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하다고 생각하다는 말까지는 좋았다. 허나 멋진 남자친구라는 말이 나오고 이후에도 자신의 말을 믿어줄 거라고 생각했다는 말에는 절로 얼굴이 붉어질 수밖에 없었다. 별 거 아닌 말일지도 모르나 꽤 크게 와닿는 것 또한 사실이었다. 하지만 기분은 좋았는지 그의 입꼬리가 미세하게 꿈틀거렸다. 올라가려는 것을 애써 꾹 내리고 막으려고 하는 것이 아람의 눈에는 바로 보이지 않았을까? 바로 옆이었으니까. 아무튼 그는 곧 정신을 차리려고 하며 가볍게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아무튼 남자친구잖아. 남자친구가 여자친구 말을 안 믿고 누가 믿겠어? 그리고 네가 이런 것으로 거짓말을 할 리도 없잖아. 너는 말을 안 해주는 것은 있어도 누군가를 일부러 상처주려고 거짓말을 하는 일은 없었으니까. ...그러니까 난 널 믿어. 무슨 일이 있어도 널 믿어."
그것은 단순히 그녀에게 하는 말만이 아니라 자신에게 하는 맹세이기도 했다. 다른 것은 몰라도 아람의 말은 꼭 믿고 말겠다는 맹세. 그 맹세를 가슴에 살며시 품으면서 그는 최근 들어 조금 용기가 생겼다는 말에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 미소를 지었다. 허나 뒤이어서 들리는 자신 덕분이라는 그 말에는 다시 한 번 얼굴을 붉혔고 홱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뭐, 뭐래. 내 덕분이라니. 네가 용기를 내기로 마음 먹은 것은 네가 강해서 그런 거잖아! ...따, 딱히 내가 한 것은 없거든? ...아니. 1할 정도는 있을지도 모르지만 아, 아무튼... 뭐, 나쁜 느낌은 안 드네. ...나 참. 아무튼 도움이 필요하면 얼마든지 말해. 학생이라서 크게 도움은 못 줄지도 모르지만 네 편이 되어줄 수는 있으니까. 아. 진짜. 괜히 이런 말, 저런 말 다 하게 되네."
결국 툴툴거리면서 그는 작게 혀를 차면서 반대편으로 돌린 고개를 그 상태로 쭉 유지했다. 괜히 오른발을 땅에 콕콕 찍기도 한 것이 조금은 부끄럽긴 한 모양이었다. 하필이면 그게 또 소근소근 덧붙이는 말이었으니까. 그 상태에서 혜성은 아람에게 마찬가지로 소근거리는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좋아하니까. ...그러니까 더 도움이 되고 싶은 것 뿐이야."
/ㅋㅋㅋㅋㅋㅋ 응! 일단 내일 가는 것은 아니니까!! 아무튼 아람주도 그 기간은 여긴 생각 말고 할 거 하면서 푹 쉬길 바랄게!
제 말에 얼굴을 붉히며 좋아하면서도 좋아하지 않는 척 하는 모습에 아람은 작게 웃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혜성의 달게 느껴지는 말에 아람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입가에 걸어버리고 말았다. 중간에 작게 키득키득 웃기도 했다. 좋아한다는 말도 언제나 너무 좋았다. 익숙해지지 않을 정도로.
"나도 좋아하니까. 언젠가 나도 너한테 도움이 되고 싶어."
아람은 그렇게 말하면서 혜성의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차량이 덜컹덜컹 움직임에도 옆에 앉은 이 덕분일까. 아늑하게만 느껴졌다. 그리고 이런 과거 이야기를 이야기할 수 있어서 조금 후련하기도 했고.
정말로 기어들어가는, 애써 부끄러움을 꾹 참고 말하는 목소리와 더불어 혜성의 얼굴은 붉게 물들었다. 당연히 지금의 혜성은 반대편을 보고 있었기에 아람의 표정을 보거나 할 순 없었다. 하지만 키득키득 웃는 소리라던가 좋아한다는 그 말까지 들리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뒤이어 자신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는 느낌에 혜성은 절로 허리를 짝 펴서 등받이에 살며시 등을 기대면서 아람이 편하게 기댈 수 있도록 자세를 만들었다. 그리고 살며시 맞잡고 있는 손을 풀며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린 후 자신쪽으로 좀 더 끌어당겼다.
"불편하면 이야기해. ...조금 길게 타야하는만큼 불편하게 갈 필요는 없잖아. 굳이."
괜히 그렇게 이야기를 하며 혜성은 아람의 어깨에 올린 손에 조금 더 힘을 주었다. 무조건 지금 이 순간은 자신에게 기대도록 하고 말겠다는 듯이. 물론 아람이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일진 알 수 없었지만 그럼에도 약간의 욕심을 내며 혜성은 잠시 눈을 감았다가 뜬 후, 고개를 돌려 아람을 가만히 바라봤다. 그러다가 살며시 눈동자를 빠르게 굴려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를 확인했다. 적어도 이곳으로 향하는 이는 없으며 근처에 앉은 이도 그다지 없다는 것을 확인한 혜성은 아주 빠르게 살짝 자신에게 기대고 있는 그녀의 뺨에 제 입술을 붙였다가 떨어뜨렸다.
"...아직 도착하려면 멀었나. 나 참."
얼굴을 붉히며,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투덜거리는 목소리를 내는 것이 혜성이 유일하게 지금 할 수 있는 행동이었다.
/ㅋㅋㅋㅋㅋㅋ 아람이도 그만큼 귀여운걸!! 그건 그렇고 아저씨.. 아저씨.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예요. 혜성이가 다음에 만나기라도 하면 정말 싸늘하게 화를 내지 않을까 싶어.
"뭐, 뭘 그런 것을 묻고 그래? ...그냥 너랑 함께 있어서 행복하고 기분 좋고... 내일 학교도 빨리 가고 싶고... 그냥 매일매일 충실해진 것 같고. 아. 진짜. 이런 거 일일히 말하게 하지 마. 대충 느낌 알잖아. 느낌."
하나하나 나열해서 이야기하는 듯 했지만 결국 얼굴이 새빨갛게 퐁 터져버린채 혜성은 괜히 툴툴거리면서 혀를 작게 찼다. 정면으로 이야기를 하자니 상당히 부끄러운 모양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녀를 뿌리치지 못하고 제 어깨에 가두려고 하는 것이 참으로 그다울지도 모를 일이었다. 아람이 자신의 품에 폭 기대자 혜성은 그에 맞춰 살며시 팔에 힘을 더 주었다.
안 불편하다는 말에 작게 미소를 지었으나 그 미소를 보이지 않으려는 듯, 혜성은 자신의 얼굴을 반대편으로 계속해서 돌린채로 있었다. 그러다 자신이 그녀의 뺨에 살짝 입을 맞추자 놀라면서 반칙! 이라고 말하는 것에 혜성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절로 심장이 뛰어 괜히 침을 꿀꺽 삼키고 있었다. 나중에 배로 갚아주겠다니. 대체 뭘 하려는 것일까. 혜성은 절로 그 물음을 입 밖으로 끄집어냈다.
"...일단 묻는건데 뭘 하려고?"
물론 답을 해줄지는 알 수 없었으나 그럼에도 굳이 그렇게 물어보며 혜성은 조용히 침묵을 다시 지켰다. 덜컹. 덜컹. 약간의 풍경을 더 구경하고 약간의 시간이 더 흐르는 가운데 이런저런 이야기가 있었을 것이고 혜성은 슬슬 일어나야한다는 듯이 세움 버튼을 꾹 눌렀다. 삐이- 멈춰달라는 신호가 조용히 울렸고 혜성은 아람을 바라보면서 이야기했다.
"슬슬 일어나자. 내릴 때 다 되었어."
/아람이의 계략...아닐까? ㅋㅋㅋㅋㅋ 나는 모르지만 말이야! 아무튼 혜성이의 데레데레 모습이라. 한번 나온 적은 있었지. 또 그때의 모습이 나올 것인가! 다음 시간에!!
아무리 봐도 알면서 묻는 것이 분명하다고 생각하며 혜성은 괜히 더욱 더 투덜거렸다. 물론 그 투덜거림은 절대로 기분이 나쁘다거나 화가 났다거나 그런 것은 아니었다. 굳이 말하자면 약간의 삐짐이라고 해야할까. 아무튼 그런 모습을 보이면서 입을 꾹 다물던 혜성은 이내 풀면서 괜히 피식 웃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자신이 삐질 입장이 아니기도 했으며 그녀 앞에서 삐지고 싶지도 않았으니까. 자신이 좀 더 이 성격을 고치면 될 문제가 아니었던가. 아직은 힘들 것 같았지만.
아무튼 그 와중에 제 품에 폭 안기면서 제 물음에 자신도 모른다는 말이 괜히 얄밉게 느껴져서 혜성은 도끼눈을 뜨고 바로 홱 고개를 돌려 아람을 바라봤다. 허나 특별히 무슨 말을 하진 않으면서 그는 다시 고개를 홱 옆으로 돌렸다. 뭔가 이 이상 물으면 페이스에 완전히 넘어갈 것 같기에 보인 행위였다.
아무튼 버스가 멈추자 그는 그녀를 데리고 버스 밖으로 내렸다. 그러자 보이는 것은 저 앞쪽에 보이는 아주 커다란 자연공원이었다. 이미 수많은 사람들이 돌아다니는 모습이 보였을 것이다. 알록달록 붉은 낙엽이 지고 있어 붉게 물든 산은 그야말로 장대했고 길가에 있는 나무들도 모두 붉게 물든 것이 상당히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가볍게 걸을 수 있는 산책로도 있으며, 근처의 안내도를 확인해보면 호수 중앙에는 커다란 냇가도 있는 모양이었다. 장대하게 펼쳐진 산책로 양 옆으로는 거대한 나무들이 있어 보기만 해도 맑은 공기가 느껴지기 딱 좋았으며 저 편에는 어느덧 노란빛으로 물든 잔디밭도 있었다. 말 그대로 휴양림을 기반으로 한 공원. 그 자체를 바라보며 혜성은 미소를 지었다.
"어때? 꽤 예쁘지 않아? 여기? 하이킹할 수도 있다지만 하이킹은 하지 말자. ...그냥 괜찮은 곳에 자리를 잡고 앉아서 쉬면서 단풍이나 구경하자. 우리."
/ㅋㅋㅋㅋㅋㅋㅋ 맞아. 아침에 막 일어났을 때의 혜성이도 데레데레하지!! 그 모습을 보고 말겠다는 아람주의 강한 의지가 느껴져!! 아무튼 월루중이로구나. 으앗. 아직도 일하는 중이라니. 일 화이팅이야!
"...그러게. ...뭐, 그래도 둘 다 무사했으니까 된 거지만 말이야. 아무튼 산책 말이지? 알았어."
그때의 그 일을 떠올리면서 혜성은 정말로 둘 다 운이 좋았다고 생각했다. 자신은 물론이며 그녀도 크게 다치거나 죽는 일 없이 이렇게 잘 살아있지 않은가. 물론 자신은 그 이후에 부모님에게 혼나기야 했지만 그래도 걱정어린 목소리와 말을 더 많이 들었다. 정말로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하며 혜성은 아람의 손을 꼬옥 잡은채 앞으로 천천히 걸었다.
붉게 물든 단풍 중 아직 나무에서 떨어지지 않은 것들은 붉게 나무를 물들였고, 땅에 떨어진 낙엽은 절로 바삭. 바삭하는 특유의 소리를 내며 듣기 좋은 소리를 냈다. 괜히 근처의 낙엽을 하나 더 밝아보며 그는 미소를 지었다.
"카메라? 가져왔어. 아무리 그래도 이런 곳에 왔는데 사진을 안 찍을 순 없잖아. 조금 있다가 산책을 하고 돗자리 깔면 그때 찍어줄게. 지금은 이렇게 경치 구경하는 거 좋잖아. ...거기다가 너도 있고."
뒷부분은 괜히 흘러가듯, 정말로 중얼거리듯 이야기를 하면서 넘기려고 하면서 혜성은 가만히 고개를 돌려 주변을 바라봤다. 이제는 시원한 가을 바람 속에서 약간의 싸늘함이 느껴지는 것은 절대로 기분 탓이 아니었으리라. 조만간에 옷이 두꺼워질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며 그는 다시 앞을 바라봤다. 주변에는 가족 단위, 혹은 연인 단위로 온 것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았다. 활기찬 아이들의 웃음소리를 듣기도 하며, 조용히 경치를 구경하는 사람들을 보기도 하며, 산책로 양 옆으로 자리잡은 수많은 나무들에게서 뿜어지는 맑은 공기를 마시기도 하며. 그는 미소를 머금었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야! 서로 막 웃으면서 눈싸움하거나 눈사람 만드는 일상 해보고 싶어! 혹은 썰매나..이번에 스키장 가면서 떠오른 거지만 스키장을 가는 것도 좋을 것 같고 말이야! 혹은 온천에 둘이 놀러가서 막 벽 너머로 이야기하는 그런 것도 좋지 않을까 생각이 드네! 혹은 노천온천해서..수영복 입고 들어가는 그런 곳도 있으니 말이야.
맞아 눈 엄청 쌓여서 서로 눈싸움하고 눈사람 만들고 하는 거 너무 귀엽겠다 ㅠㅠㅠ!!!! 진짜 고등학생 때나 대학생 때는 눈사람도 곧잘 만들었었는데........ 진짜 어른이 되어버리니 눈사람 만든지 엄청 오래된 느낌이 든다 ㅋㅋㅋㅋㅋㅋㅋ....... 하지만 두 사람이 눈사람 만들어준다면 오너는 여한이 없을거야 흑흑 스키장 가는 것도 너무 좋을 것 같지~~~~ 학교 측에서 단체로 갔다는 설정도 나쁘지 않을 것 같고(이렇게 이용하라고 만든 학교 아니겠어?)(네?)
앗 그거 나 애니메이션에서 종종 봤던 것 같아. 클리셰 같은 걸로. 어쩌다보니 사람들이 없는 시간에 가게 되어서 대나무 벽 사이로 건너 탕의 소리가 다 들린다거나 하는 그런거~
아앗. 아람주는 대학생때도 자주 만들었구나. 난 고등학생까지만 만들고 대학생때부터는 안 만들었던 것 같아. ㅋㅋㅋㅋㅋ 그러다가 요즘은 또 만들어보기도 하지만 말이야! 물론 작게! 학교로 단체로 갔다는 설정..맞아. 겨울방학때 신청자 한정해서 단체로 가면 딱 좋을 것 같아. 좋아. 여기서는 학교를 이용하자. (속닥속닥) 여기서는 이제 학년 단위로 간 것이 아니니까 막 자유시간에 막 자유롭게 돌아다녀도 괜찮을거야! (속닥속닥)
나도 살짝 그거 생각하고 말한거 맞아. ㅋㅋㅋㅋㅋ 물론 실제 한국에서 그런 곳은 없기야 하겠지만..만들면 그만 아니겠어? 딱 사람 없는 시간에 각각 가서 막 탕에 몸 담그고 있다가 벽 근처에서 목소리가 들려서 살짝 말 걸어보고 그런 느낌으로 말이야. 혜성이는 갑자기 아람이 목소리가 들리면 완전 깜짝 놀랄 것 같은걸? ㅋㅋㅋㅋ
아람은 싱긋 웃으면서 혜성과 맞잡은 손을 놓지 않은 채 걸음을 옮겼다. 가을에 드러나는 알록달록한 색들을 뽐내는 커다란 나무들을 보며 아람은 종종 작은 탄성을 내뱉었다. 그 정도로 산책길이 아름다웠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신발 아래로 닿는 바삭바삭한 낙엽의 소리와 감촉 모두 기분을 들뜨게 했다.
“좋아. 그럼 산책하면서 사진 찍을 포인트도 미리 생각해둬야지.”
아람은 히히 웃었다. 사진을 찍는 것에 있어서 보는 눈이 없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데 이상하게 자신이 사진을 찍으면 그 느낌이 살지 않아 참 이상했다. 나름 기계치인 것인가 생각이 들기도 했고. 하지만 혜성에게 그 구도나 생각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 어떻게 그러는지는 모르겠지만 딱 아람이 생각한대로 예쁘게 사진을 찍어주는 것이 참 대단했다. 아니, 자신의 생각보다 더 나은 결과물을 보여주니 아람의 입장에서도 혜성과 함께 사진을 찍는 것이 좋을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나도 알아.”
혜성의 예쁘다는 말에 자기도 예쁜 것 안다는 듯 장난스럽게 이야기 하며 웃었다. 이전과 달리 예쁘다는 말도 곧잘 하는 혜성이 기특하기도 했다. 물론 이전에 부끄러워하는 것도 충분히 귀여웠지만 말이다.
가족들, 연인들이 찾아오는 공원은 활기차고 따뜻한 감정으로 가득 차 보였다. 자신과 혜성의 모습도 남들 눈에는 그렇게 비칠 것이라고 생각하니 더 마음이 따듯해지기도 했다.
“날씨가 전보다 조금 서늘해진 게 겨울 옷을 미리 꺼내둬야겠어.”
혜성과 사귀기 시작했던 때가 여름이었는데 벌써 겨울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 느껴져 조금 신기한 기분이었다.
"그럼 마음에 드는 곳이 있으면 얘기해줘. 거기에 돗자리를 깔테니까. 기왕이면 예쁜 곳에 자리를 잡는 것이 좋잖아? 정말로 명소는 벌써 다 차지했을지도 모르지만 아직 비어있는 곳이 있을 수도 있으니까."
아무리 사람이 많이 온다고 해도 모든 장소가다 사람으로 가득 차 있을 수는 없는 법이었다. 물론 축제를 하거나 더운 날의 워터파크 같은 곳이라면 사람이 가득 찰지도 모르겠으나 가을의 단풍놀이 같은 경우는 어느 정도 여유가 있는 법이었다. 아마 오늘 이 장소도 아마 그렇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며 혜성은 가만히 걸어가면서도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 와중에 그녀의 입에서 자신도 안다. 즉, 자신도 자신이 예쁜 것을 안다는 그 말에 혜성은 입을 꾹 다물고 살며시 고개를 반대편으로 천천히 돌리면서 괜히 중얼거렸다.
"...보통은 안 그래..정도로 말하는 법이잖아. ...예쁘긴 하지만."
약하게 툴툴거리면서 혜성은 주변 경치를 구경하는 것처럼 괜히 시선을 계속해서 회피했으나 잡은 손은 반비례적으로 더욱 강하게 그녀의 손을 쥐었다. 그러다가 날씨 이야기가 나오자 그는 다시 한 번 그녀를 바라봤다. 추운 것일까. 그렇게 생각을 하며 그는 조심스럽게 그녀에게 물었다.
"...확실히 슬슬 겨울이긴 한데. 추우면 이야기 해. ...그러니까... 따로 덮어줄 옷은 없긴 하지만, 그래도... 그.. 사람의 품 속 체온은 꽤 따뜻하다고 하니 말이야. 그, 그런거야!"
괜히 그렇게 이야기를 하면서 그는 자신도 모르게 발걸음 속도를 살짝 높였다. 근처의 붉은 낙엽에 지지 않을 정도로 얼굴을 붉히던 와중, 혜성의 눈에 저 멀리 보이는 정말로 크고 큰 나무가 하나 보였다. 물론 하늘을 뚫을 정도로 거대한 나무는 아니었으나 주변 나무들에 비해 확실히 큰 나무였으며 사람들이 꽤 모여있는 사실을 멀리서도 알 수 있었다.
"...꽤 크고 유명한 나무인가보네. 사람들이 저기에 다 모여있어. ...저기서 사진 한 장 찍을까? 붉은 것이 단풍이 물든 나무 같긴 한데."
/안녕! 아람주!! 스키라. 일단 사람이 많아서 많이 타진 못했고 내가 완전 초보라서 솔직히 그렇게 막 길게 즐기진 못하고 그냥 맛만 조금 본 느낌? ㅋㅋㅋㅋㅋ 넘어지긴 꽤 넘어진 것 같아. 리프트에서도 내릴 때 한번 미끄러져서 쿵 했고..으으. 좀 아팠지만 부끄럽더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그 외에는 스키화는 생각보다 많이 무겁고 좀 아프구나..라는 느낌? 대충 그런 느낌이었어!
맞아 처음 타러 가면 그렇지~~~ 고생했어 고생했어~! ㅋㅋㅋㅋㅋㅋ큐ㅠㅠㅠㅠㅠ 넘어진 거 많이 아팠겠다. 리프트에서 내릴 때 사람들 자주 넘어지니까 괜찮아 ㅋㅋㅋㅋ 나도 초보 때 몇 번 넘어지고 그랬는걸. 지금도 매번 리프트에서 내릴 때는 긴장한다니까~ 스키화 불편하지 응. 스케이트화보다 더 불편한 느낌. 그리고 너무너무 무거웟...... 리조트는 어땠어? 푹 쉬었어?
ㅋㅋㅋㅋㅋ 아프다기보다는 부끄러웠어. ㅋㅋㅋㅋㅋㅋ 으앙. 멋지게 내려갈 생각이었는데 그런 것은 없었고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피슝하고 미끄러져서 엎어졌지 뭐야. 그 와중에 내 스키 한 짝은 그대로 쭉 미끄러져서 직원분이 주우러 막 뛰어가고...ㅋㅋㅋㅋㅋ 진짜 부끄러워서 얼굴을 못 들겠더라. ㅋㅋㅋㅋㅋ (죽은 눈) 응. 맞아. 되게 불편했어. 막 무겁고 뭔가 꽉 조여서 아프기도 하고.. 그래도 익숙해지니까 좀 나을 것 같지만 그래도 뭔가 모르게 힘들고.. 으으. 아무튼 그래도 나름 괜찮았어!! 리조트는... 음. 너무 자세하게 이야기하면 어디로 갔는지 말해주는 것이 되니까 자세하게 말은 못하지만 시설은 많이 좋았어! 되게 재밌게 놀았던 것 같아!
아람은 혜성의 제안에 좋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선선하게 불어오는 바람이 기분이 좋았다. 주변의 풍경도 여유롭고 아름다웠다. 아람은 이전부터 도시에서 태어나 도시에서 계속 살아왔고, 항상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 많은 사람들과 어울리며 지내왔다. 그렇기 때문일지 몰라도 늘 자연이 가득한 한적한 시골에 대한 로망이 있는 것일지도 몰랐다.
“너한테만 그래. 너한테만. 나도 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겸양을 떨 줄 알거든.”
아람은 히히 웃다가 이내 혜성에게 가까이 붙으면서 소근소근한 목소리로 “너도 오늘 멋있어.” 하고 말을 건넨다. 아람에게 언제부터인가 혜성은 늘 든든하고 의지가 되는 멋있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그것이 사랑에 빠진 콩깍지라고 해도 어쩔 수 없지만 그러면 또 어떠한가 싶기도 했다.
혜성이 추우면 안아주겠다는 말을 빙빙 돌려서 하는 것을 들으며 아람은 키득키득 웃었다. 그렇게 말하면서 부끄러워하는 모습이 너무 귀엽기도 했다.
“응응. 추우면 이야기할게. 그럼 꼭 안아주는 거야?”
그렇게 장난을 치면서 걷다보니 커다란 나무가 보였다. 확실하게 꽤 오랫동안 이 자리를 지켜온 듯 그 풍채와 위용이 대단했다. 저 멀리서 사람들이 모여있는 모습을 보니 자신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저 나무가 인상깊은 모양이다. 혜성도 그러한지 사진을 찍자고 제안을 해왔다.
“좋아! 엄청 큰 나무네.”
아람은 혜성과 함께 걷다가 나무에 조금 더 가까이 갔을 때 혜성의 손을 놓고 나무의 쪽으로 종종걸음으로 향했다. 혜성이 사진을 찍을 준비를 다 하면 나무가 잘 보이는 위치에서 이런 저런 포즈를 취했을 것이었다.
/고마워!!! 일단 시간이 해결해줄테니 기다리는 수밖에~ 일이 손에 잘 안잡히지만 그래도 열심히 하도록 노력해야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