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자신을 칭해서 한 말은 아닐지도 모르지만 혜성은 굳이 그렇게 이야기했다. 대충 어떤 의미인지는 짐작할 수 있었으니까. 그래도 내심 자신의 비중이 조금은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으나 그 사실을 당당하게 말하진 못하고 대충 그렇게 얼버무리며 그는 입을 꾹 다물었다. 당당하게 내 덕이 컸지? 라고 말하기엔 그는 그다지 뻔뻔하지 못했다.
자신이 추천했던 모자를 사야겠다고 하는 말에 혜성은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그러던 와중 그녀가 반격하듯이 비밀이 잘 지켜지지 않았다는 말을 하자 혜성은 입을 꾹 다물었다. 그리고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며 중얼거리듯 이야기했다.
"그야 누구 씨는 당연히 알겠지."
그 누구 씨가 누구인지 명확하게 밝히는 것과 마찬가지인 말. 그 말을 조용히 남기며 혜성은 아람이 모자를 계산하는 것을 기다렸다. 그러다 그녀가 모자 계산을 끝내자 잠시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러다 아람을 바라보면서 이야기했다.
"좀 더 볼 거야? 여기?"
좀 더 보고 싶다면 봐도 상관없지만, 볼 것이 없으면 이만 나가자는 의미를 담아 혜성은 그렇게 이야기를 하며 가만히 아람을 바라보며 답을 기다렸다. 어느 쪽이더라도 혜성은 군말을 하거나 하진 않았을 것이다.
/.....흑흑...나 어릴 땐 이 정도로 춥진 않았던 것 같은데! 물론 그때도 춥긴 했지만 말이야. 그리고..지역마다 다를 수도 있으니까! 내가 사는 곳은 더울 땐 엄청 덥고 추울 땐 엄청 추운 곳이라서...ㅋㅋㅋㅋ큐ㅠㅠㅠㅠ 그래서 그런 모습이 있었던 것일지도 몰라!
절대로 그런 것이 아니라는 듯이 혜성은 괜히 툴툴거리면서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일단 저렇게 말하니까 자신이 영향을 끼친 것도 있다는 것이겠지. 그렇게 생각하니 절로 웃음이 터져나올 것 같아 혜성은 입꼬리에 힘을 꽉 줬다. 옆에서 보면 대체 왜 저렇게 애쓰나 싶을 정도로의 그의 입꼬리는 보기 좋게 크게 흔들리고 있었다.
한편, 아람이 다른 사람들도 다 알지 않겠냐는 말에 혜성은 입을 꾹 다물었다. 그리고 얼굴을 붉히면서 옆으로 시선을 회피했다. 역시 이런 말은 하는 것이 아니었나. 뭔가 신이 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혜성은 아람을 힐끗 바라보다 홱 눈을 다시 옆으로 돌렸다. 귀엽긴 한데 조금은 얄미웠고, 그러면서도 사랑스러웠다. 참 복합적인 심정만 계속 들어 그는 괜히 뚱한 표정을 짓다가 고개를 이내 도리도리 저었다. 너무 깊게 생각하지 말고 그냥 귀엽다는 것으로 결론을 내리기로 하며.
이어 아람이 계산을 마치자 혜성은 자신의 몫인 빨간색 빵모자를 챙겼다. 이것을 쓸까, 말까 고민했지만 지금은 쓰지 않으며 혜성은 그저 그 모자를 떨어뜨리지 않게 잘 챙겨들 뿐이었다. 그러다 아람의 물음에 그는 잠시 생각하는 모습을 보였다.
"...굳이 공부하러 가야 해? 오늘?"
물론 공부를 해야 하는 것은 사실이었다. 기말고사가 다가오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래도 이렇게 데이트를 하는데 굳이 공부를 해야하냐는 의미를 담아 그렇게 이야기를 하며 혜성은 잠시 침묵을 지키다가 입을 열었다.
"뭐, 꼭 그렇다는 것은 아니긴 한데... 혹시 알아? 데이트...조금 더 해주면, 남자친구 성적이 확 오를지. ...뭐, 검토한 적은 없으니까 근거나 데이터는 없지만."
공부보단 데이트를 하고 싶다는 의미를 담아 정말로 간접적으로 그렇게 이야기를 하며 그는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허나 그러면서도 눈동자는 데굴 굴려 아람을 가만히 주시했다.
/아앗..부럽다. 평범한 곳이 어디야!! 그런 곳이 얼마나 좋은데! 여긴..여름만 되면 죽겠다..흑흑... 올 여름도..(주륵) 그리고 아람주도 마찬가지로 하루 수고했어!!
자신의 물음에 무슨 소리냐는 듯이 아람이 눈을 동그랗게 뜨자 혜성은 속으로 '아. 안되나.' 라고 중얼거렸다. 하기사 시험이 코앞인데 공부를 어떻게 안한단 말인가. 어쨌건 학생에게 있어서 성적은 매우 중요한 요소 중 하나였다. 성적이 나쁘면 좋은 대학을 갈 수도 없고, 여러모로 제약이 생길 수밖에 없었으니까.
하지만 곧 아람이 웃음을 터트리며 포장마차에서 떡볶이와 오뎅을 먹고 가지 않겠냐는 제안을 하자 혜성은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오뎅국물? 확실히 겨울에는 오뎅국물이 최고긴 하지. 좋아. 뭐, 네가 먹고 싶다고 하니까."
언제나처럼 적당히 구실을 만들면서 혜성은 괜히 미소를 지었다. 아람과 데이트를 좀 더 이어갈 수 있다는 것이 그리도 기분이 좋은 것일까. 이어 맞잡은 손을 아람이 흔들자 혜성 역시 그에 맞춰서 흔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와는 별개로 공부는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깨달으며 그는 괜히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입시가 빨리 다 끝났으면 좋겠어. 아직 시작도 안했는데 왜 1년 뒤가 이렇게 아득하게 느껴지는걸까. 진짜 고3 겨울방학이 오긴 오는 것일지도 궁금해지네."
하지만 아람과 함께라면 그 길고 긴 순간도 어느 순간 훅 지나가게 될까. 일단 발걸음을 천천히 움직이며 혜성은 아람을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한번만 말할 거니까 제대로 들어. 재방송 안할 거니까. 그러니까 말이지. 음."
이어 혜성은 뭔가를 말하려는 것처럼 괜히 뜸을 들이기 시작했다. 허나, 그렇게 오래 시간을 끌 생각은 없다는 듯이 그는 이어 아람에게 이야기했다.
"...네가 쭉 옆에 있어준다면 힘낼 수 있을 것 같아. 고3생활도. ...아니. 뭐, 그렇다고 공부 시간 줄이고 만나자는 것은 아니고... 대, 대충 무슨 의미인진 알지?! 그럼 그 뜻으로 알아들어. 알았지?"
/ㅋㅋㅋㅋㅋㅋ.... 괜찮아. 이제 익숙해졌어. 정말 어느 순간부터 여기가 확 더워져서 날씨가 대체 왜 이러나 싶을 정도라니까. 추위도 마찬가지고..올해도 역대급 추위라는데..과연 어떻게 될런지. 일단 두고봐야 알겠지만!
솔직히 이런 말을 하는 것에 익숙해지려고 노력을 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쉽게 익숙해지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혜성은 어떻게든 표현하려고 했다. 아람이 자신에게 솔직하게 표현하는만큼, 자신도 솔직하게 포현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역시 쉬운 일이 아니었다. 자신의 성격이 성격이라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그냥 생각보다 자신이 부끄러움이 많은 것 뿐인지. 그것도 아니면 둘 다인지. 그렇기에 방금 한 말도 그로서는 꽤나 용기를 쥐어짜내서 한 말이었다. 애써 부끄러움에 눈을 돌리고, 애써 덤덤한 척하고.
이내 아람의 배시시 웃는 모습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자신의 손을 꼬옥 잡으며 오래오래 같이 있자는 말에 혜성은 고개를 천천히 위아래로 끄덕였다. 물론 그 오래오래가 얼마나 갈지는 알 수 없었다. 물론 오래가면 좋기야 하겠지만, 매사 항상 그렇게 좋게 이어지는 일은 없다고 하지 않는가. 당장 고등학교때 사귄 커플이 결혼까지 가는 일은 잘 없다는 말도 있고. 하지만 혜성은 그런 사실들을 지금은 다 부정하고 싶었다. 자신과 아람이라면... 어쩌면 정말로 오래오래 갈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넌지시 그녀에게 물었다.
"...네가 말하는 오래오래는 언제까지야?"
물론 답을 하지 않아도 상관없었으나, 그럼에도 혹시 답해주지 않을까 나름대로 기대를 하며 혜성은 귀를 쫑긋 세웠다. 그러다 가게 밖으로 완전히 나오자 차가운 바람이 불기 시작했고 혜성은 가만히 모자를 바라보다가 손으로 가리켰다.
"춥지 않아? 어서 모자라도 써. 그 귀 막아주는 모자 말이야."
빵모자도 나름 따뜻하긴 했으나 귀를 가릴 수는 없었기에 따뜻함으로 비교를 하자면 당연히 귀를 막아주는 그 모자가 최고였다. 그렇게 이야기를 하면서 혜성은 다시 천천히 앞으로 걸어갔다. 날씨가 춥기도 하고, 아람이 추위를 타기도 하니 빠르게 이동해서 따뜻한 곳으로 들어가기 위함이었다.
"일단 포장마차에 빨리 가자. 너무 추우면 이야기하고. ....그.. 뭐냐. 전용석 지금 비어있으니 말이야."
/.....8ㅁ8 나도 추운 거 별로 안 좋아해! 물론 그렇다고 추위 막 타고 그런 것은 아니지만.. 언제부턴가 추운 것이 아니라 아파졌어. 겨울이.. 대체 어쩌다가 이렇게 된거지. 이게 지구 온난화의 위력인가! (맞음) ㅋㅋㅋㅋㅋ 맞아. 이제 슬슬 단풍이 물들 시기지. 정작 내가 사는 곳은 아직 단풍이 물들지 않았어. 그래도 10월달이 되면 물들테니까 그 시기만 기다리는 중이야!
아람은 혜성이 말하는 뜻이 이런 것이 아님을 알았음에도 그렇게 대답했다. 하지만 이것도 답변이 되지 않았을까? 동화에 나오는 오래오래는 결혼을 의미하는 경우가 많았으니까. 하지만 그런 것을 입밖에 내기에는 자신이나 혜성이나 너무 어렸고 철없는 약속이 될 것 같아 싫었다. 앞으로 상황이 어떻게 될 지 모르는 상태에서 지키지도 못할 약속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응. 그래야겠어.”
하고 아람은 모자를 썼다. “따뜻하다.” 한층 나아졌다는 듯 표정이 방금보다는 좋아졌다. 물론 추운 것은 크게 변하지 않았지만. 아람은 혜성을 따라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
“응, 너무 추우면 꼭 이야기할게.”
아람은 작게 웃음을 흘렸다. 물론 꼭 껴안고 걸으면 좋겠지만 일단 빨리 포장마차 안으로 들어가고 싶었기에 꾹 참았다. 이런 말도 곧잘 하고 혜성을 처음 사귀었을 때를 생각하면 장족의 발전이 아닐까 생각해버린다. 물론 예전에도 귀엽고 지금도 귀엽지만!
/좋은 아침!!!! 오늘도 하루 힘내기야~~ 나는 어제 야간근무여서 오늘은 푹 쉴 예정~!!! 지구 온난화.....(흐릿) 길가에 단풍은 아직 멀었다 싶은데 은근 산은 단풍이 빨리 오는 것 같기도 하고 그렇더라구~~!!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다의 오래오래. 그야말로 끝없이 계속 쭉 이어지는 상황을 의미하는 단어였다. 생각보다 아람은 길게 보고 있는 것일까. 그렇다면 자신은 어떤가. 그 답을 내기에는 아직 자신은 많이 어렸다. 당장 1년 뒤, 10년 뒤의 미래도 모르는데 그 이후를 어떻게 알 수 있겠는가. 그렇기에 혜성은 굳이 그 이상 무슨 말을 더 하진 않았다. 지금은 그냥 이대로, 이 상태를 이어가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며 그저 입꼬리만 살짝 올릴 뿐이었다.
아람이 모자를 쓰고 따뜻해하자 혜성은 괜히 기분 좋게 웃으면서 다행이라고 이야기했다. 기껏 모자를 샀는데 아무런 쓸모도 없다면 그야말로 돈 낭비가 아니겠는가. 적어도 아람의 귀는 따뜻할 거라고 믿으며 그는 다시 앞을 바라봤다. 추우면 꼭 이야기하겠다는 말에 그는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고 조금 더 빠르게 발걸음을 옮겼다. 아람이 추워할 것이 뻔하니, 조금 더 빠르게 가기 위함이었다.
그러다가 저 편에 보이는 포장마차의 모습에 그는 그 방향을 손으로 가리켰다.
"저기 맞지? 빨리 들어가자. 누구누구 씨 감기 걸릴라."
예전처럼. 장난스럽게 피식 웃으면서 그는 그녀를 포장마차 안으로 데리고 들어가려고 했다. 아마 안은 나름 한적하지 않았을까. 아직 사람이 몰릴만한 시간은 아니었으니까.
/좋아. 나는 이제 하루가 끝났다! 요즘 어려운 업무를 맡게 되어서 굉장히 머리가 아프지만...어떻게든 되겠지! 후후..(주룩) 그것도 아마 지역마다 다를거야. 여기는 산이 많지만... 딱히 단풍이 아직 보이거나 하진 않거든. 이러다가 어느 순간 확 물들겠지만 말이야! 아무튼 오늘은 푹 쉬는구나!! 다행이다! 아람주!
저녁은 맛있게 먹었지! 아람주는 여러모로 많이 바쁘게 보내는 것 같아서 늘 걱정이야. 몸 관리 잘하고.. 이제 날씨 추워질테니까 따뜻하게 입고 감기도 걸리지 않게 조심하는거야! 아무튼 답레는 정말로 천천히 느긋하게 써도 괜찮아! 사실 일단 가장 중요한 모자 사기는 끝났으니까 저것을 막레로 받아도 괜찮고! 그건 그렇고 출근이라니..아이고..오늘도 화이팅이야!
웅 그래서 그런지 목이 따끔거리고 머리가 아픈게 최근 감기기운이 있더라구 ㅋㅋㅋㅋ큐ㅠㅠㅠ 그래도 죽을 정도는 아니니 괜찮아() 하지만 둘이 더 노는 모습 보고 싶기 때문에 답레는 천천히 이어오는 걸로 할게! 오늘 이을수도 있기 그렇다~~! 점점 작중 배경하고 현실 배경하고 맞아가는 건가 그래서 점점 추워지는 건가...! 혜성주도 오늘 하루 화이팅해!!
포장마차 안은 생각보다 훈기가 감돌고 따스했다. 당연하다면 당연했다. 포장마차마저도 춥다면 어떻게 사람이 오겠는가. 이 훈기가 따스하고 기분이 좋다고 생각하며 혜성은 살며시 자리를 잡고 앉았다. 아람이 떡볶이 1인분을 부탁하자 혜성은 자연히 아람이 그러는 것처럼 오뎅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따스한 국물이 있고 이런저런 다양한 종류의 오뎅이 있는 것을 확인하며 그는 뭘 먹을지 잠시 고민했다.
아람의 물음이 들려오는 것은 바로 그때였다. 그녀의 물음에 그는 잠시 생각하다가 꼬불꼬불한 오뎅을 바라보면서 그것을 손으로 가리켰다.
"나도 이거 좋아해. 아니. 뭐, 네가 골라서 나도 이거 좋다고 하는 것은 아니고... 그냥 우리 취향이 비슷하네."
괜히 기분이 좋았는지 그는 피식 웃으며 마찬가지로 오뎅을 집어들었다. 그리고 근처에 있는 간장에 살며시 담근 후에 다시 꺼내면서 입에 집어넣었다. 적당히 잘 익기도 하고, 꼬불거리는 탄력의 맛이 또 굉장히 좋아 그는 괜히 감탄사를 내뱉었다. 이어 그는 근처에 있는 종이컵 두 개를 챙긴 후, 어묵 국물을 받을 수 있는 꼭지를 열어 한가득 어묵 국물을 받았다. 그리고 아람에게 그걸 내밀었다.
"먹어봐. 따스해서 맛있을 것 같은데."
감기 걸리면 공부도 못 해. 그렇게 이야기를 하며 그는 피식 웃었다. 역시 공부하는 것보단 그녀와 이렇게 시간을 보내는 것이 그에게 있어선 행복인 모양이었다.
떡볶이가 이내 접시에 담겨 놓여졌고 그는 그 떡볶이를 손으로 가리키며 먹자고 이어 이야기했다.
/감기 기운이라니! 감기 기운이라니! 8ㅁ8 코로나는 아니지? 아직 코로나 걸리는 사람은 걸린다던데! 아이고.. 그래도 심하진 않은 것 같아서 다행이야. 음. 그렇다면 나도 계속 잇도록 하겠어! 나도 혜성이와 아람이가 꽁냥거리는 것은 너무 보기 좋으니 말이야. 역시 둘이 결혼해라. 행복하게 살아라. 2세 낳을진 모르겠지만, 아람이가 낳고 싶다면 낳아라!
확실히...ㅋㅋㅋㅋㅋ 배경이 겨울이고 지금 현실도 겨울이 다가오고 있으니 말이야. 어쩌다보니 싱크로가 되어가는 것 같네!
아람은 혜성이 같은 오뎅을 고르자 작게 키득거리며 웃었다. 별것 아닌데도 그냥 같은 것을 고른 것이 좋게 느껴지는 탓이었다. 만약 달랐더라도 이런 점이 달라서 재밌다고 생각했을 테니 중요한 건 선택이 아니라 상대방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아람도 뜨거운 오뎅을 호호 불었다가 간장에 찍어서 먹었다. 왠지 배가 고팠던 것인지 금방 하나를 다 먹었다. 그러는 사이에 혜성이 오뎅국물을 가져왔고 아람은 입 안에 볼이 볼록하게 든 오뎅을 천천히 씹어 삼키며 그 컵을 받았다. 마지막까지 꿀꺽 삼키고는 호로록 국물을 마셨다.
"맛있다. 추워서 그런가. 아니면 오랜만이라 그런가. 역시 딱 먹고 싶을 때 먹는게 제일 맛있더라."
아림은 오뎅국물을 한 번 더 후후 불어 호로록 마시고는 말했다.
"맞아. 감기 진짜 조심해야해. 아프면 답도 없어~"
아람은 작게 웃었다. 특히 아람은 늘 감기를 조심했는데 집에 거의 혼자 살다 시피하다보니 더더욱 그랬다. 어머니께 어리광 부릴 성격도 아니었으니까.
아람은 떡볶이도 하나 먹고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와, 맛있다. 하고 말했다. 그리고 혜성에게도 얼른 먹어보라며 재촉했고.
/심하지 않으니 괜찮아! 코로나는 검사 안해봐서 모르겠는데 열이 나는 건 아니니까 이니치않을까?? 혜성아람 오래오래 가즈아ㅏㅏ 혜성아람2세?! 뭔가 아직까진 막 상상이 안간다 ㅋㅋㅋ 둘이 너무 애기같아서 그런가! 아직 겨울이 한참 멀었지만 한참.... 멀길 바랄 뿐인가.... 요짐 날씨가 넘 이상하다보니 말 꺼내기가 무섭군 ㅋㅋㅋ
아람이 국물을 받는 것을 확인하며 혜성은 그제야 자신의 국물을 챙겼다. 따끈따끈한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것이 상당히 따스했고 괜히 입김을 후- 후- 불게 만들고 있었다. 어느 정도 열기를 식힌 후, 그는 천천히 국물을 마셨다. 따뜻하면서도 구수한 맛. 오뎅 국물 특유의 그 진함이 제대로 느껴졌고 그는 반 정도 마신 후에 일단 컵을 내려놓았다. 한번에 다 마실 생각은 없다는 듯이.
"둘 다일지도 모르지. ...그러니까 공부하기 전에 이렇게 시간 보내면 좋잖아. 따스하게 어묵 국물도 먹고 말이야. ...뭐, 김에 배도 채우고."
괜히 작게 툴툴거리는 목소리를 내며 혜성은 입가를 근처에 있는 티슈를 이용해 닦았다. 그리고 아람에게 새 티슈를 내밀었다. 입을 닦을거면 쓰라는 듯이.
"걸리면 전화해. ...뭐, 집에는 못 들어가더라도 죽 정도는 내가 가져다줄테니까. 남자친구가 그 정도는 해야지."
봄에 감기에 걸렸던 그녀를 떠올리며 그는 괜히 그렇게 말하며 피식 웃었다. 이어 아람이 떡볶이를 먹고 맛있다고 이야기를 하며 자신에게 권하자 그는 그제야 떡볶이를 집어서 입에 넣었다. 쫀득한 떡, 그리고 적절하게 매운 맛과 단 맛이 섞여있는 양념. 포장마차에서 파는 떡볶이치고는 상당히 맛이 좋아 그의 눈 역시 동그랗게 변했다.
"뭐야. 이거. 굉장히 맛있네? 아람아. 앞으로 배고플 땐 여기 와서 먹을까? 근처에서 공부할 때라던가 말이야. ...아니. 뭐, 꼭 그러자는 것은 아니고 내키면이야. 내키면. 나는 딱히 꼭 안 와도 상관은 없으니까."
말을 마친 그는 괜히 무안했는지, 또 떡을 하나 집어서 양념을 듬뿍 바른 후에 입에 넣었다. 역시나 맛이 상당히 좋았기에 그는 절로 고개를 천천히 위아래로 끄덕였다.
"나름 떡볶이는 많이 먹는다고 생각했는데, 여기만큼 맛있는 곳도 드물거든. 뭐지. 이거 비법이 뭐지."
안 그래도 그는 떡볶이를 좋아했고 가끔 만들어서 먹기도 했다. 그런만큼 상당히 흥미가 가고 호기심이 들었는지, 그는 접시에 구멍일 날 정도로 정마롤 빤히 떡볶이를 바라봤다.
/ㅋㅋㅋㅋㅋㅋㅋ 시트에도 있지만 혜성이는 떡볶이 매니아지! 결국 스위치가 눌려버렸고! 아무튼 심하지 않다고 하니 다행이야! 그래도 한 번 간이 검사라도 해보는 것을 추천할게! 우리 어머니도 걸렸을 때 딱히 열은 안 났었거든. ㅋㅋㅋㅋㅋ 아직 애기지. 둘 다. 고등학교 2학년인걸! 결혼이나 2세나 아직 한참 뒤의 일이라고 생각해! 맞아. 요즘 갑자기 추워지고 있지. 올해 여름이 상당히 더웠으니 그 반동으로 엄청 추워지는 것일지도 몰라. (죽은 눈)
공부하러 가야한다는 그 말에 혜성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작게 투덜거렸지만 그래도 고개를 끄덕였다. 어쨌건 공부를 해야 하는 것은 사실이었으니까. 아람이 어느 정도 양보를 해줬으니 자신도 어느 정도 양보를 해야만 했다. 이렇게 보니 정말로 공부를 잘할만 하다고 생각하며 혜성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그러다 들려오는 든든하다는 말. 혜성은 그에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살며시 얼굴을 붉히며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 지금 얼굴을 보이기엔 너무 부끄러운 탓이었다. 물론 아람의 눈에는 다 보였을지도 모르지만, 그럼에도 나름대로 최대한 하고자 하는 작은 저항이었다. 하지만 이내 표정을 풀면서 그는 다시 시선을 정면으로 향했다. 떡볶이를 먹으러 와서 계속 시선을 돌릴 수도 없을테니까.
"약속이야! 약속한거다! 알았지?! 아.. 어흠. 쿨럭. 쿨럭."
자주 오자고 하는 그 말에 혜성은 자신도 모르게 살짝 신이 난 목소리로 그렇게 이야기를 하다가 순간 움찔했다. 그리고 살며시 고개를 옆으로 돌린 후에 오른손으로 입을 막으면서 헛기침을 했다. 자신도 모르게 너무 흥분했다고 생각한 탓이었을까.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안 그래도 그는 떡볶이를 좋아하는데 맛도 좋고, 이곳에 여자친구와 자주 온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안 좋을래야 안 좋을 수 없는 탓이었다.
한편 비법을 알기 위해 떡볶이를 조금 더 먹는 것이 좋을까. 그렇게 생각하려는 찰나, 아람이 비법을 묻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목소리에 혜성이는 깜짝 놀라 아람과 아주머니를 번갈아 바라봤다. 그러다가 매실 액기스라는 단어가 나오자 그는 절로 오. 소리를 냈다. 물론 액기스라고 해서 다 같은 액기스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 힌트를 얻은 것이 아니겠는가. 그러다가 아람이 자신의 귓가에 소근소근 이야기를 하자 혜성은 아람 쪽으로 눈빛을 살짝 돌렸다. 이어 혜성은 아람의 귓가에 속삭였다.
"만들어볼테니까... 뭐, 맛보기 요원이라도 좋다면 찾아오던지."
결국엔 그녀에게 먹여주고 싶다는 말을 하고 싶었으나 혜성은 언제나처럼 말을 살며시 돌렸다. 하지만 그 진의는 절대로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진심이었다. 아람도 떡볶이를 좋아하는 것 같으니. 물론 자신만큼은 아닐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좋아하는 것 같으니 한번 대접해주고 싶다고 그는 생각했다. 그 마음을 담아 반드시 이와 비슷한 떡볶이를 만들겠다는 생각으로 그는 이번엔 양념만 살짝 입에 담았다. 적절한 매운 맛, 적절한 단 맛. 조금 더 연구가 필요하겠다고 생각하며 그는 차후에도 이 떡볶이를 자주 먹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고 보니 아람아. 넌 어느 대학에 갈 거야?"
/아람이야말로 귀여움의 대명사다! 귀여운 소악마 아이! 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워! ㅋㅋㅋㅋㅋㅋㅋ 오케이! 꼭 심해진다 싶으면 하는 거야! 요즘은 코로나 아닌 줄 알았는데 걸렸다는 이들도 많으니까! 물론 아람주는 아닌 것 같긴 하지만! 맞아. 겨울 추위. 정말로 싫어. 하지만 더위보다는 나은 것 같기도 하고... 뭔가 중간만 갔으면 좋겠는데 올해도 극단적이 될 삘이라서 두려워.
아람은 같이 오자는 말에 혜성이 좋아하다가 이내 표정관리를 하는 것을 보고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 "응응. 약속이야." 물론 혜성은 민망해하는 것 같지만 그런 모습도 너무 귀여운 것을 보면 정말 혜성을 많이 좋아하는 모양이다.
아람은 나름 비법을 알아낸 것에 뿌듯했는데 혜성이 귀에 소근소근 이야기하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정말? 꼭이야? 약속하는거야?"
아람은 진짜 좋다는 듯이 혜성을 바라봤다. 왠지 기대되기도 하고. 그러고보니 지난번에 혜성이 도시락도 싸오고 하지 않았던가. 아람은 자신이 잘 하지 못하는 것을 해내는 혜성이 멋있다고 생각했다. 요리라던가 사진 촬영이라던가. 아람은 떡볶이를 한 입 더 먹다가 혜성의 물음에 답했다.
"대학? 일단...... 수도권 대학 쪽으로 생각하고 있는데 아무래도 연극영화과는 실기를 보니까 사실 잘 모르겠어. 성적으로만 가면 좀 확실할텐데 연기를 배운지는 그리 얼마 안되기도 했고."
대신 어머니의 도움을 받아 좋은 학원에서 좋은 교육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은 큰 혜택이기는 했다. 물론 공부도 중요하니 이제까지 공부해 온것이 헛일은 아니니 다행이기도하고.
"너는?"
아람은 혜성도 어떤 생각이 있어서 물은 것인가 싶어서 혜성에게 되물었다. 물으면서도 같은 대학에 가면 좋겠다, 생각하기도 했고. 이무래도 대학이라는 게 지역이 떨어질수도 있다보니 말이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 약속이라고 이야기하는 아람의 목소리에 혜성은 당연한 거 아니겠냐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와 동시에 오늘부터 떡볶이 만들기 연습을 좀 더 해야겠다고 그는 생각했다. 물론 지금도 자신이 있었으나, 이 떡볶이에는 이길 수 없었다. 완전히 똑같지는 않더라도 어느 정도 비슷하게는 만들어야 남자친구 체면이 서지 않겠는가. 그렇기에 그는 오늘 집에 들어갈 때 떡볶이 재료를 좀 많이 사서 가야겠다고 다짐했다. 매일매일 만들진 않더라도 한번씩은 만드는 것이 좋을테니까.
한편 아람이 자신의 물음에 대답하자 혜성은 살며시 머리를 굴렸다. 정확하게 어디로 갈진 안 정했다는 것일까. 하지만 한가지 확실한 것은 아람은 수도권 대학으로 가려고 생각중이라는 것이었다. 이어 자연스럽게 자신에게 물음이 들어오자 혜성은 일부러 생각하는 척을 했다. 그리고 아람에게 이야기했다.
"나도 일단은 수도권에 있는 대학교. ...기왕이면 너랑 같은 곳. 너는 워낙 예쁘고 귀여우니까 혼자 두면 필시 다른 남자들이 쫓아다닐 것이 뻔하단 말이야. 그러니까 뭐... 한 명 정도 막아줄만한 사람이 있어도 괜찮지 않을까 싶어서 말이야."
기왕이면 CC도 해보고 싶고. 그런 말을 괜히 작게 중얼거리면서 그는 빠르게 떡볶이를 하나 찝어서 입에 넣었다. 이어 천천히 씹으며 그는 살며시 침묵을 지키다가 다시 아람을 바라봤다. 그리고 그녀에게 이야기했다.
"응. 역시 안돼. 넌 내 꺼야. 구속할 생각은 없지만, 다른 남자애들이 골키퍼 운운하면서 골 넣으려고 하는 것은 싫어."
조금 질투가 난 것인지, 아니면 생각만 해도 짜증이 난 것인지. 그의 목소리는 살짝 퉁명스러운 느낌으로 바뀌었다.
/그럼 반대로 혜성이를 좋아해주고 귀엽게 봐주는 아람주도 천사가 아닐까? ㅋㅋㅋㅋㅋ 그렇구나! 확실히 추위에 약하면 그럴 수 있겠다! 어쨌든 아람주도 하루 고생했어!! 내일도 화이팅!
아람은 혜성이 약속을 하자 해맑게 웃었다. 뭔가 이런 저런 약속이 늘어나는 것도 즐거운 일들 중 하나가 아닐까 싶기도 했다. 계속 우리 사이에 추억이 쌓여가는 것처럼.
"나도 같은 대학 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 하지만 일이라는 게 원래 원하는 대로 막 되는 게 아니니까. 으음, 좀 분위기 깨는 말일지 몰라도 서로가 가장 최선의 선택을 했으면 좋겠달까. 물론 서로 다른 곳에 있어도 난 너밖에 없어. 알지?"
현실적인 이야기이지만 사실 같은 대학에 갈 수 있는 확률이 얼마나 될까, 생각해보는 것이었다. 같은 학교에 가자며 더 유리한 선택을 미루는 것은 얼마나 미안한 일인가. 사실 자신이 연기 쪽으로 방향을 전환함으로 인해서 원래 들어가려던 목표 대학보다는 더 낮은 쪽으로 가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던 참이었기에 더더욱 말이다. 으으...... 실기 무서워.
그렇지만 이어지는 혜성의 말에 아람은 작게 웃음을 터트릴수밖에 없었다.
"나는 축구 게임이 아닌데 말이지. 우리 커플링이라도 맞출까? 고등학생 때는 선생님이 뭐라고 하지만 대학생 때는 맨날 끼고 다닐 수 있어."
아람은 좀 더 현실적인 대안을 이야기하다가 그래도...... 다시 말을 이었다.
"그래도 정말 내년에 같은 반도 하고 대학생 때 같은 대학도 다니면 정말 좋겠다......."
마치 자신이 말하면 안 될 것을 이야기하는 것처럼 조심스럽게. 마치 축구 게임을 보지 않을 때 골이 들어가더라, 하는 징크스처럼 자신이 원하는 것은 이뤄지지 않을 것 같은 그런 말도 안 되는 생각을 가끔 할 때가 있었다.
/그럼 천사들만 있는 이곳은 천국인가...!!! 오늘 하루 고생했어 혜성주! 저녁 맛있게 먹어~~!!!!
"내가 좀 더 노력하면 될 일이야. 네가 여대 가는 거 아니라면 내가 성적을 높이면 되는 거잖아. 나 참."
아무런 문제도 없다는 듯이 그는 일단 그렇게 이야기했다. 하지만 자신의 성적과 그녀의 성적을 생각해보면 그게 쉬운 일은 절대 아니었다. 앞으로 1년. 정말로 이를 악물고 공부를 해야 겨우 성공할 수 있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물론 그렇다고 해서 혜성의 성적이 그렇게 낮은 것은 아니었다. 어디까지나 아람보다는 낮은 것이었지. 물론 그렇다고 해도 정말로 어쩔 수 없을 때는 어쩔 수 없는 것이었지만, 지금은 그런 것까지 따지고 싶진 않았다. 어차피 자신은 꼭 높은 곳에 갈 생각은 없었기에 더더욱.
"무엇보다 나는 사진 쪽으로 나갈 생각이고, 이쪽은 학력보다는 경력이 좀 더 중요시 여겨지니까 어느 대학을 가더라도 상관없어. 어쨌건 사진을 배울 수 있는 곳이면 충분해."
물론 그녀의 경우는 어떨지 모르지만, 자신은 그렇다고 이야기를 하며 혜성은 괜히 떡볶이를 천천히 먹다가 남아있는 떡볶이 중에서도 특히나 큰 떡 하나를 집어서 그녀의 입가로 가져갔다. 먹을지, 않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축구 게임이 아닌데, 축구 게임인줄 알고 설치는 애들 있잖아. ...난 그런 녀석들 싫어. 아무튼 커플링? ...뭐, 네가 바란다면야. 커플이니까... 그.. 대학생 때는 괜찮을 것 같기도 하고."
고등학교 때는 아무래도 여러 제약이 있었으니, 당장은 힘들지도 모르지만 대학생 때는 확실히 이런저런 것을 할 수 있을테고, 그 중에는 분명히 커플링도 있을 수 있었다. 나쁘지 않은 제안, 아니. 좋은 제안이라고 생각하며 그는 저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같은 반은 운이지만, 대학은 어느 정도 맞출 수 있어. ...그러니까 될 수 있을 거라고 믿어. 기왕이면 그렇게 믿는 쪽이 좀 더 좋잖아. 뭐, 그리고... 설사 그렇지 않더라도, 난 네 남자친구니까. 언제나 쭉."
설사 운이 나빠서 장거리 연애를 하게 되더라도. 라는 말까지는 굳이 하지 않으며 그는 잠시 침묵을 지키다가 괜히 빈 손으로 제 뺨을 톡톡 쳤다.
"...이렇게까지 말했으니까 좋건 싫건, 공부를 해야겠네. 우리 여친 따라가려면 말이야."
공부를 열심히 하자는 말에 혜성은 잠시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지만 그래도 받아들이기로 하며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물론 공부는 할 생각이었다. 아람과 같은 대학을 가고 싶은 것은 혜성 역시 마찬가지였으니까. 하지만 그는 괜히 투덜거리면서 아람을 빤히 바라봤다.
"...혹시나 해서 묻는건데, 공부 시키려고 짠 큰 그림은 아닌거지?"
그런 거 안해도 공부 할 거니까 만약 그런 거라면 안 짜도 괜찮아. 그렇게 투덜거리는 목소리를 내던 혜성은 마저 떡볶이를 먹었다. 이어 티슈를 이용해 자신의 입가를 천천히 닦아냈다. 공부하러 가자는 그녀의 말에 그는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좋아. 그럼 이번엔 나도 저번보다 더 높은 성적이 나오는 것을 보여줄게. 그래야 너도 조금은 안심할테니까. ...하지만, 조금은... 포상이 있으면 조금 더 힘낼 수 있을지도? 아, 아니. 아니 아니. 그렇다고 꼭 달라는 것은 아니야! 착각은 하지 마!"
괜히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면서 그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계산이 끝나면 자연스럽게 아람을 데리고 밖으로 나갔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가 추울까 싶어 그는 자신 쪽으로 살며시 끌어당겼을테고 평소보다 조금 더 좁은 보폭으로 카페를 향해서 천천히 걸어가려고 했을 것이다. 조금이라도 공부하기 전에 이렇게 함께 걸어가고 싶은 그의 얕은 꾀였다.
물론 그것에 아람이 어울려줄지 않을지는 자신도 알 길이 없었지만, 적어도 지금은 이렇게 걷고 싶다고 생각하며 그는 앞을 바라보며 카페를 향해 나아갔다. 그녀와 어느 순간, 발걸음을 하나로 맞추며.
ㅋㅋㅋㅋㅋ 공부를 싫어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아람이와 있을땐 아람이와 좀 더 알콩달콩 놀고 싶어하는 고등학생일지도 몰라! 그만큼 아람이가 매력적인 덕이지! 음. 다음 일상은.. 혜성이 부모님 정말로 만나러 가볼래? 맞아. 겨울하면 눈싸움과 눈놀이지! 만약에 고3 시즌이 코앞이 아니면 눈썰매장이나 스키장도 좋을 것 같긴 한데... 아람이가 공부한다고 안된다고 하려나?
공부 포상...ㅋㅋㅋㅋㅋ 정말로 주는거야? 글쎄. 혜성이는 데이트만 해줘도 좋다고 할 것 같은데!
ㅋㅋㅋㅋㅋㅋ 하긴 알콩달콩 노는 거 좋아하는 고등학생이니까! 물론 대학생이 되도 더 어른이 되어도 알콩달콩 노는게 ㅊ최고지만!!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좋아! 다음 일상은 혜성이 부모님 만나기! 겨울방학 중이라고 하면 좋으려나? 스키장은 수능 끝나고 가도 좋을 것 같지! 이번 겨울에는 둘이 눈싸람 만드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고 눈싸움 해도 귀여울 것 같고!! 공부포상! 이라고 한다면 기말고사 성적이 잘 나오는 것을 말하는 것이려나? ㅋㅋㅋㅋㅋㅋ 과연 혜성이의 성적은 오르나요?!
ㅋㅋㅋㅋㅋ 고등학생은 아직 애기인걸! 자신들은 어른이라고 할지도 모르지만 아직 한참 애기이니까! 그러니까 노는 것을 좋아해도 이상하지 않을거야! 어른이 되면..더 놀아야지! 자유가 되었으니까! 그래도 현생은 잘 지켜야겠지만 혜성이도 아람이도 현생 잘 지킬 것 같은걸! 음. 겨울방학 중이라고 하면 크리스마스를 패스하는 꼴이 되니까... 그냥 시험 막 끝난 후라던가 그럴 때는 어떨까? 그래도 사귀는데 크리스마스를 그냥 넘기면 뭔가 되게 아쉬울 것 같아서 말이야! 좋아. 그럼 스키장은 수능 끝나고! 이번 겨울은 눈이서 눈사람 만들고 눈싸움 하는 느낌으로 재밌게 놀도록 하자! 혜성이의 성적은..중간고사 평균점수보다 5점 오를 예정이야! 막 엄청 오른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전체적으로 좀 더 올랐다는 느낌이 될 것 같네!
ㅋㅋㅋㅋㅋ 어른이 되어도 놀고싶은 건 똑같은걸!!!! 고등학생때도 대학생 때도 그 이상이 되어도 현생은 현생이다....... 앗 그러네!! 그럼 시험 막 끝난 후 크리스마스 분위기의 데이트? 그리고 부모님 뵙는 건 따로! 그리고 눈 쌓인 날 노는 거랑! 이렇게 일상 돌리면 되려나??! 오 혜성이 성적 오르는 거냐구~~~ 혜성이 멋져! 아람이가 시험 치기 전에 혜성이한테 성적 오르면 받고 싶은 거 있어? 물어볼 것 같구~~~ 혜성이는 뭐라고 하려나? 자꾸 됐다고 해도 아람이 계속 물어볼 것 같은데~ 이런 게 있어야 동기부여가 되는 거라면서! 게다가 평균 5점이면 많이 오른 거 아닌가? 많이 오른 것 같은데!
어른이 되면 점점 더 놀 수 없어져서 그런지 괜히 노는 것이 더 좋아져! 흑흑. 돈 많은 백수가 되기 위해서라도 빨리 로또 1등에 당첨되어야만 해. (안돼) 음. 그러면 다음 일상은 크리스마스 데이트? 부모님 뵙는 것이 또 미뤄지긴 하겠지만! 거기다가 AU 몇개 추가해서 돌려도 좋을 것 같고! ㅋㅋㅋㅋ 돌릴 것은 어떻게든 나오기 마련이니 말이야. 이게 바로 사랑의 힘일지도 모르겠는걸! 음. 그러면 혜성이는 고민하다가 아람이에게 크리스마스 때 시간 무조건 빼라고 이야기할 것 같은걸. 아무래도 현 시점에서 혜성이가 가장 노리는 것은 이브 데이트니 말이야. 그 날은 공부하는 거 없이 무조건 빼라고 요청할 것 같아. 물론 이것도 몇 번 툴툴거리면서 튕기다가 못 이기는 척 이야기하는 것이겠지만 말이야!
ㅋㅋㅋㅋㅋㅋㅋㅋ 맞아!!! 노는 시간 너무 소중해....... 로또 일등 가능할까....... 아니 로또 일등 맞았다고 퇴사 가능할까...... 부모님 뵙는게 미뤄지긴 했지만 그래도 크리스마스 데이트 좋지!! 겨울 끝나면 또 에유 돌려야지~~ 신난다!!1 혜성 아람 되게 많이 돌렸는데도 너무 좋아! 후후 끝이 나지 않는다@ 와! 혜성이 이브 데이트 로망이라도 있는 거냐구 ㅋㅋㅋㅋ 크리스마스 이브랑 크리스마스날 밖에 나가면 사람 엄청 바글바글한 것 아냐? 나는 한 번도 안 나가봤어() 사람 많은거 엄청나잖아!!! 물론 그런 것도 좋아하는 사람 많지만 ㅋㅋㅋㅋㅋ!!!! 툴툴거리다가 못이기는 처 ㄱ이야기하는 거 너무 눈에 보일듯 선하다. 귀여웟!
지금까지 로또를 계속 샀지만 1등은 커녕 2등도 안 나왔으니 아마 이번주도..(절레절레) 사실 일등 맞아도 일은 계속하는 것이 좋다고는 하더라! 꼭 회사가 아니어도 작은 가게라도 만들어서 직원이라도 쓰면서 취미로나마 하는 것이 좋다고는 하던데. 그만큼 둘의 이야기를 할 것이 많으니 말이지! 아.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긴 하지만, 혜성이와 아람이가 20살이 되는 그 시기에 둘이서만 따로 술먹는 일상 한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 둘이서만 따로 먹어도 상관없고 술 파는 가게에 가서 술 먹는 것도 좋을 것 같고! 어디까지나 20살때의 일이지만! ㅋㅋㅋㅋㅋㅋ 그야 여자친구가 있으니까 이브 데이트 해보고 싶어할 것 같은걸. 혜성이는! 음. 한동안은 코로나 때문에 사람이 없었지만 올해부터는 다시 핫플레이스에 가면 사람이 많지 않을까? ㅋㅋㅋㅋㅋ 아람이는 또 귀엽게 생각하면서 바로 받아주고 그럴까? 아니면 혜성이의 반응을 보려고 살짝 튕길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도 번가를 맞으려면 비오는 날 나가야 하는 것과 같은 거지~ 그러다가 진짜 딱 당청될수도 있는 거고 ㅋㅋㅋ 복권당첨되서 카페 차리기 재밌겠당 나도 둘이 스무살 술 먹는 일상 해보고싶어~~~ 진짜 재밌을 것 같지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너무 재미있겠다 상상만해도 재밌을거같아 분명 작ㄴ녀에도 시끌시끌했을 것 같아 ㅋㅋㅋ 아람이는 딱히 튕기진 않았을것 같지! 공부 의욕을 잔뜩 심어주면 좋으니까~! 속으로 귀엽다고 생각할 것 같긴 해ㅋㅋㅋㅋㅋㅋㅋㅋㅋ!!
흑흑..그건 그렇긴 하지만! 그래도 5천원이 은근히 강해! (지갑을 본다)(절레절레)(혜성:...뭐래. 5000원보다 훨씬 돈 많으면서) ㅋㅋㅋㅋㅋ 난 복권 당첨되면 일단 세계일주나 해보고 싶어. 그리고 이후 일은 나중에 생각하는 것으로! 앗. 아람주도 그렇구나! 그렇다면 그렇게 해보자! 개인적으로는 역시 둘만 있는 것보다는 술집이 조금 더 좋지 않을까 생각은 들어. 애초에 둘이서만 있으면서 술 먹을 수 있는 공간도 없을 것 같지만! 물론 이건 나중이지만! 아람이는 튕기지 않는구나. 그럼 혜성이는 혜성이대로 아마 열심히 하지 않았을까 싶은걸. ㅋㅋㅋㅋㅋ 어떻게 보니까 또 은연중에 혜성이는 아람이에게 컨트롤당하고 있구나. 하지만 그 점이 귀여워!
은근 5천원 비싸..... 매주 사면 2만원이라고...?와 세계일주 좋지! 나는 아무것도 안하고 통장만 바라봐도 즐거울 것 같다. 그렇게 한 두달 보낸다음에 뭐좀 시작해야지ㅋㅋㅋ 맞아맞아~ 스무살에 둘이 자취방에서 먹기도 좀 그렇지! 술집이 좋을거같아! 혜성이는 아람이 손바닥 안인 거야? 언젠가 아람이를 조종하는 혜성이도 볼 수 잇지 않을까?ㅋㅋㅋㅋㅋㅋ 혜성이도 언제나 귀엽다구!
ㅋㅋㅋㅋㅋㅋ 맞아. 일단 돈이 쌓인 후에 좀 쉬어도 된다고 생각해! 지금까지 이것저것 정말로 열심히 달렸으니 말이야! 나도 아람주도 말이지! 아람주도 그렇게 생각하는구나! 좋아! 그럼 그때 그 상황은 술집으로 가자! 오케이! 이건 그때 또 이야기하면 될 것 같고! ㅋㅋㅋㅋㅋㅋ 지금은 그렇지 않을까? 뭔가 아람이는 혜성이를 정말로 쉽게 읽는 것 같아서 말이야. 아람이를 조종하는 혜성이라. 감이 잘 안 오는데. (갸웃) 혜성이가 밀당을 하면 아람이는 뭔가 태연하게 응하지 않을 것 같아서..(옆눈) 질투 유발 작전같은거 하면 진짜 아람이가 크게 화낼 것 같고...애초에 혜성이가 할 애도 아니지만!
맞아ㅏㅏㅏ 우리 진짜 열심히 산다고~~~!! 나는 오늘도 일하고 있는 중이야 휴 아무래도 아람이가 사회생활 스킬을 꽤 많이 찍어서 그런거 아닌가 싶기도 하고~~ 혜성이의 밀당ㅋㅋㅋㅋㅋㅋ 왠지 혜성이는 밀당 같은 거 안할 거 같긴한데~ 해도 좀 티날것 같리보 하고. 질투 유발은 싫어할 것 같지 ㅋㅋㅋ 아! 그럼 다음 일상은 크리스마스 이브 인건가?!
ㅋㅋㅋㅋㅋㅋ 혜성이는 밀당 잘 못하니까. 질투 유발은... 혜성이도 아마 시도도 못할테니까. 음. 어쨌건 아람이가 소악마적인 느낌도 있고, 그렇게 혜성이를 금방 읽고 행동하는 것이 너무 귀여우니까 아무런 문제도 없다!! 덧붙여서 아람이는..질투 유발을 혜성이가 IF로라도 시도하면 어떻게 나올지 궁금해졌어! 그러게. 크리스마스 이브가 될 것 같네! 일단 오늘까지는 썰을 이렇게 풀고 내일부터 본격적으로 돌려볼까?
혜성이가 질투 유발을 한다면? 흠. 어떤 방식이냐에 따라 다를 것 같고 또 이게 티가 나냐 안나냐에 따라 또 다를 것 같긴 한데~ 뭔가 속인다! 라는 느낌이 나면 좀 화나거나 삐질 것 같고 뭔가 장난스럽고 허용적인 내용이면 좀 장단맞춰줄 것 같기도 하고~ 혜성이는 어떤 상황에서 질투를 느끼려나? 이번 처럼 다른 남자가 아람이에게 찝적거린다거나 그럴때? 그런 것 말고 다른 포인트가 있을지도 궁금하다~~ 좋아~ 내일 본격적으로 돌리는 거 찬성. 사실 오늘도 막 왔다가 사라졌다 그래가지구 ㅋㅋㅋ큐ㅠㅠ 그럼 시간대는 저녁이려나? 시내에서 만나는 거려나? 같이 저녁 먹나? 선레는 누가 먼저 할것인가!를 정해놓으면 좋을 것 같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