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96733071> Project : Cradle # 1(START;) :: 1001

◆8nz3IZH4M2

2023-01-20 16:42:24 - 2023-05-14 01:14:15

0 ◆8nz3IZH4M2 (YPiXZsP.Sg)

2023-01-20 (불탄다..!) 16:42:24

모든 이들은 요람에서 태어나, 무덤으로 돌아간다고 하지.
자 그럼 말일세.
그대들의 뿌리를 찾기 위한 흔적은 어디서 찾겠는가?

- 세상의 끝에서, 방문자에게 -

>>1 레아 파벨(Leah Paviel)
>>2 블랑느와르(Blanc-Noir)

339 ◆Tkeoq3Vax6 (Z.2m5V4efE)

2023-02-17 (불탄다..!) 20:59:05

패턴이 없는 미로라는 건 입장할 때마다 길이 달라진다는 의미입니까, 아니면 한 번 지나갔던 길이 돌아가려고 하면 달라져 있다는 의미입니까? 후자면 나갈 수는 있습니까;;;

보스가 배신요ㅇㅁㅇ? 그러면 자기 조직에서 하던 일을 스스로 엎었다는 겁니까? 아랫사람 다 팔아넘기고 신분 세탁이라도 했나요? 보스가 조직을 배신한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상상이 안 가는군요:( 블랑님은 거기서 사망자가 됐대도 용이라서 실제로는 안 죽었을 듯한데 나머지 5명이 살리려고 애써 줬나 보네요..(,_,) 1,000년 전이니 그 5명도 환생 몇 번은 거쳤을 법한데 환생체의 안부도 블랑님이 알고 있으려나요?

340 ◆8nz3IZH4M2 (/3BHxN2AoU)

2023-02-17 (불탄다..!) 21:12:56

>>339

전자입니다. 물론 패턴화는 가능한데 날짜와 시간에 따라 달라지는 방식이라서.....

블랑이 있던 팀을 보스가 배신한겁니다. 보스가 안좋은 의미로 비밀이 많은 존재였는데, 블랑의 팀이 보스의 정체를 눈치챘고, 보스는 팀을 입막음하기 위해 블랑의 팀을 전멸시키려 했지만..... 상대는 블랑이었다고..... 블랑도 환생체는 찾았지만 그래도 일부러 다가가지는 않았어요. 환생한 지금의 그들은 평화롭게 지내고 있기에 모습을 안 드러냈거든요.

341 ◆Tkeoq3Vax6 (Z.2m5V4efE)

2023-02-17 (불탄다..!) 23:14:17

>>340
처음 털러 온 모험가는 상관없겠지만 두 번째 이상 도전하는 모험가는 힘들겠네요 미리 지도를 작성해 봤자 쓸모가 없으니:ㅒ 더구나 시트대로면 블랑님의 레어엔 보석이 많지도 않을 테니 고생은 잔뜩 해도 얻는 건 없겠습니다^ㄷ^a 세 번 오는 모험가는 없을 듯요ㅋ

하긴 새 삶 멀쩡히 잘 사는데 그리 좋지도 않았고 기억 나 봤자 남의 일이나 다름없을 전생 꺼내 봤자겠습니다 블랑님도 그 유희 뒤엔 요람 건설에 집중했다면 더더욱요:[ >>277에서 블랑님이 '첫 유희때 정말 질리도록 당했던 것이 바로 배신과 사별이었으니까.'라고 회상했던 게 가족 같던 사람 싸그리 잃었던 일인가 보군요8_8

참! 생각보다 현생 이슈가 빨리 해결되어서 답레 작성 중입니다만.. 레아가 초콜릿 가지러 갔다 와도 괜찮을까요?

342 ◆8nz3IZH4M2 (/3BHxN2AoU)

2023-02-17 (불탄다..!) 23:33:43

>>341

대충 패턴은 21가지입니다 +로 트랩도 패턴이 5종류라.... 모험가들의 지옥이라 봐도 될정도.....

놀랍게도 그렇습니다. 심지어 배신도 팀을 제외한 조직이 전부 배신한 셈이니까요. 게다가 조직도 음.... 진짜 암적인 존재라 팀장은 언젠가 자신이 직계 조직이 되어서 일부라도 고쳐나가려던 의로운 인물이었거든요. 그래서 더 크게 다가왔을꺼에요.

그러합니다!! 가지고 오셔도 되요!!

343 레아 — 블랑 (Z.2m5V4efE)

2023-02-17 (불탄다..!) 23:41:56

두드리기 무섭게 문이 활짝 열리는 통에 레아는 화들짝 물러섰다. 그는 벌써 침대에 앉아 있었다. 올 필요가.. 없었다? 잔뜩 긴장했던 게 김이 새는 한편 다른 의문이 솟았다. 설마, 안 잤나?

"못 주무셨습니까?!"

정령들이 잘못 봤던 걸까? 그렇다기엔 아침보다 컨디션은 나은 것처럼 보이는데. 상황 파악이 안 되어서 어물거리는 사이 돌아온 물음에 머쓱해졌다. 너무 산발인가? 레아는 머리칼을 두 손에 거머쥐고 등 뒤로 넘긴 뒤 대답했다.

"네, 정령들이랑 초콜릿 만들다가 엉망이 돼서.."

아까 정신 놓고 초코로 칠갑했던 게 새록새록 떠올라 민망해졌다. 사고 친 거 이실직고하는 애 같네. 혼자 죽기(?) 억울하다 보니 정령들이 아쉬워졌다. 다들 어딜 갔담?

속으로 투덜대던 중 그만 흠칫했다. 안으로 들라는 듯한 그의 손짓 때문이었다. 당사자가 저러면 영역 침범은 아닌데.. 발이 안 떨어졌다. 고작해야 몇 발 거리인데도 섣불리 가선 안 된다는 직감이 심신을 짓눌렀다. 단순히 남의 침실이어서는 아니다. 친구나 지인의 침실에 드나든 적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니고, 당장 기숙사만 해도 2인 1실이라 침실을 공유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제까지는 그런 경우라도 상대의 기대를 충족할 방법은 명확했다. 밥을 사거나 하소연을 들어주거나 일손을 거들거나 공동생활의 예의를 지키거나. 그런데 이번에는, 그런 답이 안 보인다. 그가 용이라 해도 나를 해칠 리 없다는 것쯤이야 그간 겪어서 충분히 알고, 그의 기대를 충족하고 싶은 마음도 분명 있다. 하지만 그 정도 마음으로 다가가서는 안 되는 영역 같았다. 좀 더 깊은 유대감, 세상 무엇과도-심지어 목숨과도- 못 바꾼다는 간절함 없이 들어갔다간 언제고 그의 기대를 깨트리고 원망을 살 것 같았다.(상대가 누구라도 그 정도의 감정을 품는 건 불가능할 테니 아마 시간문제겠지.) 결국 레아는 허둥지둥 말을 돌렸다.

"저.. 블랑님 드릴 것도 만들었습니다. 가져오겠습니다!"

그러고 달음박질로 식당에 이르고서야 겨우 한숨 돌렸다. 테이블을 짚은 팔이며 바닥을 딛은 다리는 어쩔 수 없이 떨렸지만. 아까처럼 정령들이 정신없이 먹고 놀고 있었으면 좀 나았을까? 잠시만, 정령들? 술이 깬 것처럼 별안간 정신이 확 들었다. 그러고 보니 아까도 정령들이랑 떼로 들어갔잖아.(그게 무례한 짓이었긴 하지만) 그러면 거기가 타자의 접근을 전적으로 배제할 만큼 내밀한 공간은 아니지 않을까?

한번 발상이 전환되자 이전에 묻어 뒀던 부담도 정리되기 시작했다. 그가 심장도 내보일 만큼 무방비하다지만 나는? 용의 둥지에서 지내는 건 뭐 안 무모한가? 물론 그가 해코지 안 한다는 확신이 있으니 머무는 거지. 그러면 그는? 용과 마주한 인간도 이렇게나 마음 놓고 있는데, 인간을 상대하는 용이 위기감을 느낄 턱이 있나? 얼핏 허술해 보이는 처신도 그래서 나오는 거 아닐까? 내가 해칠 마음을 품어 봤자 어림없는 걸 아니까? 그러니까 엄청나게 각별한 신뢰까지는 아닐 거다. 그냥 딱 지금의 나 정도? 나 혼자 심각해져서 생쇼한 거다.

앞서의 고뇌가 쪽팔리다 못해 허무한 결론이었지만, 마음은 한결 가벼워졌다. 기운도 솟아서 냉장실에서 초콜릿을 꺼낸 뒤 마법 기사에게 그의 방으로 가져갈 홍차를 준비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는 음식물을 섭취할 필요가 없다고 했지만, 발바리아 황가에 대해 얘기하던 중 허공의 물을 끌어다 마셨던 걸로 보아 갈증은 더러 있는 듯해서였다. (아침에 그가 각설탕을 3개 넣었던 것도 떠올랐지만, 초콜릿과 함께 들면 설탕이 과유불급일 것 같아서 따로 부탁하지 않았다.) 역시나 마법 기사는 이번에도 금세 차 쟁반을 날라 와 주었다. 벙어리 장갑을 연상시키는 덮개에 잘 감싸인 차 주전자와 찻잔 둘. 거기에 초콜릿을 마저 놓고 레아는 그의 침실로 향했다. 여전히 긴장됐지만(그래서 가는 중간중간 심호흡도 몇 번 했지만) 그래도 거북하거나 부담스럽지는 않았다.

"맛을 확인하긴 했는데, 블랑님껜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침실의 자그마한 탁자에 차 쟁반을 놓으면서 덧붙인 소리에 우스워졌다. 맛을 확인했다니, 내가 말했지만 그 난장판을 생각하면 참 완곡한 표현이네. 이런 잡념도 떠오르는 건 나름 침착해져서겠지? 그런 인식-혹은 희망 사항-과 함께 레아는 아까 억지 부릴 때 앉았던 의자에 다시 자리 잡았다.

344 ◆Tkeoq3Vax6 (Z.2m5V4efE)

2023-02-17 (불탄다..!) 23:46:53

>>342
가져왔습니다! 생각할 거리가 많다 보니 레아의 진지병이 MAX치를 찍어 버렸..ㅇ>-< 그래도 차차 하향선 탈 거 같습니다^ㄷ^a

용의 레어는 거 웬만한 근성 없이는 털 데가 못 되네요:(

처절하다면 처절하고 서글프다면 서글픈 사건인데 1,000년 전이라 지금은 기록에도 거의 안 남았을 테니 삶이란 게 참 무상하군요..

345 ◆8nz3IZH4M2 (5HxFoFmYNs)

2023-02-18 (파란날) 00:48:42

>>344 잠깐 한눈 판 사이에 답레가....!! 2시 이전으로 올라갈꺼에요!!

블랑이 요람 건축용 데이터 뽑으려고 이거저거 잔뜩 실험용 요소를 집어넣은 곳이라..... 다른 드래곤 레어보다 더 심각한 곳이 된겁니다 그냥..... 보통은 이정도까진 아니에요!!

아 심지어 기록도 블랑이 틈틈히 전부 말소 시켰어요. 구전으로 전래되는건 막지 않았지만 문헌상으로 남아있는건 전부 지웠어요. 저번 전음때 상대방의 기억이 받아들이는 당사자에게도 전달될수 있다, 했죠? 아마 당시의 기억을 레아랑 블랑이 같이 경험하는 식으로 진행될 거에요

346 블랑 - 레아 (3rAL2bGfQQ)

2023-02-18 (파란날) 02:00:16

"저런, 저런...."

나는 어디 가지 않거늘.... 그는 조용히, 못말리겠다는 듯 웃으면서 가만히 침대에 기댔다. 확실하게 개운하게 깬 기분이다. 이전까지는 잠이 꽤 불필요한 행위라고 생각했고, 또 그 행위 자체가 상당히 불필요한 무언가라고 생각했었지만 이번 일로 피로를 풀수 있다는 것과 더불어 본인을 리프레쉬 해줄수 있는 행위라고 느끼게 된 것이었다. 앞으로도 이렇게 주기적으로 잠을 자고 활동을 한다면 더욱 규칙적인 일과가 될 것이리라. 그는 그렇게 생각하며 잠시간 부드럽게 미소를 머금은채 저 멀리 레아가 달려나간 문쪽을 바라보았다.
몇일 되지는 않았으나, 그녀가 온 뒤로 요람의 하루가 매우 활기차졌다고 해야할까. 시간이 꽤 재밌게, 그리고 느리게 가는 것 같았다. 용에게 있어 시간은 부질없는 것, 쓰고 써도 한없이 남아도는 무언가였고, 그것이 동족을 나태하게 만들었으나, 지금 그녀와 같이 지내면서 느끼는 시간은 너무나도 천천히, 그리고 의미가 부여되어갔다. 이래서 다들 유희를 나서서 다른 것을 체험하려 드는 걸까? 그는 그렇게 생각하며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너무 침대에 오래 누워있는 것도 좋은 것은 아니었으니까.
조심스레 손을 뻗어 가볍게 이불정리를 한다. 물론 리빙아머들에게 시켜도 되겠지만, 이렇게 함으로서 자신의 게으름에 대해 하루를 조금더 알차게 보내고자 하는 그의 가벼운 의지가 담긴 행위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이불정리를 대강 끝마치고 의자를 꺼내 앉아 티테이블 앞에 앉는다. 그러고보니 어디 책을 한권 두지 않았나 생각하지만, 여기 있던 마지막 한권의 책을 아까 레아에게 넘겼다는 것을 떠올리고는 피식, 웃음을 터트리며 손가락을 깍지 끼고, 그 위에 턱을 올리며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아본다. 그러고보니 너무나도 오랫만이었다. 이렇게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말이다.

"오."

그가 이내 문안으로 들어오는 레아의 모습에 가볍게 감탄사를 터트린다. 확실히 미인상이라고는 생각했지만 깨끗히 씻겨놓고 보니 걸작수준이지 않은가, 그는 그렇게 속으로 감정을 남겨둔채 그녀가 들고 온 디저트상을 바라본다. 그러고보니 초콜렛을 먹어본지 꽤 된 것 같다. 애시당초 디저트 자체를 크게 즐기는 편도 아니었고, 요리도 취미삼아 몇년 배운게 전부였으니까. 애시당초 그렇게 먹을 것에 애착을 가지지 않는 용들의 특성상 이러한 상 자체도 색다른 의미를 부여할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며 그녀가 다소곳이 가져온 디저트를 바라보며 아까 그녀가 억지를 부릴때 앉은 자리에 다시 그녀가 앉는 것을 바라본다. 아까전과 다른 점이 있다면 이번에는 그와 그녀가 서로 티테이블 하나를 사이에 두고 마주 앉았다는 점이겠지. 그는 그렇게 생각하며 홍차를 한모금 들이킨다. 그 짧은 순간에 자신의 습관을 캐치한 것일까. 그녀는 홍차에 각설탕을 넣지 않았다. 그렇게 그는 홍차로 가볍게 입가심을 한 뒤 그녀가 내민 초콜렛을 가볍게 집어 들고 입안에 넣어 조심스레 녹여 그 풍미를 느껴보았다.

"나쁘지 않군. 아니, 훌륭하네."

그가 조용히 미소를 머금으며 레아를 칭찬하였다. 전혀 빈말이 아니었다. 충분히 정성이 담긴 맛이었다. 거기에 미세하게나마 남아있는 정령들의 향─마나─을 보아하니 그들과 같이 만든 것도 느껴진다. 당장 2~3일 전까지만 해도 숨이 넘어가는 거 같고 중압감에 짓눌려서 자신의 기량을 제대로 펼치지 못한것 같았는데 이제는 이 곳에 적응을 한 것이 이 안에 녹아들어있다고 생각하니 뿌듯하기도 하고, 대견스럽기도 할 것이다. 그는 그렇게 생각하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이제 슬슬 점심시간이었다.

"그래서, 식사할 배는 남겨두었는가?"

그가 장난스레 미소를 머금으며 질문을 던졌다.

347 ◆Tkeoq3Vax6 (ziod4zjNFc)

2023-02-18 (파란날) 09:00:59

>>345
헐 답레 빠르십..😮!! 아니 근데 잠을 자야 심장이 큰다면서 잠을 불필요한 행위로 여겼다니 블랑님 뭡니까..😧 생각 고쳐먹었다니 다행이긴 합니다만;;

다른 용도 좀 본받아서 철통 보안 하는 게 좋을 거 같군요🤔 모험가한테 재산 털려서 좋을 건 없으니..

기록을 지운 건 어째서일까요? 자기 흔적을 인간 세상에 남기기 싫어서? 근데 기억 경험이라니 흐미 그 유혈 사태를..😬 오래 전 일이긴 해도 그거 블랑님한테도 은근 빡셀 거 같지 말입니다😢

아 참 블랑님이 보려던 책이 현산어보를 찾아서랑 비슷한 내용이라고 하셔서 임의로 바엘 섬이란 데를 만들어 버렸는데🙄 이 섬 어느 나라의 영토로 하면 좋을까요? (섬 위치 드러낸 지도가 책에 첨부되어 있을 거 같아서요😅

348 ◆8nz3IZH4M2 (TgA4yoxXnI)

2023-02-18 (파란날) 09:25:15

>>347

심장을 키우는데 필수적인 행위인건 사실이지만, 그래도 그 자는 시간이 너무 아깝다!! 이런 느낌이에요. 왜 저희들 사이에서도 잘시간 자체가 너무 아깝고 그 시간에 공부나 게임같은걸 더 했으면 좋겠다 하는 사람들 있잖아요 ㅋㅋㅋ

아 조금 정정할께요. 문헌상으로는 거의 다 말소 시키는데 성공했어요. 그래서 전해지긴 하는데 뜬구름 잡다시피 하는 정도로? 게다가 이거가 기록될 만큼 좋은 그것도 아니고....

보통 기록물이 많은 나라면 발바리아 아님 크레티스 두군데 중 하나입니다!! 그래서 둘중 한군데면 큰 문제는 없을꺼에요!!

349 ◆Tkeoq3Vax6 (ziod4zjNFc)

2023-02-18 (파란날) 09:45:00

>>346
Aㅏ.. 납득요😐 그래도 전 기대만큼 못 재운 게 아쉽기도 합니다 밤샌 거 벌충되게 8시간은 재우고 싶었는데 말입니다😑 앞 레스에 사건을 더 넣었어야 했나😓ㅋ (너무 빨리 깨웠다 레아야😅) 아직 점심이라니 할 수 있는 일이 늘어난 기분이라 좋긴 하지만요🙂

1,000년 전 일이고 왕의 즉위처럼 국가의 굵직한 사건도 아닌데 그래도 구전으로 전해는지는군요😮 엄청나게 큰 조직이긴 했나 봅니다😐

크레티스 하면 북부 산악만 생각나서 바다가 있을지 잘 모르겠습니다 발바리아로 쳐 버릴래요😅

350 ◆8nz3IZH4M2 (TgA4yoxXnI)

2023-02-18 (파란날) 10:22:07

>>349

어우 천천히 가시쥬!! 어차피 블랑도 그냉 일찍 일어난거니까!! 레아 잘못은 없는걸로 땅땅

>>338에 적었다시피 캐놀라인과 발바리아 양 암흑가를 전부 석권한 조직이었어요. 본부는 발바리아-캐놀라인 국경선 한가운데 무법지대에 있었고. 블랑이 거기를 날려먹은게 컸지만요.

351 ◆Tkeoq3Vax6 (ziod4zjNFc)

2023-02-18 (파란날) 10:57:06

>>350
아직 점심이라니 해 보고 싶은 게 늘어나서 뭘 시키면 좋을까 궁리 중입니다🙂 늦은 오후 정도에 답레 올리도록 해 볼게요😀!

그 정도로 큰 조직의 최고 우두머리를 죽였을 정도면 블랑님이 거의 무쌍을 찍었겠는데요😬 하긴 정체 안 드러낸대도 용이니 신체 능력부터가 인간들과는 넘사였으려나요😐?

352 ◆8nz3IZH4M2 (TgA4yoxXnI)

2023-02-18 (파란날) 11:57:48

>>351

팀이 일단 전부 조직 에이스 급의 팀이었어요. 보스 친위대 중에서도 두각을 드러낸 존재들이었고, 블랑 포함 팀원 5명이 팀장에게 절대적인 신뢰를 가지고 있었기에 반기를 들었을때도 망설임없이 다들 들고 일어났을 정도니까요.
게다가 보스가 팀원중 3명을 죽였고, 그중 팀장도 포함되었는데 마지막 싸움에서 블랑을 보호하다가 보스에게 가슴에 구멍이 뚫리는 바람에 유언 남기고 즉사, 블랑이 이에 열받아서 인간화 상태의 전력전개로 보스를 압도해버리고 본부 전체를 마법으로 파묻어버리는걸로 이야기가 끝납니다.

353 ◆Tkeoq3Vax6 (ziod4zjNFc)

2023-02-18 (파란날) 13:28:30

>>352
헐?! 전 블랑님이 손 쓰지 못하는 상황에서 살해당했거나 6명 모두 독살당할 뻔했는데 블랑님은 용이라서 생존했거나 그런 거려니 상상했는데..현장에서 같이 싸우다 죽은 겁니까😨?! 블랑님 텔포라도 써서 피하지 그건 법사라고 둘러대면 용밍아웃까진 안 해도 됐을 텐데8ㅁ8ㅁ8ㅁ8ㅁ8 심지어 팀장은 블랑님 감싸다 죽ㅇ..😰 용이라서 안 감싸도 됐는데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때 블랑님 회한 엄청났겠는데요;; 자기 때문에 죽은 거라는 자책에 빠졌대도 무리는 아니었을 거 같습니다..,_,) 끔찍한 기억이군요;;

354 ◆8nz3IZH4M2 (TgA4yoxXnI)

2023-02-18 (파란날) 14:02:32

>>353

프렌치메리 : 친위대 겸 호송팀 멤버, 팀의 유일한 홍일점, 사망 당시 24세, 친위 1팀과의 각개전중 시가전에서 적들에게 포위, 분전하였으나 적의 그림자 관련 흑마법으로 인해 전신 난자로 사망

말로우 윈터 : 친위대 겸 호송팀 멤버, 사망 당시 37세, 팀의 장남, 친위 1팀과의 각개전 도중 프렌치메리의 사망을 듣고, 시신을 회수하러 가던 도중 보스의 일격에 심장이 파괴되어 사망, 시신 회수 직전, 프렌치메리와 약혼 했다는 사실이 확인 됨

벨가모트 : 친위대 겸 호송팀 멤버, 사망 당시 20세, 팀의 가장 막내였음, 친위 1팀과의 전투 후 주변을 수색하던 와중 행방불명, 추후 시신이 확인되었는데 죽지 못한 친위 1팀의 습격으로 자폭을 시도, 친위 1팀 잔당 3명으로 추정되는 육편과 함께 하반신만 발견됨

루드베키아 : 친위대 겸 호송팀 참모, 사망당시 25세, 팀에서 블랑과 함께 고등교육을 받은, 지성인으로 추정, 살아남은 3인중 보스 추적 과정에서 보스의 함정에 빠짐, 보스와 몸이 뒤바뀐채 손쓸새도 없이 자살, 보스의 영혼은 다시 보스의 본체로 돌아가나, 돌아갈 육신이 없는 루드베키아는 사망.

헬리오트 : 친위대 겸 호송팀 팀장, 사망 당시 30세, 기나긴 추적의 끝에, 보스와 마주하나 보스와의 접전 중 지병이 도지고, 그 틈을 탄 보스의 일격으로 가슴에 구멍이 뚫린채 사망, 블랑에게 최후의 유언을 남기고, 시신은 본부와 함께 지하로 파묻히게 됨. 호송팀 중 유일하게 시신을 남기지 못함.

이상, 과거 블랑이 속했던 친위대 겸 호송팀의 명단이었습니더.

355 ◆8nz3IZH4M2 (TgA4yoxXnI)

2023-02-18 (파란날) 14:26:08

아 팀장 서술이 조금 오류가 있었네요

지병이 도진 와중에, 블랑이 방심한 상황에서 그를 감싸다가 평소라면 막았을 일격을 막지 못하고 사망한겁니다

356 ◆Tkeoq3Vax6 (ziod4zjNFc)

2023-02-18 (파란날) 14:34:08

>>354
어휴 하나같이 끔찍하게 갔네요.. 😰 기억 경험 하는 장면 나오면 엄청 고어할 거 같아서 벌써부터 겁납니다 😬;;;

357 ◆Tkeoq3Vax6 (ziod4zjNFc)

2023-02-18 (파란날) 14:37:05

>>354-355
도중 작성 뭐시여;;;;
흑마법도 나오고 몸 바꾸기?도 나오는 거 보니 마법도 많이 오간 싸움 같습니다 근데 저 몸 바꾸기 블랑님이 당하면 어떻게 되는 ㄱ...😬?!

358 ◆8nz3IZH4M2 (TgA4yoxXnI)

2023-02-18 (파란날) 15:29:53

>>357 서술에 나오겠지만 블랑은 저거 면역 상태인겁니다. 보스도 한번 해보려고 했다가 안되는거 보고서 엄청 당황해요

359 레아 — 블랑 (ziod4zjNFc)

2023-02-18 (파란날) 16:51:48

압박감과 부담감은 덜었지만 어색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아침에 그와 겸상하긴 했어도 그때는 비교적 트인 느낌인 식당이었던 데 비해 침실은 훨씬 좁은 공간이니까. 더구나 상대는 이종족임을 따지지 않는다 치더라도 직속 상사. 연구원에 빗대면 실장님(교수님)이나 전임 연구원님의 침실에서 차를 마시는 셈이다. 뻘쭘해. 몸 둘 바도 눈 둘 데도 모르겠다. 차라도 얼른 비우자고 잔을 들었다가 흠칫 움츠렸다. 아직은 뜨겁다.(여느 사람에겐 딱 적당한 온도일지도 모르나 레아는 뜨거운 걸 잘 못 집는 편이었다.) 이 정도면 들어온 지 얼마 안 됐다는 건데 족히 30분은 있었던 것 같은 기분이다. 내 차는 챙기지 말걸. 그럼 두고 바로 나와도 됐는데.

그 와중에 그가 초콜릿을 입에 넣자 긴장감이 배가됐다. 정령들이 반죽(?)부터 신나게 떠먹기도 했고 레아가 맛보기에도 케놀라인 출신 동기가 시범으로 만들어 준 것과 유사한 질감이었다만, 또 아침에 그가 홍차에 각설탕 3개를 넣어 마셨던 걸 생각하면 단것을 싫어하지는 않는 모양이지만, 그래도 모르는 일이니까. 그렇다곤 해도 이렇게 면전에서 당사자의 반응을 기다리기는 아무래도 민망하다. 역시 주기만 하고 빠져나올걸 그랬다. 둘 곳 없는 손을(찻잔은 여전히 뜨거웠으므로) 맞잡고 조물거리는 거 말고는 달리 할 게 없는 어색함이란! 양이라도 셀까? 양 하나, 양 둘....

그랬다가 일순 멍해졌다. 짧지만 묵직한 칭찬. 쑥스럽다고 해야 할까 마음 놓인다고 해야 할까. 답할 말이 얼른 떠오르지 않아 눈을 내리깔았다. 얼굴이 뜨뜻해진 게 느껴졌다. 나중에 들었으면 이렇게까지 버벅대진 않을 텐데. 레아는 습관적으로 묶은 머리를 움키려다 아직 묶지 못한 것을 깨닫고는 머리칼을 한꺼번에 싸쥐었다가 등 뒤에 놓았다. 그러고도 좀 더 궁리하고서야 비로소 말이 나왔다.

"입에 맞으시다니 다행입니다."

정말 어색하다. 뭐라도 화제를 꺼내면 좀 나을까? 어떻게든 마시자고 반억지로 찻잔을 드는데, 그새 그의 침대가 가지런해진 게 눈에 띄었다. (그다지 주의하지 않고도 보일 법한 변화였는데도 이제야 본 건 그만큼 시선을 아래에 두고 있었던 탓 같다.) 단정한 성정이구나. 그가 손수 했든 마법 기사가 했든 일어나자마자 이불을, 그것도 침대에 놓여서 다른 일에는 방해가 되지 않는 이불을 정리한 건 깔끔한 성미의 발로 같았다. 난 저렇게 못 한다. 어릴 적부터 엄마와 무던히도 했던 실랑이가 떠올랐다. 제발 하고 이불 정도는 개라는 엄마에게 어차피 침대 위에만 둘 거고 밤에 도로 덮을 거 뭐하러 개냐고 투덜거렸는데. 저렇게 반듯하게 정돈된 침대를 보고 있자니 찔리는 듯 안 찔리는 묘한 기분이다.

그러다 그의 물음에 퍼뜩 주의를 돌렸다. 식사라, 솔직히 입맛이 없었다. 초콜릿을 입으로 먹는지 피부에 양보하는지 모를 난리 통에 배가 다 차 버린 탓이었다. 최소한 초콜릿은 한동안 안 내킬 것 같다. 그보다는.. 레아는 시선을 그의 책상으로 옮겼다. 아까 읽다 만 <바엘 섬 탐사기 추적>이 그대로 놓여 있었다. 그였다면 저 책을 가져오고 싶을 때 마법으로 옮겨 오겠지? 잠시 스친 싱거운 생각과 함께, 레아는 책을 들고 와서는 그에게 건넸다.

"덕분에 재밌게 읽었습니다." 말하다 보니 호기심이 일었다. 그는 바엘 섬에 가 봤을까? 여기와는 까마득히 먼, 발바리아의 영토지만 그는 공간을 자유롭게 넘나들 수 있는 모양이니 간 적이 있을지도. 온갖 종족의 책을 다 모으려고 할 만큼 연구에 관심이 많은 이니까 어쩌면 이 책에 나온 생물들을 직접 확인해 보려고 했을 수도 있지 않을까? "혹시 바엘 섬에 가 보신 적이 있으십니까?"

360 ◆Tkeoq3Vax6 (ziod4zjNFc)

2023-02-18 (파란날) 16:57:32

>>358
4시 51분 정도면 늦은 오후..라고 해도 되겠죠😐? 아무튼 올렸습니다!

하긴 면역이 아니면 용 신체를 꼼짝없이 빼앗기는 대참사가 나겠네요 근데 몸 바꾸기 같은 마법이 있다는 거 알고 나니 무서운 게 레아는 저런 거에 면역이 있을 리 없으니 재수없으면 루드베키아 씨처럼..😨 ㅎㄷㄷ;;

아무튼 블랑님의 기억을 경험하게 된다면, 잔혹한 장면은 가능한 한 노출이 적었으면 하는 소망이 있습니다😓 상상하니 아무래도 끔찍한지라..😬

361 ◆8nz3IZH4M2 (TgA4yoxXnI)

2023-02-18 (파란날) 17:47:18

>>360 늦은 오후는 저녘이 아닐까욬ㅋㅋㅋ 그래도 엄청 일찍 적어주셨네요!!

항마력이 극에 달한 육체고 그만큼 세지만..... 그 탓에.... 그러한 경험들을.... 하지만 그래서 그 의지는 지금까지도 블랑에게 이어지고 있죠!!

는 어차피 다 검열될껍니다!! 블랑이 눈 다 가려줄꺼에요!!

362 ◆Tkeoq3Vax6 (ziod4zjNFc)

2023-02-18 (파란날) 18:29:38

>>359
급하게 써선가 빼먹은 부분이 많군요;;; 아래 문단은 다음 내용으로 바꿔서 봐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ㅠㅠㅠㅠㅠㅠ

그러다 그의 물음에 퍼뜩 주의를 돌렸다. 식사라, 솔직히 입맛이 없었다. 초콜릿을 입으로 먹는지 피부에 양보하는지 모를 난리 통에 배가 다 차 버린 탓이었다. 최소한 초콜릿은 한동안 안 내킬 것 같다. 그보다는.. 레아는 시선을 그의 책상으로 옮겼다. 아까 읽다 만 <바엘 섬 탐사기 추적>이 그대로 놓여 있었다. 그였다면 저 책을 가져오고 싶을 때 마법으로 옮겨 오겠지? 잠시 스친 싱거운 생각과 함께, 레아는 책을 들고 와서는 그에게 건넸다.

→ 그러다 그의 물음에 퍼뜩 주의를 돌렸다. 식사라, 솔직히 입맛이 없었다. 초콜릿을 입으로 먹는지 피부에 양보하는지 모를 난리 통에 배가 다 차 버린 탓이었다. 최소한 초콜릿은 한동안 안 내킬 것 같다. (한편으로는 우리만 먹으면 치사하니 블랑님 몫을 남겨 두자는 말에는 순순히 따르던 정령들이 귀엽기도 했다. 간식을 먹을 때 레아가 달라면 안 주려고 홱 끌어당기다가도 제 엄마-언니나 새언니-가 달라면 배시시 웃으며 내미는 조카들을 연상시키는 면모다. 그만큼 그와의 유대가 끈끈한 거겠지.) 어쨌건, 레아는 고개를 젓는 걸로 배고프지 않음을 나타내다가 무심결에 그의 책상에 시선을 두었다. 아까 읽다 만 <바엘 섬 탐사기 추적>이 그대로 놓여 있었다. 그였다면 저 책을 가져오고 싶을 때 마법으로 옮겨 오겠지? 잠시 스친 싱거운 생각과 함께, 레아는 책을 들고 와서는 그에게 건넸다.

363 ◆Tkeoq3Vax6 (ziod4zjNFc)

2023-02-18 (파란날) 18:32:50

>>361
저였다면 가족 같은 존재를 지키지 못한 스스로에게 환멸이 와서 멘탈 잡기 힘들었을 것 같은데 블랑님은 용케도 그러지는 않았네요..😢

유혈 낭자하는 잔혹한 장면은, 레아도 레아지만 제가 좀 힘들 것 같지 말입니다..😅 아무쪼록 노출을 줄여 주십사...(_ _)

364 블랑-레아 (l/mAsznqAc)

2023-02-18 (파란날) 18:42:31

"밥을 안먹어도 된다면 차라도 마시게나. 어차피 집과 같이 생각해도 되는 곳이니까."

지금 그녀의 반응을 보아하니 분명 꽤 험하게(?) 가재도구를 다뤘을 것 같다. 정확히는 그녀가 아니라 주변 환경이 그러했겠지. 리빙아머들은 협조적이더라도, 정령들은 장난을 좋아하는게 눈에 보일정도로 제멋대로기도 하니까. 그래도 다행이라면 그런 정령들에겐 그녀가 마음에 들었다는 것 정도지 않을까, 최소한 그녀가 위험에 처하면 안전장치가 되어줄 것 같기도 하니까. 기회가 된다면 좀더 상위 개체의 존재들에게 그녀를 소개시켜 주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자신의 칭찬에 어쩔줄 몰라 하는 것이 꽤나 귀여운 모양새다. 확실히 그녀의 모습은 뭇 남성들에게 인기가 있을법한 모습인데도 이렇게까지 눈치가 없는것도 아마 체질이지 않을까? 그는 가볍게 미소를 머금은 뒤 초콜렛을 하나 다시 입에 집어넣었다. 처음에는 홍차의 풍미와 어우러져 깔끔하게 넘어가지만, 그 너머로 느껴지는 묵직하고도 뭉클한 듯한 달콤한 감각은 확실히 그의 입맛에도 안성맞춤이었다. 다음번에도 레아를 시켜 볼까? 아니면, 자신과 같이 요리를 해보자고 하는 것도 재밌지 않을까. 그는 그렇게 가벼운 생각을 떠올리면서 그녀의 질문에 차를 한모금 들이킨뒤 조용히 말을 이어나갔다.

"꽤 이곳저곳을 돌아다녀보긴 했지. 물론 가보기도 했고."

확실히 여러가지 문헌을 직접 확인해보고 이 주변 생태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많은 작업을 했던 것이 떠오른다. 물론 의외로 크게 건들지는 않았지만 생태계가 조성하는 과정에서 많은 자료들이 필요했기에 한동안 꽤 이곳 저곳을 쏘아다니기도 했다. 그리고 그맘때쯤이면 아마 마음이 꽤 많이 흔들리던 시절이니까.... 아니다, 그 감정을 지금 다시 일으킬 필요는 없다. 그것을 겨우 가라앉히면서 그는 가만히 여인을 바라보며 조금 아쉬운 듯 입을 열었다.

"하지만 너무 오래전의 이야기라 그 생태계가 그대로 살아 있을지는 의문이구나. 가봤다고 해도 내가 전 대륙을 돌아다니는 것은 꽤 오래전의 이야기였으니."

그렇게 다시 홍차를 들이키며 그녀가 옮긴 책을 가만히 바라본다. 그러고보니 생각해보면 자신의 힘은 이 대륙 어느곳이라도 좌표만 정해져 있다면 충분히 갈 수 있었다. 그 힘이 어디까지인지 자신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래도 이렇게나마 많은 자유를 줄 수 있는데에 대해선 크나큰 감사를 느끼고 있었다. 생각을 대강 끝낸 것일까? 그는 초콜렛을 입안에 다시 집어 넣으며 미소를 머금었다.

"그대, 혹시 가고 싶은 곳이라도 있는가? 내가 어디든지 에스코트해줄 수 있네만."

'그대 같은 미녀라면, 얼마든지 에스코트 해줄수 있지.' 라고 들릴듯 말듯, 하지만 일부러 들으라는 듯, 장난기를 머금은 미소로 레아를 바라보는 그였다.

365 ◆8nz3IZH4M2 (l/mAsznqAc)

2023-02-18 (파란날) 18:45:05

>>363 나중에 지질학 문서를 한번 뒤져보세요. 아마 대략 9백년~1천년 전 자료가 있을텐데 에르네스트 산 주변으로 꽤 강도 높은 지진이 여러차례 울려퍼진 적이 있었어요.

어우, 그런거 다 검열합니다. 아마 그 모습을 최대한 안보이게 적을꺼에요!!

366 ◆Tkeoq3Vax6 (ziod4zjNFc)

2023-02-18 (파란날) 20:13:32

>>364
2가지 질문 드립니다.

1) <바엘 섬 탐사기 추적>이 쓰인 게 블랑님의 방황기인 1,000년 전쯤이고, 그 책에서 추적한 바엘 섬 탐사기는 그보다 이전(현산어보를 찾아서랑 비슷하다면 그보다 200년 전?)에 쓰인 걸로 의도하신 건가요?

2) 마지막 문단의 에스코트 운운은 들리게 말한 대사인가요? 들릴듯 말듯까지만 보면 못 들었을 수도 있을 거 같은데 일부러 들으라는 듯이라는 표현도 있다 보니 어느 쪽을 의도하셨는지 궁금합니다



>>365
그 시기 인근 주민들에겐 재앙이었겠군요 크레티스(당시에도 크레티스가 있었다면요, 아니면 다른 나라?ㅎ)에서 국가적 재난 사태로 봤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고어한 부분은 피해 주신다니 안심되네요 감사합니다!

367 ◆8nz3IZH4M2 (TgA4yoxXnI)

2023-02-18 (파란날) 20:34:34

>>366

1. 네 맞습니다. 이곳저곳 돌아다닌건 엄청 오래되었고 그 다음은 책을 읽어서 지식을 습득했는데 생각해보니 바뀐 뒤론 가보지 못했었어서 그래요. 즉 책을 읽은뒤론 바엘 섬 가본 적은 없습니다!

2. 넵! 들으라고 한겁니다!!

3. 블랑이 한창 괴로워할 시기라.... 그래서 이곳 저곳 돌아다니던 시점이기도 합니다!!

368 레아 — 블랑 (ziod4zjNFc)

2023-02-18 (파란날) 23:03:08

얼굴의 열기는 아직 다 식지 않았지만, 흑룡이 초콜릿을 마저 먹는 모습을 보자 마음이 놓였다. 그저 인사치레였다면, 섭식이 불필요한 용이 굳이 또 먹지는 않을 테니까. 아마 취향에 맞는 거겠지. 다행이라 여겼으나 이내 회의감이 들었다. 과연 다행일까? 고의적으로 무례한 짓을 해 놓고는 내 속 편해지자고 만든 건데. 작정하고 한 짓이고 또 저지를 수도 있는 짓이라 사과가 무의미하다 해도, 이렇게 북 치고 장구 치는 식으로 께름칙함을 무마하고 마는 건 비겁하다. 버릇이라도 들었다간 아주 고약스러운 꼴이 될 테고. 그러니 다음엔 이러지 말자. 어떻게 하는 게 합당한지는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오늘처럼은 굴지 말자.

아직은 막연한 다짐과 함께 (드디어 적당히 식은) 차를 마시는데, 바엘 섬에 가 봤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럼 <바엘 섬 탐사기 추적>에 나온, 돌고래와 비슷하게 생겼고 얼굴엔 미소를 머금었다는 상괭이도 봤을까? 다시 물으려는 찰나 그의 표정이 미묘하게 굳은 듯 보였으나, 긴가민가할 틈도 없이 잠잠해졌다. 기분 탓일까? 고개를 갸웃하는 사이 그가 덧붙였다. 너무 오래 전에 다녀와서 현재는 바엘 섬에 어떤 생물이 있을지 잘 모르겠단다. 지금은 모르는구나. 하긴 상괭이는 물속에서 사니까 보기 어렵겠다. 수중에 진을 칠 수도 없는 노릇이고.

공연히 책이나 뒤적이는데 그가 가고 싶은 곳이 있냐고 물었다. 하마터면 앞뒤 안 가리고 바엘 섬에 가 보고 싶다고 할 뻔했다. 상괭이를 직접 볼 수 있을지는 불투명했지만, 섬이란 곳이 어떤 지형인지도 궁금했다. 바다로만 둘러싸인 땅이라니 어떤 느낌일까? 책으로만 구경해 본 바다가 얼마나 넓은지, 파도 소리는 어떤지, 정말로 물 맛이 짠지, 밀물과 썰물 때 물 높이가 얼마나 다른지 직접 보고도 싶었다. 하지만.. 이내 마음을 고쳐 먹었다. 1달은 그다지 긴 시간이 아니고 벌써 사흘째다. 놀기만 하면 안 되지. 일단 용족의 언어가 음성 언어인지, 전음 같은 방식으로 주고받는 것인지부터 물어야....

그때 (들을 때마다 용족과 인간의 미적 기준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던) 미녀 운운하는 소리가 또 들렸다. 다시금 의아해졌다. 그는 왜 저런 말을 할까? 일전에 품었던 의문이 다시금 선명해졌다. 특정 종의 외형을 평가할 때 용족과 인간이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는가? 하지만 역시나 그에게 묻기는 난감했다. 인간이나 용족이나 개체마다 미적 기준에 크고 작은 차이가 있을 테고, 그 또한 용족의 일원일 뿐이니까. 이 문제는 용과 인간 모두 일정 수 이상의 표본을 확보해서 조사하기 전에는 답이 안 나오겠다. 그렇게 넘기려는데 그가 아침에 용이라고 일러 줬던 생도가 떠올랐다. 굳이 따지자면 그 생도야말로 미인이던데. 본체의 모습은 못 봐서 모르겠지만.

인간의 외모뿐만 아니라 용의 외모까지 생각한 탓일까? 불쑥 일부 귀족들이 귀애할 목적으로 강아지나 고양이를 구한다는 소문이 떠올랐다. 그러는 귀족들은 대체로 예쁘장하고 귀엽게 생긴 동물을 찾는다는데. 혹시 그들이 동물의 생김새를 보는 관점과 용이 인간의 외모를 보는 관점이 비슷할까? (자신을 비롯한 인간을 사육되는 동물에 빗대는 게 적잖이 괴이쩍지만, 스스로를 돌이켜 봐도 기왕이면 귀엽게 생긴 동물에게 더 끌리긴 한다.) 거기 생각이 미치자 그의 외모 언급이 묘하게 느껴졌다. 그에게 지성체가 아닌 동물 취급을 받는다고 느꼈던 적은 맹세코 단 한 번도 없다. 하지만 동물을 귀애한다는 귀족 중에는 그 동물을 가족보다 더 가깝게 여기고, 본인의 생활 수준을 낮추는 한이 있어도 동물 부양에는 비용과 정성을 아끼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그래서 혼란스러웠다. 상대를 진심 어린 교류가 가능한 존재로 대하는지, 귀애하는 동물처럼 대하는지는 어떻게 분별할 수 있을까? 생각할수록 미간이 찌푸려졌다. 이런 문제는 어떻게 해야 답이 찾아질지 모르겠다. 그렇게 머릿속이 먹통인 가운데 엉뚱한 말이 튀어나와 버렸다.

"그런 말씀 다른 용에게도 하십니까? 저라면 이상적인 미형의 용에게도 미남 미녀 소리는 안 나올 것 같은데 말입니다."

369 ◆Tkeoq3Vax6 (ziod4zjNFc)

2023-02-18 (파란날) 23:11:31

>>367
책 얘기를 답레에 넣어 보려고 여쭌 거였는데 도중에 머릿속이 꼬여서 백기 들었습니다😅 (상괭이는 현산어보에 상광어(尙光魚)라고 소개되었다기에 써먹어 봤습니다만..(._.)a )

레아가 듣고서 진지진지 열매를 먹어 버렸습니다😓 이으시는 데에는 문제가 없어야 할 텐데요😐

하긴 제정신이면 오히려 이상할 시기 같긴 합니다😢 사별의 고통은 극복하는 게 아니라 묻어 두는 거라는 말이 있던데 어떤 계기로 그나마 묻게 되었을까요? 5인방의 환생체와 재회하면서라든가?🤔

370 ◆8nz3IZH4M2 (TgA4yoxXnI)

2023-02-18 (파란날) 23:42:31

>>369

허허 무리하실 필요는 없었는데!! 일단 답레는 1시 이후에나 가능합니다 . .)

아 저정도야 뭐! 당연히 제가 대처해야할 부분입니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그 이후로 요람에 집중하면서 여러군데 여행을 다녔는데 결국에는 모두가 헤어지고 다시 만나면서 부숴지지 않는 인연으로 엮인다는 생각에 위안을 얻게 된거에요. 게다가 그들이 자신을 위해 희생한 것은 그들이 자신에게 무언가를 맡기고 스러져갔다는걸 인지하는 순간 그 슬픔을 안고 일어난 것이죠

371 ◆Tkeoq3Vax6 (tn.OqtrOHE)

2023-02-19 (내일 월요일) 00:36:35

>>370
결국 포기했으니 무리는 안 했습니다😅 블랑주님도 무리하지 마시길!!

괜찮으시다니 다행입니다😀!!

회자정리 거자필반(會者定離 去者必返)인가요? 9중 결계로 감춘 문건도 그렇고 불교적인 내용이 많이 다뤄지는군요🙂

372 블랑 - 레아 (GCfdvjLKRE)

2023-02-19 (내일 월요일) 02:22:32

"응? 내가 빈말을 한다고 생각하는가?"

그가 천천히 턱을 쓰다듬으면서 잠시간 진지한 표정을 지어보인다. 확실히 자신이 그녀에게 장난을 많이 치긴 했다만, 그렇다고 농담을 크게 한 적은 없던것 같다고 떠올리며 아쉬운 마음을 뒤로 넘긴다. 그렇긴 하더라도 확실히 그녀가 좀 믿지 못할 이야기는 맞는 것 같았다. 생각해보자, 알게 된지 얼마 안된 상대에게, 그것도 아예 다른 종족이 자기 보고 잘생겼다, 혹은 이쁘다고 한다면 누가 믿겠는가? 당장 블랑 본인이더라도 조금은 미심쩍은 눈으로 바라보게 될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그녀의 반응도 확실히 당연하게 느껴진다. 그래도 그것을 떠나서 자신은 레아 본인이 마음에 든 것도 사실이다. 이성적인 면 보다는 본인의 내면이 확실히 무언가 이끄는 힘이 있다고 해야할까? 그녀 본인은 딱히 신경쓰지 않겠지만, 어쩌면 정령들이 그녀를 따르는 것도, 혹은 많은 이들이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것도 그녀의 내면이 무언가를 끌어당기는 것이 있는 것일지도 몰랐다. 어쩌면, 자신이 그녀를 이렇게 붙잡게 된 것도 행운일 수도 있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그녀의 질문에 답해주는 그였다.

"일단 난 다른 용들에게 해본적이 없다네. 그대들 말로는 외톨이, 아웃사이더 등으로 일컫을 수 있겠지. 물론 자네가 하는 말이 일리도 있다네. 다른 종족이 그 종족의 눈으로 바라보고 이야기 하는 셈이니까, 말이지. 허나 말이야."

그가 살짝 자세를 틀어 그녀에게 상체를 들이민다. 적황색의 부드러우면서도 강렬한 눈동자가 그녀를 응시한다. 그 두 눈에는 여지껏 보여줬던 장난기같은 것 없이, 그녀를 정확히 담아내고 있었다. 하지만 그가 지금 바라보고 있는 것은 과연 그녀 본인 뿐만인걸까? 아니면 그 너머에 있는 무언가를 직시하고 있는 것일까? 그는 그렇게 생각할 겨를 없이 재차 말을 이어 나갔다.

"자네를 보고 있으면 미의 기준이 달라진다고 해야할까? 그대가 아름다운 것은 겉모습만이 아니야. 그 안에 깃든 내면, 그 마음이 중요한 것일세. 외모가 이쁜게 전부가 아니라는 거지. 저번의 그녀처럼 외모가 이쁘다고, 그 내면에 깃든 무언가는 지울수 없는게 사실일세."

그가 천천히 손을 뻗어서 그녀의 머리에 손을 얹는다. 따스하고 부드러운, 상냥함이 담긴 손길이었다. 그렇게 머리가 헝클어지지 않게 조심스레 쓰다듬으면서 그가 부드럽게 미소를 머금는다. 뭐라고 해야할까? 조금은 곱슬거리는 느낌과 더불어서 마음이 편안해지는 감촉이라 하는게 걸맞지 않을까? 그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편안한 목소리로 다시 말을 이어갔다.

"자신감을 가지게나. 그대는 그대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잘 하고 있고, 또 잘 해낼 것이야. 내가 장담해주겠네. 내가 말한 것, 잊지 않았겠지?"

그러나 그 순간, 장난기가 동한 것일까. 그의 눈가로 장난꾸러기 같은 눈빛이 스쳐지나가지만, 이내 오늘만큼은 그만 두자는 듯 머리에서 손을 떼내고는 다시 남은 차를 모두 들이키는 그였다.

373 ◆8nz3IZH4M2 (GCfdvjLKRE)

2023-02-19 (내일 월요일) 02:23:49

>>371

결국 늦어버렸군요!! 좀 많이 늦게 온 터라 최대한 빨리 쓰려다보니 어색한 부분이 있을까 걱정이네요....

여러가지가 짬뽕된 것도 있으니 나중에 한번 찾아보시는 것도 재밌을지도!!

374 ◆Tkeoq3Vax6 (tn.OqtrOHE)

2023-02-19 (내일 월요일) 10:31:29

>>373
이번에도 생각할 거리가 많아지는 레스네요😐 아직 머릿속이 뒤죽박죽입니다😅 정리해야 답레 쓰는데..😓

판타지 요소가 많다 보니 불교 말고 다른 것도 많이 써먹으셨나 보군요🙂 확실히 그런 거 알아볼 안목이나 지식 있으면 찾는 것도 재미겠습니다 (TMI입니다만 답레 보면서는 엉뚱하게도 아웃사이더의 노래 외톨이를 떠올려 버렸습니다😅)

375 ◆8nz3IZH4M2 (TN3LRWX.mY)

2023-02-19 (내일 월요일) 11:48:43

>>374

그냥 젊은 용의 철딱서니 없는 행동이라고 보셔도 괜찮은데....!!

어.... 노린건 아니지만 그리 되버렸군요! 그리 받아들이셔도 괜찮겠네요!!(내가 따돌림 당하는게 아니야! 내갸 세상을 따돌리는거야!!(?)) 그리고 8은 꽤 많은 곳에 쓰였으니 알아보시면 재밌을꺼에요! 예를 들면.... 야마타노오로치의 머리와 꼬리는 8개라던가?

376 ◆Tkeoq3Vax6 (tn.OqtrOHE)

2023-02-19 (내일 월요일) 12:11:03

레아의 진지병은 아무래도 불치병에 가까운 듯합니다😅 그럴 거 같아서 시트에도 넣은 거입니다만..😓 너무 진지하기만 하면 재미없다고 하신지라 좀 찔리는군요🙄 놀자고 하는 건데😑

세상을 따돌립니까😮?! 근데 대빵님 같은 친구(?)도 있고 또 용들이 원래 다른 용들이랑 안 어울리는 독고다이 타입이라고도 하셔서 헷갈리지 말입니다🤔 오로치는 ㅋ 퍼드에서 본 일러 말고는 아는 정보가 0에 가깝습니다만😅 옛날에 사람들이 8이라는 숫자에 의미 부여를 많이 한 것 같기는 하군요🙂

377 ◆8nz3IZH4M2 (TN3LRWX.mY)

2023-02-19 (내일 월요일) 12:25:49

>>376

앗....!! 그런 의미는 아니에요!! 너무 긴장되어보이고 불편해 하는거 같으니 편하게, 긴장 풀고 있으라는 뜻이었어요!@

아앗.... 드립입니다 설마 진짜 그럴까욬ㅋㅋㅋㅋㅋ 그리고 저번에 블랑이 했던 말은 불교관에서 감각에 대해 말하는거에요, 직감을 넘어선 무의식(즉 말나식), 그리고 그 저편에 있는 아뢰야식도 따지자면 제 8감각이니까요. 여담으로 건볼트의 세븐스는 저 말나식이 모티브로 알고 있습니다!

378 ◆Tkeoq3Vax6 (tn.OqtrOHE)

2023-02-19 (내일 월요일) 13:32:18

상호 작용에 기반한 놀이는 저만 재밌다고 장땡인 게 아니다 보니 과한 진지함이 불편하진 않으실까 제 풀에 찔린 겁니다😅 괘념치 않으셔도 괜찮아요🙂!! 암튼 계속 궁리 중입니다(: ) (' ') ( :) (. .)

아 듣고 보니 8번째네요ㅎㅎ 건볼트는 뭔지 몰라서 검색해 봤는데 7번째 식이 모티브라 이능력을 세븐스라고 부르는 거려나요🤔?

379 ◆8nz3IZH4M2 (TN3LRWX.mY)

2023-02-19 (내일 월요일) 14:08:45

>>378

아유, 괜찮아요! 저도 잘 즐기고 있어요!! 찔리실 필요 없습니다!!

제가 알기로는? 그렇습니다. 일단 이 말나식이, 육감과 야뢰아식을 이어주는 감각이에요. 즉 야뢰아식과 육감을 중재하여, 오감과 번뇌, 육감을 계속 유지시키는게 제 7감각인 말나식인 셈이죠. 즉 의식과 무의식의 경계를 이어주는 감각이라 보시면 됩니다.

380 레아 — 블랑 (tn.OqtrOHE)

2023-02-19 (내일 월요일) 17:44:05

빈말이라, 그런 생각은 없었다. 그보다는 다른 종의 미적 요소에 대한 평가가 대등한 교류 상대로 여기면서 이루어지는 것인지가 의문이었다. 인간은 (적어도 인간이 사회를 구축한 영역에서는) 다른 동물 종보다 우위를 점할 수 있기에 여타 동물이 인간보다 하등하다고 여긴다. 그러나 용과 인간을 견주면 (굳이 비교하는 게 우스울 정도로) 인간이 신체 능력은 물론 신체 상태에 좌우되는 의지력도, 마력도, 지성도 부족하다. 그런 이상 용은 인간을 하등 동물로 여길 수밖에 없지 않을까? 인간을 다른 동물과 다르게 볼 수 있는 점을 굳이 꼽자면 의사소통이 가능하다는 점일 텐데, 그조차도 용의 언어는 인간이 모르고, 용이 인간의 언어로 의사소통을 해 주는 수준이다. 그렇다면? 용이 인간의 미를 거론하는 게 인간이 강아지나 고양이 같은 동물을 보고 예쁘다, 귀엽다 하는 것과 본질적으로 어떤 차이가 있을까? 물론 안다. 그는 나를 대등한 지성체로 대해 주고 있다는 거. 아니었다면 내가 지금처럼 지내고 있지도 못하지.(어떻게 해도 그가 원하는 대로만 되는 내기를 걸기도 했지만) 하지만 난 인간이라 용과 인간의 명백한 격차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고, 그래서 생김새 얘기가 나오면 귀애받는 동물이 된 것 같은 묘한 기분이 들어 버린다. 하지만 이런 심정을 어떻게 해야 조리 있게 전달할 수 있을까?

이리저리 궁리하는 중에 그의 답변이 이어졌다. 정말로 동족과는 교류가 적은 모양이구나. 그때, 그가 앉은 자리에서 훅 거리를 좁혔다. 일순 움찔했다가 속눈썹이 짙게 드리워 뚜렷한 눈매로 시선이 이끌렸다. 맑은 날의 노을 같은 선연한 적황색 눈동자가 마치 잔잔한 수면처럼 레아를 비추고 있었다. 이전까지의 따스하지만 조금은 장난스럽던 분위기와는 달리 예리하면서도 뭔가를 찾아내려는 집요함마저 엿보이는 눈빛이었다.

속이 파헤쳐지는 듯한 기분에 압도되어 눈을 질끈 감는데, 뜻밖의 말이 귓전을 울렸다. 미의 기준이 달라진다고? 어리둥절한 나머지 도로 눈을 떴다. (여전히 그의 눈동자에는 레아의 모습이 비치고 있었고, 레아가 무심결에 제 머리칼을 묶듯이 움키자 그와 똑같이 움직였다.) 내면이라니, 그는 분명 독심술은 안 쓴다고 했는데. 내 마음이 어떨지 어떻게 알고? 그 순간, 일상적인 경험에서 쌓여 왔지만 머릿속에 묻혀 있던 정보가 생생해졌다. 평소 친근하거나 긍정적으로 여기는 상대는 실제로 어떻게 생겼는지를 떠나 인상이 좋아 보인다. 다른 집 아기가 아무리 오밀조밀 예쁘게 생겨도 내 조카가 제일 귀엽고, 초면엔 뚱하거나 매서운 분위기다 싶었던 사람도 친해지고 나면 한결 훈훈하고 밝아 보인다. 흑룡이 마음이라고 가리킨 것도 그런 게 아닐까? 그러니까, 친근감이 든다는 의미! 그렇게 생각하니 그가 생도 행세를 하는 용의 외모에 박한 것도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사이가 정말 나쁘구나.

그렇게 실마리를 찾자, 앞서 떠올렸던 의문을 되짚을 힘이 생겼다. 상대를 진심으로 대하는지 동물처럼 대하는지를 어떻게 분별하는가? 분별 불가능하다. 상대를 대하는 방식을 가르는 기준은 종이 아니라, 자신이 감정 이입 하고 애착을 가졌는지 여부니까. (영지민에게는 무심하면서도 귀애하는 동물에게는 안달복달한다는 귀족들의 소문이 심심찮게 들려오는 것도 그래서겠지.) 인간은 감정 이입을 하면, 그 존재가 인간이든, 이종족이든, 동식물이든(심지어 무생물이나 픽션 속 캐릭터라도!) 자신에게 근접한 존재로 의인화하는(?) 경향이 있다. 물론 그러면서도 이성적으로는 감정 이입한 존재의 한계 역시 인식할 것이나, 그 존재가 자신이 어려워했던 문제에 대한 조언이나 답을 해 줄 수 있거나 토론 같은 지적인 활동도 할 수 있다는 게 드러난다면? 대등한 지성체로 대우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어쩌면, 용도 비슷하지 않을까? 인간의 지성이 용에 비하면 초라한 수준일지라도, 그래도 용의 언어로 다양한 지적 활동을 해 보인다면, 인간을 다시 보게 될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그런 결론에 이를 즈음, 레아의 정수리에 온기 어린 손길이 부드럽게 덮였다. 흑룡은 어느새 부드럽고 편안해 보이는 미소를 띠고 있었다. 그 모습과 머리를 어루만지는 감촉이 어우러지니, 다시금 할머니와 부모님과 라민 선생님이 떠올랐다. (라민 선생님이 머리를 쓰다듬으신 적은 없지만) 수습 기간 끝나면 본가 한번 다녀올까? 딴 생각에 쏠릴 찰나, 그가 바위 절벽에서 해 주었던 격려를 상기해 주었다. 실낱같은 가능성이라도 붙잡을 줄 안다라, 정말 그럴지 한번 해 보자. 레아는 (손을 거두고 마저 차를 마시는) 그를 바라보며 머릿속을 정리했다. 그런 뒤 이제는 미지근하게 식은 차를 단숨에 들이켰다.

"용과 인간의 능력 격차를 생각하면, 저는 용에게 인간이 여느 동물과 다름없이 보이리라는 생각을 떨치기가 어렵습니다. 그런 탓에 블랑님이 저를 전적으로 존중해 주신다는 걸 알고, 블랑님의 아름답다는 표현이 저를 친근한 존재로 여기신다는 의미라고 짐작하면서도, 블랑님께 외모 얘기를 들을 때는 마치 동물처럼 귀애받는 듯한 착각이 들어 버립니다. 이 점 헤아려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제대로 표현된 걸까? 찻잔을 움킨 손이 떨렸다. 아직 더 중요한 얘기가 남았다. 레아는 심호흡을 하고 말을 이었다.

"그리고 용족의 언어가 음성 언어인지, 아니면 정신 파장을 맞춰야만 구사할 수 있는 것인지 알고 싶습니다. 만약 전자라면 인간을 비롯한 다른 종족이 배울 수 있도록 발음과 억양과 음절의 장단을 기록해 두면 좋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381 ◆Tkeoq3Vax6 (tn.OqtrOHE)

2023-02-19 (내일 월요일) 17:52:35

>>379
다행이네요:) 늦게나마 답레 올렸습니다..ㅇ>-<

말나식은 정신분석에 나오는 전의식에 빗댈 수 있으려나요? 6식이 의식, 7식이 전의식, 8식이 무의식 이런 식으로요? (이렇게 기계적으로 대응될 리가 있겠냐만요ㅎㅎ )

382 ◆8nz3IZH4M2 (TN3LRWX.mY)

2023-02-19 (내일 월요일) 22:58:59

>>381

큽...... 올릴 수 있을줄 알았는데 내일 새벽부터 어디 가야해서 오늘 일찍 자야하는지라 못 올리겠네요.... 대신 내일 이동하면서 답레 적어가지고 내일 아침 일찍 올리겠습니다!! 안녕히 주무새요 ㅠ

383 ◆Tkeoq3Vax6 (tn.OqtrOHE)

2023-02-19 (내일 월요일) 23:44:22

>>382
아이고 새벽부터 이동이라니..😨 기상부터 하드코어겠군요🥺 엄청 힘드시겠습니다😢
폰 작성은 불편하기도 하니 너무 무리하지 마세요🙂!!

384 ◆Tkeoq3Vax6 (qEY7t0FUsQ)

2023-02-20 (모두 수고..) 01:29:39

>>380
380에 넣으려다 깜박한 부분이 있어서 한 문단 수정하겠습니다😢! (연달아 이러네요 덤벙거려서 큰일입니다😓)
해당 문단은 바뀐 내용으로 봐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_ _)!!


속이 파헤쳐지는 듯한 기분에 압도되어 눈을 질끈 감는데, 뜻밖의 말이 귓전을 울렸다. 미의 기준이 달라진다고? 어리둥절한 나머지 도로 눈을 떴다. (여전히 그의 눈동자에는 레아의 모습이 비치고 있었고, 레아가 무심결에 제 머리칼을 묶듯이 움키자 그와 똑같이 움직였다.) 내면이라니, 그는 분명 독심술은 안 쓴다고 했는데. 내 마음이 어떨지 어떻게 알고? 그 순간, 일상적인 경험에서 쌓여 왔지만 머릿속에 묻혀 있던 정보가 생생해졌다. 평소 친근하거나 긍정적으로 여기는 상대는 실제로 어떻게 생겼는지를 떠나 인상이 좋아 보인다. 다른 집 아기가 아무리 오밀조밀 예쁘게 생겨도 내 조카가 제일 귀엽고, 초면엔 뚱하거나 매서운 분위기다 싶었던 사람도 친해지고 나면 한결 훈훈하고 밝아 보인다. 흑룡이 마음이라고 가리킨 것도 그런 게 아닐까? 그러니까, 친근감이 든다는 의미! 그렇게 생각하니 그가 생도 행세를 하는 용의 외모에 박한 것도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사이가 정말 나쁘구나.

→ 속이 파헤쳐지는 듯한 기분에 압도되어 눈을 질끈 감는데, 뜻밖의 말이 귓전을 울렸다. 미의 기준이 달라진다고? 어리둥절한 나머지 도로 눈을 떴다. (여전히 그의 눈동자에는 레아의 모습이 비치고 있었고, 레아가 무심결에 제 머리칼을 묶듯이 움키자 그와 똑같이 움직였다.) 내면이라니, 그는 분명 독심술은 안 쓴다고 했는데. 내 마음이 어떨지 어떻게 알고? 그 순간, 일상적인 경험에서 쌓여 왔지만 머릿속에 묻혀 있던 정보가 생생해졌다. 평소 친근하거나 긍정적으로 여기는 상대는 실제로 어떻게 생겼는지를 떠나 인상이 좋아 보인다. 다른 집 아기가 아무리 오밀조밀 예쁘게 생겨도 내 조카가 제일 귀엽고, 초면엔 뚱하거나 매서운 분위기다 싶었던 사람도 친해지고 나면 한결 훈훈하고 밝아 보인다. 흑룡이 마음이라고 가리킨 것도 그런 게 아닐까? 그러니까, 친근감이 든다는 의미! 하기야 대하기 편하고 친해지기 수월한 타입이라는 얘기는 학창 시절에도 더러 들었다. 그 덕에 붙임성이 썩 좋은 편은 아닌데도 대인관계가 그럭저럭 무던했고. (용에게도 그렇게 보일 수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못했지만.) 그렇게 생각하다 보니 그가 생도 행세를 하는 용의 외모(굳이 그 용의 외모를 언급한 건 본체도 미형 용이어서일 듯하다. 인간으로 변신할 때는 원하는 모습으로 꾸밀 수 있을 테니)에 박한 것도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사이가 정말 나쁘구나.

385 블랑 - 레아 (37hpHuPBqI)

2023-02-20 (모두 수고..) 09:16:20

"호오."

레아의 말은 정석에 가까운 것이었다. 당연히 자신이 존중을 담아서 행동했다고는 하지만, 상대방과 자신의 종족은 다른 시점에서 시야가 완전히 똑같을 수는 없었다. 그것을 부정할 생각도 없고 그걸 인정하는 것, 거기서부터 모든 대화가 시작되어진다는 걸 생각하면 그녀의 말이야 말로 정답이 아닐까? 의외의 곳에서 다가서는 안목이었다.
말의 의미가 같더라도 주체가 다르다면 당연히 그 의미는 왜곡되어 질 수 밖에 없다. 물론 블랑이 틀린 말을 한 것은 아니었다. 본인이 보기에도 그 금룡보다는 지금 레아가 내고 있는 광채는 아름다움, 그 이상의 무언가를 보여주고 있었다. 그렇기에 본인은 그것을 손에 넣으려고 꽤 얄팍한 계략까지 꾸몄었으니까.
그렇기에 그녀의 마음을 아예 이해하지는 못하는 것도 아니었다. 자신보다 훨씬 더 고등의 존재가 자신을 소중히 여기는 것은 어디까지나 인간들이 애완동물을 아끼는 개념일 수도 있었으니까. 당연하다면 당연한 생각이다. 그렇기에 크게 괘념치 않는 것도 사실이니까. 하지만 만약에, 정말 만약에, 그녀가 아주 큰 착각을 하고 있는 것마저 사실이라면?

"네 말은 지극히 당연하단다. 그리고 그리 생각하는 것은 어찌보면 납득이 갈만큼 확실한 이야기지. 허나,"

그의 시선이 천천히 레아를 향한다. 그것은 강욕, 강렬한 소유욕이었다. 어느 구전이건 설화건 용은 항상 강욕의 화신으로 나온다. 레어를 가득 채울만큼의 금은보화는 물론이요, 한 나라의 공주를 납치한 설화도 있었다. 어떤 이야기는 확실히 허무맹랑한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그 이야기들의 공통점은 전부 용을 욕망에 찬 무언가로 묘사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렇다고 해서 내 의견을 굽히고 싶다는 생각은 안 드는군. 오히려 그대를 더 옆에 두고 싶다는 생각뿐이야. 어쩌면 무례한 이야기일수도 있겠지만, 만에하나 그것이 친근하다는 의미나, 그대가 생각하는 것과 같은 동물의 귀여움이나 사랑스러움이 아니라면 어쩔텐가?"

여인의 손이 가느다랗게 떨린다. 아마 저 말들을 하기 위해 그만큼 용기를 내었다는 것이겠지. 그마저도 대단하고 존경스럽구나, 누군가 그랬지, 인간의 찬가는 용기의 찬가, 인간의 훌륭함은 용기의 훌륭함이라고. 그렇기에 그대가 가진 지혜와 용기의 빛은 그 어떤 것보다 아름답고 찬란한것이라 할수 있지 않을까. 뒤 이어지는 말에 그는 결국 자신의 추악한 일면이라 할 수 있는 강욕을 거두고 부드러운 미소를 머금었다.

"쉽지 않을 것이야. 용들은 따로 육성으로 대화를 하지 않으니까. 그저 의지를 담아서, 그대에게 해보인 것 처럼 전음으로 의사를 주고 담을 뿐이니까. 용들에게 있어 말은 꽤나 큰 힘을 가지니까 말일세. 무엇보다 그렇게 대화를 나누다보니.... 그대들 처럼 언어가 발달하지 못한 걸 수도 있겠네.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니까 말일세."

386 ◆Tkeoq3Vax6 (qEY7t0FUsQ)

2023-02-20 (모두 수고..) 14:36:18

>>385
헐 진짜로 아침에 쓰셨어😮 힘드셔서 못 쓰실 줄 알았는지라 확인이 늦었습니다😢 고생하셨습니다(_ _)!! 새벽부터 바쁘셨어서 컨디션은 어떠실지 모르겠군요8_8..

어쩌다 보니 미학적(?) 논쟁이 되어 버렸네요 그럴 의도는 없었는데..😅

용들의 언어가 음성 언어가 아니라니, 레아가 품었던 포부는 안녕이로군요..(._.)a

아 레스 읽다가 궁금해진 건데, 금용 누님 폴리모프한 인간형 모습 말고 본체인 용 모습은 용들에게 미형으로 여겨질까요? 어떨까요?🙂

387 ◆8nz3IZH4M2 (37hpHuPBqI)

2023-02-20 (모두 수고..) 15:11:22

잠깐 멘탈이 오락가락해서 >>381 답과 같이 드릴께용!!

1. 굳이 설명하자면, 예 그렇습니다! 여섯가지 감각에서 저장된 감각들이 서브드라이버에 일시 보관되고 또 뽑혀진 데이터를 계속 발생시키는 분기점 역할을 하는데 이 서브드라이버이자 분기점이 말나식이 되는 셈이죠!

2. 레아가는 귀여우면서 이쁘고 사랑스럽기가 일품이니 이를 과학적으로도 증명할 수 있다!!(????)

3. ? 역으로 엄청난 발견을 할 수 있을텐데.... 살짝 귀뜸을 하자면 용의 언어가 없을 뿐이지 의사소통은 가능하단거잖아요? 통신을 예를 들어 설명하면 주파수는 다 제각각이어도 결국 주고 받는 코드는 다 일정해야지 상대방과 통화가 되고, 다른 사람과 통화를 하더라도 결국 쌍방이 동일 규격의 코드를 사용하잖아요. 그러면 그 파형을 일부나마 해독하고 원리를 적용시킨다면?

4. 다른 용들 기준으로는 미형체 맞습니다. 블랑의 미의식이 좀 특이한 점이 없잖아 있어서....

388 ◆Tkeoq3Vax6 (qEY7t0FUsQ)

2023-02-20 (모두 수고..) 16:13:15

>>387
1. 그거보다 더 깊숙한(?) 게 아뢰야식이고 문건에 적힌 건 이뢰야식보다도 더 깊숙한 무언가...일까요

2. 어 블랑주님이 이렇게 직접적으로 말씀하시는 건 처음인 거 같습니다😅

3. 근데 개별 용마다 의사소통 가능한 정신 파형이 다 다른 거 아닌가요😮? 저는 그렇게 이해했는데 잘못 이해한 건가요?

4. 특이할 거까지야 있겠습니까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리즈 시절 외모도 누군가한텐 비호감상일 수 있는 거 아니겠습니까

389 레아 — 블랑 (qEY7t0FUsQ)

2023-02-20 (모두 수고..) 16:19:49

외모 평가가 거북한 심정이 잘 전달됐을까? 숨을 삼키고 있자니 흑룡이 당연한 이야기라며 긍정했다. 표정도 레아가 그 얘길 꺼내기 전과 마찬가지로 평온해 보였다. 그 선선한 태도에 레아는 스스로에게 물었다. 용이 아니라 인간에게 미인이란 얘기를 거듭 들었다면 어땠을까? 모르겠다. 어릴 때는 몰라도 왕립대학에 진학한 뒤에는 그런 얘길 면전에서 들은 적이 드무니까. (귀족들의 사교계에서야 낯 간지러울 정도의 외모 찬사가 인사처럼 여겨지기도 한다지만, 적어도 대학과 연구소는 남의 외모 평가를 대놓고 하는 건 교양 없는 처신으로 간주하는 분위기였다. 뒤에서야 -사실은 용인- 그 생도가 회자되듯이 말이 나오기도 한다만) 그래도 생각해 보면, 실장님이나 전임 연구원님 같은 상사에게 평가받을 경우 아무래도 착잡해질 것 같다. 착실하고 순해 보인다며 같은 일을 해도 좀 더 긍정적인 평가를 받은 경우가 전혀 없다고는 못 하겠지만, 그런 이점을 누릴 수 있었던 것이 감사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일터에서 가장 중요한 평가 기준은 업무 능력이어야 한다고 생각하니까.

그때, 잔잔하고 부드럽던 흑룡의 눈빛이 바뀌었다. 키 차이로 인해 내리꽂히는 시선이, 따뜻하지만 함부로 접근했다간 데일 것 같은 불꽃처럼 이글거렸다. 마주 보기는 거북한데 피해지지는 않는 그런 눈빛으로 그가 말을 이은 순간, 쓴웃음이 나왔다.

"전 아직 서고 관리나 비서 일을 시작도 안 했습니다.."

난감하다. 외모든 내면이든 업무와는 상관이 없을 텐데 옆에 두고 싶다니, 이건 완전히 업무 외적인 평가잖아. 그런데 당혹스러운 말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친근하다는 의미도, 동물 귀여워하듯 보는 것도 아니면 어쩔 거냐니? 얼떨해 눈만 끔뻑거렸다. 그가 그렇게 생각하는 거야 그의 마음이지. 내가 뭘 어쩌나? 내가 어쩔 수 있는 영역이긴 한가? 잠시 멍해졌다가 찻잔을 쥐었으나, 잔은 이미 빈 채였다. 빨리도 먹었다. 찻주전자에서 마저 따라 마시려니 갓 따른 찻물은 아직 뜨겁다. 이러라고 주전자에 덮개를 씌운 거겠지만, 뜨거운 거 못 먹는 사람은 힘드네. 그래도 정신은 들어서 두 손으로 깍지를 끼고 대답했다.

"생각을 바꿔 주십사 하는 게 아닙니다. 제 외모 얘기를 제게는 안 해 주십사 청한 겁니다."

그런데 친근감을 느끼는 것도, 동물처럼 보는 것도 아니면 뭐지? 인간이 미술품이나 꽃 보면서 감탄하는 거랑 비슷한가? 꽃이라, 굳이 따지자면 그쪽에 가까울 듯하다. 미술품은 잘 관리하면 오래도록 보존 가능하지만, 꽃은 아무리 애써도 금세 시드니까. (인간의 외모는 꽃보다야 오래 유지되는 편이지만 그래 봤자 용에게는 한철일 테고) 생각을 이어가던 중 레아는 제 머리칼을 꼬았다. 그의 생각이 어떤지 추측해서 뭐하나? 타자의 생각은 내가 왈가왈부할 영역이 아닌데. 그래서 잡념을 털려는 듯 꼬던 머리칼을 손으로 빗질해 넘겼다.

그러던 중 미소와 함께 돌아온 답. 용족은 음성 언어가 아니라 전음으로 의사소통한다. 젠장, 음성 언어면 기록해 둘 경우 여러모로 유의미할 거라고 기대했는데! 하긴 음성으로 의사소통을 했다면, 이제까지 용학을 연구한 인간이 수두룩한데도 여태 용어(龍語)가 안 알려졌을 리 없네. 그러면 어쩐다? 전음과 비슷한 방식이면 어찌어찌 배운다 쳐도 다른 사람한테 가르치거나 널리 알릴 방도가 있을지 모르겠다. 아니, 배우는 거조차 주님 찾고 싶어지게 기 빨리는 과정일 테고. (마력을 지닌 사람이면 그나마 좀 수월하게 익히려나? 하지만 그래서야 일부만 배울 수 있는, 특권적인 지식이지 않을까?) 음성 언어도 안 쓸 정도면 문자는 더더욱 없겠다. 용족의 의사소통 수단 연구는 답이 안 보이네. 기운이 쭉 빠졌다. 멍하고 답답했다. (물론 힘들더라도 따로 배워 보고 싶긴 하다. 발바리아를 세웠다는 그 용에게 욕을 퍼붓고 싶은 마음도 아직 있고. 하지만 연구 주제로 삼기는 글렀다는 게 허탈했다.)

넋을 놓을 뻔했다가 두 손으로 제 볼을 찰싹 쳤다. 아니지. 낙담하면 안 되지. 선행 연구와 겹쳐서든, 막상 연구하려니 자료나 근거가 부족해서든, 구상했던 주제가 엎어지는 일은 드물지 않다. 그럴 때마다 기죽으면 연구 못 한다. 새 주제 찾아야지. 제일 먼저 떠오른 건 여지껏 그에게 들은 정보(그와 같은 외양은 용의 이형이라거나, 용의 개체 수가 감소하고 있다거나, 용은 일정 시기가 지나면 섭식은 불필요해지는 대신 수십 년에서 수백 년에 걸쳐 수면해야 한다거나, 개별적으로 생활하지만 대표를 뽑기도 하고 때로는 모임도 갖는 등 사회적 교류가 전혀 없진 않다거나 하는 내용)을 정리하고, 그에게 용의 생태에 대해 더 묻는 것이었다. 제일 손쉽겠지만 그대로는 한계가 명백하다. 어떤 일이든 단일 사례만으로 일반화하는 건 무리라, 연구를 제대로 하려면 교차 검증이 필수니까. 그런 이상 다른 용도 관찰하든 취재하든 해야 하는데.. 관찰은 훔쳐보는 게(흑룡에게 들키기 전엔 훔쳐보는 거라고 생각도 못 했지만) 께름칙한 건 둘째 치고 들키기 십상이겠고, 취재는 인간에게 우호적인 용을 찾는 게 난관이겠다. 이건 좀 장기적으로 추진해야 할 일 같네. 그러면 요람의 용학 문헌(온갖 문헌이 다 있는 모양이니 아마 용학 문헌도 있겠지.)을 샅샅이 뒤져서 아이디어를 찾아보는 게 나을까? 선행 연구를 살피다 보면 미처 연구가 덜 된 부분이나 안 된 부분이 보일지도 모르는데. 궁리하다 보니 입맛이 쓰다. 마음 다잡아도 원점에서 시작하는 건 참 꿀꿀하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레아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서고에 있는 책을 좀 봐도 괜찮을지요?"

흑룡의 말대로면 내가 연구를 계속하는 게 사서로서의 업무 수행이겠지? 일하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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