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 퇴근이야!! 아람주는 오늘 하루 푹 쉬었을까? 운전한다고 골골대고 있을까. 어느 쪽이건 즐거운 하루였길 바래볼게!! 아무튼..ㅋㅋㅋㅋ 무난한 일이었다면 다행이긴 하지만 그래도 피곤한 것은 피곤할 것 같은데! 늦잠을 푹 잤다고 하니까 다행이야!! 맞아. 가끔은 그렇게 늦잠 자는 일도 있어야지!! 당연히 그래야지!
아무튼 잠시 생각을 해봤는데 일상을 재개한다고 한다면 이전의 일상은 없던 것으로 하고 새로운 일상으로 스타트를 하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어졌어. 저번의 일상..아무래도 좀 시간이 많이 지났으니까 약간 흐름이 깨지지 않을까 생각이 들거든. 하지만 그대로 이어서 하고 싶다고 한다면 그것도 괜찮아! 난!
오늘은 정말로 자유롭구나! 아람주! 안녕!! 좋은 저녁이야!! 고속도로가 저속도로. 맙소사. 오늘도 그런거야? (흐릿) 아이고. 정말로 고생이 많았어! 집 온다고 말이야. 그런데 왜 또 일이야..(동공지진)
음. 아람주가 괜찮다면 나도 괜찮아! 내가 아마 스타트를 끊었고 다음이 아람주가 잇는 턴이었던 것으로 기억을 하는데 그게 꽤 이전이었던 것으로 기억을 하거든. 그래서 아람주가 힘들지 않을까 해서 이야기를 해본건데 아람주가 괜찮다고 한다면 문제는 없을 것 같아! 좋아! 그럼 잇는 것은 나중에 제대로 복귀하면 그때 이어줘도 될 것 같아! 텀은 괜찮아!! 정말로!
혜성주도 오늘 하루 수고 많았다구~ 날이 추운데 감기 조심하구! 잡담하다가 스르륵 사라질수도 있겠지만 말이야~
느릿느릿 진행도 괜찮다고 이해해주는 혜성주는 역시 천사야. 나는 어떻게 이렇게 좋은 파트너를 만날수 잇었던 거지...? 미스테리~ 일부러 과몰입 안하고 현생을 열심히 하려고 노력중이니까. 얼른 이번주 할당량 채우고 답레 쓰고싶다~ 하는 생각만 하구 있다구? 할당량 너무 많은게 문제지만 흑흑
그렇게 사라지는 것도 난 오케이야! 느긋하게 시간 보내다가 잠들어버리는 것이 또 하나의 행복이잖아? 역시 살면서 잠자는 것도 정말로 행복이라는 것을 매번 깨닫게 되는 것 같아! 물론 말 없이 한달, 두달 사라지는 것은 나도 싫지만 아람주는 언제나 가야하면 이야기를 해주고 오래 비워야할 경우에는 확실하게 말해주잖아? 그러니까 아람주야말로 정말로 좋은 파트너라고 생각해! 음. 아무튼 만날 수 있던 이유는... 내가 혜성이를 한 번만 더 굴려보고 싶어서 시트를 올렸던 것에 아람주가 반응해줘서? (갸웃)
으앗. 할당량.. 정말로 그게 가장 무서운 단어인 것 같아!! 그래도 2월까진 쉬겠다고 했으니까 너무 무리하지 않길 바랄게! 답레는 정말로 느긋하게 기다릴 수 있으니 말이야! 난!
맞아~ 느긋하게 놀다가 잠드는 것은 행복이지~ 특히 잠은 자는 것 만으로 충분히 축복이라고 생각하고. 그런데 나 왜 잠이 안오는거죠? ㅋㅋㅋ 어차피 내일은 야간근무라 조금 늦잠자도 오케이지만~ 서로 좋은 파트너니까 오래오래 갈 수 있도록 힘내야겠어~~ 그리고 우리가 만날 수 있었던 이유는 혜성이 시트가 넘 매력적이었기 때문...!
2월까지 쉰다고 했던건 2월까지 일을 끝내고 복귀하겠다는 뜻이었지만..... 다 일을 끝내지 못했다고 한다 흑흑.... 생각보다 내가 손이 느렸던 게야...... 쨌든 무리하지 않고 답레는 써올테니 걱정마시라~
ㅋㅋㅋㅋㅋㅋㅋ 그렇다면 졸릴 때까지 여기에 있어도 되지 않을까? 나도 잘 때까진 여기에 접속해있을 생각이라서 말이야! 아무튼 혜성이의 시트를 매력적으로 봐준 것은 늘 말했다시피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 아람이의 시트도 상당히 매력적이었다! 사실 그때는 연플은 그다지 생각하지 않았고 귀엽겠다. 예쁘겠다. 어떤 매력이 있을까? 이런 생각만 하고 있었지만 말이야! ㅋㅋㅋㅋㅋ
아무튼 손이 느린 것은.. 아무렴 어때!! 아람주가 이렇게 잊지 않고 들어와주는 것만으로도 기쁘고 고마운걸!! 그러니까 느긋하게 기다릴게!! 아람주도 내가 사라지지 않을까 걱정하지 말기!
가을 날씨가 선선한 와중에 기분도 묘한 느낌이 들었다. 새삼 많은 시간이 흐른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이제 곧 겨울이 오면 고3이 되는 때인데 자신은 올해부터 연기를 배우고 있다는 게 참 이상하기도 하고 웃기기도 했다. 어머니와의 사이 또한 이전보다 더 나아진 것 같다는 것도 되게 이상한 느낌이기도 했고.
아람은 갈색 체크무늬 베레모에 흰 티를 입고 거기에 비슷한 색감의 도톰한 원단의 골지 멜빵바지를 받쳐 입었다. 동그랗고 까만 테가 돋보이는 패션 안경을 꼈는데 전체적으로 장난기 많은 탐정 느낌이었을까. 그 위에 까만 항공 점퍼로 쌀쌀한 날씨를 대비했다.
아람은 따뜻한 유자차가 든 보온병과 며칠 전에 제과점에서 산 버터쿠키를 조금 챙겼다. 집에 나서기 전에 거울 앞에서 머리를 매만졌는데 이전보다 길어져 어깨를 살짝 더 넘는 기장이 된 머리카락이 눈에 띄었다. 원래는 단발로만 유지하곤 했었는데.... 어쨌든 머리카락이 제멋대로 뒤집어지는 터라 꼭꼭 고데기를 해줘야하는 조금 불편한 기장이었다.
일찍 출발한다고 한 건데 혜성이 먼저 도착해 있었다. 자신을 발견하자 입가에 미소를 띈채 손을 흔드는 모습이 보이자 아람도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발걸음을 빠르게 하며 금방 혜성의 앞으로 간 아람은 그대로 혜성을 폭 안으려고 했을 것이었다.
기다리고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절대로 긴 시간은 아니었을 것이다. 저 편에서 제 여자친구인 아람의 모습이 보이자 혜성은 손을 흔들었고 아람 쪽에서 흔드는 모습도 확인할 수 있었다. 체크무늬 베레모는 물론이며 동그랗고 까만 테가 돋보이는 패션 안경까지. 오늘은 평소와는 또 다른 느낌의 옷이라고 생각하는 와중 아람이 자신을 폭 안으려고 하는 모습에 혜성은 살짝 당황하지만 그녀를 뿌리치거나 하진 않았다. 괜히 시선을 옆으로 돌리는 것이 평소처럼 부끄러워하면서도 툴툴거릴 때 나오는 행동이었다.
"오, 오래는 안 기다렸어. 나 참. 다른 사람들도 있는데. 안 부끄러워? ...뭐, 싫은 것은 아니긴 한데. 아니기는 한데."
괜히 그렇게 툴툴거리면서도 혜성은 결국 두 팔을 아래로 내려 아람을 잠시 품 안에 가뒀다. 그 상태로 그녀를 살포시 안아주었지만 그렇다고 그 자리에서 계속 그녀를 안아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집 안이라던가 정말로 둘만 있는 공간이라면 모를까. 어디까지나 외부였기에 그는 적당히 그녀를 안았다가 살며시 그녀를 품에서 놓아주었다. 물론 아람이 여전히 떨어지지 않고 자신을 안는다면 쭉 달라붙어있었겠지만.
그녀의 옷차림을 혜성은 다시 한 번 전체적으로 바라봤다. 여름과는 확연히 달라진 옷차림이 인상적이면서도 정말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다 혜성은 잠시 한 가지 사실을 고민했다. 하지만 괜히 시간을 끌어봐야 좋을 것은 없다고 생각하며 이내 혜성은 미리 챙겨온 아람의 사진. 정확히는 그녀의 아버지에게 받았던 그 사진을 주머니에서 꺼내서 아람에게 내밀었다.
"그러고 보니 나 전에 아저씨를 만났거든. 아니. 특별한 말을 하거나 하진 않았고 나도 그냥 이야기만 조금 들은 정도인데... 그 아저씨가 이거 전해달라고 해서. 네 사진."
이어 혜성은 살짝 아람의 눈치를 보는 모습을 보였다. 당연하지만 만난 것이나 이야기를 나눴다는 사실을 숨길 생각은 없었기에 솔직하게 말하긴 했으나 아람이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조금 걱정인 모양이었다. 그야 그녀는 아버지를 싫어하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기에.
/안녕! 아람주! 아앗. 월루중이라니!! ㅋㅋㅋㅋㅋ 하긴 일하면서 답레쓰거나 상판 하는 것도 은근히 재밌으니까! 그래도 답레까진 힘들던데.. 아무튼 나도 오랜만에 혜성이 캐입을 하는데 그때의 느낌이 잘 사는진 모르겠네. 아무튼 사진은 그냥 후딱 전해주는 것으로! 아람주도 마찬가지로 믿음직한 파트너야!!
혜성이 입장에선 한창 재밌게 단풍놀이 즐기는 도중에 돌려주는 것보다는 출발 전에 돌려주는 것이 낫지 않겠나..라고 생각했대. (속닥속닥) 아무래도 사진에 대해서는 아람이가 조금 불쾌하게 생각할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고 있거든. 아무튼 답레는 편하게 줘도 괜찮아!! 지금은 일하는 중이기도 하고. 아이고..아람주.. 일 화이팅..(토닥토닥)
그래서 아람이의 다음 반응이 솔직히 조금 무서워.. ㅋㅋㅋㅋㅋㅋ 왜 우리 아빠를 만났냐고 화내는 거 아닌가 싶을 정도로. 다시는 상대하지 말라고 엄포 놓을 것 같아.. ㅋㅋㅋㅋㅋ (시선회피) 아무튼 이제는 쉬는구나. 쉴 수 있을 때 푹 쉬길 바랄게!! 자기 싫다면..어쩔 수 없지만 너무 무리하진 말기야!! 8ㅁ8
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로 무서워! 두려워!! 이번 일로 싸우게 되면 단풍놀이 가능한거야? 여기서 바로 돌아가고 그러는 거 아니야? ㅋㅋㅋㅋㅋ 일상이 바로 끝이 나버릴 것 같은걸. 혜성이가 쩔쩔매는 상황이 나오고야 마는 것인가. 하지만 아람이는 뭔가 되게 싫어할 것 같은 느낌이긴 해. 사진 안 받는 거 아닌가 모르겠네.
자신이 부끄럽냐고 이야기를 하는 말에 혜성은 무슨 말을 하냐는 듯이 당황하는 기색을 보이면서 고개를 빠르게 도리도리 저었다. 물론 그녀의 장난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정면에서 들으니 조금 당황을 한 것일까. 아무튼 절대로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고 괜히 이야기를 하면서 그는 다시 한 번 고개를 빠르게 도리도리 저었다.
아무튼 자신의 코트를 칭찬하는 목소리에 혜성은 괜히 기분이 좋았는지 고개를 살며시 돌리면서 웃는 모습을 보였다. 물론 굳이 감출 필요는 없긴 했으나 뭔가 정면으로 보이기에는 조금 부끄러웠던 것일까. 하지만 그 기분 좋은 것도 잠시. 이내 아람이 보이는 모습과 행동에 혜성은 절로 침을 꿀꺽 삼켰다.
입술을 살풋 깨물다가 차가운 표정을 짓고 있는 그녀의 모습에 혜성은 제대로 긴장하면서 어.. 어.. 어.. 소리를 내면서 말을 더듬었다. 하지만 딱히 숨길 순 없었기에 그는 침을 꿀꺽 삼키면서 그녀의 물음에 솔직하게 대답하기로 했다. 우선 생각을 정리하려고 하면서 이런저런 말을 정리한 후, 그는 바로 말을 이었다.
"아니. 전에 학교 끝나고 잠깐 얘기를 좀 하자고 해서. 그래서 잠깐 카페에서 만난게 다야. 뭐냐고 해도.. 별 이야기는 없었지만 네가 어머니에게 세뇌되었니 뭐니 그런 소릴 해서. 솔직히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생각을 하는데. 아무튼 딱히 그 아저씨 편을 들거나 할 생각은 없어. 난 네 편이니까. ...일단 사진은 전달은 해주라고 해서. ...아니. 다시 말하지만 딱히 그 아저씨 말을 신뢰하거나 하진 않아. 나."
난감한 표정을 지으면서 그는 고개를 살며시 도리도리 저었다. 이어 잠시 말을 고민하던 그는 괜히 머리를 긁적이면서 아람에게 이야기했다.
"...뭐라고 하면 좋을까. 기분 나빴다면 미안. 하지만 너에게 거짓말 하고 싶진 않아서. ...말 안하면 진짜 화 크게 낼 것 같고, 너에게 못할 짓이라고 생각하거든. 나. 아, 아, 아무튼 그런거야!"
/음. 아마 자세하게는 말을 하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을 해. 아버지에 대한 안 좋은 말은 조금 하긴 했지만 정확히 혜성이에게 과거사라던가 그런 것을 이야기하진 않았던 것 같은데.
그치? 내가 생각해도 두루뭉실하게 상황만 좀종 보였을 뿐 딱히 제대로 이야기한 적이 없었던 것 같고 말이지~ 혜성이가 막 캐려고 하는 스타일도 아니기도 하고! 답레는 천천히 쓸게 ㅋㅋㅋ 오랜만에 쓰려고하니까 막 의욕이 솟는것 같기도하고. 하지만 이제 그만 자러가야하.... 슬푸다 ;ㅅ;
혜성이는 굳이 그런 과거사를 먼저 캐거나 하는 스타일은 아니니까. 그래서 언젠가 아람이가 이야기해주면 그때 듣자..라고 생각하는 중이야!! 아무튼 답레는 천천히 써도 괜찮아!! 일단 느긋할 때 써줘! ㅋㅋㅋㅋ 아. 나. 그 기분 뭔지 알아! 사실 나도 지금 비슷한 느낌이거든! 역시 아람이는 언제 봐도 귀엽다. 진짜.. 아무튼 자러 가는구나. 잘 자고.. 내일은 푹 쉬길 바랄게! 아람주!
아마 그 날이 이 날이 될 것 같은 그런 기분~ 앗, 혜성주랑 비슷한 느낌이라니 좋은데? 혜성이도 넘넘 귀여워 흑흑 어떻게일상 하나하나가 이렇게 귀엽고 사랑스러울수있지??? 혜성주도 잘 자구 좋은 꿈 꾸구~ 내일은... 가족모임.... 갠프.... 열심히 일해야....() 쨌든 무리하지 않고 열심히 하고 있으니까 걱정 하지 않아도 된다...! >< 잘자!
아람이가 훨씬 더 귀엽고 예쁘고 사랑스럽다! 이건 진지하게 말하는 팩트야! ㅋㅋㅋㅋㅋㅋ 물론 혜성이도 내 나름대로는 귀엽다고 생각하지만 말이야. 아무튼 혜성이를 늘 좋게 봐줘서 고마워!! 아앗. 가족모임에 개인 프로젝트.. 아이고. 내일도 뭔가 많이 바쁘구나. (토닥토닥) 아무튼 잘 자길 바라!! 아람주!!
매번 똑같이 장난치는데도 늘 똑같이 반응해버리는 혜성의 모습에 아람은 쿡쿡 웃었다. 이런 면이 귀여워서 계속 장난 치게 되는 것일지도 몰랐다. 칭찬에 은근히 기분좋아하는 모습도 말이다.
하지만 이어지는 화제로 인해 기분이 다운된 건 어쩔 수 없는 일일까. 그래도 혜성이 솔직하게 이야기 해주는 것 같아서 나았지만. 그럼에도 어머니가 저를 세뇌했다는 그 말에는 더 화난 표정이 되어버렸다. 그래도 이어지는 혜성의 사과에 표정은 조금 풀어졌다. 아람은 잠시 숨을 내쉬고는 발치를 바라보며 말했다.
"....네가 사과할 게 뭐가 있어. 오히려 내가 미안해. 이상한 사람이 찾아오게 해서."
아람은 어린 아이였던 자신이 찍은 사진을 내려다봤다. 환하게 웃고 있었지만 마음 속은 전혀 그렇지 않던 시절이었다. 아람은 두손으로 사진을 찢으려고 하다가, 이내 멈칫하고는 손을 축 내렸다. 사진은 가장자리만 살짝 찢어지고는 멀쩡했다. 차마 사진을 찢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아람은 사진을 이내 가방 안에 넣었다.
"그 사람이 너한테 해코지 하지는 않았어?"
아람은 조금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혜성을 올려다봤다. 그리곤 손을 뻗어서 혜성의 손을 잡으려고 했고.
/빠르게 정주행 해보니 대략 이혼했었다 어머니랑 같이 살고있다 정도만 이야기했었군...!(끄덕
아람의 표정이나 분위기가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는 것이 혜성에게 있어선 조금 불안한 요소였다. 하지만 역시 거짓말을 해서 숨기는 것보다는 사실대로 이야기하는 것이 낫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혜성은 잔뜩 긴장하며 침을 또 다시 꿀꺽 삼켰다. 이내 미안하다고 하는 아람의 말에 혜성은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그녀가 사과할 일이 또 뭐가 있겠는가.
"...아, 아니. 따, 딱히. ...애초에 네가 사과할 일도 아니잖아. ...그때의 모습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딱히 네가 의도한 것도 아닌데."
전혀 사과할 것 없다는 듯이 혜성은 고개를 도리저으면서 그녀를 달래려고 애써 그렇게 이야기했다. 허나 그러다 사진을 그녀가 찢으려고 하다가 가장자리만 살짝 찢고 마는 그녀의 행동에 그는 살며시 그녀를 토닥였다. 아마 저 사진은 그녀에게 있어서 그렇게 좋은 것은 아닌 것이겠지. 그렇게 판단하고 추측하며 혜성은 굳이 더 사진에 대해서 아무런 말도 하지 않기로 했다.
"해코지는 무슨. ...그냥 카페에서 잠깐 이야기한 것이 다야. 아무튼 네가 그렇게 말하니까 나도 더 말은 안할게. ...솔직히 무슨 일이 있었는진 잘 모르겠지만, 사실 추측이 아예 안 가는 것은 아니기도 하지만 그게 정확한지도 모르겠고. ...그런 것보다 그냥 오늘 데이트나 생각할래. ...기껏 나왔는데 그 뭐랄까. ...그 아저씨가 주가 되는 것은 좀 그렇잖아. 그 뿐이야."
괜히 그렇게 툴툴거리듯이 이야기를 하며 자신의 손을 잡으려고 하는 아람의 손을 혜성 역시 천천히 잡았다. 그리고 반대편 손으로 자신의 뺨을 톡톡 치더니 그는 그녀를 바라보면서 피식 웃었다.
"좋아. 그러면 이제 이 이야기는 끝. 너도 굳이 더 하고 싶진 않잖아. 안 그래?"
/맞아. 나도 딱 그 정도로만 기억하고 있거든. 아무튼 어제 일 한다고 수고했어!! 오늘도 하루..화이팅이야!
아. 그러고 보니 다음 달은 사실상 2월이니까 말해둘게! 2월 2일부터 5일 저녁까진 사실상 내가 상판 활동을 못할거야. 별 건 아니고 친구들과 스키장 가기로 했거든. 2월 2일 저녁에 일 끝나고 바로 출발해서 친구 집에서 하루 자고 3일 아침에 본격적으로 가는지라 아마 그 기간때는 여기에 오긴 살짝 힘들 것 같네. 미리 말해둘게!
가족 모임한다고 수고했어!! 사실 스키는 지금까지 한 번도 타본 적이 없어서 조금 불안하긴 한데 친구가 자기가 가르쳐준다고 가자고 해서 갈 참이야! 마침 큰 곳에 가서 2박 3일로 푹 쉬다가 온다! 잘 다녀올게!! 스키 썰은 없었을거야! 사실 혜성주가 스키를 잘 몰라서 스키 썰을 풀 수가 없다..으흑흑.
사진을 받았지만 차마 찢지 못하고 다시금 집어넣는 그 행동에 아람은 조금 무력감을 느꼈다. 아직도 나는 과거에 사로잡혀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래도 다행히 혜성이 그 사람에게서 무언가 나쁜 행동을 당했다거나 하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하긴 그런 일이 있었다면 혜성이 가만히 있지 않았겠지. 이전에 있었던 일도 그렇고 무슨 일이 있었다면 나 또한 가만히 있지는 않았을 것이었다.
혜성의 말은 툴툴거리는 것 같았으나 꽤 다정했고, 잡아오는 손길은 따뜻했다. 하지만 이내 이 이야기를 마무리하고 싶어하는 혜성의 모습에 아람은 한숨을 삼켰다.
“응.”
대답이 짧아서 혜성이 신경 쓸 것 같았으나, 차마 무슨 말을 더 덧붙이기에는 마음이 무거웠다. 아니면 아람은 혜성이 말을 마무리하는 대신 자신에게 직접 물어봐주기를 바랬던 것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여자친구이지 않는가. 나에 대해서 어느 정도 알고 있기도 한 사람이면서. 아니면 혜성을 포함한 다른 이들에게 선을 그어왔던 자신의 업보일지도 모르고.
아람은 눈을 깔고 아무 말 없이 바닥만 내려다봤다가, 이내 버스가 들어오자 아람은 혜성의 손을 잡아당겼다.
“버스 왔다.”
얼른 타자며 배시시 웃는 모습은 무거운 기색은 많이 사라진 모양새였다.
/헉 혜성주 스키 처음 타러 가는구나!!!!!!!! 스키든 보드든 넘어지는 연습 많이 해야해. 특히 스키는 잘 넘어지면 하나도 안 아파. 일어날 때 폴대로 짚고 일어나는 게 어려운데 익숙해지면 쉬워지구~ 가르쳐주는 사람이 있으면 배우기 편하지~ 잘 배우고 와!!!!! ㅋㅋㅋㅋㅋㅋㅋㅋ 혜성이 스키 썰이 없는 이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는 스키 이야기하면 카캡체 때문인가 눈오는 산장 안에 같인 남캐여캐가 떠오르더라고~
아람의 대답이 꽤 짧은 것에 혜성은 무슨 말을 해야 할 지 알 수 없었다. 그다지 이야기하고 싶어하지 않는 것 같았기에 아직은 조금 더 시간이 필요했지만 이게 잘못된 것이었을까. 눈을 깔고 바닥을 내려다보면서 특별히 말을 하지 않는 아람의 모습을 바라보다 혜성은 가만히 살며시 눈동자를 굴리면서 주변을 살폈다. 이어 그는 작게 혀를 찬 후에 그대로 그녀를 와락 안아 자신의 품으로 끌어당겼다. 다른 사람들이 있는 곳에선 그다지 이런 행동을 잘 하지 않는 그였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은 용기를 내서 그녀를 와락 안으면서 그는 조용한 목소리로 아람에게 이야기했다.
"그 아저씨와 정확하게 무슨 일이 있었는진 난 잘 모르겠고 솔직히 지금 내가 무슨 말을 해야할지도 난 모르겠어. 알고 싶지만 그 이야기가 나오면 뭔가 힘들어하는 것 같아서 물어도 될지 모르겠고. ...아무튼 네가 만나고 싶어하지 않는다면 다시는 안 만날게. 솔직히 어릴 때 무슨 일이 있었고 네 가족이 어떻건 그게 너하고 무슨 상관이야. 지금 네가 보이는 그 모습과 날 좋아하는 마음이 거짓이 아니라면 그것으로 충분해. ...사람 무안하게. 나 참."
결국 마지막엔 약하게 툴툴거리면서 혜성은 아람을 살며시 놓아주었다. 버스가 들어온 탓이었다. 자신의 손을 잡아당기면서 버스 왔다고 이야기를 하는 그 말에 혜성은 괜히 뒷통수를 긁적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버스가 왔는데 안 탈 순 없지 않겠는가. 잡은 손을 놓지 않으려고 하면서, 그러면서도 주변의 시선은 애써 무시하려고 하면서 혜성은 버스 안으로 빠르게 조용히 탑승했다. 버스 카드를 찍으면서 교통비를 계산한 후, 빠르게 자리를 확인하다가 뒤에 자리 두 개가 비어있는 것을 확인하면서 혜성은 아람을 이끌고 그곳으로 향했다.
"자연 공원까진 그렇게 오래 안 걸릴거야. 그래도 좀 가긴 해야하니까. ...대충 30~40분 정도 걸렸던 것 같은데."
과거 경험을 떠올리며 그렇게 말을 한 혜성은 살며시 시선을 창밖으로 향한 후에 괜히 잡고 있는 아람의 손의 손등을 엄지손가락으로 살살 간지럽히듯 움직였다.
"자리 있었으면 좋겠네. ...기왕이면 좀 조용하고 한적한 그런 곳으로. ...아니. 별 건 없고 그냥, 경치 구경하려면 조용한 것이 좋잖아. 그 뿐이야."
/맞아. 넘어지는 연습 좀 해야한다고 하더라고. 그리고 처음 타는 거면 오기 부리지 말고 초보자 코스 벗어나지 말라고도 들었어! ㅋㅋㅋㅋ 일단 타보면 알겠지!! 그래도 초보자 코스는 그다지 안 어렵다고 해서! 카캡체에 그런 에피소드가 있었나? 너무 옛날에 봐서 기억이 잘 안 나는 것 같아. ㅋㅋㅋㅋ 아무튼 눈오는 산장에 갇히는 남캐여캐라. 이게 또 클리셰라면 클리셰지. 혜성이와 아람이가 갇히면 아람이가 많이 불안해하려나. 혜성이는 아마 불안해할 것 같지만 아람이 앞이라서 그런 티는 못 내고 아마 아람이만 꼬옥 끌어안아주고 있을 것 같네.
아람은 혜성이 자신을 덥썩 끌어안자 눈을 동그랗게 떴다. 물음표가 머리 위로 한 가득 올라오면서 어정쩡하게 올라왔던 손은 평소처럼 자연스럽게 혜성의 등 위로 올라갔다. 그리고 머리 위로 내려앉듯 들려오는 말을 듣고난 뒤 작게 웃음을 흘린다. 어쩔 수 없지 않은가. 자신을 좋아해주는 혜성의 말들만 들으면 어떤 섭섭한 마음도 눈 녹듯 녹아버리는데. 물론 그 사람이 남긴 무거운 기억들은 한 켠에 그대로 남아있지만서도.
서로 꼭 잡은 손을 놓지 않으면서 두 사람은 버스에 올랐고 다행히 남아있는 두 자리를 차지하고 앉았다. 3-40분 정도라니. 느긋하게 앉아서 가면 될 정도의 거리인 것 같다. 아람은 제 손등을 엄지손가락으로 문지르는 혜성의 행동을 저지하기 위해 장난스럽게 혜성의 손을 깍지 껴 잡았다.
“응. 맞아. 사람들 적고 조용하면 좋겠다.”
아람은 버스 의자에 등을 푹 기대며 말했다. 아람은 잠시 창밖을 바라보며 지나가는 풍경을 바라보다가.... 몇 분의 시간이 지난 뒤 혜성을 바라봤다. 그 눈동자는 조금 결심했다는 눈빛을 담고 있었다.
“.... 역시, 고소해야겠어.”
대뜸?
/맞아. 중급자 코스 들어가면 경사도가 다르거든 ㅎㅋㅋㅋ 경사로를 타다보면 익숙해지는데 처음 내려가는 부분의 경사도는 아무래도 평지에서 내려다보니까 엄청 가팔라 보여서 겁을 먹기 마련이라. 아마 혜성주도 초보자 코스에서 열심히 연습하면 다음번 스키장 갈 때는 중급자도 갈 수 있지 않을까? 아마 아람이는 많이 불안해 할 것 같지. 아무래도 갇혔다, 라는 느낌이니까 말이야. 그것도 기약없이 갇혔다 라는 것이라서 더 무서워할지도 모르겠네~ 아람이는 혜성이 꼭 끌어안고 안 떨어지려고 할 것 같지. 그래도 시간이 지나면 익숙해 지겠지만서도~!
깍지를 끼면서 손이 잡히는 통에 혜성의 행동은 저지될 수밖에 없었다. 약간의 아쉬움을 느끼는 와중에 갑자기 고소라는 말에 혜성은 영문 모를 표정을 지으면서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갑자기? 갑자기 고소? 왠 고소? 나 뭐 잘못했어? 그런 혼란스러움이 그의 눈빛에 녹아내려 가득 채웠다. 영문 모를 말에 두 눈을 여러 번 깜빡이면서 어버버하는 표정을 짓다가 혜성은 조심스럽게 입을 열어서 그녀에게 이야기했다.
"...나 뭐 잘못했어? 갑자기 고소라니."
물론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다른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순간적으로 찾아오는 혼란은 언제나처럼 혜성의 판단력을 흐리게 했다. 자신이 오늘 한 행동을 되감기해서 다시 재생을 하면서 쭉 떠올려봤지만 뭔가 떠오르거나 하는 것은 없었다. 그러다가 그는 이내 겨우겨우 다른 가능성을 떠올리면서 아람을 바라보면서 되물었다.
"그 아저씨 말이야? 고소할 정도인거야? 아니. 네 판단이 잘못되었다는 것은 아니지만 고소라는 표현은 상당히 센 그런 표현이잖아. 그래서 말이지."
딱히 그녀의 행동을 저지하거나 막거나 할 생각은 없었다. 허나 그럼에도 그런 표현이 나올 정도니 그 역시 자연스럽게 그녀에게 그렇기 질문했다. 그녀의 눈동자를 역시 빤히 바라보면서.
/ㅋㅋㅋㅋㅋ 사실 스키를 그렇게 오래 타고 그러진 않을 것 같아서. 어떻게든 되겠지! 라는 느낌이야. 아무튼 다치지 않고 그냥 가볍게 즐기닫가 오는 것이 목표기도 해! 사실 스키를 타는 것도 있지만 그 외 리조트의 다른 시설로 노는 것도 꽤 생각 중이어서! 온천도 있다고 하니까 온천도 갔다와볼까 싶기도 하네. 물론 말이 좋아 온천이고 일반 목욕탕 느낌일 것 같지만서도! ㅋㅋㅋㅋㅋ 아람이가 혜성이를 끌어안고 안 떨어지려고 하면 혜성이는 아마 등을 토닥여주면서 괜찮아. 괜찮아. 구조하러 올 거야. 그렇게 계속 이야기를 할 것 같아. 보통 그런 산장은 조난당한 이들을 위해서 만들어진 거라서 보통 먹을 것이라던가 그런 것들이 며칠분은 있는 것으로 알거든. 그러니까 일단 거기서 버티면서 아람이와 구조를 받을 때까지는 쭉 있게 되는 느낌일 것 같네. 벽난로에 불 피워놓고 아람이 안정되도록 무릎베개 하는 혜성이가 보고 싶어졌다. (진지)
호오 그렇구나! 나는 스키만 2박3일로 탄 적이 있는데 진짜 너무 힘들었어ㅋㅋㅋ 스키 타고 따뜻한 물에 몸 담그면 정말 최고니까 짜릿할거라구~ 재미있게 놀고 왔으면 좋겠다! 아람이는 조금 불안해 하면서도 혜성이랑 같이 따뜻한 것도 해먹고 불좀 쬐고 하는 포근한 느낌이겠다. 무릎베게 해주는 혜성이 ㅠㅠㅠㅠㅠㅠ 넘 예쁜 장면일 것 같애 흑흑
오. 그건 기억해둬야겠어! 스키 타고 오면 바로 사우나건 온천이건 가서 몸 좀 담궈야지! 팁 알려줘서 고마워! ㅋㅋㅋㅋ 아무튼 스키가 생각보다 되게 힘든 스포츠인가보구나. 하긴 수영도 하다보면 되게 힘드니까 스키도 그 정도로 힘들려나. 맞아. 너무 예쁜 장면일 것 같아서 꼭 보고 싶은 장면 중 하나야. 그러다가 아람이 잠들면 혜성이는 그 상태에서 자신도 벽난로 불 쬐다가 꾸벅꾸벅 조는 그런 느낌이 될 것 같아.
일단 빠르다보니 온 몸에 긴장하기도하고 안 쓰던 근육을 쓰기도 하고 그러니까~ 나는 스키 타는 거 좋아해서 계속 타다보면 무리하게 돠기도 하고 그렇다라고 ㅋㅋㅋ큐ㅠㅠ다음날 근육통 정말 끔찍하지만 ㅎ...... 흑흑 둘이 벽난로 앞에서 포근따끈한 모습 하고 있을 것 생각하니 넘 귀엽다 흑흐그흑
아람의 입에서 나온 말은 생각도 못한 말이었다. 밥을 굶기고 방이나 벽장에 가두고 학교에도 안 보내고 고립시키고 일만 보내는 것. 그게 어떻게 사랑이고 한 사람의 아버지가 할 수 있는 일이란 말인가. 그녀의 아버지는 그녀가 어머니에게 세뇌가 되었다고 하지만 자신이 볼 땐 그게 아니었다. 잘못된 것에서 해방시키고 올바른 것을 겪게 해주는 것이 어떻게 세뇌겠는가. 오히려 세뇌는 그녀의 아버지가 한 것이 아니겠는가. 작게 혀를 차면서 혜성은 자신도 모르게 그녀의 손을 잡고 있는 제 손에 힘을 주었다. 덤덤하게 말하는 그 모습이 너무나 아련하고 슬퍼서. 그리고 생각보다 엄청나게 큰 말들이 나와서.
"그렇다면 지금은 행복한 거 맞지?"
그때는 그렇게나 괴로웠다. 그렇다면 지금은? 지금은 어떤가? 물론 그녀의 모습을 보면 절대 괴롭고 힘든 것은 아닌 것 같았지만 그래도 지금의 그녀는 괜찮은지에 대해서 그는 괜히 그렇게 물었다. 이어 혜성은 약하게 숨을 내쉰 후에 아람을 바라보면서 분명한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쉽진 않을지도 모르지만 나라면 할 것 같아. 그건 아버지가 할 짓이 아니잖아. 물론 힘들고 그러겠지만 그래도 나는 네 편이야. 네가 무슨 말을 듣고 그 아저씨에게 무슨 비난을 받을지라도 난 네 편이야. 그것만큼은 알아줬으면 해."
다시는 그 작자에게 관심을 두지 않을테고 말도 듣지 않으리라. 설사 그 모든 것이 오해라고 할지라도 그 오해를 제대로 풀지도 않고 지금 이 지경까지 둔 것은 엄연히 그 작자의 책임이 아니겠는가. 그렇게 생각하며 혜성은 정말로 진지한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툴툴거리는 것조차도 잊고서.
/다음날 근육통이라. 나도 근육통 엄청 걸려서 돌아오는 거 아닐지 모르겠네. 흑흑. 그래도 일요일은 스키 안 타고 돌아오는 날이니 괜찮을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여러모로 무리하지 않고 타고 돌아올게!! 사실 스키도 타고 다른 놀거리에서도 놀고 리조트에서도 푹 쉬고 맛있는 것도 먹는 그냥 내 나름대로의 겨울방학 느낌이야! 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