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기도 하니 좀 더 즐기는 게 좋지. 답레는 그 뒤 생각날 때 써도 좋고. 뭐..편할 때 써주도록 해. 위로 거슬러서 보니까 카리나가 동부가 아니라 서부였다는 점을 발견했다...() 나는 카리나를 쫒는 상대의 정보를 아예 모르다보니 이야기 진행은 키리나주쪽에서 해줘야하기도 하고 🤔 힘..내야지. 통장에 꽂히는 돈이 다르다....하하. 물론 다음 연휴 시즌에는 절대 이런식의 특근은 안잡을테다.
어쩌다보니 생각치도 못한 곳에서 탄야를 마주 치게 된 카리나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당황스러움을 숨기지 못한다. 머릿속에선 수많은 생각들이 스쳐지나간다. 이쯤 되면 따돌렸을테니 아는 척을 해도 될까, 아니면 혹시 모르니까 모르는 척을 해야할까. 탄야의 곁에 처음 보는 수인이 서있다는 것이 괜스레 신경이 쓰여서 카리나는 쉽게 결정을 하지 못했다. 탄야가 아닌 다른 사람이었다면 그냥 들은 체도 안 하고 지나갔을텐데 카리나는 멈춰선 자신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 저기 있다..! 저기! " " 한 패거리인가! 붙잡아! "
아쉽게도 카리나의 머뭇거림은, 그녀를 쫒는 이들에게 빌미를 주고 말았다. 마주 보고 서있던 탄야가 말을 거는 것을 보기라도 했는지, 이미 한패로 단정을 짓곤 두사람을 향해 멀리서 달려오는 수인들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카리나는 머리를 벅벅 긁더니 다급하게 탄야의 손을 움켜쥐려고 했다.
" 무슨 일인지는 일단 저것들부터 떼어내고 나서 알려주테니까, 일단 달려! "
카리나는 미안하다고 말해야지, 라고 생각하면서도 입에선 거친 말투로 다른 말을 내뱉는 자신을 속으로 욕할 수 밖에 없었다. 급한 상황이니까 어쩔 수 없었다고 하더라도 , 솔직하지 못한 자신이 답답하긴 한 모양이었다.
" 거기 누군지는 몰라도, 따라와! 괜히 재들이랑 엮이면 골치 아파져! "
탄야의 곁에 있던 수인에게도 다급하게 말한 카리나는 옆골목을 가리키며 달리자는 듯 말했다.
그의 은청의 시선이 당신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다가 목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으로 움직였다. 당신의 반응과 다르게 그의 반응은 언제나 그래왔던 것처럼 무심하고 덤덤했다. 당신이 그의 손을 움켜쥐려고 하는 행동과 동시에 "대응할까요?" 하고, 빠르게 상황을 파악해낸 호위가 그의 옆으로 가까이 다가와서 목소리를 낮추지도 않고 말을 걸어왔다.
가늘게 눈을 접어뜨고 당신을 쫒는 것이 분명한 자들이 뛰어서 다가오는 걸 응시한 채 서있는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는다. 몇 분, 혹은 몇 초의 시간동안 그렇게 서있던 탄야 하멜은 가늘게 접어뜬 눈을 느릿하게 감으며 들릴 듯 말듯 짧은 한숨을 내쉬고는 당신에게 잡혀 있는 손을 자신의 방향으로 끌어당겼을 것이다. 탄야님一 하는 호위의 목소리에 탄야의 둥그스름한 귀가 그 방향으로 짧게 움직였다.
" 지금 상황에 대해 파악하는 걸 최우선으로 하지. 대응은 최소한으로. "
무기력하기 짝이 없는 태도와 다르게 그의 목소리는 단호했고 어느새 다시 뜬 은청의 시선은 무감할 뿐이다. " 너는 一.." 하며 그의 시선이 다시 당신을 향한다.
카리나는 무심한 듯 자신을 보며 말하는 탄야에게 망설이듯 입술을 잘근잘근 씹는다. 뒤에서 쫒아오고 있는 녀석들이 자신과 이야기를 하고 있던 탄야를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을 것 같았다. 자신이 도망친다 한들 이미 저들의 눈에 들어버렸으니까. 물론 당장은 큰일이 생기지 않겠지만, 나중에 큰일이 생길지도 모를 일이었다.
" 저녀석들 동부쪽 녀석들이야. 그러니까 지금 니가 저녀석들이랑 얽히면 괜한 일이 생길지도 몰라. "
괜한 일이 생긴다면 탄야에게만 일이 생기는게 아니라 꽤나 많은 인원이 엮일테니까. 그냥 도둑질 한번 하고 발을 빼려던 카리나로선 피하고 싶은 상황이었다. 그녀에게 있어선 그냥 조용히 며칠 숨어지내서 잠잠해지면 슬쩍 다시 나와서 활동하는게 최고의 시나리오였으니까.
" 여기서 재들이랑 부딪치지 말고 일단 나랑 빠지자. 나 믿어줘. 정말이야. "
혹시나 탄야가 자신을 믿지 않을까 싶었는지 말을 덧붙이며, 점점 다가오는 덩치들과 탄야를 번갈아 보며 어떻게 하겠냐는 듯 묻는다.
" 귀찮은 일은...아니, 이미 나랑 엮였으니까 귀찮은 일이지만 더 커지는건 너도 싫잖아. 그치? "
탄야 카멜은 당신이 아닌, 정면에서 다가오고 있는 이들의 정체를 살피기 위함인지 그도 아니면 그저 당신을 외면하고 싶은 건지 어느쪽인지 알기 힘든 시선을 하고 있었다. 감정이 드러나지 않는 무심한 것이 그 은청의 시선에 머물렀다. 모든 살아 숨쉬는 것들에게 무관심한 은청의 시선은 당신의 입에서 '동부'라는, 단어가 나올 때까지만 해도 차분하기 짝이 없었을 것이다.
" 네가 싫어할 게 분명한 말을 해볼까. "
괜한 일이 생긴다니. 그거야말로 내가 원하던 것인데. 무감하기 짝이 없는 은청의 시선에 이채가 돌았다. 건조하게 감정이 메마른 그의 얼굴에 희미한 희열과 기쁨이 공존하는 미소가 번져나갔다. 당신이 그와 마주할 때마다 한번씩 一 아니, 매번 보아왔던 그 눈빛이다. 그리고 그는 불과 얼마전 당신의 손으로 목이 죄여졌던 날에 보였던 표정을 지금 드러내고 있었다. " 아니면 내가 무슨 말을 할지 예상할 수 있어? " 하고 도리어 그는 당신에게 질문을 되돌리며 가늘게 눈을 접어뜨고는 당신의 손을 쥐고 있던 자신의 손을 천천히 떼어내며 당신이 있는 방향으로 머리를 숙여냈다.
탄야 하멜은 당신을 향해 분명히 웃고 있었지만 광기와는 다른 것이었다.
바라고 원하던 것이 손 안에 들어오는 순간인데, 이것을 피할 이유는 없다. 되려 반가울 따름이다. 겨우 숨만 붙어서 살고 있는 이 시체같은 삶을 멈출 수 있는 또다른 기회였다. 놓칠 수 없다. 아니 一 놓칠 수 있을 리가.
" 대응하지. "
당신에게 시선이 머무른 상태로 탄야가 읊조리듯 나직하게 속삭인 말은 그와 동행한 호위에게 닿았는지 호위는 가장 앞에서 달려오는 불청객에게 공격을 내질렀다.
카리나는 자신도 모르게 터져나오는 욕설에도 머리를 부여잡을 수 밖에 없었다. 진짜로, 진짜로 귀찮게 됐다는 게 직감적으로 머릿속을 스쳐지나갔기 때문이었다. 벌써 머리 속에선 거칠게 뒤엉키는 동부와 중앙의 수인들이 떠오르고 있었다. 싸움은 마다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귀찮은 일을 만드는 것도 좋아하는 건 아니었다.
" 지들은 자기들 나와바리로 가면 된다 이거야?! 난 여기 산다고! "
아우씨, 카리나는 탄식에 가까운 소리를 뱉어내며 머리를 헝클어트린다. 분명 여기에 더 엮기게 되면 한동안 숨어사느라 피곤라기 짝이 없는 일상을 보내게 될 것이 뻔했다. 도망칠까. 저대로 내버려두고 도망치면 모든 관심을 저 무모한 수인 아가씨한테 쏠릴테니 자신은 느긋하게 살 수 있겠지만. 카리나는 머뭇거리다 결국 같이 싸우려는 듯 뒤이어 도착한 수인들에게 발을 날린다.
" 진짜! 돌겠다,돌겠어! 하긴 너도 정상은 아니었지...!! "
당황한 수인을 짓밟아 넘어트리곤 턱을 차버리며 이를 가는 카리나는 잽싸게 추격자의 수를 살피기 시작한다. 싸우는 것도 싸우는 것이지만, 도망칠 각도 봐두려는 모양이었다. 여기서 쪽수로 둘러싸여 죽긴 싫었으니까.
정부가 무너진 이후로는 규율과 질서는 피와 폭력으로 얼룩져서 변질되어버렸다. 피와 폭력, 수많은 죽음들로 쌓아올려진 도시에서 질서라는 것이 존재하는 곳은 저 높디 높은 탑이 위치하고 있는 중앙뿐이라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 이유는 중앙을 틀어쥐고 있는 하멜 가문이 무기들을 제공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가장 먼저, 동부의 수인들과 부딪힌 호위는 수적으로 불리하다는 디메리트에도 한발도 물러섬 없이 그 자리에 버티고 서서 동부의 수인들을 막아냈다. 다만 수인들끼리 뒤엉켜서 싸우는 것치고는 점잖고 젠틀한 반응이었는데, 하멜 가문에서 받은 ' 탄야 하멜의 비즈니스에 동행하여 혹시나 있을지도 모르는 습격에 대비, 보호하는 걸 우선으로 할 것. ' 라는 명령에 충실한 모습이었다. 당신이 발길질을 날려서 싸움에 섞여들었을 때 호위는 동부 수인 중 한명을 들어올려 바닥으로 내리꽂아 제압하는 순간이었고 당신이 불평을 늘어놓는 순간에도 동떨어진 것 마냥 선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은 채, 탄야 하멜은 담배를 꺼내 물어서 불을 붙혔다.
특유의 바닐라향이 섞인 연기가 자욱하게 피어오른다. 방금의 그 웃음과 눈빛은 어디로 갔는지, 흥미가 사라져버린 무심하기 짝이 없는 은청의 시선이 당신과 호위를 제치고 접근해 온 동부의 수인을 응시하는 것도 잠깐一 ,
" 난 분명, 말했어. "
온기조차 느껴지지 않은 무감한 목소리다. 당신의 불평에 대한 대답일지도 모르고, 그저 혼잣말일지도 모른다. 어느쪽이든 그는 말문을 열었다는 것이다. 자신에게 가까이 접근한 동부 수인의 무릎을 걷어찬 그가 무기력하게 바닥을 향해 늘어트리고 있던 손을 들어서 주저앉으려는 수인의 턱을 후려쳤다.
" 도망가도 된다고 말이야. "
달디단 바닐라향을 두른 눈표범 수인은 무감한 목소리로 중얼이던 말을 끝맺으며 억하는 소리도 내지 못하고 쓰러지려는 수인을 다리로 짓밟는다. 무력하게 당신이 휘두르는대로 거부감 없이 휘둘렸던 평소와는 다른 모습일지도 모른다.
수인을 짓밟으며 태연히 답하는 탄야를 보며 카리나는 기가 차다는 듯 혀를 차며 중얼거리다, 문득 떠올랐는지 깊은 한숨을 푸욱 내쉬며 중얼거린다. 사실 어쩌면 지금 탄야가 바라는대로 되고 있는 중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인지 더 기분이 나빴다. 이건 그러니까, 어, 괜히 일을 키우는 탄야 떄문이라고 생각하면서 카리나는 입술을 깨물곤 주변을 둘러본다. 분명 한녀석은 소식을 전하러 가고 있을거란 생각이었다.
" 오케이 ,찾았다. "
일이 더 커지기 전에, 아니 지금 당장은 덜 커지도록 하기 위해서 카리나는 눈을 굴리다가 씨익 웃으며 말했다. 쥐 수인으로 보이는 짧은 수인이 뒤를 돌아보며 달려가는 것을 발견한 카리나는 일단 이쪽은 위험하지 않을거란 생각이 들었는지 그 뒤를 쫒아 달리기 시작한다. 카리나는 살다살다 자기가 일이 덜 커지게 만드려고 달린다는 생각을 하며 인파 속을 요리조리 피해 달리는 쥐 수인을 따라잡았다.
" 야야, 어딜 그렇게 급하게 가. " " 이.. 빌어먹을 인간계집이..! "
잽싸게 따라잡은 카리나를 보며 당황한 쥐 수인이 내뱉는 말에, 카리나는 그런 말 정도는 하도 들어서 아무런 감흥도 없다는 듯 손을 뻗어 옷을 잡아챌 뿐이었다. 그리곤 옷을 잡아챈 손의 손목을 반대편 손으로 잡고는 몸을 휙 돌려선 쥐 수인을 바닥에 내리꽂아버린다. 수인의 신음소리에도 아랑곳않고 넘어트린 여자는 그대로 머리를 걷어차서 기절시킨다.
" 하아.. 그래도 한녀석 밖에 없나보네. "
번거로움이 개미만큼 줄어들었다고 생각하며 카리나는 혀를 차곤 쥐 수인을 끌고 도로 탄야가 있는 곳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아직은 별일 없겠지 하는 이유 모를 안심을 품은 체로.
어디까지나 수인의 범위 내에서만 국한되는 이야기지만 탄야 하멜은 그 범위에서는 결코 우수한 유전자를 물려받지 못한 열성 인자다보니 동부의 수인들의 눈에는 '보호' 와 '제압' 에 중점을 두고 자신들을 휘젖고 다니는 호위보다야 상대하기 쉬울거라는 판단을 했기 때문에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최대의 효율을 노리고 있는 그를 노리는 건 당연한 노릇이다. 그것은 자신들의 눈 앞에 있는 열성 눈표범 수인이 하멜 가문의 탄야라는 것을 알더라도 열성 一 그러니까 약자를 노리는 건 수인들 핏줄에 흐르는 본능에 따른 결과였다.
그런 수인들의 본능이야말로 그가 바라던 바였다.
스스로 숨을 끊어낼 용기도 없는 주제에, 죽기를 바란다. 사실은 그날 , 자신은 그 장소에서 죽었어야 했던 것이다. 욕설과 고함의 소음 속에서도 당신의 타박에 가까운 하소연 一불평一을 캐치해낸 건지, 탄야 하멜은 건조하기 짝이 없는 무심한 얼굴을 부드럽게 풀어내며 한숨을 쉬듯 짧은 웃음을 흘렸다. 갈망하고 열망하던 것이 기꺼이 다가왔는데 피해야할 이유는 없다. 오늘이야말로 이 숨만 쉬며 살아가는 시체와 같은 몸뚱이를 뉘일 수 있을 거라고 그는 생각했다. 당신이 쥐수인의 뒤를 쫒아 달려나갈 때 그를 돌아봤다면 은청의 시선이 아주 잠깐 당신을 바라봤다가 떨어진 것을 볼 수 있었을 것이다. 은청의 시선에 드러났다가 잠겨버린 것은 무엇일까.
탄야 하멜은 당신에게 잠시 한눈을 팔았다는 것을 증명하듯, 남아있는 또다른 수인의 접근을 쉽게 허용했다. 드디어 끝인가, 싶었던 건조하고 담백한 감상은 자신과 동행했던 호위가 옆구리를 감싸쥐며 비틀거리는 모습을 본 순간 , 사라졌다.
一 자신은, 역시 오늘도 죽지 못하겠구나 하는 문장을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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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쥐수인을 끌고 돌아온 장소는 방금 전까지의 소음이 거짓말인 것 마냥 , 차디찬 침묵이 감돌고 있었다. 최소한 바닥에 널부러져 있는 수인들에게서 고통스러운 신음이라도 들려야 옳을텐데 이상할 정도의 침묵이다.
불빛인가, 그도 아니면 겨우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희미한 달빚인가. 어느쪽이든 차디찬 침묵에서 드러난 것은 정체모를 무언가가 잔뜩 껴있는 은청의 시선이이었다. 평소 보이던 무심하게 빛나던 것과 사뭇 다른 一 명백히 먹이를 목전에 둔 짐승의 시선이 발소리에 반응한 건지 똑바로 당신과 당신이 끌고 온 쥐수인을 향해 움직인다. 만약 당신이 그에게 몇발짝 접근한다면 당신은 후각을 마비시킬 정도의 쇠비린내를 맡을 수 있을 것이고 , 그 냄새를 이겨내고 조금 더 접근하면 눈표범 수인의 발치에 널부러져 있는 이들의 모습과 발 밑에 고여있는 것의 감각 , 더 나아가 당신이 아는 ' 탄야 하멜 ' 이 당신이 끌고 온 쥐수인에게 고개를 기울이고 붉게 젖은 손으로 쥐수인의 어깨를 움켜쥐려하는 걸 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