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람은 결국 혜성의 말에 웃어버렸다. 자신을 지키기 위해 태어났다니. 공감하지도 이해하지도 못할 말이었지만 그럼에도 고맙기도하고 바보같기도 하고. 조금은 애틋하기도 했다.
"그래, 네 마음대로 하려무나."
아람은 결국 혜성을 설득시키기를 포기했다. 설득한다고 해서 될 것 같지도 않다. 누구를 닮은 건지 고집 하나는 대단하다니까. 물른 아람의 고집도 남 부럽지 않을 만큼 셌지만.
아람은 남빛 장옷을 펄럭이며 어깨에 둘렀다. 혜성의 말에 살풋 웃으며 다른 말 없이 "길은 외웠으니 뒤에서 따라오렴." 하고는 먼저 걸음을 옮길 것이었다. 아름다운 호수를 뒤로 하고 아람은 걷다가 사람들이 나올만한 곳에 다다라서는 머리카락까지 장옷으로 꼭 숨겼을 것이었다.
/막레로 가져왔다! 아마 아람이 엄청 혼나지 않았을까. 재미있었다니 다행이다~! 큰일 없었던 것도 다행이고!와 부러워!! ㅋㅋ큐ㅠㅠ!!!
아악........ 다음 생은 다음 생이니까 이번 생은 너무 맘 아프자나 흑흑 흐그규규규ㅠ 그래도 이런 분위기도 좋아....... 역시 에유하면 이런 다른 맛을 볼 수 있어서 좋다니까 흑흑 망사랑 맛있다...... 혜성주도 이번 일상 고생했어!! 오늘 하루도 고생 많았구`!~!~! 나는 퇴근하고 집 오자마자 잠들어서 지금 시간이긴 한데.......(흐릿)
이번 생은...어쩔 수 없다! 신분차이라는 것이 너무 큰걸! ㅋㅋㅋㅋㅋㅋ 혜성이도 양반집 자제로 하는 것이 좋았을까 싶기도 하지만 양반집 자제가 호위무사를 하고 그러진 않을테니까. 어쩔 수 없지! 이 AU는 이런 조금 쓴맛을 느끼는 수밖에! 하지만 본편에선 행복하게 잘 지내고 있으니까 된 거 아닐까 싶기도 해! ㅋㅋㅋㅋㅋ
아무튼 안녕! 아람주!! 아앗.. 퇴근하고 집 오자마자 잠들다니.. 피곤하진 않아? 물론 아람주는 무리하지 않을 거 잘 알지만!! 아무튼 좋은 밤이야!
신분차이에서 오는 그 간극이 또 맛있거든요....... ㅋㅋㅋㅋㅋㅋ 아람이가 공주님이었다면 좀 달랐을지도 모르겠네! 본편에서 행복하니 다행이다. 흑흑. 잠을 너무 잘 자서 피곤함이 사라졌다.....! 그래도 조금 있다가 보면 또 졸려서 잠들것 같지만 말이야! 지금은 너무 쌩쌩해서 문제야. 밤낮 바뀌면 큰일나는뎅.......(힝구) 다음 일상은 어떻게 할까? 겨울로 넘어가는 게 좋을까 아니면 에유 하나 더 할까? 고민고민
ㅋㅋㅋㅋㅋ 아람이가 공주님이었으면 혜성이와 혼인하는거야? 오히려 공주님이라고 한다면 더 결혼이 힘들지 않을까 생각이 드는걸. 일반 양반집보다 훨씬 더 반대에 반대를 할 것 같은데 말이야. 물론 공주를 호위하는 이는 나름대로 신분이 또 있어야 한다고 들은 것 같기도 하지만 말이야! 그러게! 본편에서 행복하니까 정말로 다행이지! ㅋㅋㅋㅋㅋㅋ 피곤하면 무리하지 말고 자기야! 나도 사실 조금 더 있다가 자러 갈 생각이기도 하고. 으앗..쌩쌩해도 내일을 위해서 자야 할 시간 되면 자야한다! 아람주!!
음. 그러게. 일단 정말로 오랜만에 본편으로 가도 좋지 않을까? 겨울시즌으로 말이야! AU를 하나 더 해도 좋겠지만.. 아무래도 본편으로 돌린 것이 꽤 오래전이니 말이야! 다시 감을 잡아볼겸?
하지만 이제 하루만 더 일하면 금요일인걸! 주말인걸!! 그러니까 나는 그것만 보고 버티도록 하겠어!
맞아. 겨울 시즌 정한 것 중에서 혜성이 부모님 만나는 것이 있었지! 그 이외에는 눈 내리는 것, 스키장 정도밖에는 안 떠오르네. 뭔가 이것저것 정했던 것 같은데 말이야. 그래도 하나하나 다시 생각해보면 되겠지! 개인적으로는 벽을 사이에 두고 온천에 들어간 상태에서 이야기나누는 그런 일상도 좋지 않을까 싶기도 해! 뭔가 겨울이면 온천이고 온천하면 대충 그런 것이 떠오르거든!
금요일! 그러네!! 나도 주말만 보고 버틴다 아자!!! 이번 주말 쉬는 주말이야~~ 신나~ 맞아 이것저것 정했는데 막상 생각 안나다니!! 그래도 나중에 생각나는 거 있으면 또 하면 되니까 괜찮다구!! 온천!! 좋다~~ 학교에서 자유여행을 갔는데 노천탕이 있다고 해서 간 곳에 너무 일찍 갔거나 너무 늦게 가서 "어.... 사람.... 없네?" 하는 그런 느낌이면 좋을 것 같기도 하구 ㅋㅋㅋㅋ 노천하고 나왔는데 돌아가는 길에 눈내리는 것도 좋아. 뭔가 일본 감성이지만 뭐어때! 상황극인데! 라는 느낌!!!
와! 아람주도 이번 주말은 쉬는구나!! 정말로 축하해!! 늘 주말에 일하는 것 같아서 되게 안쓰러웠거든...8ㅁ8 아무래도 정한 것이 꽤 이전이니까. 어쨌든 4개월 정도 빈 시간이 있었고..사람의 머리가 모든 것을 계속 기억할 수는 없을테니 말이야! ㅋㅋㅋㅋㅋ 개인적으로는 너무 늦게 가서 딱 둘만 있는 그런 느낌이 더 좋지 않을까 싶어. 아무래도 그쪽이 좀 더 두 사람이 시간에 쫓기지 않고 여유롭게 이야기도 나누고 온천도 즐길 수 있을 것 같아서 말이야! ㅋㅋㅋㅋㅋㅋ 맞아. 나오고 난 후에 눈 내리면 딱 좋지! 분위기도 예쁘고 말이야! 일본 감성이면 어때. 그리고 우리나라에도 그런 노천탕은 있는걸! 일단 아람이와 혜성이가 그런 분위기를 즐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난 생각해!
쉬는 주말!! 지난주도 쉬는 주말이긴 했는데 해야할 일이 있어서 출근했어......(흐릿) 너무 늦게 가는 것으로 하면 좋겠다!! ㅋㅋㅋ큐ㅠㅠㅠ 생각만 해도 분위기 좋을 것 같아. 겨울 일상 첫번째로 그거 하면 좋을 것 같아. 아직 방학은 안했다는 느낌으로 말이야! 그리고 우리 나라에도 그런 노천탕 있어...?? 나도 가고 싶어!!!! ㅋㅋ큐ㅠ/!!!
아앗... 쉬는 날인데 해야할 일이 있어서 출근이라니. 그게 무슨 끔찍한... 8ㅁ8 저번주에는 정말 고생 많았어! ㅋㅋㅋㅋㅋ 그럼 겨울 시기 첫번째 일상은 그렇게 가보자! 딱 그때 내리는 눈이 첫눈이면 좋을지도 모르겠네! 뭔가 이런저런 일이 생겨서 너무 늦게 간 바람에 진짜 아무도 없고 딱 둘만 있는 상태여서 벽을 등지고 이야기 나누다가 괜히 어두워지는 하늘도 보고 하면 좋을지도 모르겠어. 첫 일상부터 방학이라고 정하기는 조금 애매하긴 하지. 좋아! 그럼 방학은 아니고 학교에서 보내주는 자유여행 느낌으로 해서 놀러갔다가 그렇게 갔다고 설정하면 될 것 같아! 그리고 내가 알기로는..아마 울진에도 하나 있고, 다른 곳에도 찾아보면 있는 것으로 알아! 물론 일본 특유의 느낌과는 조금 거리가 있겠지만 말이야! 수영복 입고 들어가는 혼탕 느낌도 있고, 벽으로 막아놓은 그런 곳도 있는 것으로 일단 알아!
자주 있는 일이야 ㅎ.............. 좋아 겨울 첫 일상 소재 너무 예쁘고 좋다아. 선레는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다이스 돌리면 되려나? 헉 노천탕 한번 검색해서 알아봐야겠다...!!! 수영복 입고 들어가는 혼탕은 막 끌리진 않는데 노천탕이라고 하면 뭔가 들어가보고 싶네~! 늦은 시간이니까! 혜성주 잘 자구 내일 봐!!~!~!
아침에 일어나보니 이런 픽크루가 있으면 어! 내가 어! ㅋㅋㅋㅋㅋㅋㅋ 아. 진짜 귀여워. 이런 픽크루는 또 언제 찾은거야! 와. 진짜 이건 혜성이와 아람이가 맞다! 정말로 두 사람이 맞다! ㅋㅋㅋㅋㅋ 빵모자야 뭐 저런 색도 있다고 하면 되는거지! 정말 분위기가 딱 혜성이와 아람이다! 정말로!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노천탕에 몸을 담근 혜성은 그야말로 녹아내리고 있었다. 어느덧 추운 겨울이 찾아왔고 기말고사를 치기 전, 학교에서 신청한 사람들 한정으로 자유여행을 보냈고 혜성은 그 여행에 참여했다. 자신의 여자친구인 아람과 둘이서 여기저기를 구경하기도 하고, 이곳저곳의 사진을 찍고, 친구들과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찍은 사진을 학생회에 제출하기 위해 잠깐 방에 들어가 이런저런 작업을 하고 보니 어느덧 늦은 시간이 된 상태였다.
숙소 근처에 있는 노천탕이 그렇게 좋다고 해서 혜성은 조금 늦은 시간이긴 했지만 노천탕에 막 들어온 상태였다. 시간이 늦었다고는 하나, 마감 시간까진 아직 한참 멀었으며, 여기까지 왔는데 노천탕에 들어가지 않는 것이 말이 되겠는가. 아무튼 노천탕인만큼 바깥 풍경을 구경할 수 있었으며, 가운데에 큰 벽을 두어 남탕과 여탕으로 나뉜 그 온천물을 즐기며 혜성은 조용히 미소를 지었다.
"여기까지 왔는데 들어오지 않는다면 말이 안되지. 역시."
첨벙, 첨벙. 늦은 시간인만큼 남탕에는 오직 혜성만이 온천을 즐기고 있었다. 그런만큼 다른 이들의 눈치를 보지 않고 괜히 물을 첨벙이면서 그는 남탕과 여탕을 나누고 있는 벽으로 다가간 후에 살며시 등을 기대며 자리를 잡고 앉았다. 자신의 가슴보다 살짝 위쪽까지 올라오는 깊이의 따스함에 몸을 녹이며 그는 하늘을 조용히 바라봤다. 노천탕인만큼 천장은 뚫려있었으며 밤하늘이 그대로 보이고 있었다. 구름이 조금 끼였기에 별은 보이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그 하늘이 참으로 예쁘다고 혜성은 생각했다.
"아람이는 뭘 하고 있으려나. ...온천 즐겼으려나."
그런 혼잣말을 조용히 중얼거리며 그는 눈을 살며시 감았다. 얼굴에 닿는 차가운 공기와 몸에 닿는 따스한 기운이 너무 기분이 좋아 그는 정말로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갑자기 들려오는 목소리에 혜성은 깜짝 놀라 얼떨결에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그 때문에 자연히 첨벙이는 소리가 크게 그 자리에 울렸다. 뒤로 홱돌아 그는 벽이 있는 곳을 바라봤다. 방금 들은 목소리는 틀림없이 아람의 목소리였다. 아람에 대해서 혼잣말을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아람의 목소리가 들려오니 안 놀랄 재간이 없었다.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어? 어? 어? 하는 표정을 짓던 혜성은 일단 다시 자리에 다급하게 앉았다. 일어나니 차가운 바람이 몸을 감싸는 탓이었다.
"뭐, 뭐, 뭐야! 왜 네가 거기에 있어?! 늦은 시간인데 왜 있는건데?!"
자신이 들어온 시간은 꽤 늦은 시간이었다. 아람도 지금 이 시간에 들어온 것일까. 아니면 계속 그 자리에 있었던 것일까. 어느 쪽이건 결국 자신의 혼잣말을 들었다는 것이 아닌가. 얼굴이 순식간에 붉어진 혜성은 온천물을 두 손으로 떠서 제 얼굴에 끼얹었다. 뜨거워진느 얼굴을 식히기 위함이었다. 결국 따뜻한 물에 시원해지기는커녕 열만 더 오른 것 같지만.
"아, 아, 아니. 방금 그 말은... 즈, 즐기고 있지! 지금 이렇게 있는 거 보면 알잖아?"
방금 전 말에 대해서 뭔가 핑계를 대려고 했으나 그다지 떠오르는 것이 없는 것일까. 그는 그 부분에 대해서 굳이 더 길게 말하지 못하고 일단 툴툴거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리고 작게 혀를 차더니 벽에 완전히 등을 기댔다.
"아무튼 이 시간에 들어온거야? 아람이 너도?"
/ㅋㅋㅋㅋㅋㅋ 그렇구나! 난 픽크루는 그렇게 자주 들어가는 편은 아니다보니.. 저런 것이 있는 건 몰랐네! 답레를 쓰면서도 괜히 픽크루를 한번 더 보고 있어! 아.. 진짜 너무 귀여워! 그야 만난 시간이 꽤 길었으니까. 머지 않아 2년차도 찾아올걸? 우리? 그리고 아람주도 하루 고생했어!
장난스러운 그녀의 목소리에 혜성은 괜히 입술만 삐쭉 내밀다가 다시 집어넣었다. 그녀의 표정이 얼추 예상이 가기 때문이었다. 조금 얄밉지만 그럼에도 사랑스러워서 도저히 미워할 수 없는 특유의 표정. 필시 저 벽 너머에서 그런 표정을 짓고 있겠지. 그렇게 혜성은 생각하며 자신의 자리를 안정시켰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따, 딱히 방해된다거나 그런 말은 안했거든? 나 참. 멋대로 추측하지 마. 싫다고 안했으니까. 그냥... 조금, 조금... 의외였을 뿐이야."
차마 놀랐다는 말은 하지 못하고 의외였다고 이야기를 하며 혜성은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그리고 살며시 두 손으로 물을 뜬 후에 자신의 얼굴에 살짝 뿌렸다. 철퍽. 철퍽. 따스한 온기가 찬바람에 식어가는 얼굴을 다시 데웠다. 한편 아람의 대답이 들려오자 혜성은 빠르게 벽 쪽을 바라봤다. 물론 그렇다고 아람의 얼굴이 보일리는 없었지만.
"탕 안에서 잤다고? 얼마나 잔거야? 너무 오래 있으면 어지럼증 걸릴텐데 괜찮아?! 지금... 내가 들어온 시간이 저녁 10시가 넘은 시간이었으니까 10시 반에서 11시 사이 아닐까? 아직 마감까진 시간이 남긴 했다만... 나? 나는 뭐, 이것저것 있어서. 오늘 찍은 사진을 정리하는 것도 있었고, 학생회에 제출할 것도 따로 꺼냈고.. 뭐, 일단 어느 정도 업무로도 온 거긴 하니까."
혜성의 말은 거짓말이 아니었다. 어쨌든 학생회의 의뢰를 받으면 이렇게 사진을 찍어서 제출하기도 했고 오늘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물론 아람과 찍은 사진은 한 장도 제출할 생각이 없지만. 답을 마친 혜성은 그저 이 상황이 신기하다는 듯이 작게 웃음소리를 냈다.
"...진짜. 누가 여자친구 아니랄까봐 이 시간에 들어오니까 온천에 있냐. 나 참."
/ㅋㅋㅋㅋㅋ 츤데레 남캐 옆의 장난끼 있는 개구장이 여캐도 최고인거 알지? 캐릭터 조합은 언제봐도 정말 최고인 것 같아! 그건 아람주가 이 스레를 버리지 않고 쭉 있어줘서? ㅋㅋㅋㅋ 나는 딱히 이 스레를 아직 그만두거나 할 생각은 없으니 말이야! 아람주가 정말로 바빠져서 힘들다고 한다면 모를까! 아앗.. 세상에. 야간 근무인거야? 아이고.. 야간 근무 화이팅이야!
"열시? 뭐야. 나랑 별 차이도 없잖아. 하긴, 넌 빨리 자긴 하니까. 생각해보면 지금 시간대에 자러 갈 때도 많기도 했고. 아니. 뭐... 말해두는데 나도 하루종일 바빴던 것은 아니었거든? 친구들이랑 놀기도 했어. ...아무리 그래도 여기까지 와서 하루종일 작업만 하고 그러진 않아."
절대로 그런 것은 아니라는 듯이 혜성은 그 부분에 대해선 확고하게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면서 이야기했다. 아무리 그래도 자유여행을 왔는데 하루종일 사진 작업만 어떻게 할 수 있겠는가. 아람과 시간을 보내기도 했고,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기도 했고, 맛있는 것도 먹었고. 어떻게 보면 참 이런저런 일이 많이도 있었다고 생각하며 그는 다시 편안하게 벽에 등을 기댔다.
"...그야 그렇긴 하지만... 아무튼 알았어. 아무리 그래도 이 밤에 혼자 보내기도 그렇고, 지금 이렇게 온천에 같이 있는데 굳이 따로따로 갈 이유도 없으니 말이야. 그러면 나갈 거면 이야기해. 그때 나도 일어날테니까."
물론 자신은 온천에 들어온지 그렇게 오래 된 것은 아니었고 그녀 역시 시간으로 보자면 마찬가지였지만 원래라면 아람은 잠에 들 시간이었다. 그러면 시간상 졸릴 수도 있지 않겠는가. 그렇기에 혜성은 노천탕을 오래 즐기기보단 그녀의 시간에 맞추기로 하며 그렇게 이야기했다. 이어 그는 괜히 물 속에 담겨있는 손을 가볍게 움직이며 물을 주변으로 약하게 뿌렸다.
"...참고로 묻는건데... 거기 혼자야? ...여긴 나 혼자야. ...뭐, 덕분에 너랑 이야기도 이렇게 나누고 있으니까 상관없지만."
이런 노천탕은 사람이 많은 것보다는 적은 것이 조금 더 분위기가 좋다고 생각하며 그는 괜히 그렇게 이야기했다. 그러다가 괜히 피식 웃으면서 그녀에게 물었다.
"그건 그렇고 불안하진 않아? ...남자친구가 이 벽 너머를 훔쳐보거나 할지도 모르잖아. ...뭐, 그럴 생각은 없긴 하지만."
당연하지만 혜성은 훔쳐보거나 할 생각은 없었다. 아무리 상대가 여자친구라고 하더라도 할 짓이 있고 못할 짓이 있는 법 아니겠는가. 그럼에도 굳이 그렇게 물어보는 것은 그냥 작은 장난끼였다. 아람이 어떻게 나올지 조금 궁금하다고 생각하며 그는 조용히 입을 다물고 귀를 쫑긋 세웠다.
/서브컬쳐를 보면 꼭 이럴 때 훔쳐보고 그러던데 말이야...ㅋㅋㅋㅋㅋㅋㅋ 하지만 혜성이는 그럴 생각이 없다! 그리고 아람주도 아람이를 귀엽고 예쁘고 매력있게 굴려주고 있는 거 알지? 예전에 아람주는 한번도 여캐로는 연플을 띄워본 적이 없다고 들은 것 같은데.. 어째서일까. 이렇게 매력적인 여캐를 굴릴 수 있는 오너인데 말이야!
아람은 혜성의 말을 받으면서 웃었다. 평소에도 많이 웃는 편이지만 혜성의 옆에 있으면 웃음이 헤퍼지곤 했다. 목소리만 들어도 좋기 때문일까?
"알겠어ㅡ."
아람은 말꼬리를 늘리며 말했다. 아마 혜성이 들어온지 얼마 안 된 것 같으니 이야기하면서 시간을 보내다가 나가면 되지 않을까? 물론 바깥 공기가 차가운 게 겁이 나기도 했다. 으으 싫어.
"응. 나도 혼자야. 들어올 때는 몇 있으셨던 것 같은데 자다 깨니 아무도 안 계시네."
아람은 가장자리에 기댄 채 눈을 깜빡였다. 이어지는 물음에 웃음 짓고 말았지만.
"뭐야. 최혜성 응큼해. 그런 생각을 하다니."
물론 장난이었다. 일단 벽 자체가 훔쳐볼 수 있게 되어있지 않았고 혜성이 그럴 일이 없다고 생각하기도 했고. 하지만 혜성을 놀리는 건 재미있으니까.
/ㅋㅋㅋㅋㅋㅋ 서브컬쳐니까! 하지민 혜성이 놀리는 건 재미있지! 그러게? 내가 여캐도 굴리고 남캐도 굴리고 그러는데 아무래도 상판에 여캐 비중이 높기 때문이 아닐지...? 아니면 내가 남캐를 더 잘 굴린다거나! ㅋㅋㅋ 나는 이만 쉬러 갈 것 같애! 혜성주도 얼른 자야지! 새벽이라구~
"시간이 시간이니 말이야. 하지만 난 이런 늦은 시간에 이렇게 목욕하는 것도 좋아해. ...뭔가 혼자서 조용히 이것저것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니 말이야. ...아. 그렇다고 지금 순간이 시끄럽다거나 방해된다거나 그런 것은 아니야! 절대로 아니야! 말해두는데 혼자 이상한 생각하지 마!"
혹시나 자신의 말이 지금 이렇게 대화를 나누는 것이 시끄럽다거나 혼자 생각을 하고 싶은데 방해가 된다는 의미로 전해질까 싶어 그는 절대 그런 것은 아니라고 이야기를 하며 괜히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당연히 그런 모습이 아람에게 보일리는 없었지만 자신도 모르게 나온 행동이었다. 나름대로 강하게 아니라고 선을 그은 후에 그는 괜히 첨벙거리는 소리를 내며 앉아있는 위치를 바꿨다.
이번에 앉은 곳은 아람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곳 바로 뒤였다. 이렇게 가깝게 앉으면 조금 더 대화를 나누기가 좋지 않겠는가. 한편 그런 와중에 아람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혜성의 얼굴이 순식간에 붉게 물들었다.
"뭐, 뭐, 뭐, 뭐래! 그럴 생각 없다고 했잖아! 누, 누가 응큼하다는거야! 그런 생각 한 적 없거든?! 올라가라고 해도 올라갈 마음 조금도 없거든?! 아. 진짜!"
괜히 툴툴거리는 목소리를 내며 이번에는 아까전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강하게 얼굴을 도리도리 저으면서 혜성은 괜히 얼굴의 절반 정도를 온천 속에 담궜다. 보글보글. 물거품이 올라오는 소리가 조용히 그곳에 울렸다. 그 상태에서 이을 꾹 다물고 있던 혜성은 숨을 약하게 내뱉으면서 다시 얼굴을 물 밖으로 끄집어냈다.
"....그럴 마음 진짜로 없으니까 안심해. ...뭐, 아예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너에게 상처주고 싶진 않으니까. ...이런 말까지 하게 만들고 말이야. 정말 방심을 못하겠다니까."
결국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은 작은 툴툴거림이었다. 그렇기에 혜성은 작은 복수를 하고 싶었는지 이내 입을 꾹 다물었다. 아마 아람이 말을 걸어와도 혜성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조용히 침묵을 지켰을 것이다. 물론 아람이 그런 그의 작은 복수심을 눈치챘지는 혜성으로서도 알 길이 없었다.
/ㅋㅋㅋㅋㅋ 맞아. 혜성이는 놀리는 맛이 있는 법이지! 역시 아람이는 혜성이를 아주 잘 놀리고 잘 다루는구나! 귀엽다! 아람이! 이렇게 반격을 해오다니! ㅋㅋㅋㅋㅋ 조금은 당황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전혀 그런 것은 없구나! 그러게. 벌써 시간이 시간이니 말이야. 이 답레만 달고 나는 자러 갈 생각이었어! 아람주도 잘 쉬길 바라고 좋은 밤 되길 바라!!
"이상한 생각 안 했어. 나도 목욕하는 거 좋아해. 물론 지금 같은 시간대는 아니지만. 저녁 먹은 뒤 쯤? 따뜻한 물은 기분 좋으니까."
공감한다며 아람은 탕에 몸을 좀 더 푹 담궜다. 따끈따끈한 온도에 몸에 열이 오르는 것도 같고. 따뜻한 물의 온도와 바깥의 온도 차가 기분 좋게 느껴졌다. 하지만 탕에서 나가서 실내로 가기까지 엄청 차갑겠지. 으으.......
아람은 혜성의 반응에 웃음을 터트렸다. 놀리면 놀리는 대로 반응이 오는 게 혜성의 매력이라면 매력일까. 귀엽기두 하구 재밌기두 하구. 혜성이 얼굴을 물에 담궜는지 보글보글 올라오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이어 좀 더 차분하게 들려오는 말소리에 아람이 웃음기를 담아 답했다.
"알아. 내가 모르면 누가 알겠어? ......하지만 벗은 몸에 관심을 갖는 건 남자친구만이 아닐 수도 있잖아? 여자친구가 그럴 일은 없다고 생각하는 거야?"
아람이 계속해서 장난을 치며 말했다. 혜성이 대답을 하든 대답을 하지 않든 아람은 장난기가 돋아 탕에서 나온 것처럼 크게 물소리를 한 번 내더니 탕 안에서 손만 내밀어 두 손으로 가장자리에 물소리를 내며 마치 발자국 소리처럼 찹찹찹찹 소리를 냈다. 마치 진짜로 탕에서 나와 훔쳐볼 방법이 있나 찾아보는 것처럼. 혜성이 믿을지 안 믿을지는 모르겠지만. 물론 아람은 실제 탕 밖으로 나갈 생각은 없었다. 밖은 추운 걸.
/아람이는 혜성이에 대해서라면 이제 대체로 파악하고 있다구? 당황하기에는 혜성이가 너무 착한 애라서 그럴리가 없다는 믿음이 크달까ㅋㅋㅋ 혜성주 좋은 꿈 꾸고 있기를. 주말이니까 늦잠자기야~
여자친구가 그럴 일은 없다고 생각하냐는 것에 혜성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서 뭐, 지금 이곳을 훔쳐보겠다는 것일까? 자연스럽게 혜성의 눈이 벽 위로 향했다. 아무리 봐도 저곳을 올라서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사진을 찍는다고 나름대로 운동을 하기도 하고, 체력을 키운 자신도 저곳에 오르는 것은 거의 불가능할 것 같았기에 더더욱. 물론 이를 악물고 올라가려고 한다면 올라갈수도 있겠지만 내려오는 것이 문제였고, 설사 올라간다고 해도 저 너머가 보일지는 미지수였다. 아무리 생각해도 어림도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며 혜성은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한편 벽 너머에서 크게 물소리가 나더니 찹찹찹찹 소리가 조용히 울렸다. 그 소리를 들으며 혜성은 뚱한 표정을 지었다. 일단 지금은 침묵을 지킬 생각이었기에 그는 입을 꾹 다물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어떻게 하면 좋을지에 대해 혜성은 조용히 머리를 굴렸다.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 저 소리는 실제로 밖으로 나간 것 같진 않은데. 그렇다면 역으로 이용해볼까.
이어 혜성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자연히 물이 주변으로 퍼지는 소리가 들려왔을 것이고 그는 일부러 다리를 움직이며 물살을 가르는 소리를 냈다. 마치 밖으로 나가는 것처럼. 그리고 그 상태에서 정말로 조용히 몸을 다시 물 속으로 집어넣은 후에 침묵을 꾹 지켰다.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게 조용히, 아주 조용히.
"......"
이어 상대가 어떻게 나올지 알기 위해 혜성은 벽가에 귀를 살며시 갖다댔다. 자신이 나갔다고 생각할지, 아니면 그것조차 눈치채고 키득거리고 있을지. 일단 아람이 어떻게 나올지를 알아야 다음 행동을 취할 수 있었기에 그는 계속해서 숨을 죽였다.
'...그런데 진짜 나간줄 알고 정말로 나가버리면 어떡하지?'
진짜 제대로 삐지는 거 아닌가. 그런 불안감을 살며시 품으며 일단 혜성은 계속해서 조용히 숨을 죽였다.
/ㅋㅋㅋㅋㅋㅋ 그거야 그렇긴 하지! 아람이는 뭔가 혜성이를 제대로 파악하고 있다는 느낌이 크니 말이야! 아무튼 아침에 일어나서 밥 먹고 답레를 남겨놓을게! 아람주는 일한다고 고생했을테니까 푹 쉬기야!
살며시 벽에 귀를 기울이자 아람의 목소리가 조용히 들려왔다. 누가 들어도 시무룩한 목소리에 혜성은 자신도 모르게 몸을 움찔했다. 그러다가 좀 어지럽다는 그 말에 자신도 모르게 두 눈동자가 흔들렸다. 어? 어? 어? 마음 속으로 그렇게 이야기를 하며 그는 가만히 벽을 바라봤다. 물론 벽 너머가 보이는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실제로 그런 것인지의 여부는 도저히 알 수 없었다.
연기인가? 아니면... 하지만 방금 전의 시무룩한 목소리는 아무리 생각해도 정말로 시무룩한 것 같았기에 그는 마음 속으로 갈등을 할 수밖에 없었다. 일어났다가 현기증 나서 넘어지면 어쩌냐는 그 말에 혜성의 입꼬리가 약하게 흔들렸다.
그리고 결국 꾹 닫혀있던 입을 열었다.
"아. 진짜. 아직 안 나갔으니까 바로 움직이지 마. 온천 안에서 현기증 나서 넘어지면 진짜 큰일이잖아! 내가 여탕으로 들어가서 꺼낼 수도 없는데!"
물론 지금은 여탕에 아람 하나밖에 없으니까 다른 이들의 눈치는 살피지 않아도 될지도 모르나 역시 여탕에 들어가는 것은 거부감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윤리적으로나, 기분적으로나. 작게 혀를 차면서 그는 괜히 벽을 오른손으로 똑똑 노크를 하며 아람에게 이야기했다.
"아람아. 너 괜찮아? 어지럽고 힘들어? 그럼 일단 찬물로 들어가는 것이 좋지 않겠어?!"
/점심은 맛있게 먹고 방에서 뒹굴거리는 중이었어! 가을인데...그래도 여전히 덥구나 싶네. 흑흑.. 일....왜 아람주는 또 일에 고통받는거야.. 쉰다면서..(토닥토닥)
"누, 누가 삐졌다는거야? 안 삐졌거든?! 그리고... 뭐, 그렇긴 한데. 아. 몰라. 몰라. 몰라! 애초에 쓰러질 정도로 탕에 있으면 어떡해!"
웃음소리를 내는 것으로 보아 아무래도 자신이 또 한 방 먹었다는 것을 혜성은 짐작할 수 있었다. 그래서일까. 그 반작용으로 그의 목소리는 꽤나 툴툴거리는 톤으로 바뀌어있었다. 첨벙! 괜히 손으로 온천물을 앞으로 뿌리자 그런 소리가 조용히 울렸다. 이어 그는 확실히 고개를 끄덕였다. 차가운 물에 들어가기에는 춥긴 하니까. 지금이 여름이라면 모를까. 겨울이니까 특히나 더.
"그냥 얼굴의 열기나 몸의 열기를 식히는 정도라면 괜찮을 것 같지만... 아무튼 무리는 하지 마. 알겠지?"
이러니저러니 해도 자신의 몸은 잘 챙기겠지. 일단 그렇게 생각하며 혜성은 숨을 약하게 내뱉었다. 그 상태에서 하늘을 바라보면서 들려오는 말에 조용히 귀를 기울였다. 고소라는 말. 그게 무엇인지는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아마도 자신의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겠지. 혜성은 그 말에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계속해서 하늘을 바라보며 시선을 고정했다.
입김을 조용히 내뱉다가 그는 벽 너머에 있을 아람에게 조용히 물었다.
"가기 힘들거나 위험할 것 같으면 얼마든지 얘기해줘. ...같이 갈테니까. 남지친구는 이럴 때 부르는 거야."
바쁜 일이 있다고 하더라도 어떻게든 시간을 내서 같이 가주리라. 그렇게 생각하며 혜성은 조용히 눈을 감았다. 그리고 그 상태에서 다시 조용하고 차분한 목소리를 이어나갔다.
물론 공부할 때나, 연기를 할 때. 특히 지난번 영화를 찍을 때는 꽤 무리했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아람은 모르쇠로 말했다. 아람은 아무래도 제 몸을 덜 생각하는 면도 있었다. 물론 아프면 내 손해니까 조심은 하지만서도.
"경찰서에는 변호사하고 같이 갈 거니까 괜찮아. 대신 나 나올 때 쯤에 기분전환하러 같이 가줄래? 맛있는 것도 먹고 네컷 사진도 찍고."
아람이 부러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그래도 고생했다는 말에 마음이 살며시 녹아내리는 것 같았다.
"뭐랄까, 어머니께 이야기하는 게 생각보다 수월했달까...... 다 믿어주셔가지고 조금 놀랬어. 진작 이야기할 걸 왜 용기내지 못했을까 싶기도 하고."
하지만 그러기에는 아람은 어머니에게 큰 애정을 느끼지 못했었다. 어머니는 늘 바쁘셨고 아람은 어머니께 짐이 되고 싶지 않아 늘 의젓하게 굴었다.
"변호사와 함께 고소장을 작성하는데....... 그, 언제 어떤 일을 당했는지를 구체적으로 기억하면 더 유리하다고 해서. 내가 어릴 적 찍었던 사진들을 어떻게 구했는지 변호사님이 구해와서 봤거든. 사진은 어느정도 찍은 날짜가 특정이 되니까. 이 사진 찍을 때는 어떤 일이 있었고, 저 사진 찍을 때는 어떤 일이 있었고...... 그런게 생각나더라. 신기하지."
아람은 가장자리에 기대는 대신 혜성에게 더 가까이 가고 싶은 마음에 벽에 몸을 기댔다. 그리고 따뜻한 물에 좀 더 몸을 깊게 담궜다. 힘들었지만 혜성에게 내색하지 않은 건 제가 원래 상처를 숨기는 편이기 때문일까. 이상하게도 얼굴을 보지 못하는 지금 더 솔직해질 수 있다는 게 아이러니했다.
피식 웃으면서 혜성은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사귀기 전에만 해도 꽤 여러번 본 적이 있었기에 혜성은 그 말에 쉽사리 동의하진 않았다. 그렇기에 지금은 넘어간다고 답할 뿐이었다. 이어 두 손으로 물을 떠서 가볍게 자신의 얼굴에 뿌린 후, 살며시 고개를 돌려 남탕 안에 있는 냉탕을 바라봤다. 하지만 그곳으로 가게 되면 자연히 이 벽에서 멀어져야하니 혜성은 자리에서 일어서지 않았다. 굳이 지금 찬물에 들어가봐야 뭐하겠냐는 내적 핑계를 마음 속으로 중얼거리며.
아람의 말에 조용히 혜성은 침묵을 지키며 귀를 기울였다. 고소장을 작성하는데 사진을 찍을 때 무슨 일이 다 생각이 났다면서 신기하다는 그 말에 혜성은 살며시 고개를 아래로 내렸다. 꽤 시간이 지난 일인데도 불구하고 그 일을 하나하나 다 기억한다는 것은 그만큼 기억 속에 강하게 남았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기억이 행복한 기억일리가 없었기에 혜성은 작게 혀를 찼다.
"맛있는 것도 먹고 네컷 사진도 찍고, 셀카도 찍어달라고 하면 얼마든지 찍어줄게. 그때 있었던 일을 다 잊어버리라고 해도... 못 잊는 거 알아. 어릴 때 일은 보통 시간이 지나면 다 잊어버리잖아? 그런데 영상으로 찍은 것도 아닌데 그 일을 기억한다는 것은 그때 일이 그만큼 강하게 네 마음 속에 남았다는 것일테니까. 그러니까 말이지."
잠시 거기서 말을 끊고 혜성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그 상태에서 점점 흐려지고 있는 하늘을 바라보며 그는 다시 입을 조용히 열었다.
"...앞으로는 그때의 일이 덮일 정도로 좋은 기억들을 사진처럼 네 마음 속에 남겨줄게. ...잊어버리진 못해도 덮어버릴 순 있을 거 아니야. ...뭐, 아닐수도 있지만... 그냥...뭐, 그러니까.. 음. 대, 대충 알아들어! 무슨 말인지 알 거 아니야!"
말하면서 상당히 부끄러웠는지 혜성은 붉어진 제 얼굴을 향해 물을 계속해서 두 손으로 떠서 뿌리기 시작했다. 첨벙, 첨벙. 물 튀는 소리가 벽 너머에서 조용히 울려왔을 것이다.
/휴일을 보장하라! 보장하라!! 그건 그렇고 아람이가 이제 뭔가 혜성이를 조금 더 믿고 신뢰하면서 마음을 열어준다는 것이 느껴져. 물론 이전에는 마음을 닫고 있었고 신뢰하지 않았다는 것은 아니지만... 뭐랄까. 이전의 아람이라면 이런 이야기는 아마 하지 않았을 것 같거든!
아람은 혜성이 넘어가주겠다는 말에 작게 웃었다. 벽 너머의 혜성에게서 다정한 말이 넘어왔다. 찰박찰박 물소리가 들려인 것은 아마도 혜성이 부끄럼을 타기 때문이 아닐까. 아람은 옆에서 보고 있는 것 마냥 혜성의 모습이 상상되었다.
"고마워. 정말로. 이미 충분히 그래주고 있는 것 같은데?"
아람이 작게 웃었다가 말을 이었다.
"뭐랄까, 우리 많은 일들이 있었잖아. 네가 아니었으면 용기를 내지 못했을 것 같다는 말은 진심이야. 나 너랑 만나면서 좀 더 성장하고 나에 대해서도 솔직해질 수 있었던 것 같아."
혜성을 좋아하게 된 건 내 삶에서 가장 잘 한 일이었다고, 진심으로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너랑 만났기 때문에 내가 사진도 다시 찍고, 연기를 배우기로 결심하고, 이렇게 예전 과거를 마주할 수 있게 된 거야. 나는 사실 누군가 나를 믿어주지 않는다고 생각해왔는데, 너는....... 너는 날 믿어줄 것 같았거든. 실제로 믿어 줬구. 안전한 예행 연습 상대라고 해야할까?"
아람은 양 손으로 얼굴을 찹찹 가볍게 때리면서 부끄러움을 달랬다. 얼굴이 안 보인다고 별 얘기를 다 하는 것 같다.
"부끄러워....... 탕에 너무 오래있었나, 덥네. 얼른 나가야겠어."
부끄러워서 도망치려고 하는 게 답지않게 훤히 들여다보이는 말이었다.
/와아! 뭐랄까 아람이 시트 내면서 생각한 해피엔딩 조건을 다 만족한 느낌! 겨울이 지나면 한 학년이 마무리 된다는게 실감나네! 뭔가 처음 구상했던 느낌도 한 학년이 끝나면 엔딩이라는 느낌이었으니까! 물론 2학년 끝나고 3학년 얘기도 대학생 이야기도 할거지만!
그치. 옛날에는 하지 못했던 말을 지금은 할 수 있다는게 서로 마음을 확인하고 많이 믿게 되었다는 것 아닐까? 뭔가 아람이가 성장한 모습을 보여서 오너로서 너무 뿌듯하다. 그리고 그 공을 혜성주와 혜성이에게 돌리겠어! 덕분에 예쁜 이야기들 만들어가는 것 같구~! 역시 성장 서사 너무 좋아...... 이제 결혼만 하면 돼(네?)
물론 아람에게는 특별하게 와닿은 것이 있을지도 모르나 역시 혜성에겐 자신이 특별히 뭔가를 했는지의 여부를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저렇게 이야기를 해주니 괜히 기분이 좋은 것은 사실이었다. 얼굴이 그저 붉어진채로, 들려오는 말들을 들으면서 그는 괜히 오른손을 물 밖으로 끄집어내서 자신의 얼굴을 부채질했다. 자신이랑 만나서 좀 더 성장했다는 말, 자신 덕분에 예전 과거를 마주할 수 있게 되었다는 말. 그리고 자신이라면 믿어줄 것 같았다는 말. 그 모든 것을 하나하나 곱씹으며 혜성은 절로 고개를 반 정도 물 속에 담궜다. 보글보글. 물거품이 작게 올라왔다.
그러다가 그는 조심스럽게 물 밖으로 얼굴을 끄집어냈다. 계속 집어넣기엔 역시 온천이 조금 뜨거운 탓이었다.
"...못 믿을 것은 뭐야. 여자친구 말은 믿어야지. ...그리고 그게 아니라도... 믿어. 네 말은."
아람에 대해서 정확하게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냐라고 한다면 그건 아니었지만, 적어도 아람이 자신에게 그런 것으로 거짓말을 치진 않을 것이라고 혜성은 생각했다. 그렇다면 믿지 못할 이유가 뭐가 있겠는가. 그런 마음을 가슴에 품으며 혜성은 벽 너머에 있는 아람에게 이야기했다.
"믿어. 앞으로도 계속. ...네 말은 말이야."
피식 웃으면서 그는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섰다. 아람이 덥다고 이야기를 하며 얼른 나가야겠다고 말한 것 때문이었다. 이어 혜성은 쭉 기지개를 켠 후에 아람에게 이야기했다.
"그럼 찬물로 몸 좀 식히고 밖에서 만나자. ...먼저 나갔다고 가버리기 없기야. 같이 돌아가기로 했으니 말이야."
이어 천천히 그는 물 밖을 향해 발을 옮겼다. 밖에서 보자. 그런 말을 남기며 혜성은 다시 첨벙첨벙 소리를 내며 물 밖을 향해 걸어나갔고, 이어 실내로 들어가서 가볍게 샤워를 하고 탈의실로 나가 옷을 입고 밖으로 나가려고 했을 것이다.
/ㅋㅋㅋㅋㅋㅋ 아무래도 1년이라는 시간도 상당히 긴 편이니 말이야. 봄, 여름, 가을. 정말 이 사이에서 많은 일이 있었다는 것이 절로 확 느껴지네. 사실 2학년 이야기는 하나의 끝이고 또 하나의 새로운 시작이 되겠지만 말이야!
그렇게 따지자면 혜성이도 성장한 면이 있는걸! 아람이로 인해서 많은 것을 느끼고, 생각하게 되고 말이야. 물론 툴툴거림은 아직 고치지 못했지만...ㅋㅋㅋㅋㅋ 이건 아직 어쩔 수 없을 것 같네. 아무튼 나 역시 이 공은 아람이와 아람주에게 돌리도록 하겠어! 결혼...ㅋㅋㅋㅋㅋ 아마 자연스럽게 하게 되지 않을까. 생각보다 혜성이는 아람이가 너무 좋대.
그렇게 노천탕 너머에서의 만남은 장난으로 시작해 조금은 진지한 이야기로 끝났다. 밖에서 만나자는 혜성의 말에 대답하며 아람은 천천히 일어났다. 으, 찬 바람이 젖은 몸을 감싸자 절로 몸이 움츠러들었으나 정말로 현기증이 날 지도 모르니 가만히 서서 잠시 기다렸다가 천천히 움직였다.
다행히 실내로 들어가기 까지 별 일 없었고 따뜻한 훈김이 나는 실내에서 몸을 마저 씻었을 것이었다. 물론 너무 졸리고 나른해서 비몽사몽인 상태이긴 했지만서도.
옷을 갈아입고 머리를 말리고 탈의실에서 나온 아람은 품이 낙낙한 느낌의 코트에 벌써부터 목도리를 돌돌 말고 있을 것이었다. 아무리 초겨울이라고 하더라도 벌써부터 추위를 타는 모양인양. 훈기가 남아 있기 때문인지 아람의 얼굴은 발그레했다.
“많이 기다렸어?”
아람이 눈을 비비며 로비에서 기다리고 있는 혜성을 향해 다가갔다. 아무래도 아람이 씻는데 더 오래 걸렸음이 자명해 보인다. 보통 남자들은 빨리 씻으니까 말이다. 머리카락은 축축하지는 않았지만 완전히 바싹 말리지는 못한 듯 촉촉한 채로 목도리와 이리저리 같이 꼬여있을 것이었다. 자르지 않은 머리카락은 어느새 어깨를 살짝 넘은 기장까지 자라 있었다.
/맞아 ㅋㅋㅋㅋ 엄청 오래 굴리기도 했고 엄청 많이 일상 하기도 했고. 큐큐 너무 재미있다. 역시 상판 못 떠나..... 툴툴거림은 안 고쳐도 괜찮아 충분히 귀여우니까! 아람이도 혜성이 많이 좋아해~ 혜성주도 오늘 좋은 하루 보내고!!!
따스한 물 속에 있었던 만큼 샤워는 차가운 물로 하며 혜성은 자신의 몸을 가볍게 떨었다. 물론 차가운 물이라고 해도 실외가 아니라 실내였기에 그렇게 추운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몸에 남아있는 따스한 열기를 식히기에는 딱 좋은 온도라고 생각하며 그는 머리를 감고 구석구석 깔끔하게 몸을 씻었다. 온천에 들어갔다고 하더라도 나올땐 깔끔하게 물기를 털어내고 씻어내는 것이 맞으니까.
이내 다 씻은 후, 그는 여기에 올 때 입고 온 조금은 두꺼운 푸른색 스웨터와 남색 바지, 그리고 언제나 외출할때는 꼭 쓰고 다니는 빨간색 빵모자를 머리에 꾹 눌러썼다. 아직 본격적인 추위는 시작되지 않았기에 이 정도면 추위를 이겨내는데는 문제가 없었다. 이어 그는 쭉 기지개를 켠 후에 열쇠를 반납한 후에 로비로 나섰다.
우유라도 사서 먹을까. 그렇게 생각하며 혜성은 저 편에 있는 우유 판매기를 바라봤다. 그러고 보니 어릴 때는 목욕을 하고 나면 바나나 우유를 많이 먹었었는데 언제부턴가 그러지 않았다는 것을 생각하며 그는 잠시 어쩔지 고민했다. 하지만 그러는 와중, 아람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혜성은 살며시 뒤로 돌아 아람을 바라봤다.
촉촉한 머리카락이 이리저리 꼬여있는 그 모습에 혜성은 아람에게 천천히 다가가서 조심스럽게 그 머리카락을 손으로 정리해주려고 했다. 아람이 피하지 않았다면 어느 정도 정리한 후에 혜성은 손을 내렸을 것이다. 만약 피했다고 한다면 그냥 손을 아래로 내렸겠지만.
"별로. 나도 방금 나왔어. 그렇게 오래 기다리지도 않았고. 그것보다 괜찮아? 많이 졸린 것 같은데."
빨리 숙소로 들여보낸 후에 재워야 하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다 혜성은 몸을 옆으로 틀어 저편에 있는 우유를 가리켰다. 그리고 그녀에게 물었다.
"마실래? 저거? 바나나 우유도 있는데."
/ㅋㅋㅋㅋㅋ 맞아. 일상 많이 했지. 이것만 해도 41번째 일상이니 말이야! 이대로 가면 50번째 일상도 나오겠구나! 진짜 많이 돌리긴 했다! 하지만 아직 해야 할 것이 많다! 물론 스톡해둔 것은 대부분 까먹긴 했지만..다시 천천히 정해도 괜찮을테니까! 아앗... 언제나 혜성이를 귀엽게 봐줘서 고마워!! 아람주는 지금 출근한거지? 오늘 하루 화이팅이야!
"그래? 그럼 나도 안 마시고 갈게. ...여자친구 졸리다는데 우유나 한가롭게 먹기도 좀 그렇잖아."
결국엔 네가 졸리니까 빨리 데려다주고 싶다는 말을 살짝 돌리면서 혜성은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방금 전에 입을 가리고 하품을 한 것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혜성의 눈에도 아람은 상당히 졸려보였다. 저렇게 졸리다는데 어떻게 한가롭게 우유를 마실 수 있겠는가. 이어 그는 나갈 채비를 하면서 그녀의 손을 잡았다.
"혹시나 너무 졸리면 내 팔을 붙잡아도 괜찮아. 부축해줄테니까."
그녀 하나 부축하면서 걸어가는 것은 그렇게 어렵지 않았기에 혜성은 그렇게 이야기를 하며 천천히 밖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안녕히 가세요! 라는 직원의 인사를 뒤로 하며 혜성은 아람을 데리고 밖으로 나섰다. 자연히 차가운 공기가 제 얼굴을 스치는 것을 느낄 수 있었고 그는 괜히 입김을 후우 불었다. 아직 하얀 입김이 보일 정도는 아니었지만 조만간에 그렇게 될 정도로 추워지지 않을까라고 혜성은 생각했다.
"응?"
그 순간이었다. 눈앞에서 하얀색 뭔가가 천천히 떨어지는 것이 그의 눈에 보였다. 그것은 틀림없는 눈이었다. 그리고 그것을 시작으로 하늘에서 눈이 천천히 내리기 시작했다. 깜짝 놀라 고개를 하늘로 올리자 작은 눈 결정 하나가 그의 콧등에 똑 하고 떨어졌다. 이어 혜성은 반대편 손으로 그 결정체를 털어냈고 피식 웃었다.
"눈 내리네. ...첫눈이지? 이거?"
/그러게! 이것으로 501! 딱 절반이로구나!! 이대로 가다보면 5판도 충분히 갈 수 있겠지! ㅋㅋㅋㅋㅋㅋㅋ 그러게. 물론 3학년은 빨리 넘겨버리고 대학생편으로 가도 되겠지만 말이야! 아이고.. 오늘 하루 정말로 수고 많았어! 푹 쉬어라! 아람주!
This image was created with Picrew’s “8월 32일“!! https://picrew.me/share?cd=yxsOjrqMIN #Picrew #8월_32일
히히힣 요즘 픽크루 왤케 재밌오 ㅋㅋㅋ 아람이 머리카락 조금 더 길었으니 한 3학년 여름 때쯤은 머리길이 이정도 되지 않을까 싶고. 아람이 비키니 입고 나왔는데 혜성이 티 입고 있어서 아람이 또 나만 진심이지 하고 툴툴 거릴 것 같은 적페 망상 해버렸어. 물론 3학년 때 바다 갈 수 있으려나 싶기도 하지만 흑흑
결국 혜성은 우유 대신 아람을 챙겨주기로 결정했나보다. 아람은 평소같으먼 같이 우유를 마셨을테지만 지금은 너무너무 졸렸다. 아마 숙소로 돌아가면 옷만 갈아입고 바로 잠들것만 같다. 아람은 혜성이 잡아오는 손을 꼭 잡으며 걸음을 맞춰 걸었다.
"알겠어......."
라고 하지만 여전히 손만 잡고 비몽사몽 걷는다. 물론 직원의 인사를 뒤로 하고 밖으로 나오니 찬 바람이 얼굴을 스친다. "앗, 추어......" 작게 소리를 내며 아람은 혜성과 맞잡은 손을 자신의 코트 주머니 속으로 같이 넣으려 한다. 비어있는 손은 이미 주머니 속으로 숨었다.
"......?"
아람은 혜성의 말을 듣고 고개를 들어 하늘을 봤다. 반쯤 감겼던 눈이 느릿하게 크게 떠졌다가 사르르 접히며 웃었다.
"첫눈 같이 맞았으니 우리 영원히 함께네."
물론 미신이긴 하지만 자연히 기분이 좋아질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5판 머릿말 안정했는데....! ㅋㅋㅋㅋㅋㅋ 3학년 아쉬우니까 계절 당 하나씩만 돌릴까~?
맞잡은 손을 자신의 코트 주머니에 집어넣으려고 하는 아람의 행동에 혜성은 순순히 손을 내줬다. 자고로 이런 겨울 시기에는 손을 잡고 주머니에 쏙 집어넣는 것이 로망이라고 하지 않던가. 그렇기에 혜성은 얼굴을 살짝 붉히면서 순순히 아람의 주머니에 자신의 손을 집어넣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혹시나 미끄러지지 않게 아람의 손을 잡고 있는 자신의 손에 살며시 힘을 주었다. 보아하니 아람은 두 손을 다 주머니에 집어넣은 상태였으니 자신이 균형을 잡을 수밖에 없었으니까.
한편 눈이 천천히, 아주 천천히 하늘에서 땅으로 내리기 시작했고 그 모습이 아람에게 있어선 행복하거나 기분이 좋았는지 웃어보이자 혜성은 자연히 아람의 얼굴로 시선이 향했다. 그러다 들려오는 그 말에 그는 입을 꾹 다물고 얼굴을 붉혔다. 그리고 반대편으로 얼굴을 돌리면서 이야기했다.
"그, 그런 것은 미신이잖아. 아무리 그래도 첫눈을 같이 맞았다고 그런 일이 있을..."
허나 혜성의 말은 바로 멈췄다. 마치 이러면 영원히 함께라는 것을 부정하는 것 같지 않은가. 그것도 사귀고 있는 사이에. 이어 혜성은 작게 혀를 차면서 자유로운 손으로 자신의 머리를 긁적였다. 그리고 아람에게 이야기했다.
"눈이 내리지 않아도... 함께야. 네가 헤어지자고 하는 것이 아닌 이상 말이야."
그렇게 이야기를 하면서 혜성은 다시 천천히 앞으로 향했다. 아직 눈이 쌓이려면 한참 멀긴 했지만 그럼에도 조금씩 길이 얼어붙을 수도 있었기에 그의 발걸음은 조심스러웠다.
"이 정도 눈이라면 쌓이진 않을 것 같은데... 그래도 눈을 본 것은 나쁘지 않네. ...이 시간에 온천에 오길 잘했어. 여러 의미로 말이야."
/맙소사...ㅋㅋㅋㅋㅋㅋ 또 픽크루를 만든거야? 하..좋다. 아람이의 저 천진난만하고 밝아보이는 표정이 너무 좋다! 아람이 머리카락 상당히 자라났구나. 하기사 계속 기른다면 확실히 저 정도는 되도 이상하지 않겠네! ㅋㅋㅋㅋㅋㅋㅋ 이건 혜성이가 잘못한게 맞다! ㅋㅋㅋㅋ 3학년때는 바다에 가는 것은 조금 힘들 것 같지만 대학생때 가면 되는 거 아니겠어? 혜성이는 그렇게 아람이가 툴툴거리면 살며시 시선을 옆으로 돌렸다가 아마 티를 벗을 것 같아. 딱 여름 바다를 즐기는 그런 스타일로 말이야! 그러면서 이제 공평하지? 이렇게 말할 것 같아. 그러면서도 아람이 비키니 가만히 바라보다가 잘 어울린다고 이야기할 것 같아. 아마 이건 툴툴거리지 않고 제대로 이야기하지 않을까 싶은걸! 음. 꼭 하나씩만 돌릴 필요는 없을 것 같지만... 일단 그 부분은 천천히 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정해서 좀 더 돌리고 싶으면 돌리고, 금방 넘기고 싶으면 넘어가고..그래도 좋을 것 같아!
아람이 혜성을 살짝 흘기긴 했지만 혜성은 다른 쪽을 보고 있었기에 자신을 향한 그 눈빛을 알아채진 못했다. 허나 아람이라면 필시 방금 말을 계속 이어서 했으면 뭔가 반응을 보이긴 했을 것 같다고 판단할 뿐이었다. 이어 함께라니 좋다면서 들려오는 웃음소리에 그는 입꼬리를 살며시 올리다가 표정을 살짝 관리했다. 너무 풀린 표정을 보이는 것을 피하는 혜성의 습관 중 하나였다. 물론 그럼에도 결국 입꼬리는 살짝 올라간 상태였지만.
눈을 맞으며 걸어가는 발걸음이 마냥 빠른 것은 아니었다. 물론 눈을 계속 맞을 수는 없지만, 그럼에도 빨리 들어가긴 조금 그렇다고 생각한 탓이었다. 적당히 눈을 맞으면서 걸어가다가 숙소에서 헤어지면 되겠지. 그렇기에 평소보다 조금 좁은 보폭을 유지하며 걸어가는 와중, 자신에게 들려오는 질문에 혜성은 자유로운 손을 올려 자신의 빵모자를 만졌다.
"이거? 음. 아낀다고 해야하나. 그러니까... 내가 직접 용돈을 모아서 산 첫 모자라서 말이야. 중학교때 샀었거든."
별 다른 이유는 없고 그냥 자신이 용돈을 모아서 산 첫 모자이기에 늘 끼고 다니는 것 뿐이라고 이야기를 하며 혜성은 어깨를 살짝 으쓱했다. 그러다가 고개를 돌려 아람을 바라보며 말했다.
"뭐, 그렇다보니까 특별히 무슨 사연이 있다거나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야. 그냥 맨 처음에 산 모자라서 그런지 굉장히 애착이 가더라고. 그래서... 뭐, 쓰고 다니는 편이야. 쓸 수 있을땐 말이야."
조금 쑥스러운지 혜성은 이어 헛기침을 하면서 앞을 바라봤다. 저 길목 너머에 숙소가 보였고 그는 그곳을 향해 똑바로 천천히 걸어갔다.
"...너도 하나 살래? 빵모자. ...커플 빵모자가 있는진 모르겠지만..."
/바다니까 티 하나 벗는 것 정도는 충분히 가능할거야! 혜성이가 감당하면 되지 뭐! 그래도 혜성이.. 막 근육이 많은 몸은 아니어도 어느 정도는 좋은 몸이라고 자부한다! 다른 말은 여전히 툴툴거릴지 몰라도.. 아람이에 대한 칭찬이나 그런 것은 절대로 숨기지 않고 툴툴거리지 말고 제대로 전하고 싶어하는 것이 혜성이니까 말이야. 그때 정도면 아마 제대로 전달할 수 있지 않을까? ㅋㅋㅋㅋㅋㅋ 좋아! 어차피 급하게 엔딩내야 하는 스레도 아니고... 천천히 느긋하게 할 거 다 하고 다니면 되지! 5판 0레스 내용도... 아직 4판이 끝나려면 멀었으니 천천히 생각해봐도 될테고 말이야. 사실 난 5판 0레스는 혜성이의 속마음 같은 한마디를 써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어.
아람이 졸음에 느릿하고 나직한 목소리로 말했다. 모든 물건에 이유가 붙는 것은 아니니. 하긴 이유없이 좋아하게 되는 물건들이 있지 않은가. 아람은 그렇게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혜성은 또 꼼꼼한 면모가 있으니까 관리도 꼼꼼하게 했을 것 같고.
"그럴까? 완전히 똑같은 건 없겠지마안.... 비슷한 걸로 사서 쓰고 다니면 커플처럼 보일 것 같은데."
좋은 생각이라며 아람이 배시시 웃었다.
눈은 적당히 맞고 걸을 수 있을 정도로 찬찬히 내렸고 숙소는 너무 가까워서 아쉬울 지경이었다. 밤이라 주위는 어둑하고 통행하는 사람은 없었다. 고즈넉한 겨울 밤 골목길. 첫눈이 내리는......
"아, 이거 그거야."
숙소가 더 가까워지기 전에 아람은 걸음을 멈추며 혜성을 올려다봤다.
"키스할 타이밍."
드라마나 영화 같은 장면에서 자주 봤다며.
/꺄 혜성이 상탈...! 좋아좋아. 뭔가 아람이도 좀 이때는 부끄러워 할 것 같기도하고? 다시 입혀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버렸어 ㅋㅋㅋㅋㅋㅋ 혜성이 벗으랄 때는 언제고 왜 다시 입히냐고 툴툴 거릴 것 같기도하고ㅋㅋㅋㅋㅋㅋ 대학생 정도면 혜성이 제대로 전하는 걸 넘어서 그런 걸로 장난도 칠 수 있을 정도로 여유가 생길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지만 그건 좀 더 시간이 지나야 가능하려나? ㅋㅅㅋ 헉 5판 0레스 혜성이 속마음도 좋을 것 같아!! 5판 가기 전에 애들 3학년 되면 시트도 3학년으로 맞춰서 새로 갱신하고싶어 >< 오늘은 좀 쉬엄쉬엄 일하는 중이야... 일 줄어들었다고 상판 복귀 했더니..... 일:응 안줄어~
"...처음으로 용돈을 모아서 산 거니까. 다른 모자보다는 조금 더 애착이 가더라고. 다른 모자도 있기는 한데 괜히 이걸 더 쓰게 되고 말이야."
빵모자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며 혜성은 자신도 모르게 오른손을 올려 자신이 머리에 쓴 모자를 더욱 꾹 눌러썼다. 이제는 한 몸이 된 것처럼, 그 모자는 혜성의 머리에 찰싹 달라붙어 조금도 떨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이어 아람이 빵모자를 사는 것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자 혜성은 살며시 자신의 모자를 벗은 후에 아람의 머리에 조심스럽게 씌워보려고 했다. 아람이 거부하지 않았다면 아마 모자를 씌운 후에 그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다 아무런 말 없이 싱긋 웃어보였을 것이다. 그러다가 다시 모자를 벗긴 후에 자신이 썼을 것이다. 물론 특별히 무슨 말을 하거나 하진 않았다.
한편 숙소가 점점 가까워지고 이제 아람을 방으로 보내고 자신도 방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었다. 아마 바로 자진 않고, 조금 더 작업을 하다가 잘 것 같다고 생각을 하며 혜성은 괜히 주변을 둘러봤다. 혹시나 잠이 안 오면 살며시 밖으로 나와 산책이라도 즐길 참이었다. 그러는 와중 갑자기 아람이 걸음을 멈추면서 그거라고 이야기를 하자 혜성은 덩달아 발을 멈추고 아람을 바라봤다. 그리고 이어지는 말에 그의 얼굴이 순식간에 새빨갛게 물들었다.
"뭐, 뭐, 뭐, 뭐?!"
생각도 못한 말. 키스할 타이밍이라는 그 말에 혜성은 어버버하는 표정을 지으면서 아무런 말도 못하고 입만 뻐끔거렸다. 하긴,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이런 순간에 조용히 키스를 나누고는 했지만 그래도 갑자기 이런 말을 할 것이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방금 전까지 졸려하지 않았던가.
"조, 졸리다더니 그런 타이밍은 어째서 정확하게 캐치하는건데. ...나 참."
괜히 작게 툴툴거리면서 혜성은 살며시 주변을 살폈다. 늦어가는 밤시간이라서 그런 것일까. 딱히 지나가는 사람은 없었다. 이어 혜성은 숨을 약하게 내뱉더니 아람의 주머니 속에 들어간 제 손을 살며시 푼 후에 밖으로 끄집어냈다. 그리고 아람을 품에 끌어안으면서 살며시 고개를 아래로 내렸다. 그리고 아무런 말도 없이 살며시 제 품으로 가둬, 주변에서 보지 못하도록 하면서 그녀의 입술에 제 입술을 포갰다. 눈을 감고 따스하고 포근한 그 입술을 조용히 느끼면서 혜성은 움직이지 않고 그 자세를 유지했다.
/ㅋㅋㅋㅋㅋㅋ 아람이가 다시 입히려고 하면 혜성이는 정말로 너만 진심이라고 해서 나도 상의 벗었는데 왜 갑자기 입히냐고 괜히 툴툴거릴 것 같긴 해. 물론 입으라고 하면 다시 입기야 하겠지만 말이야. 다음에 바다에 오면 자신은 레쉬가드를 입어야겠다고 이야기할지도 모르겠는걸? 장난을 칠 수 있을진...일단 그때의 혜성이를 보면 알 수 있겠지! 사실 장난보다는 그냥 무심하게, 하지만 무심하지 않은 다정함을 섞어서 이야기를 할 가능성이 클 것 같지만 말이야. 툴툴거림도 조금은 줄어들지도 모르고! 5판 가기 전에 애들이 3학년이 되면 확실히 3학년 시트로 바꾸는 것도 좋을 것 같아! 물론 느낌은... 5판 가기 전에 3학년이 될 것 같진 않지만 말이야! 겨울은 이제 막 시작되었는걸! ㅋㅋㅋㅋㅋㅋ 그 사이에 AU도 한번씩 돌리고 그러면 은근히 할 것이 많지 않을까? 앗. 오늘은 그래도 좀 쉬엄쉬엄 일했구나. 지금은 퇴근했으려나? 일단 고생 많았어! 답레와 함께 갱신이야!
아람은 혜성이 모자를 벗어 제 머리 위에 올려놓자 눈을 깜빡였다가 이내 배시시 웃어보였다. 혜성이 마주 웃는 것을 보니 아무래도 잘 어울리나보다 싶었고.
멈춰선 아람이 혜성에게 그 이야기를 하자 혜성의 얼굴이 발갛게 달아오르는 것이 보였다. 아람은 그에 장난스럽게 쿡쿡 웃었다. 혜성의 이런 모습이 좋아서 매번 이렇게 장난을 치고 그러는 게 아닐까?
“그야, 내가 널 좋아하니까 그렇지.”
내가 너랑 입맞추고 싶으니까, 라는 말을 고상하게 바꾸어 표현하며 혜성이 자신을 끌어안으려고 하는 것에 맞춰 손을 올려 혜성의 목 뒤로 감았다. 혜성의 고개가 아래로 내려오고 아람은 혜성에게 몸을 기대며 뒷꿈치를 살짝 들었다. 자연스럽게 눈이 감기고 입술이 맞닿았다.
바깥 공기는 분명 차가웠는데 입술에 닿는 감촉은 뜨거웠다. 분명 차가웠던 입술이 자신의 장난스러운 진심 때문에 금방 달아올랐던 것은 아닐까. 아람은 숨 쉬는 것을 잊지 않으려고 애쓰며 혜성의 입술을 아프지 않게 살짝 깨물었다.
/ㅋㅋㅋㅋㅋㅋㅋ "진짜 벗을 거라곤 생각 못했단 말이야! 부끄러우니까 다시 입어." 라고 할 것 같은데 ㅋㅋ큐ㅠㅠ 둘이 넘 귀여ㅑ워. 혜성이 레시가드 입는다고 하면 아람이는 혜성이한테 지퍼 달린 걸루 입어. 보고 싶으면 벗겼다가 부끄러우면 다시 입히게. 라구 장난스럽게 이야기할 것 같아 ㅋㅋㅋㅋㅋㅋ 혜성이 점점 어른되면서 정말 어른이 되어가눈구나(?) 흑흑 왠지 내가 키운 느낌(혜성주가 키웠지만) 그런 혜성이도 너무 좋을 것 같지. 역시 남자는 귀여움에서 멋있음으로 진화하게 되는 건가(아니에요) 하긴 5판 가기 전에 3학년이 될 것 같지 않고 6판 가기 전에 3학년이 끝날 것 같은 기분이 들어(외면) 겨울 끝나면 또 에유 돌리고 말이야! 원래 우리는 할 것 많았어 시간이 없을 뿐이었지(눈물) 나는 퇴근 했지!! 혜성주도 하루 수고 했어~!~~!
내가 널 좋아하니까 그렇지. 그 말에 혜성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괜히 쑥스러운 듯 고개를 살며시 숙였다. 너무나 솔직하게 귀여운 표현이었다. 그 표현 때문일까. 괜히 가슴이 두근두근 뛰는 것이 터질 것 같았다. 키스를 조르는 말. 그리고 애정을 표현하는 말. 지금부터 이어질 키스. 그 모든 것이 혜성의 가슴을 두근두근 뛰게 만들었으나 혜성은 애써 태연한 척 하려고 애썼다.
자신이 그녀를 끌어안자 그녀가 자신의 목 뒤에 팔을 감는 것을 혜성은 느낄 수 있었다. 뒷꿈치를 살짝 들어올리면서 몸을 기대는 것에 맞춰 혜성은 그녀의 몸을 지탱하며 더욱 팔에 힘을 쭤서 끌어안았다. 누군가가 보면 강하게 포옹하는 것 정도로만 보이겠지만, 깊게 보면 입을 맞추는 것을 쉽게 짐작할 수 있는 자세였다. 허나 그럼에도 직접적으로 입을 맞추는 모습만큼은 누구에게도 보이기 싫어 혜성은 애써 제 품에 그녀를 가두면서 입을 맞추려고 했다.
진하게, 부드럽게, 그리고 뜨겁게 입술이 맞닿았다. 쉽사리 떨어뜨리지 않고 그 열기와 부드러움을 탐하면서 혜성은 숨을 약하게 내뱉었다. 그러는 와중 제 입술을 아프지 않게 살짝 깨무는 것에 혜성 역시 아주 살짝 그녀의 입술을 약하게 깨물었다. 그 상태에서 그녀를 끌어당겨 그녀의 입술에 제 입술을 더욱 밀착시키며 그 부드러움과 온기를 교환하듯 입맞춤을 이어나갔다.
잠시 그렇게 조용한 입맞춤을 이어나가던 혜성은 살며시 그녀에게서 입술을 떨어뜨렸다. 이미 얼굴이 펑 터질 것처럼 붉게 달아오른 그였으나 애써 아닌 척, 태연한 척 하며 혜성은 헛기침 소리를 여러 번 내뱉었다.
"그, 그럼 갈까. ...추운데 감기 걸릴라. 아람이 잠도 재워야하고."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말하는 것이 딱 평소의 혜성의 모습이었다.
/ㅋㅋㅋㅋㅋㅋ 아람아...ㅋㅋㅋㅋㅋㅋ 혜성이가 그런 말을 들으면 아마 도끼눈을 뜨고 아람이를 빤히 바라볼 것 같아. 벗겼다가 다시 입힌다니. 무슨 내가 옷갈아입히기 인형이야? 그런 식으로 툴툴거릴 것 같아. 하지만 내년 여름에는 말한대로 지퍼 달린 래쉬가드를 입고 올 것 같아. 그러면서 아람이에게는 딱히 네가 입어달라고 해서 입은 것은 아니고...그냥 이거 디자인이 좋고 잘 팔린대서. 이렇게 괜히 말을 돌릴 것 같아. 어쩔 수 없는 츤데레 마인드. 아람주도 어느정도는 키운거지! 혜성이의 서사에 아람이가 얼마나 많이 끼여있는데! ㅋㅋㅋㅋㅋ 멋있을진 잘 모르겠지만 말이야. 그래도 아마 툴툴거림과 츤데레적 모먼트는 사라지지 않고 남아있긴 할거야! 아무래도 성격이 성격이다보니! ㅋㅋㅋㅋㅋ 6판 가기전에 3학년이 끝날지는...잘 모르겠지만, 확실히 3학년은 길게 가진 않을 것 같긴 해. 사실 한국의 고3은 청춘이고 뭐고 공부하기도 바빠 죽을 시점이니 말이야. 흑흑.. 고3 생활 나빠요. 맞아. 할 것은 엄청 많았지. 시간이..현생이 나쁜거다. 이건.. 아앗.. 퇴근했구나! 하루 정말로 고생 많았고 이제 남은 시간 푹 쉬기야!!
등 뒤로 혜성의 팔이 강하게 조여지는 것이 느껴졌다. 끌어안을 때마다 단단하게 지탱해주는 그 몸짓에 아람은 늘 혜성에게 매달리고야 만다. 찬 바람에도 손끝까지 열이 오르는 기분.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손을 잡는 것과는 다른, 좀더 깊고 눅진한 감각. 그런 감각에 사로잡히고 만다.
깊게 닿아오는 감각 도중에 자신이 입술을 깨물자 반격처럼 다시 깨물어오는 혜성의 행동으로 인해 아람은 잇새로 작은 신음이 흘러나왔다가 이내 자신을 더 깊게 끌어당기는 그의 행동으로 인해 그것 또한 삼켜져 사라졌다.
“하아ㅡ.”
잠시 멈춰진 입맞춤에 아람은 이내 뒷꿈치를 내리고 그의 가슴팍에 얼굴을 대며 기댔다. 여전히 혜성의 목에 매달린듯한 모습이었지만. 아람은 추위도 가실 만큼 덥고 심장이 빠르게 뛰는 것 같았다. 혜성이 헛기침 소리를 내는 것을 듣고 뒤이어 들려오는 말소리도 들었다. 아람이 잠도 재워야 한다는 그 말에 아람은 푸스스 웃음을 내뱉었다.
“으응. 아람이 잠도 자야하니까.”
아람은 팔을 내려 이번에는 혜성의 허리를 감싸안고 혜성의 가슴팍에 얼굴을 부볐다.
“뭔가 잠이 다 달아난 느낌이지만.......”
쿵쿵 뛰는 심장을 조금씩 가라앉히려고 노력해본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혜성이 ㅋㅋㅋㅋㅋㅋㅋㅋ 툴툴거려도 진짜 그렇게 해주는 거냐궄ㅋㅋㅋㅋㅋㅋㅋㅋ 귀여워 진짜 >< 역시 혜성이는 혜성이지! ㅈ츤츤거리는 게 너무 귀여워~~! ㅋㅋㅋㅋ 나도 같이 키운 거야? 영광인데~~ 성격 쉽게 바뀌지 않지! 어른스러워진 혜성이도 보고싶고 어른스러워진 아람이도 보고 싶다!!! 물론 시간이 많이 걸릴 것 같긴 한데(흐릿) 고3생활 너무 나빠........ 진짜 나빠..........ㅋㅋㅋ큐ㅠㅠㅠㅠㅠㅠㅠ 남은 시간 푹 쉬고 있어~~ 할 일도 하고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