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부터 혜성의 부모님은 아람을 꼭 만나보고 싶어했다. 물론 이전에 한번 잠깐, 간접적으로 만난 적은 있지만 그때는 상황이 상황이었고, 아람을 볼 겨를 따윈 없었다. 어쨌든 그들에게 있어서 가장 소중한 존재는 다름 아닌 혜성이었으니까. 하지만 이제는 어느 정도 안정이 되었고 겨울방학이 되었으며, 딱 새해를 앞두고 있는 아슬아슬한 휴일이었다. 그렇기에 아람을 꼭 데려오라는 압박이 찾아오고 있었고, 결국 혜성은 아람에게 말해서 한번 찾아올 것을 부탁했다. 그리고 아람은 그것을 받아들였다.
새해가 거의 코앞에 가까운 일요일이었다. 크리스마스 데이트를 하고서 그렇게 오랜 시간이 지난 것도 아니었다. 일단 그녀와 학교 근처에서 만나고, 그는 그녀를 자신의 집 문 바로 앞까지 데리고 왔다. 현재 시간은 딱 점심을 먹기 좋은 시간이었으며, 집 문을 열고 들아가면 그의 부모님이 있었다. 혜성은 괜히 한숨을 약하게 내쉬면서 머리를 긁적였다.
"...그... 괜찮은거지? 혹시나 긴장 많이 되고 힘들 것 같으면, 역시 다음에 올까?"
제 부모님에게 여자친구를 소개해주는 것은 보통 긴장되는 것이 아니었다. 어느 정도 긴장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만 막상 이 순간이 오니 심장이 터질 것 같아 혜성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자신도 이런데 아람은 어떻겠는가. 필시 엄청 긴장이 되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그녀를 빤히 바라보면서 답을 기다렸다.
혜성이 종종 이야기하고 했던 혜성이의 부모님을 만나는 것! 그 날이 바로 오늘이었다. 아람은 어떤 옷이 좋을까 고민하다가 역시 단정한 것이 좋을 것 같아서 남색의 겨울 원피스를 꺼내 입고 도톰한 코트를 입었다. 방한과 패션을 위한 목도리도 돌돌 감아맨 아람은 옆에서 혜성이 보기에도 살짝 긴장한 기운이 있기는 했을 것이었다.
“괜찮아! 너희 부모님이 나를 잡아먹는 것도 아니고. 그냥 내가 긴장하는 건 혹시나 잘못 보이면 어쩌나, 하는 것이니까. 그래도 내가 실수하면 혜성이 네가 잘 수습해줘야 해? 알겠지?”
아람은 옆에 서 있는 혜성의 손을 꼭 잡으려고 했을 것이었다. 믿는 것은 너밖에 없다며 혜성을 바라봤을 것이었고. 사실 실제로 그렇기도 했다. 조금 떨리긴 하지만 그렇게 못참을 정도라거나 하지는 않았다. 은근 아람은 담이 센 편이기도 했으니까.
아무리 봐도 살작 긴장한 것 같은데. 그렇게 생각하며 혜성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이대로 데리고 가도 되는 것일까. 역시 여기서 그만두는 것이 좋지 않을까. 그래도 꽤 사귀었으니, 슬슬 인사를 시켜도 좋을 것 같지만... 역시 이른거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그는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아람도 아람이지만 자신도 자신이었다. 고작, 소개 한 번 시켜주는 것 뿐인데... 왜 이리도 긴장이 되는 것인지.
"...뭐, 네가 잘못 보이고 그럴 일은 없을걸? 오히려... 요상하게 우리 부모님. 너 좋아하니 말이야."
봄에 받았던 그 영상을 본 것이 크긴 했지만, 그걸 떠나서도 이상하게 그의 부모님은 아람에 대한 감정이 좋았다. 혹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어디서 만나는 것은 아닐까 생각을 할 정도로. 이어 그는 자신의 손을 잡으려는 아람의 손을 역으로 꼬옥 잡았다.
"뭐, 그 점은 걱정하지 마. 남자친구잖아. 좋아. 들어가자."
침착하게 심호흡을 하며 그는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다. 집 안은 상당히 깨끗하고 깔끔하게 정돈이 되어있었다.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넓은 거실에는 하얀색 카펫이 깔려있었으며, 그 위에는 귤이 담겨있는 그릇이 놓인 작은 갈색 테이블이 있었다. 그리고 그 앞에는 진한 회색 소파가 있었고, 거기에는 혜성의 부모님이 앉아있었다.
어느 정도 나이가 있긴 했지만, 그래도 그렇게 나이가 많지 않아보였으며, 특히 혜성의 아버지는 혜성의 모습이 어느 정도 담겨있었다. 혜성이 나이를 먹으면 저런 느낌으로 성장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한편, 혜성의 어머니는 혜성의 눈매와 똑 닮은 눈매를 가지고 있었다. 편안하게 앉아있는 제 부모님의 모습을 바라보며 혜성은 입을 열었다.
"데려왔어요. 엄마. 아빠. ...음. 그러니까 아람아. 이쪽이 우리 엄마와 아빠야. ...뭐, 나쁜 분은 아니고, 딱히 잔소리하고 그런 분은 아니니까.. 걱정하진 말고."
"음. 그래. 네가 우리 혜성이의 여자친구...되는 애니?"
가장 먼저 관심을 보인 것은 바로 혜성의 어머니 쪽이었다. 환한 미소에 밝은 인상을 보이고 있는 그녀는 살며시 고개를 내리다 서로 잡고 있는 손으로 향했다. 이어 그녀는 어머어머 소리를 내면서 얄궂은 웃음소리를 냈다.
도대체 혜성의 부모님이 자신을 좋아할 이유가 어디에 있다는 말인가? 하지만 혜성도 그 이유를 모르는 것 같았기에 아람은 딱히 묻지는 않았다. 그래도 그 말에 조금은 맘이 놓였을지도.
아람은 혜성이 마주 꼭 잡아오는 모습에 작게 배시시 웃었다. 그리고 마음을 다잡고 혜성의 집 안으로 들어섰다. 깨끗하고 깔끔하게 정돈되어있는 집 안의 모습 그리고 그 안으로 들어서니 보이는 두 사람은 한눈에봐도 혜성의 어머니와 아버지였다. 특히 전체적인 부분은 아버지를 똑 닮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달까.
"안녕하세요. 문아람이라고 합니다."
아람은 꾸벅 인사를 했다가 혜성의 어머니가 한 장난스러운 말에 얼굴이 빨개지고 말았다. 그러다 슬쩍 손을 놓았을지도.
아람이 손을 슬쩍 놓자 혜성 역시 슬쩍 손을 놓았다. 그리고 제 어머니를 슬쩍 찌릿 바라봤다. 하필 저렇게 말을 할 것은 뭐람. 아람이 없었다면 톡 쏴서 뭐라고 이야기를 했겠지만, 차마 그러진 못하고 그는 입술만 삐쭉 내밀었다. 한편, 이어 입을 연 것은 다름 아닌 혜성의 아버지 쪽이었다.
"응. 그래. 어서 오거라. 네가 문아람.. 그러니까 혜성이 여자친구지? 전에 우리 혜성이가 영상을 하나 가져온 것이 있었는데 아주 잘 봤다. 지금도 가끔 보고 있단다. 재밌더구나."
그의 목소리는 상당히 자상한 느낌이었다. 허나, 그럼에도 어느 정도 목소리에 무게가 있었다. 밝고 다정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가볍지는 않은 어른의 목소리를 내는 그 모습을 보여주면서 그의 아버지는 천천히 아람에게 다가왔다. 그리고 싱긋 웃어보이더니 혜성을 손으로 가리키면서 이야기했다.
"얘가 일전에도 크리스마스 전에 얼마나 시간이 빨리 가는 것을 기다리던지. 하루종일 달력도 보고, 시계도 보고 그러길래 직접 꼭 보고 싶었는데... 이제야 이렇게 만나는구나."
"아빠!!"
이내 혜성의 얼굴이 새빨갛게 물들었다. 그리고 그는 다급하게 아람을 바라보면서 그 정도는 아니라고 이야기를 하면서 두 손을 휘저으면서 해명하듯 이야기했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두 사람은 웃음소리를 크게 냈다. 이어 그의 어머니가 아람에게 물었다.
"그래. 아람 학생. 우리 혜성이가 좀 피곤하게 하진 않니? 어릴 땐 안 그랬는데 언제부턴가 애가 틱틱이가 되어버려서 말이야. 혹시 사귀면서... 불편하게 했다거나, 피곤하게 했다거나 그런 것은 없었을지 모르겠구나."
“네에. 앗, 보셨다곤 들었는데....... 사실 조금 부끄러운 실력이라서요...... 감사합니다.”
아람은 민망한 듯 밖에서 들어와서 아직 차가운 손으로 발그레진 뺨에 손을 대며 식혔다. 확실히 연기를 배우면서 자신이 얼마나 모자랐는지 아직 얼마나 더 연습해야하는 지 알게 되어서 축제 때 자신있게 다른 애들에게 권했던 것보다는 지금은 자기객관화가 훨씬 잘 되어있는 상태였기에 더더욱 민망한 것이기도 했다.
그러다 혜성이 크리스마스를 기다렸다는 말이 나오자 아람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가 이내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 혜성의 해명도 마치 작은 꽁트 같은 느낌이었을가. 역시 혜성이를 놀리는 게 재밌다고 생각하는 건 자신만이 아닐지도 몰랐다.
겸손하게 대답한다고 생각했는지 혜성의 아버지는 허허 웃으면서 다시 한 번 그녀를 칭찬했다. 실제로 그때 본 영상은 그는 물론이고 혜성의 어머니 역시 재밌게 봤으며, 이후에도 한번씩 재밌게 보고 있었으니까. 물론 객관적으로는 실력이 부족할지도 모르지만, 그럼에도 그들은 그 정도로도 충분히 만족했다.
"...너어..."
이내 아람의 입에서 귀엽다는 말이 나오자 혜성은 얼굴이 새빨개져서는 아무런 말도 못하고 고개를 아래로 숙였다. 물론 그녀의 입에서 그런 말이 여러 번 나오긴 했지만, 부모님 앞에서 이런 말을 들으니 여건 부끄러운 것이 아닌 모양이었다. 고개를 들지 못하고 아래로 푹 숙이고 있는 제 아들을 바라보면서 그의 어머니는 호호 소리를 내면서 오른손으로 입을 가리고 웃었다.
"그래. 혜성이가 조금 귀여운 면이 있긴 하지. 그래도 우리 혜성이가 아람 학생 괴롭히거나, 힘들게 하면 꼭 나에게 말하고. 알았지? 아무튼, 혜성이가 언제부턴가... 여자친구가 생겼다고 하고 그 후로 묘하게 자꾸 신경을 쓰고 생각보다 잘해나가는 것 같아서... 어떤 이일지 꼭 만나고 싶었거든. 그런데 이렇게 직접 만나보니까 확실히 좋은 아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이 아줌마도 막 안심이 되네."
"음. 그래도 아직 고등학생이니까... 절도있게 사귀는 것은 있지 말고. 알았지? 혜성아."
"그, 그럴 생각이거든요?!"
무슨 당연한 소릴 하냐는 듯이, 헤성은 고개를 아래로 푹 숙인 상태에서 그렇게 따지듯이 이야기했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껄껄 웃던 혜성의 아버지는 아람을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우리 아들이 워낙 저런 느낌이라서... 가끔은 답답할 수도 있고, 싸울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나름 소중하게 키운 아들이야. 학생이니까 가볍게 사귀는 정도라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오래오래 둘이서 잘 사귀었으면 좋겠구나. 혹시나 도움이 필요하면 이 아저씨에게도 이야기하고. 얼마든지 도와줄테니까. 그래도 우리 아들 여자친구인데 힘 쓸 것은 써야지."
부끄러움에 할 수 있는 말은 감사의 말밖에 없었다. 앞으로 더 열심히 해야지, 하는 투지가 끓어오르는 것은 왜일까?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는 생각 때문일지도 모른다.
아람은 제 말에 새빨개지는 혜성을 보면서 작게 쿡쿡 웃었다. 조금 짖궂은 말이라고 생각했지만 여기는 그래도 혜성의 홈그라운드이니 괜찮다고 생각이 들기도 했다.
“네, 그럴게요.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헤헤 웃으면서 혜성이 어머니의 말에 답하다가 아저씨가 말하는 ‘절도있게 사귀는 것’이라는 것에 조금 고개를 갸웃했다. 사귀는 것은 사귀는 건데 절도있게 사귀는 것은 뭘까? 대략적으로 어렴풋이 어떤 느낌인지는 알겠는데 영 감이 잡히지는 않았다. 혜성은 무슨 말인지 알아들은 것 같지만.
“네, 하지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아요. 저희 아직 한 번도 안 싸웠거든요. 그치?”
아람은 혜성을 보며 말했다. 정말로 한 번도 안 싸우긴 했으니 사실은 사실이었다. 은근히 성격이 잘 맞는 편인 건가? 아니면 아직 싸울 일이 없었던 것일까?
여자친구 앞에서 이런저런 말을 하는 것이 보통 부끄러운 것이 아니었는지, 혜성은 고개를 아래로 푹 숙이고 좀처럼 고개를 들지 못했다. 제 자식을 살짝 낮추는 것은 모든 부모가 다 마찬가지가 아니었을까. 이어 혜성은 고개를 휙 들더니 두 사람을 찌릿 바라보는 눈빛으로 보면서 분명하게 이야기했다.
"아람이와 싸울 일이 있어도 금방 화해할거고, 괜히 감정 싸움은 안 할 거야. ...여, 여자친구니까."
"허허. 이 녀석 보게. 벌써부터 이런 말을 다 하네."
참 당돌하다는 듯이 혜성의 아버지는 껄껄 웃으면서 혜성을 빤히 바라봤다. 이내 그의 어머니가 자리에서 완전히 일어섰다. 그리고 부엌을 바라보더니 시간을 확인했다.
"어머. 내 정신 좀 봐. 혜성이 여자친구 오면, 밥 좀 먹이려고 이것저것 준비하고 있었는데. 아직 다 하려면 조금 시간이 필요하고... 여보. 좀 도와줄 수 있지?"
"응. 도와줘야지. 자. 그럼 귀여운 우리 아들과 여자친구는 혜성이 방에 가서 좀 쉬고 있으렴. 다 끝나면 부를테니까."
이어 혜성의 아버지 역시 부엌으로 천천히 향했다. 아무래도 오늘 한 끼를 확실하게 먹이려고 작정을 하고 있었던 것이 아니었을까. 그 모습을 바라보며 혜성은 한숨을 내쉬면서 아람을 바라봤다.
아람이 자신에게 귓속말을 소근거리자 혜성은 마찬가지로 소근거리는 목소리를 내면서 툴툴거렸다. 하지만 싫은 것은 아니었는지, 헤성의 불평은 딱 거기서 끝을 맺었다. 그래도 부모님인데 어떻게 안 좋은 말을 하겠는가. 애초에 누가 잘못한 사안도 아니었고. 어쨌든 헤성은 천천히 발걸음을 옮겨 하얀색 문을 열어 자신의 방으로 들어섰다.
그의 방 안은 상당히 깔끔하게 정돈되어있었다. 참고서나 여러 책들이 꽂혀있는 책꽂이부터 시작해서, 전기 스탠드와 아람과 함께 찍은 사진이 담겨있는 작은 탁상액자, 장식처럼 놓여있는 여러 인형, 그리고 하얀색 노트북이 놓여있는 책상. 방 한쪽에 있는 옷장과, 옷걸이. 그리고 푸른색 이불이 곱게 깔려있는 침대까지. 그야말로 고등학생이 사용할법한 방이 그곳에 있었다. 순간 혜성은 움찔하더니 재빠르게 제 책상으로 다가가 탁상액자를 덮으려고 했다. 하지만 아마 아람의 눈에는 거기에 뭐가 담겨있었는지 보이지 않았을까?
"이, 이건... 신경쓰지마! 신경쓰지마! 아무것도 아니니까! ...아니아니아니. 아무것도 아닌 것은 아니고... 아, 아무튼 그, 그런 거니까!"
상당히 당황했는지 얼굴을 붉히면서 목소리까지 더듬는 것도 모자라서 그 속도도 상당히 빨랐다. 이어 그는 작게 혀를 차더니, 일단 방 한가운데로 간 후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너, 너무 둘러보진 말고. 딱히 네가 흥미가질만한 그런 것은 없거든? ...치,침대 아래에 뭐 숨겨놓고 그런 것도 없어."
아람은 혜성의 툴툴거림에 쿡쿡 웃었다. 혜성의 방 안에 들어서자 전체적으로 깔끔한 느낌의 방이 나왔다. 나 온다고 청소를 해둔 걸까 아니면 원래 이렇게 깔끔하게 방을 쓰는 걸까. 혜성의 원래 성격을 생각하면 후자이지 않을까 생각을 했다. 그리고 아람이 책상 위의 액자에 눈길을 주자 혜성이 그것을 탁 덮었다. 하지만 이미 봤는걸?
"뭐야~ 내 사진 보면서 공부했어? 같은 대학 가려구?"
기특해. 기특해. 그런 장난스러운 말을 덧붙이며 아람은 혜성이 덮어두고 간 액자를 다시 책상 위에 올려둔다. 혜성이 자신의 사진을 찍을 때 가끔 같이 사진을 찍기도 했는데 그런 사진이려나. 아람은 같이 찍은 사진을 보며 빙그레 웃는다.
"그런 말을 하면 침대 밑부터 보고 싶어지는데?"
아람은 장난스럽게 웃으면서 다음에는 인형들에 관심을 보였다. 전에 나눠 가졌던 내 인형은 어디에 있으려나~ 참고로 혜성이 인형은 자신의 침대 맡에 두었다. 고양이 인형과 함께 말이다.
"누, 누가 네 사진을 보면서 공부했다는거야?! 그냥 사진이니까 꽂아둔거고, 내 사진이니까 어디에 두건 내 맘이잖아. ...같은 대학은 갈 거지만..."
아람의 장난스러운 말에 혜성은 순간 발끈해서 그렇게 따지듯이 이야기했다. 허나 뒷부분의 목소리는 살며시 기어들어가는 상태였다. 괜히 아랫입술을 약하게 깨물면서 그는 고개를 홱 옆으로 돌렸다. 그러다가 순간 보이는 그녀가 다시 액자를 올리는 모습. 그 모습에 혜성은 끄응...소리를 내면서 일단 그 자리에 있었다. 자리에서 일어나서 또 액자를 덮어봐야 또 올릴테니까. 하지 말라고 해도 왜? 라고 할 것 같았기에 더더욱.
"보고 싶으면 보던지. 진짜 아무 것도 없거든?"
그말대로 혜성의 침대 아래는 그야말로 텅텅 비어있었다. 물론 가끔 잡동사니들이 그 안에 들어가는 일은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바로 어제 싹 청소를 해뒀기 때문에 그의 책상 아래는 그야말로 깨끗함 그 자체였다. 한편 인형을 살펴보던 아람의 눈에는 아람의 인형이 바로 딱 중간에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을 것이다. 책상에 앉았을 때 정면으로 보이는 위치. 딱 그곳에 자리를 잡은 인형은 환하게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래도 다행이긴 하네. 네가 생각보다 거부감이 없어서 말이야. ...그... 뭐냐. 보통 남자친구 부모님을 만나면 거부감 느끼는 일도 많다고 하잖아. 무슨 결혼...하는 거냐고 하면서 말이야."
아닌가?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살며시 고개를 갸웃했다. 사실 모든 케이스를 아람에게 적용할 순 없겠지만, 그래도 그런 것을 들은 기억이 있었기에 그는 굳이 그렇게 언급하며 아람을 빤히 바라봤다.
반박하지 않고 웃는 그 모습에 혜성은 입술만 살짝 삐쭉 내밀었다. 물론 이내 그 입술은 다시 안으로 쏙 들어갔지만. 알면서 저렇게 굳이 묻는 것인지, 아니면 몰라서, 정말로 궁금해서 묻는 것인지. 어느 쪽이건 너무나 짓궂었다. 언제 한 번 당황시켜보고 싶지만 그게 쉽지가 않다는 것이 문제였다. 물론 아람의 약점 정도는 어느 정도 알고 있긴 했지만 그건 어떻게 보면 자신의 약점이기도 했으니까.
"나도 그렇게 생각하지만 애들 중에서는 그렇게 생각하는 이들도 있다는거야."
애인을 보는 것은 좋지만, 애인의 부모님을 만나는 것은 무슨 상견례하는 것 같다고 부담스러워하는 이도 있었으니까. 적어도 아람은 그런 쪽은 아닌 것일까.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곧 이어지는 아람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아람이네 어머니는 남자친구가 있는 줄 모른다. 그에 그는 순간 가만히 침묵을 지켰다. 혹시나 하는 생각이 살짝 들었기에...
"....집에서 연애 반대해?"
아니기를 바라지만 가능성은 충분히 있었다. 뭔가 지금까지 들은 아람의 어머니의 이미지를 들어보면 더더욱. 괜히 침을 꿀꺽 삼키면서 그는 가만히 아람의 대답을 기다렸다. 그 짧은 시간이 혜성에게 있어선 상당히 길게 느껴졌다.
"...반대하면... 어떻게 해야 해? 나..."
/나도 답레와 함께 갱신이야! 오늘 하루도 수고 많았어! 아람주!! 어쩌면 아직 근무중일지도 모르지만...어쨌든!
아람이 바로 답을 하지 못하자 헤성은 괜히 긴장된 표정으로 침을 꿀꺽 삼켰다. 잘 사귀고 있는데 어느 순간, 아람의 어머니가 사실을 알게 되고 너희 둘 다 헤어져! 이렇게 나와버리면 어떻게 되는 것일까. 헤어져야하나? 아니. 하지만 그건 싫은데... 생각도 못한 가능성을 머릿속으로 떠올리며 그는 침을 꿀꺽 삼켰다. 어쩌지? 어째야하지? 난 어째야 하지? 그런 불안함이 더욱 싹트기 시작한 것은 아람의 다음 말 때문이었다.
"나? 나?"
반대하면 어떻게 할 거냐는 물음. 좀처럼 답을 내지 못하고 혜성은 조금 우물쭈물하는 모습을 보였다. 물론 아람의 목소리는 가볍긴 했지만, 혜성에게 잇어서는 상당히 진지한 문제였다. 그야말로 여자친구의 부모님이 사귀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 사태였으니까. 물론 실제로 그런 일이 벌어진 것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가능성은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렇기에 혜성은 괜히 침을 꿀꺽 삼키면서 머리와 눈동자를 데굴데굴 굴렸다.
"...찾아가서... 어... 따님과 사귀는 것을 허락해주세요! 라고 해볼까?"
뭔가 어감이 이상하지만 지금 당장 떠오르는 것은 그 정도였다. 이어 그는 혀를 차면서 얼굴을 붉히면서 고개를 옆으로 홱 돌렸다. 그리고 괜히 중얼거리는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하지만 그것만큼은 자신이 어떻게 할 수 없는 것이었다. 애초에 자신은 그녀의 어머니가 어떤 이인지도 잘 몰랐기에 예상도 할 수 없었다. 뭔가 엄격하다는 말은 들었지만, 그것만으로 사람을 어떻게 평가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아람이 저렇게 말을 하니, 의외로 잘 풀릴지도 모르겠고... 여러모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그는 우물쭈물하는 모습을 보이다가 한숨을 약하게 내쉬었다.
"자, 잠깐. 그럼 처음부터 그렇게 말하면 되잖아! 왜 굳이 반대하면 어떻게 할 거냐는 식으로 물은건데?! 나 참."
뭔가 아차하는 생각에 혜성은 황급하게 고개를 홱 옆으로 돌렸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자신이 먼저 그런 방향으로 생각한 것이니 어쩔 수 없는 것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며 그는 괜히 작게 혀만 찰 뿐이었다.
"...꼭 말할 필요는 없어. 뭐랄까. ...비밀로 하고 싶으면 비밀로 하면 되는 거니까. 그러니까...뭐냐. 그래도... 말이지. 언젠가 기회가 되면 말하는 것도 난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 아니아니아니아니. 그러니까 꼭... 알려줘야 한다는 것은 아니고... 아. 진짜. 대충 무슨 의미인지 알잖아. 너도."
괜히 죄없는 혀만 한 번 더 차면서 그는 자리에서 일어난 후에 아람에게 천천히 걸어갔다. 그리고 그녀를 빤히 바라보면서 말을 한 마디 더 꺼내들었다.
"...그냥, 그러니까... 뭐, 남자친구니까... 그러니까... 일반적으로 항상 편이 되어주는 존재라고들 하잖아. 그러니까... 힘들면 그땐 같이 가줄 수도 있다는 뭐 그런 거야. 그, 그런 거니까 너무 깊게 해석하진 마.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쥐구멍) 내가 잘못 읽었어! 왜 내일로 읽었지...하하하핫...오늘 너무 일이 피곤했던건가!! (머리 박기)(쥐구멍에 쏘옥)
생각도 못한 발언에 혜성은 그만 자신도 모르게 기침소리를 내고 말았다. 지금 뭔가를 마시지 않았다는 것이 차라리 천만다행이었다. 그리고 정말 뚫어져라, 진짜 뚫어져라 혜성은 아람을 바라봤다. 결혼하기 전이라니. 이건 또 무슨 말인가. 진짜로 무슨 말인가. 아니, 물론 크리스마스때 비슷한 발언을 하긴 했지만, 이렇게 다이렉트로 들으니 그는 순간 당황해서 어버버하는 모습을 보였다.
스스로도 크게 당황했는지 그는 말을 정말로 빠르게 이어나갔다. 결혼. 결혼. 아람이 자신의 아내. 그런 생각을 아예 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역시 이렇게 다이렉트로 생각하고 들으면 상당히 부끄러울 수밖에 없었다. 뭔가 저쪽은 그냥 가볍게 하는 것 같았지만... 끄응 소리를 내면서 결국 혜성은 삭힐 수밖에 없었다.
한편, 아람이 자신을 끌어안자 혜성은 덩달아 끌어안으면서 조용히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다. 그러다가 그녀의 귓가에 괜히 투덜거리는 목소리를 냈다.
"...그야 뭐, 네 편을 들지 않으면 누구 편을 들겠어. 나 참. ...남자친구는 여자친구 편이야. 언제나."
ㅡ똑똑.
"혜성아. 아람아. 밥 다 되었으니까 와서 먹으렴."
이내 노크 소리가 들렸고 혜성의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바로 들어오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이내 혜성은 화들짝 놀라 아람에게서 떨어졌고 문 너머로 곧 간다고 이야기를 하면서 일단 어머니를 보내려고 했다.
아람은 혜성의 반응에 쿡쿡 웃음을 흘리고 말았다. “뭐야, 결혼 얘기는 자기가 먼저 꺼냈으면서?” 물론 그 말이 부모님 만나러 가자고 하면 무슨 결혼하는 거냐고 싫어하는 사람들이 있지 않냐는 그런 이야기에서 나온 결혼이었지만 말이다.
“글쎄, 그건 모르지만. 이대로 계속 사귀면 그런 날도 오지 않을까? 라는 거지.”
아람은 장난스럽게 웃었다. 물론 이런 장난어린 말이나 혜성과의 포옹이나 똑똑 문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끊어졌겠지만.
“네ㅡ.” 라고 대답하며 아람은 놀란 표정의 혜성을 보며 작게 웃었다. “응, 그러자.” 대답을 하고는 방 밖으로 나가는 아람의 모습은 아마 아무렇지도 않아 보이는 표정이었다. 아무래도 혜성의 부모님과의 대화들로 봤을 때 아직까지는 긴장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되었을지도 모르고. 왜냐하면 혜성의 부모님이 아주 우호적으로 자신을 대하고 있다는 것이 확연히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혀를 차면서 강하게 부정하지만 그러다가도 아차 싶었는지 그는 작은 목소리로 끝 부분을 중얼거렸다. 그렇다. 아직은. 언젠가 어른이 되고, 좀 더 자리를 확실하게 잡고, 가정을 꾸릴 수 있게 된다면 그 이후는? 아직 알 수 없었다. 아람이 함께 있다고 한다면, 그땐 아람에게 자신도 프러포즈라는 것을 하게 되는 것일까. 아니면... 그냥 지금 이 정도의 관계를 쭉 유지하면서 살아가게 되는 것일까. 그건 아마 아람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혜성은 생각했다. 이대로 계속 사귀면 그런 날도 오지 않을까? 라고 하고 있기에.
그 말은 확신이라기보다는 추측에 가깝지 않던가.
어쨌든 자신과는 다르게 아람은 태연하게 대답했고, 방 밖으로 먼저 나가려고 하고 있었다. 그 뒤를 따라서 혜성은 천천히 걸어갔다가 살며시 그녀의 앞으로 나왔을 것이다. 그러다가 그녀의 얼굴을 아주 살짝 바라보면서 그는 괜히 또 고개를 앞으로 향했다. 이어 부엌으로 천천히 안내하니, 거기엔 4명이 앉을 수 있는 커다란 식탁이 있었고, 그 위에는 어묵조림, 잡채, 두루치기, 샐러드, 그리고 두부조림이 각각 올라가 있었다. 상당히 맛있어보이는 향이 혜성의 코끝을 간지럽혔고, 그는 저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자. 자. 앉아 앉아. 편한 곳에 앉고...라고 해도 둘은 나란히 앉을거지? 그럼 거기에 앉으면 되겠네?"
"사양 말고 많이 먹으렴. 뭘 좋아하는지 정확히 아는 것은 아니라서 일단 지금 당장 만들 수 있는 것으로 만들어보긴 했는데, 마음에 들었으면 좋겠구나."
혜성의 어머니와 아버지는 각각 아람을 향해 그렇게 호의적으로 이야기했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혜성은 한숨을 작게 내뱉으며 아람에게 이야기했다.
"아무래도 네가 온다고 평소보다 더 실력발휘좀 했나봐. 아무튼 편하게 앉아. 그래도 우리 엄마 요리 꽤 괜찮은 편이야."
아람은 혜성의 ‘아직은’이라는 말에 쿡쿡 웃음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왜 이렇게 귀엽지? 혜성이 자꾸 귀엽게 반응하니까 열심히 놀리게 되어버리는 게 문제라면 문제였다. 너무 놀리다가 혜성이 싫어하면 어쩌지? 생각도 하지만 싫으면 싫다고 이야기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해버리는 것은 혜성을 놀리는 게 너무 즐겁기 때문이었고.
부엌의 4인 식탁에는 다양한 반찬과 음식들이 올라와 있었고 아람은 놀라 눈을 깜빡이다가 혜성의 부모님을 바라봤다. 혜성의 부모님이 하는 말에 아람은 조금은 먹먹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물론 겉으로는 그런 마음이 티는 안 났겠지만. 뭐랄까, 단란한 가족이랄까. 이상적인 가족의 모습이란 이런 것이 아닐까 하는 그런 생각이였을까.
“이렇게 크게 차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손이 많이 가셨을 것 같은데....... 맛있게 잘 먹겠습니다.”
살짝 놀랐던 얼굴은 자연스럽게 감사 인사로 이어지고 부모님이 권하는 의자에 앉았다. 맛있겠다. 눈으로만 봐도 음식에서는 맛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폴폴 풍겼을 것이었고.
아람이 앉자 다른 이들도 자연히 자리에 앉았다. 아주 자연스럽게 혜성은 아람의 옆에 앉았고 젓가락을 들었다. 이어 그는 아무런 말 없이 조용히 밥을 먹기 시작했다. 그러다가도, 한번씩은 큰 고기덩어리나 잡채를 일부 조금 떠서 아람의 밥그릇에 은근슬쩍 올리기도 하며, 제 몫도 챙겼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그의 어머니는 어머어머, 소리를 내면서 얄궂은 표정을 지었으나 혜성은 못 들은 척, 못 본 척 하면서 괜히 시선을 살며시 돌렸다.
"그러고 보니 아람이는 혜성이의 어떤 점이 좋아서 사귀는거니?"
"뭘 또 그런 것을 물어요."
식사 도중, 그녀의 어머니가 아람에게 그것을 묻자 혜성은 방어하듯이 바로 말의 허리를 자르면서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뭘 굳이 그런 것을 묻냐는 듯이. 그러자 그의 어머니는 호호 웃으면서 혜성을 빤히 바라봤다.
"우리 아들이 많이 부끄러운가보네?"
"누, 누가 부끄럽다는 거예요?! 누가! 아람이가 곤란해할까봐 그러는거지."
혜성이가 살짝 발끈하며 툴툴거리자 그의 어머니 옆에 앉아있던 아버지는 허허 웃으면서 조용히 잡채를 한 숟가락 뜬 후에 제 입에 집어넣었다. 그리고 그는 혜성과 아람을 나란히 바라보던 이야기했다.
"그러고 보니 둘 다 머지 않아 고3이로구나. 사귀는 것을 막진 않겠지만... 그래도 고3때는 조금 자제하는 거 잊지 말고. 연애도 좋지만, 너희들의 미래도 그만큼 중요하단다. 1년간 힘들겠지만 조금만 잘 참고... 그랬으면 좋겠구나."
결론은 고3때는 만나고 싶어도 조금만 참고, 데이트를 하고 싶어도 조금만 참고.. 대학을 위해서 공부에 좀 더 시간을 투자하라는 말이었다. 이어 혜성은 입술을 삐죽 내밀면서 조용히 식사에 집중했다. 그러다가 아람을 슬쩍 바라보더니 입을 열었다.
"같은 대학 가기로 했고, 공부 열심히 하기로 했어요. ...그러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아빠."
보통 이런 것은 그냥 웃어서 넘기지 않아? 그런 표정을 지으면서 혜성은 아람을 빤히 바라봤다. 이렇게 정면에서, 그것도 부모님의 물음으로 들으니, 정말로 부끄러웠는지 그는 고개를 아래로 푹 숙였다. 자신의 행동이 솔직한가? 그런가? 스스로가 생각해도 잘 알 수 없었다. 맘에 없는 빈 말은 물론 하지 않긴 하지만... 어쨌건 아무런 말도 못하고 그저 고개만 아래로 숙이면서 밥을 천천히 먹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혜성의 어머니는 흐뭇하게 웃으면서 이야기했다.
"아람이가 우리 아들을 정말로 좋아하는구나. 앞으로도 우리 아들 잘 부탁해. 그리고 아들. 여자친구가 저렇게 말하는데 답해줘야지?"
"........"
아람의 부탁을 그의 어머니가 살며시 들어주자 혜성은 한숨을 약하게 내쉬었다. 지금 이 타이밍에서 말을 안하면 참으로 분위기가 이상해지지 않겠는가. 이렇게 된 이상 역시 자신도 말할 수밖에 없겠지. 그렇게 판단을 내린 혜성은 살며시 고개를 올렸다. 그리고 앞만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그냥 뭔가 가만히 보면 그냥 둘 수가 없는 느낌이 있단 말이야. 아람이는... 그래서 괜히 신경쓰이기도 하고... 하지만 그러면서도 뭐랄까. 속이 깊기도 하고... 모두에게 친절한 것 같지만, 또 은근히 제 고집이 강하고, 줏대가 있고... 예쁘기도 하고... 무엇보다... 같이 있을 때 편안해. 물론 장난이 짓궂기도 하고, 때로는 조~~~~~~~~금 부끄럽게도 하지만... 그것도 괜히 귀엽고 예쁘고 사랑스러운 걸 어떡해. ...몰라. 나도 모르게 반했나보지. 뭐."
괜히 '조금'이라는 부분을 강조하듯이 이야기하지만 과연 정말로 조금이라고 생각하는 이는 몇명이나 될까? 어쨌건 답을 마치면서 혜성은 입을 꾹 다물면서 식사에 집중했다. 일부러 두루치기를 먹기도 하고, 잡채를 크게 떠서 먹기도 하고. 그런 그의 모습에, 그의 부모님은 어머머, 허허허허. 소리를 내면서 흐뭇하게 혜성을 바라볼 뿐이었다.
"허허. 그래. 보기 좋구나. 1년만 참고... 그 이후는 우리들도 크게 신경은 쓰지 않을테니까 자유롭게 연애하렴."
그러면 자신도 더 할 말은 없다는 듯이 그의 아버지는 허허 웃으면서, 말을 마무리지었다. 이어 혜성은 살며시 눈치를 보다가 아람에게 조용히 속삭였다.
아람은 혜성이 부끄럼을 타는 모습에 조금 쿡쿡 웃었다. 이렇게 티격태격 사귀는 모습도 좋아 보이려나? 이런 느낌도 들었고. 나쁘지 않게 생각하시는 것 같긴 한데.
아람은 밥을 먹으면서 혜성의 말을 들었다. 혜성의 말에 아람은 조금 놀랐을까? 눈을 살짝 동그랗게 떴다가 이내 배시시 웃어버리고 말았지만. 가만히 둘 수 없는 느낌? 어떤 느낌인지 잘 모르겠다고 생각하며 다음에 물어봐야지 하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래도 장난 치는 거 엄청 싫어하지는 않는 것 같아서 다행이다 정도?
혜성이 아버지의 말에 "네." 하고 대답하다가 옆에서 혜성이 말하는 속삭임에 아람은 물음표를 띄웠다가 똑같이 혜성에게 속삭였다.
아람의 속삭임에 혜성은 뜻밖이라는 듯이 이야기했다. 저렇게 쿡쿡 찔러서 이야기를 하는데 전혀 부담스럽지 않다고? 의외로 이런 분위기에 익숙한 한 것일까. 아니면 자신만 조금 부담스럽다고 느끼는 것일까. 아니. 생각해보니까 아까부터 자꾸 나만 콕콕 공격당하는 것 같은데?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컵에 있는 물을 아무런 말 없이 마셨다. 그리고 조용히 중얼거리듯 이야기했다.
"...그럼 다행이고."
어쨌건 부담스럽지 않다면 그게 제일 아니겠는가.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다시 식사에 조용히 집중했다. 그러다가 두루치기가 담긴 접시에서 커다란 고기를 한 점 꺼내서 아람의 밥그릇에 살짝 올려주기도 했다. 당연히 혜성 역시 아람이 반찬을 챙겨주는 것을 거부하진 않았다. 여기서 거부하면 그야말로 아람의 성의를 무시하는 것이니까.
그 이후로도 아마 잔잔한 잡담은 계속 이어졌을 것이다. 아마 대부분이 혜성이를 공격하는 그런 것이었겠지만. 어쨌건 중간에 혜성은 잠시 화장실에 다녀오겠다며 살며시 자리를 비웠다. 자연히 식탁에 남은 것은 그의 부모님과 아람 셋 뿐이었다. 혜성이 완전히 화장실 안으로 들어서자 그의 어머니는 아람을 가만히 바라봤다.
"원래는 저런 성격이 아니었거든. ...언제부터일까. 애가 갑자기 부끄러움을 타기도 하고, 묘하게 솔직하지 못한 언동을 보이지만, 또 행동은 그게 아니고... 좀 많이 틱틱거리거나 툴툴거리겠지만, 그래도 나쁜 애는 아니야."
이어 그녀는 장난스러운, 혹은 훈훈했던 미소를 저버리고 진지한 표정과 목소리를 내면서 이야기했다.
"우리 혜성이와 잘 지내줘서 고맙고, 앞으로도 잘 지내주렴. 이 아줌마는 딱 이 정도까지만 할게."
"나도 그 정도만 바랄 뿐이란다. 지내다보면 싸울 수도 있고, 토라질때도 있기야 하겠지만... 그래도 지금까지의 둘의 모습을 보면 그마저도 잘 해결할 것 같구나. 그래. 앞으로 잘 사귀고... 혹시나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아저씨에게 연락하렴. 얼마든지 도와줄테니까."
아람의 말을 들으면서 혜성의 어머니와 아버지는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이런 아이라면 정말로 괜찮겠거니 생각하며. 특별히 무슨 말을 하는 것 없이 그저 바라보면서 웃음소리만 내던 와중 화장실에 갔다온 혜성이 다시 자리로 돌아왔다.
"셋이서 무슨 이야기 나눴어?"
분명히 뭔가 이야기를 하긴 했을 거라고 생각했는지 혜성은 오자마자 그렇게 물었다. 그러자 그의 어머니는 얄궂은 표정을 지으면서 장난스러운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뭐하긴. 우리 아들 뒷담회 좀 했지."
"...네?"
"허허허. 원래 이런 곳에선 자리를 비우면 다 그런거야. 욘석아."
그 말에 혜성은 혼란스러운 표정을 지으면서 정말로? 정말이야? 라는 메시지가 담겨있는 눈빛을 아람에게 살며시 보냈다. 물론 저 분위기에 맞춰줄지, 아니면 그냥 솔직하게 이야기할지는 아람의 자유였다. 하지만 적어도 혜성은 정말로 그랬을지도 모른다라고 생각했는지, 정말로 빤히, 뚫어질 정도로 빤히 아람을 보고 있었다.
"...아니지?"
/ㅋㅋㅋㅋㅋㅋㅋ 많이 춥더라. 나도 내일은 어지간하면 집에 있어야겠어... 이러면서 또 나갈지도 모르지만!
아람이 제대로 이야기를 해주지 않자 혜성은 당황하면서 혼란스러운 표정을 보엿다. 끄응...소리를 내는 와중에 그는 괜히 물만 천천히 마실 뿐이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어느덧 식사는 끝이 났다. 이어 혜성은 그릇을 천천히 정리하려고 했다. 아람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정말로 자연스럽게 자신도 모르게 나온 행동이 아니었을까.
"아. 아람아. 내 방에 들어가있을래? 이거 정리 좀 도와주고 나도 갈테니까."
아무리 그래도 손님에게 일을 시킬 순 없는 법이었다. 그렇기에 혜성은 아람에게 방에서 기다려달라고 이야기를 하며, 다시 제 어머니와 아버지를 도와 정리를 시작했다. 행주를 빨아 물기를 쭉 짜낸 후에, 천천히 테이블을 닦기도 하고, 찌꺼기를 쓸기도 하고... 그 행동 하나하나가 상당히 정성스럽고, 너무나 자연스러웠다.
마치, 늘 그렇게 생활하는 것처럼.
아람이 방에 들어갈지, 아니면 그곳에서 혜성이를 기다릴지, 아니면 다른 행동을 취할지는 그녀의 자유였다.
좋은 아침이야! 이제 한 해가 또 시작되었구나!! 안녕! 아람주!! 새해복 많이 받길 바라고 올해도 잘 부탁할게! 음. 그리고 혹시나 아람주가 레스를 보거나 갱신해서 보고 있다면 잠깐만 시간을 내서 갱신해주길 바랄게! 동접일때 하고 싶은 말이 하나 있는지라! 절대로 나쁘거나 불길하거나 그런 말은 아니야!
음. 이렇게만 말하면 뭔가 엄청 무거운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 것 같으니까 그냥 말할게! 다름이 아니고 그냥 신년에 이것저것 건들다가 AI로 대학생때의 혜성이나 아람이를 그냥 내 상상으로 개인소장용 짤로 만들어볼까 해서 만들었거든! 그런데 그 중에서 정말 예쁘게 잘 뽑힌 것이 있어서 아람주에게도 공유해줄까 싶어서! 딱히 스레에 공개적으로 올리기보다는 imgbb를 이용해서 아람주에게 보여줄까 생각하거든! 혹시나 AI에 거부감이 있거나 한다면 얼마든지 얘기해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