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를 바라보며 어떻게 할지 눈빛교환을 하는 모습을 보니, 괜히 라라시아 생각이 난다. 라라도 바라는게 있거나 알아주길 바라면 꼭 저렇게 쳐다보는데. 어떤 의미로는 그녀에게 힘든 상대들이었다. 전투를 해야 할 상황이 온다면 말이다.
"저런. 예쁜 아가씨가 그렇게 성내면 못 써- 이쁜 얼굴 구겨지잖아?"
긴 머리를 한 쪽이 짜증을 내길래 그녀는 되려 뻔뻔히 웃으며 받아쳤다. 뒤로 물러서자 재차 다가오는 자매를 보며 또 뒤로 몇걸음 걷는다. 자매는 참 열심히도 그녀를 내보내려 하고 있었다. 붕어빵 줬으니까 부탁 한 번만 들어달라는 둥, 안 그러면 대장인지 팀장인지 한테 혼난다는 둥. 말을 들을수록, 대화를 할 수록 자꾸만 다른 생각이 든다. 아. 이러면 안 되는데.
신분증을 보여달라는 요구에 자매는 당당히 꺼내서 보여주었다. 위조의 흔적 따윈 없는 완벽한 신분증에는 서윤과 하윤이라는 이름이 박혀 있었다. 자매의 신분증을 번가아 본 그녀는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끄덕 했다.
"음- 진짜인가보네. 그러면 그건 알아? 조금 있으면 이 근처에서 엄청난 폭탄이 터질 거라던데."
아무렇지 않게 말을 하며 붕어빵을 꺼내먹는다. 어라. 마지막이었네. 기세 좋게 마지막 붕어빵을 먹어치우고 빈 봉투를 구겨 근처 쓰레기통에 던져넣는다.
짧은 시간 안에 실마리를 잡으려면 다소의 운과 시간이 따라줘야 하겠지만, 초조한 티를 내서는 안 된다. 차에서 내린 그의 차림은 평소에 비한다면 개벽이라 해도 좋을 정도로 가벼웠다. 정장류의 옷을 벗어던지고 몇 없는 청바지에 가벼운 점퍼 차림, 머리카락은 느슨하게 묶어 목이 드러나는 것을 옷깃으로 가렸다. 정처는 없지만 내린 즉시 목적지가 있기라도 한 양 그는 머뭇거림 없이 걸었다. 주머니에 손을 꽂아넣고 시선은 조금쯤 아래쪽을 향한다. 의도적으로 연신 주변을 힐끗거리지만 크게 눈에 띄는 정도는 아닐 테다. 지금은 꽤 오래라고 해도 좋을 옛적에는 그에게도 이렇게 지냈을 시절이 있었으니까. 세븐스로서 행인들과 불필요한 마찰을 만들지 않도록 사리는 행동으로 보일 것이다.
알고 있는가, 라는 질문에 그렇다. 라고 대답할 수는 없었다. 꼭 그렇지 않더라도 벌써 네 목적이 어느정도인지는 까발려졌겠지. 이미 자신에게 해코지하려고 했던 중년 남성을 네 앞에 선 상대로부터 지키려고 움직였으니까. 아마 그의 목적과는 정 반대되는 행동이었겠지. 그랬기에 다음에 들려온 목소리에는 어느 정도 확신이 담겨있는 것 같았다.
"이게, 당신들이 원하는 자유입니까?"
이번에도 너는 직접적으로 그렇다 아니다, 너는 그러하냐, 아니하냐를 묻는 대신 우회적으로 묻는다. 대답을 듣기 전에 발사된 총탄이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들렸다. 곧 닿는다. 그렇게 찰나의 시간, 총탄이 철우산에 닿는 소리가 들리는 것과 거의 동시에 우산을 살짝 비틀어 총탄을 튕겨낸 너는 철우산을 쥔 손을 놓음과 동시에 품 속에서 권총을 꺼내들었다. 최대한 빨리, 권총은 속도가 생명이라는 말을 떠올리며 바로 가늠쇠에 상대가 걸리자마자 방아쇠를 당기기 위해 검지손가락이 움직였다.
레이먼드가 '공구'가 들어있는 가방을 내려놓고 지퍼를 열고 안에 들어있는 부품들을 결합하고 돌격 소총을 만들어내자 백발의 남자의 표정이 질려버렸다. 그리고 자신이 속았다는 사실에 이를 꽉 깨물었다. 어느새 레이먼드는 플레이트 캐리어까지 상의 위에 입고선 남자를 향해 소총을 겨눴다.
"하..하하..너무하네요...난 진심이었는 데..."
백발의 남자는 허탈한듯 자리에 앉아 웃었다. 그리고 레이먼드가 들고 있는 돌격소총의 소염구를 잡고 자신의 이마에 대었다.
"쏴."
남자는 레이먼드를 매섭게 노려보았다. 방아쇠를 당기거나 다른 방식으로 공격을 하는 순간 전투가 시작될 것이다.
자매의 반응을 지켜본 그녀는 정말 어쩔 수 없나- 하듯 한숨을 푹 내쉬었다. 정말 하기 싫은데. 그래도 자매의 반응을 보면 시간이 그렇게 넉넉한 건 아닌게 확실해 보이니. 정말, 정말 어쩔 수가 없구나.
"그래 그래. 대피시켰겠지. 세븐스들만, 말이야. 그렇지?"
그렇게 말한 그녀는 연신 밀어내려고 하는 서윤과 하윤의 팔을 양 손으로 살며시 잡으려고 했다. 위협이 아니라 멈추라는 의미로 말이다. 방금 신분증에 있던 나이와는 맞지 않는 행동이 조금 눈에 밟혔을 지도 모르겠다. 그녀는 팔을 잠시 잡고 있다가 손을 내려 자매의 손을 각각 잡아주려 하며 말했다.
"미안해. 사실 동생을 만나러 온게 아니라 너희를 만나러 왔어. 그리고 너희 계획도 막을 거야. 나는 세븐스만이 아니라 비세븐스도 함께 사는 세상이 되었으면 하거든."
그녀는 그저 담담하게 얘기한다. 미안한 기색이 담긴 미소를 띄고서 차분하게.
"들어줄 지는 모르겠지만, 부디 얌전히 폭탄의 위치를 알려주면 안 될까? 여기엔 없지만 나도 동생이 있는 언니라. 너희하곤 그닥 싸우고 싶지 않아. 부탁할게."
오히려 네가 속한 에델바이스가 진정한 자유를 선사할 거라는 말은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렇담 도대체 왜 이런 일을? 단순히 위에서 명령했기 때문에?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아무 이유 없이 이런 일에 동의하고 행동할 리는 없지 않은가 싶었다. 당최 알 수가 없군. 네가 쏜 총탄은 꽤 정교하게 노린 것처럼 그의 얼굴 쪽으로 날아들었지만 방탄처리된 고글을 삐뚤게 만드는 걸로 그쳤다. 그래도 어느정도 위협은 된 모양인지 남성이 집어덤진 캡슐로부터 등장한 기계 곰의 모습에 너는 살짝 미간을 찌푸린다. 세븐스인가? 아까 벌레를 통해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도 그렇고. 혹시 그 벌레 역시 기계였나?
"시간을 끌자는 겁니까? 아마 여기에 폭탄이 매설된 모양인데... 그때까지 제 발을 묶어두는 게 목적입니까?"
그런 질문을 던지며 너는 다시금 권총을 조준해 기계 곰의 관절부를 노려 방아쇠를 당겼다. 방해된다.
시간이 점점 흘러가지만 눈에 띄는 특이점은 보이지 않는다. 이대로 탐색을 계속할지, 위험을 조금 감수하고 더 적극적으로 찾아다닐지 고민하려던 찰나, 드디어 사건이라고 할 만한 상황이 벌어지게 되었다. 아직까지는 단순하게 이유 없이 걸려온 시비 같아 보이더라도 한시가 급한 상황에는 무엇이라도 건져내야만 한다.
보통 세븐스 기준에서 저 정도 말은 모욕 축에 끼지도 못하겠지만 대화를 이어가야 할 필요가 있겠다. 자신의 원래 성격대로였다면 죄송하다 하고 자리를 뜰 테니, 반대로 하면 아마 지독하게 엮일 수 있지 않을까? 그는 과도하게 깊이 생각한 나머지 180도로 돌아버리고 말았다……. 그는 속으로 깊이 심호흡을 한 후 한숨처럼 한 마디 툭 뱉었다.
"미** 시비 걸고 지*이야……."
눈을 가늘게 뜨고는 한쪽 눈썹 들어올린다. 사실 표정 연기까지는 자신이 없었지만, 이런 때에는 타고난 인상에 감사하게 된다. 츠쿠시는 몸 돌려 여자에게로 걸어갔다. 상대의 앞에 서 비딱하게 고개를 기울이는 태도가 일견 거만하게 보일 듯싶다. 사람이 급하면 안 하던 짓을 해도 어떻게든 굴러가는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