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걸 잘 생각해야하는 것이 1~2주 평일을 다 사용해버리면 그만큼 사람들이 일상을 돌릴 수 있는 기회가 없어진다는 것이나 마찬가지고 무엇보다 선우주가 되게 힘들지 않을까 싶거든요. 아무래도 사람들이 오는 시간이 다 다르고 그게 매일매일 정해진 것도 아니니까요. 어제는 온 사람이 오늘은 안 올 수도 있고 그렇게 해서 1~2주만에 끝나면 차라리 다행인데 그렇지 않아서 연장이 되면 되게 늘어질 수도 있고요.
늘 승리의 깃발을 올리던 특수부대였다. 이번에도 그랬다. 세븐스를 이용한 비윤리적인 행태와 더불어 인질을 구출하는 것에 성공했고, 시설을 파괴하기까지 이르렀다. 대단한 획을 그어낸 것이나 다름없으나 분위기는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불화의 균열이 생겼기 때문이다. 엘리나의 도주 이후 레레시아의 악에 받친 비명이 이어졌다면, 이스마엘은 기묘한 침묵을 이어나갔다. 평소 같으면 수고했느니, 의무실로 가야 하지 않겠냐느니 타인을 걱정했을 텐데도 아무런 말 없이 마을에서 자신을 맞이해주는, 모종의 이유로 특수부대에서 더 이상 활동하지 못하는 인간 외적의 존재에 가까운 세븐스의 부축을 받고 가장 먼저 돌아갈 뿐이었다. 세븐스는 의무실로 가야 하지 않냐는 누군가의 말에 노골적으로 위아래로 훑는 시선과 비웃는 소리로 화답했고, 이스마엘 또한 제지하지 않고 개인실로 향했다. 흐느적거리며 움직이는 모습이 마치 움직이던 가디언즈 병사의 시체와도 같았다. 칩거하던 이스마엘의 소식은 아무도 알지 못했으나, 마중을 나왔던 그 세븐스가 의무실로 신원불명의 누군가를 안아 올린 채로 뛰어가는 모습을 봤다는 얘기는 퍼졌다. 얼굴에 수건이 덮여있고 늘어진 모습 그대로 이리저리 흔들리고 있어서 처음엔 죽은 줄 알았다느니, 뛰어가는 도중에 늘어진 모습을 봤는데 흰머리를 가진 사람이었다느니, 나중에 바닥을 보니 피가 떨어져 있었다느니, 의무실 내부에서도 소란이 있었다느니.. 이야기가 암암리에 돌았으나 크게 퍼지지는 않았다. 신원불명의 사람도 레지스탕스의 일원이거나, 일원이 될 사람인 것이 뻔했고, 이스마엘이 그럴 사람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또 며칠이 지났다. 이스마엘의 소식은 여전히 불명이었다. 평소라면 인적 드물던 공터에 머물렀을 텐데 그런 기색도 없다.
저녁. 이스마엘은 숲길을 지나 깊게 들어서면 드러나는 호수 구석에 있었다. 인적이 드물뿐더러 얼마 없는 자연환경으로만 이루어진 장소였다. 풀벌레 우는 소리가 크다. 며칠 전까지는 칩거했으나 그 사건 이후로 의무실 사람들이 주기적으로 이스마엘의 개인실을 두드렸기 때문에 도망쳐버렸다. 이스마엘은 왼손 엄지를 기점으로 내려오는, 손목의 옆면을 무언가로 긁어내려 살을 벌려내고 있었다.
페이시가 고장이 났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은 페이시에 아무런 이상이 없다고 했지만 이스마엘은 믿지 않았다. 그런 것이 아니라면 대체 왜 이스마엘은 그때 얼굴이 드러났을까? 모두 페이시가 고장 난 탓이다. 피 냄새가 났다. 이스마엘의 것이 아니다. 아무래도 그때 아버지의 피가 묻은 것 같다. 이스마엘은 신경질적으로 자신의 살가죽을 들어내고, 손가락을 헤집어 칩을 빼내려 시도했다. 당연히 긁어내린 살가죽 너머로 손가락이 들어갈 리는 만무했고, 며칠 전 의무실 사람들이 성심성의껏 치료해 준 손목이 다시금 엉망이 될 뿐이었다.
"칩이, 칩이 없는 거야. 칩이 없는 걸지도 몰라. 안에 있는지 찾아야 해.."
누군가 다가오더라도 개의치 않고 홀로 중얼거리며 번들거리는 메스를 고쳐 쥐었다. 날로 안을 헤집어볼 생각인 듯싶었다.
>>465 아니요! 걸리거나 의아한 부분은 없고 단지 평일에 진행하면 조금 힘들지 않을까. 진행에 따라서는 상당히 늘어지지 않을까라고 생각을 한 것 뿐이니까요! 제가 이야기할 사안은 그때 이야기한 것 정도랍니다. 그냥 저렇게 시작을 하는구나 정도로 생각을 하긴 했지만 딱히 크게 느끼는 것은 없답니다.
굳이 코맨트를 달자면 아마 현 0 특수부대의 성향을 보면 우라라라라가 되지 않을까 생각은 드는데 그건 또 그것 나름대로 재미가 있는 법이죠! 관전하는 입장으로서!
>>469 어. 개인적으로는 그냥 딱 주말에 일정을 잡아서 알맹이만 확실하게 척척 하게 되면 아무래도 딱 그 시간대에 있는 인원들을 모아서 집중을 할 수 있으니 차라리 낫지 않나 이야기를 드려요. 그래서 제가 주말을 권장한거고요. 이벤트 시간을 딱 정해놓으면 그 시간대에 올 사람들은 오게 될테니까요. 허나 이러니저러니 해도 선우주가 진행을 하는 거니 선우주가 가장 편한 시간대가 좋지 않을까 생각을 해요. 일단 생각해보시고 선우주에게 있어서 가장 편하고 좋은 시간. 그리고 진행 방식이 잘 맞는 경우를 고려했을때 역시 평일이 좋겠다 싶다면 평일로 하셔도 무방해요. 일단 위의 의견들은 캡틴이 봤을 때 이렇게 되지 않을까..라는 조언 정도니까요.
매번 사선을 넘는 것에 가깝고, 그 때마다 살아돌아오며 그렇게 얻어낸 삶에 감사해야 한다. 그렇게 생각하려고 했지만 어디 모든 게 마음먹은 대로 되던가. 죽어서 타의로 움직이는 인간의 모습은 상당히 충격이었다. 어쩌면... 네 손으로 숨을 멎게 만들었던 이들도 그 안에 있지 않을까? 네가 무너뜨린 것들이 잔해로 남아있기는 커녕, 그 형태를 지닌 채 텅 빈 껍데기가 되어 돌아다니는 것은 아닐까? 책상 앞에 앉은 네 손이 가늘게 떨린다. 떨림을 멈추려는 듯 양쪽 손을 마주잡으니 꽈악... 하고 살갗이 문대지는 소리가 들린다, 오히려 손에 준 힘이 강해 더 강하게 떨리고 마는 손에 너는 있는 힘껏 마주잡았다가 힘을 확 풀어버린다. 떨림이 줄었다. 이 정도면 일상생활에서 눈치챌 수 없는 그 정도의 떨림, 정상이라는 말이다. 그러나 울렁이는 심장은 여전하다, 심장을 쥐어짤 수도 없고, 너는 길게 한숨을 내쉬는가 싶더니, 책상 위에 놓여 있던 사진을 서랍에 집어넣고 일어섰다. 이럴 땐 잠시 바깥바람을 쐬는 것도 좋겠지.
어디론가 가고 싶을 때가 있다면, 그럴 땐 발 닫는 곳 어디든지. 그러니까 목적지 없이 걷는 날이 있다면, 오늘이 그런 날이 아닐까 싶다. 그렇게 터벅터벅, 가볍게 입은 채로 걸음을 걷던 너는 물기 어린 공기를 들이마셨다. 보통은 이런 공기가 좋지는 않다지만, 가끔은 이렇게 축축한 것도 느끼고 싶은걸. 점점 어둠이 내리깔리는 길을 벗어나 풀을 밟으면 물기 때문인지 찌익- 하고 문질러지는 소리가 들린다. 원래라면 이런 장소는 그다지 안 왔겠지만 레레시아와 처음 마주쳤을 때도 있었고... 아무래도 이런 깊은 장소 하나쯤 있으면 좋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었기에.
"......?"
사실 그보다 중요한 건 예상치 못한 마주침이 있었다는 게 아닐까. 슬슬 모습을 드러내는 달빛을 반사하여 반짝이는 은발. 적어도 네가 기억하는 은발머리는 한 명이기에 너는 잠시 미간을 찡그렸다. 잘못 본 건 아닐까 싶어서. 그도 그럴것이 얼굴을 마주한게 벌써 한참 전이다. 지난 번 임무에서 보여줬던 모습을 떠올리면 아무래도 보통 일은 아니었던 모양이고... 더군다나 소문까지 돌고 있었기에, 너는 조심스럽게 숨을 죽인 채 이스마엘로 추정되는 사람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귀를 기울인다면 풀을 밟는 소리가 들릴 수는 있었겠지만... 바람소리와 구분하기가 쉽지는 않았을 터.
그렇게 이스마엘의 뒤까지 다가온 너는 손을 뻗어 어깨를 가볍게 두드릴 생각이었다. 그러니까... 빛을 반사하는 저 날카로운 메스만 아니었다면 말이지. 어깨를 가볍게 건드리려던 손은 메스를 쥐고 있는 손목을 향해 방향을 틀었다.
사람이 머리로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 생길 때 보이는 반응은 다양하다. 그리고 절대 하나로 끝나지 않는다. 감정이 폭발하면 그것으로 끝이지 않다. 반응은 시간이 지날수록 달라지고, 늘어났다. 갑작스럽게 악몽을 꿀 때도 있고,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회피하기도 하며, 자신이 원하는 대로 받아들이고 합리화하며 고통에서 벗어나고자 몸부림치기도 했다. 이스마엘은 후자였다. 고통에서 벗어나고자 했다. 아버지가 움직였을 리가 없다 생각했고, 대원과의 분쟁은 카시노프 때문이라 생각했다. 카시노프가 삿된 일을 벌였기 때문에, 재머마저 꺼지는 불상사가 벌어졌다고 믿었다.
헬무트는 죽었다. 움직일 리가 없다. 품에서 쓰러지던 그 순간을 기억하는데 어떻게 움직이겠는가, 그 시체는 동명이인이다. 아닐 리가 없다. 지금 이 상황은 카시노프가 재머를 고장 나게 만들어서 벌어진 일이다. 재머가 모종의 이유로 고장이 났다. 에스티아도 모른다. 가본 적은 없지만 고치는 법을 모른다고 할 것이다. 그야 카시노프가 고장을 냈기 때문이다, 그 삿된 것은 세븐스로도 해결할 수 없다……. 왜냐하면 재머를 훔쳐서 벌어진 일이기 때문이다. 이스마엘은 재밍을 위해 이식한 칩을 찾아보려 했다. 그리고 손목이 붙들렸다. "Wer?" 경계심 어린 목소리가 날카롭게 뻗어나갔다.
익숙한 목소리다. 누구더라? 이스마엘은 고개를 돌리려다 멈췄다. 얼굴이 드러날 것이라 판단했는지 고개를 아예 숙여버렸다. 그리고 의문을 품었다. 왜 누구인지 기억이 나지 않지? 익숙한데 누구더라? 동료인 건 안다. 더듬더듬 기억을 되짚다 눈을 굴린다. 안면에 하얗게 쏟아져 버린 머리카락 사이로 서슬 퍼런 눈동자가 당신을 향해 시선을 던졌다. 기억났다. 리오 씨다. 이상하다, 그때 리오 씨는 엘리나의 공격으로 굳어버렸는데. 아! 그때 다른 사람이 구해줬다. 그건 기억이 난다. 이스마엘은 고개를 살짝 들어 올렸다.
"아, 리오 씨. 재머 칩을 잃어버렸습니다."
왼쪽 손목의 옆면은 너덜너덜했다. 엄지와 검지로 헤집어 살이 짓무르고 찢어진 부분도 있었다. 아프지도 않은 건지 이스마엘은 잠깐 표정을 가다듬다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 입술의 양 끝이 바르르 떨리다 호선을 긋는다.
"아무래도, 그러니까, 그게, 카시노프가 훔쳐서 되찾은 칩이라, 다시 이식하는 과정에서 깊숙하게 들어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찾아보려 했습니다."
그러니까 놓아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조심스럽게 묻는 목소리를 뒤로 이스마엘이 쥐여진 손목을 뿌리쳐보려 팔을 움직이려 시도했다.
붙잡았다. 네 손은 상대의 손목을 붙잡고 있었다. 메스를 든 채 누가 보더라도 명백히 그 끝을 자신에게 향하던 손목을 말이다. 그러나 언제까지 붙잡고 있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붙잡히는 것을 상정하지 않았고 여전히 목적을 향해 경주하려고 하는 그 손목에는, 팔에는 힘이 들어가고 있었다. 너는 네게 향하는 날카로운 시선과 날카로운 목소리에 마른침을 삼켰다. 뿌옇게 보인다거나 하는 모습이 아니라 분명히 전면이 보였다. 물론 이목구비는 머리카락에 덮여있었지만, 그 틈으로 언뜻언뜻 너머 비치는 모습은 평소에 보았던 모습과는 달랐다. 네가 처음으로 마주했던 그 얼굴과도 달랐고... 뭣보다 네가 더 조그마한 탓에 얼굴을 완전히 푹 숙이더라도 그림자 너머는 언뜻 볼 수밖에.
"칩 말입니까? 잃어버렸다면 찾으면 되는..."
도저히 이해가 잘 되지 않는다, 잃어버린 재머 칩, 짓무른 손목, 서슬 퍼런 메스.
"지금, 여기서 말입니까?"
여기서, 아무도 없는 장소에서 메스로 손목을 찢고 그 안을 보겠다고? 그녀의 맨얼굴을 전부 보게 된 것도 대비되지 않은 충격이라면 충격이지만 그보다는 이런 행동이 충격적이었다. 그래서 너는 어쩔 수 없이 되묻고 있었다. 질문의 답을 기대하는 게 아니라 너 스스로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서... 네게 스스로 묻는 셈이었다. 심장이 빠르게 뛴다. 어떡하지? 지금 뭔가 말도 안 되는 일에 달려들어 버린 건 아닌가? 네 손을 뿌리치려는 듯한 움직임에 너는 여전히 손목을 붙잡으려고 손에 힘을 줬다. 아무리 그래도 이걸 놔버릴 수는 없지 않은가, 눈 앞에서 제 손목을 메스로 쑤셔댄다거나, 시선을 돌려 네게 메스를 휘두를지도 모르는 일이니 어쩔 수 없었다.
"대체 그게 무슨... 의무실에는 가보셨습니까?"
문득 떠오르는 소문. 설마... 그제야 상황이 어떤지 조금 이해가 되는 것도 같아, 너는 이스마엘의 나머지 손목으로 시선을 옮겼다. 짓무르고 찢어진 손목, 메스 같은 날붙이로 깔끔하게 베어낸 게 아니라 신경질적으로 긁고 후벼댄 흔적, 한참을 그 손목을 쳐다보던 너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씻고 왔습니다! 반응이 늦긴 했지만, 레시는 뭔가 조용히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스스로 판단하고 있는 것 같네요. 지난번에 말했던 것처럼 본인이 다른 사람이랑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기분도 아니고 그다지 좋은 이야기를 할 것 같지 않아서 그런 걸까요... 그거랑 별개로 잠옷은 참 귀엽네요, 모에한 소매야...
>>507 검은 루시아에 대해서요! 일단 루시아는 지금 에델바이스의 보검에 에스티아가 넣어두었다고 들었는데, 똑같은 세븐스가 둘 이상 존재할 수도 있는 건가요? 세븐스 숫자라든가 생각하면 겹치는 게 있을 거 같기도 하고? 그게 아니라면 에델바이스랑 부딪히면서 수집한 정보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일종의 복제품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