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96715072> 자유 상황극 스레 4 :: 505

이름 없음

2022-12-31 16:48:08 - 2024-09-05 17:41:22

0 이름 없음 (kJ8MtbJ//I)

2022-12-31 (파란날) 16:48:08

이 상황극은 5분만에 개그로 끝날수도 있고, 또다른 장편이야기가 될수도 있습니다.(물론 그때는 다른 스레를 만들어주세요.)

아니면 다른 스레의 자캐가 쉬어가는 공간이 될수도 있습니다. 크로스 오버도 상관없습니다.

자유 상황극 스레에 오신걸 환영합니다.

293 이름 없음 (8ZHKF4LYeM)

2023-05-11 (거의 끝나감) 22:19:58

>>292 음. 알겠어. 지금까지 수고했어!

294 이름 없음 (ecEFDsvL8I)

2023-05-13 (파란날) 23:32:18

"그래, 맞아. 나는 사립 ■■ 학원의 47대 학생회장이고... 46대 학생회장이고... 45대, 44대, 43대, ...첫 번째부터 마지막까지 회장 직을 연임하고 있단다. 이걸로 겨우 호기심이 풀렸을까? 네가 어떻게 알아냈는지는 모르겠지만."

회장은 느긋한 태도로 책상 위에 앉아 있었다. 그는 다른 학생들의 제복과 대비되는 검은 제복을 입고 있었는데, 답답했는지 분위기에 변화를 주기 위함인지 겉옷을 벗어 내려놓고 소매 끝의 단추를 풀기 시작했다. 완장에는 학생회의 문양이라기보단 오랜 비밀결사의 문양처럼 보이는 기이한 문양이 그려져 있었으며, 오른쪽 어깨에 느슨히 걸쳐 있었다.

7. ■■ 학원의 졸업생이 느끼는 '학창 시절에 있었던 큰 도움을 받았지만 누군지 기억이 나지 않는 소중한 친구'의 추억은 존재하지 않는 존재를 대상으로 한 고향 없는 노스텔지어입니다. 그들의 말을 귀담아 듣지 마시고, 대화에 집중하느라 헤어나올 수 없었다면 '글쎄요, 다른 졸업생 선배들에게선 들어본 적 없는 말이네요.'라고 대답하는 것을 권장합니다. 그 졸업생은 다른 친구에게 그것의 존재를 수소문하지 않을 것입니다.

"맞아, 그 항목의 존재는 나를 가리키는 거야. 난 그들을 위해 내가 해 줄 수 있는 모든 것을 해 줄 수 있었어. 실제로 이 세상에 더는 남고 싶지 않았던 누군가를 나는 데려갔지. 그걸 괴담의 일부로 치부하는 것은 내가 얼마나 너희들을 사랑하는지 모르기 때문이야. 아, 누구라도 도망치고 싶지 않았던 적이 있을까!"

6. ■■ 학원은 22시 이후 학생이 독단으로 3의 배수 교실, 별관 체육실, 기숙사 밖을 나가는 것을 허가하지 않습니다. 만일 해당 장소 밖에서 22시를 맞았을 경우 절대 복도에 체류하지 마십시오. 3의 배수가 아니더라도 교실에 남은 목소리는 생자의 기척을 지워 살 가능성을 만들어 줄 것이고, 화장실에 있는 죽은 자의 기척이 당신의 존재를 흐려 줄 것입니다. 그러나 무슨 수가 있어도 선생의 영역에 도움을 청하러 침범해서는 안 됩니다.
6-1. 우리도 살아야지. 누가 이런 학교를 떠맡고 싶다고 생각이나 했겠어?
6-2. 선생님, 추워요. 추워요. 왜 교무실만 히터 틀어 주세요? 맨날 우리한테 교실이랑 교무실 다 청소하게 시키면서 교무실만 여름에 에어컨 틀고 겨울에 히터 틀고.
6-3. 복도를 돌아다니는 것은 인간이 아냐. 복도를 돌아다니면 인간이 아니게 될 거야.

"그래, 그 항목의 일부는 내가 썼지. 하지만 밤에 복도를 어슬렁거리는 것들이 어느새 자기들끼리 역겨운 행위를 반복하고 합쳐지고 불어나는 것을 반복해... 어느새 낮까지 그 더러운 발을 들이밀고 있었어. 누군가는 선택해야 했고, 내가 그것들을 사냥하겠다고 했어. 처음에는 22시를 넘은 것들을 처리했지. 적힌 규율을 어기는 게 부담인 건 그것들도 마찬가지라서 그것 자체는 어렵지 않았지만, 나는 22시로 끌어들여졌고... 그래, 인간이 아니게 되었어. 그렇다고 귀신도 아니고, 유령도 아니고, 요괴도 아니고, 다람쥐, 개, 여우, 어린 송아지와 바닷물째로 끓어 익은 게와 시궁쥐도 아니고... 나를 섬겨줄 것을 필요로 하지만 인간에게 있어서 경멸의 대상이지. 나는 고기와 같은 것이야, 나는 누굴까?"

그는 당신을 보며 마지막 힌트까지 내어 놓고는 꼬리 끝을 흔들었다. 학생회실은 강박적으로 대칭으로 되어 있었으며, 한 쪽에 책장이 놓여 있고 반대편에 책장에 놓여 있었는데 꽂힌 책이 같았다. 무엇이 들었는지 모를 서랍장은 방의 정확히 가운데에 위치해 있었다. 중앙에 위치한 테이블에는 네 개의 의자가 있고 중앙에는 꽃병이 있는데 꽃은 방금 그가 꺼내서 씹어 먹었다. 그가 앉을 의자 맞은편에 당신의 자리가 있었고 양 옆의 의자 뒤에는 거울이 있었는데 거기에는 아무도 없는 사람이 비쳤고 봐서 좋을 건 없단 분위기를 풍겼다. 창문이 있었는데, 손잡이가 있었고, 그 맞은편에 있는 것은 문이었다. 천장의 맞은편에는 바닥이 있었는데, 당신이 그 사실을 눈치챈다면 당신은 천장과 천장 사이에 앉아 영원히 공중을 떠다녀야 할 운명이었으므로 당신은 그 사실을 알아채지 못했던 것으로 하기로 했다. 테이블 위에는 접시와 식기가 있었는데, 접시 위에는 대칭으로 되어 있는 스테이크 한 장이 있었고 나이프는 손잡이까지 날로 되어 있어서 쓸 수 없었다. 스테이크를 썰고자 한다면 나이프를 잡은 손에 날이 파고들 것이었다. 그리고 당신은 꽃병이 있던 자리에 빈 접시가 있고 그의 손에는 약간의 육즙이 묻어 있으며, 그는 처음부터 의자에 앉아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는 당신과 마주본다.

"나는 누굴까?"

아아!
당신은 이것에게 바쳐져 있다.
당신이 나이프를 써서 남아 있는 스테이크 한 장을 마저 없애든, 그를 위해 준비된 것을 그의 접시 위에 올리든, 대칭은 완성될 것이다. 당신은 그 사실에 눈물을 흘릴 만큼 감격하였다? 당신은 기꺼이 당신의 신앙(그것은 당신의 인생만큼 오래되었을 수도 있었다)을 버리고 그것을 섬기기로 하였다? 오래도록 헤메었던 당신의 삶에 드디어 당도한 도착점이란 이곳이라고 당신은 믿었
을 리가
없다.

295 이름 없음 (rw6hvWBHuk)

2023-05-15 (모두 수고..) 06:41:49

>>294

- 젊은이들은 쓸데없이 호기심과 용기만 가득해선 항상 무모한 일을 저지르고는 한다. 누군가가 도서관에서 발견한 오래된 책 속의 쪽지에서 시작되어 마치 유행처럼 번진 이 '놀이'는 작은 촛불 하나에 의지해 22시부터 23시가 될 때까지 복도를 돌아다니고, 교실과 교실을 전전하며 쪽지에 적힌 내용의 사실 여부를 확인하는 식이었다. 바로 어제만 하더라도 이 날뛰는 망아지들을 향해 선생님께서 게시판에 경고문을 붙인 참이었다. 그리고, 운 나쁘게도 지금 이 자리에 있는 소녀는 그런 위험한 호기심의 말로이자 제물이 되어 식탁 위에 올랐다.

그녀는 이 매력적인 모험에 처음부터 가담하고자 한 것은 아니었다. 학원 내에서도 무뚝뚝함에 가까울 정도로 말수가 없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를 정도로 감정 표현이 부족한 그녀는 좋게 말하면 어른스럽고 침착한 학생이었고, 나쁘게 말하면 친해지기 어려운 사람이었다. 그러나 의외로 그녀에게 다가가는 아이들은 많았는데, 이번 모험은 그중 한 친구의 '사람이 부족하니 자리를 채워달라' 는 말 때문이었다. 그녀는 그렇게 그들의 손에 이끌렸다.


그의 말을 듣자마자 내가 떠올린 것은 다른 무엇도 아닌 '나이와 다르게 젊어 보인다' 라는 생각이었다. 지금까지 회장직을 연임했다면 그 나이도 상당할 텐데 눈앞에 보이는 그의 모습은 자신들과 다를 바 없는 제복 입은 학생이었다. 그저 알 수 없는 껄끄러운 느낌과 제복의 색이 하얀색이 아니라는 점, 완장의 문양 등을 제쳐두면 말이다. 내 시선은 자연스럽게 책상에서 그가 벗어둔 겉옷과 소매를 거쳐갔고 당연하게도 완장을 향했다.
저런 문양은 어디서도 본 적이 없었다. 무슨 뜻일까?

- "얘들아, 나 사실... 어제 우리 학원 졸업한 언니를 우연히 만났거든? 그런데 그 언니가 그 친구 이야기를 하더라."
"그 친구라면... 일곱번째 항목에 나오는 그거?"
"그래! 그거! '소중한 친구'! 진짜로 그 사람 이야기를 했어!"
"에이, 그건 그냥 괴담 같은 거야. 졸업생이면 일곱 번째 항목을 당연히 알고 있을 텐데, 너 여기 다닌다고 그냥 장난친 거겠지."


오늘의 모험을 위해 점심시간을 틈타 그늘 속에서 은밀한 모임을 가지고 있던 아이들은 내가 그곳까지 끌려왔을 즈음엔 일곱 번째 항목에 대해 열띤 토론을 하고 있었다. 그들 중 일부는 그 미지의 존재를 만나고 싶다고 이야기했고, 일부는 그저 전통성을 가진 괴담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나는 모임이 끝난 후 교실로 돌아가며 졸업생들이 그 존재에게 받은 큰 도움이란 건 무엇일까 생각했다. 학생끼리 주고받은 도움이니 커봐야 과제를 도와주거나 물건을 빌려준 정도일 것이라고 예상했던 나는 일곱 번째 항목 속 당사자의 말을 듣고 내가 어리석었음을 깨달았다. 나는 그의 말을 들으며 버릇처럼 공손히 모으고 있던 두 손에 힘을 주어 강하게 맞잡았다. 뭐라도 붙잡지 않으면 무언가에게 집어삼켜질 것만 같은 막연함을 느꼈기 때문이다.

- 발치에 있는 것들마저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로 어두운 밤이 학원에 도래했을 즈음 어린 모험가들은 약속된 장소에 모였다. 이런 일에 큰 관심이 없어 보이는 소녀를 제외하고는 죄다 손에 양초가 꽂힌 작은 촛대를 들고 있었다. 소녀는 모험가들의 촛불 빛을 나누어 받으며 어두운 복도를 걸었다.

촛대를 가진 아이들 중에서도 이번 모험에서 가장 의욕이 넘치던 아이가 있었다. 그 아이는 괴담뿐만 아니라 쪽지의 내용도, 우리를 제외한 또 다른 모험가들도 매우 잘 알고 있었는데, 선생님에게 들키지 않고 잠입에 성공한 이들은 그리 많지 않다고 이야기하며 매우 들떠있었다. 그 친구는 여섯 번째 항목에 관해서도 이야기 했는데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그 항목이 으레 다른 학원들의 교칙처럼 통금 시간과 비슷한 종류의 것이라고만 생각했었다. 우리는 그 아이를 나침반 삼아 움직였다. 지시에 따라서 복도를 걷다가 제 3교실로 들어가고, 10분쯤 지난 뒤 다시 복도를 걷다가 제 6교실로 들어갔다. 아이들은 처음만 해도 여섯 번째 항목의 '복도를 돌아다니는 것'의 생김새를 추측하며 재잘대더니 시간이 지날수록 말수가 줄어들고 제 6교실에 도착했을 때는 그 누구도 입을 열지 않았다. 그들은 그저 눈도 깜빡이지 않고 복도를 향해 난 창문을 빤히 바라보고만 있었다. 가장 먼저 교실에서 뛰쳐나간 사람은 의욕이 넘치던 그 아이였다. 지금 떠올려 보면 그때 아이들은 무언가를 바라보고 있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그의 말을 듣는 내내 어느 것도 믿기 어려운 것들뿐이었다. 최근 학생들 사이에 실종된 친구들의 이야기가 퍼지긴 하였으나, 선생님께서 말씀하시길 이는 전부 헛소리에 불과하며 괴담은 그저 괴담일 뿐이고, 소문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나는 지금 이곳에 와 있었고 이곳의 공기와 모든 것을 피부로 선명히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의자에 앉은 그와 마주 보고 있다. 나는 그제서야 내 역할을 다해야 한다는 것을 떠올렸다. 양쪽에 놓인 책장과 책처럼, 네 개의 의자와 의자에 있는 네 명의 무언가처럼. 스테이크처럼. 나는 대칭을 맞추기 위해 접시 위에 오르기로 했다. 자리에서 일어나 테이블 위로 향했다. 대칭으로 된 스테이크를 지나쳐 빈 접시 위에 섰다. 당신은 인간이 아니다. 그리고 나는 당신에게 바쳐진 제물. 밟혀 깨진 접시의 파편 위에 무릎을 꿇어앉아 준비된 것을 바치자.

- "근데, 우리 진짜 들어가도 되는 걸까...? 하지 말라는 건 다 이유가 있을 거 아니야..."
"야, 보러 가고 싶다더니 이제와서 이러기야? 굴에 들어가도 정신만 차리면 된다던 이야기 몰라? 수업 시간에 배웠잖아. 무서우면 넌 그냥 돌아가. 난 갈 거야."


날카로운 고통이 다리와 무릎을 파고들었다. 나는 고개를 내려 아래를 바라보았다. 이리저리 조각난 파편에 베이고 찢긴 상처에서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붉은색을 마주한 나는 갑작스럽게 물벼락을 맞은 사람처럼 눈만 깜빡였다. 덜 익은 스테이크처럼 비릿한 향이 퍼진다. 내가 지금 뭘 하고 있었지?

나는 눈을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 본능이 이곳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외치고 있었다. 이 깊고 어두운 것에 더 발을 들였다가는 피를 보는 선에서 끝나지 않을 것 같았다. 나는 위험을 즐기는 취미 따윈 없었고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당신이 누구인지 알게 되면... 저는 어떻게 되나요."

그러나 불 속으로 뛰어드는 나방처럼 나는 그에게서 본능만큼 강렬한 이끌림을 느꼈다.

296 이름 없음 (5Wp4EnZfLA)

2023-05-15 (모두 수고..) 21:08:44

(한 손에는 큰 가방을 들고 외지에서 온 손님같은 모습으로 주변을 두리번 거린다. 지도에도 나오지 않는 저 시골에서 이제 막 올라온 듯한 이미지의 여자는 수수한 디자인의 옅은 하늘색 원피스를 입고 얼굴을 덮어 가릴만큼 넓은 챙이 있는 하얀 모자를 한 손으로 잡은 채 분수대 앞에 서서 눈만 끔뻑인다. 나름 어색하지 않게 서 있으려고 노력하는 듯 보이지만 별 효과는 없는 것 같다.)

# 맥커터만 아니면 뭐든 오케이!

297 이름 없음 (bNx2htHiQc)

2023-05-16 (FIRE!) 15:45:09

>>296 (그런데 그 때, 무언가 작고 반짝이는 물체가 여성의 근처로 날아들더니 작은 금속음을 내며 바닥에 떨어졌다. 이어, 저만치서 짧은 연갈색 머리에 둥그런 눈매와 검은 눈동자를 가진 유순한 인상의 남자가 허둥지둥 달려와서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투로 여성을 이리저리 살폈다.) 아이고, 죄송해요! 어디 다치신 곳은 없으세요?

298 이름 없음 (MYLhpyg8GA)

2023-05-16 (FIRE!) 20:05:21

>>297 앗! (반짝이는 빛에 놀랐는지 여자는 그만 모자를 놓쳐 바닥에 떨어트린다. 물체를 피하기 위해 본능적으로 자리에서 한 걸음 뒤로 물러나자 여자는 당연하게도 분수대의 턱에 걸려 휘청거리다 그대로 넘어진다. 가방이 바닥에 내동댕이쳐지는 일은 피할 수 없었지만 다행스럽게도 여자는 물에 빠지지 않고 턱에 주저앉는 채로 끝난다.) 괜찮아요! 다치지 않았어요! (여자는 당신을 안심시키려는 듯 당신을 올려다보며 베시시 웃어보인다. 겉으로 보기엔 금색 머리카락이 조금 헝클어진 것을 제외하면 확실히 멀쩡해 보인다.) 맞다, 오르골! (뒤늦게 생각이 났는지 놀란 토끼처럼 눈이 동그래지더니 허둥지둥 자리에서 일어나려 한다. 왼발이 바닥에 닿자 통증같은 것을 느낀 듯 휘청이지만 정신이 없어 이를 알아채지 못했는지 그대로 황급하게 가방부터 열어본다.) 다행이다...! 깨지지 않았어! (가방 안의 물건을 확인한 여자는 가슴을 쓸어내리며 안도의 숨을 내쉰다. 그러다 당신이 있음을 떠올리고 다시 허둥지둥 당신을 바라본다.) 죄송해요! 제가 길을 막고 있어서...! 참! 물건! 반짝이는 걸 봤는데, 혹시 그걸 찾으시는 건가요?

299 이름 없음 (vA28WkASeo)

2023-05-16 (FIRE!) 20:40:40

>>298 (넘어졌던 여성이 허겁지겁 자기 짐을 확인하는 걸, 남성은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바라봤다. 그러다, 깨지지 않았다는 말이 들리자, 그는 잠시 반색하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아, 아닙니다. 제가 분수대에 동전을 던지려다 부주의해서 이 쪽으로 날아온 거니 그건 괘념치 마세요. 놀라게 해드려서 죄송합니다. 그런데 병원 안 가보셔도 정말 괜찮으시겠어요? (그렇게 묻고 남성은 아차...하고 중얼거리더니, 초조한 얼굴로 핸드폰을 꺼내, 누군가에게 급히 메세지를 보내는지 화면을 빠르게 두드렸다.)

300 이름 없음 (.jGiAsU1ys)

2023-05-16 (FIRE!) 21:27:40

>>299 동전이요? 아, 이 분수대가 동전을 던지는 곳인가요? (지금까지 분수대 앞에 있었으면서도 정작 정신이 없어 신경을 쓰지 못했다. 여자는 이게 바로 소문의 그? 하는 듯한 호기심어린 표정으로 바닥에서 일어난다. 왼쪽 발에 최대한 힘이 가해지지 않도록 엉거주춤한 자세로 몸을 앞으로 기울이는 모습은 의외로 위태롭지 않고 균형이 잡혀있다. 여자는 다른 동전들이 있는지 보고 싶은 듯 분수대 안을 들여다 보려다가 당신의 사과에 곧바로 몸을 바로 세우며 양손을 젓는다.) 괜찮아요, 사과하실 것 없어요! 많이 놀라지 않았거든요! 병원은... (병원이라는 말에 조금 난처해 하는 듯 하더니 갑자기 말을 멈춘다. 그러다 메세지를 보내는 당신의 모습을 보고 덩달아 초조함과 걱정이 담긴 얼굴로 당신을 바라보며 눈치를 본다.) 그... 저, 바쁘신데 제가 붙잡은 것 같아서 죄송해요. 괜찮으신가요?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말하며 머쓱함과 미안함이 섞인 미소를 짓는다.)

301 이름 없음 (niXokRJGdw)

2023-05-16 (FIRE!) 21:51:27

>>300 아, 네. 보통 소원 빌려고 동전을 많이들 던져요. 저도 일행 기다리면서 그러려던 참이었고요. (여성의 질문에 대답하면서도, 남성은 어딘가 엉거주춤한 여성의 자세를 염려스럽게 바라보았다. 그러다 바쁜데 붙잡하서 미안하다는 말에 그는 손사래를 치며 대답했다. ) 일행에게 연락해서 약속을 미뤘으니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지금은 놀라셔서 잘 모르시는 걸 수도 있으니 병원에 가셔서 제대로 진찰 받아보시는 게 좋지 않을까요?

302 이름 없음 (JqgwoQXvBs)

2023-05-17 (水) 00:17:33

>>301 소원을... 와, 정말 있었구나! 실제로는 처음 봤는데 신기하네요! 아, 일행을 기다리고 계셨군요! (염려를 아는지 모르는지 당신의 말에 들뜬 목소리로 대답한다. 마치 소원이 이루어지는 모습을 직접 보기라도 한 사람처럼 반짝거리는 눈빛이다.) 네? 약속을... (미뤘다는 말을 듣자마자 화들짝 놀라 눈이 동그래진다. 여자는 충격받은 사람처럼 숨을 들이키더니 안절부절 못하며 다급하게 이야기한다.) 제가 폐를 끼쳐서... 정말 죄송해요! 분수대 앞에 서 있지 말아야 했는데... (허리를 숙였다 펴면서 사과하고 어쩔 줄 몰라 하더니 잠시 머뭇거린다.) 그리고, 그... 말씀은 정말 감사하지만, 제가 병원이 어디 있는지 잘... 몰라서... 요... 그러니까 괜찮아요... (처음부터 작게 시작된 목소리가 뒤로 갈수록 점점 더 개미 기어가는 목소리로 변하더니 결국 잘... 이후부터는 거의 들리지도 않는다. 부끄러운지 고개를 푹 숙이고 땅만 바라본다. 양쪽 귀 끝이 살짝 붉어져있다.)

303 이름 없음 (KgIxfN5WyE)

2023-05-18 (거의 끝나감) 01:32:43

이 세계는 게임 속의 세계이다.
제국에서 나름 영향력이 있고 힘이 있는 크림힐트 가문의 현 가주는 며칠 뒤에 누군가에게 암살당하고 그 이후부터 크림힐트 가문은 처참하게 몰락하고 만다. 그리고 게임의 흐름대로라면 집안을 어떻게든 부흥시키려고 하는 자신마저 2년 후에 누군가에게 암살당하고 그대로 크림힐트 가문은 역사에서 사라지고 만다. 그런 말을 들은 크림힡트 가문의 현 가주의 아들은 혼란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물론 자신에게 그 말을 전한 집사 역시 말을 전하고도 혼란스러워하고 있었다. 자신에게 꼭 이 말을 전해야만 한다는 누군가의 부탁으로 일단 말을 전하긴 했지만 이 말을 믿어도 되냐는 듯이 집사는 조심히 올해 18살의 사내에게 이야기했다.

"도련님. 일단 그리도 급하고 다급하게 전해달라고 해서 전하긴 했습니다만 아무리 생각해도 허무맹랑한 이야기인지라. 너무 진지하게 받아들일 필요는 없습니다. 게임 속의 세계라니요. 게임이라고 하면 그거 아닙니까. 그거. 체스나 기마나 그런 것들. 지금 이 세상이 어딜 봐서 체스와 기마란 말입니까."

"그러게. 아무리 생각해도 체스와 기마는 아니지. 내가 폰이나 킹도 아니잖아."

이게 무슨 소리인지 도저히 알 수 없어 사내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허나 보통 미친 녀석이 아니고서야 이런 허무맹랑하기 그지 없는 이야기를,, 그것도 자신의 가문이 역사 뒷편으로 사라지고 만다는 그 이야기를 그렇게 다급하게 전하려고 했을 리가 없다고 사내는 판단했다. 일단 만나보는 것이 좋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사내는 집사에게 부탁했다.

"일단 그렇게 다급하게 전하려고 했다고 하니 직접 들어보고 싶어. 응접실로 오게 할 수 있을까? 거기서 기다리고 있을게."

"도련님이 그렇게 이야기를 한다면... 일단 알겠습니다."

영 내키지 않는 표정이었으나 지시였으니 일단 데리고 오겠다는 듯이 집사는 문 밖으로 나섰다. 그리고 사내 역시 자신의 방 밖으로 나섰다. 계단을 타고 내려가 1층에 있는 손님용 응접실로 들어간 후, 길이가 긴 테이블 앞에 놓여있는 의자 중 한 곳에 자리를 잡고 앉은 후, 사내는 가만히 그 자가 오는 것을 기다렸다.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것인지. 그저 정신이 오락가락한 이의 헛소리일 뿐이지. 그것도 아니면 무슨 근거가 있어서 그렇게 말하는 것인지. 모든 것은 직접 만나보면 알 일이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응접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이어 사내는 자리에서 일어나 들어온 손님을 맞이하려고 했다.

"당신이 저에게 그... 경고를 전하신 분이신가요? 그러니까 게임 속의 세계..라던가 혹은 제 아버지가 암살당할 것이라고 말한 분. 실례이지만... 좀 더 자세히 그 이야기를 들어봐도 될겠습니까?"

손님이 누구인지, 남자인지, 여자인지, 혹은 거지인지, 그것도 아니면 비슷한 귀족 가문의 자제인지. 전혀 들은 바가 없었으나 상대가 누구건 최대한 정중하게 기품을 갖춰 이야기를 하려는 듯, 사내는 상당히 예의바르고 기품 있는 모습을 보였다.


#전생자가 경고를 했고 그 전생자의 말을 들어보고자 저택 안에 있는 응접실로 초대한 상황이야. 맥커터만 아니면 어떻게 이어도 괜찮아. 다만 들어온 이가 경고를 한 그 전생자였으면 해.

#남자인지 여자인지 혹은 그 외 기타 설정은 인간이기만 하면 뭐라도 오케이야.

#사내와 서로 아는 사이여도 괜찮고 아예 모르는 사이여도 괜찮아. 일단 사내는 누가 그런 말을 했는지 전혀 모르고 있다는 설정이야. 서로 아는 사이라면 집사가 이야기를 했겠지만.. 이 부분은 그냥 자유도를 높이기 위한 어쩔 수 없는 모순이라는 것으로 부탁할게!

304 이름 없음 (uM8wWss2d6)

2023-05-18 (거의 끝나감) 12:55:58

>>302 ...예? (폐를 끼쳤다니, 분수대 앞에 서 있지 말아야 했다니... 이게 대체 무슨 말이지? 남성은 당황한 기색을 숨기지 못한 채, 제대로 된 대꾸도 하지 못하고 외마디 소리만 내뱉었다. 생각지도 못한 반응에 얼어있는데, 여성이 고개를 푹 숙인채 기어들어가는 소리로 병원이 어디있는지 잘 모른다는 이야기를 꺼냈다. 그 말에, 남성은 가까스로 사람 좋은 미소와 함께 저만치 보이는 큰 건물을 가리켰다.) 아, 저기 보이는 건물이 병원입니다. 여기서 그렇게 멀지 않고요. 제가 안내해드리겠습니다. (그렇게 말하고, 남성은 다리를 다친 여성이 따라잡을 수 있게끔 빠르지 않은 보폭으로 앞장섰다.)

305 이름 없음 (j/pI.qkp7Y)

2023-05-19 (불탄다..!) 11:46:42

"

306 이름 없음 (Enr7HiGnmY)

2023-05-19 (불탄다..!) 18:50:30

>>304 (여자는 당신이 당황한 줄도 모르고 열심히 사과만 한다. 오히려 당신의 외마디 소리를 듣고 이것이 자신을 향한 질책이라고 생각했는지 다시금 정말 죄송하다는 말을 한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미안함이 철철 넘치는 모습이다.) 네? 정말인가요...? (멀지 않다는 말에 고개를 들고 겨우 당신을 바라본다. 근처에 있는 병원도 못 알아본 자신이 부끄러워 귀 끝은 여전히 붉었지만 당신의 미소를 발견하고 조금 마음이 놓였는지 긴장으로 굳어있던 입매에서 힘이 빠지며 안도의 미소가 보인다.) 아! 감사합니다! (당신이 앞장서자 여자는 정신을 차리고 바닥에 떨어져 있던 가방과 모자를 황급히 주워든 다음, 조금 절뚝 거리기는 해도 당신의 뒤를 잘 따라간다.) 병원, 알려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무척 친절하시네요! (여자는 처음 만났을 때처럼 베시시 웃는다.) 참, 저는 리에나라고 해요! 조금 늦은 인사지만 만나서 반가워요!

307 이름 없음 (0VXlPcTSpw)

2023-05-20 (파란날) 12:45:11

>>306 아닙니다, 저 때문에 놀라셨는데 이 정도는 당연히 해야할 일이죠.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라고 생각했던 병원은 오늘 따라 왜 이리 멀게 느껴지는지. 남성은 빨라지려는 보폭을 애써 여성에게 맞추며 걸었다. 이내 여성이 통성명을 하려는 듯 이름을 밝히자, 남성 역시 이름을 밝혔다.) 저는 장의지라고 합니다. 성이 장이고, 이름이 의지입니다만, 발음하기 어려우시다면 장이라도 부르셔도 좋습니다. (그렇게 통성명을 하는 사이 정형외과에 도착했다. 평일이라서인지 대기실 안은 한산했다.) 잠시 앉아계세요, 접수하고 오겠습니다. (리에나에게 소파에 앉아있기를 권한 뒤, 의지는 곧장 초진 진료 창구로 향했다. 접수를 마친 의지가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아, 리에나의 이름을 부르는 간호사의 목소리가 들렸다.)

308 이름 없음 (opM0/nUY46)

2023-05-27 (파란날) 18:49:35

어린 시절의 인연은 쭉 이어지지 않는 한 쉽게 잊혀지기 마련이었다. 그리고 그 시기에 한 이야기도 어느 순간 잊혀지기 마련이었다. 손님을 맞이하는 응접실에 있는 젊은 20대 초반의 사내는 눈을 감고 심호흡을 하고 있었다. 어린 시절에 몇 번 만난 적이 있는 약혼녀가 지금 여기로 온다는 모양이었다. 글쎄. 사실 어린 시절에 만났다고는 하나 떠오르는 기억이 없었다. 솔직히 이야기를 하자면 사내는 약혼녀가 있다는 사실 그 자체가 모두 거짓이 아닌가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릴 때 만난 적도 있고 이야기도 했다는데 기억이 안 날 수가 있겠는가. 자신이 기억상실증이라도 걸린 것인지. 이 세계에는 마법이 있으니 그런 일이 있다고 해도 이상하진 않았지만 아무튼 그 모든 것은 다 현실도피에 지나지 않았기에 그는 그저 이렇게 심호흡만 할 뿐이었다.

어떤 이일까. 자신과 비슷한 또래라고는 들었으나 상대가 자신을 기억하고 있을지, 애초에 이 약혼에 대해 호의적인지도 알 수 없었다. 요즘은 시대가 바뀌어서 옛날처럼 약혼이 절대적인 분위기는 아니라고 했으나 그럼에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는 있었다. 이를테면 자신의 부모라던가. 갑자기 만나라고 해도 조금 곤란하다고 이야기를 했으나 일단 만나보고 얘기라도 나누라고 하니 그에 응하겠다고 나온 것이지. 사내는 굳이 말하자면 약혼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느낌에 가까웠다.

사내는 길게 한 줄기로 묶어내린 자신의 은빛 머리카락을 손으로 괜히 정리했다. 상대가 호의적이건 호의적이지 않건 어쨌건 귀족 집안의 도련님이라는 자각은 충분했기에 좋게 보여서 나쁠 것은 없었다. 설사 약혼관계가 여기서 끝난다고 하더라도 상대 역시 귀족이니 좋은 관계를 만들어서 나쁠 것은 없지 않겠는가. 물론 깨진 사이에서 좋은 관계가 형성될진 알 수 없었지만.

눈앞의 문이 열리면 그 앞에 보이는 것은 자신의 저택에서 일하는 집사일지, 메이드일지, 아니면 약혼녀일지. 긴장어린 표정으로 사내는 그저 문이 있는 방향만 조용히 바라봤다.

/어릴때 만났다고는 하나 기억에는 그다지 없는 자신의 약혼녀라는 이를 기다리는 사내의 상황이야.
맥커터질. 그러니까 정말 뜬금없이 장면이 뚝 끊어지는 그런 느낌이 아니면 누가 들어와도 오케이야. 약혼녀 캐릭터가 온다고 하더라도 약혼을 이어가고 싶어해도 상관없고 끊고 싶어해도 상관없어. 다만 상황극이 이어질 수 있는 핑퐁은 가능했으면 좋겠어.

309 이름 없음 (vv.hwN3dFQ)

2023-05-27 (파란날) 20:37:17

>>308 혹시 사내의 가족으로 이어도 괜찮을까요? 동생으로 생각중이에요!

310 이름 없음 (opM0/nUY46)

2023-05-27 (파란날) 20:58:42

>>309 동생? 여러 캐릭터가 오는 것을 생각하긴 했는데 정작 동생 쪽은 생각을 못했네. 물론 동생 쪽이어도 괜찮아!

311 이름 없음 (vv.hwN3dFQ)

2023-05-27 (파란날) 21:06:16

>>310 감사합니다! 곧 이어올게요!

312 이름 없음 (vv.hwN3dFQ)

2023-05-27 (파란날) 21:49:12

>>308 그때, 문 너머에서 노크 소리가 들리더니, 이어 부드러우면서도 아직 소년 티를 벗지 못한 미성이 들렸다. 사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에게 들키지 않으려는듯, 반쯤 속삭이는 듯한 음략이었다.

"형님. 저 모건입니다. 잠시 들어가겠습니다."

이윽고 문이 열리더니, 옅은 훈색이 도는 은발과, 연보라색 눈동자, 단정하면서도 유순해보이는 인상의 청년이 방 안으로 들어섰다. 사내의 동생인 모건이었다. 모건은 방문을 조심스레 닫고 사내를 향해 돌아서서는, 멋쩍게 웃으며 말을 꺼냈다.

"갑작스럽게 죄송합니다, 형님. 곧 비즐롯 공작 영애께서 도착하신다는 건 알지만 긴히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어서요. 잠시 시간을 내주실 수 있으신지요?"

급하게 방 안으로 들어오기는 했지만 허락을 기다리려는지, 모건은 맞은 편에 앉는 대신 문 앞에 서서 제 형을 바라봤다.

//글 안에 넣지는 못했지만, 형이 약혼하는 걸 꺼려한다는 걸 알 정도로는(사내가 토로할 수 있을 정도로는) 형이랑 사이가 좋고, 그런 형의 처지를 안타까워 할 만큼 사이가 좋은 동생을 의도하고 써봤어요. 괜찮으시다면 약혼녀가 나올 만한 상황이 되면 약혼녀도 제가 굴려도 괜찮을까요?

313 이름 없음 (opM0/nUY46)

2023-05-27 (파란날) 22:02:00

>>312

노크 소리가 들리자 사내는 드디어 왔다고 생각했으나 곧 들려오는 속삭이는 목소리에 긴장을 풀었다. 자신의 동생의 목소리가 작다고 한들 어떻게 못 알아들을 수 있을까? 문을 열고 들어와 조심스럽게 닫고 자신에게 말을 꺼내는 동생을 바라보며 사내는 무슨 일로 왔냐는 눈빛을 보였고 이내 들려오는 그 목소리에 다시 한 번 의문을 품고 물었다.

"긴히 하고 싶은 말? 그래. 네가 굳이 지금 이렇게 몰래 들어와서 전하는 말이니 뭔가 해야 할 말이 있는 거겠지. 무슨 말이니?"

곧 제 약혼녀가 도착한다고 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방에 몰래 들어와서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하니 못 들을 이유는 없었다. 오히려 이렇게 이야기를 들으면서 긴장을 푸는 것도 좋겠다 싶었으나 굳이 지금 이렇게 말을 전하려고 하는 것에 혹시 무슨 일이 있는 것은 아닌가 싶어 그는 조금 걱정스러운 표정을 보였다.

"긴 시간을 낼 순 없지만 일단 들어와서 앉아서 얘기해보렴."

어찌되었건 자신은 손님을 맞이해야 했다. 그것도 평범한 손님이 아니라 방금 제 동생이 말한 비즐롯 공작 영애를 맞이해야만 했다. 어릴 때 만났다고는 하나 사실 잘 기억도 안 나는 그 약혼녀가 온다는데 자신의 동생과 응접실에서 노닥거리고 있으면 그것은 상대에 대한 예의가 아니었다. 그렇기에 긴 시간은 낼 수 없다는 것을 분명하게 이야기하며 사내는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그건 그렇다고 쳐도 들어올 때 내 얼굴이 이상하진 않았니? 부끄럽게도 방금 전까지 엄청 긴장하고 있었거든. 그 영애가 도착한 줄 알고 말이야."

/그 부분은 너참치가 편한대로 해도 좋을 것 같아! 여긴 자유상황극이고 나는 맥커터나 그런 것이 아니면 얼마든지 괜찮은 편이거든!

314 이름 없음 (z0t5mzdvoY)

2023-05-28 (내일 월요일) 22:24:08

>>308을 쓴 참치야. 일단 24시간 정도 기다려봤는데 이어지질 않아서.. 11시까지 안 이어지면 혹시나 새롭게 이을 사람이 있으면 이어도 돼!

315 이름 없음 (oreBvwrVpc)

2023-05-28 (내일 월요일) 22:47:42

어... 원래 이었던 참치예요. 24시간 안에 이어야 한다는 룰이 있는지 몰랐네요. 오늘 손목이 시큰거려서 쉬다가 이제 이으려고 들어왔는데... 그런 줄 알았으면 안 이었을 텐데 죄송합니다...ㅜㅜㅜ

316 이름 없음 (z0t5mzdvoY)

2023-05-28 (내일 월요일) 22:53:23

>>315 앗. 아니야! 아니야! 24시간 안에 이어야 하는 룰은 없어! 그냥 잇고 잠수 타는 참치들이 워낙 많으니까 이것도 그런 케이스인가 싶어서 올린거야. 계속 이어나갈 생각이라면 얼마든지 이어도 괜찮아! 그보다 손목..괜찮아? 8ㅁ8

317 이름 없음 (8KoHegh6.Y)

2023-06-04 (내일 월요일) 23:15:00

(아랫입술을 깨물며 주변을 둘러본다. 보이는 건 온통 우거진 풀숲과 거대한 나무뿐. 심지어 햇빛도 잘 들지 않아 어둑어둑하다.) 어떡해. 우리 진짜 길 잃은 거 아니야? (울먹이는 목소리로 당신을 돌아본다.) 아 씨. 반딧불이가 뭐라고 괜히 숲에 들어와서. 그러게 내가 그냥 바다나 보러 가자고 했잖아. (탓하는 말을 하자마자 곧바로 후회한다. 본인도 동조했으면서 이제 와 당신 탓을 하는 건 옳지 않다.) ...... (하지만 쓸데없는 자존심에 입이 꾹 다물린다. 그러면서도 힐끔 당신의 눈치를 본다.)

// 둘이서 반딧불이 보러 숲에 들어왔다가 길을 잃었다는 설정! 자유롭게 이어줘

318 이름 없음 (8qAdPh0LA6)

2023-06-05 (모두 수고..) 00:03:22

>>317 (한 발 앞장 서서 걷고 있던 소년은, 옆에서 걷고 있던 아이가 울먹이며 볼멘소리를 내자 잠시 멈추어 섰다.) 점점 어두워지니까 무섭지? 그래도 걱정 마. 지금 숲 밖으로 나가려고 하는 건 위험하지만, 이 근처에 숲지기 누나가 지내는 오두막이 있어. 거기로 가면 숲 밖으로 데려다주실 거야. (얼굴에는 긴장한 기색이 역력하나마 차분한 목소리로 말하며, 소년은 백팩을 잠시 풀더니, 안에서 초콜릿 에너지 바를 두개 꺼내 하나를 내밀었다.) 자, 먹으면서 가자. 오두막까진 좀 걸어야되니까.

319 이름 없음 (Fh8VS8Bcyo)

2023-06-05 (모두 수고..) 00:49:06

>>318 (당신의 말이 이어질수록 점점 고개를 숙인다. 화를 내도 되었을 상황에 다독여주니 더욱 미안해진 탓이다.) ...미안. 네 탓이 아닌데 내가 예민하게 굴었어. 못 돌아갈까봐 무서워서 그랬나봐.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변명하며 초코바를 받는다. 한손으로 꽉 쥐자 비닐이 부스럭거린다.) 숲에 자주 왔었어? 그 오두막이라는 거. 들어보긴 했는데 실제로 가본적은 없거든. (다시 고개를 들었을 때는 탈출구가 제시되었기 때문인지 한결 나아진 표정이다.) 아무튼 나 혼자 있는 게 아니라서 다행이야. 정말.

320 이름 없음 (8qAdPh0LA6)

2023-06-05 (모두 수고..) 13:41:44

>>319 괜찮아, 불안하면 그럴 수 있지. 그래도 사과해줘서 고맙다. (상대를 향해 씩 웃어보이곤, 다시 앞을 주시한 채로 길을 찾는다. 내 기억이 맞다면 아마 이쯤에 이정표로 해둔 표시가 있을텐데... 혹여라도 보고도 놓칠까 눈에 힘을 주며, 옆에서 들려온 질문에 대답한다.) 어, 우리 형 따라서 자주 오곤 해. 어릴 때부터 그 누나랑 셋이서 자주 놀았거든. 그래서 숲에서 길을 잃으면 찾아서 보고 오라고 이정표같은 것도 만들어놨고... 아, 저거야. (가리킨 손끝에는, 오솔길 옆에 서 있는 나무의 가지에 매달린 흰 헝겊이 보인다.) 저 하얀색 보이지? 저게 매달린 가지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쭉 가다보면 그 누나네 오두막이 나와. 저런 표시를 여러 나무에 해뒀으니까, 만약에 혼자 길을 잃어도 저것만 찾으면 돼. 호루라기같은 걸 가지고 들어가는 것도 좋고. 하도 조용하니까 호루라기를 불면 누나가 금방 찾으러 오거든. 사실 그게 제일 확실한 방법이긴 한데 혼나는 건 각오해야 해. 한번은 밤까지 헤매다가 불었는데 거의 한시간동안 잔소리들었지 뭐야. (제 이야기가 조금이나마 긴장을 풀어줄 수 있길 바라며, 소년은 머쓱한 듯 웃고는 헝겊이 걸린 나뭇가지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한발 앞장서며 말했다.) 아무튼, 이대로 쭉 걸어가면 도착할거야. 걷다가 힘들면 말해, 잠시 앉아서 쉬어도 되니까.

321 이름 없음 (.Z3oDcOHt2)

2023-06-05 (모두 수고..) 21:44:59

>>320 뭐. 나도 인정할 건 인정하거든.(툭툭거리는 말투와 달리 내심 당신과 자신의 그릇 차이를 절실히 느꼈다. 괜히 멋쩍어 초코바의 성분 읽는 척한다.) 어디? 아. (당신의 손끝을 따라 시선을 옮긴다. 어두운 곳에서 휘날리는 하얀 헝겊은 유달리 눈에 띈다. 마치 구세주처럼.) 하얘서 그런가 튀네. 그럼 저걸 셋이서 다 달아놓은 거야? 아이디어 좋네. 호루라기도 같이 매달려있었으면 더 좋았겠지만. (꼭 쓸데없는 말 한마디 덧붙이는 건 못된 버릇이다. 한걸음 차이로 뒤따르면서도 혹여나 당신을 놓칠까 발을 바삐 움직인다.) 그나저나 뭐 하다가 밤까지 헤맸대. 지금처럼 길 잃기라도 했어? (당신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어느새 두려움이 아닌 다른 감정이 피어오른다. 호기심. 힘들면 말하라는 말도 제쳐두고 앞선 이야기 다시 화제로 끌어왔다.)

322 이름 없음 (Vvs9omZngw)

2023-06-06 (FIRE!) 01:10:40

>>321 응, 저거 야광이라 밤엔 더 잘 보인다? 그 누나네 아줌마까지 넷이서 고생 좀 했지. 호루라긴 나도 생각 못했는데 다음에 오면 넉넉히 사다가 보이는 거마다 걸어놔야겠다. 누나가 고생 좀 할 것 같긴 하지만 말이야. (애초에 숲에 들어오는 사람이 많이 없으니 괜찮으려나, 하는 생각과 호루라기 걸어놓은 놈 누구냐며 이를 바득바득 갈면서도 뛰쳐나가는 누나의 모습이 연달아 떠올라 볼을 긁적이다, 이내 여상한 투로 질문에 대답한다.) 아, 형하고 담력 시합. 낮에 서로 숨겨둔 보물을 먼저 찾는 사람이 이기는 거였는데 내가 무섭다고 호루라기 불어버려서 승패는 못 가리고 사이좋게 그 누나네 아줌마한테 혼났어. (그러다 너무 제 이야기만 했다는 생각에 옆을 보며 묻는다.) 그러고보니, 넌 숲에 들어와본 건 이번이 처음이야?

323 이름 없음 (3VM0upDQIY)

2023-06-06 (FIRE!) 10:20:13

>>322 그게 뭐야. 불쌍한 보물. 혼자 숲에 남겨졌겠네. (키득거리다 처음 들어왔냐는 질문에 고개를 끄덕인다. 솔직히 자연과 가까운 인생은 아니었다. 놀 때는 숲보단 카페나 놀이공원을 다녔더라지.) 굳이 들어갈 필요가 없잖아. 오늘도 반딧불인지 뭔지 아니었으면 안 왔을걸. 정작 그 반딧불인 코빼기도 못 봤지만 말이야. 하여튼 인터넷 찌라시 믿을 게 못된다니까. (역시 바다를 갔어야 한다며 혀를 찬다. 그러다 문득 인터넷보다 신빙성 높은 당사자가 본인 앞에 있다는 걸 깨닫는다.) 숲에 자주 들어왔으면 알겠네. 인터넷 글 진짜야? 여기서 반딧불이 본 적 있어?

324 이름 없음 (Vvs9omZngw)

2023-06-06 (FIRE!) 13:29:30

>>323 혹시 모르지, 오늘 가다가 발견할지. (맞장구치며 같이 쿡쿡 웃는다. ) 그랬구나, 반딧불이까지는 사실이었어도 언제 어디서 나타날 지 모르니까 허탕 치는 경우가 많은데. 응, 몇번 봤지. 주로 형하고 누나네 집에 가던 길에 보거나 셋이서 쏘다닐 때 마주친 거지만. ...아, 누나한테 부탁하면 반딧불이가 많은 곳으로 안내해줄 지도 몰라. 물론 누나가 오늘 한가해야 말이지만. (달리 할 일이 있다고 하면 그냥 얌전히 집에 가야지, 하고 머쓱하게 웃는다. 그렇게 대화하며 걷는 사이, 저만치 오두막이 조그맣게 보이기 시작한다. ) 거의 다 와 가네, 저기야.

325 이름 없음 (9uSMSj/zhQ)

2023-06-07 (水) 20:37:50

>>324 그럼 내가 발견하면 가져도 되는 걸로 알게. (앞선 장난스러운 분위기 이어오며 웃는다.) 아, 그래? 완전히 찌라시는 아니었구나. 으으음. 결국 운빨이라는 건가. (있긴 하다는 것에 고마워해야 할지, 보기 어렵다는 것에 아쉬워해야 할지. 앓는 소리를 내다 이어진 당신의 말에 화색이 돈다.) 그래도 직접 찾아내는 것보단 그 언니가 한가할 확률이 더 높겠지. 좋아. 빨리 가보자! (당신이 가리키는 오두막을 향해 뛰기 시작한다. 조그맣던 형체가 점점 커진다. 그러다 도중 힘 빠져 뜀박질 멈추고는 허리 숙여 무릎 부여잡는다.) 아니, 하, 진짜, 가까운, 줄 알았더니, 왜, 멀고 난리......

326 이름 없음 (VTo9vpQwQ6)

2023-06-08 (거의 끝나감) 00:19:09

>>325 아, 잠깐만. 천천히... (만류할 새도 없이, 뛰쳐나가는 아이를 뒤쫓아간다. 머지 않아 숨을 몰아쉬는 걸 보며 쓴웃음을 띤 얼굴로 옆에 멈추어선다.) 주변에 나무가 없어서 잘 보여서 그렇지 생각보다 먼 거리야. 힘들면 좀 쉬었다가 가자. (소년은 배낭을 바닥에 내려놓고 돗자리를 꺼내 편 뒤, 생수병 하나를 꺼내 아이에게 건넨다. ) 자, 마셔. 목 마를텐데.

327 이름 없음 (08d.xzo/7w)

2023-06-08 (거의 끝나감) 00:47:56

>>326 괜찮...진 않네. 응. 쉴래. (쓸데없는 자존심 부리기엔 숨도 차고, 다리도 아파 결국 돗자리 위에 앉았다.) 진짜 준비성 철저하다. 가방 무거웠겠는데. 있다 좀 들어줄까? (내심 감탄하며 당신이 건넨 물병을 받아 뚜껑을 연다. 시원한 물이 목구멍을 타고 내려간다.) 자, 너도 마셔. (뚜껑이 열려있는 상태 그대로 당신에게 내민다.) 근데 이러고 있으니까 좀 소풍 온 것 같기도 하고. 돗자리 깔아본 게 얼마만인지 모르겠어.

328 이름 없음 (nnRs0mCkbw)

2023-06-08 (거의 끝나감) 15:36:42

야~ 집에 가자~ (수업이 다 끝나고 당신의 반에 온 소년은 싱그럽게 웃으며 당신을 찾고 있는듯 했다.) 오 너도 잘가! (이미 이 반의 아이들과도 꽤나 친한 사이인듯 인사를 주고받던 그는 슥 눈치를 보고선 교실 안으로 들어왔다.) 종례도 빨리 끝난것 같은데 뭐하고 있어?

329 이름 없음 (tprK0P0jzw)

2023-06-08 (거의 끝나감) 21:57:29

>>327 그러자, 배고프면 말해. 도시락도 있으니까. (싱긋 웃어보이고는 배낭에서 제 몫의 물을 꺼내 한모금 넘기고 옆에 앉는다. ) 아, 괜찮아. 어릴 때부터 보통 그만큼 들고 다니거든. 그리고 그 물은 너 계속 마셔. 일부러 두 병 챙겼으니까. (제 손에 들린 물병을 흔들어보이며 대답하고는 마저 물을 마신다.) 그러게, 있을 건 다 있으니 사실상 소풍이 맞긴 하지. (웃으며 대답하다, 문득 궁금해져서 묻는다) 그럼 넌 평소에는 뭘 하고 놀아?

330 이름 없음 (1099e3aJnY)

2023-06-11 (내일 월요일) 02:46:26

어라, 무슨 일이야? 오늘 불침번 서는 날도 아니잖아. 혹시 무서운 꿈이라도 꾸셨는감? (방글방글 웃으며 자신의 옆자리를 툭툭 두드린다. 창가에 걸터앉아 창백한 달빛이 내리쬐는 학교 운동장을 내려다보고 있다. 피와 시체가 늘비해있는 사이, 교복을 입은 좀비들이 서성거리며 돌아다니고 있다.) 쟨 맛있는 거 먹는 꿈을 꿨나봐. 부럽다.

331 이름 없음 (IV6uwRoj9I)

2023-06-11 (내일 월요일) 03:55:48

>>330 선배 외로우실까봐 와봤심더! (그리 튕기고선 옆에 살며시 앉는다. 당신이 내려다보는 쪽에 시선이 갔다가도 다시금 눈을 내리깐다.) 아, 저건 꿈이 아니라 실제로 잘~ 먹고 있지 않슴까? 아는 사람 보일까 겁납니다... (혀를 내두르더니 콧등에 주름이 새겨진다. 창틀에서 두어 걸음 떨어지나, 더 이상 발소리가 나지 않는걸 듣자하면 여전히 당신 뒤에 서 있는 거라 짐작 가겠다.)

332 이름 없음 (j6jXwoz5bw)

2023-06-15 (거의 끝나감) 15:31:28

>>328 (재잘재잘 소란스러운 교실 한 구석에 똑 떨어진 섬과 같이 가만히 앉아있는 남학생이 하나. 당신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만 돌아보지는 않는다. 괜히 바쁜 척 가방이며 서랍을 뒤적인다. 당신이 가까이 오자 한 마디 한다.) ...어, 왔어? (사실 아까부터 네가 온 것을 눈치챘지만. 이제야 안 척, 이제야 고개를 든다. 평소처럼 표정 없는 얼굴과는 다르게 속으로는 꽤 반갑다.) 별 거 아냐. 문제집 좀 챙기느라고. (한쪽 어깨에 가방을 메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긴 앞머리 사이로 슬쩍 당신을 바라본다. 당신도 이쪽을 보고 있다면 지금 눈이 마주쳤다.) 또 이상한 데 들르자 할 건 아니지?

333 이름 없음 (.InWUehXAI)

2023-06-20 (FIRE!) 19:20:50

청산유수 화술의 달인, 뒷골목에서 잘 알려진 상인인 그는 그 깔끔하던 성격도 당신 앞에서는 한 없이 누그러진다. 당신은 그가 가장 아끼는 고객이며, 당신에 한해서 그는 공짜로 의뢰도 맡아줄 수 있을 테다. 이윤을 추구하는 그에 걸맞지 않게 녹진해진 감정을 안고서 새순이 태양을 우러러보듯 당신을 바라본다. 당신의 이목구비 눈에 담느라 당신이 하던 말은 반절 정도밖에 못 들었다는것 뒤늦게 눈치챈다.

"미안, 자기야. 다시 한번 말해줄수 있을까?" 꿀이 떨어지듯 흐물텅한 목소리로 작게 노래하듯 되묻는다.

334 이름 없음 (6Dz0AIBHHA)

2023-06-24 (파란날) 21:07:11

말라죽은 나무 시든 꽃 썩은 바위 짐승 사체 즐비한 숲. 숲이라고도 할 수 없을 모양새다. 척박한 죽음 이 땅에 내리꽂혔으니 되려 황무지란 이름 더 어울린다.
그리고 이 음산한 기운 내뿜는 황무지 횡단하는 수레가 있다. 수레엔 사지 꽁꽁 묶은 새끼 가축들 실려있고 곁에는 어른 대여섯과 아이 하나가 일제히 걸음하고 있다. 그리고 아이는 다른 어른에게 끌려가고 있다. 그 눈가에 안대 매여있고 두 손은 저 가축마냥 밧줄로 묶어두었다. 아이의 걸음걸이 퍽 위태롭다.
기묘한 일행 한참동안이나 황무지 숲 헤쳐나간다. 이윽고 그들 멈춘 곳은 높다란 절벽 위다. 끝 보이지 않는 험난한 비탈길이 그 아래 있다. 일행이 일제히 멈춘다. 제 묶인 밧줄 잡은 어른 멈춰서자 비척비척 걸어가던 아이의 걸음도 뚝 멎는다.
여정 내내 엄숙하고 무거운 분위기 풍기던 일행 그제서야 바쁘게 움직인다. 수레의 가축들 절벽 앞으로 옮기고 무언지 모를 것 땅에 흩뿌린다. 어른 하나가 아이의 안대 풀어주고 손목 묶은 밧줄도 잘라낸다. 마침내 아이의 시야 훤히 드러난다. 하지만 시커멓게 죽은 두 눈에는 다가올 운명에 대한 공포며 슬픔 따위 전혀 보이지 않는다. 체념에 가까운 것 엿보일 뿐이다.
준비 끝마친 듯 일행이 각자 자리 잡는다. 가축들 절벽 위에서 안절부절 못해한다. 무리 중 건장한 남성이 수레에서 도축하는 칼 꺼내어든다. 축생들 본능적으로 위기 느끼지만 팔다리 묶여있어 오도가도 못한다. 그리고 송아지들 망아지들 새끼 돼지들 차례로 곧장 비참한 단말마 내뱉으며 죽는다. 선혈 흩뿌려지는 광경 보고도 아이는 전혀 미동 없다. 그 시선 무엇도 없는 허공만 응시할 뿐.

드높고 지고하신 존재시여 일개 하찮은 미물 주제 위대한 분께 말씀 올리는 짓 범하여 몹시 송구하나 이 어린 것들의 목숨 당신 위해 공양하겠사오니 부디 오랜 노여움 거두어주시길 간청드리는 바입니다

누군가 소리 높여 또박또박 기문 읊음과 동시에 다른 누군가 발길질로 아이의 몸 밀친다. 거친 압력에 아이 힘없이 고꾸라지며 비탈길 아래로 굴러떨어진다. 온갖 가지 덤불 돌멩이 자갈에 연한 살갗 쓸려 생채기 나고 핏방울 맺힌다. 한참을 구르고 넘어지고 다쳐도 아이는 비명 하나 몸부림 하나 않는다.
찰나의 시간 지나고 아이는 어두컴컴한 구릉 밑바닥에 도달한다. 그 몸 무척이나 만신창이다. 그나마 걸쳤던 옷가지도 넝마 꼴이 되어선 허연 맨살 드러나보인다. 아이는 가축 사체더미 위에 웅크린 채 가만 있지만 죽은 것 아니다. 옅은 숨소리 내며 제 아직 살아있음을 명백히 피력하고 있다.

//어떤 인외 존재에게 산제물로 바쳐진 인간이야. 되도록이면 그 제물을 받은 인외 쪽으로 이어줬으면 해
둘이 상호작용하는 이야기를 보고 싶은거라 인외가 제물을 잡아먹거나 죽이는 그런 전개는 사양할게~

335 이름 없음 (j/0XNXejdw)

2023-06-24 (파란날) 21:18:14

>>334 나 이을까 싶은데 읽다가 궁금한 것이 두 가지 있어서 그것만 물어볼게!

1.산제물로 바쳐진 인간은 연령대가 몇살쯤 될까? 어린 나이? 아니면 성인에 가까운 아이?

2.혹시 이 산제물을 바치는 것이 오랜 전통처럼 쭉 이어져왔다는 설정이야? 아니면 이번이 처음인 설정이야?

자유롭게 설정해도 된다면 내가 자유롭게 설정해볼게!

336 이름 없음 (s8oHIdQQn6)

2023-06-24 (파란날) 21:26:05

>>335
1. 10대 중후반 정도로 생각하고 있었어
2. 이거는 편한대로 설정해도 괜찮아~

337 이름 없음 (j/0XNXejdw)

2023-06-24 (파란날) 21:27:21

>>336 답변 고마워! 그럼 천천히 이어볼게!

338 이름 없음 (j/0XNXejdw)

2023-06-24 (파란날) 21:38:08

>>334

가축이 죽는 단말마가 울리자 구릉 밑바닥에 있는 이의 두 귀가 움찔했다. 듣기만 해도 귀가 아픈 그 울음소리에 감고 있던 두 눈을 뜨고 몸을 일으키는 것은 거대한 여우였다. 눈처럼 새하얀 꼬리가 총 아홉개. 크기도 크기지만 그 생김새만 해도 절대 평범한 여우는 아니었다. 코끝을 찌르는 피냄새를 맡으며 그 여우는 앞으로 천천히 나아갔다. 잠에서 막 깨어나 하품을 막 하니 그 날카로운 이빨이 살벌하게 번쩍였다. 그 발걸음이 멈춘 곳은 가축의 시체더미가 있는 곳이었고 그곳에 웅크리고 있는 아이가 이내 그 여우의 눈동자에 비쳤다.

이 가축의 시체더미와 저 웅크리고 있는 아이가 무엇인지 여우는 이미 알고 있었다. 이렇게 자신에게 바쳐진 것이 어디 한두번인가? 꽤 오랫동안 여러 번 있었다. 그리고 그때마다 자신이 하는 행동은 항상 동일했다. 여우는 고개를 아래로 내려 웅크리고 있는 아이에게 내밀었다. 그리고 귀가 아프지 않을 정도로, 인간이 듣기에 그다지 불편하지 않을 크기의 목소리를 냈다.

"아이야. 거기에서 웅크리고 있는 아이야. 내 너를 보아하니 또 여기에 바쳐진 그 아이로구나. 참으로 딱한 인간들이구나. 나에게 뭔가를 바치고 싶다면 저 가축으로 충분하거늘, 아직 다 크지도 못한 이런 아이를 바쳐서 어쩌겠다는 것인지. 오랜 노여움을 거둬달라고 늘 이야기하나 정작 내가 싫어하는 행동만 반복을 하니 너무나 딱하기 짝이 없구나. 내 조만간에 그 인간들이 있는 마을을 멸할까 고민이 되는구나. 허나 그렇게 하면 이렇게 다른 가축 고기를 먹을 없을 것 같기도 하고. 좀 더 고민을 해봐야겠다."

소나 말, 돼지야 자신이 좋아하는 음식이니 바치는 것에 불만은 없었으나 이런 어린 아이까지, 그것도 산채로 바치는 것은 여우에게 있어서 불만이었다. 어찌 자기 동족을, 그것도 이런 어린아이를 죽음으로 내몰 수 있단 말인가. 참으로 비겁하기 짝이 없고 참으로 가련하기 짝이 없는 그 인간들이 있을 방향으로 고개를 올리던 여우는 다시 고개를 아래로 내렸다.

"네 앞으로 꽤 많은 아이들이 이곳에 바쳐졌다. 하지만 내 이 가축들은 모두 내 식사로 잡아먹으나 너 같은 인간은 잡아먹을 생각이 없다. 그렇다고 해도 너는 돌아갈 곳이 이제 없겠구나. 그 전에 온 아이들도 모두 다시 마을로 돌아갈 수 없어 근처에 있는 다른 마을로 가는 일이 많았다. 혹은 어차피 돌아갈 곳이 없다고 하여 제 목숨을 스스로 끊어버려서 결국 다른 들짐승들의 밥이 된 이도 있었지. 너는 어찌하겠느냐. 아이야."

적어도 너만큼은 잡아먹을 생각이 없다고 이야기를 하며 여우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새하얀 꼬리를 가지런히 땅으로 내려오도록 정리하며 입을 꾹 다무는 것이 아이의 답을 기다리는 모양이었다.

339 이름 없음 (qmtpnSEX6s)

2023-06-25 (내일 월요일) 17:30:16

>>338 기껏 이어줬는데 내가 사정이 있어서 더 못 이을것 같아 ㅠ_ㅠ 미안해!!

340 이름 없음 (w1dYYUgd/Y)

2023-06-25 (내일 월요일) 17:32:37

>>339 아니야! 현생이 중요하지! 괜찮아!!

341 이름 없음 (tVqVSwiiik)

2023-06-26 (모두 수고..) 23:58:48

"잊어버리지 마. 네가 어떤 존재인지."

겨울의 마천루를 타고 흐르는 차가운 바람은 수백미터 너머 텅 빈 새벽 거리의 육교 위로도 숨결을 남겼다. 으슬으슬해진 공기를 의식한 것일까, 육교 난간에 허리를 기댄 채 밤하늘을 올려다보던 그녀는 검은 코트를 괜시리 손으로 여몄다. 이 장소에 있는 두 존재에게는 그저 무의미한 동작임을 알면서도.

"[늦지 않게 생명을 거둘 것], 그리고...... [살아있는 존재에게 깊이 관여하지 말 것], 그게 우리 규칙이니까."

검은 코트를 입은 여자는 사무적인 어조로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일부러 가장한 딱딱함임은 자명해 보인다. 차갑게 보이려고 해도, 하늘을 바라보는 눈동자의 떨림과 불안한 입매는 명백한 감정의 동요를 나타내고 있었다.

"저승사자인 우리가 자꾸 살아있는 인간들에게 자꾸...... 간섭하면 어떻게 되는지, 알고 있잖아."

의무를 상기시키는 목소리, 하지만 그 행간의 미묘한 뉘앙스는 어쩐지 감정적이다. 어쩌면 질투일까, 부러움일까. 그 이상한 감정의 노이즈 때문에, 그녀의 말은 도무지 설교로 들리지 않는다.

수십 블록 뒤 마천루에서는 여전히 등대의 불빛처럼 도시의 빛이 남아있건만, 검은 코트의 여자는 그저 그 빛을 등지고서, 새벽 주택가의 어둠과 적막만을 마주하고 있을 뿐이다.

미묘한 침묵, 잠깐의 간격을 두고, 다시 흘러나온 목소리.

"그래서, 누구니?"

342 이름 없음 (1lKBN4Ql7U)

2023-06-27 (FIRE!) 00:21:46

>>341
"누구냐니요. 제가요?"

어깨를 으쓱인다. 능청스레 흘러나오는 말은 그녀가 방금 전 당신이 전했던 타박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있음을 알린다.규칙을 어김이 가져올 파장을 체감하지 못 하는 것일까. 여상히 웃는 낯이 가볍기만 하다.

"아이, 참. 누구보다 사수가 더 잘 알고 계시면서. 유능하고 실적 좋은 신입 저승사자. 그리고 사수의 직속 부하, 오른팔? 그게 저잖아요?"

지금만 보아도, 당신의 감정 동요를 눈치채지 못 한 채로 농담이나 던지고 있지 않은가. 아니면 그저 모르는 척을 하는 건지도 모를 일이다만. 바람 부는대로 옷깃 여밀 생각조차 하지 않음은 '아무래도 좋음'이라는 태도를 형상화하는 듯하다.

"아니면... 옳지, 제가 이번에 관심 가지는 사람을 물어보신 건가요? 사수님?"

웃음소리, 그리고 약간은 섞여든 호기심. 짐짓 모르는 척 당신을 떠보는 질문을 던진다.

"왜 여쭤보시는 거예요? 그 사람한테 사수가 관심 가질 이유가 있나......"

343 이름 없음 (hRB0kRkR9g)

2023-06-27 (FIRE!) 01:09:04

>>342
"그 뻔뻔한 낮짝, 잘도 유지하는구나."

후배의 이런 모습을 보면, 괜히 무게를 잡아 보려 해도 어쩔 수 없이 웃음이 나온다. 이럴 때 보면 정말 어린 녀석인데, 그렇게 생각하며 검은 코트의 여자는 말했다.

"웃기는 소리야, 정말이지...... 자화자찬이나 하고 있을 때가 아닌데, 너도, 나도."

이러다 보면 또, 이 녀석의 페이스에 말려든단 말이지, 그녀는 남몰래 한탄하며 허공에 대고 고개를 저었다.

"그냥, 궁금할 뿐이야. 네 생각대로 나는 재미없는 우등생이니까. 관심 가질 이유도 없겠지."

이번에는 어둠 속에서 입을 몇번 삐죽거리다가 이내 그만두었다. 또 느껴질 리 없는 으슬거림에 신경이 거슬려서, 그녀는 평소에 건드려 본 적도 없는 코트의 옷깃을 끊임없이 만지작거렸다.

"궁금할 뿐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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