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이 들었을 땐 책상에 엎어진 채였다. 화닥닥 일어나 보니 <카다로스 제국사>와 그걸 베껴 적던 양피지가 나란히 놓여 있었다. 숙취(?)로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았다. 산을 탄 탓인지 책상에 엎드려 잔 탓인지 삭신도 쑤셨다. 마법 기사의 안내를 받아 이 방에 들자마자 필사를 서둘렀던 거 같긴 한데, 베껴 적은 건 고작 열 페이지 남짓이다.(그나마도 제대로 베껴 적었을지 미지수다.) 앓는 소리와 한숨이 함께 나왔다. 얼마 못 가 뻗었나 보네. 천재일우의 기회는 앞으로 한 달뿐인데.
흑룡이 뜻을 물리지 않을 거라며 내기까지 걸긴 했지만 레아는 여전히 회의적이었다. 첫째로 자신이 이곳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아직 확신이 안 왔고, 둘째로 흑룡이 기대한 몫(그게 무엇인지 오리무중임은 차치하고라도)을 못할 경우를 미리 대비하는 편이 안심이 됐다. 설령 그런 문제를 다 제친다 해도 1달 넘게 머물면 골치 아파진다. 어쨌거나 자신은 왕립 연구소 소속이다. 그런데 여기 계속 머문다면 연구소에선 사직할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그러면 사실상 학계와는 연이 끊어지게 되고 내 기록이 학계에서 검증받을 기회도 사라질 텐데, 진위를 검증받지 못한 기록이 과연 학술 자료로 인정받을 수 있을까?
그만! 레아는 머리칼을 마구 헝클이더니 손빗으로 대강 다듬어서 묶어 올렸다. 고민하고 앉았을 때가 아니다. 지금은 흑룡의 기대에 최대한 부응하면서 그에 관한 정보를 기록하는 게 우선이다. 그러고 밤에는 제국사 필사본 만들기에 전념하자. 계획한 대로 해내려면 시간을 잘 쪼개고 집중해야 한다. 당장은 그것만 생각하자.
그러나 그 다짐은 일어나자마자 산산조각 났다. 나갈 준비를 해야 하는데, 갈아입을 옷이.. 없다? 당연했다. 가방에 챙겼던 건 부싯돌과 다용도 칼 말고는 진흙뿐이니까. 그 기막힌 상황에 실소조차 나오지 않았다. 그러니까 나, 1달은 조사하겠다는 계획하에 그 암벽을 타면서, 속옷 한 벌 안 챙긴 거야?? 제정신인가?!?! 악 하고 비명이 나올 뻔한 걸 입을 틀어막고 주저앉았다. 이거야말로 꿈이다! 악몽이야!! 하지만 볼을 치니 따갑다. 머리가 아프고 몸이 쑤시고 속이 쓰린 것도 똑같다. 쪼그리고 있어 봤자 시간 낭비다. 레아는 멍청하다고 하기도 부족한 과거의 자신을 저주하며 일어섰다.
그래서 어떻게 수습한다? 어쩌긴 뭘 어째? 기숙사에 돌아가서 챙겨와야지. 하지만 그랬다간 꼼짝없이 하루를 공친다. 안 그래도 모자란 시간이 산만 타다 날아가는 거다. 더구나 흑룡에게 뭐라고 말할지도 문제였다. 옷을 전혀 안 챙겨와서라고는 죽어도 말 못 해.. 그런 건 상상만 해도 민망하다 못해 피가 거꾸로 솟는 듯했다. 그러다 보니, 방에서 나왔을 때 레아의 몰골은 말이 아니었다. 눈은 수면 부족으로 충혈된 데다 자신의 어리석음에 대한 분노와 당혹감으로 물기가 그렁했고, 얼굴은 온 몸의 피가 그리 쏠리기라도 한 것처럼 새빨갛게 익어 버렸으며, 표정은 그야말로 우거지상이었으니까. 그런 가운데 마음속에서는 의구심이 새어 나왔다. 역시 인간형 호문클루스를 만들 땐 다른 사람을 골라야지 않을까? 이렇게 나사 빠진 실수를 하는 인간을 본땄다가 무슨 사달이 나라고?
//>>16 보고 설득당해서 이름 서술 안 했습니다. 그리고 보시면 아시겠지만, 넵 설정 구멍을 메꾸기 위한 선레입니다..8ㅁ8 situplay>1596715072>45에선 가방에 흙만 잔뜩 넣어 놓고 situplay>1596715072>133에선 1달은 있을 계획이라고 서술한 과거의 나참치 멍청해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흑룡의 하루는 언제나 따뜻한 우유 한잔으로 시작한다. 인간의 기준으로 보았을때, 술은 마시는 편이지만 연초는 피우지 않으며, 최대한 규칙적인 생활과 수면기의 계산을 들어서 수면기를 줄이는 대신 그만큼의 규칙적인 잠으로 그 모든 것을 벌충해내고, 항상 아침저녘으로 가벼운 스트레칭을 하면서 하루를 준비하고 마무리하는, 전혀 용답지 않은 모습으로 행동을 하는게 그였다. 언제나 그에게 있어서 이 모든 일과는 연구로 직행되는 것이며, 이 자그마한 규칙적인 생활로 하여금 생활에 활력을 넣는다는 계획을 세울 수 있는 것이었다. 실제로도 이렇게 함으로서 수면기에 접어들어야 할 상황에 그는 활동을 할수 있었고. 우유 한모금을 마심과 동시에 인간계로 몰래 다녀온 가고일이 신문 한부를 가져다 준다. 항상 새벽같이 움직이는 편대 설정형 가고일 중 하나는 당번제로 돌아가며 그가 설정해둔 지시사항에 따라 신문을 한부 몰래 가져 오는 것이 일상이 되어 있었다. 물론 인간들이 사는 왕국에는 대마물 결계가 쳐져 있었겠지만, 그정도에 대해 방비를 하지 않았다면 마법의 대종사라 불리우는 용이라고 할수 없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며 하루 일과를 대강 정리하려던 찰나 그가 천천히 고개를 돌리자 여인이 방문 바깥으로 나오는 것이 눈안에 들어왔다.
'....?'
세상에, 밤새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분명히 여러가지 복지는 다 해준걸로 기억하는데, 그가 잠깐 벙찐 눈으로 여인을 바라보며 온갖 생각을 떠올리기 시작했다. 뭐 인간계에 애인이라도 두고 온건가, 아니면 뭐 소중한 물건을 여기 숲 근처에서 잃어버린 건가.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이내 자신의 사람이 될 여인에게 멋쩍게 웃으면서 자리를 권하였다. 그가 권한 자리에는 그가 지금 먹고 있는 토스트와 베이컨이 갓 내온걸 증명하기라도 하듯 따스한 김을 내뿜고 있었다.
"몰골이 말이 아닌것 같다만, 일단 식사라도 좀 하고 생각을 하시게."
그렇게 자리를 권하며 그가 토스트를 한점 입에 물고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고 보니 이번에 버터가 잘되었다고는 생각이 들었는데 자신이 생각 한 것 이상으로 풍미가 굉장해 이것만으로도 만찬이라 불릴수 있을것만 같았다.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입안에 있던 토스트를 목 너머로 넘긴 다음 언제나 처럼 껄껄 웃음을 터트리며 자신의 눈앞에 있는 여인에게 입을 열었다.
"크런치 모드라고 한다지? 자신을 혹사시켜가며 시간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것 말이야. 몸을 갈아넣어가면서 까지 최대한 능률을 올리겠답시고 벌이는 어리석은 짓을 지칭하더군."
그가 재차 목 너머로 따뜻한 우유를 넘겼다. 따뜻하고 부드러운 느낌이 속안으로 퍼져나가며 심신을 안정시켰고, 자그마하게 뚫어둔 구멍으로부터 햇빛이 들어와 편안한 느낌을 주고 있었다. 이렇게 놓고 보니 완전 정반대였다. 깔끔한 차림으로 규칙적인 아침을 보낸 용과 제대로 정리도 못한채 아침을 겨우 맞이한 여인, 하지만 그 둘의 공통점이 있었으니 바로 이곳에서 지내는 연구자들이라는 사실이었다. 그렇다면 자신이 동료로서, 또 상사로서 그녀에게 마땅히 조언을 줘야 하는게 맞다고 떠올리며 그는 입안에 퍼지는 고소한 우유의 풍미를 느끼며 입을 열었다.
"항상 재정비를 해야하는 게 중요하다네, 시간에 쫒긴다고 일이 완성되는 것이 아니지 않은가? 애시당초 시간이 부족한게 아니라 마음이 그렇게 만드는 것이네, 일단 심호흡을 하고, 따뜻한 식사와 음료를 즐기며, 가볍게 몸을 씻고 천천히 무엇을 해야 하는지 먼저 떠올리게. 참, 필요한 것이 있다면 상사에게 직접 이야기 하는 것도 좋아. 상사는 그대에게 분명 명령을 내리겠지만, 그만큼 그대에 대해 책임을 가져야 하는 것도 사실이니까 말일세."
그렇게 말하는 와중, 그는 무언가 가장 중요한 것을 까먹었단 사실을 떠올렸다. 하지만 그것이 무엇인지는, 지금 그가 무엇을 떠올려야 하는지는 알지 못했다.
'용이 건망증 안걸린단 놈 나와.'
이런 것도 기억 못하는데 어디서 건망증이 안걸린단 말이 나오는건데. 그렇게 속으로 투덜거리는 용이었다.
//많이 늦었습니다아아아!!
..... 적은 글을 보니 진짜 잘 어울리는 상사와 부하 직원이네요, 한명은 고용하면서 자기소개를 까먹었고, 한명은 1달간 외근중인데 생필품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어이 블랑 너! 자기소개도 까먹은채 잘난척 하지 말라고!!(?)
기숙사에 다녀와야겠다는 소리를 어떤 식으로 꺼내야 좋을지 고민하며 안 떨어지는 걸음을 억지로 옮기는데 평소 같았으면 맛있겠다고 절로 군침이 돌았을, 고소하고 기름진 냄새가 코에 스몄다. 그러나 지금은 어쩐지 그 냄새가 식욕을 불러오는 것 같으면서도 어쩐지 비릿하고 니글거리는 느낌이었다. 여기 와서 먹은 거라곤 와인뿐인데, 숙취 때문인지 머릿속이 복잡해서인지는 모르나 정상적인 상태는 아니다.
어쨌거나 흑룡은 토스트와 베이컨과 우유가 정갈하게 차려진 테이블에서 레아를 맞이했다. 갓 나온 듯 김이 채 가시지 않은 음식들과 함께 생각지 못한 물건이 눈에 띄었다. 신문? 이 산 속(산 위가 아니라 문자 그대로 산의 한가운데)에?? 그러고 보니 테이블에 차려진 음식의 양도 인간이 먹기에나 적당한 정도다. 얼핏 보면 그저 평온하고 자연스러운 아침 풍경 같지만, 그의 거대한 본체를 생각하니 위화감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덩치가 큰 생명체는 그만큼 많이 먹어야만 생존이 가능한 줄 알았는데, 용은 저만큼만 먹어도 되나? 엄청나게 효율적인 신체구나.
그때 흑룡이 사람 좋게(용에게 붙이기는 어색하지만, 정말 인심 좋은 사람이라는 인상이었다.) 웃더니 뭔가 꿰뚫어본 듯 말을 꺼냈다. 감정이 주체가 안 될 것 같아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확실히, 쫓기는 기분이었다. 다시 오지 않을 것 같은 기회이고, 원래라면 내게 주어질 행운이 아니라고 느꼈으니까. 그러니까 뭐든 성과를 거두어야 한다고, 퍼져 있을 때가 아니라고, 스스로를 채찍질하려 했다. 하지만, 흑룡의 말을 들을수록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지쳤다. 체력 하나는 자신 있었거니와(연구자로서 레아의 최대 장점이 체력일 거라고 말한 연구원 동기도 있었다.) 녹초가 될 만큼 강도 높은 노동을 하진 않은 터라 어이없지만, 지친 건 지친 거다. 1달을 약속했는데 불과 하루 만에 이 꼴이라니,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어쩌면 처음부터 몸에 안 맞는 옷이었는지도.
왕립 대학에 입학하고 한동안 떨치기 힘들었던 콤플렉스가 떠올랐다. 처음엔 당연히 좋았다. 왕국 최고의 대학에 입학했다는 사실이 자랑스러웠다. 그러나 동기들과 교류할수록 스스로가 초라하게 느껴졌다. 그들은 하나같이 전공 지식에 해박했고 교양도 풍부했다. 예술, 마법, 검술 같은 재주가 이미 상당한 경지에 이른(개중 한 가지만이 아니라 여러 가지를 한꺼번에 이룬) 이도 있었다. 이런 대단한 사람들과 나란히 할 자격이 내게 있는 걸까? 내 입학이 일종의 착오는 아니었을까? 그렇게 느끼면서도 대학을 떠나지는 못했다. 졸업하면 얻을 수 있으리라 기대되는 기회가 아까웠으니까. (실제로 버틴 덕에 졸업해서 왕립 연구소의 연구원까지 됐다.) 동기들처럼 잘나질 수는 없다고, 동기들은 동기들이고 나는 나라고 받아들이고자 애쓸 때 다짐했는데. 앞으로 황새 따라가려다 가랑이 찢어지는 뱁새 꼴이 날 자리엔 가지 말자고. 그래 놓고 또 이러고 있네, 버티면 얻을 수 있는 성과가 탐나서.
결국 손가락에 눈물이 묻어났다. 손끝으로 눈을 주무르듯 누르며 코를 훌쩍이고 숨을 골랐다. 막혔던 코가 어느 정도 뚫리자 마음도 가라앉는 것 같았다. 내려놓자. 물론 여길 제대로 조사하고 기록할 기회를 포기하는 건 미치게 아깝다. 모르긴 해도 두고두고 후회하겠지, 어쩌면 평생 후회할지도. 하지만 내가 있어도 되는 자리인지 의심하며 지내는 건 이젠 싫다. 더구나 흑룡이 기대하는 것 중 하나인, 인간형 호문클루스의 모델로도 나는 부적합하다.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비하자고 만드는 건데 오늘처럼 나사 빠진 실수를 언제 또 할지 모르는 내가 모델이 되는 건 경우가 아니지 싶다. 용은 개체마다 특성이 제각각인 것 같으니 다른 용을 찾아보자. 그땐 제발하고 옷가지 정도는 제대로 챙기고. 레아는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내쉬고는 품에서 요람의 출입증을 꺼내 테이블에 놓았다.
"하루 만에 번복하자니 면목이 없습니다만, 아무리 생각해도 저는 적임자가 아닌 것 같습니다."
되새기기도 싫은 멍청한 실수를 말하자니 부끄러워 얼굴이 탈 것 같았지만, 말하지 않으면 안 된다. 문제를 똑바로 밝히지 않는 한 납득하지 못할 테니까.
"전 원래도 이 산에서 1달은 머물 작정이었습니다. 그런데 어이없게도 여벌의 옷은 전혀 챙기질 않았습니다. 용에게 들킬 가능성이 적도록 위장해야 한다는 생각만 앞서서요.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아니, 이렇게 들켰으니 하나조차 몰랐던 겁니다. 용님이 계획하는 호문클루스는 미래를 대비해야 하는 존재이고, 1%의 불확실성도 위험 요소가 될 수 있는 존재 아닙니까. 그런 존재를 저처럼 언제 어떤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할지 모르는 인간을 본따 만들면 여러모로 곤란하리라고 생각됩니다."
내 단점은 빼고 장점만 이식할 수 있다면 또 모를까. 잠시만, 이식? 그러고 보니 생명체에겐 영혼이 있지 않나? (사후에는 육신을 떠난 영혼이 절대신께 심판받는다는, 에티스 교의 교리가 떠올랐다.) 그 영혼을 호문클루스에 이식하면, 부활이란 게 가능하지 않을까? 신성 모독적인 정도가 아니라 아예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는 터무니없는 발상이지만, 호문클루스를 만드는 것도 쉽다는 이 용이라면 의외로 할 수 있을지도?
"..혹시 생명체의 영혼을 호문클루스에 이식할 수는 없습니까? 그게 가능하면 용님이 부활을 도모해서 미래를 대비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만."
이 갑작스러운 화제 전환 뭐람? 하지만 갈 땐 가더라도 할 말은 해야지. 흑룡은 자신과 꼭 같은 특성을 지닌 호문클루스일지라도 자신의 의도대로 움직이리라는 보장이 없다는 점을 불안해했다. 하지만 특성이 똑같은 존재가 아니라, 아예 자기 자신이라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지 않을까?
//이름 물으면 블랑님 반응이 어떨지 궁금한데 레아가 널뛰기를 합니다(._.) 상황은 개그였으나 내적으로는 개그가 아니었던 탓이려니 여겨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가 말없이 신문을 펴든채 여인의 말에 귀기울인다. 여인의 속을 알고 있는건지 아닌지 그는 그러거나 말거나 다시금 따스한 우유를 마시고 있었다. 하지만 여인은 알까, 아주 미세한 각도로 때문에 지금 그녀는 본인이 앉은 자리에서 자신의 표정을 읽을수 없다는 것을 말이다. 즉 지금의 그는,
"정말로, 그게 속마음이라 생각하는가?"
——미소 짓고 있었다. 그 미소는 마치 많이 그리운 감정이 섞인, 마치 예전의 자신을 보는 느낌이었다. 갇혀셔 무엇을 해야 할까, 막연히 안개에 갇혀서 무엇을 해야하는 것일까, 처음으로 자신이 요람을 세울때의 시행착오를 느낌이었다. 마력만 때려박으면 안정적인 구조를 세울줄 알았다고 생각하고 일을 진행하였다가 결국 전부 무너졌던 그 과정 말이다. 그렇게 공부하고 또 공부해서 결국 이 곳을 만들었다. 다른 이의 도움을 받기도 하고 스스로의 방안을 연구하여 이 요람을 만들어 내는데에 성공하였다. 처음으로 이 큰 공간을 만들면서 그는 용이라는 종족에 대한 자신감도 많이 무너졌고, 과연 자신이 걱정하는 미래에 대비할 수 있을지도 불안하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그 모든 것은.....
"무언가 착각하는 것이 있군, 그대는 적임자가 맞네. 자네가 못한다면 결국 내가 본 시점의 현재 인간들은 아무도 내가 할 일을 감당하지 못할것이야."
그가 신문을 접고 천천히 우유를 한모금 다시 마신다음 손뼉울 가볍게 쳤다. 동시에 그의 신호를 받은 리빙아머 한 구가 천천히 다가와 그의 지시사항을 다시 받아들였고, 그것을 잠시 물끄러미 쳐다보던 그가 빙긋 웃으며 리빙아머를 가리켜보였다.
"원래 리빙아머는 전투형 물건일세, 반면 그대가 이 요람에서 본 리빙아머들은 전부 가사 전반 담당이지 않았나? 저거 전부 내가 조작한 것일세, 저거 하나 제대로 조작시키는데 거의 5년이 걸렸고 말이야. 근데 말이야, 과연 제대로 움직인건 몇년인지 아는가? 1년이야, 1년! 그 전까지는 모래를 요리로 만들어도 이것보다는 맛있겠단 생각을 많이 했다네!! 하하하하!!"
뜬금없는 질문이었다. 이 용은 도대체 무엇을 말하고 싶은 것일까, 아주 조금만 생각하면 금방 떠올릴 답변이었으나, 용으로서 자존심이 있기에 입으로 내지 않을법 했지만, 결국 그는 인간들이 말하는 소위 '거인'이라는 존재였다. 그 누구라도 포용하고 인정하며 받아들일수 있는 큰 인물, 바로 그는 그런 존재였다.
"내가 어제 한 말에 번복하는 것이다만, 결국 모든 것은 불확실성에서 시작되는 것일세, 우리가 불확실한 것에 대비를 하는것은 어디까지나 최대한의 방도야, 모든 것을 막을 수는 없지. 우리는, 신이 아닐세."
어느새 다가온 그가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입을 열었다. 그 모습은 마치 신실한 신자에게 축복을 내리는 신과도 같았으며, 역으로 문제에 막힌 학생을 격려하는 지도 교수와도 같았다. 그러고서는 잠시 그녀의 대답에 대해 생각하지도 못했다는 듯이 그 말에 대해 곰곰히 생각을 떠올렸고, 마침내 그의 입에서 폭탄 발언이 떨어졌다.
"진짜 여기 있으면 안되겠는가, 생각도 못한 여러가지 사안을 주는군, 어떻게 보면 생각의 지평을 계속 넓혀주고 있으니, 내 어찌 탐을 안낼수가 있겠는가."
여인이 만약 그의 두 눈을 바라보았다면, 용의 두 눈동자에 새겨진 탐욕이라는 강한 감정을 느낄수 있을 것이리라.
//괜찮아요!! 심적 부담이 굉장할건 대충 짐작하고 있었어요!! 그러거나 말거나 이 용은.... 아무리 봐도 유능한 대학원생 지망자를 다른 교수놈들에게 뺏길까봐 안달복달 난 교수님 읍읍
>>20 블랑왈 '자존심 덩어리들이니 하찮은 놈들이 답변해봤자 알아들을수나 있냐고 답변할지 모른다'라고 할 거 같네요:) 블랑이 용답지 않게 온선하고 존중감이 높은 것도 한 몫 하겠지만요!!
황당해할 줄 알았다. 약속을 이렇게 쉽게 깨냐고 타박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창피함을 무릅쓰고 멍청한 실수까지 고백했다. 내 하자를 구체적으로 알아야 말을 뒤집을 수밖에 없었던 원인을 이해할 것 같아서. 그런데 흑룡은 지극히 차분하고 부드럽게, 그게 정말로 속마음이냐고 물었을 뿐이다. 속마음? 모르겠다. 용의 생태와 습성에 대해 조사하고자 나왔고, 흑룡이나 이 요람이 (이대로 포기하면 일평생 후회할 것임이 자명한) 더없이 매력적인 조사 대상인 것은 맞다. 그러나 여기 머물기 위한 조건(흑룡의 비서로 일하는 것이며 흑룡이 만들려는 인간형 호문클루스의 모델이 되는 것)이 자신으로서는 감당이 안 되는 것이나, 다시는 자격 없이 어디 머문다는 자격지심을 느끼고 싶지 않다는 것도 진심이었다. 나아가서는 왕국의, 그러니까 인간들의 학계(인간 세상과 무관한 용에게야 인간들의 학계 역시 대단찮을 수 있지만)에서 자신의 기록이 신용할 만한 것이라고 인정받고 싶은 포부 역시 진심이었다. 사실 여부 정도는 학계에서 검증을 받은 기록이어야, 학문적인 업적을 세우는 거인들이 참고해 주든 말든 할 거 아닌가. 즉 흑룡의 제안은 레아에게 매우 매혹적인 동시에 소화하기 버겁고 인간 학자로서의 포부와 관련된 불안도 야기하는 것이었다.
이 복잡한 심경을 간파한 건지 전혀 모르는지는 알 수 없으나, 신문에 가려지다 했다가 얼핏 엿보인 흑룡의 얼굴엔 (레아의 착각이 아니라면) 미소가 배어 있었다. 단순히 흥미나 즐거움이 아니라, 어딘지 애틋하고 정겨운 빛이 드러난 미소였다. 그는 그런 얼굴로 레아 외에는 적임자가 없단다. 갑갑했다. 그가 이렇게까지 기대하는 원인이 뭔지 감도 안 왔다. 그의 목적 중 레아가 유일하게 파악한 것인 호문클루스의 모델감은 왕립 연구소에 가면 눈 감고 골라도 자신보다는 나은 이가 뽑힐 것(연구원 중에 1달을 외출하면서 옷가지 한 벌 안 챙기는 바보는 없었으니까)이고, 인간이 연구해 온 자료 중 가치가 높은 걸 엄선해서 확보하고자 한다면 어느 자료가 어떤 가치를 지녔는지 알아볼 안목이 있는, 박학다식한 인간이 필요할 것이다. 그런데도 그 많은 인간 중에 하필이면 레아가 적임자라고 주장하는 근거가 도대체 뭘까?
아무래도 개운치 않은 기분을 수습하지 못하고 있는데, 흑룡이 문득 마법 기사에게 뭔가 지시를 하더니 그 기사를 가리켰다. 그러고서 하는 이야기는 완전히 딴소리 같으면서도 묘한 데가 있었다. 전투가 목적인 개체였구나. 어쩐지 갑옷을 입은 것 같은 외형이더라니. (무슨 재료를 어떻게 했기에 모래보다 맛없다 싶은 요리가 나왔을까 하는 가벼운 호기심도 일었지만 그는 이내 사그라들었다.) 수년간 가사 노동을 맡도록 개량한 끝에 1년 전에야 성과를 거뒀다라, 용만큼이나 능력이 있어도 그렇게 시행착오를 겪는다는 말을 하고 싶은 걸까? 시행착오는 거칠 수밖에 없는 과정이니 낙담하지 않아도 된다고?
그렇게 추측하던 중 그만 흠칫했다. 어느새 흑룡이 다가와 레아의 어깨에 손을 얹어서였다. (한편으론 외형뿐만 아니라 손길의 부드러움이며 체온까지 사람 같은 것에 놀랐다. 이런 이가 실은 집채 몇 개는 쌓아 둔 것처럼 거대한 흑룡이라고 누가 상상이나 할까?) 그러나 그도 잠시, 레아가 저지른 멍청한 실수에 대한 위로 같은 흑룡의 말이 다시금 상념을 불러왔다. 미래가 불확실한 이상 아무리 대비해도 한계는 있다. 그건 맞는 말이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그래서 더 문제다. 안 그래도 불확실한 미래에 자신처럼 무슨 터무니없는 실수를 할지 모르는 호문클루스를 투입하는 게 과연 합당한 처사일까? 합리적인 조치만 해도 변수를 모조리 막을 수는 없지만, 그런 만큼 비합리적인 조치는 더더욱 피해야 하지 않을까?
역시 안 되겠다고 답하려는 찰나, 그야말로 얼이 나갈 것 같은 말이 돌아왔다. 생각난 김에 해 본 소린데, 꺼내고서는 (용이 웬만한 건 다 해낼 수 있는 능력을 지닌 만큼) 이미 시도해 봤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반응이 나올 줄이야. 레아는 흑룡의 눈길(이전까지는 피해야 할 것 같은 순간에도 자꾸만 보게 되던)을 피해 고개를 숙였다. 자신을 내려다보는 석양빛 눈동자가 흡사 불꽃처럼 이글거려 마주볼수록 묘하게 압박감이 들어서였다. 그렇게 피해도 그의 시선이 고정된 것은 확연히 느껴졌고, 그럴수록 머릿속은 더 복잡해졌다. 뭐라고 해야 전달이 될까? 레아는 무릎맡에 둔 두 손을 맞잡고 한참 숨을 골랐다. 계속 있고 싶은 이유와 그러기 싫은 이유를 차근차근 정리해 보자.
"가능만 하면 1달은 여기 있고 싶습니다. 용님과 요람에 대해 기록하면 용족 연구에 보탬이 될 테니까요. 하지만 용님이 맡기시려는 업무가 뭔지 제가 아직 파악하질 못했습니다. 용님이 만드시려는 인간형 호문클루스의 모델이 되거나, 요람에 둘 자료를 선별하고 관리하는 일 정도일 거라고 막연히 짐작할 뿐입니다. 그런데 전자는 저보다 조심성 있고 준비성 있는 인물이 어울릴 것 같고, 후자는 유의미한 자료를 선별할 안목 즉 인간의 여러 학문에 소양이 있는 인물이 어울릴 것 같습니다. 제 짐작이 틀렸다면 어째서 저를 적임자라고 보시는지 근거를 알고 싶습니다. 그와 별개로, 전 인간 사회와 완전히 동떨어져 지낼 자신은 없습니다. 애초에 전 학계, 그러니까 인간 사회의 인정을 받길 바라는 인간입니다. 용족을 조사하자고 나온 것도 학계에서 인정할 만한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였고요. 그러니 만약 왕립 연구원 직을 포기해야 한다면, 여기 평생 머물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대사 길어! 확인하자마자 쓰기 시작했는데 오래 걸렸네요8ㅁ8 느리고 느린 내 곰손(._.)... 레아는 쭈굴 모드인데 블랑님은 오히려 고평가를 해 주니 신기하지 말입니다 과연 투잡 요구에는 어떻게 응대할지 궁금해집니다ㅎㅎ
그녀의 말에 고개를 주억인다. 마치 모든것을 이해하는 모습이라고 해야할까, 그 또한 인간에 대해 연구한 그들─같은 인간, 혹은 인간을 닮은 이종족들─의 결과물들을 읽어본 적이 있었다. 그러고보니까 자기들과 다르게 그들은 모두 사회를 구성하면서 살아간다고 기록 되었으니까. 어떻게 보면 그들이 있는 곳이, 즉 사회라는 울타리가 바로 그녀가 있어야 할 곳이 아닐까, 당연한 이야기였다. 물론 이를 제대로 존중하지 않으려는 이들도 있겠지만, 최소한 자신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이야기였다. 그들의 존재는 사회를 만들어 몸을 지키는 것으로부터 시작되어 온 것이니까. 그 순간 그가 요람의 전체를 피부로 느끼기 시작하였다. 왜 자신이 이곳의 이름을 요람이라고 지었는가, 모든 것이 갑작스레 종말로 이끌어지더라도, 시작의 장소가 되어 많은 이들의 갈 길을 제시하고, 또 스스로의 가능성을 젖혀 나아가기 위함이라는 것을 말이다. 나중이 어찌되었건 지금은 자신이 요람의 주인이었다. 당연히 가능성을 열어 젖혀나갈 이 자그마한 소녀에게 자신이 힘이 되어줘야 하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닐까, 그 순간 그의 손이 가볍게 그녀를 이끌어간다. 아주 자그마한 목소리로, 그는,
"텔레포트(Teleport)."
아주 잠깐, 공간을 뛰어 넘었다. 요람의 거주구역 가장 최 외곽 지역인 테라스, 자연의 경관에 완전히 위장되기라도 한 듯, 정갈하지만 아주 간소한 지형이 에르네스트 산 지형 전체에 어우러지듯 꾸미게 만들어 레어가 눈에 잘 안띄게 함은 물론이요, 반대로 그들에게는 아주 넓고도 웅장한 광경을 보여주고 있었다. 분명 걸어올 만한 거리였지만, 굳이 공간을 뛰어넘어서 이곳까지 온 것은 단지 그녀에게 무언가를 보여주고 이야기 하고 싶은 것이리라.
"그대가 처음 왔을때를 기억하는가?"
기억이 안 날수가 없으리라, 자신이 이렇게 똑똑히 기억하고 있으니까, 아마 그 광경은 그녀에게도 절대로 잊혀지지 않을 광경이었을테니까. 한참 키가 차이 나는 그녀의 머리위에 손이 얹혀진다. 따스한 온기와 함께 무언가를 전하고 싶은 마음이 있는 것이리라.
"그대는 용에 대한 연구를 위해 이곳에 왔다고 하였지, 물론 그것이 헛된 노력일 수도 있었겠지만 자네는 그 실낱같은 가능성에 대해 매달리고 또 있는 힘껏 열어 젖혔다네. 그대는 두려워하지 않았어. 아주 자그마한 그 가능성을 스스로가 붙잡은 거야. 물론 내가 어제 말한대로 우연에 우연이 겹친 운명도 있었겠으나, 그 운명을 만든 것도 결국 자네의 가능성을 믿고 나아간 일이지. 그것은 절대로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니까."
이제서야 그가 그녀를 그토록 마음에 들어하는 이유를 알 수 있을것만 같았다. 아무리 속물적인 일이더라도, 사회에서 벗어나지 못한 존재더라도, 결국 본인의 연구만 중시하는 것이라도, 그녀는 스스로 가능성을 개척해나가는 것을 지금 이 눈 앞의 용에게 증명해보였다. 그것은 숭고한 의지다. 용으로서 그가 흉내만 낼 수 있을뿐인, 그녀만의 찬란한 빛이었다. 자각은 하지 못했겠지만, 그녀는 이미 충분히 그에게 자신의 가치를 입증하고도 남았다는 것이다. 그녀의 고민에 대해 그는 천천히 말을 이어 나갔다.
"원하는 대로 하거라. 나는 그대를 막지 않았다. 이 곳은 요람이다. 유년기의 어린 아이가 빠져나가 스스로 걸어나갈 길을 개척해나가는 곳이다. 그러니까 자네가 이곳에 왔을때 처럼, 있는 힘껏 문을 열고 나아가는 것이다. 그대는 이미 내게 자격을 증명하였고, 언제든지 돌아와 쉬어 갈 수 있다는 것이니까."
//조금 진지하게 말하자면, 요람은 절대로 능력을 보고 뽑지 않습니다. 그랬다면 진짜 전세계를 돌아다니며 우수한 이들만을 골라 뽑아 넣고 그랬을지도 모르니까요. 하지만 요람의 취지는 그런 데에 있지 않아요. 오히려 레아같이 아주 자그마한 가능성에라도 매달리고, 또 스스로 개척나가며 때로는 흔들리고, 때로는 갈등해가며 나아가는 이들이야 말로 요람에 적합한 인물이니까요. 괜히 고평가 하는게 아니랍니다 :) 그러니까 용님은 원하는대로 베풀어드립니다! 말이 대학교수지, 엄청 관대한(?) 분이라니까요?(????)
흐미 자고 일어났더니 완전 각 잡고 쓰신 거 같은 정성 가득한 답레가..:O! 보면서 감탄했습니다 보조 맞추려면 저도 정신 차리고 제대로 써야겠는데 제가 너무 곰손이라 오늘 내일은 어려울 것 같습니다ㅠㅠㅠㅠㅠㅠㅠㅠ... 간간이 썰풀이나 Q&A 비슷한 거라도 하면 재밌겠다 싶긴 한데 내키실지, 설 당일이라 짬이 나실지 모르겠네요(._.) 아무튼 평온하고 즐거운 명절 보내시길!!
>>31 그렇군요! 제가 과문해서 혼과 백을 자세히 알지는 못하지마는.. 하긴 영생이 그렇게 쉬우면 것도 김새겠어요 좌절하고 고생하는 과정이 나오는 편이 더 흥미로울 거 같습니다 (사실 그런 과정을 이미 거친 뒤는 아닐까 생각하기도 했습니다ㅎㅎ)
용을 동물종으로 간주하고 연구하는? 동물학 연구자 정도로 설정했었고 닥치고 그거만 보는 막무가내(?) 캐로 생각했던지라 전공 분야 외의 연구도 시도할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레아가 호기심은 많은 편이니 (카다로스 제국사에 관심을 가졌듯이) 개인적으로 알아보고 싶어 할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봅니다
그리고 이번에 떠오른 질문은 스레 내용보다는 외적인 건데요, 자유 상극에서 완전 묻힌 레스였는데 이어 주신 계기가 뭐였는지 궁금합니다:)
>>32 고민을 많이 하긴 했지만 오히려 레아가가 제대로 맹점을 찌른게 맞아요, 블랑쿤은 지금 자신이 오래사니까 무슨일이든 할수 있겠지, 했는데 이게 나중에 들춰놓고 보니..... 으으으음..... 이걸 뚜껑을 열어보니 '허미 이게 뭐시당가?'라는 상황까지 오게 될껄요?
음, 역시 대학원생 하나 뽑으려고 최대한 머리 싸매길 잘한걸수도 읍읍..... 일해라 조교야 니 일하는게 내 일해주는거란다!!(?)
아 그거요? 사실 저 복귀연어입니다! 그래서 승냥이마냥 자유 상극 어장(스레)에서 어슬렁거리다가 어? 이게 왜 묻혔지? 하고 건져냈는데 그게 SSR이었네요!! 사실 시일이 엄청 지난거라 안계실줄 알고 이럴줄 알았음 조금만 더 일찍 올걸 이란 고민도 꽤 했고요 ㅋㅎㅋㅎ
>>33 옹~ 그거 뿌듯한데요! 연구자 컨셉이랑 어울리는 면모가 드러난 것도 같고ㅎㅎ 블랑님의 개고생이 예상됩니다만 그래도 프랑켄슈타인 같은 비극 없이 원만한 결과가 나왔으면 좋겠네요:)
본인 전공 분야가 아니면 본격적인 연구가 아니라 여가 활동의 일종으로, 재미로 보는 수준에 그칠 가능성이 큰데 그래도 도움이 될라나요? 아 그리고 원래 목적이 용에 관한 동물학적 정보 수집이다 보니 레아가 물음표살인마가 되는 경우가 왕왕 있을 거 같고 심하게는 번식 같은 프라이빗한 질문까지 (필터링은 나름 하겠지만) 던질 수도 있을 거 같은데 그러면 블랑님이 많이 난감하려나요?
아이고야 SSR이라니..^ㄷ^a 즈이 애(?) 좋게 봐 주셔서 감사합니다:D 말 나온 김에 안물안궁 TMI해 보자면.. 연구자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다 보니 콘텐츠가 더 나올지 모르겠고 캐 연출 등에서도 빼박 밑천 털릴 거 같아서 원래는 아쉽지만 1:1은 안 하는 게 낫겠다 했습니다 그러다 못내 아쉬움이 남아서 여쭌 건데 흔쾌히 수락해 주셔서 감사했고 지금은 그때 말씀드리길 잘한 거 같아요 감사합니다!!
여가 활동을 해도 도움된다며 익스큐즈하는 사장님(?)이라니 ㄹㅇ 꿈의 직장 (넵 부러운 저는 루저입니다ㅠ) 근데 아무리 그래도 사회화된 성인인데 번식이란 표현을 대놓고 사용하기야 하겠습니깤ㅋㅋㅋㅋㅋ 레아가 블랑님을 할아버지 용으로 오해하고 있기도 한지라 그렇게는 안 묻지 싶습니다ㅎ 암튼 질문 러쉬도 괜찮다니 다행이네요 연구로 골치 썩던 블랑님이 숨 돌릴 타이밍에 물음표살인마한테 시달리는 하드코어(?)가 예상됩니다 힘내라 용님 (._.).. 아 그러고 보니 레아가 용족은 개체별로 차이가 크다고 짐작하고 있는데 그래서 다른 용도 찾아가서 조사해 보고 싶다고 하면 블랑님이 뭐랄라나요?
그리고 즉석으로 이어가는 거니 설정이 치밀하면 오히려 이변이죠! 주거니 받거니 하다 보면 어떻게든 될 겁니다 잘 부탁드려요!!
>>36 1. 오피셜은 맞습니다, 하드웨어는 만들기 쉬워요. 하드웨어'만'....... 블랑쿤도 그래서 하드웨어 만들기만 쉽다고 말하다가 이제 그걸 혼을 붙여 넣으려는 순간...... (먼산)
2. 오히려 좋아할 겁니다, 그런거 되게 좋아해요. 고민상담이라던가 의견 나누는것도 전부 좋아해요. 자존심 내세우는 것 보다는 술한병 가져다 놓고 그건 ㄱ네 ㄴ이네 이런 짓을 하면서 이바구 나누고 격해지면 마나봉인 한다음 드잡이질(?) 하는 것도 좋아합니다(???) 그래서 드워프 쪽이랑 친분이 깊어요
3. 허허허허헣..... 언제라도 좋으니 설정붕괴 이런 부분은 바로 지목해주세요 참고해소 레스를 고치던가 수정하던가, 안이면 설정이라던가 다 풀어드리겠습니다
사실 이거 블랑이 용을 많이 까는 내용이긴 한데.... 막말로 용들은 오래 살면서 망각을 잘 안하다보니 기록으로 남길 생각을 드럽게 안해요. 그래서 책이 거의 없다시피 합니다, 다행이란게 있다면 용들잋남기는 심장, 즉 드래곤 하트에 용이 남긴 기억들이 모두 기록 되어 있어서.... 그게 기록이라면 기록이겠네요
+로 그래서 자기네들이 쓰는 문자도 딱히 없습니다 만들라면 만들겠지만 필요하다는걸 못느끼는 경우가 많아서 인간들이 만든 대륙공용어를 가져다 쓰는경우가 많아요.
그럼 혼 말고 인격을 복제한 호문클루스는 쉬운 게 오피셜인가요 아니면 하드웨어까지만 쉽고 인격 복제는 역시 어려운 게 오피셜인가요:O?
물음표살인마도 오히려 좋아할 거라니 놀랍네요 덕분에 저는 팝콘잼이겠습니다만ㅋ (드잡이질은 레아가 목격한다면 당황해서 뻘뻘거릴 거 같습니다만) 그런데 제가 제대로 이해한 건지 모르겠는데 레아가 다른 용을 찾아가서 조사해 보고 싶다고 해도 만류하지 않는 건가요?
용의 심장이라.. 2천 살이 넘은 블랑님이 청년용이니 큰 이변이 없는 한 하나 얻기까지 4천 년은 걸리는 답 없게 희귀한 템이겠네요 거기 있다는 기억은 사실상 용의 생전 기억일 테니 뭐가 됐든 신비스러운 방법으로만 확인할 수 있을 거 같고요 레아가 용의 문자나 책을 접할 기회는 사실상 없다고 해도 되겠네요 그래도 언어는 가능하려나 아니면 용들은 언어도 음성 말고 텔레파시 같은 거라 인간식으로는 전달이 불가능하려나 궁금해집니다ㅎㅎ
궁금한 점은 이렇게 여쭐 테니 부담 갖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제 레스에서 어색하거나 앞의 레스 오독한 거 같은 내용 있으면 알려 주시고요 어떻게든 되겠죠:) 아무튼 잘 부탁드립니다!!
>>38-39 아 또 건망증.. 쪼꼬미 운디네를 비롯한 정령들 사교성이 매우 좋던데(메타적으로는 흥 생기라고 배려해 주신 거라 짐작합니다만) 혹시 레아한테 추가됐으면 하는 설정이 있으셨나요? 별 생각없이 의심할 여지라곤 1도 없는 범상한 인간 가문 출신으로 정했는데 돌이켜보니 혹시나 해서요 (어째 물음표살인마는 레아 말고 제가 되는 기분이군요 (._.)...)
1. 하드웨어(호문클루스) 제작은 쉽습니다. 다만 이 하드웨어를 만들었으면 소프트웨어(혼이나 주문 의식 등)를 넣어줘야 하는데, 이게 저단위 소프트웨어(즉 간단한 주문,의식, 일정한 복잡하지 않은 행동 양식)은 이식이 간단하지만 고급 윈도우(즉 혼이나 고단계급 정신 이식)같은 경우 붙여넣기 수준이 아닌 재조정 단계가 많이 들어간다는 뜻이에요! 거기에 아마 나이나 복구 계열을 생각하면 강철의 연금술사 같이 어느정도 생명 연장의 예시를 집어 넣어야 하는데 그 경우까지 생각해야 하는 것이겠죠!!
2.아 그걸 서술을 빠트렸네요!! 말리지는 않을껍니다! 다만 본인도 용들과 사이가 많이 좋지 않아서 들켰을 때 자동으로 요람으로 복귀 시켜주는 그런 주문 몇가지만 걸어주는 것으로 대비만 해주겠죠..... 전력으로 커버하겠지만 아마 사이가 안좋은 관계로 허헣....
3. 처음에 레아를 만났을때처럼 육성 대화도 가능하고 서로 싸우거나 멀리있을때는 텔레파시 같은 원거리 통신도 가능합니다. 물론 정신파장, 즉 주파수를 맞춘다면 인간과도 소통이 가능해요. 실제로 나중에 가면 이걸로 본의아니게 과거 기억도 나올껍니다.
>>41 아 참 그거 생각을 못했네요!! 레아주가 짐작한게 맞긴 하지만, 그 부분은 레아주가 편한대로 맞춰드릴께요!! 레어에 찾아온 오랫만의 손님이라 정령들이 과잉반응 해줬다는 것도 좋고, 진짜 사실 알고보니 몰랐던 무언가가 있을수도 있고, 핏줄이 좋은쪽으로 있었다는 것도 가능하고....!! 뭐든 오케이입니다!!
그런 부분은 걱정하는게 어려울거 같은데요!! 다만 우리 소중한 레아가 어야둥둥해줘야죠 ㅋㅎㅋㅎ 레아가는 아가야.... 응애, 소중이 해줘야해....!!
아 참!! situplay>1596493065>253 여기 한번 다뇨와 주세요!! 어떤 관전자분께서 저희 내용을 궁금해 하시더라고요!!
>>42 답변 감사합니다 호문클루스 제작이 중요 이벤트가 될 거 같아서 기대되고요 그리고 만약 레아가 다른 용 조사하러 가 버리면 블랑님은 물가에 애 내놓은 심정이 되겠군요 (._.)...재밌겠다??!? (나쁨 주의)
제가 자유 상극 때의 육성 대화는 인간의 언어라고 간주해 버렸어서 ㅎㅎㅎ 용들끼리의 육성 대화가 있다면 그 발음을 최대한 인간의 공용어에 가깝게 옮기는 것(nice to meet you의 발음을 나이스투미츄 식으로 적어 버리듯이?)도 좋은 연구가 되지 않을까 상상해 봤습니다ㅎㅎ 블랑님의 과거 기억이라면~ 역시 출생의 비밀일까요? (출생의 비밀이 있을 게 틀림없다고 확신 중)
정령 쪽은 혹시나 제가 기대하시는 바를 깬 건 아닌가 저어되어 여쭌 겁니다 따로 바라시는 설정이 없으시다면, 자유 상극 때 서술해 주신 마음이 깨끗해서 친근해한다 정도가 무난해 보입니다 전반적으로는 평범이인 게 레아한테 더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요ㅎㅎ
1. 레아가라고 둥가둥가 했더니 진짜 애가 되부렀..... 생각해보니까 아이들은 마음이 맑으니 어..... 정령들이 좋아할만 하겠네요. 바로 납득(?)했습니다!!
2. 오 생각도 못했네요 그런건! 아마 그거 주제로 해서 연구자료 제출하면 블랑군이 아마 눈에 불을 켜고 진짜 요람 정식 취직 하지 않겠냐고 묻지 않을까요 ㅋㅋㅋㅋㅋㅋㅋ 태생은 어.... 꽤 한참뒤에 나올지도 모릅니다. 사실 기억도 못하는 거라.... 아마 진짜는 헤츨링 시절이 아니지 않을까요?
2. 헤츨링이면 꼬마시절 맞긴 합니다. 다만 이제 탄생 비화 이런건 없어서 스포일러 정체는 안나오는 걸로 후후훟후
3. 그게 사실 노린점이었어요
내기의 승패가 중요하게 보이게 함으로서 역으로 상대가 내기에 얽매이게 만드는 것, 이긴다면 승리의 조건으로 레아가를 합법적으로 붙잡을 수 있고, 진다면 승패 번복을 요구 하면서 새로운 내기를 걸어 레아가를 한번 더 묶어 두는 것. 거기에 이미 내기 승패에 신경 쓰인다면 충분히 상대에게 내기 자체를 집중하게 만든 셈이니 그걸 이용할수도 있 읍읍읍
사실상 거절이었다. 자신이 적임자가 아니라면 당장 그만둘 것이고, 적임자여도 1달만 머물겠다는 소리니까. 그때 문득 흑룡이 걸었던 내기가 떠올랐다.
─ 내기해도 좋네. 그대가, 나의 제안을 거절하는게 빠를지, 아니면 내가 의견을 철회하는 것이 빠를지 말일세.
─ 자네가 이기면 이번 제안을 없던 것으로 하고 내가 이기면 자네는 이 요람에서 지내는 것이네.
기가 막혔다. 시한부 기회일 게 뻔하다 여겼기에 별 고려 없이 넘겼는데 따져 보니 이건 흑룡이 제안을 취소하든 고집하든 그의 뜻만 관철되는 판이다. 자신이 먼저 그만두겠다고 밝히면 흑룡의 승리라 자신은 요람에 머물러야 하고, 흑룡이 제안을 취소하면 당연히 그의 제안은 없던 일이 된다. 조금만 생각해도 알 수 있는 거였는데 덮어놓고 수락해 버렸구나, 바보같이. (하기야 상대는 용이다. 당장 살해당하지 않는 것만도 감지덕지인데 자신에게 선택권 따위 있을 리가!)
그러면 어떻게 되지? 왜 고용되었는지 모르는 채, 내가 필요한 존재인지 아닌지 계속 의심하며 지내야 하나? 아니면 저쪽이 필요하다니 아무렴 어떠냐며 뻔뻔해져도 되나? 그런다 쳐도 학계와의 단절은 어쩌나? 연구해 봤자 학계로부터 신뢰성을 인정받지 못하게 된다면? 그러고도 목숨은 부지되니 행운이다 해야 하나? 농락당한 자신이 한심하고 옴짝달싹 못하는 처지가 두렵고 앞으로 벌어질 일이 불안해 온몸이 떨렸다. 허물어지지 않고 앉아 있는 자신이 타인 같고 아뜩할 지경이었다.
그 떨림을 가라앉힌 건, 레아의 손쯤은 덮고도 남도록 큼직하면서도 너무나도 살며시(흡사 제게 떨어지는 눈송이를 있는 그대로 보존이라도 하려는 것처럼) 레아의 손끝을 잡아끄는 손이었다. 뒤이어 레아가 저도 모르게 일어선 순간, 주변 풍경이 바뀌었다. 바위 절벽에 뿌리 내린 나무가 무슨 난간처럼 가지를 뻗은 어딘가. 그 위로는 레아가 아등바등 기를 쓰고 올랐던 기암괴석의 산마루가, 아래로는 에르네스트 산의 짙디짙은 수풀이, 구름 한 점 없이 새파란 하늘과 맞닿은 채 펼쳐져 있었다.
얼이 나간 채 두리번거릴 때 흑룡이 물었다, 여기 처음 왔을 때를 기억하냐고. 평범한 상황이면 바로 전날의 일을 기억 못 할 리 있겠냐만 지금은 그 하루 전이 너무도 까마득한 예전처럼 느껴졌다. 그렇다 해도 에르네스트 산에 함부로 범접하지 말라는 건 이 더러운 돌 비탈 탓일 거라고 치를 떨었던 순간이 없던 게 되지는 않지만.
입을 여는 대신 고개를 끄덕이는데 큼직한(흑룡의 본체를 생각하면 자그마한이라고 해야 할까?) 손이 좀 전처럼 부드럽고 조심스럽게 레아의 머리를 덮었다. 그러고 이어진 말에 참았던, 아니, 왕립 연구원이 되고서는 묻힌 줄 알았던 감정들이 북받쳤다. 기라성 같은 연구자들 사이에서 내 영역을 일구는 게 과연 가능할까? 내 수준으로 연구를 계속하다 제 앞가림 하나 못 하는 인간으로 전락하지는 않을까? 체력이 좋고 뭐고도 자기 합리화에 불과한 건 아닐까? 그렇게 의심하면서도 매달렸고, 그러면서 다른 진로를 모색할 배짱이 없어서 하던 대로 하려는 건 아닌지 또 의심했다. 흑룡이 해 주는 말은 그랬던 세월의 화답 같았다, 네 영역은 확실히 있다는, 그러니 그대로 나아가도 된다는. 결국 레아는 주위고 상황이고 다 잊고 쪼그린 채 목 놓아 울어 버렸다.
얼마나 그러고 있었을까? 쉬다 못해 그르렁거리는 듯한 메아리를 의식하고서야 레아는 자신의 분별없는 처신을 깨달았다. 얼굴이며 팔이며 무릎은 눈물 콧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쪽팔려. 이래서야 완전히 애잖아. 흑룡이 용족인 점(용족 치고도 고령으로 추정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어르신과 애 정도도 아니고 까마득한 윗대 조상과 후손쯤 된다고 봐도 무방하지만, 그래도 연구원까지 된 성인인데! 수습하기엔 이미 늦었으나 달리 어쩌겠는가? 되는 대로 얼굴을 훔치기를 반복한 끝에 일어섰다. 다리가 저려 절로 얼굴이 찌푸려지고 기력이 없어 서 있기 버거웠지만, 난간처럼 뻗어 있는 가지를 쥐고 버텼다.
"....ㅅ" 너무 잠겨서 말소린지 가래 끓는 소린지 모르겠다. 레아는 헛기침을 되풀이해 목청을 가다듬은 뒤 다시 말문을 열었다. "실례했습니다."
그래도 마음은 한결 가벼웠다. 전보다는 차분하게 대처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러면 어디까지 얘기된 거지? 원하는 대로 하라는 건 왕립 연구원 자리에서 물러나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일 듯하고, 흑룡이 자신을 적임자로 평가했던 건 (레아 스스로는 미련한지도 모른다고 회의했던) 집념 때문인 듯하다. 그 두 가지는 명쾌해진 반면에 그가 자신에게 맡기려는 업무가 뭔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 부분을 확인하지 않고는 앞으로 어쩔지 결정하기 어렵다. 그만두겠다고 밝히면 내기에서 진다는 점이나 흑룡이 자신의 결정쯤은 얼마든지 묵살할 수 있는 입장이라는 점이 더 큰 문제일지도 모르지만 일단은 그렇다. 레아는 후들거리는 다리에 힘을 주며 말을 이었다.
"앞서 하신 말씀은 저를 적임자로 보신 원인이 제 집념 때문이고 요람에서 일하더라도 왕립 연구소에서 사직할 필요는 없다는 의미 같습니다만, 제가 제대로 이해한 것입니까? 제가 잘못 이해한 것이라면 어떤 의미의 말씀이신지 알고 싶습니다. 그리고 용님이 '제1 서고 관리자 겸 수석 비서'에게 맡기고자 하는 업무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알려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현생 크리 끝나자마자 작성해 봤는데 역시나 드럽게 오래 걸리네요(._.)... >>27에 올려 주신 영상의 음악 틀고 써 봤습니다만 그 레스에 담긴 정성이 아깝지 않은 답레여야 할 텐데요;;
>>50 1. 다른 지성체가 요람에서 일하게 되면 블랑님이 삼촌 말고 직장 상가 같아질 거란 말씀이신가요:O? 2. 어쩔 수 없네요 알겠습니다ㅎㅎ 3. 블랑님 묘합니다 운명을 믿지만 운명론자는 아니라니ㅎㅎ 아 혹시 천재는 99%의 노력과 1%의 영감이라는 카더라와 비슷하게(?) 미래는 99%의 운명과 1%의 도전이라는 태도일까요?
>>53 곰손요? 엄청 빠르실 때도 있어서 놀란 적이 더 많은데요 아무튼 앞 레스에서 공 들이셨던 보람을 느끼셨길 바람다ㅎㅎ 그리고 관전자 스레는 답변 달고 왔습니다! 써 주신 답변도 정독해 봐야겠네요:) 그나저나 레아가...가 레아+아가라는 뜻이었나 보군요 간혹 '레아가가' 같은 부분 보이면 레스 고치시는 과정에서 조사가 하나 더 들어간 건가? 했는데욬ㅋㅋㅋㅋㅋㅋㅋㅋㅋ
몸이 컸다고 해서 어른인 것은 아니다. 자기안의 벽을 스스로 허물고 나서는 것으로 한 사람의 인생은 비로소 시작되는 것이다. 그 벽이 어떤 것인지는 오직 본인들 만이 알수 있는 길, 그것을 타인이 허물어 줄 수는 없는 것이다. 그렇지만 단 한번, 자그마한 틈새로 파고들어 빛을 보여 주는 것은 가능했다. 타인이 해줄 수 있는 것은 오직 그 정도 뿐, 하지만 여기서 사람은 갈리는 것이다. 한 발자국 나아갈지, 아니면 그대로 빛을 등지고 도망갈지를. 도망도 좋은 선택일 수 있다, 준비가 되지 않았다면 도망 갈 수 있다는 것은 바로 사람으로선 당연한 것이니까. 하지만 눈 앞의 소녀는 달랐다. 스스로 벽을 깰 준비도 되어 있었고 자신의 능력도 충분했다. 오직 그 자신감이 부족하여서 제대로 된 판단을 하지 못하고 주저 앉아 있었을 뿐이니까, 그렇다면 그 역할을 해줄 수 있는건 당연히 자신이 되어줘야겠지. 손이 많이 간다고 생각이 들지만 전혀 불쾌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렇게 함으로서 한명을 일으켜 세운다면 그것이 더 큰 이득을 불러올테니까, 그렇다면 마땅히 자신이 해야할 일을 하는 것이 좋은 것이다.
"실례는 무슨. 다만 그대는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이네."
후들거리는 다리는 마치 갓 태어난 아기 사슴을 보는 듯 했다. 하지만 그는 일부러 붙잡아 주지도, 마법을 써서 자리를 마련하지도 않았다. 그의 눈가로 아주 흐뭇한 미소가 걸린다. 그것은 마치 세상에 태어난 아기를 향한 아버지의 눈빛이었고, 드디어 한 발자국 딛은 소녀의 성장을 바라보는 스승의 눈빛이었다. 그 눈빛은 마치, 이렇게 말하는 듯 싶었다.
─축하한다, 드디어 너는 네 의지로 이 곳으로 나선것이다. "생명의 일생은 싸워나가는 것일세, 지금 이 자리에서 그대는 다시금 그대의 의지를 다진 것이야. 이제 그 마음을 잊지만 않으면 되는 것이지."
고개를 끄덕여주며 그가 천천히 공기로 형태를 잡은채 자리에 앉는다. 모르는 이가 보면 허공에 앉은 것 처럼 보이지만, 이미 그는 공기로 만든 의자에 걸터 앉은채 그녀를 바라보았다. 본래라면 그녀에게도 자리를 내주는 것이 맞겠지만, 지금의 이 기념비적인 상황에서는 어느정도 예의를 존중해주는 것이 좋겠지. 그는 그렇게 생각하며 천천히 미소를 지어보였고, 마치 연봉협상을 하는 영주와 가신의 모습 마냥 이제는 완전히 진정하고 자신감을 가진 그녀의 모습에 가볍게 웃어주며 입을 열었다.
"자네가 이해한 바가 맞다네, 자네는 그저 자네가 하고 싶은 일을 해주게. 그게 내가 오히려 원하는 바일세. 원하는 것을 연구하고 그 성과를 기록하여 이곳에 모두 남기고 그것을 세상에 널리 알리게. 필요하다면 요람의 자료도 써도 된다네."
오히려 대외 활동을 권장하고 싶은게 용의 입장이었다. 그녀가 높은 자리에 앉을수록 그녀가 가져오고 생각해낼 연구의 질은 더욱더 높아지고 그것은 이 요람을 더욱더 풍요롭게 할 것이며, 그녀가 연구 과정에서 얻어낸 의견은 자신에게 종합되어 요람을 발전 시킬 수 있는 내용이 될 것이다. 이렇게 순환되고 고이지 않게 된 정보는 계속 요람의 썩어갈지도 모를 지식들에 활력을 불어넣어줄 것이다. 그렇기에 그녀가 원하는 활동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볼 수 밖에 없을 것이리라. 그러던 와중 그녀의 이어지는 질문에 그가 천천히 허공에 빛의 왜곡을 이용해 그림을 그려나간다. 반구형을 중심으로 다시 아홉개의 갈래로 뻗어나가는 거대한 가지들을 보며 그녀는 깨달을수 있으리라. 이것이 바로 요람의 전체 지도라는 것을. 용은 천천히 가장 거대한, 그녀가 보았던 요람의 메인홀을 가리키며 입을 열었다.
"이곳이 바로 제 1 서고일세. 자네는 이곳의 사서가 되는 것이야. 하지만 사서라고 해도 자네가 기존에 하던 일, 즉 연구의 연장선상일세, 도서의 분류 작업이나 서고 정리등의 일은 전부 자네 휘하에 배치될 리빙아머들이 해줄 테니까. 게다가 자네가 일한다고 하면 정령들도 다같이 달려들어 일하려고 하던거 같은데.... 이미 유능한 부하 직원들이 생겼군 자네."
그가 빙그레 웃음을 지어보이면서 재차 입을 열어나가기 시작한다. 마치 이미 채용에 합격한 신입에게 무슨 업무를 분담할지 미리 알려주는 사수의 기분이 이러지 않을까란 생각을 하며 그는 재차 입을 열었다.
"직속 비서 또한 자네의 업무의 연장선상에 놓고 보면 된다네. 자네는 앞으로 들어올 요람 인원들의 연구내용을 정리하고 그것을 나에게 전달하게 될 것이야. 어쩌면 가장 어려울 임무일수도 있겠지만 역으로 아마 수많은 견해와 자료들을 접하게 될테니 좋은 기회가 되겠지. 그리고 또한 자네의 시선으로 바라본 부분을 나에게 말해주면 된다네. 아무래도 오랜 세월을 살아가는 나에겐, 자네같은 시선은 크나큰 도움이 될테니까. 그정도 뿐이네."
그가 손을 내뻩자 그녀의 품안에 들어있던, 그가 건넨 요람의 출입 허가증이 그의 손으로 날아든다. 동시에 그의 손끝으로 금색 마력이 조금씩 모여들고, 손가락을 뻗어 무언가를 새기려던 찰나, 그의 머릿속으로 의문이 스쳐지나갔다.
'잠깐.' "그러고 보니, 그대의 이름이 어떻게 되었지.....?"
그전에 서로 자기 소개를 했던가? 그의 머릿속으로 아까전부터 느껴지던 위화감이 수면위로 떠오르기 시작했고, 마침내 그것이 현실화 되자 그의 등뒤로 식은땀 한방울이 흘러내리는 감각이 흘러들어오기 시작했다. 멍청이, 역시 똑똑한 사람일수록 어디 한구석 나사가 빠진다는건 거짓말이 아닌듯 싶었다.
//>>51, >>54
1. 역으로 가족같이 지내야 할 겁니다!! 아마 다들 블랑이랑 성격이 비슷해서.... 재미는 있을꺼에요!! 다만 어.... 음..... ㅎㅎㅎㅎㅎㅎ..... 난장판과 수라장이 예상됩.... 2. 운칠기삼(運七技三)이 더 적절할지도요, 아니 정확히는 블랑 입장에선 운삼기칠(運三技七)이 맞을 꺼에요. 언제나 운명이 이끌어갈 확률이 있다지만은 결국 그것을 풀어가는 것은 사람의 노력이라고 보는거고요. 3. 에이 항상 고민하시고 어떻게 쓰셔야할지 고민의 노력이 보이는걸요! 언제나 열심히 받아주셔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그가 손을 내뻩자 그녀의 품안에 들어있던, 그가 건넨 요람의 출입 허가증이 그의 손으로 날아든다. 동시에 그의 손끝으로 금색 마력이 조금씩 모여들고, 손가락을 뻗어 무언가를 새기려던 찰나, 그의 머릿속으로 의문이 스쳐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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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손을 내뻩자 그녀의 방 안에 있어야 했던, 그가 건넨 요람의 출입 허가증이 그의 손으로 쥐어진다. 어지간해서는 몸에 지니고 다녀야 별탈이 없을거 같은데, 라는 생각이 들지만 몇번 몸으로 체득하고 나면 아마 스스로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항상 지니고 다닐꺼라고 생각하며 그는 천천히 마나를 집중 시켰다. 동시에 그의 손끝으로 금색 마력이 조금씩 모여들고, 손가락을 뻗어 무언가를 새기려던 찰나, 그의 머릿속으로 의문이 스쳐지나갔다.
// 1. 내정된 지성체가 아닌, 아마 블랑 친구들(이라 적고 연구자료 운송가들)이 올꺼에요!! 아마 별다른 일이 없다면 이 사람들이 레아가의 후임이 될꺼에요!! 물론 그 아이들도 호문클루스로 전직될 가능성이 높겠지만!! 2. 그렇죠!! 블랑에게 있어선 운명은 때로는 흐름에 편승해야겠지만서도 동시에 극복을 해야하는 무언가인겁니다!!
그가 손을 내뻩자 그녀의 방 안에 있어야 했던, 그가 건넨 요람의 출입 허가증이 그의 손으로 쥐어진다. 어지간해서는 몸에 지니고 다녀야 별탈이 없을거 같은데, 라는 생각이 들지만 몇번 몸으로 체득하고 나면 아마 스스로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항상 지니고 다닐꺼라고 생각하며 그는 천천히 마나를 집중 시켰다. 동시에 그의 손끝으로 금색 마력이 조금씩 모여들고, 손가락을 뻗어 무언가를 새기려던 찰나, 그의 머릿속으로 의문이 스쳐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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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손을 내뻩자 아침 식사 테이블 위에 있어야 했던, 그가 건넨 요람의 출입 허가증이 그의 손으로 쥐어진다. 어지간해서는 몸에 지니고 다녀야 별탈이 없을거 같은데, 라는 생각이 들지만 몇번 몸으로 체득하고 나면 아마 스스로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항상 지니고 다닐꺼라고 생각하며 그는 천천히 마나를 집중 시켰다. 동시에 그의 손끝으로 금색 마력이 조금씩 모여들고, 손가락을 뻗어 무언가를 새기려던 찰나, 그의 머릿속으로 의문이 스쳐지나갔다.
//안이에오 안이에오
제가 자기직전이라 레스 수정을 성급하게 한것도 있어서 생긴 일이니까 사과는 제가 드려야 해오...... 나란 멍청이 똥멍청이..... , ,)
높은 벼랑에 불어닥친다기엔 너무나 부드러운 바람이 땀을 식혀 주었다. 젖어서 이마며 목덜미에 들러붙었던 머리칼이 차츰 떨어져 나가는 감각이 시원했다. 이런 청량감도 햇살이 쨍한 덕에 느껴지는 거겠지만. 레아는 바로 내리꽂히는 햇볕으로 부신 눈을 깜박였다. 언젠가 태양이 학문적 진리와 닮았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따스한 온기로 기운을 북돋으면서도 막상 바라보려고 하면 제대로 응시할 수가 없다는 점이나, 그런데도 똑바로 보고픈 충동을 불러온다는 점이 닮았다고. 언젠가는 태양을 오롯이 보는 순간이 올까?
그런 공상이 떠오를 찰나 흑룡의 당부가 돌아왔다. 일생이 싸움이라, 맞는 말이다. 삶은 픽션이 아니다. 마음 하나 바꿔먹거나 성과를 거둔 걸로 각성해서는 나머지는 볼 것도 없이 착착 헤쳐나가는 결말 따위 없다. (그런 게 있었다면 흑룡 앞에서 정신 놓고 울지도 않았겠지, 왕립 연구원이 된 것으로 그간의 불안이 말끔히 가셨을 테니.) 심기일전하자는 다짐 역시 할 때의 희망에 비해 효과는 그리 길지 않고, 극복한 줄 알았던 갈등도 언제 다시 타오를지 모른다. 그러니 '세월의 화답' 역시 오래지 않아 빛이 바래겠지만, 그래도 나는 태양을 보고자 시도할 것 같다. 이제까지처럼 믿음과 의심 사이를 오락가락하면서.
그때, 흑룡이 허공에 앉은 게 눈에 띄었다. 시각이 의심스러워지는 모습에 일순 눈이 똥그래졌다가 이내 정신을 차렸다. 마법으로 진짜 별게 다 되는구나. 그리고 그 순간 깨달았다. 한심하게 흐트러진 꼴을 보이기 싫었던 자신의 심정을 이 용이 헤아려 줬음을, 그래서 자신이 비슬거리는 것도 못 본 척해 준 거라는 사실을. 속내를 들킨 게 멋쩍으면서도, 뭐든 할 수 있다시피 하면서 일개 인간의 자존심까지 배려해 주는 속 깊음에 경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무튼 그는 레아가 이해한 게 맞다더니 원하는 걸 연구해서 인간 사회에 알리길 바란단다. 입이 딱 벌어졌다. 요람에 있는 자료도 써도 된다고? 얼핏 보기에도 인류가 이제까지 남겨 온 기록물 중 어지간한 건 구비된 거 같던데, 거기서 용족에 관한 연구 자료를 추려서 용족 연구사만 정리해도 논문 하나 나오겠다! 아, 아니다. 용족의 언어나 문자도 알아보고 싶은데, 내가 읽거나 볼 수 있는 양식일지 모르겠네. 그러나 1달 뒤를 생각하자 들떴던 마음이 싹 식었다. 여기가 아무리 노다지라도 그 끔찍한 바위 절벽을 오르내리며 출퇴근하는 건.. 끔찍하기 이전에 물리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농담이 아니라 출퇴근하다 과로사할지도.
그 태세 전환이 간파될세라 눈길을 발치로 돌리려는데, 공중에 빛을 물감으로 쓴 것 같은 그림이 그려지기 시작했다. 역시나 용의 마법인 모양이다. 예쁘다. 한 번 만져보고 싶을 정도다. 그렇게 넋을 놓고 있는 사이 빛의 그림은 가지가 아홉 개인 나무 같은 형상이 되었고, 용은 그중 나무 줄기를 연상시키는 반구형을 가리키며 설명을 이어 나갔다. 사서라지만 인간 사회의 도서관 사서와는 은근 다를 것 같다. 인간 사회의 도서관과 달리 책을 읽거나 빌리러 오는 이가 드물 거고, 도서 분류나 서고 정리도 마법 기사들이 한대고.... 잠시만, 정령이 뭐? 뜨악해졌다. 왕립 연구소에서 일부 임원이 장래나 연구소 생활을 볼모로 말단 연구원들에게 잡다한 일을 떠넘기던 게 떠올랐다. (이리저리 치이며 난 임원이 되더라도 저러지 않겠노라 치를 떨던 연구원이 한둘이 아니었다는 것도.) 그나마 연구소 임원은 연구원들의 앞길을 지원할 힘이라도 있지, 난 정령들한테 해 준 것도 해 줄 것도 없는데 그들에게 도움받는다? 완전 착취잖아. 미소 띤 흑룡 앞에서 떨떠름해 있는 게 좋은 처신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으나, 마주 웃어지지가 않았다.
그래도 설명을 듣지 않을 수는 없어 떠름한 얼굴로나마 귀를 기울이려니, 흑룡은 앞으로 들어올 자료의 내용을 정리하고 의견을 말해 달란다. 정리하면 하려던 연구 계속하고, 제1 서고의 기존 자료 관리하고, 새로 들어오는 자료의 내용을 요약하면 된다는 건가? 그 정도면 1달은 어찌어찌 해낼 것 같지만.. 걱정되는 부분을 짚지 않을 수는 없었다.
"상세한 설명 감사합니다. 그런데 말씀드릴 게 더 있습니다. 만약 제가 이곳에서 왕립 연구소로 출퇴근을 하게 된다면 그.. 인간에게는 매우 험준한 돌 비탈을 오르내려야 할 것 같습니다만, 그게 집념으로 가능한 영역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제가 제대로 답례할 수 없는 한 정령에게 신세를 지는 건 사양하고 싶습니다."
그렇게 입장을 정리했을 쯤, (이젠 더 놀랄 게 없는 듯한데도) 믿기지 않는 일이 또 일어났다. 분명 아침 식사가 차려졌던 테이블 위에 두었던, 요람의 출입증이 어느새 흑룡의 손아귀에 든 것이었다. 뒤이어 그의 손끝에 황금빛으로 찬란한 기운이 모이는가 싶더니, 전혀 뜻밖의 질문이 날아왔다. 이름? 낯이 홧홧해져 두 손으로 얼굴을 반나마 가렸다. 세상에 용이 그뿐인 게 아닌 이상 당연히 이름이 있을 법한데 그 생각을 못 했구나. 어색한 상황 탓인지 그때껏 훈훈하던 햇살도 어쩐지 따갑게 느껴졌다. 그러나 이런 순간은 질질 끌수록 더 민망하기 마련이라, 결국 마른세수로 이마부터 턱까지 죽 쓸어내린 뒤 대꾸했다. 흑룡을 바로 보기까지는 못하고 눈을 내리깔았지만.
"산 리노에 있는 파벨 가문의 레아라고 합니다. 괜찮으시다면 용님도 성함을 알려 주시겠습니까?"
// >>60 두 번이나 수정하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잠은 푹 주무셨나 모르겠네요 숙면은 건강에 중요하니까요 그나저나 드디어 통성명을 하겠군요 이 뻘한 분위기라니(._.)ㅋ
"레아, 좋은 이름이군. 북쪽 언어로는 여주인, 제국에서는 초대 황제의 어머니가 그 이름을 썼지. 영광된 이름이기도 하고."
그렇게 답변하며 그의 손이 유려하게 뻗어나간다. 부드럽고 힘차게 하나의 예술품을 표기해나가기라도 하듯이 그의 손은 한글자 한글자를 심혈을 기울고 적어나가고..... 그런 마른 세수를 하는 모습을 보지도 못한채 최대한 자신의 이야기에만 집중하는 블랑의 모습은 일견 최대한 집중하는 모습이기도 했지만, 사실 속은 미친듯이 타들어 가고 있었다. 생각해보니 처음 만났을때 빠르게 통성명부터 했어야 하는 것인데 왜 그 과정을 까먹어서...... 분명 알고 지내는 용─사이는 좋지 않지만─들은 죄다 용이 건망증따윈 걸리지 않는다고 하는데 왜 자신은 그런 것을 까먹은 것일까. 그는 등 뒤로 흘러내리는 식은 땀이 숨을 최대한 고르면서 자신의 초조함을 들키지 않기 위해 최대한 여유로움을 연기하며 그녀의 이름을 심혈을 기울여 적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자신의 이름을 하단에 새겨 넣으며 자신의 실수를 최대한 들키지 않게 미소를 머금으며 소녀의 앞에 카드를 내밀었다. 두명의 이름을 새겨넣은 카드는 모든 기능이 해금되었다고 알리기라도 하듯이 은은한 석양빛으로 반짝였고, 소녀가 카드를 받아들길 기다리며 그는 천천히 자기 소개를 하였다
"당연히 내 이름도 이야기 해야겠지. 그것이 예법이니까. 흑룡, 블랑누아르라고 하네만 많은 이들은 나를 블랑이라고 부르지, 나 또한 블랑쪽이 부르기 편하다고 여기니 블랑이라고 불러주길 원하네. 아 그렇다고 늙은 존재 취급도 사양이네. 나는 그대 단명종이 흔히들 말하는 '한창때'니까 말일세."
그렇게 자기 소개를 간략히 마치고 나서야 그는 천천히 소녀에게 내밀었던 카드에서 손을 떼어냈다. 카드에서 손을 떼자 카드는 자체적인 마력이 있다는 듯, 가볍게 공중에 부유한채 남아 있었고, 그는 그것을 바라보며 빙긋 웃은채 카드에 대해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저번에는 단순히 요람에서 지내게 될까봐 세공을 하지 않았네만, 자네의 목적을 안 이상 이제는 그 출입증의 정식 기능을 알려주겠네. 첫째로 이제 그 카드는 오직 레아, 그대만 쓸수 있는 물건이 된 것일세. 갱신을 할 용도로 내가 잠깐 가지고 있을 수는 있겠지만, 그 외에는 그대가 항시 지니게 되겠지. 몸에 항상 지니고 다니게 그대의 몸에서 1m 이상 벗어나게 되면 자연스레 그대의 품으로 돌아가겠지."
소녀가 원하는 대답은 전혀 하지 않은채, 그는 오직 카드의 부가적인 설명만을 이어갈 뿐이었다. 왠지 모르게 독선적이라고 생각이 드는 태도같았지만 그 모든 것은 마치 대비를 해뒀다는 듯한 모습에 그가 얼마나 그 카드의 세공에 공을 들였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일 것이리라.
"두번째, 그 카드는 요람으로 직접 연결되는 마법진이 있다네. 마력이 없더라도 상시 마력이 충전되는 축적형 마법진을 추가, 개량한 형태라 못해도 하루정도 쓰지 않으면 3번 정도 바로 요람으로 돌아오게 될 것이야. 물론 역으로 다시 돌아갈 공간을 미리 정해둔다면 그곳을 지점 연결 설정으로도 가능하겠지. 지점 설정은 나만 할수 있겠지만, 그 부분은 다음 설명을 듣고 생각해보는 걸로 하지."
요컨데 쌍방향으로 텔레포트를 할 수 있는 물건이라는 뜻이리라. 물론 어쩔수 없이 지점 설정에는 그가 동반해야하겠지만, 그래도 요람으로 오고 가는 시간이 대폭 단축 될 수 있다는 이야기를, 아까전 레아가 가졌던 의문에 직접적으로 답변을 한 셈이 되었다.
"마지막으로 그 카드에 내 마력을 심었네. 그말인 즉, 그 카드를 매개체로 나와의 정신 파장을 맞춘 다음 나랑 원거리에서나마 대화가 가능하게 된 셈일세. 이상으로 카드에 대한 기능을 모두 설명했네만, 혹시 궁금한 점이 있나?"
그렇게 말하며 어느새 다가온 실프와 운디네가 그의 옆에서 멀뚱히 레아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마치 어린애들이 자신의 언니를 올려다보는 시선으로, 그들은 레아를 주시하고 있었고, 블랑은 망설이지 말라는 듯이 천천히 그녀들에게 손짓을 해보였다. 동시에 환하게 웃은 두 아이들이 쪼르르 다가가 여인의 곁에 서서 마치 자기자리라도 된 듯이 소녀의 머리와 어깨에 내려앉아 까르르 웃었다. 마치 그 모습이 하나의 가족 같아 보였는지, 어느새 용의 입가에는 부드럽고 편안한 미소가 그려져 있었다.
>>64 앗 아앗..8ㅁ8 날리면 눈물 나죠 장문일수록 더더욱ㅠㅠ 현타 오져서 관두고도 싶으셨을 텐데 오늘 이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고생하셨어요!!
그리고 여쭙고 싶은 게 있는데요, 북쪽 언어라는 건 인간 공용어와는 다른 언어를 생각하신 거죠? (혹시 이종족의 언어인가요?) 그리고 레아가 속한 크레티스 왕국 말고, 제국으로 염두에 두신 나라가 있나요? 인간 사회의 나라라면 레아도 알고 있어야 할 것 같은데, 카다로스 제국은 오래 전에 망한 나라다 보니 떠오르는 나라가 없어서요^ㄷ^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