속으로 셋까지 센 다음 일어섰다.

"덕분에 많이 나아졌습니다. 출발하겠습니다."

말을 맺고 바로 내리막길로 향했다. 용학 공동 연구소와 가까운 건물이니 마나 탐지기는 금방 사겠다. 시간 넉넉하면 학생회관의 기념품점이랑 매점도 한번 볼까? 그나 정령들이 좋아할 만한 게 있을지도 모르니. 이제는 그런 한가한 생각도 들기 시작했다. (그는 물건이나 음식에 별 욕심이 없을 거 같다만, 정령들은 매점의 간식도 반길 것 같았다.)

480 ◆Tkeoq3Vax6 (5kYq4K8mU2)

2023-02-27 (모두 수고..) 23:34:49

>>478
응😦? 대빵님 주인이 집 비운 사이에 뭘 하시기에..😕 설마 블랑님 부재 중에 알라투 누님이 문건 털려고 들이닥쳤다가 대빵님한테 발각되었다거나 그런 겁니까😑?

키 차이가 무려 0.5m입니다! 블랑님한테는 "나는 농구 선수가 아닙니다."라고 수놓은 티셔츠가 필요할지도 모릅니다🙃

481 블랑 - 레아 (.BSDQNHGSA)

2023-02-28 (FIRE!) 01:41:51

"음?"

출발하겠다는 말에 잠시간 그가 어벙하게 답한다. 사실 자신이 쫒아가면 어색해 할까봐 일부러 자신은 여기서 기다리려고 했지만 레아는 그게 아니었나 보다. 어색하게 답을 하긴 했지만 그래도 여기서 멍하니 있다가 그녀에게 발각되는 것 보다는 오히려 자신을 감추고 그녀를 따라 움직이는게 좋을거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는 천천히, 이전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몸에 로브를 둘러 입은 뒤 앞서나가는 그녀의 발걸음에 맞춰 보폭을 맞추고, 걸어나감과 동시에 그의 신형이 발끝에서부터 천천히 사라져간다.
그러나 그의 머릿속으로는 아까, 아주 잠시간 스쳐지나가던 그녀의 표정이 떠올랐다. 그 감정은 너무나도 익숙할 정도로 자신이 잘 알고 있는 감정이었다. 떠나는 자에 대한 남겨진 자의 안타까움, 그러나 그 헤어짐이 절대 나쁜 결과는 아니었을 것이다. 아마 자신이 그랬던 것 처럼 그녀도 다른 사람에게 그 의지를 이어받고 걸어나가는 것이리라. 그 마음이 담긴 듯 그는 자신도 모르게 입으로 아주 가벼운 음을 중얼거리듯 입을 열었다.

"이별하는 그 순간에도, 부숴지지 않는 의지로...."

어쩌면 그녀는 아직 나약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녀는 사실 그 이상으로 단단한 것일지도 몰랐다. 그 감정을 마음속에 담아둔 만큼 든든한 이들이 그녀의 곁을 지키고 있으니까, 먼 옛날 자신과 동료들이 그렇게 서로를 의지하고 긍지를 나누었던 것 처럼 그녀도 자신만의 인연으로 그렇게 앞길을 비추어 갈 것이다. 그것이 바로 인간이 살아가며 주고 받는 용기를 그리는 행위이자, 긍지고 믿음이니까. 어쩌면 이렇게 추악한 시대에도 그녀같은 이들이 있기에 밝아지는 것이 아닐까.

[천천히 가게나. 오늘은 바쁜일도 없고, 정신 없는 일도 없으니까 말일세.]

한가로움, 그 감정을 담아낸 용이 조금은 들뜬 듯한 느낌으로 그녀의 곁에서 전음을 보내온다. 딱히 대답은 하지 않아도 괜찮지만, 그는 아주 살짝, 절대로 돈이 모자르게는 하지 않겠다는 듯 그녀의 주머니의 약간의 여비를 더하면서 걸음을 재차 옮기기 시작했다.

//

>>480 알라투는 아쉽게도 유희중입니다!! 물론 무언가 비슷한 결말이지만요....(?)

아니면 가슴팍에 화살표로 얼굴쪽을 가리키며 '얼굴은 이쪽입니다'라고 자수 놓은 티셔츠를 입을까요?!(새벽 1시 41분, 사람이 미치기 적당한 시간이다)

482 ◆Tkeoq3Vax6 (7VL.eYg37I)

2023-02-28 (FIRE!) 10:55:18

>>481

483 ◆Tkeoq3Vax6 (7VL.eYg37I)

2023-02-28 (FIRE!) 11:00:30

>>481
..도중 작성은 굉장히 민망하군요 ㅇ<-<

비슷한 결말이라니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얼굴을 보려면 고개를 더 들어야 한다는 안내인가요🙄?

돈주머니는 닫아 놓고 있을 거 같은데요, 블랑님이 여비 더 넣어 주는 건 공간 능력으로 해 주는 건가요😳? 그렇게 작게도 운용 가능하다니 활용도가 엄청 높아 보이는군요🙂b

484 ◆8nz3IZH4M2 (cgN0FjwUCk)

2023-02-28 (FIRE!) 11:32:32

>>483

어우 나중에 레어가서 직접 보시죠!!

그러합니다, 얼굴은 가슴에 있지 않으니 고개를 들라ㄱ.... 읍읍

네, 맞습니다!! 게다가 의외지만 이거 다른 용들은 하라고 하면 할수는 있지만 블랑만큼 정교하게는 못해요. 로드 왈 "야 이 똘삼아! 그건 니만 그리 빨리 할수 있다고!!"

485 레아 — 블랑 (7VL.eYg37I)

2023-02-28 (FIRE!) 16:05:18

막상 마공학과 건물이 가까워지자 앞서의 계획대로 해도 좋을지 망설여졌다. 어제 그에게 연구소와 식당을 안내했어야 했는데 못 그랬으니까. 기념품점도 매점도 식당도 학생회관에 있긴 하지만, 거기 갔다가 용학 연구소로 돌아오려면 그 질리는 108계단(실제로 108단인지는 안 세 봤다.)을 올라야 한다는 게 문제다. 어떻게 해야 동선이 효율적이지? 기념품점과 매점에 들렀다가 올라오면 짐이 잔뜩일 텐데, 그 상태로 연구소 안내라.. 좀 아닌 것 같다. 그럼 연구소 안내부터 하고서 학생회관으로 향하는 게 나으려나? 근데 이쪽은 공간 이동으로 돌아가려면 도로 연구소에 와야 한다는 게 별로다. 젠장. 학생회관으로 가는 한 108계단은 오를 수밖에 없구나. 차라리 짐 들고 안내하는 게 낫겠다.

떨떠름한 기분에 묶은 머리를 움키는데 낯선 노래를 흥얼거리는 그의 목소리가 들렸다. 돌아보니 그의 모습은 감쪽같이 안 보인다. 투명 마법을 썼나 본데.. 노래를 불러 버리면 그 보람이 없지 않나? 바로 근처를 지나치는 이는 없으니 망정이지. 그래도 저만치서 한 무리가 올라오는 참인지라 출입증을 쥐는데, 불쑥 어제 들은(무언가 불가해한 힘으로 온 감각을 감싸는 듯했던) 곡이 떠올랐다. 지금의 노래도 그 곡처럼 어떤 힘을 지닌 걸까?

[그 노래도 무슨 마법 같은 겁니까?]

용들이 만든 노래일까 잠시 생각했으나, 용은 언어를 안 쓰니 노랫말도 안 지을 것 같다. 아마 언어를 구사하는 지성체의 노래겠지. 확실히 이런저런 지식을 많이 알고 있구나. 감탄스러운 한편 호기심도 일었다. 다른 용은 가사가 있는 노래를 어떻게 여길까? 그처럼 관심을 가지고 익힐까? 아니면 언어에 큰 관심이 없듯 노래 가사에도 별 흥미를 안 가질까?

그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어느덧 마공학과 건물이 코앞이었다. 레아는 건물 앞 표지판에 서서 마공학품 상점의 위치를 확인했다. 마공학과 건물 옆의 언덕 위쪽에 있었구나. 이 정도면 용학 연구소에서 바로 향하는 길도 있을 법한데? 하여튼 산비탈 학교! 길을 모르겠다니까.

속으로 투덜거릴 때, 천천히 가자는 전음이 오더니 허리춤이 묵직해졌다. 뭐지? 기분 탓인지 돈주머니가 커진 것 같다. 직접 들어 봐도 주머니의 끄트머리가 흘러내릴 듯 처진다. 분명 한 손에 거의 잡히는 크기였는데.

'?'

홀린 듯 어리벙벙한 기분으로 끌러서 세려니, 시각과 숫자 감각이 의심스러워진다. 넣어 둔 건 분명히 40골드였는데, 왜 더 많아? 몇 번을 돌이켜 봐도 금화를 더 넣은 기억은 없다. 그러면..? 레아는 주위를 두리번거렸다.(흑룡이 어디 섰는지는 안 보여서 모르겠지만) 이런 조화를 부릴 이라곤 그뿐이니까.

[..감사합니다. 그런데 어떻게 하신 겁니까?]

제대로 묶어 뒀는데. 어디 구멍이 난 것도 아니고.(하기야 구멍이 났으면 돈이 늘어나는 게 아니라 어디로 다 샜지.) 무슨 수로 주머니에 돈을 넣었담? 설마 무슨 옛날 이야기처럼 돈을 만들어 내기라도 했나?

486 ◆Tkeoq3Vax6 (7VL.eYg37I)

2023-02-28 (FIRE!) 16:14:46

>>484
뭔 일 났나 궁금한데 학교에서 하고 싶은 것도 적지 않은지라 감질나는군요😅

약간 블랑님 사용 설명서 같기도 하군요ㅋ 키 작은 지성체는 마주보려다간 목이 아파질 수밖에 없는 블랑님의 얼굴(...)

어? 다른 용도 할 수 있다면 돈을 텔레포트시키는 건가요😮? 문자 그대로 실시간 택배가 가능하겠군요 부럽다..(._.)a (텔레포트나 공간 능력의 효과를 생각하면 그 정도만 부러운 게 아니지만 말입니다🥺)

487 블랑 - 레아 (.BSDQNHGSA)

2023-02-28 (FIRE!) 17:22:36

[별건 아니다. 예전에 유희를 다녔을 때, 배웠던 가락중 하나일 뿐이다. 큰 의미는 담겨져 있지 않지.]

막내녀석이 항상 흥얼 거리면서 불렀던 노래인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 노래가 자신들의 미래를 그리는 노래가 될줄은 그 누구도 몰랐다. 결국 그들의 의지는 부숴지지 않을지언정 끝까지 남아 자신을 지탱하였고, 그들이 올려준 결말에 그는 보스의 마지막을 장식하게 되었으니까. 만약에, 만약에 돌아간다면 이번엔 그 일을 다시 고칠수 있을까?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잠시간 가볍게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차라리 그러한 힘이 있다면 좋았을 지도 모를 일이다. 그렇게 답변을 마무리 지은채 그는, 이전에 왔던 길과 다른 길로 천천히 걸음을 옮기며 피식 웃음을 터트린다.
그녀는 모르지만, 그녀의 표정은 생각보다 많이 다채로웠다. 그래서 곁에서 보면 왠지 즐겁다고 해야할까? 지금도 그랬다. 확실히 이 대학교, 무슨 분위기를 내고 싶었는지 몰라도 산비탈이 너무나 많았다. 아마 학생들에게 체력은 국력이라는 사실이라도 가르치고 싶었던게 아닐까? 그는 그런 우스갯소리를 속으로 넘기면서 작게 미소를 머금은 다음 레아만 들릴 정도로 가볍게 입을 열었다.

"경량화(lightweight), 헤이스트(Haste)"

무게를 줄여주는 경량화를 레아와 레아가 지닌 물건에 걸어주고, 헤이스트를 걸어 걸음을 빠르게 해준다. 이것만으로도 이 정도의 산비탈은 가볍게 오르내릴수 있을 것이다. 물론 자신에게 이정도 산비탈은 식후 간식거리도 되지 못할 정도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규격외의 존재기에 그러는 것일 뿐, 레아는 자신과 체력의 궤가 달랐으니 당연히 이정도는 해줘야 한다는 생각에 마법을 시전한 것이리라.
그 순간 머릿속으로 레아의 감사가 들어온다. 별것 아니라고 생각하고 지금 있을 금액을 대략 유추해 한 3~40골드 가량 더 집어 넣었는데 그것을 어떻게 알아 챈 모양이다. 그는 가볍게 별것 아니라는 듯이 껄껄 웃음을 터트리며 로브의 후드를 살짝 눌러 쓰는 시늉을 한 뒤 레아의 의문에 천천히 답을 표하였다.

[별것 아닐세, 내 레어의 금고에서 약간의 금화를, 자네가 가진 주머니 안의 좌표에다가 유추한 다음 공간의 통로를 만든 것일세. 이렇게 하면 좁은 공간에도 물건을 조금 더 챙겨 넣어줄 수 있지.]

물론 다른 용들도 하지 못할 것은 없기에 블랑만이 할수 있는 일은 아니었지만, 로드의 말로는 블랑 만큼 이를 빠르고 정확하게 계산해내는 별종은 드물다고 했던 것도 기억이 난다. 어디까지나 자기가 특수케이스라고 몇번이고 말하며 난리를 피우던 로드의 모습을 떠올리니 그저 웃음만이 나올 뿐이었다. 그렇게 함께 걸으면서 여러가지를 이야기하고 나니 표지판이 보인다. 레아가 아까 보았던 표지판의 방향대로 가니 어느순간 [마공학과 본관]이라고 적힌, 화살표가 그려진 팻말이 눈에 들어왔다.

[혹여, 가고자 하는 곳이 이곳이 맞는가?]

//>>486

의외로 사용하는 용들은 많은 편이에요. 유희중에 돈이 모자른다던가.... 유희중에 급전이 필요한다던가 등등등.....(.....)

일단 한가지만 먼저 말씀드리자면, 네, 우리는 잡담을 통해 로드가 어떤 양반인지 잘 알고 있습니다(.....)

488 레아 — 블랑 (S3bgI8CU3I)

2023-03-01 (水) 01:58:08

[아니요.. 마공학품점은 별관이랍니다. 이쪽 언덕으로 올라가야 한다네요.]

길 안내용 팻말에 따르면 본관 옆 언덕을 올라야 별관이니 내려왔던 길을 도로 올라가는 꼴이다. 절로 마뜩잖은 표정이 지어졌다. 이래서 큰길만 따라가면 곤란하다니까. 지름길을 찾겠답시고 샛길로 들어 봤자 길을 잃고 마는 수준이라 어쩔 수 없다만. 하릴없이 본관을 지나 언덕으로 오르던 중, 속삭임처럼 주문이 들리더니 묵직하던 돈주머니가 허전할 만큼 가벼워졌다. 걸음도 돌연 빨라져서 내 발로 걷고 있는 게 맞나 순간 헷갈릴 뻔했다. 흑룡이 어제처럼 마법을 걸어 준 것이다. 지나치게 보살핌 받는 건 아닐까? 아직 그렇게까지 힘들진 않은데. 돈주머니를 여미면서도 멋쩍은 기분이 가시지 않았으나, 이내 무리도 아니겠다 싶어졌다. 어제 그렇게 인사불성이 된 것도 모자라 오늘도 오자마자 한동안 맥을 못 추었으니. 자업자득이구만. 혼자서도 잘 다니는 모습을 보이기 전엔 그가 걱정을 못 덜지도? 그래서 군소리 않고 감사만 표하기로 했다.

[매번 감사합니다.]

그러긴 해도 한두 번도 아니고, 이렇게 받기만 하다간 고맙다는 말이 상투적인 소리로 전락해 버릴 것 같다. (이미 그런 감이 있는 듯해 께름칙했다. 한쪽이 일방적으로 주기만 하는 관계는 주는 쪽에게는 물론 받는 쪽에게도 독이 되기 십상이니까) 나도 좀 보탬이 되어야 할 텐데, 뭐 떠오르는 게 없네. 복에 겨운 상념에 자조적인 웃음이 샐 찰나, 유쾌한 듯 웃어 젖히는 소리가 울렸다. 마공학과 별관을 드나드는 사람이 제법 있었던 탓에 레아는 그들의 눈치부터 살폈다. 다행히 다들 제 일에 한창 몰두했거나, 수다를 떨거나, 길 가느라 바쁜 터라 여기 주목한 이는 없어 보였다. 그제야 전음 내용을 되새길 수 있었다. 흑룡의 금고 좌표와 내 주머니 좌표를 잇는 통로를 만들었다? 그러면..

[요람에서 여기로 올 수 있는 것과 같은 원리입니까?]

들을수록 신기하다. 일주일 전만 해도 마법 구경을 할 기회는 손꼽히게 드물 줄 알았는데, 불과 3일 만에 갖가지 마법을 접했다. 그러다 보니 앞서의 노래에 별 의미가 없다는 대답이 오히려 놀라울 지경이었다. 유희 중에 배운, 다른 지성체의 노래였구나. 늘 요람에 머물 것만 같은 그가 유희도 나갔다는 게 신기했고 어떤 경험을 했을지 궁금해졌다. 그러나 학교로 오기 전 그에게서 비쳤던, 공허하리만치 서글픈 빛이 마음에 걸렸다. 초월자로 느껴질 만큼 강할 뿐만 아니라 수명도 수천 년인 용이 사별했다면, 상대는 이종족일 것이고 그 시기 역시 그가 유희 중일 때일지도 모르겠다 싶어서였다. 괜히 들쑤시지 말자. 그래서 그 부분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마공학품점으로 들어섰다.

그러나 막상 마나 탐지기를 살펴보자마자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가장 저렴한 것이 교직원 할인 10%를 적용해도 무려 45골드였기 때문이다. 내 월급이 150골든데?! 어안이 벙벙해 점주에게 물었더니, 마력과 기술력을 접목한 물품이라 가격을 더 깎으면 손해라는 너스레만 늘어놓는다. 눈물이 찔끔 날 것 같았다. 학문이 생명력을 지니기 위해서는 누구나 동일한 결과를 재현하거나 이전의 결과를 반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믿었는데. 그래서 가능한 한 많은 이가 이해하고 접근도 할 수 있는 결과물을 내놓고 싶었는데. 이래서야 원, 돈 없으면 연구를 하고 싶어도 못 하겠다! 그나마 난 흑룡이 보태 준 덕에 제값을 치를 수 있고 그렇지 않았대도 연구원증을 담보로 일부 외상이 가능하지만, 모두가 나처럼 사정이 좋지는 않을 텐데. 누군가는 능력과 열의를 겸비하고도 금전적 상황에 눌려 연구를 못 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영 착잡했다. 할 수 있는 일이 딱히 없는 터라 말문이 막힌 채로 사고 말았지만.

"하아...."

그가 마법을 걸어 준 게 무색하게 나오는 걸음이 무거웠다. 레아는 별관의 문가에 쪼그려 앉았다. 마나 탐지기를 사고도 이렇게 꿀꿀해질 줄이야. 이래서 '내 돈 어딨냐'라는 노래가 있나 보다. 그대로 멍때리고픈 심정이었으나 머리를 재게 내저었다. 혼자가 아니니까. 이대로 있으면 결례다. 내가 어쩔 수 없는 일에 연연하지 말자. 레아는 옆구리에 낀 마나 탐지기를 단단히 붙들면서 출입증을 쥐고 일어섰다.

[어제 학교 안내를 못 해 드려서 오늘 돌아볼까 하는데 괜찮으실지요?]

489 ◆Tkeoq3Vax6 (S3bgI8CU3I)

2023-03-01 (水) 02:07:32

>>487
마나 탐지기 가격이라든가 구매 방식이라든가 그런 사소한 설정 궁리하느라 많이 늦었습니다..😖 이렇게까지 지체될 줄 알았으면 기다리지 마시라고 레스라도 남겨 둘걸 그랬네요😢 죄송합니다 ㅇ<-<

그런 방법이 있으니 용들은 유희할 때도 돈 걱정은 없겠네요 돈 없으면 연구도 못 하는 세상 같은 건 느낄 일이 없겠습니다..😓

설마 일 땡땡이치고 요람 왔다가 으르신들한테 딱 걸려서 대치 중이라던가요🙄?

번외로 이건 이번 레스에 넣어 보려다 못 넣은 게 아쉬워서 여쭙는 겁니다만, 레아가 전날 들은, >>236의 그 노래에 대해 노랫말이 언어인지 단순 음파인지라든가, 마법의 일종인지라든가, 용족에게 알려진 노래인지라든가를 묻거나, 용들이 음악(노랫말이 있든 없든)을 만들거나 감상하는지에 대해 질문했다면 블랑님은 뭐라고 답해 주었을까요?

490 블랑 - 레아 (oSLxPDqMEA)

2023-03-01 (水) 11:58:45

[뭘 내가 편하고자 하는 일이거늘.]

그렇게 레아의 감사 인사를 별것 아니라는 듯한 어조로 답변 해주면서 같이 걸음을 옮긴다. 확실히 레아에게 자립성을 주는 것도 좋지만 그 모든것은 어디까지나 안전에 기반해야만 한다. 안전하지 않게 움직인다면 그 모든 것이 허사로 돌아갈게 분명하니까, 연구도 자신의 일을 돕는 것도 전부 몸이 건강하고 멀쩡해야지만 가능한 일이었다. 그렇다면 고용주로서 마땅히 그러한 점은 해결해줘야 하지 않겠는가. 그것이 바로 복지다, 라고 이전 어떤 책에서 설명해준 것이 기억나는 블랑이었다.
그렇게 어느새인가 별관에 발을 딛는다. 마공학 건물과는 디자인이 비슷하나, 별관이라는 것을 확실히 못 박기라도 하듯 규모는 조금더 작되 학생의 편의를 봐주는 여러가지가 구비가 되어 있었다. 물론 주변을 돌아다니면서 안좋은 기운을 내는 몇몇도 보지만, 반면으로 대다수 학생들은 활기가 넘쳤고 나름의 열정이 가득해보였다. 그렇게 주변을 돌아보며 그녀를 따라 마공학 상점에 들어가니 여러가지가 눈에 들어온다. 몇몇가지는 자신이 저번에 일주일 가량 밖에 나왔을 때─그게 4~50년전이다.─상용화를 앞두고 있던 물건들 같은데 지금은 이렇게 팔긴 하는구나, 그렇게 신기해하며 가격표를 보는데...

{충전식 손전등!! 단돈 30골드}
{손에 들고다니는 선풍기!! 신상 40골드}

..... 비쌌다. 그리고 심지어 보아하니 몇몇 제품은 자신이 보기에 단가 절감을 한답시고 이상한 물질을 사용해 그 질이 떨어져보였다. 실제로는 20~25골드면 사고도 남을 제품들을 이렇게 보고 있자니 머리가 아파왔다. 차라리 다음번에 유희를 나가서 아예 마공학 상점이나 한번 차려볼까, 라는 생각도 들기도 하고 말이다. 여러가지로 심란해지는 가격표를 바라보던 와중에 자신의 감정을 대변하기라도 하듯이 레아의 한숨이 들려온다. 확실히 이 시대에는 돈이 최고였다. 용언? 마법? 그것도 따지고 보면 저 금색 원판이 더 값어치가 있지 않을까. 물론 자신에게 있어 넘치고 차게 있는 물건들이지만서도 결국에 레아의 쪼그라든 모습을 보면 절대 틀린 생각이 아닌 것도 같았다. 이게 맞는걸까.

[그거 나쁘지 않군.]

그렇게 답을 하면서 어느새 당당해진 레아의 모습에 빙긋 웃는다. 혹시 모르니 나도 여비를 좀 쟁여둘까, 라고 생각하며 그는 아주 가볍게 공간을 접어 약간의 돈이 담긴 돈 주머니를 자신의 품 안에 넣었고 그녀의 말에 천천히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렇게 걸음을 옮기며 그는 아까전에 하지 못했던 답을 하기라도 하듯 천천히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공간을 접는 것과는 조금 다른 걸세, 공간을 접으면 점과 점으로 이동한다고 생각하면 되는 것, 즉 종이를 반으로 접고 구멍을 뚫으면 반대편 위치에도 같은 구멍이 뚫리는 것이야. 그것이 공간을 접는 방법의 원리지. 그리고 이번에 하는 것은 지점과 지점에 공간을 아주 잠깐 왜곡시켜서 일직선의 터널을 뚫고 오가는 것이라 생각하면 편할 것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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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9

괜찮아요!! 천천히 적어주셔도 제가 시간날때마다 반응하면 되니까요!!

물론 그냥 텔레포트로 돈을 들고 오는 양반들도 있습니다. 그거 그 방법 의외로 시간도 걸리고 귀찮아가지고.....

에이 미리 스포일러 하면 안되는데..... 그냥 요람에서 소설책 보면서 핸드메이드 감자칩 먹고 있어요.

그거는 그냥 그 언어자체가 힘이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굳이 따지자면 신어(神語)정도로 따지면 되서 블랑도 이걸 제대로 설명 못해줬을꺼에요. 그리고 혹여나 레아아게 해가 될까 알려주지 않았을테고, 그래도 다행히 노래라는 주제가 있어서 이걸로 화제를 돌리면, 용들도 인간 문화를 많이 접하다보니 몇몇가지 노래는 알고 있어요!! 게다가 오래 살다보니 다들 취향도 제각각인 편이지요!!

491 레아 — 블랑 (S3bgI8CU3I)

2023-03-01 (水) 18:18:52

선선한 수락에 레아는 기숙사 쪽으로 이어지는 내리막길로 방향을 잡았다. 갈림길에서 기숙사의 반대편 길로 접어들면 학생회관으로 갈 수 있다. 108계단을 내려가는 것에 비하면 꽤 돌아가야 하지만, 계단을 내려가는 게 올라가는 것에 비해 허리와 무릎에 부담을 준다는 속설을 들은 뒤로는 이 경로로 이동하곤 했다. 올라갈 때가 훨씬 힘든데 어째서 내려갈 때 더 무리가 간다는지 파악하기 어려웠지만, 의료계 종사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니 들어서 나쁠 건 없을 듯했다.

그렇게 이동하는 사이 금화를 옮긴 마법의 원리와 관련된 흑룡의 설명이 이어졌다. 출입증으로 하는 공간 이동은 '공간 접기'라고 부르는구나. 그런데 종이를 반으로 접는 것 같은 방식이라니? 공간 이동을 할 때마다 땅이 접히기라도 한다는 건가? 도착하면 펴지고? 그러고도 그 위의 생물이며 사물이 온전할 수가 있나?? 상상할수록 기괴했다. 세상이 납작 접혔다가 펴지고도 아무렇지 않게 돌아간다고? 한 개체만 그런 마법을 구사해도 엽기적이겠는데 여럿이 한꺼번에 시전하면 어떨지 오싹했다. (마법과 담 쌓은 자신도 출입증 같은 도구로 쓸 수 있을 정도니, 공간 접기라는 걸 하는 이가 한둘은 아닐 것 같았다.) 지금 이 순간에도 세계 곳곳이 접히고 있는 건가? 어떻게 상상해도 괴상한 이미지만 떠올랐다. 급기야 세상이 접히고 접히다 못해 완전히 구겨진 종이 뭉치 꼴이 되는 광경이 선해져 몸서리가 쳐졌다. 이 세상이 여태 짜부가 안 된 게 용하다!

[..이동할 때마다 땅이 접히면 이 세상이 어떻게 이렇게 멀쩡합니까?]

세상에 영향을 미칠 새 없이 순식간에 이루어지는 덕일까? 그렇다 쳐도.. 출입증을 움킨 손이 희미하게 떨렸다. 신이한 물건인 거야 받았을 때부터 알았지만 이쯤 되면 좀 무섭다. 사용하기에 따라선 끔찍한 병기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아서였다. 가령 공간을 접었다가 안 펴면? 그 일대 생명체가 모조리, 아니 그 땅 자체가 압착되어 흔적조차 찾기 어렵게 되지 않을까? 그런 짓을 해낼 능력을 지닌 마법사들이 작정하고 전쟁이라도 벌였다간 무슨 일이 터질지? 흑룡이 극소수 지성체 외에는 전멸하는 초유의 사태를 우려하는 까닭을 알 것 같은 기분이었다.

반면에 금화를 옮긴 마법의 원리는 순수하게 흥미로웠다. 요람의 금고와 주머니를 잇는 터널이라, 엄청 긴 미끄럼틀 같겠다. 그런 거 탈 수 있으면 재밌을지도? 또 신기한 건 그런 터널이 이어지고 금화가 옮겨 오는 동안 터널이나 금화가 보이지도 만져지지도 않았다는 거다. 공간이 어떻게 일그러지면 그런 일이 가능해질까? 그것도 주변의 생물에게는 아무 영향 없이. 역시나 너무 순식간에 이루어져서일까? 아니면 그 외에 다른 요인도 있을까?

[공간의 왜곡이라는 게, 혹시 저희가 사는 세상에서는 인식 불가능한 이계(異界) 공간을 이 세상과 잇는 겁니까?]

우스워졌다. 감각과 동떨어진 실재 같은 건 허황된 얘기로 치부했던 게 엊그제 같은데, 이젠 아예 별도의 세계까지 상상하고 있네. 하지만 사물이든 생물이든 실제로 이동하는데도 전혀 감지가 안 된다면, 이 세계와는 별개이면서 이 세계의 거울 같은 영역을 가정하는 게 자연스러울 것 같다. 어쩌면 공간 접기라는 것도 이 세상을 직접 접는 게 아니라 접혀도 무방한 이계 공간을 접는 거일지도? ..라고 해도 검증할 방도를 찾지 못하는 한 망상에 불과하다. 마법학자들이 관련 연구를 했으려나? 언제 짬이 날 때 한번 찾아봐도 좋겠다.

그런저런 공상을 하다 보니 어느새 학생회관이 코앞이다. 층이 조금씩 어긋나게 쌓인 베이지색 건물. 그래서인지 볼 때마다 스프를 잔뜩 끼얹어 버린 샌드위치 같다는 생각이 든다. 샌드위치 빵 사이에 끼운 내용물이 비뚤어진 것 같달까?(베이지색은 스프 같고) 층 구분도 어딘지 이상해서 각 층 사이에 또 다른 공간이 있다. 굳이 표현하자면 식당과 매점은 1층, 기념품점은 1.5층, 서점은 2층, 그런 식이랄까? 경사진 곳에 짓다 보니 공간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이런 형태로 지은 것 같긴 하다만, 덕분에 입학 초기엔 은근 헤맸다. 학생회관답게 학생들이 곳곳을 오가는 가운데에도 아직 저녁 시간이 아니어서인지 식당 쪽은 비교적 한산했다. 일단은 기념품점부터 갈까? 매점부터 들렀다간 올라갈 때 짐이 많을 테니.

[기념품점에선 왕립 대학 입학이나 학교 방문을 기념 삼으라고 소소한 물품을 팔고 있습니다. 가 보는 건 저도 처음이지만요.]

갈 일이 없었던 건 살 물건이 마땅치 않아서였다. 만년필은 입학 선물로 받은 게 있거니와 왕립 대학 만년필이라고 해 봤자, 학교의 공식 로고(월계수관을 본뜬 테두리 안에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라고 쓰인 책과 깃털펜이 그려진)를 그려 놓은 것 말고는 별다를 게 없었다. 티셔츠나 점퍼는 가슴팍이나 등판에 학교 공식 로고를 큼직하게 박음질해 놓은지라 입고 다니기엔 영 민망했다. 그나마 색다른 건 학사모 쓴 고무 오리, 일명 '크레덕'이다. 공부나 연구를 하다가 막혔을 때 고무 오리에게 이야기하다 보면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는, 고무 오리 효과에 착안해 제작한 기념품이란다. 왕립 대학이 학업에 매진하는 곳임을 드러내 준다나?(실제론 오리의 귀여움만 드러내는 것 같지만) 아무튼 크레덕은 재학생, 교직원, 방문자 가릴 것 없이 선호해서(누르면 뺙 소리가 나는 삑삑이 인형이라 아기 장난감으로 사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다.) 생도 시절 레아의 동기 중에도 여럿이 크레덕을 샀었다. 그중 한 동기는 레아랑 크레덕이 닮았다며, 심지어 표정도 똑같다며 레아를 크레아덕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그땐 웃어넘겼는데, 어쨌거나 가벼운 선물로는 그만한 것도 드물 것 같다. 아무리 용이라도 연구하다 답이 안 나오는 경우가 없으란 법은 없고, 오늘처럼 울적한 기억이 떠오르는 날도 있을 테니까. 그럴 때 고무 오리에다 토로하면 좀은 나아지지 않을까? 그렇게 품목을 결정하고 기념품점에 들어선 순간, 레아는 눈을 의심했다. 학교 공식 로고가 선연한 물품도 여전히 있지만, 크레덕을 그려 놓은 물품이 훨씬 많았다. 게다가 크레덕 고무 인형은 크기도 주먹만 한 것부터 팔뚝만 한 것까지 다양하고, 아예 크레덕 모양 쿠션도 판다. 이게 왕립 대학 기념품점이야, 크레덕 기념품점이야? 한동안 넋이 나간 채 섰다가 머리를 세차게 흔들었다. 그리고 마나 탐지기와 출입증을 꼭 붙들었다.

[고무 오리 효과가 왕립 대학의 정체성과 밀접하다며 고무 오리를 기념품 삼았는데.. 그게 워낙 인기라 관련 상품이 늘어났나 봅니다. 그건 그렇고, 마음에 드는 게 있으십니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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