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고는 오늘도 뚠뚠 교실을 뚠뚠.. 가려는 순간 뭔가 제 3의 직감이라 해야 하나 그것이 경종을 울리는 것을 느꼈다. 보통 이런 직감은 경험에 의거한 본능적인 판단이거나 혹은 오컬트적인 무언가거나 둘 중 하나이기에 토고는 안전한 길을 택했다. 창을 통해 슬쩍 보는 것을.
특별반 교실 문 앞에서 창을 통해 내부를 바라본 토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저번 카페에선 미친듯이 법을 공부하고 있었고 이번에는 또 이상한 공식을 쓰고 있었고 점마는 제대로 정신 나갔나 하고 생각할 수 밖에 없었다. 가능하면 엮이고 싶지 않았다. 그야 토고가 알아본 바로는 여러가지로 소문이 안 좋았으니까.
여기서 토고는 큰 고민에 빠졌다. 그래도 특별반이니 어느 정도 이야기를 해둬야 하는 것인가.. 아니면 니는 니고 내는 내다 하고 무시해야 하는 것인가.. 후우... 그랴... 내 아님 또 누가 이런 오지랖을 부릴꼬... 설렁설렁 다니는 아 한명은 있어야 딱딱한 것도 쪼매 물러지지 않겠나..
토고는 교실 문을 열었다.
"에휴.." "니.... 아, 됐다. 질문해봐야 원하는 답은 오지도 않을 것 같고... 요새 어떻게 지내는데?"
빈센트는 토고를 본다. 아마 특별반에서 빈센트를 가장 싫어하는(적어도, 외면으로는) 사람을 고르라면 토고일 것이고, 빈센트도 누군가를 특히 싫어하는 습관은 없었지만, 자기를 싫어하는 사람에게 큰 호감이나 친애를 보일 필요는 못 느꼈다. 그렇기에 토고를 흘끔 본 빈센트는, 다시 공식과 데이터를 적는데 열중했다. 요새 어떻게 지내냐고?
뭐, 그 정도야 대답할 수 있다.
"요즘 게이트가 자꾸 발견되고 있길래, 게이트가 있는 위치의 좌표와 의념 데이터를 수집해서 어떤 패턴이 있나 알아보려고 하는 중입니다."
그가 하는 무미건조한 말에 토고는 그를 바라보지도, 그가 적고 있는 칠판에 눈길조차 주지 않고 멍하니 칩을 조작하며 건성으로 대답한다. 요새 라는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저번보다 나아 보이니 그런 생각을 애써 지워버렸다. 그러나 할 말이 이렇게나 금방 떨어지다니. 특별 수련장에 게이트가 생기든 말든 토고는 그런 건 별로 관심 없는 사람이었다. 게이트가 생겼을때 그 게이트를 누구보다도 빨리 조사해야 하는 것이 학교측이니까. 학교측에서 방치한다면? 괜찮다는 거겠지. 그나저나 점마는 저런 걸 알아내서 뭘 하려는교... 물어봐야 소용없겠지. 쯧.
"그냥... 끔찍했습니다. 비는 오지 ,상대는 미친듯이 강하지, 그런데 준비는 잘 안 됐지."
그게 전부였다. 빈센트는 살면서 어떤 마도사가 땅을 움직였다, 산을 깎았다, 그런 얘기는 많이 들었지만 그걸 실제로 보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비가 너무 많이 내려서 지반이 물렁해졌다는 것을 고려해도, 산사태를 일으키고 그걸 통제할 수 있는 괴물은... 그리고 그 괴물을 어떻게든 때려눕히고 나온 빈센트와 유하 둘도 대체 무슨 강력함을 안고 있는 것일지 알 수 없었다.
토고는 가만히 이야기를 들었다. 그와 유하. 둘 다 마도사다. 전위는 없는 건가? 상대는 미친듯이 강했다는데? 준비도 안 됐다는데? 토고가 생각할수록 무모하다는 생각밖에 안 들었다. 아이템도 준비 안 한 건가... 조사는? 상대가 강하다면 도망은? 이런 생각 해봐야 아무런 이득도 없지. 쯧. 토고는 숨을 내뱉었다. 인생 참 팍팍하다... 불을 쓰는 놈들은 죄다 그러는 건가?
"그렇냐."
토고는 이번에도 건성으로 대답한다. 그러다가 "그래도 용케 돌아왔네. 담부턴 준비하고 가라." 하고 딱 할 말만 했다. 그리고 그가 한 말은 조금 토고의 신경을 거슬리게 했지만, 토고는 참아내고 허탈하게 웃으며 역으로 되물었다.
"내? 내는 괜찮지. 근디, 잘 지냈냐는 질문 받아야 할 건 니 아니가? 얼마 전만해도 법에 대해 음청 공부하데. 목적은 달성했나? 크크... 합법적으로 악당 잡기?"
오늘 진입한 게이트인데 거기서 대화...만 하지 않았어? 그런데 상대방과 싸워서 이겨서 돌아왔다. 라고 하면.. 음.. 음... 뭔가... 나중에 빈센트나 유하한테 무슨 일 생겨서 크게 다친 상태로 귀환했으면 어떻게 대해야 하나... 하는 그런... 생각이 들어서....
생각해보니 최근에는 재미란 걸 전혀 못 느꼈다. 범죄자를 죽이기는커녕 잡아서 조지지도 못했고, 베로니카는 빈센트를 조질 수는 없었던 UHN이 잡아갔고... 재미, 아니면 다른 말로 정서적으로 위로가 될 만한 일이 없었다. 하지만 그 일은 정말로 재밌었다. 거의 죽을 뻔한 일격, 그 사이에서 피어난 반격의 기회, 그리고...
빈센트는 합법적으로 악당 잡기라는 말에 고개를 저었다. 그건 잘 안 됐다. 결국 빈센트가 원하던 것은 못 이뤘으니까. 하지만 됐다. 그건 어차피 못 이룰 꿈이었다.
"아뇨. 잘 안 됐습니다. 오히려 그래서 다행일지도 모르죠. 더 강한 이를 죽여도 모자랄 판에, 약골들 어떻게 해야 안전하게 고문할까나 생각하다니. 그 때는 제가 생각해도 좀 많이 한심한 인간이었습니다."
빈센트는 토고에게 묻는다.
"토고 씨도, 자기보다 강하거나, 아니면 최소한 동급 이상이라 할 수 있는 적을 상대할 때가 재밌지 않습니까?" //7
>>424 그러면 이렇게 하자. 어쨌든 빈센트는 지금 게이트에 대해 연구중이지? 의념 패턴인가? 그러면 빈센트는 그걸 연구하기 위해 게이트에 조사차 간거야. 유하를 데리고 갔든 말든 이 부분은 빈센트주가 알아서 메꿔줘. 그래서 들어간 게이트에서 상대가 너무 강해 일단 도망쳤다. 라는 걸로 한거야. 상대가 봐줘서 도망쳤다. 이런 느낌이면 큰 상처도 없을거고 게이트에 갔다가 왔다. 라는 것도 성립돼. 일상적인 부분에서 말이야. 괜찮을까?
토고가 하는 말에서도 유하에 대한 언급은 없었꼬 행동도 자연스러웠어. 말도. 그러니 빈센트주가 나중에 유하랑 게이트 일상을 한다면 이대로 가되, 도망쳤다. 고 하면 되고 그건 좀 아닌 것 같다. 하면 유하가 들어간 부분을 제외하고 빈센트 혼자서 게이트 들어갔다가 상대가 봐줘서 상처 없이 도망나와서 분석하고 있었다. 라는게 성립되니 이렇게 가는 건 어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