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제일 꼴도 보기 싫은 사람의 이름을 하나 말한다면?」 : "……헬무트 케르스트너." "왜요? 의외인가요?"
2. 「첫사랑은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믿는지?」 : "네, 그렇게 믿는답니다. 내 첫사랑은 나의 조국이고, 내 이상향이요 낙원이니.. 어쩌겠어요? 영영 이루어지지 않을 텐데.. 내 손으로 국가에 반하는 녀석들의 목을 뜯어버렸을 때 느꼈답니다. 사랑은 부질없구나, 싶었던 걸요.. 이상향을 망치고자 하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잖아요?"
3. 「친구가 몰래 자신을 욕한 것을 알게 된다면?」 : "아하, 그럴 수 있죠. 이해한답니다. 나는 욕 먹어도 싼 사람이거든요." "그렇지만 '친구'라는 자리에서 나를 욕했다면 목숨이 여럿 존재하는 사람도 있다고들 하니, 증명할 시간이지요."
명단 앞으로 갈 때부터 꽂히는 시선들, 꽂히는 시선 자체는 익숙했으나 명단을 눈에 담았을 때 지금까지와는 다른 의미로 시선을 보내고 있었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어쨌든 너는 앞으로 함께 움직여야 하는 팀원에게 잘 부탁한다는 말을 했고, 당신 역시 같은 말로 답했다. 그 뒤에 잠시 뭔가 생각하는 듯한 모습 뒤에 느릿하게, 앞으로가 꽤 즐겁겠다는 말소리가 들려오자 너는 무슨 의미일까 잠시 곰곰히 생각했다. 제대로 된 답을 내리기 전에 그렇지 않냐며 물어오는 당신이었기에 너는 입을 열었다.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불화를 일으키기 위해서 이 곳에 온 게 아니니만큼 너는 최선을 다할 생각이었다. 다만 그런 부분에 서투른 편이기도 했고, 조심스러웠기에 어떻게 될지는 알 수 없었고. 그래서 너는 그랬으면 좋겠다. 라며 지금 네게 있는 작은 소망에 가까운 진실을 뱉었다.
"그럼...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슬슬 허기가 좀 져서요."
결과를 확인하고 나니 어쩐지 허기가 진다, 슬슬 식사를 할 시간이긴 했지만 꼭 그런 이유 때문만은 아닌 것 같아서... 너는 정중히 인사한 뒤 자리를 뜨려고 했다. 오늘은 이정도면 됐다...싶었을까.
첫날에 바로 배정이 됐더라면 어떻게 됐을까. 짜증을 냈을까, 아니면 엎어버렸을까, 대체 자신을 무엇으로 보냐며, 그쪽 눈엔 여전히 안식이 우스운 코흘리개 싸움이냐며 대들었을까. 그것도 아니라면 처음부터 지금 꽂히는 시선을 보내는 작자들과 똑같아지는 것이 낫겠다 판단해서 배척하려 들었을까. 됐다. 깊게 생각해 봤자 지난 일이고, 저것들과 똑같이 굴기엔 헬무트가 했던 말이 신경 쓰이던 찰나다. 그 당시에도 치기 어린 반항에 앞뒤 재간하지 않고 저것이 싫노라 외쳤지만 기실 알고 있지 않았던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니…… 기쁘군요."
기어 다니는 것도 있어야 균형이 맞는다는 사실을. 이스마엘은 다시금 맨 뒤에 처박힌 듯한 두 개의 이름에 시선을 고정했다. 어쩜 위치도 맨 뒤일까. 의도적이다 못해 노골적인 느낌이 들어 앞으로의 일이 퍽이나 재밌겠다는 생각을 다시금 하고 만다. 당신의 대답엔 말도 잘 듣고 착하기도 해라, 싶은 느낌이 얼핏 드는 언사를 잘도 내뱉곤 샐쭉 웃는다. 아, 좋은 생각이 났다.
"허기가 진다라. 정말요?"
나긋하게 묻는 목소리를 뒤로 가늘게 지어진 미소가 퍽 쾌활하다. 호쾌한 미소라기엔 어딘가 부드럽고, 쾌활하다고 명하기엔 기이한 감 있으나 그렇게 정의하는 것이 나을 테다. 살포시 자리를 뜨려는 당신에게 퍽 가벼웁게도 속삭이듯 말해본다.
헤헤... 내 시간...어디에? ㅠㅠㅠ답레를 가져오지 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그랜절
대신..이라기엔 너무 약소하지만 짤막하게 TMI 하나 드리겠습니다... 쥬는 지금 집에서는 자랑거리고, 그 동네(?)에서도 현수막 걸고 그랬을...거에요...ㅋㅋㅋㅋ 본인은 집에 내려가면 굉장히 쑥쓰러워하면서도 동네사람들 즐거워하니까 내리라고 못하고... 어쨌든, 어떻게든 붙잡은 기회를 놓지 않으려고 이를 악무는 이유 중 하나가, 예전에는 그다지 언급이 없었던 가족들이랍니다! 형제는... 있을까 없을까 >:3 악 잘못했어요 그치만 이건 나중에... 알려드리는 걸로...
그러면 얼른 자러 가볼게요! 내일부터 토요일까진 쭉 바쁠 것 같긴 한데, 답레는 가쟈ㅕ올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기다려주세용!
tmi 뭐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귀엽고 따숩다.... 동네에서 현수막 걸 정도인 가족.. 거기다가 동네 사람들도 즐거워해서 못 내리는 것도 너무 귀여움..... 어떻게 쥬처럼 말랑말랑한 가족이 있지..? 아냐 사실 말랑말랑한 가족이라 쥬가 만쥬인걸지도 몰라.. ? 뭐? 임? 낸나!!!!!!(드잡이)(짤짤) 농담이구 나중에 알려주면 이셔주랑 이셔가 잘 받겠습니닷... 언젠가 풀리는 날을 기대하겠어.... >:3
사실 내가 금요일 당일에 새벽부터 풀로 근무하는지라 그때를 제외하면 언제든 답레 줄 수 있을 것 같아... 오늘 하루도 고생했구 푹 자길 바라~ 늘 말하지만!!!!!! 답레는 천천히 주고 싶을 때 느긋하게 주고 그러는 거야.. 아참 올때 픽크루~ 요건 구몬이니까 안 하면 맴매임! >:3
어쨌든 식사를 하러 갈 생각이라는 건 확실히 이야기했다. 당신이 정말이냐 되묻는 게 무슨 의미일까 잠시 생각하던 너는, 자리를 뜨려다가 당신의 목소리에 눈을 마주보았다. 그리고 당신이 매정하게 가 버릴 거냐며 묻는 말을 듣고서야.
"......"
일단 묻기는 했지만, 당신이 대답해야 할 입장이고 네가 대답을 들어야 할 입장이긴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표면적인 것이어서... 사실상 답은 정해진 셈이었다. 방금 전까지... 같은 팀이 된 이상 관계를 되도록이면 원만하게 유지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고. 아주 잠시 침묵, 무슨 답을 하면 좋을까 고민하던 차에 이어진, 쐐기를 박는 듯한 물음에 너는 입을 열었다.
"그럼, 같이 식사하시겠습니까?"
이런 질문을 하는 게 꺼려지는 감이 있었던 건, 너는 정말 허기를 달래는 정도... 그러니까 아주 간단하게 식사를 떼울 생각이었기 때문이리라. 당신을 보는 얼굴에 그렇게까지 복잡한 감정이 실려 있지는 않았겠지만.
식사를 하러 갈 생각이라. 어울려주는 것도 즐겁겠구나 싶어 이스마엘은 눈을 휘었다. 평균을 간신히 웃돌아 기는 밑바닥과 함께해 주는 나. 얼마나 멋진 일인가, 이대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면 헬무트도 좋게 봐줄 것이다. 누군가를 수단으로 써서는 안 된다고 하던가? 그렇다면 수단이 될 정도로 물러서는 안 됐지. 지극히도 오만한 생각을 눌러 담고 친절함과 능글맞음을 포장한다. 언제나, 어디에서든 준비된 안식의 사람이니 이 정도야 잘 하는 일이지 않은가.
눈을 마주할 적, 이스마엘은 여전히 생글생글 웃는 낯을 유지했다. 대답을 채근하지는 않았지만 당신에겐 이미 답이 정해진 셈이었으니, 이 침묵이 어떻게 받아들여질까 생각하면 심히 즐겁다. 작은 침묵을 뒤로 어쩔 수 없는 제안이 들어오자, 능글맞던 미소가 변했다.
"뷔시카리오 씨라면 좋은 제안을 할 줄 알았습니다."
탁월하십니다. 눈은 조금 더 가늘게 휘고, 입매는 자그맣게 벌어져 긴 호선을 그어내니 자못 꼬리를 살랑이는 여우처럼 보이기도 했다. 마치 당신에게 그럴 줄 알았어! 라고 속삭이듯.
"거절할 이유는 없지요. 아무렴요."
당돌하기도 하지, 장난을 얹듯 느릿하게 끝을 늘리며 작게 웃음을 흘리자 주변에서 잠시 시선이 오갔으나 신경 쓰지 않았다.
이야앗 갱신~ 하면서 에버노트랑 네이버 메모 정리하다가 꽤 흥미로운 글을 발견해서 주절주절 해보려구.. tmi 폭탄이다~!!! >:3
1. 에델바이스 이스마엘 초안은 제, 가란에 가까운 성향에다가 군사 장교집안 출신, 당연스럽게 가디언즈 수순을 밟는 엘리트 출신이었다고 얘기한 기억이 있는데 이것 말고도 다른 초안이 있었으니.. 바로 정신계 능력자였다는 점.. 상대방의 감정을 뒤흔들고 혼란시켜서 판단력을 저하시키고, 감화하는 능력인데.. 아무튼 여차저차(?)해서 군사재판에 넘겨지고, 수감되기 직전에 눈 마주치고 "날 풀어주십시오. 당신과 나는 가장 친한 친구잖습니까, 날 도와야지요. 나 대신에 당신이 희생해준다니 기쁩니다." 같은 대사가 노트에 남아있었다.. 대신 이 능력은 신체가 닿거나, 눈이 마주치거나, 부름에 2번 이상 답한다. 와 같은 조건이 있었음.. 복잡해서 폐기했어 응..ㅋㅎㅋㅋ
2. 에델이셔는 압박조끼 때문에 재머 너머에선 항상 어딘가 답답한 표정을 짓고 있다는 비하인드가 있다.. 이것 때문에 인상이 더 매서워 보였다는 tmi도 있구 어차피 다 알게된 거 글라키전 이후로는 옷도 편하게 입고 자기 얼굴도 드러내고 다녔을 것 같아.. 그리고 대뜸 팔 쭈욱 벌리고 달려와서 쥬를 파묻듯 껴안게 되는데..(카페베네)
3. 슬럼 일상에서 창문이 다 깨져있었잖아, 이셔가 그걸로 쥬 위협도 했었고. 그거 사실 이셔가 깨부순거야. 독백 느림보라서() 독백 쓰다 만 걸 찾았는데..
"도망쳐라, 이스마엘." "아, 안 돼요. 어떻게 두고…… 어떻게…… 같이 가요." "이스마엘. 내가 가장 가고 싶었던 곳은… 차별 없는 낙원이다. 그 낙원은 아니지만 또 다른 낙원이 나의 눈 앞에 있다. 세상이 눈이 내린 듯 하얗구나. 아름답다. 너도 같이 온다면 좋았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네가 가기엔 너는 너무나도 어리지. 널 잠시나마 데려가고 싶다 생각했다니……."
헬무트는 그 와중에도 기가 차다는 듯 웃었다. 하나뿐인, 가슴으로 품어 기른 아이를 저승길로 데려갈 생각이나 하다니. 끔찍한 혐오감이 등골을 타고 흘렀다.
"나는 끔찍한 사람이다. 아니, 처음부터 난 끔찍한 놈이었어. 세븐스를 사냥하던 내가 죄책감에 세븐스를 키우다니……. 그러니… 네 낙원을 찾아라, 이스마엘. 이 외곽과 나는 이제 너의 낙원이 아니다. 여기는 널 지키기 보단 사냥할 사람이 더 많을 거야. 그러니, 멀리, 저 멀리 가라. 떠나라." "아빠? 아, 아니죠? 아닐 거야. 아니죠? 제발 무슨 말이라도 해주세요, 제발……."
헬무트는 이스마엘의 품에서 늘어졌다. 어깨에 고개를 기대곤 이스마엘을 안아주던 팔에서 힘이 풀렸다. 죽음의 무게가, 이젠 활동하지 않는 육신의 무게가 품에 엄습해왔다. 몸을 적시는 피가 뜨거웠지만 세상은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이스마엘은 화면을 두드려도 뜨지 않는 태블릿처럼 자신의 머리가 고장이 났다 생각했다. 그리고 고개를 천천히 들어 올렸다. 가디언즈 병사 두어 명이 이스마엘을 향해 소총을 겨눈다. 작게 벌어진 입을 뒤로 쉴새없이 눈물이 흘렀다.
추방된 장자에게 조국이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처음 겪는 감정이 온몸을 덮었고, 속절없이 몸이 떨렸다. 끔찍한 증오심이 시스템 오류 메시지처럼 머리를 가득 채웠다. 차라리 이곳에서 몸을 던져 불꽃처럼 타오르다 아버지의 길을 뒤따르고 싶었다. 이스마엘은 아버지의 품 속에서 눈을 들었다. 소총을 겨누던, 과거 헬무트와 함께했던 가디언즈가 움찔 떨었다. 명백한 헬무트의 눈빛이었다. 미친개라 불렸던 자의 눈. 아니, 그보다 더한, 마치…….
"난 살아."
맹수의 눈. 맹수는 포효하는 존재고, 그 자체로도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야생의 존재여야만 했다. 사냥개도 본디 맹수의 야성을 가진 존재였다. 그리고 자신 또한 그런 삶을 살 수 있는 존재였다! 낙원을 찾아 그 너른 초원을 방랑하는 존재! 내가 몸을 불사르면 낙원은 사라지겠지. 저깟 사냥꾼에게 목이 꿰뚫려 죽는 삶을 바랄 것 같은가?
발코니를 장식하던 방탄유리가 덜덜 떨리더니, 산산조각이 났다. 이스마엘의 세븐스 때문이었다. 가디언즈는 소총을 격발했으나 보이지 않는 힘으로 펼쳐진 장막은 총탄을 튕겨냈고, 한때 이스마엘에게 조국의 위용을 선전하던 신소재 플라스틱으로 이루어진 넷-스크린은 허망히 박살 났다. 그리고 외마디 비명이 울렸다. 가디언즈가 날선 유리조각에 베인 목을 부여잡을 적, 이스마엘은 비틀대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버지의, 헬무트의 시체는 허망하게 쓰러진다. 빈 껍질을 마지막으로 눈에 담고, 이스마엘은 아버지가 쥐여주었던 상자를 품에 안은 채 그대로 깨진 창 너머를 향해 뛰어내렸다. 건물에서 추락할 듯 떨어지다 멈추곤 허공을 달릴 적, 거센 바람이 이스마엘의 등을 떠밀듯이 불어닥쳤다.
이스마엘은 뒤를 돌아보지 못했다. 뒤를 돌아보면 소금 기둥이 되어버릴 것만 같았다. 눈물 때문에 눈앞이 희뿌옇다가 밝아지기를 반복했다. 자유, 자유! 그토록 바라던 자유!! 하지만 이 자유가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족쇄 달린 자유가 무슨 의미가 있는가! 달음박질은 멈추지 않았고, 눈물 또한 그치지 않았다. 가디언즈의 포위망에서 멀어질수록 얼굴은 처절하게 일그러졌다. 마침내 억눌렸던 감정이 포효한다. 비참함에 찢어질 듯 울부짖는 소리가 개발 중단 구역을 울리고, 이스마엘은 슬럼으로 뛰쳐들어갔다. 비로소 새장에서 자유로워졌으나 여전히 마음은 아버지의 품에 있었다.
그랬답니다.. 이거 거의 다 썼는데, 막상 못 풀게 돼서 되게 아쉽긴 했어. 그래도 이제 후련하다(?)
더 풀고싶은 것도 많지만 그럴수록 흑역?사를 마주?해야 하다보니까...... 궁금한거 있으면 막 물어봐도 좋긴?하지만? 그만큼 조공을 바쳐야 할 것이야~~ >;3
분명 그런 대답을 하라고 명시적인 강요가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때로 묵시의 힘은 무엇보다도 강한 법이다. 어쨌건 결국 네 쪽에서 당신에게 함께 식사하겠냐며 묻게 됐고, 당신은 기다렸다는 듯 그 제안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주변에서 오가는 시선이 느껴지긴 했지만 당신이 신경쓰지 않는데 네가 신경쓰는 모습을 보여줄 필요는 없겠지, 그러니 지금은 무시하기로 했다.
"저는 간단하게 먹을 생각입니다."
너는 당신에게 그리 말했다. 분명 말 자체는 짧았으나 담긴 것은 그보다 좀 더 많아서, 당신의 마음에 들 만한 메뉴가 아닐 수 있으며 그러니 원하는 바를 말해주는 편이 좋을 것 같다는, 내뱉은 소리의 배 이상은 되는 이야기를 당신에게 전하고 있었다. 당신은 어떤 것이든 좋다고 이야기하지만 어떻게 그럴 수가 있겠는가, 호오를 굳이 숨겨가며 식사를 할 정도의 가치가 네게 있는지를 생각해 보면 잘 알 수가 없었다. 네가 가치가 없다는 게 아니라, 당신과 너 간의 관계에 그만큼의 노력을 들일 만한 가치가 있냐는 생각이었다.
"그러니까... 버거 세트 정도만 해도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만."
그리고 지금 겉으로라도 식사 약속을 주도하는 쪽은 너다. 그랬기에 너는 네가 어떤 걸 먹을 생각인지 먼저 이야기했다. 당신이 너의 목적에 따를지, 아니면 다른 걸 밀어붙일지는 알 수 없었지만 어쨌든 선택지를 고르게끔 만든 것은 그렇기 때문이었다. 지그시 감았던 눈을 뜨고 당신을 쳐다본다. 답을 기다리는 듯.
흐흐 갱신... 여유가 좀 생길까 싶으면 또 일이 생기고... 8ㅁ8 그래도 슬슬 궤도에 올라서 내일부터는 시간을 좀 체계적으로 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습니다...일단 오늘은 답레만 올려두고 가볼게요! 이사한 건 좋은 일이지만 일어나야 할 시간이 1시간 가량 당겨져서... 하루가 엄청 길어지는 효과가 있긴 해도 피곤한 건 어쩔 수가 없네요 ㅠ0ㅠ 아무쪼록 좋은 밤 되시고 내일 보아요!
으그으윽 저녁 내내 바빴다..😵💫 쥬주도 혐생이로구나..(뽀다담) 기대만큼 잘 되길 바랄 뿐이야~ 궤도에 오르면 익숙해지는 건 찰나니까! >;3 답레는 느긋하게 줄게... 당장 주고 싶은데.. 지금 쓰면 글 개판일 느낌이라 문장배치만 해야겠다 싶어서... ㅋㅋ쿠ㅜㅜ 아니~~ 그런데.. 왜지? 쥬 말랑소시민 느낌이라 괴롭히고 싶잖아~~~ 나 이런 캐 괴롭히는거 좋아했네..... 새로운 성향을 깨달았다(아님)
아구, 많이 피곤하겠다..🥺 넘 무리하진 말자구~ 사람 목숨 하나 뿐이라서 내구도 빨리 닳으면 수리가 안 되니까...😏 부디 중간에 뒤척이거나 깨지 않고 푹 잠들길 바라구, 컨디션 관리 잘 하구! 주말까지 서로 힘내보자구~ 0.< 내일 봐~~ 올때 tmi! >;3(합법적 삥뜯기)
식사, 라. 차고도 넘치는 행위였지만 어째 기분이 나쁘지는 않다. 평소 같으면 이렇게 웃고 있어도 속에서 당신 같은 것과 어울려야 한다며 짜증을 냈을 텐데, 지금은 그저 정말 제안을 하니 맹랑해서 흥미가 간다는 마음이 먼저 든다. 집행인이 아닌 다른 누군가와 함께 하는 식사는 또 오랜만이라 그런가? 아마 그런 것 같다. ……그렇다고 당신에게 호감이 있냐면 아니지만.
그런 것을 가지기엔, 당신을 명백한 팀원으로 만나는 것이 오늘이 처음이지 않은가. 더군다나 이스마엘은 수료하던 날 헬무트에게 당신을 좋지 않게 보고 있노라 당당히 말한 장본인이었다. 그런 존재가 당신을 쉬이 받아줄 리도 없을 테고, 당신이 그 사실을 알고 있는 것을 차치하더라도 지금 상황에서 당장 이스마엘을 받아들이긴 어려울 것이다.
"그렇습니까?"
그렇기에 당신이 이렇게 나오는 것에 아무런 불만이 없었다. 당신은 간단하게, 라고 말했지만 그 안엔 당신이 제법 단호히 나온 면도 없잖아 있다. 마음에 들지 않을 수도 있으니 원하는 것을 요구하라. 서로의 관계는 아직 이 정도 거리인 건가, 나쁘지 않다.
"음, 다행이군요."
이스마엘은 야살스럽게 웃음 지었다. 새하얗고 고른 치열이 희미하게 입술 사이로 드러났다. 이리도 유순한 이유라면 주변의 편견과 달리, 생각보다 이스마엘은 자비로운 편이었기 때문이다. 제멋대로의, 오만한, 세상 물정 모르는 잔혹한 사람이지만 의외로 먼저 발톱을 드러내지는 않는.
"딱히 싫어하는 메뉴는 아니라서 말입니다. 저도 충분하다 생각하고요."
그렇지만 편견이라는 것은 쉬이 생기지 않는 법인지. 더 명확히 말씀드릴까요? 나긋하되 또박또박한 공용어 발음이 입술을 타고 흐른다.
"당신의 선택이 어쩜 하나하나 내 성미를 빗겨나가니, 제법 즐겁군요."
토끼 한 마리를 책사로 삼아 굴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던 것인지. 대놓고 즐겁다 하는 오만함을 뒤로 만족스러운 미소가 스친다. 성격 참 나쁘긴!
이스마엘은 울고 싶었다. 벌써 여덟 번째 실패다! 값진 초콜릿을 수도 없이 쏟아부었지만 어떻게 해도 몰드에서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고, 어떤 것은 잘 떨어졌지만 막상 맛을 보니 입안에서 구르는 촉감이 영 좋지 않다. 초콜릿을 중탕하던 주변과 판 위는 난장판이고, 장갑은 초콜릿이 굳어 뻑뻑하다. 실패 없는 레시피라 쓰인 모든 방법을 총동원했고, 한 치의 오차 없이 따라 했는데도 무엇이 문제인지 모르겠다. 신이 이스마엘에게 혁명을 성공시킬 기량은 주었어도 요리에 대한 기량은 빼둔 것이 분명했다. 어쩌면 요리에 대한 기량까지 모조리 혁명에 쏟아부은 건 아닐까?
"나 참, 정말이지!"
뜻대로 되지 않는 부엌 상태에 절로 손으로 얼굴을 덮어 가리고 소리라도 지르고 싶었지만, 그랬다간 얼굴도 초콜릿 범벅이 되겠지! 아쉬운 대로 발끝을 초조하게 까딱이며 문제점이 뭔지 고민하기로 했지만, 그마저도 오래가지 못했다. 아무리 되짚어도 실수한 부분이 없었으니까! 초콜릿이란 녀석은 사람으로 치면 예민하다 못해 까칠하게 가시를 세운 존재임이 분명했다.
제가 곁에 있었다면 조금 나은 결과를 볼 수 있었을까? 아무래도 제는 남들보다 배는 섬세한 편이니 무엇이 문제인지 확실하게 짚어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제는 떠났다. 아주 멀리. 그 사건 이후로 많이 순해지더니만, 혁명 이후 션과 가란을 대동하고 자취를 감춰버렸다. 하지만 이스마엘은 제가 어디로 갔는지 잘 알고 있었다. 그 개, 아니, 도마뱀 새끼는 괌으로 갔다! 가란 때문이다. U.P.G니 뭐니 남은 평화니 그런 경사에 자기 같은 마약 카르텔 출신이 개입하면 퍽이나 깨끗하겠다며, 신분세탁은 원래 몰디브 아니면 괌이라고 안식의 남은 지분을 이스마엘에게 떠넘기고 떠나버렸으니 제도 그곳에 있는 건 확실했다.
"그렇다고 괌까지 갈 수는 없고……."
이스마엘은 한숨을 쉬며 초콜릿이 잘 녹을 수 있도록 다시금 조심조심 칼로 썰었다. 이번이 마지막 초콜릿이고, 이번에도 실패하면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처음엔 즐거웠던 초콜릿 써는 소리가 지금은 묵직하니 머리 아프기만 하다. 곱게 썬 초콜릿을 체에 한번 치고, 중탕을 시작하며 온도를 세밀하게 체크하는 과정을 반복하던 이스마엘은 온전하고 부드러운 초콜릿을 보며 이번엔 성공하기를 간절히 바랐다. 소중한 사람을 위한 첫 초콜릿인데, 실패작으로 처음을 장식하고 싶진 않았다. 아홉 번째의 템퍼링, 4시간이 넘어가는 작업시간. 피로는 둘째치고 성에 차지 않아 치미는 짜증에 눈물이 날 것만 같다. 입술을 꾹 다물고 마지막으로 온도를 체크하던 이스마엘은 눈시울이 시큰거리기 시작하자 고개를 위로 올리며 한숨을 깊게 쉬었다. 이제 진짜 마지막이다. 기름종이 위에 올렸을 때, 이스마엘은 한줄기 바람이 부는 것을 느꼈다. 홀린 듯 몰드에 초콜릿을 붓고, 필링을 넣는다.
…초콜릿은 부드럽게 실리콘 몰드에서 빠졌다. 윤기가 흘렀고, 모난 곳 없이 매끈했다. 겉은 합격이지만 맛이 중요했다. 이스마엘은 결심하듯 하나를 입에 넣었고, 이내 고개를 푹 숙였다. 겉면은 과하게 달지도, 시거나, 쓰지도 않다. 잇새로 부드럽게 초콜릿이 깨지고, 최대한 맛이 강하지 않은 것을 엄선한 보람이 있는지 필링은 은은했다. 성공했다. 눈물이 결국 그렁그렁 대다 툭 떨어졌다. 초콜릿이 뭐라고 이렇게 사람 마음을 들었다 놨다 하는지. 눈물을 대충 훔치고 정신을 차리기 위해 고개를 휘휘 저었다. 이스마엘은 젓던 고개를 번쩍 들더니, 유산지 속에 초콜릿을 곱게 담고, 미리 준비해둔 상자에 고이 담았다.
가벼운 노크. 분명 이전에도 이렇게 노크한 적이 있었는데, 거기다 그 이후에도 자주 노크한 것 같은데. 어째서인지 하루도 익숙해지지 않는 기분이다. 여전히 속은 간질간질하고,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머리가 새하얗고, 도망치고 싶은 마음도 한가득이다. 아냐, 정신 차리자! 이스마엘은 문이 열릴 적 야살스럽게 웃었다. 발그레한 뺨, 환히 웃는 고른 치열, 휘는 눈길…….
버거 세트, 식사 중에서는 가장 간단하다고도 볼 수 있는 메뉴다. 그렇기 때문에 격식을 차리는 식사자리에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음식인지라 당신이 거부하더라도 어쩔 수 없었다만, 당신은 이 관계를 그렇게 긴장을 주고 싶지는 않았던 모양이다. 간단하고 비교적 값싼 음식이기에, 접근성을 따지지 않을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당장 이 건물 바깥으로만 나가도 눈에 띌 만한 거리에 적어도 하나 이상의 가게가 있었을 터. 그런 생각을 하다보니 당신의 이어진 말을 듣게 된다.
"그건..."
글쎄, 무어라 말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애초에 대답을 바란 말일까? 그럼 그냥 넘겨야 하나? 아무런 말 없이 지나가도 괜찮은가 싶었다. 아무리 고민을 하더라도 제대로 된 답이 떠오르지 않았으니 당연히 대답은 불가능했다.
"그럼 가실까요."
겨우 꺼낸 말은 그 정도, 지금은 대화보다는 다른 것에 집중하는 게 좋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10시에 잠들고 4시에 깬다니, 곧 깰 시간이겠구나..(뽀다담) 익숙해질 때까진 느긋한 기조로 돌릴 수 있으니까.. 너무 무리하지 말구, 건강이 제일 중요하니까. 알겠지? ;-; 20대인데.. 어째서...? 쥬주에게 쉴 권리와 편안히 잠들 수 있을 만큼의 여유시간을 달라 우우...;-; 부디 남은 1시간 동안이라도 개운하게 자고 일어날 수 있었음 좋겠구, 주말이 곧이니까 힘내자구~
적어도 지금은 격식을 차리며 서로 간의 예의를 따지는, 명백하게 공적인 관계를 바라는 것은 아니었다. 그런 관계를 당신과 가진다 쳐도 어떤 의미가 있을까? 아무런 이득도 없을 텐데. 음, 신경 쓰이는 짐을 치워버리는 관계 일지도 모르겠다. 그건 또 짜증 나는데. 묘하게 신경을 긁는 느낌이 드니. 뭐, 됐다. 긁는다고 해서 신경이라도 쓴 적이 있나. 지금은 답하지 못하는 저 모습을 즐기는 것으로 족하다.
"너무 깊게 받아들이지 마요, 그렇게 남 이야기를 깊게 들었다간 간도 쓸개도 다 뺏긴답니다."
요컨대 짓궂은 농담이었단 뜻이다. 당신이 대답하지 못하고 말 끝을 흐리는 모습이 재밌었는지 이스마엘은 생글생글 웃어 보이고는, 겨우 꺼낸 듯한 말에 느긋하게 점퍼 주머니에 손을 쑤셔 넣는다.
"좋아요, 어서 가지요."
마침 대화보다 행동이 필요하던 찰나였기에 이스마엘은 군말 없이 발을 움직였다. 무엇보다 여기에 계속 있으니 흘긋 쳐다보는 시선이 조금 더 짙어진 느낌이기도 하고. 당신의 옆을 느긋하게 걷던 이스마엘은 무언가 떠올랐는지 눈을 굴렸으나 딱히 먼저 얘기하진 않았다. 아무리 그래도 이런 어색한 관계에서 당신에게 곤란한 질문으로 몰아가지 않을 수 있는 눈치는 있다는 듯. ……아니지. 아직은 반응이 영 신통치 않을 것 같아서 입 다무는 것이겠지.
"어쩌다가 지원하게 된 겁니까?"
대신 다른 질문이 있었으니, 지극히 잘 짜인 교과서 같은 발언이다. 이 정도는 괜찮겠지 싶은 질문.
갱신...할게.. 쥬주 되게 바쁘구나 ;-;.. 오늘 하루도 정말 고생 많았구, 3월부터는 조금 수월해지길 바라.
나는 금-토 정신이 없었네.... 금요일은 내내 일하느라 정신이 없었구..ㅋㅋ 오늘은.. 조금 현생에 좋지 못한 일이 있어서 잠시 다녀왔는데 잘 마무리 하구 왔으니 걱정 마. 답레는 늘 말하지만 천천히, 느긋하게 줬음 좋겠어. 쥬주 바쁜건 예전부터? 본어장부터? 알았으니까 아무도 재촉하지 않는다구~ >;3c 오늘 하루 고생했으니 내일은 푹 쉴 수 있는 하루 되길 바라..
네가 고민하는 것을 알았는지 당신은 농담이었다며 너무 깊게 받아들이지 말라고 이야기했다. 그런가, 농담인가... 농담인지 아닌지도 구별하지 못하는 사람으로 보이려나 싶었지만 이미 한 말을 주워담을 수는 없는 법이고, 그렇게 주워담을 수 없는 것을 주워담으려고 애쓰는 모습은 그다지 보기에 좋지 않다.
"알겠습니다."
지금은 그렇게 알았다고 대답할 뿐이었다. 그리고 당신은 네 제안에 선뜻 좋다고 대답했으니, 당연히 너는 그 대답에 응해 움직여야만 했다. 그렇게 천천히, 정확히 말하자면 너는 그다지 천천히 걷는 건 아니었지만 당신이 너의 걸음에 맞추다 보니 퍽 느긋한 모양새다, 어쨌든 걷던 도중 당신에게서 들려온 질문에 너는 당신을 살짝 보다가 시선을 앞으로 돌렸다.
"...저주받은 자가 아니라 축복을 받은 사람이 될 만한 길 중 가장 바랄 만한 길이었습니다."
죽음이 가까이 있지만 그에 따르는 대가는 목숨을 담보로 하는 만큼 무겁다. 너의 삶뿐만 아니라, 네가 죽어 없어지더라도 너와 관계된 이들은 최소한이라도 보장받으며 살 테니, 사실 너에게는 조국의 원대한 목적과 같은 것은 어디까지나 부가적일 뿐이었다. 모든 것을 알려주지도 않을 뿐더러, 알려준다고 해도 전부 알아챌 수 있을 리 없다. 그러니 너는 그것보다는 네 삶, 네 주변의 삶에 좀 더 집중하고 싶을 뿐이었다. 거창한 이유라기엔 지극히 개인적이었기에 이야기를 꺼내도 좋을까 조금 고민하긴 했지만, 이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격식이나 상하관계, 혹은 그 이외의 공적인 요소가 없는 자리를 위해 걷던 도중 뱉었던 질문은 정석적이었으며, 동시에 지루하기 짝이 없기도 했다. 어쩌다가 지원했을까? 이스마엘은 그 점이 제법 궁금하던 차였다. 다른 사람이 물어봤더라면 누구나 같은 답을 내놓을 걸 알았기에 예의상으로만 질문했을 테지만, 적어도 이스마엘은 아예 다른 시선에서 살아왔던 사람이었으니까. 느긋한 발걸음과 함께 시선이 와닿았을 때, 이스마엘은 채근하지 않겠다는 듯 느릿하게 눈짓하듯 눈을 굴렸다.
"아하."
제법 흥미로운 답변이었는지 이스마엘은 영혼 없이 미적지근한 반응이 아니라 반쯤 진심이 담긴 감탄사를 뱉었다. 흥미롭기만 할까? 신기하기도 했다. 언젠가 헬무트가 이스마엘에게 했던 말이 있다. 너는 조국을 위해 사는 것이 당연하지만 누군가는 조국을 위해 살아야만 삶을 부지한다고. 국가에 반하는 행위를 하다 처형을 위해 끌려오던 뮤턴트 몇을 보면서 들었던 말이지만, 이렇게 새로운 시점에서, 다른 문장이되 비슷한 뜻이 내포된 말을 들으니 감회가 남다르다.
"그렇군요, 그렇지요. 그래요, 뭐라고 해야 할까요.. 멋지다고 해야겠군요? 멋지군요, 네에."
다시 봤어요. 덧붙이는 말은 당신을 온전히 인정하되, 조롱하는 기미 또한 없다. 그렇다고 당신에 대해 좋게 보는 건 아니지만. 뭐, 그래도 바닥은 기어도 정신은 똑바로 박힌 사람이구나. 단순하고 어쭙잖은 쭉정이 보다 괜찮긴 하다. 그러고 보니 그때 헬무트가 또 뭐라고 했더라……. 생각을 정리하듯 이스마엘은 주머니에 아무렇게나 집어넣었던 손을 빼 자연스럽게 흘러나온 옆머리를 귀에 꽂았다. 눈을 내리깔고 제 발치를 쳐다보며 걷던 이스마엘의 발걸음이 잠깐 멈칫하나 싶더니만 다시 템포를 맞춰 걷는다.
네 대답이 당신에게 얼마나 흥미를 끌어냈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돌아온 목소리와 그 목소리를 통해 만들어지는 문장은 으레 나올 법한 조롱도, 비아냥도 없었으니, 적어도 최악은 아닌 모양이었다.
"...그렇습니까."
다행입니다. 약간이지만 너는 속마음을 내비쳤다. 당신이 빈말을 하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지금 네가 느끼는 대로라면 아마, 진심이겠지. 그렇기에 너 역시 자연스레 그리 이야기했을 터다. 아주 잠시 멈칫하는 듯한 당신의 발걸음에 시선을 옮기다가도, 금방 다시 움직이니 너도 마찬가지로 시선을 되돌리며 걸었다.
"케르스트너 씨는, 어떻습니까?"
그리고 가만히 있는다면 이어질 만한 침묵을 미리 몰아내려는 듯, 너는 질문을 되돌렸다. 이는 이 질문이 지극히 평범하면서도, 때에 따라서는 그 사람의 깊이를 깨달을 수 있는 질문이기도 했으니 더욱 그러했다. 자고로 무언가를 묻는 자는 그에 답할 준비도 해야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