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겨울 속을 혜성과 함께 가벼운 잡담을 하며 걷다보니 어느새 커다란 트리가 보였다. 실제 커다란 나무를 실어와 심고는 그 위에 전문가들이 심혈을 기울여 꾸민 것 같은 그 모습에 아람은 와아ㅡ 하고 감탄을 내뱉었다.
여러 모양의 전등이 다양한 색으로 어우러지게 반짝이고 있었고 꼭대기에 달려있는 노란색 별은 크리스마스 트리라는 정체성을 지켜주고 있었다.
크리스마스라. 그러고보니 이전까지는 크리스마스 때 어땠더라? 친구들을 만나거나 그랬던 것 외에는 딱히 다른 이슈는 없었던 것 같았다. 어머니와 같이 살기 시작했을 때에는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을 나이가 아니었고, 그 이전에는 그런 것은 없었으니까.
하지만 그런 것에 감상을 가질 정도로 제 감수성은 뛰어난 편이 아니어서. 그냥 예쁜 것을 보면 예쁘고 좋은 그런 평범한 사람이 되어버리고 만 것일지도 몰랐다. 그냥 트리가 예쁘면 예뻐서 좋다, 라는 정도일까. 거기에 이 트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 사람들에 대한 감사 정도.
“응. 예쁘다.”
그리고 이렇게 좋은 시간을 같이 보내는 혜성에 대한 고마움에 아람은 혜성을 보며 웃음 지었다.
/와........... 일 없어져라 진짜. 겨우 왔넹 취향으로 싸울 만한 일......... 흐음......... 민초? 나 파인애플 피자? 물론 아람이는 둘 다 잘 먹는데 막 엄청 좋아해!! 정도는 아니라서 있으면 먹고 없으면 말고 하는 타입이라......... 둘이 정말 천생연분인가? 혜성주는 별 일 없지? 오늘 하루도 고생했어~~
당연하지만 혜성은 딱히 저 트리를 만드는데 공헌하지 않았다. 이름 모를 이들이 저 트리를 장식하고 저렇게 꾸몄으며, 지금도 안 보이는 곳에서 관리를 하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저 트리에 걸려있는 장식을 풀고, 저 나무 역시 다시 이름 없는 나무로 돌아갈 것이 분명했다. 지금 시즌에서만 볼 수 있는 아름다운 풍경. 그 풍경을 헤성은 조용히 눈에 담았다. 그래. 예쁘다. 정말로 예쁘다. 만약 아람이 없었다면 저 트리만 조용히 바라보면서 하얀 입김만 불고 있을 정도로... 그렇게 생각하며 혜성은 조용히 미소를 지었다.
그렇게 잠시 트리를 바라보던 혜성은 살며시 고개를 돌려 아람을 바라봤다. 여기까지 그냥 왔겠는가. 당연히 그냥 온 것은 아니었다. 하늘에서 내리는 하얀 눈이 땅을 하얗게 물들이며, 적시는 것을 바라보며, 그는 괜히 입김을 내뱉으며 허공에 하얀 연기를 품게 했다가 서서히 녹아내리게 만들었다. 차가우면서도 포근한 공기. 그것은 틀림없이 아람이 보내는 포근함이 아니었을까. 그 모든 것을 조용히 느끼며 혜성은 아람에게 말했다.
"사실상... 거의 1년을 이렇게 만났잖아. 우리. 사귀기 전까지 합쳐서 말이야. 사귀고 나서는... 거의 반 년 정도 되어가는 것 같은데. 날짜 카운트를 항상 하고 있진 않지만... 아마 그 정도 될 거야."
여름에 사귀고 지금은 겨울이 되어 사실상 한 해의 마지막이 되어가고 있었다. 그 상태에서 혜성은 아람의 두 손을 꼬옥 잡으려고 했다. 그녀의 손이 차갑지 않도록, 제 손바닥 안에 꼬옥 쥐어 따스함을 주려고 하면서 혜성은 얼굴을 붉혔다. 그리고 잠시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다가 아람을 바라봤다. 그리고 조금은 무심하게, 하지만 무심하지 않은 어투로 이야기했다.
"...내년은 공부해야하니 무리지만, 그래도 대학생 때는 지금보다 더 행복하고 나랑 사귀어서 다행이다...라고 생각하게 해줄게. ...그러니까 1년만 넘겨주고, 그 다음 해까지 기다려줘. ...아니. 뭐, 멀리 떨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너는 고3때 분명히 어디 가자고 하면 잘 안 가고 공부만 하려고 할테니까.... 그러니까 나도 미리 선전포고하는거야."
이어 혜성은 아람의 손을 살며시 쥐면서 제 입술로 가져간 후에, 손바닥에 살짝 입술을 붙였다가 떨어뜨리려고 했을 것이다. 이른바 손등 키스. 조금 어색하지만, 그래도 해내려고 하면서, 물론 그녀가 받아줬을 때의 일이고, 받아주지 않더라도 분명히 아람에게 이야기했을 것이다.
"...난 딱히 여자친구가 있어본 적이 없고, 솔직히 지금도 내가 남친 노릇 잘하는진 모르겠거든? 그런데... 나는 네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으면 좋게쏙, 영원했으면 좋겠다 싶어. ...뭐, 세상물정 없는 고등학생이 혈기에 막 말하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그랬으면 좋겠어. ...네가 좋으니까, 널 좋아하니까..."
그리고...
"사랑하니까."
조용히 말을 마치면서 혜성은 얼굴을 붉히면서 다른 곳을 바라봤다. 글쎄. 언제부터일까. 그녀의 존재는 생각보다 커졌다. 너무 빠른 것이 아닐까 스스로 의심이 될 정도로... 허나, 적어도 이 기분만큼은 핑계를 대거나 거짓말을 하지 않고 싶었다. 그렇기에 그는 애써 덤덤하게 이야기를 하며 시선을 다른 곳으로 치웠다.
"...그러니까, 그러니까... 그런거야. 너무 무거우면... 적당히 흘려들어."
/아이고...정말 고생이 많았다! 아람주!! 8ㅁ8 음...민초...ㅋㅋㅋㅋㅋ 혜성이..그거 싫어한다고 해서 딱히 뭐라고 하진 않을텐데... 사진 찍지 좀 말고 나에게 집중해! 이러면 혜성이도 조금 따질지도 모르겠다만... 나는 너도 충분히 보고 있다는 식으로 말이야. 음..천생연분이면 좋은 거 아니겠어? 아무튼 크리스마스 일상 한다고 할 때부터...이 대사는 꼭 넣고 싶었다! 후... 혜성이는 애써 힘냈다!
아람은 혜성이 무슨 말을 하려고 하자 이내 눈을 깜빡이며 혜성을 올려다봤다. 내리는 하얀 눈과 숨을 쉴 때마다 내뱉어지는 흰 입김. 그리고 세상을 포근하게 덮는 눈처럼 내려앉는 혜성의 나직한 목소리.
벌써 알게 된 지 일년이 지났다. 사실 짧다면 짧은 시간이고 길다면 또 긴 시간이었다. 그러니까, 네 개의 계절을 함께 보낸 셈이니까. 그리고 그동안 아람은 혜성에 대해서 많이 알게 되었고, 혜성 또한 자신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되었다. 자신과 친하게 지내는 친구들마저 모르는 것을 혜성은 알고 있었으니까.
자신의 친부에 대해서나, 돌아가신 할머니에 대해서나, 어머니에 대해서나.
그렇게 자신을 알면서도 제 옆에 있어주는 것에, 아람은 늘 고마웠다. 혜성의 두 손이 제 두 손을 꼭 감싸자 아람은 그 손을 꼭 쥐었다.
‘이미 충분히 행복하고 너랑 사귀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으면 어떡해? 불행이 곧 찾아올까봐 겁이 날 만큼?’
속으로 그런 생각을 하지만 입을 꾹 다문 채 아람은 제 손등에 입맞추는 혜성을 보다가 이내 이어지는 말을 들었다. 분명 주변에는 많은 사람들로 시끌벅적하고 캐롤도 크게 울리고 있는 와중인데, 그렇게 크지 않은 혜성의 목소리가 귓가를 잔뜩 채울 만큼 웅웅, 크게만 들렸다.
아람은 결국 참지 못하고 혜성의 허리를 와락 끌어안으며 그 품 안에 얼굴을 묻었다. 아무 말 없이 혜성의 허리춤을 꼭 끌어안고 있지만 귀를 기울이면 훌쩍이는 소리가 들렸을 것이었다.
/아람이 너 우냐? 울어? (아람주 당황) 둘이 사소한 것으로 싸우는 것 보고싶다는 내 계획이.......... 그나저나 혜성이가 애써서 아람이 울렸다!(?)
그렇게 이어지는 캐롤이 작게 들릴 정도로 혜성은 아람에게 집중했었다. 고개를 돌리고 있는 상황에서도 모든 신경은 아람에게 쏠려있었다. 아무런 대답도 들려오지 않았기에 그는 괜히 침을 꿀꺽 삼켰다. 역시 너무 무거웠나. 하지만 적어도 오늘, 이 자리에서 확실하게 전할 생각이었다. 제 나름의 생각을... 이것만큼은 툴툴거리지 않고 제대로 말할 생각이었으나 결국 마지막엔 툴툴거린 것에 제 성격이 참으로 야속하다고 혜성은 생각했다. 하지만 그 순간이었다. 갑자기 제 허리가 와락 잡히는 감각이 느껴졌다.
이내 제 허리를 잡은 팔에 힘이 들어가는 것을 느꼈고 그 와중에 훌쩍이는 소리가 그의 귓가에 들려왔다. 순간 당황해서 혜성은 어쩔 줄 몰라하며 고개를 아래로 내렸다. 제 품에 얼굴을 묻었기에 얼굴을 볼 순 없었으니, 결국 그가 취한 행동은 그녀를 토닥여주는 것이었다.
"야. 야. 아람아. 왜 울어. ...우, 울건 없잖아. 아무리 그래도..."
자신의 말에 울음을 터트릴만한 그런 요소가 있었던가. 난감한 표정을 지으면서 그는 그녀의 등을 계속해서 토닥였다. 일단 자신이 할 수 있는 행동은 그녀의 등을 그렇게 토닥여주는 것이었다. 그녀가 그칠 때까지 조용히, 그저 조용히...
'...그보다 이거... 누가 보면 내가 아람이에게 심한 말을 해서 울린 것처럼 보이는 거 아니야?'
불안감이 조금 든 탓일까? 그는 살며시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자신이 아는 이가 없는지를 체크했다.
/으아닛...아람이 왜 울어! 울지 마! 아람아! 8ㅁ8 아앗...ㅋㅋㅋㅋㅋㅋ 그래도 사소한 것으로 싸울거리는 분명히 있을거야! 사람이 살면서 한번도 안 싸우는 법은 없어!
등 뒤로 토닥이는 손길이 닿았다. 혜성의 품은 외투에 묻은 찬 바람이나 눈으로 인해 차가웠지만 제 더운 숨으로 인해 점점 미지근해졌다. 왜 왈칵 눈물이 나는 걸까. 그건 아람 그 스스로도 잘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모,몰라. 이 바보야.”
훌쩍이면서 그렇게 답한 아람은 울지 않게 숨을 골랐다. 눈물이 혜성의 외투에 스며 사라지고 등을 토닥이는 손길이 어느정도 효과가 있어 울음이 조금 그치자 다시금 말을 꺼낼 수 있었다. 조금 헛기침을 낸 다음에 혜성의 허리를 두른 손을 풀지 않고 웅얼웅얼 말하는 것이지만.
“지금도 충분히 행복하고, 내가 사귀는 사람이 너라서 다행이라고 생각해. 남친 노릇 잘 하고 있고. 나도 너랑 사귀는 게 처음인데 나는 뭐 여자친구 노릇 잘 하고 있나, 뭐.”
아람은 혜성의 품에 얼굴을 비볐다. 다른 사람들이 보든 말든 무슨 상관일까. 물론 크리스마스 트리 주변에는 사람들이 많았으니 우리 두 사람 정도는 신경쓰지 않을지도 몰랐다.
“그리고...... 나, 나도 사랑해.”
누군가를 이렇게 좋아한다는 것이, 누군가를 이렇게 사랑한다는 것이. 자신의 삶에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었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늘 선을 긋고 행동했던 자신이 누군가에게 제 선 안에 있는 것들을 하나 하나 내보여 준다는 게. 이런 것이 사랑이 아니라면 무엇이 사랑이란 말인가.
“나도 네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으면 좋겠어. 그게 영원이라고 한다면, 영원히 말이야...”
그 말은 여전히 혜성을 끌어안은 채 한 말이었다. 차마 얼굴을 보고 이야기하기에는 너무 부끄러운 탓이다.
/맞아 분명 사소한 것으로라도 싸울 일이 있겠지!! 그래도 둘다 빨리 화해할 것 같긴 하다 ㅋㅋㅋㅋ!!!
자신에게 바보라고 하는 아람의 말에 혜성은 괜히 움찔하며 그렇게 반박했다. 참으로 유치하기 그지 없는 반박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렇게 말하는 것은, 자신도 모르게 나온 무의식중의 반박이었다. 하지만 거기에 악의는 그 어디에도 없었다. 그냥 서로 바보야. 네가 더 바보거든? 그 정도의 느낌이었으니까.
이내 아람의 목소리가 조용히 들려왔다. 그 말을 들으면서 혜성은 조용히 얼굴을 붉혔다. 추위 때문에 얼굴이 붉어진 거라고 변명도 못할 정도로 펑 터질 정도로... 아. 진짜. 괜히 속으로 투덜거리면서 혜성은 그녀를 안은 팔에 힘을 더 꼬옥 주었다. 제 품에 얼굴을 비비는 감각을 느끼며, 그와 동시에 제 허리를 감은 팔의 감각을 느끼며 혜성은 조용히 입을 꾹 다물었다. 그녀의 말 하나하나를 조용히 들으며... 사랑한다는 말을 들으며... 영원이라는 말을 입에 담는 것을 들으며...
그래. 인정하자. 난 얘가 정말로 좋아. 솔직히 왜 좋냐라고 하면... 정말로 사소하기 그지 없을지도 모르지만, 그럼에도... 난 얘가 좋아.
그렇게 생각하며 혜성은 하얀 입김을 아람의 뒤로 후우 날려보냈다. 아무런 말 없이 그녀를 안은 팔에 힘을 주면서 그는 조용히 툴툴거리는 목소리를 내뱉었다.
"...큰일났네. 나도 그렇고 너도 그렇고, 오늘 밤 이불킥 해야겠는데. ...아, 아니. 뭐... 꼭 한다는 것은 아니고... 이, 이런 것 정도는..."
말을 끝내지 못하면서 흐리는 것은 혜성이 괜히 할 말이 없어질때 나오는 버릇이었다. 이어 혜성은 입을 오물거리다가 한숨을 조용히 내뱉었다.
"그럼 영원히 있어. ...비워둘테니까. ...그 여친이라는 자리. 괜히, 괜히 나중에 말 바꾸지 말고. ...너도 분명히 영원히니 뭐니 말했으니 말이야. 책임을 져."
그렇게 중얼거리듯 이야기를 하면서 혜성은 아람을 조심스럽게 놓아주려고 했다. 그리고 괜히 오른손으로 제 뺨을 긁적이면서 아람에게 이야기했다.
"조금만 트리 더 보고 어딘가로 걷자. ...아무 곳이라도 좋으니 말이야."
/가장 하고 싶은 장면은 이렇게 마쳤다! 하핫! 이걸 막레로 해도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조금 더 잇고 싶거나 아람이 쪽에서 뭔가 더 하고 싶다면.. 얼마든지 이어줘도 괜찮아!! 그리고...ㅋㅋㅋㅋㅋ 애초에 사소한 것으로 싸운 거니까. 그러니까 쉽게 풀리지 않을까?
막레 잘 받았다!!!!!!! 이번 일상도 고생했어 혜성주~~~ 혜성이가 이런 로맨틱한 발언을 할 줄 몰랐기에 아람이도 눈물 펑 한걸지도 모르겠어 이게 바로 기습 공격이라는 걸까? ㅋㅋㅋㅋㅋ 아람이 울었던거 민망해 하겠지만 아무렇지 않은 척 크리스마스 이브 혜성이랑 재미있게 보냈을 것 같다 큐큐 아무래도 사소한 것으로 싸우면 금방 화해하겠지? 그럼 사소하지 않은 일로 싸우면 어떠려나~~ 물론 싸우는 게 생각나지 않습니다만.......()
마찬가지로 이번 일상 또한 수고했어! 아람주!! 사실 혜성이는 진짜 용기를 완전 끌어내서 어떻게든 용기를 내서 뱉어난 말에 불과했지만... 아람이가 거기에서 울줄은 몰랐다! 그래서 오너인 혜성주도 아앗?! 하면서 당황하고 혜성이를 등짝 스매싱을 하려고 했지..ㅋㅋㅋㅋㅋㅋ 아람이는 정말로 즐겁게 시간을 보냈구나! 혜성이도 마찬가지겠지만 아마 자기 전에 자기가 한 말 떠올리고 으아아아 하면서 이불킥을 하지 않을까 싶은걸. 일단 108번은 할지도! 사소하지 않은 일이라... 사실 어떤 소재가 되냐에 따라서 다르겠지만, 좀 크게 싸우면 약간 냉전기는 있지 않을까? 그런데 아마 그것도 오래 가진 않고 둘 중 누가 되었건 먼저 대화를 시도하려고 할 것 같아. 처음에 싸울때야 조금 살벌한 느낌이고 말이야. 일단 내 생각은 그래!
ㅋㅋㅋㅋㅋㅋ 아람이도 울어버려가지고 집에 들어와서 이불 많이 찼을거같애ㅋㅋㅋㅋㅋㅋ 아무르도 그렇겠지? 서로 냉전기기 있겠지만 그래도 대화 하려고하고 화해하려고 하고. 어떤 일 때문에 싸우게 될지 두근두근하다. 으으..... 요즘 일이 몰려서 너무 바빠...... 며칠 갱신 못했네. 살아는 있으니 걱정 말라......
늘 아람주가 고생이 많다고 느껴. 나는 괜찮으니까 바쁘면 바쁜 일에 집중하기야!! ㅋㅋㅋㅋㅋ 아앗...아람이도 이불을 많이 찼구나. 이불들아. 미안해. 하지만 둘의 로맨스를 위해서 너희들이 참아주렴! ㅋㅋㅋㅋㅋ 어떤 일 때문이라. 사실 제일 만들기 쉬운 것은 오해라는 설정인데 어떻게 해야 오해가 만들어지려나. 음. 혜성이가 대학교에 갔는데 진짜 거절하고 거절하고 또 거절하고 또 거절해도 과팅에 자리 하나만 채워달라고 하면서, 너 진짜 아무 것도 안하고 그냥 앉았다가 가면 된다고 계속 언급해서 어쩔 수 없이 짜증내면서 한번만 갔다고 한 것이 알려지면 오해가 크게 생기려나...(혜성:저기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둘의 로맨스를 위해 희생되는 이불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일이 너어어어무 바빠지면 이야기할게. 하지만 너어어어무 바쁜 정도는 아니기 때문에 괜찮다! 조금 하루 이틀 못 들어올 수도 있지만서도~ 오. 혜성이가 과팅에 끌려간 상황이라........... 혜성이가 미리 솔직하게 말했다면 괜찮겠지만 그걸 말 안하고 몰래 갔다오면 모르겠지 하고 가는 순간 오해가 눈덩이처럼 불려질 수도 있는 상황일지도~!!!
어쩔 수 없지! ㅋㅋㅋㅋㅋㅋ 혜성이와 아람이가 소중하지. 어디 이불 따위가! 조금 이불킥 당해도 괜찮은거야! 아무튼... 아직 엄청 바쁜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많이 바빠보여서 걱정이 되는 것은 사실이야. 너무 무리는 하지 않길 바랄게! 나야 얼마든지 기다릴 수 있으니까! ㅋㅋㅋㅋㅋ 확실히 저건 말 안하고 가면 진짜 화가 날 수 있는 상황이지. 혜성이는 아마 어지간하면 말을 하겠지만, 갑자기 급작스럽게 끌려갈 때 있잖아? 이를테면 갑자기 진짜 급하다고 하면서 강제로 데려가는 그런 느낌... 그런 느낌으로 끌려갔을때는 아마 말을 굳이 하진 않을 것 같아. 어차피 금방 있다가 나올테니까 괜히 말해서 신경쓰이게 하지 말자라는 식으로 말이야. 사실 그 와중에도 엄청 저항은 하겠지만...
만약 여기서 오해를 키우겠다고 한다면 저런 상황 속에서 상대 쪽에서 아람이가 대학에서 사귄 친구가 한 명 있었고 다 끝난 후에 나 어제 과팅 갔었다 이러면서 단체 사진 찍은 것을 아람이에게 보여준다고 한다면? 내켜하지 않지만 그래도 일단 같이 사진을 찍은 혜성이가 있다면? ....오너 뇌피셜로는 아람이가 진짜 싸늘해질 것 같은 기분이야..(흐릿)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디 이불따위가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응응. 나도 무리하지 않게 노력할게~~~ 와......... 혜성주 아이디어 뱅크야? 오너 피셜로도 아람이가 진짜 싸늘해질 것 같기는 한데? 일단 싸늘한 목소리로 혜성이를 불러낸 다음에 추궁할 것 같기는 해! 와아......! 뭔가 그런 상황 보고싶다 진짜 보고싶다 둘이 싸우는 거1(나쁜 오너임) 나중에 대학생활 일상 돌릴 때쯤에 해봐도 좋을 것 같지! 이제 2학년이 끝나갈 즈음이니까. 2학년 끝나면 뭐랄까 1차 엔딩? 같은 느낌일 것 같지~~~ 물론 엔딩이라고 끝나는 건 아니지만 말이야! 뭐랄까 챕터 마무리 같은 그런 느낌? 엄청 오래 돌렸으니까 말이야! 일요일이라 시간이 나서 며칠만에 들렸네에 3일간 너무 바빴다아아.... 오늘 아침에도 근육통때문에 겨우 일어났어.......()
ㅋㅋㅋㅋㅋㅋㅋ 아니야! 이런 것은 좋은 아이디어는 아니라고! 아람이...맞아. 엄청 싸늘해질 것 같아. 네가 왜 여기에 있어? 이런 느낌으로 말이야. 갑자기 싸늘한 목소리로 혜성이를 호출하면 혜성이는 영문을 모르고 일단 호출에 응할 것 같아. 추궁을 하면 일단 가장 먼저 놀라서 그걸 어디서 들은 거냐고 당황할 것 같고. 그리고 아마 혜성이의 변명 쇼가 벌어지지 않을까 싶어. 그때 그날 갑자기 붙잡혀간거라서 말을 할 틈도 없었고, 그때 진짜 아무 것도 안하고 난 그냥 카페에 앉아 음료만 먹고 나왔을 뿐이라고 이야기를 할 것 같아. 그러면서 눈치를 보면서 화 많이 났냐고..조심스럽게 물어볼 것 같고 말이야. 여기서 어떻게 콕콕 더 찌르면 혜성이도 조금 화를 낼 것 같기도 하고 그렇네. 그렇다면 이 일상..일단은 킵해둘까?
아무래도 그런 느낌이긴 하지. 뭔가 3학년은... 1차 엔딩의 에프터스토리라는 느낌일 것 같고 말이야. 대학생 편은 2부 시작이라는 느낌이 될 것 같고! ㅋㅋㅋㅋㅋ
아앗... 아람주..많이 바빴구나. 그 와중에 근육통이라니..아이고. 찜질하면 좀 나아질지도 몰라! 8ㅁ8
애초에 3학년은 그렇게 길게길게 막 하기도 힘드니 말이야. 아무래도 공부-휴식-공부-휴식의 생활이 반복될 수밖에 없기도 하고! 아앗... 욕실이 크다면 그렇게 해도 좋을 것 같고...혹은 오늘 날씨 추우니까 직접 근처 목욕탕에 갔다오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어. 몸의 피곤함을 풀기에는 오히려 그쪽이 조금 더 좋은 것 같더라! 어디까지나 내 기준이지만 말이야. (안마 해주기)
약속은 아니고...그냥 잠깐 나갔다올까 싶어서! 요즘 부업을 하는 것이 있다보니.. 주말에도 조금씩 일하는 것도 있거든. 평일에도 퇴근 후에 조금씩 건드리는 것도 있고... 물론 내 취미와 비슷한 것이기도 하고, 나름 실력을 키우면서 돈도 버는건지라... 하기 싫다..죽겠다는 아니지만... 아무래도 쉬는 시간이 조금씩 줄어든 것도 사실이니 말이야! ㅋㅋㅋㅋㅋㅋ
아무튼 다음 일상은 아람주가 조금 상태가 괜찮아지면 그때 천천히 해보도록 하자! 일단 상황 정도만 정해볼까... 바로 부모님을 만나러 가보는 것이 좋을까.. 아니면 이쯤에서 AU를 하나 돌려보는 것이 좋을까.
헉 혜성주 부업 하는 게 있어?!! 오오 멋있다. 아무래도 힘들긴 하겠지만...... 취미와 비슷한 것이라면 더 좋은 것 같은데? 그래도 쉬는 시간이 줄어드는 것은 힘들지....(끄덕) 상황은 부모님 만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해~! 얼른 1차 엔딩 보고 싶은 마음도 있어서 말이지~!~!~ 물론 에유 하는 것도 재미있겠지만!
아앗...그런거 아니다! ㅋㅋㅋㅋㅋ 그냥 스불재지!! 조금 피곤한 것은 있긴 하지만 그래도 나름 쏠쏠한 부업이라서! 일단 올해 말까지는 쭉 이렇게 될 것 같네. 그래도 쉬는 시간은 어떻게든 만들려고 한다!! 너무 걱정하지 말기! 음. 좋아! 그럼 다음 상황은 부모님 만나는 쪽으로 가도록 하자! 아람이..긴장하려나? ㅋㅋㅋㅋ 그럼 일단은 1차 엔딩으로 달려가보는 것으로!
그렇게 많이 하진 않았지만, 어느 정도.. 정말로 간단한 이야기는 한 편이야! 그래도 여자친구를 사귀었는데 부모님에게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을 순 없으니 말이야. 그냥 저 영상의 쟤가 내 여자친구다. 이런 식의 아주 간단한 말 정도! 그리고 데이트한다고 조금 늦게 돌아갈 것 같으면 오늘 데이트하니까.. 늦게 들어온다는 말을 하고.. 그 정도는 하지 않았을까 싶어! ㅋㅋㅋㅋㅋㅋㅋ 맞아. 사실 딱 한 번.. 간접적으로나마 보기는 했지만, 그래도 그건 카운트로 치면 안될 것 같으니! 아무튼 내적 친밀감은 꽤 높은 편이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큐ㅠㅠㅠㅠㅠㅠ 무뚝뚝한 사춘기 남고생 느낌이구만~~~~ 혜성이 부모님이 왜 아람이를 궁금해하는 지 알 것 같다! 뭔가 조잘조잘 이야기라도 했으면 덜 궁금한데 이렇게 떡밥만 던지니 너무너무 궁금해할 것 같아 부모님 입장에서는~!!! 맞아 그때 구조됐을 때 말하는 거지? 하긴 그건 카운트로 치기에는 너무 정신 없었으니 말이지~~!! 나는 자러 갈 것 같아서~!! 혜성주도 잘자구~~ 내일도 힘내자~!!
ㅋㅋㅋㅋㅋㅋㅋㅋ 혜성이..일단은 막 방방 뛰는 편은 아니고, 조금 무뚝뚝한 면도 있긴 하니까. 물론 츤데레적인 면이 조금 더 강하긴 하지만! 아무튼 그런 것도 있고, 우리 아들이랑 사귀는 착하고 참한 애는 대체 누구일까? 궁금한 것도 있긴 해. 사실 이쪽이 조금 더 이유가 클 것 같지만 말이야. 응! 그때가 맞아! 그때 아주 살짝 보긴 했지만, 아무래도 바로 혜성이에게 갔기 때문에 조금 카운트로 치기는 애매하긴 하지! 그래서 이번 기회에 한 번 제대로 보고 싶어할 것 같기도 하거든.
이전부터 혜성의 부모님은 아람을 꼭 만나보고 싶어했다. 물론 이전에 한번 잠깐, 간접적으로 만난 적은 있지만 그때는 상황이 상황이었고, 아람을 볼 겨를 따윈 없었다. 어쨌든 그들에게 있어서 가장 소중한 존재는 다름 아닌 혜성이었으니까. 하지만 이제는 어느 정도 안정이 되었고 겨울방학이 되었으며, 딱 새해를 앞두고 있는 아슬아슬한 휴일이었다. 그렇기에 아람을 꼭 데려오라는 압박이 찾아오고 있었고, 결국 혜성은 아람에게 말해서 한번 찾아올 것을 부탁했다. 그리고 아람은 그것을 받아들였다.
새해가 거의 코앞에 가까운 일요일이었다. 크리스마스 데이트를 하고서 그렇게 오랜 시간이 지난 것도 아니었다. 일단 그녀와 학교 근처에서 만나고, 그는 그녀를 자신의 집 문 바로 앞까지 데리고 왔다. 현재 시간은 딱 점심을 먹기 좋은 시간이었으며, 집 문을 열고 들아가면 그의 부모님이 있었다. 혜성은 괜히 한숨을 약하게 내쉬면서 머리를 긁적였다.
"...그... 괜찮은거지? 혹시나 긴장 많이 되고 힘들 것 같으면, 역시 다음에 올까?"
제 부모님에게 여자친구를 소개해주는 것은 보통 긴장되는 것이 아니었다. 어느 정도 긴장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만 막상 이 순간이 오니 심장이 터질 것 같아 혜성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자신도 이런데 아람은 어떻겠는가. 필시 엄청 긴장이 되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그녀를 빤히 바라보면서 답을 기다렸다.
혜성이 종종 이야기하고 했던 혜성이의 부모님을 만나는 것! 그 날이 바로 오늘이었다. 아람은 어떤 옷이 좋을까 고민하다가 역시 단정한 것이 좋을 것 같아서 남색의 겨울 원피스를 꺼내 입고 도톰한 코트를 입었다. 방한과 패션을 위한 목도리도 돌돌 감아맨 아람은 옆에서 혜성이 보기에도 살짝 긴장한 기운이 있기는 했을 것이었다.
“괜찮아! 너희 부모님이 나를 잡아먹는 것도 아니고. 그냥 내가 긴장하는 건 혹시나 잘못 보이면 어쩌나, 하는 것이니까. 그래도 내가 실수하면 혜성이 네가 잘 수습해줘야 해? 알겠지?”
아람은 옆에 서 있는 혜성의 손을 꼭 잡으려고 했을 것이었다. 믿는 것은 너밖에 없다며 혜성을 바라봤을 것이었고. 사실 실제로 그렇기도 했다. 조금 떨리긴 하지만 그렇게 못참을 정도라거나 하지는 않았다. 은근 아람은 담이 센 편이기도 했으니까.
아무리 봐도 살작 긴장한 것 같은데. 그렇게 생각하며 혜성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이대로 데리고 가도 되는 것일까. 역시 여기서 그만두는 것이 좋지 않을까. 그래도 꽤 사귀었으니, 슬슬 인사를 시켜도 좋을 것 같지만... 역시 이른거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그는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아람도 아람이지만 자신도 자신이었다. 고작, 소개 한 번 시켜주는 것 뿐인데... 왜 이리도 긴장이 되는 것인지.
"...뭐, 네가 잘못 보이고 그럴 일은 없을걸? 오히려... 요상하게 우리 부모님. 너 좋아하니 말이야."
봄에 받았던 그 영상을 본 것이 크긴 했지만, 그걸 떠나서도 이상하게 그의 부모님은 아람에 대한 감정이 좋았다. 혹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어디서 만나는 것은 아닐까 생각을 할 정도로. 이어 그는 자신의 손을 잡으려는 아람의 손을 역으로 꼬옥 잡았다.
"뭐, 그 점은 걱정하지 마. 남자친구잖아. 좋아. 들어가자."
침착하게 심호흡을 하며 그는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다. 집 안은 상당히 깨끗하고 깔끔하게 정돈이 되어있었다.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넓은 거실에는 하얀색 카펫이 깔려있었으며, 그 위에는 귤이 담겨있는 그릇이 놓인 작은 갈색 테이블이 있었다. 그리고 그 앞에는 진한 회색 소파가 있었고, 거기에는 혜성의 부모님이 앉아있었다.
어느 정도 나이가 있긴 했지만, 그래도 그렇게 나이가 많지 않아보였으며, 특히 혜성의 아버지는 혜성의 모습이 어느 정도 담겨있었다. 혜성이 나이를 먹으면 저런 느낌으로 성장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한편, 혜성의 어머니는 혜성의 눈매와 똑 닮은 눈매를 가지고 있었다. 편안하게 앉아있는 제 부모님의 모습을 바라보며 혜성은 입을 열었다.
"데려왔어요. 엄마. 아빠. ...음. 그러니까 아람아. 이쪽이 우리 엄마와 아빠야. ...뭐, 나쁜 분은 아니고, 딱히 잔소리하고 그런 분은 아니니까.. 걱정하진 말고."
"음. 그래. 네가 우리 혜성이의 여자친구...되는 애니?"
가장 먼저 관심을 보인 것은 바로 혜성의 어머니 쪽이었다. 환한 미소에 밝은 인상을 보이고 있는 그녀는 살며시 고개를 내리다 서로 잡고 있는 손으로 향했다. 이어 그녀는 어머어머 소리를 내면서 얄궂은 웃음소리를 냈다.
도대체 혜성의 부모님이 자신을 좋아할 이유가 어디에 있다는 말인가? 하지만 혜성도 그 이유를 모르는 것 같았기에 아람은 딱히 묻지는 않았다. 그래도 그 말에 조금은 맘이 놓였을지도.
아람은 혜성이 마주 꼭 잡아오는 모습에 작게 배시시 웃었다. 그리고 마음을 다잡고 혜성의 집 안으로 들어섰다. 깨끗하고 깔끔하게 정돈되어있는 집 안의 모습 그리고 그 안으로 들어서니 보이는 두 사람은 한눈에봐도 혜성의 어머니와 아버지였다. 특히 전체적인 부분은 아버지를 똑 닮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달까.
"안녕하세요. 문아람이라고 합니다."
아람은 꾸벅 인사를 했다가 혜성의 어머니가 한 장난스러운 말에 얼굴이 빨개지고 말았다. 그러다 슬쩍 손을 놓았을지도.
아람이 손을 슬쩍 놓자 혜성 역시 슬쩍 손을 놓았다. 그리고 제 어머니를 슬쩍 찌릿 바라봤다. 하필 저렇게 말을 할 것은 뭐람. 아람이 없었다면 톡 쏴서 뭐라고 이야기를 했겠지만, 차마 그러진 못하고 그는 입술만 삐쭉 내밀었다. 한편, 이어 입을 연 것은 다름 아닌 혜성의 아버지 쪽이었다.
"응. 그래. 어서 오거라. 네가 문아람.. 그러니까 혜성이 여자친구지? 전에 우리 혜성이가 영상을 하나 가져온 것이 있었는데 아주 잘 봤다. 지금도 가끔 보고 있단다. 재밌더구나."
그의 목소리는 상당히 자상한 느낌이었다. 허나, 그럼에도 어느 정도 목소리에 무게가 있었다. 밝고 다정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가볍지는 않은 어른의 목소리를 내는 그 모습을 보여주면서 그의 아버지는 천천히 아람에게 다가왔다. 그리고 싱긋 웃어보이더니 혜성을 손으로 가리키면서 이야기했다.
"얘가 일전에도 크리스마스 전에 얼마나 시간이 빨리 가는 것을 기다리던지. 하루종일 달력도 보고, 시계도 보고 그러길래 직접 꼭 보고 싶었는데... 이제야 이렇게 만나는구나."
"아빠!!"
이내 혜성의 얼굴이 새빨갛게 물들었다. 그리고 그는 다급하게 아람을 바라보면서 그 정도는 아니라고 이야기를 하면서 두 손을 휘저으면서 해명하듯 이야기했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두 사람은 웃음소리를 크게 냈다. 이어 그의 어머니가 아람에게 물었다.
"그래. 아람 학생. 우리 혜성이가 좀 피곤하게 하진 않니? 어릴 땐 안 그랬는데 언제부턴가 애가 틱틱이가 되어버려서 말이야. 혹시 사귀면서... 불편하게 했다거나, 피곤하게 했다거나 그런 것은 없었을지 모르겠구나."
“네에. 앗, 보셨다곤 들었는데....... 사실 조금 부끄러운 실력이라서요...... 감사합니다.”
아람은 민망한 듯 밖에서 들어와서 아직 차가운 손으로 발그레진 뺨에 손을 대며 식혔다. 확실히 연기를 배우면서 자신이 얼마나 모자랐는지 아직 얼마나 더 연습해야하는 지 알게 되어서 축제 때 자신있게 다른 애들에게 권했던 것보다는 지금은 자기객관화가 훨씬 잘 되어있는 상태였기에 더더욱 민망한 것이기도 했다.
그러다 혜성이 크리스마스를 기다렸다는 말이 나오자 아람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가 이내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 혜성의 해명도 마치 작은 꽁트 같은 느낌이었을가. 역시 혜성이를 놀리는 게 재밌다고 생각하는 건 자신만이 아닐지도 몰랐다.
겸손하게 대답한다고 생각했는지 혜성의 아버지는 허허 웃으면서 다시 한 번 그녀를 칭찬했다. 실제로 그때 본 영상은 그는 물론이고 혜성의 어머니 역시 재밌게 봤으며, 이후에도 한번씩 재밌게 보고 있었으니까. 물론 객관적으로는 실력이 부족할지도 모르지만, 그럼에도 그들은 그 정도로도 충분히 만족했다.
"...너어..."
이내 아람의 입에서 귀엽다는 말이 나오자 혜성은 얼굴이 새빨개져서는 아무런 말도 못하고 고개를 아래로 숙였다. 물론 그녀의 입에서 그런 말이 여러 번 나오긴 했지만, 부모님 앞에서 이런 말을 들으니 여건 부끄러운 것이 아닌 모양이었다. 고개를 들지 못하고 아래로 푹 숙이고 있는 제 아들을 바라보면서 그의 어머니는 호호 소리를 내면서 오른손으로 입을 가리고 웃었다.
"그래. 혜성이가 조금 귀여운 면이 있긴 하지. 그래도 우리 혜성이가 아람 학생 괴롭히거나, 힘들게 하면 꼭 나에게 말하고. 알았지? 아무튼, 혜성이가 언제부턴가... 여자친구가 생겼다고 하고 그 후로 묘하게 자꾸 신경을 쓰고 생각보다 잘해나가는 것 같아서... 어떤 이일지 꼭 만나고 싶었거든. 그런데 이렇게 직접 만나보니까 확실히 좋은 아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이 아줌마도 막 안심이 되네."
"음. 그래도 아직 고등학생이니까... 절도있게 사귀는 것은 있지 말고. 알았지? 혜성아."
"그, 그럴 생각이거든요?!"
무슨 당연한 소릴 하냐는 듯이, 헤성은 고개를 아래로 푹 숙인 상태에서 그렇게 따지듯이 이야기했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껄껄 웃던 혜성의 아버지는 아람을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우리 아들이 워낙 저런 느낌이라서... 가끔은 답답할 수도 있고, 싸울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나름 소중하게 키운 아들이야. 학생이니까 가볍게 사귀는 정도라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오래오래 둘이서 잘 사귀었으면 좋겠구나. 혹시나 도움이 필요하면 이 아저씨에게도 이야기하고. 얼마든지 도와줄테니까. 그래도 우리 아들 여자친구인데 힘 쓸 것은 써야지."
부끄러움에 할 수 있는 말은 감사의 말밖에 없었다. 앞으로 더 열심히 해야지, 하는 투지가 끓어오르는 것은 왜일까?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는 생각 때문일지도 모른다.
아람은 제 말에 새빨개지는 혜성을 보면서 작게 쿡쿡 웃었다. 조금 짖궂은 말이라고 생각했지만 여기는 그래도 혜성의 홈그라운드이니 괜찮다고 생각이 들기도 했다.
“네, 그럴게요.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헤헤 웃으면서 혜성이 어머니의 말에 답하다가 아저씨가 말하는 ‘절도있게 사귀는 것’이라는 것에 조금 고개를 갸웃했다. 사귀는 것은 사귀는 건데 절도있게 사귀는 것은 뭘까? 대략적으로 어렴풋이 어떤 느낌인지는 알겠는데 영 감이 잡히지는 않았다. 혜성은 무슨 말인지 알아들은 것 같지만.
“네, 하지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아요. 저희 아직 한 번도 안 싸웠거든요. 그치?”
아람은 혜성을 보며 말했다. 정말로 한 번도 안 싸우긴 했으니 사실은 사실이었다. 은근히 성격이 잘 맞는 편인 건가? 아니면 아직 싸울 일이 없었던 것일까?
여자친구 앞에서 이런저런 말을 하는 것이 보통 부끄러운 것이 아니었는지, 혜성은 고개를 아래로 푹 숙이고 좀처럼 고개를 들지 못했다. 제 자식을 살짝 낮추는 것은 모든 부모가 다 마찬가지가 아니었을까. 이어 혜성은 고개를 휙 들더니 두 사람을 찌릿 바라보는 눈빛으로 보면서 분명하게 이야기했다.
"아람이와 싸울 일이 있어도 금방 화해할거고, 괜히 감정 싸움은 안 할 거야. ...여, 여자친구니까."
"허허. 이 녀석 보게. 벌써부터 이런 말을 다 하네."
참 당돌하다는 듯이 혜성의 아버지는 껄껄 웃으면서 혜성을 빤히 바라봤다. 이내 그의 어머니가 자리에서 완전히 일어섰다. 그리고 부엌을 바라보더니 시간을 확인했다.
"어머. 내 정신 좀 봐. 혜성이 여자친구 오면, 밥 좀 먹이려고 이것저것 준비하고 있었는데. 아직 다 하려면 조금 시간이 필요하고... 여보. 좀 도와줄 수 있지?"
"응. 도와줘야지. 자. 그럼 귀여운 우리 아들과 여자친구는 혜성이 방에 가서 좀 쉬고 있으렴. 다 끝나면 부를테니까."
이어 혜성의 아버지 역시 부엌으로 천천히 향했다. 아무래도 오늘 한 끼를 확실하게 먹이려고 작정을 하고 있었던 것이 아니었을까. 그 모습을 바라보며 혜성은 한숨을 내쉬면서 아람을 바라봤다.
아람이 자신에게 귓속말을 소근거리자 혜성은 마찬가지로 소근거리는 목소리를 내면서 툴툴거렸다. 하지만 싫은 것은 아니었는지, 헤성의 불평은 딱 거기서 끝을 맺었다. 그래도 부모님인데 어떻게 안 좋은 말을 하겠는가. 애초에 누가 잘못한 사안도 아니었고. 어쨌든 헤성은 천천히 발걸음을 옮겨 하얀색 문을 열어 자신의 방으로 들어섰다.
그의 방 안은 상당히 깔끔하게 정돈되어있었다. 참고서나 여러 책들이 꽂혀있는 책꽂이부터 시작해서, 전기 스탠드와 아람과 함께 찍은 사진이 담겨있는 작은 탁상액자, 장식처럼 놓여있는 여러 인형, 그리고 하얀색 노트북이 놓여있는 책상. 방 한쪽에 있는 옷장과, 옷걸이. 그리고 푸른색 이불이 곱게 깔려있는 침대까지. 그야말로 고등학생이 사용할법한 방이 그곳에 있었다. 순간 혜성은 움찔하더니 재빠르게 제 책상으로 다가가 탁상액자를 덮으려고 했다. 하지만 아마 아람의 눈에는 거기에 뭐가 담겨있었는지 보이지 않았을까?
"이, 이건... 신경쓰지마! 신경쓰지마! 아무것도 아니니까! ...아니아니아니. 아무것도 아닌 것은 아니고... 아, 아무튼 그, 그런 거니까!"
상당히 당황했는지 얼굴을 붉히면서 목소리까지 더듬는 것도 모자라서 그 속도도 상당히 빨랐다. 이어 그는 작게 혀를 차더니, 일단 방 한가운데로 간 후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너, 너무 둘러보진 말고. 딱히 네가 흥미가질만한 그런 것은 없거든? ...치,침대 아래에 뭐 숨겨놓고 그런 것도 없어."
아람은 혜성의 툴툴거림에 쿡쿡 웃었다. 혜성의 방 안에 들어서자 전체적으로 깔끔한 느낌의 방이 나왔다. 나 온다고 청소를 해둔 걸까 아니면 원래 이렇게 깔끔하게 방을 쓰는 걸까. 혜성의 원래 성격을 생각하면 후자이지 않을까 생각을 했다. 그리고 아람이 책상 위의 액자에 눈길을 주자 혜성이 그것을 탁 덮었다. 하지만 이미 봤는걸?
"뭐야~ 내 사진 보면서 공부했어? 같은 대학 가려구?"
기특해. 기특해. 그런 장난스러운 말을 덧붙이며 아람은 혜성이 덮어두고 간 액자를 다시 책상 위에 올려둔다. 혜성이 자신의 사진을 찍을 때 가끔 같이 사진을 찍기도 했는데 그런 사진이려나. 아람은 같이 찍은 사진을 보며 빙그레 웃는다.
"그런 말을 하면 침대 밑부터 보고 싶어지는데?"
아람은 장난스럽게 웃으면서 다음에는 인형들에 관심을 보였다. 전에 나눠 가졌던 내 인형은 어디에 있으려나~ 참고로 혜성이 인형은 자신의 침대 맡에 두었다. 고양이 인형과 함께 말이다.
"누, 누가 네 사진을 보면서 공부했다는거야?! 그냥 사진이니까 꽂아둔거고, 내 사진이니까 어디에 두건 내 맘이잖아. ...같은 대학은 갈 거지만..."
아람의 장난스러운 말에 혜성은 순간 발끈해서 그렇게 따지듯이 이야기했다. 허나 뒷부분의 목소리는 살며시 기어들어가는 상태였다. 괜히 아랫입술을 약하게 깨물면서 그는 고개를 홱 옆으로 돌렸다. 그러다가 순간 보이는 그녀가 다시 액자를 올리는 모습. 그 모습에 혜성은 끄응...소리를 내면서 일단 그 자리에 있었다. 자리에서 일어나서 또 액자를 덮어봐야 또 올릴테니까. 하지 말라고 해도 왜? 라고 할 것 같았기에 더더욱.
"보고 싶으면 보던지. 진짜 아무 것도 없거든?"
그말대로 혜성의 침대 아래는 그야말로 텅텅 비어있었다. 물론 가끔 잡동사니들이 그 안에 들어가는 일은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바로 어제 싹 청소를 해뒀기 때문에 그의 책상 아래는 그야말로 깨끗함 그 자체였다. 한편 인형을 살펴보던 아람의 눈에는 아람의 인형이 바로 딱 중간에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을 것이다. 책상에 앉았을 때 정면으로 보이는 위치. 딱 그곳에 자리를 잡은 인형은 환하게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래도 다행이긴 하네. 네가 생각보다 거부감이 없어서 말이야. ...그... 뭐냐. 보통 남자친구 부모님을 만나면 거부감 느끼는 일도 많다고 하잖아. 무슨 결혼...하는 거냐고 하면서 말이야."
아닌가?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살며시 고개를 갸웃했다. 사실 모든 케이스를 아람에게 적용할 순 없겠지만, 그래도 그런 것을 들은 기억이 있었기에 그는 굳이 그렇게 언급하며 아람을 빤히 바라봤다.
반박하지 않고 웃는 그 모습에 혜성은 입술만 살짝 삐쭉 내밀었다. 물론 이내 그 입술은 다시 안으로 쏙 들어갔지만. 알면서 저렇게 굳이 묻는 것인지, 아니면 몰라서, 정말로 궁금해서 묻는 것인지. 어느 쪽이건 너무나 짓궂었다. 언제 한 번 당황시켜보고 싶지만 그게 쉽지가 않다는 것이 문제였다. 물론 아람의 약점 정도는 어느 정도 알고 있긴 했지만 그건 어떻게 보면 자신의 약점이기도 했으니까.
"나도 그렇게 생각하지만 애들 중에서는 그렇게 생각하는 이들도 있다는거야."
애인을 보는 것은 좋지만, 애인의 부모님을 만나는 것은 무슨 상견례하는 것 같다고 부담스러워하는 이도 있었으니까. 적어도 아람은 그런 쪽은 아닌 것일까.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곧 이어지는 아람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아람이네 어머니는 남자친구가 있는 줄 모른다. 그에 그는 순간 가만히 침묵을 지켰다. 혹시나 하는 생각이 살짝 들었기에...
"....집에서 연애 반대해?"
아니기를 바라지만 가능성은 충분히 있었다. 뭔가 지금까지 들은 아람의 어머니의 이미지를 들어보면 더더욱. 괜히 침을 꿀꺽 삼키면서 그는 가만히 아람의 대답을 기다렸다. 그 짧은 시간이 혜성에게 있어선 상당히 길게 느껴졌다.
"...반대하면... 어떻게 해야 해? 나..."
/나도 답레와 함께 갱신이야! 오늘 하루도 수고 많았어! 아람주!! 어쩌면 아직 근무중일지도 모르지만...어쨌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