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5Patima Maria Casillas García 4(침입자)
(g9X7YaKtnk)
2022-11-13 (내일 월요일) 15:24:23
파티마는 꿈을 꾸고 있었다. 어느 날 갑자기 세븐스가 사라져 모두에게 인정과 사랑을 받는 꿈이었다. 그곳에서 파티마는 저택에 머물며 언니 프란시스카와 자유롭게 저택 밖을 나가 즐거운 시간을 보낸 뒤 사진관에서 사진을 찍었다. 아무도 자신을 두려워하지 않고 업신여기지 않았다. 행복한 꿈을 꾸던 파티마는 밖에서 들리는 작은 노크 소리에 눈을 떴다. 이 모든 것이 꿈이었다는 사실에 그녀는 허탈함을 느끼며 작은 소리에 깨어질 꿈이었다면 아예 꾸지 않는게 나을 뻔했다고 생각했다.
파티마는 자신을 부르는 프란시스카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베개 밑으로 머리를 집어넣어 소리를 차단하고는 다시 잠을 청하려고 했다. 하지만 오늘 프란시스카는 단단히 준비를 하고 동생을 만나러 온 길이었다. 오두막의 현관문이 열리자, 파티마는 더 이상 언니를 외면할 수 없었다.
"휴... 오두막 열쇠까지 챙겨오길 잘했네. 불도 안 켜고 있었니? 아얏, 발 밑에 이건 또 뭐야?"
천사같이 선한 마음을 지녔으나 호구처럼 당하고 살지만은 않는 여장부였던 프란시스카는 자신이 이 곳에 왔음을 들키지 않기 위해 커텐을 치고 그 위로 담요를 겹쳐 달은 뒤 촛불을 켰다. 파티마는 언니의 등장이 여전히 떨떠름했는지 조금은 퉁명스럽게 말했다.
"왜 왔어? 여기 있는 거 알면 아버지가 가만 두지 않을텐데." "괜찮아. 최근에 아버지가 할아버지 몰래 과수원 땅 팔아치운거 나한테 걸렸거든. 또 주식에 손 댔다가 반토막 났나 봐. 당분간은 입막음 하느라 나한테 쩔쩔맬걸? 만약 할아버지한테 들킨다면... 곱게 넘어가지는 않겠지."
오랜만에 재회한 자매였음에도 둘의 대화는 어색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이어져나갔다. 그들은 서로의 근황을 주고 받았는데, 파티마야 프란시스카가 방문하기 몇 주 전부터 오두막 안에 틀어박혀 있었으니 딱히 할 이야기가 없었고, 프란시스카는 자신의 근황을 말하던 중 최근 들어 파티마가 오두막 밖으로 오랫동안 나오지 않아 크게 걱정했다며 고민이라도 있는지 물었다. 파티마는 정곡을 찔렸는지 머뭇거리며 크게 갈등하다가 결국 곧이 곧대로 털어놓았다.
"언니, 나는 저주 받은 존재같아. 아니, 나와 같은 사람들이 현대에 창조 되어진 악마같아. 난 왜 세븐스로 태어났을까? 세븐스는 왜 존재하는걸까? 왜 하느님은 세븐스를 창조했을까? 그리고 어째서 우릴 구해주지 않는걸까?"
파티마는 그간 있던 일, 그러니까 신에게 분노해 십자가를 부수고 성경을 찢어버린 일까지 전부 말했다. 그 말에 프란시스카는 방금 자신이 밟은 것이 십자가의 파편이었음을 짐작했다. 프란시스카는 동생이 늘어놓는 말들을 묵묵히 듣고는 파티마의 손을 어루만졌다.
"파티마, 너와 나는 전혀 다른 생각을 하고 있구나. 너는 저주 받지 않았어. 물른 세븐스도 저주 받지 않았고. 만일 너희에게 저주가 내려졌다면 그건 신이 아니라 인간이 내린거야. 파티마, 신의 저주와 인간의 저주가 다른 점이 뭔지 아니? 신의 저주는 절대적인 힘을 가졌지만 인간의 저주는 그저 악담이라는거야. 영원하지 않고 언젠가 잊혀질 악담 말이야. 그리고 가장 큰 차이점은 오랜 시간이 걸릴지도 모르지만 결국 극복할 수 있다는 점이지."
그 말을 들은 순간, 파티마의 머릿속으로 큰 벼락이 떨어진듯 강렬한 섬광이 스쳐지나갔다. 오두막에 틀어박혀있던 동안, 스스로를 저주 받은 존재라고 여기며 세븐스는 신에게 버림받은 종족이라고 생각했던 파티마에게 프란시스카의 말은 일종의 구원처럼 느껴졌다. 내게, 아니 나를 비롯한 동족들에게 내려진 저주가 그저 인간의 악담에 불과하다면, 그것을 극복할 수 있다면... 파티마의 눈에 난생 처음으로 희망이 비춰졌다. 그러나 그녀는 비능력자인 프란시스카가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는지 의문이 들어 영문 모를 목소리로 물었다.
"언니는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어? 언니는 두렵지 않아? 내가, 아니... 세븐스들이?"
프란시스카는 픽 웃으며 파티마의 뺨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파티마, 넌 누가 뭐래도 내 소중한 동생이야. 난 널 처음 보는 순간부터 사랑에 빠졌거든. 사람들 말을 믿을 수가 있어야지. 저 갓난아기를 보며 사람을 해칠 괴물이니 뭐니... 상식적으로 말 못하는 갓난아기보다 다 큰 어른이 더 무섭지 않니?" ...그리고 납득이 안됐을 뿐이야. 쪽수가 적으면 괴롭히고 보고, 남을 증오하지 않으면 안심하고 살 수 없는 인간들이. 그래서 난 너희가 두렵지 않아."
이 말에 프란시스카가 그동안 살아오면서 겪은 풍파가 느껴졌는지 파티마는 숙연한 얼굴을 하며 언니의 손으로 자신의 손을 겹쳐쥐었다. 그런 프란시스카는 동생의 이마에 입을 살짝 맞추는 것으로 답했다. 친애의 입맞춤에 파티마가 얼굴을 붉히며 언니의 입술이 닿은 이마에 손을 올리자, 프란시스카는 결연한 얼굴로 파티마에게 충고하듯 말했다.
"파티마, 절대적인 힘을 가진 존재에게 의지하는건 나쁜게 아니지만, 그 존재에게 의존하기만 해선 안돼. 나를 구원할 수 있는건, 오직 나 자신이라는걸 알아야해. 도움을 받더라도 그 사람한테 기대기만 해선 안돼. 네 삶의 주인은 너니까."
촛불의 빛에 어렴풋이 보이는 언니의 결연한 눈빛에 결코 가벼운 말이 아님을 깨달은 파티마는 그녀의 충고를 되새기며 고개를 끄덕였다. 특히 마지막의 '네 삶의 주인 너'라는 말이 인상깊게 다가왔는지 한참을 그 말만 속으로 되뇌였다. 파티마는 지금껏 왜 자신이 이곳에 갇혀 있어야하는지, 왜 미움 받아야하는지는 고민해봤어도 자신의 삶에 대해 생각해본적은 없었다. 그저 밖에 나가서 남들처럼 사랑 받고 싶다고 생각했을뿐 장래에 무엇이 되고싶은지, 무엇을 배우고 싶은지 등등은 생각해보지 않았다. 파티마는 혼자 남았을때 오두막 밖의 삶을 상상하고 계획해보기로 마음 먹었다.
// 전에 쓴건 문장들이 과격해서 다시 써왔습니다! 아무튼 아마데 독백! 과거가 너무 길다!
이스마엘은 주변 전체가 들을 수 있도록 목에 핏대를 세웠다. 이스마엘은 히어로가 아니다. 단숨에 많은 사람을 구할 수 있을 정도로 대단한 능력을 가진 사람도 아니었다. 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경고를 주는 일, 그리고 책임을 지는 일밖에 없었지.
"가혹한 운명은 본디 아무런 예고 없이 들이닥치는 법이고, 그 상처와 슬픔을 이고 어떻게든 살아가야만 합니다. 남겨진 자는 살아야 한다는 말입니다."
참 끔찍하지 않은가. 그렇지만 나아가기 위한 일이라 합리화했다.
"이해합니다. 저도 그런 생각을 했었고, 지금도 이따금씩 떠올리곤 하니. 저 사람은 살아남아 미래를 꿈꿀 텐데 나는 다시 안고자 하면 시체밖에 남지 않겠구나 싶지요. 그렇지만, 다시는 이런짓을 못하도록 처절하게 복수하면 그 뒤엔 무엇이 남습니까? 똑같은 방법으로 처참하게 복수당해 부서질 미래에 대한 즐거움과 기대? 당신이 그럴 사람이었다면 이런 것이 의미가 없음을 알 텐데?"
나는 즐거움과 기대가 있다 한들 의미 일절 없음을 알기에 억누르고 있는데 당신은 왜 그 의미 없음을 알고도 스스로 무너지기를 택하냔 말입니다.
"당신은, 누군가 다치는 것이 두렵습니까? 같은 세븐스이기 때문에? 상냥하시군요. 그리고 안타깝습니다. 그런 사람이 왜 이런 일을 하는지, 나는 죽고자 이곳에 왔는데. 그런 각오조차 없는 사람과 싸워 무슨 의미가 있는지."
강한 힘이 잔해를 띄웠으나 아직 공격하지 않았다.
"최후통첩입니다. 그만 두십시오. 폭탄이 어디에 있는지 알려주신다면 아무도 다치지 않고 끝날 수 있습니다."
순간 반사적으로 불쾌감이 들긴 했지만, 화가 날 정도는 아니다. 미안하다고 사과하는 걸 봐선 정말 작정을 하고 한 말은 아닌 듯하고. 무엇보다도 지금은 사사로운 감정보다는 임무에 더 집중해야 할 때다. "됐어요." 츠쿠시는 어깨를 한 번 으쓱하고는 상대방의 어깨를 토닥이려 했다. 본래 거짓을 그럴듯하게 만들려면 거짓에 진실을 조금 섞으면 된다 했던가, 처음에 잡았던 애매하게 성질 나쁜 척하는 연기보다는 한층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말투다.
"뭐 때문에 이러는지 가르쳐주면 욕한 것도 이해할게요. 나쁜 의도는 아닌 것 같으니까."
그렇지만 먼저 욕 들었다고 발끈하는 성격도 어느 정도는 남아 있어야겠지. 그는 짐짓 꺼칠한 척 눈을 가느다랗게 좁혀 떴다.
"뭐라는 거야? 저사람?" "세븐스잖아?" "저것들 또 이상한 짓거리 하는 거 아니야?" "길거리에서 왜 소리를 지르고 난리야?" "으휴..미련한 놈들..."
이스마엘은 목에 핏대를 세우며 주변 사람들에게 위험을 알렸다. 그러나 그녀의 처절한 외침은 무시와 냉소로 돌아왔다. 만약 그녀가 가디언즈의 제복을 입었다면 이곳은 아수라장이 되어 대피하는 사람으로 난리였겠지만 한낱 세븐스인 이스마엘이 하는 말을 귀담아 들을 자는 없었다.
"우리 딸을 그렇게 만든 놈들은 아직 살아있어. 자연재해가 그런 것도 아니고, 어쩔 수 없는 희생이었던 것도 아니야. 그런데, 그냥 살아가라고? 남겨졌으니 딸의 몫까지 살아가야한다고 그렇게 믿으며 살아가라고? 헛소리 하지마"
아무래도 이스마엘과 비슷한 이야기를 이미 누군가에게 들은 모양이었다.
"네 말이 맞아. 복수 뒤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복수는 의미가 없다! 어둠으로 어둠을 몰아낼 수는 없다!!" "잘사는 게 최고의 복수다!!!"
그녀의 검은 에너지가 칼날이 되어 주변 건물들을 베어내고 파괴하기 시작했다. 이윽고 사람들은 상황의 심각성을 깨닫고 가지고 있던 소지품으로 머리를 보호하며 서로 다른 방향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그 잘난 격언과 좋은 말을 계속해서 들었지만 아무것도 달라지는 게 없어.."
그녀는 허탈한듯 실소 터뜨리며 계속해서 건물들을 파괴하고 사람들을 위협했다. 이윽고 거리의 사람들은 단 한명도 보이지 않았다.
"죄 없는 사람이 다치는 게 싫을 뿐이야.."
에일린은 자신에게 상냥하고 안타깝다라고 말하는 그녀의 말에 짧게 대답했다.
그리고 그 순간 하늘에서 강력한 전기충격이 날아와 두 사람에게 내리쳤다.
"당신들 지금 뭐하는 거야!"
근엄한 목소리와 함께 이 도시를 지키는 가디언즈가 나타났다. 아무래도 도망치는 시민들의 신고를 받고 나타난 모양이었다.
"감히 시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위협하다니!! 용서할 수 없다!"
가디언즈는 번개를 발사하여 두사람을 공격했다. 에일린은 어둠을 방패삼아 자신과 이스마엘에게 오는 번개를 막아버리고 자신의 그림자를 타고 땅 속으로 들어가버렸다. 가디언즈는 눈 앞에서 사라져버린 그녀를 찾기위해 고개를 두리번거렸지만 그녀는 가디언즈의 바로 등 뒤에서 나타났다.
"우리는 시민이 아닌가?"
말이 끝나자마자 어둠이 가시 형태로 바뀌어 가디언즈의 전신에 여러개의 크고 작은 구멍을 뚫었다.
이스마엘의 말했던 것처럼 지금 에일린의 모습을 그녀의 딸들이 봤다면 그녀가 자신의 엄마임을 알지 못한 채, 엄마를 찾아 울며 도망쳤을 것이다.그녀는 전신에 피칠갑을 한 얼굴로 이스마엘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최후 통첩이야. 여기서 떠나.."
그와 동시에 어둠은 다시 칼날 형태가 되어 이내 이스마엘을 겨누었다. 누가봐도 정말로 이젠 싸우는 것 밖에 방법이 없어 보였다. 계속 말로 설득할 수도 있겠지만 시간이 그리 많지는 않았다.
"세븐스를 쫓아내야 한다면서 이런 일을 그냥 세븐스한테 시키는 것도 이상한데. 가디언즈라도 돼요?"
깊이 생각하지 않는다면 분위기에 휘말려 이상하지 않게 여길 수도 있을 이야기다. 하지만 일개 세븐스에게 이런 중요한 일을 맡겨도 되나? 그는 캐묻는 것이라기보단 투덜거리는 말투로 말하고는 조용히 반응을 살폈다.
"안 비키고 버티면 어떻게 할 건데요? 이해는 해도 비켜주겠다는 말은 아직 안 했는데. 한 명 정도는 있어도 모를 텐데 쉬엄쉬엄 해요."
한 명 정도는 숨어도 될 거라니, 말도 안 되는 소리라는 건 안다. 그렇지만 화를 돋군다면 무엇이라도 건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 때문이다. 말하며 싱글싱글 웃었다면 더 얄미웠겠지만, 괜히 잘 못하는 일 하려고 해서 좋을 것 없겠지. 츠쿠시는 바로 옆의 벽에 기대어 어깨를 으쓱거렸다. 눈썹 가볍게 치켜올리는 표정이 제법 뻔뻔하다.
결국은 뻗대고 있어도 봐줄 거면서 왜 욕을 하냐 이 말이다. 다른 일도 아니고 돈 걸린 상황에. "지금은 안 해요." 그는 상대가 건네는 담배를 물끄러미 바라보다 고개를 저었다. 그러고는 잠시간 침묵. 담배 타는 연기가 높이 피어오른다. 그 정적의 틈에서 생각만 고요히 돌았다.
평범한 행인처럼 굴기만 해서 나올 건 더 없다 이건가. 판단을 내려야 했다. 시간은 점점 흐르고, 이대로 한가하게 보내기엔 한시가 급하다. 상대가 말한 시간은 앞으로 20분, 높으신 분의 행차가 때마침 폭탄이 터질 시간과 같다는 건 우연은 아닐 테지. 위험을 조금 감수하고서라도 적극책을 쓸 때가 되었다.
"저도 실패하면 큰일이에요. 여기가 불바다가 되는 건 싫거든요. 당신도 좀 봐주시죠, 아무리 그래도 도시를 싹 날려버리는 건 위험하지 않습니까."
멸시, 조롱, 비웃음.. 이스마엘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저히 미워할 수 없었다. 저 사람들도 무시할 수밖에 없는 가여운 세상에 살고 있으니.
그 또한 이해할 수 있다. 끔찍하게도 모두 이해할 수 있다. 복수 뒤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지만 그것만큼 통쾌한 방법은 없다. 의미가 없다지만 기실 의미가 있다. 어둠으로 어둠을 누를 수 있다. 그렇지만. 이스마엘은 텅 빈 거리와 허무하게 죽음을 맞는 가디언즈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최후통첩.
죽은 가디언즈, 그것도 눈앞에서 죽음을 맞이한.
"내가 말했을 텐데. 나는 죽고자 이곳에 왔다고. 안타깝고도 상냥하단 말은 진심이었습니다. 당신은 갱생되어 이상향으로 갈 수 있을 텐데 기어이 진창길을 걷는군요. 그곳을 외면하고 끌어오려 해도 왜 계속 끌어들이려 하는 겁니까. 내가 왜 손 뻗는지, 말렸는지.. 그것이 알량한 선의 때문인줄 알았습니까?"
무장, 이스마엘의 모습이 변했다. 개를 형상화한 검은 가면이 얼굴을 덮어 가리더니 보검이 처음 보는 형태로 바뀌었다. 팔 주변을 마치 뱀, 혹은 고리처럼 순환하는 얇은 체인으로.
"아니오, 똑같은 방법으로, 처참히 복수당해, 부서질 미래를 기대하기 때문입니다."
결국 나는 더 큰 악으로 악을 누른다면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평화임을 깨달았으며, 당신같이 상처입은 사람마저 적으로 돌리는 악인인 것이다. 마침내 잔해가 당신을 향해 쇄도하려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