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야 하멜은 타인과의 접촉을 꺼리는 편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타인과의 접촉에 목을 매는 타입은 아니었다. 사실을 말하자면 피를 나눈 형제들과도 친밀한 스킨십을 마지막으로 했던 것이 언제인지도 기억 못하는 편이라는 게 문제지만. 이런 시대를 어찌저찌 살아가고 있으면서 금욕적으로 생활하고 있는 그의 꼴이 웃기게 보일지도 모르겠다. 살아있는 생명체로서 가져야하는 최소치의 도덕성조차 없는 이들 중 그런걸 즐기는 이들도 있지만 말이다.
짧지도, 그렇다고 길지도 않은 시간이었다. 지그시 당신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맞댔다가 떼어낸다. 그 순간에도 그는 당신의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표정변화는 커녕, 얼굴색 하나 바뀌지 않은 채 그저 내리뜨고 있던 은청의 시선을 똑바로 들어올려서 당신을 바라봤을 뿐이다.
" 단순한 스킨십에 그런 의미를 두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의미는 달라지기 마련이야. "
턱을 받치듯 닿았던 손을 아래로 늘어트리고 탄야는 자신의 앞에서 빠져나가는 당신을 붙잡을 생각이 없다는 양 붙잡고 있던 손에도 힘을 풀어서 순순히 놓아주며 혼잣말처럼 중얼였다. 그 행동거지는 당신이 잘 알고 있는 것이다. 그 무심한 얼굴에 희미하게 머무르는 무력한 웃음과 같다. 한숨처럼 짧게 무력히 웃음을 흘려내고 그는 당신의 행동에서 시선을 거두고 테이블로 되돌아갔다.
" 네가 하고 싶은대로 해. "
그는 짤막한 대답을 내놓았다. 담배를 집으려는 듯 테이블 위에 손을 올렸던 그의 시선이 피곤한 기색을 띄었지만 당신에게서 등을 돌리고 있기 때문에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채 와 체의 쓰임새는 늘 헷갈린단 말이지. k국민이지만 k국어가 제일 어려워🤔 맞춤법 검사기를 돌리자니 내가 좀 서순을 꼬거나 대명사나 그런걸 뭉뜽그려서 표현하다보니 검사는 무서운데 어쩔 수 없나. 아무튼 어찌 답레는 써왔고 저걸 막레로 해도 좋고 이어줘도 좋으니까 카리나주가 편한대로 해줘.
탄야: 어렵지도 않은 이름을 까먹는건 무슨 심보야?😑 반쯤 졸면서 호두과자를 밥으로 대신하겠다... 다니는 병원 가서 두통에 대해 의논했더니 혈압약을 처방해주셔서 오..😶 하는 기분이 됐어. 여담이지만 뒷골이 땡기며 머리가 아픈건 혈압이 원인이 된다고 하는데 처음 알았네.
음...카리나가 먼저 그쪽을 장악하고 있는 가문의 일원과 부딪히는 걸 우연히 비즈니스 때문에 그쪽을 장악하고 있는 가문과 비즈니스적인 만남을 위해 방문했던 탄야가 발견한다? 아니면 이미 카리나가 부딪힌 이후에 탄야가 방문해서 사정을 알게 됐다던가? 전자든 후자든 빠져나가기 위해 고군분투는 해도 고립이라던가 도망치는 시나리오는 안떠오르는데(절대 탄야가 고립이나 도망치게 두지 않을 과보호 형제들)
무튼, 내가 출근하기 전에 미리 말하고 싶은 건(출근까지 약 한시간 남음)혹시나 선레 고민하고 있다면 부득이하게 카리나주가 써주길 부탁하고 싶어. 대충 잡아놓은 가닥이 카리나주가 선레 써주는 게 맞기도 하고. 너무 급발진하는 내용만 아니면 되니까 느긋하게 시간될 때 써줘.
어차피 내 답레는 쉬는날이 되어야 올라갈테니까 부담없이 쓰고싶을 때 써줘. 써주기 힘들면 푹 쉬었다가 문득 생각날 때 써도 되고🤔 편한대로 해주길 바래. 강요하고 싶지도 않고. 카리나주가 내킬 때 쓰는 게 제일 좋으니까. 남은 시간동안 집안일 조금 해둬야지...아이고 귀찮은거.
거친 숨을 몰아쉬며 어두운 골목길을 카리나가 달려나간다. 등에는 무언가 들어있는 듯 묵직해보이는 가방을 맨 체, 복면을 쓴 카리나는 요리조리 잘도 사람들을 피해 지나간다. 그리고 그 뒤를 우락부락한 수인들이 거친 숨을 내쉬며 쫒아간다. 카리나는 눈만 드러낸 체로 미간을 찌푸린 체 몇번이고 욕설을 되뇌이는 것이 지금 이 상황이 원하던 상황은 아니였던 모양이었다.
" 개같이...! 단가가 높을 때부터 알아봤어야 하는데...! "
우당탕, 거리에 쌓여있는 물건들을 넘어트리며 미끄러져 나뒹군 카리나는 바닥을 거세게 내려치곤 도로 일어나서 달리기 시작한다. 숨은 진작 턱 끝까지 차올라서 쉽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멈출 수도 없었다. 등 뒤에서, 잠시 골목길에 가려진 사내들의 거친 욕설이 들려왔으니까. 이번에 카리나가 받은 일은 어떤 낡은 집에서 물건 하나를 꺼내와 달라는 이야기였다. 뒷골목에선 흔히 있는 일거리 중 하나였다.
" 그게, 이쪽 나리님들 비밀창고인 줄 몰랐지! "
의뢰인을 떠올리며 이를 갈던 카리나는 몸을 숨길만한 좁은 골목으로 몸을 던지곤 숨 죽이며 사내들이 달려가는 걸 지켜본다. 다행히 몸을 던지는 것을 못 봤는지 그냥 지나가는 사내들을 보던 카리나는 천천히 한숨을 내쉬며 살금살금 반대로 빠져나가려 한다. 중앙 쪽으로 가는 방향이긴 했미만 당장 여기서 벗어나는게 중요하긴 했으니까. 그렇게 살금살금 빠져나가던 카리나는 한순간 자기 앞에 멈춰선 사내 하나를 보곤 자기도 모르게 발로 걷어차버린다.
" 여기있다! 도둑고양이!! " " 에이씨, 진짜!! "
카리나의 발차기에 걷어차안 사내가 다급하게 외치고, 카리나는 한대 더 걷어차주곤 후다닥 대로로 달리기 시작한다. 대로의 인파에 숨어들 모양인 듯 했다. 그게 그녀의 뜻대로 될련지는 모르지만. 카리나는 잽싸게 인파속으로 뛰어가선 몸을 낮추곤 복면을 벗고 도로 다른 골목으로 빠지려 했다.
일도 일이지만 컨디션이나 몸 상태가 좋지 않다는 느낌이 들어서 말이지. 이런 타이밍에 스케줄 자체가 무리할 수 밖에 없는 상태가 되어버렸거든. 이 상태에서 신경 안쓰고 넘어가면 갑자기 상태가 작살나버린다는 걸 알아서🙏 답레에 참고하기 위해 몇가지만 물어볼게. 카리나가 물건을 가지고 나온 집 주인은 카리나가 있는 서부의 지배층과 관계되어 있어서 측근(?)들과 마주친건지? 아니면 단순 말단인지. 서부(맞나?)(아니라면 내가 스레 거슬러 올라가서 찾아볼게) 아무튼 그쪽 지역의 수인들의 종은? 육식? 초식? 아니면 잡식? 서부 수인들은 중앙의 하멜에 대해 어떤 인식을 가지고 있는가? (주인쪽은 하멜과 카리나에게 관심있으니까 패스할게)
아이고야 몸을 챙기는 걸 우선적으로 하도록 해. 그게 제일 중요해. 집주인은 서부 지배층이고, 그들의 비밀주택 같은거였어! 겁없는 의뢰자 - 아니 이미 카리나에게 시켜먹은 것부터 겁쟁이인가 -는 다 알고 시킨거구. 이쪽은 대체로 육식이라고 생각해. 하이에나, 자칼 같은 이런 녀석들?? 서부쪽 친구들은 중앙에 대해 샌님들??이란 생각을 품고 있다고 생각하고..
어제는 생존보고 정도만 남기고 가버려서 미안. 설날인데 어때? 잘 보내고 있어? 새해 복 많이 받고 이번년도도 잘 부탁할게. 새벽 내에 주겠다던 답레는 내가 5일을 풀로 출근하고 중간에는 사적인 일이 생겨서 밤샘 출근을 하는 바람에 써야지 해놓고 뻗었음을 알리세요...어제는 진짜 휴무임에도 깨어있는 시간이 3시간도 안됐고..ㅋ..ㅋ...오늘부터는 풀로 설 특근포함 6일 출근이야. 이렇게 보니까 변명인 것 같은데 어쩔 수 없나. 최대한 노력해서 빨리 답레 써보도록 할게. 카리나주는 좋은 연휴 보내길 바래.
홀로 어슬렁거리며 가도 좋을 거리라고 생각했지만 피를 나눈 혈육이 그것을 용납하지 못하는 것은 종의 특징 때문이다. " 중앙의 하멜이 평소 혼자 움직인다는 소문이 도는 것만으로도충분하다. " 자신을 내려다보는 자신과 꼭 같은 은청의 시선에서 느껴지는 걱정어린 진중함에 탄야는 반박할 수 있는 문장들을 모조리 씹어삼켜버렸다. 세월이 아무리 지났다고 한들, 숨김없이 보여지는 혈육들의 명확한 명분을 들이대며 보여주는 것은 분명 지나친 걱정이 불러 일으킨 보호일테니.
혈육의 선택을 납득하나, 그 행위는 이해하지 못한 상태로 탄야는 결국 호위 한명과 함께 약속 장소로 향하는 중이었다. 그 마저도 하나 이상은 번거롭다는 이유를 들었기 때문에 최소한의 선으로 용납된 인원이었다. 어디를 가더라도 홀로 다니는 것에 익숙한 탄야 하멜은 자신의 뒤에 바짝 붙어서 따라오는 호위가 신경쓰이는 걸 넘어서 몹시 귀찮은 존재가 되어있었다.
눈표범 수인 특유의 둥그스름한 귀가 어떤 소리라도 들었는지 가볍게 움직였고 앞서서 걷고 있던 그의 걸음이 거리 한복판에 문멈추자, 뒤를 따르던 호위가 걱정스레 그에게 다가왔다.
" 왜 그러십니까? "
호위의 물음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그는 한손을 들어올렸다가 천천히 자신의 입가로 검지를 가져다댔다. 조용히 하라는 제스처였다. 멈춰선 위치까지 다가오는 발소리가 일단 하나. 멀고 먼 곳 위치를 가만히 응시하고 있던 그는 은청의 시선을 느릿하게 깜빡여지고 곧 가느다랗게 접어뜨며 몸을 움직인다. " 뒤로. " 하고, 그가 호위의 어깨를 잡아 당겨냈고 호위는 그의 손짓을 벗어나지 못한 상태로 비틀거리며 뒤로 두어발 물러났을 것이다.
" 一 그래서, 이번에는 무슨 일이야? "
호위의 어깨를 붙잡아 당겼던 손을 떼어내며 탄야는 뛰어서 지척까지 다가온 당신에게 느릿한 물음을 던졌다. 호위가 자신들이 있는 위치로 뛰어나온 당신을 발견한 건 그 뒤였을 것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