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다리에 그녀의 무게감이 살포시 느껴지자 자연히 혜성은 좀 더 편하게 있을 수 있도록 자세를 바로 잡았다. 이어 고개를 살며시 내리니 그녀의 얼굴이 자연히 그의 눈에 들어왔다. 조금 불편하진 않을까. 자신의 다리가 마냥 푹신하고 폭신하진 않을 것 같은데. 그렇게 생각하지만 역시 바로 말을 꺼내진 못하고 입술만 꿈틀거리면서 혜성은 작게 숨을 내뱉었다. 애써 한숨이 아닌 척.
"...불편하면 얘기해. 굳이 머리 아픈 딱딱한 것을 벨 필요는 없잖아."
그러다가 괜히 그렇게 이야기를 하는 것이 혹시나 아람이 불편하지 않을까 싶은 걱정어린 마음이 분명했다. 이내 혜성은 아람이 거부하지 않는다면 그대로 그녀의 옆머리카락을 살살 어루만지려고 했을 것이다. 딱 고등학생이 할법한 조심스러운 스킨십을 시도하며 그녀가 거부하지 않으면 그대로 머릿결을 위아레로 천천히 쓸어서 쓰다듬다가 살살 그녀의 뺨도 만지려고 하지 않았을까. 물론 그 손길은 상당히 조심조심스러웠다.
"...배고프면 이야기하고. 이것저것 준비하긴 했으니까. 물론 지금 당장은 아닐지도 모르지만."
그냥 어디까지나 배고프면 이야기하라고 말을 한 것 뿐이라고 이야기를 하면서 침묵을 지키던 혜성은 이내 작은 미소를 입에 머금었다. 그리고 아람을 내려다보면서 말을 이었다.
"...지금 뭐 보고 있어?"
/정말로 좋아하는 것이 일이 되면 그래도 재미는 있다고 하더라구! 사실 케바케가 아닐까. 물론 싫어질 가능성도 크겠지만 말이야! ㅋㅋㅋㅋ 하지만 지금 20주 연속 꽝이라구. 21주때는 5만원 나오긴 했지만..(눈물) 흑흑. 이번주는 되려나. 아무튼 갱신이야!
아람이 작게 웃으며 말했다. 조금 부끄럽다거나 신경이 쓰인다거나 그런 것은 있었지만 뭔가, 애정표현 같은 느낌이라 좋기도 했고. 그냥 혜성과 맞닿아 있는 것이 좋았다.
혜성이 손을 뻗어 머리카락을 간지럽히는 것도 좋았고 뺨을 매만질 때면 슬며시 미소를 지으며 눈을 감기도 했다. "좋다."라고 자연스럽게 혼잣말을 하기도 했다.
"응. 조금만 더 이러고 있다가."
아직 배고프지는 않았지만 혜성이 준비한 것이 궁금하기는 했다. "뭐 준비 했는데?" 하면서 은근슬쩍 물어보기도 하고.
"하늘 보고 있어. 하늘이 파랗고 예뻐서."
청명한 하늘은 푸른 호수를 부어놓은 듯 맑고 깨끗해 보였다. 완연한 가을 하늘이었다.
/진리의 케바케지! 나도 즐거운 일 하면서 살고 싶다 ㅋㅋㅋ큐ㅠㅠ!!! 20주 연속 꽝ㅋㅋㅋㅋㅋㅋ 혜성주 로또 자주 사는 편이구나! 오만원 축하해! 이번엔 꼭 되길 바라!!! 나는 로또 사는 건 좋아하는데 사러 가는 게 귀찮아서 안 사게 되더라고. 그리고 살려면 현금이 있어야하는데 그것도 귀찮고. 인터넷으로 사는 게 있다고 해도 귀찮.......(널부렁) 역시 노력하는 자에게 행운이 오는 거였어(?)
아주 간접적으로 살짝 내심을 밝히며 그는 툴툴거리는 목소리를 냈다. 그러면서도 그녀에게는 계속 닿고 싶었는지 괜히 뺨을 간지럽히듯 조금 더 어루만지다가 그는 살며시 손을 아래로 내렸다. 이어 무릎과 다리를 최대한 움직이지 않고 두 팔을 뒤로 해서 제 몸을 지탱했다. 무게중심을 살짝 뒤로 하면서 자신은 자신 나름대로 편안하게 앉으면서도 아람의 머리가 최대한 움직이지 않도록 자세를 고정하며 혜성은 마찬가지로 하늘을 가만히 바라봤다.
마치 하얀 도화지 위에 하늘색 물감을 그대로 퍼부은 것처럼 하늘이 상당히 맑고 높았다. 구름이 있을법도 하건만 가을이라서 그런지 구름도 보이지 않는 정말로 맑은 하늘이었다. 그 와중에 고개를 조금만 돌리면 단풍과 은행이 보이니 붉은 빛과 노란 빛의 조화가 또 확실히 아름다웠다. 괜히 그도 미소를 지으며 아람의 물음에 대답했다.
"그러게. 하늘이 되게 예쁘긴 하네. ...가을이라서 그런가. 여친 잘 둬서 이렇게 하늘도 느긋하게 보네. 진짜. 아. 그냥 뭐, 유부초밥과 김밥을 위주로 한 도시락. 그리고 간단하게 먹을 과자도 있고 음료수도 있기는 한데... 큰 것은 아니고 작은 것들 위주."
일단 자신이 가지고 있는 짐에 있다고 이야기를 하면서 얼마든지 배고프면 이야기하라고 하면서 혜성은 미소를 지었다. 나중에 하나 제대로 먹여줄까. 그렇게 생각을 하다가 혜성은 아람에게 넌지시 물었다.
"...나랑 안 사귀었어도 이렇게 나하고 단풍놀이 나왔을거야? 넌?"
/그냥 뭔가 오기가 생긴다고 해야할까 그런 느낌이야. ㅋㅋㅋㅋㅋ 사실 사도 5000원 어치만 사고 말지만 말이야! 이번에는 되려나. 안 될 것 같은데..ㅋㅋㅋㅋㅋ큐ㅠㅠㅠㅠㅠ 되면 좋겠다. 나도 1등 되어서 진짜 그냥 편하게 건물주 노릇하면서 살고 싶어. 흑흑. 일 안하고 막 여기저기 여행다니고 해외도 나가고 싶다..으흑흑. 아무튼 나는 인터넷으로 사는 편이야. 물론 당첨이 정말로 안 되긴 하지만... 사실 인터넷으로 사면... 돈 직접 입금해야 하는 것을 빼면 그래도 그렇게 막 힘들진 않더라!
오기ㅋㅋㅋㅋㅋㅋ 정말 확률이라는게 너무 무서운 것 같애. 걸리면 100퍼센트니까~ 한달에 2만원으로 행복하다면 그것으로 좋은 것 아닐까? 나도 건물주.......... 여행............ 혜성주가 내 몫까지 부탁해 ㅋㅋㅋㅋㅋ 나는 지나가다가 한번 정도 사보긴 하겠지만~ 으윽... 오늘도 넘 피곤하다. 먼저 자러갈게! 좋은 꿈 꿔~
바람은 시원했고 날은 너무 좋았다. 정말 그린 듯한 장면이 아닐 수 없다. 그러니 눈 앞으로 보이는 하늘과 노란 은행잎과 그리고 더 가까이에 있는 혜성의 모습이 정말 그린 듯이 잘 어울려서, 자신이 그림을 잘 그렸다면 이런 모습을 표현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버리고 마는 것이다.
가만히 하늘을 바라보는 혜성을 바라봤다가 이내 이런저런 이야기를 조곤조곤하는 혜성의 목소리를 들었다. 그냥 이러한 평화로운 순간에서 그의 목소리를 듣는 것 자체가 너무 좋았다고 해야하나. 평소에도 듣기 좋은 목소리였는데 오늘따라 더 좋은 것 같기도 하고. “맛있겠다.” 하면서 기대감 어린 목소리를 냈다가 이어 말했다.
“나도 따뜻한 유자차랑 쿠키 챙겨왔어. 밥 먹고 난 뒤에 디저트로 먹자.”
작게 웃으면서 말하다가 이내 혜성이 묻는 질문에 푸핫, 웃음을 터트렸다.
“뭐야, 그 가정은. 도대체 그런 질문은 어떤 사고를 거쳐서 나오는 거야?”
아람이 혜성이 귀엽다는 듯 쿡쿡 웃었다가 손을 뻗어 혜성의 볼을 콕콕 찔렀다. 지금 우리 둘은 사귀고 있고, 사귀지 않았을 때의 이야기는 그저 가정이 아닌가 싶은 마음이었다. 평소의 자신이라면 하지 않을 생각이었지만 혜성이 물어보는 것이니 음, 소리를 내며 조금 상상해 보았다.
“안 왔을 것 같은데.”
툭 던진 말에 여전히 누워있는 채로 눈을 깜빡였다가 이내 설명이 필요할 것 같아 말을 덧붙였다.
“그야, 지금 2학기도 다 끝나갈 정도인데, 아마 우리가 사귀고 있지 않는다는 건 네가 나한테 고백을 안 했다는 뜻인데다가 아마 그랬다면 내가 지금에 이르기 전에 너한테 고백을 했을 텐데, 결국 네가 내 고백을 받아주지 않았을테니 안 사귀고 있다는 뜻일테니까. 아니면 그것이 아닌 다른 오해가 있다거나 어떠한 사건이 생겼다거나 하는 그런 일들이 있었을 것 같고.... 어쨌든 긍정적인 것은 아닌 것 같으니. 결론적으로는 아니, 라는 거지.”
생각에 잠겨서 말을 뱉어내다가, 이내 아차 하는 생각이 들었다. 혜성이 바라는 말은 이게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슬쩍 혜성의 표정을 살핀다.
김밥과 유부초밥. 그리고 유자차에 쿠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 말이 있듯이 단풍놀이도 배가 고프면 밥을 먹고 해야할텐데 적어도 배가 고플 일은 없겠거니 생각하며 혜성은 자신도 모르게 살며시 기대감에 찬 표정으로 그녀의 짐이 있는 곳을 바라봤다. 과연 어떤 쿠키일지. 맛은 어떨지. 유자차는 얼마나 향이나 맛이 괜찮을지. 그런 생각을 하니 절로 입에 침이 고였으나 애써 그는 그것을 티내려고 하지 않으며 제 물음에 쿡쿡 웃다가 제 볼을 콕콕 찌르는 아람의 얼굴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아니. 뭐... 그냥 묻는거지. 그냥. 그냥 우리가 안 사귀었어도 지금 이렇게 있었을까.. 라는 그런 느낌으로. 다, 다른 애들도 다 이 정도 물음은 나누거든?! 아, 아마도."
물론 정확한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래도 지구의 인구가 그렇게나 많은데 이런 물음을 던지는 이가 설마 자기밖에 없을까. 그렇게 합리화를 하면서 혜성은 아람의 답에 귀를 기울였다. 오지 않았을 것 같다는 말에 가슴이 아주 살짝 철렁이는 느낌이 들어 그는 아주 살짝 움찔했다. 무릎을 베고 있었으니 아람도 어느정도는 그 진동이 느껴지지 않았을까. 아무튼 부가설명을 들으면서 혜성은 두 눈을 깜빡이다가 결국 작은 웃음을 터트릴 수밖에 없었다. 저렇게 말을 하고서 자신의 표정을 살피는 그 느낌이 특히나 귀엽기도 해서 더더욱.
"나 참. 고백을 나나 너 둘 중 한 명이 했을 거라는 것은 확정사항인거야? 대체 얼마나 날 좋아한거야. 너. ...뭐, 내가 할 말은 아닐지도 모르지만. ...그럼 다행이네. 사귀었으니까 지금 이렇게 왔다는 거니까. ...난 안 사귀었어도 너하고 오고 싶었을 것 같거든. ...뭐, 친구일지, 아니면 다른 의미일지는 그건 알아서 상상하는 것으로 하고."
그 부분은 부끄러운지 제대로 말을 하려고 하지 않으며 혜성은 이내 아람의 뺨을 약하게 콕콕 찌르면서 시선을 옆으로 살짝 돌렸다. 조금 붉어진 얼굴을 향해 손으로 부채질을 하면서 그는 입을 열었다.
"나 유자차 한 잔만 마셔도 될까? ...아니. 그냥 뭐, 차가 있다고 하니까 먹고 싶어서."
같이 오지 않았을 것 같다는 말에 움찔하는 것에 그 이유를 말하면서도 조금 조심스러웠지만 그럼에도 혜성은 제 대답이 마음에 든 모양이었다.
“그, 그야. 좋아했으니까 좋아한다고 말했지, 그럼 안 좋아하는데 좋아한다고 말했겠어? 어쨌든 하고 싶은 말은 사귀지 않았으면 지금 같지는 않았을 거라는 거야.”
아람은 조금 볼을 붉히면서 뾰로퉁하게 부풀렸다가 이내 혜성이 콕콕 뺨을 찌르는 것에 볼 속에 모아두었던 숨을 푸, 내뱉었다. 혜성이 부끄러워 하는 모습에 나만 부끄러운 것이 아니구나 안도하면서 아람은 유자차를 찾는 혜성의 말에 누웠던 몸을 일으켜 앉았다. 왠지 저도 더 부끄러워지는 기분이라 입안에 뭔가를 넣고 싶기는 했던 참이었다.
아람은 들고 왔던 작은 짐가방에서 보온병과 종이컵을 꺼냈다. 보온병을 열고 종이컵으로 기울이자 따뜻한 차가 컵 안을 잔잔히 채웠다. 아람이 잔 하나를 혜성에게 건네고 자신의 잔도 채운 뒤 보온병을 닫아 다시금 넣어 두었다. 넉넉히 채워와서 양은 충분했다.
“노란 색이 은행잎하고 잘 어울린다. 그치.”
따뜻한 종이컵을 양 손으로 감싸며 하늘색 돗자리 근처를 잔뜩 뒤덮고 있는 노란 낙엽을 보다가 혜성을 바라보고는 작게 웃었다. 호로록 유자차를 마시면 달고 새콤한 맛이 입안을 가득 채울 것이었다.
"...그거야 뭐, 지금같진 않겠지. 친구하고 연인은 그 의미가 다르잖아. 깊이도 그렇고. 여사친과 여자친구는 다른 거야."
만약 그때 자신이 말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면 아람 쪽에서 고백을 했다는 것일까. 조금 아쉽다는 생각도 들지만 그때 그렇게 말한 것에 대해서 혜성은 후회하지 않았다. 그리고 지금 이 생각은 자신만이 알고 있어야겠다고 다짐하며 그는 입을 꾹 다물면서 아람의 뺨을 그는 괜히 콕콕 찔렀다. 일부러 뾰로퉁하게 부풀린 부분만 노리면서. 이내 숨을 뱉는 것에 맞춰서 볼이 점점 줄어들자 그는 괜히 그 뺨을 손으로 어루만지다가 살며시 손을 그녀의 뺨에서 떼어냈다.
그녀가 일어남에 따라 제 다리에 느껴지던 무게감이 줄어들었고 자연히 아람의 얼굴이 정면으로 혜성의 눈에 보였다. 이내 그녀가 짐가방에서 보온병과 종이컵을 꺼냈고 보온병에 담겨있는 따뜻한 차를 종이컵에 담아 자신에게 내밀자 혜성은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종이컵을 받아들였다. 이어 혜성은 가만히 그 향을 느끼다가 내용물을 입에 담으며 그녀의 말을 들었다. 확실히 은행잎과 정말로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며 혜성은 고개를 천천히 끄덕이다가 살며시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바로 근처에 있는 은행잎을 아주 가볍게 손을 뻗어서 딴 후에 다시 아람의 근처에 앉았다.
"...맛있고 새콤달콤한 차를 줬으니 이건 답례."
이어 혜성은 아람의 귀에 조심스럽게 방금 딴 은행잎을 꽂으려고 했다. 그녀가 피하지 않았다면 잘 꽂아주면서 괜히 미소를 지었을 것이다. 만약 피했다고 한다면 굳이 끼려고 하진 않았을테고.
"...역시 난 사귀지 않았어도 너랑 오고 싶어했을 것 같고 너에게 권했을거야. ...그리고 아마 여기서 고백했을지도 모르겠네. ...네가 나온다면의 이야기지만. ...나 참. 나도 내가 누구를 좋아하게 되면 이렇게 될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는데. 다 네탓이니까 책임을 지고 쭉 옆에 있어. 오래오래 내 여자친구로 있어. 알겠어? 오늘 아침의 일 같은 것은 다 잊고 말이야."
여사친과 여자친구가 다르다는, 너무도 당연한 말을 한다며 아람은 여전히 뾰루퉁한 얼굴이었지만 볼을 부풀린 것을 노르며 콕콕 찌르는 장난스러운 손길과 이내 뺨에 닿는 혜성의 손길에 불퉁함은 금새 사르르 녹아 없어졌다. 대신 조금 더 발그래한 얼굴이 되기는 했지만.
혜성이 유자차의 향을 맡고 천천히 마시는 것을 보면서 아람은 내심 뿌듯해했다. 하지만 혜성이 갑자기 일어설 것이란 건 예상치 못해서 눈을 동그랗게 뜨고 바라봤다가 이내 자신의 귓가에 은행잎을 꽂아주는 것에 배시시 웃어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이어지는 혜성의 말에 아람은 마음 속이 간질간질해져서 무어라 할 말을 찾지 못했다. 조금 부끄러운 마음으로 입술을 오물거리디가 종이컵을 만지작거리다가 이내 제 몫의 유자차를 다 마시고는 혜성의 유자차는 뺏어서 주변에 평평한 곳에 올려두고는-안 뺏기면 안 뺏기는 대로- 혜성의 목을 와락 끌어안았을 것이었다. 작은 웃음소리가 혜성의 목 주변을 간지럽힐 것이었다.
"책임지고 옆에 있을 테니까. 고백 안했다고 치고 다시 고백해봐, 응?"
이내 아람은 혜성의 목을 끌어안은 채로 그 허벅지 위에 제멋대로 앉았을 것이었다. 물론 혜성은 밖에서 이런 과한 스킨십을 하는 걸 싫어하지만, 그래도 여기 주변에는 사람들도 별로 없고 다들 이쪽은 신경도 안 쓰고 있지 않은가.
제 차를 뺏는 모습에 혜성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면서 아람을 빤히 바라봤다. 아니. 내 차를 왜? 그런 눈빛을 보내다가 그녀가 가바직 제 목을 와락 끌어안는 모습에 그의 뺨이 붉게 물들었다. 마치 단풍나무의 단풍잎이 된 것처럼. 그러다가 자신의 허벅지 위에 올라타는 모습에 절로 혜성의 허리가 쭉 펼쳐졌을테고 그는 살며시 눈동자를 옆으로 굴렸다. 그 와중에 들려오는 물음에 그는 살짝 당황했고 절로 몸이 고목나무처럼 딱딱하게 굳었다. 이어 그는 애써 입을 열어 그녀에게 항의하듯이 이야기했다.
"뭐, 뭐, 뭐라는거야! 갑자기. 고백 안했다고 치고 다시 고백하라니. 전에도 내가 고백했잖아! 비겁한 거 아니야?!"
따지기보다는 그야말로 크게 당황해서 자신도 모르게 횡설수설하듯이 그는 조용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이내 끄응 소리를 내더니 그는 한숨을 약하게 내쉬었다. 그러다가 아람을 빤히 바라보면서 자신 쪽에서도 요구했다.
"뭐, 못할 것은 없긴 한데... 나만 하는 것은 비겁해. 너도 해. 고백 안 들은 걸로 치고. ...그러면 할거고 아니면 안할거야."
역시 자신만 하는 것은 조금 비겁하다는 듯이 그렇게 말하면서도 그는 시선을 계속해서 회피했다. 괜히 얼굴을 붉히면서 끄응. 소리를 내던 혜성은 다시 아람의 눈동자를 애써 빤히 바라보면서 이야기했다.
"어쩔거야? 콜? 아니면 노콜?"
/혜성이는 이렇게 나왔습니다! 상당히 많이 당황해서 자신도 모르게 나온 무언가!! 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퇴근했다! 이제는 쉴거야!
안녕! 아람주!! 난 오늘은 늦잠을 자서 지금 막 일어난 것 같아. 주말은...집에서 OTT보면서 보내는 중이야. 이전에 보고 싶었는데 못 보던 거 이제야 다 봤네. ㅋㅋㅋㅋㅋㅋ (대충 어제 진짜 늦게 잤다는 그런 이야기) 아무튼 아람주도 좋은 하루 보내면서 푹 쉬었으면 좋겠다!
주말 영상 보면서 푹 쉬는 날 보냈구나~~~!!! 역시 주말에는 못봤던 영상 보면서 보내는 게 최고지 ㅋㅋㅋㅋㅋ 나는 맨날 유튜브에 나중에 볼 영상 쌓아두는 게 취미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쨌든 원래 주말에는 늦게 자게 되는 편이니까 말이야. 나도 푹..... 쉬고 싶었는데 일정이 있었어 ㅋㅋㅋㅋ큐큐ㅠㅠㅠㅠ
빨간 얼굴로 당황한 채로 말하는 혜성의 모습에 아람은 장난꾸러기처럼 웃었다. 전에도 먼저 고백했다면서 비겁하다면서 말하는 혜성의 말은 나름 일리가 있기도 했다. 게다가 이런 것에도 승부욕이 있는 것인지 못할 것은 없다며 대신 자신에게도 똑같은 것을 요구하는 것에 푸스스 웃음을 흘렸다.
“콜!”
눈을 마주치며 웃던 아람은 제멋대로 혜성의 다리에 앉았듯이 이번엔 또 제멋대로 벌떡 일어나 이번에는 혜성의 손을 잡아 당기며 혜성을 일으켜 세웠다.
“너 네 여자친구가 연기 학원에 다니고 있다는 사실 잊지 않았지?”
키득키득 웃는 얼굴이 꽤나 즐겁다는 얼굴이었다. 그리곤 혜성에게 잠시 서서 기다리라면서 말을 하고는 이내 혜성의 앞에서 뒤돌아 섰다. 나름 감정을 잡는 것이었다.
그래. 지금은 혜성과 사귀는 상태가 아니고 내가 혼자 짝사랑을 하고 있는 상태인 거고, 나는 혜성의 마음을 모르니 이번 고백을 함으로 앞으로 서로 남보다도 못한 사이가 될 수도 있는 최악의 결말 또한 생각하고 있는 거지. 그래서 불안하고 초조하지만, 그것을 이겨낼 정도로 혜성을 좋아하고 있는.
다시금 아람이 뒤를 돌아 혜성을 바라봤을 때는 이미 방금의 웃음기는 사라진 채였다. 안경 너머로 보이는 눈동자는 조금은 긴장감을 담고 있었고, 그것을 반증하듯 살짝 맞잡은 손가락에는 살며시 힘이 들어가 있었을 것이었다. 혜성의 눈을 차마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는 아람의 얼굴은 조금 발그레하게 달아올라 있을 것이었고.
“그, 멋대로 불렀는데 나와줘서 고마워. 음....... 너한테 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
조금 부끄러운듯 꺼낸 말 후에는 민망한 듯 두 손을 등 뒤로 감추며 배시시 웃어보이는 모습이 이어질 것이었다.
웃음을 흘리다가 콜이라고 외치는 아람의 모습에 혜성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도 조금은 고민하고 생각할 줄 알았는데 콜을 외칠 거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뭔가 자신만 부끄러워하는 것 같아 괜히 분한 감정이 살살 올라오는 것도 사실이었으나 그녀가 정말로 해준다고 한다면 그건 체험해보고 싶다고 생각하며 혜성은 괜히 얼굴을 붉히면서 아람을 빤히 바라보다가 그녀가 제 손을 잡아당기자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여, 연기인거야? 아니. 뭐... 확실히 연기라면 연기겠지만."
하기사 지금은 사귀고 있으니까 가정을 한다는 것 자체가 애초에 연기이지 않겠는가. 그래도 자신을 좋아하는 마음은 진짜일테고 그에 대해서 의심의 여지는 없었다. 그렇기에 혜성은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아람을 빤히 바라봤다. 뒤돌아섰기에 아람이 지금 무슨 표정을 짓고 있는진 알 수 없었으나 숨을 고르는 것이 아닐까 생각을 하며 그는 괜히 눈에 힘을 꽉 주고 집중하듯 아람의 모습을 바라봤다. 그러다 자신을 바라보는 그녀의 모습이 상당히 진지한 것에 혜성은 괜히 움찔하며 자신도 모르게 몸에 힘을 꽉 줬다. 누가 보면 대체 뭘 그렇게 긴장하냐고 키득키득 웃고 있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아무튼 긴장한 것처럼 보이는 그녀의 표정. 그리고 살짝 맞잡은 손가락에 힘이 들어간 모습. 얼굴이 발그래지는 그 모습에 혜성은 정말로 이게 연기가 맞나 순간적으로 멍한 표정을 지었다. 너무 리얼하지 않나. 이거. 그러다가 아람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혜성은 침을 꿀꺽 삼키면서 입을 열었다.
"아, 아니. 따, 딱히. ...어차피 할 것도 없었으니까. ...불렀는데 못 나올 것도 없고. 그, 그래서 뭔데?"
일단 그녀의 말에 어떻게든 말을 맞추려고 하나 목소리에 긴장감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다가 배시시 웃는 모습에 그는 얼굴을 붉히면서 살며시 시선을 돌렸다. 뭐야. 이거 완전 반칙이잖아. 완전 홀리잖아. 그렇게 속으로 중얼거리면서 그는 괜히 뚱한 표정으로 제 발로 땅을 콕콕 찍었다.
"...무슨 말인진 모르겠지만... 뭐, 일단 말해봐. 들어볼테니까."
/응! 그야말로 이전부터 보고 싶었던 것을 보게 되었지! 사실 넷플릭스에서 다른 것으로 바꾸면서 거기서만 있는 것을 봤거든! 넷플릭스... 뭔가 요금제로 장난을 치는 것 같아서 그냥 끊어버렸어. (옆눈) ㅋㅋㅋㅋㅋㅋ 아앗. 아람주..못 쉬었구나. 일정 보낸다고 정말로 수고 많았어.
아람주도 안녕이야!! 응. 아람주가 아는 그거 맞을거야! 사실 이전부터 4인 요금제로 해서 보고 있긴 했는데 그렇게 한다고 하니까 굳이 이걸 계속 봐야겠다는 생각이 안 들더라고. 어차피 넷플릭스를 꼭 봐야한다..그런 느낌도 아니기도 해서! 나도 사실은 어머니가 영화보고 드라마보는거 좋아해서 끊고 김에 나도 같이 보는 것인걸! 아무튼 이런 상황이니 추가 요금을 내라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 으앙..(주륵)
ㅋㅋㅋㅋㅋ 맞아. 혜성이 지금 완전 긴장상태인거 느껴질까. 그러니까 혜성이도 내심 마음속으로 큰 거 준비중이래. 아마도!
혜성 또한 진지하게 상대편을 해주고 있었기에 아람은 좀더 진지하게 그 감정에 몰입할 수 있었다. 혜성이 살짝 긴장하는 모습을 보이자 이상하게 아람은 더 긴장이 풀리는 것만 같았다. 그건 혜성 또한 자신을 좋아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그런 기대를 증폭시키기도 했기 때문이었다.
“음........ 뭐라고 해야 하나. 좀 갑작스러울지도 모르겠지만.”
두 사람은 신발을 벗은 채로 돗자리 위에 서 있었지만 아람의 머릿속에서는 마치 가을 날 혜성을 학교 뒷뜰로 불러낸 것 같은 느낌이었다. 한 차례 바람이 불며 은행잎이 우수수 떨어졌다. 혜성과 아람 사이로도 은행잎이 흩날리며 노란빛이 드믄드믄 시야에 담겼다 사라졌다.
아람은 이전에 혜성과 알게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무렵 수돗가에서 나눴던 대화가 떠올랐다. 마치 불량학생이 모범생에게 땡땡이 치자고 꼬셨던 느낌이였을까. 아마 지금도 그와 그렇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혜성이 같은 애를 내가 내멋대로 물들여도 될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 너 좋아해.”
그 말은 단정적으로 떨어졌다. 조금 붉어진 얼굴로 살짝 입을 꾹 다물었다. 아람은 자신이 꽤나 이기적이고 욕심 많은 어린애라는 것을 안다. 겉보기로는 멀쩡해 보이지만 모난 곳도 망가진 부분도 있다는 것도 알아. 하지만, 그럼에도 갖고 싶은 것은 꼭 가져야 했다.
“어느 순간부터 네가 좋아서, 그냥 이 말을 하지 않고서는 견딜 수가 없어서... 네가 싫다면 어쩔 수 없지만, 괜찮다면 나랑 사귈래?”
먼저 마음을 내보인다는 것은 두렵고, 떨린다. 그 감정의 편린이 아마 얼굴에 조금은 드러났을 것이었다. 비록 작은 미소를 띄고 있었지만, 장난이라도 거절의 답이 돌아온다면 꽤 아플 것이었으니까.
/ㅋㅋㅋㅋ 혜성이 왜 덩달아 긴장한거야 귀엽게!!!!!!! 마음속으로 큰거 뭐 준비하고 있는지 넘 궁금하다 ㅋㅋㅋㅋ!!!!!
갑작스러울지도 모른다는 그 말에 혜성은 자신도 모르게 그렇게 대답했다. 은행잎이 우수수 떨어지며 노란색 풍경이 자신과 아람 사이를 스쳐 지나갔고 자연히 혜성의 눈앞에는 노란색 배경 앞의 아람의 형태로 보였다. 그 모습이 또 상당히 예쁜 느낌이었다. 주변 풍경마저도 도와주다니. 이거 진짜 너무 반칙 아닌가. 그렇게 생각하며 혜성은 저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들려오는 좋아한다는 말.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자신이 좋다고 자신이랑 사귀지 않겠냐는 말이 들려올때마다 혜성은 바로 말을 하지 못하고 두근거리는 가슴을 애써 진정시키기 위해 몸에 힘을 꽉 줬다. 물론 그렇다고 어떻게 심장이 멈추겠냐만. 허나 그럼에도 어떻게든 그 소리가 들리지 않게 하기 위해서 그는 숨을 조절하기 시작하며 시선을 살짝 회피했다. 자신이 고백을 그때 하지 않고 쭉 버텼다면 그녀에게서 이런 느낌의 고백을 받았을까. 역시 조금 아쉬우면서도 억울하다고 생각하며 그는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네가 싫다면, 굳이 휴일에 시간 내서 나올 일 없거든?"
아마 자신이 사귀지 않은 상태에서 고백을 받았다고 한다면 제대로 말을 하지 못하고 입을 뻐끔거렸을 것이다. 그리고 얼굴이, 물론 지금도 상당히 붉어서 터질 지경이었겠지만 아마 더 붉어졌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그는 숨을 약하게 내쉬었다. 이어 혜성은 아람을 애써 바라보면서 답을 이었다.
"...좋아. ...사귀자. ...나도 너 아니면 안되니까. 그러니까... 좋아하니까."
하지만 이것만큼은 잔뜩 긴장한 목소리로 살짝 뜸을 들이면서 그는 시선을 살며시 회피했다. 이어 아람을 향해 안기라는 듯이 두 팔을 살짝 벌렸다. 물론 아람이 어떻게 할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이 정도 액션을 취해야하지 않겠는가. 물론 사심적으로 아람을 안고 싶은 충동도 있었다. 그만큼 지금 혜성의 눈에는 아람이 예쁘게 비쳤으니까.
"...그러니까.. 이제 내 턴이야?"
이어 그렇게 말을 하는 혜성의 목소리는 작게 기어들어가는 느낌이었다.
/ㅋㅋㅋㅋㅋㅋ 하지만 아람이가 저렇게 예쁘게 고백을 한다면 긴장을 안 할 수가 없잖아! 아람주 피셜. 아람이는 학교에서 제일 예쁜 미인이라고 했으니까!! ㅋㅋㅋㅋㅋㅋㅋ
툴툴거리는 듯한 목소리로 싫었다면 나오지 않았을 것이란 말엔 어쩔 수 없이 웃음을 흘리고 말았다. 아니 그렇게 붉어진 얼굴로 하는 말이라 더더욱 귀엽게 보이는 건 제가 콩깍지 필터가 적용되고 있기 때문일까. 그리고 좋아한다는, 그 바라고 바랐던 그 대답이 들려오자 환하게 웃으며 살짝 팔을 벌린 그의 품에 폭 안겼을 것이었다.
왠지, 좋아한다는 말을 듣고 나면 심장이, 마음이 간질간질해서 끌어안지 않고는 견딜 수 없어진다. 처음 혜성이 자신에게 마음을 고백했을 때처럼. 꽉 안아버리게 되는 것이었다.
꼭 끌어안은 귓가에 들리는 작은 목소리에는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지만 말이다.
“응. 지금 해도 되고 밥먹고 해도 되고. 오늘 안에만 하면 되는 걸로 봐줄게.”
작게 웃으면서 여전히 혜성을 끌어안은 채로 고개만 들어 그를 올려다봤다.
“아니다, 사실 지금 고백 들으면 나 심장 터질지도 몰라. 지금도 엄청 쿵쾅거리거든. 고백한다고 생각하니까 엄청 떨렸나 봐.”
너무 심장이 쿵쿵 뛰어서 뺨도 발갛고 손끝까지 그 울림이 느껴지는 것만 같아서 어쩔 줄 모르겠다는 느낌이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악 그 말 들을 때마다 민망해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배우 지망이면 예뻐야 한다고 배웠다굿!!!!
제 품에 아람이 안기자 혜성은 그대로 두 팔을 내려서 그녀를 품에 가뒀다. 그러고 보니 자신이 고백할 때도 이렇게 품에 안겼었던가. 어떻게 보면 아람은 누군가에게 안기는 것을 좋아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고 그는 생각했다. 아니. 정확히는 자신일까. 어쨌건 자신도 아람을 안는 것은 좋아했기에 그는 만족스럽게 그녀를 안았으나 차마 아람을 제대로 바라보진 못하고 그대로 팔에 힘만 줄 뿐이었다.
"...하, 하기는 해야하는구나. 하, 하긴 내가 먼저 조건을 제시했으니."
너도 고백을 해야 나도 고백을 할 거라고 이야기를 했으니 결국 그 조건은 자신이 제안한 것이었다. 그것을 어기면 아람이 어떻게 나올지, 혹은 삐질지도 모른다고 혜성은 생각했다. 그런 것만큼은 있어서는 안되는 일이었다. 안 그래도 여기에 오기 전에 사진 때문에 기분이 저기압이지 않았던가. 그런 마당에 더욱 기분을 나쁘게 하고 싶진 않다고 생각하며 그는 괜히 침을 삼켰다. 허나 이후에 지금 고백을 들으면 자기 심장이 터질지도 모른다고 이야기를 하면서 자신을 올려다보는 모습이 또 너무 귀여워서 혜성은 얼굴을 붉혔다.
"...마, 말해두는데 나도 지금 심장 엄청 뛰거든? 이렇게 예쁘게 고백하기 있냐?! 너!"
괜히 약하게 성을 내지만 그래도 싫지는 않다는 듯이 그녀를 정말로 꼬옥 안으면서 그녀의 목덜미에 제 머리를 묻던 혜성은 이내 그녀를 살며시 놓아주었다. 그리고 제 뺨을 살살 손으로 긁적이면서 시선을 회피하다 그녀에게 말했다.
"그러면 지금 좀 마음 진정시켜. ...나도 할 거니까. 괜히 끌어봐야 마음만 약해지고 그렇잖아."
괜히 투덜거리는 목소리는 그만큼 부끄럽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괜히 중얼중얼거리긴 했지만 그게 무슨 말인진 아람에게도 잘 전달이 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봐야 예쁘니 뭐니 하는 그런 말들의 연속이었겠지만. 아무튼 아람을 놓아주고 나서 아람의 준비가 끝나기를 그는 기다렸다. 이어 심호흡을 하고 헛기침을 하던 아람이 준비가 되었다고 말하는 것에 혜성은 조용히 숨을 내뱉었다. 이제는 자신의 차례였다. 이미 고백을 하긴 했으니까 자신에게 있어선 두번째였지만 그래도 그 두번째가 또 묘하게 떨렸다. 이번에는 정말 시험받는다는 느낌에 가까웠으니까. 애초에 왜 고백 어쩌고를 말해서 이 상황을 만들었는지. 여러모로 곤란하다고 하지만 피할 순 없다고 생각하며 혜성은 아람의 눈동자를 빤히 바라봤다.
"...있잖아."
잠시 침묵을 지키다가 혜성은 그렇게 아람을 부르면서 입을 열었다. 있잖아. 라는 말. 바로 용건을 말하기보다는 뭔가 다른 것을 말하려는 수식어를 사용하며 그는 근처에서 아직 팔랑팔랑 날아다니는 은행잎을 손으로 잡았다. 이어 그는 그 은행잎을 살며시 그녀의 다른 쪽 귀에 꽂아주며 다시 거리를 살며시 띄웠다. 그리고 잠시 뺨을 긁적이다가 말을 이어나갔다.
"은행나무의 꽃말 중에는 장수라는 말이 있다는거 알아? 그러니까 오래 살고 그러는 거."
이어 혜성은 아람을 향해 천천히 걸어왔다. 그리고 주먹 하나 정도가 겨우 들어갈 정도의 거리를 유지하며 살며시 고개를 아래로 내렸다. 그리고 숨을 약하게 내뱉다가 아람의 눈동자를 정말로 빤히 바라봤다. 그리고 숨을 한 번 더 내뱉은 후에 말을 이어나갔다.
"...나는 네가 오래 나랑 알고 지냈으면 좋겠어. ...그러니까 쭉. 쭉. 쭉. 욕심이라고 해도 상관없어. ...그만큼 욕심내고 싶으니까. ...그러니까 너는 장수해서 그러니까 오래오래 살면서 나랑 있어줬으면 좋겠어. ...네 인생의 전부를 가지고 싶어."
이어 그는 다시 숨을 약하게 내뱉으면서 그는 정말로 진지한 표정을 지으면서, 마구 크게 두근두근 거리는 심장을 애써 모르는 척 하며 목소리에 힘을 주면서 이야기했다.
"...네 인생 옆에 설 수 있는 권리를 나에게 줘. ...대신에 나는 내 인생을 줄테니까. ...그게 내가 지금 줄 수 있는 전부야. ...널 원하고 네가 좋아. 문아람. ...나랑 사귀자. 싫으면 돌아가고 좋으면 이리 와. 난 구차하게 안 잡을거니까. ...그러니까..그.. 와라! 문아람!"
자신이 지금 무슨 말을 하는거지. 그렇게 생각을 하며 혜성은 살며시 시선을 옆으로 돌렸다. 부끄러운지 아랫입술을 살며시 깨물며.
제 눈을 빤히 바라보는 혜성에 아람은 눈을 피하지 않고 마주보았다. 하지만 여전히 부끄러워서 입을 합, 다물고 있었지만. 작은 수식어로 시작한 것은 이내 은행잎을 손으로 잡아 제 머리카락에 꽂아주는 것으로 이어졌다. 양 귓바퀴에 은행잎이 꽃힌 것이 조금 재미있기도 하고 우습기도 하고. 사실 귓가에 닿는 온기가 간질간질했다.
은행나무의 꽃.....이 있다는 것 자체가 처음 들어봤는데 꽃말까지 있다는 말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가 이내 그 꽃말이 장수라는 것에 뭔가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고개를 끄덕끄덕거리다가 혜성이 가까워져 거의 코앞까지 왔다고 생각했을 때 아람은 숨을 들이마시며 꾹 참았다. 심장이 쿵쿵 뛰어서.
“..........”
뭔가, 욕심히 가득 담긴 고백이었다. 쭉, 오래오래, 인생의 전부라는 단어들이 영원히 함께하자는 뜻을 담고 있어서, 서로의 인생을 교환하자는 그 말이 너무 기꺼웠다. 마지막에 와라! 라고 했을 때는 왠지 웃겨버려서 긴장감이 맥없이 풀려버렸지만.
“왔다!”
아람이 혜성을 꽉 끌어안으며 결국 웃음을 터트렸다. 혜성의 가슴팍에 얼굴을 부비며 얼굴에 올라온 열기를 옮기려 들었을 것이었다.
“응, 날 가져. 대신 나도 널 가질게. 나를 네게 내어주는 동안에는 넌 내 것인 거지? 약속하는 거야.”
왔다! 라고 외치면서 자신을 꽉 끌어안는 모습에 혜성의 얼굴이 다시 크게 달아올랐다. 이렇게 와락 안을 것은 예상을 못한 것은 아니었지만 막상 안기니까 상당히 부끄러운 모양이었다. 이내 제 가슴에 얼굴을 부비자 그의 얼굴에서 열기가 달아올랐고 만약 영화였다면 연기가 모락모락 올라올 것 같은 상황이 되었다. 이어지는 그녀의 말에 그는 으으. 소리를 내면서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다가 겨우 입을 열었다.
"...참고로 묻는 건데... 이런 말 듣고 싶어서 시킨 것은 아니지? 아니... 싫다는 것은 아니지만... 그게... 보통은 너무 무겁다..이런 말 하지 않냐? 보통?"
평생이니 뭐니 그런 말을 했고 네 인생 옆에 설 수 있는 권리니 뭐니 그런 말을 했는데 오히려 너무나 기뻐하는 그 모습에 혜성은 난처한 표정을 지었으나 딱히 부정하거나 역시 취소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자신을 주는 대신 자신도 널 가지겠다는 그 말이 역시 묘하게 간지러우면서도 심장을 뛰게 만들었다. 이내 너는 내 꺼라는 표현까지 하는 말. 그리고 뭉개진 발음으로 들려오는 말에 혜성은 아람의 등을 약하게 토닥였다.
"진짜 내 여친은... 정말로 욕심쟁이라니까. ...물론 내가 할 말은 아니긴 한데."
괜히 그렇게 이야기를 하면서 혜성은 그 상태에서 아람을 안고 자리에서 앉으려고 했다. 일단 편한 자세로 편하게 있으려는 생각인 듯 했다. 그리고 혜성은 살며시 고개를 돌린 후에 아람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좋아하길 바라고 한 말에 좋아하는 것도 얼떨떨하게 느끼는 혜성의 모습이 조금 귀엽기도 하고 웃기기도 하고. 제 진심이라고 한다면.... 자신을 원하는 것이 혜성이라면, 좋았다. 그게 다른 사람이라면 끔찍할 것 같지만 혜성이라면 좋아. 이건 내가 그를 많이 좋아하기 때문일까?
“나 욕심쟁이 맞아. 그래서 한 번 잡으면 잘 못 놔.”
히히 웃으면서 혜성을 따라 자리에 앉는다. 뭔가 엄청 오래 서 있었던 것 같았다. 그럼에도 여전히 아직 감정이 가라앉지 않은 것인지 혜성의 옆에 꼭 붙어 있는 모양새였지만.
“아하하, 점수가 중요한 거야?”
웃음을 터트리며 말했다가 입으로 양 손을 가리며 마저 웃은 뒤, 여전히 웃음기 묻은 얼굴로 혜성의 귀에 입술을 가져다대며 소근소근 말했을 것이었다.
"...그건 그렇긴 한데. ...아니아니. 애초에 고백을 먼저 시킨 것은 너잖아. ...물론 딱히 시켜서 한 것은 아니긴 한데."
좋은 것이 좋은거지. 그렇게 생각하며 혜성은 적당히 넘기려고 했다. 따지고 보면 결국 자신 역시 원해서 한 것에 가까웠다. 여기에 오기 전, 사진으로 인해 저기압이 되었던 아람이 다시 해맑게 웃었으면 했고, 기왕이면 기분 좋아졌으면 했으니까. 무엇보다 자신의 마음을 다시 한 번 그녀에게 제대로 표현하고 싶기도 했고. 그렇게 보자면 이번에는 성공적인 것일까. 그렇게 생각하며 혜성은 괜히 모자를 꾹 눌러쓰면서 붉어진 얼굴을 감추려고 하는 것과 동시에 미소를 강하게 머금었다.
"...괜찮아. 나도 욕심쟁이니까."
결국 아람을 원하는 것은 자신도 마찬가지였다. 그렇기에 제 옆에 붙어있는 아람을 떨어뜨리지 않으면서 혜성은 괜히 그녀의 얼굴을 부드럽게 어루만졌다. 눈가를 만지기도 하고, 콧등을 만지기도 하고, 그렇다고 부드러운 찹쌀떡 같은 뺨을 살살 어루만지기도 하고. 한편 점수를 묻는 물음에 웃음을 터트리는 아람의 모습이 보이자 혜성은 작게 혀를 차면서 시선을 회피하며 입을 열었다.
"구, 궁금하잖아. 괜히. ...기껏 용기내서 마음 다잡고 했는데. 그래보여도 짧은 시간 내에 나 엄청 고민했거든?!"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아람이 자신의 귀로 입술을 가져오더니 제 물음의 답을 들려줬다. 점수를 매길 수 없을만큼 좋았다고. 그 말에 혜성은 괜히 얼굴을 붉게 물들이며 아람을 찌릿 바라봤다. 이런 말을 귀에 대고 하다니. 반칙 아닌가. 너무나 반칙 아닌가. 조금은 분하다고 생각하지만 바로 말은 하지 못하며 얼굴만 붉게 물들인채로 그는 고개를 아래로 푹 숙였다.
".......뭐라도 먹자. 우리."
그러면 이 분위기가 조금은 바뀌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이어 아람에게 다가가더니 그녀의 귓가에 방금 아람이 했던 것처럼 속삭였다.
"...이제 말 못 바꿔. 너. ...고백 2번이나 했으니까. ...너 이제 진짜 내 꺼야."
자신이 꽂아준 은행잎을 떼어내서 자신의 귓가에 꽂는 것에 그는 괜히 간지러워했으나 거부하진 않았다. 그 대신 뭔가 몽글몽글한 감정이 들어 그는 괜히 입꼬리를 살짝 올리다가 다시 아래로 내렸다. 그저 은행잎을 꽂아주는 것 뿐인데 대체 왜 이런 기분이 드는 것인지. 아람이 하는 행동이라면 뭐든지 다 좋을 정도로 자시는 팔불출이 되고 만 것일까. 그렇게 생각을 하지만 굳이 그 사실을 입에 담진 않았다. 뭔가 모르게 부끄러웠으니까.
이어 자신이 한 귓속말에 아람이 투덜거리는 목소리가 들리자 혜성은 아무런 말 없이 조용히 웃음을 터트렸다. 언제는 가짜였냐는 말에 그는 말 없이 그저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이어 아람이 자신의 짐을 앞쪽으로 끌어오자 혜성은 손을 뻗어 자신의 가방을 잡았고 그 안에 들어있는 도시락을 꺼내서 하나하나 뚜껑을 열었다. 김밥에 유부초밥. 그리고 가볍게 마실 수 있는 음료수에 젓가락 두 개. 처음부터 같이 먹을 생각으로 가지고 온 만큼 내용물은 확실했다. 적어도 두 사람이 충분히 먹을 수 있을 정도의 양을 담아온 도시락을 제대로 세팅하며 혜성은 아람에게 젓가락을 내밀었다.
"김밥은 산거긴 한데 유부초밥은 직접 싼거야. ...맛은 있을 거야. 어제 부모님도.. 맛있다고 했으니까."
도시락을 싸면서 일단 간을 볼 생각으로 자신의 가족에게도 준 모양인지 그렇게 이야기를 한 혜성은 괜히 얼굴을 붉히면서 고개를 옆으로 돌린 후에 김밥을 젓가락으로 집어올렸다.
"...덕분에 여자친구에게 지극정성이라고 놀림 좀 당했지만. ...나 참."
이어 그렇게 툴툴거리면서 그는 김밥을 제 입으로 가져가려고 했지만 잠시 멈칫했다. 뒤이어 아람의 입가로 가져간 후에 어서 먹으라는 듯이 그는 아- 소리를 살며시 냈다.
도시락 뚜껑이 열리자 아람은 와아, 하고 소리를 냈다. 혜성에게 젓가락을 받으며 들리는 말에 아람은 고개를 끄덕였다. 직접 싼 거라니. 집에서 요리라는 것이라고는 밥을 하는 것이나 밑반찬을 꺼내 먹는 것 외에는 한 것이 없는 아람은 유부초밥 만으로도 뭔가 대단하게 느껴졌다. 실제로 아람이 할 수 있는 정도는 요리라기보다는 조리에 가까운 것들이라......... 뭔가 시도를 해본 적이 없는 것은 아니었는데 이상하게 시키는 대로 해도 뭔가 맛이 조금 이상했다. 응.
“고마워, 잘 먹을게.”
뭔가 조금 감격한 느낌이였을까. 아람의 눈이 반짝반짝 도시락을 향했다. 다른 이들에게는 별 것 아닌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원래 연애를 할 때는 사소한 것에도 감동을 한다고 하지 않던가.
아람은 혜성이 부모님에게 놀림을 받았다는 말에 작게 웃었다가, 이내 혜성이 김밥을 입가로 가져다대자 이내 자연스럽게 받아 먹었다. 이제 이정도로는 부끄러워하지 않게 되었다! 왜냐면 먹여주는 일은 종종 있었으니 이제 조금은 서로에게 익숙해진 것일지도 모른다. 김밥은 맛있었다. 꼭꼭 씹어 삼킨 뒤 이번에는 유부초밥을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김밥도 만들려면 만들 수 있을지도 모르나 김밥은 생각보다 꽤 어려운 요리였다. 일단 둥글게 마는 것부터가 꽤 노하우가 필요하다고 하지 않던가. 무엇보다 유부초밥을 만들다보니 시간이 꽤 지나갔기에 김밥은 차마 만들 수 없었고 결국 전문점에 가서 살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맛은 좋을 거라고 생각하면서 혜성은 아람이 김밥을 먹는 모습을 바라봤다. 이제는 너무나 자연스럽게 받아먹는 것이 꽤나 익숙해진 것 같았고 그건 자신 역시 마찬가지였다. 아주 자연스럽게 이렇게 먹여주고 있지 않은가.
괜히 음료수를 마시면서 자신도 김밥을 하나 천천히 씹으니 간이 상당히 잘 되어있다고 혜성은 생각했다. 물론 직접 만든 것이 아니기에 조금 아쉬움이 들긴 했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가을에 놀러나와서 먹기 충분하지. 그렇게 생각하다 아람이 유부초밥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면서 이거 이거 라고 하는 말에 혜성은 순간 무슨 말인지 몰라 고개를 갸웃했다.
"이거 이거? 아."
이내 그것을 먹여달라고 이야기하는 것을 인지하며 혜성은 젓가락으로 유부초밥을 집었다. 그리고 그녀의 입가로 가져갔다. 김밥과는 다르게 이건 자신이 직접 만든 것이었기에 그의 표정에 상당히 긴장이 흘러내렸다.
"...그.. 아. 그리고 평 알려주면 고맙고. ...이건 내가 직접 만든 거긴 하니까. ...그래도 맛은 괜찮긴 할 거야."
나름대로 간은 특히나 신경 썼고 자신의 입에는 잘 맞긴 했지만 과연 아람에겐 어떨런지. 제 여자친구가 먹는다고 생각하니 조금 긴장이 되는지 혜성은 빤히 그녀를 바라보다가 눈동자를 결국 옆으로 굴리면서 입을 열었다.
역시 먹여준 유부초밥을 받아먹는 모습이 혜성의 눈에는 아기새처럼 비쳤다. 물론 아기새보다는 아람이 더 귀엽다는 말은 굳이 하지 않으며, 제 마음 속으로만 속삭이면서 혜성은 편안한 표정으로 아람이 유부초밥을 먹는 모습을 조용히 지켜봤다. 그러다 그녀의 입에서 좋은 평이 흘러나오자 혜성은 절로 표정이 환하게 밝아졌다가 바로 헛기침을 하면서 표정을 관리하려고 했다.
"그, 그래? ...그럼 다행이네. 그래도 먹을 것을 가져와야지. 못 먹을 것을 가져올 순 없잖아."
그래도 기분은 좋은지 그의 입꼬리가 약하게 춤을 추고 있었다. 다시 한 번 헛기침을 하다가 괜히 웃는 모습을 보이던 와중 갑자기 제 볼을 콕 찌르더니 젓가락으로 유부초밥을 집어서 자신에게 먹여주려고 하는 아람의 모습에 혜성은 두 눈을 깜빡이다가 냠 하는 느낌으로 유부초밥을 받아먹었다. 뒤이어 살며시 시선을 회피한 후에 천천히 씹었고 꿀꺽 삼켰다.
"...어제 먹었던 맛과 비슷하네. 하기사 어제 내가 만든 거고 특별히 뭘 더 건들진 않았으니까 당연하겠지만. ...그래도 뭔가 좀 더 부드럽고 맛있는 것 같기도. ...누가 먹여줘서 그런가."
후반 부분은 괜히 중얼거리는 느낌으로 이야기를 한 후, 혜성은 음료수를 종이컵에 따른 후에 꿀꺽 마셨다. 목을 통과하는 시원한 감각, 그리고 자신의 머리를 지나가는 시원한 가을 바람. 이어 좋지 않냐는 아람의 말에 혜성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응. 좋아. ...내년에는 조금 힘들겠지만 그래도 다시 시간을 내서 나오고 싶을 정도로."
현실적으로 고3이 되면 아무래도 조금 힘들지 않겠는가. 어찌되었건 입시를 준비해야했고 아람과 같은 대학에 가기 위해서는 자신이 좀 더 열심히 공부를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생각을 잠시 하다가 혜성은 아람을 바라보면서 넌지시 물었다.
자신이 먹여줘서 더 맛있다는 그 말에 아람은 작게 웃음을 흘렸다. 혜성을 따라 음료수를 따라 마시고 이어지는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으음. 이제 가을이라는 건 내년이 좀더 가까워 졌다는 뜻이기도 했다. 3학년이 되어 대입이라니....... 벌써부터 생각하기엔 여전히 끔찍한 느낌이었다. 물론 지금도 열심히 연기도 배우고 공부도 하고 있긴 하지만.
“내년은 힘들면 내후년에 다시 오면 되지.”
조금은 긍정적인 전망이려나. 2년 뒤에 우리가 어떤 상황에 처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 후에도 함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담아본다.
“대학 말이지...... 음....... 일단 학과는 연극영화과를 생각하고 있는데, 아마 성적에 따라 다르겠지만 수도권 내로 생각하고 있어.”
아직 구체적인 것은 생각하지 않았다는 듯 고개를 모로 기울였다가 “너는?” 하고 혜성에게도 되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