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매의 목소리에 그녀는 기시감을 느낀다. 그 날, 새카만 빗속에서 서로를 향해 모질고도 아프게 내뱉었던 외침과 닮았다. 다른 점이 있다면 이 자매는 서로 한마음 한뜻이라는 것일까. 자매가 번갈아 외치는 절규에 그녀는 묵묵히 있었지만 하나 간과할 수 없는 말이 있었다. 어쩌면 그 말 때문이었을 지도 모른다. 약간의 마비만 해도 될 것을. 그렇게 강한 독을 쏘아낸 건.
그녀는 천천히 눈을 떴다. 피투성이 팔을 한 자매를 보고도 눈 하나 깜짝 않고, 어울리지 않게 쓰고 있던 안경을 벗어 옷깃에 꽂았다. 그리고 담담하게, 노기라곤 한 가닥도 없어 오히려 메마른 목소리로 대꾸했다.
"누군가 내 동생을 죽인다면. 그건 사람이 사람을 해한 것이지. 가디언즈니, 비세븐즈니, 그런 건 일절 상관없어. 그리고 괜찮아. 내 동생 가는 길 쓸쓸하지 않게- 그 XX 모가지 들고 같이 가줄 거니까."
바짝 마른 목소리와 다르게 그녀는 상쾌하게 웃어보였다. 웃으면서 말했다.
"나를 누군지도 모르는 XX랑 동일시 하지 말아줄래? 기분 더럽잖아. 얼굴만 예쁘지 영 인성머리가 없는 애들이네. 음. 너희 부모님이 그렇게 가르치시던? 아! 배우기도 전에 헤어졌을까나?"
그런거면 미-안. 이제 전혀 안 미안한 투로 윙크까지 찡긋 하더니 사뭇 친절하게 다시 물었다.
"자자. 우리 쉽게 쉽게 가자. 그 정도 아프게 했으니까, 더 아프게 하기 싫거든. 폭탄 어딨니? 그리고 너희 머리 꼭대기에 앉아 이 같잖은 명령질을 해대는 대가리는 어디 있고?"
예쁜 얼굴까지 뜯어지기 싫으면 곱게 말해주라. 응? 한치의 망설임도 말 내뱉는, 환하게 웃는 얼굴이 참 맑기도 하다.
전신이 피칠갑을 하며 가쁜 숨을 내쉬는 지오바니는 다시한번 빛으로 변해 그의 공격을 피했지만 이미 오랜 전투로 체력이 많이 소모되었다. 그의 주먹에 맞아 코피를 흘리면서 다시 일어서 빛의 검을 만들었다. 적은 무기조차 사용하지 않고 있었고 그는 본인이 가진 수를 모두 사용해도 레이먼드에게 밀리고 있었다.
대략적인 감각은 익혔지만 실전에서 보검을 사용할 때마다 개선점이 발견된다. 자신보다 오래 무장을 써온 팀원들의 싸움을 목격하고 나니 더더욱. 무장은 당장의 문제는 없으나 좀 더 실용적으로 활용할 방법을 찾는다면 좋을 테고, 스페셜스킬은 아직 적절한 기술을 완성하지 못했다. 뻔히 보이는 허점을 가만히 내버려 둬서 좋을 것 없으니 한시라도 빠르게 보완해야 했다. 버스트만은 완성했으니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할까. 그는 선우의 대답에 그제서야 방금 있었던 상황, 바닥에 테트리스처럼 꽂혀 있던 그 광경의 전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연습이라 해도 무장을 사용하시는 게 어떨까 합니다. 맨몸으로는 사고가 났을 때 크게 다칠 수도 있으니까요."
자랑을 해도 돌아오는 호응이 영 시원찮다. 바른말만 해대니 잔소리 같고. 무언갈 곰곰히 생각하는지 시선이 잠시 선우의 새 장비 쪽을 향하다, 그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괜찮으시다면, 혹시 제가 훈련에 함께해도 되겠습니까? 상대가 있다면 적응에 도움이 될 듯합니다."
그녀가 바짝 마른 목소리로 상쾌하게 웃어보이자 그들은 순간 두려움을 느끼며 뒷걸음질쳤다. 그리고 뒤이어 그녀가 자신의 부모님을 욕보이자 눈빛이 싸늘하게 식었다.
"어디한번 찾아봐."
이윽고 그들 주위에 건물과 도시가 거대한 미로로 바뀌었다. 자매는 자신의 피를 이용해 레레시아의 손아귀에서 벗어났다.
자매의 거대한 얼굴이 미로 위에 나타나더니 레시가 한것과 똑같이 윙크를 하고 말했다.
"우리 대장? 글쎄? 옛 친구랑 다시한번 싸운다고 여기 와있는 걸?" "자기가 아는 제일 정신나간 또라이여서 직접 잡으러 간대" "도와줘야하는 거 아닐까 모르겠네?" "그런데 어떻게~ 30분은 금방흘러갈텐데~ 대장도 같이 죽는 거 아니야?" "대장이 얼마나 센데? 저 멍청이 동료만 죽이고 도망치겠지"
자매는 서로를 바라보며 그녀를 조롱하듯 재잘거리며 이야기했다.
"이제 제대로 싸워볼까? 언.니.?" "어떻게 죽여줄까? 어떻게해야 그 입을 못 열게할까?"
강함? 그렇게 강하지 않다? 물론 그게 쉽지 않다는 건 안다. 그러나 네 앞에 선 남성은 지금 포기한 상태처럼 보였기에 그렇게 말할 수밖에. 너는 레이버와의 싸움에서 들었던 말을 떠올린다. 통제되지 않은 힘, 그것은 힘을 지니지 못한 이들에게는 공포일 뿐. 모든 것에 동의하고 있는 건 아니었지만 그건 사실이었다. 사실이기 때문에.
"......"
결국 넘어서는 안 될 선을 넘었음을 스스로 내뱉는 남성을 보는 네 눈은 여전히 까맣다. 그렇단 말이지.
"누군들 복수하고 싶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어째서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있을까요."
왜 너와 그는 다른 곳에 서 있는 걸까.
"과거를 잊은 존재에게 미래는 없다는 말, 아십니까?"
과거로부터 미래에 예견된 일들을 살피는 것이 삶의 기본이다. 과거에 실패했던 경험을 통해 비슷한 실패를 피하고, 성공했던 경험을 살려 유사한 성공을 도모한다. 이는 과거를 잊지 않는 존재에게만 허용되는 것인데. 너도, 그도 과거를 잊지 않는다. 그런데 어째서?
"평생을 과거에 매인 채로 살아가길 택했으면서, 그럴 수밖에 없었다느니 하는 말을 뱉는 건 그만해줬으면 좋겠군요."
복수를 하니 뭐니 말하지만 결국.
"아무것도 모른 채 잘못하는 아이조차도 야단을 맞는데, 아이도 아니면서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짓인지."
철우산을 잡은 채로, 기계 뱀의 머리를 노려 내려찍으려고 했다.
"복수심 같은 당연한 감정으로 미성숙한 감정을 포장하려고 하지 마십시오. 당신들이 하려는 건 복수 같은 게 아니야, 분풀이일 뿐이지."
그녀에게서 빠져나간 자매는 주변을 미로로 만들고 얼굴만 어떻게 드러낸 채로 재잘거렸다. 하지만 그녀는 거기에 신경도 안 썼다. 봐주지 않기로 마음 먹은 이상, 저 말들에 귀 기울여 주는 친절은 더 없다. 흐아함. 되려 입이 떡 벌어지게 하품을 하며 자매의 이런 수작 따위는 시시하다는 듯 굴었다.
"쫄아서 숨은 주제에 시끄럽기까지 하네. 응- 너희는 계속 떠들어- 폭탄이야 이 근처 잘 뒤져보면 나오겠지."
블라블라블라. 명백히 자매를 조롱하는 스탠스를 취하곤 양 손의 장갑을 벗는다. 몸을 숙여 바닥에 하얀 손을 짚자 손으로부터 다량의 붉은 독액이 쏟아지고 독액은 거미줄처럼 바닥과 벽을 타고 사방으로 뻗어나간다. 중간에 사람이 걸린다면 독액 닿은 부분부터 타들어가는 고통을 느끼겠지만. 뭐 알빠야? 독액을 가차없이 퍼뜨리며 환각이 아닌 실제의 건물과 길을 형태로나마 파악하려 한다.
"싸우려고 해도 말이지. 보여야 뭐든 하지 않겠냐고."
독액이 뻗어가는 중 이변이나 자매의 비명 같은게 들리면 그 쪽으로 독액을 집중시킨다. 가능하면 붙잡으려고도 하겠지.
이스마엘은 담담했다. 억누르고자 했으며, 잊고자 했다. 딛고 일어서야 하는 것이 있는 법이다. 이스마엘은 눈을 느릿하게 감았다.
"……살아서 돌아온다면, 기쁠 것 같지요, 아무렴 그럴 겁니다. 가장 단란하던 때로 돌아갈 수 있으리라 믿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멀쩡한 정신으로 아이가 돌아왔을 때. 아이가 달라진 어미를 보면 기뻐할 것 같습니까? 아니오, 이미 많은 피를 손에 묻힌 어미를 두려워하지 않을 리가요. 당신도 결국 피를 묻혔으면서 어찌 정상으로 돌아갈 수 있으리라 믿습니까!"
이스마엘은 말로 설득할 수 없음을 알았다. 그렇기에 쐐기 박고자 하였으니 당신만큼은 부디 자신과 같은 삶을 살지 아니하였으면 하는 바가 있었기 때문이다.
"아까 정신력이 강하다 하였지요, 아니오, 제가 정녕 그들을 인간으로 보는 것 같습니까? 어쩌면 자기만족을 위함일지도 모릅니다. 사람도 아닌 금수 새끼를 인간의 손길로 인도하듯, 어린양 인도하듯 행하며 스스로의 뒤틀린 성정을 만족하고자 하는 위선일지도 모릅니다. 그렇지만!"
고통스러운 목소리 억누르고자 했다. 그래, 그 사람들을 어떻게 인간으로 볼 수 있겠나. 단지 내색하지 않을 뿐이지.
"적어도 저는, 그 끔찍했던 과거와 행위를 용서할 수 없어도, 그 고통을 제가 죽은 뒤 그 다음 길을 걷고 미래를 살고자 하는 자에게 그대로 물려주고 싶지 않고자 하여 이렇게 살아오는 겁니다.
주변의 잔해 떠오른다. 능력에 공명하듯 눈이 서슬 퍼렇게 빛났다.
"하지만 당신과 저는 다르지요. 저는 나아갈 것이고, 막을 겁니다. 저를 막고 싶습니까? 그렇다면 오십시오. 저 또한 당신을, 나아가 이 지긋지긋한 고리를 끊고자 하니."
프리덤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자매나 엘레인처럼 용서 따위 고려하지 않고 행동을 시작한 이도 있었고 히카루나 멜로처럼 모든 것을 시도하다가 결국 포기해버린 이도 있었다. 그러나 더 많은 건 쥬데카가 말한 대로 복수의 허망함을 깨닫고 조직에서 탈퇴한 이들이니 그의 말도 맞았다.
"그들은 복수하지 않아도 살아갈 수 있으니까."
히카루의 목소리와 표정은 달라지지 않았다. 어떠한 희로애락도 없이 그저 공허한 얼굴이었다. 어쩌면 그에겐 복수만이 삶의 원동력일지도 모른다.
"과거? 과거의 역사를 보면 억압받는 자가 자유롭게 될 때는 항상 계기가 있었더군"
파괴된 기계뱀은 다시 재조립되어 새로운 기계뱀이 되었다. 그러나 툭치면 파괴될 수준으로 보였다.
"야단을 맞아야할 것은 이 도시의 비세븐스와 가디언즈들이지."
히카루는 또 다른 기계 동물들을 소환했다. 그는 쥬데카에게 놈들이 무슨 짓을 하고 있는 지는 네가 더 잘 알고 있지 않냐며 되물었다.
기계 동물들은 계속해서 튀어나오고 있었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기계 동물들을 소환할 때, 그는 항상 허리 춤에 손을 가져갔다는 것이고 동물이 파괴되고 남은 잔해들은 기계 뱀들을 제외하고 다시 조립되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가 동물을 소환하는 것 역시 한계가 있다는 소리였다.
"상관없다. 분풀이든, 복수든, 내가 할 일은 변하지 않아."
그를 설득하는 게 애초에 가능한 일이었는 지부터 의문이 들정도로 그의 사상은 뚜렷하지 않았다. 그저 살아가기 위한 원동력으로 복수를, 분풀이를 선택한 이 다웠다.
/기계곰과 기계 맷돼지 소환, 기계뱀 공격100 HP1 기계곰 공격400 HP 400 기계맷돼지 공격500 HP 200
기계 동물들은 공격력이 제일 높은 한마리만 공격할 수 있어요. 즉 여기서는 기계맷돼지가 공격을 하는 것이고 500피해만 막거나 피하면 돼요.
495Patima Maria Casillas García 4(침입자)
(g9X7YaKtnk)
2022-11-13 (내일 월요일) 15:24:23
파티마는 꿈을 꾸고 있었다. 어느 날 갑자기 세븐스가 사라져 모두에게 인정과 사랑을 받는 꿈이었다. 그곳에서 파티마는 저택에 머물며 언니 프란시스카와 자유롭게 저택 밖을 나가 즐거운 시간을 보낸 뒤 사진관에서 사진을 찍었다. 아무도 자신을 두려워하지 않고 업신여기지 않았다. 행복한 꿈을 꾸던 파티마는 밖에서 들리는 작은 노크 소리에 눈을 떴다. 이 모든 것이 꿈이었다는 사실에 그녀는 허탈함을 느끼며 작은 소리에 깨어질 꿈이었다면 아예 꾸지 않는게 나을 뻔했다고 생각했다.
파티마는 자신을 부르는 프란시스카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베개 밑으로 머리를 집어넣어 소리를 차단하고는 다시 잠을 청하려고 했다. 하지만 오늘 프란시스카는 단단히 준비를 하고 동생을 만나러 온 길이었다. 오두막의 현관문이 열리자, 파티마는 더 이상 언니를 외면할 수 없었다.
"휴... 오두막 열쇠까지 챙겨오길 잘했네. 불도 안 켜고 있었니? 아얏, 발 밑에 이건 또 뭐야?"
천사같이 선한 마음을 지녔으나 호구처럼 당하고 살지만은 않는 여장부였던 프란시스카는 자신이 이 곳에 왔음을 들키지 않기 위해 커텐을 치고 그 위로 담요를 겹쳐 달은 뒤 촛불을 켰다. 파티마는 언니의 등장이 여전히 떨떠름했는지 조금은 퉁명스럽게 말했다.
"왜 왔어? 여기 있는 거 알면 아버지가 가만 두지 않을텐데." "괜찮아. 최근에 아버지가 할아버지 몰래 과수원 땅 팔아치운거 나한테 걸렸거든. 또 주식에 손 댔다가 반토막 났나 봐. 당분간은 입막음 하느라 나한테 쩔쩔맬걸? 만약 할아버지한테 들킨다면... 곱게 넘어가지는 않겠지."
오랜만에 재회한 자매였음에도 둘의 대화는 어색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이어져나갔다. 그들은 서로의 근황을 주고 받았는데, 파티마야 프란시스카가 방문하기 몇 주 전부터 오두막 안에 틀어박혀 있었으니 딱히 할 이야기가 없었고, 프란시스카는 자신의 근황을 말하던 중 최근 들어 파티마가 오두막 밖으로 오랫동안 나오지 않아 크게 걱정했다며 고민이라도 있는지 물었다. 파티마는 정곡을 찔렸는지 머뭇거리며 크게 갈등하다가 결국 곧이 곧대로 털어놓았다.
"언니, 나는 저주 받은 존재같아. 아니, 나와 같은 사람들이 현대에 창조 되어진 악마같아. 난 왜 세븐스로 태어났을까? 세븐스는 왜 존재하는걸까? 왜 하느님은 세븐스를 창조했을까? 그리고 어째서 우릴 구해주지 않는걸까?"
파티마는 그간 있던 일, 그러니까 신에게 분노해 십자가를 부수고 성경을 찢어버린 일까지 전부 말했다. 그 말에 프란시스카는 방금 자신이 밟은 것이 십자가의 파편이었음을 짐작했다. 프란시스카는 동생이 늘어놓는 말들을 묵묵히 듣고는 파티마의 손을 어루만졌다.
"파티마, 너와 나는 전혀 다른 생각을 하고 있구나. 너는 저주 받지 않았어. 물른 세븐스도 저주 받지 않았고. 만일 너희에게 저주가 내려졌다면 그건 신이 아니라 인간이 내린거야. 파티마, 신의 저주와 인간의 저주가 다른 점이 뭔지 아니? 신의 저주는 절대적인 힘을 가졌지만 인간의 저주는 그저 악담이라는거야. 영원하지 않고 언젠가 잊혀질 악담 말이야. 그리고 가장 큰 차이점은 오랜 시간이 걸릴지도 모르지만 결국 극복할 수 있다는 점이지."
그 말을 들은 순간, 파티마의 머릿속으로 큰 벼락이 떨어진듯 강렬한 섬광이 스쳐지나갔다. 오두막에 틀어박혀있던 동안, 스스로를 저주 받은 존재라고 여기며 세븐스는 신에게 버림받은 종족이라고 생각했던 파티마에게 프란시스카의 말은 일종의 구원처럼 느껴졌다. 내게, 아니 나를 비롯한 동족들에게 내려진 저주가 그저 인간의 악담에 불과하다면, 그것을 극복할 수 있다면... 파티마의 눈에 난생 처음으로 희망이 비춰졌다. 그러나 그녀는 비능력자인 프란시스카가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는지 의문이 들어 영문 모를 목소리로 물었다.
"언니는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어? 언니는 두렵지 않아? 내가, 아니... 세븐스들이?"
프란시스카는 픽 웃으며 파티마의 뺨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파티마, 넌 누가 뭐래도 내 소중한 동생이야. 난 널 처음 보는 순간부터 사랑에 빠졌거든. 사람들 말을 믿을 수가 있어야지. 저 갓난아기를 보며 사람을 해칠 괴물이니 뭐니... 상식적으로 말 못하는 갓난아기보다 다 큰 어른이 더 무섭지 않니?" ...그리고 납득이 안됐을 뿐이야. 쪽수가 적으면 괴롭히고 보고, 남을 증오하지 않으면 안심하고 살 수 없는 인간들이. 그래서 난 너희가 두렵지 않아."
이 말에 프란시스카가 그동안 살아오면서 겪은 풍파가 느껴졌는지 파티마는 숙연한 얼굴을 하며 언니의 손으로 자신의 손을 겹쳐쥐었다. 그런 프란시스카는 동생의 이마에 입을 살짝 맞추는 것으로 답했다. 친애의 입맞춤에 파티마가 얼굴을 붉히며 언니의 입술이 닿은 이마에 손을 올리자, 프란시스카는 결연한 얼굴로 파티마에게 충고하듯 말했다.
"파티마, 절대적인 힘을 가진 존재에게 의지하는건 나쁜게 아니지만, 그 존재에게 의존하기만 해선 안돼. 나를 구원할 수 있는건, 오직 나 자신이라는걸 알아야해. 도움을 받더라도 그 사람한테 기대기만 해선 안돼. 네 삶의 주인은 너니까."
촛불의 빛에 어렴풋이 보이는 언니의 결연한 눈빛에 결코 가벼운 말이 아님을 깨달은 파티마는 그녀의 충고를 되새기며 고개를 끄덕였다. 특히 마지막의 '네 삶의 주인 너'라는 말이 인상깊게 다가왔는지 한참을 그 말만 속으로 되뇌였다. 파티마는 지금껏 왜 자신이 이곳에 갇혀 있어야하는지, 왜 미움 받아야하는지는 고민해봤어도 자신의 삶에 대해 생각해본적은 없었다. 그저 밖에 나가서 남들처럼 사랑 받고 싶다고 생각했을뿐 장래에 무엇이 되고싶은지, 무엇을 배우고 싶은지 등등은 생각해보지 않았다. 파티마는 혼자 남았을때 오두막 밖의 삶을 상상하고 계획해보기로 마음 먹었다.
// 전에 쓴건 문장들이 과격해서 다시 써왔습니다! 아무튼 아마데 독백! 과거가 너무 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