샐비아는 도주를 선택했고, 휴스턴을 그것을 저지하기 위해 사격했으나 공격이 빗나가며 지나치는걸 막지 못했다. 세이메이가 아슬아슬한 타이밍에 지원이 오긴 했으나, 거기서 선택지를 바꾸기에는 조금 늦어버리고 말았다. 왜냐면 아까까지만 해도 열려있던 입구가 세이메이가 들어오자 닫혔다는거였고, 심지어 열리지 않는다. 자연적으로 다음방으로 이동하기에는 셋 다 시간이 부족했고 치솟는 붉은 빛에 의해 순간적으로 의식을 잃는다.
시구레는 도망치려하는 살로메와 제루샤를 노리고 사격했으나, 공격은 빗나가 도망치는걸 쉽사리 막을 수 없어보였다. 둘은 그대로 다음방으로 넘어가버렸고, 그것을 쫓아가기에는 시구레에게 아주 약간의 시간이 부족했다. 다음방으로의 문이 닫히자마자, 바닥은 무너져 붉은 빛이 솟아올랐고, 시구레는 의식을 잃었다.
머스티어의 공격은 빗나갔지만 문을 막는데는 성공했다. 그러나 그것은 즉 이 균열을 피할 방법이 사라졌다는 뜻. 어김없이 붉은빛은 균열과 함께 커졌고 머스티어도 의식을 잃기에 이른다..
그리고 의식을 잃었던 이들은 방금 있던 층보다 더 지하로 추정되는 공간에서 눈을 뜬다. 아니, 천장이 존재하는거보면 아래층인지 확실하지는 않다. 아무튼 엄청나게 넓은 공간에 거대한 기계 장치가 보이고. 그 주변에 다닥다닥 여러가지 보조 장치가 붙어있는 모양새인데..
거대한 기계 장치는 뭔가 거대한 구슬? 같은것을 감싸고 있다. 장치의 크기만해도 건물 5층 높이 정도는 되며. 구슬의 크기는 웬만한 건물 2층 정도의, 정말 거대한 장치였다. 그러나 벙커의 모든 조직원들은...
그것을 보자마자 저것은 위험하다는걸 본능적으로 느끼며, 적대감마저 저절로 차오르는것을 느낀다. 지금 이 공간은 어디이며, 적들도 눈을 뜨고 있었지만, '저것은 존재하면 안 되는 물건이다' 라는 생각이 뇌리에 각인된다. 아발란치들은 딱히 장치에 대해 별 생각이 들지는 않았고, 무전도 지상과 통하지 않았지만. 그냥 딱봐도 규모부터 중요한거구나.. 싶긴 했을것이다. -----------
다음방으로 넘어온 제루샤와 살로메만이 균열에서 도망칠 수 있었고. 3번째 방의 모습이 드러난다. 그것은 지금까지의 방과는 또 다른. 무척이나 평범한 가정집의 내부 처럼 꾸며져 있다. 주방도 있고 방도 있고.. 여기서 나가는 문은 어딨는지 한눈에 보이진 않지만.. 이 평범한 모습이 오히려 더 이질감이 강하게 든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때와 달리 사람들이 많았다. 붉은 빛으로 보고 기절했던 기억이 있으니 저 거대 기계 장치를 이용했을 거라 추측하며 기계 장치를 자세히 살펴보았다. 중요한 물건이라면 지켜야 하는 건가? 애초에 그만큼 중요하다면 적도 여기로 불렀을 거 같진 않았다. 그러면 이건 뭐지?
눈새로 빛이 게슴츠레 흘러온다. 여전히 몽롱한 의식과 희끗하게 흔들리는 시야. 그는 의식이 온전히 돌아오지 못한 것엔 아랑곳 않은 채, 비틀거리며 일어났다. 근육과 뼛대에 힘이 다시금 힘이 돌아오면 옅은 제사 향 내음이 맡아진다. 회색빛 연기는 그의 팔 윗부근에 형태를 잡아가더니, 까마귀가 소환되었다.
규모로 보아해 꽤 중요한 물건이라고 생각되는 구슬이였다만, 그는 벙커 조직원들의 행동을 보고 나서 움직이려 했다. 그들이 필요로 하는 것이라면 부수고, 그들도 모르는 것이라면 별 상관 없을 테다. 까마귀를 날려보내 이 공간 내부에 탈출로가 있는지, 그 밖에 특별히 뭐가 있는지 둘러보려고 했다.
샐비아가 기계에 손을 대려고 하자마자 붉은 스파크가 샐비아를 밀어내버렸다. 그러나 이것은 기계와 관련없는 현상이란 느낌이 든다. 그저 예감? 육감? 정도였지만, 방금은 이 기계에 손을 대지 말라고 경고해줬다~ 그러한 느낌이었다.
휴스턴은 치솟는 적대감에도 일단 이성적으로 상황을 살피려 했다. 그러나 반응이 조금 늦었던걸까? 시구레의 기습을 허용하고 말았다. 그렇게 큰 타격까진 아니더라도 기계 장치와, 순식간에 바뀐 상황에 정신이 팔려있었던건 사실인 모양이다. 그 사이에 머스티어도 휴스턴을 노리고 총구를 겨누고 있었다. 전투는 피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세이메이는 혼란속에서 까마귀를 날려보냈으나. 탈출로는 보이지 않았다. 기계장치와 그것을 보조하는 장치들 외에 특별한건 보이지 않는다. 아니, 애초에 다른게 보이지 않는다. 여기서 나가려면 어떻게 해야하는걸지.. --------------- 살로메는 주변을 두드려 보았지만, 숨겨진 장치라던가 그런것은 없는듯 했다. 문이 없다는걸 제외하면 정말 평범한 가정집의 모양이다. 둘이 사는것을 전제로 만들어진걸까? 이런저런 물건들이 한쌍 한쌍 묶여있는것이 눈에 띈다. 제루샤도 조금 늦게 살로메와 같이 방을 탐색하기 시작했다. 주방, 침실, 그리고 다른 방 하나. 그 정도가 이 가정집의 전부였다. 침실도 더블베드인걸 보니 확실히 둘이 같이 사는게 전제고, 아마도 부부나 연인사이 그 정도로 추정되기는 하나.. 대충 둘러봐서는 큰 소득이 없어보인다. 어느 한곳을 골라서 꼼꼼히 살펴보거나 특정 가구같은걸 살펴봐야 할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