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조금은 써. 그래도 너 걱정하는 사람들 마음인데. ...남자친구말고도 친구라던가, 다른 이들이라던가. 그리고 나는 몸조심 충분히 할 거야. 걱정 마."
이래보여도 운동신경은 제법 있다고 이야기를 하며 혜성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자신은 특별하게 생각해주는 듯한 그 말이 괜히 기분이 좋은 탓이었다. 물론 자신은 특별한 위치에 있고 충분히 특별하게 생각한다는 사실을 알지만, 이렇게 직접적으로 들을 때마다, 혹은 간접적으로 들을 때마다 제 기분이 좋은 것을 어쩌겠는가. 아. 이래서 연애하는구나. 그렇게 생각하며 혜성은 좀처럼 미소를 사라지게 하지 못했다.
그 와중에 이어지는 좋은 평들. 학생회에서 자신에게 하는 평이라던가, 자신의 실력이 좋다고 치켜세워주는 행동에 혜성은 얼굴을 붉히면서 입을 꾹 다물었다. 이어 괜히 초조한듯, 하지만 기분이 나쁘지는 않은듯, 입꼬리를 꿈틀거리면서 제 발로 괜히 죄없는 땅을 긁어대다가 툴툴거리는 목소리를 냈다.
"가, 갑자기 왜 그렇게 비행기를 태우고 그래? 그, 그렇게 해도 특별히 더 나오는 거 없거든?! ...나, 나 참. ...네, 네가 그렇게까지 말하는데 인정을 안 할 수는 없잖아. 너. 진짜 비겁해. 이럴 땐 진짜 비겁해."
제 볼을 꾹 누르는 감각을 느끼면서 혜성은 괜히 눈동자를 굴리면서 시선을 회피했다. 지금은 아람을 똑바로 바라보는 것이 상당히 부끄러운 탓이었다. 허나 겨우 정신을 차리면서 혜성은 다시 제대로 아람을 바라보면서 손을 뻗어 괜히 아람의 뺨을 몇 번 콕콕 찌르다가 손을 아래로 내렸다.
"아. 하지만... 결국 다른 반이니까 서로 경쟁해야하는 사이네. 봐주거나 하진 않을거야. 그건 알지?"
물론 자신과 아람이 정면으로 부딪치는 일이 있기야 하겠냐만 그래도 혹시나 모르는 일이었다. 그런 일이 있어도 자신은 봐주지 않겠다고 이야기를 하면서 혜성은 괜히 싱긋 웃어보였다.
/...뭐? 아람주..감기야? (동공지진) 으아악! 어서 따뜻한 이불 속으로 쏙 들어가!! 알았지?! 아무튼 야간근무 한다고 정말로 수고했어. 새벽을 불태운다고 정말로 수고 많았어. 그럼 이제 쉬자..아람주...8ㅁ8
물론 자신이 나가는 것보다는 다른 아이들이 더 많이 나가겠지만, 자신은 사진 촬영을 해야 하니 사실상 거의 구경하거나 응원하는 일이 많겠지만 그렇다고 아예 안 나가는 것은 아니었다. 그때 자신의 활약상을 최대한 보여주는 것이 좋겠거니 생각을 하면서 혜성은 살며시 머리를 굴렸다. 물론 아람이 나가는 경기는 결국 그녀를 응원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으나 그건 그때의 일이었기에 그는 굳이 더 깊게 생각하거나 하진 않았다. 아무렴 어떠랴. 어쨌건 체육대회는 즐기는 것이 우선이었으니까.
"응? 아. 응. 같이 점심 먹어야지. 응. 알았어. 점심시간 비워놓을게."
물론 반 친구들이 같이 먹자고 할지도 모르는 일이었으나 그래도 여자친구가 우선 아니겠는가. 그렇게 생각하며 혜성은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체육대회때 먹는 점심은 또 별미가 아니겠는가. 그렇게 생각하며 혜성은 고개를 끄덕이다가 아람을 빤히 바라봤다. 그리고 아람에게 천천히 다가간 후에 그녀를 품에 살며시 안으려고 하면서, 만약 피하지 않았다면 그 상태에서 고개를 옆으로 돌리면서 이야기했을 것이다.
"...뭐, 이, 이건...특별서비스. 그러니까 연인끼리 이런 거 많이 한다잖아. 그러니까... 내 기운 보내주는 서비스 같은 거. 그, 그런 거야."
물론 단순히 아람을 포옹하고 싶었던 것이었을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순순히 그것을 인정하기는 싫었는지 혜성은 괜히 그렇게 이야기를 하며 시선을 계속해서 회피했다. 아람이 마주치려고 한다면 계속 고개를 여기저기 돌리면서 피하려고 하지 않았을까.
각오하라는 말에 쿡쿡 웃음을 흘렸다가 이내 점심시간 비워놓는다는 말에 밝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체육대회 때 같이 점심을 먹는 것도 즐거울테니까! 그러다 혜성이 자신을 빤히 쳐다보자 머리 위로 물음표를 띄웠다. 눈을 깜빡이는데 혜성이 자신을 끌어안는 게 아닌가. 자연스럽게 자신도 혜성을 끌어안았다.
귓가에 들리는 말에 아람은 작게 웃으면서도 혜성을 꼭 마주 안았다. 그리곤 혜성에게서 떨어지면서 말했다.
“적에게 기운까지 보내주다니 자신만만한데? 우리 반 1등하면 다 네 덕분이라고 소문낼 거야.”
라며 장난스러운 말을 덧붙인다. 시선을 회피하는 혜성을 조금 놀리다가 이내 나중에 보자며 자리를 떴을 것이었다. 가볍게 인사하려고 온 것이기도 했고 체육대회를 준비하기도 해야 했으니까. 처음에는 잔뜩 꾸민 모습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었지만 혜성이 다른 학생들이 몇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안아준 게 뭔가 기분이 좋고 들떴다고 해야 할까.
일단은 좋은 하루의 출발이었다.
/이걸로 막레 하면 될 것 같아! 가볍게 체육대회 첫 일상이었네!!! 응응 무리 안하게 노력할게요~~
요즘 체육대회에도 이것저것 하지 않을까? 달리기라던가 줄다리기라던가 피구라던가 그런 것들 정말로 다양하게 하지 않을까 싶은데. 음. 차라리 물건찾기 레이스를 해서 좋아하는 사람 데리고 오기를 여기서 하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이후에 모두의 주목 아래에서 점심을 같이 먹는다던가?
코로나..라고 해야할까. 그 이후에도 약한 감기에 걸려서 기침이 계속 나오던 시절이 있었어. 여러모로 힘들더라. 사실 코로나는 기침보다는 목이 찢어지는 고통이라서 그게 힘들었어. 물론 일주일동안 푹 쉬기야 했지만... 그래도 잠을 잘 수가 없..잠을 잘 수가..없..(눈물) 방에서 나갈 수가 없..(피눈물)
아람이가 아프다고 하면 혜성이가 당장에 가야지! 그렇다면 언젠가 그런 상황을 해보는 것도 좋을지도 모르겠어. 아람이는 집에 혼자 있는 일이 많은 것 같으니까 혜성이가 찾아가서 간호해주면 좋을테니 말이야. 마침 집의 위치도 알겠다!
나보다는 지금의 아람주가 더 고생이 많은 것 같은걸...8ㅁ8 아무튼 아람주도 목 찢어지는 고통이 뭔지 아는구나. 진짜..진짜.. 차라리 목을 진짜로 찢어버리면 이 고통이 좀 덜하지 않을까하는 생각마저 들더라. 물론 그렇다고 진짜로 찢을 수는 없겠지만 말이야. 와. 진짜 너무 힘들었어...
딱 좋은 도입부가 되겠는걸? 아람이의 목소리가 죽어가고 있으면 혜성이는 고개를 갸웃하면서 목소리가 왜 그러냐고 물어볼 것 같아. 무슨 일 있냐부터 시작해서 몸 안 좋냐고 물어보면서 말이야.
그럴 땐 물을 계속 마시는 거지..... 계속..... 계속....... ㅋㅋㅋ큐ㅠㅠㅠㅠㅠㅠㅠ
"아니이.... 괜찮은데에...." 라고 하지만 전혀 괜찮지 않은 목소리에 추궁당하면 이실직고하지 않을까 싶고. 전혀 못움직일 정도의 상태라서 혜성이가 집에 짜잔하고 약사와서 등장한다거나~ 혜성이 냉장고 문 열었는데 물이랑 음료 등 빼고는 텅 비어있어서 당황할 것 같다는 적폐가 떠올랐어 ㅋㅋㅋ
ㅋㅋㅋㅋㅋ큐ㅠㅠㅠㅠㅠㅠㅠㅠ 배가 부르지만 물을 계속 마셔야 해. 안 마시면 목이 너무 아파. 자다가도 물을 마셔야 해. 진짜 물로만 계속 배를 채웠던 것 같아. 정말로.. ㅋㅋㅋ큐ㅠㅠㅠㅠㅠ
아무튼 괜찮은데..라고 말을 해도 목소리가 영 이상하면 확실히 혜성이는 아람이에게 물어보긴 할테니까. 무엇보다 약속을 못 나올 정도면 아무래도 아무 일도 없다는 말을 믿기는 힘들테고! 물론 집이 잠겨있을테니까 짜잔하고..등장하진 못하겠지만 문 앞에서 전화를 걸어서 왔으니까 문만 좀 열어줬으면 좋겠다고 말을 하지 않을까 싶어. 물론 약과 죽을 사서 말이야! 냉장고에 정말 아무것도 없다면 당황하는 혜성이가 분명히 있을거야! ㅋㅋㅋㅋ 그리고 아마 누워서 기다리고 있으라고 말을 한 후에 죽을 바로 끓여서 주지 않을까 싶어. 일단 몸이 아프면 기력을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뭐라도 먹어야할테니 말이야!
ㅋㅋㅋㅋㅋㅋ 아람이 잠옷에다가 집안에서 입는 니트가디건 걸치고 마스크도 꼭꼭 하고 문열어 줄 것 같지. 어쨌든 열도 나고 기침도 나고 헤롱헤롱한... 부스스한 느낌일 것 같고~ ㅋㅋㅋㅋㅋㅋ 역시 당황한 혜성이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죽도 끓여주고 약도 멕이구 하겠지 흑흑 역시 넘 귀여울 것 같구.......
혜성이는 지금 시점에서는 아프면 부모님이 케어해주실 테니까. 나중에 자취할 때 쯤에는 그런 모습도 볼 수 있겠지?
누가 봐도 감기 걸렸어요! 패션이잖아. 그거. ㅋㅋㅋㅋㅋ 아무튼 문 열어주면 혜성이는 아람이를 보고 깜짝 놀라서 바로 다시 침대로 데리고 간 후에 눕히지 않을까 싶어. 뭔가 생각보다 더 힘들어보일테니 말이야. 헤롱헤롱에 부스스한 느낌. 일단 아프지만 않으면 너무 귀여울 것 같은데..아람이가 아파..안돼..8ㅁ8 물론 그렇게 다 해줄 거야. 저때는 후. 후. 불어서 죽도 먹여주는 서비스도 있지! ㅋㅋㅋㅋㅋㅋㅋ
음. 아무래도 자취를 하게 되면 확실히 그런 모습이 나올 것 같기도 해. 아람주는 혜성이가 아플 때 아람이가 간호하는 모습도 보고 싶구나? 물론 그건 나도 보고 싶다!
좋아. 그렇다면 그 일상도 언젠간 꼭 해보는 것으로 하자! 이렇게 또 리스트에 두 개나 쌓이는구나! 와! 우리 해야 할 거 엄청 많아! 사실 평범한 일상임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이런저런 이야기가 나오고 귀여운 것은 필시 이 둘이기 때문일거야! 진짜 갓커플이다... 청춘이다.. 좋다...
아무래도 대학생이 되면 고등학생이 가질법한 그런 제약들이 많이 풀리니 말이야. 당연히 1박 2일 여행도 가야만 해! 막막 다른 지역에도 놀러가고.. 그러다가 한 명이 운전 배워서 랜트카 빌려서 드라이브도 가고! ㅋㅋㅋㅋㅋㅋ 물론 성인이 되면 마냥 좋은 일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 둘에게는 뭔가 좋은 일이 한가득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자주하게 돼!
꺅.....!! 좋아!!! 둘이 1박2일 여행가면 아람이 아닌 척해도 조금 긴장할 것 같기도 하고 그렇네! 아람이 졸업하자마자 운전 바로 배울 것 같은데! 엄마한테 운전도 얼른 배우는 거지...! 아니면 아람이 대학생인데도 자차 있을수도 있고.....(졸업선물로 자동차 사주는 통큰 엄마....) 성인이 되면 엄청 책임져야할 일이 많아지지만 혜성이랑 아람이는 잘 해낼 거라고 믿어! 그리고 대학생 때는 아직 학생이지~
아마 긴장하는 것은 혜성이도 마찬가지일거야! 당연히 방도 따로 잡고! 물론 그렇다고 해도 역시 1박 여행이니까 아무래도 긴장을 안할래야 안 할 수 없을 것 같고 툴툴거림도 평소보다 조금 더 증가하지 않을까 싶은걸. ㅋㅋㅋㅋㅋ 앗. 아람이 졸업하자마자 운전 바로 배우는구나. 아마도 혜성이는 바로 배우기보다는 조금 시간을 뒀다가 대학교 여름방학이나 겨울방학때 배우지 않을까 싶은데. 학원 등록해서 말이야. 와. 아람이 대학생인데도 자차! 엄청나다!! 그럼 아람이가 운전하게 되는걸까? 대학생 때는 학생이라고 해도 그냥 마냥 학생은 또 아니니까! 그래도 성인인걸! 술 먹고 술집 갈 수 있고..어... 일단 혜성이는 졸업하고 얼마 안 가서 자취할 생각이기도 하고!
체육대회가 시작됨에 따라 혜성은 자연히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의 일을 시작했다.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응원하는 학생들이라던가, 경기에 임하고 있는 학생들이라던가, 우승해서 환호성을 지르는 이들, 혹은 패배해서 조금 시무룩한 느낌의 이들을 하나하나 카메라에 담았다. 어쨌건 자신은 학생회의 부탁을 받고 사진을 찍어야 했고 자연히 이곳저곳을 돌아다닐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었다. 사진이란 한 자리에 앉아서는 나오지 않는 법이었다.
이번 경기는 장애물 달리기라는 말에 혜성은 준비하고 있는 학생들의 모습이나 담을까 생각하며 자연히 출발점 부분으로 향했다. 여러 학생들이 있었고 그 중에는 자신이 아는 이는 물론이요. 모르는 이도 있었다. 그 와중에 아람의 모습이 혜성의 눈에 들어왔다. 어? 하는 표정을 지으며 혜성은 그 자리에 멈춰서서 아람을 바라봤다. 이내 자신을 향해 반갑게 손을 흔드는 모습이 마치 자신을 발견한 듯 했으나 정말로 그런진 알 수 없었다. 이내 혜성은 미소를 지으며 아람을 향해 손을 약하게 흔들었다. 너무 방해가 되지 않도록. 그리고 카메라를 올린 후에 대기하고 있는 이들, 특히 아람의 모습이 확실하게 담기도록 화면을 담은 후에 셔터를 찰칵 눌렀다.
한편 준비 신호가 떨어지자 혜성은 자연히 그 자리에서 멈춰섰다. 아람이 달리는 모습을 보기 위해서였다. 물론 자신의 반 여자애도 참가하긴 했지만 그래도 그의 시선은 오직 아람에게 향해있었고 그곳에 고정되어있었다. 마치 못이라도 박은 것처럼. 그야 어쩔 수 없지 않겠는가. 자신의 여자친구인 것을.
"화이팅!"
이내 그렇게 외쳐보기도 하면서 혜성은 미소를 지으며 가만히 그 자리에 멈춰서서 아람을 계속해서 주시하며 눈으로 쫓았다. 아마 이 장애물 경기는 자신이 알기로는 맨 마지막에 물건찾기도 있었는데. 과연 무슨 물건이 나올까. 괜히 그런 호기심을 가지면서 혜성은 완전히 그 자리에 멈춰섰다. 사진은 나중에 찍어도 늦지 않았으니 지금은 자신의 여자친구만을 바라보고 싶었다.
장애물을 넘어서서 원통에다가 그물, 거기다가 버터쿠키 먹기까지. 그 와중에 코끼리코. 누가 기획했는진 몰라도 정말 제대로구나. 그렇게 생각하며 혜성은 살짝 당황하면서 고개를 갸웃했다. 그 와중에 상당히 빠르게 달리는 아람의 모습이 보였다. 자신의 반 여자아이는 아직 좀 더 뒤에 있었지만 혜성의 눈에는 오로지 아람의 모습만 보였고 이내 쪽지를 고르는 아람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대체 뭘 가져와야하는 것일까. 혹은 무슨 미션을 해야 하는 것일까. 그렇게 생각하며 혜성은 미소를 머금었다. 여기에 있으면 잘 보이니 아람이 뭘 가지고 가는지를 확인하면 자연히 알게 되겠지. 그렇게 생각하면서 그는 태연하게 그 자리에 서 있었다.
그러는 와중 갑자기 자신을 바라보는 아람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자신을 향해 뛰어오는 모습에 혜성은 어? 하는 표정을 지으면서 왜 여기로 오는 것일까 나름대로 추측했다. 혹시 카메라가 나왔나? 그러면 자신의 디지털 카메라를 얼마든지 빌려줄 생각이 있었다. 허나 이게 무슨 일인가. 갑자기 자신의 손을 덥썩 잡더니 잡아당기는 것이 아니던가.
"응? 뭐, 뭔데?! 갑자기 뭔데?! 왜 날 데려가는건데?! 대체 뭐가 나왔길래?!"
갑자기 자신을 잡고 결승선으로 향하는 것에 혜성은 일단 뭔진 잘 모르겠지만 제대로 달려야겠다고 생각하며 발을 맞춰서, 그러다가 아람을 오히려 이끌려고 하면서 앞으로 달렸다. 당연하지만 혜성 역시 나름 체력엔 자신이 있었고 달리기도 제법 하는 편이었다. 이어 정말 여유롭게 1등의 자리를 유지했고 결승선을 통과하며 단번에 1등을 차지하는데 성공했다. 일단 달리긴 했지만 대체 무슨 일인진 알 수 없어서 혜성은 아람을 바라봤다.
"대체 뭔데 날 데리고 온 거야? 놀랐잖아. 나 참. ...카메라 떨어뜨리는 줄 알았네."
이어 혜성은 아람에게 대체 뭘 가지고 오는 것이었는지를 물었다. 아마 저편에서 미션을 제대로 수행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학생회 임원 한 명이 빠르게 달려오고 있었을 것이다. 제대로 가져오지 않았으면 지금 이 순위는 인정할 수 없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었다.
/맞아. 맞아. 그냥 사고나면 너무 무서워. 돈이 무서워...(주륵) ㅋㅋㅋㅋㅋ 아무튼 이 아이들이 대학생이 되면 대리만족이라도 해야겠어!
좋아하는 사람이 나왔다는 그 말에 혜성의 얼굴은 순식간에 붉게 물들었다. 설마 그런 것이 나왔을 것이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한 탓이었다. 그보다 그런 것을 미션으로 쓴 작자는 누구란 말인지. 혜성은 빠르게 여기저기를 둘러보면서 주변을 흘겨봤다. 하지만 그렇다고 어떻게 그것을 쓴 사람을 알아낼 수 있을까. 이내 혜성은 끄응 소리를 내면서 고개를 아래로 숙였다. 엄청나게 부끄러운 탓이었다. 물론 아람이 부끄럽다는 것은 아니고 모두의 앞에서 이렇게 공개되듯이 나온 것이 조금 부끄러운 탓이었다. 허나 불평을 할 이유가 없었던만큼 그는 괜히 머리만 긁적였다.
이어 학생회 임원이 웃음을 터트리면서 읽었고 주변에서 오오오. 하는 함성과 야유가 들려오자 혜성은 살며시 눈을 아래로 깔면서 괜히 초조한듯 땅바닥을 자신의 발로 살살 긁었다. 정말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은 붉은 얼굴을 들어올리며 혜성은 아람을 살짝 흘겨봤다.
"너, 너, 진짜 두고 봐. 문아람."
물론 절대로 성이 난 목소리는 아니었다. 그야말로 기어들어갈 것 같은 그런 목소리를 내면서, 그 와중에도 제 등을 툭툭 치면서 혜성은 한숨을 약하게 내쉬었다. 역시 이런 것으로 주목받는 것은 영 익숙하지 않은 탓이었다. 그렇게 생각하는 와중 임원 중 하나가 장난스럽게 말을 걸어왔다.
"좋아하는 사람으로 지목되었는데... 그럼 문아람 선수에 대한 좋아한다는 말의 답변은 어떻게 되나요? 우리 끌려온 남학생 분?"
"...아. 진짜. 좋아합니다! 사귑니다! 아무튼 그런겁니다!"
이내 혜성은 괜히 지르듯이 그렇게 외쳤고 빠르게 고개를 아래로 내렸다. 역시나 부끄러움이 펑펑 터지는 느낌이었고 그것을 버티지 못한 탓이었다. 으으. 소리를 내면서 그는 살며시 자리를 피하기 위해서 발을 움직이려고 했다. 하지만 장난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는지 이내 학생회 임원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그렇다고 하는데 문아람 선수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갱신이야!! 찾아보니까 불법이 맞다고 하네. 보험 안 들면 불법이라는 것은 처음 알았어. 지금까지 그냥 돈 때문에 하는 건 줄 알았거든. 와. 그렇구나. 이렇게 또 하나를 알아갑니다!!
확실히 혜성이 좋아하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치만 그 종이를 보는 순간 떠오른 사람이 혜성 밖에 없는 것을 어떡하겠는가. 실제로도 서로 좋아하고 사귀고 있는 사람인 것도 맞는걸?
확실히 부끄러워하는 혜성이 귀엽기도 했다. 두고보자는 말은 전혀 무섭지 않았기에 배시시 웃어버리고 말았지만. 그리고 인터뷰에 뻣뻣하게 대답하는 것도 어찌나 귀여운지 작게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혜성이 흘겨본다면 딴청을 피우겠지만. 자신으로 넘어오는 질문과 마이크에 다시 작은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지만.
"사귄지는 좀 된 제 남자친구에요. 주목받는 걸 좋아하지 않는 건 아는데....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쪽지에 다른 사람을 데리고오면 또 삐질테니까 어쩔 수 없이."
이미 두 사람이 사귀는 건 같은 학년 학생이면 다 아는 것이긴 했지만 어쩔 수 없이 공개적으로 사귀는 사이라는 게 공표된 셈이다. 일부러 그런 건 아니고 우연이긴 하지만. 그래도 왠지 모르게 뿌듯한 기색이다.
/자동차 보험은 확실히 그렇다곤 알고 있는데 운전자 보험은 또 애매해서 모르겠네! 어쨌든 불법이 맞다면 맞는 것이지! 이렇게 지식 획득!
바로 옆에서 들려오는 그 말에 혜성은 괜히 톡 쏘듯이 이야기를 했다. 물론 정말로 다른 사람을 데리고 오면 아마도 삐질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지금 이 상황에서 어떻게 그 사실을 인정할 수 있겠는가. 인정할 수 없다는 듯이 그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으나 얼굴은 이미 상당히 붉어진 상태였다. 흥. 소리를 약하게 내면서 혜성은 빨리 이 자리에서 벗어나려고 하면서 발을 움직이려고 했으나 아람이 오는 것을 기다리듯, 그렇게 멀리 가진 못하고 아람이 있는 곳을 바라봤다.
"어, 어서 와. 저기에 계속 있어봐야 그러니까... 다른 이들 진로 방해잖아. 진로 방해. 또 경기가 있을텐데. 부끄럽다거나 그런 것은 아니니까 착각은 말고."
괜히 툴툴거리면서 혜성은 아람이 있는 곳을 향해서 살며시 오른손을 내밀었다. 마치 자신의 손을 잡으라는 것처럼. 그 모습에 괜히 더 환호성이 터져나오는 것 같았으나 혜성은 애써 그 사실은 모르는 척 하기로 했다. 붉어진 얼굴을 애써 식히려는 듯, 그는 괜히 손으로 부채질을 했다.
"그건 그렇다고 쳐도 되게 신기하네. 어떻게 나와도... 이제 진짜 너하고 나는 공식 커플이네. 그것도 학교 단위로 말이야."
그래도 지금 이 상황이 싫지는 않다는 듯, 혜성은 희미하게 미소를 지었다. 아람이 자신의 손을 잡으면 그대로 혜성은 도망치듯, 조금 더 빠르게 발걸음을 옮겨서 조금 뒤쪽으로 이동했을 것이다. 바로 반으로 돌아가야 한단 법은 없지 않겠는가. 물론 바로 돌아가겠다고 한다면 돌려보내주기야 했겠지만.
/일단 내가 듣기로는 그런 것 같더라구! 보험을 안 들면 불법! 위반! 그런 느낌으로 말이야. 하기사 자동차 사고 한 번 크게 터지면 보통 돈이 깨지는 것이 아니고 보통 위험한 것이 아니니까 보험은 필수지만 말이야!
손이 잡히는 감촉이 느껴지자마자 혜성은 그대로 손을 잡고 퇴장하듯 빠르게 발걸음을 옮겼다. 물론 여기나 저기나 전부 학생들이었으니 그 시선을 완전히 회피할 순 없었다. 조금은 부끄럽지만 그래도 마냥 싫은 것은 아닌, 어떻게 보면 상당히 아이러니한 감정을 느끼면서 그는 괜히 제 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부채질했다.
"익숙해져야겠네. ...뭐, 실제로 다른 애를 끌고 갔으면 그건 싫긴 하니까."
물론 그것으로 삐지거나 할 생각은 없었지만 묘하게 싫은 것 또한 사실이었다. 그거야 역시 좋아하는 사람으로는 자신이 지목되는 것이 자신에게는 제일 좋은 것 아니겠는가. 아무튼 장기자랑과 커플 게임이라는 말에 혜성은 고개를 살며시 도리도리 저었다. 거기에는 안 나갈 거라고 이야기를 하지만 실제로 권하면 어떻게 될 진 알 수 없었다. 결국 아람의 부탁을 혜성이 거절하는 일은 없었으니까.
"바로? 뭐, 나쁘진 않지만... 그렇다면 일단 도시락부터 가지고 와야 하는 거 아니야?"
수돗가로 향하는 발걸음에 맞춰 혜성 역시 수돗가로 향했다. 그리고 수돗가에 도착하자 일단 혜성 역시 자신의 손을 수도꼭지를 틀어서 물로 씼었다. 사람이 없는 곳을 향해 가볍게 물기를 털어낸 후 혜성은 다시 아람을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어디서 먹을래? ...뭐, 나야 어디라도 상관없긴 하지만 너네 반과 우리 반 근처는 일단은 피하고 싶어. ...무슨 말이 나올지 모르니 말이야."
그곳만 아니면 별로 상관없다는 듯 이야기를 하면서 혜성은 잠시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서서히 학생들중 점심을 먹기 위해서 움직이는 이들이 있었고 자리를 잡을거면 역시 지금이 가장 적기가 아니었을까?
/ㅋㅋㅋㅋㅋ 아람이 눈치보는거야? 그래도 혜성이는 역시 안전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과속하면 그건 확실하게 이야기를 할 것 같아. 물론 가속만 안하면 진짜 운전 잘한다고 칭찬도 하고 괜히 미소도 보이겠지만 말이야. 아무튼 갱신이야! 오늘 하루도 어떻게든 보냈다!! 아람주는...고생 많았어...8ㅁ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