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련을 시작하기 전에. 오늘도 수고해 주시는 훈련말뚝에게 박수. 매일같이 맞고 베이고 부러져도 불평이 없는 헌신하는 자. 사람처럼 움직이는 훈련용 인형을 가지지 못한 가난한 자에게, 훈련 말뚝보다 좋은 친구는 없다네.
딱! 소리가 메아리친다.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간 짱돌이 말뚝에 부딪히는 소리다. 그것은 말뚝 머리에 흠집을 남기고, 박힌 말뚝을 조금 뒤로 기울어지게 했다. 한번 기울어진 말뚝이 다시 일어나기 전. 사실 말뚝은 스스로 다시 일어날 수 없지만, 아무튼 사람으로 쳤을 때 돌을 맞고 정신을 차리기 전 한손검이 빛났다. 말뚝은 잘려나갔다.
한손무기의 장점이 이거다. 양손무기처럼 힘을 싣기도 기교를 부리기도 어렵다. 하지만 무기를 쥐지 않은 자유로운 손이 있다. 상황에 맞게 무엇이든 할 수 있다. 이렇게 달라붙기 전 짱돌을 던지는 것도 가능하다고. 나는 손에 묻은 돌먼지를 손가락 사이로 문질렀다.
이건 모험가가 아닌 군대 쪽의 이야기지만. 양 측의 보병 대열이 서로 육박하기 직전, 일제히 투창을 던지고 돌격하는 전술이 있다. 투척 후 돌격. 모험가에게도 적용 가능한 이야기다. 길고 불편한 투창이 아니더라도 비도 같은 물건이 있다. 하지만 나는...
"제길. 살짝 빗나갓네."
미간을 노리고 던졌지만 다른 곳에 흠집이 있다. 그래, 나는 투척의 전문가가 아니다. 비도를 던졌다간 분명히 이상한 자세로 날아가서 표적에 박히지 않거나 아예 이상한 곳으로 날아가거나 할 것이다. 돈 주고 산 비도를 영영 잃어버릴 수도 있다.
그래서 고른 것이 맨손 돌팔매. 돌은 어디에나 있다. 잃어버려도 상관없다. 날아가는 자세를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 투척만으로 적을 죽이는게 아니라, 투척을 통해 적의 자세를 무너뜨리고 근접하여 끝을 내는 방식이라면 짱돌로도 충분해. 조금 더 나아간다면 쇠구슬을 사서 쓸 수도 있어. 비도는 나중에 생각하자.
"한번 더 해볼까..."
검을 칼집에 꽂고 굴러다니는 돌을 하나 더 주웠다. 말뚝과 어느정도 떨어진 거리에서 자세를 잡는다. 투척은 무기의 체급 또한 극복할 수 있다. 내 무기보다 더 긴 무기를 가지고 거리 싸움을 하시겠다? 나는 더 멀리서 돌을 던지며 거리 싸움을 할 수 있지! 자세를 무너뜨리고 안으로 파고들 수도 있고, 적이 둘 이상이라면 한 놈의 이마에 돌을 꽂아 잠깐동안 일대일로 싸우는 방법도 있다.
자주 연습하자. 투척 후 돌격. 투척 후 돌격. 손에 익을 때까지 반복이다. 팔을 높게 들었다.
단검을 던졌다, 받는다. 던졌다가, 받는다. 허공을 빙그르르 돌던 칼이 날카로운 빛을 내다 정확히 내 손에 손잡이를 쥐어준다. 이걸 쓰는 법은 이제 좀 익숙해졌다. 3년 전까지만 해도 내가 사람이 아니라 괴물 모가지를 털게 될 줄은 몰랐는데. 단검을 잡은 채로 팔을 움직였다. 종과 횡으로, 점과 선으로. 살면서 누구한테 뭘 제대로 배운 적도 없고, 어중간하게 휘두르는 단검도 경험과 직감에 따라 휘두르는 야매에 불과했다. 이걸로 여기까지 온 것도 용케 왔지? 키득키득, 저절로 웃음이 나왔다. 어이가 없잖아. 길거리 소매치기 애송이가 그냥 제멋대로 휘두르는 단검 하나 가지고 모험가 하겠다는 게.
아무렴 어떤가. 최초의 검술이라는 것도 그냥 그렇게 휘두르다 정립되었을 거고, 마법도, 아니 이건 모르겠네. 그냥 뭐시기 굉장한 거라는 것 밖에 몰라서 할 말이 없다 이건. 그래도 몸을 쓰는 건 대체로 그런 시작을 가지지 않았을까~ 그러니까 나도 할 수 있지 않을까아~.. 기대를 품어본다.
멋대로 휘두르던 단검을 던졌다 받으며 역수로 쥔다. 여태껏 경험상, 나한테는 이게 맞는 것 같다. 어차피 선천적으로 상처가 더디게 낫는 사람인데, 걸리기 전에 힘 빡줘서 처리하고 튀는 게 맞지. 어떤 의미로는 소매치기랑 비슷하다. 소매치기도 걸리지 않고 슬쩍 가져가는 거고, 내가 하려는 것도 들키기 전에 푹찍 하고 가는 거고.
"..이야.."
내 인생에서 이건 빠질 수 없나? 아마 소매치기의 별이 있다면, 나는 그 별 아래서 태어났을 것이 분명하다. 히야.
모험가가 된 타티아나. 그녀는 어엿한 모험가를 꿈꾸고 있지만, 교단의 성기사가 되고 싶다는 꿈 또한 있습니다. 그렇다면 훈련을 게을리할 수 없습니다. 거친 모험가의 세계에서 목숨을 부지하려면, 제 한몸 바쳐 교단에 봉사하려면… 그녀는 오늘도 레이피어를 들고 허공을 수없이 찔러댑니다. 본디 학습이란 것은 익숙해질 때까지 수없이 반복하는 행위니까요.
근처의 높은 산을 오른다 들판을 지나, 울창한 나무 사이를 거쳐, 바위의 끝까지 이건 단순한 산책이 아니냐고? ...그렇지 않다 인간, 온전히 자연과 공존할 수 없다 연약한 인간의 몸으로 자연에 도전하는 것만큼 무모한 것도 없을테다 그렇기에 사람은 지혜를 이용해 자연을 밀어내고 미개척지를 정복하려 한다 그 중에서도 산이란 자연의 정수다 그러한 산을 오른다는 것은 이미 자체로도 충분한 시련이 되는 것이겠지
"...읏."
눈을 살짝 찡그리며 소리낸다 시선을 가져가보니 팔뚝에서 가벼운 상처가 나 피가 흐르고 있었다 급히 오르다가 나뭇가지에 스쳤던 것 같다 그걸 확인한 코우가 거리낌 없이 칼집에서 치마와리를 꺼내들어서는, 드러낸 날을 팔의 환부에 가져다 댄다 피를 부르고 마시는 귀신의 검 어쩌다 이런 물건이 자신의 손에 들어오게 된 것인가 그 경위도 알 수 없고 무엇하나 기억에 없지만 칼의 요구대로 하지 않으면 자신에게, 혹은 주변에게 끔찍한 일이 일어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이건 단순한 기우가 아니라 정해진 미래라는 것을 안다 비가 오는 그날 밤에 깨어난 순간부터, 칼에게 속박된 운명인 것을 안다 그러니 생채기라고 할 지라도 흐르는 피를 그냥 두기는 아깝다 조금이라도 먹여두지 않으면... 그러면서도 한 켠으로는 다른 막연한 잡상들이 피어오른다 이 모험은 어떻게 끝나게 될까 그 끝에서 나는 어떤 모습이 되어있을까 왜 그 날 밤 칼을 든 여자 말고는 아무도 남아있지 않았던 걸까
"와아. 좋은 경치."
어느새인가 다다른 산의 정상, 바위의 끝에 서서 내려다 본 한 폭의 세상은 피는 이렇게 붉건만 세상은 투명하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드는 절경이다 코우는 칼을 집어넣고 잠시 거기에 눌러 앉아 세계를 눈에 담기로 한다 조금은 하산이 늦어져도 되겠지 하는 형편좋은 생각과 함께 그러니까... 단순한 산책이 아니다
기적이란 무엇일까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봤어요. 기적이란 신에 대한 믿음이 있는 자들을 위해 일어나는 것이 아닐까요? 기적 스킬에 대한 책을 찾아봤더니 기적 스킬을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은 성직자 즉, 신에 대한 믿음이 있는 사람들 뿐이었어요. 눈에 보이는 기적은 사실 신에 대한 믿음이 없는 사람들을 위한 보여주기식이고 성직자들이 사용하는 기적 스킬이야말로 진짜 기적인 걸지도 몰라요. 그렇다면 기적에 대한 최고의 수련법은 기도겠죠. 태양신님 오늘도 부디 제가 사람들을 돕고 구할 수 있게 해주세요.
칼에 계속해서 피를 먹인다 한들, 한 편으로는 공허함을 느끼게 되는 것이었다 그녀가 겪어 본 세상은 이런들 저런들 해도 힘이라는 논리로 돌아가고 있었고 자신의 힘이 미치지 않는 피는 칼에게 먹일 수 없었다 강자의 피가 더욱 상등품인 법 요도 치마와리는 피를 마시는 바라지 않는 기능이 있는 물건이었지만 맛없는 피를 마시면 되려 자신에게 화를 내게 되는 것이다 그건 좋지 않은 상황이다 힘을 쓰고도 잔소리를 듣는 것은 좋지 않은 상황이다... 그렇게 되지 않으려면 역시 자신 스스로의 힘을 기르는 것이 좋겠다고, 그렇게 생각한 코우다 그렇다면 무엇을 하면 좋은가 허공에 다리를 젓다가 문득 떠오른 듯이 말한다
"일단은 뭔가 먹으러 갈까."
자리에서 일어나 광장으로 향하는 코우 수련을 하기 위해선 우선은 건강 건강을 위해선 밥을 제때 챙겨 먹어야 한다 이것 또한 수련으로 향하는 길...인 것이다
기도를 하는 것, 책을 찾아보는 것 외에는 눈으로 직접 기적을 보거나 기적이 무엇인지에 관해서 물어보는 것이 다른 수련의 방법일까요. 단순히 보는 것만으로 기적의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어떤 느낌인지 이해하기에는 확실히 좋겠죠. 느낌을 이해하고 이해한 느낌에 따라 수련한다. 그러면 더욱 효율적으로 수련할 수 있을 테니까요. 저는 스승님한테 가 기적을 직접 보여달라고 말했어요. 기적이 무엇인지에 관해서도 스승님에게 물어볼까 생각했지만 역시 이런 건 알아서 눈으로 훔쳐 익히는 게 제일이라고 생각해요.
그다음에는 태양신 교단의 신전으로 가서 여러 사람한테 기적을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물어보고 다녔어요. 사람마다 모두 의견이 다르기 때문에 누구 말이 맞는지 누구 말이 틀렸는지 알 수 없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종합해 보면 뭔가 공통점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부디 스승님이 서운해하지 않길...
차분하게 주먹을 내지른다 침착하게 단검을 휘두른다 상대방과 1대1로 대면했을 때, 상대방의 무기가 검이고 자신의 무기가 단검일 때 취해야 할 행동으로 옳은것은 무엇인가 너무나 당연하게도 피해를 입지 않고 데미지를 주는것 이다 모든 검술이 그렇지만 단검과 검이 대면한 순간에는 단검에게 주어진 선택지란 그것밖에 없다 그마나 주어지는 어드밴티지는 속도, 가장 확실한 순간에 회피하고 할수있는 최대한의 데미지를 준다
사실 치명상을 노리지 않아도 된다 인대, 근육, 관절, 신경, 혈관 어느것이든 결에 따라 베면 된다 피가 많이 흘러도 좋다 어지간한 실력자가 아니면 당황하기 마련이고 흐트러짐이 생긴다 몸이 삐걱거리기 시작해도 좋다, 둔해지기 시작하면 이쪽의 페이스로 끌고오기 쉬어진다
도둑의 시간은 밤이다. 나 같은 소매치기는 주로 인파가 많은 낮에 사람들 틈새를 지나치지만, 그보다 좀 더 제대로..라기 보다, 질이 나쁜 도둑들은 사람들의 의식이 침잠하고 경계가 옅어지는 밤에, 그 중에서도 특히 담벼락이 낮은 사람들의 집을 털었다. 아니면 칼을 들고 가서 혐박하거나. 그런 것들의 결말은 대체로 좋지 못했다. 당연한 일이다.
나는 한 번도 그들의 틈새에 낀 적이 없었다. 밤풍경을 좋아해서, 높은 곳의 키 큰 담벼락 위에 걸터 앉아 해가 가라앉은 바다를 보다가 잠에 들곤 했다. 그곳에서 내려다보면 그림자진 틈새에서 걸어다니는 사람들이 보이곤 했다. 그들을 향해 종종 혀를 차긴 했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그것을 본 건 나름 견학이었다고 생각한다. 도적이란 대체로 기동전, 그리고 기습을 특기로 삼는 족속들이며 그건 나도 다를바 없고-
어둠에 스며들어 움직이던 그들의 모습은, 스승이 없는 내게 꽤 좋은 견본이 되어주었기 때문이다. 애당초 소매치기 시절에도 자주 쓰던 기술이었다. 시야의 바깥에서 할 일만 하고 빠지는, 그냥저냥 배경처럼 움직이는 것은.
달려들며 검을 비틀어 뽑아 휘두른다 아래에서 위로, 사선으로 궤적이 지나간 곳의 상대는 내용물을 흩뿌리며 쓰러졌다 여자는 바로 땅을 즈려밟으며 몸을 움직이고는 동시에 칼자루를 두 손으로 꾹 그러쥐어 바로 옆에다 힘껏 내려쳤다 그렇게 또 하나가 잔해를 쏟으며 땅에 고개를 떨구고 마치 관성이라도 작용하듯, 그 기세 그대로 정면의 목표에게로 파고든다 그리고 거기에서 이어지는 베어찢기
"후아."
검을 털어 납도하고는 흐트러진 머리를 쓸어넘긴다 등을 돌려 지나온 길을 살피니 코우의 시야에는 동강난 채로 말끔히 잘려 쓰러진 대충 풀과 짚단을 엮어 만든 간이 허수아비들이 들어왔다
나도 엄연히 마나를 다룰 수 있는 사람이기에 창과 마나를 결합해서 공격하려고 한다. 창을 이용한 마나공격은 외부로 마나를 배출하는 마법에 비해서 마나를 한 곳으로 모아야 하는 것을 잘해야 된다.
"....."
차분하게 호흡을 하고..심장에서부터 시작하는 몸속의 마나의 흐름을 느끼며 오른손으로 마나를 전달시킨다. 오른손으로 전달된 마나를 창의 손잡이부터 시작해서..창끝까지 정신을 집중해서 안정된 호흡으로 천천히 마나를 끌어모은다. 창끝이 마나로 인해 푸른 빛이 돌 때까지 계속.,
심장으로부터의 힘을 혈관을 통해 창끝까지 이동시킨다고 상상을 하며 마나를 이동시킨다.
그리고 찌른다.
완벽히 모인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더욱 더 강해진 위력. 더욱 더 쉽게 뚫린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다.
"....!"
창끝의 마나를 여러 곳으로 분산시킨다고 생각하며 창을 강화하는데 쓴 마나를 터뜨려보려고 한다. 예를 들어 적의 내장을 찌른 채로 마나를 터뜨려서 내장자체를 소멸시켜 버리려는 거지.
수련이라고 하면 핫흡헛헛하고 땀내는 이미지를 떠올리는 것이 보통이겠지만 결코 무작정 몸을 혹사시키는 것만이 수련은 아닐 것이다 여자의 경우, 코우가 가지고 있는 검은 정신을 좀먹는 검이다 단지 소유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피에 대한 갈망과 육체의 소유권에 대한 쟁탈전을 매번 시험받게 된다 평소에 정신을 제대로 차려놓지 않으면 검을 휘두르는 것은 커녕 검에게 모든 걸 빼앗기게 될 것은 불보듯 뻔하다 피를 달라고 구걸하는 주제에 정신까지 앗아가려 한다니 그것 참 욕심도 많다 그런 연유로 여자는 모처럼 바닥에 다리를 틀고 앉아 있다 눈까지 감고서 꽤 진지해 보이지만 속내는 어떨지 그렇기를 현재 3시간이 경과
한동안 기적 수련만 했지만 치유 마법의 수련도 해두는 게 좋을까요. 저는 생명을 존중해 상대를 죽이지 않지만 그렇기 때문에 부상당한 사람을 구하고 후퇴하는 방법으로 싸울 수 있어요. 제가 아니어도 사제라면 보통 그런 역할이겠죠. 그렇지만 치유라는 건 다친 사람이 없으면 할 수 없기 때문에 자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에요. 그렇기 때문에 저는 운동을 하며 몸에 한계가 오면 치유하여 강제로 운동을 이어나가는 방법으로 수련했어요.
검을 뽑고 잡아서 상대를 보며 베어가른다 이 일련의 동작을 완벽하게 수행할 수만 있다면 이미 훌륭한 검사나 다름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코우가 원하는 것은 검술의 극의가 아닌 더 많은 피 검을 들기 전의 자신을 되찾기 위한 고행의 길 그 행위가 검술의 형태를 취하고 있는 것은 단지 우연의 일치일뿐이었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여자는 그 사실에서 눈을 돌리고 있었다
이번에는 사람이 아니라 동물을 치료했어요! 저번에 치즈를 들고 고양이를 유인한 적이 있었는데 한 고양이가 쳐다만 보고 오지 않길래 상태를 봤더니 다쳐있었어요! 그래서 치료해 줬더니 이번에는 그 고양이가 글쎄... 다친 고양이들을 여럿 데리고 온 거 아니겠어요? 결국 저는 탈진할 때까지 고양이들을 치료해 줬어요.
검지를 입술에 얹는다. 나무에 등을 기댄 채 눈을 감는다. 호흡을 죽인다. 소리를 가라앉힌다. 어떤 훈련을 하면 심장박동 마저 조절할 수 있다지만 나와는 관련 없는 이야기다. 언젠가는 해야겠지만.
지금 나는 나를 지우고 있다. 사방천지의 생물에게서 나를 숨기는 일이다. 도적이란, 함정을 확인하고 해체하고, 자물쇠를 따거나 위험요소를 감지하거나, 그런 일을 한다고도 한다. 하지만 그들은, 도적이라는 건 기본적으로 밤의 주민들이다. 남들보다 좀 더, 존재감이 없을 수록 좋다. 그러니,
..
모든 소리를 죽이며 걷는다. 풀밟는 소리도 옷 스치는 소리도 죽인다. 호흡은 가능한 길고 느리고 낮고 가늘게. 몸놀림은 너무 느리면 안되나 눈에 띄지 않을 정도로. 밤그늘이 없는 곳이라 해도 어둔 그림자 속에 있는 것처럼 보일 수 있도록. 연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