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마엘은 눈을 가늘게 떴다. 상냥하고 가여운 사람. 이상향으로 데려가고 싶은 사랑스러운 인간. 그렇지만 당신은 너무 많은 걸 알고 있다. 나가 떨어지는 모습을 봤음에도 침묵했고, 목을 노렸을 때도 침묵했다. 뒤를 돌며 단숨에 염동력을 이용해 보이지 않는 벽을 세워 공격을 막아낸 이스마엘이 그제야 무겁게 입을 뗐다.
"억울한 일을 당했느냐 물었지요. 소중한 사람을 잃었고, 그 잃은 사람을 다시 한 번 죽여야 합니다."
뼛속 깊이 트라우마로 남는 행위. 이스마엘은 그 고통을 절대 가볍게 보지 못했다.
"내 손으로."
제 아버지가 자신을 부여잡고 울던 날도 있었으나, 죽은 아비가 카시노프의 손에 살아 돌아오는 그날을 기점으로 이스마엘은 트라우마에 시달렸다. 단 하루도 쉬지않고, 일상을 아무렇지 않은 듯 살아가면서 제 아버지에 대해 끝없이 생각했다. 끔찍한 미래를 홀로 상상하며 앓았고, 말하기 두려운 것이 많아 힘겹게 찾았던 에델바이스 내부 심리 상담 센터에서 입을 열지도 못하고 한참을 미안하다고만 중얼거리다 나왔다. 설명할 수 없는 혐오감이 온몸을 감쌀 때가 있고, 그때의 기억이 이따금 머리를 스칠 때면 불침번을 서더라도 주저앉아 통곡했다. 때로는 그런 것이 아무렇지 않은 듯 살다가 충동적으로 개인실의 물건을 죄다 깨부순 적도 있었다. 긴장이 풀리지 않아 잠을 잘 수 없으며, 하루에 두시간 정도 자는 것으로 족한 생활을 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스마엘은 현실을 살아가고자 했다. 아무렇지도 않은 듯.
"그럼에도- 참는 이유가 무엇인지 아십니까?"
가라앉되 담담한 어조와 달리 손을 들어 보이지 않는 힘으로 당신을 틀어쥐려는 모습은 살벌했다.
"내가 원체 나쁜 년이라, 앞으로 벌일 일에 비하면, 그런 과거는 아무렇지도 않을 거라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그래."
"저는 당신들을 비난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어쩔 수 없이... 당신들이 못 본 걸 저는 봤기 때문에, 어쩔 수 없습니다."
이유 같은 게 있을까보냐. 이것은 어쩌면 운일지도 모르고. 어쩌면 지향점의 차이로부터 발생한 도착점의 차이일지도 몰랐다. 너는 계속해서 헤맸다. 가디언즈를 향한 비 세븐스들의 시선을 알고 있었기에, 세븐스에게도 저런 시선이 향할 수 있구나 라는 것 정도는 알았다. 그리고 대부분은 그런 시선을 받지 못한다는 것도. 계속해서 레지스탕스들을 마주하며 그들이 뭘 바라는지는 그다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내 임무는 그게 아니었으니까. 그렇지만 시간이 갈수록 이상하다는 걸 깨달았다. 이건 정상이 아니구나, 아니면 내가 비정상인 거구나. 둘 중 무엇이든 내가 머물 자리는 그 곳이 아니라는 생각이 본능적으로 들어 도망쳐 나왔다.
"당신은 얼마나 그런 걸 찾아 헤맸습니까?"
찾아내고 싶었으나 찾지 못해 다다른 곳이 지금 이 자리냐는 듯, 너는 까만 눈으로 그를 응시했다. 이미 있을 자리 따위 없다고 말하는 그의 모습에 애처롭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행히 아기들에 대한 이야기가 성공적이었는지, 그는 지도를 꺼내 던졌고, 너는 그걸 받아들었다.
"......감사합니다."
이게 블러핑일 가능성? 그런 악의는 느껴지지 않았다. 애초부터 그에게는 너를 향한 악의는 느껴지지 않았으니까. 그렇기에 안타까움이 배가되는 기분이었다, 이들은 세븐스라면 자신들을 막아서더라도 목숨을 빼앗을 각오가 되어있지 않은, 정말 약한 사람들이구나 싶었다. 온전히 세븐스가 아닌 존재에게 증오를 쏟기 위해서였을까. 지도를 들여다보다가 몸을 돌리던 너는 살짝 뒤를 돌아보았다.
"제 이름은 쥬데카, 쥬데카 뷔시카리오입니다."
당신의 이름은, 말해주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기다리겠습니다, 낙원의 입구에서 다시 만날 수 있기를, 그 곳에서 이름을 들을 수 있었으면 좋겠군요."
낙원에 들어가지는 못하더라도 낙원을 볼 수는 있으리라, 그 때에 이르러 다시 마주할 수 있길 바라면서. 너는 바로 몸을 돌려 폭탄을 찾아나섰다. 폭탄을 찾아낸다면 바로 해체에 들어가야 했으니까.
에일린은 자신의 예상을 뛰어넘은 그녀의 말에 할말을 잃고 말았다. 소중한 사람을 잃고 그 잃은 사람을 다시 한 번 죽여야한다는 것은 자신이라면 당장이라도 자결을 선택할만큼 끔찍한 일이었다.
사랑하는 남편이 가벼운 폐렴에 걸렸을 때, 아무도 남편을 치료해주지 않아 결국 그를 떠나보내야만 했다. 피를 토하며 시시각각 약해지는 그의 얼굴을 보는 것은 너무나 고통스러웠다. 자신의 딸 아이가 과속차량에 부딪혀 목숨을 잃었을 때, 아이의 숨이 아직 붙어 있었으나 모녀가 세븐스라는 이유로 아무도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주지 않았을 때, 엄마 너무 추워라는 말을 끝으로 숨을 거두었을 때, 그녀는 자신 안의 무엇인가가 끊어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차량 주인은 재수가 없다며 침을 뱉었고 경찰은 그에게 과속 딱지만 끊고 목숨을 잃은 아이를 보고 빨리 치워버리라 힐난할 뿐이었다. 그녀에겐 아무도 남지 않았다. 하루에도 몇번씩 목숨을 끊으려고 했다. 그러다가 어느날 문득, 가슴 깊이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그녀는 자신의 분노를 외부로 표출하기 시작했고 그녀는 더 이상 목숨을 끊으려고 하지 않았다. 죽을 각오로 살라는 말이 딱 그 꼴이었다.
"뭐지?"
그녀 역시 담담한 어조로 어둠의 힘을 이용해서 이스마엘의 힘을 대적했다. 벽으로 날아가자 자신의 힘으로 벽을 파괴해버리고 검은 촉수를 뻗어 그녀를 공격했다.
"미안하다. 얘야, 너도 나처럼 약한 이였구나..속은 너무나도 여린 네가 악인을 연기하면서 스스로를 속이고 있잖니?"
살을 내어주고 뼈를 취한다는 격언이 있다. 복잡하게 해석할 여지 없는 의미 그대로의 말이. 다만 그는 뼈를 취한 대가로 자신 역시 고스란히 뼈를 내어주고 말았다는 게 실책이다. 머릿속을 뒤흔드는 듯한 충격에 한순간 호흡마저 멈추었다. 그러나 신음 흘리는 대신 긴 숨만 내쉬는 것으로 비명을 대신한다. 잠시간 서로 공격이 멈춘 사이, 그는 흘끗 시선을 들어 상대방을 가만히 관찰했다. 여전하게도 집요한 성질이 묻어나는 시선이다. 짧은 동안의 탐색이 끝나고 츠쿠시는 결론을 내렸다.
좋아, 여기까지다. 그는 칼을 완전히 거두었다. 여러 방면으로 고찰한 결과 내려진 결론이다. 상대는 팔 한쪽에 큰 상처를 입었고 자신은, 머리가 울리는 듯한 감각이 느껴진다. 필시 위험한 신호겠지. 최대한 속전을 노리고자 했지만 이대로라면 결착이 나지 않을 듯하고, 싸움에 이긴다 해도 여기에서 더 부상을 입게 된다면 아무것도 제 시간에 해낼 수 없으리라. 이 정도로 시간을 촉박하게 만들었으니 거짓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사실 무엇보다도, 싸우기 싫다는 호소만큼은 진심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다른 말이라면 몰라도 그는 그 말만은 무시할 수 없었다.
"예, 협조에 감사드립니다. 다시 한 번 무례에 사과하겠습니다. 당신 역시 가능하다면 서둘러 대피하시길."
그리고 통신장치를 통해 제 몫의 임무를 완수한 레이먼드에게 지원을 요청했다. 자신은 늦을 수도 있어도 레이먼드는 빠르니 문제 없겠지. 폭탄을 확인하러 가기엔 수상한 상대를 붙잡아둘 수 없고, 싸우기에는 시간이 촉박하다는 문제를 해결했으니 계속 치열하게 싸워도 될 테지만…… 이미 사라진 전의를 구태여 불태우지는 않고 싶다. 그러나 지독한 의심증에 빠진 전직 가디언즈는 마지막까지 포기하고 않고 한 마디 더 던지는 것이다.
>>717 레이첼은 숨을 헐떡이며 여전히 전투 태세를 갖추고 있었다. 그녀는 츠쿠시를 믿지 못했다. 아까부터 계속 진실만을 이야기하고 있던 그녀를 지레짐작으로 이렇게까지 공격해왔으니 도와주고 싶어도 도와줄 수 가 없었다.
만약 그녀가 레이첼을 진정으로 믿어줬다면 이미 그녀가 맡은 지역의 폭탄은 해체되고도 남았을 것이다. 레이첼은 정말로 억울한듯 눈물까지 흘리며 씩씩거리고 있었다.
"사과하면 다 되는 줄 알아! 너 대체 뭐하는 X이야!"
절규하다시피 소리치는 그녀는 누가봐도 딱히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지 않았다. 아까부터 계속 폭탄의 위치를 알려주고 있었건만 눈 앞에 있는 이자는 아무리 말해도 들어주지 않았다. 아까부터 그녀에게 찔린 곳이 너무나 아파왔다. 자신이 다쳐서 올때마다 치료를 해줬던 멜로나 지오반니 같은 동료들 생각이 나서 서러움이 복받쳤다.
포탈을 통과해가며 저에게 달려드는 양배추와 덩굴들 피한다. 이어진 공격이 제대로 들어가고, 소년이 주저앉자 잠시 멈추며 숨을 고른다. 죽이긴 왜 죽여. 죽기 전까지 아슬아슬하게 조절해가는 방법이 있는데. 죽이고 나면 폭탄의 위치를 알 수가 없는걸. 기분 나쁜 양배추를 소환한 것에 한 대 더 때릴까, 주먹을 쥔 손을 들다가 내린다. 어떻게 폭력을 쓰기 이전에 약점이 될 만한 걸 다 쑤셔볼까. 그런 생각을 하며 소년에게 다가가 멱살을 잡아 들어 올리고서 귓가에 속삭이려 했다.
"폭탄 위치를 말하지 않으면, 그 식물 친구들이 불타며 아파하는 소리를 듣게 될 거예요."
말하고선 생글생글 웃으며 소년과 눈을 마주하려 했다.
"아니지. 말하지 말아요. 그냥 우리 같이 죽죠. 응. 폭탄 테러에서 죄 없는 세븐스 한 명 정도 휘말릴 수 있는 거잖아요. 그쵸?"
고통스러운 과거, 승화하고 나아가야 할 시련. 이스마엘은 자신의 과거를 그렇게 생각하고 합리화 하고자 했다. 몰아치는 감정의 파도는 스스로 제어할 수 있는 것이 절대 아니지만, 그 또한 이스마엘의 일부이기 때문에 최대한 이겨내고자 했다. 그런데 당신은. 이스마엘은 가면 속 눈을 홉떴다.
"제발, 사과하지 마십시오."
이스마엘은 최대한 염동력을 이용해 공격을 막으려 시도했으나 일부는 그대로 허용하듯 허리 부근과 어깨를 스쳤다. 거센 촉수에 살점이 뜯긴 듯싶었으나 내색하지 않았다.
"예. 저는 약합니다. 속이 여리고 심지가 굳세지 못합니다. 그렇지만 단 하루도 스스로를 속인 날이 없었습니다. 당신과 같은 피해자를 적으로 돌리고 화합을 추구하는데, 그게 다른 누군가의 입장에서 악인이 아니면 무엇이란 말입니까?"
저는 죄인입니다.
"앞으로 벌일 일이 누군가 바라지 않는 세상을 실행에 옮기는 것인 극악무도한 죄인. 하지만.. 선의를 행하면 위선이라 손가락질받고, 악을 행하면 뻔뻔하게 고개를 들고 다닌다 하는 박쥐같은 곳이니 차라리 뻔뻔히 고개를 들고 다니겠습니다. 그게 제가 여기에 선 이유입니다."
입에 고인 피를 가면 너머로 뱉을 수 없어 흘려냈다. 턱에 고이는 느낌 불쾌했으나 이스마엘은 당신을 제압하듯 강한 염동력으로 짓누르려 시도했다.
마치 그녀를 잘 아는 것처럼 말하고 행동하는 남자를 보며 그녀는 미간을 구겼다. 뭐지? 이것도 환각의 일부인가 싶지만 자매는 명백히 모르는 태도를 보였다. 그 사이 그녀의 뒤로, 다시 앞으로 이동하며 자매를 찾아내 꿀밤을 먹이는 걸 보고 다시금 저 놈 뭐야 생각한다.
"징그러운 소리 집어쳐. 네 놈 혓바닥부터 뿌리까지 녹여줄까?"
남자의 농담에 짜증스럽게 대꾸하고 미리 생성한 독액을 긴 끈처럼 늘여서 남자의 발치를 향해 한 번 휘두른다. 피하지 않아도 닿지는 않았을 것이다. 바닥을 찰싹 치고 지나갔겠지. 남자의 꿀밤을 맞고 모습을 드러낸 자매를 힐끔 보고, 남자의 마스크로 시선을 돌린 그녀는 짧은 한숨을 내쉬고 말했다.
"조력자는 옘병. 어디서 무슨 짓거리 하다 이제 어슬렁어슬렁 기어나오냐. 이선우?"
휘둘렀던 독액끈을 여전히 늘어뜨린 채로 남자를 추궁한다.
"형이니 뭐니 헛소리 좀 하던데. 여기에 폭탄 있는 건 아냐? 그거 설마 네가 심은 건 아니겠지?"
자캐가_고의로_어깨빵을_당한다면_상황과_자캐의반응 이거 저번에 풀었던 것 같은데... situplay>1596645097>562 여기에 있구만! >:3 여기서는 햇살 무해 저 때문에 그런 것 같군요 미안합니다! 하지만 슬럼에서는 어깨빵 당하면 그 틈에 소매치기 했어.. 그런데 더 풀어달란 건.. 이스마엘이 진짜 개빡쳤을 때, 무려 악의적인 어깨빵을 당했을 경우를 풀어달라는 말이렷다..?
과거 같은 상황이 있었다. 아마 능란히 웃는 표정과 함께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아무렇지도 않은 듯, 이쪽에서 사과했던 일을 기억할 것이다. 다른 점이 여럿 있었으니 이스마엘은 어깨에 강한 충격과 함께 뒤로 밀려나기만 했을 뿐이다. 외마디 비명도 없었고, 웃는 표정도 없었다. 단지 어깨를 친 사람의 얼굴을 기다란 손가락을 쭉 뻗어 틀어쥐듯 잡더니 그대로 밀고 나가듯 하며 머리를 처박았다. 주변 시선이 일순 몰렸을 때, 이스마엘은 멱살을 틀어쥐더니 어깨를 친 사람에게 주먹을 휘둘렀다. 누군가 황급히 달려나와 이스마엘을 붙잡고 두 사람간의 거리를 떨어뜨리려 했으나 어디서 나온 힘인지 모를 것으로 질질 상대를 끌었다.
멘션_온_곡을_모티브로_자캐_로그_연성 뭐 뭔소리고 이게 뭔소리야 안돼 못해 할 수 없어!
자캐의_이성을_잃게_할_수_있는_일은 어이쿠야 이.. 이런 해시가..👀 아무래도 이스마엘이 이성을 잃는 순간은 두개로 나뉘는데.. 지극히 당연한 이성 잃기와 말 그대로 광기가 있습니다 예!
지극히 당연한 이성 잃기의 경우는 카시노프의 아빠 말해봐~ 같은 극악무도한 패드립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데.. 그거 말고도 에델바이스 사람 중에서 중상을 입는 사람이 하나라도 나오면 점차 흔들리더니 어느 순간 이성을 툭 잃어버리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아무튼 그런 지극히 당연한 일에서 이성을 잃는 거고..
좀 더 비틀린 광기 상황은 뭐.. 결국 아버지가 에델바이스의 손이 아닌 '폐기'등의 이유, 즉 긍정적이지 못한 방향으로 다시 죽음을 맞이했다던가, 중상을 입은 사람이 자신의 가장 소중한 사람인데 정신도 못 차리고 그런다..? 같은.. 그런 상황에선 우는 걸 참듯이 끅끅대다 폭소하더니 "아.. 자존심 상하네.." 이런 대사 치면서 일어서더니 자기가 중상을 입어도 인체에 대한 새로운 자극이며 이것도 표본으로 쓸 수 있다느니 뭐니 하는 비윤리매싸박제러버 제스마엘 나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