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소를 지었을 때 이스마엘은 다시금 사랑으로 품고자 했다. 저 사람도 가장 최선이었을 선택을 했을 뿐이다. 어쩔 수 없었을 것이다. 눈 도는 것이 어떤 감정인지 알기에 이해하고 사랑으로 품으려 무진 노력하였을 때, 가여운 것이란 말에 잠시 숨을 가다듬더니 단호하게 입을 벌렸다.
"무엇을 참고 있는지 모르면, 적어도 무작정 동정하려 들지 마십시오."
피를 흘리는 모습에 어깨 가볍게 풀듯 으쓱였다. 길게 뻗어 늘어진 편鞭이 바닥을 질질 끌더니, 이내 땅을 거세게 후려쳤다. 일차적으로 염력이 담겨 묵직한 편의 반동과 함께 뛰어올라 가시를 피하고, 박살난 바닥의 잔해를 허공에서 거세게 쏘아내려 했다.
"상냥하고 가여운 사람…."
나는 그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지금 당장 손발톱을 하나하나 꺾어가며 불게끔 하는 것이 당장이라도 효율적인 방법이겠지만, 나는 인간을 사랑하며, 하물며 당신조차 사랑하기 때문에 그럴 수 없는 겁니다. 이스마엘은 속내를 다시금 꾹 참아가며 공격을 이어갔다.
프리덤은 온갖 테러활동으로 가디언즈와 비세븐스들에게 단기간에 큰 위협이 되었다. 물론 그들의 세력과 무력은 에델바이스에 비하면 티끌과도 같다. 그러나 무시할 수는 없도록 만드는 것이 그들의 무모함과 복수심이었다.
"또 우리와 같은 사람이 나타난다면 그건 그 사회의 잘못이겠지. 그들의 복수가 정당하다면 말이야. 어찌되었든, 난 그들을 막을 권리가 없어."
자신이 필사적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이들을 모욕했다는 말을 듣고 어이 없는 듯 웃음을 지었다.
"내가 이런 것만 보았다고? 아니, 제대로 말해야지. 대부분의 세븐스가 처한 현실이다. 당장 너희가 이런 세븐스들의 현실을 바꾸기 위하여 일어선 것이 아니냐"
히카루는 적어도 자신이 본 비세븐스 중에서는 세븐스에게 너그러운 이가 없었다고 반박했다. 적어도 에델바이스 내에서는 세븐스와 비 세븐스가 평화로웠지만 히카루가 사는 세상에서는 아니었다. 세븐스는 비 세븐스들에게 탄압을 당했고 그렇기에 수 많은 이들이 들고 일어섰다가 가디언즈에게 목숨을 잃었다.
"뭐라고?"
히카루는 자신이 잘못 들은 것인가 이해를 잘못한건인가 의심했다.
"존재하지. 당장 세븐스 어린아이들이 그렇잖아."
그리고 뒤이어 쥬데카가 분노를 토해내자 히카루는 입을 다물었다.
"난 비세븐스들에게 피해를 입었고 그들에게 복수했다..혹여나 세븐스에게 피해를 주지않고 내게 피해를 입은 비세븐스가 있다면."
히카루는 하늘을 가리켰다.
"가디언즈가 언젠가 내 목을 치겠지"
히카루는 에델바이스를 말하는 히카루의 말을 듣고 고개를 기울였다.
"그런 꿈 같은 마을이 있다면, 내겐 부숴버릴 권리가 없겠지." "그런데 그곳이 어디있지? 모두에게 열려있나? 모두가 원하는 사람이 들어가길 원한다면 들어갈 수 있는 곳인가? 그 천국은?"
이번에는 실패인가. 맥없이 튕겨져 나가는 공격에 검을 거두어들인다. 그리고 곧 가해지는 묵직하고 신속한 일격. 그의 체술에 비하면 전문적인 역량이 엿보이는 공격이다. 미처 공격을 피하지는 못했으나 무장을 활성화하여 충격을 줄이는 데는 성공한 그는, 레이첼이 가까이 다가온 틈을 노려 팔 안쪽에 칼을 찔러넣으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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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력이 될 때까지는 싸우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해 말입니다."
무엇도 보장할 수 없는 방만한 말이나 그는 정말로 그러고자 했다. 츠쿠시는 언제나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할 뿐이고, 그 최선은 곧 사투다. 그렇게 배워 왔고 그렇게 살아 왔으니.
상대가 절 공격 하지 않는다고 봐주는 건 없는 것이다. 소년을 내려다보며 무심하게 말하고서 다시 한번 보검의 손잡이로 내리치려다, 이어지는 말에 멈추며 고개를 기울인다. 식물로 절 방해라도 할 셈인가 할 때, 주변에 생겨난 양배추를 보곤 질색하는 표정이 된다. 거대한 양배추에 이빨과 눈이라니. 징그러워. 심지어 저에게 달려들기까지 하자 포탈을 이용해 뒤로 물러나며 회피한다.
"징그러워!"
잔뜩 구겨진 얼굴로 양배추를 보며 말하고선, 소년의 뒤쪽으로 포탈을 이어 통과한 후 소년의 등을 보검 손잡이로 찍어 버리려 했다.
복수라는 이름으로 누군가를 고통스럽게 하는 게 정당할 리 없잖아 정당함 따위보다 그 스스로가 느끼는 감정이 중심이 되는 게 복수인데. 사회에 대한 복수와 그 구성원에 대한 복수를 착각하고 있는 건 아닌가? 너는 고갤 저었다. 구성원이 모여 사회를 이루지만 사회는 항상 그 집합 이상의 존재다. 그러니까 제대로 노릴 방향을 정하지 않으면 안 되는데.
"전부 이해한다는 듯이 말하는 건 그만뒀으면 좋겠습니다. 슬슬 역겹다는 생각이 드니까요."
전부 안다는 듯이 말하지 마십시오. 알면서도 그런다는 것에 화가 치미니까. 너는 짧게 심호흡하곤 그의 반박에 대해 감상을 내뱉었다.
"당신이 본 걸로 모든 걸 판단하려고 하는 주제에, 다른 모습이 있을 거라는 실낱같은 감상조차 없으면서 둘 모두를 보고 여기 선 사람에게 그런 말을 하다니."
그러니까 지금 내가 당신을 막기 위해 여기 서 있는 겁니다.
"이건 또 무슨 말입니까? 가디언즈가 정의의 사도라도 된다... 뭐 그런 말처럼 들리는군요."
너는 실소했다. 가디언즈가 목을 쳐? 순순히 받아들일 것도 아니면서.
"당연히 원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같은 세븐스이면서도 둘 중 하나가 반드시 파멸하길 바라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죠."
넌 지난번의 임무를 떠올린다, 그건 광기였다. 제대로 된 생각이라곤 도저히 생각할 수 없는, 분노와 증오에 몸을 맡긴 채 그것에 휘둘리는 것이 전부라고 생각하는 짐승같은 존재.
"그 곳에 당신들의 복수가 있을 자리는 없습니다. 지금까지 계속 그 입으로 말했을 테니 알고 있겠죠, 폭탄이 터지는 순간 당신들의 머무를 자리는 없습니다."
평생을 전장에서, 복수랍시고 모든 걸 부수면서, 없을 리 없는 무고한 이들의 피로 만든 길을 걸으면서 아직 난 살아있으니 나는 잘못되지 않았다고 스스로 위로하는 존재에게 낙원 같은 건 없다. 입 밖으로 그 행동이 잘못되었음을 시인하는 것이 대체 무슨 소용이냐. 멈추지 않을 거라면. 그가 공격을 멈추자, 검을 털어내고 다시 한 번 공격에 대응하려던 너는 검을 늘어뜨렸다. 공격 의사가 없다는 의미였다.
"하다못해 갓 태어난 아기들까지 전부 죽일 셈입니까? 세븐스가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당연하다면 당연하게도, 새롭게 태어나는 아기들은 아무런 죄가 없다. 세븐스라는 이유만으로 앞날이 어두워질 수는 있어도 그들이 지닌 순수함은 부정할 수 없었다. 세븐스가 아닌 아기들이 대체 무슨 잘못이 있는가? 세븐스인 아기들이 아무런 잘못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하며 너는 검을 검집에 집어넣으려 했다.
"너도 알잖아. 비세븐스는 모든 세븐스를 차별한다는 거. 현실을 외면한다면 나야말로 현실을 외면하는 네놈이 한심하게 느껴지는 군"
기대를 하니까 배신을 당한다. 유명한 격언이다. 저 사람은 다를 것이다. 저 사람은 의미없는 차별을 하지 않을 것이다. 모든 세븐스가 비세븐스들에게 한번씩은 품어본 기대일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기대는 10대 남짓한 때에 산산히 부숴져 체념하고 만다. 그러나 지금 자신의 앞에 서 있는 이는 그렇지 않다고 왜 일반화를 하냐고 자신을 비난한다. 과연 그가 본 것은 다른 것일까?
"그래? 넌 정말로 차별하지 않는 비세븐스를 봤다는 것이냐? 그런데 왜 그들이 내 눈앞에는 보이지 않지? 왜 우리 동료들 주위에는 없었고 왜 일반 비세븐스들의 눈 앞에는 보이지 않지?"
히카루는 더이상 이 대화에 흥미가 떨어지기 시작한 모양이었다.
"네 눈에는 우리가 정의의 사도로 보이나? 가디언즈도 똑같다. 목적을 위해 윤리따윈 버린 한심한 놈들이지."
물론 순순히 받아드리지는 않을 것이다. 그 가디언즈도 자신과 같은 죄인일테니.
"틀려, 폭탄이 터지지 않아도 이미 우리가 있을 곳은 없다."
히카루는 갓 태어난 아기들까지 죽을 셈이냐는 쥬데카의 물음에 입을 다물었다. 분명 갓 태어난 아기들에게는 죄가 없다. 물론 이곳에 그런 죄 없는 아기가 있다고는 말하기 어렵지만 그렇다고 해서 없다고도 할 수도 없었다.
히카루는 이마에 손을 짚으며 혀를 찼다. 한숨을 내쉬며 품속의 지도를 꺼내었다. 그리고 쥬데카에게 던졌다.
"어서 가라 10분 남았다."
종이에는 폭탄의 위치가 적힌 빌딩이 X표시로 큼지막하게 그려져있었다. 복수와 프리덤의 정당성에 대한 의견은 서로 상충했으나 아이들은 죄가 없다는 의견 하나만큼은 두사람의 의견이 일치했다.
"아직은 늦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당신을 더 붙잡아 둔다면 당신 역시 이곳을 빠져나가지 못할 테니 좀 더 신용이 생길지도 모르죠."
정답일지도 모를 선택지를 두고 말도 안 되는 궤변을 늘어놓는 고집은 어디에서 연원하는가. 꿋꿋하게도, 미련하고 집요할 만큼의 열중이다. 급히 손을 올려 얼굴과 주먹 사이에 끼워넣어 안면에 직접 주먹질 당하는 것만은 막았으나, 완전히 막아낸 것은 아니었다. 얼굴에 부딪쳐 오는 충격량이 완전히 덜어지지 않아 머리의 통증에 미미하게 미간을 좁히면서도 그는 참 태연하게도 물었다.
남은 시간 15분. 레이먼드 외의 해체 성공 연락은 없다. 다들 고전하고 있던가. 아니면-
"즐겁다는 애가 왜 이렇게 목소리가 떨릴까. 들키기 싫으면 혀라도 깨물고 말했어야지. 응?"
그녀는 겁먹은 쪽을 빤히 응시하며 말했다. 그쪽이 목표인 것처럼.
"얘. 와도 이 근처로 오지 여기로 오겠어? 오면 내 세븐스에 휘말릴 거 뻔한데? 생각 좀 해라. 애기들. 그리고 방금도 말 했잖아. 걔들이 다쳐도 너희 때문에 다치는 거지, 그건 내 탓이 아니라니까?"
이래서 덜 배운 애들은 일일히 설명을 해줘도 말을 못 알아먹어요. 어휴. 성가신 듯이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 바닥에서 돌가시가 솟자 발끝으로 툭툭 건들면서 겨우 이딴 걸로? 라고 하듯 도발한다.
"할 수 있으면 얼른 좀 해보지 그래. 슬슬 재미없거든? 너희가 어느 정도 할 수 있다, 뭐 그런게 보여야 나도 무기를 들 맛이 나지. 하나는 별 볼일 없지. 하나는 쫄았지. 나참. 전장도 모르는 것들이랑 내가 뭘 하겠니. 됐다 얘. 폭탄 터지는 거 구경이나 하지 뭐."
어디가 제일 좋은 관람석일까나. 그녀는 이제 자매는 안중에도 없는 것처럼 주변을 둘러보며 정말 앉아서 구경할 곳을 찾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