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락적, 이라는 말에, 빈센트는 토고가 자신을 생각보다도 더 인간 쓰레기로 보고 있었음을 깨닫는다. 아니, 이미 이전부터 인간 이하의 무언가로 보았겠지만, 이 정도면 살인죄 성립할 일만 없다면 당장 총을 꺼내서 이마에 구멍을 내려 들어도 이상할 게 없을 것 같다. 뭐, 어찌됐든 빈센트는 아슬아슬하게 이 세계의 '법'으로 보호받는 존재였고, UHN 상층부가 빈센트를 죽인 헌터에게 '살인죄'를 적용할 정도의 작은 존중은 하고 있었다. 너무 당연하고 너무 작은 존중이라 다들 있는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그러니 빈센트는 고개를 저으며 말을 잇는다.
"윤리적으로 중요하죠. 인간의 역사는 다양한 면을 가지고 있고... 그 면들 중 하나는, 인간이 '인간'이 되기 위한 지난한 투쟁의 역사였으니까요. 그렇지 않습니까? 게이트가 열린 끔찍한 상황에서도, 지킬 수 있는 윤리는 그것이 아무리 방해가 되더라도 지키려 했고, 북한이라는 의념시대 이전 최악의 장소에서 탄생한 인물이, 역설적으로 우리에게 최소한의 윤리는 지키고 살 방향을 마련했죠. 아직 부족한 점이 많지만... 뭐, 차차 개선될 겁니다."
빈센트는 그렇게 말한다. 뭐, 그렇다. 빈센트도 알고는 있었다. 그리고 그렇기에, 빈센트가 어딜 가서도 그렇게 환영받을 존재가 아니고, 만약 환영받는 곳이 있다면... 정말로 끔찍한 지옥일 게 뻔하다는 것 역시 잘 알았다. 빈센트는 소중한 생명도 그렇게 생각하느냐는 말에 고개를 끄덕인다.
"소중한 사람? 소중한 사람이라, 그렇다면 이야기가 달라질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전 자신의 분명한 의지로 누군가를 죽이고 팔아먹는 데 동참한 이들 외에 다른 이를 고통스럽게 죽여본 적은 없어서 잘 모르겠군요."
대답했지만, 아직 이야기는 안 끝났다. 답할 이야기가 남아있었다.
"그리고... 어울리지 않는다... 잘 압니다. 제가 특별반에 잘 어울리지 않는다는 걸요. 아뇨. 정확히는..."
빈센트는 그렇게 말하면서 책상에 걸터앉는다. 그리고 선문답을 내놓는다.
"이 세상의 사람들과 제가 어울리지 않는 거겠죠. 그런데 그거 아십니까? 그런 이들의 말로가 뭔지 아십니까? 다 죽었어요. 자기 성질 못 이겨서 총을 물고 방아쇠를 당기건, 아니면 누군가를 죽이다가 선을 넘어서 벌집이 되건. 하지만 전 살아있죠? 왜일까요? 간단합니다. 이 세상은 저까지 붙잡고 괴롭히기에는 여유가 없어요. 다들 일부러 생각하려 들지 않지만, 이 질문을 하면 대부분 답을 못 하거든요. 당신은 하고많은 미친놈들 중에 하필 범죄자를 골라서 죽이는 미친놈을 체포해서, 그 미친놈이 제 할 일 하게 내버려뒀으면 예방할 수 있었을 수천명의 죽음에 유의미한 가능성을 부여하겠습니까?"
그리고, 자기변호는 끝을 맺는다.
"물론... 토고 씨처럼 올곧은 이상을 가진 분이라면 그런 답을 제시하겠죠. 그건 치안 인력과, 적절한 자격과 집행 영장을 취득한 헌터와 가디언이 할 일이라고.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세상에 헌터가 5억 명 정도 되었다면, 게이트 너머의 위협이 전부 사라졌다면, 범죄 조직들이 자기들끼리 싸우다 전멸하고 세상에는 해봤자 논두렁 조폭 친구들만 남았다면? 제가 불태우는 범죄자는 다른 사람이 아니라 제가 됐겠죠."
특별반의 설립 목적, 빈센트는 잘 알았다. 헨리 파웰...
"헨리 파웰. 네. 항상 무시하려 하지만 그런 생각이 들어요. 만약 이 특별반에서 헨리 파웰이 나온다면, 그건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일 것이라고. 그리고... 이야기하다 보니, 다른 건 몰라도 마음가짐만큼은 토고 씨가 가능성이 높다는 생각도 드는군요." //13
"니는 말했제. 강자랑 싸우는게 아주 끝내준다고." "저번에 말했제? 범죄자 한 명이 저지를 죄를 생각하면 죽이는게 낫다고. 적절한 조치를 기다리다 금마가 더 큰 일을 저지르면 어떻게 하냐고." "그러면서 니가 하는 말들은... 자기 변호 아이가? 살인과 폭력, 상대방의 처절함과 절망, 생사가 오가는 고조되는 감정을 느끼는 자신에 대한 변호 아이가?"
토고는 웃기다는 듯 말을 꺼냈다.
"그게 오락적으로 중요하다는게 아니면 뭔데? 말해봐라. 아님 니 그거가? 다크나이튼가 뭔가 하는 금마가? 금마는 적어도 지가 하는 일에 대한 책임을 알고 있다. 그 업을 알고 있는데.. 내는... 니 볼때 그런 업은 전혀 모른다고 본다."
토고는 자신의 생각과 그에 대한 이유를 말했다.
"니는 기본적인 개념과 이론은 잘 말해도 그걸 이해하는 건 못하는 것 같다. 천성이 그런기가? 아님 이해를 못하는기가?"
토고는 어릴 때 딱 한 번 스승님이 피워대던 곰방대가 궁금하여 훔쳐본 적이 있었다. 그리고 담배를 따악 한 번 피워봤다. 그땐 이런걸 뭐하러 피냐 하며 거부했지만 지금은 그게 땡겼다. 이럴때 피는 거구나. 토고는 깨달았다. 인생의 진리를.
"가치. 넌 가치에 대해 알고 있냐? 법이 왜 있는지 의문을 표해본적은? 이야기를 들은적은? 윤리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면서 그 윤리가 어째서 존재하는지, 생명이 중요하다면서 생명을 지키기 위한 법이 왜 존재하는지 너는 이해한 적 있냐?" "공부를 암만해도 너는 그 법을 빠져나갈 방법을 생각하고 있었지. 그 법을 왜 지켜야 하는지 생각해본 적은 있냐?" "많고 많은 미친놈들 중에 범죄자를 골라 죽이는 미친놈을 체포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그새X가 법을 어겨서."
후우... 토고는 한숨을 내뱉는다. 온 몸에 기운이 빨려나간다. 그저 눈 앞의 상대에게 세상은 지가 생각하는 것 만큼 만만하지 않다는 것을 말해주고 싶었다.
"니 토사구팽이란 말 아나?" "토끼 토, 죽을 사, 개 구, 삶을 팽. 토끼가 죽으면 개를 삶는다. 한마디로 이용 가치 떨어지면 삶아 먹는다는 뜻이다. 지금 특별반이 어떤 상태인지 알지?" "그럼 니가 하려는 행동이 어떤 영향을 끼칠지도 알지? 지금까지 그놈들이 니가 가진 사상, 니가 하는 행동, 그런 것에 아무 말 안 한 것은... 니가 아직 쓸모 있어서다." "만약 특별반이란 존재가 헨리 파웰은 커녕 프리 핸드 같은 놈들만 양성하고 있다고 평가되면... 다 날아간다. 빽 없는 니놈은 당근 1순위인거 알지?"
토고는 낄낄 웃는다. 스승님에게 어깨 넘어로 배운 사투리도 다 잊어버리고 헬멧에 가려진 얼굴은 여전히 웃긴 것을 본 것마냥 웃음을 지으며
"니가 하는 행동에 변호만 하지 말고 책임 질 준비나 해라. 헨리 파웰이고 뭐고 내는 니가 무슨 일 터트리면 변호는 아무것도 못 해준다. 내는 내 목숨이 젤 중요해서 니 쳐내고 내 살수있음 당근 그럴거니까."
Tmi. 하이젠피우스 기사단의 기사단장이 노인인 이유는 하이젠피우스 기사단의 전통이 '기사단의 모든 기술을 배운 자만이 기사단장에 오를 수 있다'였기 때문. 즉 한 번 뒤집어진 기사단을 복구하기 위해 노력한 인물이고, 현재까지도 모든 기술을 배운 자가 없어 기사단을 지키고 있다.
>>512 토고가 생각하기에 빈센트는 너무 결과론적인 말만 하고 있어서... 거기다 특히.. 토고는 약자였는걸.. 어릴때부터 길거리 고아로 이채준파파에게 거둬지기 전까진 하루 먹고 사는게 겨우였으니까. (진짜 말 그대로 그 날 안 죽으면 다행인느낌) 그런 약자인만큼 자기 목숨이 소중하고 어제 봤던 이가 오늘 죽어있는 광경을 꽤나 봤을테니 기왕이면 목숨은 소중하게 하는게 낫지... 하고 생각하고 있는데.. 약간... 약간... 빈센트랑 핀토가 어긋난게 이번에 제대로 금이 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