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ther sparing You know that they'll try to deceive you Don't let go of this opportunity 'cause there's no guarantee it'll last What say you little pal have we got a deal? haven't got all day so you'd best think fast.
범죄 코디네이트 조직 클라렌트는 의뢰인이 원하는 모든 부도덕한 것에 응하며, 원하는 대가는 매우 심플하다.
"안 나거든-. 저기 말야, 리글씨는 대체 날 뭘로 보는 거야? 좀 더 믿고 의지해 봐. 그래도 선배잖아-?"
과연 그런 말을 서슴 없이 하는 인긴이 스스로를 선배라 칭할 수 있는 자격이 있는지는 둘째치고, 그 짧은 와중에서도 경장의 조인트를 부드러운 발 끝으로 톡톡 건드려대고 있었다. 일반적인 의미의 조인트를 깐다는 아니지만, 이 역시 충분히 인격적이지 않은 행동. 어쩌면, 죄질이 더욱 더 나쁜 편에 속하는 것이었다. 그러면서도 아직은 기운 있게 받아치려는 경장을 빤히 보고, 그게 아니라는 듯이 단호히 고갤 저었다.
"변명하는 남자는 인기 없어. 거기선 그냥, 순순히 인정하는 편이 더 남자다울 걸?"
품평하듯 실례되는 말들을 해댄 여우귀. 하지만 또 거기엔 적의를 비롯해 어떤 악감정도 실려있지 않았다. 굳이 있다면, 아마 그것은 자신의 애착인형을 바라보는 약간의 애정 정도일 것이다. 세상의 모든 애정이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잘 보여주는 반례였다.
"그래, 조심히-, 하ㅍ윽...?!"
꼬리에 손길이 닿는 순간 몸이 확 움츠러 들었다. 포수에게 잡힌 여우처럼 질러진 짧은 비명. 꼬리를 꽉 끌어안고, 여우귀는 공벌레처럼 몸을 말았다. 주위 몇 테이블의 시선이 일시에 이쪽으로 쏠렸다. 무슨 일이 났나? 하고. 또는 모두 리글 경장이 저 여자에게 무슨 짓을 했나, 궁금한 표정들을 지어댔다. 몇 초간의 기나긴 정적. 당사자인 여우귀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무슨 이유에선가 몸을 덜덜 떨며 고개조차 들지 못했다. 여우귀의 끝이 파르르 떨려왔다. 그리 세게 쥐지도 않았을 것일 텐데도. 아니, 애초에 손이 겨우 닿은 것 뿐이었다. 어딜 봐도 억울한 것 투성이. 이번에도 한껏 억까당하는 리글의 앞에 곧 발칙한 여우귀가 고개를 들었다.
"...놀랐지-."
라며, 곧장 빵하고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아하하하-, 미안! 굳어 있는 거 같길래 장난 한번 쳐 봤는데..., 어때 리글씨? 재미 있었어?"
저 작게 뜬 실눈에 눈물이 맺힐 정도로 웃어대었다. 자기만 재미있는 장난. 당하는 상대에겐, 그저 상처 뿐인 장난이었을 것이다. 물론 그 따위 것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 살짝 허리를 들어 여우귀는 경장에게 꼬리를 내밀어 보였다.
"조금 만지는 정도로 내 꼬리가 닳거나 그러진 않으니까, 맘껏 만져도 된다구-. 햇병아리씨."
물론 반쯤은 농담이긴 하지만, '형만 믿고 따라와!' 같은 말을 하는 사람들은 보통 말하는 것만큼 믿긴 어려운 사람들이니까. 경사님은 그런 사람들과는 결이 다르긴 하다. 실제로 믿고 의지하고 있는 점도 있고. 여기서 논지는, 저렇게 말할수록 오히려 불안감이 더 커지는게 있다는 거다. 특히 경사님처럼 짓궂은 분이라면 도와준만큼 놀려줄 것 같아서...
부드러운 발 끝으로 톡톡 건들고 있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조인트보단... 음, 뭐라고 할까. 일반적인 조인트를 아프라고 하는 거라면 이건 못 먹는 감 찔러보는 그런 느낌의... 한마디로, 큰 의미보다는 그냥 장난기일 뿐이다. 오히려 이게 경사님이 친한 사람이라 한다는걸 모르지 않기에 나쁘게 느껴지지도 않고. 다만, 조금 간지러워서 살짝 발을 빼냈을 뿐.
"...인기 없어도 상관 없어요."
빼쭉 입술이 내밀어진채로 경사님을 향해 중얼거렸다. 순순히 인정하자니, 오히려 그건 그거대로 경사님께 말려드는 것 같아서 뭔가 싫었나?
털이 손끝에 닿는 것도 잠시, 확 움츠리며 짧은 비명을 지른 경사님을 보며 당황한 나머지 그대로 굳어버렸다. 첫번째로 드는 생각은 방금 뭐였지? 였고, 두번째로 드는 생각은 이제 어떡하지? 였다. 그야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모두 한데 집중되며 어딘가에서는 수군데는 소리조차 들렸다. 몸을 덜덜 떨며 움츠린 경사님과 내 모습은 오해를 사기 충분한 상황이라 수군거림이 이따금 들리는 정적 속에서 나는 머릿속에서 오만 생각이 지나가는 것을 느꼈다. 곧 고개를 들고는 빵 터진 경사님을 보자, 내 눈에 살짝 눈물이 맺히기 시작했다.
"너무하시잖아요.... 이런 장난이라니... 전 진짜 놀랐는데..."
순간 경찰인데 그대로 경찰서가는 결말까지 상상했을 정도다. 장난이라기엔 지나친, 그래서 너무 놀란 나머지 안심되자마자 눈물이 맺혀버렸다. 그런데 그 와중에도 꼬리를 내미는 경사님의 모습은, 소악마 그 자체로 보였다.
"만지면 또 당할 것 같은데..."
이미 두번이나 만지려다가 당해놓고도 내민 꼬리를 향해 이번에야말로 손을 뻗었다. 이정도면 내가 생각해도 집념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다. 아니면 이렇게까지 당했으니 꼬리도 못 만지면 본전도 못 찾은 거라는 심리 때문인지..
여우귀는 빤히 경장의 눈가에 맺힌 눈물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니, 이건 뇌정지다. 계획 밖의 일이었다. 놀리고자 했던 건 맞지만, 그렇다고 기쁜 술자리에서 딱히 울릴 생각까지는 없었던 것이다. 너무 심했나.... 스스로를 돌아보곤, 그제서야 주변을 살핀다. 여기서 더해서 경장을 울려버렸다간, 그야말로 본말전도. 여우귀 본인의 기분도 썩 유쾌할 것 같지만은 않았다.
"엄.... 그렇게까지 놀래킬 생각은 없었는데, 미안해. 아니-, 진짜 미안."
그렇기에, 한 번은 다시 당근을 손에 쥐어줘야 할 필요가 있었다.
"이제 내 눈치 보지 말고 꼬리 맘껏 만져도 되니까, 그만 맘 풀어."
허나 들려준 것은 당근이 아니라, 그저 여우의 꼬리에 불과했지만.
"이제 소리 같은 거, 하나도 안 낼 테니까. 응?"
이번에야 말로 믿으라는 듯이 호언장담을 하고 꼬리를 내주었다. 그리고, 자연스레 경장의 손길을 받아 들였다. 첫 터치부터 경기를 일으켰던 최초의 모습과는 완전히 딴 판인 도입부.
"...."
소리는 나지 않았다. 약속대로.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모든 게 해결된 것은 아니었다.
점차, 태연하기만 했던 여우귀의 표정이 시시각각 바뀌어갔다. 꼭 다문 입술, 그건 무언가 소리가 튀어나오려는 것을 꾹 담아 눌러서 참는 듯한 표정이었다. 상 위에 포개어진 두 팔은 인내하듯 자기 손목을 꼬옥 잡았고, 두 귀는 쫑긋 서서 이따금씩 잡아 놓은 생선의 지느러미 마냥 파닥였다. 이건 이거대로, 맞은 편에서 보고 견디기 꽤 힘든 비쥬얼이 아닐 수 없었다.
"...저기-, 리글씨. 계속..., 만질 거야?"
시선을 피하고, 새는 목소리로 가늘게 입을 열었다. 자기가 맘껏 만지라 해놓고, 이젠 그만 둬달라고 하는 꼴. 도대체가 뭐가 뭔지 하나도 알 수가 없이 제멋대로인 여우였다.
"더 만지면..., 나 약속, 못 지킬 거 같은데."
숨을 고르고, 아예 협박까지 해댔다. 당최 어디까지가 장난이고, 또 어디까지가 진심인 것인지.
손에서부터 풀려난 꼬리는 어느새 털이 곤두서 빵빵하게 부풀어 있었다. 마치 커다란 갈색의 솜사탕처럼.
"지금 이게, 장난인거처럼 보여?"
약간 상기된 뺨. 살짝 벌어진 입 사이로 아까 본 송곳니가 다시 형광등의 빛을 반사했으나, 그다지 노기를 띈 것 같아 보이지도 않았다. 어느 쪽이냐고 하면, 짜증일 것이다. 뭐라 더 말하려다가 리글 경장에겐 들리지 않게 한 마디를 중얼거리곤, 그저 따라 놓은 술잔을 기울였다.
"흐-, 맞아. 장난.... 근데, 그러는 리글씨도 싫진 않잖아-?"
술잔을 기울이자 곧장 표정이 헤실헤실 풀어져버렸다. 누가 그랬다. 사내에 여우귀만큼 알기 쉬운 사람도 없고, 또 여우귀만큼 알기 어려운 사람도 없다고. 물론, 그 외에도 사내에는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돌았다. 예를 들면,
"누가 그러던데. 세상에 밥 잘 사주는 오빠 싫어할 여동생 없고, 또 술 잘 사주는 누나 싫어할 남동생 없다구. 맞잖아?"
키득, 또 한번 드러낸 발칙한 웃음. 그것과 함께 묘하게 흘러나오는 알콜 섞인 숨결의 향이 맞은 편 자리까지 뻗혔다. 여우귀는 엉덩이를 뒤로 쭉 뺀 채, 상반신을 기울였다. 그 기세로 리글에게로 점차 다가가 얼굴을 가까이 하고.
"인정해, 우리 관계는 서로에게 윈윈이란 걸. 리글씨는 술을 얻어 마시구, 난 대신-, 좋은 안주를 먹을 뿐인 그런 관계."
그 때, 직원분이 말미잘 전골을 가져다 테이블 사이에 놓아 다시 몸을 뒤로 뺄 수 밖에 없었다. 그 타이밍을 이미 읽고 있었던 건지, 딱 닿기 전의 아슬아슬한 타이밍에 자연스레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천연덕스러운 웃음기를 흘렸다.
"난 리글씨랑 오래 갔으면 좋겠어. 그러니까 혹시 힘든 일이 생기면, 언제라도 말해주라.... 더 힘들어지기 전에."
아마 오늘 흘린 수 많은 농담들 사이에서, 지금 이 말만큼은 틀림 없는 진심이었을 것이다. 눈을 살짝 떴다. 조금이지만, 보는 이의 간담이 서늘해질 정도로 차갑고 날카로운 눈매. 그리고 마치 땅이 꺼진 구멍처럼, 그 끝을 알 수 없는, 광택 없이 검은 눈동자. 그건 아무리 봐도 요염한 여우라기 보다, 마치 노련하고 냉철한 이리 같았다. 눈만 살짝 떴을 뿐인데, 평소의 장난스런 이슬기는 어디에도 없었다. 말투도 그닥 달라진 것 없이, 그저 저 눈이 가져다 주는 분위기 때문에.
여우귀가 눈을 감고 다니는 이유는 명확했다.
"아-, 혹시 내가 제일 힘든가?"
눈을 감자, 평소의 여우귀로 돌아와 있었다. 아마 본인은 방금 눈을 뜨고 있었다는 것조차, 자각하고 있지 않았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