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내 레레시아는 엘리베이터를 통해서 지하 1층으로 내려왔고 무사히 다른 이들과 합류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일단 아스텔은 다른 복도 저 편으로 적들을 몰아붙이면서 막고 있는 모양이었다. 덕분에 방 안으로 들어설때까지 제 0 특수부대원들은 방해받는 일 없이 진입할 수 있었다. 덧붙여서 마리가 전기 반응을 사용해봤지만 특별히 반응하는 것은 없었다. 아무래도 안에 직접적인 충격을 가하지 않으면 안되는 모양이었다. 그 전에 안에 기기 같은 것이 있는지도 알 수 없었지만.
아무튼 안으로 들어서자 보이는 것은 그야말로 거대한 지하연구실이라는 느낌이었다. 여기저기서 기계가 움직이는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바로 왼쪽에 있는 유리창을 넘어서서 그 안을 바라보면 컨베이너 벨트가 움직이고 있었다. 그 컨베이너 벨트 위에는 투명한 알갱이가 가득 들어있는 병들이 무수히 많이 움직이고 있었다. 이내 기계팔들이 그 병들을 박스에 하나하나 넣고 있었고 내용물이 가득찬 박스는 기계 팔에 의해서 또 다른 컨베이너 벨트를 통해서 움직이고 있었다.
그 외에 보이는 것은 왼쪽 편에 '수술실', 그리고 그 옆쪽에 원장실, 중앙에 수용소라는 플레이트가 걸려있는 방 정도였다. 또한 바로 오른쪽 벽을 바라보면 가디언즈 특유의 문양이 그려져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을 것이다. 아무래도 여긴 가디언즈의 시설인 모양이었다.
-...으으...으아아아악!
이내 수술실 쪽에서 누군가의 비명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아무래도 뭔가를 하고 있는 것일까. 일단 자유롭게 조사를 하는 것이 좋을지도 모르는 상황 속에서 루시아의 목소리가 모두의 귀로 들려오고 있었다.
-가운데. 수용소 속에서 강력한 세븐스 반응이 있어. 그것도 두 체. ...그리고 뭔가 낯익은 기운도 느껴지고 있어. 만약 수용소로 가려고 한다면...다들 조심해줘.
안으로 들어서자 거대한 지하연구실을 볼 수 있었다. 고요한 연구실 안에서는 여기저기서 기계가 움직이는 소리 밖에는 들리지 않았다. 옆 유리창 안 컨베이너 벨트를 보니 투명한 알갱이가 가득 들어있는 병들이 무수히 많이 움직이고 있었다. 이내 기계팔들이 그 병들을 박스에 하나하나 넣고 있었고 내용물이 가득찬 박스는 기계 팔에 의해서 또 다른 컨베이너 벨트를 통해서 움직이고 있었다.
선우는 컨베이너 벨트 위에 아공간을 열어 약이든 상자 하나를 빼돌리려고 했다
그리고 수술실과 원장실, 마지막으로 수용소가 있었다. 바로 오른쪽 벽의 가디언즈 특유의 문양이 이곳이 가디언즈의 시설임을 알려주고 있었다..
수술실 쪽에선 누군가의 비명소리가 들려오고 있었고 수용소에는 루시아가 강력한 세븐스 개체가 있다고 경고하고 있었다.
"수술실에 가도 할 수 있는 건 없어. 수용소로 갈게."
아무리 안 좋은 수술을 하고 있더라도 그 수술실에 쳐들어가 교전을 시작한다면 수술을 받는 사람은 죽고만다. 적어도 그것만은 막아야한다.
병 안에 든 물건의 정체가 무엇인지는 아직 파악할 수 없다. 인자를 뽑아내는 것과 관련된 물건인가? 혹은 시체를 움직이는 무언가에 관계된 것? 의문에 빠져 있을 시간은 없다. 수술실이라 쓰인 문패 너머에서 들리는 소리에 반사적으로 뛰쳐나간다.
"뒤를 맡아주십시오."
일각을 다투는 상황에서 무엇이 가장 시급한지는 명확했다. 때가 이미 늦은 것이라면 팀원들에게 늦게라도 합류할 수 있겠지만, 늦지 않은 때라면 생목숨을 날리게 되는 것이다. 츠쿠시는 수술실의 문을 걷어차고는 몸을 낮추어 낮은 각도로 검을 휘둘렀다. 육안으로는 형체 없을 예기의 검격이 아래를 향해 넓게 쏘아진다. 우선은 바닥을 파괴하며 혼란을 줄 의도였다.
엘리베이터는 아무런 문제 없이 지하까지 그녀를 데려다주었다. 방해꾼이든 뭐든 오기만 해라 뭐 이건가. 아니면 의외로 지하의 상황이 그렇게 크게 번지지 않았던가. 어느 쪽이 그녀와 에델바이스에게 호재일까. 아니면.
내려가는 엘리베이터에서 그녀는 벽에 머리를 박고 가만히 서 있었다. 두 팔을 교차해 팔짱을 끼고. 아니면 스스로를 감싸고.
지하에 도착해 합류할 때는 위에서 나뉘었을 때와 변화가 없었다. 아스텔은 성가신 쪽을 맡고 있는 거 같으니 부디 무사하길 바랄 뿐이다. 그렇게 입성한 지하는 역시나, 더러운 짓거리의 온상이었다. 알 수 없는 컨테이너 벨트 위 물질들과 비명소리. 위에는 없던 방문들의 존재. 그 사이 루시아의 경고가 등골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익숙한 거 하나는 레이버겠네. 뭐, 일단 각자 알아서 보자고."
아무리 끔찍해도 할 일은 해야 하니까. 그녀는 먼저 알 수 없는 병들을 나르는 컨테이너 벨트에 독액을 뿌렸다. 강력한 부식의 독이니 벨트든 병이든 녹여서 더이상 내보내지 못 하게 할 셈이었다. 그리고 뒤를 돌아본 후, 원장실로 다가가서 발로 문을 걷어찼다. 이곳엔 손끝도 대고 싶지 않아서였다.
<수술실> 수술실 안으로 들어서자 보이는 것은 몸을 파들파들 떤 상태에서 침대에 팔다리가 쇠붙이로 구속되어있는 남성의 모습이었다. 아무래도 세븐스가 아니었을까. 그리고 그 바로 앞에는 로봇이 오른손을 들고 있었다. 그 오른손에는 주사기가 들려있었고 그 상태에서 몸에서 뭔가를 뽑아내고 있었다. 고통스러운지 사내는 표정을 찡그리고 있었으나 따로 발버둥을 치고 있지 않았따. 간간히 비명을 지르고 있었지만 단지 그 뿐이었다. 주사기를 잘 보면 뭔가 투명한 알갱이들이 쏙쏙 빠져나오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을 것이다.
허나 츠쿠시의 공격으로 인해 로봇의 다리가 절단났고 그 때문에 주사기는 사내의 피부에서 빠져나와 쏙 뽑혔다. 그리고 로봇은 비틀거리면서 발버둥을 치려고 했으나 이내 정지했다.
"뭐, 뭐야?! 당신 뭐야! 왜 방해하는거야?! 수술받고 싶으면 순서를 지켜! 순서를!"
이내 사내는 뭔가 고통이 덜하자 이상함을 느꼈는지 눈을 떴고 츠쿠시를 발견했고 그녀에게 성질을 내면서 무슨 짓이냐는 듯이 소리를 질렀다.
<원장실> 원장실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허나 정말 여러가지 서류가 책상에 올려져있었다. 만약 그녀가 그것을 확인했다면 그게 계약서임을 알 수 있었을 것이다. 거기에는 '수술의 안정성은 없으나 성공하게 될 시 비능력자가 될 수 있다. 안정성이 적지만 그래도 동의하겠는가?' 라는 문구가 확실하게 실려있었다. 그리고 그 서류에는 모두 다 글씨체가 다른 싸인이 되어있었다. 서류마다 '환자 이름'이 다 다른것으로 보아 확실하게 동의를 구해서 이런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했다. 물론 그것이 페어한 것일지는 알 수 없었지만.
아무튼 그 외의 다른 서류에는 정말로 많은 리스트가 있었다. 제대로 확인해보면 수많은 사람들의 이름이 쓰여있었고 대부분이 X 표시가 되어있는 것을 알 수 있었을 것이다. O라고 표기된 이름은 그래봐야 50여명 정도였을까? 헬무트, 카이렌스, 시엘, 루나, 레디아 등등. 그런 이름들이 대표적으로 O가 표시되어있는 이름들이었다. 허나 서류를 다 체크해도 '에일린'이라는 이름은 확인할 수 없었을 것이다. 혹시나 '엘리나'라는 이름을 확인하려고 해도 그 이름도 없었을 것이다.
3년 전의 날짜가 있는 것으로 보아 아무래도 최소 3년간 이런 짓을 하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였다. 수많은 X, 그리고 50명 정도의 O는 뭘 의미하는 것일까?
<수용소> 안으로 들어서자 보이는 것은 그야말로 철창 안에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었다. 아니. 그것은 사람이 맞을까? 여기저기서 괴성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그 안을 들어보면 방금 자신들이 상대했던 그 흐느적거리는 이들과 비슷한 이들의 모습이 대부분이었다. 허나 철창 안에 갇혀있었기에 빠져나오진 못하고 있었다. 목 뒤에 7 마크가 박힌 이들도 있었으나 세븐스를 쓰기는 커녕 몸만 허우적거릴 뿐이었다. 또 한 곳에서는 멀쩡한 사람들이 있었으나 그 사람들은 도망칠 생각도 하지 않고 얌전히 자리에 앉아있었다. 마리와 선우를 보고서도 특별히 도와달라는 말을 하거나 하진 않았다. 단지 사람들 중에서는 "수술 받으러 왔어요? 그럼 카시노프 님과 면담하고 여기 들어와서 대기하세요." 라는 등의 말을 하고 있었다.
"어서 오게나. 붉은 저항의 에델바이스 제군."
그리고 이내 목소리가 들려왔다. 철창이 있는 곳이 아니라 저 앞. 의자에 앉아있는 사내가 한 명 있었다. 얼핏 봐도 50대는 훌쩍 넘어보이는 중년 남성은 진한 자신의 콧수염을 손으로 만지고 있었다. 올백 스타일의 회색머리, 그리고 알이 검은 안경을 끼고 있는 사내는 느긋한 모습으로 미소를 지으면서 두 사람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는 저번 미션에서도 본 적이 있던 보검을 사용하는 세븐스. '엘리나'가 서 있었다.
"입구에 발을 들이밀 때부터 자네들의 움직임은 전부 확인하고 있었다만 생각보다 빨리 와서 놀라는 중이야. 하긴... 로벨리아 아가씨의 호위역을 맡았던 아스텔이 시간을 끌어주고 있으니 일단 상대하라고 풀어놓았던 '재활용품'들로는 조금 무리였을지도 모르겠군. 켈켈켈."
"......"
"그래. 여기까지 왔으니 일단 물어는 볼까? 여기엔 뭐하러 들어왔나? 자네들. 자네들이 수술을 받겠다고 들어온 것도 아닐테고. 아. 물론 받겠다면 얼마든지 환영이야. 샘플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거든. 아. 미안. 소개가 늦었어. 가디언즈 소속. 카시노프라고 하네. 일단 일개 연구원일 뿐이야. 켈켈켈켈."
"...제거하면 되겠습니까."
"아니. 아니. 그러면 안되지. 잠시 대기하도록 해. 엘리나. 일단은 저들이 뭐라고 하는지는 들어보고 싶어서 말이야. 아. 참고로 딱히 저 사람들을 납치하고 그런 것은 아니야. 부작용도 설명하고 위험할 수 있다는 것도 다 설명하고 있어. 하지만 그럼에도 수술을 받겠다고 한 것은 저들이야. 그러니까 내가 강제로 수술을 하고 있다거나 그런 말은 시간낭비니까 넘어가도록 하게나. 알겠지?"
뭐야. 아무도 없네. 라고 생각한 순간, 좋지 않은 기운이 수용소 방향에서 느껴진다. 가 봐야 하나? 그녀는 잠시 망설였지만 수용소로 가지 않고 원장실 안으로 들어갔다.
4층에서 그랬던 것처럼 책상에 이것저것 있길래 책상에 걸터앉아서 살펴보았다. 같잖은 동의서에 수많은 이름이 나열된 리스트. O와 X는 보나마나 무슨 적합성이나 필요성에 관련된 것이겠지. 이미 움직이는 시체를 보았으니 이 동그란 표시는 성공한 시체라고 봐도 무방하지 않겠는가. 그래 그래. 참 한 치의 예상을 빗나가지 않아서 정말 재밌다.
그런데 가장 오래된 날짜가 3년 전이라. 가디언즈 창립은 그 전일 텐데. 어째서 3년 전? 그것도 하필 에델바이스가 창립된 그 해인데.
"...여긴 뭐 없을까나."
의문은 일단 머릿속에 넣어두고. 서류를 다 보고 휙 책상에서 내려온 그녀는 책상을 뒤지기 시작한다. 서랍을 열고 아래를 살피고. 책상 만이 아니라 원장실 안의 곳곳을 들쑤셔본다.
참, 자신은 이 싸구려 약팔이에 동하지 않은 탓에 한순간 간과하고 말았다. 구하러 간 대상이 구조를 원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이들은 실험 중에 죽더라도 세븐스가 아니게 되고파 목숨을 맡긴 사람들이었다. 명목상 모든 것은 공정한 거래라는 이름 아래 성립되었고, 이 시술이 사실상 장기팔이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려주더라도 상대의 마음이 흔들리지는 않을 듯싶다. 그렇게 된다면 방법은 하나뿐이다. 아니, 경우에 따라선 둘도 된다. 츠쿠시는 칼을 집어넣은 후 남자에게 정중히 고개를 숙였다.
"절박한 심정은 압니다만, 문제가 생겨서 말입니다. 시술을 담당하는 로봇에 오류가 발생해 급히 처분 절차에 들었습니다. 놀라게 해드려 죄송합니다."
그리고 검집으로 머리를 냅다 쳐버렸다. 설득할 자신이나 여유가 없으니 일단 방심시킨 뒤 기절시켜 버리려는 것이다. 한 번에 기절하지 않았다면 몇 번은 더 쳤을 테고. 남자가 순순히 기절했다면 그를 구속한 쇠붙이를 잘라낸 후 눈에 띄지 않는 구석에 숨겨두지 않았을까.