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96733071> Project : Cradle # 1(START;) :: 1001

◆8nz3IZH4M2

2023-01-20 16:42:24 - 2023-05-14 01:14:15

0 ◆8nz3IZH4M2 (YPiXZsP.Sg)

2023-01-20 (불탄다..!) 16:42:24

모든 이들은 요람에서 태어나, 무덤으로 돌아간다고 하지.
자 그럼 말일세.
그대들의 뿌리를 찾기 위한 흔적은 어디서 찾겠는가?

- 세상의 끝에서, 방문자에게 -

>>1 레아 파벨(Leah Paviel)
>>2 블랑느와르(Blanc-Noir)

321 ◆8nz3IZH4M2 (kuCp8acYpQ)

2023-02-15 (水) 19:51:56

>>320

두눈 시퍼렇게 드고 있는데 안자면 호오온날거 같아서 잠든 블랑입니다!!

0-1. 그냥 평범한 어류관련 서적입니다. 내용상으로 비슷한걸 떠올리자면 [현산어보를 찾아서] 랑 같겠네요.(실제 있는 책입니다.)
0-2. 자주 꾸는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꿀때마다 임팩트가 있는 꿈이라 꾸고나면 조금 뒤숭숭한 정도? 그리고 이건 음.... 패스!!
0-3. 아, 얘네 음식 자주 훔쳐먹습니다!! 걱정 안하셔도 되요!! 지들끼리 과일창고 털어다가 맛있게 냠냠 먹을꺼에요!!

1. 블랑은 결국 그렇게 대폭소라 불리우는 오렌지 병으로 인해 사망하게 되고(야인시대 극톤)

2. 메인 퀘스트의 개념보다는 음.... 그냥 모바일 게임들의 각 챕터 같은 느낌이려나요!! 다만 이제 그게 전부 일상인 셈이죠!! 뭐 일상이라 해도 기묘한 이야기들도 있을테니 그건 차차 풀어가봅시다!!
그리고 대빵님은 요람 존재까진 몰라도 블랑이 책을 모으는건 알고 있어서 가끔씩 빌리러 옵니다!! 그래도 서로 신뢰할만한 동료사이다보니까 블랑도 믿고 빌려주는거고요!!

3. 원래 종교국가 같은데도 겉부분은 밝고 휘황찬란하지만 속안은..... 읍읍....

322 ◆Tkeoq3Vax6 (YSF8aqRxSY)

2023-02-15 (水) 20:35:45

역시 착한 어린이(??)입니다:)

0-1. 설명 감사합니다! 답레에 써먹을 건덕지를 찾아야.. (오늘은 못 올릴 거 같고 내일까지는 쓸게요8ㅁ8!! )
0-2. 꿈자리가 사납긴 한가 보군요 271의 그 유언 남긴 양반이 죽는 꿈일지, 시트의 [스포일러]와 관계된 꿈일지, 아니면 뭐 다른 꿈일지는 1도 모르겠습니다만, 패스라고 하시는 거로 보아 발 뻗고 자기 힘든 시기가 짧지는 않았을 거 같습니다..:(
0-3. 정령님들 초콜릿은 먹나요? 아니다 그 이전에 초콜릿이 있는 세계려나요? (음료로 마시는 초콜릿 말고 오늘날 시판되는 그런 거요)

1. 오렌지 병이 뭔지 몰라서 검색해 봤더닠ㅋㅋ;;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니 당사자는 자폭(?)해도 누구 하나 폭소라도 하게 했으면 성공이네요 ^ㄷTa

2. 블랑님과 레아가 엮이기 좋은 소재를 찾는 게 관건이겠군요 노력해 보겠습니다:) 그나저나 용족은 문자가 없다고 하셨으니 책이면 대개 인간이나 아인종이 제작해 낸 거일 듯한데 지금 대빵님도 하등 생물(??)의 문물에 관심 갖는 괴짜로군요!

3. 종교국가 같은 나라면 설마 제정일치인가요? 황제가 종교 수장도 겸하는? 근데 속이 대체 얼마나 딥다크하기에..;; :(

323 ◆8nz3IZH4M2 (HcYjw2b/HM)

2023-02-16 (거의 끝나감) 01:17:32

>>322

에궁.... 답레에 너무 부담가지지 마세요!! 장문도 좋지만 어디까지나 무리하지 않는게 최고랍니다!!

0-3. 네! 먹습니다!! 그리고 고형 초콜렛 있어요!! 무려 식문화에 진심인 국가가 바로 캐놀라인 제국입니다!! 동아시아 문화권이 적당히 짬뽕된 국가라서 먹는거에 비교적 진심이라 완벽히 저희랑 같진 않아도, 고형 초콜렛은 존재합니다!!

1. 울지마요!! 그래도 그렇게 놀리더라도 레아는 진심으로 아끼니까 아마 자연스럽게 등장하면서 자기소개를 하지 않을싸요!!

2. 어우, 처음에는 이 별종 하더니 요즘에는 인간들이 쓰는 소설이 그리 재밌다고 합니다. 상상력 쮝이네 하면서 다음권 내놔라고 하며 바리바리 싸들고 가요.(.....)

3. 아 일단 제정분리인데, 황권이 엄청 셉니다. 종교가 힘을 많이 못써요. 종교 힘이 비등비등한 곳이 캐놀라인인데 여긴 지역이 케바케라.... 나중에 교국도 한번 기행갈 예정이니 한번 보시죠!!

324 ◆Tkeoq3Vax6 (dceYS/SOBU)

2023-02-16 (거의 끝나감) 11:00:58

>>323
무리 안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사실 어제 쓰다 잤어요 (_ _)zzz )

초콜릿 있다니 잘됐네요 :D

무려 아끼는 직원이군요X) 투명화 갑자기 풀려서 벌어지는 갑툭튀 귀신(?) 체험만 아니면 어떻게 소개하든 무난할 거 같습니다 (막둥이네 사장님이라고 잘 대접하지 싶군요ㅎㅎ)

....대빵님 뭐랄까 의외네요 근엄하고 점잖은 이미지일 줄 알았는데 반전:O 그래도 소일거리가 있으니 그런 거 못 찾은 용보다는 훨씬 덜 권태롭겠습니다 (나름 행복한 용생?)

종교가 힘을 못 쓰면 마녀 사냥 같은 건 없겠군요 (종교는 아편이라 누가 그랬나~) 반대로 종교의 영향력이 강한 나라는 어떤 분위기일지 ㅎㄷㄷ합니다 :(

325 ◆8nz3IZH4M2 (34rfgVtzoA)

2023-02-16 (거의 끝나감) 11:29:54

>>324

현생이 더 중요합니다!! 현생!! 피로감 느끼지 말고 천천히 쓰세요!!

캐놀라인 식문화가 중국이랑 많이 비슷합니다.... 얘네 일단 다리 달린거면 요리 가능하지 않을까? 지느러미 달렸으니 요리 가능하겠지? 이게 일상이에요! 그래서 별의 별 요리도 많습니다!! 심지어 몬스터도 요리 해먹어요(......)

물론 블랑이 어떤 발언을 할지는 그때가서(?) 무슨 말이 튀어 나올지 몰라요? 후후후후

아 친해지면 친한 동네형 포스에요. 그래서 아마 꽤 충격적인 패션으로 등장할 지 모릅니다!!

그만큼 마공학이 발전한 동네다보니 마공학적으로 우성론이 좀 돌긴 합니다만.... 종교가 강한 나라는 의외로 멀쩡히 굴러갑니다. 일단 현 교황 본인이 꽤 개념 있는 분이다보니 종교가 굳이 하나여야 하나? 라는 입장도 있고요. 종교적 자유가 확실한 분이다 보니 막 이상한 이교도같은 게 아니면 본인도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요. 그래서 의외로 북방쪽이랑도 연이 있는 편이고요. 덕분에 안에 있는 강경파가 말썽이긴 하지만 극소수인데다가 현 추기경 대다수가 교황파라 분란은 적은 편입니다.

326 ◆Tkeoq3Vax6 (dceYS/SOBU)

2023-02-16 (거의 끝나감) 14:00:03

>>325
감사합니다 페이스 조절 잘해서 이을게요 :)

슬라임 푸딩 같은 거 있는 겁니까? 아니면 미래 식량이라는 곤충 튀김이라든가:ㅒ..

하긴 무슨 일이 터질지는 닥쳐 봐야 알겠군요 일단 수습 기간 사이에는 산 리노에 가야 할 일이 안 생기겠거니 하고 있습니다 그 사이에 가야 할 일이 있었다면 1달 잡고 탐사를 못 나섰을 거 같아서요

수면 바지 같은 거 입고 오지야 않겠죠 설마?(동네 형이면 가능성 없지도 않나..:[ ) 블랑님도 패션 센스는 별로라더니 두 용이 은근 비슷한 구석이 있나 봅니다:O 어쩌면 그래서 비교적 친분이 생긴 거일지도 모르겠군요

우성론 말씀하시니 나치 생각이 나 버리는데 말입니다;; (발바리아에서 음모를 꾸민다면 용의 힘을 보다 많은 개체에게 이식시키는 뭐 그런 생체 실험 류일 거 같습니다8ㅁ8 ) 교황 같은 존재가 권위를 지니는데도 종교 쪽이 허용적인 건 의외군요 레아 레스에서 마녀사냥스러운 화형 암시를 몇 번 했었는데 그건 강경파가 설치는 거쯤으로 취급해야겠습니다(._.)a

327 ◆8nz3IZH4M2 (HcYjw2b/HM)

2023-02-16 (거의 끝나감) 14:17:42

>>326

설국열차식 단백질 바(네 그거 맞습니다 떠올리시는 그거)도 있는데 뭔들 없을까요

블랑 : "아버님! 따님을 (업무상 직원 채용으로) 제게 주십시요!!"

퍼렁색 츄리닝 바지에 나막신 질질 끌고 부스스한 머리로 등장예정입니다(....)

겉으로 보기엔 꽤 멀쩡한 동네고 겉으로 티는 안나니까 별문제는.... 없을까요? 아 그리고 그거로 굳이 취급안하셔도 됩니다!! 전전세대까지만 해도 메카시즘 비스무리하게 광적인 마녀사냥이 있던것도 사실이라..... 그래서 전대, 당대 교황이 2대에 걸쳐서 최대한도로 뜯어고친게 지금이라서요!!

328 ◆Tkeoq3Vax6 (dceYS/SOBU)

2023-02-16 (거의 끝나감) 15:06:22

>>317
.....그거 먹는 체험은 안 하고 싶군요:ㅒ 양갱은 맛있지만 :d

레아의 내적 비명과 오해 방지를 위한 발악(;;)이 상상되어 버리지 말입니다 블랑님은 레아한테 장난 치고서 반응 보는 데 맛들인 게 틀림없습니다(._.)a

세상에! 아무리 그래도 남의 집인데:O.. 무슨 자기 집에서 자다가 화장실 가는 듯한 패션ㅋㅋㅋㅋ 대빵님 위엄 쩜;;;

아 그게 자유 상극에서이긴 합니다만 레아 본인이 화형당할지도 모른다고 위협 느꼈던 거라 당대에도 어느 정도 위험은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situplay>1596715072>131

329 ◆8nz3IZH4M2 (HcYjw2b/HM)

2023-02-16 (거의 끝나감) 16:30:47

>>328

블랑 왈, 지들도 먹기 싫었는지 각종 첨가물은 넣고 먹는데 그래도 식감은 안사라진다 카더라요..... 물론 구호물자용으로는 꽤 성능은 나쁜편은 아니라 내용물을 최대한 바꾸는 방향으로 연구중이라는데 그게 벌써 40년차......

어우 솔직히 레스주가 보기에도 반응이 찰집니다. 그래도 그만큼 소중하게 대해주고 싶은것도 사실이라 여러가지 방면으로 신경써주고 있지요! 그래서 사실 레아주에게 정령(친밀도가 높아서)에 더해 리빙아머를 넘겨준 것도 실제 레스내 반응에서 블랑이 그만큼 레아를 신뢰한다는 의미도 들어가 있는거에요!

본래는 꽤 갖춰 입었는데 그.... 로드 일이 너무 귀찮아버린 나머지 품위고 나발이고 다 쓰레기통에 집어 던진다음 저리 살고 있다 카던.... 블랑은 그래서 절대 로드따윈 하지 않겠다 결심중인데 글쎄요.....

아, 그럼 살짝만 설정을 추가하죠! 어차피 어느시대건 광신도는 존재하기 마련이니 교국 극대과격파들은 진짜 그리 행동하는걸로!! 물론 교황이 나서서 처벌하지만 과격파 일부 지지층들이 이들의 활동을 지원하는 탓에 국제 문제로 대두중이라는 걸로!!

330 레아 — 블랑 (dceYS/SOBU)

2023-02-16 (거의 끝나감) 21:54:55

기세등등한 척했지만 사실 자괴감도 만만찮았다. 당사자가 알아서 하는 게 당연하고 마땅한 일에 무례하고 치사하게 참견하는 중이니까. 흑룡의 의사에 반(反)한다는 걸 알고도 저질렀으니 무례하고, 그가 정령들에겐 약하리라는 점을 이용했으니 치사하다. (이런 짓은 나중에 사과도 못 한다. 잘못인 걸 알면 애초에 안 했어야지, 해 놓고서 사과하는 건 우롱이나 다름없으니) 그러고 있는 스스로에게 환멸이 오는데도, 무르기는 싫었다. 무르기엔 늦었다는 이성적 판단-혹은 체념-이 아니라, 욕구나 희망사항에 가까운 감정이었다. 그래서 몸이 떨려도 뻔뻔스레 싱글거렸다. 제대로 된 웃음일지는 가늠이 안 됐지만.

그때 흑룡이 안대 역할을 하던 도마뱀 정령을 들어 옮기는가 싶더니, 어디 감췄는지도 몰랐던 책이 레아에게로 살며시 날아들었다. 얼떨결에, 한편으로는 부목(浮木)에라도 매달리듯 그 책을 부둥켰다. 뭐라도 붙들자 그나마 덜 떨리는 것 같았다. 그러나 그 직후 그만 울음이 터질 뻔했다. 탓하거나 나무라도 할 말 없는 억지를 선선히 받아 주는 게 미안해서일까? 아니면 누가 옆에 있는 걸로 안심하겠다는 말이 착잡해서일까? 언니의 결혼식이 끝나고 처음으로 온전히 내 방을 차지한 밤이 떠올랐다. 바라 마지않았던 순간인데 이상하게 스산하고 허전했던 기억이 난다. 언니가 쓰던 빈 침대를 보기 싫어 한동안 그쪽으로는 돌아눕지도 않았었지. 그때 깨달았다, 내 방을 갖고픈 소망과 별개로 언니의 존재가 어떤 안정감을 주었다는 걸. 그가 안심하겠다고 한 것도 혹시 그런 안정감-형제나 누이에게서 얻을 수 있는-을 느껴서일까? 그러고 보니 그의 원가족은 어떻게 되는지 모르겠다. 용족 특성상 이변이 없는 한 사별은 안 했을 것 같은데.

생각을 이어가다 그만 흠칫했다. 잔다는 이를 너무 빤히 보고 있었다. 레아는 정신을 차리겠다는 듯 머리를 빠르게 흔들고는 품 안의 책으로 눈을 돌렸다. <바엘 섬 탐사기 추적>? 지리서일까? 펼쳐 보니 어류며 조류며 해초류를 사실적으로 그린 그림이 단연 눈에 띄는 가운데, 각 생물을 요리하거나 약재로 쓰는 방법이 옛스러운 어휘로 세세히 적혀 있었다. 그래서 바엘 섬이라는 곳을 옛날에 조사했던 기록인가 보다고 짐작하는데, 그 뒤에 해당 기록의 사실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필자의 노력이 서술되어 있었다. 바엘 섬에서 생물의 외양이나 습관을 관찰하고는 원 기록에 그려진 그림과 비교하거나, 현지 주민에게 물어 가며 검증하는 과정이 용학 연구자들 못지않게 치열해 보였다. 이래서 <바엘 섬 탐사기>를 추적한다는 제목을 붙였구나. 좋은 책이다, 나도 더 정진해야겠다고 다짐하게 만드는.

마저 책장을 넘기는데 그 소리가 이상하게 튀었다. 주위가 너무 잠잠하다는 게 더 적절한지도 모르겠다. 퍼뜩 고개를 드니 정령들의 시선이 이쪽을 향해 있었다. 개중 손이 있는 녀석들은 조용히 해야 할 상황이냐고 묻기라도 하듯이 입 가운데에 손가락을 댄 채였다. 그가 잠들었나 보구나. 레아는 책을 살며시 덮은 뒤 마찬가지로 검지를 입에 대고는 다른 손으로 문을 가리켰다. 그런 다음 읽던 책은 책상에 두고는 최대한 소리를 죽여 가며 문을 열고 나왔다. 이후 마지막 정령까지 나오길 기다린 끝에 문을 닫으니 속이 한결 가뿐해졌다. 멀미에 시달리다 마침내 바깥 공기를 마신 기분이랄까? 역시 타자의 사적인 공간에 쳐들어가는 건 다시는 안 하고 싶다.

다리에 힘이 없어 주저앉을 뻔했다가 정령들을 보고 멈칫했다. 그들은 (아직 흑룡의 방 앞이어서인지) 조용히 있으면서도 레아를 빤히 올려다보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정령들은 식사를 했으려나? 테이블로 온 건 아침 식사 후인데. 신세도 졌으니 뭐라도 해 주고 싶다는 생각이 잠시 스쳤으나 이내 묶은 머리를 움켰다. 만들 줄 아는 거라곤 파베 초콜릿뿐이잖아.(케놀라인에서 유학 온 동기가 어린애도 만들 수 있다며 가르쳐 줬다.) 게다가 재료나 도구가 어디 있는지, 있기는 한지도 모르고. 그래도 여기 더 있을 상황은 아니기에 일단 식당으로 걸음을 옮기는데, 정령들은 식당에 이르기 무섭게 익숙한 듯 한쪽 구석으로 향했다. 뒤이어 창고의 문으로 추정되는 문이 열렸다 싶은 순간 갖가지 과일이 와르르 굴러떨어졌고, 정령들은 까르르 웃음을 터뜨리며 하나씩 집어먹기 시작했다. 뭐 해 주고 말고 할 게 없네.

그래도, 미련이 남았다. 막상 만들기 시작하면 혹할지도? 더구나.. 흑룡이 신경 쓰였다. 남에게 일부러 만들어 주기는 처음이었다는 아침 대접도 대접이지만, 아까의 무례가 특히 더 마음에 걸렸다. 알고도 저지른 이상(즉 비슷한 상황이 닥치면 똑같은 짓을 또 저지를 수 있는 이상) 사과하는 건 도리가 아닐지라도, 솔직히 뭐라도 하고 싶었다. 그래서 마침 이쪽으로 모이기 시작한(정령들이 다 먹고 나면 뒷정리를 하려는 것 같았다. 움직임이 일사불란한 게 이런 일이 종종 있는 모양이다.) 마법 기사 중 하나에게 말을 붙여 보았다.

"혹시 초콜릿이랑 우유가 있을까요? 아, 큰 볼이랑 냄비랑 젓개도요."

인간 말이 통하나? 말하는 걸 본 적도 없고 표정도 안 보이니 뭐 알 수가 있어야지. 그러나 그런 회의감이 채 가시기도 전에, 마법 기사는 동료(?) 몇 기와 함께 다른 쪽 귀퉁이로 가더니 그야말로 엄청난 양의 초콜릿과 우유는 물론 볼과 냄비와 젓개도 여럿 가져와서는 쓰기 좋게 놓아 주었다. 입이 딱 벌어졌다. 내가 하는 말도 알아듣네. 놀랍고 고마운 가운데 망설임이 일었다. 그에게 주려는 걸 그의 식재료와 도구로 만드는 게 가당한가? 출입증을 써서라도 장을 봐 와서 만드는 게 맞지 않나? 하지만 내키지 않았다. 출입증으로 이동이 가능한 건 흑룡의 마력 덕이라는데, 그걸 써서 학교로 갔다가 행여 흑룡이 말한 그 용과 맞닥뜨리기라도 한다면..? 몸서리를 칠 찰나, 어느새 과일을 먹다 말고(혹은 계속 먹으면서) 이쪽을 주시하는 정령들이 보였다. 레아는 심호흡을 하고는 어깨를 펴고 바로 섰다.

"파베 초콜릿이라는 거 만들려는데요, 같이 할래요?"

몰려오는 걸로 대답을 대신하는 그들을 보며 레아는 초콜릿을 용기에 부었다. 그런데 중탕을 하려면.. 레아는 초콜릿을 쏟은 볼보다는 작은 냄비를 정령들에게 건넸다.

"물 정령님, 불 정령님. 여기 물 담아서 좀 데워 주실래요?"

그 뒤부터는 일사천리였다. 초콜릿을 중탕으로 녹이는 사이 우유도 불 정령에게 데워 달라고 부탁했고, 그렇게 준비한 초콜릿과 우유를 섞자 이내 달콤한 향이 진동하며 먹음직스러운 반죽(?)이 되었다. 이제 이대로 굳히기만 하면....

"?!"

맙소사. 정령들이 언제 도왔냐는 듯 반죽을 한 움큼씩 집어먹기(불 정령은 아예 고개를 박고 먹기) 시작했다. 심지어는 그 손으로-혹은 얼굴로- 테이블과 벽과 바닥은 물론 서로의 몸에 그림도 그려 댔다. 이를 어째?! 답 없는 내적 절규가 되풀이될수록 머릿속은 비어 가고 헛웃음만 나왔다. 결국 레아는 자포자기(?)한 채 초코 그림 그리기에 동참해 버렸다.

――――――――――――――――――――――――――――――――――――――――――――――――

"이게 뭐예요.. 엉망이잖아요.."

한바탕 난리를 치른 뒤 마법 기사들이 초콜릿으로 칠갑이 된 식당을 치우느라 분주히 오가자 투덜거림이 절로 나왔다. 이 사달을 낸 공범으로서 가책이 들어 거들려고도 해 봤으나, 자신이 끼는 게 오히려 기사들의 동선을 방해하는 것 같아 그만두었다. 반면에 정령들은 이 사태와 무관하다는 듯 제 몸이나 다른 정령의 몸에서 굳어 버린 초콜릿을 떼어 먹어 가며 아주 싱글싱글이다.

"전 좀 씻을래요. 정령님들은 안 씻어도 되나요?"

레아의 물음에 정령들은 약속이나 한 듯이 씩 웃어 보였다. 그러더니 물 정령은 보란듯이 제 몸을 말끔히 씻어 냈고, 불 정령은 제게 묻은 초콜릿을 화르륵 재로 만들어서는 바닥에 흩뿌렸으며, 바람 정령은 손짓에 바람을 실어 초콜릿을 떨어 냈고, 흙 정령은 초콜릿이 묻은 부분을 흙으로 마저 덮었다. 레아 빼고는 모두 멀끔한 모습으로 돌아온 것이다. 한숨이 나왔다.

"..인간은 불편하네요."

왠지 억울한 기분으로 터덜터덜 욕탕으로 향하는데 정령들이 종종걸음으로 뒤따라왔다. 다 깨끗한데 왜 따라오지? 그랬다가 욕탕에 이르고서야 이유를 알았다. 물의 정령들이 탕에 물을 채워 주자 불의 정령들이 그걸 데우기 시작한 것이다. 벌써부터 몸이 훈훈해지는 기분이었다. 그렇게 장난을 치다가도 챙겨 줄 땐 확실히 챙겨 주는구나. 그러나 그런 온기도 잠시. 물에서 김이 모락모락 나기 시작했는데도 정령들은 나갈 기미가 안 보인다. 설마, 씻는 걸 보고 있을 참이야? 낯이 욕탕의 물보다 더 뜨겁게 달아올랐다.

"저, 저저저저! 나가 주시면 안 될까요? 씻을 때 보시면 창피해요!"

상식적인 요청이라 생각했으나 돌아온 답은 뜻밖이었다.

- 왜?

이구동성의 의문. 뒤통수를 거하게 맞은 듯 머리가 띵했다. 왜라니. 벌거벗은 꼴을 보이면 당연히!! 순간 정령들의 외양이 눈에 들어왔다. 영적 존재라 옷을 입었고 벗었고를 따질 수 없는 모습. 특히나 불의 정령은 도마뱀 형태다 보니 벌거벗은 것에 가깝다. 암담해져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인간이 옷을 안 입었을 때 어떤 기분인지 모르는 게 당연하겠구나. 이걸 어떻게 설명한다? 곰곰 궁리한 끝에 마른 세수를 하고 말문을 열었다.

"인간은 벌거벗은 모습을 남한테 보이는 걸 부끄러워해요."

- 왜?

"..남을 대할 때 옷을 입는 게 예의라고 배워 와서요."

- 왜?

....한계다. 모르겠다. 인간은 왜 그런 걸 예의로 당연시하게 됐지?

"....그러게요. 왤까요?"

역으로 묻자 침묵이 고였다. 김으로 증발하던 물이 도로 물방울로 맺혀 떨어지는 소리만 또렷했다. 그러다 오래지 않아 정령들의 까르르 웃는 소리가 욕탕을 메웠다.

- 몰라~

허탈했다. 연거푸 어려운 걸 묻더니 참 잘도 빠져나간다. 따지기도 애매해 뭐라 말도 못 하고 패배감(?)만 삭이려니, 정령들이 툭툭 털고 일어나기 시작하더니 자기들끼리 재잘대며 욕탕을 빠져나갔다. 약 오르지만 어쨌든 목적은 달성했네. 레아는 도란대는 소리가 멀어지길 기다린 뒤 씻기 시작했다.

――――――――――――――――――――――――――――――――――――――――――――――――

씻고 나서는 다시 식당으로 향했다. (정령들은 어디로 가서 노는지 일대가 쥐 죽은 듯 고요했다. 배고파지면 또 과일을 털러 식당에 올까?) 냉장실에는 그 난장판 속에서 가까스로 건진 파베 초콜릿 한 덩이가 굳어 있었다. 그걸 꺼내서 자른 뒤, (운 나쁘게도(?) 마침 식당에 있던) 마법 기사에게 카카오 가루가 없는지 물었더니, 마법 기사는 레아와 정령들에게 지독히 시달렸던 게 무색하게 곧 곱게 갈린 가루를 가져다 주었다. 그걸 뿌리는 걸로 정신없던 파베 초콜릿 제작 공정은 마무리.

하지만 당장 흑룡에게 주기는 망설여졌다. 지금 주자면 깨워야 할 텐데, 그의 침실에 또 들어가기는 아무래도 거북했다. 인간처럼 식사가 필요한 신체라면 뭐라도 먹으라고 깨우겠다만 그도 아니고, 초콜릿이야 언제 주든 별 차이도 없다. 급한 일도 없는 눈치였으니 하루 정도는 통잠을 자게 두는 편이 낫지 않을까? 일정 시간 미만으로 자면 모를까 많이 잔다고 심장이 상하지는 않을 거 같은데.

그래서 초콜릿을 도로 냉장실에 넣고 제 방으로 걸음을 옮기는데, 어쩐지 뒤가 찜찜했다.

— 너무 늦지않게 깨워주게나.

한숨이 나왔다. 레아는 아직 덜 말라서 묶지 못한 머리칼을 마구 꼬았다. 그랬지. 깨워 달랬지. 그건 그럴 만한 이유가 있어서일 거다. 그렇지 않다 해도 들은 말을 무시하는 건 도리가 아니다. 그가 레아의 억지를 받아 준 이유에는 깨워 줄 거라는 믿음도 있었을 테니까. 결국 떨어지지 않는 걸음을 억지로 떼어 그의 침실로 향했다. 안에 들어가는 것만은 차마 내키지 않아(솔직히 다시는 타자의 영역을 그런 식으로 침범하고 싶지 않았다.) 문을 두드리는 데 그쳤지만.

331 ◆Tkeoq3Vax6 (dceYS/SOBU)

2023-02-16 (거의 끝나감) 21:55:27

>>329

0. 블랑님이 자는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메꾸려다 길어진 거니 330의 분량은 괘념치 말아 주세요8ㅁ8!! 상호 작용이 아니라 혼자 놀기(?)에 가까우니 일전에 따로 줄글로 써 주신 레스의 보답 정도로 생각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_ _)!!

1. 하기야 구호물자가 될 수 있는 건 줘도 안 먹을 식품이라 수요가 적은 덕에 가격이 싼 덕도 있겠다 싶습니다 그렇다면 내용물을 바꿀수록 구호물자로서의 효용(?)이 떨어질 테니 어쩔 수 없겠네요:(

2. 레아의 반응이 블랑주님께도 괜찮았다니 다행입니다:D 개그는 영 젬병이다 보니 반응이라도 성심껏 해서 웃겨 보려고 한 거거든요(._.)a 정령과 마법 기사에 대해서는 메타적으로만 생각했는데 말씀 듣고 보니 서사 내적으로도 그런 의미가 생기겠네요:D! 정령이랑 마법 기사가 레아의 말에도 따라 주는 거니까요~

3. 직전 대빵님이 지명하면 좋든 싫든 대빵 자리 맡는 방식이라고 기억하는데 맞습니까? 그러면 아무리 하기 싫어해도 지금 대빵님한테 걸리면 꼼짝없이 독박 쓰겠군요(._.)a

4. 그렇게 해 주시면 아귀가 맞을 거 같네요 감사합니다 :)

5. 330 쓰면서 궁금해진 건데 블랑님의 원가족은 현재 어쩌고 있나요? 구성원은 어떻게 되고요?

332 블랑 - 레아 (9Q1f15lXjQ)

2023-02-17 (불탄다..!) 01:58:45

그가 의식의 깊은곳까지 침잠해들어가자 이제는 까마득히 먼 기억이 떠오를듯 말듯 하며 천천히 다시 가라앉는다. 수많은 감정이 침잠하고 다시 떠오른다. 그 가운데에서 부드럽고 편안한 기분에 그는 그 어떠한 방해도 받지 않고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천천히 손을 뻗어 하나하나 집어본다. 그중 가장 작은 거품을 만져보니 따스하고 부드러운 기분이더라. 혼탁하고 어두운 그 한가운데에 그 작디 작은 거품 하나가 마치..... 빛을 비춰주는 기분이었다.
솔직히 그는 그렇게 잠에대한 미련은 없었다. 잠을 자더라도 의미를 알수없는, 거대한 뱀과 같은 존재가 자신을 응시한다거나, 수많은 수련(水蓮)이 그의 주변으로 떠있다던가의 그러한 꿈을 꿀 뿐이었으니까. 마치 그 모습이 자신을 보는 것과 같아 기분이 안좋았을 뿐잉지만, 그 뿐이었다. 명확한 꿈내용도 기억나지 않을 뿐더러, 잠을 자고 일어났다는 것을 증명하기라도 하듯이 개운한─꺼림칙한─감각이 남을 뿐이니까. 그래서 이 자그마한 빛이 그는 그렇게 기꺼울 수 없으리라.

그렇게 그가 손을 거품에 뻗어 쥐는 순간, 눈이 떠졌다.

"허어."

가벼운 탄식이 흘러 나온다, 간만에 아주 푹잔 기분이었다. 분명 꿈을 꾸었으나 오히려 정말로 개운한 기분이었다. 마치 새해 일어나자마자 목욕재계를 한 느낌이라고 해야할까, 그는 그렇게 잠시간 주변을 둘러보았다. 개인적인 시간을 보내도 된다고 권한 것 처럼 이미 레아는 자리를 비운 것 같았다. 물론 자신의 지시사항이라고는 생각하지만 그래도 조금은 아쉽다고 생각이 드는 것인지 그는 잠시간 침대의 머리맡에 기대 앉은채 가만히 앉아 있었다.
그 순간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린다. 내가 문을 두드리라는 지시사항을 리빙아머에 넣어뒀던가? 라는 의문도 잠시, 그는 자신이 잠들기 직전에 레아에게 해둔 말이 기억이 난 것인지 느긋한 미소를 머금은채 가볍게 손가락을 까딱인다. 그것도 아주 짧았다. 순식간에 결정이 서기라도 한 것인지 그대로 가볍게 손가락을 튕기자 문이 저절로 열리며 레아를 맞이하기라도 하듯 했고 그는 침대에 앉은채 가만히 레아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어서 오게나. 씻은겐가?"

부드럽게 그녀를 바라보며 그가 천천히 미소를 머금는다. 그는 알까? 그렇게 그녀가 자신의 방안으로, 그의 영역으로 들어오기를 꺼려하고 있다는 사실을. 그녀는 알까? 지금 이 공간에 들어와 같이 있을수 있는건 오직 그녀 뿐이라는 것을 말이다. 그는 가만히 앉아 손을 내밀어 보인다. 마치 들어와 이곳에 같이 앉아달라는 듯이....

//>>331

3. 네, 그래서 그 시기가 다가오면 다들 갑자기 로드 말을 잘 듣습니다(.....) 자기만 아니면 된다는 것 마냥 말이죠. 참고로 전대 로드는 당대 로드 뽑을때..... 복불복으로 뽑았습니다.(?)

5. 음..... 어머니는 계시긴 하는데 드래곤들은 성장하면 거의 남남수준이 되는지라.... 그리고 어머니가 블랑을 낳을때 [스포일러]와 같이 탄생시킨거라 [검열 삭제 완료]가 포함된 유전자입니다. 나중에 시트 공개되면 나올 이야기니 패스라고 해둘께요! 여담이지만 그래서 나중에 레아 가정방문을 하게 되면 궁금해할 부분중 하나라 봅니다!!

333 ◆Tkeoq3Vax6 (Z.2m5V4efE)

2023-02-17 (불탄다..!) 13:53:28

>>332

수십 년간 자면서 저런 꿈만 꾸면 징할 것 같습니다.. 생각할 거리를 많이 남기는 답레로군요 오늘 잇기는 어렵고ㅠㅠ 내일까지는 이어 보겠습니다!

전 대빵님은 임기 끝나기 전에 징계를 받은 줄 알았는데 그래도 현 대빵님을 지목할 수는 있었던 건가요?

[스포일러]가 형제나 누이쯤에 해당하나 보네요 근데 아버지는 어디 가시고.. 사별인가요? 아니, 패스라고 하셨으니 일단은 넘어가겠습니다.

아 그리고 마법 기사들한테 어울리는 곡 링크 남겨 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wn8uxz-NW_s
(첨부하고 싶었는데 테스트 몇 번 해도 안 되는지라 포기요 ㅇ>-<... )

334 ◆8nz3IZH4M2 (/3BHxN2AoU)

2023-02-17 (불탄다..!) 15:50:16


>>333

부담가지지 말고 릴렉스하게 이어 주세요!!

사실 현 로드가 꽤 복잡한데.... 전대로드가 처벌 받으면서 강제 수면기 이후 벌을 받아야 하는 입장이 되어서 즉석으로 전대 로드가 다음은 그럼 복불복으로 정합시다가 갑자기 중론이 되는 바람에 바로 로드가 되어버린 케이스입니다, 전무후무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갑분미싱기라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세상엨ㅋㅋㅋㅋㅋ 그렇게 부려먹고 있다고는 생각 못했는데!! 자율구동 로봇같은 느낌이라서 말이죸ㅋㅋㅋㅋㅋㅋㅋㅋㅋ

별개로 이건 만약 블랑 레어/요람이 던전이었다면? 이란 가정하에 설정되는 브금입니다!! 사실 다른 리믹스도 많은데 이게 제가 봤을때는 이 원곡중에 리믹스가 잘된거 같아서욬ㅋㅋ

저도 혹시몰라 주소로 남겨둡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HpQ8YQvugQQ

335 ◆Tkeoq3Vax6 (Z.2m5V4efE)

2023-02-17 (불탄다..!) 17:50:02

>>334
매번 감사합니다 8ㅁ8!!

지금 대빵님은 운이 엄청나게 나빴군요 얼떨결에 독박 썼어.. 딱한지고ㅠ

사실 이전까진 별 생각 없었습니다만 330 쓰다 보니 그 뒤치다꺼리를 다 했을 마법 기사들이 측은해졌습니다^ㅂTa (미안하다아아아아앍 (_ㅁ_)///// )

던전이었다고 가정하면, 모험가들이 털러 오는 겁니까? 일전에 if 후보군으로 내세우셨던 대로 블랑님이 던전 보스가 되고요? (그럼 누가 이기누(._.)?) 그러고 보니 실제로 요람을 털러 온 모험가는 없었나 모르겠군요

이건 뻘하게 궁금해진 건데 블랑님이 다양한 분야를 연구하잖습니까? 그럼 혹시 자기가 꾸준히 꾸는 꿈을 해몽해 보려는 시도도 했을까요:O?

336 ◆8nz3IZH4M2 (/3BHxN2AoU)

2023-02-17 (불탄다..!) 19:25:34

>>335

전대 로드의 불운은 진짜..... 그냥 아이콘입니다 아이콘(.....)

네, 모험가들이 털러오는겁니다. 그리고 블랑이 리빙아머들을 통해 우회로를 열어줘서 그렇지..... 블랑이 온갖 마법과 공학, 건축학의 정수로 만든 곳이라 보이는 통로는 절망적으로 어렵습니다.....

연구는 시도 해봤는데, 블랑 왈 "해석이 안돼..... 뮤슨 해석을 해도 들어맞는게 단 하나도 없어....." 라고 혼자 자조적으로 말했었다고..... 물론 저희는 조금 뒤져보면 바로 알수 있을지도 몰라유

337 ◆Tkeoq3Vax6 (Z.2m5V4efE)

2023-02-17 (불탄다..!) 19:52:05

>>336
연이은 불운으로 비뚤어져서 방구석 패션의 옆집 형이 된 겁니까8ㅁ8?!

멀티 조금 내어 주고 본진은 철통 방어하는 셈이군요 본진에 꽤 근접한 경우도 없진 않았을 듯한데 어떠려나 모르겠습니다ㅋ

ㅋㅋ 구글링해 보니 큰 뱀 보는 꿈이나 연꽃이 공중에 떠 있는 꿈이나 길몽이네요=ㅂ=ㅋㅋㅋ

332의 답변 다시 보면서 든 생각이, 원가족과의 유대가 인간과 용의 주요 차이점 중 하나겠다 싶습니다 (전 대빵님도 용으로 살 땐 별 생각 없던 원가족과의 유대에 눈이 홱 돌아서 몰락의 길을 걸었으려나..(._.)a ) 대조적인 분위기 날 거 같아서 레아가 산 리노에 가야 할 구실을 만들고 싶어지네요 당장은 떠오르는 게 없지만..;; 그러고 보니 블랑님은 천 년 전에 유희할 때 원가족(?)은 따로 안 뒀던 겁니까?

338 ◆8nz3IZH4M2 (/3BHxN2AoU)

2023-02-17 (불탄다..!) 20:19:53

>>337

그 이전부터 그경향이 있긴 했지만..... (먼산)

미로중에 가장 지옥같은 미로가 뭔지 아세요? 정형화된 패턴이 없는 미로입니다(.....) 들어올때마다 미로 구조가 달라진다고 생각해보세요. 그와중에 주로 나오는 몬스터들은 물리 데미지에 극도로 내구성 있는 리빙아머에, 마법 공격은 통하지 않는 가고일이란걸 생각하면....

원가족은 없고, 조직에서 같이 일하던 팀 6명이 가족에 가까웠습니다만, 블랑 빼고 전부 조직 보스의 배신으로 사망, 블랑만 겨우 살려보낸다음 블랑이 보스 멱을 땀으로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집니다, 당시기준으론 캐놀라인과 발바리아 암흑가를 휘어잡던 조직인데 보스가 블랑손에 죽은 직후 후계 문제로 사분오열되요

339 ◆Tkeoq3Vax6 (Z.2m5V4efE)

2023-02-17 (불탄다..!) 20:59:05

패턴이 없는 미로라는 건 입장할 때마다 길이 달라진다는 의미입니까, 아니면 한 번 지나갔던 길이 돌아가려고 하면 달라져 있다는 의미입니까? 후자면 나갈 수는 있습니까;;;

보스가 배신요ㅇㅁㅇ? 그러면 자기 조직에서 하던 일을 스스로 엎었다는 겁니까? 아랫사람 다 팔아넘기고 신분 세탁이라도 했나요? 보스가 조직을 배신한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상상이 안 가는군요:( 블랑님은 거기서 사망자가 됐대도 용이라서 실제로는 안 죽었을 듯한데 나머지 5명이 살리려고 애써 줬나 보네요..(,_,) 1,000년 전이니 그 5명도 환생 몇 번은 거쳤을 법한데 환생체의 안부도 블랑님이 알고 있으려나요?

340 ◆8nz3IZH4M2 (/3BHxN2AoU)

2023-02-17 (불탄다..!) 21:12:56

>>339

전자입니다. 물론 패턴화는 가능한데 날짜와 시간에 따라 달라지는 방식이라서.....

블랑이 있던 팀을 보스가 배신한겁니다. 보스가 안좋은 의미로 비밀이 많은 존재였는데, 블랑의 팀이 보스의 정체를 눈치챘고, 보스는 팀을 입막음하기 위해 블랑의 팀을 전멸시키려 했지만..... 상대는 블랑이었다고..... 블랑도 환생체는 찾았지만 그래도 일부러 다가가지는 않았어요. 환생한 지금의 그들은 평화롭게 지내고 있기에 모습을 안 드러냈거든요.

341 ◆Tkeoq3Vax6 (Z.2m5V4efE)

2023-02-17 (불탄다..!) 23:14:17

>>340
처음 털러 온 모험가는 상관없겠지만 두 번째 이상 도전하는 모험가는 힘들겠네요 미리 지도를 작성해 봤자 쓸모가 없으니:ㅒ 더구나 시트대로면 블랑님의 레어엔 보석이 많지도 않을 테니 고생은 잔뜩 해도 얻는 건 없겠습니다^ㄷ^a 세 번 오는 모험가는 없을 듯요ㅋ

하긴 새 삶 멀쩡히 잘 사는데 그리 좋지도 않았고 기억 나 봤자 남의 일이나 다름없을 전생 꺼내 봤자겠습니다 블랑님도 그 유희 뒤엔 요람 건설에 집중했다면 더더욱요:[ >>277에서 블랑님이 '첫 유희때 정말 질리도록 당했던 것이 바로 배신과 사별이었으니까.'라고 회상했던 게 가족 같던 사람 싸그리 잃었던 일인가 보군요8_8

참! 생각보다 현생 이슈가 빨리 해결되어서 답레 작성 중입니다만.. 레아가 초콜릿 가지러 갔다 와도 괜찮을까요?

342 ◆8nz3IZH4M2 (/3BHxN2AoU)

2023-02-17 (불탄다..!) 23:33:43

>>341

대충 패턴은 21가지입니다 +로 트랩도 패턴이 5종류라.... 모험가들의 지옥이라 봐도 될정도.....

놀랍게도 그렇습니다. 심지어 배신도 팀을 제외한 조직이 전부 배신한 셈이니까요. 게다가 조직도 음.... 진짜 암적인 존재라 팀장은 언젠가 자신이 직계 조직이 되어서 일부라도 고쳐나가려던 의로운 인물이었거든요. 그래서 더 크게 다가왔을꺼에요.

그러합니다!! 가지고 오셔도 되요!!

343 레아 — 블랑 (Z.2m5V4efE)

2023-02-17 (불탄다..!) 23:41:56

두드리기 무섭게 문이 활짝 열리는 통에 레아는 화들짝 물러섰다. 그는 벌써 침대에 앉아 있었다. 올 필요가.. 없었다? 잔뜩 긴장했던 게 김이 새는 한편 다른 의문이 솟았다. 설마, 안 잤나?

"못 주무셨습니까?!"

정령들이 잘못 봤던 걸까? 그렇다기엔 아침보다 컨디션은 나은 것처럼 보이는데. 상황 파악이 안 되어서 어물거리는 사이 돌아온 물음에 머쓱해졌다. 너무 산발인가? 레아는 머리칼을 두 손에 거머쥐고 등 뒤로 넘긴 뒤 대답했다.

"네, 정령들이랑 초콜릿 만들다가 엉망이 돼서.."

아까 정신 놓고 초코로 칠갑했던 게 새록새록 떠올라 민망해졌다. 사고 친 거 이실직고하는 애 같네. 혼자 죽기(?) 억울하다 보니 정령들이 아쉬워졌다. 다들 어딜 갔담?

속으로 투덜대던 중 그만 흠칫했다. 안으로 들라는 듯한 그의 손짓 때문이었다. 당사자가 저러면 영역 침범은 아닌데.. 발이 안 떨어졌다. 고작해야 몇 발 거리인데도 섣불리 가선 안 된다는 직감이 심신을 짓눌렀다. 단순히 남의 침실이어서는 아니다. 친구나 지인의 침실에 드나든 적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니고, 당장 기숙사만 해도 2인 1실이라 침실을 공유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제까지는 그런 경우라도 상대의 기대를 충족할 방법은 명확했다. 밥을 사거나 하소연을 들어주거나 일손을 거들거나 공동생활의 예의를 지키거나. 그런데 이번에는, 그런 답이 안 보인다. 그가 용이라 해도 나를 해칠 리 없다는 것쯤이야 그간 겪어서 충분히 알고, 그의 기대를 충족하고 싶은 마음도 분명 있다. 하지만 그 정도 마음으로 다가가서는 안 되는 영역 같았다. 좀 더 깊은 유대감, 세상 무엇과도-심지어 목숨과도- 못 바꾼다는 간절함 없이 들어갔다간 언제고 그의 기대를 깨트리고 원망을 살 것 같았다.(상대가 누구라도 그 정도의 감정을 품는 건 불가능할 테니 아마 시간문제겠지.) 결국 레아는 허둥지둥 말을 돌렸다.

"저.. 블랑님 드릴 것도 만들었습니다. 가져오겠습니다!"

그러고 달음박질로 식당에 이르고서야 겨우 한숨 돌렸다. 테이블을 짚은 팔이며 바닥을 딛은 다리는 어쩔 수 없이 떨렸지만. 아까처럼 정령들이 정신없이 먹고 놀고 있었으면 좀 나았을까? 잠시만, 정령들? 술이 깬 것처럼 별안간 정신이 확 들었다. 그러고 보니 아까도 정령들이랑 떼로 들어갔잖아.(그게 무례한 짓이었긴 하지만) 그러면 거기가 타자의 접근을 전적으로 배제할 만큼 내밀한 공간은 아니지 않을까?

한번 발상이 전환되자 이전에 묻어 뒀던 부담도 정리되기 시작했다. 그가 심장도 내보일 만큼 무방비하다지만 나는? 용의 둥지에서 지내는 건 뭐 안 무모한가? 물론 그가 해코지 안 한다는 확신이 있으니 머무는 거지. 그러면 그는? 용과 마주한 인간도 이렇게나 마음 놓고 있는데, 인간을 상대하는 용이 위기감을 느낄 턱이 있나? 얼핏 허술해 보이는 처신도 그래서 나오는 거 아닐까? 내가 해칠 마음을 품어 봤자 어림없는 걸 아니까? 그러니까 엄청나게 각별한 신뢰까지는 아닐 거다. 그냥 딱 지금의 나 정도? 나 혼자 심각해져서 생쇼한 거다.

앞서의 고뇌가 쪽팔리다 못해 허무한 결론이었지만, 마음은 한결 가벼워졌다. 기운도 솟아서 냉장실에서 초콜릿을 꺼낸 뒤 마법 기사에게 그의 방으로 가져갈 홍차를 준비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는 음식물을 섭취할 필요가 없다고 했지만, 발바리아 황가에 대해 얘기하던 중 허공의 물을 끌어다 마셨던 걸로 보아 갈증은 더러 있는 듯해서였다. (아침에 그가 각설탕을 3개 넣었던 것도 떠올랐지만, 초콜릿과 함께 들면 설탕이 과유불급일 것 같아서 따로 부탁하지 않았다.) 역시나 마법 기사는 이번에도 금세 차 쟁반을 날라 와 주었다. 벙어리 장갑을 연상시키는 덮개에 잘 감싸인 차 주전자와 찻잔 둘. 거기에 초콜릿을 마저 놓고 레아는 그의 침실로 향했다. 여전히 긴장됐지만(그래서 가는 중간중간 심호흡도 몇 번 했지만) 그래도 거북하거나 부담스럽지는 않았다.

"맛을 확인하긴 했는데, 블랑님껜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침실의 자그마한 탁자에 차 쟁반을 놓으면서 덧붙인 소리에 우스워졌다. 맛을 확인했다니, 내가 말했지만 그 난장판을 생각하면 참 완곡한 표현이네. 이런 잡념도 떠오르는 건 나름 침착해져서겠지? 그런 인식-혹은 희망 사항-과 함께 레아는 아까 억지 부릴 때 앉았던 의자에 다시 자리 잡았다.

344 ◆Tkeoq3Vax6 (Z.2m5V4efE)

2023-02-17 (불탄다..!) 23:46:53

>>342
가져왔습니다! 생각할 거리가 많다 보니 레아의 진지병이 MAX치를 찍어 버렸..ㅇ>-< 그래도 차차 하향선 탈 거 같습니다^ㄷ^a

용의 레어는 거 웬만한 근성 없이는 털 데가 못 되네요:(

처절하다면 처절하고 서글프다면 서글픈 사건인데 1,000년 전이라 지금은 기록에도 거의 안 남았을 테니 삶이란 게 참 무상하군요..

345 ◆8nz3IZH4M2 (5HxFoFmYNs)

2023-02-18 (파란날) 00:48:42

>>344 잠깐 한눈 판 사이에 답레가....!! 2시 이전으로 올라갈꺼에요!!

블랑이 요람 건축용 데이터 뽑으려고 이거저거 잔뜩 실험용 요소를 집어넣은 곳이라..... 다른 드래곤 레어보다 더 심각한 곳이 된겁니다 그냥..... 보통은 이정도까진 아니에요!!

아 심지어 기록도 블랑이 틈틈히 전부 말소 시켰어요. 구전으로 전래되는건 막지 않았지만 문헌상으로 남아있는건 전부 지웠어요. 저번 전음때 상대방의 기억이 받아들이는 당사자에게도 전달될수 있다, 했죠? 아마 당시의 기억을 레아랑 블랑이 같이 경험하는 식으로 진행될 거에요

346 블랑 - 레아 (3rAL2bGfQQ)

2023-02-18 (파란날) 02:00:16

"저런, 저런...."

나는 어디 가지 않거늘.... 그는 조용히, 못말리겠다는 듯 웃으면서 가만히 침대에 기댔다. 확실하게 개운하게 깬 기분이다. 이전까지는 잠이 꽤 불필요한 행위라고 생각했고, 또 그 행위 자체가 상당히 불필요한 무언가라고 생각했었지만 이번 일로 피로를 풀수 있다는 것과 더불어 본인을 리프레쉬 해줄수 있는 행위라고 느끼게 된 것이었다. 앞으로도 이렇게 주기적으로 잠을 자고 활동을 한다면 더욱 규칙적인 일과가 될 것이리라. 그는 그렇게 생각하며 잠시간 부드럽게 미소를 머금은채 저 멀리 레아가 달려나간 문쪽을 바라보았다.
몇일 되지는 않았으나, 그녀가 온 뒤로 요람의 하루가 매우 활기차졌다고 해야할까. 시간이 꽤 재밌게, 그리고 느리게 가는 것 같았다. 용에게 있어 시간은 부질없는 것, 쓰고 써도 한없이 남아도는 무언가였고, 그것이 동족을 나태하게 만들었으나, 지금 그녀와 같이 지내면서 느끼는 시간은 너무나도 천천히, 그리고 의미가 부여되어갔다. 이래서 다들 유희를 나서서 다른 것을 체험하려 드는 걸까? 그는 그렇게 생각하며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너무 침대에 오래 누워있는 것도 좋은 것은 아니었으니까.
조심스레 손을 뻗어 가볍게 이불정리를 한다. 물론 리빙아머들에게 시켜도 되겠지만, 이렇게 함으로서 자신의 게으름에 대해 하루를 조금더 알차게 보내고자 하는 그의 가벼운 의지가 담긴 행위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이불정리를 대강 끝마치고 의자를 꺼내 앉아 티테이블 앞에 앉는다. 그러고보니 어디 책을 한권 두지 않았나 생각하지만, 여기 있던 마지막 한권의 책을 아까 레아에게 넘겼다는 것을 떠올리고는 피식, 웃음을 터트리며 손가락을 깍지 끼고, 그 위에 턱을 올리며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아본다. 그러고보니 너무나도 오랫만이었다. 이렇게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말이다.

"오."

그가 이내 문안으로 들어오는 레아의 모습에 가볍게 감탄사를 터트린다. 확실히 미인상이라고는 생각했지만 깨끗히 씻겨놓고 보니 걸작수준이지 않은가, 그는 그렇게 속으로 감정을 남겨둔채 그녀가 들고 온 디저트상을 바라본다. 그러고보니 초콜렛을 먹어본지 꽤 된 것 같다. 애시당초 디저트 자체를 크게 즐기는 편도 아니었고, 요리도 취미삼아 몇년 배운게 전부였으니까. 애시당초 그렇게 먹을 것에 애착을 가지지 않는 용들의 특성상 이러한 상 자체도 색다른 의미를 부여할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며 그녀가 다소곳이 가져온 디저트를 바라보며 아까 그녀가 억지를 부릴때 앉은 자리에 다시 그녀가 앉는 것을 바라본다. 아까전과 다른 점이 있다면 이번에는 그와 그녀가 서로 티테이블 하나를 사이에 두고 마주 앉았다는 점이겠지. 그는 그렇게 생각하며 홍차를 한모금 들이킨다. 그 짧은 순간에 자신의 습관을 캐치한 것일까. 그녀는 홍차에 각설탕을 넣지 않았다. 그렇게 그는 홍차로 가볍게 입가심을 한 뒤 그녀가 내민 초콜렛을 가볍게 집어 들고 입안에 넣어 조심스레 녹여 그 풍미를 느껴보았다.

"나쁘지 않군. 아니, 훌륭하네."

그가 조용히 미소를 머금으며 레아를 칭찬하였다. 전혀 빈말이 아니었다. 충분히 정성이 담긴 맛이었다. 거기에 미세하게나마 남아있는 정령들의 향─마나─을 보아하니 그들과 같이 만든 것도 느껴진다. 당장 2~3일 전까지만 해도 숨이 넘어가는 거 같고 중압감에 짓눌려서 자신의 기량을 제대로 펼치지 못한것 같았는데 이제는 이 곳에 적응을 한 것이 이 안에 녹아들어있다고 생각하니 뿌듯하기도 하고, 대견스럽기도 할 것이다. 그는 그렇게 생각하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이제 슬슬 점심시간이었다.

"그래서, 식사할 배는 남겨두었는가?"

그가 장난스레 미소를 머금으며 질문을 던졌다.

347 ◆Tkeoq3Vax6 (ziod4zjNFc)

2023-02-18 (파란날) 09:00:59

>>345
헐 답레 빠르십..😮!! 아니 근데 잠을 자야 심장이 큰다면서 잠을 불필요한 행위로 여겼다니 블랑님 뭡니까..😧 생각 고쳐먹었다니 다행이긴 합니다만;;

다른 용도 좀 본받아서 철통 보안 하는 게 좋을 거 같군요🤔 모험가한테 재산 털려서 좋을 건 없으니..

기록을 지운 건 어째서일까요? 자기 흔적을 인간 세상에 남기기 싫어서? 근데 기억 경험이라니 흐미 그 유혈 사태를..😬 오래 전 일이긴 해도 그거 블랑님한테도 은근 빡셀 거 같지 말입니다😢

아 참 블랑님이 보려던 책이 현산어보를 찾아서랑 비슷한 내용이라고 하셔서 임의로 바엘 섬이란 데를 만들어 버렸는데🙄 이 섬 어느 나라의 영토로 하면 좋을까요? (섬 위치 드러낸 지도가 책에 첨부되어 있을 거 같아서요😅

348 ◆8nz3IZH4M2 (TgA4yoxXnI)

2023-02-18 (파란날) 09:25:15

>>347

심장을 키우는데 필수적인 행위인건 사실이지만, 그래도 그 자는 시간이 너무 아깝다!! 이런 느낌이에요. 왜 저희들 사이에서도 잘시간 자체가 너무 아깝고 그 시간에 공부나 게임같은걸 더 했으면 좋겠다 하는 사람들 있잖아요 ㅋㅋㅋ

아 조금 정정할께요. 문헌상으로는 거의 다 말소 시키는데 성공했어요. 그래서 전해지긴 하는데 뜬구름 잡다시피 하는 정도로? 게다가 이거가 기록될 만큼 좋은 그것도 아니고....

보통 기록물이 많은 나라면 발바리아 아님 크레티스 두군데 중 하나입니다!! 그래서 둘중 한군데면 큰 문제는 없을꺼에요!!

349 ◆Tkeoq3Vax6 (ziod4zjNFc)

2023-02-18 (파란날) 09:45:00

>>346
Aㅏ.. 납득요😐 그래도 전 기대만큼 못 재운 게 아쉽기도 합니다 밤샌 거 벌충되게 8시간은 재우고 싶었는데 말입니다😑 앞 레스에 사건을 더 넣었어야 했나😓ㅋ (너무 빨리 깨웠다 레아야😅) 아직 점심이라니 할 수 있는 일이 늘어난 기분이라 좋긴 하지만요🙂

1,000년 전 일이고 왕의 즉위처럼 국가의 굵직한 사건도 아닌데 그래도 구전으로 전해는지는군요😮 엄청나게 큰 조직이긴 했나 봅니다😐

크레티스 하면 북부 산악만 생각나서 바다가 있을지 잘 모르겠습니다 발바리아로 쳐 버릴래요😅

350 ◆8nz3IZH4M2 (TgA4yoxXnI)

2023-02-18 (파란날) 10:22:07

>>349

어우 천천히 가시쥬!! 어차피 블랑도 그냉 일찍 일어난거니까!! 레아 잘못은 없는걸로 땅땅

>>338에 적었다시피 캐놀라인과 발바리아 양 암흑가를 전부 석권한 조직이었어요. 본부는 발바리아-캐놀라인 국경선 한가운데 무법지대에 있었고. 블랑이 거기를 날려먹은게 컸지만요.

351 ◆Tkeoq3Vax6 (ziod4zjNFc)

2023-02-18 (파란날) 10:57:06

>>350
아직 점심이라니 해 보고 싶은 게 늘어나서 뭘 시키면 좋을까 궁리 중입니다🙂 늦은 오후 정도에 답레 올리도록 해 볼게요😀!

그 정도로 큰 조직의 최고 우두머리를 죽였을 정도면 블랑님이 거의 무쌍을 찍었겠는데요😬 하긴 정체 안 드러낸대도 용이니 신체 능력부터가 인간들과는 넘사였으려나요😐?

352 ◆8nz3IZH4M2 (TgA4yoxXnI)

2023-02-18 (파란날) 11:57:48

>>351

팀이 일단 전부 조직 에이스 급의 팀이었어요. 보스 친위대 중에서도 두각을 드러낸 존재들이었고, 블랑 포함 팀원 5명이 팀장에게 절대적인 신뢰를 가지고 있었기에 반기를 들었을때도 망설임없이 다들 들고 일어났을 정도니까요.
게다가 보스가 팀원중 3명을 죽였고, 그중 팀장도 포함되었는데 마지막 싸움에서 블랑을 보호하다가 보스에게 가슴에 구멍이 뚫리는 바람에 유언 남기고 즉사, 블랑이 이에 열받아서 인간화 상태의 전력전개로 보스를 압도해버리고 본부 전체를 마법으로 파묻어버리는걸로 이야기가 끝납니다.

353 ◆Tkeoq3Vax6 (ziod4zjNFc)

2023-02-18 (파란날) 13:28:30

>>352
헐?! 전 블랑님이 손 쓰지 못하는 상황에서 살해당했거나 6명 모두 독살당할 뻔했는데 블랑님은 용이라서 생존했거나 그런 거려니 상상했는데..현장에서 같이 싸우다 죽은 겁니까😨?! 블랑님 텔포라도 써서 피하지 그건 법사라고 둘러대면 용밍아웃까진 안 해도 됐을 텐데8ㅁ8ㅁ8ㅁ8ㅁ8 심지어 팀장은 블랑님 감싸다 죽ㅇ..😰 용이라서 안 감싸도 됐는데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때 블랑님 회한 엄청났겠는데요;; 자기 때문에 죽은 거라는 자책에 빠졌대도 무리는 아니었을 거 같습니다..,_,) 끔찍한 기억이군요;;

354 ◆8nz3IZH4M2 (TgA4yoxXnI)

2023-02-18 (파란날) 14:02:32

>>353

프렌치메리 : 친위대 겸 호송팀 멤버, 팀의 유일한 홍일점, 사망 당시 24세, 친위 1팀과의 각개전중 시가전에서 적들에게 포위, 분전하였으나 적의 그림자 관련 흑마법으로 인해 전신 난자로 사망

말로우 윈터 : 친위대 겸 호송팀 멤버, 사망 당시 37세, 팀의 장남, 친위 1팀과의 각개전 도중 프렌치메리의 사망을 듣고, 시신을 회수하러 가던 도중 보스의 일격에 심장이 파괴되어 사망, 시신 회수 직전, 프렌치메리와 약혼 했다는 사실이 확인 됨

벨가모트 : 친위대 겸 호송팀 멤버, 사망 당시 20세, 팀의 가장 막내였음, 친위 1팀과의 전투 후 주변을 수색하던 와중 행방불명, 추후 시신이 확인되었는데 죽지 못한 친위 1팀의 습격으로 자폭을 시도, 친위 1팀 잔당 3명으로 추정되는 육편과 함께 하반신만 발견됨

루드베키아 : 친위대 겸 호송팀 참모, 사망당시 25세, 팀에서 블랑과 함께 고등교육을 받은, 지성인으로 추정, 살아남은 3인중 보스 추적 과정에서 보스의 함정에 빠짐, 보스와 몸이 뒤바뀐채 손쓸새도 없이 자살, 보스의 영혼은 다시 보스의 본체로 돌아가나, 돌아갈 육신이 없는 루드베키아는 사망.

헬리오트 : 친위대 겸 호송팀 팀장, 사망 당시 30세, 기나긴 추적의 끝에, 보스와 마주하나 보스와의 접전 중 지병이 도지고, 그 틈을 탄 보스의 일격으로 가슴에 구멍이 뚫린채 사망, 블랑에게 최후의 유언을 남기고, 시신은 본부와 함께 지하로 파묻히게 됨. 호송팀 중 유일하게 시신을 남기지 못함.

이상, 과거 블랑이 속했던 친위대 겸 호송팀의 명단이었습니더.

355 ◆8nz3IZH4M2 (TgA4yoxXnI)

2023-02-18 (파란날) 14:26:08

아 팀장 서술이 조금 오류가 있었네요

지병이 도진 와중에, 블랑이 방심한 상황에서 그를 감싸다가 평소라면 막았을 일격을 막지 못하고 사망한겁니다

356 ◆Tkeoq3Vax6 (ziod4zjNFc)

2023-02-18 (파란날) 14:34:08

>>354
어휴 하나같이 끔찍하게 갔네요.. 😰 기억 경험 하는 장면 나오면 엄청 고어할 거 같아서 벌써부터 겁납니다 😬;;;

357 ◆Tkeoq3Vax6 (ziod4zjNFc)

2023-02-18 (파란날) 14:37:05

>>354-355
도중 작성 뭐시여;;;;
흑마법도 나오고 몸 바꾸기?도 나오는 거 보니 마법도 많이 오간 싸움 같습니다 근데 저 몸 바꾸기 블랑님이 당하면 어떻게 되는 ㄱ...😬?!

358 ◆8nz3IZH4M2 (TgA4yoxXnI)

2023-02-18 (파란날) 15:29:53

>>357 서술에 나오겠지만 블랑은 저거 면역 상태인겁니다. 보스도 한번 해보려고 했다가 안되는거 보고서 엄청 당황해요

359 레아 — 블랑 (ziod4zjNFc)

2023-02-18 (파란날) 16:51:48

압박감과 부담감은 덜었지만 어색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아침에 그와 겸상하긴 했어도 그때는 비교적 트인 느낌인 식당이었던 데 비해 침실은 훨씬 좁은 공간이니까. 더구나 상대는 이종족임을 따지지 않는다 치더라도 직속 상사. 연구원에 빗대면 실장님(교수님)이나 전임 연구원님의 침실에서 차를 마시는 셈이다. 뻘쭘해. 몸 둘 바도 눈 둘 데도 모르겠다. 차라도 얼른 비우자고 잔을 들었다가 흠칫 움츠렸다. 아직은 뜨겁다.(여느 사람에겐 딱 적당한 온도일지도 모르나 레아는 뜨거운 걸 잘 못 집는 편이었다.) 이 정도면 들어온 지 얼마 안 됐다는 건데 족히 30분은 있었던 것 같은 기분이다. 내 차는 챙기지 말걸. 그럼 두고 바로 나와도 됐는데.

그 와중에 그가 초콜릿을 입에 넣자 긴장감이 배가됐다. 정령들이 반죽(?)부터 신나게 떠먹기도 했고 레아가 맛보기에도 케놀라인 출신 동기가 시범으로 만들어 준 것과 유사한 질감이었다만, 또 아침에 그가 홍차에 각설탕 3개를 넣어 마셨던 걸 생각하면 단것을 싫어하지는 않는 모양이지만, 그래도 모르는 일이니까. 그렇다곤 해도 이렇게 면전에서 당사자의 반응을 기다리기는 아무래도 민망하다. 역시 주기만 하고 빠져나올걸 그랬다. 둘 곳 없는 손을(찻잔은 여전히 뜨거웠으므로) 맞잡고 조물거리는 거 말고는 달리 할 게 없는 어색함이란! 양이라도 셀까? 양 하나, 양 둘....

그랬다가 일순 멍해졌다. 짧지만 묵직한 칭찬. 쑥스럽다고 해야 할까 마음 놓인다고 해야 할까. 답할 말이 얼른 떠오르지 않아 눈을 내리깔았다. 얼굴이 뜨뜻해진 게 느껴졌다. 나중에 들었으면 이렇게까지 버벅대진 않을 텐데. 레아는 습관적으로 묶은 머리를 움키려다 아직 묶지 못한 것을 깨닫고는 머리칼을 한꺼번에 싸쥐었다가 등 뒤에 놓았다. 그러고도 좀 더 궁리하고서야 비로소 말이 나왔다.

"입에 맞으시다니 다행입니다."

정말 어색하다. 뭐라도 화제를 꺼내면 좀 나을까? 어떻게든 마시자고 반억지로 찻잔을 드는데, 그새 그의 침대가 가지런해진 게 눈에 띄었다. (그다지 주의하지 않고도 보일 법한 변화였는데도 이제야 본 건 그만큼 시선을 아래에 두고 있었던 탓 같다.) 단정한 성정이구나. 그가 손수 했든 마법 기사가 했든 일어나자마자 이불을, 그것도 침대에 놓여서 다른 일에는 방해가 되지 않는 이불을 정리한 건 깔끔한 성미의 발로 같았다. 난 저렇게 못 한다. 어릴 적부터 엄마와 무던히도 했던 실랑이가 떠올랐다. 제발 하고 이불 정도는 개라는 엄마에게 어차피 침대 위에만 둘 거고 밤에 도로 덮을 거 뭐하러 개냐고 투덜거렸는데. 저렇게 반듯하게 정돈된 침대를 보고 있자니 찔리는 듯 안 찔리는 묘한 기분이다.

그러다 그의 물음에 퍼뜩 주의를 돌렸다. 식사라, 솔직히 입맛이 없었다. 초콜릿을 입으로 먹는지 피부에 양보하는지 모를 난리 통에 배가 다 차 버린 탓이었다. 최소한 초콜릿은 한동안 안 내킬 것 같다. 그보다는.. 레아는 시선을 그의 책상으로 옮겼다. 아까 읽다 만 <바엘 섬 탐사기 추적>이 그대로 놓여 있었다. 그였다면 저 책을 가져오고 싶을 때 마법으로 옮겨 오겠지? 잠시 스친 싱거운 생각과 함께, 레아는 책을 들고 와서는 그에게 건넸다.

"덕분에 재밌게 읽었습니다." 말하다 보니 호기심이 일었다. 그는 바엘 섬에 가 봤을까? 여기와는 까마득히 먼, 발바리아의 영토지만 그는 공간을 자유롭게 넘나들 수 있는 모양이니 간 적이 있을지도. 온갖 종족의 책을 다 모으려고 할 만큼 연구에 관심이 많은 이니까 어쩌면 이 책에 나온 생물들을 직접 확인해 보려고 했을 수도 있지 않을까? "혹시 바엘 섬에 가 보신 적이 있으십니까?"

360 ◆Tkeoq3Vax6 (ziod4zjNFc)

2023-02-18 (파란날) 16:57:32

>>358
4시 51분 정도면 늦은 오후..라고 해도 되겠죠😐? 아무튼 올렸습니다!

하긴 면역이 아니면 용 신체를 꼼짝없이 빼앗기는 대참사가 나겠네요 근데 몸 바꾸기 같은 마법이 있다는 거 알고 나니 무서운 게 레아는 저런 거에 면역이 있을 리 없으니 재수없으면 루드베키아 씨처럼..😨 ㅎㄷㄷ;;

아무튼 블랑님의 기억을 경험하게 된다면, 잔혹한 장면은 가능한 한 노출이 적었으면 하는 소망이 있습니다😓 상상하니 아무래도 끔찍한지라..😬

361 ◆8nz3IZH4M2 (TgA4yoxXnI)

2023-02-18 (파란날) 17:47:18

>>360 늦은 오후는 저녘이 아닐까욬ㅋㅋㅋ 그래도 엄청 일찍 적어주셨네요!!

항마력이 극에 달한 육체고 그만큼 세지만..... 그 탓에.... 그러한 경험들을.... 하지만 그래서 그 의지는 지금까지도 블랑에게 이어지고 있죠!!

는 어차피 다 검열될껍니다!! 블랑이 눈 다 가려줄꺼에요!!

362 ◆Tkeoq3Vax6 (ziod4zjNFc)

2023-02-18 (파란날) 18:29:38

>>359
급하게 써선가 빼먹은 부분이 많군요;;; 아래 문단은 다음 내용으로 바꿔서 봐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ㅠㅠㅠㅠㅠㅠ

그러다 그의 물음에 퍼뜩 주의를 돌렸다. 식사라, 솔직히 입맛이 없었다. 초콜릿을 입으로 먹는지 피부에 양보하는지 모를 난리 통에 배가 다 차 버린 탓이었다. 최소한 초콜릿은 한동안 안 내킬 것 같다. 그보다는.. 레아는 시선을 그의 책상으로 옮겼다. 아까 읽다 만 <바엘 섬 탐사기 추적>이 그대로 놓여 있었다. 그였다면 저 책을 가져오고 싶을 때 마법으로 옮겨 오겠지? 잠시 스친 싱거운 생각과 함께, 레아는 책을 들고 와서는 그에게 건넸다.

→ 그러다 그의 물음에 퍼뜩 주의를 돌렸다. 식사라, 솔직히 입맛이 없었다. 초콜릿을 입으로 먹는지 피부에 양보하는지 모를 난리 통에 배가 다 차 버린 탓이었다. 최소한 초콜릿은 한동안 안 내킬 것 같다. (한편으로는 우리만 먹으면 치사하니 블랑님 몫을 남겨 두자는 말에는 순순히 따르던 정령들이 귀엽기도 했다. 간식을 먹을 때 레아가 달라면 안 주려고 홱 끌어당기다가도 제 엄마-언니나 새언니-가 달라면 배시시 웃으며 내미는 조카들을 연상시키는 면모다. 그만큼 그와의 유대가 끈끈한 거겠지.) 어쨌건, 레아는 고개를 젓는 걸로 배고프지 않음을 나타내다가 무심결에 그의 책상에 시선을 두었다. 아까 읽다 만 <바엘 섬 탐사기 추적>이 그대로 놓여 있었다. 그였다면 저 책을 가져오고 싶을 때 마법으로 옮겨 오겠지? 잠시 스친 싱거운 생각과 함께, 레아는 책을 들고 와서는 그에게 건넸다.

363 ◆Tkeoq3Vax6 (ziod4zjNFc)

2023-02-18 (파란날) 18:32:50

>>361
저였다면 가족 같은 존재를 지키지 못한 스스로에게 환멸이 와서 멘탈 잡기 힘들었을 것 같은데 블랑님은 용케도 그러지는 않았네요..😢

유혈 낭자하는 잔혹한 장면은, 레아도 레아지만 제가 좀 힘들 것 같지 말입니다..😅 아무쪼록 노출을 줄여 주십사...(_ _)

364 블랑-레아 (l/mAsznqAc)

2023-02-18 (파란날) 18:42:31

"밥을 안먹어도 된다면 차라도 마시게나. 어차피 집과 같이 생각해도 되는 곳이니까."

지금 그녀의 반응을 보아하니 분명 꽤 험하게(?) 가재도구를 다뤘을 것 같다. 정확히는 그녀가 아니라 주변 환경이 그러했겠지. 리빙아머들은 협조적이더라도, 정령들은 장난을 좋아하는게 눈에 보일정도로 제멋대로기도 하니까. 그래도 다행이라면 그런 정령들에겐 그녀가 마음에 들었다는 것 정도지 않을까, 최소한 그녀가 위험에 처하면 안전장치가 되어줄 것 같기도 하니까. 기회가 된다면 좀더 상위 개체의 존재들에게 그녀를 소개시켜 주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자신의 칭찬에 어쩔줄 몰라 하는 것이 꽤나 귀여운 모양새다. 확실히 그녀의 모습은 뭇 남성들에게 인기가 있을법한 모습인데도 이렇게까지 눈치가 없는것도 아마 체질이지 않을까? 그는 가볍게 미소를 머금은 뒤 초콜렛을 하나 다시 입에 집어넣었다. 처음에는 홍차의 풍미와 어우러져 깔끔하게 넘어가지만, 그 너머로 느껴지는 묵직하고도 뭉클한 듯한 달콤한 감각은 확실히 그의 입맛에도 안성맞춤이었다. 다음번에도 레아를 시켜 볼까? 아니면, 자신과 같이 요리를 해보자고 하는 것도 재밌지 않을까. 그는 그렇게 가벼운 생각을 떠올리면서 그녀의 질문에 차를 한모금 들이킨뒤 조용히 말을 이어나갔다.

"꽤 이곳저곳을 돌아다녀보긴 했지. 물론 가보기도 했고."

확실히 여러가지 문헌을 직접 확인해보고 이 주변 생태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많은 작업을 했던 것이 떠오른다. 물론 의외로 크게 건들지는 않았지만 생태계가 조성하는 과정에서 많은 자료들이 필요했기에 한동안 꽤 이곳 저곳을 쏘아다니기도 했다. 그리고 그맘때쯤이면 아마 마음이 꽤 많이 흔들리던 시절이니까.... 아니다, 그 감정을 지금 다시 일으킬 필요는 없다. 그것을 겨우 가라앉히면서 그는 가만히 여인을 바라보며 조금 아쉬운 듯 입을 열었다.

"하지만 너무 오래전의 이야기라 그 생태계가 그대로 살아 있을지는 의문이구나. 가봤다고 해도 내가 전 대륙을 돌아다니는 것은 꽤 오래전의 이야기였으니."

그렇게 다시 홍차를 들이키며 그녀가 옮긴 책을 가만히 바라본다. 그러고보니 생각해보면 자신의 힘은 이 대륙 어느곳이라도 좌표만 정해져 있다면 충분히 갈 수 있었다. 그 힘이 어디까지인지 자신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래도 이렇게나마 많은 자유를 줄 수 있는데에 대해선 크나큰 감사를 느끼고 있었다. 생각을 대강 끝낸 것일까? 그는 초콜렛을 입안에 다시 집어 넣으며 미소를 머금었다.

"그대, 혹시 가고 싶은 곳이라도 있는가? 내가 어디든지 에스코트해줄 수 있네만."

'그대 같은 미녀라면, 얼마든지 에스코트 해줄수 있지.' 라고 들릴듯 말듯, 하지만 일부러 들으라는 듯, 장난기를 머금은 미소로 레아를 바라보는 그였다.

365 ◆8nz3IZH4M2 (l/mAsznqAc)

2023-02-18 (파란날) 18:45:05

>>363 나중에 지질학 문서를 한번 뒤져보세요. 아마 대략 9백년~1천년 전 자료가 있을텐데 에르네스트 산 주변으로 꽤 강도 높은 지진이 여러차례 울려퍼진 적이 있었어요.

어우, 그런거 다 검열합니다. 아마 그 모습을 최대한 안보이게 적을꺼에요!!

366 ◆Tkeoq3Vax6 (ziod4zjNFc)

2023-02-18 (파란날) 20:13:32

>>364
2가지 질문 드립니다.

1) <바엘 섬 탐사기 추적>이 쓰인 게 블랑님의 방황기인 1,000년 전쯤이고, 그 책에서 추적한 바엘 섬 탐사기는 그보다 이전(현산어보를 찾아서랑 비슷하다면 그보다 200년 전?)에 쓰인 걸로 의도하신 건가요?

2) 마지막 문단의 에스코트 운운은 들리게 말한 대사인가요? 들릴듯 말듯까지만 보면 못 들었을 수도 있을 거 같은데 일부러 들으라는 듯이라는 표현도 있다 보니 어느 쪽을 의도하셨는지 궁금합니다



>>365
그 시기 인근 주민들에겐 재앙이었겠군요 크레티스(당시에도 크레티스가 있었다면요, 아니면 다른 나라?ㅎ)에서 국가적 재난 사태로 봤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고어한 부분은 피해 주신다니 안심되네요 감사합니다!

367 ◆8nz3IZH4M2 (TgA4yoxXnI)

2023-02-18 (파란날) 20:34:34

>>366

1. 네 맞습니다. 이곳저곳 돌아다닌건 엄청 오래되었고 그 다음은 책을 읽어서 지식을 습득했는데 생각해보니 바뀐 뒤론 가보지 못했었어서 그래요. 즉 책을 읽은뒤론 바엘 섬 가본 적은 없습니다!

2. 넵! 들으라고 한겁니다!!

3. 블랑이 한창 괴로워할 시기라.... 그래서 이곳 저곳 돌아다니던 시점이기도 합니다!!

368 레아 — 블랑 (ziod4zjNFc)

2023-02-18 (파란날) 23:03:08

얼굴의 열기는 아직 다 식지 않았지만, 흑룡이 초콜릿을 마저 먹는 모습을 보자 마음이 놓였다. 그저 인사치레였다면, 섭식이 불필요한 용이 굳이 또 먹지는 않을 테니까. 아마 취향에 맞는 거겠지. 다행이라 여겼으나 이내 회의감이 들었다. 과연 다행일까? 고의적으로 무례한 짓을 해 놓고는 내 속 편해지자고 만든 건데. 작정하고 한 짓이고 또 저지를 수도 있는 짓이라 사과가 무의미하다 해도, 이렇게 북 치고 장구 치는 식으로 께름칙함을 무마하고 마는 건 비겁하다. 버릇이라도 들었다간 아주 고약스러운 꼴이 될 테고. 그러니 다음엔 이러지 말자. 어떻게 하는 게 합당한지는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오늘처럼은 굴지 말자.

아직은 막연한 다짐과 함께 (드디어 적당히 식은) 차를 마시는데, 바엘 섬에 가 봤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럼 <바엘 섬 탐사기 추적>에 나온, 돌고래와 비슷하게 생겼고 얼굴엔 미소를 머금었다는 상괭이도 봤을까? 다시 물으려는 찰나 그의 표정이 미묘하게 굳은 듯 보였으나, 긴가민가할 틈도 없이 잠잠해졌다. 기분 탓일까? 고개를 갸웃하는 사이 그가 덧붙였다. 너무 오래 전에 다녀와서 현재는 바엘 섬에 어떤 생물이 있을지 잘 모르겠단다. 지금은 모르는구나. 하긴 상괭이는 물속에서 사니까 보기 어렵겠다. 수중에 진을 칠 수도 없는 노릇이고.

공연히 책이나 뒤적이는데 그가 가고 싶은 곳이 있냐고 물었다. 하마터면 앞뒤 안 가리고 바엘 섬에 가 보고 싶다고 할 뻔했다. 상괭이를 직접 볼 수 있을지는 불투명했지만, 섬이란 곳이 어떤 지형인지도 궁금했다. 바다로만 둘러싸인 땅이라니 어떤 느낌일까? 책으로만 구경해 본 바다가 얼마나 넓은지, 파도 소리는 어떤지, 정말로 물 맛이 짠지, 밀물과 썰물 때 물 높이가 얼마나 다른지 직접 보고도 싶었다. 하지만.. 이내 마음을 고쳐 먹었다. 1달은 그다지 긴 시간이 아니고 벌써 사흘째다. 놀기만 하면 안 되지. 일단 용족의 언어가 음성 언어인지, 전음 같은 방식으로 주고받는 것인지부터 물어야....

그때 (들을 때마다 용족과 인간의 미적 기준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던) 미녀 운운하는 소리가 또 들렸다. 다시금 의아해졌다. 그는 왜 저런 말을 할까? 일전에 품었던 의문이 다시금 선명해졌다. 특정 종의 외형을 평가할 때 용족과 인간이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는가? 하지만 역시나 그에게 묻기는 난감했다. 인간이나 용족이나 개체마다 미적 기준에 크고 작은 차이가 있을 테고, 그 또한 용족의 일원일 뿐이니까. 이 문제는 용과 인간 모두 일정 수 이상의 표본을 확보해서 조사하기 전에는 답이 안 나오겠다. 그렇게 넘기려는데 그가 아침에 용이라고 일러 줬던 생도가 떠올랐다. 굳이 따지자면 그 생도야말로 미인이던데. 본체의 모습은 못 봐서 모르겠지만.

인간의 외모뿐만 아니라 용의 외모까지 생각한 탓일까? 불쑥 일부 귀족들이 귀애할 목적으로 강아지나 고양이를 구한다는 소문이 떠올랐다. 그러는 귀족들은 대체로 예쁘장하고 귀엽게 생긴 동물을 찾는다는데. 혹시 그들이 동물의 생김새를 보는 관점과 용이 인간의 외모를 보는 관점이 비슷할까? (자신을 비롯한 인간을 사육되는 동물에 빗대는 게 적잖이 괴이쩍지만, 스스로를 돌이켜 봐도 기왕이면 귀엽게 생긴 동물에게 더 끌리긴 한다.) 거기 생각이 미치자 그의 외모 언급이 묘하게 느껴졌다. 그에게 지성체가 아닌 동물 취급을 받는다고 느꼈던 적은 맹세코 단 한 번도 없다. 하지만 동물을 귀애한다는 귀족 중에는 그 동물을 가족보다 더 가깝게 여기고, 본인의 생활 수준을 낮추는 한이 있어도 동물 부양에는 비용과 정성을 아끼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그래서 혼란스러웠다. 상대를 진심 어린 교류가 가능한 존재로 대하는지, 귀애하는 동물처럼 대하는지는 어떻게 분별할 수 있을까? 생각할수록 미간이 찌푸려졌다. 이런 문제는 어떻게 해야 답이 찾아질지 모르겠다. 그렇게 머릿속이 먹통인 가운데 엉뚱한 말이 튀어나와 버렸다.

"그런 말씀 다른 용에게도 하십니까? 저라면 이상적인 미형의 용에게도 미남 미녀 소리는 안 나올 것 같은데 말입니다."

369 ◆Tkeoq3Vax6 (ziod4zjNFc)

2023-02-18 (파란날) 23:11:31

>>367
책 얘기를 답레에 넣어 보려고 여쭌 거였는데 도중에 머릿속이 꼬여서 백기 들었습니다😅 (상괭이는 현산어보에 상광어(尙光魚)라고 소개되었다기에 써먹어 봤습니다만..(._.)a )

레아가 듣고서 진지진지 열매를 먹어 버렸습니다😓 이으시는 데에는 문제가 없어야 할 텐데요😐

하긴 제정신이면 오히려 이상할 시기 같긴 합니다😢 사별의 고통은 극복하는 게 아니라 묻어 두는 거라는 말이 있던데 어떤 계기로 그나마 묻게 되었을까요? 5인방의 환생체와 재회하면서라든가?🤔

370 ◆8nz3IZH4M2 (TgA4yoxXnI)

2023-02-18 (파란날) 23:42:31

>>369

허허 무리하실 필요는 없었는데!! 일단 답레는 1시 이후에나 가능합니다 . .)

아 저정도야 뭐! 당연히 제가 대처해야할 부분입니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그 이후로 요람에 집중하면서 여러군데 여행을 다녔는데 결국에는 모두가 헤어지고 다시 만나면서 부숴지지 않는 인연으로 엮인다는 생각에 위안을 얻게 된거에요. 게다가 그들이 자신을 위해 희생한 것은 그들이 자신에게 무언가를 맡기고 스러져갔다는걸 인지하는 순간 그 슬픔을 안고 일어난 것이죠

371 ◆Tkeoq3Vax6 (tn.OqtrOHE)

2023-02-19 (내일 월요일) 00:36:35

>>370
결국 포기했으니 무리는 안 했습니다😅 블랑주님도 무리하지 마시길!!

괜찮으시다니 다행입니다😀!!

회자정리 거자필반(會者定離 去者必返)인가요? 9중 결계로 감춘 문건도 그렇고 불교적인 내용이 많이 다뤄지는군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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