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가며 인사하는 아이들에게 살짝 웃으며 대답해주곤 레레시아를 따라 걷다보니 어느새 가게 앞이다. 처음으로 들어간 곳은 아기자기한 느낌의 악세사리점, 가게의 규모만으로 판단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걸 몸소 증명하듯 가게 안에는 꽤 많은 종류의 악세사리가 진열되어 있었다. 대신이랄까 전반적으로 화려한 느낌의 악세사리보다는, 가볍고 수수한 느낌을 주는 악세사리가 대부분이어서 보기에 부담스럽지 않아 괜찮은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직원과 인사하는 레레시아를 따라 가볍게 인사를 건넨 너는 레레시아의 말에 진열장을 들여다본다. 앞서서 종류가 꽤 다양한게 가게의 규모에 비해서라곤 했지만 정작 너는 그게 어느정도인지는 모르고 있었다. 애초에 이런 장소에 와본 적이 있던가? 예전에 한 번쯤 와봤던 것 같긴 하지만 그때 이 곳에 오려고 한 주체는 네가 아니었으니까. 어쨌든 진열장을 들여다보며 어떤 악세사리가 좋을까 잠시 고민해본다.
"역시 목걸이를... 으음."
가만 생각해 보면 항상 목을 덮는 옷을 입고 있었지, 목이 드러나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 같은데 목에 거는 악세사리를 하게 되면 목에 자꾸 시선이 가서 불편해할지도. 그러면 귀걸이? 그런데 귀걸이를 하려면 귀를 뚫어야 하잖아. 상처를 내면서까지 악세사리를 하는 걸 보는 건 좀 그런 거 같고. 그럼 붙이는 걸로? 아냐, 관리하기가 불편할 것 같은데. 그렇게 진열장을 둘러보다 머리핀 앞에 잠시 멈춰서서는 고민하는 듯, 흠. 하는 소리를 냈다. 뭘 해도 어울릴 것 같긴 하지만 너무 반짝이는 건 시선이 끌리니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보니 치장품, 그러니까 악세사리는 임무에도 방해가 된다거나 그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자꾸 든다.
일단 스토리에 대해서 읽어봤는데... 진행하기로 하고 전날에 와서 이렇게 주시면 서로간에 곤란할 수도 있으니 검토를 받고 싶으면 미리 검사를 받아주세요. 제가 여기서 안된다고 한다면 어쩔 생각이셨나요. (흐릿) 아무튼 스토리를 읽어보니 제가 전반부에 진행을 하는 것을 전제로 짜셨는지 로벨리아의 대사라던가 그런 것들도 모두 적어주셨는데 일단 전 내일 진행을 못해요. 저번에도 살짝 이야기를 했고 위에서도 이야기를 했지만 전 내일 가족과 놀러가는 곳이 있기 때문에 아마 거의 모습이 안 보일 거예요. 덧붙여서 굳이 성향을 이야기하자면 저 스토리대로라면 로벨리아는 저곳을 막는 것이 아니라 직접 부대를 이끌어서 그 본부를 먼저 박살내러 갈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정말로 굳이 로벨리아의 지시가 필요하다고 한다면 저렇게 하는 것이 아니라 '그 곳'에서 이건 아니다라고 생각하고 에델바이스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그에 따라 파견 차원으로 갔다라는 것이 조금 더 좋을 것 같네요.
일단 치킨을 좀 먹고 돌아왔어요! 계시는 분들은 다들 안녕하세요! 그리고 이 부분에 대해서는 얘기를 좀 해야 할 것 같은데 엄연히 진행 날짜가 지금 잡혀있고 그 전에 얼마든지 검토를 이렇게 받을 수 있었는데 바로 전날에 더 자세한 개요라고 하고 가져와버리고 만약 이건 안된다라는 말이 나오고 거기서 수정을 하고 그럼 자연히 또 시간이 걸리게 되고 선우주 말대로 미뤄질 가능성이 높잖아요? 제가 다음주에도 좀 어디 가는 곳이 있어서 주말에 진행을 못하니까 시간이 비긴 하지만 만약 그렇지 않았으면 또 스케쥴을 맞춰야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또 한참 미뤄지게 되고.. 그럼 또 수정을 해야 할 사안이 생길 수도 있고.. 이런 도미노 현상이 나오면 서로 피곤해진다는 의미에요.
그래서 가급적이면 전날에 이러지 말고 좀 이전에 시간이 있었을 때 가지고 와서 검토를 받아줬으면 괜찮지 않았을까. 라는 거고요. 일단 웹박수는 받았고 3인방의 개입이 가급적 없게 해달라는 이유는 어쨌건 이 3명이 직접적으로 개입하게 되면 밸런스가 무너지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정말로 가급적이면 이 3인방은 같은 자리에 끼이지 않는 것이 낫기도 하고요. 뭐 일단 모두에게 설명겸 레스는 이렇게 남겼으니 차후 다들 참고해주시면 감사하고..
일단 웹박수 내용은 확인했고 그렇게 진행해주시면 될 것 같네요. 사실 저 정도면 아스텔과 에스티아는 다른 임무로 자리를 비운 상태고 로벨리아가 제 0 특수부대원만 파견하는 느낌으로 진행을 해도 될테니까요. 그 부분의 흐름은 이제 선우주가 알아서 잘 해주시는 것으로 부탁할게요. 이상 끝!
그리고 올라오는 이미지는 모두 잘 봤어요! 야광봉 흔들어드릴게요!! 그리고 아마데주도 개인이벤트를 하고 싶다면 아마데주가 직접 진행할 수 있는 레벨 한도 내에서 >>0의 안건을 참고해서 검토를 받아주세요.
갠스토리의 분홍머리 아가씨, 정말 공주님처럼 귀하게 자랐으나 현재 큰 위기에 처해있다... 대충 그런 설정이 대략적으로 잡혀있습니다. 아마데의 조국에서 한 자리 차지하는 가문(귀족은 아니지만)의 외동딸이자 후계자! 아마데의 친가도 부유하지만 카시야스 가문이 지역유지라면 이쪽은 전국적으로 이름을 떨치는 유명 가문 소속입니다. 물론 갠스토리가 진행됐을때의 이야기지만요...
여기, 라며 불러낸 장소는 기지 밖이긴 하지만 그렇게 먼 곳도 아니다. 가까운 건물의 2층 쯤 될까. 특별히 뭐가 있는 곳도 아닌데 왜 그런 곳으로 불렀을지. 그가 무슨 생각을 했든 그 장소로 가보면 그녀가 있긴 있었다.
"어, 어.. 왔어?"
그 층의 작은 휴식용 공간으로 꾸며진 곳에서 창에 머리를 박고 바깥을 내다보는 듯 하던 그녀는 발소리를 듣고 흠칫 놀라며 돌아섰다. 왔냐며 반기기는 하는데 어쩐지 표정이 좋지 않다. 곤란한 듯. 초조한 듯. 눈동자가 이리저리 움직이고 얼굴은 열이라도 나는지 눈밑이 불그스름하다.
"저기, 그러니까, 왜 불렀냐면은-"
마주하고도 선뜻 용건을 말하지 못 하고 우물쭈물. 그러다 시선을 살짝 맞추더니 이내 작은 심호흡을 한다. 습, 후- 숨을 내쉰 뒤에, 그 때까지 뒤로 감추고 있던 손을 앞으로 돌려 내밀었다. 바스락. 비닐 포장의 소리가 요란히도 울렸다.
"이거! 저, 만든, 건데... 오늘이 그, 주는 날이라고 해서..."
가는 손이 겨우 받쳐 들고 있는 그건 투명한 포장지 안에 가지런히 놓인, 들쑥날쑥한 막대과자였다. 밀크와 화이트 초콜릿이 번갈아 발라져 있고 어떤거는 견과류, 어떤거는 말린 과일 부순 조각들이 드문드문 버무려있었다. 딱 봐도 파는 건 아니겠다 싶은 모양새에 포장지의 입구를 꼬옥 묶은 빨간 리본이 인상적인 선물이었다.
"과자 안 좋아하면.. 에스티아 주던지! 뭐, 네가 먹어주는게 제일 좋지만..."
들고 있는 손이 떨리려는 걸 꾹 참고 있다가 그가 가져갔든, 떠넘기듯 주었든 손이 비자마자 얼른 등 뒤로 손을 감추고 종알거린 후에 입술을 꼭 깨문다. 허나 손의 떨림은 참았어도 얼굴의 붉어짐은 어떻게 할 수 없는 것이었기에. 결국 감추었던 손을 올려 머리카락으로 얼굴을 가리려 했겠지.
하얀 머리칼보다 하얀 손에 한가득 털뭉치 같은 머리카락을 쥐고서, 대답을 기다렸거나 혹은 호도도 도망을 가버렸을 지도 모르겠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맙소사. 오늘이 빼빼로데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어쩔까 고민을 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독백을 올리셨나요? 수줍어하면서도 부끄러워하고 상당히 긴장하고 떨고 있는 모습이 절로 눈에 보이는 것 같네요. 음. 이렇게 되면 저 역시도 그냥 넘어갈 순 없을 것 같고 잠시!
메시지가 도착한 것을 아스텔은 바로 확인할 수 있었다. 오늘은 딱히 임무가 있진 않았다. 물론 내일은 가디언즈와 관련해서 알아봐야 할 것이 있었기 때문에, 정확히는 가디언즈와 관련되었을지도 모르는 어떤 인물에 대해서 파악을 할 필요가 있었기에 그 조사로 임무를 나갈 예정이었다. 하지만 그건 내일의 일. 적어도 오늘은 바쁜 일이 없어서 한가롭게 시간을 보내고 있던만큼 아스텔이 그 메시지를 못 볼 이유는 없었다. 가까운 곳에 있는 건물 2층. 이 건물은 뭐하는 곳이었더라. 머리를 굴려보지만 특별히 뭘 하는 곳은 아니었다. 일단 가겠다고 응답을 하면서 아스텔은 자신의 개인 방에서 나와 계단을 타고 지상으로 올라섰다.
세븐스를 써서 단번에 날아갈까 싶었지만 그렇게 먼 곳은 아니었기에 그는 세븐스를 쓰지 않고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니 해당 건물이 있었고 그 2층으로 그는 금새 올라갈 수 있었다. 해당 위치에 도착하자 흠칫 놀라며 창 근처에 서 있는 레레시아의 모습이 아스텔의 눈에 들어왔다. 꽤나 긴장하고 초조한 표정에 아스텔은 절로 고개를 갸웃했다. 몇 번 만나면서 느끼는 것이지만 저건 딱히 고민거리가 있다기보다는 자신의 존재로 인해 그러는 것이 분명해보였다. 자신을 불러내긴 했으나 뭔가 부끄러워할만한 것이 있다는 것이겠지. 그렇게 추론을 마치며 아스텔은 왔다는 의미로 고개를 끄덕였다.
"...와야지. 누가 불렀는데. ...딱히 임무가 있던 것도 아니고, 내일은 임무니까."
그러니까 안 그래도 보러 갈 생각이었다고 이야기를 하면서 아스텔은 그녀의 행동, 그리고 말에 귀를 기울였다. 투명한 포장지 안에 들어있는 것이 뭔지는 아스텔도 금새 알 수 있었다. 밀크 초콜릿과 화이트 초콜릿, 그리고 견과류와 과일 조각들이 박혀있는 것이 '포키' 아니겠는가. 이걸 주기 위해서 자신을 불렀던 것일까.
"...싫은데. 네가 주는 것을 에스티아에게 줄 이유는 없잖아. ...모두에게 나눠달라는 부탁이었다면 모를까. 나에게 준 거라면 이건 내 꺼지."
평소의 돌직구 발언이었다. 허나 그것은 진심이었다. 그녀가 자신에게 주는 건데 왜 남에게 나눠줘야 하는가. 이 정도는 온전히 제 것으로 남기는 것도 나쁘지 않을 일이었다. 얼굴을 붉히면서 머리카락으로 제 얼굴을 가리려고 하는 레레시아를 바라보며 아스텔은 작게 미소를 지었다.
"...가리지 말고 얼굴 보여줬으면 좋겠는데. ...그렇게 부끄러워? ...하긴 나도 되게 심장이 뛰니까 주는 사람은 더욱 그럴 수도 있겠네. ...응. 연인에게서 받는 것은 처음이기도 하고. ...사실 이런 자잘한 거 좋아하거든. 어릴 때 그다지 먹지 못해서 그런건지."
뒤이어 아스텔은 레레시아에게 천천히 다가갔고 그녀가 도망치지 못하게 그녀의 허리에 살며시 팔을 감았다. 그녀의 성향을 생각해보면 여기서 홱 도망칠지도 모를 일이었으니까. 허나 그는 그녀를 놓칠 생각은 없었다. 제 쪽으로 살며시 끌어당기며 아스텔은 그 상태에서 리본을 사르륵 풀어내며 그 내용물을 먹을 수 있도록 포장지를 열었다.
"같이 먹자. 비스킷 부분이 좋아? 초콜릿 부분이 좋아? ...많이 한다고 하던데. 내가 알기로는."
우리라고 못할 건 없지 않나. 작게 웃어보이면서 아스텔은 그녀에게 선택지를 내밀었다. 뭘 선택하더라도 자신은 그 반대쪽을 입에 물었겠지. 방해받고 싶지 않다는 듯, 자신의 세븐스를 이용해 문을 살며시 닫아버리며.
라라시아였다면 졸졸 쫓아다니면서 묻지도 않은 것들을 얘기해주며 방해인지 도움인지 모를 역할이 되었겠지만. 레레시아는 그러지 않고 잠자코 근처에 있을 뿐이었다. 그냥 있진 않고 진열장을 지나가며 하나 하나 눈으로 훑고 있었다. 그러다 한 곳에 멈춰서 무언가를 유심히 살펴보고 있었는데. 그 때 쥬데카의 질문이 들렸다. 그녀 역시 힐끔 눈길만 한 번 주고 대답했다.
"전제 조건을 확실히 하고 물어줄래? 대뜸 그렇게 물으면 대답 이전에 생각 자체를 못 한다고."
그 전제 조건이라 함은 누가, 누구에게, 어떤 목적으로, 왜, 에 대한 것이다. 뭐. 말하지 않아도 거의 확신에 가까운 추측을 하고 있긴 한데. 그럼에도 그렇게 말하는 건 일종의 심술이었다.
"대충 예상을 해보면- 아무래도 좋지 않을까. 정말로 어디서 대충 주운 물건을 갖다주는게 아닌 이상, 어떤 물건이든 그것을 고르는 것에서부터 마음이 들어간 거니까. 그걸 못 알아보는 상대가 나쁜 거지."
정말로 지뢰가 될 만한 물건이라면 고른 사람도 조금은 미안해 해야 하지 않을까 싶지만. 적당한 듯 성실하게 대답을 해준 그녀는 점원에게 그녀가 보고 있던 것을 포장해 달라 손짓했다. 그리고 값을 치르며 말을 덧붙였다.
"이게 아니다 싶으면 잘 때 도움이 될 만한 물건은 어때. 저번에 보니까 가끔 꿈자리가 사나운 모양이더라. 숙면에 도움이 되는 향이나 베개나 큰 인형 같은 거, 그런 건 어떨까 싶은데."
오르골이나 수면등도 괜찮겠지. 그렇게 말하며 점원으로부터 작은 종이가방을 받아들었다. 그리고 쥬데카를 돌아보며 어쩔거냐는 시선을 보내었다.
전제조건이라... 그러고보면 확실히 이야기한건 아니었으므로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 목적 등을 이야기하려다가 성의껏 대답해주는 목소리에 살짝 미소를 지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꽤 성의껏 이야기해 주고 있으니. 너도 열심히 고르지 않으면 안 되겠지. 선물에 담긴 마음을 알아보지 못한 쪽이 오히려 나쁜 거라는 말에는 그럴수도 있겠구나, 라는 생각을 해본다.
"확실히 그런 것도 괜찮겠군요."
악세서리는 좀 더 알아간 다음에 주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치장하는 모습을 보는 것도 좋지만 선물로 말미암아서 도움이 된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기에 레레시아의 말이 더 의미 있게 다가오는 것도 있었다. 확실히 물어보길 잘 했어. 마지막으로 한 번 정도 악세사리들을 둘러본 너는 결심한 듯 고갤 끄덕였다.
"오늘 말고 다음번에 다시 오는 걸로 하겠습니다."
역시 이런 부분은 함께 와서 함께 고르는 것이 나을 거라는 생각을 하며 주문과 포장을 마친 레레시아를 쳐다보았다. 어쩔거냐는 말에 대한 대답으로는 충분했겠지. 베개든, 인형이든, 향이든간에. 아마 먼저 가게를 나설 레레시아의 뒤를 따라 나서며 점원에게 살짝 미소지어 인사를 건네려고 했겠지.
그대로 아픔이 완전히 가실 때까지 아무도 보지 못했다면 좋았겠지만 인생사 바람대로 되는 일 없다고, 치명적인 엉덩방아를 찧어 버린 선우의 뒤에서부터 들리는 목소리가 하나 있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을 꼽자면 상대는 선우가 이 상황에 이르기까지의 과정 전부를 지켜보지는 못했다는 사실 정도? 츠쿠시가 막 훈련장의 문을 열고 들어왔을 때에는 이미 과정은 끝나고 결과만 눈앞에 벌어진 상황이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그 광경을 다 보았더라도 그것으로 비웃을 사람은 아니라는 것 역시도.
바닥에 앉아 버린 선우의 뒤로 천천히 다가와 물끄러미 바라보는 그는 한 손에 커다란 칼을 들고 있었다. 등이나 허리춤에 차지 않고 들고 있다면, 아마 이쪽도 훈련장의 목적에 걸맞은 일을 보러 온 것일 테다. 첫마디 이후로는 아무런 말 않고 그대로 묵묵히 던지는 시선만 몇 초간 꾸준했다. 할 말을 찾는 것인지 속 모를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 한 박자 늦게서야 몸을 조금 낮추고 붙잡으라는 듯 제 손을 내밀어 온다. 선우가 맞잡는다면 그대로 일어나기를 도울 테고 잡지 않더라도 무안한 기색 없이 손을 거두었으리라. 이윽고 과언한 입 열려 당연한 말을 어줍게도 한다.
자세한 건 모르지만, 가끔 좋지 못 한 꿈을 꾼다는 건 그다지 알려주고 싶지 않은 정보였다. 어차피 늦든 빠르든 알게 될 테니 지금 숨긴들 아무런 의미도 없겠지만 말이다. 그렇다고 모르쇠하다가 이상한 걸 선물하게 하는 꼴은 더 보기 싫으니 던져준 정보였다. 다행이라면 다행히 쥬데카는 그걸 납득한 듯 했고 다음을 기약하는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던가."
기왕이면 둘이 같이 오던지. 퉁명스럽게 중얼거리며 그녀도 점원에게 인사를 했다. 그리고 악세사리점을 나와 사람들 은근히 북적이는 골목길을 걷는다.
나올 적에 그가 따라오는지 확인하듯 응시하다가 오는 걸 보곤 걷기 시작했겠지. 한쪽 손목에 작은 종이봉투가 걸려 걸을을 뗄 때마다 달랑거린다. 가는 동안 그녀가 먼저 말을 걸진 않았다. 쥬데카가 물어오면 대답은 해주었을 것이다. 그리고 마저 터벅터벅 걸어서, 이번엔 꽤나 규모가 있는 팬시점 앞에 선다.
"뭐. 여기면 되겠지."
이번엔 바로 들어가지 않고 가게와 쥬데카를 번갈아 보고서 작게 중얼거린다. 그런 후에야 들어가자며 가게 문을 밀고 들어간다.
그 안은 그녀가 예시로 들었던 것들이 곳곳에 있고 좀 더 잡다한- 소품이라던가, 그런 것들도 있는 곳이었다. 달리 말하자면 어디부터 봐야 할지 감이 안 잡히는 곳일 지도. 그녀는 라라시아와 온 적이 있었으니 별 생각 없이 그렇게 말했다.
"인형은 저기. 향 종류는 저쪽. 다른 것도 대충 근처 가면 다 보일 테니까 둘러봐."
건성으로 가리키는 것은 분명 심술이렷다. 그러나 그녀는 태연히 뭐 어려울게 있냐는 듯 어깨를 으쓱였다.
파티마는 프란시스카의 말에 어떻게 반응해야할지 몰랐다. 세븐스보다 위험한건 비능력자라니. 공적인 자리는 물론 사적인 자리에서도 함부로 꺼냈다간 매장 당하기 딱 좋은 말이었다. 너무나 무시무시한 발언이었기에 파티마는 몸을 덜덜 떨며 프란시스카를 말렸다. 만약 오두막 밖에서 누가 듣기라도 한다면 이 가문에서 프란시스카의 위상은 완전히 박살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프란시스카의 얼굴과 기세는 당당했다.
"파티마, 인간이 같은 인간을 박해하는건 수많은 죄 중에서도 가장 질이 나쁜 죄야. 정말 누군가가 세븐스에게 저주를 내렸다면, 그건 신이 아닌 같은 인간인 비능력자가 내린거라고! 같은 인간이 내린 저주는 저주라고 할 수 없어! 그건 그저 악담에 불과해. 신이 내린 저주와 달리 절대적인 힘도 법칙도 없는 악담. 영원하지 않고 언젠간 잊혀질 악담 말이야."
그 말을 들은 순간, 파티마의 머릿속으로 큰 벼락이 떨어진듯 강렬한 섬광이 스쳐지나갔다. 오두막에 틀어박혀있던 동안, 그녀는 스스로를 저주 받은 존재라고 여기며 세븐스는 신에게 버림받은 종족이라고 생각했다. 내게 내려진 저주가 그저 악담에 불과하다면, 그것을 극복할 수도 있다는 뜻일까? 파티마의 눈에 난생 처음으로 희망이 비춰졌다. 그러나 그녀는 비능력자인 프란시스카가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는지 의문이 들어 영문 모를 목소리로 물었다.
"언니는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어? 언니는 두렵지 않아? 내가, 아니... 세븐스들이?"
프란시스카는 픽 웃으며 파티마의 뺨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파티마, 넌 누가 뭐래도 내 소중한 동생이야. 난 널 처음 보는 순간부터 사랑에 빠졌거든. 사람들 말을 믿을 수가 있어야지. 저 갓난아기를 보며 사람을 해칠 괴물이니 뭐니... 상식적으로 말 못하는 갓난아기보다 다 큰 어른이 더 무섭지 않니?"
"그리고 납득이 안됐을 뿐이야. 쪽수가 적으면 괴롭히고 보고, 남을 증오하지 않으면 안심하고 살 수 없는 인간들이. 그래서 난 너희가 두렵지 않아."
이 말에 프란시스카가 그동안 살아오면서 겪은 풍파가 느껴졌는지 파티마는 숙연한 얼굴을 하며 언니의 손으로 자신의 손을 겹쳐쥐었다. 프란시스카는 동생의 이마에 입을 살짝 맞췄다. 친애의 입맞춤에 파티마가 얼굴을 붉히며 언니의 입술이 닿은 이마에 손을 올리자, 프란시스카는 결연한 얼굴로 파티마에게 충고하듯 말했다.
"파티마, 같은 식칼이라도 요리사가 쥐면 좋은 요리를 만들게 되지만, 살인마가 쥐면 생명을 해치게 돼. 네가 어떤 사람이 될지는 너에게 달려있어. 너는 사람들을 해치고 싶지 않지?" "...응." "내가 아까 네 세븐스를 축복이라고 한거, 기억하지? 그리고 또 뭐라고 했었는지도 기억 나?" "세상을 이롭게 할 힘이라고 했어." "네가 생각하는 이로운 세상이 뭐니?" "싸움이 없고, 모두가 서로를 미워하지 않는 세상..." "넌 어떻게 하고 싶어?"
파티마는 울먹거리며 어느새 눈에 맺힌 눈물들을 소매로 닦아내었다. 결국 울음을 터뜨린 파티마는 눈물을 뚝뚝 흘리며 프란시스카에게 말했다.
"언니, 난... 모두가 싸우지 않고 사랑하는 세상을 만들고 싶어."
프란시스카는 동생을 품에 안았다.
"그렇다면 움직여야 해. 너희가 태어나자마자 지워지지 않을 낙인을 찍고, 평범한 일상생활을 이어나갈 기본적인 권리조차 빼앗고, 나아가 같은 세븐스들을 이용해 동족상잔의 비극을 일으킨 자들, 그들을 물리치고 세상에 사랑을 가져올 수 있는건 비능력자들이 아닌 너희 세븐스라는걸 기억해. 기회와 희망은 행동하는 자에게만 찾아오는 법이니까."
역시 직접 보고 고르는 것보다 좋은 건 없겠지. 레레시아의 중얼거림에 대답한 너는 그녀를 따라 걸으며 그녀의 손에 들린 종이봉투를 봤다. 누군가에게 줄 선물인가? 아니면 본인이 쓸 물건? 잠시 생각해보지만 정확한 답은 내릴 수 없었다. 그녀가 이야기했던 걸 생각해 보면 선물일 것 같긴 하지만. 혹시 모르지,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일지도. 얼마나 걸었을까, 아까보다 큰 규모의 가게 앞에 멈춰선 너는 가게의 바깥을 한번 살폈다. 음, 전혀 모르겠다. 일단 여기면 되겠지라는 목소리를 들어보면 괜찮은 것 같기도 하고. 그녀를 따라 가게로 들어서니 아까보다 확실히 더 다양한 종류의 물건들이 잔뜩이었다. 오히려 너무 많아서 뭐부터 봐야할지 모를 정도.
"감사합니다. 그럼..."
그런 걸 아는지 대강이라도 물건의 위치를 알려준 그녀에게 감사 인사를 건넨 뒤,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가장 먼저 손에 집은 건 심신안정에 도움이 된다는 듯한 향초, 향초를 이리저리 보던 너는 이번엔 시선을 인형 쪽으로 돌렸다. 이런저런 인형이 많았지만 역시 시선이 가는 건 귀엽게 만들어진 동물 인형들. 인형들을 살짝씩 만져보며 촉감을 살피던 너는 얼마 지나지 않아 결정한 듯 몸을 돌렸다.
"여기, 이 향초랑, 이 토끼 인형으로 하겠습니다."
꽤 커다란 토끼 인형, 보통의 토끼와는 다르게 검은 눈이 빛을 받아 반짝이고. 굉장히 부드러운 섬유로 만들어진 인형을 건네받고 나서 값을 치룬 너는 레레시아를 돌아보았다.
이곳에서도 그녀는 대강의 위치를 알려준 것 외에는 고르는 것에 어떤 첨언도 해주지 않았다. 근처의 잡화들을 이것저것 건드려보다가, 고르는 모습을 잠시 바라보다가, 다시 근처에 시선을 주며 적당히 시간을 보냈다. 가만 보자. 전에 라라가 뭐 필요하다 했던 거 같은데. 재봉에 쓰이는 리본과 레이스가 걸린 곳 앞에 있던 그녀는 다 고른 듯한 쥬데카의 목소리에 리본 몇 줄을 쥐고 돌아보았다.
"어. 벌써 골랐어? 뭐 마음에 드는게 있었나 봐?"
아까 거긴 한참 고민하더니. 그렇게 말한 그녀는 고른 물건을 계산하고 담은 봉투를 받아들었다. 그런 다음 쥬데카가 고른 인형과 향초를 보았다. 향이야 개인 취향이니까 그러려니 하고. 토끼 인형이라. 토끼인가...
"센스가 참 독특하구만 그래."
인형과 쥬데카를 번갈아 보고 짧게 내뱉은 말은 그랬다. 별 의미는 없었을까. 잠깐 기다리라며 그녀는 방금 받은 봉투에서 리본을 꺼냈다. 짙은 녹색과 살짝 반짝이는 밝은 녹색의 폭 넓은 리본 두 줄이었다. 알맞은 길이로 잘려있는 리본을 들고서 그가 고른 인형에 묶어줘도 될지 묻는다. 허락한다면 두 줄의 리본을 겹쳐, 인형의 목을 감싸듯이 둘러 예쁜 리본을 메어주고. 거절하면 그럼 네가 묶으라며 리본을 건네주던가 했을 것이다. 그리고 나가자며 휙 돌아섰겠지.
"그래서, 아직도 내가 말한 이유는 생각나는게 없고?"
팬시점 밖으로 나와 헤어지기 전, 그녀는 마지막이라는 듯 물었다. 딱히 기대는 없지만 대답 여하에 따라 이번엔 뭔가 있을 지도 모른다는 예감이 슬그머니 들지 않았을까.
막연하게 선물을 해주고 싶다. 라는 감각으로 나온 거라서 악세사리점에서는 조금 고민을 했었다. 막상 치장품을 사주려니 좀 더 도움이 되는 선물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큰 주의를 기울여서 이야기해준 건 아닐지도 모르지만 선물을 받는 사람이 어떤 점에서 조금 어려워하는 부분이 있는지 들을 수 있었던 건 큰 수확이었다. 그렇게 목표가 뚜렷해지니 고르는 것도 빨라질 수밖에, 그래도 대충 고른 것이 아니라 나름 숙고해서 골랐다. 향이 너무 강하면 잠을 잘 때 오히려 방해가 될 수 있고, 안고 자기에 너무 크거나 자그마하면 안 되니까 적당한 크기를 골랐고, 촉감을 많이 고려했다. 부드러운 걸 만지작거리면 기분이 좋아질거라고 생각해서.
"그렇...습니까? 독특하다고는 생각해본 적이 없는데..."
토끼 인형 많이 사가지 않나. 그런 생각을 하면서 부드러운 인형을 한 번, 기다리라는 말과 함께 리본을 인형에 묶어줘도 괜찮냐고 묻는 레레시아를 한 번 번갈아 본다. 당연히 괜찮다고 대답하곤 리본이 묶인 토끼 인형을 빤히 쳐다보다가 돌아서서 나가는 레레시아의 뒤를 따라 발걸음을 옮겼다.
"...혹시 지난번에 이스마엘...씨가 했던 말이랑 관련된 겁니까?"
지난번이라 함은 레인을 마주친 임무에 나서면서 이스마엘이 푸념하듯 레레시아에게 이야기했던 때였다. 일단은 곰곰히 생각해봤을 때. 이번에는 그녀 앞에서 자주 웃지도 않았고, 뭔가 말에 반발한다거나 한 것 같지도 않았고, 이것저것 캐묻는다거나...그런 것도 없었고 처음 마주쳤을 때부터 어째 좀 까탈스러웠으니 오늘 일이 문제는 아닌 것 같아 거슬러 올라간 셈이다.
꼬리뼈의 통증이 허리를 타고 전신 곳곳으로 퍼진다. 눈 앞이 하얘지며 일어서기 힘들다. 무엇보다 더 힘든 건 이런 자신을 무표정한 얼굴로 바라보는 츠쿠시였다. 물론 자신이 아는 그녀는 이런걸 비웃을 사람이 아니라는 것은 알고 있지만 자신이 아는 건 그녀가 전투할 때의 모습 뿐 실제 그녀의 성격은 모른다.
선우는 자신에게 손을 내밀어 주는 것을 보아 심성은 고운 친구라 생각하고는 그녀의 손을 잡고 부스터를 한순간 켜서 반동으로 일어날 수 있었다. 그녀의 커다란 검을 보니 아무래도 훈련을 위해 이곳에 온 모양이었다.
"안녕하세요.. 훈련하려고 오셨나요?"
아직도 움직이는 것이 불편한 지 얼굴을 찌푸리고 있었다. 동료에게 이런 모습 보이는 것은 굉장히 창피하지만 어쩔 수 없다. 너무나 아프다. 아공간에서 진통제를 하나 꺼내 먹었다.
이명은 전쟁광. 아마데우스가 처음 입단한 레지스탕스의 간부. 행동대장으로, 주된 임무는 반세븐스 단체를 향한 테러 활동이었다. 사실 그녀가 속한 레지스탕스는 그리 극단주의적인 성향은 아니었지만 에스메랄다가 강력히 주장해 학대당하는 세븐스 구출과 비능력자에 대한 테러를 병행했다. 아마데우스에게 무술과 무기 다루는 법을 가르친 스승이었으나 성격이 난폭해 조금만 거슬렸다하면 손찌검부터 했다. 세븐스 우월주의자로, 비능력자에 대한 분노와 증오가 강해 이 세상엔 세븐스만이 존재해야한다는 극단적인 사상을 가졌다.
세븐스는 에메랄드빛 액체를 생성해 그것을 굳히거나 조종하는 능력. 이름은 'Danse mon Esmeralda'(춤을 춰요, 에스메랄다). 액체를 생성해 송곳처럼 날카로운 모양으로 굳혀 벌집으로 만들거나, 사람의 내부로 액체를 집어넣어 터뜨리는 식으로 지극히 공격적인 방향으로 세븐스를 썼다.
말해준게 도움이 됐다는 쥬데카의 말에 잠잠하던 그녀의 얼굴이 순간 미간이 꾸깃 했다. 그리고 톡 쏘아붙이는 말 한 마디.
"너 좋으라고 도와준 거 아니야."
애초부터 그 아이를 위한 선물이 아니었으면 부탁 자체를 거절했을 테니까. 그래도 그 이상의 말은 하지 않았다. 다만 어깨를 으쓱이고 허락 받은 리본을 예쁘게 달아줄 뿐이었다.
"아. 그걸 이제 깨달았네. 그래. 그거야."
밖으로 나와 마지막이란 생각으로 물으니, 이제야 들어줄 만한 대답이 나왔다. 그 때까지 뚱하던 얼굴에 씨익 웃음이 번진다. 상쾌한 웃음이라기보단 등골이 오싹한 웃음 아니었을까. 그녀는 성큼 걸어 쥬데카의 앞에 다가섰다. 한 손으로 그의 어깨를 짚으려 하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읊조렸다.
"나는 너와 그 아이가 무슨 사이든 뭘 하든 신경 안 쓸 건데. 그 아이에게서 네가 괴롭혔다던가 힘들게 한다던가- 그런 소리가 한 번만 더 나와 내게 들린다면. 넌 내가 주는 술잔을 마실지, 죽겠다는 말도 안 나올 정도로 맞을지, 둘 중 하나를 골라야 할 거야. 기억해두라고. 쥬데카 뷔시카리오."
말이 끝나면 손을 떼고 그를 지나쳐 갈 듯이 옆을 지나가다가 돌연 등짝을 후려쳤을 것이다. 운이 좋아 피했다면 맞지 않았겠지만. 맞았다면 꽤나 얼얼한 감각이 등 한복판에 남았을 것이다. 어쨌거나 돌아보면 자켓 주머니에 손을 꽂고 비딱하게 선 그녀가 뻔뻔한 얼굴로 그러고 있었겠지.
"뭐. 할 말 있냐? 있으면 하고, 없으면 냉큼 들어가서 그 선물이나 갖다 줘."
그녀는 바로 들어가지 않을 듯, 골목의 더 안쪽으로 들어가는 방향에 서서 쥬데카를 보고 있었다. 그가 가면 비로소 움직일 듯이.
모든 일의 발단은 스치던 대화 때문이었다. 안드로이드 정비공에게 의뢰를 맡기고 돌아가던 중 지나가던 마을 주민이 11일이 다가온다며 이번엔 더 많이 받는 사람이 이기는 걸로 내기를 하자니, 너는 그래놓고 작년에 하나도 못 받았지 않았느냐와 같은 처음 듣는 이야기꽃을 떠들썩하게 피우며 지나간 것이다. 처음에는 그저 개인적인 기념일인가 보다 싶어 무시하듯 지나갔으나 가판대에 프로모션으로 놓인 막대 과자나, 쿠킹 클래스가 즐비하니 서구권 문화는 고사하고 폐허 속에 홀로 갇혀살던 이스마엘의 입장에선 대체 무슨 날인지 혼란스러운 것이었다.
개인실로 돌아가 11일에 대해 검색해 보니 알지 못하는 기념일을 페이시의 음성 출력 시스템이 줄줄 읊는다. 동양권의 기념일이라. 그렇다면 제는 뭔가 더 잘 알고 있지 않을까? 단순히 막대 과자만이 아닌 무언가 더 준비할 것이 있나 싶은 고민은 고사하고 주변에 아는 동양권 문화를 가진 사람은 하나밖에 떠오르지 않았기에 이스마엘은 제의 개인실 문을 두드릴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날 찾아왔다고?" "응."
이스마엘은 고개를 끄덕였다.
"에휴.." 제는 한숨을 쉬며 모로 누웠던 몸을 일으켰다. "생각 없는 건 누굴 닮은 건지.. 그래, 그렇지만 달리 부정할 수는 없겠어. 여 또한 작년까지 제법 많은 걸 받았으니." 이스마엘은 제의 말을 아예 무시하기로 했다. 몇 개를 받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닌 무얼 더 받았느냐가 중요했기 때문이다. "뭘 받았는데?"
제가 기억을 더듬더니 손가락을 퉁겼다.
"쇠꼬챙이에 꽂힌 세븐스 사형수." "……." "아, 죽은 건 아니고.. 아직 살아있었지. 의미 있는 선물이었어. 그날은 쓸데없이 힘을 안 빼도 됐거든." "됐다. 내가 너한테 물어본 게 잘못이지."
이스마엘은 질색하며 자리를 뜨려 했다. 아, 윤리관 뒤틀린 사형 집행인에게 물어본 내가 멍청하지. 페이시로 더 검색하는 게 훨씬 낫겠다 싶어 몸을 돌리려던 찰나 날카로운 손톱이 이스마엘의 어깨 위에 올라가더니, 제가 고개를 불쑥 내밀었다.
"에이, 그러지 말고. 마저 들어보는 건 어떤가? 지금까진 사담이었고, 본론으로 넘어가야지, 응." "얘기해 봐." "막대 과자 말입세, 포키 말이야. 연인끼리나 친한 사람끼리 서로 주고받는 것이 일반적이지. 직접 만든 막대 과자가 유달리 의미가 있긴 하고 말입세. 정성이 들어갔지 않은가."
제는 주변을 슬슬 살피더니, 비밀 얘기를 하듯 이스마엘의 귀에 손을 가까이하며 작게 속삭였다. "그리고 내 직접 겪은 것인데……." 이어지는 얘기에 이스마엘은 믿지 못하겠다는 시선을 보냈으나 제는 아랑곳 않고 눈을 휘더니 자신의 한쪽 공막이 물든 눈가를 툭툭 건드렸다.
"거짓 하나 보태지 않았다 자부할 수 있네." "네 연애사는 전혀 알고 싶지 않았는데……." "여도 사람 대신 기계와 연애할 것 같던 자네의 연애사가 단 하나도 궁금하지 않았네만 이리 도와주잖나. 그래서, 만들 겐가 말 겐가? 내 특별히 도와주도록 하지." "……만들고 싶긴 한데, 정말 그래야만 하겠어?" "잘 들어."
제가 양쪽 어깨를 틀어쥐었다.
"어떻게 보면 순익을 위한 상술 같지만 인간의 욕망이 반응하기 때문에 지금까지 이어지는 것이 기념일입세. 다른 말로 말해서 인간의 욕망이 어디까지 이어지는지 여실하게 보여주는 날인데, 그걸 날릴 텐가? 고작 부끄러움 하나 때문에? 저질러보고 나중의 내가 수습하며 과거의 나를 *나게 욕하는 것이 인생이지. 야, 20살. 청춘 날릴 거야? 불쌍하네. 내가 가디언즈였으면 불쌍해서라도 너 체포 안하고 도와줬겠다."
이스마엘은 악마의 꼬임에 넘어갔노라 생각했다. 그냥 직접 만든 막대 과자를 주면서, 서로 담소를 나누고, 행복하기만 하면 되는 일 아니냐 혹자는 지적하나 막상 그 일을 시행하는 것엔 대단한 용기와 수많은 시행착오가 필요했다. 그래, 시행착오. 이스마엘은 아침 일찍부터 시작된 수난을 떠올렸다. 본디 제과라는 것은 상냥함과 달콤함으로 포장되어 지극히 사랑스러운 취미로 각광받는 듯싶었으나 현실은 지옥의 불길로 반죽을 태워버리는 오븐과 내 뜻대로 되는 일 하나 없는 반죽, 중탕 온도 하나 잘못 맞췄다고 맛이 바뀌는 초콜릿, 고작 몇 번 더 쳤다고 사람이 먹을 것이 되지 못할 경도를 보여주는 머랭의 연속이었다.
오죽했으면 이른 아침에 시작했던 제과가 초저녁까지 이어졌고, 제는 이스마엘을 보며 너는 이 세상에 밀키트가 있음과 연애에 본격적으로 들어가지 않은 지금 스스로의 역량을 배우게 된 것에 대해 무한히 감사하라 했을까. 우여곡절 끝에 스스로 만들어낸 과하게 달지 않은 막대 과자와 펄 슈거가 박힌 머랭 스틱은 제의 까다로운 입맛을 통과했지만, 당분간 과자류는 쳐다도 보지 못할 것만 같았다. 그렇지만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중요한 건 따로 있었다. 시간이었다. 시간은 절대 이스마엘을 기다려주지 않았다. 포장을 마쳤을 땐 8시가 훌쩍 넘은 시간이었고, 차마 밀가루요 초콜릿이 범벅인 거지꼴로 갈 수 없어 준비를 마치고 나온 개인실에서 목탄을 마주쳐 다짐을 했을 때는 9시, 마침내 손가락 반 마디만 한 목탄이 사라졌을 땐 이미 12시가 넘어버린 지 오래였다.
멍청이. 그냥 막대 과자만 주면 될 걸 가지고. 스스로가 제법 뻔뻔한 사람이라 생각했지만 도저히 문을 두드릴 엄두가 나지 않는 것이다. 이래도 되나? 정말? 늦어버렸다고 실망하면? 좋아하지 않으면 어쩌지? 사실 밀가루에 알레르기가 있다면? 이런 걸 못 먹는다면? 아, 맙소사. 내가 차라리 안드로이드였다면! 그래서 감정 회로를 조정하거나 칩셋을 초기화할 수만 있다면! 과거에는 부정적인 의미로 생각했지만 지금은 이 수줍음과 조급함을 도저히 견딜 수가 없었다. 그냥 문 앞에 두고 도망칠까? 그랬다가 다른 누가 채가면? 불현듯 제가 귀에 속삭였던 말이 떠올랐다. 저질러보고 나중의 내가 수습하며 과거의 나를 *나게 욕하는 것이 인생이지. 이스마엘은 손에 예쁘게 포장된 상자를 내려다 보다 뒤로 숨기며 심호흡을 했다. 한 손을 뻗어 노크흘 때는 분명 조심스러웠는데, 마음속으로 받아들이기는 철을 두드리듯 요란한 것 같았다.
"……아, 리오 씨. 그러니까, 그게. 늦은 시간에 미안합니다."
어떤 말을 해야 하지? 속에서는 차라리 노크만 하고 도망치지 그랬냐며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순식간에 새하얘지는 머릿속을 뒤로 시선을 살금살금 피했다.
"그러니까……."
고이 들었던 상자와 그 위에 얹힌, 좋은 재질의 엽서로 감싸고 종이 끈으로 묶어낸 손바닥 만 한 캔버스를 쥔 팔을 조심스럽게 등 뒤에서 뻗어 내밀어 안겨줄 적, 이스마엘은 붉어진 얼굴을 가리고 싶었는지 고개를 푹 숙였다.
"어제, 주고 싶었는데…… 조금 더 욕심을 내고 싶던 나머지.. 미안합니다. 너무 늦었지요……."
연두색 눈만 보면 금방이라도 울 듯이 일렁였지만 막상 얼굴 전체를 보면 수줍음 탓이었다. 그러니까─ 더듬거리던 말을 뒤로 입술을 앙다문다. 무슨 말을 더 해야 할지는 알지만 잠깐 용기가 필요했던 듯싶다.
"그, 그러니까……."
자그맣게 앓는 소리를 뒤로 화끈거리는 얼굴을 손으로 덮어 가렸다. 당신과 달을 배경으로 그린 그림과 직접 만든 과자가 부디 마음에 들었으면 하며.
"당신이 좋으니까, 소중한 만큼챙겨주고, 싶어,서……."
쥐죽은 듯 작아지는 목소리. 수줍음에서 당장이라도 도망치고 싶은 마음을 눌러담는 새벽이었다.
>>184 내가 이 설정을 정말 많이.. 풀기 그랬는데 응.. 타고나기는 남성으로 태어났으나, 자기 자신은 성별이 없는 무언가로 생각하고 있고 찐으로.. 성별이 없어.. 왜냐면 영원한 10대의 모습과 목소리를 가지기 위해서.. 여러 개조를 거친 결과 음오아예 세븐스 인권 없는 만큼 제 인권도 없게 되었다.. 우리가 고전애니에서 보는 안드로이드나 개조인간의 몸과 같이 매끈하다고 보면 될듯
다른 이들이 우정 삼아, 애정 삼아 기다란 초콜릿 발린 과자를 나누고 있을 때, 그는 홀로 은빛 달 아래에 앉아 기다란 육포를 안주삼아 고독을 마시고 있었다.
이미 모두 옛날 일이기에 잊으려 했지만, 원래 인간의 기억은 장난이 심해서 잊으려 하면 더 강해지는 게 너무나 얄궂었다.
"연인이라..."
그는 평소에 즐기지도 않는 독하기만 한 싸구려 술을 들이켰다. 뜨겁게 타는듯한 느낌이 식도를 자극하지만, 곧 다른 감각들이 무뎌지기 시작했다. 신경 끝자락이 곱아드는 것 같이 무감한 느낌 속에, 괜한 추억 하나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처음엔 솔직히, 그런 녀석은 사흘도 못 지나 집으로 돌아가겠다고 울고불고 할 것 같았다.
자신을 받아달라고 하던 그녀는 목덜미에 7자가 없었으나, 그게 있는 이들 만큼이나 남루한 복장을 하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해바라기처럼 웃는 모습은, 오히려 그녀를 더더욱 받아들이고 싶지 않게 만들었다.
거절도 했었다. 설득도 했었다. 하지만 할 수 있다고, 꼭 해낼거라고 마치 고장난 인형처럼 이야기하는 그 목소리도, 미소도, 너무나 거북했다.
그 시선 밖에서 비웃기도 했다. 제까짓 게 하루이틀이지. 일주일이지. 그런 말을 하며 동료들 앞에서 그 훈련병을 무시했다.
허나 결국 두 달이 넘는 시간동안 행해진 지옥같은 훈련을 마친 그녀는, 조금 초췌해지고 먼지가 묻었을 뿐 여전한 미소를 띠고 있었다.
"보급 간식 잘 받아간다." "제기랄."
젠장. 내기를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하지만 여러 의미에서 우리를 놀라게 만든 것은 사실이었다. 신체적 여건이 좀 딸리더라도 끈기있게 도전하는 모습에 감동하는 다른 교관들도 있었다. 난 여전히 못마땅했지만. 이제 와 생각해보면, 난 두려웠던 것 같다. 그녀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지게 되는 날이 오는걸, 나도 모르게 두려워했었다.
한 명의 대원으로써 조금씩 작전과 훈련에 익숙해지는 것이 보이기 시작했다. 나 또한 천천히 인정하기 시작했다. 인정하긴 싫었지만. 어느덧 한 명의 병사. 혹은 그 이상의 역량을 갖춘 그녀가 내게 개인적으로 대화를 걸어오기 시작했다.
왜 나였을까. 아직도 그건 모르겠다.
하사님, 하사님 하며 마치 나이차 나는 여동생마냥 쫄래쫄래 따라다니던 게 귀찮아서 골탕을 먹이려고도 들었다. 하지만 왜인지 모르게 드는 죄책감은 내 손을 막아섰고, 결국 어느 순간쯤 가자 내 의도와는 달리 점점 더 그녀에게 관대해져만 가는 것을, 내 동료는 물론 나 자신까지 지각하게 되었다.
동료 한 명을 적의 탄환에 잃었다. 조금만 비껴갔으면 방탄복에 맞았을텐데. 그럼 살았을텐데. 세상은 너무 지독했다.
동료의 죽음에 내가 두려워하는 한심한 모습을 보일 때, 마치 자신은 두렵지 않다는 듯 그녀가 내게 다가왔다. 처음으로, 가족이 아닌 이성에게 포옹을 받았다. 난 그저 울음을 터뜨릴 수 밖에 없었다. 나 자신이 한심해졌었다.
어느샌가, 우린 서로에게 의지하고 있었다.
요즈음엔 무슨 수작을 부렸는지 아주 개인실까지 멋대로 들여와서는 하루종일 달라붙어 있곤 했다. 이상했다. 왜 귀찮거나 걸리적댄다는 생각이 안 들었을까. 익숙해졌나? 그런 것 치곤 좀... 이전에 느껴본 적 없는 기분이었다. 왜 그게 그렇게 들뜨는 거였을까.
그 들뜸을 해소하고 싶어 본인에게 그 심정을 토로했다. 아무 말 없이 다시 한번 품에 안기고선, 그 다음은...
허무한건지 만족한건지 모를 기분을 온 몸에 감아두고, 내 팔을 베개삼아 누운 그녀의 살짝 볕에 그을린 피부가 밤공기에 닿지 않도록 모포를 끌어올리다, 문득 꿈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허무맹랑한 소리였다. 살아남는게 고작인데, 끝난 이후를 묻는다니. 목숨이 먼저 끝날 판에.
그녀는 화가가 꿈이라고 했다. 이전에도 몇 번, 그녀가 무언가를 열심히 그려대는 걸 스쳐지나가며 본 적은 있었다. 모든 게 끝나면, 세상 곳곳을 돌아다니며 많은 풍경과 사람들을 그릴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그 여행에서 내가 그녀와 항상 함께하며 지켜달라고 말했다.
나는 지키지 못할 약속을 받아들였었다.
당시 내 개인실에 두었던 랜턴은 낡아빠져서 종종 지멋대로 불빛이 깜빡이곤 했다.
지금은 그 랜턴 불빛에 의존해, 메모장에 그려진 내 초상화에 대고 나홀로 달을 술친구 삼아 건배했다.
별 생각 없이, 평소의 조심성 대신 튀어나온 말에 너는 조금 당황한 듯 입가에 손을 가져다댔으나. 그렇게 문제될 만한 이야기는 아니었다고 생각한 건지 손을 내린다. 그리곤 나름대로 생각한 대답에 그게 맞다는 답이 돌아오자 다시 머릴 굴린다. 둘이 친하다곤 생각했지만... 씨익 웃는 표정을 보자니 좋은 예감이란 게 없어서 눈을 느릿하게 깜빡이니 어느새 어깨를 짚은 손과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렸다.
"신경 안 쓴다는 것 치곤 이것저것 많이 해주실 모양이군요, 뭐 좋습니다."
그럴 일이 없다는 장담 같은 걸 어떻게 하겠는가. 솔직히 말하면 이런 걸 기대하고 이스마엘이 이야길 한 것 같진 않았으니 더욱 그랬다. 그냥 으름장이라고 생각해도 되겠지. 그 뒤엔 또 등을 얻어맞았다. 윽. 피할 겨를이 없었던 건 아니고. 자꾸 때리는 걸 보면 마음에 안 들어서 그러는 게 있는 듯하니 피한다고 해서 끝날 것 같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맞는다고 해서 크게 달라질 것 같진 않았지만 뭔가 목적이 있으니까 때리는 것 아니겠는가. 맞추는 게 목적이면 맞아줘야지 조금이나마 풀리지 않을까 싶고. 아프면 얼마나 아프겠는가. 물론 아프긴 했다. 안 그래도 예민한데.
"......"
할 말이라. 얼얼한 감각을 애써 무시하면서 너는 말을 골랐다.
"오늘 감사했습니다. 레시, 좋은 일이 있었으면 좋겠군요."
구체적으로 어떤 일이라든가, 뭔가 알고 그러느냐 하는 질문이 올 수도 있었지만 아마 그녀라면 그리 되묻진 않았을 터다. 너로서도 그냥 애매모호하게 받아들여지길 바란 말이기도 했고. 그렇게 레레시아를 보며 가볍게 웃은 넌 고갤 살짝 숙여 인사를 건넨 뒤 발걸음을 돌렸다.
괜찮지 않다 하면서도 의연히 자리에서 일어나 버티는 선우를 바라보며 미미하게 고개를 기울였다. 들어오며 요란한 소리를 듣긴 했지만 선우가 정확히 어떻게 아픈지까지는 정황을 모르니 적극적으로 뜯어말리지는 않았지만서도. 듣기로 훈련장에는 자동 회복 기능이 있다 하니 큰 문제는 없으리라는 생각이다.
"예, 조금 연구할 것이 있어 말입니다."
그리 말하는 동안 시선이 짧게 제 검으로 향했다 떨어진다. 아마도 이 거추장스러울 만치나 길다란 칼이 보검인 모양이다. 방금 있었던 사건에 관해서는 별일 없었던 듯하니 관심 가지지 않아도 되겠지만―상대방도 부끄러워하는 것 같고―,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는 조금쯤 궁금증이 든다. 제 처지에 상대에 대해 아는 것이 많아져 나쁠 것 없다.
자캐가_상처받으면 물리적인 상처에도 내색하지 않는 편이지만 정신적인 상처도 뭐 멘탈 박살나기 전까지 내색하지 않는 편이지..? 여러모로 자기가 받거나 받아온 상처는 숨긴다! 라서 주변 사람 속 썩이기 좋은 부류긴 한데 이게 남에게 짐을 맡기고 싶지 않다...는 마음에서 기인된 고의적인 숨김이 60%라면 40%는 자기가 온실같은 새장에서 나와 슬럼에서 그 짧은 시간 동안 개처럼 구르며 자라온 환경 탓도 있어. 슬럼은 분명 서로 의지하며 기대는 사람도 많지만, 그만큼 범죄의 온상이기도 해서 상처를 이용하려 드는 사람들이 많았으니까. 아직 불신하는 마음이 무의식적으로 있는거지...? 응..
네가_뭐라도_되는줄_알았나봐_라는_말을_들은_자캐 "무엇이 되어야만 합니까? 이상을 쫓고자 함에 자격은 필요가 없습니다. 꿈조차 꿀 수 없다면, 필히 잘못된 것이 아니겠습니까." "저는 붉은 저항의 에델바이스, 제0특수부대 소속입니다. 무엇이라도 되긴 하지요." "어찌 이상향에 대해 자격을 나누고자 하십니까." (적대세력)
"그렇지요, 네. 나설 권한은 없지요. 저는 당신의 가족도 아니고, 친우라고 하기에도 애매하며, 동료라기엔 허례허식에 불과한 관계니 말입니다. 그렇지만 인간된 관점에서 당신을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 없었습니다." "위로는 기만이라지만.. 의지할 곳 하나 없으면 외롭지 않습니까." (소중하게 생각하는.. 그래! 당신!)
"그럼 뭡니까? 아무것도 아닌 존재입니까?" "뭐라도 되는줄 알았냐고? 그래, 뭐라도 되는줄 알았습니다. 아무것도 아닌데 내가 설레발만 쳤던 겁니까? 나 혼자만 또 당신을 흉측한 망상속에 사정없이 몰아세우고 끔찍하게 울었냔 말이야. 재밌었어?" "당연히 재밌었겠지. 뭐해? 재밌었으니까 웃어야지. 날 어디까지 비참하게 만들 셈이야?" (👀)
"안되겠다." "따라 나오십시오." < 제한테는 이럼
자캐를_상징하는_꽃 이런 질문이 나오면 명확하게 답을 주고 싶은데, 막상 이스마엘의 캐릭터성을 떠올리면 명확하게 답을 주기 어려운 해시네. 탄생화로 흘러가자면 매화지만... 음..... 굳이 정해보자면 해바라기...?
노크소리가 들려오자 너는 고갤 돌렸다. 이 시간에 누가? 네가 노크를 하러 갈 예정인 경우는 있었어도 이렇게 찾아올 만한 사람은 아마 없었던 것 같은데. 그럴싸한 추론으로는 한 명 정도밖에 떠오르지 않아 긴가민가하면서 거울에 비친 네 모습을 보았다. 아직 못 씻었는데. 살짝만 열어볼까? 그렇게 어쩔 수 없이 문 앞으로 다가가 여니 보이는 인영과 풍기는 향기에 너는 눈을 깜빡였다. 당신이었구나.
"아, 아닙니다."
무슨 용건일까 싶어 올려다보니 시선이 좀처럼 마주치지 않아 의아해하던 차에, 당신의 등으로부터 천천히 네 앞으로 다가온 상자와 포장된 캔버스를 얼떨결에 받아든다. 아, 그렇지 참. 오늘, 아니 방금 전까지만 해도 시끌벅적했던 이벤트를 떠올린다. 잠시 상자를 내려다보던 네가 다시 고갤 들어보면 흰 머리카락 사이로 보이는 눈이 일렁이는 게 보였다. 너무 늦어서 미안하다. 욕심을 좀 냈다는 목소리에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말을 고르기 위해 굴러가는 시선 끝, 앓는 소리와 함께 들려오는 목소리에 너는 잠시 목소리를 내는 대신 귀를 기울였다.
"잠시만 기다려요, 잠깐이면 됩니다."
점점 작아지는 목소리라고 해서 네가 듣지 못할 리는 없었고, 수줍음이 가득한 표정과 어조를 듣고 나서 너는 눈을 느릿하게 깜빡이더니 그런 말과 함께 잠시 문 뒤로 모습을 감췄다. 정말 잠시라고 할 수 있는 시간, 안에서는 뭔가 소리가 들리는 것 같긴 했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소리인지는 알 수 없는 소리가 들려오다가 멈춘다. 그리고 기다림이 끝났다는 것을 알려주기라도 하듯 열린 문 너머에는 리본으로 장식한 호리병 모양으로 접힌 얇은 종이상자와, 종이상자와 마찬가지로 얇은 막대과자가 담겨 마치 꽃다발처럼 보이는 것이 모습을 드러냈다. 당신이 신경 쓸 겨를이 있었다면 방 안에서 은은하게 풍기는 모카 향기뿐만 아니라, 방금까지 뭔가 하고 온 듯 접힌 소매와 올려묶은 머리, 흰 옷에 묻은 갈색 흔적 정도는 알아챌 수 있었으리라.
"결국 제가 더 늦었군요, 미안합니다."
조금 급하게 포장한 듯 구겨진 부분이 있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지금 주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번엔 네가 문 앞에 선 당신에게 선물을 내민다. 선물을 건네고도 네 손에는 여전히 뭔가 들려 있었다. 그렇게 손에 작은 종이 한 장만 접혀 남아있고 나서야 아직 남았다는 듯 종이를 펼치면, 그 안에 담긴 동그란 모양의 초코볼이 모습을 드러낸다.
"빼빼로는 아니지만, 남은 초코로 만들어봤습니다. 모카향이 좀 나는데 괜찮다면..."
초콜릿 취향까지는 알지 못해서 네가 좋아하는 걸 위주로 만들었기에, 혹시 싫어하면 어쩌나 걱정했다. 억지로 먹는다거나 하지는 않길 바랐기에 쉽게 거절하지 못하는 선물을 좀 더 신중했어야 했다고 속으로 자책하면서도, 꼭 먹어줬으면 한다는 마음이 공존해 초코볼 하나를 집어든 너는 당신의 입에 그대로 가져간다.
"나도 마찬가지야, 이셔."
네 미소는 언제나 개운치가 않았다. 처진 눈썹과 대비되는 날카로운 눈매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평소에 계속 풍겨대는 조금 음울하거나 답답한 느낌 때문이었을까. 그럼에도 너는 미소지었다. 당신에게 받은 기쁨을 전부 표현하고 싶었으니까.
주말의 주방은 언제나처럼 고소한 냄새와 설탕의 달콤한 냄새로 가득하고, 이는 신디가 도넛을 튀기고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주말이면 교회에 들러 기도하는 독실한 신자들처럼 신디는 주방으로 향했는데 이는 하나의 의식으로 자리를 잡은지라, 신디는 제사복 대신 앞치마를 두르고, 밀가루를 반죽으로, 반죽을 도넛으로 구워내는 의식을 매주마다 거행했다. 이는 도넛을 좋아하는 만큼 도넛을 만드는 과정 역시 좋아하기 때문이었으며 또한 다른 이들에게 도넛을 나누어 주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보울에 계량한 밀가루를 붓는다. 신디는 밀가루를 반죽으로 만드는 과정을 좋아했다. 힘을 주어 반죽을 치대면, 밀가루와 달걀, 설탕과 버터가 균일하게 섞여 한 덩어리의 반죽이 되어가는 순간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홍조까지 띄워가며 웃는 것이었다. 반죽을 치대는 반복적인 행위에서 생각하면 눈물이 나오는 슬픔도, 절제할 수 없을 분노도 잊어버리며 평온을 찾았고. 밀가루 반죽이 숙성되는 시간 동안 부풀어 오르는 반죽을 지켜보며, 마음속 희망도 같이 부풀어 오르는 것을 느꼈다.
미래 같은 건 없고, 하루하루 굶어 죽지 않을 것을 걱정하던 때. 그런 불운한 삶에서 신디를 구원했던 것은 쓰레기통에 버려졌던, 기름과 설탕으로 범벅이 되었던 도넛이었다. 그때 혀끝에서 느껴지던 도넛의 단맛은 너무나도 달콤해서 허기는 물론이고, 공허했던 영혼마저 가득 채워 주었을까. 이는 신디의 삶에서 유일한 행복이었으며, 처음으로 찾아온 구원이었다. 신디는 그 강렬한 단맛을 오랫동안 음미하며, 앞으로 어떤 일이 있던 도넛만 있다면 괜찮으리라 여기게 되었다.
어느덧 부풀어 오른 반죽을 알맞게 떼어내어 둥글게 만든 뒤, 구멍을 뚫은 뒤 유산지 위에 올린다. 무겁게 한 덩어리로 마음에 자리 잡았던 감정들에도 구멍을 뚫는다. 한 번 더 기다림의 시간을 가진 후, 알맞은 온도로 맞춰 둔 기름에 유산지에서 떼어낸 도넛을 조심스레 넣는다. 튜브처럼 떠오른 도넛들이 황금빛이 되었을 때 건져 내어 만들어둔 글레이즈로 아이싱한다.
우울한 현실에서 달콤함에 가지게 되었던 희망이 부풀고, 따뜻한 시간을 거쳐 지금이 되었을 때. 신디는 이 구원을 자신만 누려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다른 이들에게도 자신이 겪은 것과 같은 구원의 순간이 필요 할 것이라 생각했다.
그렇기에 신디는 냄새에 주방으로 이끌려온 당신에게 웃으며 다가가 준비한 도넛을 권하며 이리 말하는 것이었다.
블랙스케빈저와의 전투가 끝나고 며칠의 시간이 흘렀다. 언제나처럼 임무 브리핑이 있으니 참여하라는 메시지가 날아왔을 것이다. 각각 서로 다른상황에서 각자의 생각을 가지고 들어왔을 것이다. 누군가는 새로운 임무를 받게 되어서 즐거움을 느낄 것이고 누군가는 소중한 사람과 시간을 보내던 중 메세지가 날아와 아쉬움을 느꼈을 것이다. 어쨌든 이미 메세지는 전송 되었으니 올 사람은 와야할 것이다.
로벨리아는 그들을 바라보며 하나하나 들어오는 이들에게 인사했다. 언제나처럼 에스티아가 노트북 앞에 서 있었고 로벨리아가 프레젠테이션 앞에 서 있었다.
"일단 저번 임무는 다시 한 번 수고했어. 이번 임무는 지난번처럼 위험한 임무는 아니지만 그와 비견될 정도로 중요한 임무야."
이번 임무는 다른 임무와는 다르게 죽을 위험은 낮으나 다른 임무들처럼 실패 시 커다란 리스크가 있기 때문에 반드시 성공해야한다는 것이었다.
로벨리아의 뒤에 있는 스크린에 첩보부대에서 입수한 비밀 문서가 떠 있었고 그 아래에 적당히 요약한 요약본이 있었다. 그 요약본의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리아스 시티 공격]
xx월 xx일, 돌격대원 12명을 리아스 시티에 파견, 3일 동안 주요 거점에 폭발물을 설치, 작전 시작 30분전 격발한다. 그 후 혼란을 틈타 무차별적인 테러와 공격으로 그곳을 쑥대밭을 만든다.
가디언즈 돌입 예상 시간: 테러 10분 후 대처방안: Z-2450을 주입한 대원들의 경우 홀로 가디언즈 2명을 상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나 간부의 개입을 고려, 전 대원이 V9지점에 집결 후 퇴각, 본 거점의 위치를 파악할 수 없게끔 산개 후 복귀
주요 폭탄 테러 지점 좌표: C3B4E2O4 등 22지점
전투지휘관: 정태성, 전투부대원: 크라운, 히카루, 지오바니, 레이첼 등 30명
그 줄을 하나하나 레이저 포인트로 가리키면서 다시 한 번 내용을 읽어주던 로벨리아는 한숨을 내쉰 후에 다시 말을 이었다.
“이들 조직의 이름은 [프리덤] 세븐스들의 자유와 권리 증진을 외치며 각종 도시에 테러를 저지르고 사람들을 죽이는 과격파 레지스탕스지. 만들어진 지 6개월도 채 되지 않은 신생 조직인데 반해 행적은 웬만한 레지스탕스들 이상이야.”
다음 슬라이드로 여러 신문기사들이 자료로 떠올랐다.
프리덤, AB 보육원 습격, 원장과 그 직원들을 살해. 프리덤, 의류 공장 테러, 공장 4개가 파괴 후 공장주 실종 직원들, 좋은 사장님이 죽었다며 분개 프리덤 대장, 세븐스들이여 비 세븐스들을 모두 죽여라, 막말 파문 또 프리덤..국민들은 두려움과 불안에 떨고 있다. 신생 테러 조직 프리덤, 세븐스들의 권리를 내세우며 악행을 저지른다. 등등 그들의 악행이 적힌 신문기사들이 떠올랐다.
“그들의 주 타겟은 대게 세븐스들에게 강력 범죄를 저지르고도 처벌받지 않는 비 세븐스들이야, 그렇기에 이들에게 동조하는 세븐스들이 점점 늘어가고 있어 빨리 조치를 취해야해. 이들이 계속 활동을 계속한다면 세븐스와 비 세븐스들 간의 감정의 골은 계속해서 깊어질 뿐이야.”
세 번째 슬라이드로 넘어가며 도시를 간략하게 묘사한 그림이 나타났다. 그 직후 X표시가 쳐지며 위에서 언급되었던 폭탄이 심겨진 주요 장소들과 여러 가지 방향의 화살표가 나타났다.
“놈들의 예상 투입 시간은 앞으로 3시간 후, 투입로는 위 화살표와 같다. 이번 임무는 프리덤 조직원들을 제압하고 놈들의 테러 활동을 막는 것이다.”
네 번째 슬라이드로 넘어가며 조직원들의 얼굴과 이름이 드러났다.
“활동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는 집단이어서 유추할 수 있는 정보는 얼굴과 이름뿐이야. 그렇기에 어떤 세븐스를 가지고 있으며 어떤 방식으로 공격을 할지 예상이 가지 않아.”
“일단 이 문서의 내용이나 계획에 대해서 질문이 있는 이 있나?” 만약 알고 싶은 것이 있다면 묻는 것이 좋을 것이다.
개인실에서 어떤 생각에 골몰하고 있던 레레시아의 정신을 단말기의 알림이 일깨운다. 반사적으로 흠칫 하며 단말기를 들어보자, 소집 명령이 었다. 새로움 이무라. 아스텔은 별도로 미션을 받았으니 아마 동행은 안 하겠지. 항상 같이 나갔던 것도 아니지만. 뭐. 그래도 어쩔 수 있나. 그녀는 미적미적 일어나 나갈 채비를 갖추었다. 긴 머리는 하나로 묶고, 제복을 입을까 하다가 사복을 걸친 후 허리에 모조 보검인 장식줄을 둘렀다.
터덜터덜 걸어서 회의실로 가니 이미 여러 인원이 모여있었다. 대충 슥 둘러보고 자리에 앉아 브리핑을 들어본다. 평소의 미션과 크게 다를 것은 없던가. 제멋대로 날뛰는 조직의 제압과 그들이 설치한 폭탄의 제거. 다리를 꼬고 삐딱하게 앉아 브리핑을 듣다가 질문 받는 시점에서 한 손을 들고 말한다.
레이먼드 좋게 말해 사적 제재라는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네 번째 슬라이드로 돌아왔다.
“각 대원마다 무장상태가 조금씩 달라. 그러나 공통적으로 돌격대원들은 전투에 유용한 세븐스를 가지고 있어서 총이나 칼 등의 무기를 주로 사용할 가능성은 낮아.”
이들의 정확한 세븐스는 불명이었지만 그들이 파괴한 곳의 흔적들을 살펴보았을 때, 총이나 칼보단 세븐스를 사용했음을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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쥬데카, 나나리
"폭탄의 위치를 찾고 해체 작업이 필수적이니 최대한 제압하여 폭탄의 위치를 알아내는 방향으로 가는 것을 목적으로 하되, 유사시 사살해도 좋다.”
결국 0특수부대의 목숨을 우선적으로 하는 것은 변함없었다. 더욱이 최악의 경우 폭탄을 막지 못하고 죽거나 다칠 수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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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디의 질문이 끝나기 무섭게 0특수부대 대원들에게는 휴대폰 크기의 검은색 기계장치가 주어졌다. 에스티아가 폭탄 테러의 정보를 듣자마자 하루만에 만들어버린 폭탄 해체 장치였다.
그들이 저지른 폭탄 테러의 흔적을 보고 어떤 폭탄을 사용하는 지 알아내서 만들었다고 한다.
"총 22곳의 테러예상 지점이 있어. 각 포인트마다 한명 씩 배치될 거야“
지난번과 같이 이번에도 시간과의 싸움이었다. 그러나 지난번과는 달리 이번 작전의 승기는 명백히 에델바이스에게 있었다. 0특수부대가 가지 않는 곳은 다른 부대에서 지원을 와서 해체 작업을 할 것이기에 숫적으로도 밀리지 않았고 저들은 일반적인 세븐스이기에 한명한명의 강함은 보검을 가진 에델바이스보다 약하다. 굳이 에델바이스가 아니더라도 가디언즈에게 제압당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기에 아스텔과 에스티아는 다른 중요한 임무를 하기 위해 다른 곳으로 향했다.
그러나 만약 이들이 가디언즈에게 제압당한다면 세븐스는 위험한 족속들이라는 사람들의 인식이 더욱 커질 것이기에 그들이 나선 것이다. 도시 사람들을 모두 대피시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렇기에 최대한 적은 피를 흘리며 적들은 신속하게 제압해야한다.
"워프실을 이용해서 준비가 된 이들은 모두 출동하도록!"
그녀의 명령에 따라 워프실을 이용해 게이트를 탔다고 한다면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도시와 제법 떨어진 곳에 준비되어있는 다양한 자동차들일 것이다. 에스티아의 말로는 자율주행 프로그램이 설치되어있어 운전면허가 없어도 자유롭고 안전하게 목적지로 갈 수 있다고 한다.
자동차는 빠른 속도로 목적지를 향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문이 열리며 대원들을 내려주었다. 이내 치익거리는 소리와 함께 아스텔의 목소리가 대원들의 귓가에 울렸다.
[작전 시간보다 30분 일찍 도착했어. 프리덤 대원들은 지금쯤 테러 시간을 기다리며 민간인으로 위장하고 있을꺼야. 사람들을 관찰하며 의심가는 사람이 있는 지 확인해줘. 단, 너무 주의를 끌지마. 우리 마을과는 달라. 이곳 사람들은 우리를 미워하고 의심한다고.]
제일 우선은 폭탄 해체, 유사시 사살 허가. 대답은 그것으로 충분하다. 그녀는 출동 명령이 떨어지자 곧장 워프 게이트로 갔다. 이미 준비는 다 되어있었으니.
게이트를 통과하자 차량이 준비되어 있었다. 차량을 타고 이동하자 어느 도시에 도착한다. 민간인들 사이에 섞여야 하는 거였나. 사복으로 나오길 잘했다. 그녀는 자켓의 깃을 세워 목덜미를 가리고 색이 연하게 입혀진, 도수 없는 안경을 꺼내 착용했다. 머리는- 이대로 둘까. 그리고 원래부터 그 지역에 사는 사람인 것처럼 느긋하게 걸으며 포인트 주변을 살피기 시작한다.
큰 스포츠 가방을 메고 주변사람들을 흝어보는 레이먼드를 보고 일부 시민들이 저 세븐스 자식은 뭔데 사람들을 흝어보냐고 시비를 걸었으나 대게는 그의 흉터와 손을 감고 있던 붕대에 남아있던 핏자국을 보고 피하거나 뒷걸음질 칠 뿐이었다.
레이먼드가 머물고 있는 지점은 상당히 평화로워 보였다. 그러나 이상하게 이곳을 걷고 있는 시민들은 비세븐스 뿐이었다. 아무리 세븐스가 차별받고 인간 취급을 받을 수 없어도 적어도 한두명은 일을 하기 위해 도심을 걸어다닌다. 하지만 눈 씻고 다시 살펴보아도 이곳엔 어떤 세븐스도 보이지 않았다.
"이런..당신도 세븐스이신가보네요"
백발의 하얀색 가운을 입고 금빛 목걸이를 한 오드아이 남성이 그에게 말을 걸었다. 그의 나긋나긋하고 정중한 말투는 이 자가 테러같은 폭력적인 행동을 할 사람이 아니라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지금 바로 이 도시를 떠나시는 게 좋을 거에요. 무서운 일이 벌어질 수 있거든요?"
그는 레이먼드가 0특수부대라는 것을 모른 채, 그저 한명의 불쌍한 세븐스이라고 생각하여 조언을 해준 모양이었다.
주어진 검은색 장치를 이리저리 돌려가며 살펴본다. 휴대전화 크기만 한 이것이 해체 장치라니. 전파교란 장치라도 되는 건지. 금세 이런 장치를 만들어 냈다니 기술력도 참 좋다고 생각하며 감탄한다. 출동 명령에 챙겨 들고선 워프 게이트를 탄다. 도착하면 또다시 차를 타고 이동했을까. 내리고 난 뒤 들려온 무전에 주변을 둘러보고선, 난처한 얼굴로 서서 입술을 만지작거린다. 사람들이 많은데 잡아낼 수 있을까. 뭐어, 어떻게든 해봐야겠지. 애써 웃어내며 느긋한 발걸음으로 포인트 주변을 돈다.
이곳은 너무나 평화로웠다. 폭탄이나 테러와는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평화롭고 웃음기 넘치는 도시였다. 나나리는 자켓의 깃을 세워 목덜미의 7표식을 가리고 안경으로 자신의 정체를 숨겼다. 그리고 원래부터 그 지역에 사는 사람인 것처럼 느긋하게 걸으며 주변을 살피기 시작한다.
"언니, 붕어빵도 사자! 붕어빵! 대장이 좋아할꺼야!"
그리고 그때, 명백히 이질적인 군복을 입고 목덜미의 7 표식을 당당하게 드러내는 이들이 있었다. 짧은 보라빛 단발의 소녀와 장발의 민소매를 입은 소녀였다. 자매로 보이는 듯한 그녀들은 사이좋게 물건을 사려고 했었다.
만약 레레시아가 그들을 유심히 지켜보았다면 무엇인가 이질감을 느낄 수 있었을 것이다.
"안돼, 우리 돈 너무 많이 썼잖아"
"제발~ 우리 월급 나왔잖아~"
"못살아 정말...아저씨..붕어빵 한봉지 주세요.."
붕어빵 장사꾼은 웃으며 붕어빵 한봉지를 담아주었다. 사이좋은 자매에게 서비스를 준다면서 한마리를 더 넣어주었다. 자매는 붕어빵 아저씨에게 감사인사를 하며 한마리씩 입에 넣고 오물거리며 수다를 떨었다.
22곳이나. 규모에 비해서 꽤 크게 저지를 생각인 것 같다. 뒤 같은 건 생각하고 있지 않으려나. 유사시의 대응도 확인받았으니 일단은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워프 게이트를 넘어갔다. 도착한 장소는 도시와는 꽤 떨어진 곳, 자율주행 기능이 있는 자동차에 올라타니 미리 정해진 포인트로 이동시켜주는 모양이었다. 아마도 테러를 사전에 막을 수 있는 시간은 대충 30분 정도인 듯했기에 차에서 내린 너는 천천히 주위를 둘러보았다. 제복을 입었다간 들통날 테니 적당히, 단정하게만 입은 채 머리를 묶은 끈을 풀었다. 도수가 없는 안경 정도는 걸쳐두면 좋겠지.
"......"
지나다니는 사람들과 부딪히지 않게 조심하면서 발걸음을 옮긴다. 의심이 가는 사람이라. 적의, 혹은 목숨의 위협이라면 놓치지 않을 자신은 있었으나. 어디까지나 이 장소가 예상지점이라는 게 문제였다. 전혀 아무런 것도 느끼지 못한다면 이 장소는 아니라고 봐도 되겠지. 그런 생각을 하며 주변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직접 쳐다보거나 하면 의심을 살 테니까.
길거리에는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그러나 하나 특이한 것은 길거리에 진동하는 풀내음이었다. 자동차들의 매연냄새도 아니고, 진열되어있는 화장품 냄새도 아니고, 음식점의 맛있는 냄새도 아니다. 그저 입 안 가득히 푸른 채소들을 가득 쑤셔 넣는 듯한 지독한 풀냄새였다. 사람들도 무엇인가 이상함을 느끼고 있는 지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냄새의 원인을 찾으며 걸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때, 누군가가 신디에게 달려와서 다짜고짜 욕설을 내뱉으며 주먹질을 했다,
"야 이 더러운 세븐스 자식, 네놈이 또 뭔 짓거리를 한거야!"
그 소리를 들은 주위에 있던 비 세븐스들이 그녀에게 몰려와 그녀를 둘러싸고 욕을 뱉으며 쓰레기를 던지기 시작했다.
마치 비능력자와 세븐스의 구역을 나눠놓기라도 한 것 같은 위화감. 세븐스가 나 제외하고는 한 명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눈치챌 때 즈음, 웃옷의 후드를 머리에 덮어 써서 더더욱 주의를 기했다. 잠깐 사이에 누군가가 다가와선, 자신도 세븐스임을 밝히고... 무서운 일이 곧 벌어진다는 경고를 한다.
이런 말을 하는 걸 보니, 빙고...까진 아니더라도, 주의를 기할 필요는 있는 인물로 추정된다.
"조언은 고맙지만, 볼 일이 있어서."
물론 세븐스가 근처에 볼 일이 있기엔 상당한 위화감이 드는 현장이었다. 어쩌면 적당히 둘러대고, 아예 모든 시선에서 벗어날 필요도 느꼈다.
굳이 귀기울여 듣지 않아도 세븐스에 대한 불쾌감이 느껴진다. 너는 네게 쏟아지는 시선과 목소리에는 최대한 신경을 끈 채 걸었다. 얼마나 걸었을까, 갑작스럽게 느껴지는 기운에 살짝 고갤 들어보면 건물의 옥상이 시선의 끝에 있었다. 어쩌면 지금 네 주변에서 전해지는 불쾌감과는 비교조차 불가능한 크기의 혐오감, 분노. 한 마리의 벌레가 날아드는가 싶더니 목소리가 들렸다.
"그러지 않는다면 어쩔 셈입니까."
들릴지 들리지 않을지는 모르겠으나. 목소리를 전할 수 있다면 반대로 먼 곳에서의 목소리를 들을 수도 있겠지. 너는 그렇게 생각하며 되물었다. 아마 빙고인 것 같은걸. 분명히 도시 전체를 향한 악의, 주변의 모두에게 떠나라는 말을 전하는 게 아니라 세븐스를 콕 집어 전하는 경고라. 너는 옥상에서 시선을 내려 건물을 쳐다보았다. 이 위인가?
혀를 차는 소리가 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작은 총성과 함께 발 앞에 구멍이 생기자, 천천히 옥상 쪽으로 시선을 올리며 묻는다. 꼭 자신이 그런 일을 벌이는 것처럼 말하는 것 같은데. 일단은 위협사격인 모양이지만 뒤이어 들려오는 목소리에 담긴 감정을 생각하면 적극적인 느낌은 아니었다.
"제가 왜 당신 말을 들어야 합니까. 다짜고짜 위협부터 하는 상대를 믿고싶진 않군요."
묘하게 다급해진 듯한 말투, 혹시 때가 다가오고 있나? 분명 30분 정도는 여유가 있다고 했는데. 그렇게 말하며 주변을 한번 둘러본다. 혹시 이 자리 주변에 폭탄이? 이미 설치되어 있는 폭탄이라면 빨리 떠나라고 재촉하는 것도 이상하진 않았다. 아무리 증오한다지만 보통 이런 부류는 제 목숨을 던지는 것보단 피해를 최소화하고 싶어하겠지. 죽어버리면 복수를 완수할 수 없으니까.
비릿한 풀 냄새가 코끝을 스친다. 고인 물이나, 수풀이 우거진 곳에서나 날 법하지 도시에서는 나서는 안 되는 냄새다. 그 냄새는 점점 강해지니 지독함을 느낀다. 멈춰서서 주변을 둘러보면 저만 이상함을 느낀 건 아닌 듯 했을까. 바로 근처에 있다는 거구나. 인파들 사이 의심쩍은 인물이 있는지 살펴보던 중, 갑작스레 주먹이 날아든다. 피하지 못하고 얻어맞는다. 양 눈을 동그랗게 뜬 채, 더 얻어맞지 않기 위해 팔을 들어 막으며 뒤로 물러난다. 이어지는 욕설을 듣고선 금방 짜증이 어린다. 그럼에도 부처의 마음으로 참아내며, 날아오는 쓰레기를 쳐낸다. 제 정체도 들켜버리고. 이래선 어떻게 해야할지. 생각하며 사람들을 피해 물러나다간, 솟아 오르는 식물을 보고선 급히 포탈을 만들어 아직 식물이 솟아나지 않은 곳으로 피하려 했다.
유사시엔 사살도 허가. 즉슨 교전이 벌어질지도 모를 위험인물이란 뜻일까. 애당초 테러 예상 지점이 22군데나 되는데 위험하지 않을 수가 있을까. 착잡한 심정을 뒤로 이스마엘은 점퍼에 해체 장치를 쑤셔박듯 넣더니 자율주행 차량에 올랐다. 차에서 내리기 직전 아스텔의 전언대로 주의를 끌지 않을 방법을 고려했던 것인지 이스마엘은 손목을 더듬어 재머를 껐다.
슬럼이 아닌 마을을 걷는 것은 또 처음이지만 혐오하는 시선은 그대로겠지. 이스마엘은 최대한 인파 속에 섞일 수 있도록 발걸음을 느릿하게 옮겼다. 어깨까지 내려 팔에 대충 걸친 점퍼, 주머니에서 꺼낸 선글라스. 어깨 쭉 펴고 매서운 인상 가리고 걷기로 했다. 주머니에서 꺼낸 다른 것은 담뱃갑이다. 피울 요량 전혀 없으나 혹시 모를 일이다. 임무를 위해서라면. 음.
"저, 전 가디언즈입니다. 이 근처에 음파폭탄이 있다는 정보가 들어왔어요. 비 세븐스에겐 문제가 없지만, 우리같은 세븐스에겐 치명적인 음파가 나와요!"
백발의 남자는 눈에 뻔히 보이는 거짓말까지 하며 레이먼드를 밖으로 빼내버리거나 레이먼드의 일을 빨리 해치워버리려고 했다. 그는 침을 삼켰다. 그의 동공이 떨리며, 무엇인가 필사적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 잘 드러나고 있었다. 필사적으로 생각한 것이 고작 자신이 가디언즈라는 거짓말이니 그의 부족한 창의력과 순발력이 불쌍해질 지경이었다.
"그러니까 도와드린다고요! 어디에요! 위치만 알면 빠르게 움직일 수 있어요"
그에 반해 레이먼드의 계책은 놀라울 정도로 잘 먹히고 있었다. 남자의 말과 행동은 점점 더 부자연스러워지고 있었고 처음의 그 부드럽고 인자했던 어투또한 다급하고 무엇인가에 쫓기는 듯하게 바뀌었다.
웃는 얼굴로 붕어빵 하나만, 을 시전하니 이 자매는 이상한 부분에서 반문을 해왔다. 장갑 끼고 먹을 거냐니. 거기다 붕어빵도 통째로 주며 얼른 나가라고 충고까지 해준다. 뭐랄까. 그런 테러를 일으키는 사람들이라곤 믿기지가 않는데. 그녀는 속으로 생각을 굴리며 겉으로는 태연하게 말했다.
"하나면 되는데. 이야. 역시 예쁜 애들이 마음씨도 좋네."
붕어빵 봉투에서 하나 꺼내 우물우물 하고, 나가라는 건 곤란하다는 듯 볼을 긁적인다.
"여기에 뭐 시찰이라도 오나 봐? 그런데 어쩌지. 나 동생이랑 만나기로 해서. 내가 너무 일찍 나와서 30분은 있어야 올 거래."
오늘 아니면 못 보는데 큰일이네- 곤란한 듯한 표정과 말투로 주변을 두리번거린다. 그러다 자매를 보고 말한다.
가지고 노는 겁니까? 그건 그거대로 악취미라고 말하다가, 옷자락을 찢은 총탄에 반응한 건지 중년의 남성이 어깨를 붙잡았다. 갑작스레 멱살까지 잡힌 상황에서 여전히 옥상 쪽을 주시하던 너는 남성에게 시선을 돌렸다. 새카만 눈으로 잠시 남성을 쳐다보던 너는 눈을 지그시 내리깔곤 남성의 팔을 붙잡아 근육과 근육 사이를 찔러쥐어 떼어놓으려고 했다. 다리를 살짝 들어 허벅지 안쪽을 걷어차려고 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지금이라면 네가 그와 저 옥상 위의 남자 사이를 가로막아도 소용이 없었으니 주저앉게 만들 심산이었다.
"이런, 괜찮으십니까?"
그리곤 마치 실수였다는 듯, 혹은 만용 따위는 접어두라는 듯 남성을 까만 눈으로 응시했다. 이걸 알아챌 만큼의 눈치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차라리 가디언즈를 부를 것이지, 수틀리면 먼저 죽음의 위협에 노출되는 건 자신이라는 것도 모르다니. 작게 한숨을 쉬는 소리가 들린다.
남자는 스코프를 이용해 쥬데카가 한 행동을 관찰했다. 자신에게 시비를 건 남자의 팔을 붙잡아 근육과 근육 사이를 찔러쥐어 떼어놓고 다리를 살짝 들어 허벅지 안쪽을 걷어차 주저앉게 만들었다. 무엇보다 자신이 있는 위치를 정확하게 바라보는 그에게서 무엇인가 이상함을 느꼈다.
"가디언즈냐?"
그리고 옥상에서 무엇인가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시력이 좋은 쥬데카라면 그것이 방금 전까지 옥상 위에 있던 남자라는 것을 알 수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이내 남자가 팔을 들어올리더니 윙슈트가 되어 쥬데카가 있는 방향으로 날아오기 시작했다.
지상으로 착지 직전에 낙하산이 펴지며 그가 땅으로 내려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쥬데카는 남자가 낙하산을 타고 다시 주저 앉은 남자를 겨냥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콘크리트를 뚫고 자라난 식물들이 가로등이며, 건물을 감싸며 자라났을까. 포탈을 통해 물러난 곳에서 상황을 살피며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에 잠긴다. 그러다 다가온 소년을 보고선 의아스럽다는 얼굴로 눈을 깜빡인다. 그러니까, 지금 이 사태의 범인이 바로 눈 앞에 있구나. 거절하기도 전에 식물을 제 상처에 바르자 신디는 무심하게 털어내고선, 더 하지 말라는듯 손을 들어 거부를 표한다.
"됐어요. 그만."
그리고선 이어진 말에 한숨을 내쉰다. 상대가 이렇게 나오면 어떻게 무력으로 제압 할 수도 없고. 아랫입술을 잘근잘근 깨물다가는 한숨을 내쉰다.
뱉든 말든 익숙한 행태다. 이스마엘은 그나마 슬럼에서 머리를 쳐대던 인사보단 이런 처우가 배로 나았다 생각이 들었다. 적어도 칼을 들고 쫓아오거나 총부터 겨누지 않는 걸 보니 도시라는 곳은 제법 괜찮은 곳이구나. 누군가 자신에게 노골적으로 말을 걸자 이스마엘은 속내를 다스렸다. 나는 지금부터 배우다. 정확히 어떤 역을 맡을지도 생각했다. 천방지축, 제멋대로의 삶을 사는, 지극히 오만한……. 그래. 이스마엘은 자신의 역할을 확정하곤 고개를 돌렸다.
"세에상에! 너 지금 나한테 말을 건 거야?? 나한테 제일 처음으로 말 거는 게 여기서 침만 뱉을 줄 아는 것들이라 생각했는데, 좀 다르네.. 너 깡 되게 좋다."
노골적으로 얘기하는 모습에 이스마엘은 잠시 발걸음을 멈춘다. 아량껏 멈춰주는 모습이나, 한쪽 눈썹을 까딱이는 모습이 본인이 세븐스임을 자각하면서도, 지극히 느긋하다. 꼭 귀한집에서 오냐오냐 자란 여식같은 행동 아니던가. 아니면 믿는 배짱이 있든지.
"오빠가 불러서- 약속 장소로 가는 길인데.. 왜? 내가 굳이 나가야 할 이유가 있나? 사람들이 불편해 하든 말든 그게 무슨 상관이람, 꼬왔으면 말을 하거나 신고를 했어야지. 아냐?"
밀어내는 모습에 이스마엘은 버티듯 한쪽 발을 앞으로 슬쩍 뻗더니 적반하장으로 묻듯 했다. 천천히 선글라스를 콧잔등 밑으로 내리며 묻는 모습 심기 불편함 여실히 드러난다.
윙슈트를 펼친 채로 낙하하는 남성을 주시하던 너는, 낙하산을 펼치고 착지한 뒤 바로 총을 겨누는 남성을 보자마자, 너는 중년의 남성을 밀쳐 넘어뜨리곤 그 앞에 섰다. 동시에 두 사람을 가리며 펼쳐진 건... 우산? 분명 우산의 모습이었지만 펼쳐지는 소리는 꽤 둔탁했다. 그도 그럴 것이, 검은 광택을 내는 그 우산은 비를 막기 위한 게 아니었으니까.
"잠행은 포기입니까?"
소란이 벌어지면 가디언즈가 찾아올지도 모르고, 이 장소에서 총격전이라도 벌어지면 흩어지는 게 사람들일테니 테러는 실패할 텐데. 반쯤 확신을 가진 너는, 여전히 네 목소리가 들릴 거라는 생각을 하며 그렇게 덧붙였다. 동시에 중년의 남성을 한번 흘겨본다.
번뜩이더니, 시야에서 사라진다. 깨진 유리 파편이 바닥에 떨어지고, 그중 하나를 즈려밟았다. 상대는 빛, 내지는 그에 준하는 형상으로 변해 고속으로 이동하는 세븐스다. 그러나 자신이 이동하는 궤도 상에 걸리적거리는 물체, 심지어 그것이 빛이 투과하는 물질이더라도 파괴하고 진행해야만 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뜻밖의 수확이군. 위협적인건 매한가지지만.
"그걸 댁이 어떻게 아는거요? 그리고, 수리 기사를 부른 시점에서 문제가 없다는 걸 내가 봐야만 하는거라 소용이 없어요."
아마 본인 스스로 돌아보고 왔겠지. 하지만 당연히 고장난 구석이 없을 수 밖에. 원래 그런건 없으니까.
"장난전화라 하더라도 난 가서 확인할 수 밖에 없어요. 그게 원칙입니다. 안 지키면 직장에서 잘리는, 원칙! 알아들었으면 다시 비키십쇼."
같은 세븐스면서 자매는 이런 행동이 자유롭다는 걸까. 물을 것도 없이 방금의 행동만 보면 알 것 같긴 하다. 그런데 왜지? 저렇게 당당히 목덜미를 내놓고 있는데. 주변에서 반응이 없는게 참 이상하다. 그렇게 궁금하지도 않지만.
"그 30분 걸린다고 연락할 때 이미 출발했대서- 장소를 바꾸는 건 좀 어렵겠어."
대충 그렇게 둘러대는데 뭔가 중요한 말이 나올 뻔 했, 다가 바로 막혔다. 아쉽네. 그녀가 바로 떠날 기미를 보이지 않으니 자매는 자신들이 요원이 맞다면서 힘으로라도 밀어내려고 했다. 그러면서 이 마을은 그녀가 있을 곳이 아니라던가 그러길래, 그만 참지 못 하고 킥 웃어버렸다.
"누- 가- 여기가 내가 있을 곳이라던가 아니라던가 정했는지 모르겠네. 하물며 너희는 무슨 자격으로 그런 말을 하는 건지도 모르겠고."
자매가 밀어내는 걸 슬쩍 피해 뒤로 몇걸음 물러서며, 느긋히 붕어빵을 꺼내먹는다.
"너희, 정말로 통제 요원이야? 그럼 신분증 같은 거 있겠네? 보여줄 수 있어?"
엷은 검은색 안경알 뒤로 금빛 눈이 히죽 웃는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실은 놀리려는 의도라는 것처럼.
이스마엘 또한 당황한 모습에 내심 양심이 찔리긴 했지만 어절 수 없지 않은가. 수상한 자가 있다면 의심해야 하는 법. 이스마엘은 속으로 셋을 세는 것과 달리 코웃음을 쳤다. 그렇지, 욕설 속성 강의도 단기간에 마스터하던 실력 아닌가. 싸가지도 결국 단기간에 버릴 수 있는 법이었다.
"어머, 무슨 꼴? 나 갑자기 궁금하려 그래. 혹시 뭐 여기도 갑자기 돌 던지면서 누구 손에 먼저 죽는지 투기도박 그런 거라도 해?"
내보내려 하는 모습을 무시하듯 눈을 굴려본다. 휘감는 느낌이 불안하다. 여성의 세븐스인가? 같은 염동력자? 아니면.. 일단 주변 사람의 반응을 살펴보듯 하더니 인상을 찡그렸다. 날선 눈매가 이젠 표독한 수준이었다.
"인식이 좋든 말든 무슨 상관이야, 너도 여기에 있는 건 똑같으면서 그런 말이 통할 것 같고?"
경박하되 버르장머리 없는 모습. 나이가 많든 말든 신경도 안 쓰는 것 같더니 이스마엘은 속으로 연신 사과를 부르짖었다.
"난 또. 시민의 안전 어쩌고 했으면 당장 관등성명 대라고 했을 걸. 어떤 머저리 새끼가 날 못알아보나 싶어서 말이야. 그것보다 세-상에! 완전 머저리들 아냐? 여기 사람들 다 머저리네, 최악, 허접! 세븐스 하나 죽는다고 신경도 안 써? 웃긴다 진짜. 가져가서 팔면 얼마나 도움이 되는데."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오늘 죄를 지을 것 같습니다 입으로 죄를 짓되 싸가지로도 죄를 지을 것 같습니다.
"네 말 덕분에 우리 오빠가 이런 등신같은 도시로 불렀는지 알 것 같네. 더 떠나고 싶지 않아지는걸? 고마워라."
서로를 바라보며 어떻게 할지 눈빛교환을 하는 모습을 보니, 괜히 라라시아 생각이 난다. 라라도 바라는게 있거나 알아주길 바라면 꼭 저렇게 쳐다보는데. 어떤 의미로는 그녀에게 힘든 상대들이었다. 전투를 해야 할 상황이 온다면 말이다.
"저런. 예쁜 아가씨가 그렇게 성내면 못 써- 이쁜 얼굴 구겨지잖아?"
긴 머리를 한 쪽이 짜증을 내길래 그녀는 되려 뻔뻔히 웃으며 받아쳤다. 뒤로 물러서자 재차 다가오는 자매를 보며 또 뒤로 몇걸음 걷는다. 자매는 참 열심히도 그녀를 내보내려 하고 있었다. 붕어빵 줬으니까 부탁 한 번만 들어달라는 둥, 안 그러면 대장인지 팀장인지 한테 혼난다는 둥. 말을 들을수록, 대화를 할 수록 자꾸만 다른 생각이 든다. 아. 이러면 안 되는데.
신분증을 보여달라는 요구에 자매는 당당히 꺼내서 보여주었다. 위조의 흔적 따윈 없는 완벽한 신분증에는 서윤과 하윤이라는 이름이 박혀 있었다. 자매의 신분증을 번가아 본 그녀는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끄덕 했다.
"음- 진짜인가보네. 그러면 그건 알아? 조금 있으면 이 근처에서 엄청난 폭탄이 터질 거라던데."
아무렇지 않게 말을 하며 붕어빵을 꺼내먹는다. 어라. 마지막이었네. 기세 좋게 마지막 붕어빵을 먹어치우고 빈 봉투를 구겨 근처 쓰레기통에 던져넣는다.
짧은 시간 안에 실마리를 잡으려면 다소의 운과 시간이 따라줘야 하겠지만, 초조한 티를 내서는 안 된다. 차에서 내린 그의 차림은 평소에 비한다면 개벽이라 해도 좋을 정도로 가벼웠다. 정장류의 옷을 벗어던지고 몇 없는 청바지에 가벼운 점퍼 차림, 머리카락은 느슨하게 묶어 목이 드러나는 것을 옷깃으로 가렸다. 정처는 없지만 내린 즉시 목적지가 있기라도 한 양 그는 머뭇거림 없이 걸었다. 주머니에 손을 꽂아넣고 시선은 조금쯤 아래쪽을 향한다. 의도적으로 연신 주변을 힐끗거리지만 크게 눈에 띄는 정도는 아닐 테다. 지금은 꽤 오래라고 해도 좋을 옛적에는 그에게도 이렇게 지냈을 시절이 있었으니까. 세븐스로서 행인들과 불필요한 마찰을 만들지 않도록 사리는 행동으로 보일 것이다.
알고 있는가, 라는 질문에 그렇다. 라고 대답할 수는 없었다. 꼭 그렇지 않더라도 벌써 네 목적이 어느정도인지는 까발려졌겠지. 이미 자신에게 해코지하려고 했던 중년 남성을 네 앞에 선 상대로부터 지키려고 움직였으니까. 아마 그의 목적과는 정 반대되는 행동이었겠지. 그랬기에 다음에 들려온 목소리에는 어느 정도 확신이 담겨있는 것 같았다.
"이게, 당신들이 원하는 자유입니까?"
이번에도 너는 직접적으로 그렇다 아니다, 너는 그러하냐, 아니하냐를 묻는 대신 우회적으로 묻는다. 대답을 듣기 전에 발사된 총탄이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들렸다. 곧 닿는다. 그렇게 찰나의 시간, 총탄이 철우산에 닿는 소리가 들리는 것과 거의 동시에 우산을 살짝 비틀어 총탄을 튕겨낸 너는 철우산을 쥔 손을 놓음과 동시에 품 속에서 권총을 꺼내들었다. 최대한 빨리, 권총은 속도가 생명이라는 말을 떠올리며 바로 가늠쇠에 상대가 걸리자마자 방아쇠를 당기기 위해 검지손가락이 움직였다.
레이먼드가 '공구'가 들어있는 가방을 내려놓고 지퍼를 열고 안에 들어있는 부품들을 결합하고 돌격 소총을 만들어내자 백발의 남자의 표정이 질려버렸다. 그리고 자신이 속았다는 사실에 이를 꽉 깨물었다. 어느새 레이먼드는 플레이트 캐리어까지 상의 위에 입고선 남자를 향해 소총을 겨눴다.
"하..하하..너무하네요...난 진심이었는 데..."
백발의 남자는 허탈한듯 자리에 앉아 웃었다. 그리고 레이먼드가 들고 있는 돌격소총의 소염구를 잡고 자신의 이마에 대었다.
"쏴."
남자는 레이먼드를 매섭게 노려보았다. 방아쇠를 당기거나 다른 방식으로 공격을 하는 순간 전투가 시작될 것이다.
자매의 반응을 지켜본 그녀는 정말 어쩔 수 없나- 하듯 한숨을 푹 내쉬었다. 정말 하기 싫은데. 그래도 자매의 반응을 보면 시간이 그렇게 넉넉한 건 아닌게 확실해 보이니. 정말, 정말 어쩔 수가 없구나.
"그래 그래. 대피시켰겠지. 세븐스들만, 말이야. 그렇지?"
그렇게 말한 그녀는 연신 밀어내려고 하는 서윤과 하윤의 팔을 양 손으로 살며시 잡으려고 했다. 위협이 아니라 멈추라는 의미로 말이다. 방금 신분증에 있던 나이와는 맞지 않는 행동이 조금 눈에 밟혔을 지도 모르겠다. 그녀는 팔을 잠시 잡고 있다가 손을 내려 자매의 손을 각각 잡아주려 하며 말했다.
"미안해. 사실 동생을 만나러 온게 아니라 너희를 만나러 왔어. 그리고 너희 계획도 막을 거야. 나는 세븐스만이 아니라 비세븐스도 함께 사는 세상이 되었으면 하거든."
그녀는 그저 담담하게 얘기한다. 미안한 기색이 담긴 미소를 띄고서 차분하게.
"들어줄 지는 모르겠지만, 부디 얌전히 폭탄의 위치를 알려주면 안 될까? 여기엔 없지만 나도 동생이 있는 언니라. 너희하곤 그닥 싸우고 싶지 않아. 부탁할게."
오히려 네가 속한 에델바이스가 진정한 자유를 선사할 거라는 말은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렇담 도대체 왜 이런 일을? 단순히 위에서 명령했기 때문에?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아무 이유 없이 이런 일에 동의하고 행동할 리는 없지 않은가 싶었다. 당최 알 수가 없군. 네가 쏜 총탄은 꽤 정교하게 노린 것처럼 그의 얼굴 쪽으로 날아들었지만 방탄처리된 고글을 삐뚤게 만드는 걸로 그쳤다. 그래도 어느정도 위협은 된 모양인지 남성이 집어덤진 캡슐로부터 등장한 기계 곰의 모습에 너는 살짝 미간을 찌푸린다. 세븐스인가? 아까 벌레를 통해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도 그렇고. 혹시 그 벌레 역시 기계였나?
"시간을 끌자는 겁니까? 아마 여기에 폭탄이 매설된 모양인데... 그때까지 제 발을 묶어두는 게 목적입니까?"
그런 질문을 던지며 너는 다시금 권총을 조준해 기계 곰의 관절부를 노려 방아쇠를 당겼다. 방해된다.
시간이 점점 흘러가지만 눈에 띄는 특이점은 보이지 않는다. 이대로 탐색을 계속할지, 위험을 조금 감수하고 더 적극적으로 찾아다닐지 고민하려던 찰나, 드디어 사건이라고 할 만한 상황이 벌어지게 되었다. 아직까지는 단순하게 이유 없이 걸려온 시비 같아 보이더라도 한시가 급한 상황에는 무엇이라도 건져내야만 한다.
보통 세븐스 기준에서 저 정도 말은 모욕 축에 끼지도 못하겠지만 대화를 이어가야 할 필요가 있겠다. 자신의 원래 성격대로였다면 죄송하다 하고 자리를 뜰 테니, 반대로 하면 아마 지독하게 엮일 수 있지 않을까? 그는 과도하게 깊이 생각한 나머지 180도로 돌아버리고 말았다……. 그는 속으로 깊이 심호흡을 한 후 한숨처럼 한 마디 툭 뱉었다.
"미** 시비 걸고 지*이야……."
눈을 가늘게 뜨고는 한쪽 눈썹 들어올린다. 사실 표정 연기까지는 자신이 없었지만, 이런 때에는 타고난 인상에 감사하게 된다. 츠쿠시는 몸 돌려 여자에게로 걸어갔다. 상대의 앞에 서 비딱하게 고개를 기울이는 태도가 일견 거만하게 보일 듯싶다. 사람이 급하면 안 하던 짓을 해도 어떻게든 굴러가는 모양이다…….
이곳에서 벌어지는 세븐스 대상 범죄도, 실제로 이스마엘의 목숨을 구했던 아버지의 친구가 투기도박장을 관리하는 일도 지당히 안타까우나 지금 안타까운 상대가 하나 더 늘었다. 당신이다. 그렇지만 어쩔 수 없다. 화합을 위함이고, 이상향을 위함이다. 이스마엘은 한쪽 눈썹을 까딱이더니 다시금 얄밉게 눈을 샐쭉 휘었다.
"왜 그래, 이런 거 처음 보는 사람처럼."
경박한 웃음. 이스마엘은 엄지를 살짝 까딱이더니 발걸음을 떼려 했다.
"그러니까 언니, 보내줘. 이곳의 범죄는 안타깝지만 내 성격 봤잖아. 건드리는 사람이 더 불쌍해질 텐데 왜 그렇게 못 잡아서 안달이야. 꼭 폭탄이라도 숨겨둔 것처럼."
지오반니는 빠른 속도로 움직이며 레이먼드에게 다가가려고 했지만 레이먼드의 화망에 공격을 허용할 수 밖에 없었다. 연사된 공격을 맞고 피를 흘리자 지오반니 서둘러 자신의 몸을 빛으로 바꾸어 상처를 회복했다. 체력은 변치 않았기 때문에 몸 안에 박힌 총알을 빼고 피를 멎게하는 것에 만족해야했다.
첫 대꾸까지는 그럭저럭 선방했던 건 초심자의 행운이었나 보다. 젠장. 할 말을 찾을 수 없다. 평소에 욕이라곤 일절 하지 않고, 어쩌다 해 버리더라도 '개자식' 내지는 '젠장' 정도의 책에만 나올 법한 욕만 하던 그가 진짜를 이기는 일은 불가능했다. 역으로 밀려 조금쯤 당황했으나 츠쿠시는 본분을 잊지는 않았다. 마구잡이로 쏟아지는 비속한 말들 사이에 섞인 의미심장한 말을 잡아채었다. 목숨을 구하려 노력한다고? 그리고 부자연스러운 주먹, 불만스레 내려다보는 척을 하며 상대방의 손을 살핀다. 시선이 너무 길게 머무르면 부자연스러워 보일 테니 눈길은 오래 머물지 않았다. 상대의 언변에 밀리면서도 귀 후비는 척 짐짓 태연한 체하던 그는, 말이 끝날 무렵 자연스레 호응도 하며 흐지부지 끝내는 척을 하기로 했다. 귀찮다는 듯 말하는 투가 설렁설렁이다.
"주둥이에 모터 달았나 말발 개 지리네……."
그보다는 본론. 사과는 했지만 불쾌한 티는 가시지 않은 표정으로 뚱하게 물었다.
"아 그래, 존* 미안하다 씨*. 근데 구하긴 뭘? 그거 때문에 굳이 잘 지나가던 사람한테 시비 걸었냐?"
물론 그게 잘못된 건 아니다. 지금까지 억압받으며 국지전만을 반복하고, 전면전에서 전멸한 레지스탕스가 한둘이 아닌 상황에서 가디언즈를, 그것도 간부 하나를 패퇴시킨 것은 자랑해도 좋을 만한 공적이었기에. 그러나 그것만으론 부족했다. 단순히 강하기 때문에 동경의 대상이 되거나, 감동의 흐름이 이어져서는 안 된다. 그 안에 담긴 의미를 모를 리 없을 텐데. 지금 네 앞에 선 남성은 여과없이 증오를 뿜어내고 있었다.
"도대체 왜? 이렇게 해서 남는 게 대체 뭡니까, 어째서 늦추려고 하는 겁니까?"
그들이 방해하지 않더라도 화합의 길이란 가시밭길이어서, 어쩌면 죽기 전에 볼 수 있을지 없을지조차 모르는 불투명한 것이었다. 분명 너는 화합을 이룬 장소를 눈에 담긴 했지만. 모든 곳이 그렇게 되기까지는 멀고도 험할 텐데. 손을 빌려주지는 못할망정.
"포기하십시오."
짤막한 말과 함께, 주저앉았던 기계 곰이 독수리의 등장과 함께 달려들자 너는 몸을 틀어 공격을 아슬아슬하게 피하곤, 땅에 떨어졌던 철우산을 집어들어 곰의 목 결합부를 노려 찔렀다. 찔러넣는데 성공한다면 비틀어 목을 뽑아내려고 했겠지.
방어 성공 (988-400=-588, 완전방어 성공, 반격 가능!) 곰을 노려 공격 .dice 0 1000. = 782
"왜 싫냐고요? 첫째로 난 여기서 해야 할 일이 있고, 두 번째로 쓰레기나 던져대는 건 전혀 무섭지 않는데다"
세 번째로, 너가 누군지 알고 믿고 따라요? 신디는 불퉁한 어조로 말하며 제 팔을 잡는 소년 손을 거친 동작으로 쳐낸다. 멋대로 정체 모를 꽃을 상처에 바르거나, 지금처럼 팔을 잡아대고 하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화가 난 듯한 눈으로 소년을 노려보다간 신디는 제 보검을 꺼내 든다. 제 손에 들린 것을 보란 듯 고개를 까딱, 하고선 소년에게 말한다.
까칠한 말에 그녀는 참 곤란한 듯이 웃었을까. 건방지다던가, 예의가 없다던가, 그런 생각이 들어서라기보다 오히려 들지 않아서. 그러니 자매의 손을 더 꼭 쥐려 했다.
"그래. 그런 세상이 와도 너희 부모님은 너희 곁에 없으시겠지."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부서져 무너지는 바닥과 주변 건물들을 보았다. 몸이 붕 뜨거나 바닥으로 곤두박질치는 감각이 들었을까. 어느 사인가 자매도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목소리는 들린다. 그렇다는 건-
돌발적인 상황에 그녀는 되려 눈을 감았다. 보이는 것에 휘말리지 않겠다는 듯, 눈을 꾹 감고 말했다.
"내 동생, 말이지. 아니. 빈말로도 착하다고 못 해. 얼마나 못됐는데. 조금만 다쳐도 뭐라 그러지. 나더러 이런 거 하지 말고 자기랑만 숨어 살자고 그러지. 참 못됐는데. 나도 나쁜 언니라 동생에게 뭐라고 못 해."
그러니 이번에도 멀쩡히 돌아가야겠지. 그녀는 입을 크게 벌렸다가 다물며 동시에 혀끝이 팍 터질 정도로 깨물었다. 강렬한 통증으로 정신을 다잡기 위해. 그리고 아직 잡고 있을지 모르는 자매의 손을 힘주어 붙잡으려 하며, 소매 안쪽에서부터 강한 신경마비의 독액을 빠르게 쏘아 자매의 팔을 휘감으려 한다. 이걸로 통하면 좋을 텐데.
만약 다음에도 이 비슷한 일을 할 기회가 생긴다면 이번처럼 되도 않는 성격을 잡지는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한숨을 작게 내쉬고는 대답했다.
"당신이 먼저 욕했으니까?"
들켰다는 걸 굳이 숨기지는 않았다. 먼저 시비를 건 것은 상대방이니 변명은 이 정도로 해도 이상하진 않겠지. 누구든지 모르는 사람이, 그것도 같은 세븐스가 걸어오는 시비라면 한 번쯤 걱정 없이 발끈할 수도 있다. 그리고…… 다른 것은 몰라도 부모 욕은 그라고 해도 거슬리는데.
"제 부모님 돌아가셨는데요."
이번만큼은 진심으로 불쾌감 서린 눈으로 상대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또 한 번 수상한 발언. 그는 갈 생각 없다는 듯 팔짱을 끼고 가만히 버텨섰다.
제 말이나, 손에 든 보검에서 상대가 눈치를 채는 것은 당연하지만. 맞다고 수긍하지 않고 애매하게 답하며 신디는 어깨를 으쓱인다. 던진 사과는 받아 들었지만, 먹지 않고 그냥 손에 쥔 채 소년을 본다. 뭘 자꾸 이렇게 해주려고 하는 건지. 차라리 상대가 공격적으로 나왔으면 제압이라도 할 텐데. 저런 식으로 나오니 그럴 수도 없고 답답한 노릇이다.
"응."
여전히 불퉁한 어조로 말하며 고개를 끄덕이다가, 소년이 자신의 무례를 사과해오자 의아한 듯 눈을 살짝 크게 뜬 눈을 깜빡인다.
자매의 목소리에 그녀는 기시감을 느낀다. 그 날, 새카만 빗속에서 서로를 향해 모질고도 아프게 내뱉었던 외침과 닮았다. 다른 점이 있다면 이 자매는 서로 한마음 한뜻이라는 것일까. 자매가 번갈아 외치는 절규에 그녀는 묵묵히 있었지만 하나 간과할 수 없는 말이 있었다. 어쩌면 그 말 때문이었을 지도 모른다. 약간의 마비만 해도 될 것을. 그렇게 강한 독을 쏘아낸 건.
그녀는 천천히 눈을 떴다. 피투성이 팔을 한 자매를 보고도 눈 하나 깜짝 않고, 어울리지 않게 쓰고 있던 안경을 벗어 옷깃에 꽂았다. 그리고 담담하게, 노기라곤 한 가닥도 없어 오히려 메마른 목소리로 대꾸했다.
"누군가 내 동생을 죽인다면. 그건 사람이 사람을 해한 것이지. 가디언즈니, 비세븐즈니, 그런 건 일절 상관없어. 그리고 괜찮아. 내 동생 가는 길 쓸쓸하지 않게- 그 XX 모가지 들고 같이 가줄 거니까."
바짝 마른 목소리와 다르게 그녀는 상쾌하게 웃어보였다. 웃으면서 말했다.
"나를 누군지도 모르는 XX랑 동일시 하지 말아줄래? 기분 더럽잖아. 얼굴만 예쁘지 영 인성머리가 없는 애들이네. 음. 너희 부모님이 그렇게 가르치시던? 아! 배우기도 전에 헤어졌을까나?"
그런거면 미-안. 이제 전혀 안 미안한 투로 윙크까지 찡긋 하더니 사뭇 친절하게 다시 물었다.
"자자. 우리 쉽게 쉽게 가자. 그 정도 아프게 했으니까, 더 아프게 하기 싫거든. 폭탄 어딨니? 그리고 너희 머리 꼭대기에 앉아 이 같잖은 명령질을 해대는 대가리는 어디 있고?"
예쁜 얼굴까지 뜯어지기 싫으면 곱게 말해주라. 응? 한치의 망설임도 말 내뱉는, 환하게 웃는 얼굴이 참 맑기도 하다.
전신이 피칠갑을 하며 가쁜 숨을 내쉬는 지오바니는 다시한번 빛으로 변해 그의 공격을 피했지만 이미 오랜 전투로 체력이 많이 소모되었다. 그의 주먹에 맞아 코피를 흘리면서 다시 일어서 빛의 검을 만들었다. 적은 무기조차 사용하지 않고 있었고 그는 본인이 가진 수를 모두 사용해도 레이먼드에게 밀리고 있었다.
대략적인 감각은 익혔지만 실전에서 보검을 사용할 때마다 개선점이 발견된다. 자신보다 오래 무장을 써온 팀원들의 싸움을 목격하고 나니 더더욱. 무장은 당장의 문제는 없으나 좀 더 실용적으로 활용할 방법을 찾는다면 좋을 테고, 스페셜스킬은 아직 적절한 기술을 완성하지 못했다. 뻔히 보이는 허점을 가만히 내버려 둬서 좋을 것 없으니 한시라도 빠르게 보완해야 했다. 버스트만은 완성했으니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할까. 그는 선우의 대답에 그제서야 방금 있었던 상황, 바닥에 테트리스처럼 꽂혀 있던 그 광경의 전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연습이라 해도 무장을 사용하시는 게 어떨까 합니다. 맨몸으로는 사고가 났을 때 크게 다칠 수도 있으니까요."
자랑을 해도 돌아오는 호응이 영 시원찮다. 바른말만 해대니 잔소리 같고. 무언갈 곰곰히 생각하는지 시선이 잠시 선우의 새 장비 쪽을 향하다, 그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괜찮으시다면, 혹시 제가 훈련에 함께해도 되겠습니까? 상대가 있다면 적응에 도움이 될 듯합니다."
그녀가 바짝 마른 목소리로 상쾌하게 웃어보이자 그들은 순간 두려움을 느끼며 뒷걸음질쳤다. 그리고 뒤이어 그녀가 자신의 부모님을 욕보이자 눈빛이 싸늘하게 식었다.
"어디한번 찾아봐."
이윽고 그들 주위에 건물과 도시가 거대한 미로로 바뀌었다. 자매는 자신의 피를 이용해 레레시아의 손아귀에서 벗어났다.
자매의 거대한 얼굴이 미로 위에 나타나더니 레시가 한것과 똑같이 윙크를 하고 말했다.
"우리 대장? 글쎄? 옛 친구랑 다시한번 싸운다고 여기 와있는 걸?" "자기가 아는 제일 정신나간 또라이여서 직접 잡으러 간대" "도와줘야하는 거 아닐까 모르겠네?" "그런데 어떻게~ 30분은 금방흘러갈텐데~ 대장도 같이 죽는 거 아니야?" "대장이 얼마나 센데? 저 멍청이 동료만 죽이고 도망치겠지"
자매는 서로를 바라보며 그녀를 조롱하듯 재잘거리며 이야기했다.
"이제 제대로 싸워볼까? 언.니.?" "어떻게 죽여줄까? 어떻게해야 그 입을 못 열게할까?"
강함? 그렇게 강하지 않다? 물론 그게 쉽지 않다는 건 안다. 그러나 네 앞에 선 남성은 지금 포기한 상태처럼 보였기에 그렇게 말할 수밖에. 너는 레이버와의 싸움에서 들었던 말을 떠올린다. 통제되지 않은 힘, 그것은 힘을 지니지 못한 이들에게는 공포일 뿐. 모든 것에 동의하고 있는 건 아니었지만 그건 사실이었다. 사실이기 때문에.
"......"
결국 넘어서는 안 될 선을 넘었음을 스스로 내뱉는 남성을 보는 네 눈은 여전히 까맣다. 그렇단 말이지.
"누군들 복수하고 싶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어째서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있을까요."
왜 너와 그는 다른 곳에 서 있는 걸까.
"과거를 잊은 존재에게 미래는 없다는 말, 아십니까?"
과거로부터 미래에 예견된 일들을 살피는 것이 삶의 기본이다. 과거에 실패했던 경험을 통해 비슷한 실패를 피하고, 성공했던 경험을 살려 유사한 성공을 도모한다. 이는 과거를 잊지 않는 존재에게만 허용되는 것인데. 너도, 그도 과거를 잊지 않는다. 그런데 어째서?
"평생을 과거에 매인 채로 살아가길 택했으면서, 그럴 수밖에 없었다느니 하는 말을 뱉는 건 그만해줬으면 좋겠군요."
복수를 하니 뭐니 말하지만 결국.
"아무것도 모른 채 잘못하는 아이조차도 야단을 맞는데, 아이도 아니면서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짓인지."
철우산을 잡은 채로, 기계 뱀의 머리를 노려 내려찍으려고 했다.
"복수심 같은 당연한 감정으로 미성숙한 감정을 포장하려고 하지 마십시오. 당신들이 하려는 건 복수 같은 게 아니야, 분풀이일 뿐이지."
그녀에게서 빠져나간 자매는 주변을 미로로 만들고 얼굴만 어떻게 드러낸 채로 재잘거렸다. 하지만 그녀는 거기에 신경도 안 썼다. 봐주지 않기로 마음 먹은 이상, 저 말들에 귀 기울여 주는 친절은 더 없다. 흐아함. 되려 입이 떡 벌어지게 하품을 하며 자매의 이런 수작 따위는 시시하다는 듯 굴었다.
"쫄아서 숨은 주제에 시끄럽기까지 하네. 응- 너희는 계속 떠들어- 폭탄이야 이 근처 잘 뒤져보면 나오겠지."
블라블라블라. 명백히 자매를 조롱하는 스탠스를 취하곤 양 손의 장갑을 벗는다. 몸을 숙여 바닥에 하얀 손을 짚자 손으로부터 다량의 붉은 독액이 쏟아지고 독액은 거미줄처럼 바닥과 벽을 타고 사방으로 뻗어나간다. 중간에 사람이 걸린다면 독액 닿은 부분부터 타들어가는 고통을 느끼겠지만. 뭐 알빠야? 독액을 가차없이 퍼뜨리며 환각이 아닌 실제의 건물과 길을 형태로나마 파악하려 한다.
"싸우려고 해도 말이지. 보여야 뭐든 하지 않겠냐고."
독액이 뻗어가는 중 이변이나 자매의 비명 같은게 들리면 그 쪽으로 독액을 집중시킨다. 가능하면 붙잡으려고도 하겠지.
이스마엘은 담담했다. 억누르고자 했으며, 잊고자 했다. 딛고 일어서야 하는 것이 있는 법이다. 이스마엘은 눈을 느릿하게 감았다.
"……살아서 돌아온다면, 기쁠 것 같지요, 아무렴 그럴 겁니다. 가장 단란하던 때로 돌아갈 수 있으리라 믿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멀쩡한 정신으로 아이가 돌아왔을 때. 아이가 달라진 어미를 보면 기뻐할 것 같습니까? 아니오, 이미 많은 피를 손에 묻힌 어미를 두려워하지 않을 리가요. 당신도 결국 피를 묻혔으면서 어찌 정상으로 돌아갈 수 있으리라 믿습니까!"
이스마엘은 말로 설득할 수 없음을 알았다. 그렇기에 쐐기 박고자 하였으니 당신만큼은 부디 자신과 같은 삶을 살지 아니하였으면 하는 바가 있었기 때문이다.
"아까 정신력이 강하다 하였지요, 아니오, 제가 정녕 그들을 인간으로 보는 것 같습니까? 어쩌면 자기만족을 위함일지도 모릅니다. 사람도 아닌 금수 새끼를 인간의 손길로 인도하듯, 어린양 인도하듯 행하며 스스로의 뒤틀린 성정을 만족하고자 하는 위선일지도 모릅니다. 그렇지만!"
고통스러운 목소리 억누르고자 했다. 그래, 그 사람들을 어떻게 인간으로 볼 수 있겠나. 단지 내색하지 않을 뿐이지.
"적어도 저는, 그 끔찍했던 과거와 행위를 용서할 수 없어도, 그 고통을 제가 죽은 뒤 그 다음 길을 걷고 미래를 살고자 하는 자에게 그대로 물려주고 싶지 않고자 하여 이렇게 살아오는 겁니다.
주변의 잔해 떠오른다. 능력에 공명하듯 눈이 서슬 퍼렇게 빛났다.
"하지만 당신과 저는 다르지요. 저는 나아갈 것이고, 막을 겁니다. 저를 막고 싶습니까? 그렇다면 오십시오. 저 또한 당신을, 나아가 이 지긋지긋한 고리를 끊고자 하니."
프리덤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자매나 엘레인처럼 용서 따위 고려하지 않고 행동을 시작한 이도 있었고 히카루나 멜로처럼 모든 것을 시도하다가 결국 포기해버린 이도 있었다. 그러나 더 많은 건 쥬데카가 말한 대로 복수의 허망함을 깨닫고 조직에서 탈퇴한 이들이니 그의 말도 맞았다.
"그들은 복수하지 않아도 살아갈 수 있으니까."
히카루의 목소리와 표정은 달라지지 않았다. 어떠한 희로애락도 없이 그저 공허한 얼굴이었다. 어쩌면 그에겐 복수만이 삶의 원동력일지도 모른다.
"과거? 과거의 역사를 보면 억압받는 자가 자유롭게 될 때는 항상 계기가 있었더군"
파괴된 기계뱀은 다시 재조립되어 새로운 기계뱀이 되었다. 그러나 툭치면 파괴될 수준으로 보였다.
"야단을 맞아야할 것은 이 도시의 비세븐스와 가디언즈들이지."
히카루는 또 다른 기계 동물들을 소환했다. 그는 쥬데카에게 놈들이 무슨 짓을 하고 있는 지는 네가 더 잘 알고 있지 않냐며 되물었다.
기계 동물들은 계속해서 튀어나오고 있었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기계 동물들을 소환할 때, 그는 항상 허리 춤에 손을 가져갔다는 것이고 동물이 파괴되고 남은 잔해들은 기계 뱀들을 제외하고 다시 조립되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가 동물을 소환하는 것 역시 한계가 있다는 소리였다.
"상관없다. 분풀이든, 복수든, 내가 할 일은 변하지 않아."
그를 설득하는 게 애초에 가능한 일이었는 지부터 의문이 들정도로 그의 사상은 뚜렷하지 않았다. 그저 살아가기 위한 원동력으로 복수를, 분풀이를 선택한 이 다웠다.
/기계곰과 기계 맷돼지 소환, 기계뱀 공격100 HP1 기계곰 공격400 HP 400 기계맷돼지 공격500 HP 200
기계 동물들은 공격력이 제일 높은 한마리만 공격할 수 있어요. 즉 여기서는 기계맷돼지가 공격을 하는 것이고 500피해만 막거나 피하면 돼요.
495Patima Maria Casillas García 4(침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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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13 (내일 월요일) 15:24:23
파티마는 꿈을 꾸고 있었다. 어느 날 갑자기 세븐스가 사라져 모두에게 인정과 사랑을 받는 꿈이었다. 그곳에서 파티마는 저택에 머물며 언니 프란시스카와 자유롭게 저택 밖을 나가 즐거운 시간을 보낸 뒤 사진관에서 사진을 찍었다. 아무도 자신을 두려워하지 않고 업신여기지 않았다. 행복한 꿈을 꾸던 파티마는 밖에서 들리는 작은 노크 소리에 눈을 떴다. 이 모든 것이 꿈이었다는 사실에 그녀는 허탈함을 느끼며 작은 소리에 깨어질 꿈이었다면 아예 꾸지 않는게 나을 뻔했다고 생각했다.
파티마는 자신을 부르는 프란시스카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베개 밑으로 머리를 집어넣어 소리를 차단하고는 다시 잠을 청하려고 했다. 하지만 오늘 프란시스카는 단단히 준비를 하고 동생을 만나러 온 길이었다. 오두막의 현관문이 열리자, 파티마는 더 이상 언니를 외면할 수 없었다.
"휴... 오두막 열쇠까지 챙겨오길 잘했네. 불도 안 켜고 있었니? 아얏, 발 밑에 이건 또 뭐야?"
천사같이 선한 마음을 지녔으나 호구처럼 당하고 살지만은 않는 여장부였던 프란시스카는 자신이 이 곳에 왔음을 들키지 않기 위해 커텐을 치고 그 위로 담요를 겹쳐 달은 뒤 촛불을 켰다. 파티마는 언니의 등장이 여전히 떨떠름했는지 조금은 퉁명스럽게 말했다.
"왜 왔어? 여기 있는 거 알면 아버지가 가만 두지 않을텐데." "괜찮아. 최근에 아버지가 할아버지 몰래 과수원 땅 팔아치운거 나한테 걸렸거든. 또 주식에 손 댔다가 반토막 났나 봐. 당분간은 입막음 하느라 나한테 쩔쩔맬걸? 만약 할아버지한테 들킨다면... 곱게 넘어가지는 않겠지."
오랜만에 재회한 자매였음에도 둘의 대화는 어색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이어져나갔다. 그들은 서로의 근황을 주고 받았는데, 파티마야 프란시스카가 방문하기 몇 주 전부터 오두막 안에 틀어박혀 있었으니 딱히 할 이야기가 없었고, 프란시스카는 자신의 근황을 말하던 중 최근 들어 파티마가 오두막 밖으로 오랫동안 나오지 않아 크게 걱정했다며 고민이라도 있는지 물었다. 파티마는 정곡을 찔렸는지 머뭇거리며 크게 갈등하다가 결국 곧이 곧대로 털어놓았다.
"언니, 나는 저주 받은 존재같아. 아니, 나와 같은 사람들이 현대에 창조 되어진 악마같아. 난 왜 세븐스로 태어났을까? 세븐스는 왜 존재하는걸까? 왜 하느님은 세븐스를 창조했을까? 그리고 어째서 우릴 구해주지 않는걸까?"
파티마는 그간 있던 일, 그러니까 신에게 분노해 십자가를 부수고 성경을 찢어버린 일까지 전부 말했다. 그 말에 프란시스카는 방금 자신이 밟은 것이 십자가의 파편이었음을 짐작했다. 프란시스카는 동생이 늘어놓는 말들을 묵묵히 듣고는 파티마의 손을 어루만졌다.
"파티마, 너와 나는 전혀 다른 생각을 하고 있구나. 너는 저주 받지 않았어. 물른 세븐스도 저주 받지 않았고. 만일 너희에게 저주가 내려졌다면 그건 신이 아니라 인간이 내린거야. 파티마, 신의 저주와 인간의 저주가 다른 점이 뭔지 아니? 신의 저주는 절대적인 힘을 가졌지만 인간의 저주는 그저 악담이라는거야. 영원하지 않고 언젠가 잊혀질 악담 말이야. 그리고 가장 큰 차이점은 오랜 시간이 걸릴지도 모르지만 결국 극복할 수 있다는 점이지."
그 말을 들은 순간, 파티마의 머릿속으로 큰 벼락이 떨어진듯 강렬한 섬광이 스쳐지나갔다. 오두막에 틀어박혀있던 동안, 스스로를 저주 받은 존재라고 여기며 세븐스는 신에게 버림받은 종족이라고 생각했던 파티마에게 프란시스카의 말은 일종의 구원처럼 느껴졌다. 내게, 아니 나를 비롯한 동족들에게 내려진 저주가 그저 인간의 악담에 불과하다면, 그것을 극복할 수 있다면... 파티마의 눈에 난생 처음으로 희망이 비춰졌다. 그러나 그녀는 비능력자인 프란시스카가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는지 의문이 들어 영문 모를 목소리로 물었다.
"언니는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어? 언니는 두렵지 않아? 내가, 아니... 세븐스들이?"
프란시스카는 픽 웃으며 파티마의 뺨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파티마, 넌 누가 뭐래도 내 소중한 동생이야. 난 널 처음 보는 순간부터 사랑에 빠졌거든. 사람들 말을 믿을 수가 있어야지. 저 갓난아기를 보며 사람을 해칠 괴물이니 뭐니... 상식적으로 말 못하는 갓난아기보다 다 큰 어른이 더 무섭지 않니?" ...그리고 납득이 안됐을 뿐이야. 쪽수가 적으면 괴롭히고 보고, 남을 증오하지 않으면 안심하고 살 수 없는 인간들이. 그래서 난 너희가 두렵지 않아."
이 말에 프란시스카가 그동안 살아오면서 겪은 풍파가 느껴졌는지 파티마는 숙연한 얼굴을 하며 언니의 손으로 자신의 손을 겹쳐쥐었다. 그런 프란시스카는 동생의 이마에 입을 살짝 맞추는 것으로 답했다. 친애의 입맞춤에 파티마가 얼굴을 붉히며 언니의 입술이 닿은 이마에 손을 올리자, 프란시스카는 결연한 얼굴로 파티마에게 충고하듯 말했다.
"파티마, 절대적인 힘을 가진 존재에게 의지하는건 나쁜게 아니지만, 그 존재에게 의존하기만 해선 안돼. 나를 구원할 수 있는건, 오직 나 자신이라는걸 알아야해. 도움을 받더라도 그 사람한테 기대기만 해선 안돼. 네 삶의 주인은 너니까."
촛불의 빛에 어렴풋이 보이는 언니의 결연한 눈빛에 결코 가벼운 말이 아님을 깨달은 파티마는 그녀의 충고를 되새기며 고개를 끄덕였다. 특히 마지막의 '네 삶의 주인 너'라는 말이 인상깊게 다가왔는지 한참을 그 말만 속으로 되뇌였다. 파티마는 지금껏 왜 자신이 이곳에 갇혀 있어야하는지, 왜 미움 받아야하는지는 고민해봤어도 자신의 삶에 대해 생각해본적은 없었다. 그저 밖에 나가서 남들처럼 사랑 받고 싶다고 생각했을뿐 장래에 무엇이 되고싶은지, 무엇을 배우고 싶은지 등등은 생각해보지 않았다. 파티마는 혼자 남았을때 오두막 밖의 삶을 상상하고 계획해보기로 마음 먹었다.
// 전에 쓴건 문장들이 과격해서 다시 써왔습니다! 아무튼 아마데 독백! 과거가 너무 길다!
이스마엘은 주변 전체가 들을 수 있도록 목에 핏대를 세웠다. 이스마엘은 히어로가 아니다. 단숨에 많은 사람을 구할 수 있을 정도로 대단한 능력을 가진 사람도 아니었다. 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경고를 주는 일, 그리고 책임을 지는 일밖에 없었지.
"가혹한 운명은 본디 아무런 예고 없이 들이닥치는 법이고, 그 상처와 슬픔을 이고 어떻게든 살아가야만 합니다. 남겨진 자는 살아야 한다는 말입니다."
참 끔찍하지 않은가. 그렇지만 나아가기 위한 일이라 합리화했다.
"이해합니다. 저도 그런 생각을 했었고, 지금도 이따금씩 떠올리곤 하니. 저 사람은 살아남아 미래를 꿈꿀 텐데 나는 다시 안고자 하면 시체밖에 남지 않겠구나 싶지요. 그렇지만, 다시는 이런짓을 못하도록 처절하게 복수하면 그 뒤엔 무엇이 남습니까? 똑같은 방법으로 처참하게 복수당해 부서질 미래에 대한 즐거움과 기대? 당신이 그럴 사람이었다면 이런 것이 의미가 없음을 알 텐데?"
나는 즐거움과 기대가 있다 한들 의미 일절 없음을 알기에 억누르고 있는데 당신은 왜 그 의미 없음을 알고도 스스로 무너지기를 택하냔 말입니다.
"당신은, 누군가 다치는 것이 두렵습니까? 같은 세븐스이기 때문에? 상냥하시군요. 그리고 안타깝습니다. 그런 사람이 왜 이런 일을 하는지, 나는 죽고자 이곳에 왔는데. 그런 각오조차 없는 사람과 싸워 무슨 의미가 있는지."
강한 힘이 잔해를 띄웠으나 아직 공격하지 않았다.
"최후통첩입니다. 그만 두십시오. 폭탄이 어디에 있는지 알려주신다면 아무도 다치지 않고 끝날 수 있습니다."
순간 반사적으로 불쾌감이 들긴 했지만, 화가 날 정도는 아니다. 미안하다고 사과하는 걸 봐선 정말 작정을 하고 한 말은 아닌 듯하고. 무엇보다도 지금은 사사로운 감정보다는 임무에 더 집중해야 할 때다. "됐어요." 츠쿠시는 어깨를 한 번 으쓱하고는 상대방의 어깨를 토닥이려 했다. 본래 거짓을 그럴듯하게 만들려면 거짓에 진실을 조금 섞으면 된다 했던가, 처음에 잡았던 애매하게 성질 나쁜 척하는 연기보다는 한층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말투다.
"뭐 때문에 이러는지 가르쳐주면 욕한 것도 이해할게요. 나쁜 의도는 아닌 것 같으니까."
그렇지만 먼저 욕 들었다고 발끈하는 성격도 어느 정도는 남아 있어야겠지. 그는 짐짓 꺼칠한 척 눈을 가느다랗게 좁혀 떴다.
"뭐라는 거야? 저사람?" "세븐스잖아?" "저것들 또 이상한 짓거리 하는 거 아니야?" "길거리에서 왜 소리를 지르고 난리야?" "으휴..미련한 놈들..."
이스마엘은 목에 핏대를 세우며 주변 사람들에게 위험을 알렸다. 그러나 그녀의 처절한 외침은 무시와 냉소로 돌아왔다. 만약 그녀가 가디언즈의 제복을 입었다면 이곳은 아수라장이 되어 대피하는 사람으로 난리였겠지만 한낱 세븐스인 이스마엘이 하는 말을 귀담아 들을 자는 없었다.
"우리 딸을 그렇게 만든 놈들은 아직 살아있어. 자연재해가 그런 것도 아니고, 어쩔 수 없는 희생이었던 것도 아니야. 그런데, 그냥 살아가라고? 남겨졌으니 딸의 몫까지 살아가야한다고 그렇게 믿으며 살아가라고? 헛소리 하지마"
아무래도 이스마엘과 비슷한 이야기를 이미 누군가에게 들은 모양이었다.
"네 말이 맞아. 복수 뒤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복수는 의미가 없다! 어둠으로 어둠을 몰아낼 수는 없다!!" "잘사는 게 최고의 복수다!!!"
그녀의 검은 에너지가 칼날이 되어 주변 건물들을 베어내고 파괴하기 시작했다. 이윽고 사람들은 상황의 심각성을 깨닫고 가지고 있던 소지품으로 머리를 보호하며 서로 다른 방향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그 잘난 격언과 좋은 말을 계속해서 들었지만 아무것도 달라지는 게 없어.."
그녀는 허탈한듯 실소 터뜨리며 계속해서 건물들을 파괴하고 사람들을 위협했다. 이윽고 거리의 사람들은 단 한명도 보이지 않았다.
"죄 없는 사람이 다치는 게 싫을 뿐이야.."
에일린은 자신에게 상냥하고 안타깝다라고 말하는 그녀의 말에 짧게 대답했다.
그리고 그 순간 하늘에서 강력한 전기충격이 날아와 두 사람에게 내리쳤다.
"당신들 지금 뭐하는 거야!"
근엄한 목소리와 함께 이 도시를 지키는 가디언즈가 나타났다. 아무래도 도망치는 시민들의 신고를 받고 나타난 모양이었다.
"감히 시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위협하다니!! 용서할 수 없다!"
가디언즈는 번개를 발사하여 두사람을 공격했다. 에일린은 어둠을 방패삼아 자신과 이스마엘에게 오는 번개를 막아버리고 자신의 그림자를 타고 땅 속으로 들어가버렸다. 가디언즈는 눈 앞에서 사라져버린 그녀를 찾기위해 고개를 두리번거렸지만 그녀는 가디언즈의 바로 등 뒤에서 나타났다.
"우리는 시민이 아닌가?"
말이 끝나자마자 어둠이 가시 형태로 바뀌어 가디언즈의 전신에 여러개의 크고 작은 구멍을 뚫었다.
이스마엘의 말했던 것처럼 지금 에일린의 모습을 그녀의 딸들이 봤다면 그녀가 자신의 엄마임을 알지 못한 채, 엄마를 찾아 울며 도망쳤을 것이다.그녀는 전신에 피칠갑을 한 얼굴로 이스마엘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최후 통첩이야. 여기서 떠나.."
그와 동시에 어둠은 다시 칼날 형태가 되어 이내 이스마엘을 겨누었다. 누가봐도 정말로 이젠 싸우는 것 밖에 방법이 없어 보였다. 계속 말로 설득할 수도 있겠지만 시간이 그리 많지는 않았다.
"세븐스를 쫓아내야 한다면서 이런 일을 그냥 세븐스한테 시키는 것도 이상한데. 가디언즈라도 돼요?"
깊이 생각하지 않는다면 분위기에 휘말려 이상하지 않게 여길 수도 있을 이야기다. 하지만 일개 세븐스에게 이런 중요한 일을 맡겨도 되나? 그는 캐묻는 것이라기보단 투덜거리는 말투로 말하고는 조용히 반응을 살폈다.
"안 비키고 버티면 어떻게 할 건데요? 이해는 해도 비켜주겠다는 말은 아직 안 했는데. 한 명 정도는 있어도 모를 텐데 쉬엄쉬엄 해요."
한 명 정도는 숨어도 될 거라니, 말도 안 되는 소리라는 건 안다. 그렇지만 화를 돋군다면 무엇이라도 건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 때문이다. 말하며 싱글싱글 웃었다면 더 얄미웠겠지만, 괜히 잘 못하는 일 하려고 해서 좋을 것 없겠지. 츠쿠시는 바로 옆의 벽에 기대어 어깨를 으쓱거렸다. 눈썹 가볍게 치켜올리는 표정이 제법 뻔뻔하다.
결국은 뻗대고 있어도 봐줄 거면서 왜 욕을 하냐 이 말이다. 다른 일도 아니고 돈 걸린 상황에. "지금은 안 해요." 그는 상대가 건네는 담배를 물끄러미 바라보다 고개를 저었다. 그러고는 잠시간 침묵. 담배 타는 연기가 높이 피어오른다. 그 정적의 틈에서 생각만 고요히 돌았다.
평범한 행인처럼 굴기만 해서 나올 건 더 없다 이건가. 판단을 내려야 했다. 시간은 점점 흐르고, 이대로 한가하게 보내기엔 한시가 급하다. 상대가 말한 시간은 앞으로 20분, 높으신 분의 행차가 때마침 폭탄이 터질 시간과 같다는 건 우연은 아닐 테지. 위험을 조금 감수하고서라도 적극책을 쓸 때가 되었다.
"저도 실패하면 큰일이에요. 여기가 불바다가 되는 건 싫거든요. 당신도 좀 봐주시죠, 아무리 그래도 도시를 싹 날려버리는 건 위험하지 않습니까."
멸시, 조롱, 비웃음.. 이스마엘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저히 미워할 수 없었다. 저 사람들도 무시할 수밖에 없는 가여운 세상에 살고 있으니.
그 또한 이해할 수 있다. 끔찍하게도 모두 이해할 수 있다. 복수 뒤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지만 그것만큼 통쾌한 방법은 없다. 의미가 없다지만 기실 의미가 있다. 어둠으로 어둠을 누를 수 있다. 그렇지만. 이스마엘은 텅 빈 거리와 허무하게 죽음을 맞는 가디언즈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최후통첩.
죽은 가디언즈, 그것도 눈앞에서 죽음을 맞이한.
"내가 말했을 텐데. 나는 죽고자 이곳에 왔다고. 안타깝고도 상냥하단 말은 진심이었습니다. 당신은 갱생되어 이상향으로 갈 수 있을 텐데 기어이 진창길을 걷는군요. 그곳을 외면하고 끌어오려 해도 왜 계속 끌어들이려 하는 겁니까. 내가 왜 손 뻗는지, 말렸는지.. 그것이 알량한 선의 때문인줄 알았습니까?"
무장, 이스마엘의 모습이 변했다. 개를 형상화한 검은 가면이 얼굴을 덮어 가리더니 보검이 처음 보는 형태로 바뀌었다. 팔 주변을 마치 뱀, 혹은 고리처럼 순환하는 얇은 체인으로.
"아니오, 똑같은 방법으로, 처참히 복수당해, 부서질 미래를 기대하기 때문입니다."
결국 나는 더 큰 악으로 악을 누른다면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평화임을 깨달았으며, 당신같이 상처입은 사람마저 적으로 돌리는 악인인 것이다. 마침내 잔해가 당신을 향해 쇄도하려 들었다.
>>539 "내게 손을 뻗지마. 나를 동정하지도 말고, 넌 나와 달라. 넌 너에게 상처를 준 이들을 용서할만큼 강하지만, 난 도저히 그러지 못하거든."
에일린은 자신이 잘못된 길을 걷고 있음을, 그리고 자신은 머지않아 자신의 행동으로 인해 파멸할 것임을 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일린이 자신의 선택으로 이 길을 걷고 있다. 그것은 프리덤의 다른 대원들도 마찮가지다.
들어오는 것을 모두가 합심해서 말리고 나가는 것을 환영해주는 프리덤의 기괴한 문화. 자살특공에 가까운 무모한 작전, 그러나 프리덤의 규모는 계속해서 커지고 있었다. 그들은 모두 자신이 틀렸음을 알고 있지만 각자의 사정으로 이곳에 남아있는 이들이다. 오늘의 내가 살아가기 위해 내일의 내가 죽을 것을 각오하고 싸우는 이들이다.
"상관없어. 내가 죽인 이들에게 보복당해 죽는다고 할지라도, 그건 그들의 권리니까"
이스마엘의 무장이 드러나자 에일린은 어둠으로 갑주를 만들고 검을 만들었다. 이스마엘이 잔해를 날리자 그녀역시 자신의 어둠을 화살로 형상화하여 날렸다.
이스마엘이 수십 수백개의 잔해를 날렸지만 에일린이 날린 화살은 그 이상이었다. 잔해를 모두 파괴하고도 남을 화살이 그녀에게 쇄도했다.
그는 피를 흘리며 레이먼드에게 소리쳤다. 만약 자신의 테러활동으로 무고한 세븐스 희생자가 생긴다면, 자신의 대의는 그저 휴짓조각이 되어버린다. 자신의 분노와 복수를 위한 테러가 다른 희생자에게 닥치게 된다. 그렇게 되버린다면 그는 정말로 자신이 그토록 증오하던 비세븐스와 다를 바 없어진다.
"끄으윽..."
분하지만 레이먼드의 말이 맞았다. 그가 말하는 정보가 가짜든 진짜든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단 하나였다.
"너의 양심에 묻겠다."
지오반니는 얼굴의 피를 닦으며 레이먼드를 노려보았다. 그리고 물었다.
"정말이냐? 정말 다른 세븐스들이 더 있는 것이냐..."
그는 이어폰을 가지고 누군가에게 연락을 하려고 하지만 다들 각자 전투를 벌이고 있는 지 아무도 답을 주지 않았다. 물론 자신이 이 주위를 샅샅이 뒤져가며 세븐스들을 찾았고 그들을 내쫓았다. 그러나 그는 빛으로 변해 하늘 위에서 사람들을 찾았다. 그렇기에 자신도 모르게 이곳에 남겨진 세븐스가 있을 수도 있었다.
그는 선택해야했다. 레이먼드와의 전투에서 사실상 패배한 것이 자신을 신뢰할 수 없게 만들었다.
"폭탄은..저 건물 옥상 위에 있다."
그는 레이먼드가 전선이 고장난 건물이 있다고 했을 때, 자신이 제일 처음으로 향했던 건물을 가리켰다.
>>574 "그게 거짓말이라면, 넌 네 대의고 뭐고 저버리고 눈 앞의 싸움을 택한거다. 그 점 알아둬."
일단 유일한 정보가 그거라면 믿어주는 수 밖에. 물론 저기다 적 증원을 숨겨놓았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진정 그렇기엔 좀전의 교전에서 아무런 낌새도 없었다. 아군이 일방적으로 두드려 맞고 있는데 안 올 증원이 어딨겠는가. 그리고 함정일 가능성. 물론 있다. 아무것도 없이 뻥일수도 있고.
레이먼드에게 어서 폭탄을 해체하러 가라고 한 지오반니는 자신은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세븐스들을 다시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프리덤의 오랜 계획 중 일부를 물거품으로 만들어버린거야. 반드시 성공해라"
그 말을 마치고 그는 빛으로 변해 자신의 지역에 있다고 하는 세븐스들을 찾기 위해 빠른 속도로 날뛰었다. 도시에 있던 사람들이 UFO가 도시를 침공한다며 신고를 할 정도로 열심히 뛰어다녔다.
그 시각, 레이먼드는 건물 옥상에 도착했을 것이다. 옥상 문은 굳게 잠겨져 있었지만 가지고 있던 총이나 보검으로 손쉽게 문을 박살 낼 수 있을 것이다. 만약 문을 부수고 옥상 위에 올라와 도시 경관을 내려다보면 빛으로 변해 반딧불이처럼 날아다니는 지오반니를 볼 수 있을 것이다.
그와 동시에 옥상 한 가운데 붉은 빛을 내며 삐삐 거리는 직사각형의 검은 기계장치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이스마엘은 결국 마음을 다잡을 수밖에 없었다. 깊은 심호흡이 떨리다 일순 멈춘다. 결국 할 수 있다면 멈춰주지 않겠느냔 말을 진심으로 받아들이기로 햇기 때문이다. 이상향에 갈 수 없는 자라면, 멈춰달라 간곡히 청한다면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참으로 우스운 일이다. 가장 부정하고자 했던 것을 누군가의 부탁으로 망설임 없이 행해야 하는 이 상황 우습다. 결국 나의 가죽을 벗겨 추악한 속내 드러내고자 하는구나.
"이상적인 삶을 만들 수 있겠지만."
그렇지만 후회하지 않는다. 후회하기엔 너무나도 늦었다. 뒤로 이동하기가 무섭게 이스마엘이 뒤로 돌아 손을 뻗었다. 주변에 얇은 장을 깔아두었기에 기척을 기민하게 알아챌 수 있었던 덕분이었다. 마찬가지로 염력을 두른, 장갑을 낀 억센 손이 창을 붙잡았고, 이스마엘은 서슬 퍼런 눈으로 잠시 당신을 마주했다. 사슬이 날아와 빈 주먹에 휘감겼다.
"누군가에겐 그 또한 지옥이겠지요. 당신이 없는 것은 어쩌면 현명한 선택일지도 모릅니다."
억울함이니 분노니 전혀 관심이 가지 않는 이야기들. 아무리 설명하고 설득시키려 해보아도 와닿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자신에게 계속 도망치라고 했던 이유는 그 죄 없는 세븐스에 포함되기 때문이었던가. 제 정체를 앎에도 지켜준다고 말하며 정원을 꾸리는 모습을 어이 없다는 듯 한숨을 내쉰다. 이대로 폭탄이 터질 때까지 대화만 하면서 있을 수는 없다.
에일린도 수 많은 전투를 치뤘지만 결국 경험에서 이스마엘에게 밀릴 수 밖에 없었다. 언제나 사선을 넘나들며 시종일관 한계까지 자신을 몰아붙이는 훈련을 하는 0특수부대와는 달리 프리덤은 결국 비세븐스와 가디언즈 일반 대원들을 상대로 싸웠으니까.
에일린이 마치 자신의 등뒤로 올 것을 예측하듯 역으로 자신의 공격을 잡고 반격을 하자 에일린은 반사적으로 몸을 뒤로 빼었지만 그녀의 공격이 스치고 말았다. 그녀는 이스마엘의 말에 답을 하지 않았다. 그저 입을 다문 채 묵묵히 공격을 할 뿐이었다. 이스마엘의 말에 동의를 한다는 자신만의 표현이었는 지도 모른다.
그녀의 말대로 에델바이스가 추구하는 평화로운 세상, 이상적인 세상은 그녀와 프리덤 대원들에겐 지옥과도 같은 곳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그들은 서둘러 움직였다. 에델바이스가 성공하리라 믿으며 마지막으로 자신들의 죽을자리를 찾기 위해, 머지 않을 지옥을 피하기 위해, 고통스러운 삶 대신 평화로운 죽음을 위해 싸웠다.
이스마엘의 공격을 맞은 에일린은 검은 안개로 변해 이스마엘의 머리 위에서 검은 가시를 쏟아내었다.
어차피 이 논의는 평행선이다. 쉽게쉽게 말을 듣고 생각을 바꿀 사람이었으면 애초에 이런 일이 생기질 않았겠지. 복수하지 않아도 살아갈 수 있으니까? 이가 까득, 하고 갈리는 소리가 들렸다. 시종 무던한 듯했던 표정이 살짝 일그러진다.
"복수하지 않고도 살아갈 수 있어? 나도, 당신도 그 사람들의 삶에 대해 대체 뭘 안다고 지껄이는 겁니까. 복수 없이 살아가?"
파괴된 기계뱀이 재조립되는 걸 보면서 너는 철우산을 내려놓았다.
"그들에겐 그 삶 자체가 복수인데, 그따위로 이야기해?"
감히. 너는 공중에서 모조 보검을 소환해 쥐었다. 실전성과는 거리가 먼, 이제는 예장용으로밖에 쓰이지 않는 구식의 형태. 끝이 살짝 굽은 그 기병도를 쥐어 세운 너는 계속해서 등장하는 동물들 중 기계 곰을 향해 기병도를 내찔렀다.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그 끝은 곰의 목 부분, 취약한 결합부를 노리고 있었다.
"역사를 돌아봤다면 알겠지, 복수가 끊기는 일 따위는 없다는 걸."
당신이 그렇게 끔찍하게 소중히 여기는 복수로.
"당신이 이야기한 사람들이!"
눈 먼 복수에 찔려 통곡하는 걸, 가만 둘 것 같아? 목소리는 점차 가라앉아 조금 작아졌지만, 그 안에 담긴 감정 정도는 한없이 무딘 사람이 아니고서야 알아챌 수 있었으리라. 곰에게 감행한 공격은 확실히 곰을 끝낼 만했다. 그 감각을 느끼며 검을 뽑아낸 너는 검을 한 번 휘둘러 기계로부터 튄 기름을 털어내고 다시 바로세웠다.
"강함이라고 했었지, 솔직히 말하건데 나보다 나약한 사람은 에델바이스에는 없어."
어디 쓰러트려 봐. 새까만 눈이 검 너머로 그를 응시하고 있었다.
//완전방어 성공! 멧돼지의 공격력(500)보다 높은 방어값(942)으로 피해 없음! 반격 개시! 기계 곰에게 공격(552)!
기계동물들이 단체로 나타나도 그녀는 당황하지 않았다. 어쩌면 그 기계들처럼 냉정했다. 기계곰 셋이 달려들어도 자세를 유지하지만, 그것들이 허구임을 알자 작게 한숨을 내뱉었다. 긴장은 하고 있었기에. 그 와중에 서로 아웅대는 자매의 목소리를 듣고 짧게 웃었다.
"애들은 애들이네- 참 귀엽기도 해라. 눈에 보였으면 그 혀부터 마비시켜 버릴 텐데. 종알종알 시끄럽잖니."
그녀가 가디언즈와 다를게 무어냐는 말에는 어깨를 으쓱였다.
"내가 말하지 않았나? 다 같은 인간이라고. 원하는 목적을 위해 수단과 방법 가리지 않는 건 인간의 본능이야. 그리고 난 영웅은 아니라서."
영웅이 될 마음도 없고. 중얼거리며 독액을 조종하던 와중, 처음으로 자매의 비명이 들렸다. 오호라. 그 반원이 자매를 지키는 방공호였나. 주변으로 더미가 생겨도 그녀는 아랑곳않고 처음 노렸던 부분만 집중적으로 파고든다. 그러다보니 도시가 원래대로 돌아왔고 주변엔 쓰러진 사람들 투성이였다.
"이쪽이 더 시끄럽나."
시민들의 아우성에도 그녀는 시끄럽다는 반응으로 일관하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쓰러진 사람들 중에 자매의 모습을 찾자 기쁜 듯이 싱긋 미소지었다.
"어머. 조금 전까지만 해도 그렇게 팔팔하더니. 많이 아픈가보네- 응? 그렇게 아파?"
바닥에서 손을 떼고 일어선 그녀는 고통스러워 하는 자매를 보며 전혀 걱정스럽지 않은 어투로 재잘거렸다. 살려달라며, 폭탄의 위치를 말하겠다는 자매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공중으로 독액의 구체를 만들어 띄운다. 금방이라도 터질 것처럼 일렁거리는 독액 구체를 자매의 위로 밀어보내고, 딱 쏟아지기 좋은 위치에 다다르자 손짓을 딱!
무슨 말이라도 했더라면, 그 말이 자신의 정곡을 찌르는 것이었더라면, 바로 가시를 드러내고 본색을 드러내려 들었을지도 모른다. 당신들의 복수를 위해 누군가의 이상향을 이용하지 말라고 소리를 쳤을지도 모른다. 혹은 웃었거나, 전투 자체를 즐기는 상황까지 갔을지도 모른다. 이스마엘은 최대한 평정심을 찾고자 했다.
차라리 말이 없는 것이 나았다. 지금 이 상황은 이스마엘에게 있어 가장 적합한 상황이기도 했다.
검은 가시가 쏟아질 적, 무장을 이용해 최대한 막아보고자 했으나 어깨를 비롯한 몸에 강하게 스쳐 피가 떨어졌다. 이를 악물던 이스마엘이 다시금 손에 휘감긴 사슬을 뻗었다. 끝 부분이 인위적으로 여러 갈래로 갈라지더니 날서게 송곳니를 드러냈다. 낚아채듯 하며 그대로 땅에 처박으려 시도했을지도 모른다.
느릿하게 한 번 고개를 주억거려 짤막이 대답한 후, 상대방의 대답을 빠짐없이 귀담아 들었다. 열렬한 조롱에도 불구하고 그는 여전히 상대를 가만 응시할 뿐이다. 자욱한 연기를 들이마시면서도 사감보다는 다른 생각이 앞섰다. 되돌아가 은행 15층 회장실이라…… 잊지 않도록 제대로 기억해두기로 한다. 다만 머리에 새겨두는 것과 그 정보의 진위여부는 별개다. 과연 순순히 사실을 말해줬을 가능성은?
글쎄, 상대가 진실을 말하고 있는지의 여부도 문제며 그곳으로 이동했을 때 저들이 뒤를 치지 않으리라는 보장도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싸움의 승패는 대어 봐야 알 수 있는 법이다. 폭탄 해체가 늦을지는 싸워 봐야 알지 않겠나.
"검증입니다."
당신을 제압해 사실을 가려 보기 위한 확인 작업. 허리가 회전하며 어깨가 뒤로 돌아간다. 팽팽하게 당겨진 근육에 최고조의 힘이 모였을 무렵, 츠쿠시는 곧바로 레이첼의 방향을 향해 허공에 주먹을 내질렀다. 전방으로 휘두른 권타의 흐름을 타고, 응집된 예기가 창처럼 꿰뚫을 듯 쏘아진다.
지금이야 제가 먼저 기습을 해왔다지만. 공격을 당하고 나서도 반격이며, 방어하려는 자세를 보이지 않고 대화를 하려는 것이 어이가 없다. 이렇게 되니깐 내가 나쁜 놈이 된 기분이고. 계속 저런 방식으로 시간을 끌려고 하는 건지 뭔지. 찝찝한 느낌에 혀를 차고선 일어나는 멜로에게 보검을 겨눈다.
단답. 땅에 처박혔을 적 갈라졌던 보검이 다시금 원래 모습으로 돌아와 이스마엘의 주변을 맴돌았다. 견뎠다고? 글쎄, 견뎠을까. 이것이 견디는 것인가. 용서하고, 화합했지만……. 이스마엘은 속내를 한차례 크게 가라앉히려 시도했다. 박수 보내는 모습에 잠시 가면에 가려진 눈이 서슬 퍼렇게 빛났으나 인내한다.
"그건 마저 싸워봐야 아는 일이죠."
잔해를 편으로 내리치자 잔해가 튀어 이스마엘을 스쳤다. 하나가 강하게 몸을 치고 지나가 살점이 뜯겨도 이스마엘은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처럼 앞으로 걸어나섰다. 이내 염력으로 잔해를 띄워 주변으로 조각을 회전시키더니, 전진하듯 하며 횡방향으로 거세게 그어내듯 쏘아냈다.
갑작스러운 기습이라 해도 좋으리라. 어쩌면 과한 의심으로 인해 시간을 소모했거나, 진실을 고한 자를 불신해 불필요한 피를 튀게 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런 행동을 하고서도 그는 여전하게도 무심한 낯을 하고 있다.
"아뇨, 상황이 원만하게 돌아간다면 죽이지 않습니다."
레이첼이 피해를 수습하는 동안 그는 무기를 꺼내 들었다. 중거리 용의 장검, 칼을 쥔 손이 천천히 들어올려지며 아래로 내리쳐진다. 기세를 놓치지 않고 연달아 공격하기를 택한 것이다.
"다만 당신을 믿을 수 없어서 말입니다. 저는 언변이 서투르니 이 방법으로 검증하려 합니다. 무례를 용서해 주시길."
그 방법이라는 것이 무엇인가 하면, 쥐어패서 사실을 말하게 하고 같은 진술이 반복된다면 그제야 믿겠다는 소리다. 과격하기 짝이 없는 짓거리지만 그리 헛소리 지껄이는 그의 눈은 참되기만 했다. 한때 몸 담았던 진영의 가치관이 가감 없이 드러나는 사고방식이다. 허공에 내리 그인 검격은 칼의 궤적을 따라 마찬가지의 호선을 그리며 쇄도했으리라.
미소를 지었을 때 이스마엘은 다시금 사랑으로 품고자 했다. 저 사람도 가장 최선이었을 선택을 했을 뿐이다. 어쩔 수 없었을 것이다. 눈 도는 것이 어떤 감정인지 알기에 이해하고 사랑으로 품으려 무진 노력하였을 때, 가여운 것이란 말에 잠시 숨을 가다듬더니 단호하게 입을 벌렸다.
"무엇을 참고 있는지 모르면, 적어도 무작정 동정하려 들지 마십시오."
피를 흘리는 모습에 어깨 가볍게 풀듯 으쓱였다. 길게 뻗어 늘어진 편鞭이 바닥을 질질 끌더니, 이내 땅을 거세게 후려쳤다. 일차적으로 염력이 담겨 묵직한 편의 반동과 함께 뛰어올라 가시를 피하고, 박살난 바닥의 잔해를 허공에서 거세게 쏘아내려 했다.
"상냥하고 가여운 사람…."
나는 그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지금 당장 손발톱을 하나하나 꺾어가며 불게끔 하는 것이 당장이라도 효율적인 방법이겠지만, 나는 인간을 사랑하며, 하물며 당신조차 사랑하기 때문에 그럴 수 없는 겁니다. 이스마엘은 속내를 다시금 꾹 참아가며 공격을 이어갔다.
프리덤은 온갖 테러활동으로 가디언즈와 비세븐스들에게 단기간에 큰 위협이 되었다. 물론 그들의 세력과 무력은 에델바이스에 비하면 티끌과도 같다. 그러나 무시할 수는 없도록 만드는 것이 그들의 무모함과 복수심이었다.
"또 우리와 같은 사람이 나타난다면 그건 그 사회의 잘못이겠지. 그들의 복수가 정당하다면 말이야. 어찌되었든, 난 그들을 막을 권리가 없어."
자신이 필사적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이들을 모욕했다는 말을 듣고 어이 없는 듯 웃음을 지었다.
"내가 이런 것만 보았다고? 아니, 제대로 말해야지. 대부분의 세븐스가 처한 현실이다. 당장 너희가 이런 세븐스들의 현실을 바꾸기 위하여 일어선 것이 아니냐"
히카루는 적어도 자신이 본 비세븐스 중에서는 세븐스에게 너그러운 이가 없었다고 반박했다. 적어도 에델바이스 내에서는 세븐스와 비 세븐스가 평화로웠지만 히카루가 사는 세상에서는 아니었다. 세븐스는 비 세븐스들에게 탄압을 당했고 그렇기에 수 많은 이들이 들고 일어섰다가 가디언즈에게 목숨을 잃었다.
"뭐라고?"
히카루는 자신이 잘못 들은 것인가 이해를 잘못한건인가 의심했다.
"존재하지. 당장 세븐스 어린아이들이 그렇잖아."
그리고 뒤이어 쥬데카가 분노를 토해내자 히카루는 입을 다물었다.
"난 비세븐스들에게 피해를 입었고 그들에게 복수했다..혹여나 세븐스에게 피해를 주지않고 내게 피해를 입은 비세븐스가 있다면."
히카루는 하늘을 가리켰다.
"가디언즈가 언젠가 내 목을 치겠지"
히카루는 에델바이스를 말하는 히카루의 말을 듣고 고개를 기울였다.
"그런 꿈 같은 마을이 있다면, 내겐 부숴버릴 권리가 없겠지." "그런데 그곳이 어디있지? 모두에게 열려있나? 모두가 원하는 사람이 들어가길 원한다면 들어갈 수 있는 곳인가? 그 천국은?"
이번에는 실패인가. 맥없이 튕겨져 나가는 공격에 검을 거두어들인다. 그리고 곧 가해지는 묵직하고 신속한 일격. 그의 체술에 비하면 전문적인 역량이 엿보이는 공격이다. 미처 공격을 피하지는 못했으나 무장을 활성화하여 충격을 줄이는 데는 성공한 그는, 레이첼이 가까이 다가온 틈을 노려 팔 안쪽에 칼을 찔러넣으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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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력이 될 때까지는 싸우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해 말입니다."
무엇도 보장할 수 없는 방만한 말이나 그는 정말로 그러고자 했다. 츠쿠시는 언제나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할 뿐이고, 그 최선은 곧 사투다. 그렇게 배워 왔고 그렇게 살아 왔으니.
상대가 절 공격 하지 않는다고 봐주는 건 없는 것이다. 소년을 내려다보며 무심하게 말하고서 다시 한번 보검의 손잡이로 내리치려다, 이어지는 말에 멈추며 고개를 기울인다. 식물로 절 방해라도 할 셈인가 할 때, 주변에 생겨난 양배추를 보곤 질색하는 표정이 된다. 거대한 양배추에 이빨과 눈이라니. 징그러워. 심지어 저에게 달려들기까지 하자 포탈을 이용해 뒤로 물러나며 회피한다.
"징그러워!"
잔뜩 구겨진 얼굴로 양배추를 보며 말하고선, 소년의 뒤쪽으로 포탈을 이어 통과한 후 소년의 등을 보검 손잡이로 찍어 버리려 했다.
복수라는 이름으로 누군가를 고통스럽게 하는 게 정당할 리 없잖아 정당함 따위보다 그 스스로가 느끼는 감정이 중심이 되는 게 복수인데. 사회에 대한 복수와 그 구성원에 대한 복수를 착각하고 있는 건 아닌가? 너는 고갤 저었다. 구성원이 모여 사회를 이루지만 사회는 항상 그 집합 이상의 존재다. 그러니까 제대로 노릴 방향을 정하지 않으면 안 되는데.
"전부 이해한다는 듯이 말하는 건 그만뒀으면 좋겠습니다. 슬슬 역겹다는 생각이 드니까요."
전부 안다는 듯이 말하지 마십시오. 알면서도 그런다는 것에 화가 치미니까. 너는 짧게 심호흡하곤 그의 반박에 대해 감상을 내뱉었다.
"당신이 본 걸로 모든 걸 판단하려고 하는 주제에, 다른 모습이 있을 거라는 실낱같은 감상조차 없으면서 둘 모두를 보고 여기 선 사람에게 그런 말을 하다니."
그러니까 지금 내가 당신을 막기 위해 여기 서 있는 겁니다.
"이건 또 무슨 말입니까? 가디언즈가 정의의 사도라도 된다... 뭐 그런 말처럼 들리는군요."
너는 실소했다. 가디언즈가 목을 쳐? 순순히 받아들일 것도 아니면서.
"당연히 원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같은 세븐스이면서도 둘 중 하나가 반드시 파멸하길 바라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죠."
넌 지난번의 임무를 떠올린다, 그건 광기였다. 제대로 된 생각이라곤 도저히 생각할 수 없는, 분노와 증오에 몸을 맡긴 채 그것에 휘둘리는 것이 전부라고 생각하는 짐승같은 존재.
"그 곳에 당신들의 복수가 있을 자리는 없습니다. 지금까지 계속 그 입으로 말했을 테니 알고 있겠죠, 폭탄이 터지는 순간 당신들의 머무를 자리는 없습니다."
평생을 전장에서, 복수랍시고 모든 걸 부수면서, 없을 리 없는 무고한 이들의 피로 만든 길을 걸으면서 아직 난 살아있으니 나는 잘못되지 않았다고 스스로 위로하는 존재에게 낙원 같은 건 없다. 입 밖으로 그 행동이 잘못되었음을 시인하는 것이 대체 무슨 소용이냐. 멈추지 않을 거라면. 그가 공격을 멈추자, 검을 털어내고 다시 한 번 공격에 대응하려던 너는 검을 늘어뜨렸다. 공격 의사가 없다는 의미였다.
"하다못해 갓 태어난 아기들까지 전부 죽일 셈입니까? 세븐스가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당연하다면 당연하게도, 새롭게 태어나는 아기들은 아무런 죄가 없다. 세븐스라는 이유만으로 앞날이 어두워질 수는 있어도 그들이 지닌 순수함은 부정할 수 없었다. 세븐스가 아닌 아기들이 대체 무슨 잘못이 있는가? 세븐스인 아기들이 아무런 잘못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하며 너는 검을 검집에 집어넣으려 했다.
"너도 알잖아. 비세븐스는 모든 세븐스를 차별한다는 거. 현실을 외면한다면 나야말로 현실을 외면하는 네놈이 한심하게 느껴지는 군"
기대를 하니까 배신을 당한다. 유명한 격언이다. 저 사람은 다를 것이다. 저 사람은 의미없는 차별을 하지 않을 것이다. 모든 세븐스가 비세븐스들에게 한번씩은 품어본 기대일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기대는 10대 남짓한 때에 산산히 부숴져 체념하고 만다. 그러나 지금 자신의 앞에 서 있는 이는 그렇지 않다고 왜 일반화를 하냐고 자신을 비난한다. 과연 그가 본 것은 다른 것일까?
"그래? 넌 정말로 차별하지 않는 비세븐스를 봤다는 것이냐? 그런데 왜 그들이 내 눈앞에는 보이지 않지? 왜 우리 동료들 주위에는 없었고 왜 일반 비세븐스들의 눈 앞에는 보이지 않지?"
히카루는 더이상 이 대화에 흥미가 떨어지기 시작한 모양이었다.
"네 눈에는 우리가 정의의 사도로 보이나? 가디언즈도 똑같다. 목적을 위해 윤리따윈 버린 한심한 놈들이지."
물론 순순히 받아드리지는 않을 것이다. 그 가디언즈도 자신과 같은 죄인일테니.
"틀려, 폭탄이 터지지 않아도 이미 우리가 있을 곳은 없다."
히카루는 갓 태어난 아기들까지 죽을 셈이냐는 쥬데카의 물음에 입을 다물었다. 분명 갓 태어난 아기들에게는 죄가 없다. 물론 이곳에 그런 죄 없는 아기가 있다고는 말하기 어렵지만 그렇다고 해서 없다고도 할 수도 없었다.
히카루는 이마에 손을 짚으며 혀를 찼다. 한숨을 내쉬며 품속의 지도를 꺼내었다. 그리고 쥬데카에게 던졌다.
"어서 가라 10분 남았다."
종이에는 폭탄의 위치가 적힌 빌딩이 X표시로 큼지막하게 그려져있었다. 복수와 프리덤의 정당성에 대한 의견은 서로 상충했으나 아이들은 죄가 없다는 의견 하나만큼은 두사람의 의견이 일치했다.
"아직은 늦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당신을 더 붙잡아 둔다면 당신 역시 이곳을 빠져나가지 못할 테니 좀 더 신용이 생길지도 모르죠."
정답일지도 모를 선택지를 두고 말도 안 되는 궤변을 늘어놓는 고집은 어디에서 연원하는가. 꿋꿋하게도, 미련하고 집요할 만큼의 열중이다. 급히 손을 올려 얼굴과 주먹 사이에 끼워넣어 안면에 직접 주먹질 당하는 것만은 막았으나, 완전히 막아낸 것은 아니었다. 얼굴에 부딪쳐 오는 충격량이 완전히 덜어지지 않아 머리의 통증에 미미하게 미간을 좁히면서도 그는 참 태연하게도 물었다.
남은 시간 15분. 레이먼드 외의 해체 성공 연락은 없다. 다들 고전하고 있던가. 아니면-
"즐겁다는 애가 왜 이렇게 목소리가 떨릴까. 들키기 싫으면 혀라도 깨물고 말했어야지. 응?"
그녀는 겁먹은 쪽을 빤히 응시하며 말했다. 그쪽이 목표인 것처럼.
"얘. 와도 이 근처로 오지 여기로 오겠어? 오면 내 세븐스에 휘말릴 거 뻔한데? 생각 좀 해라. 애기들. 그리고 방금도 말 했잖아. 걔들이 다쳐도 너희 때문에 다치는 거지, 그건 내 탓이 아니라니까?"
이래서 덜 배운 애들은 일일히 설명을 해줘도 말을 못 알아먹어요. 어휴. 성가신 듯이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 바닥에서 돌가시가 솟자 발끝으로 툭툭 건들면서 겨우 이딴 걸로? 라고 하듯 도발한다.
"할 수 있으면 얼른 좀 해보지 그래. 슬슬 재미없거든? 너희가 어느 정도 할 수 있다, 뭐 그런게 보여야 나도 무기를 들 맛이 나지. 하나는 별 볼일 없지. 하나는 쫄았지. 나참. 전장도 모르는 것들이랑 내가 뭘 하겠니. 됐다 얘. 폭탄 터지는 거 구경이나 하지 뭐."
어디가 제일 좋은 관람석일까나. 그녀는 이제 자매는 안중에도 없는 것처럼 주변을 둘러보며 정말 앉아서 구경할 곳을 찾고 있었다.
이스마엘은 눈을 가늘게 떴다. 상냥하고 가여운 사람. 이상향으로 데려가고 싶은 사랑스러운 인간. 그렇지만 당신은 너무 많은 걸 알고 있다. 나가 떨어지는 모습을 봤음에도 침묵했고, 목을 노렸을 때도 침묵했다. 뒤를 돌며 단숨에 염동력을 이용해 보이지 않는 벽을 세워 공격을 막아낸 이스마엘이 그제야 무겁게 입을 뗐다.
"억울한 일을 당했느냐 물었지요. 소중한 사람을 잃었고, 그 잃은 사람을 다시 한 번 죽여야 합니다."
뼛속 깊이 트라우마로 남는 행위. 이스마엘은 그 고통을 절대 가볍게 보지 못했다.
"내 손으로."
제 아버지가 자신을 부여잡고 울던 날도 있었으나, 죽은 아비가 카시노프의 손에 살아 돌아오는 그날을 기점으로 이스마엘은 트라우마에 시달렸다. 단 하루도 쉬지않고, 일상을 아무렇지 않은 듯 살아가면서 제 아버지에 대해 끝없이 생각했다. 끔찍한 미래를 홀로 상상하며 앓았고, 말하기 두려운 것이 많아 힘겹게 찾았던 에델바이스 내부 심리 상담 센터에서 입을 열지도 못하고 한참을 미안하다고만 중얼거리다 나왔다. 설명할 수 없는 혐오감이 온몸을 감쌀 때가 있고, 그때의 기억이 이따금 머리를 스칠 때면 불침번을 서더라도 주저앉아 통곡했다. 때로는 그런 것이 아무렇지 않은 듯 살다가 충동적으로 개인실의 물건을 죄다 깨부순 적도 있었다. 긴장이 풀리지 않아 잠을 잘 수 없으며, 하루에 두시간 정도 자는 것으로 족한 생활을 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스마엘은 현실을 살아가고자 했다. 아무렇지도 않은 듯.
"그럼에도- 참는 이유가 무엇인지 아십니까?"
가라앉되 담담한 어조와 달리 손을 들어 보이지 않는 힘으로 당신을 틀어쥐려는 모습은 살벌했다.
"내가 원체 나쁜 년이라, 앞으로 벌일 일에 비하면, 그런 과거는 아무렇지도 않을 거라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그래."
"저는 당신들을 비난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어쩔 수 없이... 당신들이 못 본 걸 저는 봤기 때문에, 어쩔 수 없습니다."
이유 같은 게 있을까보냐. 이것은 어쩌면 운일지도 모르고. 어쩌면 지향점의 차이로부터 발생한 도착점의 차이일지도 몰랐다. 너는 계속해서 헤맸다. 가디언즈를 향한 비 세븐스들의 시선을 알고 있었기에, 세븐스에게도 저런 시선이 향할 수 있구나 라는 것 정도는 알았다. 그리고 대부분은 그런 시선을 받지 못한다는 것도. 계속해서 레지스탕스들을 마주하며 그들이 뭘 바라는지는 그다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내 임무는 그게 아니었으니까. 그렇지만 시간이 갈수록 이상하다는 걸 깨달았다. 이건 정상이 아니구나, 아니면 내가 비정상인 거구나. 둘 중 무엇이든 내가 머물 자리는 그 곳이 아니라는 생각이 본능적으로 들어 도망쳐 나왔다.
"당신은 얼마나 그런 걸 찾아 헤맸습니까?"
찾아내고 싶었으나 찾지 못해 다다른 곳이 지금 이 자리냐는 듯, 너는 까만 눈으로 그를 응시했다. 이미 있을 자리 따위 없다고 말하는 그의 모습에 애처롭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행히 아기들에 대한 이야기가 성공적이었는지, 그는 지도를 꺼내 던졌고, 너는 그걸 받아들었다.
"......감사합니다."
이게 블러핑일 가능성? 그런 악의는 느껴지지 않았다. 애초부터 그에게는 너를 향한 악의는 느껴지지 않았으니까. 그렇기에 안타까움이 배가되는 기분이었다, 이들은 세븐스라면 자신들을 막아서더라도 목숨을 빼앗을 각오가 되어있지 않은, 정말 약한 사람들이구나 싶었다. 온전히 세븐스가 아닌 존재에게 증오를 쏟기 위해서였을까. 지도를 들여다보다가 몸을 돌리던 너는 살짝 뒤를 돌아보았다.
"제 이름은 쥬데카, 쥬데카 뷔시카리오입니다."
당신의 이름은, 말해주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기다리겠습니다, 낙원의 입구에서 다시 만날 수 있기를, 그 곳에서 이름을 들을 수 있었으면 좋겠군요."
낙원에 들어가지는 못하더라도 낙원을 볼 수는 있으리라, 그 때에 이르러 다시 마주할 수 있길 바라면서. 너는 바로 몸을 돌려 폭탄을 찾아나섰다. 폭탄을 찾아낸다면 바로 해체에 들어가야 했으니까.
에일린은 자신의 예상을 뛰어넘은 그녀의 말에 할말을 잃고 말았다. 소중한 사람을 잃고 그 잃은 사람을 다시 한 번 죽여야한다는 것은 자신이라면 당장이라도 자결을 선택할만큼 끔찍한 일이었다.
사랑하는 남편이 가벼운 폐렴에 걸렸을 때, 아무도 남편을 치료해주지 않아 결국 그를 떠나보내야만 했다. 피를 토하며 시시각각 약해지는 그의 얼굴을 보는 것은 너무나 고통스러웠다. 자신의 딸 아이가 과속차량에 부딪혀 목숨을 잃었을 때, 아이의 숨이 아직 붙어 있었으나 모녀가 세븐스라는 이유로 아무도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주지 않았을 때, 엄마 너무 추워라는 말을 끝으로 숨을 거두었을 때, 그녀는 자신 안의 무엇인가가 끊어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차량 주인은 재수가 없다며 침을 뱉었고 경찰은 그에게 과속 딱지만 끊고 목숨을 잃은 아이를 보고 빨리 치워버리라 힐난할 뿐이었다. 그녀에겐 아무도 남지 않았다. 하루에도 몇번씩 목숨을 끊으려고 했다. 그러다가 어느날 문득, 가슴 깊이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그녀는 자신의 분노를 외부로 표출하기 시작했고 그녀는 더 이상 목숨을 끊으려고 하지 않았다. 죽을 각오로 살라는 말이 딱 그 꼴이었다.
"뭐지?"
그녀 역시 담담한 어조로 어둠의 힘을 이용해서 이스마엘의 힘을 대적했다. 벽으로 날아가자 자신의 힘으로 벽을 파괴해버리고 검은 촉수를 뻗어 그녀를 공격했다.
"미안하다. 얘야, 너도 나처럼 약한 이였구나..속은 너무나도 여린 네가 악인을 연기하면서 스스로를 속이고 있잖니?"
살을 내어주고 뼈를 취한다는 격언이 있다. 복잡하게 해석할 여지 없는 의미 그대로의 말이. 다만 그는 뼈를 취한 대가로 자신 역시 고스란히 뼈를 내어주고 말았다는 게 실책이다. 머릿속을 뒤흔드는 듯한 충격에 한순간 호흡마저 멈추었다. 그러나 신음 흘리는 대신 긴 숨만 내쉬는 것으로 비명을 대신한다. 잠시간 서로 공격이 멈춘 사이, 그는 흘끗 시선을 들어 상대방을 가만히 관찰했다. 여전하게도 집요한 성질이 묻어나는 시선이다. 짧은 동안의 탐색이 끝나고 츠쿠시는 결론을 내렸다.
좋아, 여기까지다. 그는 칼을 완전히 거두었다. 여러 방면으로 고찰한 결과 내려진 결론이다. 상대는 팔 한쪽에 큰 상처를 입었고 자신은, 머리가 울리는 듯한 감각이 느껴진다. 필시 위험한 신호겠지. 최대한 속전을 노리고자 했지만 이대로라면 결착이 나지 않을 듯하고, 싸움에 이긴다 해도 여기에서 더 부상을 입게 된다면 아무것도 제 시간에 해낼 수 없으리라. 이 정도로 시간을 촉박하게 만들었으니 거짓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사실 무엇보다도, 싸우기 싫다는 호소만큼은 진심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다른 말이라면 몰라도 그는 그 말만은 무시할 수 없었다.
"예, 협조에 감사드립니다. 다시 한 번 무례에 사과하겠습니다. 당신 역시 가능하다면 서둘러 대피하시길."
그리고 통신장치를 통해 제 몫의 임무를 완수한 레이먼드에게 지원을 요청했다. 자신은 늦을 수도 있어도 레이먼드는 빠르니 문제 없겠지. 폭탄을 확인하러 가기엔 수상한 상대를 붙잡아둘 수 없고, 싸우기에는 시간이 촉박하다는 문제를 해결했으니 계속 치열하게 싸워도 될 테지만…… 이미 사라진 전의를 구태여 불태우지는 않고 싶다. 그러나 지독한 의심증에 빠진 전직 가디언즈는 마지막까지 포기하고 않고 한 마디 더 던지는 것이다.
>>717 레이첼은 숨을 헐떡이며 여전히 전투 태세를 갖추고 있었다. 그녀는 츠쿠시를 믿지 못했다. 아까부터 계속 진실만을 이야기하고 있던 그녀를 지레짐작으로 이렇게까지 공격해왔으니 도와주고 싶어도 도와줄 수 가 없었다.
만약 그녀가 레이첼을 진정으로 믿어줬다면 이미 그녀가 맡은 지역의 폭탄은 해체되고도 남았을 것이다. 레이첼은 정말로 억울한듯 눈물까지 흘리며 씩씩거리고 있었다.
"사과하면 다 되는 줄 알아! 너 대체 뭐하는 X이야!"
절규하다시피 소리치는 그녀는 누가봐도 딱히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지 않았다. 아까부터 계속 폭탄의 위치를 알려주고 있었건만 눈 앞에 있는 이자는 아무리 말해도 들어주지 않았다. 아까부터 그녀에게 찔린 곳이 너무나 아파왔다. 자신이 다쳐서 올때마다 치료를 해줬던 멜로나 지오반니 같은 동료들 생각이 나서 서러움이 복받쳤다.
포탈을 통과해가며 저에게 달려드는 양배추와 덩굴들 피한다. 이어진 공격이 제대로 들어가고, 소년이 주저앉자 잠시 멈추며 숨을 고른다. 죽이긴 왜 죽여. 죽기 전까지 아슬아슬하게 조절해가는 방법이 있는데. 죽이고 나면 폭탄의 위치를 알 수가 없는걸. 기분 나쁜 양배추를 소환한 것에 한 대 더 때릴까, 주먹을 쥔 손을 들다가 내린다. 어떻게 폭력을 쓰기 이전에 약점이 될 만한 걸 다 쑤셔볼까. 그런 생각을 하며 소년에게 다가가 멱살을 잡아 들어 올리고서 귓가에 속삭이려 했다.
"폭탄 위치를 말하지 않으면, 그 식물 친구들이 불타며 아파하는 소리를 듣게 될 거예요."
말하고선 생글생글 웃으며 소년과 눈을 마주하려 했다.
"아니지. 말하지 말아요. 그냥 우리 같이 죽죠. 응. 폭탄 테러에서 죄 없는 세븐스 한 명 정도 휘말릴 수 있는 거잖아요. 그쵸?"
고통스러운 과거, 승화하고 나아가야 할 시련. 이스마엘은 자신의 과거를 그렇게 생각하고 합리화 하고자 했다. 몰아치는 감정의 파도는 스스로 제어할 수 있는 것이 절대 아니지만, 그 또한 이스마엘의 일부이기 때문에 최대한 이겨내고자 했다. 그런데 당신은. 이스마엘은 가면 속 눈을 홉떴다.
"제발, 사과하지 마십시오."
이스마엘은 최대한 염동력을 이용해 공격을 막으려 시도했으나 일부는 그대로 허용하듯 허리 부근과 어깨를 스쳤다. 거센 촉수에 살점이 뜯긴 듯싶었으나 내색하지 않았다.
"예. 저는 약합니다. 속이 여리고 심지가 굳세지 못합니다. 그렇지만 단 하루도 스스로를 속인 날이 없었습니다. 당신과 같은 피해자를 적으로 돌리고 화합을 추구하는데, 그게 다른 누군가의 입장에서 악인이 아니면 무엇이란 말입니까?"
저는 죄인입니다.
"앞으로 벌일 일이 누군가 바라지 않는 세상을 실행에 옮기는 것인 극악무도한 죄인. 하지만.. 선의를 행하면 위선이라 손가락질받고, 악을 행하면 뻔뻔하게 고개를 들고 다닌다 하는 박쥐같은 곳이니 차라리 뻔뻔히 고개를 들고 다니겠습니다. 그게 제가 여기에 선 이유입니다."
입에 고인 피를 가면 너머로 뱉을 수 없어 흘려냈다. 턱에 고이는 느낌 불쾌했으나 이스마엘은 당신을 제압하듯 강한 염동력으로 짓누르려 시도했다.
마치 그녀를 잘 아는 것처럼 말하고 행동하는 남자를 보며 그녀는 미간을 구겼다. 뭐지? 이것도 환각의 일부인가 싶지만 자매는 명백히 모르는 태도를 보였다. 그 사이 그녀의 뒤로, 다시 앞으로 이동하며 자매를 찾아내 꿀밤을 먹이는 걸 보고 다시금 저 놈 뭐야 생각한다.
"징그러운 소리 집어쳐. 네 놈 혓바닥부터 뿌리까지 녹여줄까?"
남자의 농담에 짜증스럽게 대꾸하고 미리 생성한 독액을 긴 끈처럼 늘여서 남자의 발치를 향해 한 번 휘두른다. 피하지 않아도 닿지는 않았을 것이다. 바닥을 찰싹 치고 지나갔겠지. 남자의 꿀밤을 맞고 모습을 드러낸 자매를 힐끔 보고, 남자의 마스크로 시선을 돌린 그녀는 짧은 한숨을 내쉬고 말했다.
"조력자는 옘병. 어디서 무슨 짓거리 하다 이제 어슬렁어슬렁 기어나오냐. 이선우?"
휘둘렀던 독액끈을 여전히 늘어뜨린 채로 남자를 추궁한다.
"형이니 뭐니 헛소리 좀 하던데. 여기에 폭탄 있는 건 아냐? 그거 설마 네가 심은 건 아니겠지?"
자캐가_고의로_어깨빵을_당한다면_상황과_자캐의반응 이거 저번에 풀었던 것 같은데... situplay>1596645097>562 여기에 있구만! >:3 여기서는 햇살 무해 저 때문에 그런 것 같군요 미안합니다! 하지만 슬럼에서는 어깨빵 당하면 그 틈에 소매치기 했어.. 그런데 더 풀어달란 건.. 이스마엘이 진짜 개빡쳤을 때, 무려 악의적인 어깨빵을 당했을 경우를 풀어달라는 말이렷다..?
과거 같은 상황이 있었다. 아마 능란히 웃는 표정과 함께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아무렇지도 않은 듯, 이쪽에서 사과했던 일을 기억할 것이다. 다른 점이 여럿 있었으니 이스마엘은 어깨에 강한 충격과 함께 뒤로 밀려나기만 했을 뿐이다. 외마디 비명도 없었고, 웃는 표정도 없었다. 단지 어깨를 친 사람의 얼굴을 기다란 손가락을 쭉 뻗어 틀어쥐듯 잡더니 그대로 밀고 나가듯 하며 머리를 처박았다. 주변 시선이 일순 몰렸을 때, 이스마엘은 멱살을 틀어쥐더니 어깨를 친 사람에게 주먹을 휘둘렀다. 누군가 황급히 달려나와 이스마엘을 붙잡고 두 사람간의 거리를 떨어뜨리려 했으나 어디서 나온 힘인지 모를 것으로 질질 상대를 끌었다.
멘션_온_곡을_모티브로_자캐_로그_연성 뭐 뭔소리고 이게 뭔소리야 안돼 못해 할 수 없어!
자캐의_이성을_잃게_할_수_있는_일은 어이쿠야 이.. 이런 해시가..👀 아무래도 이스마엘이 이성을 잃는 순간은 두개로 나뉘는데.. 지극히 당연한 이성 잃기와 말 그대로 광기가 있습니다 예!
지극히 당연한 이성 잃기의 경우는 카시노프의 아빠 말해봐~ 같은 극악무도한 패드립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데.. 그거 말고도 에델바이스 사람 중에서 중상을 입는 사람이 하나라도 나오면 점차 흔들리더니 어느 순간 이성을 툭 잃어버리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아무튼 그런 지극히 당연한 일에서 이성을 잃는 거고..
좀 더 비틀린 광기 상황은 뭐.. 결국 아버지가 에델바이스의 손이 아닌 '폐기'등의 이유, 즉 긍정적이지 못한 방향으로 다시 죽음을 맞이했다던가, 중상을 입은 사람이 자신의 가장 소중한 사람인데 정신도 못 차리고 그런다..? 같은.. 그런 상황에선 우는 걸 참듯이 끅끅대다 폭소하더니 "아.. 자존심 상하네.." 이런 대사 치면서 일어서더니 자기가 중상을 입어도 인체에 대한 새로운 자극이며 이것도 표본으로 쓸 수 있다느니 뭐니 하는 비윤리매싸박제러버 제스마엘 나옴..🤦♀️
>>746 내적 한계에 이르면 여유를 잃는구나... 상황에 따라 다르다지만 정석적이되 맛있는 반응만 모아뒀어..(꾸닥) 그런데 아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삼촌!!!! (등짝맴매) 키가 ㅋㅋㅋㅋ 키가 컸지 응... 굉장히... 굉장히 키가 컸구나...? ㅋㅋ.. ㅋㅋㅋㅋㅋㅋ 삼촌....!!! 우우... 생화는 결국 죽기 마련이다 우우우...🥺🥺🥺🥺
근데 자꾸 여러분이 삼촌이라고 하니까 휴일에 다 늘어나고 락밴드 이름 프린팅된 티셔츠 입고 소파 한쪽 구석에 앉듯이 누워서 스마트폰과 TV를 양안으로 하나씩 보며 겔겔겔 거리다가 결국 가족에게 등짝을 한대 맞으며 휴일인데 좀 꾸미고 나가야 여자가 생기든 뭐가 생기든 할거 아니냐며 쿠사리 먹는 노총각 레이먼드의 이미지가 떠오르잖아요
사과하면 다 될 거라곤 생각하지 않았다. 어차피 이해에 따라 수틀리면 적대할 수도 있는 사이이니 정말로 응어리를 풀고픈 마음은 없지만서도. 다만 그런 생각을 곧이곧대로 입밖에 낼 만큼 눈치가 없지는 않으니, 그는 그저 대꾸 없이 물끄러미 쳐다볼 뿐이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한 그 무뚝뚝한 낯짝이 짜증날 법하다는 것, 본인은 알까.
"알겠습니다."
알아서 하겠다는 뜻이다. 싸우지 않겠다 선언했지만 먼저 떠나겠다는 말은 아닌지, 눈물까지 흘리며 소리치는 레이첼을 보면서도 그는 아무렇지 않은 듯 가만히 서서는 무정하게도 물었다.
"진실이라면, 왜 처음부터 솔직하게 말한 것입니까? 적어도 한 번 정도는 속일 법도 하지 않습니까."
중요한 정보를 그렇게나 쉽게 알려주다니, 소속과 임무에 충실한 그로서는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그렇기에 끈질지게 의심한 것이고. 먼저 떠나지 않고 지금 이 자리에 남은 행동 것 역시 풀리지 않는 의문과 의심을 거두지 않았기 때문이니, 그는 아직까지도 한결같이 레이첼을 미치게 만들고 있을 생각이었다만…… 다행스럽게도 폭탄이 해체되었다는 연락이 왔다. 사회적 체면이 끔찍하게 파괴당할 위기에 닥친 레이먼드는 틀림없이 분명할 터이나 츠쿠시는 알지 못하는 일이다. 그는 납도한 칼을 완전히 거두어 키우고는 상대방을 향해 가볍게 묵례했다. 그러고서는 자리를 떠났으리라. 이변이 없다면 레이첼에게 들이닥친 미치광이는 순순히 사라졌을 것이다.
>>754 근데 막상 재난이나 위기 상황이 닥치면 활약할 것 같은데~ 삼촌 사실은 힘숨찐이었던 거지~!!!
>>760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어 그거 좋다... 나중에 일상에서 보면 레이 입으로 꼭 '여자휴게실에 딸린 여자화장실에 들어가서 폭탄을 제거하는 영웅적인 일을 했지만 누가 봐도 오해할 상황이라 뭇 사람들에게 경멸어린 시선을 받고 말아 도망쳐버렸다'라고 말해주기다~!!!!! 😊
그녀가 자매의 상대라고 들어서 저런 차림을 했다며, 방독면과 마스크를 벗은 선우를 보고 그녀가 짧게 내뱉었다. 어쩐지. 모였을 때부터 어영부영 안 보인다 했더니. 자매가 말하던 대장과 싸우는 옛 친구가 이선우였나 보다. 여기저기 얻어맞은 흔적과 혈흔을 보고 에휴. 한숨을 쉬었다.
"아주 그냥 주둥이만 살았지. 그래서 잡긴 했어? 난 네 짬처리는 안 한다?"
그렇게 의기양양하게 대장전을 했느니 어쩌니 할 정도면 못 해도 한 방 먹이긴 했겠지. 그 쪽에 별 큰 기대는 하지 않으며 선우가 자매에게서 뺏어 던진 종이 조각을 주웠다. 그걸 꺼내는 위치를 보며 변태 XX인가. 중얼거린 건 덤이다.
"오냐."
지도를 보고 폭탄의 위치를 확인한 그녀는 어렵지 않게 붕어빵 리어카를 찾아내었다. 이거 아까 자매가 사먹은 곳 아닌가. 그 아래에서 폭탄을 찾아, 에스티아가 만들어 준 장치를 붙여 해체를 시도한다. 폭탄은 그렇게 대응을 하고 선우 쪽을 돌아보며 말한다.
"다른 곳 상황은 알아? 연락 오는게 없어."
죽지는 않았겠지만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상황은 궁금한데 말야. 궁시렁궁시렁 떠든 그녀는 자매에게도 말을 걸었다.
"너희는 어떡할래. 폭탄은 찾았으니까 사살은 안 할 건데. 그냥 얌전히 따라오면 아무도 안 괴롭히는 곳에 데려다줄게. 아직 어린데 이런거 해서 뭐하니."
폭탄 위치를 말 안 한 네 탓! 으르렁 거리며 분노한 목소리로 소년을 노려보며 말한다. 5분밖에 안 남았다니. 진작 팼어야 했어. 정신을 차렸는지 소년이 덩굴로 절 잡으려 하자, 다시 주먹을 쥐고서 소년의 머리를 향해 내지르려 한다. 약점을 찔러보기엔 시간이 부족하니 마지막 방법인 폭력으로 해결해보려 하는 것이다.
막상 상대를 마구 찌르고 베어 댄 당사자가 본인이면서 참 비정한 소리를 한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대낮부터 요란하게 싸운 탓에 사람들의 주의를 끌고 말았으니. 장소를 가릴 여유가 없다 생각해 곧장 전투를 개시했지만 이제는 아니다. 세븐스끼리의 싸움이라 하나 세븐스가 아무런 이유 없이 신고 당하는 것은 다반사고, 심지어 그는 레지스탕스에 칼까지 들고 있지 않나. 혹시라도 가디언즈에 신고를 넣는다면 피차 곤란해지는 것은 마찬가지다. 츠쿠시는 서둘러 주위를 살피고는 주저앉은 레이첼을 일으키고 이끌며 자리를 피하려 했다.
"일이 어떻게 되었든간에 일단 자리를 뜨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리고 부상은, 서둘러 치료하시길 바랍니다. 돌아가기 힘드시다면 이쪽에서 도움을 줄 용의가 있습니다만……."
대체 왜 당신이 사과를 하는 걸까. 세상은 왜 상처를 받는 사람과 주는 사람만 존재하는 걸까. 아니, 상처를 받고 숨기는 사람과 드러내는 사람만 존재하는구나. 상처 입은 것도 모르고 남에게 그 상처를 줘야만 아프지 않을 거라 착각하는 사람들. 이스마엘의 가면 속 눈이 가늘게 떨렸다.
"……당신 또한 옳습니다."
이스마엘은 다시금 입에 고인 피를 뱉었다. 꿰뚫렸던 상처 때문이다. 조금은 더 버틸 수 있다. 무장이라곤 가볍게 해놓고 나머지를 능력 강화에 써먹은 탓이었다. 잠시 숨을 가다듬고자 고개를 들었을 적, 가면의 개 주둥이 밑으로, 목이 드러나는 부분에서 뱉어 고였던 피가 흘렀다.
"……우리에게 죄가 있다면 세븐스로 태어난 죄겠지만 누가 선택할 수 있었을까요. 당신을 해치는 것이 두렵고 괴롭습니다. 마침내 동족의 죽음으로 무너질까 두렵습니다. 모든 것을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당신은 어떻습니까. 진정 눈 감고 안식을 얻고자 하십니까."
진심을 더듬더듬 뱉어냈다. 도덕성을 시험받는 느낌이었다. 그렇지만 때로는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해야 함도 알고 있다. 군주는 절대 자애롭지 않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자애로운 겉모습과 달리 늘 머리를 굴려야 하며 누군가의 목숨을 저울질해야만 하기에 왕관의 무게가 결코 가볍지 않다고들 하지 않은가!
"만일 그렇다면 망설이지 않겠습니다. 당신의 위대함에 경의를 표하겠습니다."
이스마엘은 그림자로 된 칼날을 마주하며 피하지 않았다. 공격의 강도가 약했다 한들 겉옷은 반쯤 넝마가 되듯 찢어졌고, 팔뚝엔 이미 깊게 베이고 찔려 피가 흐르고 있었다. 그나마 얕게 베인 목을 손으로 지혈하듯 세게 짓누르더니 다리에 힘을 주듯 우뚝 섰다. 주변의 잔해가 떠오르더니 그대로 편에 휘감겨 당신을 향했다. 자아를 가진 듯한 편이 몸을 꿈틀거리듯 하며 다시금 인위적으로 갈라져 덮쳐들려 한 것이다.
솔직히 시트 내린 입장에서 본스레에 글 올려도 되는지 모르겠는데 캡 일 여러번 시키는 것보단 이게 덜 민폘거 같아소... 캡 나중에라도 웹박 읽는다면 스루해줘 쏘리..
선우주 갠이벤트 도중 껴들기 미안해서 웹박으로 보내고 자려 누웠엇는데 생각해 보니까 링크 폭파되면 이것만큼 캡 귀찮게 하는 일이 없네? 습 생각이 짧았다 그냥 본스레에 던져놓고 갈게..ㅋㅋ 예에엤날에 측시주랑 이셔주 리퀘 받았던거 기억할진 몰겠지만 개인적으로 이런 기회 얻고도 암것도 안하긴 싫었다 미녀들 사 랑 해 시간 나서 낙서로나마 그려봤다 이쁜이들.. 전에 그렷던 러프는 이미 시트 내린 유루도 포함되어 있었던건 둘째치고 그냥 좀 오래 묵힌 그림이라 보는것도 힘들어서 과감히 버렸다
!!!열람 전 워닝표시!!! 쫌 하자면 이셔 그림 유혈 있다 나 언제 눈팅 하려 스레 왔었는데 바니걸 이셔 보고 너무 감명받앗엇어...전에 빌리였던가 줘 패던 독백 너무 뇌리에 박혓어서 그런 늬낌 그림이 되어버렸는데 내가 그리고 싶엇던건 햇살이였어서 좀 당황 내 의식 흐름 머선일이야
측시 그림 습..좀 맘에 안 드는게 측시가 아닌 무언가가 되버렸다... 이건 미안 그보다도 정장 너무 맛있어서 정장 차림으로 그려 봤는데 몸뚱이 근육 열심히 그리고 옷으로 덮게 되서 좀 슬픔 너도 바니걸 입힐걸.........
그녀는 항상 두려웠다. 자신의 뒷 세대들이 살 세상이 바뀌지 않고 지금처럼 불행하지는 않을까 두려웠다. 자신의 아이는 비록 미래를 누리지 못하고 떠나갔지만 다른 아이들에겐 미래가 있었다.
처음에는 후세대들을 위해 세븐스들과 비세븐스들의 화합을 위해 다른 레지스탕스에 들어갔고 그곳에서 제법 많은 활약을 했었다. 그러나 그녀는 항상 불행했고 비세븐스들을 공격하는 과격파 레지스탕스들과 격돌할 때마다 그들의 사상에 깊게 공감하며 자신의 행동에 회의감을 느끼기도 했다.
자녀들을 위해서다. 딸아이의 친구들을 위해서다라며 계속해서 인내하고 견뎠지만 결국 자신이 구해준 비세븐스가 자신의 딸아이를 죽인 바로 그 녀석이었을 때, 그리고 그에게서 딸아이에 대한 조롱과 모욕을 들었을 때, 그는 그 남자를 갈갈이 찢어버린 것으로 시작해서 화합과 평화를 버렸다.
"이 세상은 내게 지옥과 같아. 모든 비세븐스를 내손으로 죽인다고 해도, 내 마음 속은 고통으로 가득찰꺼야.."
이스마엘이 공격을 해왔을 때, 폭탄의 시간은 0이 되었을 것이다. 그녀는 마침내 모든 것을 내려놓고 두 팔을 벌리고 눈을 감았다. 몇초 후 그녀는 아무런 느낌이 없자 이상함에 눈을 떴다. 분명 커다란 폭음과 함께 그녀의 몸이 산산히 찢겨져야할 것이었다.
"하..이모...대체 왜 이러는 거야"
이스마엘은 아마 그의 얼굴을 보고는 보고서에서 봤던 인물임을 알아차렸을 것이다. 프리덤의 대장, 정태성이 직접 모습을 드러내었다. 엘레인이 이스마엘의 공격을 그대로 받으려고 하자 그는 그대로 그녀 앞에 뛰어들어 이스마엘의 공격을 대신 맞았다.
"크윽..아파 죽을 것 같네..."
그는 에스티아의 기계장치로 해체된 폭탄을 들고 서 있었다. 상황을 보니 선우가 그에게 자신의 기계장치를 넘겨준 모양이었다. 태성은 이스마엘에게 선물이라며 해체된 폭탄을 던져주었다. 이것을 줄테니 더는 덤비지 말라는 뜻인 것 같았다.
"이봐, 꼬맹이, 이번엔 우리가 졌다. 다들 전투 의지를 완전히 잃어버렸어. 너희의 승리다."
ㅇ0ㅇ!!! 반응 안 해줘도 된다지만 유루주 정말 오랜만이야..! 현생은 잘 해결됐을지 모르겠네..🥺 예전에 리퀘 받았던 거 지켜주는 거냐구.. 정말 고맙구 그림 그리는 수고를 아니까 미안한걸 우우우..😭 과감히 버렸다니 아쉽지만 지금 그림 보고 정말 놀랐어.. 저런 갓-띵작이 내 바니걸을 보고 감명을 받았다니 말도 안됨... 그런데 ㅋㅋㅋㅋ 유혈이라니 으악 너무좋다(?) 햇살이셔도 좋지만 유루주의 음기이셔 정말 테이스티 포인트야.. 그치 바니걸은 원래 사람 좀 줘패고 그래도 돼 바니걸이니까(?) 츸시도 정말 예뻐! 정장 츸시... 표정도 그렇구 소매 걷어올린 것도 그렇고 정말 좋아..😘 유루주 현생 부디 잘 해결되길 바라구 언젠가 익명으로 다시 만나면 즐겁게 놀 수 있음 좋겠다! <3 오늘 하루도 기분 좋게 보내구~ 예쁜 선물 고마워..!!! :3
이벤트 반응 쓰다가 밀렸던 이벤스 정주행 드디어 다 끝났고.... 좀 늦었지만 지금까지 진행 수고했어~~!~!!!!!!
>>811 ????아 아니 이걸 어떻게 반응 안 해~~!~!!!!! 유루주 오랜만이야 반가워~~!!!! 전에 받았던 리퀘 지금까지 그려준 거냐구... 고마워 나 진짜루 감동했음...🥺 이 감동을 정말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지금 두근거리는 심장 부여잡고 기분나쁜 오타쿠 웃음 짓고 있잖아....😊 핫 섹시 카와이 이셔랑 소매 걷은 정장 츸 짤이라니 맙소사 유루주 잘알이구나... 그리고 얼굴이랑 눈코입!!! 딱 내가 생각하는 포인트 잘 살려줘서 넘 고맙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너도 바니걸 입힐걸은 뭐야ㅋㅋㅋㅋ(웃긴데 좀 혹함!) 그림 정말정말 고마워... 어장 순항하도록 나도 힘내볼게! 관전하는 재미도 좀 있게 힘내보고!!! >:3 오랜만에 봐서 반가웠고 언젠가 익명으로 다시 만날 수 있길 바라~ 좋은 밤 되라구~!!!!
츠쿠시의 오늘 풀 해시는 자캐는_잠에서_막_깼을때_인상이_험악해지는_유형인가_인상이_풀어지는_유형인가 풀어지는 쪽! 눈에서 힘 빠져서 조금 멍~한 얼굴인데 깬 직후에 정신 차리는 게 빨라서 금세 평상시 표정이 된다!
자캐의_악몽은 언젠가 보았던 사람들의 시체, 바라보는 시선, 눈, 초점이 어긋났던 그것, 처음으로 죽였던 사람의 얼굴, 집요한 원망, 피의 열기, 손끝에 남아 영영 떠나지 않는 골육의 감촉, 부서진 묘비, 갈라진 땅에 말라붙은 혈흔, 그리운 사람, 나를 향해 웃는 찬란한 미소, 차가운 품, 저주, 자애, 붉은 하늘.
자캐를_글로_표현해보자 이미 활자로 표현하고 있는데? 대충 한줄요약 같은 느낌으로 하면 되는 건가~
길을 찾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겠네. 길을 통해 무엇인가를 찾고 있지만 그것을 찾아내고자 하는 의지가 굳은지는 모르고 있어. 어쩌면 끝없이 방황하기를 바라는 걸지도?🤔
>>837 그러니까 레이 삼촌이랑 방에서 데이트하다 보면 숨겨진 집사 정장이나 메이드복이 나온단 거죠?(??) 뭔가 막상 방 안에 같이 있으면 이것저것 챙겨주다가 조용해지고... 그 분위기를 레이 쪽에서 견디지 못해서 데리고 나갈 거 같은 그런 게 참 좋네요. 중간중간 순한맛은 거부한다는 듯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것은 마치 후추... 매콤함이 살아있는 진단 잘 봣습니다...
나 지금 새벽감성 진짜 충만한데 감기약까지 먹어서 막 몽롱하거든... 그래서 무슨 말이 나올지 모르는데 일단 의식의 흐름으로 적어볼게.. 미래의 내가 대신 부끄러움을 느낄거라 믿어!!
1. 엄.. 이셔 초기에는 SL이었어 응.. 내가 엔딩 있는 어장에선 연플을 찍고나서 애프터를 그렇게까지 막 생각해보거나 그때의 느낌처럼 이끌 수 있는 사람이기엔 부족한 면이 좀 많아서 혹시라도 상처를 줄까봐 처음부터 연플 배제하고 시작하는 면도 있지만.. 누군가에게 어떠한 이끌림도 느끼지 않는데 모든 것을 사랑하는 박애주의라는 모순적인 설정.. 최고지.. 근데 어장에서 튜토리얼 - 첫 스토리 일케 이어가다가 레인 앞 막아서는 쥬한테 갑자기 들이받혔는데 그땐 어? 이 캐릭터.. 쩐다.. 하고 생각만 했지.. 잘 몰랐단 말이야... 일상 돌릴 때 나 들이받혔구나 깨달음 젠장 인생 절대 내가 가고자 하는 대로 안 된다...
2. 내가 계속 제스마엘 제스마엘 해서 인성 개폭망만 떠올리는 사람이 많을까봐 써보는 썰인데... 이셔가 사람을 사랑하고 있잖아, 그리고 햇살의 마음가짐을 통해 자신의 뒤틀린 면을 인정하되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고 있지만 여기서 똑딱 잘못 틀어서 본성 메인 햇살 서브로 뒤바뀌면 정확히 말해서 가란스마엘이 나온답니다.. 그리고 여러번 얘기했지만 제보다 더 비윤리적인 존재가 가란인데, 그 이유가 가란이 제를 그렇게 만든 것도 있지만 얘도 >>사랑하기 때문에<< 그런 짓을 저질렀으니까.. 사실 그쪽도 혐오를 사랑으로 치환하는 방법에 성공한 타입이고?
3. 2랑 이어지는데 개인 이벤트로 생각만 해놓고 던진 설정.. 제의 가장 소중한 사람이었던 누군가를 구하기 위해 세븐스 사형장 박살내러 가는 에델바이스 어쩌고... 그렇지만 도저히 내가 전투 묘사를 못 할 것 같아서 포기함...도 있는데 거기가 그.. '지하 미술 경매'도 하거든요 예 그.. 그... 사형장 들어서자마자 인체의 신비전급 박제 즐비한걸 볼 수 있고 하나하나 이름도 붙어있고 최종보스로 나올 가란은 세븐스 머리 들고 안고 다니면서 사랑에 대해 예찬하는 미친놈이고 이게 이스마엘 미래 절망편이라니 갑자기 군침이 싹(안됨
4. 헬무트랑 가란은 누구보다 친한 친구였는데 정작 이스마엘은 가란을 '아빠는 친구가 있어요?' '그걸 친구라고 부르기엔 좀 끔찍하지만 아빠도 자존심이 있으니 있다고 해야겠구나.' 같은 언급만 들어봤다는 뒷설정이 있어...
>>836 츸시 표정 풀어지는 쪽이구나.. 만약 많이 친해져서 어딘가로 여행을 갈 수 있다면 여캐즈 단체 합숙하고 자고 일어났을 때 츸시 보고 귀엽담서 깔깔 웃어보고 싶다.. 몽...한 츸시 귀여울 것 같아.. 그런데 우우우... 츸시 악몽도 PTSD 아니냐구요 우우우...🥺 길을 찾고 있고 의지가 굳은지는 모른다라... 끝없이 방황하다 삶의 끝에서 깨달음을 얻고자 하는 걸까..🤔 맛있는 진단 고마워! >:3
>>837 레이 데이트도 그렇고 담요도 그렇고.. 인간적인 면모가 많이 드러나서 좋아! 어딘가에 살아있을 것만 같은 느낌.. 그런데 집사복도 입고 메이드복도 입어주는데 거기다 초콜릿 선물에 무릎 꿇고 빌라고 하나요??? 좋습니다 무릎 꿇겠습니다 경멸해주세요(?)
>>845 첫 진단부터 타올 한 장이라 굉장히..... 굉장히! 응.. 굉장히야 응... 귀여운 폭스토끼.. 토끼 잠옷 귀엽잖아 와락 끌어안기 1스택 적립랬어 응응.. 둘만의 세계 대사 뭐야..? 쥬야 우리 꽃길 걷고 낙원도 가자..(오열) 그런데 쥬 목소리 되게 좋다 맛있게 먹어요 음성지원 되네(?)
새벽이라 그런가 뭐가 자꾸 생각이 나는데 둘이 키차이 좀 나고 하니까... 바깥에서 둘이 같이 서있거나 할 때 나란히 서있기보다는 이셔가 뒤에서 감싸듯이 안고 서있을 가능성이 높을 것도 같고... 음 이거 좋네요. 음 이셔는 은근히 아가니까 그 점이 더 좋기도 하고 음 좋아 여기서 그만두자...멈춰!!
자야겠다 싶어서 레스 남기려 했는데 키차이 덕분에 눈이 휘둥그레.... 그거 공식일 것 같아.. 왜냐면 내가 생각해도 둘이 같이 서있거나 하면 이셔가 폭 안고 있을 것 같거든.. 응 댕댕이 캐해처럼 꼬리 있음 이미 붕방방방 해서 삐었을 듯... 아니 머선소리야 이셔가 아가라니 쥬가 더 소중한 아가야 지켜줘야해..(?)
>>888 한 캐릭터 한 캐릭터를 지목하면서 최대한 이 캐릭터의 정신을 붕괴시키려면 어떤 캐릭터가 나와야할까? 이 캐릭터와 케미가 있으려면 무슨 성격이어야할까 구상했답니다!
그래서 츠쿠시에게 레이첼이 붙은 거에요. 물론 처음엔 승우를 상대하기 위해 능력도 얼음 능력자였고 말투도 고상한 아가씨였지만 츠쿠시와 반전된 이미지를 주기 위해 방어 능력자 + 말투 더러움 이 되었답니다!
개인적인 TMI를 몇개 풀어보자면 이스마엘이 상대한 엘레인이 가장 늦게 만들어진 캐릭터에요. 이스마엘의 과거사가 밝혀졌을 때 구상하기 시작하다가 스토리 직전에 외관을 만들었고 돌리면서 과거사를 구체화시켰죠! 그리고 프리덤 내에서 최강자에요. 평상시에는 대장보다도 더 강해요.
나나리가 상대한 자매들은 나나리가 자매애를 강조하기 시작했을 때부터 만들어진 캐릭터에요! 두 사람을 한 그림에 넣느라 가장 만드느라 고생했어요. 원래는 레시처럼 자매가 서로 상반된 능력을 가지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는 데 얼음 불은 그 당시 승우가 살아있을 때여서 보류했고 스토리 직전에야 환각과 물질조작으로 결정했어요
레이먼드는 뭐랑 붙혀놔도 재밌을 것 같아서 순수하지만 바보 같은 캐릭터를 붙혀놨고
신디 같은 경우 제가 신디의 성격을 잘못 파악했던터라 나긋나긋하고 다투기 싫어하는 유약한 친구를 붙혀놨는데...(먼산)
쥬데카 같은 경우는 좀 특수한 게 애초에 그냥 육감이 발달한 쥬데카 vs 맹인이지만 능력으로 앞을 보는 사냥꾼 컨셉이었는 데... 본의아니게 대장전의 미리보기를 해버렸네요!
츸시는 계속 깨달음을 강조하는 것 같아서 꼭 길을 찾는 느낌이라 해야할까~ 그래서 국카스텐 노래가 계속 떠올랐어..
https://youtu.be/vjm46tGaUKk 가장 먼저 하현우 솔로, 항가! 가사에서 얼마나 더 걸어가야만 그렇게 바라던 내가 될 수 있을까 라는 부분이 유달리 츸시가 얼마나 더 걸어야 나는 길의 끝을 볼 수 있는가.. 처럼 보인달까 아무튼 그래용! ;3
https://youtu.be/ZeKO0tRRoBg 그리고 떠오른 다른 국텐 노래는 역시 Lost~~~ 잃어버린 20대 청춘에 대해 써낸 곡이라고는 하는데, 막상 츸시는 20대 대부분을 가디언즈에서 보냈고.. 우린 이제서야 저문 달에 깨었는데 이젠 파도들의 시체가 중천에 떠다니네 이 부분이 츸시의 잃어버린 과거와 같은 느낌이 들었다! >:3
>>883 그리고 쥬데카~~ 음~ 쥬데카는 사실 처음에 보자마자 은은하게 쏜애플 노래가 귀에 스쳤어...🤔
https://youtu.be/_2u3Te30C_0 쏜애플의 어려운 달! 왜 어려운 달을 쥬같다 생각했냐면 가만히 너의 까만 눈을 들여다보면 뼈저리게 난 혼자라는 기분이 들어 라는 가사가.. 정말 쥬랑 똑같단 느낌이 들어서... 그대는 내겐 너무도 어려운 달내겐 너무도 어려운 달이었어요 이 부분이 유달리 쥬를 대하는 타인의 태도 같았다고 해야하나.. 육감적으로 모든 걸 알아채곤 하니 타인에겐 꺼려지는 느낌이 여실히 드러나는.. 그런 적폐가 있다..
https://youtu.be/SqaVWWMaRxY 또 생각나는 건 갑분 보카로곡(ㅋㅋ)인데 이거 알고리즘 오염 주의니까 진짜 조심해 줘... 키쿠오는 진짜... 음.. 엄청난 곡을 많이 만들어서 듣다가 머리 띵할수도 있다.... 아무튼 키쿠오의 빛이여 < 이것두 쥬랑 어울리는 것 같아.. 정확히는 점차 옳고 그름 사이에서 방황하며 고장나기 시작하는 쥬..? 어디에 있어야할까 여기에 있어서는 안 되는 것뿐이라 이 부분 때문일지도 :3...
https://youtu.be/M9moY0hEJRE 가장 먼저 카나리아p의 아이덴티티! 사실 pv도 나나리즈를 떠올리게 하는데, 이건 레샤에게 조공으로 바칠거야 히히~ 성가신 프라이드, 뛰어들어 데인저러스, 잽싸게 날갯짓하는 강한 광기와 그리고 배신, 눈물을 주세요. 이 가사가 이따금씩 스토리 진행때 보이는 레샤를 떠올리게 해.. 그저 막다른 길, 지금부터 향할 곳은 이 부분도 현재 레샤의 미래를 떠올리게 한다 해야하나.. 막다른 길 있으면 벽 박살내고 아스텔이랑 행복할... 그런 적폐가 있어 응...
https://youtu.be/GpOJcHeViMI 국카스텐의 가비알~~ 이거 진짜 완전 적폐인데 요즘 레레시아가 많이 위태로웠던 느낌이라서.. 그리고 과거사에서 폭주했을 때도 겹치는 가사가 있는 것 같아서.. 위태롭던 미소에 참혹했던 그대와 흐릿해진 경련에 취해버려 잠을 청할 때 여러모로 레샤랑 어울린다고 해야하나.. 근데 ㅋㅋ 사실 제일 악 레샤야!! 싶은 부분이 있는데 후반부의 난 그대의 틈샌 웃음을 먹었네, 난 그대의 상한 약속을 먹었네, 난 가려진 통증을 먹고 자랐네, 난 어긋난 온기를 품고 자랐네 이 부분...😇
덤이지만? 나나리즈 전체는.. https://youtu.be/Wr-2xcQkke4 이요와p의 애디퍼시어 이 곡이 가장 먼저 떠올라.. 우리들은 이제 일생 서로 이해할 수 없다고 이해가 됐겠죠 서로 행복해지기로 해요 이 부분이 지금 상황 같다고 해야하나, 서로 누구보다 잘 이해한다 해도 막상 그 이해의 부분이 어긋난 느낌이라서 그런가, 레샤의 과거는 덜렁 늘어져버린 영광의 손을 보렴 내 꼬라지를. 이 부분에서 느껴지는 것 같고...
Q. 이셔주야 캐해가 짜요 A. 그렇다고 확정된 이야기가 나온 것도 아닌데 추측성으로 테니오하 빌런을 가져올 수는 없잖아요 ㅠ
>>902 선우는 쾌활함 사이의 진지함이라 해야하나? 레이 삼촌이랑은 좀 다른 결의 진지함이 있는 것 같아서 쾌활한 곡 위주로 떠올라~ :3
https://youtu.be/kuvQxTq3ccI 가장 먼저 국카스텐의 사냥! 따끈따끈한(신곡 안나와서 아직까지 따끈함 앨범 언제냄??) 뮤비라구~ 0.< 결국에는 조준하겠지 널 놓치지 않고 다 사냥해버리자 대지 위에서 팔딱거리며 땀에 젖어든 Game 노래 전체 분위기가 신나고 쾌활한 분위기라 그런지 구체적 망상 좀 풀어보자면.. 호쾌한 듯 씨익 웃으면서 아공간에서 총 여러개 꺼내더니 전탄발사하는 선우가 떠오른다고 해야하나..🤔 응, 어쩐지 능배물 인기캐 느낌..
https://youtu.be/GWsKbfn6o1o 그리고 The score의 Stronger! 이건 강렬하게 단 한 부분이 선우 느낌을 내고 있음.. 넌 내가 살아 돌아올 줄은 꿈에도 몰랐겠지 이 부분.. 빈민가에서 자랐던 선우가 아득바득 여기까지 와서 혁명에 성공할 걸 생각하면... 정말 아득하게도 짜릿한 감각이 있다 이 말이야..난 아직 살아있기에, 여전히 살아있기에 이 부분도 그렇구~~~
>>903 보배로운 추천 하나하나 경청하고 왔습니다... 국카스텐 노래가 너무 절묘하면서 노래 자체도 내가 생각한 캐 분위기가 잘 살아서 너무 맘에 들었어 ㅠㅠㅠㅠ 아이덴티티는 현재-진행중 레시라는게 딱이구, 애디퍼시어는 어 음 어우야 정확히 명치를 찌르시면 어떡해요 선생님 죽겠어요~~ ㅋㅋㅋ 햐 이런 너무 좋은 추천과 캐해 감사합니다... 이셔주시여... 저는 오늘부터 당신의 신자가 되겠습니다.. (굽실굽실)
이셔주의 캐해 첫번째 아이덴티티의 레시~ 라고 할까 빌런화한 레시라고 할까! 선우주 갠스토리 진행하면서 아 얘는 반전하면 되려 이런 광인이 될 수도 있겠구나? 오호? 하는 생각이 들어서 만들어뒀던 거지~ 지금의 레시도 레시지만, 개방적이면서 순수한 즐거움을 추구하고 자기 자신 외에는 적도 아군도 없는 혼돈 상태의 레시도 레시이지 않을까.. 뭐그런 잡다한 생각으로 버무린 무언가라구 호호
>>932 뻘한 설정이지만 실제로도 송곳니가 꽤 뾰족한 편이라구~ 그러므로 깨문다! >:3 (콰직)
>>933 뭐 대부분은 뭐가 허용이고 안되고 뭐 수정했고 이런 내용이라 번역 크게 신경 안 써도 된달까~ 可以:头像/OC/同人/pc/其他自用/形象参考 << 요거랑 내용 비슷한 문장 있으면 픽크루처럼 원작자 표시하구 써도 되는 걸로 알고 있어~ 나비 색을 뭐로 할까 고민 좀 했는데 역시 붉은색 말고는 눈에 안 차더라 히히히 그리고 살짝 그런 생각도 해봤는데, 이 혼돈의 레시도 아스텔을 좋아하게 될까? 같은? 아스텔은 어떨게 같습니까 캡틴 센세? (마이크 들이대기)
>>990 음 딜리셔스 이런 느낌의 곡 참 좋죠, 마니악한 느낌하고 우중충한 것 같은 이런 느낌 참 좋아요. 어려운 달 같은 경우에는 언젠가 들어본 기억이 있어서 깜짝 놀랐습니다! 가사까지 전부 기억한 건 아니지만 확실히... 해석이 참 찰떡 같네요, 맞는 거 같아. 두 번째 곡은... 지금의 모습이라기보단 언젠가 변할 수도 있는 모습에 대한 묘사 같네요, 충분히 그럴만하긴 해, 역시 좋은 곡 잘 들었어요! 방황하는 사람의 내면을 묘사하는 데 이정도로 괜찮은 곡을 찾기는 어려울 것 같네요. 다시 말하지만 잘 들었어요! 계속 생각나서 가끔씩 계속 들을 것 같네요..
>>923 좋다 미역삼촌! >:3 어째 삼촌 곡은 서로 곡 분위기가 상반되는데 이게 사실... 이유가 있어.. 내 편견과 적폐 가득한 해석이긴 하지만..
https://youtu.be/8ZVxIo0mZCs 가장 먼저 쏜애플 암실. 이건... 딱 듣지마자 암울함의 극치긴 한데 잠겨진 상자 속의 두려움 눈 뒤의 눈을 감고 모른 척하네 이 부분이 레이가 과거를 외면하고자 하는.. 그러니까 PTSD에 기인된 회피성과 어울리는 것 같아서 가져왔어. 특히 마지막 후렴의 물처럼 불어난 마음들은 입가의 멀미가 되고 오래전 멎어버린 바람을 목 놓아 기다리네, 언젠가 숨이 멎을 가려움, 온점은 찍지 못해 이 부분이 레이가 과거에 발목을 잡혀있단 느낌이 들거든. 무엇보다 후반으로 가기 전 기타리프 부분이 불안정한 모습과 어울린다 해야하나 그런 적폐가 있다! >:3
https://youtu.be/UGOXdPtipxE 다음은 상반된 분위기, Sam Ryder의 Tiny Riot! 초반부터 느낌이 와, 불이 붙었어 이 부분과 계속 숨을 쉬어, 절대 무너져선 안돼 이 부분에서 회피하지 않고 맞서고자 하는 레이의 모습이 느껴진다 해야하나... 특히 하이라이트 부분의 고통은 씻어내고 쏟아지는 비를 해일로 바꿔 그 파도 위에 올라타, 네 안의 무언가를 숨기지 마, 점화된 다이너마이트처럼 고통은 씻어내고 이 부분에서 레이가 전투 중에 자신의 능력을 끌어올리며 돌진할 모습이 생각나.. 선글라스 집어 던지고 목에 핏대 세우면서 활약하고, 연기가 타오르는 적폐 모습이 떠오른다 이 말입니다..(끄덕) 그리고 레이가 아득바득 여기까지 살아왔다는 느낌도 나구!! >:3
>>919 나 계속.. 잭 보면 치르노의 산수교실이 생각나는데 ㅠㅠ 이 말랑뽀짝 바보를 어떻게 해야할꼬~!! 하다가 시트 읽고 떠오른 비슷한 광인이 계셔서 소개하고자 해...
https://youtu.be/MKrVBS6pX9I 인사해.. 피노키오P의 Mei Mei야.. 사실 가사를 찾아보면 순화된 부분이 있는데 초반의 아~ 진짜 쩔어 최고야 이 부분.. 원곡 해석대로라면 존* 쩔어 최고야 라는 비하인드를 남기고... 아무튼 이 노래가 왜 잭이랑 비슷한 것 같냐면 천진난만한 부분 때문에.. 모두 정말 좋아해 용돈 좀 줘 이 부분 뜬금없어서 잭 같았고.. 재미있는 일과 시시한 일만으로 배가 부르면 좋을 텐데 이 부분 다음 2절 동일 사비 부분이 꺼림칙한 일과 한심한 일뿐이야 솔직해진다면 좋을 텐데 거든.. 잭이랑 일상을 돌려본 바로는 천진난만한데 세상을 좀 통달한 느낌이 있는 것 같아서 가져와봤어...
https://youtu.be/MnJq5kSn-GY 마찬가지로 피노키오P의 얼티밋 선배야.. 왤케 마이너한 곡만 가져오냐고 하지 말아줘 머쉬룸 마더 가져오려다 참았단 말이야... 야이야이 머쉬룸 네 엄마 머쉬룸 마더..(실제 가사임) 하여튼 피노키오P 특유의 천진난만한데 알고보면 날카로운 가사 느낌이 딱 잭이랑 들어맞는 느낌이라.. 가사에 나오는 블로그 괴문서, 노래를 부르고 있는 장소가 전파탑 위.. 그런 부분도 잭 다웁지만.. 머리 속에는 꽃이 피어있어 얼티밋 선배 도대체 무슨 생각 하는거야 얼티밋 선배! 이 세상의 한계, 상하좌우로 모략 가득 힘들어! 이 후렴 부분이 특히 어울린다 해야하나..
>>934 그런 느낌이로군요! 그렇다면 한 번 참고를 해야겠네요!! 일단 혼돈의 레레시아를 좋아하게 될 것 같냐라고 묻는다면 글쎄요. 한번 일상에서도 언급이 된 적이 있지만 레레시아가 에델바이스의 방침과 완전히 어긋난 행동을 하게 된다면 그땐 아스텔도 적으로서 인식하고 상대할 것 같은지라. 사실 이건 누구라도 마찬가지겠지만요. 그렇기 때문에 그 혼돈의 레레시아가 어떻게 행동하냐에 따라서 다를 것 같네요!
>>936 이럴수가. 일상을 구하는가! 11시 전이라면 새롭게 시작이 가능하다! 이 캡틴!
확실히 레이먼드 자체가 정말... 상반된 모습을 보여주는 인물이긴 합니다 일부러 그렇게 의식하고 만들었기도 했고요. 암실의 경우엔 PTSD로 인해 상당히 불안정한, 심지어 그 불안정함이 폭력적인 성향으로도 내비칠수 있는 점이 기타리프랑 찰떡이라서 좀 놀랐었어요. 그 외에도 그 우울함이 점점 자기 목을 죄는걸 알면서도, 빠져나오지 못하는 그런 점이 표현되어서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개인적으론, 에델바이스에 들어오기 직전 쯤이 떠오르더라고요.
그리고 Tiny Riot은 정 반대로, 현재 대외적으로 보이는 모습과, 에델바이스에 들어오고 난 이후가 떠오르는 곡입니다. 말씀해주신 부분도 있고, '귀를 기울여 모든 상황을 주시해' '폭풍이 몰려올 때 대담히 행동해' 하는 가사도 최근 좀더 침착하고, 베테랑스럽게 싸우게 된 모습이 생각났습니다. 그러면서도 거세게 몰아치는 분위기가... 참 굉장한 캐해라고 생각했어요
https://youtu.be/PPi9yFlywpE 쏜애플 플랑크톤.. 왜 이렇게 쏜애플이 많냐고 묻지 마... (쏜애플 굿즈만 따로 진열해둔 진열장 봄) 맑게 갠 날엔 어제의 잘못을 써 내려가 엉망진창의 글씨는 의미를 얻지 못하고 이 부분도 부분이지만 바람이 많이 부는 곳에 가고 싶었지 난 많은 바람들을 조심스레 묻고 아 그토록 비웃던 현실에 발을 딛네 이 부분 보자마자 감 오지..?😇 독백 쓸 때 가장 많이 듣는 곡 1위..
https://youtu.be/ClUq38G5OHc wotaku p의 제로섬.. 사실 나 이거랑 루시퍼(예전에 올린 보카로곡) 듣고 이셔 짰다면 믿을 수 있겠어..? 동물 이하의 현실 이유 의미의 문답 아무것도 없다는게 진실 살아있을 뿐인 게 대단할 리가 없어……. 이 부분도 부분인데 사실은 너희들이 무서워 이젠 전부 죽여버리는 수 밖에 빼앗아 먹어치워 붙잡히는대로 붙잡아 이 부분이.. 응 이 부분이 응... 원래 이셔 초안에서 이스마엘이란 이름 말고 '언더독'이라는 가명을 쓰려 했답니다 꾸닥... 슬럼 이셔는 딱 이런 느낌이었지롱.. 만약 이셔랑 슬럼 한 번 더 가게 된다면 이셔가 염력 담아서 주먹으로 벽 부수듯 쾅 치면서 "네 모가지 물어뜯을 미친개가 돌아왔는데, 내가 우스워?"라고 고압적으로 대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지도? ㅈㅅ합니다 후레캐해예요 ㅠ
https://youtu.be/LCOItseOsFE Maretu의 시우.. 이거 진짜 오너공인 후레캐핸데 ㅋㅋ 사람의 아이건 누구건, 태생이 전부야. 복권을 뽑으면 고독과 무력 이 부분 수잔나가 이셔를 낳고 복권을 뽑았는데 고독과 무력밖에 남지 않았구나 싶은 느낌도 들고.. 가장 아래의 희생자에게 사랑을 이 부분이 진짜.. 이셔답다 싶은데 바치고 싶지만. < 이거 때문에... 눈 돌아간 이셔 돌릴 때 자주 듣고 있어... 바치고 싶지만. 이 부분 하나 때문에..
일단 웹박수를 보내주시면 보내줬다고 이야기를 해줘야 제가 확인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리며.. 웹박수로 시트 복귀 및 새로운 시트를 내도 되냐는 문의에 대해서는 별 상관은 없지만.. 일단 후반부에 현생이 잘 따라주지 못할 것 같다는 느낌을 스스로도 받고 계신 것 같아서... 일단 현생을 잘 생각해보시고 다시 돌아오고 싶으시면 돌아오셔도 좋다고만 할게요!
벌써 어둠이 드리운 바깥을 보던 너는 결심한 듯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미루는 건 좋은 생각이 아니다. 결국 이야기할 거라면 빨리 이야기하는 게 맞겠지. 영영 숨길 수 있는 게 아니라고 생각하기도 했고. 그렇기에 지금 네가 향하는 곳은 에델바이스의 시작, 가디언즈가 아닌 네 상관.
로벨리아의 집무실이었다. 문 앞까지는 멈춤 없이 왔지만, 막상 문을 두드리려니 조금 긴장이 돼서 그런건지 문을 두드릴 때까지 조금 시간이 걸렸다. 결국 두드리긴 했고, 용건도 간략하게 전달하긴 했지만.
>>964 이런 비하인드 정말 좋아해~~~ :3 비능력자가 안 된다고 해서 짰던 새 캐와 적당히 혼합한.. 맛있음의 극치가 나왔구나.. 나는 클리셰대로의 캐릭터~라고 해도 레이주가 굴리는 걸 보면 늘 새롭다는 생각이 들어~ 클리셰라 해도 쓰는 사람에 따라 다르니까! 레이는 클리셰를 혼합하되 그 시도가 신선하고 매력적인 캐릭터라 생각해~~ >:3!!!!
로벨리아는 자신의 집무실에 앉아 이것저것 검토를 하고 있었다. 지금 같은 시기에 정말 자유롭게 활동을 하고 있는 세븐스인 한 남성의 모습이 담겨있는 사진을 바라보면서. 거기다가 직업도 '아이돌'이라고 하지 않는가. 어떻게 지금 이런 시기에 세븐스가 아이돌 일을 할 수 있는 것인지. 물론 불가능하란 법은 없지만 꽤나 인기도 좋고 무엇보다 가디언즈가 딱히 터치를 하지 않는다는 정보도 있었다. 아무리 봐도 수상하다고 생각을 했기에 로벨리아는 그에 대한 조사를 위해 아스텔을 보내두었다. 어쩌면 가디언즈 소속일 수도 있고, 만약 그렇다고 한다면 대체 무슨 선동을 하고 다닐지도 알 수 없었기에 경우에 따라서는 제거 대상이었다.
그런 생각은 아주 잠시. 쥬데카의 목소리가 들리자 펜을 들고 있는 로벨리아의 손길이 멈췄다. 왔는가. 한숨을 약하게 내쉬면서 그녀는 안으로 들어오라는 말을 짧게 보냈다.
이어 쥬데카의 모습이 보이자 로벨리아는 고개를 돌려 그를 가만히 바라봤다. 그 눈빛이 상당히 날카롭고 매섭다는 것을 아마 그는 세븐스로 알 수 있지 않았을까. 물론 알아챌 수 없었다면 그 또한 상관없는 일이었다. 어쨌든 그녀가 하는 말이 달라지진 않았기에.
"안 그래도 슬슬 부를 생각이었어. 쥬데카. 일단 물어보도록 할까? 내가 왜 너를 부르려고 했는지? 아니. 정확히는 너만이 아니지. 지금 내가 하는 말들에 짐작가는 것이 있나?"
짐작가는 것이 있냐는 듯, 그렇게 물어보면서 로벨리아는 정말로 빤히 쥬데카를 노려보듯 바라봤다. 그 분위기는 절대로 쉽게 넘어갈 수 있는 그런 분위기는 아니었다.
>>906 요네즈 켄시라는 이름을 정말 오랜만에 듣네요. 한때 시니가미를 정말 즐겨 들었는데...
아무튼, 추천해 주신 도넛 홀을 들어보고 왔어요. 가사도 궁금해져서 찾아보고, 인터뷰도 보고 왔는데. 이거 우와. 하며 놀라게 되네요. 인터뷰에서 말하길 도넛 홀의 가사에서 '도넛의 구멍'이나, '가슴에 난 구멍'이란 말이 한 종류의 저주를 비유한 것이라는데. 그 저주라는 게 세븐스로 태어난 걸 말하는 거 같기도 하고, 가족을 잃고 길거리에서 살아가게 된 것을 말하는 거 같고... 그리고 그 구멍을 메워줄 구원에 해당하는 '당신'이 신디의 부모님에 해당 될 수 있을 법 한게.... 🤔
들어와도 좋다는 말에 문을 열고 들어서니, 풍겨오는 분위기부터 매섭기 그지없다. 마찬가지로 매서운 눈빛으로 너를 응시하는 로벨리아와 눈을 마주치면서 그 앞에 섰다.
"...보고가 늦어 죄송합니다. 이스마엘을 대동하고 거점을 벗어나 슬럼을 방문 후 귀환했습니다."
선조치 후 보고에는 반드시 후폭풍이 따른다. 결과가 어쨌든간에 개인적인 행동은 위험했다. 그 목적이 한 사람의 응어리를 풀기 위한 것이었다고 해도 이는 자칫 잘못하면 전력의 손실이요, 더 나아가 에델바이스에 큰 타격을 입힐 수도 있었던 사안이었기에 너는 눈을 내리깔았다.
"...이상입니다."
구체적으로 그 곳에서 무엇을 했는가, 는 입에 담지 않았다. 이미 주가 된 건 너라는 식으로 이야기하기도 했고, 이미 상당 부분 알아채고 있는 듯했기에 할 말을 조금 골라야 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왜 그런 행동을 취했냐라는 부분에 대해서는 보고가 전혀 안되어있는데 내가 잘못 들은거야?"
이스마엘을 대동하고 거점을 벗어나 슬럼을 방문 후에 귀환했다. 그렇다면 왜? 로벨리아가 알고 싶었던 것은 바로 그 왜라는 부분이었다. 물론 이것을 솔직하게 이야기할지는 알 수 없었으나 그래도 자신은 지휘관이었고 그에 대해서 물어볼 책임과 의무가 있었다. 그리고 경우에 따라서는 그에 대한 문책 또한 필요했으니까. 직속 부대인 제 0 특수부대의 멤버이긴 하나 그렇다고 해서 적당히 할 생각은 없다는 듯, 로벨리아는 가만히 그를 노려보면서 다시 입을 열었다.
"나는 너희들, 아니. 에델바이스의 멤버들에게 상당한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고 생각해. 허나 그렇다고 해서 이런 행위마저 보장하고 약속할 순 없지. 거점을 떠나 외출을 하고 싶다면 나에게 미리 이야기를 했으면 어지간한 일이 아니라면 허락했을텐데 그것조차도 할 생각이 안 들 정도로 아주 중요하고 바쁘고 긴급한 일이라도 있었나?"
결국 그녀가 문제를 삼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니 왜 그랬냐라는 바로 그 부분이었다. 이어 로벨리아는 미간을 잡은 후에 숨을 약하게 내뱉었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선 후에 바로 그의 앞까지 걸어갔고 그의 앞에서 멈춰섰다. 이어 그녀는 오른손을 들어 자신의 얼굴에 남아있는 흉터를 살살 손으로 매만지다가 다시 손을 아래로 내리며 싸늘한 숨소리를 내뱉었다.
"말 돌릴 생각하지 말고 왜 그랬는지만 대답해. 다름 아닌 네가 취한 행동이야. 이유가 없다고 하진 않겠지. 그리고 모든 판단은 그 왜를 듣고서 결정하겠어. 참고로 말해두겠다만 네 입에서 그 왜라는 것이 나오지 않는다면 다음은 이스마엘이야. 그러고도 둘이 말을 하지 않는다면 이런 수법은 쓰고 싶지 않다만 에델바이스에 소속되어있는 세븐스 중에 진실을 뱉어내게 하는 이를 잠시 여기로 부를 수밖에 없을테니까 적당히 넘어갈 생각은 하지 마라. 쥬데카."
말마따나 행동한 경위까지는 이야기하지 않았기 때문에 로벨리아가 보이는 반응에 대해 너는 반박하거나 할 수 없었다. 그러나 이걸 전부 이야기해도 괜찮은가? 숨기고 싶어한 모습을 네 판단으로 말해버려도 괜찮은 걸까 싶어 좀처럼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 어느새 네 앞으로 온 로벨리아를 직접 바라보는 대신, 그저 네가 서 있는 것과 직각을 이루는 각도로 시선을 둔 채 너는 숨을 삼켰다. 이건 적당히 넘어가려고 했다간 되려 일을 키울 뿐이라는 생각이 들어 어쩔 수 없이 너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지난 번 전투에서 카시노프와 마주했을 때 입은 정신적 충격 때문에 지속적으로 불안정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상태가 위태롭다고 판단해 상황 타개를 위해 독자적으로 행동했습니다. 동행하지 않을 경우 무슨 일이 생길지 알 수 없었고, 제지해서 될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녀가 좀 더 캐묻는다면 하는 수 없이 이스마엘이 구체적으로 어떤 상황이었는지까지 이야기해야 하겠지만 일단 이유를 설명한 뒤 너는 다시 그녀의 대답을 기다리기 위해 입을 다물고 서 있었다.
"지난 번 전투? 그래. 보고에 따르면 그 시설 아래에서 가디언즈의 간부 클래스인 카시노프라는 작자가 있다고 했었나? ...그 추악하기 짝이 없는 녀석이 간부 클래스라고 생각하니 벌써부터 구역질이 나올 지경이야. ...그래도 그 작자라면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작자고."
쥬데카의 설명을 들으면서 로벨리아는 고개를 천천히 끄덕이면서 혼잣말을 하듯 괜히 중얼거렸다. 딱히 쥬데카에게 답을 요구한 것은 아닌, 그야말로 혼자서 괜히 투덜거리는 목소리에 가까웠다. 허나 그 내용에 대해서 굳이 더 정확하게 말을 하진 않으며 로벨리아는 한숨을 약하게 내쉬었다. 뒤이어 그녀는 뒤로 돌아선 후에, 다시 자신의 자리로 돌아섰고, 의자에 털썩 앉았다. 허나 자세를 흐트리지 않으며 오히려 쥬데카를 더욱 빤히 바라봤다.
"동료를 위해서 했다는 것은 알 것 같아. 네 말이 진실이라는 가정하에 말이지. 허나 정신적 충격에 대한 케어나 그런 것은 의료진들이 할 일이며 네가 독자적으로 행동할 일이 아니야. 그러다가 가디언즈에게 잡히기라도 했다면? 그것도 간부 클래스와 만나기라도 했다면? 보고가 되어있다면 만일의 경우, 이곳에서 대처가 가능하나 보고가 되어있지 않다면 너희들이 어디에 가는지도 알 수 없기 때문에 대처할 수 없어. ...그리고 너희들이 그 시설에 있었다는 '좀비'가 되어있었을지도 모르지."
날카로운 목소리로 이야기를 한 후, 로벨리아는 이내 팔짱을 끼고 잠시 뭔가를 생각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눈을 감고 침묵을 지키다가 다시 눈을 천천히 떴다. 그리고 그를 바라보면서 다시 입을 열었다.
"두번은 없다. 쥬데카. 이스마엘에게도 전해라. 정신적 충격을 받는 것은 어쩔 수 없지. 우리들도 사람이니까. 싸움이 쉬운 것도 아니고 정신적 충격을 받을 수는 있어. 하지만 여긴 레지스탕스. 그것도 너희들의 행보로 인해서 가디언즈가 가장 경계하는 곳 중 하나야. 그 정신적 충격이라는 것 때문에 독단적인 행동을 할 것 같으면 말리지 않으니까 에델바이스의 제 0 특수부대에서 빠지고 이 마을에서 평화롭게 조용히 살아가라고. ...너희들은 제 0 특수부대. 절대로 잊지 마라. 너도 마찬가지고. 다른 이들도 모두 마찬가지야."
자신의 직속이긴 하나 그렇기에 더 엄격한 자세를 보이면서 로벨리아는 한숨을 내쉬면서 말을 마쳤다. 그리고 그를 바라보면서 이야기했다.
"내가 할 말은 이걸로 끝이다. 그리고 김에 하나만 물어보도록 하지. 너는 요즘 이 세계에 가디언즈에게 간섭을 받지 않고 '인기 아이돌' 활동을 할 수 있는 세븐스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