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력한 웃음과 함께 들려오는 탄야의 말에도, 새하얀 이를 드러내며 카리나는 웃어보인다. 정말이지. 그런 말에 겁먹기엔 둘이 봐온 시간이 좀 길었다. 아마도 만난지 얼마 되지 않은 상태에서 들었다면, 정당방위랍시고 달려들었을지도 모르지만. 카리나는 이어서 들려오는 맥 빠진 미소와 말에 한숨을 푹 내쉰다.
" 그럼 그 사정이란 것에 대해서 좀 알자. 그렇게 꽁꽁 숨겨놓고 ' 아, 이녀석.. 내 사정을 알아줬으면.. ' 하고 생각하는건 아니지? "
카리나는 미간을 찌푸리더니 고개를 휙휙 젓고는 설마 하는 눈으로 탄야를 응시한다. 아무리 그래도 그정도로 답답한 생각을 하고 있지는 않을거라고 믿고 싶다는 듯한 눈빛이었다. 그러다 잠시 생각에 빠진 듯 입술을 깨문 체 고개를 숙여 바닥을 내려다보던 카리나는 한숨을 내쉰다.
" 내 사정.. 내 사정은 뭐 없는데. 아버지랍시고 특정지을 사람이 너무 많은 이름 모를 여자의 딸로 태어나서 제대로 자라기도 전에 버려졌고, 저 더러운 뒷골목 바닥에서부터 살아남겠다고 뭔지 모를 것들을 줏어먹으면서 자랐어. "
카리나는 일단 네 말마따나 사정을 모르기에 어떤 말도 못 하게 만들지는 않겠다는 듯 주절주절 이야기를 해나간다.
" 뒷골목이란게, 애들도 가차없거든. 아니, 그 뒷골목 거렁뱅이들한테는 어린 아이들만한 것도 없지. 그런 곳에서 살아남겠답시고 들개처럼 살았어. 무기가 있으면 뭐가 됐든 휘둘러대고, 무기가 없으면 이빨로 물어뜯고, 할퀴고, 잡아뜯고 별거 다 하면서 살아남았어. 하도 두들겨 맞아서 열병에 시달려서 간신히 살아났을 떄도 있고, 아주 안 좋을 일을 당할 뻔 했지만 가까스로 벗어난 적도 있고.. 뭐, 그런 식으로 살았어. 그 결과물이 눈 앞의 나야. "
자세히 말하자면 비참하기 그지 없는 일생의 연속이었겠지만, 카리나는 남 이야기를 하듯 덤덤했다. 그저 그랬을 뿐이라는 듯, 과거는 중요하지 않다는 듯 차분하기 그지 없는 표정이었다.
" 그래서 넌 말해줄 생각이라도 있어? 내 더럽고 아무것도 아닌 삶에 대해선 다 들었는데. "
헛점이나 파고들어도 다치거나 하지 않을 것 같아서 건드려보면 의외의 곳에서 두터운 가드를 맞이하는 건 맞잖아. 본격 오너가 분석하기 어려운 캐릭=탄야라는 공식은 정설이야...🙄 탄야랑 그렇게 지내고 싶으면...아마 카리나가 일탈하자던가 하는 말은 한동안 접어두는 게 좋을지도. 지금 탄야는 카리나한테만은 의외로 너그럽고 더 이리저리 휘둘려주고 있는데 이걸 조금 눈치챈 상태로 볼 수 있어.
탄야의 표정은 언제 그랬냐는 듯, 늘 지어보이는 그 표정으로 바뀌었다. 아니 一 그보다 더 그늘진 어떠한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지친듯, 지긋지긋하다는 듯. 당신이 전혀 무서워하지 않는 모습을 보일 때마다 매순간 증명받는 느낌이었다. 이런 시대가 되기 전에 강제로 증명당해버렸던 그 순간처럼. 너는.. 아니, 나는 이 숨이 끊기기 전까지 열성이라는 유일무이한 콤플렉스에서 벗어날 수 없구나 하고. 강요받은 이름이 가진 무게와 뇌리에 새겨져서 가끔씩 목을 죄는 콤플렉스에서 오는 진절머리나는 괴리감과 그것에서 오는 모든 것들을 죽어서도 벗어나지 못하는걸까.
사정에 대해 알려달라고 부탁하는 당신의 말에, 그는 쉬이 말을 혀끝에 올리지 못한 채 입을 다물어 침묵을 유지하고 와인잔에 채워진 와인을 비워낸 뒤 상온에 놓아둬서 미지근해진 와인병으로 손을 뻗었다. 타들어가는 담배에 매달려있던 잿뭉치가 바닥으로 떨어져서 한점, 지저분한 흔적을 만들었으나 그는 신경쓰지 않고 있다. 뒤이어 당신의 이야기가 들려온다. 탄야 하멜은 타인의 이야기를 들을지언정, 그것에 개인적인 감상을 얹지 않는 성미였다. 정정한다. 남아있는 감정조차 말라비틀어져있을지도 모르는 생명체인 탄야가 그것이 가능할리 없다. 애초에 불가능한 영역의 이야기였다. 지극히 개인적이고 프라이빗한 당신의 이제껏 살아온 삶의 일부분을 정면에서 듣고 있는 존재는 그런 수인이었다. 감정이 말라비틀어진 수인은 당신의 이야기를 다소 객관적으로 받아들였다.
" 너랑 나는 닮은 점이 없어. 그럴리가 없다고 대답할테지만, 그런 곳에서 살아온 너는 내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 말한다고 해서 이해할 수 있을까? 불가능할걸. "
태어난 곳도, 자라온 배경도, 지금 있는 위치도 전부 닮은 구석이라고는 하나없이 평행선을 이루고 있는 당신과 자신이 서로를 이해하는 일은 둘 중 누가 죽어버리는 순간까지 없을 것이다.
" 내가 살아온 삶에 대해 이야기하는 건 썩 유쾌하지 않으니 원래 이런 성격이라고 이야기해둘까. 콤플렉스 덩어리라고. "
카리나는 픽 웃으며 닮은 점이 없다는 탄야의 말에 대꾸하며 손가락으로 자신과 탄야를 번갈아 가리켜보이곤 어깨를 으쓱한다. 애초에 닮았다는 감상 같은 건 없었으니까. 아니, 적어도 자신은 저렇게 무미건조한 인간은 아닐거라고 생각하는 카리나였으니까. 저 모든 것에 초연한 모습은 절대로 자신과 어울리지 않았으니까. 그래서 애초에 닮았다는 마음 따위는 가져본 적 없었다. 닮았다는 이야기를 제 입으로 먼저 꺼냈다가 탄야에게 무슨 소리를 들을지 몰랐다는 것도 있었지만.
" 콤플렉스.. 음, 어려운 말은 잘 모르는데. 아무튼 네 말에 따르면 원래 그런 성격이라는거지? 진짜 베베 꼬였네. "
카리나는 한숨을 푹 내쉬며 고개를 젓는다. 이야기를 하고 싶으면 마음을 열어줘야 하는데, 어떻게든 다가가려고 해봐도 벽을 치고 밀어낸다. 그러면서 은근히 자신에게 공감해주길 바라는 저 모습은 어린아이 같아 보였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하고, 죽고 싶다면서도 죽는 것 마저도 제 손으로 하는게 아니라 남의 손을 빌리고자 하는 어린 아이. 그 안에 어떤 것이 숨어있기에 저러는 것인지 지금도 카리나는 알 수 없었기에 답답했다.
" 있잖아, 나는 너랑 다르게 멍청해서 복잡하게 생각하는 건 별로 안 좋아한단 말이야? 잘 하지도 못하고? "
카리나는 자신을 별다른 감정이 섞이지 않는 눈으로 바라보는 탄야에게 다가가 그 다리 위에 올라앉고선 천천히 손을 뻗어 탄야의 머리를 쓸어내려준다.
" 그래서 다시 처음 만났을 때로 돌아온 것 같네. 여기, 이 자리에서 죽으면 만족하겠어? "
체감온도가 꽤 차더라. 감기는 필수불가결일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들어. 답레 서둘러서 안써도 됐는데 고생했어. 대신 내쪽에서 답레가 늦을 것 같다는 점을 알리도록 할게...아마 길면 저번과 같은 기간,짧으면..사나흘정도로🙏 어제 퇴근 후에 잠을 거의 못잔 탓에 오늘 퇴근하고 나면 기절할 것 같거든. 갱신해두고 갈게.
당신의 말이 그의 귀에 와닿았다. 그 말이 맞다. 닮은 구석은 단 하나도 없다. 외형을 포함해, 좀 더 근본적인 것들도 모든 것들이 닮지 않았다. 죽고 싶어하는 이와 어떻게든 살고 싶어하는 이가 닮는 것 자체가 우스울 따름이지만. 탄야는 천천히 담배를 쥔 손을 입가에 가져다대고 느리게 연기를뱉어내며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고 있었다. 담배 끄트머리에 머물러있는 불꽃이 꼭 제 꼴과 비슷해보이는 건 착각일까.
" ...그렇다고 해두지. 어디서부터 꼬였는지는 모르겠지만. "
재떨이에 처박은 담배가 숨을 다했다. 희뿌연 회색 연기 한줄기가 희미하게 피어오르다가 사라진다. 그것을 가만히 은청의 시선으로 응시하던 그가 들릴듯 말듯 희미한 목소리로 중얼였다. 당신의 말대로 태어날 때부터 그랬던건가. 그것도 아니면 환경이 이렇게 만들어버린건가. -어느쪽이든 이제는 떠올려내지 못하고 있다. 그만큼 해묵은 것이다. 오래도록 머물러있던 재떨이에서 손을 떼어내고 탄야는 와인잔을 쥐려다가 잠시 정지했다.
자신의 다리에 걸터앉는 당신의 행동과 그것으로 그치지 않고 머리에 손을 대는 당신의 모습 때문이다. 감정이 옅은 은청의 시선이 당신의 행동거지를 관찰하듯 따라서 움직였다가 당신을 향해 머무른다.
" 그렇네. "
짤막히 답을 내고 탄야는 은청의 시선을 가늘게 접어뜬다. 와인잔을 쥐려던 손을 여전히 테이블 위에 내버려둔 상태로 탄야가 당신의 행동에 한숨처럼 짧게, 무력한 웃음을 흘려냈다. 숨을 죄기 직전의 선득한 감각에 등골이 저린다. 지독하게 열망했으나 스스로 끊어낼 용기는 없어서 해내지 못했던 것. 그의 무력하던 웃음에 처음으로 무언가가 담겼다. 그건 지독하게 열망하고 집착하던 것을 받을 수 있다는 것에서 오는 광기와 닮은 무언가였다. 희열과 만족이 뒤섞여있는 그의 광기를 당신은 눈치챌 수 있을까. 눈치 못 챌지도 모른다. 당신과는 관계없는 것일지도 모르기 때문에.
다만 당신이 볼 수 있는 것은 당신이 그의 목을 감쌌을 때 그 은청의 시선을 감아낸 그의 꼴이, 꼭 형집행을 기다리는 죄인과 닮았다는 점이다.
목을 옭죄기 시작한 손에 힘을 주며 카리나는 나직히 말한다. 보면 볼수록, 저 눈동자 안의 환희를 볼수록 카리나의 기분은 나빠져간다. 힘은 점점 더 들어가 미약한 숨만 탄야의 안으로 스며들 수 있을 정도가 될 때까지 목을 조르던 카리나는 짜증이 섞인 목소리로 말한다. 그냥 이 짜증을 풀기 위해 이 목을 그대로 꺾어버리고 다시 뒷골목으로 돌아갈까? 어차피 이 멍청한 수인들은 자신이 죽였을거라곤 생각도 못 할텐데.
" 개빡치네, 진짜. 지만 좋은 X같은 거래야. 이거. "
으드득, 이를 갈면서 카리나는 점점 몽롱해져가는 탄야의 눈동자를 보며 읊조린다. 아무리 봐도 이건 눈 앞의 탄야만 좋은 거래였다. 빌어먹을, X같네. 카리나는 제 성질대로 손에 온전히 힘을 넣으려다 거칠게 손을 떼어내곤 씩씩대며 탐야를 노려다본다. 입술 사이에선 상스러운 욕설들이 쉴세없이 터져나온다.
" 하마터면 이 불공평한 거래에 응할 뻔 했어. 제길! 네가 뒤지면 내가 뭐가 좋은데?! "
씩씩대며 탄야의 양볼을 움켜쥐곤 거칠게 으르렁댄다. 마치 카리나가 오히려 수인이라도 된 것처럼. 몇번이고 욕설을 내지른 카리나는 몸을 벌떡 일으켜선 거칠게 다른 곳에 있던 의자를 걷어차서 넘어트린다.
" 젠장!!!! "
의자를 걷어차고 와인병을 집어들어 옷이 젖든 말든 거칠게 들이킨다.
" 너, 뒤지고 싶으면 그에 걸맞는 조건을 제시해. 알았어? 난 자선사업가가 아니야! 뭔 일이든 돈 되고 먹고 사는데 도움이 되면 닥치는 대로 하는 스케빈저지! "
내쉬는 날숨을 의식적으로 죽이고 있으면 자신의 맥이 뛰는 소리가 귓전을 떠다닌다. 갈망하고 열망하던 순간이다. 이 감정을 뭐라 설명하면 좋을까. 맥이 뛰는 소리의 틈새를 비집고 들려오는 목소리에 탄야는 그저 눈을 감은 채,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혈육을 제외하면 그 누구도 닿지 않은 자신의 몸一 그러니까 생명과 직결되는 급소를 타인의 손에 쥐어주고 저항 의지를 보이지 않는 꼴이 무력하게 보이겠구나, 하고 탄야는 생각했다.
그 날, 그 곳에서 탄야 하멜은 죽었다. 이 곳에 남아 있는 것은 모든 게 소실되어버린 껍데기일 뿐이다. 당신의 손이 거칠게 떨어졌을 때 그는 지극히 자연스레 막혔던 숨을 마시고 내쉬었을 뿐, 용케 기침을 하지 않았다. 가빠진 숨을 불규칙적으로 반복하던 그가 은청의 시선을 뜬 것은 당신이 얼굴을 쥐었을 때였다. 앞으로 조금만 더 있었더라면 열망을 이룰 수 있었는데.
" 一 내가 살아있어서 너에게 득될 것은 있고? "
앞으로 한발만 더 내딛었다면 이 지긋지긋한 삶을 끝낼 수 있었을텐데. 막혔던 숨통이 트이고난 뒤라 그런지, 당신의 신경질적인 말에 대꾸하는 그의 목소리는 속삭이는 정도로 잠겨있었다. 원하던 것을 이룰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더니, 목전에서 빼앗겨버렸기에 그 은청의 시선은 생리적인 눈물에 잠겨서 흔들리는 것 같은 착각을 줬으나, 그 목소리만큼은 차고 냉랭하기 짝이 없었다. 의자를 걷어차는 난폭한 당신의 행동에도 그는 늘 그랬듯이 무력한 자세를 취했다.
아니, 평소보다 더 심했을 것이다.
" 네가 자연히 숨이 다할 때까지 안전하게 지낼 수 있는 장소, 네가 평생 써도 부족하지 않은 돈. 네가 이런 짓을 하더라도 괜찮을 정도의 권력. "
당신의 행패에 탄야는 지적하지 않았다. 아니 지적하고자 하는 마음조차 들지 않았다가 정확했다. 또한 탄야가 말은 걸맞는 조건을 제시하라는 당신의 말에 맞췄다는 점이 강했다.
" 모두 마음에 안든다면, 네가 원하는 조건을 제시해. 일탈이니 뭐니 그런건 관두고. 비즈니스는 그런거야. "
카리나는 씩씩 거리던 것을 멈추곤 타다 남은 재처럼 말하는 탄야에게 픽 웃으며 말한다. 안전한 장소, 부족하지 않을 돈, 권력 다 좋지만 그게 탄야가 카리나의 손에 사그라진 후에도 유지될거란 보장이 있을까. 특히나 권력이나 돈은 분명 카리나에게 이어진 것을 눈치 챈 승냥이들이 카리나에게 달려들기 딱 좋은 계기가 될 것이 분명했다. 안전한 장소, 좋다. 하지만 그건 새장안의 새처럼 그 안에서나 살아가게 되지 않을까. 아니, 이 세상에 완전한 비밀이란건 참으로 힘든 일이니 카리나가 탄야를 죽인 것을 복수하겠답시고 찾아올 이가 있을지도 몰랐다.
" ... 생각해볼게. 네가 말하는 비지니스에 어울리는 조건을 말이야. "
씩씩거리던 것은 그만둔 카리나가 머리를 쓸어넘기며 중얼거린다. 머리 쓰는 건 안 어울리는데. 결국엔 머리를 쓰게 만드는 탄야가 괜히 미워진다. 자꾸만 자신을 곤란하게 만드는 저 아가씨 - 입밖으론 내지 않는 단어지만 -를 어떻게 해야하는걸까. 카리나는 그렇게 대꾸를 하곤 실이 끊어진 인형처럼 털썩 앉아버리곤 한숨을 내쉰다.
" 동화책이나 마저 읽어달라고 하려고 왔던건데 왜 이렇게 된건지 알 수가 없어. "
세상사 아무도 모르는 일이라지만 참 고달프게 만든다는 듯, 카리나는 탄식을 내뱉는다. 누군가와 관계를 이렇게 이어나가는 것이 처음인데, 그 관계의 끝이 제 손으로 죽이는 것으로 흘러가려고만 한다. 그것이 거친 카리나를 답답하게 만들었다.
숨이 조여드는 순간까지 테이블 위를 떠나지 않고 있던 그의 손이 떠난다 싶더니 자신의 목으로 가져간다. 방금까지 당신이, 당신의 손으로 쥐었던 곳을 더듬다가 그는 잠시 손가락을 구부려 감각을 곱씹기라도 하듯 행동했다. 당신의 분노와 행패에도 그는언제나 항상 그랬던 것 마냥 잠자코 지켜볼 뿐이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숨이 조여드는 순간에 도취되었던 것을 더듬고 있었다. 대답을 하면서도 탄야의 그 시선은 여전히 가늘게 접어뜨고 있었는데 눈을 물들였던 광기는 온데간데 사라져서는 한없이 무기력하다.
" 나는 폭력이 아닌 대화와 협상을 통해 조율하는 방식을 선호하니까. 네가 제안할 것이 터무니없지 않는 이상 나는 거절하지 않아. "
무기력하고 무미건조한 태도로 탄야가 중얼거리며 테이블 위에 손을 올려서 자신의 담배를 꺼내 들었다. 심하게 기침을 하거나 하는 건 없었지만 짧은 순간 숨이 조여들었다는 사실은 뇌로 향하는 산소가 부족해지기 마련이기 때문에 탄야는 머리가 잘 돌아가지 않는 경험을 하는 중이었다. 불을 붙히지 않은 담배를 입에 물고 그는 자리에서 일어섰는데 약간 비틀거릴 뿐 움직임에 문제는 없는지 당신을 향해 곧장 다가섰다.
" 잊어버린 모양인데.. "
앉아 있는 당신의 곁까지 다가온 탄야는 상체를 기울여서 당신의 얼굴을 가만히 응시하다가 짧고 무기력한 웃음을 지으며 단조롭게 말문을 열었다.
" 날 찾아온 건 네가 먼저였어. "
그의 손이 느릿하게 당신의 어깨를 스쳐 지나가고 곧, 당신의 턱 아래에 닿았을 때 그는 언젠가 그랬던 것처럼 강제성 없이 들어올리려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