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 보름달이 뜨고 별이 반짝이고 있는 늦은 밤 시간. 어둠에 묻힐 정도로 검은 옷을 입고 있는 긴 붉은 머리 여성이 달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오른손에 끼고 있는 렌즈가 달려있는 장치를 손으로 쓸어내릴때마다 렌즈의 색깔이 변했다. 그 렌즈를 가만히 바라보던 여성은 조용히 숨을 내뱉었다.
"...붉은 저항의 에델바이스."
U.P.G 본부 앞에서의 활약으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이름을 떨친 그 레지스탕스의 이름을 입에 담고 있던 여성의 눈빛이 날카롭고 차갑게 변했다. 누가 봐도 상당히 적대적으로 생각하거나 정말로 싫어한다는 것을 알 수 있을 정도로 그 여성의 날카로운 눈빛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았다. 밤공기를 품은 차가운 바람이 그녀의 머리카락을 한 번 스쳐지나갈 때 쯤, 그녀는 다시 입을 열었다.
"...희망의 상징인가. 쓸데없는 짓거리를. ...그렇다면 슬슬 그 싹을 잘라버릴 때가 되었어."
바로 앞에 있는 꽃 한송이를 발로 짓밟으며 그녀는 고개를 아래로 내렸다. 그 아래에는 산속에 숨겨져있는 작은 마을이 있었다. 그렇게 크진 않지만 그럭저럭 사람들이, 정확히는 세븐스와 비능력자들이 모여서 살고 있는 마을이었다. 그 마을을 높은 언덕 위에서 가만히 바라보고 있던 그녀는 숨을 작게 죽였다.
"...그러기 위해서는..."
하늘 위의 보름달이 구름으로 가려지며 자연히 여성의 얼굴이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이내 씨익 웃는 그 모습이 너무나 차갑고 날카로웠다. 이내 그녀는 어둠 속으로 완전히 몸을 감춰버렸다. 마치 처음부터 거기에는 아무도 없었던 것처럼. 조용히. 조용히.
-아. 리버. 오늘도 고생이 많구나. 이거 가져가렴. 내일 아침에 먹으라고 이 아줌마가 서비스로 주는 크로켓이야. -고마워요! 아주머니!!
어둠이 천천히 깔리고 있는 마을은 오늘도 평화로웠다.
/퇴근하고 Pre-story를 올리고 갱신이에요! 그리고 바로 저녁을 먹고 돌아올게요! 다들 맛저하세요!
슬럼은 이따금 네온사인이 합선을 일으키는 소리, 공기 여과기가 고장 나 달그락대는 소리, 두 사람의 발소리를 제외하면 쥐 죽은 듯 조용했다. 인기척은 없었으나 곧 있으면 이곳의 갱이 활동을 시작할지도 모른다. 이스마엘은 경계를 늦추지 않으면서도, 제법 자연스러운 태도를 취했다.
입을 열어 이곳의 이전 관리자에 대한 이야기를 꺼낼 때도 그랬다. 발걸음을 내딛다가도 잠시 곁눈질로 당신 쪽을 확인하거나 어둡고 비좁은 골목 쪽으로 잠깐 고개를 돌려보는 등, 안전을 신경 쓰는 듯한 행동을 보였다. 당신과 이스마엘은 세븐스였기에. 이곳의 치안이 어떤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행동이었다. 문득 당신이 길을 잃을까 생각이 들었던 것인지 발걸음이 한 템포 느려진다.
"전반적으로 어울리는 것을 싫어했기 때문에 이곳을 택했다고는 하지만.. 이곳의 질서가 풀려버리면 걷잡을 수 없는 혼란이 생긴다는 점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었습니다."
슬럼에서 살아가는 사람은 나갈 수 없는 이유가 있기 때문에 남아있는 경우도 많다. 그런 사람들을 차라리 지역에 묶어놓고 관리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을 텐데도. 이스마엘은 한때의 말을 기억했다. 아무리 가치 없는 사람들이 모였다고 해도 그 삶을 유지하도록 하는 게 가디언즈의 임무니까. 그는 임무를 제법 잘 수행했던 모양이다. 지금도 그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있기 때문이다. 널려있지 않은 시체, 당장 달려들지 못하고 골목에서 기회만 노리다 도망치는 사람의 발소리, 빤히 쳐다보다 숨어버리는 부랑자……. 이스마엘은 좁고 어두운 골목으로 들어서기 전, 당신에게 손을 뻗었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직접, 말입니까."
순간 입을 다물었다. 한결 유순하던 시선에 짙은 감정이 스미다 가라앉았다. 손목을 긁어내던 당시 보였던 처절함이 어두운 골목 속에 가려져 사라졌다. 쓰라린 미소를 뒤로 시선을 앞으로 던져버렸다. 발걸음은 어두운 샛길 깊숙한 곳으로 향하고 있었다.
"……제 인생이 뒤바뀐 순간이 있노라 했지요. 여기까지만 얘기하도록 할까요."
이스마엘은 대답을 피하며 천천히 입술 속의 살을 짓씹었다. 직접 만난 적이야 당연히 있다. 있었나? 카시노프가 만든 가짜 아니었나? 여기가 어디였지? 순간 머리가 아찔했다. 아직은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던 탓이다. 온전히 받아들이기엔 아직 제정신이 채 못 돌아온 탓이요, 지금 당장의 목표가 중요한 탓이다. 어둠에서 형형하게 빛나는 눈빛이 잠시 일렁였다. 이스마엘이 입을 꾹 다물다 건조하게 뱉었다. 골목 끝으로 출입금지 표지판과 철장, 그리고 그 너머로 만들다 중단된 듯한 도시의 전경이 보였다. 과거 신도시를 개발하겠노라 호언장담 했으나 슬럼이 있다는 이유로 무참하게 실패한 잔재. 그 안으로 들어서기 위해 이스마엘은 남은 손을 뻗었다. 세븐스를 통해 담을 넘기 위해.
네 걸음에 맞추듯 느려지는 발걸음에 너는 열심히 발을 놀렸다. 잠깐씩이지만 계속해서 주변을 살피는 걸 보면 그럴 만한 이유가 있는 거겠지. 길잡이가 있다곤 해도 안전한 장소가 아니라는 것 정도는 알았기에 너 때문에 지체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었다. 그렇게 걸으며 이어지는 슬럼을 담당하던 가디언즈의 이야기에 너는 귀를 기울인다. 상당히 많은 걸 알고 있구나. 단순히 그가 했던 것들이 질서를 유지하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기에 하는 말이 아닌 듯했다. 버릇일지도 모르지만 저 말에는 확신이 있어서, 꼭 직접 이야기를 나눠본 것만 같다는 생각을 했다. 얼마나 걸었을까, 눈 앞에 보이는 어둡고 좁은 골목을 쳐다보고 있자니 내밀어지는 손을 붙잡는다. 어두운 샛길에 들어서며 직접 만나보았냐는 말에 다소 애매한 대답을 전하는 목소리, 온통 캄캄한 샛길은 생각보다 금새 익숙해질 것 같았다. 생각보다 더 캄캄해서였을까. 어쨌건... 지금 당장은 온통 캄캄했기 때문에 들려오는 목소리에 더욱 청각이 곤두세워진다.
"-알겠습니다. 언젠가 좀 더 이야기할 기회가 있겠죠."
인생을 뒤바꾼 존재라고도 해석되는 그 말에 너는 그 정도의 감상만을 내놓는다. 어두운 골목 너머, 외부인이 들어오는 걸 막겠다는 의지의 발로인 표지판, 그리고 철창. 분명 지어지다가 만 도시이건만 꼭 파손되어 무너진 것처럼 보이는 전경.
"과거에...라, 그랬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가디언즈였다면, 적어도 네가 가디언즈였을 때와 겹쳤다면 아마 한번쯤은 마주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적어도 네 기억 속에 그런... 사람은 없었다. 그저 스쳐지나갔을 뿐일까, 그래서 기억하지 못하는 걸까? 과거라는 게 고작 며칠 전, 어쩌면 직전의 임무라는 걸 너는 생각하지 못했다. 아니, 어쩌면 연결고리 없이 추측하는 걸 위험하다 여겨 그만뒀을 뿐일지도 모른다. 바깥의 사람인 네가(여러 의미로) 여기까지 따라온 것만 해도 많은 걸 허용한 느낌이 아니던가. 그런 상황에서 제대로 보이지 않는 선을 넘어다닐 만큼 너는 용기있지 않았다.
어서 오세요! 레이주!! 아마 로벨리아는 스트레스를 받기보다는 어디 할만큼 해보라는 입장일 것 같아요. 다만 그 행동으로 인해서 팀에 문제가 생기거나 정말로 무의미하게 목숨을 저버리려고 하는 일이 생기면 그땐 직접 나설 것 같지만요. 이건 사실 다른 캐릭터들에게도 다 해당되는 느낌이에요!
>>786 (카시노프를 바라본다.)(흐릿) ㅋㅋㅋㅋㅋㅋㅋㅋ 3번째는 안돼요!! 15세 이용가에요! 여기!! (도리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