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96733066> [1:1/일상] 청춘 4 페이지 :: 1001

◆YrWG8ot/u6

2023-01-20 14:47:56 - 2024-08-10 20:58:20

0 ◆YrWG8ot/u6 (HnBSuWCTfg)

2023-01-20 (불탄다..!) 14:47:56

우리
이번 봄에는 비장해지지 않기로 해요
처음도 아니잖아요

겨울이 와도
우리가 무엇을 이루었는지 돌아보지 않기로 해요
봄을 반성하지 않기로 해요

우리 그저 바라보기로 해요

그뿐이라면
이번 봄이 나쁘지 않을 거에요


유병록, 아무 다짐도 하지 않기로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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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tuplay>1596358075>1 최혜성
situplay>1596358075>2 문아람

869 아람 - 혜성 (oWOhvtXOSI)

2024-06-08 (파란날) 18:38:07

아람은 문을 열고 들어온 혜성의 눈을 피하지 않고 말간 눈으로 바리봤다. 그가 들어와 자리에 앉을 때까지 연둣빛 눈동자는 조용히 혜성을 따라 움직일 뿐이었다. 창가에 서 있는 아람의 긴 머리카락 위로는 햇볕이 내려앉았고 연한 밀빛 머리카락은 햇살 아래에서는 언뜻 금빛을 띄곤 했다. 왕국 내에서도 대접받지 못한 명목상의 왕녀였지만 그럼에도 왕녀였기에 시중받는 사람 특유의 고고함이 있었다.

햇볕 아래 서 있을 일 없어 흰 피부는 그녀가 숨을 죽이고 있자 마치 그림 속의 인물처럼 보이게 했다. 원래가 아름다운 여성이기도 했다. 왕국에서도 작정하고 꾸며 보냈으니 포로로 갇힌 뒤 시간이 흘렀다고 하여 그 미모가 퇴색되는 일은 없었다. 왕은 자신을 보내면서 어떤 생각을 했을까. 전쟁이 일어났을 때 미인계로 제 약혼자에게 눈물로 호소하여 왕국을 비호하길 바랐을까? 허나 아람은 그런 수를 쓸 생각이 없었다. 있다하더라도 바로 갇혀버려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긴 했지만.

"......."

아람은 혜성의 말을 조용히 들었을 뿐 어떤 대답을 하지는 않았다. 망국의 왕녀가 되었다는 것이나 목숨이 황태자의 손에 달려있다거나 하는 것에도 담담한 모습이었다. 예상했었던 것이었으니까. 전쟁 속에서 그는 얼마나 많은 사람을 죽여 손에 피를 묻혔을까. 그의 손에 죽은 왕족도 분명 있을 것이었다. 망국의 왕은 폭군이었고 아람은 눈 앞에서 사람이 칼에 베여 죽는 것을 본 적도 있었으나 그녀 손으로 사람을 직접 죽여본 적은 없었다. 그도 마음만 먹으면 자신을 단칼에 베어 죽일 수 있었으니 제 목숨이 그에게 달려있다는 건 의심할 여지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두렵지는 않았다. 죽음을 각오하고 있었기 때문일까.

아람은 자신을 빤히 바라보는 혜성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그는 머리를 정리하더니 이윽고 말을 이었다. 묻는 말이었고 아람은 대답을 해야 했다.

"전하께서는 제 목숨이 전하에게 있다고 하셨는데, 저를 죽일지 살릴지에 제 의사가 과연 중요한 것인가요? 제가 살겠다 하면 살리시고 죽겠다 하면 죽이시겠습니까."

아람은 혜성이 자신을 죽일 생각이 없다는 걸 어렴풋이 느끼고 말았다. 자신이 죽겠다고 하였을 때 어떤 반응을 할지 궁금해지기도 했다.

"저를 독방에 가두는 대신 고문하여 정보를 캐내거나 전쟁에 이용하거나 할 수 있었을텐데요. 이용 가치가 있을 때는 이용하지 않으시더니. 이용 가치가 없는 지금에서야 친히 찾아와 회유하시는지요."

아람은 혜성이 자신을 찾아온 데에는 분명 자신의 이용가치가 있기 때문이리라 생각했다. 아람은 현재 정보가 부족했다. 전쟁이 아무런 문제 없이 끝났다면 오히려 자신을 살리는 것이 독이 될텐데 무슨 문제라도 있는 것일까.




/엘리트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건 아니야ㅋㅋㅋㅋㅋㅋ 너무 좋게 봐주는데? 나는 혜성주가 무슨 일을 하는지 더 궁금하지만 묻지 않겠어 큐큐
혜성이 이미 미인계에 당해버린 것 아니냐구~~~ 황태자 혜성이도 너무 좋다.... 맛있음...

870 혜성 - 아람 (R9xmb6FCDk)

2024-06-08 (파란날) 19:46:43

자신의 말에 어떤 대답도 하지 않고 담담한 반응을 보이는 것에 혜성 역시 가만히 아람을 바라보는 것으로 응수했다. 마음 같아서는 이런저런 말을 해주고 싶었지만, 자신의 위치가 있었고 그녀의 입장이 있었다. 차라리 자신이나 그녀가 눈치 볼 것 없이 살아가는 평민이라면 모를까. 자신은 이 제국을 이어받을 황태자의 자리에 있었고, 그녀는 전쟁을 치룬 왕국의 왕녀였다. 현 상황에서 어떻게 다정하게 말을 걸고, 그녀에게 상냥한 분위기를 보이겠는가. 물론 평소에도 그런 분위기는 잘 보이지 못했지만... 어쨌든 현 상황이 참으로 저주스럽다고 생각하며 혜성은 작게 혀를 찼다.

"중요하지요. 만약 당신이 이 제국을 무너뜨리기 위해서 수작을 부렸다면 모를까. 당신이 왕국에서 버려진 왕녀라는 것은 이미 이 성의 모두가 알고 있으니까요. 그러니까 적어도 당신의 의사 정도는 들어보고 싶었는데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

그 목소리는 마음과는 다르게 상당히 까칠하고 진지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역시 아람이라고 혜성은 생각했다. 여기서 무릎을 꿇고 살려달라고 비굴하게 굴지 않는 저 당당함이 상당히 마음에 들었다. 무슨 이유로 제국으로 와서 자신의 약혼녀가 되었건, 그런 것은 이제 아무래도 좋았다. 거슬리는 왕국은 사라졌고 그녀는 갈 곳이 없다. 즉... 그녀가 마음을 먹고 결심만 한다면 그녀는 온전히 제국의 것이 되는 것이 아니겠는가.

"왕국은 당신을 이용할만큼 별볼일 없을지도 모르지만 우리 제국은 굳이 당신을 이용하지 않아도 왕국 하나를 없애버리는 것은 매우 손 쉽거든요. 실제로 당신은 아무런 정보도 제공하지 않았고, 그저 갇혀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제국은 당신의 왕국을 없애버리지 않았습니까? 그리고 왜 당신에게 현재 이용가치가 없다고 생각하시는지요?"

자리에서 일어난 그는 가만히 그녀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그녀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면서 입을 열었다.

"왕국을 멸망시키긴 했지만, 왕족의 일부는 달아났고 우리 제국의 새로운 국민이 되어야 할 이들을 부추길 위험성이 있습니다. 당신은 그런 위험한 불씨를 끄기 위해서 이용할 겁니다. 더 이상 왕국을 생각하지 말고, 제국에 충성을 맹세하고 내 반려가 될 것을 그대들의 국민에게 그 입으로 선포해주십시오. 스스로 왕국을 부정하고, 당신이 이용당해 버려졌다는 것을 만인에게 선포하십시오. ...그러면 그대는 내 반려로서 영원한 부귀영화를 누릴 것이고 더 나아가 내 다음의 권력을 누리게 될 겁니다."

황비가 되는 순간, 그 누가 그녀에게 손가락질을 하고 그 누가 그녀에게 도전할 수 있겠는가. 왕국에서 받는 대우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었다. 그리고 자신은 당당하게 그녀를 비로 맞이할 수 있었다. 자신은 물론이고 그녀에게도 이득인 일이 아니겠는가.

"그, 그건 그렇고... 독방 생활을 하면서 불편함은 없었습니까? ...아니아니. 별 뜻은 없습니다. 단지 당신이 불편한 생활을 하면 나중에 왕국민들이 제국민이 되는 것에 납득을 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지 않겠습니까. 정치적 이유입니다. 정치적 이유. 어, 어쨌든! 당신에게도 손해는 없지 않습니까? 그 따위 왕국을 잊고 영광스러운 제국의 일원이 되어서 죽을 때까지 행복하게 사는 거 말입니다."

/ㅋㅋㅋㅋㅋㅋ 하지만 딱 그것이 먼저 떠올랐어! 나? 나는 굳이 거창하게 이야기를 하자면 산업 혁명을 이끄는 업종을 하고 있지. (아무말대잔치) 그런데 뭐 사실 틀린 말은 아니긴 하다!

아무튼 왕녀 아람이도 좋은걸! 너무 예쁠 것 같고... 독방 안이지만 분위기가 있을 것 같고 말이지!

871 아람 - 혜성 (lYo9Yy9JBQ)

2024-06-09 (내일 월요일) 00:04:54

“…….”

아람은 혜성의 문제 있냐는 말에는 침묵으로 답했다. 자신이 버려졌다는 것은 사실이었고 이렇게 이야기를 한다는 것은 그것이 어느정도 교차검증 된 사실로 받아들여졌다는 것처럼 느껴졌다. 뭐, 왕궁이 쑥대밭이 되었으니 이런저런 이들의 진술이나 서류 등으로 확인할 수 있었을 테지. 다행인 점은 자신이 결백함을 증명해야 할 일은 없다는 점일까.

아람은 혜성이 제국의 현재의 위상을 강조하며 일어서 다가오는 것을 바라봤다. 아람이 혜성을 주시하는 시선에는 경계는 없었으나 처음 혜성이 들어왔을 때보다는 빛이 돌고 있었다. 혜성이 다가오자 눈빛이 마주쳤다. 아람은 그 눈을 피하지 않고 바라봤다. 그리고 혜성의 말이 다 끝이 났을 때 아람은 입꼬리를 올렸다. 유순하게 짓는 미소는 혜성이 이 방에 들어와서 처음 보는 웃는 모습이었다.

“전하의 말씀은 제가 황태자비가 되어 제국의 나팔수가 되라는 뜻이시군요.”

하지만 미소와 달리 아람의 말투는 싸늘했다. 이어지는 말은 조금 유해지긴 했지만.

“전하의 배려로 포로 치고는 과분한 대접을 받았습니다. 정치적 이유…. 그렇다면 정치적 이유로 제가 한 말씀 올려도 되겠습니까?“

아람은 혜성에게 자리를 권했다. 혜성이 자리에 앉았다면 아람은 맞은 편 자리에 앉았을 것이고, 그렇지 않았다면 서서 말을 이었을 것이었다.

”현재 왕국의 상황은 전쟁을 진행하시면서 보셔서 알시겠지만 왕의 폭정으로 백성의 반감이 극에 달해있는 상황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전쟁에 이기는 것은 수월하셨을 겁니다. 하지만 전하께서도 아시다시피 왕국은 제국의 옆에서 오랫동안 독자적인 역사를 이어왔습니다. 왕국의 지리학적 특성과 문화적 특성이 제국이 세를 늘리는 과정에서도 그것을 막아낼 힘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점령은 쉬웠지만 통치는 어려우실 것이 충분히 예상되는 바이죠. 잠시 통치를 하더라도 반란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고요. 그렇기 때문에 전하께서도 저를 회유하시는 것이 아닌가요?“

아람은 잠시 말을 쉬었다가 말했다.

“게다가 왕국에는 ’성훈‘이라는 공화주의자가 있습니다. 그자는 영민한 사람으로 차근히 세를 늘리며 반란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전에 제국에 의해 왕국이 무너지게 되었죠. 나라가 망한 지금 그를 따르는 사람이 훨씬 많아지고 빨라질 것은 자명합니다. 분명 전하는 반란군을 상대로 전쟁을 준비하셔야 할 것이고요. 그런데 만약 제가 황태자비가 된다면 제가 아무리 선전을 한다고 하더라도 그는 이렇게 주장할 겁니다. 버림받은 왕녀가 제국의 협박을 받아 목숨을 위협받고 선동에 이용당하고 있다고요.“

물론 그 말은 틀린 말은 아니긴 했다. 지금 혜성이 아람에게 하는 제안도 이와 마찬가지였으니까 말이다. 죽고싶지 않으면 제국의 황태자비가 되어 왕국의 국민들을 설득하라는 것이 아닌가.

”제게 다른 방안이 있습니다.“

아람은 혜성이 자신의 말을 들을 생각이 있는지 그의 표정을 살폈다. 협상의 키는 혜성이 쥐고 있었다. 명백히 갑은 혜성이었고 아람은 을이었다. 그러나 아람의 얼굴은 당당하고 여유까지 있었다. 마치 혜성이 자신의 이야기를 들을 것이 확실하다는 듯이.


/산업혁명을 이끄는 업종....!!!! 뭔가 멋있다....!
아람이....... 로판을 하자고 했더니 정치물을 찍으려고 하고 있는데요()

872 혜성 - 아람 (GM40Bfm/lU)

2024-06-09 (내일 월요일) 00:21:23

"그대는 참으로 이해가 빠르군요."

오직 그 방법만이 자신이 그녀를 취하고, 그녀가 제국에서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이었다. 필시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그냥 제국에 두면 반드시 이런저런 말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망국의 왕녀이니, 딴 마음을 먹고 황태자를 암살하려 할 것이다라던가 왕국의 뜻 있고 힘 있는 이를 모아서 독립을 하려고 할 것이라던가... 그런 목소리를 잠재우는 방법은 그녀가 스스로 왕국을 배신하고 제국의 나팔수가 되어 왕국의 사람들을 제국민이 되도록 끌어들이는 일 뿐이었다.

허나 그에 승낙하지 않고 오히려 정치적 이유로 말을 해도 되겠냐는 그녀의 목소리에 혜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현명한 이였다. 과연 그녀가 어떤 말을 하는지 호기심이 드는 탓이었다. 물론 그와는 별개로, 그녀의 말이라면 어지간하면 들어주고 싶기도 했고. 스스로 이 또한 그녀를 포섭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스스로 세뇌하듯 속으로 중얼거리며 혜성은 아람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그리고 들려오는 말은 하나하나 일리가 있었다. 특히 점령은 쉬웠지만 통치는 어려울 것이 예상되기에 자신을 회유하는 것이 아니냐는 말에 그는 입을 꾹 다물고 내키지 않는 표정으로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그걸 넘어서서 '성훈'이라는 공화주의자가 아람이 선동에 이용당하고 있다는 주장을 하게 될 것이라는 대목에서 혜성은 작게 혀를 찼다. 물론 단순히 그녀가 나팔수가 된다고 해서 일이 무조건 잘 풀릴 것이라고 생각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성훈'이라는 자의 정보는 전혀 알지 못했기에 생각보다 더 골치가 아프겠다고 그는 생각했다. 경우에 따라선 그 자 때문에 기껏 이렇게 제국에 있는 그녀를 뺏길 수도 있는 것 아니겠는가. 혹은 방해가 된다고 암살하려고 할지도 모를 일이었고.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될 일이었다. 타들어가는 속을 가라앉히려는 듯, 그는 심호흡을 조용히 했다.

"방안이라. ...여기까지 이야기를 했으면 말을 끊지 말고 더 해보십시오. 무슨 말을 하는지 들어는 볼테니."

만약 그녀의 방안이 더 괜찮다고 한다면 그것을 따르지 않을 이유는 없었다. 허나 그녀가 허튼 수작을 부린다면 단번에 거절할 생각이었다. 그 정도를 판단할 머리는 있었기 때문에 그는 그녀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일단 지켜보려고 했다. 하지만 그와는 별개로 그녀에게 떠오르는 궁금증이 있었기에 그는 그녀를 바라보며 물었다.

"하지만 그와는 별개로 그대는 그대의 조국을 배신할 생각이라고 봐도 되겠습니까? 굳이 여기서 다른 방안을 거론한다니. 조국을 위하는 일이라면 차라리 죽여달라고 하거나, 절대로 응하지 않겠다고 말을 할텐데, 지금 그 말은 마치 우리 제국에게 협력하겠지만, 다른 방법을 이야기하겠다는 것 같은데."

그 부분을 일단 확실하게 할 생각이었다. 만약 그녀가 조금이라도 제 조국을 생각하고 있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그녀의 머릿속에서 조국에 대한 생각을 지워버릴 생각이었다. 그녀는 자신의 비가 되어야 할 인물이었고, 자신은 그녀를 놓아줄 생각이 없었다. 특히나 그런 썩어빠지고 배은망덕한 왕국에게는 특히나 더.

"만약 왕가로 가서 왕위에 앉아 제국의 속국 형태로 들어가겠다...라는 방안이라면 입 밖으로 꺼내지 마십시오. ...당신을 보내줄 순 없으니까. ...다, 당신은 포로니까 우리 제국의 것이니 돌려보낼 순 없습니다."

괜히 그런 핑계를 대며 그런 이야기가 아니라면 한번 얘기해보라고 하며 혜성은 다시 아람을 제대로 바라봤다.

/ㅋㅋㅋㅋㅋㅋ 원래 로판에선 정치적인 느낌의 전개도 있잖아? 음. 그리고 역시 여기서의 혜성은 아람에게 약 집착남이 맞는 것 같다... 하지만 아람이가 너무 매력적인걸!

873 아람 - 혜성 (lYo9Yy9JBQ)

2024-06-09 (내일 월요일) 01:19:33

아람은 혜성이 자신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듣는 모습에 말을 하려다 그 전에 물어오는 혜성의 물음이 먼저였기에 그에 대해 답을 했다. 배신이라니. 우스울 수밖에 없었다.

“배신이라고 함은 그 전에 신뢰가 있어야 하는 것 아닐까요. 저는 왕국의 명목상 왕녀였을 뿐 팔려오다시피 이곳에 왔고 또 버림패로 쓰였죠. 왕국이 저에게 준 신뢰도 없으니 제가 이곳에서 왕국에 해가 되는 행동을 한들 그것이 배신이겠습니까. 오히려 제가 묻고 싶은 부분입니다. 제가 황태자비가 된다 한들 제국은 저를 온전히 믿을 수 있습니까? 제가 제국에 협력한다고 한들 정녕 믿으실건가요?”

아람은 웃었다. 권력을 잡은 자는 항상 의심을 하며 살아가야 한다. 자신이 제국에 협력한다고 한들 감시와 의심의 시선을 떨쳐내는 데에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리라. 만약 자신이 황태자였다면 망국의 왕녀를 온전히 신뢰할 수는 없을 것이고. 아람도 온전히 혜성을 신뢰하는 것이 아니었다. 언제든지 자신을 죽일 수 있는 자라고 생각할 뿐이다. 아직까지는.

아람은 혜성의 말에 웃음을 흘렸다. 왕위를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었고, 제국의 밖을 벗어날 생각도 추호도 없었다. 오히려 반대라면 모를까. 아람은 이제 본론을 꺼냈다.

“저를 황태자비로 두지 마시고 전하의 책사로 쓰세요.”

아람은 빙긋이 웃었다가 그 이유를 설명했다.

“저는 예비 황태자비로 제국에 오게 되었지만 왕국이 망함과 동시에 포로의 신분이 되었습니다. 황태자비로 격이 맞지 않기 때문에 대신들의 반발이 거셀 겁니다. 게다가 앞서 말했듯 제가 황태자비가 되어 아무리 협박을 받지 않았다고 한들 왕국민들은 믿지 않을 것입니다. 황태자비라는 자리는 강압으로도 충분히 가능한 자리이니까요. 하지만 저를 관료로 임용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아람은 잠시 숨을 쉬었다가 차분히 말을 이었다.

“제국이 이렇게 발전을 할 수 있었던 것에는 능력있는 평민과 여성을 관료로 고루 등용하기 때문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기술과 행정의 비약적인 발전을 이룰 수 있었고요. 그럼에도 포로인 왕녀를 황태자의 책사로 등용한다는 것은 파격적인 인사라고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왕국민을 고위관리로 등용했다는 점에서 더욱 논란이 될 것입니다. 본래 반란이 일어나는 것은 기득권을 잃었을 때 더욱 세를 얻게 되는 것입니다. 망국의 백성이라고 할지라도 능력만 있다면 출세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길을 열어둔다면 제국의 통치를 기회로 보는 이들이 늘어날 겁니다.”

“또한 망국의 왕녀가 황태자의 책사가 되었다는 것은 그 자체로 왕녀가 제국에 충성을 다하기로 결심했다는 것을 알리는 길이기도 합니다. 자발적으로 제국에 봉사하며 손발을 자처한다는 것은 왕족으로서의 명예를 버리고 일반 제국민으로 살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지겠죠. 만약 황태자비가 된다면 저는 처음부터 끝까지 망국의 왕녀라는 틀에 갇혀 사람들이 보겠으나 제가 제국의 고위 관료가 됨으로써 왕녀라는 명칭 자체를 버린다는 것을 명확히 보여줄 수 있게 됩니다.”

“제가 전하의 책사가 된다면 이는 분명 전하께 이득이 될 겁니다. 저는 왕궁의 교육을 받은 사람으로 왕국의 정치, 역사, 외교, 지리, 경제에 대해서는 제국의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며 현 반란군에 대한 자세한 정보 또한 가지고 있습니다. 반란군을 누르고 왕국을 완전히 제국의 치하로 편입시키는 것에 분명 도움이 되실 겁니다. 그리고 전하의 옆에서 일하게 될테니 저를 통제하고 감시할 수 있겠죠.”

아람은 담담하지만 분명하게 자신의 생각을 풀어나가며 혜성을 설득하려했다. 이유는 모르겠으나 황태자는 자신을 제국에 남게 하려는 것으로 보였다. 불안의 씨앗을 남기고 싶지 않은 것인지. 아니면 자신을 황태자비로 만들어 아내로 취하고 싶은 것인지. 대화를 하다보면 더욱 분명해질 것이었다. 그러나 아람이 혜성에게 분명하게 전한 것은 그녀가 황태자비가 되어 얻을 부귀영화에는 관심이 없다는 사실이었다.


/집착 조아.... 맛있어.....(집착광공)
아람이 굴리다보니 역시 아람이는 인정욕구가 강하구나 하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ㅋㅋㅋ...

874 혜성 - 아람 (GM40Bfm/lU)

2024-06-09 (내일 월요일) 01:44:45

"적어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더 신뢰를 하겠지요."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면, 그 꿍꿍이를 알 수 없으나 스스로 제국에 충성을 맹세하고 제국의 사람이 된다면, 적어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조금 신뢰를 하는 사람이 생길 수 있었다. 그것도 자신의 입으로 왕국민들에게 이야기를 한다고 한다면 더더욱. 왕국에는 아직 그녀를 따르고 생각하는 이들이 있을 것이고, 그런 이들에게 그녀의 말은 길잡이나 마찬가지가 아니겠는가.

어쨌든 그녀의 입에서 자신을 책사로 쓰라는 말이 나오자 혜성의 미간이 좁혀졌다. 말 그대로 자신을 아내로 삼지 않고, 그냥 근처의 측근으로만 쓰라고 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어떻게 보면 참으로 현명한 처사였으나, 그것은 혜성이 원하는 것이 아니었다. 자신은 그녀와 결혼하는 것을 목표로 해서 전쟁터에서 이를 악물고 버텼고, 배은망덕한 왕국을 멸망시킨 것도 제국에 칼을 들이민 것도 있었으나, 그녀를 저버린 것에 분노했기 때문이었다. 적당히 짓밟고 배상금을 요구할 수도 있겠으나 자신의 마음에 쏙 든 아람을 저버린 행위 자체가 혜성에게 용납이 되지 않은 탓이었다.

그렇기에 그는 그녀의 말에 분명히 일리가 있고 합당했으나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그건 절대로 허락해줄 수 없다는 의미였다.

"미안하지만 그 제안은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물론 그대의 말이 맞습니다. 그렇게 하면 왕국민들은 그렇게 생각하게 될 것이고, 확실히 왕국을 편입시키기 쉽겠죠. 하지만..."

어떻게든 반론을 해야만 했다. 하지만 어떻게 해야 반론을 할 수 있을까. 대체 어떻게 해야. 열심히 머리를 굴리려고 하면서 혜성은 표정을 찡그렸다. 머리를 굴려야 하는데. 굴려야 하는데. 굴려야 하는데. 그렇게 속으로 발만 동동 굴리다가 그는 아람을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우리 제국은 왕가의 핏줄을 조금이라도 더 확실하게 끊어버릴 필요가 있거든요. 당신이 스스로 황비의 자리에 올라 제국에 충성을 맹세하고, 이 제국을 이을 후계자를 낳는다면...왕가의 핏줄은 완전히 끊어지게 될 겁니다. 물론 도망친 다른 왕족이 있긴 하지만 왕국을 버리고 도망친 이들이 왕국민들에게 인정받긴 힘든 법. 오히려 손가락질 당하고, 비난을 안 받으면 다행이겠지요. 특히나 당신의 말대로 왕국은 썩어빠졌으니까. 소수의 반란군이 따르기야 하겠지만, 그래봐야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에는 한계가 있기 마련이죠. 오히려 그 공화주의자 쪽으로 몰리겠지요."

어라. 이거 제법 그럴싸한 핑계 아닌가? 말하면서도 스스로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애써 태연한 척 하며 말을 이어나갔다.

"하지만 당신은 필시 왕국민들도 동정하고 있을 존재. 공화주의자의 활동이 힘들어지면 자연히 왕국민들은 당신을 왕가를 이을 새로운 지도자로 생각하게 될테고... 당신을 보내준다면, 혹은 그냥 책사로 삼아서 일반 귀족과 결혼시킨다면 당신의 존재 하나가 또 다른 불씨가 될 확률이 크겠죠. 그러니까... 그런 불씨를 없애버리기 위해서라도, 조금의 가능성도 없애버리기 위해서라도 그대는 나와 결혼하고, 제국의 것이 되어야만 합니다. 왕가를 되살릴수 있을지도 모르는 왕가의 핏줄이 사라지기 위해서라도. 그대가 황태자인 나와 결혼해서 제국의 아이를 낳으면 그건 더 이상 왕국의 핏줄이 아니라 제국의 핏줄이 되는 거니까요. 자연히 왕가를 이어갈 존재가 사라지는 겁니다."

이어 그는 그녀를 바라보며 피식 웃으면서 살며시 속삭이듯 제안했다.

"그리고 책사는 내 황비가 되어서라도 할 수 있는 겁니다. 황제의 가장 가까운 자리에서 조언할 수 있는 존재. 그것이 바로 황비 아니겠습니까. 그대가 왕가에 대한 마음이 없다면, 진정으로 이 제국의 것이 되겠다고 맹세하고 내 여자가 된다면... 그리고 만인의 앞에서 선언한다면, 왕국민들의 앞에서 나는 그대를 황비로 받아들이겠다고 선언할 것이고, 협박도, 위협도 없다는 것을 직접 보여줄 생각입니다."

어차피 그대는 처음부터 내 약혼녀로 온 이 아닙니까. 버리지 않고 그대로 받아들이겠다는 것 자체가 또 하나의 증명이 될 것이라고 이야기를 하며 혜성은 아람을 바라봤다.

"그대는 현명하고 뛰어나고 격식이 좋은 여성입니다. 그대는 이전처럼 버려져야 할 존재가 아니라, 사랑받고 그대의 능력에 걸맞는 대우를 받아야만 하는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자. 슬슬 마음을 결정하시지요."

/이 무슨 아람이 못 보내. 아람이랑 결혼할거야 라는 고집하에 나오는 아무말대잔치인가...(흐릿) 아무튼 이렇게 이어두고 난 자러 가볼게! 아람주는 내일 일을 할지, 쉴지는 모르겠지만... 좋은 일요일이 되길 바라고.. 잘 자!!

875 아람 - 혜성 (lYo9Yy9JBQ)

2024-06-09 (내일 월요일) 02:59:54

아람은 혜성의 반론에 대해 말을 얹지 않고 찬찬히 들어나갔다. 결국 아람은 혜성이 원하는 것은 정치적 이유로 더 쉽게 왕국을 통합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아내로 취하는 것임을 눈치채고 말았다. 어떤 이유 때문일까. 자신이 그의 약혼녀로 제국에 오게 되어 머물렀다가 전쟁이 나기 전까지는 그렇게 긴 시간이 아니었던 것 같은데. 제국에 도착하여 처음 인사를 나누고 황궁을 소개받고 환영 파티에서 함께 춤을 추고. 그 이후로 몇 번 차를 함께 마신 것 외에 별 다를 것이 있었던가.

“제 마음을 어떻게 정하든 답은 정해져 있는 것 같습니다만.”

아람은 쓰게 웃었다. 제국의 두 번째의 권력자가 자신을 원한다. 그것도 생각보다 더 깊은 마음인 것 같다.

“전하의 말씀대로 왕가의 핏줄을 확실하게 끊기를 원하신다면 차라리 저를 죽이십시오. 저를 죽이고 도망친 왕족을 찾아 죽이고, 공화주의자를 중심으로 몰려든 반란군을 척결한다면 그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 아니겠습니까. 혹 제가 책사로 일하다 반란의 불씨가 될 것 같다면 저를 비혼으로 두시거나 그 전에 죽이시면 될 일이 아닙니까?”

아람은 농담이라도 한듯 작게 웃었다. 책사로 삼아 황실에서 숙박하게 한다면 어디로 도망칠 수도 없을 텐데. 게다가 황태자의 권력으로 방해한다면 자신의 결혼 쯤은 쉽게 막을 수 있을 것이었다. 자신을 죽이는 것은 더 쉽다.

“저를 황태자비로, 전하의 아내로 삼고 싶으신가요? 그렇다면 전하께서 원하시는 것은 제 몸인가요, 아니면 제 마음인가요.”

아람은 드레스 등 뒤를 고정하고 있는 리본을 잡아 풀었다. 리본이 풀리면서 옷의 매듭이 느슨해졌다. 그에 따라 아람의 목깃이 흘러내려 쇄골이 드러났다.

“마음을 결정하시지요. 제 몸만을 원하는 것이라면 오늘 밤이라도 저를 취하시고, 제 마음을 원하시는 것이라면 저를 책사로 옆에 두시면서 신사적으로 유혹하시는 것이 가장 가능성이 있을 것 같네요.”

아람은 마음을 결정하라는 혜성의 말을 그대로 따라하며 매혹적으로 웃었다. 옷깃이 서서히 풀려가며 어깨가 드러나는 것도 아람은 막지 않았다.



/잘자!!!!!! 나도 자러 간당~~ 일... 힘내야지...

876 혜성 - 아람 (GM40Bfm/lU)

2024-06-09 (내일 월요일) 10:39:52

"그게 가장 손쉬운 길이지만, 그렇게 하면 필시 왕국민들은 크게 반발하지 않겠습니까? 우리가 원하는 것은 배은망덕한 왕가의 일원이어도 제국의 사람으로 받아들이고, 황비의 자리에 올려 최고의 대우를 한다는 사실이니까요. 그것도 협박이나 위협이 아니라, 스스로가 원하는 분위기로."

혜성은 아람을 원했으나 단순히 그것만은 아니었다. 전쟁을 일으켜서 멸망한 왕가의 왕족이라도 예정대로 황비로 맞이하고 제국의 일원으로 받아들이는 것.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협박이나 위협은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줘서, 제국은 자비로운 곳이다. 충성하고 따른다면 차별없이 대해주는 곳이다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필요했다.

"그대를 비혼으로 두는 것이야말로, 위협과 협박이 아니겠습니까? 그러니까 그건 애초에 논외입니다. 그리고..."

자신을 아내로 삼고 싶냐며, 몸과 마음 중 무엇을 원하냐고 하는 그 말에 혜성은 입을 꾹 다물었다. 참으로 날카롭고 현명한 여성이었다. 물론 어느 정도 분위기가 풍겼을지도 모르지만 이렇게 정면으로 물어볼 것을 누가 예상했겠는가. 그 와중에 그녀가 스스로 리본을 잡아 풀고 옷의 매듭이 느슨해지는 것에 그는 순간 움찔했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면서 자신의 겉옷을 벗어 그녀에게 씌워주려고 했다.

"말했다시피 여기서 중요한 것은 당신의 의지로 제국의 일원이 되는 것이기 때문에 오늘 밤 그대를 취할 생각은 없습니다. 시간을 들여서 그대가 진심으로 제국의 일원이 되는 것을 원하게 하는 것을 택하도록 하죠. 이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물론 그녀를 취하고 싶었으나, 한순간의 충동으로 그녀를 취할 생각은 없었다. 그녀를 욕되게 할 생각은 더더욱 없었고. 그녀가 진정으로 자신의 비가 되는 것을 바라도록 만들고야 말겠다고 생각하며 그는 헛기침 소리를 냈다. 그리고 그는 그녀에게 이야기했다.

"내일부터 그대는 독방을 나와 황궁에서 지내게 될 것입니다. 이미 전쟁으로 왕국은 망했고, 돌아갈 곳조차 없습니다. 어차피 그대는 황태자비가 되기 위해 여기로 온 것이니 그대로 여기서 지내면 됩니다. 이건 황제 폐하와 이야기가 끝난 것이니 그대는 그 어떤 걱정도 하지 말고 지내십시오. 무례하게 구는 이는 황가의 일원을 모욕하는 것과 똑같은 처벌을 받게 될테니."

이어 그는 고개를 옆으로 홱 돌렸다. 그리고 그 상태에서 괜히 시선을 다른 곳에 두며, 그녀에게 말을 조금 더 이었다.

"...정말로 그대가 이 제안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한다면... 그땐 위대하신 황제 폐하에게 청하십시오. 그대를 왕국령으로 돌려보낼 순 없지만, 적어도 제국에서 평민으로 살아갈 수 있게 해줄테니까."

/일요일이다! 좋은 참이야! ...으아...내일부터 본격적으로 엄청 더워진다고 하더라...내일부터 다시 힘내자...아람주 오늘 일하는 모양인데 화이팅이야!

877 아람 - 혜성 (lYo9Yy9JBQ)

2024-06-09 (내일 월요일) 12:07:14

"......."

가장 손 쉬운 길을 택하지도 않겠다, 가장 효율적인 통치 방식을 선택하지도 않겠다고 하면서 자신을 황태자비로 만드는 방법엔 이것저것 핑계를 붙여서 말하는 혜성의 말은 모순적으로 느껴졌다.

아람은 혜성이 겉옷을 걸쳐주자 그 옷에 폭 파묻혔다. 혜성의 채취가 나는 것 같다. 다른 사람의 온기, 다른 사람의 냄새. 어릴 때부터 깊은 교류를 가진 이가 없었던 아람에게는 조금 생소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이어지는 말은 이미 황태자가 이 방에 들어오기 전부터 생각했던 내용이리라. 자신의 말이 혜성을 설득하지 못했음에 힘이 빠졌다. 고집불통. 황태자비가 될 생각이 없으면 평민으로 남으라니. 자신이 황궁 밖으로 나가게 되면 무슨 위험을 당할지 알고 나가겠는가. 아무런 힘 없는 아름다운 평민 여자가 다른 사람의 비호 없이 혼자 살라고? 그건 유린당하거나 죽으라는 말과 다를바 없지 않겠는가. 황태자비가 되거나 죽거나. 평민 여자로 쫓겨날 바에는 차라리 명예롭게 죽는 게 나을 것 같다.

”자존심 상해요.”

아람이 꼿꼿하게 세웠던 허리를 의자에 파묻으며 말했다. 방금까지의 고고한 왕녀의 모습과는 다른 모습이다. 흐트러진 드레스 위로 품이 맞지 않은 남자의 자켓을 걸쳐 모아잡고 의자에 기대어 있는 모습엔 방금까지의 강한 기세는 없다시피 했다. 가진 것을 모두 잃어버린 여린 여자 한 명만이 남았다. 한숨과 같은 목소리. 빛을 잃고 느리게 깜빡이는 눈동자. 그 모습엔 은근히 정복욕을 자극하는 무언가가 있었다. 이것도 아람의 연출일까.

”폭군의 아래에서 어떻게든 살려고 발버둥치다가 여기까지 왔어요. 그래도 명목뿐이지만 왕녀라는 이름으로 전하의 반려 자리에 설 수 있었죠. 나름 자신 있었어요. 새로운 사교계에서의 삶도 내정을 이끌어나가는 것도요. 하지만 이제 저에게 남은 건 불명예 뿐이죠. 망국의 왕녀가 황태자비가 된다 한들 그 누가 진정으로 따르겠나요. 그런데 전하께서는 제가 제 능력으로 제 스스로 명예를 회복시킬 기회조차 박탈하시는군요.“

원망하는 말이지만 그 목소리에는 원망 조차 사치라는 것처럼 한숨만 담겼다. 아람은 연둣빛 시선을 내려 바닥을 향했다가 이내 가까이 서 있는 혜성을 올려다봤다. 애처로운 연둣빛 눈동자가 혜성을 담았다.

”황제 폐하께 청하겠어요. 황태자비가 될 수 없으니 명예롭게 죽을 수 있게 해달라고요.“



/좋은 아침~~~ 오후에 일 가야하는데 너무 가기 싫다 (널부렁)

878 혜성 - 아람 (GM40Bfm/lU)

2024-06-09 (내일 월요일) 12:33:55

"...읏."

그녀의 말을 들으며 그는 순간 움찔했다. 방금 전까지 당당한 모습을 보인 것과는 다르게 애처롭고 금방이라도 꺼질 것 같은 촛불 같은 모습이 너무나 대조적이었고, 그것은 그를 흔들리게 하기 충분했다. 이내 명예롭게 죽을 수 있게 해달라고 하는 그 말에 그는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이렇게까지 강하게 나온단 말인가. 그렇게도 이 제국의 사람이 되기 싫고, 자신의 비가 되기 싫단 말인가. 뭐 때문에? 대체 뭐 때문에 저렇게까지 말한단 말인가.

"...그러면 그대는 저에게 어떻게 해주길 바라는겁니까? 책사가 된다고 한들, 그대를 의심하는 이가 없을 거라고 생각하는 겁니까?"

그녀의 요구를 받아들여, 책사가 된다고 하더라도 반드시 이런저런 말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무엇보다 책사가 된다고 해서 자신을 모실 가능성이 많은 것도 아니었다. 그렇게 되면 제국의 신하가 되는 것이니, 필요한 것에 배치되어 오히려 더 곤란한 지경에 빠질지도 모를 일이었다. 무엇보다 그녀와 혼인을 맺을 가능성도 적지 않은가. 자신이 고집을 부리는 것인가. 쓸데없이 고집을 부리고 집착을 하는 것인가. 대체 어쩌다가 자신이 이렇게 몰리게 되었단 말인가. 영문을 모르겠다고 생각하며 그는 이를 약하게 악물었다. 하지만 이내 한숨을 약하게 내뱉으며 그는 자신의 머리카락을 손으로 정리했다.

"그대가 원하는 것. 그것은 그대의 능력을 보여 인정받고 싶은 겁니까? 그게 불가능하다면 죽음을 택하겠다고? 우리 제국이 쉽사리 그럴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을텐데... 참으로 머리가 비상합니다."

애초에 그녀를 독방에 가두기만 한 이유가 뭐란 말인가. 그녀를 함부로 대하고, 위협이나 협박으로 대했을 때 이어질 후폭풍이 무섭다는 것을 알기에, 더욱 많은 피가 왕국령에서 흐르게 될 것이 우려스러웠고 이후 통치하기 힘들어질 것이 뻔하기에 황가 사람들도 그녀를 단순히 가두기만 한 것으로 협의를 보지 않았던가. 이내 아랫입술을 약하게 깨물더니 그는 한숨을 내쉬었다.

"좋습니다. 그럼 내쪽에서 양보를 조금 해드리겠습니다. 허나 그대가 걷고자 하는 길은 가시밭길이고 결코 쉽지 않을 겁니다. 나는 그대가 어찌되었건 내 비로 여기에 왔고, 왕가에서 받은 대우를 알고 있었기에 여기서는 왕국 따윈 잊고 편안하게 살길 바랬습니다. ...어, 어디까지나 정치적인 이유이니까 착각은 하지 말고... 아무튼... 스스로 그 길을 저버리고 의심의 눈초리를 받을지도 모르는 길을 택하겠다고 하니... 그리고 그것을 이루지 못한다면 죽겠다고 하니... 어쩔 수 없겠군요."

결국 자신 쪽에서 어느정도 포기할 수 밖에 없었기에 ㅡ애초에 그는 그녀가 죽는 것을 바라지 않았으니ㅡ 그는 그녀가 말한 것을 어느 정도 받아들이기로 했다.

"...하지만 그대는 나의 비로 온 이입니다. 결코 그대를 포기하지 않을 겁니다. 그 정도는 당신도 받아들이십시오."

/아람이 강하다... 혜성이가 이건 물러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잖아... 아..근데 쓰면서도 느낀 거지만 시대적 상황이 상황이고, 황태자의 자리도 자리니.. 그리고 약조도 약조니까 진짜 혜성이가 완전 쓰레기 마인드가 되어버린 것 같네.
흑흑...본편에선 이럴 일 없다... 어쩌다보니 집착남이 되어버렸는데... 이런거 낯설긴 하다...(눈물)

879 아람 - 혜성 (lYo9Yy9JBQ)

2024-06-09 (내일 월요일) 13:06:28

아람은 혜성이 한 발 물러서자 다시금 연둣빛 눈동자를 반짝였다.

“제국은 분명 망국의 합병 통치를 위한 기구를 만들 것이고 그곳에 전하를 책임자로 둘 것입니다. 그러면 전하의 권한으로 저를 그곳의 참모로 앉혀주세요. 분명 의심하는 자가 나오겠죠. 그럼 그 자에게 저를 감시하도록 하세요. 저는 황궁 밖으로 나가지도 않을 것이고 의심을 살 행동은 하지 않을테니까요. 전하의 말처럼 제국의 사람이 되고 제국에 충성하는 이가 되는 것이 아니겠어요?”

아람이 후후 웃었다. 혜성이 말하는 제국의 사람이 된다고 하는 것은 혜성의 옆인 황태자비를 말하는 것이겠지만 어찌되었건 관료로 충성하는 것 또한 제국의 사람이 맞기는 하지 않는가.

“칭찬으로 받아드릴게요.”

사실 목숨을 가지고 협박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아람은 혜성의 투덜거림을 능청스럽게 받아 넘겼다.

“쉬운 일이라고 생각한 적 없어요. 전하께서 저를 쉽게 포기하시지도 않을 걸 알고요. 그렇기 때문에 그 가시밭길 위에서도 저를 보호해주실 거잖아요. 누군가 저를 의심하거나 음해하거나 해코지를 한다면 가만히 계시진 않으실거죠?”

아람이 배시시 웃었다. 처음의 고고하고 단단한 모습도 아니고 방금의 처연하고 여린 모습도 아닌, 데이지꽃 같이 순수하고 신뢰어린 웃음이었다. 아람은 자신있었다. 제 능력에 대한 자신이든 그 험한 사회에서 살아남는 것에 대한 자신이든. 이는 아람의 명예에 대한 것이기도 했으나 왕국에 대한 복수이기도 했다.



/집착남 좋은데 왜... 맛있는데...(츄릅) 본편에서 못먹는 집착남 혜성이 잘 먹겠씁니다(?) 내 생각엔 아람이가 더 고집불통이야

880 혜성 - 아람 (GM40Bfm/lU)

2024-06-09 (내일 월요일) 13:27:43

아람의 말을 들으며 혜성은 작게 혀를 찼다. 이렇게 빠져나간다니. 참으로 머리가 좋은 여성이었고, 그렇기에 더욱 탐이 났다. 그녀가 장차 황비가 된다고 한다면, 필시 제국은 더욱 크게 발전할 것이고 왕가의 반란군 역시 주춤할 수밖에 없으리라. 왕국과 전쟁을 할 때, 느낄 수 있었던 것은 왕족들은 그녀를 버렸을지 모르나 국민들은 그녀를 버리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왕국의 사람들을 제국의 사람으로 바꾸기 위해선 역시 그녀의 도움이 확실히 필요했다. 반드시 손에 얻을리라. 반드시 자신의 비의 자리에 앉히리라. 그렇게 그는 굳게 다짐했다.

"일단 말은 해보겠지만, 온전히 받아들여질진 알 수 없습니다. 그러니까 반드시 이뤄진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군요. 결국 참모 선정도 제가 말은 할 수 있지만, 최종적인 결정은 황제 폐하가 하는 것이니까요."

자신의 권한이 있다고는 하나, 어느 정도의 허락은 필요했다. 그런 기본적인 허락조차 없으면 정말로 무능한 이를 앉혀서 모든 것을 망칠 가능성도 있지 않겠는가. 그렇기에 그 부분에 대해서는 자신의 아버지의 허락이 반드시 필요한만큼, 혜성은 확실하게 어느 정도의 선을 그었다. 잘 안 되더라도, 마치 자신을 원망하지는 말라는 듯이.

"......호, 혹시나 해서 말하는 거지만, 당신이 무고한 피해를 입으면, 그만큼 제국에도 큰 타격이 가니까 손을 쓰는 것 뿐입니다. 그리고 당신은 왕가의 핏줄을 잇는 것이 아니라 제국의 핏줄을 낳고 이어야 하니... 어느 정도 힘을 써보긴 하겠지만... 착각은 하지 마십시오."

뭔가 분위기에 확실히 휘말린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그는 괜히 툴툴거리면서 시선을 회피했다. 자신이 얻은 것보다 잃은 것이 더 많은 것 같다고 느끼는 것은 기분 탓인걸까. 괜히 오른발을 땅에 콕콕 찍다가 그는 그녀를 바라보며 괜히 조금 더 이야기했다.

"대신 확실하게 그대의 조국의 국민에게 전해야만 합니다. 당신은 그 어떤 위협이나 협박을 받은 것이 아니라 순수하게 제국에 충성을 맹세하기로 했다고. 더 이상 왕가에는 그 어떤 마음도 없고, 제국에 그 영혼 한 조각까지 모두 바치기로 했다고."

그렇게 해서 왕국민들에게 저항의 마음을 없애고, 그녀를 사모하고 따르는 이들이 아무런 불만없이 제국의 사람이 될 수 있도록 힘써야만 한다고. 처음부터 내세운 명분이 그거였으니 그것만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이야기를 하면서 그는 입을 다물었다가 이어 기어들어가는 듯한 목소리로 이었다.

"...그리고 아무리 못해도 1주일에 한번은... 나랑 시간을 보내주셔야겠습니다. ...그대가 바라는 것을 이뤄줬으니 그대도 내가 바라는 것을 이뤄주시지요. ...뭐, 정 싫다면 어쩔 수 없지만."

/ㅋㅋㅋㅋㅋ 하지만 마인드가 너무 폭군이잖아! ㅋㅋㅋㅋ 물론 아람주가 괜찮다면 상관없지만 말이야!

881 아람 - 혜성 (lYo9Yy9JBQ)

2024-06-09 (내일 월요일) 17:07:46

아람은 혜성이 이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고 회의를 거치겠다 이야기하는 것만으로도 고마웠다. 오늘의 대화나 분위기로 보자면 자신의 의견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해 줄 것으로 보였고. 착각하지 말라는 그 말에는 웃음을 띄며 고개를 끄덕였다.

“걱정하지 마세요. 실제 사실도 그런 걸요? 위협이나 협박 없이 순수하게 제 의지만으로 선택한 충성이니, 앞으로 행동으로 보여드릴게요. 왕국민들에게도 확실히 전달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고요.”

아람은 그것 또한 어떻게 진행하면 좋을지에 대해 머릿속으로 여러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이어지는 혜성의 말에는 작게 웃음을 터트렸지만.

“시간은 꼭 내도록 할게요.”

그러면서 조금은 진지하게 자리에 일어나 치마를 잡으며 인사를 올렸다.

”황태자 전하의 하해와 같은 은혜에 감사드립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려요.“

아람은 혜성이 마음만 먹으면 어떤 일이든 할 수 있음을 알았다. 자신을 강제로 황태자비 자리에 앉힐 수 있었으며 폭행, 협박, 고문 등 여러 방법으로 자신을 뜻대로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이었고. 그럼에도 자신을 보호해주고 의사를 존중해주었다. 그 뒤에 혜성의 사심이 있든 없든 간에 그것은 큰 은혜를 입은 것이었다.


/이정도 마인드로 폭군이라고 한다면 이 세상의 호랑이는 모두 고양이겠어 ㅋㅋㅋㅋ 전혀 폭군 아니잖아…!!! 혜성이는 아무래도 후회남주 재질이 아닌 것 같아. 후회할 일을 만들 담이 없달까 ㅋㅋㅋㅋㅋㅋ

882 혜성 - 아람 (GM40Bfm/lU)

2024-06-09 (내일 월요일) 17:19:01

"그 말에 한치의 거짓도 없길 바래야겠군요. 그대가 지금 이 자리에서 나를 속이려는 가능성도 아예 없는 것은 아닐테니."

그렇게 괜히 툴툴거리는 말은 그녀의 페이스에 완전히 넘어가고, 그녀가 원하는 것을 그대로 내준 것에 대한 불만과 불평이 어느정도 섞여있었다. 자신의 원래 계획대로라면 그녀에게 승낙을 받고, 그대로 자신의 비로 삼고 제국은 물론이고 왕국까지 알릴 생각이었는데 뭔가 엄청나게 뒤로 밀려났다는 느낌이 든 것이 큰 원인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자신이 한 말을 바꿀 생각은 없었다. 일단 지금 당장은 힘들테고, 독방생활만 끝나게 한 후에,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후에야 이야기를 꺼낼 생각이었다.

치마를 잡고 인사를 하는 그녀의 모습은 왕녀의 기품이 그대로 흐르고 있었다. 저 기품과 현명함에 자신은 반했던가. 역시 꼭 비로 삼고 싶은 여성이었다. 일단 당분간은 조금 작전을 다시 짤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며, 그는 조언을 구할 사람들을 떠올렸다. 자신의 집사라던가, 자신의 호위기사라던가, 혹은 아버지와 어머니라던가. 어쨌든 그녀가 자신과 결혼하는 것을 원하게 만들고야 말겠다고 그는 속으로 다짐했다.

"참고로...묻는건데... 왜 제안을 거절한겁니까? 단순히 그대가 망국의 왕녀라는 이유만은 아닐 것 같은데. 정말로 순수하게 제국에서 새롭게 시작을 하고 싶다는 마음 뿐인겁니까?"

다른 여성에게 똑같은 제안을 한다면 대부분은 당연히 그의 제안을 받아들였을 것이다. 황태자비 자리가 어디 쉽게 될 수 있는 것이겠는가. 사실상 황태자의 다음가는 권력을 누릴 수 있고, 부귀영화는 물론이요, 죽을때까지 호강하면서 살 수 있는 자리가 바로 황태자비였다. 그런 자리를 거절하고 참모가 되고 싶다는 그녀의 말이 그로서는 상당히 놀라운 탓이었다.

"...호, 혹여나 묻는건데, 다른 마음에 두고 있는 남성이라도 있는겁니까? 그대는?"

/ㅋㅋㅋㅋㅋ 하지만 본편과 비교하면....ㅋㅋㅋㅋㅋ 어쨌든 지금도 혜성이는 살짝 후회하고 있는걸! 물론 후회남주와는 조금 거리가 멀지도 모르지만 말이야. 어쨌든 여기서도 아람이는 혜성이를 아주 잘 다루는구나...ㅋㅋㅋㅋㅋ 물론 이후에는 혜성이가 어떻게든 꼬시려고 상당히 머리를 굴릴 것 같지만 말이야. 일단 명분으로 내세운 왕가의 핏줄을 없애버리려는 목적도 있기야 하지만!

883 아람 - 혜성 (lYo9Yy9JBQ)

2024-06-09 (내일 월요일) 17:53:07

“제안을 거절한 이유 말씀이신가요? 큰 이유가 있다기 보다는 욕심이 많은 것이죠. 역사서에 제 이름이 적혔을 때 어떻게 적히게 될까. 만약 제가 황태자비가 되었을 때 할 수 있는 것과 참모로 일을 했을 때 할 수 있는 것을 고려했을 때 어느 쪽이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을까. 그리고 제가 참모가 된다면 선례로 남아 왕국민이나 여성이 고위 관료가 되는 것에 제약이 적어진다는 점도 좋겠죠. 이후로 능력 위주로 더 많은 인재를 들일 수 있다면 제국에도 좋을 테니까요. 왕국민들 중에서도 능력있는 자가 꽤 많아요. 정세가 안정된다면 적극적으로 등용하셔신다면 치세에도 도움이 될 것이고 차별에 대한 반발도 적어질 것이고요.”

아람은 왕국에게 버림받았지만 왕국을 사랑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왕국의 아름다운 땅과 바다, 수천년동안 이어온 역사와 문화, 그곳에 살아가는 사람들. 왕국이 멸망하고 제국으로 편입되었음에도 그것들을 지키기 위해서는 이 방법이 가장 좋을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지금 혜성을 봤을 때 언젠가는 자신이 황태자비나 황비가 될 것 같으니 관료로서 하고 싶은 일을 하고 만약 가능하다면 작위도 받고 그런 뒤에 결혼을 하는 게 더 좋지 않겠는가 판단을 했던 것이었고. 왕국은 지금 당장 제국에서 독립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고 추후에 왕국이 독립할지 하지 않을지 모르겠지만, 역사서에 자신은 왕국의 역사와 문화를 사랑했고 지켜낸 왕녀로 남고 싶었다.

“다른 남성이요?”

아람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가 헛웃음을 흘렸다. ”전하의 반려가 되기 위해 이곳으로 왔고 그 뒤로 갇혀서 아무도 만나지 못했는데 누구를 마음에 품을 수 있겠어요?”

아람이 되려 물었다.

“그럼 전하는 전하께서는 저와 결혼하고자 함이 정치적 이유 외에는 정녕 없으신가요?”

아람이 장난스럽게 웃으면서 물었다. 자신을 좋아하기 때문에 억지를 부리며 결혼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냐는 말을 돌려서 묻는 것이었다. 물론 혜성은 부정할 것 같지만.



/혜성이를 논리적으로 두드린 다음에 감정적으로 넘어뜨렸다고 봐야할까? ㅋㅋㅋ 아람이는 정말 대단한 애야... 황궁 배경 오피스 로맨스도 좋지 않나 싶고? ㅋㅋㅋㅋ 명분도 명분이지만 혜성이는 아람이한테 푹 빠져 있는 것처럼 보이는걸?

884 혜성 - 아람 (GM40Bfm/lU)

2024-06-09 (내일 월요일) 18:33:29

"그대는 이 순간까지도 그 왕국의 왕녀로군요. 이미 없어져버린 망국이거늘."

왕국에 대한 생각을 없애버리려고 했더니만, 왕국민들의 처후를 걱정하는 말에 그는 쓴 웃음소리를 냈다. 자신이 선례가 되어서 이후 왕국민들이 제국의 관료가 되는 길목을 만들겠다는 그녀의 마음은 참으로 숭고하다고 그는 생각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자신이 무슨 수를 써도 그녀의 머릿속에서 왕국에 대한 생각을 지워버리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경우에 따라서는 자신이 더 많은 것을 양보해야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그는 이내 헛웃음을 터트리는 그녀의 모습을 바라보며 약하게 입술을 삐죽 내밀다가 다시 집어넣었다.

"모, 모르는 거 아닙니까. 왕국에서 마음에 들었던 이가 있었을 수도 있고, 여기에 와서도... 어쩌다가 한두번 만났을 귀족이 마음에 든 것일 수도 있으니까."

일단 그런 이가 없다고 한다면 불행 중 다행이었다. 적어도 다른 누군가에게 그녀를 뺏길 일은 없을테니까. 그녀가 자신의 비가 되겠다고 선언한 것이 아닌 이상, 그녀에게 누가 다가간다고 해도 자신이 어떻게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지금의 그녀는 황태자비가 아니라 그저 망국의 왕녀일 뿐이었으니까. 괜히 혀를 차면서, 현 상황이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그는 오른발을 괜히 땅에 동동 굴렸지만 특별히 무슨 말을 더 하진 않았다.

그러는 와중, 갑자기 그녀에게서 훅 들어오는 질문에 그는 자신도 모르게 엇! 소리를 내면서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다른 이유가 없냐니. 무슨 많았지만 그는 그 어떤 것도 인정하지 않으려는 듯, 일부러 고개를 좌우로 빠르게 홱홱 저었다.

"다, 다른 이유가 있을 리가 없잖습니까! 왕국민들을 제국민으로 편입시키기 위해선 그대가 나팔수로 있어야만 하고, 혹시라도 왕국을 다시 재건국하려는 이들의 희망을 꺾기 위해선, 왕국의 왕족 중 가장 사랑받는 당신이 제국의 아이를 낳는 존재가 되어야 한다고 몇 번을 이야기합니까? 왕국을 버리고 도망친 왕족은 대중의 지지를 얻지 못하겠지만, 그대만큼은 아직 대중의 지지를 얻고 있으니... 그대는 내 비가 되어야 한단 말입니다. 이것 이외에 이유는 없습니다."

침착하고 차분하고 냉정하게 이야기를 했으면 설득력이 있을지도 모르겠으나, 그의 목소리는 상당히 긴장하고 당황한 기색이 가득했다. 누가 봐도 핑계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정도로 티를 팍팍 낸 후, 그는 헛기침 소리를 내며 그녀를 바라봤다.

"그러니까 아직 그대의 몸을 취하지 않는 겁니다. ...그대의 몸을 취하는 것은 그대의 마음이 완전히 내 것이 된 후입니다. 바로 그 순간, 그대를 왕궁의 왕으로 모시려고 하는 이들은 희망을 잃고 저항심을 버리게 되겠죠."

/ㅋㅋㅋㅋㅋㅋ 맞아. 아람이 대단해. 여기서도 조금도 지지 않는 것이 참으로 대단하다고 생각해! 실제로 푹 빠진 것이 맞으니까 말이야. 그래서 어떻게든 자신의 비로 맞이하려고 억지를 부리는 거고. 물론 츤데레 성향 때문에 지금 이 순간에서도 절대로 좋아한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지만 말이야.

885 아람 - 혜성 (lYo9Yy9JBQ)

2024-06-09 (내일 월요일) 18:53:57

“이제 그 왕국도 제국의 백성인 것을요.”

아람은 아량을 바란다며 그를 달랬다. 아람도 혜성과 결혼할 생각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다. 정략결혼이 보편화되어 있는 곳이었고 연애 결혼 같은 것은 평민들이나 할 수 있는 것이었다. 서로 마음이 통한다는 것은 너무나 큰 사치이고 서로 존중할 수 있기만 해도 감지덕지라고 생각했고.

“제가 마음을 쉽게 주는 사람은 아닌 터라.”

그 말인 즉슨 혜성도 자신의 마음을 얻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뜻이기도 했다. 아람은 빙긋 웃었다가 예상했던 것처럼 반박하는 혜성의 모습에 쿡쿡 웃었다. 티란 티는 다 내고 있는데 과연 황태자가 이것으로 괜찮은 것일까 생각이 들기도 하고. 왕국에서 들었던 바라거나 전쟁에서 승리하고 돌아온 것을 보면 능력이나 인망이 없는 것은 아닌 것 같은데. 조금은 허술해 보인다고 해야할까. 아람은 혜성의 말을 믿는다는 듯 진지하게 듣는 척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전하께서는 제게 마음을 주지 않으면서 제 마음을 얻으려고 한다는 뜻이군요.”

아람은 웃음기를 참으며 연둣빛 눈동자를 순진한 척 꾸며 물었다.


/혜성이 너무 귀여워 ㅋㅋㅋㅋㅋ큐ㅠㅠㅠㅠ 아람이는 혜성이한테 조금씩 감겨가겠지 큐큐 츤데레 너무 귀엽다 놀려먹는게 너무 재밌어
아람이는 어떤 상황이든 자기가 주도권을 잡을 생각을 하는게 무서운 점이라고 생각해 ㅋㅋㅋㅋ큐ㅠㅠㅠㅠ

886 혜성 - 아람 (GM40Bfm/lU)

2024-06-09 (내일 월요일) 19:15:27

"흥. 굳이 그렇게 말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렇게나 내 아내가 되라는 제안을 거절했으니 그 정도는 알고 있으니까요."

다른 여자들처럼 쉽사리 움직이지 않는 존재. 그렇기에 괜히 더 반려로 만들고 싶은 존재. 하지만 좀처럼 쉽사리 꺾이지 않을 것 같았기에 장기전이 예상이 되어 그는 괜히 작게 투덜거렸다. 대체 이 여성의 마음을 얻으려면 어떻게 하면 좋단 말인가. 다시 한 번 자신에게 조언을 할 존재들을 그는 하나하나 떠올렸다. 역시 어마마마가 가장 무난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며 그는 괜히 팔짱을 기면서 작게 혀를 찼다.

"...그대는 제 마음을 원하십니까? 그대의 왕국을 멸망시킨... 어떻게 보면 원수나 마찬가지인 저를?"

물론 그녀가 왕국에 대해서 좋은 감정이 없다는 것은 잘 알고 있었다. 대화를 하면서 어느 정도 느낄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럼에도 굳이 그렇게 이야기를 하는 것은 그녀의 생각을 다시 한번 떠보기 위함이었다. 어떻게 보면 그가 부리는 약간의 심술에 가까웠다.

"그럼 제가 그대에게 마음을 주지 않는다면 어쩔 참입니까? 그저 당신의 마음만 원하고, 당신을 철저하게 정략도구로서 대한다고 한다면?"

물론 그럴 가능성은 없었다. 물론 정치적 이유도 있었으나, 그렇다고 해서 정치적 이유로만 그녀를 대할 생각은 그에겐 추호도 없었다. 그럼에도 그는 굳이 그렇게 물어보며 그녀의 눈동자를 빤히 바라봤다.

/ㅋㅋㅋㅋㅋ 아람이의 장난스러움도 많이 귀여운걸! 지금만 해도 은근슬쩍 장난스럽게 굴고 있잖아? 아...진짜 아람이 너무 귀여워! ㅋㅋㅋㅋ 그리고 아람이는 확실히 주도권을 잡으려고 하지만 그 과정 속에서 딱히 누군가에게 심각한 피해를 주는 것은 아니잖아? 지금도 혜성이에게 막 큰 피해를 주는 것은 아니고 그냥 자신의 의지를 관철한거니 말이야.

887 아람 - 혜성 (lYo9Yy9JBQ)

2024-06-09 (내일 월요일) 19:32:44

아무래도 혜성은 자신이 황태자비가 될 것을 목숨을 걸고서 거부한 것에 꽤나 마음이 상한 모양이었다. 그럼에도 툴툴거릴 뿐 해코지를 하지 않는 것은 천성이 착한 것이려나. 권력자가 되면 모두 변하기 마련인데 이 사람은 어떨까.

“전하가 보기엔 어떨 것 같으신가요?”

자신을 원한 사람은 많았다. 왕족의 피가 흐르면서도 아름다운 자신을 갖고자 하는 이들은 얼마나 많았던가. 이런 저런 것들을 많이 보다보니 이제는 마음조차 차게 식어버린 것이 아닐까 싶기도 했다. 누군가의 마음을 얻고 마음을 주고 하는 일에 대해서는 이제 무신경해 진 것 같기도 하다. 그러니 나라를 멸망시킨 이라고 하여 크게 다를 바는 없었다. 같은 왕족이라고 하더라도 가족이라 생각했던 이는 전혀 없었다. 왕녀이기에 왕국으로부터 많은 것들을 제공받았고, 그렇기에 왕국에 대한 책임감만 있을 뿐이었다.

“그렇단들 어떻하겠습니까. 저는 제 자리에서 최선을 다할 뿐인 것이죠.”

혜성은 아람을 빤히 바라보고 있었으나 아람은 혜성의 시선을 피해 다른 먼 곳을 바라볼 뿐이었다. 어떤 도구로 이용당하는 것은 익숙하다. 사랑을 받은 적 없는 아람은 점점 깎여나갔고 이내 감정에 대해서는 조금 무감해지고 피로하게 느꼈다. 그럼에도 눈을 돌려 혜성을 바라보면 그에게서는 나름 자신을 향한 마음이 있는 것 같아 지금의 질문이 우습게 느껴지기도 했고.



/내 생각에는 혜성주가 아람이를 좋게 봐주는 것이 분명해!

888 혜성 - 아람 (GM40Bfm/lU)

2024-06-09 (내일 월요일) 20:06:44

"질문에 질문으로 답하다니. 그대는 생각 이상으로 심술궂군요."

자신의 마음을 원하냐는 물음에 그녀가 답을 하지 않고 그렇게 대답하자 그는 괜히 쳇 소리를 내면서 고개를 옆으로 홱 돌렸다. 자신의 속마음은 묘하게 캐내는 주제에, 자신의 속마음은 조금도 비추지 않으니 이렇게 비겁할 수가 없다고 그는 생각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녀에게 뭔가 불평을 토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자신의 마음을 드러내건, 숨기건 그건 개인의 자유였으니까. 하지만 어쩌면 그녀는 자신의 마음까지 원하는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고 혜성은 추측했다. 근거는 없었으나... 묘하게 그런 느낌이 든다고 생각하며 그는 그저 눈을 조용히 깜빡였다.

"......."

아람의 답은 이어 혜성의 입을 다물게 했다. 정말로 당당하면서도 기품이 넘치는 이라고 혜성은 다시 한 번 생각했다. 처음부터 그녀를 너무 얕잡아봤다고 생각하며 한숨을 한 번. 역시 장기전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며 그는 눈을 감고 후우- 숨을 내뱉었다. 그리고 다시 눈을 뜨고 그녀를 바라본 후에 애써 근엄한 목소리를 흉내내면서 그녀에게 말했다.

"그렇다면... 그대가 정략도구로 사용되는 것이 싫어질 정도의 행복을 느끼게 해줘야겠군요.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사람이란 결국 행복을 추구하고, 행복함 속에 있으면 그 행복을 잃기 싫어지는 법이었다. 그녀가 덤덤하게 이야기를 한다면, 그 덤덤함조차도 없애버리겠다고 그는 다짐했다. 자신을 떠나서, 제국을 떠나서는 더 이상 행복을 느낄 수 없게 만들어버린 후에 그녀를 취하리라. 그렇게 또 다시 그녀를 취할 게획은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그럼 마지막으로 묻겠습니다. 그대는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이 뭡니까? 우리 제국에 충성을 맹세한 거나 마찬가지니 제가 이뤄줄 수 있는 것은 이뤄드리도록 하죠."

/반대로 아람주가 혜성이를 좋게 봐주는 것이 아닐까? ㅋㅋㅋㅋㅋㅋ

889 아람 - 혜성 (lYo9Yy9JBQ)

2024-06-09 (내일 월요일) 23:05:43

모든 상황에서 솔직하게 이야기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아람은 아무래도 혜성의 호감을 사서 지낼 수밖에 없는 노릇이나 그 안에서 또 적극적으로 대시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고. 혼인을 무기한 연기해버린 지금이라면 더더욱.

“행복이라……. 그런 것이 있다면 좋긴 하겠네요. 어떤 방법을 동원할지 기대가 되는데요?”

아람은 말로는 툴툴거리면서 계속해서 뭔가를 해주려는 혜성의 모습이 조금은 웃기기도 하고 귀엽기도 했다. 도대체 자신이 뭐라고 이렇게까지 신경을 쓴단 말인가. 혜성이 계속 이야기했듯 자신은 그저 망국의 왕녀일 뿐인데 말이다. 자신의 어떤 점이 좋아서일까? 물론 혜성은 자신에게 마음이 없다 주장하고 있지만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이요? 사실 지금 좀 민망해서요. 쉬고 싶달까.”

아람은 혜성이 벗어 덮어준 겉옷을 다시금 추스르면서 어깨를 으쓱했다. 혜성이 앞에 있어서 어떻게 드레스를 다시 정리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말이다. 쉬고 싶다는 말은 나가달라는 말을 돌려 하는 말이었다. 극적인 설득을 위해서 조금의 연출을 한 것이긴 했지만 민망하긴 한 모양이었다. 물론 그 때에도 혜성이 자신을 어떻게 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기에 무모한 행동을 한 것이긴 했다.

“농담이고요. 독방에 혼자 오랜 시간 갇혀 있다보니 외로워서요. 말동무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이런저런 주변 소문이나 이야기들을 잘 알고 있는 사람으로요. 그리고 펜과 종이가 필요해요. 책은 읽을 수 있었지만 펜과 종이는 반입시켜주지 않더라고요.”

/혜성이는 객관적으로 귀여운걸…?! 어느정도 마무리하면 될듯…? 둘이 연회장에서 춤추는 거 보고싶당 헤헤

890 혜성 - 아람 (GM40Bfm/lU)

2024-06-09 (내일 월요일) 23:26:11

"한 나라의 왕녀가 행복이 있다면 좋긴 하겠다고 하다니. 나 참."

이게 어디 말이나 되는 소리인가. 어지간한 왕족이나 황족은 대부분 엄청난 특혜를 누리기 때문에 행복을 모를래야 모를 수가 없었다. 물론 상대적인 말이라고는 하나, 적어도 행복이 마치 없다는 식으로 생각하기는 힘들었다. 하지만 지금의 그녀는 어떠한가. 마치 한번도 행복하지 않고, 아예 기대를 하지 않는다는 것처럼 이야기를 하지 않았는가. 괜히 아랫입술을 약하게 깨물며 그는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물론 딱히 그 이상 무슨 말을 하진 않았다. 왕국은 어쩌면 자신의 생각보다 훨씬 썩어빠진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기에...

"...마, 말해두는데 제가 벗으라고는 하지 않았습니다. 그거."

민망하다는 말이 무슨 말인지는 그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확실히 남자가 있는 곳에서 입고 있는 옷을 정리하기란 쉽지 않았을터. 그렇기에 그는 화들짝 놀라 뒤로 홱 돌았다. 마치 자신은 아무 것도 보지 않았다는 듯이, 절대로 눈에 담지 않겠다는 듯이. 아니. 그런데, 애초에 그녀가 멋대로 그렇게 한건데 자신이 이렇게 미안함을 느낄 필요가 있나? 그런 생각이 들어 그는 뚱한 표정을 지었다.

그 와중에 그녀가 하는 요구조건. 그것을 들으면서 그는 조용히 생각을 하다가 이내 입을 열었다. 그 정도라면 자신이 못해줄 것도 없었다. 어차피 독방 생활은 이제 끝낼 참이었으니까.

"어차피 내일부로 독방 생활은 끝날 겁니다. 그리고 그대는 황궁 내에서는 모든 구역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게 할 생각입니다. 따로 시종을 붙일 생각이니, 그 시종을 말동무 삼으면 될 겁니다. 펜과 종이는... 뭐, 자연히 내일부터 쓸 수 있게 되겠지요."

더 이상 왕국은 존재하지 않았으니, 그녀를 계속 잡아둘 이유는 없었다. 오히려 정치적 이유에서라도 그녀에겐 어느 정도의 자유를 주는 것이 제국에서도 이득이었다. 그녀는 왕국에서 버린 것이지. 제국에서 억압하는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천하에 알릴 필요가 있었으니까.

"어쨌든... 내 볼일은 다 끝났으니 나가보겠습니다. 그대도 오늘 하루는 여기서 푹 쉬길 바랍니다. 또 보도록 하죠."

이어 그는 문쪽을 향해서 천천히 걸어갔다. 그녀가 옷을 정리할 시간을 주기 위해서, 그리고 그녀가 푹 잘 수 있도록 도와주기 위해서였다. 어차피 그녀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자신과 그녀는 또 만날 수밖에 없었다. 자신이 자주 찾아갈 생각이었으니까. 그렇기에 그는 일단 이 정도로 만족하기로 하며 앞으로 걸었다. 그러다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그녀를 바라봤다. 그리고 투덜거리는 목소리를 냈다.

"...그리고 다시 말하는데, 왕족의 핏줄을 끊기 위해서라도 그대가 반드시 내 아이를 낳게 할 겁니다. ...각오하십시오."

참으로 어설프기 짝이 없는 선전포고. 그것을 남긴 후, 그는 민망했는지 빠르게 문을 연 후에 밖으로 나갔고 다시 문을 잠궜다. 적어도 오늘까지는 독방생활이었으니까.

/아람이도 객관적으로 상당히 귀여워!! 일단 막레 느낌으로 써보긴 했다!! 한턴 정도 더 이어도 괜찮을 것 같으니 잇고 싶으면 이어도 돼! ㅋㅋㅋㅋ 앗. 맞아. 연회장에서 춤추는 모습 나도 보고 싶어!! 뭔가 분위기 엄청 예쁠 것 같아! 진짜!

891 아람주 (ffd7l6Mqfw)

2024-06-10 (모두 수고..) 00:22:32

내일 막레 써와야지 히히
연회장에서 춤추는 것도 보고싶은데 궁전 오피스 로맨스도 보고싶당 아람이 깔금한 실내 드레스 입고 옆에 서류잔뜩 쌓아두고 있는데 혜성이가 와서 일하는거 방해하고(?) 보고하러 들어갔다가 차한잔 하자고 해서 대화하다가 꽁냥거리고(?) 혜성이가 아람이 다른 관료들하고 얘기하는거 보면서 질투하고(!)
다음 일상 머더라? 3학ㄴ녀 들어가는 신년맞이인가~?

892 혜성주 (H0JdAhJu8k)

2024-06-10 (모두 수고..) 00:40:37

궁전 오피스 로맨스...ㅋㅋㅋㅋㅋㅋ 일하는 아람이와 황태자 혜성이의 로맨스인거야? ㅋㅋㅋㅋ 그런데 아마 혜성이가 그 정도로 질투를 할 것 같진 않아. 다른 관료가 이제 1:1 데이트 신청을 하고 아람이가 그것을 받아주는 정도라면야 질투를 할 것 같지만 말이야. 아무튼 막레는 천천히 써도 괜찮아!!

다음 일상은...딱 정해진 것은 없지만 슬슬 3학년 시즌으로 해서 신년맞이로 가도 좋을 것 같아!

893 아람 - 혜성 (ffd7l6Mqfw)

2024-06-10 (모두 수고..) 01:41:08


“꽤나 각박한 삶을 살았거든요.”

제국은 황권이 안정되어 큰 격변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었으나 아람의 왕국은 달랐다. 왕의 폭정으로 인해 민생이 어려워졌고 처첩을 많이 들여 왕자와 왕녀는 얼마나 많은지. 그 과정에서 암투로 죽은 이복 형제는 또 몇이었던가. 제 어머니는 일찍 돌아가셨고 아람은 숨죽여 지내야만 했다.

아람은 혜성이 그제야 훽 돌아서자 쿡쿡 웃었다. 방금까지도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하고 있었으면서.

“그것 참 기쁜 소식이네요.”

곧 독방 생활이 끝난다. 하지만 이제 시작일 뿐이었다. 황태자비가 된다면 모든 일이 쉬웠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람은 선택했고 그 선택의 결과 어떻게든 자신의 능력을 보이고 제국 내에서 인정받아야만 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패전국인 왕국을 안정시키고 문제 없이 제국에 편입시켜야 했고. 그리고 반란군을 토벌해야했다. 할 일이 꽤나 많았다. 조사해야 할 것들도 많았고.

“네. 조심히 들어가셔요, 전하.”

아람은 자리에 일어나서 혜성을 배웅했다. 옷차림이 조금 그래서 문 앞까지 배웅할 순 없고 그 자리에 서 있었지만. 아무래도 혜성은 자켓을 두고 가는 수밖에 없을 듯하다. 그리고 마지막까지 선전포고를 남기고 가는 혜성의 말에 아람은 조금 웃어버렸고. 마치 널 꼬시고 말겠다고 말하는 것 같지 않은가. 저런 플러팅은 살면서 처음이어서 색다르긴 했다.

문이 밖에서 잠기는 소리가 들리고 아람은 그대로 침대에 쓰러지듯 누웠다. 사실 꽤나 긴장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나라의 패전, 자신의 죽음, 결혼, 업무……. 온갖 것들이 머릿속을 헤집는 것 같았다. 그래도 다행히 해냈어. 첫 단추는 무사히 끼울 수 있었다. 앞으로도 힘내야지. 그러면서도 아람은 혜성이 두고 간 자켓을 더 여몄다. 혜성이 온기를 남기고 간 것만 같았다. 이상한 사람. 그래도 다음에는 더 나은 이야기들을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이 들었다. 그가 준다는 행복에 대한 기대와 함께.


/막레!! 수고했어! 아람이도 혜성이한테 찬찬히 감겨가게 될 것 같지~~ 자려고 누웠는데 잠이 안 와서 막레도 써 왔다~~~!
혜성이가 아람이를 찜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데이트를 신청할 간큰 관료가 있을까…? ㄷㅋㅋㅋㅋ큐ㅠㅠㅠ 이건 어때. 아람이가 제출한 성훈에 대한 정보에서 사소한 식습관이나 좋아하는 음식같은 것들이 있어서 의아함에 물어봣더니 아람이 ”친구였거든요. 사상이 서로 맞지 않아서 헤어지게 되었지만요.” 왠지 깊은 관계였던 것 아닌지 의심하게 되고. 하지만 아람과 성훈은 서로에게 칼 끝을 겨누는 사이가 되었는데… 왠지 질투할 것 같진 않기도 하고?
신년맞이! 어디서 신년맞이를 하려나? 밖에서 만나나?

894 혜성주 (H0JdAhJu8k)

2024-06-10 (모두 수고..) 02:09:08

막레 잘 받았어! 아람주!! 이미 마지막 부분을 보면 살짝 감긴 것 같은데? 막 사랑에 빠졌다기보단 뭔가 괜히 한번 더 생각하게 되는 정도로는 말이야. 딱 저 정도여도 일단 혜성이는 충분히 만족할 것 같네. 최종목적을 위해서 나름대로 머리를 많이 굴리겠지만 말이야! 어...그리고.. 일단 황태자비는 아니니까 대쉬를 하는 관료가 하나 정도는 있지 않을까? 공작가의 사람이라던가 말이야! ㅋㅋㅋㅋ 공작가면 황가도 함부로 대할 수 없기도 하고! 앗...ㅋㅋㅋㅋ 그건 확실히 혜성이가 조금 수상하게 생각할 것 같아. 그래서 질투라기보다는 약간 뚱한 표정을 지을 것 같네. 너네 뭐야? 이런 느낌으로 말이야. 그래서 뭔가 성훈이는 절대로 좋아하지 않을 것 같고... 어떻게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감옥에 가두려고 할 것 같네. 잡아서. 제국에 해를 끼칠 가장 위험한 존재라는 명분을 붙여서 말이야.

음. 제야의 종이 끝난 직후는 어떨까? 제야의 종소리 들으려고 밖에 나왔다가 막 종이 울리고 새해를 맞았다는 느낌이면 좋지 않을까?

일단 난 이렇게 레스를 쓰고 자러 가볼게!! 아람주도 잘 자!

895 아람주 (ffd7l6Mqfw)

2024-06-10 (모두 수고..) 12:13:29

ㅋㅋㅋㅋㅋㅋ 공작가 사람이라니! 아직 미혼의 젊은 공작이 업무상 자주 만났다가 아람의 총명함에 반해서 대시하는 느낌일까? 왠지 이성적이고 계산적이지만 다정한 성격일 것같음(?) 성훈은 가장 위험한 존재이긴 하지 ㅋㅋㅋ 사상으로 대립하지 않았다면 아람의 가장 가까운 사람이 되었을지도...? 지금은 서로 칼끝을 겨누는 사람이지만.
좋아~ 제야의 종 치기 직전으로 해서 제야의 종소리 듣는 장면으로 시작하면 좋흘 것 같지? 사람 바글바글하겠다 ㅋㅋㅋㅋㅋ 선레 다이스 돌려둘게!
.dice 1 2. = 1 1 나 2 혜성주

896 아람주 (ffd7l6Mqfw)

2024-06-10 (모두 수고..) 12:13:50

나로군...! 시간 될 때 선레 써올게에엥

897 마흔일곱번째 일상 : 신년맞이 (ffd7l6Mqfw)

2024-06-10 (모두 수고..) 16:56:22

아람은 혜성과 함께 신년맞이를 위한 제야의 종 타종을 보러 나왔다. 차가운 겨울이라 온몸을 꽁꽁 무장하고 있는 아람이 숨을 내뱉자 흰 입김이 뽀얗게 나왔다. 주변은 사람들로 가득했으나 모두 신년에 대한 기대감으로 부풀어 있는 것처럼 보였다.

물론 아람도 신년맞이가 싫은 것은 아니었다. 조금 기대되기도 하고 설레기도 하고. 하지만 이제 이 종이 울리면 고3인 것이었다. 으으. 그 생각만 하면 조금 몸서리쳐진다고 해야할까. 물론 겨울방학 시작부터 고3이라면서 공부에 열을 올리긴 했는데…… 그럼에도 의미라는게 중요한 법이었다.

“곧 종 치려는 것 같아.”

아람은 옆에 있는 혜성에게 휴대폰으로 시각을 보여줬다. 곧 자정이 될 시각이었다. 고3이 되어서 공부 때문에 더 스트레스를 받는다기 보다는 그 교실의 분위기가 더 예민해지는 것이 싫었다. 혜성과 더 자주 만나지 못해질 것도 뻔했고.

“나는 올해 너랑 같은 반 되게 해달라고 소원 빌거야.”

아람이 진지하게 말했다. 이런 것을 믿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이 아닐까?



/다음주부터는 다시 일하느라 못들어올 것 같아서 이번 주 열심히 상판 돌리는게 내 목표야..... 흑흑.......

898 혜성 - 아람 (H0JdAhJu8k)

2024-06-10 (모두 수고..) 19:29:03

12월 31일. 한 해가 끝이 나고, 새로운 한 해가 찾아오는 그 날은 유난히 추웠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겨울은 점점 추워진다고 했던가. 지구 온난화가 참으로 원망스럽다고 혜성은 생각했다. 바로 옆을 바라보면 온 몸을 꽁꽁 무장하고 있는 아람의 모습이 있었다. 그녀의 모습을 힐긋 바라보던 혜성은 살며시 그녀의 팔에 제 팔을 걸면서 팔짱을 끼고 자신 쪽으로 당기려고 했다. 자신이라고 춥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그녀보다는 상대적으로 추위에 강했다. 그렇기에 제 열기로 그녀의 몸을 조금이나마 녹여주고 싶다고 생각하며 혜성은 그렇게 행동하면서도 애써 모르는 척 앞만 바라봤다.

"그러게. 슬슬 카운트다운이 시작되겠네."

밤 11시 59분. 이제 머지않아 카운트다운이 시작될 시간이었다. 주변 사람들은 더욱 상기된 표정으로 시간을 확인하고 있었다. 혜성 역시 아람의 핸드폰으로 시간을 확인했고, 조용히 하얀 입김을 내뱉었다. 그러다 그녀의 소원을 듣고 그는 피식 웃었다. 꽤나 귀여운 소원이라고 그는 생각했다. 무엇보다 자신 역시 그걸 바라기도 했고.

"소원은 남에게 말하면 안 이뤄진다는 말 들어본 적 없어? 나 참."

허나 그것을 입에 대진 못하고 그는 오늘도 평소처럼 툴툴거리는 목소리를 내며 자유로운 손으로 자신의 머리를 긁적였다. 그리고 침묵을 조용히 지키다가 그녀를 가만히 바라봤다. 그리고 그 상태에서 이야기했다.

"...안 되어도 내가 많이 찾아가줄게. ...뭐, 그 대신에 나랑 공부 많이 해주면... 페어할 것 같은데. ...네 생각은 어때?"

그러면 같은 반이 되지 않아도 공부를 핑계로 자주 볼 수 있지 않겠는가. 그런 목소리를 내는 와중, 슬슬 어딘가에서 카운트다운 소리가 들려왔다. 10! 9! 8!...

"우리도 셀까? 뭐... 이런 날이니까 못 세줄 것도 없는데."

/아이고..아람주. 다음주부터 또 바빠지는구나. 다르게 말하자면 이번주는 그나마 한가한거고! 이번주의 한가한 휴일을 잘 보내길 바랄게!

899 아람 - 혜성 (3QYEELDzfE)

2024-06-11 (FIRE!) 00:58:56

아람은 혜성이 팔짱을 끼며 당기자 혜성에게 꼭 붙어 살며시 기대기까지 했다. 그러면서 히히 웃는 것이 지금 상황이 기꺼운 듯했고.

"응. 뭔가 떨린다. 너랑 있어서 그런가?"

별 다를 것 없는 새해의 밤. 그것이 특별해지는 것은 바로 혜성이 옆에 있기 때문이었다.

"그런 말 없거든? 그건 꿈 얘기지! 좋은 꿈 꾸면 말하지 말라잖아. 우리 같은 반 되면 다 내가 소원 빌어서 그런 건 줄 알아."

아람이 도리도리 머리를 저었다가 흥, 소리를 내었다. 그러던 중 혜성이 바라보는 게 느껴지자 혜성 쪽을 쳐다봤고. 이어지는 혜성의 말에 아람은 배시시 웃었다.

"좋아. 우리 공부도 같이 하고 같은 대학두 가구."

아람은 히히 웃었고 전에 혜성이 말했던 같은 대학에 가자는 것을 생각하며 말했다. 카운트 다운 소리가 들려오고 혜성이 같이 세자는 말에 아림은 기꺼이 고개를 끄덕이며 숫자를 크게 외쳤다. ... 3! 2! 1!

그리고 커다란 종소리가 울리고 아람은 양 손을 모으고 소원을 빌었다. 혜성에게 말한 대로 같은 반이 되게 해달라는 소원이었다


/다음주부터 바빠진다기 보다는 지금도 바쁜데 시간을 안내면 영영 못올 것 같아서.....?() 물론 무리하는 건 아니니 걱정하지 안아도 댄다!

900 혜성 - 아람 (u7jYj3KE.Y)

2024-06-11 (FIRE!) 01:17:39

아람이 자신에게 살며시 기대자 혜성은 그녀를 지탱하듯 어깨에 힘을 주었다. 물론 버티기 힘들 정도로 무거운 무게감이 느껴지는 것은 아니었으나, 여자친구가 자신에게 기대니 절로 몸에 힘이 들어가는 것은 그로서는 어쩔 수 없는 반사행동이었다. 혹시라도 그녀가 미끄러져서 넘어질지도 모르는 것 아니겠는가. 안 그래도 추운 겨울이고, 옷이 두꺼워지는만큼, 움직임이 상대적으로 둔해질 수밖에 없기도 했고.

"...뭐, 나도 그런 것 같기도 하고."

뭔가 떨린다는 그녀의 말에 그는 고개를 옆으로 살며시 돌리면서 그렇게 대꾸했다. 새해를 이번에 처음 맞이하는 것도 아닌데 유난히 떨리는 것은 그 역시 마찬가지였다. 아마도 여자친구가, 정말로 사랑스럽고 예쁘고 귀여운 여자친구가 자신의 옆에 이렇게 있는 것 때문이 아니겠는가. 특히나 올해는 평소와는 다르게 여자친구와 함께 새해를 맞이하려 하고 있었다. 제 심장이 약하게 뛰는 것을 느끼면서 그는 곧 들려오는 그녀의 말에 대꾸했다.

"소원도 있거든? ...아무튼 보자. 그래. 같은 반이 될지, 안 될지."

잠시 삐진 것처럼 흥- 소리를 내긴 했으나 이내 다시 자신을 바라보며 배시시 웃는 것에 그는 저도 모르게 미소를 짓고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같은 대학. 꼭 가고 싶었다. 물론 정말로 갈 수 있을진 알 수 없었으나 그럼에도 가고 싶었다. 자신이 좀 더 열심히 공부를 해서 그녀와 성적을 맞추면 어떻게든 되지 않겠냐는 생각을 하는 것과 동시에 이제 정말로 좋건 싫건 공부에 집중해야겠다는 목표의식이 세워지는 것을 느끼면서 그는 그녀와 함께 숫자를 외쳤다. 3! 2! 1!

이내 댕- 댕- 댕- 하는 종소리가 규칙적으로 크게 울렸다. 수많은 사람들의 환호성이 들려오는 가운데, 혜성은 눈을 감고 조용히 소원을 빌었다. 반드시 같은 대학을 가게 해달라는 소소한 소원이었다. 같은 반이 되게 해달라는 소원은 그녀가 빌었으니 자신은 그 너머의 일을 소원으로 빌 생각이었다. 이내 종소리가 천천히 가라앉자 그는 눈을 뜨고 그녀를 바라봤다.

"소원 다 빌었어? 역시 같은 반이 되게 해달라는 소원이야? ...뭐, 나도 올해는 하나 빌어봤어. 소원. 뭔진 비밀이지만 말이야."

자신은 알려주지 않겠다는 듯, 그는 조금 심술궂은 표정을 지으면서 피식 웃었다. 이어 그는 가만히 주변을 두리번거리다가 그녀에게 제안했다.

"어묵이나 먹을래? 새해 맞이했으니 따뜻하게 몸 좀 녹이자. 우리."

/...어..어어...지금도 바쁘구나. 아이고...그래도 무리하는 것은 아니라고 하니 다행이야. 아람주... 난 얼마든지 기다릴 수 있으니 답레는 편하게 작성해줘!!

901 아람 - 혜성 (vF5yhX/fhI)

2024-06-11 (FIRE!) 09:37:25

아람이 혜성이 안 그런척 대답하는 모습에 쿡쿡 웃었다. 저 솔직하지 못한 성격은 한 해가 바뀐다고 해서 바뀔 것 같지 않았다. 그 어떤 모습이라도 혜성이면 좋았지만.

같은 반이 될지 안될지는 모르는 일이었지만 아람은 왠지 느낌이 좋았다. 물론 자신의 착각일지도 모르겠지만. 카운트 다운이 끝나고 종소리가 널리 울려퍼졌다. 아람은 소원을 빌고 나서도 종소리를 끝까지 들었다. 뭔가 마음이 편안해지는 느낌이었다.

"응. 엇? 뭐 빌었는데? 왜 비밀인데?"

아람은 혜성이 비밀 선언에 치사하다며 알려달라며 혜성의 팔을 작게 흔들었다. 혜성이 안 가르쳐 준다고 하면 칫, 소리를 냈겠지만 별로 중요하지는 않은 듯 금방 기분은 풀렸겠지만.

"어묵 좋아! 이렇게 추울 때 먹는 어묵 국물이 진짜잖아."

아람은 주변을 두리번거리다가 사람들이 어느정도 모여있는 포장마차를 가리켰다. "저기 어때?" 하면서.


/야간 퇴근했따.... 근데 오늘 잔업이 있을 예정이라 푹 쉬어야대 큐큐 혜성주는 얼마든지 기다려주겠지만 역시 상판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몸이 되어버렸따.....! 근데 상판 하는 동안에는 일에 집중이 안되서 그게 문제야 ㅋㅋㅋ큐ㅠㅠㅠ 지속가능한 상판 라이프는 불가능한 것인가.... 아니 내가 너무 일중독인가....?!

902 아람주 (vF5yhX/fhI)

2024-06-11 (FIRE!) 09:40:16

앗 그러고보니 900 레스 넘겼잖아.....! 후후히히 5판을 향해 순조롭게 달려가고 있군! 근데 진짜 우리 일상도 어어어엄청 많이 돌렸다니까? 이번 판 안에 50번째 일상 할 수도 있을 것 같애 호달달

903 혜성 - 아람 (u7jYj3KE.Y)

2024-06-11 (FIRE!) 19:17:55

"...비, 비밀인 이유가 뭐가 있어. 내가 그냥 비밀로 하고 싶어서 하는 거지."

무슨 소원을 빌었는지 치사하다고 알려달라고 하면서 팔을 작게 흔드는 아람의 모습을 바라보며 혜성은 얼굴을 붉혔다. 얘는 왜 이런 행동조차도 귀엽지? 분명히 처음 만났을땐 괜히 귀찮은 느낌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관계가 변하니까 모든 것이 다 다르게 보이는 것일까. 참 사람의 마음가짐이라는 것이 무섭긴 무섭구나.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잠시 고민하다가 괜히 고개를 홱 돌리고 작은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같은 대학 가는 거. 재방송 할 생각 없으니까 못 들었으면 말고. 나 참."

괜히 투덜거리는 목소리를 내며 그는 그녀가 가리키는 포장마차를 바라봤다. 적당히 사람이 모여있는 것으로 보아 맛이 없는 곳은 아닌 모양이었다. 그렇다면 굳이 먼 곳을 찾아갈 것 없이 저곳으로 가면 되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저기로 가자. 그렇게 이야기를 하며 혜성은 그녀를 이끌듯이 앞장섰다.

사람이 제법 있었지만, 그렇다고 자리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안으로 들어간 후에 자리를 잡고 그는 어묵이 있는지를 확인했다. 어묵이 담겨있는 그 특유의 통이 바로 눈에 보였고, 그 안에는 어묵이 가득했고 따로 국물을 받을 수 있도록 수도꼭지도 달려있었다. 그 향이 굉장히 괜찮다고 생각하며 그는 괜히 후우, 숨을 내뱉고 그녀를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개당 500원이래. 내가 살게. 다음에는 네가 사줘."

먹자. 그렇게 이야기를 하며 그는 살며시 몸을 옆으로 치우면서 그녀가 어묵을 집을수 있도록 했다.

/아이고... 잔업이 있을 예정이라니... 야근을 했는데 잔업이 있다니..8ㅁ8 그게 무슨 말이야! 그래도 무리하지 않는다고 하니 다행이라면 다행이긴 한데... 어어... 그건 나도 마찬가지야. 나도 일할땐 상판 못하는걸. 뭔가 집중이 안되서 일을 할 땐 그냥 일만 죽어라 하는 편이야. ㅋㅋㅋㅋ 옛날에는 그냥 둘 다 했었는데 요즘은 그게 안되네. 어..그러고 보니 잘하면 가능하려나? 그런데 뭔가 아슬아슬할 것 같기도 하고? 남은 레스가 100개라는 것이 그렇게 막 엄청 많은 것은 아니니 말이야. 아무렴 어때! 5판으로 가려는 것이 중요하지!

904 아람 - 혜성 (vF5yhX/fhI)

2024-06-11 (FIRE!) 22:26:27

아람은 혜성이 이내 비밀을 털어놓자 작게 웃음을 흘렸다. 개구쟁이처럼 히히 웃으면서 “같이 열심히 힘내자ㅡ!”라고 말하며 혜성의 팔을 꼭 끌어안았을 것이었고.

포장마차에는 다행히 자리가 있어서 기다리거나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따뜻한 훈김이 올라오고 맛있는 어묵의 냄새가 없던 허기도 불러올 것 같았다.

“응응. 맛있겠다.”

아람은 가까이에 있는 어묵을 집어서 한 입 베어물었다. 뜨거워서 깜짝 놀랬다가 뜨거움에 겨우 입 안에서 조금 식히고 허겁지겁 삼켜버리고 말았다. 아무래도 들떠서 평소에 조심하던 것도 잊어먹었던 모양이다.


/잔업….. 다녀왔따….. 큐큐큐ㅠㅠ 역시 일을 할 때는 일만 죽어라 해야….. 문제는 집에 와서도 해야할 일이 있다는 점이 아닐까. 부업….? 같은 것이지만 ㅎ…… 지금은 본업만 하고 놀고 있지만 다음주에는….() 그래도 몰아서 놀고 몰아서 일하는 게 더 효율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야. 큐큐

905 혜성 - 아람 (u7jYj3KE.Y)

2024-06-11 (FIRE!) 23:03:49

같이 힘내자는 말에 혜성은 살며시 아람의 얼굴을 바라보다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딱히 무슨 말을 하지 않는 것은 그 주제로 계속 이야기를 하는 것이 부끄러운 탓이었다. 물론 그녀가 자신의 팔을 꼬옥 끌어안았으면 괜히 자신 쪽으로 좀 더 끌어당겼을 것이다. 팔이 붙잡힌 자신은 그녀의 팔을 잡을 수 없었으니까. 그렇기에 거리를 줄이는 것으로 대신했다.

한편 아람이 포장마차 안에서 어묵을 먹자 그는 살며시 어묵을 잡았다. 직선과 꼬불거리는 것. 둘 중 뭘 먹을까 하다가 그는 꼬불거리는 것을 집었다. 꼬챙이를 잡고 국물이 떨어지지 않게 살며시 입에 넣자 그 맛이 일품이었다. 하지만 조금 뜨거웠기에 다 먹진 못하고 그는 천천히 베어먹으면서 그 양을 줄였다. 그러다가 아람이 깜짝 놀라는 모습을 바라보며 혜성은 피식 웃었다.

"천천히 먹어. 집까지 데려다주고 갈테니까. 그러니까... 뭐, 조금 늦게 들어가도 괜...찮지?"

아닌가. 안되나? 그건 안되나? 어머니에게 혼나려나? 그렇게 말을 하면서도 조금은 불안했는지, 그는 살짝 그녀의 눈치를 보았다. 하지만 혼나건, 혼나지 않건 어쨌든 아람은 자신이 집에 데려다 줄 생각이었다. 요즘 세상이 어디 험하던가. 아람을 이 시간에 혼자 보냈다가 큰일이라도 당하면 어쩌겠는가. 그런 사태는 반드시 막고 싶었기에 혜성은 그렇게 이야기하며 다시 어묵을 천천히 먹었다.

"...이럴때는 우리 둘이 같이 살았으면 어떨까...하는 생각도 들긴 해. ...뭐, 아주... 아주... 쪼~~~~끔이지만 말이야. 차, 착각은 하지 마. 매, 매일 그런 생각하는 거 아니니까."

괜히 툴툴거리면서 그는 근처에 있는 티슈를 뽑은 후에 그녀에게 내밀었다. 한번씩 입을 닦으면서 먹으라는 나름의 의사표시였다.

/아이고...잔업한다고 고생이 많았어! 아람주! 일...맞아. 차라리 일을 할때는 일을 하고 일 다 끝난 후에 또 재밌게 노는 것이 낫더라. 그렇게 하니까 일의 효율도 늘고 상판을 할 때도 별 걱정이 들지 않아! ㅋㅋㅋㅋ 하지만...아람주 집에서도 일을...흑흑...고생이 아주 많아. 그래도 아람주 열심히 사는 것을 보면 나도 열심히 살아야겠다라는 생각이 절로 들어! 대단해!

906 아람 - 혜성 (d.S4BX4IAU)

2024-06-12 (水) 13:42:25

"너무 늦게는 아니고 조금 늦게니까 괜찮지 않을까? 나는 조금 늦는다고 말씀 드리고 나왔어. 네가 데려다준다니 든든하다."

아람이 뜨거움에 놀란 것을 민망해하면서 말했다. 물론 혼자 집에 들어간다고 해서 위험한 일은 없겠고 혜성이 집으로 혼자 돌아가는 것도 걱정이 되겠지만 그럼에도 혜성과 조금이라도 더 있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 아람은 후후 불어가며 어묵을 식혀서 천천히 먹기 시작했다.

"우리 둘이 같이 사는 건 주변 어른들이 허락 안 하실 걸? 물론 언~~~젠가는 그런 날이 올지도 모르지만?"

아람이 쿡쿡 웃었다. "언젠가 새해에는 집 안에서 같이 코코아 마시면서 새해 맞이하자." 그러면 이렇게 사람 북적거리는 거리에서 만날 필요는 없겠지. 더 아늑하고 포근한 느낌이리라. 아람은 고맙다고 말하며 티슈를 받아 입가를 조금 닦았다.


/상판 초기에는 일할 때 일만하고 남는 시간엔 상판했었는데 큐큐 그때가 좋았지(사실 일할때도 몰래 상판했음).....ㅋㅋㅋㅋ큐ㅠㅠㅠ 내가 욕심이 많아서 해야할 일이 늘어나는 것이지 별로 대단한 건 아냐. 대단한 사람은 일도 하고 부업도 하고 상판도 문제없이 하는 사람이 아닐까....? 부럽다... 하고싶은 것도 많은데 상판도 하고싶고 다 하려니 능력이 안되니까 매번 어떻게 해야 좋을지 고민하는 거지 ㅠㅠ 그래서 최근 일주일 상판하면서 놀고 3주 빡세게 일하고 반복할까 생각중이야

907 혜성 - 아람 (W1biDfdMhU)

2024-06-12 (水) 20:48:54

"...그, 그래? 그럼 다행이네. 그리고 든든하다는 말 듣고 싶어서 하는 거 아니야. 그냥... 그냥 내가 너 혼자 보내기 내키지 않아서 그래."

물론 든든하다는 말 자체는 기분이 좋았는지 그는 툴툴거리면서도 미소를 희미하게 지었다. 제 여자친구에게 듣는 좋은 말은 언제 들어도 기분이 좋은 법이었다. 적어도 오늘 집에 데려다 줄 때는 더욱 든든한 모습을 보여야겠다고 그는 속으로 다짐했고 괜히 어깨를 으쓱했다. 물론 그러다보니 자연히 그의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갔다. 아마 그녀라면 눈치채지 않았을까?

"뭐? 뭐? 뭐? 아니! 딱히 지금 당장 살자고 나도 말한 적 없거든?! 애초에 쪼~~~~~~~끔 생각할 뿐이라고 했잖아! 뭐... 어, 언젠가는 그런 날이 올지도 모르지만..."

그녀의 말에 순간 그는 움찔했다. 물론 아람이 딱히 그런 의도로 말을 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괜히 '쪼금'이라는 부분을 길게 끌어 그는 툴툴거렸다. 그러다가 그녀의 제안. 언젠가는 집 안에서 같이 코코아 마시면서 새해를 맞이하자고 하자 그는 잠시 생각을 하다가 괜히 어묵을 한 입 먹었다. 그리고 그녀에게 말했다.

"코코아도 좋지만... 그... 어른이 되면 난 축하주도 한번쯤은 마시고 싶어. 와인이라던가... 그런 것은 안 쓰고 달다고 하더라고. ...진짜인진 모르지만."

하지만 대체로 와인을 먹은 어른들은 달콤하다고 하니 포도주스처럼 달콤한 느낌이지 않을까. 그렇게 추측하며 그는 다 먹은 어묵 꼬챙이를 내려놓고 이번엔 길쭉한 어묵을 하나 집었다. 그리고 종이컵으로 어묵 국물을 받은 후에 천천히 한 모금 마셨다.

"말해두는데 와인은 언젠간 마시고 싶다는 거야! 난 딱히 일탈하고 싶진 않으니까!"

/그럴 때가 좋긴 했지. 하지만 이제는 안되니까..흑흑...나도 아람주도 그렇게 되네. 세월이 괜히 야속하기 그지 없다...8ㅁ8 욕심이 많다고 해도 어쨌든 일을 열심히 하고 이것저것 하는 것은 멋지다고 생각해!! ㅋㅋㅋㅋ
음. 아람주의 주기가 그게 편하다고 하다면 그렇게 해도 좋지 않을까? 일단 여긴 노는 공간이니까 당사자가 편한 것이 제일이지!! 오늘은 생일이라서 맛있는 거 먹는다고 평소보다 조금 늦었다!! 좋은 하루 보냈길 바라! 아람주!

908 아람 - 혜성 (DyWm2qmrPU)

2024-06-12 (水) 21:38:39

아람은 혜성의 말에 작게 웃다가 이내 혜성의 어깨가 힘이 잔뜩 들어간 것을 보고 양 손으로 그의 양 어깨를 탁탁 치려고 했다. “힘 빼, 힘 빼.” 어깨에 힘이 들어간다고 더 든든해 지는 건 아닌데. 귀엽다니까.

아람은 혜성이 움찔하며 하는 말에 키득키득 웃었다. 놀리려고 하는 말에 반응하는 것이 혜성의 매력이었다. 나중에 어른이 되면 이런 말에도 이런 반응이 안 나오겠지? 그렇게 생각하면 새해가 오는 게 아쉽기도 하고.

“그래? 술이라...... 우리 내년 새해에는 같이 술 마실 수 있어. 막 고3되면 다들 자정 넘기자마자 바로 술집 들어간다잖아.”

아람이 장난스럽게 말했다. 아람도 와인을 먹어본 적이 없으니 와인이 단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지만 말이다. 아람도 어묵 하나를 어느새 다 먹고 혜성을 따라 어묵 국물을 마셨다. 따뜻하고 맛있었다.

“그래그래. 그럼 우리 짠 할까?”

아람은 장난스럽게 어묵 국물이 담긴 잔을 내밀며 말했다.



/뭐...라고?! 오늘 혜성주 생일?!!!!! 생일 축하해!!~!!~!~!!!! 혜성주 태어나줘서 고마워 ㅋㅋㅋ큐ㅠㅠㅠ 나랑 같이 상판하면서 놀아주려고 온 천사 아냐? 큐큐 맛난 것 먹었다면 너무 잘했어~~~!!! 오늘 일도 고생 많았구~~!
세월이 야속하지만 그럼에도 즐겁게 논 기억들과 추억들이 남아서 삶을 풍요롭게 해주고 있다고 생각해...!

909 혜성 - 아람 (W1biDfdMhU)

2024-06-12 (水) 22:11:26

"내년 새해? ...뭐, 그렇다고는 하는데 술 먹을 수 있으려나? 뭔가 되게 맛없다고 하던데."

아람이 내년 새해에 같이 술을 마실 수 있다고 이야기하자 혜성은 살짝 불안한 표정을 지었다. 물론 술 맛이 어떤지는 한번도 먹어본 적이 없었기에 알 수 없지만 듣기로는 엄청 쓰고 맛이 없어서 차라리 달콤한 음료수를 마시는 것이 낫다고 하지 않던가. 그것을 굳이 먹어야하는지는 조금 망설여졌는지 그는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면서 어묵 국물을 천천히 먹었다. 적어도 지금 이 순간은 와인이나 술보다는 이 어묵 국물이 더 좋다고 그는 생각했다.

"그럴까? 좋아. 하자. 짠!"

이어 그는 아람의 제안에 자신이 들고 있는 어묵 국물이 담긴 컵을 내밀었다. 그리고 마치 어른들이 술을 먹을 때 짠~ 하는 것처럼 짠~ 하면서 국물을 천천히 마셨다. 연달아 이렇게 마시니 차가웠던 몸이 이제는 완전히 녹아 정말로 따뜻해졌다. 물론 그렇다고 땀이 날 정도는 아니었지만. 어쨌든 다시 어묵을 천천히 먹으면서 그는 아람을 바라봤다.

"그러고 보니 너는 어느 대학교를 노리고 있어? 이제 슬슬 목표를 잡아야하잖아?"

/ㅋㅋㅋㅋ 그렇다! 내 생일이었다! 아앗...그렇게까지 축하해줄은 몰랐는데! 너무 고마워!! 그리고 아람주야말로 나와 놀아주려고 온 천사 아니야? ㅋㅋㅋㅋㅋ 확실히 그건 그래! 지나간 시간만큼 쌓인 추억도 많으니 말이야! 나름대로 시간을 알차게 보내고 있기 때문에 나는 행복하다! 아람주도 그런 느낌으로 행복했으면 좋겠네!

910 아람주 (DyWm2qmrPU)

2024-06-12 (水) 23:27:25

뭔가 해줄 수 있는 게 없어서 슬픈데....?! 이런 축하만으로 기뻐해주다니 역시 천사 혜성주 큐큐 나는 악마에 가깝지 혜성주를 매번 기다리게 하고 애태우는 악마....ㅋㅋㅋㅋㅋㅋ 맞아맞아 그리고 상판은 남는게 있어서 좋아. 글이 남아있으니까 뭔가 놀지만 꽤 좋은 놀이라고 생각해~

911 혜성주 (W1biDfdMhU)

2024-06-12 (水) 23:36:31

에이! 그렇게 축하해주는 마음으로 충분해!! ㅋㅋㅋㅋㅋ 사실상 여기서 내가 뭘 받을 수 있는 것도 없고 말이야. 아앗...악마라니..ㅋㅋㅋㅋ 아니야! 그럴리 없어! 아람주는 천사야! 천사! 그것도 아주 마음씩 착한 천사!! 맞아. 이렇게 글로 남으니까 나중에 다시 돌아볼 수도 있고 말이야. 나중에 돌아보면 또 은근히 기분 묘하더라고! 그래서 난 아주 가끔씩은 정주행 하는 편이야!

912 아람 - 혜성 (3E/vTkoldM)

2024-06-13 (거의 끝나감) 00:14:19

“글쎄, 나도 안 먹어 봐서 모르겠는데? 어른들의 맛 같은 걸까나.”

아람은 고개를 기울였다. 소주의 쓴맛은 인생의 쓴맛에 비하면 달기 때문에 달달하게 술을 마신다는 것이려나? 아마 맛으로 먹는다기 보다는 취하기 위해 먹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아람은 혜성이 동조해주자 컵을 부딪히며 “짠!”하고 소리를 냈다. 그러고서도 조금 웃긴지 키득키득 웃다가 어묵 국물을 마셨고. 시원하고 따뜻한 맛이 너무 맛있었다. 아람은 어묵을 더 먹는 것보다는 어묵 국물을 조금 더 마셨다.

“하긴 나도 슬슬 생각하고 있는데, 연극학과가 그렇게 많은 편은 아니더라고. 실기도 봐야 하고. 모집 요강이 나와야 더 확실히 말할 수 있겠지만…”

아람은 연기를 전공할 수 있는 학과가 있는 학교 중 마음에 드는 곳을 세네개 읊었다. 혜성에게 다행인 점은 sky에는 관련 학과가 없다는 것일까. 아람도 혜성하고 같이 학교를 다니고 싶었기에 예술이 주가 되는 대학은 후보에서 제외했다.


/아니야 나는 지옥에서 온 악마..... 끝이 없는 잔업이 따라오는 일지옥에서 올라왔다(?) ㅋㅋㅋㅋ 나도 가끔씩 정주행 해! 처음부터 보기보다는 중간부터 읽거나 거슬러 올라가거나 하는 편이지만

913 혜성 - 아람 (Dz271A7AQc)

2024-06-13 (거의 끝나감) 00:37:14

"연극학과라. 나는 역시 사진 관련 학과로 갈까 싶어. 두 학과가 모두 있는 대학교가 어디에 있으려나."

일단 그녀가 읊은 대학교에 자신이 가고자 하는 대학교가 있는진 알 길이 없었다. 나중에 집에 가면 한번 제대로 조사를 해보는 것이 좋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잠시 생각하는 모습을 보였다. 만약에 두 학과가 모두 있는 대학교가 없다면 어떻게 해야할까. 아람은 분명히 연극학과를 가려고 할테니까 자신이 양보해서 다른 과로 가는 것이 좋을까. 하지만 그건 필시 그녀가 용납하지 않겠지. 그리고 자신도 꿈을 이루고 싶기도 했기에 그 가능성을 그는 빠르게 지웠다.

"만약에, 정말로 만약에 말이야. 진짜 진짜 진짜 진짜 만약에... 사진 관련 학과와 연극학과가 모두 있는 대학교가 없다고 한다면...그땐 어쩔거야? 넌?"

그럴 때는 경우에 따라서는 다른 대학교에 각각 진학하는 것도 고려를 해야할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그는 그녀의 답을 조용히 기다리며 어묵을 또 다시 먹었다. 천천히 그 크기가 줄던 어묵은 또 다시 꼬챙이만 남았고 그는 그 꼬챙이를 앞에 내려놓았다. 바로 다음 어묵을 먹을 생각은 없었는지 그는 일단 그녀의 답을 조용히 기다렸다.

"...그러니까... 음. 그냥 솔직하게 대답해주면 고맙고. ...하나 정도 있기야 할테니까. 아무리 그래도 말이지!"

/엗...ㅋㅋㅋㅋ 어째서 아람주가 악마인건데! 그건 악마가 아니라 그저 불쌍한 노동자일 뿐이잖아!! 아이고...8ㅁ8 (토닥토닥) ㅋㅋㅋㅋ 맞아. 아무래도 중간부터 읽는 것이 많긴 하지!! 나도 아예 처음부터 쭉 정주행하는 일은 잘 없는걸. 물론 가끔 생각나면 보는 정도지만 말이야!

914 아람주 (3E/vTkoldM)

2024-06-13 (거의 끝나감) 00:42:17

ㅋㅋㅋㅋㅋㅋㅋ 불쌍한 노동자 ㅋㅋㅋ큐ㅠㅠㅠ 나는 가끔 잡담만 정주행하는데 그것도 재밌어 큐큐 썰 풀었던 것이라던가 자잘한 티엠아이적 설정이라거나~
나는 이만 자러 갈 예저어엉.... 졸리다. 답변은 내일 천천히 이어올게~~ 혜성주도 굳밤 보내고~!! 내일도 좋은 하루 보내길 바라!

915 혜성주 (Dz271A7AQc)

2024-06-13 (거의 끝나감) 00:44:00

답레는 얼마든지 편하게 이어줘!! 잘 자! 아람주!! 내일도 화이팅하자!

916 아람주 (vK64YKmHnc)

2024-06-13 (거의 끝나감) 11:10:24

"한 번 찾아보면 있을거야. 다음에 같이 확인해보자."

확실히 진로가 같아도 같은 학교에 가기 힘든 법인데 진로가 다른 두 사람이기에 더 어려울 것 같기도 했다. 아람은 어느정도 그럴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었고.

"없지는 않겠지만 말이지......?"

아람은 고개를 갸웃했다. 그래도 만약을 가정한 것이니까.

"같은 대학이 아니더라도 내가 많이 찾아갈 테니까! 나 예쁜 사진 많이 찍어주면 그걸로 페어하지 않을까? 나 그 때되면 사진 많이 필요할테니까."

아람이 혜성의 말을 인용하며 말했다. 웃으면서 하는 말은 진심이었고. 아람은 다른 대학에 가더라도 혜성과 이러한 관계를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나름 자신했다.

"왜? 멀리 떨어지는 건 불안해?"

아람이 장난스럽게 물었다.




/혜성주 오늘도 화이팅하고! 밥 잘 챙겨 먹구! 차 조심하구(?)

917 혜성 - 아람 (Dz271A7AQc)

2024-06-13 (거의 끝나감) 19:32:10

다음에 같이 찾아보자는 아람의 말에 혜성은 알았다는 듯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가능하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하나, 모든 일이 항상 희망한 대로 진행되는 것은 아니었다. 경우에 따라서는 떨어질 수도 있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절로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곧 그 표정을 지워버리며 그는 괜히 헛기침 소리를 냈다.

한편 자신의 물음에 아람이 대답하자 혜성은 귀를 쫑긋 세우고 아람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아무래도 아람은 같은 대학을 갈 수 없을 가능성도 생각해둔 모양이라고 혜성은 생각했다. 물론 그녀의 말이 맞았다. 대학이 달라도 자주 만날 수 있었다. 바쁘지만 않으면 어떻게든 만날 수 있었다. 서로가 만나고자 하는 의지만 있다고 한다면.

"...뭐, 그것도 나쁘진 않긴 한데..."

멀리 떨어지는 것이 불안하냐는 물음에 혜성은 말 끝을 흐리며 괜히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그리고 뭔가 말을 할까 말까 고민하듯이 그의 입술이 움직였다. 이어 그는 괜히 꼬물꼬물한 어묵을 하나 집었고 자신의 입에 집어넣었다. 그리고 고개를 괜히 다른 곳으로 돌리면서 아람에게 이야기했다.

"...누, 누가 불안하대. 불안한 거 아니거든?! 그냥... 그냥... 그냥 네 주변에 이런저런 애들이 꼬이는 것이 꼴보기 싫을 뿐이야. 내가 같이 있으면, 그런 이들이 널 귀찮게 하지 못 할 거 아니야. 여자친구가 귀찮은 것을 막아주는 것이 남자친구의 의무잖아. 그 뿐이야."

사실은 많이 불안했지만 그것을 표현하기는 싫다는 듯, 그는 그 짧은 시간에 또 이런 핑계를 만들어서 괜히 변명하듯 이야기했다. 하지만 방금 말한 내용도 완전히 틀린 것은 아니었기에 그는 스스로 거짓말은 하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그러는 넌? ...내 주변에 다른 여자애들이 꼬이는 거 싫을 거 아니야. 원래 그런 것은 자신의 의지로는 안된대. ...아니, 뭐... 애초에 꼬일지도 모르겠지만."

/아이고...더워...왜 저녁인데 아직도 34도인거야?! 밤인데 이제 시원해져야 하는 거 아니냐고...ㅋㅋㅋㅋㅋ큐ㅠㅠㅠㅠㅠㅠ 아무튼 오늘 하루도 힘냈다!! 아람주는 하루 잘 보냈니? 아직 일과중이면 조금만 더 화이팅!

918 아람주 (3E/vTkoldM)

2024-06-13 (거의 끝나감) 19:34:46

ㅋㅋㅋㅋㅋ큐ㅠㅠㅠㅠ 오늘 너무 덥더라....... 아직 해가 안 지긴 했어 ㅋㅋ큐ㅠㅠㅠ 오늘 하루도 수고 많았어~~!!! 나는..... 바쁜 하루를 보냈지. 이제 저녁 먹으려고~!~! 저녁 먹구 와서 답레 달아올게~~!!

919 혜성주 (Dz271A7AQc)

2024-06-13 (거의 끝나감) 19:39:18

그렇긴...그렇긴 한데... 그래도 이제 해가 지고 있으니까 시원해져도 되는 거 아닐까...ㅋㅋㅋ큐ㅠㅠㅠ 이게 헛된 희망인 것일까. 아무튼.. 아람주 저녁 먹는구나! 맛있게 먹어!!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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